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운봉선사심성론(雲峰禪師心性論) / 心性論序[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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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봉선사심성론雲峯禪師心性論
심성론心性論 서문
운봉 선사雲峯禪師가 스스로 『심성론心性論』 한 권을 저술하여 총림의 안목眼目으로 삼았으니, 이렇게 기이한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여래가 입멸한 이래 지금까지 논서를 저술하여 경전을 해석한 현철賢哲들이 대대로 적지 않았다. 우선 두세 사람을 들자면, 청량 징관淸凉澄觀(738~839)은 『화엄경소華嚴經疏』를 지었고, 규봉 종밀圭峯宗密(780~841)은 『원각경소圓覺經疏』를 지었으며, 계환戒環(송나라, 생몰년 미상)은 『법화경해法華經解』를 지었다. 그리고 『금강경金剛經』에 대해 해석을 한 다섯 명의 대사1)도 각각 실제를 탐구하여 발양하였다. 이 저술들은 모두 종취와 설법에 통달하여 법도에 맞고 문채가 있어, 한 경전의 바른 눈이며 삼장의 훌륭한 글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저마다 갖추고 있는 그 신령한 마음의 이치(理)와 남자가 선업을 닦으면 남자의 몸으로 하늘에 태어나고 여자가 악업을 지으면 여자의 몸으로 지옥에 들어가는 것과 장삼이사張三李四2)·부증차차不曾借借3)의 현상(事)에 대해서는 아직 밝게 드러내지 못하였다.
지금 운봉 선사가 옛날을 옳게 여기고 지금을 그르게 여기는 풍조를 돌아보지 않고서, 80의 나이에 스스로 답하고 힘써 설하였으며, 판에 새기고 간행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려 하니, 누가 옳지 않다고 하겠는가. 원컨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은 이 글을 지남指南으로 삼아 바른 방향을 잃지 않음이 어떠하겠는가.

임금께서 즉위하신 지 13년이 되는 병인년(1686) 5월에 자장自章이 쓰다.


009_0001_a_01L[雲峯禪師心性論]

009_0001_a_02L1)心性論序[文]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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雲峯禪師自述心性一卷論以爲叢
009_0001_a_05L林之眼目如斯奇異之事何處又有二
009_0001_a_06L自如來入滅以至于今造論釋經
009_0001_a_07L之賢哲代不乏人而且擧二三淸凉
009_0001_a_08L之於華嚴圭峯之於圓覺環師之於法
009_0001_a_09L又於金剛一經中各自著解之於五
009_0001_a_10L大士探實發揚俱通宗說乃典乃文
009_0001_a_11L可謂一經之正眼三藏之絕詮者也
009_0001_a_12L至於人人各具其靈心之理與男修善
009_0001_a_13L而男生天女作惡而女入地張三李四
009_0001_a_14L不曾借借之事未之有顯現處也今雲
009_0001_a_15L峯不揆是古非今之意年八十自答辦
009_0001_a_16L刻梓方印以示千千孰謂之不然
009_0001_a_17L者哉願同志者以爲指南不迷正方
009_0001_a_18L如何如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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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聖上即位之十三年丙寅五月自
009_0001_a_20L章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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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조선 초기에 함허 득통涵虛得通(1376~1433)이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를 편찬하였는데, 이 책은 『금강경』에 대한 다섯 명의 견해에 자신의 설의說誼를 덧붙인 것이다. 본문에서 ‘다섯 명의 대사’라고 말한 것은 『금강경오가해』를 풀이한 다섯 명을 말한다. 즉 ① 양나라 쌍림 부대사雙林傅大士(497~569)의 찬贊, ② 당나라 육조 혜능六祖慧能(638~713)의 구결口訣, ③ 당나라 규봉 종밀圭峯宗密(780~841)의 찬요纂要, ④ 예장 종경豫章宗鏡(생몰년 미상)의 제강提綱, ⑤ 송나라 야보 도천冶父道川(생몰년 미상)의 송頌 등이다.
  2. 2)장삼이사張三李四 : ‘까마귀 장씨네 셋째 아들과 검둥이 이씨네 넷째 아들(烏張三黑李四)’의 줄임말로서 선림禪林의 용어이다. 즉 장씨 셋째 아들과 이씨 넷째 아들은 똑같이 검다는 뜻으로서 상대방을 폄하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대혜보각선사어록大慧普覺禪師語錄』 권8(T47, 843b)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대혜 선사는 어떤 승려가 운문에게 ‘무엇이 도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운문이 ‘한 글자를 벗어나는 것이다’라고 대답한 것을 들어서 설법하였다. 대혜 선사는 ‘한 글자는 벗어났으나 비슷하지 않다. 급히 고개 돌려 보니 그놈이 그놈이로군’이라고 말하고 자리에서 내려왔다.(示衆擧 僧問雲門 如何是道 門云 透出一字 師云 透出一字却不相似 急轉頭來張三李四 下座)”
  3. 3)부증차차不曾借借 : 송나라 때의 굉지宏智(1091~1157) 선사는 4차借를 가지고 학인들에게 수행의 요로要路를 제시하였다. 첫째는 작용을 빌려 본래 자리를 밝힘(借功明位), 둘째는 본래 자리를 빌려 작용을 밝힘(借位明功), 셋째는 작용과 본래 자리 모두를 잊어 한 물건도 마음에 두지 않는 ‘빌리되 빌리지 않음(借借不借借)’, 넷째는 한 물건도 마음에 두지 않는 ‘빌리지 않음을 초월함(全超不借借)’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