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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 변상도해제
전라도 순천 복천사(福泉寺)에서 간행된 법화경의 변상도로 3매판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판에는 위태천(韋䭾天)과 보탑도(寶塔圖), 2-3번째 판은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가 배치되어 있다. 위태천은 머리에 새 깃털을 꽂은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은 무장의 형상이며, 양손을 합장하고 비스듬한 우향의 자세로 팔 위에는 가로로 길게 검이 얹혀 있다. 이와 같이 경변상도의 첫 장에 위태천을 배치하는 경우는 대자암(大慈庵)간 법화경변상도(1422년) 등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위태천의 머리 주위에 화염광배가 둘러진 것과는 달리 단순한 원형 두광이 표현되어 있다.
맞은편에는 구름 속에서 다보탑이 솟아오르고 있는 보탑출현도가 있는데 이는 법화경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견보탑품(見寶塔品)의 내용을 표현한 것이다. 과거불인 다보불(多寶佛)이 석가모니불의 법화경 설법을 증명하기 위해 땅속으로부터 오백유순 높이의 다보탑을 솟아오르게 하고 그 안에 석가불과 함께 자리하여 법화경을 증명하는 장엄한 순간을 묘사한 것이다. 까마득히 높은 하늘을 상징하듯 구름으로 뒤덮인 가운데 탑이 솟아오르고 사방에서 사천왕이 합장하며 경배하는 광경이다.
2~3번째 판에는 영산회상도가 새겨져 있다. 화면의 중심인 제2판의 끝에는 수미좌(須彌座)에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취하고 앉아있는 석가불과 사리불(舍利弗)의 질문 장면이 표현되어 있다. 이를 중심으로 8위의 보살, 범천과 제석천, 십대제자, 사천왕과 팔부중의 일부, 용왕과 용녀 등의 권속들이 좌우로 나뉘어 배치되어 있다. 이 도상은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간행한 법화경(1463)변상도의 도상을 기본으로 밑그림을 그려 새긴 것이다. 변상도 끝부분에 곽을 구획하여 ‘崇禎七年六月日 畫員智環 刊与和’라고 새겨져 있어 1634년 지환이 밑그림을 그리고 판각하였다는 사실을 기록하였다. 실제 간기에 기록된 각수 6인 중 지환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그는 변상도 만을 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지환은 선암사에서 간행한 법화경의 권수변상도(1646년)의 밑그림을 그린 화원이다. 선암사 법화경변상도와 복천사 법화경변상도는 각기 다른 도상의 밑그림이지만 편평한 얼굴에 가는 눈과 작은 입의 표현, 너른 어깨와 건장한 체구의 신체 모습은 서로 닮아 있어 지환의 화풍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 법화경 변상도의 도상은 기존 간행되었던 법화경 도상을 지환이 조합하여 새로이 밑그림을 그려 판각한 것이다.
문화재청 박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