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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 변상도해제
대자본 법화경의 변상도로 정희왕후발원본(1470년) 계열의 도상으로 2매의 판에 새겨진 영산회상도이다. 권말 간기에 ‘康熙七年七月日慶尙道蔚山西雲興寺開板’이라 기록되어 있고 각수는 계신(戒信)이고 화주는 학훈(學勳)과 연희(演熙)이다. 뒷표지 내면의 묵서로 보아 무오년사월에 인출하고 다음해인 을미년에 덕유산 구천둔사(九千屯寺)로 옮겼음을 알 수 있다. 1668년 이후의 무오년은 1678년 혹은 1738년인데 인출 상태로 보아 1678년일 가능성이 크다.
항마촉지인을 취한 석가모니불과 그를 향해 질문하고 있는 사리불(舍利弗)을 중심으로 8위(位)의 보살, 범천과 제석천, 십대제자, 사천왕과 팔부중의 일부와 용왕 및 용녀 등의 권속들이 좌우로 나뉘어 배치된 구성이다. 석가모니불은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편단우견(偏袒右肩) 식으로 대의(大衣)를 입었고, 등 뒤로 보주(寶珠) 형의 거신광(擧身光)이 불신을 장엄하고 있다. 광배 내부는 꽃무늬, 연화덩굴무늬와 불꽃무늬 등의 문양으로 화려하게 채워져 있다. 광배 위로 화려한 천개(天蓋)가 붓다를 장엄하고 있으며, 그 좌우 공중에는 시방제불(十方諸佛)이 구름을 타고 날아오고 있다. 이외의 공간은 온통 구름으로 채워져 있고 화면 끝에는 산화(散華)들이 흩어져 있다.
17세기의 번각본이지만 초간본처럼 새김이 유연하다. 석가불을 비롯한 각 존상의 모습도 온화하고 이목구비의 표현도 자연스러우며 옷 주름선이나 장식, 옷이나 광배의 문양 등을 새긴 각선들이 정교하고 깔끔하다. 17세기 전반기의 판본 보다도 판각의 기량이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변상도 판각의 특징은 초간본 혹은 번각본인지의 여부가 가장 큰 차이가 나지만 각수의 기량에 따른 차이도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문화재청 박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