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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엄경요해(首楞嚴經要解)

※ 변상도해제
운흥사간행 수능엄경변상도는 화암사본(1433년) 변상도의 도상을 번각한 것으로 2매의 판에 위태천(韋馱天)과 석가설법도가 새겨진 도상이다. 제1판에는 위태천과 석가여래의 좌협시인 문수보살을 중심으로 한 권속이 새겨져 있고, 제2판에는 석가여래와 우협시인 보현보살을 중심으로 권속이 새겨져 있다. 위태천은 갑옷과 투구를 쓰고 합장한 양팔 위에 보검을 가로로 얹어놓은 전형적인 모습이다.
화암사에서 간행한 묘법연화경변상도(1443년)의 위태천 모습과 흡사하지만 그 보다 더 건장하고 당당한 모습이다. 설법도에서 석가여래와 협시보살은 원형의 두광과 신광을 지고 나란히 앉아 있으며 많은 권속들이 횡으로 4열을 이루며 서있다. 설법도 중앙의 석가여래는 높은 대좌에 앉아 오른손을 앞가슴쪽으로 든 설법의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그 위로 합장하고 결가부좌한 화불(化佛)이 크게 묘사되어 있다. 석가의 대좌 앞에는 오른쪽으로 약간 비켜서 한 제자가 무릎을 꿇고 있으며, 그 뒤로 합장한 여인이 표현되어 있다. 이들은 바로 걸식 도중 마등가녀(摩登伽女)의 환술(幻術)에 걸려들었던 아난(阿難)이 무릎을 꿇고 참회하며 설법을 듣고 있는 모습과 아난을 유혹하려다 붓다의 교계(敎誡)를 받고 참회하며 불교에 귀의할 것을 서원하고 있는 마등가녀를 표현한 것이다. 좌협시보살 아래의 보살과 사천왕 사이에 끼어있는 제왕형의 인물은 석가에게 공양을 마련한 파사익왕(波斯匿王)이다. 4열을 이루는 권속중 가장 아래줄에는 제자, 그 위의 제2, 3, 4열에는 보살들이 합장하고 있으며, 설법도의 좌우에는 사천왕과 팔부중이 배치되어 있다. 존상들은 모두 구름으로 싸여 있으며 화면의 상부에는 본존으로 부터 퍼져나간 광선이 촘촘히 새겨져 있는데 광선은 작은 톱니처럼 구불구불하다. 그리고 화불의 좌우에는 광선 사이로 길게 구름이 흐르고 있다.
제2판의 향우 하단에 작은 곽이 있고 그 안에 ‘熙刀’라는 표기가 있다. 이는 변상도를 새긴 각수 연희(演熙)의 표식이다. 연희는 17세기 후반 20여년간 경상도 울산 운흥사(雲興寺)에서 활발하게 경전을 간행하였다. 그는 10권이나 되는 방대한 양의 수능엄경과 변상도를 혼자 판각하였다. 이외에도 해수관음도(海水觀音圖), 권수정업왕생첩경도(勸修淨業往生捷勁圖) 같은 단독 판화도 제작하였는데, 그가 판각한 변상도는 각선이 유연하고 깔끔하여 같은 시기의 번각본 보다 기량이 뛰어나다.
변상도 앞에 다른 판본의 변상도 첫 번째장이 덧붙여져 현재 변상도가 3장이 붙어있는데, 후쇄할 때 덧붙인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박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