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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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반야바라밀경오가해설의(金剛般若波羅蜜經五家解說誼)

※ 변상도해제
석가모니불이 기원정사(祇園精舍)에서 설법하는 장면을 1매의 판에 새긴 도상으로 『기원설법도(祇園說法圖)』이다. 보살, 십대제자, 사천왕, 팔부중 등 권속에 둘러싸인 석가모니부처는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앉아 화면 왼쪽 아래에 모여 있는 청문중(聽聞衆)을 내려다보며 설법하고 있다. 청문중은 승속(僧俗)이 섞여 있으며 모두 무릎 꿇고 합장한 자세이다. 부처 앞에는 향로와 화반이 놓인 불탁(佛卓)이 있고 그 앞에는 역시 무릎 꿇고 청문하는 수보리(須菩提)가 자리하고 있다.
본존은 원형의 두광과 신광에 싸여있고, 주위의 권속들도 원형 두광을 지고 3~4단으로 늘어서 있는데 모두 구름에 싸여있다. 본존의 머리 위에는 화려한 보개(寶蓋)가 석가모니를 장엄하고 있으며 백호(白毫)에서 나온 광명이 보개를 통해 좌우로 길게 퍼져나가고 있다. 불보살을 비롯한 각 존상들은 모두 자신들의 성격을 드러내듯 특징적인 자세와 복식이 표현되었다. 대부분의 경전변상도에서 설법하는 부처는 정면관을 취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금강경변상도는 이처럼 사선구도를 취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강경변상도인 돈황(燉煌)에서 발견된 당대 함통(咸通)9년(868) 간행된 금강경변상도 역시 이와 유사한 구도를 취하고 있어 약간의 변용은 있으나 도상의 영향 관계를 알 수 있다. 이 도상은 주로 금강경오가해의 권수 변상도이며, 전라도 금산 신안사본(1537)이나 경상도 안동 광흥사본(1530년) 같은 16세기판본과 경기도 삭령 용복사본(1632년), 함경도 안변 석왕사본(1634년) 등의 17세기본 등 수십차례 간행되어온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 판본의 대표적인 도상이다. 이 판본은 17세기후반 운흥사에서 『수능엄경(首楞嚴經)』 등 여러 경전의 변상도를 판각한 각수 연희(演熙)가 새긴 것인데, 신안사본 같은 16세기의 변상도 보다도 각선이 유연하고 꼼꼼한 표현이 돋보인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 작은 곽을 만들어 그 안에 ‘演熙刀’라 새겨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있다. 연희는 운흥사에서 활동하던 변상도 전문 각수이다.
17세기 판본들은 대체로 경직된 면이 두드러지는데 연희가 새긴 변상도들은 대체로 유연하고 얼굴표정 등이 생동감 있다. 연희는 조선시대 후기 변상도 판각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는 각수로 손꼽을 수 있다.
문화재청 박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