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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연화경요해언해(妙法蓮華經要解諺解)

※ 변상도해제
천순(天順)7년(1463)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간행한 묘법연화경 언해본의 변상도로 2매로 이루어진 영산회상도이다. 정희왕후(貞熹王后)가 발원한 묘법연화경 변상도와 기본적으로 같은 도상이지만 살펴보면 배치 등에서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이 도상은 1459년 세종의 5남인 광평대군(廣平大君)의 부인 신씨(申氏)가 발원한 법화경 변상도를 참고한 것이고, 이는 또 조선초 국내로 유입된 『제불세존여래보살존자신승명경(諸佛世尊如來菩薩尊者神僧名經)』(1417년) 같은 명대 초기 경전판화의 도상을 참고하여 판각한 것이다.
화면의 중심인 제1판의 끝에는 수미좌(須彌座)에 앉아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취한 석가불과 그를 향해 질문하고 있는 청문자가 표현되어 있다. 이를 중심으로 8위(位)의 보살, 범천과 제석천, 십대제자, 사천왕과 팔부중의 일부 및 용왕과 용녀 등의 권속들이 좌우로 나뉘어 배치된 구성이다.
석가모니불은 꽃무늬가 새겨진 법의를 편단우견(偏袒右肩) 식으로 걸쳤으며, 등 뒤로 보주(寶珠) 형의 거신광(擧身光)이 불신을 장엄하고 있다. 광배 내부는 꽃무늬, 연화덩굴무늬, 연주무늬, 불꽃무늬 등의 문양으로 화려하게 채워져 있다. 광배 위로 화려한 천개(天蓋)가 붓다를 장엄하고 있으며, 그 좌우 하늘에는 붓다가 놓은 광명이 퍼진 가운데 시방제불(十方諸佛)이 구름을 타고 날아오고 있다. 이외의 공간은 온통 구름으로 채워져 장엄되어 있고 화면 끝에는 산화(散華)들이 흩어져 있다. 정희왕후발원본에 비해 존상들 사이의 공간이 여유가 있어 마치 구름 속에 떠있는 듯하다. 보살을 비롯한 존상들의 모습이 기품이 있고 옷주름 같은 각선이 매우 유려하다.
간경도감에서 판각하여 당시 최고 기량의 화가가 밑그림을 그리고 궁중 소속의 각수가 판각하였으므로 조선초기의 뛰어난 변상도로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제작된지 오래되어 종이의 산화로 갈변이 심하지만 밑그림의 아름다움과 예리하고 깔끔한 각선이 돋보이며 인출솜씨도 뛰어난 변상도이다.
문화재청 박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