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석가여래행적송(釋迦如來行蹟頌) / 釋迦如來行蹟頌序

ABC_BJ_H0093_T_001

006_0484_b_01L
석가여래행적송釋迦如來行蹟頌
석가여래행적송서釋迦如來行蹟頌序
정순대부 밀직사 좌부대언 판선공시사 진현제학 지제교 이숙기1) 지음

유학으로 업을 삼은 사람은 비록 오상五常2)의 근원을 깊숙이 연구하여 행하지는 못하더라도, 앞선 성인이신 문선왕文宣王3)이 세상에 내려와 가르침을 세우신 사물의 시초(權輿)4)와 심오한 이치(壼奧)5)를 알아야 하고, 어떤 이가 와서 묻거든 거칠게나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유생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석존의 제자도 그러하여 이미 자신의 성姓을 버리고 석존의 제자가 되었다면, 본사本師이신 여래께서 세상에 나와 교화하신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6)을 반드시 먼저 자세히 살펴본 연후라야 석존의 제자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슬프구나! 두 종류의 사람이 없음이여, 만일 있다면 어찌하여 한두 번 귀에 들리거나 눈에 띄지 않았겠는가?
여기 시흥 산인始興山人 묵공黙公의 자字는 무기無寄인데, 사람됨이 수수하여 화려함이 없으니, 모습이 그의 마음과 같음이로다. 젊어서부터 천태산을 오가면서 공空·가假·중中을 오로지 공부하고, 손수 『석가여래행적송』을 지었다. 다섯 자로 묶은 구句를 따라 주석을 붙이니, 두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판목에 아름답게 새겨 널리 전하고자 하였으니, 그가 두루 보고 널리 통달하였음은 곧 ‘깃털 하나만으로 봉황이라는 것을 아는 일’과 같다.
그리고 석가의 종파나 부처님의 말씀이 상세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이 늙은이가 배우지 못하였으니, 어찌 감히 거기에 손댈 수 있겠는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이고, 다만 그의 박식함과 정교한 서술을 찬미할 뿐이로다.
대원大元 지순至順 경오庚午7) 4월 일 회암 노인晦巖老人이 가정柯亭8)에서 쓰다.


006_0484_b_01L[釋迦如來行蹟頌]

006_0484_b_02L1)釋迦如來行蹟頌序

006_0484_b_03L

006_0484_b_04L正順大夫密直司左副代言判繕工
006_0484_b_05L2)事進賢提學知製敎李叔琪述

006_0484_b_06L
夫業於儒者雖未窮五常之源而行之
006_0484_b_07L要知先聖文宣王之垂世立敎權輿3)
006_0484_b_08L有來問者粗說之可稱爲儒爲釋
006_0484_b_09L氏者亦然旣捨尒姓而投釋種本師如
006_0484_b_10L來出興行化一大事因必先覼縷然後
006_0484_b_11L方名爲釋子無二人儻有焉何未
006_0484_b_12L嘗耳目其一二今始4) [1] [1] 山人默公字無
006_0484_b_13L爲人拙而無華皃如其心少遊天
006_0484_b_14L台山專精空假中手述如來行5)
006_0484_b_15L之以五字隨句而註書成兩軸規將
006_0484_b_16L繡梓以遐傳其愽覽該通則於此毛知
006_0484_b_17L鳳矣且如釋迦宗派與金口言之詳
006_0484_b_18L未老夫不之學安敢措手於其間末如
006_0484_b_19L也已但美其强記而精述云

006_0484_b_20L
時大元至順庚午四月日

006_0484_b_21L
晦巖老人書于柯亭
  1. 1)이숙기李叔琪 : 고려 후기의 문신. 생몰 연대 미상. 고려 충혜왕 복위 3년(1342)에 세워진 속리산 법주사 자정국존비慈淨國尊碑에는 그가 이 비문을 지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2. 2)오상五常 : 유교에서 말하는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 다섯 가지 기본 덕목. 한대漢代 동중서董仲舒가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하여 맹자가 주창한 인·의·예·지에 신을 더하면서 ‘오상의 덕’이라 불리게 되었다.
  3. 3)문선왕文宣王 : 공자를 말한다.
  4. 4)사물의 시초(權輿) : 저울을 만들 때는 저울대(權)부터 만들고, 수레를 만들 때는 수레 바탕(輿)부터 만든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사물의 기원이나 시작을 의미한다.
  5. 5)심오한 이치(壼奧) : 사물의 깊숙한 곳, 궁극의 경지를 의미한다.
  6. 6)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 : 부처님이 중생 구제를 위해 이 세상에 출현하신 큰일을 ‘일대사一大事’라고 한다면, 각기 다른 사람들의 능력에 따라 여러 가지 방편으로 이끌어 모두 구하게 되는 중대한 인연을 ‘일대사인연’이라고 한다. 중생들은 이것에 의해 성불하게 된다.
  7. 7)대원大元 지순至順 경오庚午 : 대원은 원나라, 지순은 원나라 문종 때의 연호, 경오년은 1330년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고려 충혜왕(1315~1344)의 재위 기간이기도 하다.
  8. 8)가정柯亭 : 정자의 이름. 피리를 말하기도 하는데, 후한의 문인 채옹蔡邕이 절강성浙江省 회계會稽 땅의 가정柯亭에 머무르고 있을 때, 유숙하던 집의 대나무 서까래를 잘라 피리를 만들었다는 고사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