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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중관석론(大乘中觀釋論)

1. 개요
『중론(中論)』에 대한 주석서로서, 유식 논사인 안혜(安慧)의 관점이 나타나 있다. 8불(不)과 인연법 등을 통해 존재와 관념들이 근거해 있는 모순과 오류를 지적함으로써 그것들의 공상(空相)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중론』을 해석하면서 청변(淸辯)의 정언 논법을 비판하고 있다. 줄여서 『중관석론』이라 한다. 한역만이 존재하며, 『중론』에 관한 주석서 가운데 비교적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논서이다.
2. 성립과 한역
북송(北宋)시대에 유정(惟淨)과 법호(法護, Dharmarakṣa)가 1027년에서 1030년 사이에 번역하였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주석서와 이역본이 없다.
4. 구성과 내용
팔만대장경에는 18권 27품으로 실려 있지만, 신수대장경에는 절반인 9권 13품만이 실려 있다. 이것을 보충하여, 만자대장경(卍字大藏經)에는 법호(法護)가 번역한 후반부에 속하는 제14품 이하를 추가해 27품 모두를 싣고 있다. 먼저 관연품(觀緣品)에서는 8불(不)과 4연(緣)을 설한다. 즉 불생(不生)과 불멸(不滅), 부단(不斷)과 불상(不常), 불일(不一)과 불이(不二), 불래(不來)와 불거(不去)를 통해 모든 존재가 고정된 본성이나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스스로 존립하는 것이 아니라 인연에 따라 생멸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인연으로는 인연(因緣), 차제연(次第緣), 연연(緣緣), 증상연(增上緣) 등이 있음을 설한다. 관거래품(觀去來品)에서는 오고 간다는 개념의 상대적인 동일성을 설명함으로써 존재의 절대적인 운동성이 허구임을 밝힌다. 관육근품(觀六根品)에서는 눈, 귀, 코, 혀, 몸, 마음과 같은 그 인식 기관과 그에 대응하는 인식 대상이 서로 인연 관계에 있다는 것, 또는 인식 기관이 스스로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 인식에서 시간의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모든 인식이 실재가 아닌 공임을 보인다. 관오온품(觀五蘊品)과 관육계품(觀六界品)에서는 5온 즉 색, 수, 상, 행, 식 등과 6계 즉 지, 수, 화, 풍, 허공, 의식 등이 인연에 따라 흩어졌다 모여지는 것으로 허상이라는 것을 설한다. 관염법염자품(觀染法染者品)에서는 탐욕과 분노, 무지 등과 같은 심리적 현상과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관계를 들어, 탐욕과 번뇌가 있다든가 또는 그러한 번뇌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가정이 불가능함을 설한다. 관유위품(觀有爲品)에서도 모든 현상이 발생과 지속, 소멸의 과정 속에 있는 것 같지만 이러한 현상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음을 설한다. 관작자작업품(觀作自作業品)에서는 행위와 행위자, 그리고 그 결과의 인연 관계에 대하여 설하고, 역시 그 관계도 실지로 행위와 행위자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임을 설한다. 관선분위품(觀先分位品)에서는 눈과 귀와 같은 감각 기관과 감각의 대상이 되는 대상들이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그 의존 관계로 말미암아 그 본성이 공(空)임을 설한다. 이러한 관계는 다시 관신화품(觀薪火品)에서 섶나무와 불의 예를 들어 비유적으로 설명된다. 관생사품(觀生死品)과 관고품(觀苦品) 그리고 관행품(觀行品)에서는 인간의 생ㆍ노ㆍ병ㆍ사 역시 상대적인 인연 관계로 설명하면서 생로병사에 사로잡히는 허망한 생각을 버릴 것을 설한다. 그 밖에 관합품(觀合品)이라든가 관성품(觀性品), 관업품(觀業品), 관법품(觀法品), 관시품(觀時品), 관인과품(觀因果品), 관성괴품(觀成壞品), 관여래품(觀如來品), 관전도품(觀顚倒品), 관성제품(觀聖諦品), 관열반품(觀涅槃品), 관몽환품(觀夢幻品), 관제견품(觀諸見品) 등을 통해 여러 가지 관념들이 가지고 있는 모순과 상대성을 지적하여 연기법(緣起法)을 드러내고 그것들의 공성을 주장한다. 중관 논리를 해석하면서, 전편에 걸쳐 소승을 비롯한 외도의 주장뿐만 아니라 중관 학자들의 관점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하고 있는데, 비바사(毘婆沙)와 수론(數論), 또는 중관 학파의 청변(淸辯) 등을 논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