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침굉집(枕肱集) / 枕肱集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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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굉집枕肱集 하下
문文
우인友人에게 주다
옛날에 이른바 붕우朋友가 지키는 것은 도의道義요, 아끼는 것은 명절名節이었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노력하여 틈이 없게 하고 조용히 도道에 맞게 하면서 이름이 천고에 향기롭게 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군자의 사귐이라고 할 것입니다. 오늘날 이른바 붕우란 교제하는 것은 이록利祿이요, 숭상하는 것은 공명功名입니다. 그래서 이록이 다하면 교제가 소원해지고 공명이 커지면 서로 해치면서 백년토록 악취가 풍기게 하니, 이것이 바로 소인의 사귐이라고 할 것입니다.
소제小弟가 비록 불민不敏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옛사람의 사귐에 뜻을 두고 홀로 외로이 서서 붕우를 구했으나 찾지 못하다가, 다행히 노형老兄을 만나 함께 지향하는 목표를 이야기하고 마음속으로 강개慷慨하면서 서로 늦게야 알게 된 것을 한스럽게 여겼습니다.
대개 노형이 좋아하는 것은 도道이고 닦는 것은 행실이니, 소인이 숭상하는 것과는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제도 도를 숭상하면서 진정으로 노형을 사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그렇긴 하지만 노형이 아니면 그 누가 소제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며, 소제가 아니면 그 누가 노형의 위대함을 알릴 수 있겠습니까. 옛날에 훈지塤篪94)가 서로 호응한다고 한 것은 바로 이것을 두고 말한 것입니다.
대저 도에 통하는 것을 ‘통通’이라고 하고, 도에 궁한 것을 ‘궁窮’이라고 하는데, 노형은 도에 통한 기운이 있는 반면에, 소제는 도에 궁한 자질만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쑥대가 감히 푸른 솔에 기댈 수 없는 것처럼 스스로 부끄럽게 느끼고 있습니다마는, 양원楊園의 길이 묘구畝丘에 오를 수도 있는 법이니,95) 어찌 그 사이에 빈궁과 영달을 논할 수가 있겠습니까.
옛날에 장이張耳와 진여陳餘는 문경지교刎頸之交96)를 맺고서 서로 죽음으로써 다짐하였으니 어찌 그 사이에 조금이라도 틈이 벌어졌겠습니까마는,97) 나라를 차지하고 권력을 쟁탈하다가 끝내는 서로 멸망하고 말았습니다.98) 이 세리지교勢利之交99)에 대해서는 옛사람들도 수치스럽게 여겼습니다마는, 소제 역시 수치스럽게 여기는 바입니다.
이에 반해

008_0353_b_01L1)枕肱集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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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353_b_03L2)

008_0353_b_04L呈友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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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之所謂朋友者其所守者道義所惜
008_0353_b_06L者名節也故密勿而世間從容而中道
008_0353_b_07L名芳千古此君子之交也今之所謂朋
008_0353_b_08L友者其所交者利祿所尙者功名也
008_0353_b_09L故利盡而交踈名大而相害遺臭百年
008_0353_b_10L此小人之交也弟雖不敏窃有志於古
008_0353_b_11L人之交而孑孑獨立求友世 [15] 便幸逢
008_0353_b_12L老兄共陳志慕神氣慷慨恨相知之
008_0353_b_13L晩也盖兄之所好者道也所修者行也
008_0353_b_14L非若小人之所尙故弟亦相尙以道慕
008_0353_b_15L用誠也雖然微兄孰能知小弟之心
008_0353_b_16L孰能遂先 [16] 兄之大乎古之所謂塤篪
008_0353_b_17L相應此之謂也夫通於道之謂通
008_0353_b_18L於道之謂窮兄有通道之氣而弟抱窮
008_0353_b_19L道之資故自慙靑蒿之與碧松不敢相
008_0353_b_20L倚也然楊園之途 [17] 于畝丘何容窮
008_0353_b_21L達於其間哉昔張耳陣 [18] 以刎頸爲交
008_0353_b_22L相然信死豈顧問哉及據國爭權卒相
008_0353_b_23L滅亡勢利之交古人羞之弟亦羞之

008_0353_c_01L자금장子琴張과 맹자반孟子反은 도道에 입각하여 붕우를 삼아 서로 쳐다보고 웃으면서 마음속으로 어긋나는 점이 없었습니다.100) 그리하여 동도同道로 서로 유익하게 하고 동심同心으로 함께 이루어 나가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았으니, 이것이 바로 군자의 순결한 우정이라고 할 것입니다. 소제가 그 풍도風度를 듣고 흥기興起하여 이에 짝할 것을 생각한 지 오래되었습니다마는, 붕우로 삼을 만한 사람이 없는 것을 한탄할 따름이었습니다.
지금 노형은 도기道氣를 많이 지니고 있고 인색한 마음이 없어서, 다른 사람의 훌륭한 점을 보면 마치 자기 몸에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여길 뿐, 질시하거나 어긋나는 태도를 취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소제가 이를 사랑하고 중하게 여겨, 노형과 옛사람의 사귐을 가져 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취미당翠微堂101)에 삼가 올리다
서산西山에 달이 빛을 감추자 사해(四溟)가 변하여 뽕나무 밭이 되고, 금봉金峯에 해가 떨어지자 푸른 바위(碧岩)가 깨져서 조약돌이 되었습니다.102) 이를 비유하자면, 대순大舜이 붕어崩御하자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103) 과보夸夫104)가 죽자 태양을 뒤쫓는 자를 볼 수 없게 된 것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절(雞園)은 적막에 잠기고 탑(雁塔)은 처량한 기색을 띠고 있습니다.
아, 우리 대사는 산악이 신령스러운 기운을 내려보내 영령한 재질을 저절로 품부 받았고, 하늘이 명운命運을 부여하여 준일俊逸한 재능을 홀로 소유하였습니다. 그래서 지혜는 삼관三關을 뚫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죽이는 임제臨濟의 적수赤手를 계승하였고, 눈은 사해四海를 텅 비워 용담龍潭을 만났던 덕산德山의 드높은 품성을 본받았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교해敎海의 차디찬 물결을 뒤집으며 세 치의 무쇠 혀를 놀리고, 선등禪燈의 빛나는 불꽃을 일으키며 한 짝의 구리 눈을 밝힘으로써, 마치 골짜기의 봄눈이 녹듯 의혹이 모두 사라지게 하고, 하늘에 태양이 걸리듯 감춰진 비밀의 문이 활짝 열리게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한번 총지摠持를 듣자 붉은 불을 휘날리는 자가 방에 가득하고, 세 번 통렬하게 방망이를 가하자 서슬 퍼런 칼을 손에 쥔 자가 뜰에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온 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발꿈치를 들고 목을 빼고서 기다리게 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다만 땅바닥에서 헐떡이는 물고기가 물을 부어 주기를 생각하는 정도일 뿐이었겠으며, 가슴을 치고 눈을 비비고서 쳐다보게 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다만 모진 가뭄에 무지개를 기다리는 정도일 뿐이었겠습니까.
이에 의로운 용이 물에서 치달리며 의연히

008_0353_c_01L且子琴張孟子反以道爲友相視而咲
008_0353_c_02L無逆於心以同道相益同心共濟
008_0353_c_03L始如一此乃君子之素交弟聞其風而
008_0353_c_04L興起思之匹之者久矣恨昧人之可友
008_0353_c_05L今老兄多有道氣又無鄙悋之懷人之
008_0353_c_06L彥聖若己有之無媢嫉悖戾之態
008_0353_c_07L弟愛而重之庶古人之交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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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353_c_09L謹上翠微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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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山月黑四溟變爲桑田金峰日沉
008_0353_c_11L碧岩裂爲拳石譬如大舜殂落撫彤琴
008_0353_c_12L者蔑聞夸父云亡追白日者鮮見
008_0353_c_13L鷄園寂寞鴈塔凄凉於我大師維岳
008_0353_c_14L降神自得英靈之秀乃天賦命獨抱
008_0353_c_15L俊逸之雄故慧徹三關挹臨濟殺佛祖
008_0353_c_16L之赤手眼空四海效德山見龍潭之高
008_0353_c_17L遂乃飜敎海之寒波掉三寸之鐵舌
008_0353_c_18L發禪燈之赫焰瞭一隻之銅睛使疑曀
008_0353_c_19L盡除若春氷之泮巨壑秘藏洞啓
008_0353_c_20L瑞景之麗高穹故以一聞緫持鬣朱火
008_0353_c_21L者盈室三度痛棒爪白刃者滿庭使海
008_0353_c_22L內䂨額廷頸豈徒涸鱗之思水拊膺揩
008_0353_c_23L奚啻苦旱之望霓於是義龍川犇
008_0353_c_24L題名依版心而編者補入「文」編者補入

008_0354_a_01L좌상이 무너질 정도의 고상한 모임을 이루었고, 계율의 호랑이(律虎)가 산에서 호응하며 완연히 팔을 끊는 경사스런 자리를 이루었으니, 그 위엄은 사자가 몸을 떨치는 것과 같았고, 그 위의威儀는 상왕象王이 머리를 돌리는 것과 같았습니다. 혹시 임제臨濟가 흥기하는 운세가 다시 찾아오는 것입니까. 혹시 신감信鑑의 영광105)이 재차 도래하는 것입니까. 어쩌면 그토록 완전하게 도덕이 밝게 드러나고, 어쩌면 그토록 성대하게 신족神足이 크고 위대하단 말입니까.아, 일백십 성城의 남쪽 여행에서 몸을 잊고서 수많은 법계를 경험하였고,106) 십만 리 서쪽으로 떠나며 빈손으로 총령蔥嶺을 넘어갔습니다.107) 그러고 보면 낱낱이 원만하게 이루어졌으니 어떻게 주고받을 수가 있겠으며, 사람마다 본래 갖추고 있으니 어떻게 말하고 듣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저는 관산冠山(장흥의 천관산)에서 보광葆光에 의지하여 13세에 머리를 깎았고, 만옹晩翁을 선탑仙榻으로 방문하여 고금의 일을 대략 통하였습니다. 하지만 『시전詩傳』 삼백 편을 외웠어도, 연비어약鳶飛魚躍의 비은費隱108)을 아직 터득하지 못하였고, 장생莊生의 오만 어語를 읽었어도, 교주몽접覺周夢蝶의 허거栩蘧109)를 여태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취령鷲嶺의 맑은 바람결에 납의衲衣를 휘날렸어도 마음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겠고, 소림少林의 시원한 달빛 아래 지팡이를 울렸어도 뼛속이 시린 것을 참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반딧불로 산을 태우려 하니, 어리석은 자라고 칭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리고 허공 꽃으로 열매를 맺으려 하니, 미친 사나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축타祝鮀110)처럼 아첨할 줄도 모르고, 송조宋朝111)와 같은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지도 못합니다마는, 고지식하긴 해도 지조를 지킬 줄은 알고 어수룩하긴 해도 성실하긴 합니다. 이에 생각하기를 ‘저 성인들의 처방을 약으로 마시고서 병을 치료해야 할 것이다. 어찌하여 저 뭇 꽃들처럼 신실하지 못하게, 다투어 돌을 고집하면서 진주를 잃어서야 되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그동안 우직한 태도로 도를 따르며 정대하게 행한 것을 뒤돌아보고, 나의 인생이 황폐해진 것을 슬퍼하면서도 지름길로 가려 하면 오히려 낭패를 당하리라 여기고서 ‘언덕길을 잘 택하여 공을 굴리고, 닭을 빌려서 알을 품게 해야 하겠다’112)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천지는 하나로 합해졌으니 누가 위와 아래를 구분할 것이며, 강과 바다는 근원이 똑같으니 어떻게 짜고 싱거운 맛을 구별하겠습니까. 그래서 외람되게 훌륭한 자리에 끼이게 되었으니, 이는 지렁이가 승천하려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요, 감히 덕음德音을 입게 되었으니, 이는 모기가 봉황에 붙은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비록 바람 소리가 나게 도끼를 휘두르는 묘한 솜씨를 지니고 있다고 할지라도,

008_0354_a_01L拆床之高會律虎山應 斷臂之慶筵
008_0354_a_02L其威也獅子振身其儀也象王回首
008_0354_a_03L或臨興再運耶或信鑑重榮歟其何道
008_0354_a_04L德之著明如彼其全也神足之雄偉
008_0354_a_05L彼其盛乎百十城南行忘身法界
008_0354_a_06L齟齬十萬里西去空手葱嶺
008_0354_a_07L則箇箇圓成豈授受之可矣人人本具
008_0354_a_08L奚說聽之恒然然弟依葆光於冠山
008_0354_a_09L三祝髮訪晩翁於仙榻今古聊通
008_0354_a_10L而誦詩傳三百之篇尙未達鳶飛魚躍
008_0354_a_11L之費隱讀莊生五萬之語猶不識覺周
008_0354_a_12L夢蝶之栩遽 [19] 抑又衲翻鷲嶺之淸風
008_0354_a_13L寒不耐笻鳴少林之凉月骨冷難堪
008_0354_a_14L况取螢火以燒山固稱愚者邀空花以
008_0354_a_15L結果不曰狂夫然靡有祝鮀之諛
008_0354_a_16L無宋朝之美戇直而尲尬恫悾而信愿
008_0354_a_17L乃曰彼諸聖之處方要飮藥以痊病
008_0354_a_18L奚衆芳之不諒爭執石以失珠感前之
008_0354_a_19L慱謇旣遵道而耿介哀吾生之鹵莾
008_0354_a_20L維捷徑而跉跰曰擇板以走丸羌假鷄
008_0354_a_21L以伏卵窃惟天地一統誰上下之可分
008_0354_a_22L河海同源豈醎淡之是別故乃濫投勝
008_0354_a_23L有同蚯蚓之昇天叨蒙德音無異
008_0354_a_24L蚊䗈之附鳳雖有運斤成風之妙手媿

008_0354_b_01L코끝에 흰 흙을 바르고 서 있는 장한 모습이 없다면 부끄러운 일입니다.113) 제가 들어도 알지는 못합니다마는, 도의 씨앗은 부들이나 갈대보다도 빨리 자라나고, 배워도 성취하지는 못합니다마는, 죄의 뿌리는 먼지나 모래알보다도 작습니다.
머리를 베어 바쳤던 보명普明의 정성114)을 본받으려 해도 높은 은덕을 보답하기 어렵고, 뼈를 으스러뜨린 파륜波輪의 공경115)을 본뜨려 해도 큰 은혜를 갚을 수가 없습니다. 세 번 부르신 제휴提携의 요청에 대해서는 실로 답하지 못했습니다마는, 다시 정리하는 의궤懿軌에 대해서는 어찌 기리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삼가 변변찮은 글을 우러러 바치오니, 우레도 고요하게 하는 수월(黙雷水月)의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받아 주시고, 사모하는 정성을 굽어 살피시어 금구金口 연화蓮花의 자비로운 눈길을 드리워 주소서.
법회 용상龍象 첨단僉壇에 삼가 올리다
달(桂輪)이 하늘(銀漢)을 외로이 비침에 달빛이 온 세계에 가득하고, 하늘 못이 푸른 하늘을 널리 씻김에 물결이 사방을 적십니다. 그러므로 어두움이 어느새 사라지고 초췌함이 모두 빛을 발합니다. 태공太空이 비호해 주는 것도 이와 같은데, 어진 이의 마음이 어찌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여러 형들의 선산禪山이 높은 것은 마치 미로彌盧116)가 뭇 봉우리 위에 우뚝 솟은 것과 같으며, 법해法海가 깊은 것은 마치 천지天池가 일만 물결을 모두 삼킨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기상이 드높고 신골神骨이 기이하여, 아무리 물들여도 검어지지 않고, 뚫을수록 더욱 견고하기만 한 것입니다.117)
그런데 주 문왕周文王의 시혜施惠를 우러러보는 것은 사람들의 생활을 넉넉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요, 수달須達의 급고給孤118)를 사모하는 것은 고독한 자를 애처롭게 여겨 주었기 때문입니다. 소제小弟가 이 좋은 모임에 몸을 의탁하였는데, 개미 뿔 같은 빈 주머니를 털기만 해도 십순十旬 동안 배가 부를 것이니, 그렇게 되면 파리 손 같은 미천한 정성을 본받아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것도 깨닫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옛날에 한 그릇의 거친 밥도 순금 백 근에 못지않다고 하였으니, 지금 여름철 동안 맛있는 음식을 얻을 수 있다면 어찌 한 가닥 명향名香을 피워 올려 축도祝禱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초에 영원히 이별할 뜻이 없었는데 고하지도 않고서 발길을 돌린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에 떠날 뜻을 굳히기에 앞서 더욱 우울해지는 심정으로 목을 빼고서 기다리는 바입니다. 지금의 심정을 비유하자면 천리마의 다리가 묶여서 기운이 떨어지고, 학의 날개가 꺾여서 슬피 우는 것과 같다고도 하겠습니다. 그래서 깊은 숲속의 뱁새가 된 것이 부끄럽고, 봄 언덕의 갈매기가 된 것이 개탄스럽습니다.

008_0354_b_01L無堊漫鼻端之壯容聞而不知道種敏
008_0354_b_02L於蒲葦學而不就罪根銷於塵沙
008_0354_b_03L欲學普明刎頭之誠難報峻德傚波輪
008_0354_b_04L破骨之敬莫酧鴻恩固未答三喚之提
008_0354_b_05L胡不讃再整之㦤軌伏以仰呈草痤
008_0354_b_06L動默雷水月之虗襟俯恤葵誠垂金口
008_0354_b_07L蓮花之慈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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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354_b_09L敬呈法會龍象僉壇

008_0354_b_10L
桂輪孤朗於碧漢暉騰八垓天澤普洒
008_0354_b_11L於蒼空波沾四域故以群昏頓爍
008_0354_b_12L悴咸熙太空之庇有然者焉仁人之
008_0354_b_13L胡不云爾僉兄禪山節截類彌盧
008_0354_b_14L之高落群峯法海泓深若天池之橫呑
008_0354_b_15L萬派故氣像峍屼神骨嶙峋涅而不
008_0354_b_16L鑽之彌固然仰周文之施惠哿矣
008_0354_b_17L富人慕須達之給孤哀此䒖 [20] 弟投
008_0354_b_18L勝會拂螘角之空槖腹猶果然十旬
008_0354_b_19L效蠅手之微誠首不覺其九頓何也
008_0354_b_20L古一頓之糲飯尙可效兼金百斤今九
008_0354_b_21L夏之旨甘胡不祝名香一炷其奈初無
008_0354_b_22L永別之意不告以旋踵斯當便隔之期
008_0354_b_23L增欝悒而引領比如縶騏足以氣橫
008_0354_b_24L鶴翎以鳴哀愧鷦鷯之深林歎沙

008_0354_c_01L어떡하면 인각麟閣을 다시 밟고서 천년토록 단액丹液을 마시고, 재차 용문龍門에 올라 성가聲價를 십 배나 올릴 수 있겠습니까.
다만 두렵고 가슴 아픈 것은 풀줄기로 큰 종을 치는 것처럼 졸언拙言이 응답을 받지 못할까 하는 것이요, 큰 나무에 얽혀 있는 칡덩굴을 흔들어 떨어뜨리는 것처럼 거벽巨擘을 만나지 못할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외로운 기러기가 무리를 잃은 것을 한스럽게 여기고, 학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것을 부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외람스럽게도 분수를 헤아리지 못한 채 여러분들의 곁을 멀리 떠나게 되었으니, 바라건대 나의 이 정성을 굽어살피시어 멀리 내버리려는 마음을 갖지 마소서. 감히 속마음을 토로하여 엄안嚴顔을 범하면서 형들의 금옥金玉과 같은 목소리를 고대하는 바입니다.
백파 도인에게 증정하다
도道를 도라 할 수 있으면 참된 도가 아니기에 공자가 말을 하지 않은 것이요, 이름을 이름이라 할 수 있으면 참된 이름이 아니기에 노자가 주재主宰하지 않은 것입니다.119) 누가 도라 할 수 없는 도(不道之道)를 알아서 인간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누가 이름 부를 수 없는 이름(不名之名)을 터득하여 온 세계에서 여유로울 수 있겠습니까.
대사는 땅으로 귀양을 온 천인天人으로서 신기하고 준수한 기상이 무리 중에서 빼어나고, 태어날 때부터의 선범仙梵으로서 골상骨像이 누구보다도 뛰어납니다. 그러므로 소년 시절부터 유교의 서적을 공부하여 통발을 쥐고서 물고기를 잡았고, 성년이 되자 불교의 경서를 탐구하여 그물을 가지고 토끼를 잡았습니다. 이것을 비유하자면 태양을 좇는 천리마는 어려서부터 선혈鮮血의 땀방울을 흘리고, 폭풍 속을 나르는 독수리는 새끼 때부터 강인한 깃털을 자랑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상강湘江의 대나무가 원래 곧다고 하더라도 날개와 화살촉을 빌려야 그 화살이 깊이 들어가고, 곤륜산의 옥돌이 비록 진귀하다고 하더라도 갈고 닦아야만 값이 더 나가는 법입니다. 그래서 말고삐를 서쪽으로 향하여 벽암碧巖120)에 올라가서는 구멍에 기둥이 잘 끼워지듯 하였고, 석장을 남쪽으로 날려 취미翠微121)의 방에 들어가서는 마른 쑥에 불이 옮겨붙듯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심오한 세계에서 부침한 것은 달 밝은 물결 위의 신룡과 같았다고 할 것이요, 고명한 경지에 승강한 것은 바람 맑은 광야의 준마와 같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눈빛이 해와 달을 쏘면서 하늘과 땅을 손에 쥐었고, 입은 바람과 우레를 토하면서 강과 바다를 가슴속에 담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도를 숨기려 할수록 더욱 드러났으니, 이는 사향노루가 산속에서 잠을 자도 향기를 풍기는 것과 같았으며,

008_0354_c_01L春岸何當重驗獜閣丹液飡於千齡
008_0354_c_02L再登龍門聲儥高於十倍但以恐詘言
008_0354_c_03L之不應撞鉅鍾以寸 痛巨擘之難逢
008_0354_c_04L落藟葛之大樹故恨孤鴈之失友羡羣
008_0354_c_05L鶴之同飛不揆猥蒙遙謝高澤願垂
008_0354_c_06L眸下鑑不我遐心而弃之投誠犯嚴
008_0354_c_07L望兄金玉其音也

008_0354_c_08L呈栢坡道人

008_0354_c_09L
可道非道孔聖所以無言可名非名
008_0354_c_10L老君所以不宰孰能知不道之道而方
008_0354_c_11L得得於寰中得不名之名而且休休焉
008_0354_c_12L宇內大師天人謫降神俊出乎其流
008_0354_c_13L仙梵抱 骨像拔乎其萃故髫專魯誥
008_0354_c_14L爰執筌而得魚冠討笁墳曰攬蹄而捉
008_0354_c_15L比如霜蹄逐日 1) [6] 血由於攻駒
008_0354_c_16L質排風釼翎在於喙菢然而湘竹自直
008_0354_c_17L假羽鏃而入深崑玉雖珎須琢磨而價
008_0354_c_18L故頓轡西邁登碧岩而鑿枘難量
008_0354_c_19L騎錫南遊昇翠室而艾火合値然則浮
008_0354_c_20L沈淵奧神龍之於月明澄波昇降墻高
008_0354_c_21L逸騏之於風淸廣野是以眼射日月
008_0354_c_22L乾坤於掌中口吐風雷涌河海於胷次
008_0354_c_23L然道欲隱而彌露麝眠嵐而偏香名不
008_0354_c_24L「汙」疑「汗」{編}

008_0355_a_01L이름을 밝히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드러났으니, 이는 송곳이 주머니 속에서 곧바로 튀어나오는 것과 같았습니다. 말하자면 칡베 옷 속에 옥을 품고 있어서 산뜻한 광채가 날로 바래짐이 없고, 비단 옷을 입고 겉에 홑옷을 걸쳐서 은은한 빛이 날로 드러나게 되었으니,122) 위에서 말한 도 아닌 도를 어찌 대사가 아는 것이 아니겠으며, 이름하지 않는 이름을 어찌 대사가 터득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부득이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겠으니, 방명芳名이 흘러넘치면서 마치 학이 언덕에서 울자 그 소리가 구천九天에까지 들린 것처럼 되었고, 도기道氣가 발양發揚하면서 마치 대붕이 하늘에 오르자 그 날개가 만 리에 드리워진 것처럼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자 흑백의 개미들이 좋아하여 모여들고,123) 뭇 새들이 상서로운 봉황을 따르게 된 것이며, 원근의 구름이 한데 모여들고, 온갖 물들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이에 황금의 사자좌에 올라 불법의 단비가 부슬부슬 내리게 하고, 백옥의 지휘봉을 휘두르며 첩첩이 뒤덮인 의혹의 안개를 흩어버리자, 듣는 이들이 심복하면서 가슴에 새기게 되었고, 보는 이들이 기뻐하며 자신도 모르게 발로 구르고 손으로 춤추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때에 못을 위해 물고기를 몰아 주는 것이 수달이라면,124) 대사를 위해서 사람을 몰아 준 것은 바로 나였습니다. 나는 선단禪壇의 벼룩이나 이와 같고 석원釋苑의 제비나 참새 같은 존재로서, 본래 하늘 높이 나는 홍곡鴻鵠의 뜻도 갖지 못한 채, 그저 먼지 속에 묻힌 광물과 같은 자질을 지니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위로는 검은 표범을 사냥하려고 하늘에 기댄(倚天) 장검長劍125)이 되지 못하고, 들어가서는 지혜의 불꽃을 불러일으켜 수리를 떨어뜨릴 탄환을 만들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감히 범연梵筵에 찾아가서 대도大道를 듣고는 깜짝 놀랐고, 외람되게 좋은 벗들의 대열에 끼어서 지극히 오묘한 도리를 논하며 망연자실하였던 것이었습니다.126) 그런데 옛날에 큰 지혜의 소유자는 바보와 같고, 위대한 변론은 말을 더듬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듯이, 그러니까 그렇다고 하고, 그렇지 않으니까 그렇지 않다고 하였으며, 가하니까 가하다고 하고 불가하니까 불가하다고 할 뿐이었습니다.127)
예컨대 반쪽 수레바퀴와 같은 붉은 태양은 양곡暘谷128)의 백 척 높이의 부상扶桑에 걸려 있고, 한 조각 차디찬 달은 엄자산崦嵫山129)의 만 길 높이의 약목若木에 가까이 있습니다. 또 붉은 벼랑의 수려한 나무는 구름 그림자를 헤치고서 거문고를 울리고, 옥동玉洞의 아름다운 시내는 눈꽃을 토하며 비파를 연주합니다. 그런가 하면 단풍이 물든 산봉우리는 만첩 병풍으로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서리가 진 찬 하늘에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적막을 깹니다.
말하자면

008_0355_a_01L沽以自彰錐處囊而立見可謂懷玉衣
008_0355_a_02L無日亡之的然衣錦尙綗有日彰
008_0355_a_03L之闇矣向之所謂不道之道豈非師之
008_0355_a_04L所知不名之名豈非師之所得以故
008_0355_a_05L懸知不得已芳名洋溢鶴鳴臯而聲聞
008_0355_a_06L九天道氣發揚鵬擧天而翼垂萬里
008_0355_a_07L則黑白螘慕衆鳥隨於祥鸞遐邇雲臻
008_0355_a_08L百川沛於瀛渤於是登黃金之獅子
008_0355_a_09L法雨而濛濛揮白玉之麈毛拂惑霧之
008_0355_a_10L疊疊使聞而拳拳莫不崩角服膺
008_0355_a_11L而忻忻不知足蹈手舞當彼時也
008_0355_a_12L淵駈魚者獺也爲師驅人者儂歟儂乃
008_0355_a_13L禪壇虱蟣釋苑燕雀素乏橫天鴻鵠之
008_0355_a_14L獨抱埋塵鈍鑛之資不堪上曰打之
008_0355_a_15L玄釣 [21] 就倚天之長釼入言吹之智火
008_0355_a_16L鑄落鵰之團丸乃忝謁梵筵聞大道而
008_0355_a_17L適適謬列勝友論極妙而䂓䂓然古
008_0355_a_18L曰大智如愚大辯若訥然乎然耶
008_0355_a_19L然乎不然乎歟可乎可歟不可乎不可
008_0355_a_20L乎也若乃半輪紅日掛暘谷百尺之扶
008_0355_a_21L一片寒蟾迫崦嵫萬丈之若木
008_0355_a_22L崖琪樹拂雲影而鳴琴玉洞瑤磎
008_0355_a_23L雪花而彈瑟至於楓酣列峀屏萬疊以
008_0355_a_24L怡神霜落寒霄鍾一聲之破寂是謂

008_0355_b_01L어느 곳에서나 목전의 소식을 전해 주고 어떤 물건이거나 물외物外의 가풍家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내가 대사와 함께 이를 읊으면서 지혜와 어리석음 구별 없이 즐거워하였고, 대사가 나와 함께 감상하며 피차를 떠나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그리고 부귀는 사람이 구하는 것이니 나도 굳이 싫어하려 하지 않고, 빈천은 사람이 싫어하는 것이니 대사도 굳이 구하려 하지 않으면서, 평탄한 마음으로 불명不名까지도 잊은 채 산수를 떠돌며 노닐고, 화락한 마음으로 부도不道까지도 잊은 채 천지 사이에서 눈을 흘겨보고 있습니다.
아, 세상이 혼탁하여 어지럽기만 하니 그 누가 신령스러운 기린과 봉황을 살필 수 있을 것이며, 길이 음침하여 분간할 수가 없으니 그 누가 멋대로 날뛰는 이리와 호랑이를 굴복시킬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만약 꿰맨 곳이 없는 금당金幢을 세우려고 한다면, 적수赤手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자루 없는 성검星劍을 손에 쥐고서 유연幽燕에서 흑번黑幡을 베어야만 할 것입니다.
야유당에 삼가 올리다
거문고와 책을 귀하게 여기고서 도연명陶淵明은 현령縣令 월급을 침 뱉듯 버렸고, 수레와 면류관을 우습게 여기고서 엄자릉嚴子陵은 강변으로 도망쳤습니다. 그리하여 별자리를 옮긴 단아한 지조를 보여주고,130) 천명을 즐긴 고상한 취향을 전해 주었는데, 이는 옛사람만이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그러한 분을 뵐 수가 있습니다.
야유野遺 선생은 부여받은 성품이 따스하고 밝아 다섯 수레의 글을 암송하고 가슴속에 밝은 구슬을 품고 있으며, 품부받은 기운이 수려하여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입으로 환한 구슬을 토해 내었습니다. 그리하여 삼수三水의 사원詞源을 아래로 쏟아 천인千人의 필진筆陣을 씻어 내었다고 말할 만하니, 못 속의 신룡이 아니라면 자리 위의 보배131)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진사의 갑과에 급제하여 구고九臯132)의 선만仙灣(선계의 물굽이)에서 학鶴의 붉은 정수리가 더해지고, 현량賢良의 방정方正에 응하여 삼층三層의 등용문(禹門)에서 물고기의 상서로운 비늘이 돋아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은 엄자릉의 연못의 이끼 낀 낚시터를 그리워하여 한탄하고, 도연명의 마을의 거친 오솔길을 사모하여 탄식하면서, 거친 밭을 사랑하여 엎드린 호랑이처럼 지냈고 수승한 터를 선택하여 숨은 거북이처럼 거하였습니다.
이에 매화 창가에 높이 누워 양춘陽春의 묘한 곡조133)를 발하고, 솔 탑상에서 두건을 벗고 요조窈窕의 아름다운 악장134)을 노래하였습니다.

008_0355_b_01L處處目前消息頭頭物外家風吾與師
008_0355_b_02L而同吟遣智愚而樂樂師與吾而共賞
008_0355_b_03L去彼此而居居且夫富貴人之所求
008_0355_b_04L不知其所惡貧賤人之所惡師不知其
008_0355_b_05L所求坦坦焉忘不名而浮遊山水之畔
008_0355_b_06L于于焉忘不道而睥睨天地之間
008_0355_b_07L世溷濁以繽紛誰能察獜鳳之靈瑞
008_0355_b_08L幽昧以鴻洞誰能伏犲虎之橫奔然欲
008_0355_b_09L建無鏠 [22] 之金幢非赤手而無奈握無柄
008_0355_b_10L之星釼斬黑幡於幽燕

008_0355_b_11L

008_0355_b_12L敬呈野遺堂

008_0355_b_13L
寶玩琴書陶令唾其月俸泥塗軒冕
008_0355_b_14L陵遯於江干動星像之雅操樂天命
008_0355_b_15L之高趣非古人之獨爾感今人兮亦然
008_0355_b_16L野遺先生賦性溫明誦五車而胸含朗
008_0355_b_17L禀氣秀麗敵七步而口吐明珠
008_0355_b_18L謂倒三水之詞源掃千人之筆陣不是
008_0355_b_19L池中物冝爲席上珎是用登進士之甲
008_0355_b_20L鶴添朱頂於仙灣九皐應賢良之方
008_0355_b_21L魚生瑞獜 [23] 於禹門三層然而恨陵澤
008_0355_b_22L之苔磯歎陶村之荒徑愛閑曠而伏虎
008_0355_b_23L銓勝區而藏龜於是高枕梅窓發陽春
008_0355_b_24L之妙曲岸巾松榻歌窈窕之瓊章

008_0355_c_01L거문고를 연주하며 꽃그늘 아래 앉았을 때에는 의연히 옥경玉京에서 이 땅에 하강한 분과 같았고, 술잔을 날리며 달빛 속에 취했을 때에는 바로 금곡金谷의 적선謫仙135)을 연상케 하였습니다. 귀를 상쾌하게 하는 것은 돌 위를 치달리는 여울물 소리요, 눈을 시원하게 하는 것은 구름을 헤치고 치솟은 산봉우리들이었습니다. 이 속에서 끝없이 자신의 낙을 즐기며, 혼자서 마음껏 소요하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용지龍池에서 잉어를 낚을 적에는 양 언덕(兩岸)의 안개비에 도롱이를 비껴쓰고, 인동麟洞에서 국화(杞菊)를 채취할 적에는 여러 구멍에서 나는 바위 바람에 삿갓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통달한 선비와 더불어 도를 논하고 서책을 강론하며 격물치지를 하였고,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펴지는 가운데, 성품을 기르고 정신을 편안하게 하였습니다.
옥골 빙자玉骨氷姿의 그 너그럽고 우아한 모습은 어떻게 비교할 수가 없고, 금풍 보월金風寶月의 그 빛나는 자태는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지나간 역사를 돌이켜 생각하면, 흡사 도연명과 엄자릉의 기개 있는 면모와 흡사한 점이 있음을 알게 되고, 오늘날의 시대를 지금 살펴보면 야유野遺와 같이 멋진 분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한 나라 시대의 석학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진晉나라 시대의 고사高士라고 할까요. 어쩌면 그 굳은 절조가 이처럼 문채 난단 말입니까.
그런데 이 소승小僧으로 말하면, 일찍이 어버이 상을 당하여 죄를 지었는데, 나이 9세 때에는 부친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고, 두 달이 채 못 되어 조모가 잇따라 별세하였습니다. 이로부터 부모가 없어 의지할 수 없는 것이 마치 어린 새 새끼가 둥지에 홀로 떨어진 것과 같았고, 공포에 떨며 놀란 것이 마치 여름철의 파리가 겨울철의 눈을 만난 것과 같았습니다.
그러므로 연사蓮社에 몸을 던지고 행단杏壇136)에 발을 싸매고서 찾아다니게 되었는데, 금당金堂에서 옥함玉函을 열어도 그물만 집었을 뿐 정작 토끼는 잡지 못하였으며, 석실石室에서 보촉寶燭을 태워도 벽만 더듬을 뿐 양羊은 잃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십 년 동안 표주박 하나를 가지고 천 리 길을 석장 하나에 의지하면서, 한수漢水 북쪽을 부평초처럼 떠돌고 재 남쪽을 날리는 쑥대처럼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납의衲衣는 봉래산 일만 이천 봉의 달빛에 하얗게 되고, 짚신은 방장산 팔십구 개 사원의 이끼에 파랗게 되었는데, 일백십 성城의 여행을 다 마치기도 전에 십육 년의 세월이 벌써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러므로 선사仙寺에 매달린 뒤웅박을 본받아 전단栴檀의 인촌仁村에 의지할 생각으로, 애오라지 잠꼬대와 같은 말을 가지고 궤안几案에 올려 번거롭게 해 드렸으니, 삼가 바라옵건대 어리석은 충정을 굽어살펴 한번 웃고 눈길을 주시어 인덕을 드리워 주소서.

008_0355_c_01L瑤琴而坐花依玉京之降士飛羽觴而
008_0355_c_02L醉月乃金谷之謫仙爽耳根者迸石
008_0355_c_03L飛湍淸眼界者排雲聳峀徉徉焉適
008_0355_c_04L其所樂踽踽焉任其所如至若釣游鯉
008_0355_c_05L於龍池拂簑兩岸之烟雨採杞菊於獜
008_0355_c_06L欹笠衆竅之巖風時與達子論道
008_0355_c_07L講書物格知致心廣體胖養性怡神
008_0355_c_08L玉骨氷姿未能比其僴兮金風寶月
008_0355_c_09L詎肎方其斐然追思曠時已知有似潜
008_0355_c_10L陵之倜儻顧惟方代乃覺無如野遺之
008_0355_c_11L脩姱或漢時之碩人歟或晋代之高士
008_0355_c_12L其何䣆節如此文彩若斯小釋
008_0355_c_13L遭愍凶早負罪逆年甫九歲皇考奄
008_0355_c_14L然乘鸞月未二期祖母繼而騎尾
008_0355_c_15L是無依無怙等黃口之落巢有怖有驚
008_0355_c_16L類靑蠅之逢雪故乃投身蓮社褁足杏
008_0355_c_17L啓玉凾於金堂空執蹄而失兔
008_0355_c_18L寶燭於石室徒按壁而亡羊然後十年
008_0355_c_19L單瓢千里短錫任浮萍於漢北逐轉
008_0355_c_20L蓬於嶺南衲白蓬萊萬二千之峯月
008_0355_c_21L靑方丈八十九之寺苔行未及百十城
008_0355_c_22L臈已過二八跌故學匏瓜於仙寺傍栴
008_0355_c_23L壇之仁村聊將䆿言上瀆几案伏冀
008_0355_c_24L恤其愚魯方一哂開隻眼以垂仁畏其

008_0356_a_01L엄명嚴明함을 두려워하여 삼가 백배를 올리며 죽음을 무릅쓰고 우러러 아룁니다.
영월 대사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행장
삼가 생각건대, 금관金棺에서 빛을 발한 상서로운 유적은 용장龍藏에 담겨 있고, 옥호玉毫에서 광채를 거둔 오묘한 자취는 귀비龜碑에 새겨져 있다. 그러므로 도道가 인천人天에 드러나고 이름이 우주에 드리워져서, 앞서 간 성인들의 남다른 모범에 감동하고 뒤이은 현인들의 고상한 의표儀標를 사모하게 된 것이다.
대사의 부친의 성명은 홍광명洪光明이다. 대사의 법휘法諱는 청학淸學이고, 자字는 수현守玄이고, 영월詠月은 그의 헌호軒號이다. 청구靑丘(우리나라)에 자취를 응하여 천관산의 훌륭한 곳에 강신降神한 뒤에, 강씨의 모태에 들어가서 유치有恥라는 이름의 마을에서 태어났으니, 이때는 바로 백마의 해인 융경隆慶 6년137) 4월 14일 황혼의 저녁이었다.
대사는 일찍부터 큰 덕망을 지니고 중화中和를 간직하여, 기쁨과 성냄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말하고 웃는 데에도 절도가 있었다. 나이가 겨우 13세 되었을 적에, 계륵과 같은 세상맛을 싫어하여 동산洞山이 어버이 곁을 떠난 것을 부러워하였으며, 웅장熊掌의 청한함을 사랑하며 운문雲門의 스승 속이던 일을 본받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가지산에서 백의白衣를 벗고서 철망을 빠져나온 강물의 물고기가 되었고, 보림사에서 녹발綠髮을 깎고서 옥롱玉籠을 벗어난 들판의 학이 되었다.
그리고는 파륜波輪 보살이 동쪽으로 찾아가 묘향성에서 분골쇄신한 것을 사모하고, 선재 동자가 남쪽으로 여행하며 법계에서 몸을 잊은 것을 배우려 하였다. 그런 까닭에 남국을 두루 참례하면서 수공脩公을 방문하여 마루에 올랐고, 그 뒤를 이어 서산西山에 올라 정로靜老(휴정 대사)에 투신하여 방 안에 들어갔던 것이었다.
당시에 혜안慧眼을 활짝 뜬 것은 해와 달이 하늘 복판에 뜬 것과 같았고, 진승眞乘에 크게 나아간 것은 곤경鯤鯨138)이 물을 마시는 것과 같았다.
게다가 천 번 정련한 지혜의 불로 마음(心猿) 속의 오개五蓋139)를 녹이고, 백 번 단련한 현묘한 화로로 마음(意馬) 속의 삼장三障140)을 녹였다.
이로부터 석 자의 무쇠 입을 예리하게 하고, 한 쌍의 구리 눈을 차갑게 하여, 필봉筆鋒으로 외로운 봉황을 놀라게 하고, 민첩한 말솜씨로 뭇 말들이 눈물을 흘리게 하였다. 그리하여 토끼의 뿔을 쥐고서 열반의 오묘한 문을 열어젖히고, 거북이의 털을 세워

008_0356_a_01L [24] 謹百拜忘半死以仰告

008_0356_a_02L

008_0356_a_03L1)詠月大師原始要終行狀 [7]

008_0356_a_04L
窃惟金棺放光採瑞蹟於龍藏玉毫收
008_0356_a_05L鐫妙躅於龜碑故道炤人天名垂
008_0356_a_06L宇宙感前聖之殊䡄慕後賢之高標
008_0356_a_07L大師父洪光明法諱淸學字守玄
008_0356_a_08L月其軒號也應跡靑丘降神於冠山勝
008_0356_a_09L寄胎姜氏誕生於有恥名村時乃
008_0356_a_10L隆慶二三白馬之年仲呂十四黃昏
008_0356_a_11L之夕夙負碩德早抱中和喜怒不形
008_0356_a_12L言笑有便年甫十三厭鷄肋之世味
008_0356_a_13L仰洞山之辭親愛熊掌之淸閑效雲門
008_0356_a_14L之欺愽遂乃脫白衣於伽智透鐵網之
008_0356_a_15L江魚削綠髮於寶林出玉籠之野鶴
008_0356_a_16L於是慕波輪之東謁碎骨於香城學善
008_0356_a_17L財之南遊忘身於法界以故飽叅南國
008_0356_a_18L訪脩公而昇堂繼登西山投靜老而入
008_0356_a_19L當時豁開慧眼如日月之當天
008_0356_a_20L詣眞乘若鯤鯨之飮水加以千精智火
008_0356_a_21L五盖銷於心猿百鍊玄爐三障爍於意
008_0356_a_22L由是利三尺之鐵觜寒一雙之銅眸
008_0356_a_23L驚孤鳳於筆鋒泣群馬於口給可堪橫
008_0356_a_24L拈兔角扣開涅槃之妙門竪起龜毛

008_0356_b_01L공가空假141)의 티끌과 먼지를 쓸어 없애면서, 깨달음의 언덕에 황금 밧줄을 연결하고 방황하는 길목에 목탁을 울릴 수 있었다.
그리고는 탄식하기를 “조사의 도가 쇠미하고 범인들의 근기가 용렬한 까닭에, 오묘하고 담담한 세계를 어지럽혀 파당을 나누어서 남종과 북종이 횡행하게 하고, 진계眞界를 두드려 예봉을 다투면서 창과 방패가 서로 맞서게 하였다. 심하도다. 사람들이 이기기를 좋아함이여. 황두黃頭의 노인이 다시 와야만 숨을 죽이고 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요, 벽안碧眼의 스승이 다시 와야만 목을 움츠리고 입을 다물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나반那畔존자의 입정入定을 계승하고 혜만慧滿 선사의 임진任眞을 답습하는 한편, 금강산(蓬萊)에 석장을 내려놓고 향계香界에서 석가불(曇佛)을 받들기도 하고, 지리산(方丈)에 관冠을 걸어 놓고 노봉爐鋒에서 최선崔仙(최치원)을 찾기도 하였다. 그런 뒤에는 신령스러운 용이 바다 밑에 숨은 것처럼 금화산에 덕을 감추고, 문채 나는 표범이 수풀 속에 잠복한 것처럼 이름을 연동蓮洞에 숨겼다. 이렇게 해서 물과 구름에 기대어 노닐면서 철우鐵牛를 채찍질해 달을 보고 포효하게 하였고, 복계複溪를 따라 호방하게 노닐면서 석마石馬를 고삐 매어 바람 앞에 울게 하였다.
아, 입적할 즈음에는 임종게臨終偈를 지어 신족神足들을 깨우치고 영결하였다. 구름과 안개가 비통해 하는 가운데 우연히 병에 걸려서, 장작이 다 타고 재로 변하듯이 태연히 앉아서 세상을 떠났다. 이때가 바로 순치順治 11년(효종 6, 1654) 갑오년 10월 29일 축시丑時였으니, 행년行年은 95세요, 선납禪臘은 73세였다. 다비를 행할 적에 천상 음악이 공중에서 울려 오고 기이한 향내가 골에 가득하였다. 상족上足 무하자無何子 등이 바위 모서리에서 금골金骨을 수습하여 산허리의 석종石鍾에 봉안하였다.
이와 함께 남긴 글 중에서 좋은 글들을 뽑아 분류하여 한 권으로 만든 다음에, 능숙한 일꾼을 시켜 간행하게 함으로써 온 세상에 그 향기가 전해지게 하였다. 이 글들은 구절마다 마음을 밝히고 말마다 눈을 뜨게 하는 것들이었는데, 형산荊山에서 까치에게 던지는 옥돌처럼 조각조각 부서졌고, 교인鮫人의 눈물방울이 소반에 떨어져 만들어진 진주처럼 낱낱이 흩어져 버렸다.142)
비록 그렇긴 하지만 비단옷 위에 홑옷을 걸친 것처럼 아름다운 색깔이 꿰맨 틈 사이로 드러났고, 밀실에서 등불을 밝힌 것처럼 밝은 빛이 창틈으로 새어 나왔다. 대저 바늘 한 땀의 맑은 계교를 세워 옷에 저녁노을을 더하고, 세 짝의 돌 발우를 쌓아 자루에 조각달을 감춘 것이었다.

008_0356_b_01L拂盡空假之塵垢界金繩於覺岸振木
008_0356_b_02L鐸於迷途乃喟曰祖道衰微凡機昧
008_0356_b_03L汨妙湛而分派南北橫流皷眞界
008_0356_b_04L而爭鋒矛盾相敵甚矣人之好勝也
008_0356_b_05L黃頭老翻出歛氣而呑聲碧眼師却來
008_0356_b_06L縮項而藏舌故乃繼郍畔之入㝎踵慧
008_0356_b_07L滿之任眞憇錫蓬萊奉曇佛於香界
008_0356_b_08L掛冠方丈訪崔仙於爐峰然後匿德金
008_0356_b_09L神龍隱於海底韜名蓮洞文豹潜
008_0356_b_10L於林中是以依水雲而棲遅鞭鐵牛以
008_0356_b_11L哮月沿複溪而放曠轡石馬以嘶風
008_0356_b_12L做終偈於臨歸諭神足而與訣
008_0356_b_13L悲霧慘偶爾而立痾薪盡火灰泊然
008_0356_b_14L而坐化寔維順治十一年甲午十月卄
008_0356_b_15L九日丑時也行年九旬有五禪臈七跌
008_0356_b_16L加三其闍維之際天樂掀空異香滿
008_0356_b_17L上足無何子等捧金骨於巖角
008_0356_b_18L石鍾於山腰抑又採淸邵於遺篇彙爲
008_0356_b_19L一軸倩良工而綉榟芳流八垓句句
008_0356_b_20L明心言言活目可謂荊山抵鵲玉片片
008_0356_b_21L而摧頹鮫人泣盤珠箇箇而歷落雖然
008_0356_b_22L綗衣尙錦美色著於縫罅密室燃燈
008_0356_b_23L明耀徹於窓隙大抵棄一針之淸計
008_0356_b_24L添落霞蘊三隻之石盂囊藏缺月

008_0356_c_01L그러므로 선善을 보아도 좋아하지 않았으니, 이는 대나무 잎이 쪽빛과 같은 것이요, 악惡을 보아도 싫어하지 않았으니, 이는 연꽃이 물속에서 피어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묘지妙旨에 통달하여 세상을 벗어난 것은 권형權衡의 법신法臣임을 보여주는 것이요, 대도에 통달하여 범속凡俗을 초월한 것은 그윽한 영을 부처님(覺帝)께 굴복시킨 것이니, 이 어찌 세상의 표준이요 조문祖門의 법도라고 말해야 하지 않겠는가.
풍조를 개탄하며 벗에게 스승을 찾을 것을 권하다
마등摩騰이 한漢나라에 들어와 심오한 교종의 경전을 전하였고, 달마가 양梁나라를 찾아와 오묘한 선종의 촛불을 밝혔다. 이에 교종은 삼문으로 나뉘어 깊이를 다투었고, 선종은 양종으로 나뉘어 남북이 되었는데, 이는 나뭇가지가 갈라지고 물이 나뉘어 흐르는 것과 같은 현상이었다. 그런데 같은 편끼리 좋아하고 다른 편은 질시한 나머지, 마침내 노비의 입술과 혀를 동원하여 상대방을 배척하며 잘못되었다고 비방하는가 하면, 교활한 장사꾼의 수법으로 자기편을 옹호하며 옳다고 고집하였다.
이로부터 선과 교가 만나기 어려운 것이 삼성參星과 상성商星 정도일 뿐만이 아니었고, 돈頓과 점漸이 서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 물과 불을 연상케 하였다. 또 더구나 선승禪乘과 교승敎乘은 자기들끼리 제멋대로 하나하나 파고들며 지적하였고, 율문律文과 논문論文은 자기들끼리 마음대로 꼬치꼬치 비교하며 평가하였다. 이 때문에 묘명妙明은 고척刳剔(쪼개고 나눔)에 현혹된 채 천하가 암흑으로 변하였고, 진리는 조소雕䟽(풀이하여 새김)에 미혹된 채 온 나라가 끝없이 동요하게 되었다.
게다가 삼분三分의 복종을 받으면서 편안하게 단기丹基의 우두머리가 되고, 이시二時의 밥상을 받으면서 한가로이 보발寶鉢의 주인이 된 가운데, 마음을 살피며 도깨비장난을 하는가 하면, 묘리妙理를 따지며 고슴도치 털을 곤두세우기도 하고, 산수에서 노닐며 풍악을 연주하는가 하면, 월운月雲을 읊으며 시문을 표절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마가 훤칠한 석덕碩德이

008_0356_c_01L觀善而不喜羌竹葉之同藍覩惡而不
008_0356_c_02L曰蓮花之着水然則通妙旨兮出度
008_0356_c_03L示權形 [25] 之法臣達大道兮超凡服幽靈
008_0356_c_04L於覺帝奚不曰俶世之標準祖門之䂓
008_0356_c_05L矩乎

008_0356_c_06L

008_0356_c_07L歎風勸友尋師

008_0356_c_08L
摩騰入漢傳甚深之雄詮達摩來梁
008_0356_c_09L燃妙明之靈燭於斯敎焉而敎啓三門
008_0356_c_10L爲淺深禪焉而禪分兩宗爲南北猶樹
008_0356_c_11L枝之差互如川流之派分同於同而謟
008_0356_c_12L異於異而嫉姤遂以奴唇婢舌之斥
008_0356_c_13L彼如雨謗他爲非2) [8] 庸賈之譽此
008_0356_c_14L如風儻己爲是由是禪講覿面乃不啻
008_0356_c_15L於叅啇頓漸承顏疑有同於水火
008_0356_c_16L况禪乘敎乘我也會任挑揥以折之銖
008_0356_c_17L律文論文我所能恣攏摠以較之
008_0356_c_18L寸寸以玆妙明眩於刳剔天下暗以
008_0356_c_19L不晨眞理惑於雕䟽海內沸以不息
008_0356_c_20L尤以三分更服逸爲君於丹基二時受
008_0356_c_21L閑作主於寶鉢若或觀心魍魍魎魎
008_0356_c_22L討妙 或盤山涉澗而打僜
008_0356_c_23L譜月評雲而摽盜至於眉碩德虎視
008_0356_c_24L此行狀已載於本書(第八册二三五頁下段)
008_0356_c_25L{編}
「啇」通用「商」{編}次同

008_0357_a_01L범처럼 응시하며 재주넘기를 행하면 바람처럼 쓸리고, 수염이 새하얀 노숙老宿이 소처럼 걸으며 꼭두각시를 놀리면 바퀴통처럼 모여들곤 하였다. 그들의 처소에서 붉은 비단의 깃발들이 바람에 나부끼며 태양에 반사되는 것은 사막지역과 방불하고, 삼혈총三穴銃143)의 소리가 진동하고 삼지창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은 군사진영과 흡사하다.
그 모습은 크고 작은 거울로 배후背後를 단장하며 눈썹을 그린 여자 같기도 하고, 돼지와 소의 털로 만든 삿갓을 머리에 쓴 단발斷髮한 오랑캐 아이 같기도 하다. 여기에 또 붉은 치마에 초록색 옷을 입고 둥둥 북을 울리며 귀신과 도깨비 속으로 들어가는 자는 바로 치의緇衣요, 말총 모자에 보라색 옷을 입고 쾅쾅 꽹과리를 울리며 화랑花郞을 본받는 자는 백의白衣가 아니다.
이를 구경하는 자들은 배꼽을 잡고 크게 웃어 대니 해가 장차 저물려 하는 것을 누가 알 것이며, 계속해서 취한 소리를 지껄여 대니 밤이 지나 새벽이 오는 것을 누가 깨닫겠는가. 너무하도다! 사람들이 자신을 아끼지 않음이여. 석풍釋風이 너무도 쇠해지고, 조월祖月이 어두워졌나니, 표범은 남산에 들어가지 못하고, 곤鯤은 북해에서 갈 길을 잃었도다.
나는 가난한 집에서 생장하여, 자루에는 개미가 붙을 끈도 없었고, 부엌에는 파리가 모여들 밥도 없었다. 아, 슬프다. 부친은 세상을 떠나고 모친은 늙었으며, 형은 박복하고 아우는 빈한하였다. 그래서 의지할 곳이 없었기 때문에, 천관산으로 보광葆光을 찾아가 머리의 녹발綠髮을 깎았고, 동원東院으로 영로玲老를 방문하여 몸의 백의白衣를 치의緇衣로 바꿨다.
그러고 나서 금봉金峰에 의지하여 진리를 물었으나 오직 술 찌꺼기의 맛만 보았을 뿐이요, 벽암碧巖에 의탁하여 도를 물었으나 역시 통발과 덫만 놓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매번 금당金堂에서 보장寶藏을 열어 보았으나 팔만 사천 법문의 빗장은 열리지 않았고, 철벽을 나무 몽둥이로 뚫어 보았으나 일천칠백의 공안은 더욱 단단하였다.
어떻게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기에, 혹 칠원漆園144)에 높이 오르기도 하였으나 노자老子의 오천 언言은 심오하기만 하였고, 혹 남화南華에 멀리 치달리기도 하였으나 장자莊子의 오만 어語는 광대하기만 하였으며, 혹 궐리闕里의 성문聖門을 두드리기도 하였으나 공자의 몇 길 높이의 담장은 헤아리기가 어려웠고, 혹 추론鄒論의 현전賢傳을 연구하기도 하였으나

008_0357_a_01L打斤斗則風趍霜髭老宿牛行弄傀儡
008_0357_a_02L則輻湊其爲紅錦旗紅綃幟
008_0357_a_03L風耀日髣髴乎沙 三穴銃三枝鎗
008_0357_a_04L聲振影濃依俙於行陣其爲形也
008_0357_a_05L圓鏡小圓鏡粧後背兮疑女郞之畫眉
008_0357_a_06L猪毛笠牛毛笠戴削頭兮乃羌兒之斷
008_0357_a_07L加之以帶紅裳衣綠衣鼕鼕攂皷
008_0357_a_08L入魅鬼者是緇着騘帽衣紫衣錚錚擊
008_0357_a_09L效花郞者非白其爲觀者局局然
008_0357_a_10L大笑孰知日之將沉嘮嘮地醉言
008_0357_a_11L覺夜之已曉乎甚矣人之不自愛也
008_0357_a_12L風衰甚祖月晦盲豹未入於南山
008_0357_a_13L遽失而北海儂生于圭竇長於蓽門
008_0357_a_14L囊乏繫螘之繩厨絶聚蠅之飯嗚呼哀
008_0357_a_15L父亡母老兄薄1) [9] 由是托足無
008_0357_a_16L投葆光於冠山削頭上之綠髮
008_0357_a_17L玲老於東院緇身上之白衣然後倚金
008_0357_a_18L峰而扣眞唯味糟粕靠碧岩而問道
008_0357_a_19L亦滯筌蹄故每以啓寶藏於金堂八萬
008_0357_a_20L四千之法門秘鍵鑽木杵於鐵壁一千
008_0357_a_21L七百之公案彌堅唯其無以持之或登
008_0357_a_22L漆園之高五千言之幽邃或奔南華之
008_0357_a_23L五萬語之汪洋或扣闕里之聖門
008_0357_a_24L墻高數仞而難測或硏鄒論之賢傳

008_0357_b_01L맹자의 도는 칠편七篇을 넘어 끝이 없었다.
이에 슬프게도 몽롱한 상태를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거북이 털이 사실이 아닌 것처럼 삼천의 세행細行을 볼 것이 하나도 없게 되었고, 토끼의 뿔을 볼 수 없는 것처럼 팔만의 위의威儀가 하나도 갖추어지지 않았다. 일찍이 승려의 이름을 운위하였으나, 심행心行이 마행魔行이라서 상견常見과 단견斷見에 집착하였고, 구화口話가 마화魔話라서 진법眞法과 망법妄法에 분별심을 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의마意馬가 시끄럽게 떠들면서 오십오 종種의 사견邪見이 일어나고, 심원心猿이 소요를 일으키면서 팔십팔 개의 번거로움이 일어났다. 애석하게도 호방한 원음圓音을 접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가 하면, 질책하는 선화禪話를 들을 때면 더욱 망연자실하였으니, 몸을 마치도록 어리석음을 면하지 못한 채, 진리에 대해서는 눈 먼 신세가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이에 산림에 홀로 거하며 흰 구름 이는 텅 빈 방에서 어깨에 납의를 걸치고 자득하였고, 달 밝은 텅 빈 산에서 홀로 지팡이를 짚고 소요하였다. 그리고는 혹 게으름을 부리는 것이 습성이 되었으니 어찌 영예를 구할 줄 알았겠으며, 병을 안고서 깊이 잠들곤 하였으니 어찌 인사를 살필 줄 알았겠는가. 그저 울적하게 주시하며 홀로 외롭게 배회할 따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몸을 보양할 것을 꾀하지 않은 것은 해파리의 몸이 거품에 의지하는 것과 같았고, 생산하는 것을 돌아보지 않은 것은 목곡木斛145)의 꽃이 다른 식물에 기생하는 것과 같았다.
우습도다, 나의 삶이여. 머리는 비록 중이지만 중다운 점이 없으니 실로 박쥐라고 해야 할 것이요, 이름은 비록 변辯이지만 변론을 하지 못하니 또한 아양啞羊146)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도道는 치우침과 원만함을 떠났으니 아무리 마음에 새긴들 소용없는 일이요, 이理는 진속眞俗이 아니니 실로 담벼락을 맞댄 듯 답답할 따름이다. 그러므로 부끄러운 마음으로 황금줄을 던져 옛날 깨달음의 길을 열어보려 하고, 보배 뗏목을 노 저어 지금 어지러운 나루터를 건너가려 한다.
여러분들은 품성이 태냉汰冷(맑고 차가움)한 것이 마치 얼음 항아리에 달이 비치는 것과 같고, 마음이 청쇄淸洒(맑고 깨끗함)한 것이 마치 옥쟁반에 구슬이 구르는 것과 같다. 비록 그렇긴 하지만, 고루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 전문專門으로 출입하는 것은 삼상三湘에서만 날아다니는 기러기와 같고, 동탑同榻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은 하나의 못에서만 노니는 물고기와 같다. 그리고 매미나 맹꽁이가 때를 만나 제멋대로 울거나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도 있고, 땅강아지나 뱁새가 득의양양하게 배를 채우거나 가지 하나를 차지하는 것과 흡사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작을 묻고 마지막을 아는 것이야

008_0357_b_01L越七篇而罔涯於是倀倀然頑爲懵憧
008_0357_b_02L三千細行全無似龜毛之不實
008_0357_b_03L萬威儀緫缺若兔角之無形曾謂僧名
008_0357_b_04L心行魔行或執常執斷口話魔話
008_0357_b_05L即妄即眞故意馬喧喧五十五種邪見
008_0357_b_06L遄起心猿擾擾八十八使勞攘俄興
008_0357_b_07L可惜落落圓音輒自驚而適適咄咄禪
008_0357_b_08L轉自失而䂓䂓甘爲痴獃而畢身
008_0357_b_09L爲䂓模而瞎目於是獨居山林白雲虗
008_0357_b_10L半肩衲而怡怡明月空山獨携笻
008_0357_b_11L而踽踽或放懶以成性不知榮譽之可
008_0357_b_12L或抱病以酣眠焉識人事之可察
008_0357_b_13L然而眇兀然而迷故不謀資身水母體
008_0357_b_14L之待沬不顧生產木斛花之寄他
008_0357_b_15L矣乎吾生也頭雖僧而無僧實謂蝙蝠
008_0357_b_16L名雖辯而不辯亦曰啞羊况道絕偏圓
008_0357_b_17L雖刳心而斯久理非眞俗固墻面而居
008_0357_b_18L故羞界金繩開覺路於稽古媿棹
008_0357_b_19L寶筏濟迷津於目今若君等性宇汰泠
008_0357_b_20L貯水壼之凉月神資淸洒落玉盤之明
008_0357_b_21L雖然固矣夫出入專門似三湘之
008_0357_b_22L飛鴈盤桓同榻如一池之游魚亦可
008_0357_b_23L謂蜩蟬鼃蠅之遇時任自鳴而飽唼偃
008_0357_b_24L鼠䳡鷯之得意但滿腹而蹈枝然問始

008_0357_c_01L본디 아성亞聖(맹자)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하나를 듣고 둘을 아는 것 정도는 참으로 자공子貢에게 양보할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 그치면 호련瑚璉147)과 같은 그릇이 되거나 그보다 못하게 되겠지만, 앞으로 나아가면 금당金幢으로 바뀌어 우뚝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옛말에 “싹을 틔우고는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꽃은 피었건만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148)고 하였다. 부디 여러분들은 밝게 분변하고 신중히 생각할 것149)이요, 강하고 굳세고 질박하고 어눌하게150) 되기를 바란다. 작은 터럭은 보아도 자기의 눈썹은 보지 못하는 법이요, 천균千鈞의 무게는 들어도 자기 몸은 들지 못하는 법이다. 여러분들은 자기가 자기를 보는 것이 어렵다는 것만 알 뿐, 남이 자기를 보는 것은 쉽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다.
여러분들은 옛사람을 보지 못하는가. 선재동자는 불 속에 몸을 던져 일생의 밀인密印을 증득하였고, 신광神光 대사는 눈 속에서 팔을 잘라 제불諸佛의 비인秘印을 허리에 찼다. 여러분들은 또 보지 못하는가. 진량陳良은 북쪽으로 중국에 와서 배우며 주공周公이 편협하지 않음을 기뻐하였고, 남영주南榮趎는 남쪽으로 노자老子의 문에 이르러서 어린아이는 아무리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므로 코끼리는 토끼가 다니는 오솔길에 노닐지 않고, 큰 물고기는 미꾸라지가 노는 개울에 숨지 않는 법이다. 어째서 그러한가. 토봉土蜂은 콩잎의 푸른 벌레를 부화시키지 못하고, 월越나라 닭은 고니의 알을 품지 못하기 때문이다.151) 더군다나 지금 제방諸方에서 개설한 묘석妙席에 모두 용호龍虎가 거하고 있는데, 이 사이에서 삿된 구렁에 빠져 여우나 토끼처럼 숨어 지내서야 되겠는가.
여러분들은 분연히 회오리바람을 타고서 푸른 하늘 저 멀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어찌 여우처럼 의심하며 주저앉아서 땅속 깊이 들어가려고 해서야 되겠는가. 그래서 지금 여러분들에게 길을 떠나기를 권하는 바이니, 그대들이 높은 경지에 올라가게 되더라도, 나의 몽매함을 일깨워 주어 나 역시 대각大覺의 계기를 맞게 해 주었으면 한다.
팔령산 지장암 단청 모연문
아, 슬프다. 상덕上德이 쇠퇴하여 군자의 도가 어두워지고 꽉 막히면서 거꾸로 뒤집어지며 고질화된 것이 이미 극에 달하였다. 그래서 군자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더라도, 혹 충신忠信하기는 해도 예문禮文이 없거나, 예문은 있어도 충신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008_0357_c_01L知終固不逮於亞聖聞一知二誠不
008_0357_c_02L讓於子貢止則唯爲瑚璉而否焉進則
008_0357_c_03L變作金幢而立也古曰苗而不秀者有
008_0357_c_04L秀而不實者有之望明辨愼思
008_0357_c_05L毅木訥孰謂見微毫而自見其睫擧千
008_0357_c_06L釣而自擧其身公等徒知以己觀吾之
008_0357_c_07L不知以人觀己之易君不見古之人
008_0357_c_08L善財投身火裡圓一生之密因神光斷
008_0357_c_09L臂雪中佩諸佛之秘印又不見陳良北
008_0357_c_10L學中國悅周公之不偏榮趎南至老門
008_0357_c_11L聽兒子之不嗄故大象不遊於兔徑
008_0357_c_12L魚不隱於鰌溪惡乎然耶奔蜂不化於
008_0357_c_13L [26] 越鷄不伏於鵠卵也况今諸方
008_0357_c_14L或開妙席皆龍虎之所居此間沒爲邪
008_0357_c_15L乃狐兔之攸伏切况君等幡然高擧
008_0357_c_16L羊角逈出乎碧天奚爲濡滯狐疑
008_0357_c_17L入於幽壤今故勸君發足雖爲君以高
008_0357_c_18L要我拔蒙亦爲我以大覺

008_0357_c_19L

008_0357_c_20L八嶺山地藏庵丹靑慕緣文

008_0357_c_21L
噫吁噓上德下衰君子之道晦盲否塞
008_0357_c_22L反覆沉痼已極矣凡言君子者或忠信
008_0357_c_23L而無禮文或禮文而無忠信者有夫矣
008_0357_c_24L「苐」疑「弟」{編}

008_0358_a_01L지금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옛날 극자성棘子成이 “군자는 질박하기만 하면 된다. 문식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라고 하자, 자공子貢이 “애석하도다. 선생의 말씀이 군자다우나, 실수를 하는 그 혀는 사마駟馬도 따라잡지 못하겠도다. 문식은 질박과 같고, 질박은 문식과 같다. 범이나 표범의 가죽도 털을 깎아 버리면, 개나 양의 털 없는 가죽과 같다.”라고 대답하였다.152)
또 시詩에 “예쁜 웃음에 보조개가 귀엽고, 아름다운 눈에 흑백이 분명하니, 하얀 바탕으로 채색을 한다.”153)라고 하였다. 이는 대개 군자의 예문禮文은 반드시 충신忠信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서, 서로 없어서는 안 됨을 말한 것이다. 이것이 어찌 군자의 도에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만사에도 모두 적용되는 말이라고 할 것이다.
옛날 장문중臧文仲이 큰 거북 등 껍질을 보관하되, 그 방의 두공斗栱154)에 산 모양을 새기고 그 기둥에 수초水草 무늬를 그려 넣어 화려하게 꾸몄는데, 이는 근본에 힘쓰지 않고 귀신에게 아첨하려고 한 것인데도, 당시에 그를 지혜롭다고 평하였다.155) 그런데 더구나 지고한 법왕法王의 범전梵殿에 질質만 있고 문文은 없게 하고서, 아침저녁으로 분향하며 축성祝聖하는 곳으로 삼을 수가 있겠는가.
지금 지장암을 새로 엮어 세움에, 그 뜰이 판판하고 반듯하며, 그 기둥이 높고 곧으며, 그 방안이 깊고 아늑하니, 대각大覺의 몸이 거하시기에 적당하도다. 그렇긴 하지만 질박만 있고 문식은 없으니, 이를 비유하자면 아홉 길의 산을 만들 적에 한 삼태기의 흙이 부족한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멈추고 그만둔다면, 이 또한 크게 아쉬운 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어떤 산인山人이 이름을 모某라고 하는데, 그는 축타祝鮀와 같은 말솜씨도 없고 송조宋朝와 같은 미모도 없지만, 솔직하여 속일 줄을 모르고 우직하여 신실하기만 하다. 그가 단청丹靑을 하려는 뜻을 품고는 모연문募緣文을 손에 쥐고서 단월檀越의 문을 찾아다니며 온화한 군자들과 부인들에게 간청을 하니, 어찌 기쁜 마음으로 반갑게 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옛사람이 말하기를 “탐스러운 여우와 문채 나는 표범이 무슨 죄가 있어서 사냥을 당하겠는가. 그 가죽 때문에 재앙을 당하는 것이다.”156)라고 하였다. 오늘날의 금옥과 포백布帛(옷감)도 사람의 가죽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노자는 말하기를 “회오리바람은 아침나절을 넘기지 못하고, 소낙비는 하루 종일 오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천지의 현상도 이렇게 오래 갈 수가 없는데, 하물며 인간의 재물이겠는가.
삼가 바라건대, 덧없는 인생은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것을 애달프게 여기고, 진귀한 재물은 가죽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여, 금옥이나 포백이나 마루麻縷(삼베)나 사서絲絮(솜)나 오곡이나 잡채雜采157) 등을 희사喜捨해서

008_0358_a_01L非獨今也昔棘子成曰君子質而已矣
008_0358_a_02L何以文爲子貢曰惜乎夫子之說君子
008_0358_a_03L駟不及舌文猶質也質猶文也
008_0358_a_04L豹之鞟猶犬羊之鞟也詩曰巧笑倩兮
008_0358_a_05L美目盼兮素以爲絢兮盖言君子之禮
008_0358_a_06L必以忠信爲質而不可相無也夫豈獨
008_0358_a_07L君子之道爲然凡物亦然昔臧文仲
008_0358_a_08L山節藻梲不務本而謟瀆鬼神
008_0358_a_09L時以爲知况無上法王梵殿有質無文
008_0358_a_10L而爲曉夕焚香祝聖之所乎今夫新構
008_0358_a_11L地藏菴也殂殂 [10] 其庭有覺其楹噦噦
008_0358_a_12L其㝠冝乎大覺身之攸芋也然而有質
008_0358_a_13L無文比如爲山九仞未克一簣也而止
008_0358_a_14L而不進也此亦一大所嗛曰有山人某
008_0358_a_15L名者雖不有祝鮀之侫而宋朝之美矣
008_0358_a_16L直而不枉侗悾而信愿者也志欲丹臒
008_0358_a_17L手持募卷足踵檀門而夷告於誾誾君
008_0358_a_18L侃侃夫人能無說繹而改諸乎
008_0358_a_19L人云豊狐文豹何罪之有哉其皮爲
008_0358_a_20L之災也今之金玉布帛亦人之一皮也
008_0358_a_21L老子曰飄風不崇朝驟雨不終日天地
008_0358_a_22L尙不能久而况於人乎伏願哀浮生之
008_0358_a_23L須臾念珎財之爲皮或金玉或布帛
008_0358_a_24L或麻縷或絲絮或五糓或諸雜采

008_0358_b_01L공사에 조력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이를 얻어서 기악祁岳과 거란契丹 같은 뛰어난 화공畫工158)들을 초치하여 솜씨를 발휘하게 함으로써, 청홍靑紅의 색깔로 단청丹靑의 공을 완성하게 한다면, 산과 물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은 물론이요, 높은 누각이 우뚝 솟아서 화살이 곧게 날아감과 같으며 꿩이 날아가는 것과 같이 될 것이다.159)
이로부터 이 절에 올라오는 자는 정신이 새로워지고 눈이 번쩍 뜨이면서 심신心神이 융회融會되지 않음이 없을 것이니, 사람의 흥치를 돕는 것이 결코 얕지 않을 것이다. 어찌 이뿐이겠는가. 부처의 금신金身이 우뚝 아름답게 서서 천백 년 뒤에까지 찬란하게 빛날 것이요, 또 이 자취를 미루어 헤아린다면 오늘날 희사하여 공사를 완성하게 한 자들 역시 다함께 상선上善의 경지와 상덕上德의 기틀로 돌아가면서, 문질文質이 빈빈彬彬한 군자의 대도大道와 합치될 것이 분명하다.
이와 같이 할 수만 있다면, 어찌 자신만 좋게 할 뿐이겠는가. 천하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지선至善의 경지에 머물게 하지 않음이 없을 것이니, 어찌 힘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다음과 같이 축원하는 바이다.
은혜는 상서로운 바람을 따라 높이 날고
덕은 조화로운 기운과 더불어 노니나니
온화하게 옷을 드리우고 팔짱 끼고서
억만년토록 길이 복을 받으리라.160)
팔령산 능가사 대전大殿 모연문
내가 동방의 산천을 두루 돌아다녔지만, 형승形勝이 웅위하고 장려하여 사찰을 세울 만한 곳으로는 영주瀛洲의 능가楞伽와 같은 곳이 없었다. 그리고 지세가 관후寬厚하여 용호龍虎가 웅거雄據한 듯하고, 영기靈氣가 한데 모여 우리 동방의 회촬會撮161) 역시 능가보다 나은 곳은 필시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강산이 맑고 고운데도 모두 시골 사람들의 집으로 채워져 있을 뿐, 텅 비워 둔 채 방치해 두고 있었으므로, 승려나 유생을 비롯해서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마다 애석하게 여기지 않는 자가 없었다.
이곳은 우리 동방의 도선道詵 대사도 보지 못한 곳이요, 당나라 일행一行 선사 역시 언급하지 못한 곳이다.

008_0358_b_01L以與之裨之助之使自得之招其祁
008_0358_b_02L岳契丹之俊流而得以施手塡其靑紅
008_0358_b_03L以全丹雘之功則山以之增輝水以之
008_0358_b_04L增光抑亦所謂巋然高閣如矢如蕀 [11]
008_0358_b_05L如翬斯飛矣自此以後凡登臨者
008_0358_b_06L飜眼倒莫不融其神心焉則其助人興
008_0358_b_07L也不淺矣非只此爾佛之1) [12] 嵬然
008_0358_b_08L煥然郁郁乎千百年之後也2) [13]
008_0358_b_09L今之舍之施之裨之成之者亦同歸
008_0358_b_10L乎上善之地上德之基以合乎君子文
008_0358_b_11L質彬彬之大道也無疑矣能如是則豈
008_0358_b_12L啻獨善其身而已能使天下後世之人
008_0358_b_13L莫不止於至善之地也云胡不勉哉
008_0358_b_14L曰恩從祥風翺德與和氣游雍容垂
008_0358_b_15L拱闕永億萬斯秋

008_0358_b_16L

008_0358_b_17L八嶺山楞伽寺大殿募緣文

008_0358_b_18L
余徧閱東方山川形勝雄偉壯麗可爲
008_0358_b_19L寺刹者莫瀛洲楞伽若也至若地勢寬
008_0358_b_20L而龍蹲虎踞靈氣所鍾統爲東方
008_0358_b_21L會撮者必莫過於楞伽若也然而江山
008_0358_b_22L淸致都屬野人之家而空然弃之
008_0358_b_23L足靑衿凡經過此孰不惜之此吾東道
008_0358_b_24L詵之所未覩而抑亦大唐一行之所未

008_0358_c_01L이를 비유하건대, 별들은 주워 모았으면서도 희아羲娥는 버린 것과 같다162)고 할 것이니, 이는 또한 일행과 도선의 일대 실수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가 시대를 내려와 계세季世(말세)에 이르러서 도인道人 등 수십여 명이 서로 의논하며 말하기를 “일행과 도선이 이곳에 절을 짓지 않아서 우리들의 손에까지 이어져 내려올 줄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또 귀신이 이곳을 비밀스럽게 숨긴 것이 아닌지 어떻게 알겠는가. 어쩌면 지운地運이 그동안에는 이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도덕경道德經』에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고 큰소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고 보면 이곳이 때를 만나지 못함은 이치상 당연하다. 일을 시작할 만한 때에 일을 추진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손에다 침을 바르고 뜻을 가다듬어 수풀을 베고 선려禪廬를 경영하면서, 먼저 법운法雲의 전각 하나를 건립한 다음에 청심淸心과 흘령屹靈의 승료僧寮 두 채를 세웠다. 이에 산과 물이 빛을 발함은 물론이요 만물이 흔연히 기뻐하면서 감사하는 뜻을 보이는 듯하였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 대전大殿이 없어서 진압할 수가 없었으므로 대전을 세워 보려고 하였으나 재력을 마련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수가 없기에 널리 단월에게 고하게 되었으니, 재물과 곡식을 희사喜捨하여 대사를 이루게 한다면, 그 공덕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옛사람은 하나의 대나무 가지로 사찰을 세우고, 하나의 해진 삿갓으로 부처를 가렸는데도 곧장 보위寶位에 오르고 조사의 등불을 이었다. 이처럼 인과응보가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으니, 어찌 사람을 속이겠는가. 증자曾子가 말하기를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라고 하였다. 뜻있는 군자들은 이 글을 보고 적극 호응해 주기 바란다.
조계산 내은암 번와燔瓦 권선문
기와의 효능은 다대하다. 그러므로 집에 기와가 있는 것은 새에 깃털이 있고 짐승에 털이 있는 것과 같으니, 결코 없어서는 안 된다. 기린은 길짐승 중에서 가장 빼어나고,

008_0358_c_01L囑也比若掎摭星辰而遺棄羲娥也
008_0358_c_02L此亦行詵之一大所缺也降及季世
008_0358_c_03L有道人等數十餘指相與議曰安知夫
008_0358_c_04L行詵之未及此地立寺乃延囑於吾等
008_0358_c_05L之手乎又安知夫鬼神之秘慳此地不
008_0358_c_06L豈地運之不至乎道德經曰大器
008_0358_c_07L晩成大音希聲固此地之不得宜其理
008_0358_c_08L曷若爲可爲於可爲之時乎唾手辦
008_0358_c_09L斬除林叢經始禪廬先立法雲一
008_0358_c_10L殿次建淸心與屹靈兩寮於是山光水
008_0358_c_11L及諸百物欣欣然若有情於感遇也
008_0358_c_12L然而中無大殿無以鎭之又欲搆大殿
008_0358_c_13L財匱力乏不可默矣普告檀門憗罄
008_0358_c_14L財糓俾成大事則其功厥德可勝道
008_0358_c_15L古人以一竹枝建刹一破笠遮佛
008_0358_c_16L而驟登寶位現承祖燈因果報應
008_0358_c_17L影之隨形豈欺人哉曾子曰出乎爾者
008_0358_c_18L反乎爾者伏請有志君子五花斯文

008_0358_c_19L

008_0358_c_20L曹磎山內隱菴燔瓦勸善文

008_0358_c_21L
夫瓦之爲物其爲功也居多焉故
008_0358_c_22L之有瓦也猶鳥之有羽也獸之有毛也
008_0358_c_23L不可相無也夫獜爲毛虫之長而鳳爲
008_0358_c_24L▣字體磨滅疑「金」{編}▣字體磨滅疑「之」
008_0358_c_25L{編}

008_0359_a_01L봉황은 날짐승 중에서 가장 빼어나지만, 만약 깃털이 없고 털이 없이 맨살뿐이라면, 다른 새나 짐승과 같아지려 하더라도 안 될 것이니, 오색찬란한 귀한 문채를 어떻게 찾을 수가 있겠는가.
전당殿堂이나 궁실宮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오뉴월 사이에 하늘에 구름이 뭉게뭉게 일면서 비가 주룩주룩 내릴 경우에 만약 기와가 없다면, 집이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아무 쓸모없게 될 것이 뻔하니, 어떻게 오래도록 보존될 수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건물을 세우는 것이나 기와를 입히는 것은 그 공이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말한다면 기와의 효능을 기린의 털이나 봉황의 깃털과 견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지금 저 산의 북쪽 기슭 아래에 계곡이 있는데, 사시四時의 순서에 따라 꽃이 피어 향기롭고, 나무가 울창하게 그늘을 지우고, 풍상風霜에도 고결하고, 물이 떨어지는(水落) 바위가 드러난다. 그래서 그 이름을 수락동水落洞이라고 하였다.
그 속에 하나의 터전이 감추어져 있으니, 이곳은 바로 하늘이 아끼고 귀신이 숨겨둔 구역으로서, 사람의 자취가 멀리 끊어지고 삽상한 기운이 한데 모인 곳이다. 그런데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해서 텅 빈 채 버려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애석하게 여긴 것이 몇 년이나 되었다.
그러다가 숭덕崇德 청원靑猿(갑신년, 1644)의 가을에 이르러 이름을 모某라고 하는 산의 도인이 “이곳은 그윽이 거하며 고상한 뜻을 기르는 사람이 지내기에 알맞은 곳이다.”라고 하고는, 손에 침을 바르고 뜻을 가다듬어 나무를 베고서 경영을 하고 단장을 한 결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심산유곡에 우뚝 선찰禪刹이 이루어졌으니, 이 땅이 비로소 주인을 만나게 되었다고 하겠다.
그런데 기와를 굽는 한 가지 일만은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 한 순간도 마음속에서 잊은 적이 없었는데, 그의 법제法弟인 아무개가 또한 탄식하며 말하기를 “옛사람의 말에 형이 일을 시작하면 동생이 그 일을 돕는다고 하였으니, 지금이 바로 그 때가 아니겠는가.”라고 하고는, 기와를 만들 뜻을 세웠으니, 비록 백아가 체종을 손에 쥐고, 방문자가 오호를 당기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뜻을 비유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163)
지금은 혼탁한 세상이라서 선을 행해도 꼭 복을 받지는 않고 악을 행해도 꼭 화를 받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삼대三代의 흥망이나

008_0359_a_01L羽虫長然秃秃然無羽毛則雖欲與衆
008_0359_a_02L鳥群獸等不可得安求其五彩之貴文
008_0359_a_03L夫殿堂宮室亦然若夫五六月之間
008_0359_a_04L天油然而雲沛然而雨若無盖瓦
008_0359_a_05L舍倏然而崩其無功必矣安能久而長
008_0359_a_06L存乎故築室與燔瓦之功並行而不悖
008_0359_a_07L以此言之燔瓦之力宜乎比乎獜
008_0359_a_08L鳳之羽毛也信矣今夫山之北麓之下
008_0359_a_09L有洞四時之序林花發而幽香佳木
008_0359_a_10L秀而蘩陰風霜而高潔水落而石出
008_0359_a_11L故該號水落洞也中秘一基乃天慳鬼
008_0359_a_12L刻之區人烟逈隔爽氣所鍾之所
008_0359_a_13L以不遇時故空然弃之爲衆之所慨者
008_0359_a_14L幾許年矣洎崇德靑猿之秋山之道人
008_0359_a_15L某名者乃曰此地栖幽養高之人所可
008_0359_a_16L冝處乃唾手辦志芟除棘林經之營
008_0359_a_17L莊之點之不數年之內深山邃谷
008_0359_a_18L蔚成禪 是地之有遇也歟然其厥然
008_0359_a_19L燔瓦一事也未甞頃刻忘乎懷者有矣
008_0359_a_20L其法弟某者亦喟曰古云其兄作之
008_0359_a_21L其弟資之此豈非其時乎於是欲作燔
008_0359_a_22L雖伯雅 [27] 操遆 [28] [29] 門子彎烏號猶未
008_0359_a_23L足以諭其意也方今濁世爲善未必福
008_0359_a_24L爲惡未必禍然每觀三代之興亡及秦

008_0359_b_01L진·한·진·수秦漢晋隋의 성쇠盛衰를 살펴보면, 모두 선악과 현불초賢不肖(어짊과 못남)의 차이에서 연유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이것이야말로 인과보응의 분명한 징험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저 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모르지만 일단 이루어진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 원인이 있게 마련이고, 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모르지만 일단 일어난다면 여기에도 반드시 그렇게 된 연유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지금 선을 기꺼이 행한다면, 뒷날에 반드시 뒤따르는 복을 받게 될 것이다.
삼가 바라건대, 선남선녀들은 덧없는 인생은 한계가 있음을 가슴 아프게 여기고, 기와의 효능은 다대하다는 것을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이를 보태 주고 도와 일이 이루어지게 한다면, 후세의 타생他生에도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니, 분발해 주기 바란다. 다음과 같이 축원하는 바이다.
교화가 사방에 흘러넘치고
무궁하게 널리 입혀져서
먼 오랑캐가 조공을 바치고
온갖 상서가 반드시 이르리라.164)
조계산 선암사 지장전 권선문
어떤 이는 말하기를 “하늘과 사람이 서로 호응한다고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인데, 성현은 항상 기필할 수 있는 의론이 있는 것 같으니,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고, 불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은 재앙이 있다’165)고 말하곤 한다. 물론 이것이 또한 좋은 말이기는 하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상을 보건대, 선을 행하는데도 빈천하고 오래 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불선을 행하는데도 부귀하고 일찍 죽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나는 성현의 말에 적이 회의를 느낀다.”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는 바이다.
천지는 사심이 없다. 하지만 만물을 생성할 적에 더러 치우치고 불균등한 점이 있기는 하다. 추워야 할 때 춥고 더워야 할 때 더우며, 선을 행하면 복을 내리고 불선을 행하면 재앙을 내리는 것은 정正을 얻은 것이요, 추워야 할 때 춥지 않고 더워야 할 때 덥지 않으며, 선을 행하는데도 복을 내리지 않고 불선을 행하는데도 재앙을 내리지 않는 것은 정을 얻지 못한 것이다. 대저 순舜임금과 같은 덕을 소유하고서 반드시 그 응답을 받았던 것은 이치(理數)로 보아 정당하다(常) 할 것이요, 공자와 같은 덕을 소유하고도 그 응답을 받지 못했던 것은 이치로 보아 정당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008_0359_b_01L漢晋隋之隆替莫不皆由善惡賢不肖
008_0359_b_02L之不同此豈非報應之明效大驗也
008_0359_b_03L功之成非成於成之日盖必有所由
008_0359_b_04L禍之作不作於作之日亦必有所由兆
008_0359_b_05L則今作善輶而後必有所持循矣伏冀
008_0359_b_06L善男善女痛浮生之有涯念瓦功之居
008_0359_b_07L補之益之使之成之則其後世他
008_0359_b_08L亦有力焉勉旃勉旃遂爲祝曰
008_0359_b_09L溢四表橫彼無窮遐夷貢獻萬祥必
008_0359_b_10L臻云爾

008_0359_b_11L

008_0359_b_12L曹磎山仙岩寺地藏殿諭善說

008_0359_b_13L
或曰天人之應至難言也而聖賢常若
008_0359_b_14L有司必之論曰積善之家必有餘慶
008_0359_b_15L積不善之家必有餘殃固亦嘉言
008_0359_b_16L觀今之世或有作善而貧賤不壽者
008_0359_b_17L不善而富貴不夭者多矣余竊疑於聖
008_0359_b_18L賢之論也曰以天地之無私而生成萬
008_0359_b_19L或有偏而不均者當寒而寒當暑
008_0359_b_20L而暑作善降祥作不善降災正也
008_0359_b_21L有當寒而不寒當暑而不暑善而不祥
008_0359_b_22L不善而不是不得其正也夫有舜
008_0359_b_23L之德而必得其應者理之常也有孔
008_0359_b_24L子之德而不得其應者理之不得其常

008_0359_c_01L
지금 선을 행하고도 빈천하고 일찍 죽거나, 불선을 행하고도 부귀하고 오래 사는 것이 어찌 천도가 정당하다 하겠는가. 바로 이치가 바르지 못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어찌 선을 행하고도 빈천하고 일찍 죽는 이치가 있겠으며, 불선을 행하고도 부귀하고 오래 사는 이치가 있겠는가. 온 천하 사람들을 이끌어 본성이 선한 것을 재앙으로 여기게 하는 것은 반드시 그대의 말일 것이다. 시詩에 “어찌 선할 수 있으리오. 곧 서로 멸망의 구렁에 빠지고 말 것이다.”166)라고 하였는데, 이는 바로 그대를 두고 말한 것이다.
맹자가 이르기를 “스스로 해치는 자는 더불어 말할 수 없고, 스스로 버리는 자는 더불어 일할 수 없다.”라고 하였다. 그대와 같은 자는 성현이 함께 거하더라도 교화를 할 수 없을 것이니, 그대와 같은 자를 굳이 꾸짖어서 무엇 하겠는가. 옛날에 이르기를 “잘못되지 않고 잊어버리지 않음은 옛 법을 따르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는데, 앞서 간 성인의 말을 따르고서 잘못된 경우는 지금까지 있지 않았다.167) 그대여, 그대여, 송宋나라 사람처럼 어리석게 굴지 말고, 성현의 말씀을 법도로 삼을지어다.
이 전각은 바로 지장 대성大聖이 중생을 구제하는 곳이다. 이 대성의 자비와 원력은 생각으로 헤아리기 어렵고 그 위엄과 신통력은 측량할 수가 없다. 허공이 다하더라도 그 맹서는 다함이 없이, 고해에 빠져서 허덕이는 중생을 구제하여 깨달음의 언덕으로 올리는 일을 자신의 임무로 삼고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이라도 은택을 받지 못해 고해에 빠지기라도 하면, 마치 자기가 그를 밀어 넣어 덫에 걸리고 함정에 빠지게 한 것처럼 여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부터 지금까지 무수한 억겁의 기간 동안 그 형상이 영원히 없어지지 않고 보존되어 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항상 명부와 지옥에서 황금 석장(金錫)을 떨치고 신광神光을 발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고통을 벗어나 즐거움을 얻게 하고 있으니, 얼마나 위대하다고 하겠는가. 이렇게 본다면 우리들이 다행히 고해를 벗어나 사람의 몸을 얻게 된 것도, 지장 대성의 배려가 없었다면 가능하였겠는가.
비록 그렇긴 하지만 고금은 시간의 변화 과정이요 성훼成毁168)는 만물의 변화 과정이다. 이 전각도 만물 속에 속해 있으니, 어찌 성훼의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지난 적계赤鷄(정유년) 청의靑衣의 변란 때에 우뚝 솟아 있던 전각이 모두 불타 없어지는 재앙을 입고 말았는데,

008_0359_c_01L今之善而貧且夭焉不善而富且壽
008_0359_c_02L豈天道之常也乃理數之不正耳
008_0359_c_03L豈善而賤且夭焉不善而貴且壽焉
008_0359_c_04L率天下之人而禍性善者必子之言
008_0359_c_05L夫詩云其何能淑載胥及溺子之謂也
008_0359_c_06L孟子曰自暴者不可與有言也自棄
008_0359_c_07L不可與有爲也雖聖賢與居不能
008_0359_c_08L化而入也於其若何誅古云不愆不忘
008_0359_c_09L率由舊章遵先聖之言而過者未之有
008_0359_c_10L子乎子乎無若宋人然以聖賢之
008_0359_c_11L其可法乎此殿乃地藏大聖攸濟之
008_0359_c_12L閣也其爲聖也悲願難思威神莫測
008_0359_c_13L虗空盡而誓不盡以濟苦濟淪度脫群
008_0359_c_14L登於覺岸爲己任者也故如一化
008_0359_c_15L不被其澤而沈於苦海者則若己
008_0359_c_16L而內之罟擭陷阱之中故初于古
008_0359_c_17L終于今上下億無數劫留形不滅
008_0359_c_18L在幽㝠之中泥梨之前振金錫放神
008_0359_c_19L而令諸化者離苦得樂者也其可
008_0359_c_20L偉乎以此觀之我軰幸脫苦輪幸得
008_0359_c_21L人身得微地藏之所洎耶雖然古今
008_0359_c_22L時之數也成毁物之數也此殿也
008_0359_c_23L於物類則豈無成毁之數乎徃者赤雞
008_0359_c_24L靑衣之變巋然高閣盡赴回祿之災

008_0360_a_01L냇물이 오열하는 가운데 옛터만 쓸쓸히 남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이 가슴 아프게 여겨 온 것이 몇 년이나 되었다.
그러다가 황우黃牛(기축년)의 여름에 이르러, 입으로 말은 잘 하지 못해도 몸 안에 덕이 가득한 도인道人 한 사람이, 마침내 이 전각을 중건할 큰 뜻을 발원하고는 지장地藏의 진용眞容을 편안히 모시려 하고 있는데, 지장의 풍도를 사모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할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삼가 단문檀門에 고하여 맥주麥舟169)의 인덕을 간청하는 바이니, 우리의 인생이 짧은 것을 애달피 여기고, 지장의 풍도가 장구한 것을 우러르면서, 재물과 곡식을 희사하여 보시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이 전각을 건립하여 지장의 진용이 천추토록 의젓이 자리하게 한다면, 참된 지장의 면목이 우리 마음과 눈 사이에 분명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선행을 쌓으면 받게 된다는 여경餘慶의 경사가 이보다 큰 것이 뭐가 있겠는가. 깊이 생각해서 기꺼이 동참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금화산 징광사 영산전 중창기
금화산은 군성郡城에서 서남쪽으로 20리쯤에 있는데, 기이하고 빼어난 모습을 보이면서 신령스러운 기운이 성대하게 일고 있다. 봉우리가 우뚝 솟고 골짜기가 그윽히 깊어 주위를 에워싸고 포용한 가운데, 계속 이어진 산들의 능선이 끝없이 바라다 보인다.
그 속에 가람이 있으니 이름을 징광澄光이라고 한다. 이곳은 처음에 철감 국사徹鑑國師가 석장錫杖을 내려놓고 선禪을 닦은 곳이다. 이 구역의 신비로운 유적에 대해서는 앞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서술했으니 다시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고 그동안의 자취에 대해서만 간략히 소개할까 한다.
그 웅대 화려한 집의 그윽한 모양과 눈부신 동자기둥에 새긴 묘함과 문과 창문의 밝음과 계속해서 격자창에 보이는 상서로움은 물론이요, 옥 섬돌을 밝게 비추는 꽃과 금 난간을 그늘 지우는 나뭇잎과 옥 여울에 흐느끼는 시냇물과 솔에 나부끼는 흰 눈을 비롯해서, 달 골짜기와 별 다리에 푸르스름한 금빛(金碧)을 띠면서 구름이 오고 가는 천태만상은 아마도 호남에서 으뜸일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영산전靈山殿 하나가 없어진 채 옛 터전만 쓸쓸히 남았으므로

008_0360_a_01L流泉嗚咽遺地尙存爲人傷感者
008_0360_a_02L許年矣降及黃牛之夏爰有道人
008_0360_a_03L無口給而德潤其身者也遂發願王
008_0360_a_04L意欲重建使地藏之眞容安而立之
008_0360_a_05L非慕於地藏之風者其能若是敬告檀
008_0360_a_06L門麥舟之仁哀吾生之須臾仰地藏之
008_0360_a_07L長風喜將財糓施以與之俾成此殿
008_0360_a_08L令地藏之眞容位千秋而不蹷則眞地
008_0360_a_09L藏之面目昭昭於心目矣其曰積善有
008_0360_a_10L餘慶之慶孰大於此乎思之思之
008_0360_a_11L煩設難也

008_0360_a_12L

008_0360_a_13L金華山澄光寺靈山殿重剏記

008_0360_a_14L
山在郡城西南二十里許爭奇獻秀
008_0360_a_15L氣欝葱截然而高窈然而深回環挹
008_0360_a_16L連岡疊峀望之若不可窮中有伽
008_0360_a_17L曰澄光厥初徹鑑國師憇錫修禪
008_0360_a_18L之所也靈區秘跡前人之述已具矣
008_0360_a_19L不必覼縷而略擧已然之迹其輪奐
008_0360_a_20L窱之狀杲梲剞劂之妙房攏戶牗之明
008_0360_a_21L [30] 蠁呈靈 [31] 之祥至若花眀玉砌葉暗金
008_0360_a_22L澗咽瓊溜松飄白雪月峽星橋
008_0360_a_23L金孕碧雲去雲來千態萬狀殆甲湖
008_0360_a_24L南也然厥然靈山一殿也遺地尙存

008_0360_b_01L샘물이 슬피 울며 흐르고 있었다.
이에 이름을 사원思遠이라고 하는 산의 도인이 팔을 걷어붙이고 크게 부르짖으며 모아 놓은 재물을 모두 털어 내어 을유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정해년에 공사를 마쳤다. 기와를 구워 문채를 드러내고 온갖 필요한 집기를 낙성落成한 것은 모두 이 사원 스님의 힘이다. 높은 기둥과 판판한 뜨락, 그리고 새가 놀라고 꿩이 날아가는 듯한 건물이 엄연히 옛날과 같이 되었으니, 이 사원 스님이 없었다면 그 누가 이 일을 행할 수 있었겠는가. 국로國老(철감 국사)의 선혼禪魂이 사원 스님의 신골神骨에 되살아났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대저 만물이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것은 비유하건대 아침이 되었다가 저녁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니,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영산전에서 드러내는 묘법과 설하는 법문은 이루어짐과 무너짐을 관통하여 홀로 우뚝 존재하고, 응폐凝廢(성쇠)와 관계없이 확고하게 변하지 않을 것이니, 모니牟尼를 위해서 풍성하게 하지도 않을 것이요, 마부魔夫 때문에 인색하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묘법은 예와 지금의 구분이 없고 이 법문은 범부와 성인의 차별이 없어서, 옛날에 영산에서 설한 것이 바로 오늘날 영산에서 설하는 것이 될 것이다. 따라서 고금이 한 이치요 범성이 한 궤도가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내가 이 전당에 머무는 자에게 이것을 바라노니, 만약 끝까지 태만하지 않고 행해 나간다면, 말세의 사람들로 하여금 영산靈山의 대법연을 다시 볼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순치順治 7년(1650, 효종 1) 경인년 가을에 쓰다.
동리산 대흥사에서 새로 만든 보련寶輦과 청당請堂의 기문
객승客僧이 있으니 그의 법호는 천상天祥이다. 가슴은 수기秀氣를 가득 채우고, 눈은 진공眞空을 활짝 보며, 조각달과 같은 발우를 받들고, 맑은 노을과 같은 납의衲衣를 걸치고서, 이 사원에 도착하여 기물器物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것을 개탄하였다.
그리하여 적마赤馬(병오년)의 해에 멀리 용만龍灣(義州)의 압록강에 가서 칠진七珍 백보百寶를 수집한 뒤에 한 해에 세 차례에 걸쳐 이 사원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천열天悅 스님과 약속하여 교칠膠漆이 서로 붙듯 금슬을 연주하듯 하면서, 취락聚落에서 널리 구하고 양공良工에게 위임하여, 삼보三寶의 보련寶輦을 새기고 한 곳의 청당請堂을 만들었다.

008_0360_b_01L流泉嗚咽而已山之道人思遠其名者
008_0360_b_02L奮臂大呼儘罄所儲始役於乙酉
008_0360_b_03L功于丁亥至於陶瓦彰彩之偹落成什
008_0360_b_04L物之具皆師之力也覺楹殂 [32] 鳥革
008_0360_b_05L翬飛儼然如昔微斯遠師誰能繼述
008_0360_b_06L可謂國老之禪魂更蘇于遠老之神
008_0360_b_07L骨也夫物之成毁猶朝之必暮也
008_0360_b_08L足驚也盖靈山所露之妙所說之法
008_0360_b_09L貫成毁而巋然獨存澈凝廢而確焉不
008_0360_b_10L不爲牟尼而豊不爲魔夫而嗇
008_0360_b_11L則妙無古今法無凡聖古之靈山所說
008_0360_b_12L乃今之靈山所說故古今一理
008_0360_b_13L聖一轍吾以此望住此堂者倘終不怠
008_0360_b_14L則庶幾使淑世之人得見靈山大法筵
008_0360_b_15L時則順治七年之庚寅秋也

008_0360_b_16L

008_0360_b_17L桐裡山大興寺新造寶輦及請堂記

008_0360_b_18L
有客也法號天祥也胸鍾秀氣也
008_0360_b_19L豁眞空也盂擎片月也衲作淸霞也
008_0360_b_20L到此寺也慨寺物之不偹也歲値赤馬
008_0360_b_21L遠向龍灣鴨江也採得七珎百寶也
008_0360_b_22L年三匝而還來此寺也與天悅爲約也
008_0360_b_23L如膠投漆也如皷瑟琴也旁求聚落也
008_0360_b_24L倩諸良工也雕三寶之寶輦也做一所

008_0360_c_01L
그 형상을 보면 채룡綵龍이 전후에서 호위하는 듯하고, 금봉金鳳이 좌우에서 날아가는 듯하였으며, 기이한 비단을 하늘로 삼고 보배 그물을 장막으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대마루를 새기고 기둥에 그림을 그린 아름다움으로 말하면, 그 어느 것도 이보다 더할 수가 없었으니, 근고近古 이래로 일찍이 볼 수 없던 일이었다.
아, 우리 두 스님의 차원에서 본다면, 천지를 하나의 당堂으로 삼고, 만물을 하나의 연輦으로 삼을 테니, 이것의 귀천과 화질華質170)을 개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후세에 공을 자랑할 마음을 품었겠는가.
그렇긴 하지만 단자檀子의 소원과 사승寺僧의 소회 꼭 이렇게 자세히 밝히지는 않더라도 대략 그 전말을 기록하여 후세에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산이 미려한 것과 절이 청유淸幽한 것은 사람들이 모두 눈으로 보는 바이니,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이 공사를 도운 단나檀那들의 명단을 뒤에 차례로 기록한다.
증설甑說
대저 시루로 말하면 산중에서만 쓰는 것이 아니고 세상에서도 쓰고 있으니, 소인(細人)이나 어린아이라도 모두 그 쓰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터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설명을 기다릴 것도 없이 각자 알고 있을 것이니, 감히 조목별로 상세히 그 효능을 설명하지 않고, 산중에서 쓰임이 되는 것만 간략히 말하고자 한다.
옥 같은 골(玉洞)을 바람이 문지르고 옥 같은 숲을 비가 씻은 뒤에, 시냇물이 금석錦石을 지나가고 샘물이 요천瑤泉에서 퐁퐁 솟아나는 그 옆에서, 청산에 흰 구름 머문 홍수紅樹의 아래에 정단淨壇을 설치하고 도량을 세워, 불천佛天을 제향하고 신령을 공양하며 복을 빌고 화를 막을 즈음에, 만약 이 시루가 없다면 어떻게 그런 일을 행할 수가 있겠는가. 이렇게 본다면 시루의 효능이 결코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시루야말로 단신檀信들로서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그릇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이 암자로 말하면, 멀리 청산 백운 속에 있으면서, 도량(道壇)이 밝고 깨끗하여 성현이 이를 만한 곳이라고 하겠다.

008_0360_c_01L之請堂也其爲物也綵龍擁衛於前後
008_0360_c_02L金鳳皷翼於左右也以奇錦爲天也
008_0360_c_03L以珠網爲帳也至若雕甍畫棟之美
008_0360_c_04L加於此也近古以來未甞有也
008_0360_c_05L在兩師之分上也天地一堂也萬物一
008_0360_c_06L輦也未甞以此物之貴賤華質爲意也
008_0360_c_07L况有誇功後世之心也然檀子之所願
008_0360_c_08L寺僧之所懷也未必俱如此也
008_0360_c_09L記其顚末也以示諸其後也若夫山之
008_0360_c_10L美麗也寺之淸幽也人皆目擊也
008_0360_c_11L必覼縷也因錄檀那芳目秩秩于后

008_0360_c_12L

008_0360_c_13L甑說

008_0360_c_14L
夫甑之爲器用也非只山中之所用也
008_0360_c_15L世所有之雖細人小兒皆知其爲用也
008_0360_c_16L不待他人之說而自知故不敢條陳縷
008_0360_c_17L柝其功而略擧山中所用而言若夫玉
008_0360_c_18L洞風磨瓊林雨洗之後溪过錦石
008_0360_c_19L底瑤泉之畔靑山白雲紅樹之下
008_0360_c_20L淨壇立道 享佛天供神祗邀福遣
008_0360_c_21L禍之際倘無此噐則疇能成立乎
008_0360_c_22L此觀之甑之爲用也不輕也凡百檀
008_0360_c_23L信之所可傾心之噐也此庵也在靑山
008_0360_c_24L白雲之遙道壇明淨聖賢可臻之所

008_0361_a_01L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로 이 시루가 없어서 이 암자의 큰 결함이 되고 있으므로, 사람들이 탄식한 것이 오래되었다. 그런데 지금 한 청신淸信 처사가 어떤 마을에서 찾아와서 이 시루를 주조하여 이 암자의 크게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승려들이 도를 단련하는 장소로 만들려 하고 있으니, 이는 하늘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몰래 도와준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삼가 바라건대, 단신檀信들은 인생이 유한함을 슬피 여기고, 재물이 무상함을 염두에 두어, 수저나 그릇이나 곡식이나 베나 여러 보물들을 의심하지 말고 희사하여 이 시루를 만들게 해 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그 공덕이 바다처럼 넓고 깊어 다함이 없을 것이니, 행여 소홀히 하지 말기 바란다.
동화사 번와燔瓦와 조상造像의 기문
나의 형체는 비록 젖은 재의 모습과 같다고 해도, 마음은 대지의 무늬와 합치되지 않은 채, 고래가 헤엄치는 깊은 연못처럼, 움직이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는 상태에 있었다.171) 그래서 망상을 없애려고 은연히 공단空壇에 홀로 앉아 있었는데, 어떤 납승衲僧이 찾아와서 합장을 하기에 우연히 머리를 들고 한번 쳐다보았더니, 귀밑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머리칼이 흰 눈처럼 변한 노스님이었다.
비록 눈에 보이는 것만을 눈으로 보고 귀에 들리는 것만을 귀로 듣는 기운은 없다고 하더라도, 그 평온한 마음은 먹줄처럼 곧고 그 변화는 자연을 따르고 있어서, 옛 진인眞人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점이 있었다.172) 내가 대단하게(魁梧) 생각하여 마음속으로 기이하게 여기면서 이름을 물어보았더니, 그가 법홍法弘이라고 대답하고는 다음과 같이 나에게 고하였다.

바닷가(浮槎)에 하나의 도량이 있으니, 옛날 대각大覺 국로國老가 석장錫杖을 세워 놓고 마음을 단련한 곳입니다. 그런데 기층이 퇴락하여 땔감숲으로 변하면서 나무꾼과 목동이 공을 치며 노는 장소가 되었으므로, 이곳을 지나는 사람마다 마음 아파하며 참혹하게 여긴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계세季世(말세, 요즘)에 이르러 운납雲衲 계환戒環 등이 복구할 뜻을 세우고 범궁梵宮을 건립하였으나, 겨우 10여 년 만에 비가 오기만 하면 빗물이 줄줄 새곤 하였으므로, 현묘한 도를 참구參究하는 자들이

008_0361_a_01L而固無此噐甚爲庵中之大缺也爲人
008_0361_a_02L所嗟者許久時有淸信處士自何有
008_0361_a_03L1) [14] 欲鑄此噐以補此菴之大缺
008_0361_a_04L釋客鍊道之所可謂天陰隲於窅㝠之
008_0361_a_05L中也伏願檀信痛浮生之有涯念珎
008_0361_a_06L財之無常或匙筯或哭皿或斗粟
008_0361_a_07L尺布或諸寶物勿疑與之令成此噐
008_0361_a_08L則其功德海浩渺汪洋用之不竭矣
008_0361_a_09L幸毋忽之

008_0361_a_10L

008_0361_a_11L桐花寺燔瓦造像記

008_0361_a_12L
余形雖濕灰焉心未合地文鯢桓而不
008_0361_a_13L震不正 [33] 欲遣妄思而隱然獨坐空壇
008_0361_a_14L有一衲翩然來揖于前偶然矯首一覕
008_0361_a_15L則乃霜侵鬂畔雪蒙頭上之老師也
008_0361_a_16L不以目視目以耳聽耳之氣而其平也
008_0361_a_17L其變也循有以古眞人之節余以
008_0361_a_18L爲魁梧奇之心固偉之問其名則曰
008_0361_a_19L法弘也告余曰浮槎之境有一道塲
008_0361_a_20L昔大覺國老卓錫鍊心之所而基階隤
008_0361_a_21L翻作柴林即爲樵童牧竪毬驚杖奮
008_0361_a_22L 凡經過者傷心慘目久矣降及
008_0361_a_23L季世有雲衲戒環等志欲復古建諸
008_0361_a_24L梵宮甫十餘所而爲雨漏滂沱夫採

008_0361_b_01L바로 앉아 공부할 공간이 없었고, 신명에게 기도하는 자들이 손을 비비며 간청할 곳이 없었습니다. 이에 병자년 봄에 제(貧道)가 또 지붕을 덮으려고 인문仁門에 간청하여 약간의 재물을 얻은 다음에 벽와碧瓦를 구워 두세 곳의 전당을 보완해서 공사를 마쳤습니다. 이렇게 해서 범전梵殿이 우뚝 서서 절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비로전毘盧殿이 공허하여 구름이 시름겨워하고, 대광명전(大光藏)이 텅 비어 꽃과 나무가 부끄러워하였으므로, 병신년 가을에 제가 탄식하며 말하기를 “불상을 만드는 일을 석인碩人이 보면 웃을지도 모른다. 그렇긴 하지만 어린아이가 놀면서 손가락으로 불상을 그리기도 하고, 광부狂夫가 장난삼아 모래로 탑을 쌓기도 하는데, 이 모두가 입도入道하는 씨앗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불상을 만드는 것도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무궁히 외경심을 일으켜서 성불하게 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하고는, 단자檀子에게 또 간청하여 무상전無相殿에 삼존三尊을 조성해서 천추토록 영원히 진호鎭護하게 하였습니다.
사事가 이理를 포섭하는 것으로 말한다면 그 공功이 크다고 하겠지만, 이理가 사事를 포섭하는 것으로 말한다면 그 덕德이 없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마치 큰 바다의 작은 물방울이나 태산의 가벼운 터럭과 같은 것으로서, 타인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게 하기에 부족합니다. 따라서 글을 지어 후세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도 없겠으나, 만약 그렇게 할 경우에는 또 어떤 사람이 이런 일을 했는지 알 수 없게 됨은 물론, 이 일을 계승할 뜻을 일으킬 수 없게 할는지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공을 자랑하는 폐단이 없게끔 하려다가, 뒷날 선善을 행하는 군자들이 흥기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는 자포자기하는 일에 해당될 것이니, 바라건대 전말을 대략 기록하여 무궁한 후세에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이상 스님의 말을 듣고는, 내가 “오래도록 침잠해 있다 보니, 붓 끝에 좀이 슬었소. 그러니 어떻게 기記를 짓겠는가.”라고 하였더니, 스님이 강요하기를 “기라는 것은 사실 그대로 쓰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절묘한 말일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라고 하면서 간청해 마지않았다. 그래서 내가 사양하다 못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크고 넓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만물이 흥했다가 쇠하곤 한다. 이루어지고 무너짐이 있는 것은 소씨昭氏가 거문고를 연주함과 같고, 이루어지고 무너짐이 없는 것은 소씨가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음과 같다.173) 그러니 어찌 놀라움과 기쁨의 감정을

008_0361_b_01L道叅玄者無處可其容而匡坐 [34] 祐禱
008_0361_b_02L壽者無所可其據而磨手逮丙子之春
008_0361_b_03L貧道亦欲蓋苫借仁門得若干財什窰
008_0361_b_04L碧瓦補二三之殿堂仍而落成於是
008_0361_b_05L巋然梵殿狀若琳宮焉毘盧殿空
008_0361_b_06L雲物以之呈愁大光藏曠卉木以之含
008_0361_b_07L慚而已越丙申之秋貧道乃喟曰
008_0361_b_08L相爲務雖碩人之所哂然稚子戱而指
008_0361_b_09L畫爲相狂夫弄而沙集作塔俱成入道
008_0361_b_10L之萌則今之雕像使後肅敬無已
008_0361_b_11L成佛之一端也於是亦乞檀子造三尊
008_0361_b_12L於無相鎭千秋而不泯以事攝理而言
008_0361_b_13L則其功大矣以理攝事而言則厥德蔑
008_0361_b_14L猶巨海之細滴若太山之輕毛
008_0361_b_15L足以照人眼聽人耳也故不題示後昆
008_0361_b_16L則不知何人之做功而抑不起繼述之
008_0361_b_17L大意其不逞功之弊使後之作善君子
008_0361_b_18L無由興起自棄自暴者矣望略錄顚末
008_0361_b_19L以示無窮其可乎余曰沈㝠久矣蜂管
008_0361_b_20L蠧毛奈記也何弘老强之曰夫記也
008_0361_b_21L記其實而已何必外孫杵臼也
008_0361_b_22L恳不已余辭不免即曰堪輿弘莽物之
008_0361_b_23L隆替有成有毁故昭氏之皷琴也無成
008_0361_b_24L無毁故昭氏之不皷琴也豈足以驚喜

008_0361_c_01L마음에 담아 둘 수가 있겠는가. 대저 금불상과 옥기와(玉瓦) 역시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상하 수백 년 동안에 몇 번이나 이루어졌다가 무너지고 무너졌다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옛사람이 “이루어지면 무너지고, 무너지면 이루어진다.”라고 한 것도 바로 이것을 두고 말한 것이다.
전단栴檀을 새겨 불상을 만든 경사慶事는 실로 우전국于闐國의 왕이 부처를 사모하여 불상을 만든 데에서 유래하였고, 푸른 기와를 구워 지붕을 덮어 준 상서로운 일은 순舜임금이 하빈河濱에서 도자기를 굽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황금 불상의 영이靈異한 교화와 제도(化度)의 사례는 불경(竺墳)에 전해지고, 옥기와의 수승한 아름다운 인연은 『서경(震誥)』에 실려 있으니, 자세히 서술할 필요가 없다. 그밖에 산이 아름다운 것과 절간이 맑고 그윽한 것과 옥동玉洞의 아름다운 꽃과 구름 모양과 학鶴의 자태와 같은 흥취에 대해서는 후세 작자作者의 필설筆舌을 기다리기로 한다.
송광사 하사당下舍堂 중수 권문
삼가 생각건대, 관음보살이 들음을 돌이켜 본성에 합치하는 오묘한 감응은 달이 연못 한복판에 지는 것과 같고, 하사下舍의 승려가 봄을 거두어 선정에 드는 진기眞機는 구름이 골짜기 어구에 비낀 것과 같다. 달이 밝음을 토해 어두운 길이 밝아지고, 구름은 그늘을 내어 초췌한 만물이 소생하니, 밝음은 바로 묘명妙明의 신기한 빛(神光)이요 그늘은 바로 덕음德陰의 성스러운 은택(聖澤)이다.
일이 다스려지고 어그러짐은 봄과 가을이 교대하는 것과 같고, 만물의 성쇠盛衰는 밤과 낮이 교체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지금 전각은 빗발이 들이쳐서 용골龍骨처럼 걸쳐 놓은 들보가 썩어 이끼가 잔뜩 끼고, 마루는 된서리가 내리면서 물고기 비늘처럼 이어진 기와가 깨져 흙이 되었다. 그리하여 산인山人은 혼자서 탄식하고 야객野客은 남몰래 슬퍼하였으며, 절간은 시름겨운 모습을 띠고 산은 참담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에 영오靈悟라는 자가 마침내 절간을 중건할 뜻을 세웠는데, 그 사람됨을 보면 임천林泉에 흥을 부치고 운수雲水에 몸을 거하며, 조각달 같은 발우를 받들고 가벼운 노을이 물든 납의衲衣를 걸치고 있다. 그런데 이루기 어려운 일을 혼자 떠맡는 것은 마치 눈(雪)으로 우물을 메우려는 것과 같고, 많은 사람의 힘을 모아 쉽게 성취할 수 있는 것은 마치 바람이 불어 불길이 일어나는 것과 같으므로, 위로 주문珠門을 향해 맥주麥舟174)의 인덕을 간청하는 한편,

008_0361_c_01L爲懷者哉夫金相玉瓦始于古終于今
008_0361_c_02L上下數百年之內幾多成而壞壞而成
008_0361_c_03L古云其成也毁也其毁也成也此之
008_0361_c_04L謂也其刻栴檀爲相之慶實賴於闐王
008_0361_c_05L之慕佛燔碧瓦陰世之祥必源於舜帝
008_0361_c_06L之陶河金像之靈異化度垂於笁墳
008_0361_c_07L瓦之勝功佳緣載之震誥不必備述也
008_0361_c_08L自餘山之佳麗寺之淸幽玉洞瑤花
008_0361_c_09L容鶴態之趣以待後之作者之筆舌爾

008_0361_c_10L

008_0361_c_11L松廣寺下舍堂重修勸文

008_0361_c_12L
[35] 以觀音佛返聞合性之妙應月落於
008_0361_c_13L潭心下舍僧收視入㝎之眞機雲橫於
008_0361_c_14L谷口月吐明而昏衢大朗雲產陰而悴
008_0361_c_15L物頓蘇明乃妙明之神光陰是德陰之
008_0361_c_16L聖澤其乃事之治亂若春秋之迭遷
008_0361_c_17L物之盛衰猶夜朝之相替故今殿病雨
008_0361_c_18L龍骨掛樑杇爲苔根堂㥘霜威
008_0361_c_19L鱗緝瓦碎爲土末山人暗嘆野客潜
008_0361_c_20L寺帶愁容山開慘目這有靈悟厥
008_0361_c_21L號者遂發招提重新志焉爲人寄興林
008_0361_c_22L棲身雲水盂擎片月袖盈輕霞
008_0361_c_23L獨任難成欲塡井而擔雪苟衆力易就
008_0361_c_24L擬吹火而因風仰告珠門麥舟之仁
008_0361_c_25L「卿」與「鄕」通{編}

008_0362_a_01L아래로 금전金殿의 화당華堂 노인에게 도움을 바라게 되었다.
아, 화살이 날아가는 듯한 세월 속에 업은 땅처럼 영구하고 하늘처럼 영원한데, 물거품이 모인 듯한 육신의 운명은 물처럼 흘러가고 번개처럼 신속하다. 그러므로 황금이나 옷감이나 모두 몸 밖의 연기와 구름에 지나지 않고, 곡식이나 금전이나 모두 꿈속의 뱀에 불과할 뿐이니, 몸을 빠뜨리는 미끼를 보시하여, 하늘에 오르는 싹을 심기 바란다.
송광사 화엄전의 동서 협실과 정문의 권문
삼가 듣건대, 화엄華嚴이 교승敎乘을 통합하는 것은 바다가 온 시냇물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고, 송광사가 선 도량의 으뜸이 되는 것은 난초가 온갖 풀 속에서 향기로운 것과 비슷하니, 송광사가 그래서 일국의 명찰名刹이 되고 『화엄경』이 그래서 삼세三世의 웅전雄詮이 된다고 하였다. 웅전의 묘문妙文을 가지고 명찰의 승지勝地를 진호鎭護하여, 웅전과 명찰이 서로 합해지니 이는 가을 달을 담은 얼음 항아리와 같다고 할 것이요, 묘문과 승지가 서로 어울리니 이는 아침 해를 머금은 옥거울과 같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다만 보배를 비장한 전각이 하나 있을 뿐, 종을 울릴 양쪽 행랑이 없으니, 이를 비유하자면 두 손을 잃어버린 한漢나라 임금과 같고, 독부獨夫인 은殷나라 군주와 같다고 하겠다. 그래서 용 수염과 호랑이 머리 같은 자가 틈을 살펴보며 엄숙히 할 보배로운 곳(寶坊 : 절)이 없음을 한탄했고, 큰 눈썹과 학의 풍모를 지닌 이가 눈을 흘깃거리며 함께 받들 뛰어난 곳(勝地)이 없음을 탄식하니, 청산은 입을 다물고 온 시냇물은 울부짖었다.
그러다가 무신년(黃猿)의 단풍 든 가을날에 춘선春善이라고 하는 눈썹 하얀 길손이 말하기를 “천지는 하나의 말(馬)과 같고,175) 허깨비 몸은 아침 이슬과 같다. 백세百歲의 광음도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사라지는 버섯의 뜨내기 목숨과 같으니, 일세一世에 몸을 수고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백 년 뒤에까지 이름을 남기겠는가.”라고 하고는, 양쪽 행랑을 큰 건물에 세워 향화香火 올리는 자리를 보완하고, 정면에 누각 하나를 세워 종범鍾梵의 제단을 갖추려고 하였다. 그렇게 되면 법궁法宮이 완전하게 될 뿐만이 아니라, 불사佛事도 결함이 없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삼생三生의 운명이 기박한 일개 한미한 몸이라서, 주머니에는 반전半錢이 없고 손에는 한 치의 실오라기도 없었다.

008_0362_a_01L䘏金殿華堂之老嗟呼飛矢光景
008_0362_a_02L地久而天長聚漚形骸命川流而電迅
008_0362_a_03L是故或金或帛盡是身外之烟雲曰糓
008_0362_a_04L曰錢俱爲夢裡之蛇虺施陷身之芳餌
008_0362_a_05L樹超天之勝萌

008_0362_a_06L

008_0362_a_07L松廣寺華嚴殿東西挾室與正門勸
008_0362_a_08L

008_0362_a_09L
竊聞華嚴之統敎乘等海內百川松社
008_0362_a_10L之甲禪 似蘭芳萬卉寺以之一國名
008_0362_a_11L經以之三世雄詮以雄詮妙文
008_0362_a_12L名刹勝地雄詮名刹互合貯秋月之氷
008_0362_a_13L妙文勝地相宜含杲日之玉鏡
008_0362_a_14L而但一閣而秘寶闕兩廡之鳴鍾譬如
008_0362_a_15L失兩手之漢王爲獨夫之殷主龍髯虎
008_0362_a_16L窺闖恨無肅敬之寶坊厖眉鶴貌
008_0362_a_17L睥睨歎乏共豕 [36] 之勝地靑山默默
008_0362_a_18L水喧喧逮黃猿之赤葉秋號春善之白
008_0362_a_19L眉客乃謂曰一馬天地曉露幻軀
008_0362_a_20L齡光陰朝菌浮命倘不勞身一世
008_0362_a_21L曰留名百年志欲建兩廡於仿 [37] 以輔
008_0362_a_22L香火之席竪一樓於正面以偹鍾梵之
008_0362_a_23L非只法宮有全抑亦佛事無缺
008_0362_a_24L三生薄命一介寒身囊乏半錢手空

008_0362_b_01L그래서 혼자의 힘으로는 성취하기 어렵고 사람들의 손을 빌려야만 쉽게 이룰 수 있겠기에, 외람됨을 무릅쓰고 인덕을 간청하게 되었다. 재물을 희사喜捨하는 것이야말로 여러 현인들이 덕에 들어가는 문(規門)이라고 할 것이요, 자비를 베푸는 것이야말로 여러 성인이 대중을 구제하는 손(神手)이라고 할 것이다. 선을 행함은 나에게 있으니 나의 마음의 선권善權을 일으켜야 하고, 선을 권함은 남의 입을 통해서이니 남의 말을 듣고서 잘 결정해야 한다. 거울은 모모嫫母176)가 비추어서 추한 것이지 본디 거울의 흠이 아니요, 옥돌은 석수장이의 손을 거쳐서 빛이 나는 것이지 본디 옥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아, 아침에 황금을 허리에 차고 백옥을 머리에 이고서 벽당碧堂에서 노닐다가, 저녁에는 관棺 속에 몸을 눕히고 얼굴을 천으로 가린 채 저승으로 끌려간다. 그러면 많은 재산도 번갯불처럼 사라지고 오복五福도 등불이 꺼지듯 할 것이니, 경사스런 인연에 나아가지 않으면 반드시 지옥(幽趣)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화를 바꿔 복으로 만드는 것이야 반드시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고 할지라도, 선인에게 복을 내리고 악인에게 화를 내리는 것은 참으로 하늘의 거울에 달려 있는 것이다.
조불造佛 권문
금선金仙인 각황覺皇(부처님)께서는 하늘에 올라가 어버이를 위해서 묘법을 설하였고, 철륜鐵輪인 우전국于闐國의 왕은 부처를 사모하여 전단栴檀의 불상을 깎아서 정성을 바쳤다. 그로부터 금으로 주조하기도 하고 옥을 쪼기도 하고 돌에 새기기도 하고 진흙으로 빚기도 하였다. 이에 상서로운 상호가 단엄端嚴하게 별 속의 둥근 달처럼 교교히 빛나고, 금빛 신상이 혁혁하게 해상海上의 고봉孤峰처럼 높이 서 있게 되었다. 이를 유추해서 말한다면, 불상을 설치하는 것도 본디 유래가 있다고 하겠다.
이 암자로 말하면, 바람도끼 달도끼로 소나무 숲을 찍어 내어 골짜기를 파고 바위에 얹어서 만든 보배로운 곳(寶室)이다. 앞에는 만 리의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발해浡海를 굽어보고, 뒤에는 천 겹의 푸른 병풍이 솟아 있는 봉우리를 안고 있다. 풍경風磬 소리가 서로 화답하는 음향이 천태天台의 정상까지 이어지는가 하면, 종범鍾梵이 서로 호응하는 소리가 월곶月串의 물가까지 횡단한다. 아, 신령스러운 불상이 없는 것은 왕실에 왕통王統이 끊어진 것과 같으니, 스님(玄衲)은 어디에 마음을 둘 것이며,

008_0362_b_01L寸縷旣片力而難就須衆手而易成
008_0362_b_02L不媿猥蒙仰告仁閥曰喜曰舍是衆
008_0362_b_03L賢入德之䂓門云玆 [38] 云悲乃詣 [39] 聖濟衆
008_0362_b_04L人之神手行善在我起我心之善權
008_0362_b_05L勸善由人聽人言而善決鑑因嫫母而
008_0362_b_06L本非鑑之痕 由工人而光本非
008_0362_b_07L之美朝爲腰金頂玉翺翔乎碧
008_0362_b_08L夕爲身棺首幎游濃於㝠室万富
008_0362_b_09L電閃五福灯殘曰不就其慶緣羌必
008_0362_b_10L墜於幽趣轉咎爲福雖必係於人心
008_0362_b_11L襃善禍淫乃固懸於天鑑

008_0362_b_12L

008_0362_b_13L造佛勸文

008_0362_b_14L
金仚覺皇之昇天爲聖善而談妙鐵輪
008_0362_b_15L塡王之慕佛刻旃檀而效誠自爾或鑄
008_0362_b_16L之以金或雕之以玉或刻之以石
008_0362_b_17L塑之以泥於是瑞相端嚴皎皎星中之
008_0362_b_18L圓月金身顯煥嵬嵬海上之孤峯
008_0362_b_19L此推而言之設像有自來矣玆庵也
008_0362_b_20L斫松杉於風1) [15] 月斧啓寶室於鑿谷架
008_0362_b_21L前臨浡海之澄澄碧浪萬里後擁層
008_0362_b_22L巒之矗矗翠屏千重風磬相和響窮天
008_0362_b_23L台之頂鍾梵相應聲斷月串之濱
008_0362_b_24L闕佛像之有靈似王室之絕統玄衲掛

008_0362_c_01L일반 신도들(黔首)은 어디에 복을 빌 것인가. 큰 신령(巨靈)이 슬픔에 잠기고 부자 땅의 지신(富媼)도 침울해 하였다.
이에 불사를 이루려고 앞장선 자가 있으니, 그 스님의 법호는 초화楚和이다. 이理의 측면에서 본래 수승한 점으로 말한다면 피리를 불어서 소리를 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으나, 사事의 측면에서 실제로 행하는 점으로 말한다면 칼끝의 구멍을 불어서 소리를 내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177) 비록 그렇긴 해도 실제의 이理에서는 하나의 티끌도 받지 않았지만, 구화漚和(방편)의 사事에서는 하나의 법法도 버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만덕존萬德尊과 백복상百福相 등 용법容法의 기구는 대중의 힘으로 일단 성취했지만, 칠종보七種寶와 오반향五般香 등 장복藏腹의 진보珍寶야 어떻게 혼자 떠맡아서 해낼 수가 있겠는가.
아, 뜻은 비록 구만 리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대붕大鵬처럼 절실하지만, 현실은 노래기에게 황하를 치달리게 하는 것과 같은 점이 있으며, 역량은 일천 강의 물을 바가지로 퍼서 재는 것과 같고, 형세는 모기에게 태산을 짊어지게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화의 장애를 복의 인연으로 변하게 하는 인리仁里에 널리 고하여, 하늘 길에 오르고 성역에 들어가는 문을 활짝 열게 하는 바이니, 백호白毫 만월滿月의 멋진 얼굴을 마치 호색好色을 좋아하듯 할 것이요, 흑업黑業 잔연殘煙의 더러운 물건을 마치 악취를 싫어하듯 할 것이다. 향화香火의 멋진 인연을 맺는 것이 오늘날 눈을 크게 뜨게 하는 신령한 의원의 금비金鎞178)가 되지 않을 줄 어떻게 알겠으며, 상서로운 오묘한 인연을 짓는 것이 후세에 대방大方의 바른 길로 들어가는 계기가 되지 않을 줄 어떻게 알겠는가. 삼가 축원하노니, 대사大事를 거듭 생각해서 이 글을 보고 적극 동참해 주기 바란다.
선림禪林의 명복을 추도하는 계목契目 병인幷引
세상의 효자孝子와 순손順孫들은 오직 생전에 맛좋은 음식을 올릴 줄만 알 뿐, 사후에 명복을 빌 줄은 알지 못하니, 이는 부모를 위하는 마음이 극진하지 못하고, 사부師傅를 위하는 정성이 지극하지 못해서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그 근본이 끊어져서 지엽枝葉이 일찍 상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지금 계契를 만든 비구 40여 명은 지독舐犢의 은혜179)를 잊지 않고서, 생전에 맛좋은 음식을 올려 제대로 봉양함은 물론이요, 사후에도 만세토록 명복을 빌려고 하고 있다.

008_0362_c_01L心何所黔首薦福奚方巨靈慘悲
008_0362_c_02L媼瑟縮謇佛事齊按者曰法號椘和
008_0362_c_03L以理自勝尙可以吹管者之嗃也
008_0362_c_04L事爲業胡不若吹釼者之吷焉雖然實
008_0362_c_05L際之理不受一塵漚和之事不舍一
008_0362_c_06L萬德尊百福相容法之具旣衆力
008_0362_c_07L以偕成七種寶五般香藏腹之珎
008_0362_c_08L獨任以能得嗚呼志雖切鵬搏萬里
008_0362_c_09L事有同於命蚷馳河力乃綿蠡測千江
008_0362_c_10L勢無異於使蛟 [40] 負岳普告轉禍障爲福
008_0362_c_11L緣之仁里便啓登天路入聖域之權扄
008_0362_c_12L好好色白毫滿月之奇容惡惡臭黑業
008_0362_c_13L殘烟之穢物庸詎知結香火之勝事
008_0362_c_14L此日開大目之神錍 [41] 奚以知做禎祥之
008_0362_c_15L妙因非後世入大方之正路乎伏祝三
008_0362_c_16L思大事五花斯文

008_0362_c_17L

008_0362_c_18L禪林追㝠福契目并引

008_0362_c_19L
世之孝子順孫唯能目前甘旨未能死
008_0362_c_20L後追薦其爲父母之心未圓而爲師傳
008_0362_c_21L之誠未至也是以殄閼其根本而夭傷
008_0362_c_22L其枝葉者頗多今之作契比丘四十餘
008_0362_c_23L不忘䑛犢之恩非但目前甘旨
008_0362_c_24L養於一時亦欲薦席㝠路萬世其俱
008_0362_c_25L「斥」疑「斤」{編}

008_0363_a_01L그리하여 생전이나 사후나 부모와 사부의 은의恩義를 모두 보답하니, 그 효성이 극진하고 그 정성이 지극하다고 말할 만하다. 이는 고유의 성품이 우러나와서 그런 것인가, 숙세宿世의 훈습薰習을 거쳐서 그런 것인가.
내면이 성실하면 외면으로 드러나는 법이니, 외면에 드러난 것은 실로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불승佛乘의 명험明驗에 귀의하여 그 심지心地를 비추고, 부모와 사부의 명복을 빌어 그 이륜彛倫180)을 닦으려 하니, 은의恩義가 모두 클 뿐더러, 줄기와 잎이 모두 번성할 것이다. 부자父子와 사자師資의 직분에 있어 죽어도 유감이 없을 것이니, 아, 아름다운 일이라고 하겠다.
유계遺誡
만약 내가 죽은 뒤에 내 몸을 불태워 없애려고 하는 자가 있다면 나와 백대百代의 원수가 될 것이다. 삼가 바라건대, 나의 이 작은 소망을 가엾게 여겨서 물가나 숲속에 놔두어 까마귀나 매가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하라. 그러면 잘 보시한 그 공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겠는가. 여러 선붕禪朋들은 괴이하게 여기지 말고 나의 심정을 잘 살펴서 다비茶毗를 하지 말기를 정말 바라마지 않는다.
조계산 병객病客 현변懸辯.
옛사람이 “몸을 던져 굶주린 범을 걱정하고, 살을 베어 배고픈 매를 구제한다.”라고 하였다. 이 말을 어찌 공연히 했겠는가. 나도 이를 본받고자 하니, 삼가 바라건대 여러 벗들은 꼭 이 말대로 해 주기 바란다.
천개산 상원암기
금릉현金陵縣(전남 강진)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뭇 봉우리들이 높이 치솟아 하늘을 찌르니, 이것이 바로 천개산天蓋山이다. 그리고 봉우리와 골짜기가 함께 휘도는 곳에 하나의 사찰(紺殿)이 구름 위로 뛰어올랐으니, 이곳이 바로 상원암上院菴이다.
이 암자를 세운 사람은 누구인가. 이 산의 승려인 쌍오雙悟이다. 백룡白龍(경진년) 가을에 그의 스승 대수大綏를 위해 승지勝地를 가려서 여기에 우뚝 보장寶場을 세웠다. 이름을 지은 자는 누구인가. 대수 스님 자신이다. 그의 신족神足 두세 사람과 함께 소요하며 조망하다가, 붉은 누각, 금빛 사찰과

008_0363_a_01L報存亡父母師傅之恩義焉則可謂孝
008_0363_a_02L之圓而誠之至也承固有之性而然歟
008_0363_a_03L因宿熏而然歟誠於中者現於外
008_0363_a_04L於外者實生於心故歸向佛乘明驗
008_0363_a_05L以鏡其心地追薦父母師傅以脩其彛
008_0363_a_06L恩義並大幹葉俱繁其於父子師資
008_0363_a_07L之職分死無餘感鳴呼韙哉

008_0363_a_08L

008_0363_a_09L遺誡

008_0363_a_10L
若我死後欲爲燒散者與我百代之寃
008_0363_a_11L伏望憐我小懷置之水邊林下使
008_0363_a_12L恣食則其善施之功烏可言哉
008_0363_a_13L伏祝諸大禪朋勿以爲恠垂䘏鄙情
008_0363_a_14L爲茶毗大望大望 曺溪山病客懸辯

008_0363_a_15L古人云投身憂虎餓割肉濟鷹飢之言
008_0363_a_16L豈徒然哉吾亦效之伏願諸友信之
008_0363_a_17L信之

008_0363_a_18L

008_0363_a_19L天盖山上院菴記

008_0363_a_20L
金陵縣也南望則群峭崷崪而摩天者
008_0363_a_21L天盖山也峯迴谷轉紺殿騰其雲上者
008_0363_a_22L上院庵也卓庵者誰山之僧雙悟也
008_0363_a_23L歲在白龍之秋爲其師大綏銓選靈區
008_0363_a_24L蔚爲寶名之者誰大綏師自謂也
008_0363_a_25L與其神足二三子逗留瞻眺則朱樓金

008_0363_b_01L흰 물, 푸른 산이 아득히 눈 아래에 줄지어 있는 것을 보고는, 상원上院이라고 편액을 내걸었다.
이 암자는 문에서는 봉도蓬島가 마주 보이고, 창에서는 귤주橘洲가 내려다보이며, 향기로운 바람이 때때로 불어오고, 밝은 달이 저절로 찾아온다. 부처님께 공양하는 동발銅鈸이 울리는가 하면, 공양하는 승려들의 보발寶鉢이 펼쳐지고, 옥실玉室에 들면 추위를 막을 수 있고, 금헌金軒에 나서면 더위를 없앨 수 있다. 매화를 감상하노라면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솔을 보노라면 이슬방울이 몸에 듣는다. 선등禪燈이 켜지고 법고法鼓가 울리면, 주지 스님(主師)이 선기禪機에 임하며 불경(貝葉)을 전독轉讀하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이곳에 들어와 거하는 자들은 모두 즐거워하며 만족스럽게 여기면서, 비루한 생각의 싹이 속진俗塵 밖으로 은연중에 사라지고, 진솔한 흥취가 입정入定 중에 남몰래 일어난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같은 종류의 일을 유추해서 확대 적용한다.”181)라고 하였는데, 그것이 이런 즐거움을 두고 말한 것이 아니겠는가. 정말 한가함 속의 불계佛界요, 고요함 속의 선도仙都라고 말할 만하다.
아, 뒷날 여기에 거하는 자가 이 낙을 즐겨 낙으로 삼으면서 낙 밖의 참된 낙을 즐기려 한다면, 이 낙을 버리고서 어떻게 즐기겠는가. 또 다음과 같이 시를 지어 본다.
중암中岩의 달빛 속에 외로운 원숭이 울어 대고
한밤중 등불 아래 들 나그네 읊조리네
이 정경 이 시기에 누가 뜻을 얻었는지
머리 돌려 이곳 사는 스님에게 물어보고 싶네
솥을 주조하면서 권선하는 글
지금 선불장選佛場182)이 크게 열려서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솥이 망가져서 밥과 죽을 공양할 수가 없으니,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솥 적다 솥 적다’ 하는 소리를 소쩍새(春禽)에게 분부하였더니, 소쩍새가 자꾸만 중에게 울어 대는구나. 곧장 솥을 주조하고 싶으나, 약한 수레에 짐은 무겁고, 두레박줄은 짧은데 우물은 깊기만 해서, 널리 단문檀門에게 고하노니, 이 글을 보고서 부디 동참해 주기 바란다.
선암사 지장地藏과 시왕十王 등의 상相에 대한 기문


008_0363_b_01L白水靑岑杳列於目下乃以上院
008_0363_b_02L爲額也其爲庵也門對蓬島也而窓
008_0363_b_03L落橘洲也香風時來也皓月自至也
008_0363_b_04L若夫供佛而銅鈸鳴也飯僧而寶鉢開
008_0363_b_05L入玉室則可禦寒也出金軒則可銷
008_0363_b_06L暑也賞梅而香觸鼻也看松而露滴身
008_0363_b_07L至若禪燈明而法皷動者主師臨
008_0363_b_08L機轉具葉之時也由是凡托足容膝者
008_0363_b_09L莫不忻忻如也皥皥如也鄙萌暗鑠於
008_0363_b_10L塵外也素趣潜生於㝎中也古曰觸類
008_0363_b_11L而長智 [42] 盍曰此樂也可謂閑中佛界
008_0363_b_12L靜裡仙都也後之居此者樂此
008_0363_b_13L樂而爲樂以樂乎樂外之眞樂則捨此
008_0363_b_14L樂而奚樂也又從而詩曰孤猿呌落中
008_0363_b_15L岩月野客吟殘半夜燈此景此時誰得
008_0363_b_16L回頭欲向問居僧

008_0363_b_17L

008_0363_b_18L鑄鼎勸文

008_0363_b_19L
今夫選佛場之大開六合輻輳而鼐鼒
008_0363_b_20L漏缺饘粥之供吾末如之何鼎小鼎小
008_0363_b_21L之聲使以分付春禽春禽遆以鳴僧也
008_0363_b_22L即欲改鑄而弱轅載重短綆汲深
008_0363_b_23L告檀門請暑 [43] 斯文

008_0363_b_24L

008_0363_b_25L仙嚴寺地藏與十王等相記

008_0363_c_01L
묘체妙體는 무형無形이요 진신眞身은 비상非相이니, 누가 무형의 형形과 비상의 상相을 알 것인가. 대저 지장地藏과 시왕十王으로 말하면, 무형의 형을 나타낸 것이 바다 위에 우뚝 선 고봉孤峰과 같고, 비상의 상을 운용한 것이 별들 속에 교교히 비치는 둥근 달과 같다고 할 것이다.
밝은 구슬을 쥐고 황금 석장을 떨쳐 고해苦海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고, 옥 면류관을 쓰고 보배 거울을 걸어 놓고서 시비를 분변하니, 여기에 의지하는 자가 무슨 명복冥福인들 얻지 못할 것이며, 무슨 명죄冥罪인들 없애지 못할 것인가. 은택을 베풀어 교화하는 그 은혜가 이와 같이 잊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에, 그 성대한 덕과 지극히 엄한 면모를 사람들이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니, 이를 사모하며 그리워하는 것이 어버이나 하늘과 같을 뿐만이 아니다.
청원靑猿(갑신년)의 봄날에 탄해坦海라고 하는 산승山僧이 지장과 시왕을 다른 사람들이 사모하는 이상으로 앙모하면서, 그 은택을 입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마치 자기가 구렁 속으로 밀어 넣은 것처럼 여겼으니, 이는 남과 함께 선을 나누어 갖는 자라고 하겠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 앞장서서 한번 부르짖자, 해내海內의 사람들이 크게 안색을 바꾸고 메아리보다 빠르게 호응하며 명복을 닦으려고 각자 재물과 곡식을 내어 공동으로 대사를 이루었으니, 이것이 바로 앞에서 길을 인도하자 뒤에서 그림자처럼 따른다고 하는 것이겠다. 아, 일 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조각하여 상像을 만들고 소목昭穆의 차서183)대로 배열하여 낙성落成을 하였으니, 아, 이렇게 해서 엄연히 하나의 명부전冥府殿이 별도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지금 조성한 상像은 무상無相의 상相인가, 아니면 역시 유상有相의 상相인가. 여기에 드러낸 색色은 유색有色의 색인가, 아니면 무색無色의 색인가. 내가 단언할 수는 없으나, 무상이라고 말하는 자도 잘못이요, 유상이라고 말하는 자도 잘못이며, 상相과 비상非相 모두 잘못이라고 말하는 자도 잘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옳을 것인가. 참으로 상相과 비상非相을 모두 잊고, 모두 잊은 그것까지도 잊은 상태에서, 묘체妙體에 부합되도록 할 수 있다면,

008_0363_c_01L
越若妙體無形眞身非相孰知夫無形
008_0363_c_02L之形非相之相哉夫維地藏與十王者
008_0363_c_03L則現無形之形巍巍乎海上之孤峰
008_0363_c_04L非相之相皎皎乎星中之圓月握明珠
008_0363_c_05L振金錫而濟苦濟淪冠玉琉懸寶鏡
008_0363_c_06L而辨是辨非故依之者何冥福不得
008_0363_c_07L何冥罪不除其施澤於化者有如斯難
008_0363_c_08L忘故盛德至嚴人之不能忘也思之
008_0363_c_09L匹之不啻如父如天而已歲在靑猿之
008_0363_c_10L爰有山釋坦海其號者仰之藏王
008_0363_c_11L不但如人之慕也人之有不被聖王之
008_0363_c_12L澤者若己推而納諸溝中是與人爲善
008_0363_c_13L者也於是建號一呼凡海內之人
008_0363_c_14L於時雍 於響應擬脩冥福各出財
008_0363_c_15L共成大事是所謂爲倡於先而影
008_0363_c_16L從於後也於戱不一年之間雕而像
008_0363_c_17L昭而穆之落之成之儼然別有
008_0363_c_18L㝠天也今夫所造之像無相之相
008_0363_c_19L抑亦有相之相歟所著之色有色
008_0363_c_20L之色歟抑亦非色之色歟吾不稱斷也
008_0363_c_21L善言無相者非也善言有相者非也
008_0363_c_22L善言相與非相俱非也者亦非也然則
008_0363_c_23L如之何其可也苟能相與非相俱忘而
008_0363_c_24L俱忘亦忘以合乎妙體則眞地藏眞十

008_0364_a_01L지장과 시왕의 참된 면목이 흔연히 예전과 변함없이 바람결에 나투게 될 것이니, 처음에 말한 무형無形의 형形과 비상非相의 상相이 되는 것을 어찌 의심하겠는가. 이어 단나檀那의 명목을 뒤에 가지런히 기록하는 바이다.
선암사 능인전 중창 권문
공자가 말하기를 “선을 보거든 미처 못할 것처럼 서둘러 하고, 선하지 못한 것을 보거든 끓는 물을 더듬은 것처럼 빨리 손을 떼어야 한다.”184)라고 하였다. 가령 공자가 어리석은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만약 공자라는 자가 출중한 발군의 인물로서 다스림의 본질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천하 후세에 사람의 몸을 얻은 자들로서는 그를 귀의할 대상으로 여기고 그의 말을 지선至善에 이르는 말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니, 이 말을 듣고서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릇 하늘과 땅 사이에 선을 행하는 길이 하나가 아니지만, 부처의 몸을 덮어 보호하는 공이야말로 그 중에서도 으뜸을 차지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옛날에 어떤 사람이 해진 삿갓 하나를 가지고 부처의 몸을 덮어 준 결과, 금세 보위寶位에 오르고 각안覺岸에 이르렀으니, 그 공과功果의 지극함이 어떻다고 하겠는가.
지금 여기에 주조된 불상은 바로 금선대각왕金仙大覺王의 존상尊相인데, 얼마나 세월이 흘렀는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어느 시대에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르겠고, 누구의 손에 의해 주조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이 기도를 하면 왕왕 효험이 있으니 참 부처님(眞佛)이라고 이를 만하다. 그런데 법당이 퇴락한 나머지 위에서 빗물이 새어 아래가 축축하니, 대각왕大覺王의 공덕신功德身이 머물 만한 곳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탄식하며 눈물을 흘린 것이 거의 수십 년이나 되었다.
그러다가 창계蒼鷄(을유년)의 가을에 구담瞿曇의 제자 중에 어떤 이름을 지닌 자가 어딘가에서 와서 이곳에 석장을 쉬며 몇 년을 보내다가 탄식하여 말하기를 “금관金棺에서 빛을 발한 뒤로 2천여 년이 지나는 동안 석인碩人 군자가 그 도를 사랑하고 그 덕을 사모한 나머지, 상像을 주조하여 지금까지 끝없이 공경하고 있으니,

008_0364_a_01L王之面目欣然依舊咲風端矣向之
008_0364_a_02L所謂無形之形非相之相豈其疑哉
008_0364_a_03L仍緝檀郍名目秩秩于后

008_0364_a_04L

008_0364_a_05L仙岩寺能仁殿重剏勸文

008_0364_a_06L
仲尼曰見善如不及見不善如探湯
008_0364_a_07L使仲尼愚人也則可若仲尼者拔萃出
008_0364_a_08L類而善知治體也爲天下後世得人身
008_0364_a_09L知有所歸而在止於至善之言也
008_0364_a_10L是豈可不爲動心哉凡天地之間作善
008_0364_a_11L之路非一而盖覆護佛身之功尤爲巨
008_0364_a_12L擘焉故昔有人以一破笠遮護佛體
008_0364_a_13L而驟登寶位當超覺岸其功其果之至
008_0364_a_14L爲如何哉今此鑄像乃金仙大覺
008_0364_a_15L王之尊相也世久年深予亦厥如也
008_0364_a_16L不知權輿於何代之年月而抑不知何
008_0364_a_17L人之所鑄也然而人有祈禱徃徃有驗
008_0364_a_18L可謂眞佛也屋宇摧頹上漏下濕
008_0364_a_19L殆非大覺王功德身之所宜居也凡經
008_0364_a_20L過者莫不爲之嗟涕幾至數紀而已
008_0364_a_21L逮蒼鷄之秋瞿曇之役有其名者
008_0364_a_22L自無何憇錫于玆有年矣乃喟曰
008_0364_a_23L金棺顯耀而後二千餘載有碩人君子
008_0364_a_24L愛其道慕其德故鑄而像之于今肅敬

008_0364_b_01L대성大聖이 아니면 이렇게 할 수가 있겠는가. 그 덕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사무쳤으니, 사람들로 하여금 이처럼 사모하게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 전각을 중건할 큰 뜻을 발하고는, 불면佛面에 이끼가 끼지 않게 하고 승두僧頭에 티끌이 얽히지 않게 하여 길이 영예롭게 하려 하니, 사람들과 선행을 함께 나누어 가지려는 자라고 하겠다.
황제黃帝가 말하기를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반드시 볕에 쪼여 말려야 하고, 칼을 손에 쥐었을 때 반드시 베어야 한다.”185)라고 하였다. 지금 선도善道를 온전히 하려 한다면 이때가 바로 그때이다. 이때를 놓치면 안 될 것이니, 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모쪼록 여러 군자들은 깊이 생각하여 소홀히 하지 말기를 바란다. 옛날 공손씨公孫氏가 칼춤을 잘 추었는데 서법書法을 익히는 자가 이것을 보고서 신神의 경지에 들어갔고,186) 포정씨庖丁氏가 소를 잘 잡았는데 양생養生하는 자가 이것을 보고서 오묘한 비결을 터득하였으니,187) 사물 사이에는 이처럼 서로 감응하게 하는 도리가 있는 것이다.
지금 여러 단나檀那의 문 앞에 나아가서 불씨를 빌려 주기를 청하노니, 여러분이 성인의 말씀에 감응하여 흥기해 주셨으면 한다. 그러면 여러분이 바로 군자가 되고 덕을 숭상하는 사람이 될 것이니, 그 인과 그 의가 결코 공자의 제자인 안회顔回·증삼曾參·염우冉牛·민자건閔子騫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절구絶句 한 수를 지어 축원하는 바이다.
봉각鳳閣엔 천추의 달이 비치고
용루龍樓엔 만세의 바람이 불 것이니
학가鶴駕의 여러 궁전들이여
수성壽星처럼 그 운세 무궁하리라.
선암사 고법당 중창 유선시(諭善詩)
傳聞此寺全盛時    듣건대 이 사원의 전성기에는
寺前萬物生顔色    절 앞의 만물이 생색났었다오
經始何年何代中    어느 시대 어느 해에 경영했던가
新羅大覺初憇錫    신라의 대각 국사가 처음 석장을 세웠다오
地靈處處沙羅樹    땅이 신령스러워서 곳곳에 사라수요
山寶巖巖崑丘玉    산이 보배라 바위마다 곤륜산 옥이라네
碧瓦朱甍欝叅差    들쭉날쭉 보이는 푸른 기와 붉은 대마루
日亂千巖散紅綠    바위에 햇빛 반사되어 흩어지는 홍색 녹색
粉墻丹柱光照耀    단청한 담장과 기둥 화려하게 빛나고
石磬金鍾聲振壑    석경과 금종 소리 골짜기에 퍼졌다오
物必有遷時有數    만물은 운수 따라 변화하는 법
欝欝叢林赴回彔    성대한 총림이 화마火魔에 휩싸이자
靑山默默露愁顔    푸른 산은 말없이 수심에 잠기고
白水喧喧送哀哭    흰 강물은 슬피 울며 흘러갔다오

008_0364_b_01L無已非大聖而能若此乎其德之入人
008_0364_b_02L之深而令人之慕有如是宜哉於是遂
008_0364_b_03L發大意重葺此殿欲使後世無苔封
008_0364_b_04L佛面塵縛僧頭以永終譽可謂與人
008_0364_b_05L爲善者與黃帝曰日中必熭 [44] 操仞 [45]
008_0364_b_06L今令善道全安此時爲然時乎時
008_0364_b_07L時不再來願諸君子孰圖之幸毋
008_0364_b_08L忽之昔公孫氏善舞釼而學書者得之
008_0364_b_09L乃入於神庖丁氏善操刀而養生者得
008_0364_b_10L乃極其妙物有相感事有遆可
008_0364_b_11L請乞火於諸檀門下因感聖言而興起
008_0364_b_12L則君子哉若人尙德哉若人之仁之
008_0364_b_13L應不下顏曾冉閔之儔矣乃爲短絕
008_0364_b_14L鳳閣千秋月龍樓萬歲風鶴駕諸
008_0364_b_15L宮殿壽星步不窮

008_0364_b_16L

008_0364_b_17L仙巖寺古法堂重剏諭善詩

008_0364_b_18L
傳聞此寺全盛時寺前萬物生顏色

008_0364_b_19L經始何年何代中新羅大覺初憇錫

008_0364_b_20L地靈處處沙羅樹山寶巖巖崑丘玉

008_0364_b_21L碧瓦朱甍欝叅差日亂千巖散紅綠

008_0364_b_22L粉墻丹柱光照耀石磬金鍾聲振壑

008_0364_b_23L物必有遷時有數欝欝叢林赴回彔

008_0364_b_24L靑山默默露愁顏白水喧喧送哀哭

008_0364_c_01L時來大德比比出    때가 되어 대덕 스님이 빈번히 나와
再興雲堂與梵閣    운당이며 범각을 다시금 세웠으나
厥然此殿未復舊    이 전각만은 아쉽게 복구되지 않아
有似人面失一目    사람 얼굴에 눈 하나 없는 것 같았다오
風磨古礎雨洗階    초석은 바람에 닳고 섬돌은 비에 씻긴 채
荒草遍墟點露滴    잡초 뒤덮인 폐허엔 이슬방울만 들 뿐
靑衿白足孰不傷    유생과 승려 그 누가 속상하지 않았으리
漼漼不掩哀淚落    줄줄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오
山之雲衲號性融    성융性融이라는 산속의 운수雲水 납자衲子가
翩然來扣門剝啄    훌쩍 날아와 문을 두드리기에
蹙然而起奓戶看    벌떡 일어나 문 열고 바라다보니
皓齒靑眸厖眉釋    흰 치아 푸른 눈에 눈썹 흰 스님이라
頎乎其身肅乎容    체격이 훤칠하고 용모 또한 엄숙한 분
就坐與言求勸軸    자리에 앉아 말을 나누며 권선의 글 구했네
慨見此堂久而墟    오래도록 폐허가 된 이 전당을 보고
志欲重立有大畧    분개하여 중건할 큰 뜻을 세웠다오
余旣美夫有其志    내가 그의 뜻을 아름답게 여겨
拔筆題贈賢然諾    붓을 뽑아 글 짓겠다 응낙하였으나
事大輿薪力微毫    일은 여신輿薪188)보다 큰데 역량은 미약해서
啇蚷馳河蚊負嶽    노래기가 황하 건너고 모기가 산을 진 격이로세
伏冀志同諸君子    부디 뜻을 같이하는 여러 군자들은
哀之恤之此僧獨    고독한 이 승려를 딱하게 여기시어
金玉布帛兼稻米    금옥과 포백 그리고 곡식 등을
施之不啻等木石    목석처럼 여기시고 보시해 주시기를
浮雲富貴萬莫守    뜬 구름 같은 부귀는 절대 못 지키고
八十年光駒過隙    팔십 년 인생은 망아지가 틈 지나듯189)
一朝幎帽歸黃泉    하루아침에 죽어서 황천에 가면
雖欲作善其可得    선을 행하고 싶어도 할 수 있겠소
賞善罰惡見笁墳    선악에 상벌을 내림은 불경에 보이고
有慶有殃聞犧易    후손의 경사와 재앙은 주역에 보이나니190)
天網恢恢踈不漏    하늘 그물 넓어서 성긴 듯해도 새지 않고
心鏡昭昭應磕着    마음 거울 밝아서 응당 훤히 보이리라
君不聞        그대는 듣지 못했는가
古之人捨半錢     옛날에 반전半錢의 돈을 희사하자
阿干死後昇紫極    아간阿干이 사후에 대궐(紫極)에 오른 것을
又不聞        또 듣지 못했는가
古之人減飯施     옛날에 밥을 덜어 보시를 하자
織師眼前空雨穀    직사織師의 눈앞에 곡식이 비 오듯 한 것을
愚夫障施薜荔身    어리석은 사내는 보시를 거절하여 벽려薜荔191)의 몸이 되고
貧女施漿資天福    가난한 여인은 음료수 보시하여 천복을 받았나니
此之靈蹟愼莫恠    보시의 영험을 부디 의심하지 말기를
掎摭聖經非胸臆    성경의 말씀이지 지어낸 말이 아니라오
逆耳利行在忠言    충언은 귀에 거슬려도 행실에 이롭고
苦口利病在良藥    양약은 입에 써도 병에 이로운 법
因玆布施不朽功    이번에 보시하면 불후의 공이 되어
三輪九居俱蒙益    삼계 윤회하고 구거九居192)에 머무는 자 모두 이익을 받으리라

008_0364_c_01L時來大德比比出再興雲堂與梵閣

008_0364_c_02L厥然此殿未復舊有似人面失一目

008_0364_c_03L風磨古礎雨洗階荒草遍墟點露滴

008_0364_c_04L靑衿白足孰不傷漼漼不掩哀淚落

008_0364_c_05L山之雲衲號性融翩然來扣門剝啄

008_0364_c_06L蹙然而起奓戶看皓齒靑眸厖眉釋

008_0364_c_07L頎乎其身肅乎容就坐與言求勸軸

008_0364_c_08L慨見此堂久而墟志欲重立有大畧

008_0364_c_09L余旣美夫有其志拔筆題贈賢然諾

008_0364_c_10L事大輿薪力微毫 1) [16] 蚷馳河蚊負嶽

008_0364_c_11L伏冀志同諸君子哀之恤之此僧獨

008_0364_c_12L金玉布帛兼稻米施之不啻等木石

008_0364_c_13L浮雲富貴萬莫守八十年光駒過隙

008_0364_c_14L一朝幎帽歸黃泉雖欲作善其可得

008_0364_c_15L賞善罰惡見笁墳有慶有殃聞犧易

008_0364_c_16L天網恢恢踈不漏心鏡昭昭應磕着

008_0364_c_17L君不聞古之人捨半錢

008_0364_c_18L阿干死後昇紫極又不聞

008_0364_c_19L古之人減飯施織師眼前空雨糓

008_0364_c_20L愚夫障施薜荔身貧女施漿資天福

008_0364_c_21L此之靈蹟愼莫恠掎摭聖經非胸臆

008_0364_c_22L逆耳利行在忠言苦口利病在良藥

008_0364_c_23L因玆布施不杇功三輪九居俱蒙益

008_0364_c_24L「啇」通用「商」{編}

008_0365_a_01L淑妑配地尙可禱    땅과 짝하는 왕비(淑妃)도 축도祝禱해야 할 것인데
聖主並天胡不祝    하늘과 견주는 임금을 축도하지 않으리오
諸宮百吏歌相和    궁궐 백관의 노랫소리 평화로운 가운데
戴白垂髫各得樂    노인이나 어린이나 각자 낙을 얻으리라
黃牛老秋重陽日    기축(黃牛)년 늦가을 구월 구일에
▼(興-同*水)手書之勤勸勗  손 씻고 권면하는 글을 쓰노라
또(선암사 고법당 중창 유선시)
君不見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쏟아져서
奔流到海不復迴    바다에 흘러가면 다시 오지 않는 것을
又不見        또 보지 못했는가
高堂明鏡悲白髮    고당高堂의 명경에 비친 흰 머리칼이
朝如靑絲暮成雪    아침엔 푸른 실 같다가 저녁에 흰 눈이 된 것을
悲來乎悲來乎     슬프도다 슬프도다
天雖長地雖久     하늘이 영원하고 땅이 영구하다지만
金玉滿堂應不守    집안 가득 금옥은 지키지 못하는 법
富貴百年能幾何    부귀한 백 년 인생 얼마나 지속될까
死生一度人皆有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죽는 것
孤猿坐啼墳上月    무덤 위의 달을 보고 원숭이 눈물짓나니
且須一植波羅樹    모름지기 보리수를 심어야 하리
德樹一種三田裡    덕의 나무를 마음 밭(三田)193)에 한번 씨 뿌리면
福葉芬芳千古垂    향기로운 복의 잎사귀 길이 드리우리라
緬思此殿始剏時    생각건대 이 전각이 창건된 뒤로
花開葉落幾年移    꽃 피고 잎 지고 얼마나 지났을까
翼然殿廢香臺冷    멋진 전각 무너져 냉랭한 향대香臺여
壯哉堂傾蝙蝠飛    기운 건물에 박쥐만 날아다니네
竹影獨掃苔階月    대 그림자 홀로 섬돌의 달빛을 쓸고
暮雲空濕萬年枝    저녁 구름이 상록수를 괜히 적실 뿐
曉猿啼斷遊人恨    새벽 원숭이 울음에 여행객은 한숨 쉬고
秋澗潺湲過客思    가을 시냇물 소리에 과객은 시름에 젖네
山之碩德隆與敬    산중의 석덕인 융공隆公과 경로敬老가
怊悵此殿未重修    복구 안 된 이 전각을 슬프게 여겨
隆公築室於先了    융공隆公이 먼저 건물을 짓고
敬老燔瓦隨後之    경로敬老가 뒤따라 기와를 굽기로 했다네
二人佳約膠投柒    아교와 칠이 붙은 듯한 두 사람의 약속
磨頂至踵要成期    머리에서 발끝까지 분골쇄신하기로
燔瓦道人私淑人    기와 굽는 도인은 내가 사숙하는 사람
仙梵微微尤絶奇    그윽한 선암사는 더욱 빼어나다오
伏請百爾諸君子    삼가 청하건대 여러 군자들이시여
同心戮力施不疑    동심 협력하여 보시를 해 주시기를
施寶之功喩莫及    보시하는 그 공덕 형언할 수 없나니
塵垢陶鑄人天威    먼지와 때(塵垢)로 인천의 위엄 빚어낼 수도194)
之因之果愼莫恠    인과응보를 부디 의심하지 말지니
前聖後聖同一辭    고금의 성인들 말씀이 동일하다오
誰謂江水淸      강물이 맑다고 그 누가 말하는가

008_0365_a_01L淑妑配地尙可禱聖主並天胡不祝

008_0365_a_02L諸宮百吏歌相和戴白垂髫各得樂

008_0365_a_03L黃牛老秋重陽日 手書之勤勸勗

008_0365_a_04L

008_0365_a_05L

008_0365_a_06L
君不見黃河之水天上來

008_0365_a_07L奔流到海不復迴又不見

008_0365_a_08L高堂明鏡悲白髮朝如靑絲暮成雪

008_0365_a_09L悲來乎悲來乎天雖長地雖久

008_0365_a_10L金玉滿堂應不守富貴百年能幾何

008_0365_a_11L死生一度人皆有孤猿坐啼墳上月

008_0365_a_12L且須一植波羅樹德樹一種三田裡

008_0365_a_13L福葉芬芳千古垂緬思此殿始剏時

008_0365_a_14L花開葉落幾年移翼然殿廢香臺冷

008_0365_a_15L壯哉堂傾蝙蝠飛竹影獨掃苔階月

008_0365_a_16L暮雲空濕萬年枝曉猿啼斷遊人恨

008_0365_a_17L秋澗潺湲過客思山之碩德隆與敬

008_0365_a_18L怊悵此殿未重修隆公築室於先了

008_0365_a_19L敬老燔瓦隨後之二人佳約膠投柒

008_0365_a_20L磨頂至踵要成期燔瓦道人私淑人

008_0365_a_21L仙梵微微尤絕奇伏請百爾諸君子

008_0365_a_22L同心戮力施不疑施寶之功喩莫及

008_0365_a_23L塵垢陶鑄人天威之因之果愼莫恠

008_0365_a_24L前聖後聖同一辭誰謂江水淸淆之

008_0365_b_01L淆之不必一斗泥    흐리게 함에 한 말 진흙도 필요치 않네
誰謂秋月明      가을 달 밝다고 그 누가 말하는가
▼(艹/弊)之不必一尺霓    가리는 데 한 자 무지개도 필요치 않네
水月淸明有如此    물과 달의 청명함도 이와 같거늘
而况人心汨人欲    하물며 인심이 욕망에 빠짐이랴
不作善期終老     선을 행하지 않고 늙어 죽을 수야 있나
因聞蓬島有孤桐    듣건대 봉래섬에 오동나무가 있는데
鳳凰鳴處朝陽紅    해 뜨는 동산에서 봉황이 운다 하니
願得斵爲寶琴獻聖主  그 나무로 거문고 만들어 임금님께 바쳐
爲民解愠歌南風    남풍가 부르며 백성을 기쁘게 해 줬으면195)
상당上堂 및 육색장六色掌196) 축원문
물외物外에 몸을 담고 운림雲林에 자취를 부쳤다. 청한淸閑한 학문의 경지를 얻고 공문空門에 깊이 들어가서, 허虛를 섞어 체體를 삼고 법法을 택해 공空을 보았다. 조사의 명령을 높이 들고 몇 년 동안 문을 닫은 끝에, 입은 불조佛祖를 삼키고 눈은 건곤乾坤을 덮었다. 문에 이르러 검을 빼어 드니 푸른 칼빛이 혁혁赫赫하고, 대도大道가 분명하게 눈앞에 홀로 드러나며, 삼관三觀과 오관五觀을 모두 자세히 관찰(諦觀)하지 않음이 없다. 증명하라는 명을 받은 다보여래多寶如來가 영산靈山에서 설한 묘법을 증명하고 인허(證許)하듯, 타인을 증신證信하게 한다. 아, 금일 밝고 밝게 증명하는 대로大老 비구여.
체體는 수미산(彌盧)보다 굳건하고 명命은 진묵塵墨을 능가하며, 재앙의 씨앗은 눈처럼 흩어지고 복의 인연은 구름처럼 일어나며, 항상 바른 법을 듣고 항상 바른 일을 행하며, 살아서는 태평하고 평안(康泰)한 곳에 있다가 죽어서는 극락(蓮邦)으로 돌아가며, 액운厄運과 고통이 모두 소멸되기를.“체體는 수미산보다 굳건하고”에서부터 “액운과 고통이 모두 소멸되기를”까지는 이하 모두 동일하다.
일찍이 홍진紅塵을 벗어나 청산에서 머리를 깎았다. 몸에는 연하煙霞의 납의를 두르고 발은 시내의 달을 밟았다. 석장을 떨쳐 범을 굴복시키고, 장경藏經을 꺼내어 용을 비췄다. 눈은 해와 달을 뛰어넘고, 손은 건곤을 쥐었다. 발걸음은 백 개의 성城을 거쳤고, 앉아서는 서적들을 탐색했다. 진망眞妄을 결택決擇하여 각성覺性을 밝히고,

008_0365_b_01L不必一斗泥誰謂秋月明 [46]

008_0365_b_02L不必一尺霓水月淸明有如此

008_0365_b_03L而况人心汨人欲不作善期終老

008_0365_b_04L因聞蓬島有孤桐鳳凰鳴處朝陽紅

008_0365_b_05L願得斵爲寶琴獻聖主

008_0365_b_06L爲民解愠歌南風

008_0365_b_07L

008_0365_b_08L上堂及六色掌祝願

008_0365_b_09L
棲身物表托跡雲林學得淸閑

008_0365_b_10L深入空門混虗爲體擇法觀空

008_0365_b_11L高提祖令掩關多年口呑佛祖

008_0365_b_12L眼盖乾坤當門按釼寒光赫赫

008_0365_b_13L1)大道分明 [17] 獨露目前三觀五觀

008_0365_b_14L無不諦觀奉命證明多寶如來

008_0365_b_15L證許靈山所說妙法令人證信

008_0365_b_16L今日明明證明大老比丘

008_0365_b_17L體固彌盧命過塵墨灾萌雪散

008_0365_b_18L福肇雲興常聞正法常行正事

008_0365_b_19L生在康泰死歸蓮邦厄苦消滅
008_0365_b_20L自體固彌盧至厄
苦消滅下皆倣此


008_0365_b_21L早脫紅塵落髮靑山身被霞衲

008_0365_b_22L足踏澗月振錫伏虎鉢藏燭龍

008_0365_b_23L眼跳日月手握乾坤行詣百城

008_0365_b_24L坐探群籍決擇眞妄發明覺性

008_0365_c_01L만법을 깊이 궁구하여 의심을 완전히 해결했다. 근기根機를 살펴 법을 행하고, 외물을 접하며 기틀에 응한다. 법음은 청아하여 가릉빈가의 노랫소리처럼 그 운韻이 시방에 퍼지고, 이름은 사해에 통하며 덕은 후예에 전해진다. 영산의 석가 자존慈尊의 명을 받들어 금탁金鐸을 한번 휘두르자 하늘이 놀라 공활해지고, 묘법을 연설하자 하늘에서 네 가지 꽃(四花)이 비처럼 내린다. 인신人神이 모두 기뻐하여 보리의 마음을 증득하고 넓은 지혜(徧智)의 바다로 들어간다. 아, 금일 영산의 회주會主인 병법秉法197) 대사大師 비구여.
영화를 거부하고 출가하면서 부귀를 흩어질 안개처럼 여겼다. 구름에 맹세하고 학鶴에게 서약하였으며, 바람과 벗하고 달과 짝하였다. 굳은 절조는 서리 속의 대나무와 같고, 텅 빈 마음은 물속의 달과 같았다. 대장경을 정밀하게 궁구하여 삼공三空을 투철하게 깨쳤다. 팔자의 눈썹은 희기가 서리와 눈 같고, 일곱 근의 삼베 가사는 밝고 검음(明黑)을 감싸 안았다(抱藏). 삼천 가지의 세행細行과 팔만 가지의 위의威儀를 갖추지 않은 것이 없으니 인천人天의 스승이 될 만하다. 문수文殊와 여러 부처님의 스승의 명을 받들어 스님들(梵侶)을 인도해 바른 행실이 있게끔 하고, 경전을 출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즐겨 송독誦讀하게 하며 중첩되지 않게끔 한다. 그 인애仁愛와 그 지혜를 누가 미칠 수 있겠는가. 아, 금일의 도사道師198) 비구여.
주빈主賓을 검사하고 사정邪正을 판별하여, 위로는 증명하는 대로大老로부터 아래로는 사미에 이르기까지, 득실을 밝혀 우열을 나누고 가부를 논하여 고저를 택한다. 제명題名 회주會主 및 어산魚山, 범음梵音, 범패梵唄가 모두 그 격식에 맞아 질서 있게 되지 않음이 없으며, 사람의 기상을 살피고 재주와 학문을 알아서 제명題名에 합치되게 한다. 이는 마치 직경直徑 두척斗尺의 저울을 손에 쥐고서

008_0365_c_01L深窮萬法決通疑滯觀根逗法

008_0365_c_02L接物應機法音淸雅迦陵頻迦

008_0365_c_03L韵遍十方名通四海德流後裔

008_0365_c_04L奉命靈山釋迦慈尊一揮金鐸

008_0365_c_05L天驚空豁演說妙法天雨四花

008_0365_c_06L人神咸悅證菩提心入徧智海

008_0365_c_07L今日靈山會主秉法大師比丘

008_0365_c_08L辭榮出家棄貴如烟盟雲誓鶴

008_0365_c_09L朋風伴月霜筠節操水月虗襟

008_0365_c_10L精窮萬藏慧徹三空八字眉毛

008_0365_c_11L白如霜雪七斤麻衲抱藏明黑

008_0365_c_12L三千細行八萬威儀無不備足

008_0365_c_13L堪作人天受命文殊衆佛之師

008_0365_c_14L引諸梵侶有行有則出納經傳

008_0365_c_15L令人樂誦不得重疊其仁其智

008_0365_c_16L其孰能及今日道師比丘

008_0365_c_17L檢覈主賓決卞邪正上自證明

008_0365_c_18L下至沙彌明卞得失分優分劣

008_0365_c_19L論其可否擇其高低題名會主

008_0365_c_20L及與魚山梵音梵唄莫不合格

008_0365_c_21L壇秩䟽秩觀人氣象知人才學

008_0365_c_22L合處題名猶徑斗尺權衡在手

008_0365_c_23L「大道分明…抱藏明黑(下段十一行)」一張底
008_0365_c_24L本缺落編者依同서울大學校所藏本而補入

008_0366_a_01L마음대로 조종하는 것과 같으니, 검을 쥔 것처럼 삼엄하고 텅 빈 거울처럼 밝게 빛난다. 멀리 영산의 아난阿難과 가섭迦葉이 검을 쥐고 치던 일을 본받아서, 양사兩師의 수단을 발휘하여 대중으로 하여금 엄숙히 단속하게 함으로써 강령을 세우고 불사를 이루게 한다. 아, 금일의 유나維那,199) 찰중察衆200) 비구여.
갈향喝香 일성一聲, 갈촉喝燭 일성, 다게茶偈 일성, 미게米偈 일성, 화게花偈 일성, 과게果偈 일성, 그리고 월지月氏의 어범魚梵을 화작化作하여 산중에서 섭마등攝摩騰과 축법란竺法蘭이 불경을 백마에 싣고 오며 부르던 소리, 그리고 우리 동국의 진감眞鑑 국로國老가 잘 부르던 코 먹은 소리가, 위로 하늘에 사무치고 아래로 사바세계에 진동함에, 하늘이 기울어지고 땅이 찢어지며, 바닷물이 뛰어오르고 산이 무너지며, 바람이 일고 구름이 멈추며, 귀신이 시름을 거두고 제천諸天이 즐거워한다. 그리하여 위로는 여러 성인으로부터 아래로는 중생의 무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놀라고 기뻐하면서 흔연히 환희하고 뛰어오른다. 아, 금일의 어산, 범음, 범패 비구여.
유교와 불교에 정통하고 내외 경전에 통달하였다. 가슴에는 고금을 품고 입으로는 풍채風彩를 토해내며, 필봉筆鋒은 조화를 일으키고 문장(制術)은 귀신과도 흡사하다. 단방壇榜 문방門牓과 여러 외방外牓의 상소上疏, 식소食疏, 중소中疏, 하소下疏 등 여러 소疏의 자획字畫이 굳세어, 피부는 탈락하고 골자만 남았으며, 교룡이 싸우는 듯하고 창과 칼이 빽빽이 늘어선 듯하다. 마치 주周나라 때 석고문石鼓文의 서체書體와 같고, 일소逸少가 거위를 잡아 온 서첩書帖201)과 비슷하니, 불감佛鑑으로서 안하眼下를 비추기에 충분하다. 영산회상에서 명을 받들어 관음보살의 수체手體로 도량을 장엄하니 사람마다 경외한다. 아, 금일의 고생하는 서기書記 비구여.
선덕禪德, 선백禪伯, 선화禪和, 선려禪侶가 영산의 오백 나한의 명을 받들어, 푸른 연꽃 자리와 자감紫紺색 누대 안에서

008_0366_a_01L操縱在臆卓如秉劒虗若鏡明

008_0366_a_02L遠挹靈山阿難迦葉杖劒白搥

008_0366_a_03L兩士手段令諸大衆齋㽵肅整

008_0366_a_04L提綱振領成就佛事今日維郍

008_0366_a_05L察衆比丘

008_0366_a_06L喝香一聲喝燭一聲茶偈一聲

008_0366_a_07L米偈一聲花偈一聲果偈一聲

008_0366_a_08L化作月氏魚梵山中摩登法蘭

008_0366_a_09L䭾經之聲及我東國眞鑑國老

008_0366_a_10L掩鼻之聲上徹天衢下震塵區

008_0366_a_11L天傾地裂海騰山崩風生雲遏

008_0366_a_12L鬼神破愁諸天忘樂上至諸聖

008_0366_a_13L下及群生莫不驚喜欣欣歡喜踊躍

008_0366_a_14L魚山梵音梵唄比丘

008_0366_a_15L洞精儒釋愽達內外胸藏古今

008_0366_a_16L口吐風彩笔凌造化制術侔神

008_0366_a_17L壇榜門牓及諸外牓上䟽食䟽

008_0366_a_18L中下諸䟽字畫精剛皮膚脫落

008_0366_a_19L唯有骨子蛟龍鬪搦戈戟森向

008_0366_a_20L有如周時石皷書體又如逸少

008_0366_a_21L愽鵝書帖堪爲佛鑑昭昭眼下

008_0366_a_22L奉命靈山觀音手體莊嚴道

008_0366_a_23L人人戒懼今日困困書記比丘

008_0366_a_24L禪德禪伯禪和禪侶奉命靈山

008_0366_a_25L五百羅漢靑蓮1) [18] 紫紺樓中

008_0366_b_01L뭇 별들처럼 줄을 지어 종횡으로 일어나고 앉으며 예불하고 송경誦經함에 하나도 어긋남이 없다. 혹은 묘지妙旨를 탐구하고 혹은 신주神呪를 외우며, 정념正念을 견지堅持하여 부처를 도와 교화를 드날린다. 지전持殿, 기사記事, 공두工頭, 고두皷頭, 종두鍾頭, 판수判首, 당좌堂佐, 경좌經佐, 사미沙彌, 도자道者가 영산의 유학有學, 무학無學, 성문聲聞, 연각緣覺의 명을 받들어, 위와 아래에서 대낮처럼 환하게 등불을 밝혀 광명의 유리 도량으로 바뀌게 하니 범부와 성인이 환희한다. 혹 운판雲板을 두드려 그 소리가 운구雲衢에 퍼지면 제천諸天이 환희하는 가운데 왕은 옥 가마를 타고 신하는 채색 구름을 몰고서 보개寶蓋와 주영珠纓이 도량으로 운집한다. 혹 금종金鍾을 쳐서 그 소리가 철위산鐵圍山에 퍼지면 오음五陰의 구름이 걷힌 가운데 여러 고통받는 귀신들이 도량으로 운집한다. 혹 목어木魚를 울려 남명南溟, 북명北溟과 부당浮幢, 왕해王海의 파도를 높이 일으키면 비늘을 지닌 물고기들(水族)이 도량으로 운집한다. 혹 법고法皷를 울려 항하사 세계에 사무치고 대지가 흔들리면 고슴도치와 같은 털짐승들(毛族)이 도량으로 운집한다. 그리하여 이들 모두가 법음法音을 듣고서 춤추고 환희하며 이 경사스런 인연을 떠받든다. 아, 금일 위에 있는 여러 노소老少 비구들이여.
화초花草, 화개花蓋의 청색, 백색, 녹색, 홍색이 산뜻하고 밝으니, 거란契丹의 솜씨요 기악祁岳의 솜씨요 정건鄭虔의 솜씨요 도자道子의 솜씨이다.202) 영산에서 대중에게 보여 준 금화金花와 남전南泉의 꿈속의 꽃망울 터진 가지를 변화시켜, 공화空花의 불사佛事와 수월水月의 도량을 안팎으로 장엄하고 위아래로 엄식嚴飾하니, 영취산과 흡사하고 기원정사와 방불하다. 위로 여러 성인께 명하고 아래로 여러 중생을 불러내어 법도가 있게 하니, 승속僧俗 모두 눈이 돌아가고 혼이 날아갈 정도로 깊이 감동을 받지 않음이 없다. 아, 금일의 부지런한 화원畫員 비구여.



008_0366_b_01L列如衆星縱橫起坐禮佛誦經

008_0366_b_02L一無乖角或究妙旨或誦神咒

008_0366_b_03L堅持正念助佛揚化持殿記事

008_0366_b_04L工頭皷頭鍾頭判首堂佐經佐

008_0366_b_05L沙彌道者奉命靈山有學無學

008_0366_b_06L聲聞緣覺燃燈上下皎如白日

008_0366_b_07L變作光明琉璃道 凡聖歡欣

008_0366_b_08L或扣雲板聲振雲衢諸天歡喜

008_0366_b_09L王乘玉輦臣駕彩霧寶盖珠纓

008_0366_b_10L雲集道 或擊金鍾聲振鐵圍

008_0366_b_11L五陰雲晴諸沉苦鬼雲集道

008_0366_b_12L或鳴木魚南溟北溟浮幢王海

008_0366_b_13L水擊波騰沉鱗水族雲集道

008_0366_b_14L或鳴法皷沙界洞徹大地搖振

008_0366_b_15L毛族雲集道塲共聽法音

008_0366_b_16L舞蹈歡喜承斯慶緣上諸老少比丘

008_0366_b_17L花草花盖靑靑白白綠綠紅紅

008_0366_b_18L旭旭依依契丹手出祁岳手出

008_0366_b_19L鄭虔手出道子手出變作靈山

008_0366_b_20L示衆金花南泉夢裡花綻花枝

008_0366_b_21L空花佛事水月道塲內外莊嚴

008_0366_b_22L上下嚴飾依俙靈鷲彷彿祗園

008_0366_b_23L上命諸聖下召群生有法有則

008_0366_b_24L僧僧俗俗眼倒魂飜無不綿邈

008_0366_b_25L今日勤勤書員比丘

008_0366_c_01L
천상의 옥미玉米, 용궁의 경미瓊米, 죽림竹林의 왕미王米, 소림의 제미帝米, 천부天府의 국미國米, 옥야沃野의 비미肥米, 여릉廬陵의 시미市米, 유제幽濟의 원미院米, 노능盧能의 용미舂米, 우두牛頭의 부미負米 등 열 가지의 쌀을 하나로 모아서, 천 번씩 씻어 내고 백 번씩 걸러 낸다. 그리하여 시루에 넣고 향적香積의 밥, 앙산仰山의 밥, 가섭迦葉의 빈반貧飯, 공생空生의 부반富飯, 아난阿難의 걸반乞飯, 정명淨名의 실반室飯, 황매黃梅의 야반夜飯, 백석白石의 암반庵飯, 등왕登王의 좌반座飯, 금오金烏의 발반鉢飯을 만들어 공경히 옥기玉器에 담으니, 가을 달처럼 밝고 여름 구름처럼 하얗다. 이것을 가지고 위로 여러 부처님께 바치고 중간으로 천선天仙에 바치고 아래로 모든 중생에게 먹여서 두루 똑같이 배부르게 한다. 아, 금일의 성실한 반두飯頭203) 비구여.
연평延平의 좋은 곳 비옥한 땅에 좋은 쌀이 솟아나오니 그 색이 누런 구름과 같다. 계수나무를 베어 방아를 만들고 박달나무를 베어 공이를 만들어서, 천 번 만 번 찧어 가늘게 가루로 만든 뒤에, 솜씨 있게 빚어서 천 개 만 개의 절편을 만들고, 이것을 기름에 튀겨 내니 잠깐 사이에 정과淨果가 만들어진다. 산처럼 눈처럼 끝없이 쌓인 이 공물供物이 마치 목련존자目連尊者의 신통력으로 만든 듯한데, 묘운妙雲의 공물을 위로 시방의 제망帝網이 중중重重한 박가해회薄迦海會에 바친다. 아, 금일의 경건한 정과淨果 비구여.
푸른 마름이 언덕에서 자라나 잎이 청옥靑玉과 같고 열매가 황옥黃玉과 같은 것을 능미菱米라고 한다. 산전山田과 야전野田에서 나와 줄기가 자옥紫玉과 같고 열매가 백옥과 같은 것을 목미木米라고 한다. 이 두 가지를 뒤섞어서 곧은 나무(直木)와

008_0366_c_01L天上玉米龍宮瓊米竹林王米

008_0366_c_02L少林帝米天府國米沃野肥米

008_0366_c_03L廬陵市米幽濟院米盧能舂米

008_0366_c_04L牛頭負米上諸十米聚爲一米

008_0366_c_05L千千洗濯百百淘汰甑能變作

008_0366_c_06L香積之飯仰山之飯迦葉貧飯

008_0366_c_07L空生富飯阿難乞飯淨名室飯

008_0366_c_08L黃梅夜飯白石庵飯登王痤 [19]

008_0366_c_09L金烏鉢飯恭盛玉器皎如秋月

008_0366_c_10L白如夏雲上供諸佛中供天仙

008_0366_c_11L下及群生普同飽滿今日虔誠飯頭比
008_0366_c_12L

008_0366_c_13L延平佳處肥饒之地湧出佳禾

008_0366_c_14L色如黃雲䂨桂爲砧䂨檀爲杵

008_0366_c_15L千精萬鍊細羅爲粉巧作巧鑄

008_0366_c_16L千端萬片煮油成面須臾變作

008_0366_c_17L如山若雪無盡之供有如目連

008_0366_c_18L神通所化妙雲之供上獻十方

008_0366_c_19L2) [20] 重重薄迦海會今日虔心淨果
008_0366_c_20L比丘

008_0366_c_21L靑靑之菱生於陵坡葉如靑玉

008_0366_c_22L粒如黃玉號曰菱米山田野田

008_0366_c_23L莖如紫玉實如白玉號曰木米

008_0366_c_24L兩米交班直木方板撫而䂨斷

008_0366_c_25L「痤」疑「座」{編}次同「綱」疑「網」{編}

008_0367_a_01L모난 판목(方板)으로 가루 내어 절편을 빚은 뒤에 기름으로 튀겨 내면 백색이 황색으로 바뀌니 이를 조과造果라고 한다. 이는 사리불(鶖子) 존자가 모친을 구하는 자리에 천 명의 승려를 초청해서 그 신통력을 빌려 화작化作한 공물供物과 같은데, 삼가 이 공물을 가지고 저 시방의 삼보 자존慈尊에게 공양을 한다. 아, 금일 정성껏 조과造果하고 세면洗糆하는204) 여러(兩兩) 비구여.
진미眞米, 점미粘米를 찧어 백옥의 가루로 만들고 이를 반죽하여 백설기로 만든다. 이 색을 여러 색깔로 나누어, 적색으로 만들면 자옥紫玉처럼 보이고, 흑색으로 만들면 흑월黑月처럼 보이고, 황색으로 만들면 황옥黃玉처럼 보인다. 이상 여러 가지 색깔의 떡을 가지고 공동으로 운문雲門 언로偃老205)의 떡도 만들고, 개선開仙 섬로暹老206)의 떡도 만들어, 영산靈山의 석가, 다보 등 여러 불타에게 헌상한다. 아, 금일의 경건한 조병造餠207) 비구여.
서축西竺 녹지綠枝의 감미甘味의 차茶, 동정洞庭 황귤黃橘의 산미酸味의 차, 촉천蜀天 대우帶雨의 고미苦味의 차, 금강錦江 화풍和風의 신미辛味의 차, 연산連山 복혈復穴의 유미乳味의 차, 암봉岩蜂 순밀淳蜜의 첨미甜味의 차, 청산靑山 백자栢子의 향미香味의 차, 자악紫岳 나만蘿蔓의 오미五味의 차 등 여덟 가지 맛의 차를, 절구에 넣고 찧어 가루로 만든 뒤에, 양자강 물로 옥사발에 끓여서, 조주趙州가 사람에게 권하던 차를 만든다. 이 차를 여래께 헌상하여 영명함을 더 돕게 하고, 아래로 중생에게 마시게 하여 갈증과 더위를 식히게 한다. 아, 금일에 차를 달이는 다각茶角208) 비구여.
봉도蓬島의 비에 젖은 자옥紫玉 나물(蔬菜), 선산仙山의 이슬 머금은 청옥靑玉 나물, 상강湘江 언덕 위의 죽순 나물,

008_0367_a_01L千片萬片淸油煮出白色爲黃

008_0367_a_02L號曰造果有如鶖子救母之筵

008_0367_a_03L延請千僧借其通力所化之供

008_0367_a_04L恭將此供供彼十方三寶慈尊

008_0367_a_05L今日虔誠造果洗糆兩兩比丘

008_0367_a_06L眞米粘米精爲白玉鍊作白雪

008_0367_a_07L一般之色分爲諸色或作赤色

008_0367_a_08L看如紫玉或作黑色看如黑月

008_0367_a_09L或作黃色看如黃玉上諸色餅

008_0367_a_10L共作雲門偃老之餅又作開仙

008_0367_a_11L暹老之餅獻上靈山釋迦多寶

008_0367_a_12L諸大佛陀今日虔心造餅比丘

008_0367_a_13L西笁綠枝甘味之茶洞庭黃橘

008_0367_a_14L酸味之茶蜀天帶雨苦味之茶

008_0367_a_15L錦江和風辛味之茶連山復穴

008_0367_a_16L乳味之茶岩蜂淳蜜甜味之茶

008_0367_a_17L靑山栢子香味之茶紫岳蘿蔓

008_0367_a_18L五味之茶上諸八味緫鎔爲抺

008_0367_a_19L楊子江水烹出玉甌變作趙州

008_0367_a_20L勸人之茶獻上如來更助靈明

008_0367_a_21L下及群迷止渴除熱今日烹茶

008_0367_a_22L茶角比丘

008_0367_a_23L蓬島濕雨紫玉之菜仙山浥露

008_0367_a_24L靑玉之菜湘江岸上竹筍之菜

008_0367_b_01L반곡盤谷 시냇가의 목궐木蕨 나물, 음동陰洞 유곡幽谷의 연소軟蔬 나물, 양산陽山 채기採飢의 비궐肥蕨 나물, 그리고 해문海門 포구浦口의 청각靑角과 황각黃角, 강미江湄 사상沙上의 백빈白蘋과 홍료紅蓼, 강동江東 위북渭北의 자순紫蓴과 청지靑芝 등 각각의 나물을 솥에 넣고 조리하여 운문雲門 나복蘿葍의 나물을 만든 뒤에, 대중에게 공양하여 입 벌리고 혀로 뒤집으며 유미有味의 미味에서 무미無味의 미를 맛보게 한다. 아, 금일의 공경하는 숙두熟頭209) 비구여.
채로菜露210)와 그릇(工器), 그리고 소반(盤色)과 수저(匙色), 마당(地色), 물(水色), 화대도감火臺都監 등 각각의 담당자(諸色)들이 자기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며 착오를 빚지 않는다. 말소리는 온화하게 감히 떠들지 않으며, 부르면 즉시 뒤따라 대답을 하고, 상호 협조하면서 같은 마음이 되어, 마치 몸이 팔을 부리듯, 마치 거문고(瑟琴)를 연주하듯 한다. 국(菜露)은 맛이 있고 그릇(工器)은 정밀하며, 소반은 깨끗한 거울과 같고 수저는 백은白銀과 같으며, 물(水)은 넉넉하게 갖추고 마당(地)은 유리가 되며 불(火)은 붉은 산과 같으니, 내외 상하를 빠짐없이 감찰하여 하나도 부족함이 없게 한다. 금일 여러 역할을 맡은 각색各色 비구여.
동자童子들은 동진童眞으로 속세를 초월하여 보방寶坊(절)에 발을 딛고서 만장萬藏의 경론經論을 어디든 모두 통한다. 그리고 가슴에는 곤붕鵾鵬의 뜻을 품고 입으로는 풍뢰風雷(바람과 우레)를 토하며, 인과의 도리와 사생의 이치를 알고 있다. 하지만 인지人知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재물을 위임하면서 각각의 여러 역할(諸色)로 직분을 나누니, 이에 회촬會撮211)의 신분이 된 자는 상황을 판단하여 임기응변하면서 지휘하고 조종을 한다. 그리하여 산 위의 구름을 매만지고 시내의 달을 손질하여 무無에서 유有를 만든 뒤에, 위로는 제성諸聖에 바치고

008_0367_b_01L盤谷溪过木蕨之菜陰洞幽谷

008_0367_b_02L軟蔬之菜陽山採飢肥蕨之菜

008_0367_b_03L海門浦口靑角黃角江湄沙上

008_0367_b_04L白蘋紅蓼江東渭北紫蒪靑芝

008_0367_b_05L各各菜菜調諸鼎鼎化爲雲門

008_0367_b_06L蘿葍之菜供諸大衆口口呿呿

008_0367_b_07L舌舌飜飜以有味味得無味味

008_0367_b_08L今日恭敬熟頭比丘

008_0367_b_09L菜露工器盤色匙色地色水色

008_0367_b_10L火臺都監各各諸色勝任其職

008_0367_b_11L無有得錯溫溫語音不敢喧轟

008_0367_b_12L喚喚即隨呼呼即答相看相助

008_0367_b_13L同心同意如身使臂如皷瑟琴

008_0367_b_14L菜露有味工噐有精盤如素鏡

008_0367_b_15L匙如白殷水爲豊備地爲琉璃

008_0367_b_16L火如赤山內外上下勤勤監察

008_0367_b_17L一無所闕今日諸司各色比丘

008_0367_b_18L及與童子童眞拔俗脚躡寶坊

008_0367_b_19L萬藏經論觸事皆通胸抱鵾鵬

008_0367_b_20L口吐風雷知因知果知死知生

008_0367_b_21L人知有容委附財物分司列扄

008_0367_b_22L各各諸色身爲會撮或知㪸1) [21]

008_0367_b_23L或知合變指揮發縱細切嶺雲

008_0367_b_24L薄批磎月將無作有上獻諸聖

008_0367_c_01L아래로는 중생에게 주어 배를 채우게 한다. 아, 금일의 부지런히 수고하는 별좌別座212) 비구여.
수미산이 무너질지언정 평소의 소원은 굽힐 수가 없고, 대해大海가 마를지언정 장한 그 뜻은 뺏길 수가 없다. 모금하는 두루마리를 소매에 넣고, 해진 바랑을 어깨에 짊어지고서, 온 나라(大方)를 높이 밟고 큰 눈(大目)을 크게 뜬다. 호남과 영남을 모두 답사하였고, 강서와 영동을 몇 번이나 왕복하였다.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비로 목욕을 해도 고생으로 여기지 않으며, 발이 부르트고 손이 갈라져도 고달프게 여기지 않는다. 연촌烟村 우곽雨郭에 지음知音이 없는 것을 탄식하고, 가을 달, 봄 꽃의 경치가 일찍 지나감을 아쉬워한다. 천문千門 만호萬戶에서 많은 시간 손을 비비고, 붉은 기와집과 초가집에서 며칠이나 머리를 조아린다. 그리하여 몇 되의 쌀이나 몇 자의 천이라도 얻으면 두루마리에 기록하며 가을 하늘 밝은 달의 기분이 되고, 몇 냥(圭撮)이라도 거두면 가슴이 밝아지며 바다 밑의 여주驪珠213)를 얻은 듯 여기면서, 이를 바탕으로 경영하여 대사大事를 성취한다. 아, 금일의 화사化士(화주) 비구여.
정성스런 마음이 태양을 뚫고 공경하는 마음이 하늘에 통한다. 사찰의 곳간(庫司)에 저축한 물자를 몽땅 꺼내어 청산 백운 가의 청정 도량에 나아가서 무차無遮 평등의 법연法筵을 경건하게 개최한다. 제단에 옥 같은 쌀과 꽃과 과일과 등촉燈燭을 올리고 우수牛首의 향을 사르며 어음魚音을 연주하고 성대하게 종고鍾皷를 친다. 용상龍象 대덕들이 엄숙하게 서 있는(肅敬) 가운데 층개層蓋 당번幢幡이 하늘 가득 휘날리며 하늘빛이 아래에 비치고 상서로운 기운이 위에 뭉친다. 사람과 하늘이 상호 접하고 범부와 성인이 서로 참여하니, 겨자씨만한 인연이 비록 미세하더라도 연꽃 거울(菱鑑)은 두루 비친다. 그래서 망령의 명복을 빌면 자광慈光의 힘을 입어 유명幽冥에 지체되지 않고 곧바로 서방을 향한다. 생전에 공순할 뿐만 아니라,

008_0367_c_01L下及群生盈膓塞腹今日勤勤

008_0367_c_02L困困矻矻2) [22] 比丘

008_0367_c_03L須彌可倒素願不屈大海可渴

008_0367_c_04L壯志不奪袖䟽募軸肩負破槖

008_0367_c_05L高蹈大方豁開大目湖南嶺南

008_0367_c_06L都寄脚底江西嶺東徃復幾回

008_0367_c_07L櫛風沐雨意不爲勞蠒足龜手

008_0367_c_08L身爲不困烟村雨郭歎知音少

008_0367_c_09L秋月春花惜光景忙千門萬戶

008_0367_c_10L蠅手多時朱甍草牗崩角累日

008_0367_c_11L或得斗尺卷中星羅秋空朗月

008_0367_c_12L或收圭撮襟懷不昧海底驪珠

008_0367_c_13L經之營之成就大事今日化士比丘

008_0367_c_14L誠心貫日敬心通天庫司所儲

008_0367_c_15L托出和盤肆就靑山白雲之畔

008_0367_c_16L淸淨道場虔設無遮平等法筵

008_0367_c_17L壇呈玉粒花果燈燭恭焚牛首

008_0367_c_18L敬奏魚音鍾皷喧轟龍象肅敬

008_0367_c_19L層盖幢幡盈空旭曜天光下暎

008_0367_c_20L瑞氣上凝人天相接凡聖交叅

008_0367_c_21L芥緣雖微菱鑑即周所薦亡靈

008_0367_c_22L仰賴慈光不滯幽㝠直指西方

008_0367_c_23L不唯目前有恭有順抑亦身後

008_0367_c_24L」疑「酌」{編}「痤」疑「座」{編}

008_0368_a_01L사후에까지 추모하며 보은하니, 마음이 원만하고 지혜가 깊다고 말할 만하다. 아, 금일의 재를 올리는(齋者) 비구여.
교敎를 버리고 선禪을 닦을 것을 권한 글
아, 위태하도다. 그대는 알지 못하는가. 수릉壽陵 땅의 청년이 한단邯鄲에 가서 걸음걸이를 배우려 했던 것을. 그 국도國都의 잘 걷는 재주를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채, 본래의 자기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린 나머지 그저 엉금엉금 기어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네.214)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 그대가 교의敎義를 버리지 않으면, 그대의 예전의 것까지 잊어버려서 그대의 업業을 잃게 될 것이니, 그대는 분발할지어다. 열심히 노력하여 선지禪旨를 자세히 참구하라는 말에 부응한다면, 그런대로 온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大鵬高飛兮    대붕大鵬이 높이 날아
一翮九萬     한번 날개 쳐서 구만리를 올라가네
一翮九萬兮    한번 날개 쳐서 구만리를 올라가니
二虫笑之     두 마리 벌레가 이것을 보고 비웃네
二虫笑之兮    두 마리 벌레가 비웃으니
惡可奈何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雖有韜天之大網  하늘을 덮을 만한 큰 그물이 있어도
安所張之     어떻게 펼칠 수 있겠는가
침굉 대사의 행장
침굉枕肱은 나주 사람이다. 법휘法諱는 현변懸辯이요자字는 이눌而訥이다.속성俗姓은 윤씨尹氏이다. 선세先世는 서화西華의 명망 있는 집안이었는데, 남쪽으로 유락流落했다가 돌아가지 못하였다. 부친의 휘諱는 흥興이요, 모친의 성은 최씨崔氏인데, 만력萬曆 병진년(1616, 광해군 8)에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총민하다는 말을 들었고 학습에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한번 보면 외우면서 마음으로 잊지 않았으므로 사람들이 금주錦州(나주)의 신동이라고 칭하였다. 이를 갈 무렵에 부친을 잃고 홀어머니를 모셨다. 점술에 정통한 자가 말하기를 “이와 같은 인재가 어떻게 오래 먼지 속에 있겠는가. 장차 사찰(梵王家)을 세우리라.”라고 하였다.
나이 12세 때에 보광葆光 법사이름은 건우虔祐이다.가 그의 명성을 귀로 듣고 그의 모습을 눈으로 본 뒤에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나에게 이 사미沙彌를 데려다 주었구나.”라고 하였다. 모친이 울면서 점술가의 예언을 떠올리고는 출가를 허락하며 보광을 따라가게 하였다. 이에 즉시 천풍산天風山(장흥 천관산) 탑암塔庵에 자리를 잡고는 수많은 서적을 독파하며 불전佛典을 연구하니, 절(招提)의 진경眞境이 이로부터 더욱 빛을 발하였다.

008_0368_a_01L追遠報恩可謂心圓智深備矣

008_0368_a_02L今日齋者比丘

008_0368_a_03L

008_0368_a_04L1)放敎叅禪 [23]

008_0368_a_05L
噫吁嘻危乎殆哉爾不見壽陵餘子之
008_0368_a_06L學行於邯鄲歟未得國能又失其故
008_0368_a_07L行矣直匍匐而歸今子不去敎義
008_0368_a_08L忘子之古失子之業勗哉君乎勉旃
008_0368_a_09L愼旃以副叅詳禪旨之言則庶幾乎全
008_0368_a_10L又從歌曰

008_0368_a_11L
大鵬高飛兮一翮九萬一翮九萬兮

008_0368_a_12L二虫笑之二虫笑之兮惡可奈何

008_0368_a_13L雖有韜天之大網安所張之

008_0368_a_14L

008_0368_a_15L2)枕肱大師行狀 [24]

008_0368_a_16L
枕肱羅邑人法諱懸辯字而訥俗姓尹
008_0368_a_17L先世以西華望族落南不能歸父諱
008_0368_a_18L母姓崔以萬曆丙辰而誕幼號聦敏
008_0368_a_19L課讀超群目寓口誦心即不忘人稱
008_0368_a_20L3) [25] [47] 里神童齔哭怙奉萱闈有精於數者
008_0368_a_21L此寧馨豈久在塵埃中將特立見 [48]
008_0368_a_22L跨一紀葆光法師名虔
耳其名目其
008_0368_a_23L貌曰釋氏扢送我沙彌來乎母泣念數
008_0368_a_24L者旣 [49] 許出家隨葆光即零天風山塔庵
008_0368_a_25L目透二酉足迅三車招提眞境自此增

008_0368_b_01L
13세 때에 또 얼마 있다가 방장산方丈山에 들어가서 소요당逍遙堂을 방문하였는데 한번 보고서 탄복하였다. 일찍 경사經師와 도부道傅에 나아가 수업을 할 적에 스승을 능가하는 면모를 보이자, 철장喆匠과 교공巧工이 팔짱을 끼고서 그의 말을 경청하였다. 이로부터 명성을 크게 떨쳐 원근에 전파되자 승속僧俗을 막론하고 모두 한번 알기를 원하였다. 어릴 때의 사적事跡이 또한 이와 같았다.
18세에 대중과 함께 나무를 베다가 실수로 이마를 다쳐서 사경死境을 헤매다가 소생하였으니, 이는 아마도 하늘이 부처님의 도를 영구히 하려고 함일 것이다. 이윽고 깨어나서는 혀를 차면서 말하기를 “만 권의 경서를 독파했어도 하나의 실수를 바로잡지 못하였다. 부처가 어찌 먼 곳에 있겠는가. 마음이 바로 부처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이로부터 한묵翰墨을 멀리하고는, 사체四體를 노예로 하고 일심一心을 주인으로 하여 도를 크게 이루었다.
19세에 송계당松溪堂을 따라 복현福縣에서 노닐 적에 현縣에서 객사客舍의 상량문을 청하니 송계가 스님에게 사양하였다. 이에 스님이 말하기를 “선비라야 글을 짓거늘 승려가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읍邑의 부탁을 받고서 백련동白蓮洞215)의 참의參議 윤공尹公이름은 선도善道이다.의 문을 두드렸다. 윤공이 이때 아들둘째 아들 의미義美이다.을 잃었는데, 스님의 목소리를 듣고는 “소리가 어쩌면 그렇게 비슷하냐.”라고 하고, 모습을 보고서는 “모습도 비슷하다.”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돌아가지 말라고 하였다. 그리고 마주하여 계장啓狀을 지으면서 공이 말하기를 “글을 그대에게 부탁했으면 그대가 필시 글을 할 줄 알 것이니 그대가 한번 작성해 보라.”라고 하였다. 이에 스님이 바로 글을 작성하니, 더욱 사랑하면서 말하기를 “글 역시 내 아이의 경지에 접어들었다. 그대의 머리에 관을 씌운다면 안탑雁塔을 일컬을 것이다.”216)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비침裨諶의 초고草稿를 윤색한 뒤에217) 그 고을의 승려를 불러 복읍福邑으로 대신 가게 하고 며칠 동안이나 스님을 잡아 두었다. 그리고 “이 사람을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겠다.”218)라고 하고는, 정신을 미혹시킬 작전을 구사하고 그 함정을 만들었으나, 명협蓂莢219)의 잎이 지려고 해도 뜻은 더욱 굳건하였다.
스님의 스승인 보광葆光이 이 소문을 듣고는 석장錫杖을 날려 담장 밖에서 새벽에 부르자 스님이 나가서 보광에게 절을 하고 영접하였다. 윤공이 눈물을 흘리면서 허리에서 칼을 풀러 보여주며 말하기를 “그대가 환속하지 않으면 내가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겠다.”라고 하니, 스님이 대답하기를 “어려서부터 출가를 하였는데 어떻게 세속에 다시 들어가겠습니까.”라고 하며 하직을 청하였다. 스님이 떠나는 것을 윤공이 애석하게 여겨 보광에게 간절히 부탁하였으나, 보광이 말하기를 “승려가 어린 나이에 출가하면 세속의 부자와 같은 것입니다. 황천으로 돌아가는 아픔이나 세속으로 돌아가는 아픔이나 한가지이니 어찌 다름이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윤공이 마침내 떠나가는 것을 허락하여 돌아올 수가 있었다.
최후에 윤공이 국가의 복제服制를 논쟁하다가 광양光陽으로 유배를 당하였다. 이에 대사가 창랑가滄浪歌를 부르며

008_0368_b_01L十三天且又未幾入方丈訪逍遙
008_0368_b_02L一見服早詣經師道傳 [50] 但色藍茜
008_0368_b_03L喆匠巧工袖手乘風由是厥聲大振
008_0368_b_04L名播遠邇無論緇白咸願一識童年事
008_0368_b_05L跡也如此十八衆伐木誤觸臚入死竟
008_0368_b_06L出生天欲壽佛氏道乎俄而喚惺惺咄
008_0368_b_07L咄曰讀破萬經不救一眚佛其遠乎
008_0368_b_08L心即佛自此謝翰墨奴四軆主一心
008_0368_b_09L大成十九從松溪堂遊福縣縣請客舍
008_0368_b_10L上樑文松溪讓于師師云攸 [51] 然後文
008_0368_b_11L越爼祝乎將邑命叩白蓮洞叅議尹公
008_0368_b_12L名善
公時喪子第二子
義美
聞聲曰聲何
008_0368_b_13L覩貌曰貌亦肖涕泫曰汝無歸
008_0368_b_14L以製啓狀公曰文屬汝汝必文汝試草
008_0368_b_15L草即成益加奬愛曰文亦步吾兒境
008_0368_b_16L冠汝頂名鴈塔潤色裨諶招邑僧
008_0368_b_17L福邑挽師累日曰人其人於是陣迷
008_0368_b_18L魂沒 [52] 陷坑蓂欲落志益厲師之師葆光
008_0368_b_19L投杼飛錫墻外晨呼出迎拜葆光泣示
008_0368_b_20L佩去刀曰汝不俗我何剄對曰歸在童
008_0368_b_21L何俗入請辭公惜其去諭葆光懇葆光
008_0368_b_22L僧之歸童即俗之父子歸泉之痛
008_0368_b_23L歸俗之痛一也二乎遂聽去乃得還
008_0368_b_24L最後尹公爭論國制配光陽大師歌滄

008_0368_c_01L찾아가서 문안하자, 윤공이 “예禮는 정情을 억제하는 것인데 스님이 찾아오다니 또 어떻게 된 일인가.”라고 하니, 대사가 대답하기를 “예경禮經도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마는 예 외에 정이 있고 정 외에 예가 있는 것이라면 그런 예가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대사의 식견이 대개 이와 같았다.
지리산(方丈)에 오래 머물렀는데, 송광사松廣寺에서 선암사仙巖寺로 이르기까지, 연곡사鷰谷寺에서부터 오봉사五峯寺에 이르기까지, 지나는 곳마다 모두 교화되어 사모하며 심복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말년에는 금화산金華山에 거하였으니 이때는 실로 갑자년(1684, 숙종 10)이었다. 봄에 건강이 좋지 않더니 여름 4월 12일에 가부좌를 하고 서쪽으로 얼굴을 향하고서 입적하였다. 향년 69세요, 선령禪齡은 57년이었다. 문도門徒가 호곡號哭하며 유체遺體를 받들어 금화산 둘째 봉우리 바위틈에 돌로 봉하였다. 대개 매와 개미에게 육신을 보시하게 한 것이 대사의 평일의 유촉遺囑이었는데, 모기도 달려들지 않고 까마귀도 가까이하지 않았으니, 아, 이 또한 신령스러운 이적이라고 하겠다.
대저 대사는 성품이 온근溫謹하였고, 모습은 냇물을 건너는 것 같았으며,220) 목소리는 금석金石이 울리는 것 같았다. 아미阿彌(아미타불, 염불)의 현묘한 경지에서 마음을 노닐고, 반야般若의 근원에서 깨달음의 물을 마셨다. 평생토록 하나의 납의衲衣로 지내었으며, 누가 의복을 공양해도 추위에 떠는 자를 보면 번번이 벗어 주었다. 많이 조석朝夕을 잊었지만 대중이 먹을 것을 주면 솥을 긁은 것까지 반드시 먹었다. 치주巵酒(한 잔의 술)를 사양하지 않았지만 한 잔을 든 뒤에는 다시 마시지 않았다. 아무리 큰 잔이라도 사양하지 않았으며 취하지도 않았다. 흰 뜨물을 마시게 해도 밑바닥까지 말끔히 비웠으며, 적함赤鹹(붉은 간수)을 잘못 먹어도 아무 탈이 없었다. 이는 대사가 색상色相을 무상無相으로 여기고서 행동한 것이다.
모친이 임종할 때에도 염불한 뒤에 곡을 하였으며, 사람들에게 염불 이외에는 권하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염불을 가지고 끝까지 세상에 행하면서 귀천과 노소를 가리지 않고 한결같이 권하였다. 그리하여 창기娼妓를 만나도 염불을 권하였고, 혹 가축을 만나도 귀에 대고 염불을 하였으니, 이는 어떤 것도 구제하지 않음이 없는 불심의 소치요, 사람을 사랑하고 생물을 아끼라는 유교의 가르침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하겠다.
장례를 행할 때 다비茶毗하지 말고 들판에 버리라는 것이

008_0368_c_01L徃拜之公曰禮以情裁師見亦何
008_0368_c_02L對曰禮經亦多禮外之情情外之禮
008_0368_c_03L禮何㮣其識見盖如此處方丈舊自松
008_0368_c_04L而之仙巖由鷰谷而於 [53] 五峯所過者
008_0368_c_05L無思不服末年棲金華實甲子歲也
008_0368_c_06L春不䂊夏四月十二日趺坐面西而寂
008_0368_c_07L享筭六十九春禪齡五十七夏門釋等
008_0368_c_08L號奉遺軆石封于金華山第二峯巖罅
008_0368_c_09L盖厚鳶親螻乃平日遺囑而蚋不嘬
008_0368_c_10L烏不近嗚乎亦靈異矣夫大師性溫
008_0368_c_11L貌如涉川聲若出金石遊心於阿彌
008_0368_c_12L之玄飮覺于般若之源一衲平生而人
008_0368_c_13L供衣則遇寒者輒解之多忘朝夕而衆
008_0368_c_14L饋食則爬鼎者必喫之巵酒不辭而一
008_0368_c_15L酌後不擧雖饋一巨瓠亦不讓不醉
008_0368_c_16L試酌白泔而亦倒飮誤進赤醎而亦無
008_0368_c_17L是爲色相而無相乎母終念佛後有
008_0368_c_18L對人念佛外無勸故念佛終行于世
008_0368_c_19L而無論貴賤不分老少而勸之如一
008_0368_c_20L至逢娼妓亦勸念佛或遭角鬣附耳
008_0368_c_21L念佛此佛心之所以何物不濟而儒敎
008_0368_c_22L之所謂仁民後愛物底足 [54] 葬不火尸
008_0368_c_23L「放敎參禪」底本在序文之後恐是補入文耶
008_0368_c_24L編者移置於此
此行狀底本亦在序文之後
008_0368_c_25L編者移置於此
▣草書難解{編}

008_0369_a_01L임종할 때의 유촉遺囑이었는데, 문하 제자들은 들판에 버리지도 않고 다비하지도 않고서 바위틈에 봉하였다.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행동을 숨기려 한 것이 실로 평생의 뜻이었는데, 문제자들은 숨기지도 않고 드러내지도 않으면서 개인적으로 기록하였다. 아, 호연浩然과 약휴若休와 정증靜甑과 곽목廓目 등은 스승의 향기로운 훈도薰陶를 받고 권도權道를 행하여 그 중도中道를 얻었다고 말할 만하다. 청색이 쪽에서 나오고 얼음이 물에서 나온다는 말이 어찌 빈말이겠는가. 청광자淸狂子가 듣고서 가상하게 여겨 서문을 쓰고 또 행장을 기록하는 바이다.

숭정崇禎 후後 을해년(1695, 숙종 21) 10월 일에 조계산 선암사仙巖寺에서 개간開刊하다.
각수刻手는 상혜尙慧·여함侶咸·돈신頓信·천립千立이요, 연판鍊板은 밀운密雲이요, 공양주供養主는 집필執弼이다.

008_0369_a_01L諸原寔臨終遺囑而門弟子不原不火
008_0369_a_02L而岩罅之名不顯行欲晦實平生素志
008_0369_a_03L而門弟子不晦不顯而私錄之浩然
008_0369_a_04L若休靜甑廓目等亦可謂薰炙餘芳
008_0369_a_05L得其中靑出於藍氷生於水豈虛語
008_0369_a_06L淸狂子聞而嘉之旣序之又記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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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369_a_08L
崇禎後乙亥十月曺溪山仙巖寺開刊
008_0369_a_09L刻手尙慧侶咸 [55] 千立鍊板密雲
008_0369_a_10L供養主執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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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4)훈지塤篪 : 질나발과 저라는 악기 이름으로, 화목한 형제 혹은 형제처럼 친한 관계를 비유할 때 쓰는 말인데, 『시경』 「소아小雅」 ≺하인사何人斯≻의 “맏형은 질나발을 불고 둘째 형은 저를 분다.(伯氏吹塤。 仲氏吹篪。)”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2. 95)양원楊園의 길이~있는 법이니 : 『시경』 「소아小雅」 ≺항백巷伯≻에 나오는 구절이다. 양원은 버들이 있는 정원으로 위치가 낮고, 묘구는 조금 높은 언덕을 가리킨다. 이는 낮은 곳의 길이 뻗어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천한 사람의 말이 혹 귀한 사람에게 미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3. 96)문경지교刎頸之交 : 서로 죽음을 함께할 수 있는 막역한 사이를 이르는 말.
  4. 97)어찌 그~틈이 벌어졌겠습니까마는 : 원문의 ‘고문顧問’은 돌아보고 의심한다는 뜻이다.
  5. 98)장이張耳와 진여陳餘는~멸망하고 말았습니다 : 초한楚漢 시대에 장이와 진여 두 사람 모두 대량大梁의 명사名士로서 처음에는 부자父子처럼 대하며 매우 친밀하게 지냈는데, 나중에 권력을 쟁탈하는 와중에서 세리勢利로 서로 경쟁을 한 결과, 마침내 장이가 지수汦水 가에서 진여의 목을 베는 지경에 이르렀으므로, 친구 사이에 유종有終의 미를 거두지 못하는 비유로 흔히 쓰이곤 한다. 『사기史記』 권89 「장이진여열전張耳陳餘列傳」.
  6. 99)세리지교勢利之交 : 권세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맺는 교제.
  7. 100)자금장子琴張과 맹자반孟子反은~점이 없었습니다 : 『장자』 「대종사大宗師」에, 자상호子桑戶와 맹자반과 자금장 세 사람이 서로 쳐다보고 웃으면서 막역지우莫逆之友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8. 101)취미당翠微堂 : 법명은 수초守初(1590~1668). 자는 태혼太昏, 속성은 성成씨. 서울 출생으로 어려서 제월 경헌霽月敬軒에게 출가하였다. 두류산에 가서 부휴浮休를 뵈니, 부휴가 벽암碧巖에게 말하기를 “다음 날에 우리 도를 크게 할 사미니 잘 보호하라.”고 하였다. 1629년 옥천 영취사에서 개당開堂하여 영외嶺外의 선학禪學이 취미 대사에서 비롯되었다.
  9. 102)서산西山에 달이~조약돌이 되었습니다 : 이 구절은 서산 휴정(1520~1604), 사명 유정(1544~1610), 금봉 대사, 벽암 각성(1575~1660) 대사의 업적과 입적을 비유한 구절이다.
  10. 103)대순大舜이 붕어崩御하자~들리지 않았고 : 『서경』 「순전舜典」에 “임금이 세상을 떠나자 백성이 마치 부모의 상을 당한 것처럼 삼 년 복을 입었고, 천하에 음악 소리가 끊어져 조용해졌다.(帝乃殂落。 百姓如喪考妣三載。 四海遏密八音。)”라는 말이 나온다.
  11. 104)과보夸夫 : 자신의 힘을 헤아리지도 않고 태양과 경주를 하다가 도중에 목이 마르고 지쳐서 쓰러져 죽었다는 신화 속의 인물이다. 『산해경山海經』 「해외북경海外北經」.
  12. 105)신감信鑑의 영광 : 스승 숭신崇信의 뒤를 이어 제자 선감宣鑑이 선풍禪風을 크게 떨친 것과 같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말이다. 숭신은 육조 대사 혜능慧能의 제자인 청원 행사靑原行思의 계열로, 천황 도오天皇道悟의 법을 이어 받아 용담선원龍潭禪院에서 종풍을 떨쳤으므로 세상에서 용담 숭신龍潭崇信 혹은 용담 화상龍潭和尙이라고 일컬었는데, 제자 덕산 선감德山宣鑑에게 법을 전했다. 덕산은 방망이로 때리며 교화를 펼쳐서 덕산방德山棒이라는 칭호를 얻었는데, 그 문하에 암두 전활巖頭全豁·설봉 의존雪峰義存과 같은 뛰어난 제자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13. 106)일백십 성城의~법계를 경험하였고 : 구도 보살求道菩薩 선재동자善財童子가 처음에 문수보살을 찾아갔다가 다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남쪽으로 여행하여 110성城의 53 선지식을 찾아다니며 법문을 구한 결과 마침내 미진수微塵數의 삼매문三昧門에 들어섰다는 이야기가 『화엄경』 「입법계품入法界品」에 나온다.
  14. 107)십만 리~총령蔥嶺을 넘어갔습니다 : 달마達摩가 중국에서 열반한 뒤에 신발 한 짝을 들고 서쪽으로 총령을 넘어갔다는 전설이 『전등록傳燈錄』 권3에 전한다.
  15. 108)연비어약鳶飛魚躍의 비은費隱 : 『시경』 「대아大雅」 ≺한록旱麓≻에 “솔개는 하늘 높이 솟구치고, 물고기는 못 속에서 뛰노누나.(鳶飛戾天。 魚躍于淵。)”라는 구절이 나온다. 비費와 은隱은 각각 도道의 용用과 체體를 말한다. 『중용장구中庸章句』 12장에 “군자의 도는 비하고 은하다.(君子之道。 費而隱。)”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주석에 “비費는 용用이 광대함을 말한 것이요, 은隱은 체體가 은미함을 말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16. 109)교주몽접覺周夢蝶의 허거栩蘧 : 교주몽접은 잠에서 깨면 인간 장주莊周의 몸이요, 꿈속에서는 날아다니는 나비의 몸이라는 뜻이다. 허栩와 거遽는 각각 나비와 인간의 상태를 형용한 것이다. 『장자』 「제물론齊物論」 마지막에 “언젠가 장주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다. 나풀나풀 잘 날아다니는 나비의 입장에서 스스로 유쾌하고 만족스럽기만 하였을 뿐 자기가 장주인 것은 알지도 못하였는데, 조금 뒤에 잠을 깨고 보니 몸이 뻣뻣한 장주라는 인간이었다. 모를 일이다. 장주의 꿈속에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의 꿈속에 장주가 된 것인가. 하지만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분명히 구분이 있을 것이니, 이것을 일러 물의 변화라고 한다.(昔者莊周夢爲胡蝶。 栩栩然胡蝶也。 自喩適志與 不知周也。 俄然覺則蘧蘧然周也。 不知周之夢爲胡蝶與。 胡蝶之夢爲周與。 周與胡蝶則必有分矣。 此之謂物化。)”라는 호접몽胡蝶夢의 이야기가 나온다.
  17. 110)축타祝鮀 : 춘추 시대 위衛나라 사람. 자는 자어子魚. 유문공劉文公이 제후들을 소릉召陵에 모이게 하였을 때 위 영공衛靈公이 데리고 갔었는데, 당초에 제후들이 채蔡나라를 위나라의 위에 내세우려 하다가, 축타의 말 때문에 마침내 위나라를 앞세웠었다. 공자도 그의 말재주를 말했다. 『좌전左傳』 「정공定公4년」, 『논어』 「옹야雍也」.
  18. 111)송조宋朝 : 『논어』 「옹야雍也」에 “공자가 ‘축타祝鮀의 구재口才와 송조宋朝의 아름다움이 없고서는 이 세상에 살면서 재해를 면하기 어렵다’ 했다.” 하였는데, 그 주注에 의하면, 송조는 송국宋國의 미남자美男子로서 위 영공衛靈公의 부인 남자南子에게 사랑을 받아 정을 통했다고 하였다.
  19. 112)닭을 빌려서~해야 하겠다 : 훌륭한 스승 밑에서 배우고 싶다는 뜻을 비유한 것이다. 『장자』 「경상초庚桑楚」에 “월나라 닭은 고니의 알을 품을 수 없지만, 노나라 닭은 본시 품을 수가 있다. 그 닭들의 속성이 같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능력이 서로 다른 것은, 그 재질에 원래 크고 작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재질은 작아서 그대를 교화시키기에 부족하다. 그대는 어찌하여 남쪽으로 가서 노자老子를 만나보지 않는 것인가.(越雞不能伏鵠卵。 魯雞固能矣。 雞之與雞。 其德非不同也。 有能與不能者。 其才固有巨小也。 今吾才小。 不足以化子。 子胡不南見老子。)”라는 말이 나온다.
  20. 113)바람 소리가~부끄러운 일입니다 : 영郢이라는 지역의 석수장이가 도끼를 휘둘러서 사람의 코끝에 살짝 묻힌 하얀 흙만 교묘하게 떼어 내고 사람은 절대로 다치지 않게 하였는데, 그럴 때마다 흙을 묻힌 사람은 가만히 서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뒤에 송 원군宋元君이 그 말을 듣고는 장석을 불러 시연을 청하자, 장석이 “예전에는 잘했지만 지금은 나의 짝이 오래 전에 죽어서 더 이상 솜씨를 발휘할 수가 없다.”라고 대답한 운근성풍運斤成風의 이야기가 『장자』 「서무귀徐无鬼」에 나온다.
  21. 114)머리를 베어~보명普明의 정성 : 보명은 석가모니의 전생 이름이다. 녹족왕鹿足王에게 잡혔을 때 전에 한 바라문에게 보시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7일간의 시간을 얻어 약속을 지키고 다시 녹족왕에게 가니 왕이 감동해 귀의하였다.
  22. 115)뼈를 으스러뜨린 파륜波輪의 공경 : 살타파륜보살薩陀波崙菩薩이 반야바라밀방편般若波羅蜜方便을 듣기 위해 담무갈보살曇無竭菩薩을 공양하려는데 가진 것이 없어 곤란해 하다가, 피와 골수를 산다는 바라문(釋提桓因의 변신)의 말을 듣고 어깨를 찔러 피를 내고 허벅지를 잘라 뼈를 부수고 골수를 꺼내 바라문에게 주었다. 『대반야바라밀다경大般若波羅蜜多經』 「초분상제보살품初分常啼菩薩品」.
  23. 116)미로彌盧 : 수미산須彌山, 즉 수미로산須彌盧山의 준말이다. 수미산은 원래 인도 신화 속에 나오는 산 이름인데, 불교의 우주관에서 이를 전용轉用하여 세계의 중앙에 있는 가장 높은 산으로 일컬었다. 이 산을 중심으로 하여 주위에 팔산八山과 팔해八海가 에워싸면서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는데, 그 세계를 수미세계須彌世界라고 한다.
  24. 117)아무리 물들여도~한 것입니다 : 『논어』 「양화陽貨」에 “아무리 갈아도 얇아지지 않으니 단단하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물을 들여도 검어지지 않으니 결백하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不曰堅乎。 磨而不磷。 不曰白乎。 涅而不緇。)”라고 공자가 자신을 비유한 말이 나오고, 또 「자한子罕」에 “부자의 도는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고, 뚫을수록 더욱 견고하기만 하다.(仰之彌高。 鑽之彌堅。)”라고 안회顔回가 공자의 도를 찬탄한 말이 나온다.
  25. 118)수달須達의 급고給孤 : 수달은 인도 사위성舍衛城의 수달 장자須達長者를 가리키는데, 그가 고독한 자들에게 재물을 희사하여 구제했기 때문에 급고독 장자給孤獨長者라고도 한다. 또 그가 석가에게 지어 준 기원정사祇園精舍를 급고독원給孤獨園으로 칭하기도 한다.
  26. 119)도道를 도라~않은 것입니다 : 참고로 『노자』 1장에 “도를 어떤 도라고 말할 수 있으면 그 도는 상도常道가 아니요, 이름을 어떤 이름이라고 말할 수 있으면 그 이름은 상명常名이 아니다.(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라는 말이 나온다.
  27. 120)벽암碧巖 : 벽암 각성碧巖覺性(1575~1660). 자는 징원澄圓, 속성은 김金씨. 보은 사람. 9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10세에 화산華山의 설묵雪黙을 스승으로 섬겨 14세에 승려가 되었다. 부휴浮休를 따라 속리산·금강산·덕유산·가야산 등으로 다니면서 경을 공부하였고, 초서·예서를 잘 썼다. 1593년 부휴를 따라 싸움터에 나가 해전海戰에 공을 세웠다. 20여 년 동안 부휴에게서 진수眞髓를 체득하였고 계행이 청정하였으며, 쌍계사·화엄사·송광사를 중건하였다. 화엄사에서 나이 86세, 법랍 72년으로 입적하였다. 저서는 『도중결의圖中決疑』 1권, 『간화결』 1권, 『석문상의초』 1권 등이 있다. 법제자는 처능處能이다.
  28. 121)취미翠微 : 법명은 수초守初.
  29. 122)칡베 옷~드러나게 되었으니 : 참고로 『중용장구中庸章句』 33장에 “『시경』에 ‘비단옷을 입고 겉에 홑옷을 걸친다’라고 하였으니, 이는 문채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싫어해서이다. 그러므로 군자의 도는 은은하게 날로 빛이 나는 반면에, 소인의 도는 산뜻한 듯하지만 날로 빛이 바래는 것이다.(詩曰。 衣錦尙絅。 惡其文之著也。 故君子之道。 闇然而日章。 小人之道。 的然而日亡。)”라는 말이 나온다.
  30. 123)흑백黑白의 개미들이 좋아하여 모여들고 : 참고로 『장자』 「서무귀徐無鬼」에 “개미는 양고기를 좋아하여 모여든다. 양고기는 누린내가 나기 때문이다. 순임금의 행동에도 누린내 나는 구석이 있다. 그래서 백성이 좋아하여 모여드는 것이다.(蟻慕羊肉。 羊肉羶也。 舜有羶行。 百姓悅之。)”라는 말이 나온다.
  31. 124)못을 위해~것이 수달이라면 : 참고로 『맹자』 「이루離婁 상上」에 “못을 위해서 물고기를 몰아 주는 것은 수달이요, 숲을 위해서 참새를 몰아 주는 것은 새매요, 탕왕과 무왕을 위해서 백성을 몰아 주는 자는 걸왕과 주왕이다.(爲淵敺魚者獺也。 爲叢敺爵者鸇也。 爲湯武敺民者桀與紂也。)”라는 말이 나온다.
  32. 125)하늘에 기댄(倚天) 장검長劍 : 『원오불과선사어록圓悟佛果禪師語錄』 등에 “금강 보검이 하늘에 기대 서늘하니, 외도와 마귀들이 모두 무너지는구나.(金剛寶劍倚天寒。 外道邪魔俱腦裂。)” 등의 구절이 나온다.
  33. 126)감히 범연梵筵에~망연자실하였던 것이었습니다 : 참고로 『장자』 「추수秋水」에 “우물 안의 개구리가 바다에 대한 말을 듣고는, 깜짝 놀라고 망연자실하였다.(埳井之䵷聞之。 適適然驚。 規規然自失也。)”라는 말이 나온다.
  34. 127)그러니까 그렇다고~할 뿐이었습니다 : 『장자』 「제물론齊物論」에 “가하니까 가하다고 하고, 불가하니까 불가하다고 한다. 길은 걸어 다니니까 생기는 것이고, 만물은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그러니까 그러하고, 어째서 그렇지 아니한가, 그렇지 않으니까 그렇지 아니한 것이다. 만물에는 본디 그러한 면이 있고,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것도 그렇지 않은 것은 없으며, 어떤 것도 불가한 것은 없다.(可乎可。 不可乎不可。 道行之而成。 物謂之而然。 惡乎然。 然於然。 惡乎不然。 不然於不然。 物固有所然。 物固有所可。 無物不然。 無物不可。)”라는 말이 나온다.
  35. 128)양곡暘谷 : 『회남자淮南子』 「천문훈天文訓」에 “해가 양곡에서 돋아 함지에서 목욕하고 부상에서 솟는다.”라고 하였다.
  36. 129)엄자산崦嵫山 : 해가 들어가는, 서쪽에 있는 산. 약목은 그곳에 있는 신이한 나무. 『산해경』.
  37. 130)별자리를 옮긴~지조를 보여주고 : 후한後漢의 은사隱士 엄자릉嚴子陵은 본명이 엄광嚴光으로서, 광무제光武帝와 소년 시절의 친구인데, 광무제가 황제로 등극한 이후로는 성명을 바꾸고서 은거하였다. 그러다가 한번은 광무제의 간절한 부름을 받고 대궐에 들어가서 며칠 동안 단 둘이 노닐던 중에 하루는 함께 누워 있다가 광무제의 배 위에 발을 얹었는데, 그 다음 날 태사太史가 아뢰기를 “객성客星이 제좌帝座를 매우 급하게 범했습니다.”라고 하자, 광무제가 웃으면서 “나의 친구 엄자릉과 함께 누워 있었다.”라고 말한 고사가 전한다.
  38. 131)자리 위의 보배 : 재덕才德이 출중한 인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노나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자리를 권하자, 공자가 모시고 앉아서 “유자는 자리 위의 보배를 가지고 초빙해 주기를 기다리는 사람이다.(儒有席上之珍以待聘)”라고 말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예기禮記』 「유행儒行」.
  39. 132)구고九臯 : 여러 굽이의 깊고 긴 못, 혹은 학鶴.
  40. 133)양춘陽春의 묘한 곡조 : 양춘곡陽春曲은 초나라의 명곡으로 내용이 너무도 고상하여 창화唱和하기 어려운 곡으로 일컬어졌다. 송옥宋玉의 ≺대초왕문對楚王問≻.
  41. 134)요조窈窕의 아름다운 악장 : 요조는 『시경』 「주남周南」 첫머리에 나오는 ≺관저關雎≻의 구절이다.
  42. 135)금곡金谷의 적선謫仙 : 적선으로 칭해지는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이 59세 이후에 금릉 지역에서 유랑하였다.
  43. 136)행단杏壇 : 학문을 닦는 곳을 이르는 말. 공자가 행단 위에서 제자를 가르쳤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주 72 참조.
  44. 137)융경 6년은 1572년인데 말(馬)의 해가 아니다. 융경 4년(1570)이 경오년庚午年으로 말의 해이다.
  45. 138)곤경鯤鯨 : 곤어鯤魚. 북극 바다에 산다는 큰 물고기. 길이가 1천 척이어서 고래와 같다 하여 곤경이라 함.
  46. 139)오개五蓋 : 탐욕貪慾·진에嗔恚·치면癡眠·조희調戲·의모疑侮.
  47. 140)삼장三障 : 삼혹三惑이라고도 함. 견사혹見思惑·진사혹塵沙惑·무명혹無明惑.
  48. 141)공가空假 : 모든 현상에는 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공空과, 모든 현상은 여러 인연의 일시적인 화합으로 존재한다는 가假를 말한다. 공空이나 가假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은 중中이라 한다.
  49. 142)형산荊山에서 까치에게~흩어져 버렸다 : 『한시외전韓詩外傳』에 “형산에서는 옥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교인은 구슬 귀하게 여기지 않네.(荊山不貴玉。 鮫人不貴珠。)”라는 표현이 있다. 교인鮫人은 전설 속의 인어人魚로서, 교인의 눈물이 구슬이 되었다고 한다.
  50. 143)삼혈총三穴銃 : 포신砲身이 세 개가 겹쳐 있는 총. 1593년 제작되어 유통된 조선의 무기.
  51. 144)칠원漆園 : 노자老子에 관련된 말로 쓴 것은 침굉의 착오이다. 장자莊子가 칠원의 관리자로 있었기 때문에, 장자의 대명사로 쓰이는 말이다.
  52. 145)목곡木斛 : 상수리나무에 기생하는 식물. 『본초경집주本草經集注』.
  53. 146)아양啞羊 : 둔하고 어리석어 선악의 계율을 분별하지 못하여 죄를 범하고도 참회할 줄 모르는 승려를 벙어리 양에 비유하는 말.
  54. 147)호련瑚璉 : 중국 주나라 때, 오곡을 담아 신에게 바칠 때 쓰던 제기祭器. 중국 고대에 하나라에서는 호瑚라 하고 은나라에서는 연璉이라 한 데에서 유래한다. 나아가 고귀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나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데, 공자가 자공子貢의 사람됨을 평하여 호련이라고 한 데에서 유래한다.
  55. 148)싹을 틔우고는~경우도 있다 : 『논어』 「자한子罕」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이에 대해서 황간皇侃은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가 대성大成을 하지 못하고서 일찍 죽은 것을 비유한 것이라고 하였다.
  56. 149)밝게 분변하고~생각할 것 : 『중용』에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신중히 생각하고, 밝게 분변하고, 독실히 행한다.(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라는 말이 나온다.
  57. 150)강하고 굳세고 질박하고 어눌하게 : 『논어』 「자로子路」에 “강하고 굳세며 질박하고 어눌한 것이 인에 가깝다.(剛毅木訥。 近仁。)”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58. 151)토봉土蜂은 콩잎의~못하기 때문이다 : 『장자』 「경상초庚桑楚」에 “토봉은 콩잎의 푸른 벌레를 부화시키지 못한다. 또 월나라 닭은 고니의 알을 품을 수 없지만, 노나라 닭은 본디 그렇게 할 수 있다.(奔蜂不能化藿蠋。 越雞不能伏鵠卵。 魯雞固能矣。)”라는 말이 나온다.
  59. 152)극자성棘子成이 “군자는~같다.”라고 대답하였다 : 『논어』 「안연顔淵」에 나온다.
  60. 153)예쁜 웃음에~채색을 한다 : 지금은 전하지 않는 시인데, 『논어』 「팔일八佾」에 인용되어 나온다.
  61. 154)두공斗栱 : 두공斗拱. 두와 공. 공은 기둥과 들보가 만나는 곳에 놓아 중량을 받는 아치형의 나무이고, 두는 공 사이에 끼우는 네모진 나무.
  62. 155)장문중臧文仲이 큰~지혜롭다고 평하였다 : 『논어』 「공야장公冶長」에 이 이야기가 나온다.
  63. 156)탐스러운 여우와~당하는 것이다 : 『장자』 「산목山木」에 이 내용이 나온다.
  64. 157)잡채雜采 : 잡채雜綵, 잡채雜彩. 잡색 직물.
  65. 158)기악祁岳과 거란契丹~뛰어난 화공畫工 :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에 “어찌 기악과 정건뿐이겠는가, 필적이 양거란보다도 훨씬 뛰어나다네.(豈但祁岳與鄭虔。 筆跡遠過楊契丹。)”라는 구절이 나온다. 『두소릉시집杜少陵詩集』 권4 ≺봉선류소부신화산수장가奉先劉少府新畫山水障歌≻. 기악과 정건鄭虔은 모두 당나라 때의 화가이고, 양거란楊契丹은 수나라 화가인 양소楊素인데, 그의 그림이 거란까지 전해졌으므로 그의 호로 삼았다 한다.
  66. 159)높은 누각이~될 것이다 : 『시경』 「소아小雅」 ≺사간斯干≻에 나오는, 멋진 건물의 표현을 인용한 것이다.
  67. 160)은혜는 상서로운~복을 받으리라 : 한나라 왕포王褒가 지은 ≺성주득현신송聖主得賢臣頌≻의 일부를 침굉이 그대로 인용하여 지었다.
  68. 161)회촬會撮 : 경추頸椎가 될 만한 곳. 핵심적인 장소. 모아 엮음.
  69. 162)별들은 주워~것과 같다 : 참고로 한유韓愈의 ≺석고가石鼓歌≻에 “공자는 서쪽으로 갔으면서도 진나라에 들러 이 석고문石鼓文은 보지 못했으니, 비유하자면 별들은 주워 모았으면서도 희아羲娥는 버린 것과 같다.(孔子西行不到秦。 掎摭星宿遺羲娥。)”라는 말이 나온다. 희아는 해를 모는 희화羲和와 달을 모는 상아孀娥의 병칭으로, 해와 달을 가리킨다.
  70. 163)비록 백아가~할 것이다 : 한나라 왕포王褒의 ≺성주득현신송聖主得賢臣頌≻에 나오는 말을 침굉이 그대로 인용하였다. 백아伯牙는 고대에 거문고를 잘 연주한 사람이고, 체종遞鍾은 유명한 거문고의 이름이며, 방문자逄門子는 활을 잘 쏜 사람이고, 오호烏號는 명궁名弓의 이름인데, 성군이 현신을 만난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71. 164)교화가 사방에~반드시 이르리라 : ≺성주득현신송聖主得賢臣頌≻에 나오는 말을 침굉이 가감 없이 그대로 옮겼다.
  72. 165)선을 쌓은~재앙이 있다 : 『주역』 「곤괘坤卦」 ≺문언文言≻에 나오는 말.
  73. 166)어찌 선할~말 것이다 : 『시경』 「대아大雅」 ≺상유桑柔≻에 나온다.
  74. 167)옛날에 이르기를~있지 않았다 : 『맹자』 「이루離婁 상上」에 나오는 말을 침굉이 인용한 것이다. 본문에 인용한 글은 『시경』 「대아」 ≺가락假樂≻에 나오는 말이다.
  75. 168)성훼成毁 : 이루어지고 무너짐.
  76. 169)맥주麥舟 : 보리를 실은 배라는 뜻으로, 곤경에 처한 사람을 물질적으로 도와줄 때에 쓰는 말이다. 송宋나라 범요부范堯夫가 보리 5백 곡斛을 배에 싣고 오다가, 단양丹陽에서 석만경石曼卿이 두 달 동안이나 상喪을 치르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는, 그 배를 모두 그에게 내준 뒤에 자신은 단기單騎로 돌아왔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냉재야화冷齋夜話』 권10.
  77. 170)화질華質 : 화려함과 소박함.
  78. 171)나의 형체는~상태에 있었다 : 정鄭나라의 신무神巫 계함季咸에게 열자列子의 스승 호자壺子가 자기의 관상을 차례로 보여주는 이야기가 『장자』 「응제왕應帝王」에 나오는데, 생기生機가 막혀 버린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을 뽑아서 침굉이 인용하여 말을 만든 것이다.
  79. 172)비록 눈에~점이 있었다 : 『장자』 「서무귀徐無鬼」에 나오는 구절을 조합한 것이다.
  80. 173)이루어지고 무너짐이~않음과 같다 : 『장자』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말을 침굉이 인용한 것이다. 소씨昭氏는 거문고의 명인인 소문昭文을 가리킨다.
  81. 174)맥주麥舟 : 주 169 참조.
  82. 175)천지天地는 하나의 말(馬)과 같고 : 참고로 『장자』 「제물론齊物論」에 “천지는 하나의 손가락과 같고, 만물은 하나의 말과 같다.(天地一指也。 萬物一馬也。)”는 말이 나온다.
  83. 176)모모嫫母 : 황제黃帝의 넷째 부인. 현명했으나 추녀醜女로 이름이 높았다 한다.
  84. 177)이理의 측면에서~하지 않겠는가 : 명분상으로는 정당해서 떳떳하게 큰소리를 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일하기가 어려워서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장자』 「즉양則陽」에 “피리를 불면 그래도 그럴 듯한 소리가 나지만, 칼끝의 구멍을 불면 소리가 휙 하고 지나갈 뿐이다. 요순은 사람이 찬미하는 바이지만, 대진인 앞에서 요순을 말하는 것은, 한번 휙 하고 소리가 지나가는 것과 같을 뿐이다.(夫吹筦也。 猶有嗃也。 吹劍首者。 吷而已矣。 堯舜。 人之所譽也。 道堯舜於戴晉人之前。 譬猶一吷也。)”라는 말이 나온다.
  85. 178)금비金鎞 : 쇠칼. 치료의 도구.
  86. 179)지독舐犢의 은혜 : 송아지를 핥아 주는 은혜라는 뜻으로, 자식에 대한 어버이의 사랑을 뜻한다. 양표楊彪의 아들 양수楊修가 조조曹操에게 죽음을 당하였는데, 그 뒤에 조조가 양표에게 왜 그토록 야위었느냐고 묻자, 양표가 “늙은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는 애정(老牛舐犢之愛)을 아직도 지니고 있어서 그렇다.”라고 대답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후한서後漢書』 「양진전楊震傳 부附 양표전楊彪傳」.
  87. 180)이륜彛倫 :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88. 181)같은 종류의~확대 적용한다 : 『주역』 「계사전繫辭傳 상上」에 나오는 말이다.
  89. 182)선불장選佛場 : 승려의 실력을 시험하는 것을 선불選佛이라고 하는데, 흔히 그 장소를 선불장이라고 하고, 그 시험을 공부선工夫選이라고 한다.
  90. 183)소목昭穆의 차서 : 사당에 조상의 신주神主를 모시는 차례. 1세를 가운데에 모시고 2세·4세·6세는 소昭라 하여 왼편에, 3세·5세·7세는 목穆이라 하여 오른편에 모신다. 여기서는 이와 같이 시왕을 좌우로 나누어 차례대로 봉안하는 것을 말한다.
  91. 184)선을 보거든~떼어야 한다 : 『논어』 「계씨季氏」에 나오는 말이다.
  92. 185)해가 중천에~베어야 한다 : 『육도六韜』 「수토守土」에 나오는 말이다.
  93. 186)공손씨公孫氏가 칼춤을~경지에 들어갔고 : 당나라 때 초성草聖으로 일컬어진 장욱張旭이 공손대랑公孫大郞의 칼춤 솜씨를 보고서 필법筆法의 묘한 도리를 터득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역대명화기歷代名畵記』 「오도자吳道子」.
  94. 187)포정씨庖丁氏가 소를~비결을 터득하였으니 : 문혜군文惠君이 소 잡는 포정庖丁의 말을 듣고 양생의 비결을 터득했다는 이야기가 『장자』 「양생주養生主」에 나온다.
  95. 188)여신輿薪 : 수레에 가득 실은 땔나무라는 뜻으로, 미약한 힘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큰일을 비유할 때 쓰는 표현인데, 수레 가득한 땔나무에 붙은 불을 한 잔의 물로 끄려고 한다는 『맹자』 「고자告子 상上」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96. 189)팔십 년~틈 지나듯 : 『장자』 「지북유知北游」에 “천지간의 인생이란 마치 하얀 망아지가 담장 사이의 틈을 지나가는 것처럼 순간일 따름이다.(人生天地之間。 若白駒之過隙。 忽然而已。)”라는 말이 나온다.
  97. 190)후손의 경사와~주역에 보이나니 : 『주역』 「곤괘坤卦」 ≺문언文言≻에 “선을 쌓은 집안에는 후손에게 반드시 경사가 있게 마련이고, 불선을 쌓은 집안에는 후손에게 반드시 재앙이 돌아오게 마련이다.(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라는 말이 나온다.
  98. 191)벽려薜荔 : ⓢ preta의 음역音譯인 벽려다薜荔多의 준말로, 아귀餓鬼를 가리킨다.
  99. 192)구거九居 : 구유정거九有情居의 준말. 유정, 곧 중생이 윤회하는 아홉 곳. 욕계의 인천人天, 색계의 범중천梵衆天·극광정천極光淨天·변정천遍淨天·무상천無想天, 무색계의 공무변처空無邊處·식무변처識無邊處·무소유처無所有處·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
  100. 193)마음 밭(三田) : 도가에서는 양미간을 상단전上丹田, 가슴 중간을 중단전中丹田, 배꼽 아래를 하단전下丹田이라 한다.
  101. 194)먼지와 때(塵垢)로~빚어낼 수도 : 참고로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먼지와 때 그리고 쭉정이와 겨 같은 것을 가지고도 도공처럼 요순을 빚어낼 수도 있다.(塵垢粃糠。 將猶陶鑄堯舜者也。)”라는 말이 나온다.
  102. 195)듣건대 봉래섬에~해 줬으면 : 참고로 『시경』 「대아大雅」 ≺권아卷阿≻에 “봉황이 우나니 저 높은 언덕이요, 오동이 자라나니 아침 해 뜨는 동산이라.(鳳凰鳴矣。 于彼高岡。 梧桐生矣。 于彼朝陽。)”라는 말이 나온다. 또 순舜임금이 오현금五絃琴을 처음으로 만들어 남풍가南風歌를 지어 부르면서 “훈훈한 남쪽 바람이여, 우리 백성의 수심을 풀어 주기를. 제때에 부는 남풍이여, 우리 백성의 재산을 늘려 주기를.(南風之薰兮。 可以解吾民之慍兮。 南風之時兮。 可以阜吾民之財兮。)”이라고 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예기禮記』 「악기樂記」.
  103. 196)상당上堂 및 육색장六色掌 : 상당은 선사禪師나 주지가 설법하기 위해 법당에 올라가는 것으로 여기서는 큰 의식에 참여하여 법문을 하는 큰스님들을 말한다. 사찰에서 큰 의식을 행할 때, 각자 맡아서 해야 할 직책을 써서 벽에 붙이는 글을 육색방六色榜이라 하는데 육색장은 그 담당자를 가리킨다. 그 소임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조화造花·조과造菓·조병造餠·반두飯頭·숙두熟頭·채로菜露·공기工器·세면細麵·자색煮色·반색盤色·시색匙色·다각茶角·지전知殿·정통淨桶·급수汲水·화대火臺·지배地排·지빈知賓·별좌別座·도감都監·서기書記·유나維那.
  104. 197)병법秉法 : 사찰에서 의식의 진행을 담당하는 직책, 또는 그 일을 맡은 승려.
  105. 198)도사道師 : 도사導師. 주요한 행사를 주관, 집행하는 승려. 법회에서 발원문, 표백表白을 말하고 한 자리의 대중을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106. 199)유나維那 : ⓢ karma-dāna. ① 사찰의 여러 가지 일을 지도하고 단속하는 직책, 또는 그 일을 맡은 승려. ② 육지사六知事의 하나. 선원禪院의 규율과 질서를 다스리는 직책, 또는 그 일을 맡은 승려.
  107. 200)찰중察衆 : 사찰에서 대중의 잘못을 살펴 시정케 하는 직책, 또는 그 일을 맡은 승려.
  108. 201)일소逸少가 거위를 잡아 온 서첩書帖 : 일소는 진晉나라의 명필 왕희지王羲之의 자字이다. 그가 거위를 무척이나 좋아한 나머지, 산음山陰의 도사道士에게 『황정경黃庭經』을 써 주고는 그 대가로 거위를 모조리 가져왔던 고사가 전한다. 『태평어람太平御覽』 권238.
  109. 202)거란契丹의 솜씨요~도자道子의 솜씨이다 : 네 사람 모두 저명한 화가들인데, 거란과 기악과 정건에 대해서는 주 158 참조. 도자는 당대唐代의 화가 오도현吳道玄의 자字인데, 특히 산수山水와 불상佛像에 독보적인 경지를 보여주었다.
  110. 203)반두飯頭 : 선원禪院에서 밥을 짓는 소임, 또는 그 일을 맡은 승려.
  111. 204)조과造果하고 세면洗糆하는 : 조과는 과자를 만드는 것, 세면은 국수를 만드는 것. 혹은 그 일을 맡은 자.
  112. 205)운문雲門 언로偃老 : 운문 문언雲門文偃(864~949). 당말唐末 오대五代 스님. 운문종雲門宗의 시조. 어떤 승려가 운문에게 “어떤 것이 부처와 조사를 초월한 말입니까?” 묻자, 운문은 “호병(깨를 넣어 구운 둥근 떡)이다.”라 했다는 운문호병雲門胡餠의 화두가 있다.
  113. 206)개선開仙 섬로暹老 : 개선 선섬開仙善暹(생몰 연대 미상). 송대宋代의 스님. 운문종. 개선은 주석하던 사찰의 이름. 임강臨江 출신으로 출가하여 계행이 청정하였으며 덕산 혜원에게 참학하였다. 설두 중현雪竇重顯에게 공부하던 어느 날 금아金鵝에 나오도록 천거받자 몰래 벽에 게송을 남겨 두고 자취를 감추었다 한다.
  114. 207)조병造餠 : 떡을 만드는 소임, 또는 그 일을 맡은 승려.
  115. 208)다각茶角 : 절에서 마실 차를 마련하는 소임, 또는 그 일을 맡은 승려.
  116. 209)숙두熟頭 : 절에서 반찬을 마련하는 소임, 또는 그 일을 맡은 승려.
  117. 210)채로菜露 : 절에서 국을 마련하는 소임, 또는 그 일을 맡은 승려. 여기서는 국이나 반찬을 담는 그릇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118. 211)회촬會撮 : 목뼈(頸椎). 사물의 가장 중심이 된다. 주 161 참조. 여기서는 여러 가지 일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119. 212)별좌別座 : 절에서 식사·의복·방석·이부자리 등을 담당하는 직책, 또는 그 일을 맡은 승려.
  120. 213)여주驪珠 : 여룡, 즉 흑룡黑龍의 턱 밑에 있다는 진귀한 구슬을 말하는데, 그 용이 잠들어 있을 때에 위험을 무릅쓰고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하여 구슬을 훔쳐 온 사람의 이야기가 『장자』 「열어구列禦寇」에 나온다.
  121. 214)수릉壽陵 땅의~수밖에 없었다네 : 한단학보邯鄲學步의 이 이야기가 『장자』 「추수秋水」에 나온다.
  122. 215)백련동白蓮洞 : 현재 전남 해남군 대흥산 부근에 있는 연동蓮洞.
  123. 216)그대의 머리에~일컬을 것이다 : 승려의 몸이 아니라 머리에 관을 쓴 유자儒者의 신분이라면, 충분히 과거에 급제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말이다. 안탑雁塔은 중국 자은사慈恩寺의 대안탑大雁塔을 말한다. 당나라 때 진사과進士科에 합격한 사람들이 이 탑 아래에다 이름을 기록해 넣은 고사가 전한다.
  124. 217)비침裨諶의 초고草稿를 윤색한 뒤에 : 침굉이 작성한 글을 윤선도가 다시 다듬었다는 말이다. 『논어』 「헌문憲問」에 “정鄭나라에서는 외교 문서를 작성할 적에, 비침裨諶이 초고를 만들고, 세숙世叔이 토론을 하고, 행인行人인 자우子羽가 수식修飾을 하고, 동리東里의 자산子産이 윤색을 하였기 때문에, 실패하는 일이 적었다.”는 내용의 말이 나온다.
  125. 218)이 사람을~만들어야 하겠다 : 윤선도가 침굉을 환속시키겠다는 말이다. 한유韓愈의 「원도原道」에 “이단에 속한 사람들을 정상적인 사람으로 만들고, 그들이 읽는 이단의 책을 불살라 없애고, 그들이 거처하는 이단의 처소를 정상적인 사람이 사는 집으로 만들어야 한다.(人其人。 火其書。 廬其居。)”라는 말이 나온다.
  126. 219)명협蓂莢 : 요堯임금 때 조정의 뜰에 났다는 서초瑞草의 이름인데, 초하루부터 매일 한 잎씩 나서 자라다가 보름이 지난 16일부터는 매일 한 잎씩 져서 그믐에는 다 떨어지기 때문에 이것으로 날을 계산하여 달력을 삼았다는 고사가 전한다. 『죽서기년竹書紀年』 권상 「제요도당씨帝堯陶唐氏」.
  127. 220)모습은 냇물을 건너는 것 같았으며 : 조심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가리킨다. 『노자』 15장에 “조심스럽기는 겨울에 냇물을 건너는 것 같았다.(豫焉若冬涉川)”라는 말이 나온다.
  1. 1)題名。依版心而編者補入。
  2. 2)「文」編者補入。
  3. 1)「汙」疑「汗」{編}。
  4. 1)此行狀。已載於本書(第八册二三五頁下段){編}。
  5. 2)「啇」通用「商」{編}次同
  6. 1)「苐」疑「弟」{編}。
  7. 1)▣字體磨滅疑「金」{編}。
  8. 2)▣字體磨滅疑「之」{編}。
  9. 1)「卿」與「鄕」通{編}。
  10. 1)「斥」疑「斤」{編}。
  11. 1)「啇」通用「商」{編}。
  12. 1)「大道分明…抱藏明黑(下段十一行)」一張底本缺落。編者依同서울大學校所藏本而補入。
  13. 1)「痤」疑「座」{編}次同。
  14. 2)「綱」疑「網」{編}。
  15. 1)」疑「酌」{編}。
  16. 2)「痤」疑「座」{編}。
  17. 1)「放敎參禪」底本在序文之後。恐是補入文耶編者移置於此。
  18. 2)此行狀。底本亦在序文之後。編者移置於此。
  19. 3)▣草書難解{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