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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경술의기(無量壽經述義記)

1. 저자
의적義寂(생몰년 미상) 신라 출신. 7세기 후반 활약. 당 현장의 문하에서 수학했지만 귀국 시기는 알 수 없다. 다만 670년에 귀국한 의상을 690년경에 만나 화엄사상과 관련해 치밀하게 대론對論한 후 의상의 입장을 수용한 행적이 전한다. 그 때문에 화엄종에 소속된 인물로 알려졌지만, 근자에는 그의 이름으로 전해지는 저술의 명칭과 여타 저술에 인용된 행적과 사상에 의거 법상종ㆍ정토신앙ㆍ법화신앙 등과의 관련성도 거론된다. 일본 천태종에서 자은慈恩의 학설을 따르는 일본 법상종을 비판할 때 의적의 설을 주로 인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적이 현장-자은 계열과는 다른 사상을 구가하였음을 방증한다.
2. 서지 사항
복원본. 3권. 최근 일본 학자 에타니 류카이(惠谷隆戒)가 일본 승려들의 저술에 인용된 일문逸文을 모아 복원하였다. 쇼소인(正倉院) 문서의 기록에 의하면, 『양권무량수경소兩卷無量壽經疏』 3권의 이름으로 덴표(天平) 20년(748) 처음 일본에서 서사書寫되었다. 2009년에 일본 구온지(久遠寺) 미노부(身延) 문고文庫에서 발견된 ‘무량수경술기권제일無量壽經述記卷第一’이라는 제목(尾題)의 책이 『무량수경술의기』임이 확인되었다. 필사본으로, 15.1×23.0cm, 7행 17자~20자이다. 책의 장정이나 필사된 글자의 모습으로 보아 헤이안(平安) 후기의 필사본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복원본의 상권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충분히 복원되지 못했던 부분을 약 반 정도 수록하고 있다.
3. 구성과 내용
인도 승려 강승개康僧鎧가 한역한 『무량수경』 2권에 대한 주석서. 경전의 본문을 인용한 후 주석을 하는 형식이다.
의적은 경의 제18원에 나오는 10념이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의 칭명염불稱名念佛과 같은 것이라 보았다. 곧 칭명하여 마치는 사이가 1념이며, 전심專心으로 소리 내어 부를 때 그 1념 사이에는 공간적으로 자비심 등 『미륵소문경彌勒所問經』의 10념이 갖추어지므로, 열 번 소리 내어 이름을 부르는 것이 10념이라고 하였다. 또 의적은 삼승三乘의 삼현위三賢位가 탐진치와 아견我見, 산란심散亂心을 눌러서 견제할 수 있는 정정취로서 극락에 왕생하여 성불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주장은 범부의 극락왕생 가능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량수경』에서 말한 삼배三輩와 『관무량수경』에서 언급한 구품九品의 극락왕생은 원願뿐 아니라 행(실천)도 상응하는 것이므로 별시의別時意가 아니고 극락왕생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고 하였다. 또 극락은 삼배와 구품이 모두 왕생하므로 변화토變化土라고 하였다.
의적은 『무량수경』의 ‘신명기식神明記識’을 풀이하면서 인간이 지은 선악은 자신의 신식神識, 곧 아뢰야식 안에 훈습될 뿐 아니라 천신이 밖에서 기록해 두어 용서될 수 없고 반드시 과보를 받는다고 했다. 그리하여 살아서는 국왕의 법에 의해 처벌받지만 죽어서는 이보다 더 힘든 지옥에서 불타는 고통을 받게 되므로 이를 피해야 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