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풍계집(楓溪集) / 楓溪集卷之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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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집 중권(楓溪集 卷之中 )
두회유완록시의 서문
「두회유완록蠧會游翫錄」은 곧 풍계 상인이 지은 것이다. 상인은 다만 혜업慧業만 잘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유서儒書에도 능통하여 시문을 두루 잘하였다. 그리하여 동방의 나라 이름난 산들을 두루 유람하면서 저 신선들과 진인들이 머물렀던 곳이나 매우 많은 영이靈異한 장소들에 대하여 깊이 탐색하고 가만히 찾아가 이미 시로 그 경치를 읊거나 잇달아 글로 기록해 놓았다.
그 시문들을 읽어 보니 특별한 경계 또는 기이한 경치와 동천洞天, 그리고 연하煙霞 등이 눈앞에 벌여 놓은 듯 황홀하여 티끌세상을 초월한 경계와 같았으며, 선약(沆瀣)1)을 움켜 가지고 신선인 약사若士2)를 만나서 속세를 초월한 신선세계를 유람하는 것 같아 종소문宗少文3)이 집 안에 산수를 그려 단청한 일보다 더 뛰어나다.
선배先輩가 관동關東으로 가는 사람을 전송하면서 준 시에 “젊어서 많은 질병으로 인해 오늘날 늙음을 슬퍼하니, 평생토록 홀로 명산을 저버릴 뻔했다.”4)라는 대목이 있었다. 내가 늘 이 시를 독송하곤 했는데 문득 마음속으로 개탄한 지가 오래되었다. 기記에 의하면 황사黃蛇(기사)의 해에 범파정泛波亭에 있었는데【홍천洪川 고을에 있는 정자】 그때 상봉霜峰 노스님과 함께 밤을 새워 가면서 서로 마주하고 기달산怾怛山ㆍ두류산頭流山ㆍ묘향산妙香山의 승경勝景을 낱낱이 논한 적이 있었다. 지금 밥을 먹으면서도 마음만은 일찍이 거록鉅鹿5)에 있지 않은 적이 없다.
이제 다시 주묵朱墨6) 공총倥偬 중에 이 책을 얻어 읽었으니, 명산을 헛되이 저버리는 한과 슬픔을 스스로 위로할 수가 있었겠는가? 상봉 스님의 법명은 정원淨源으로 곧 풍계 상인의 사형師兄인데 그 스님도 문사文詞를 잘하였으므로 마침내 아울러 기록해 둔다.
때는 강희康熙 을해년乙亥年(1695) 늦여름 하일下日에 여심如心 도인이 쓰다.

유완총록
옛날 어떤 사람이 “남아에게 두 다리가 생긴 것은 하늘이 남아로 하여금 구주九州를 두루 다니게 함이다.”라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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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134_b_02L1)楓溪集卷之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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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134_b_04L蠧會游翫錄詩序

009_0134_b_05L
蠧會游翫錄者迺楓溪上人之所著也
009_0134_b_06L上人不但有慧業能通吾儒書善屬詩
009_0134_b_07L徧遊東國名山於其仙眞之所倘佯
009_0134_b_08L靈異之所肹蠁者窮探冥搜旣詠之以
009_0134_b_09L仍記之以文讀之別界奇勝洞天
009_0134_b_10L煙霞森羅於眼前怳然超埃壒挹沆瀣
009_0134_b_11L接若士而遊汗漫其勝於宗少文丹靑
009_0134_b_12L遠矣先輩送人之關東詩曰少因多病
009_0134_b_13L今傷老孤負名山此百年常誦此
009_0134_b_14L嘅嘆於心者久矣記黃蛇歲在泛波亭
009_0134_b_15L在洪
川縣
與霜峰老禪剪燭相對歷論怾怛
009_0134_b_16L頭流妙香之勝至今食意未甞不在鉅
009_0134_b_17L鹿也今又於朱墨倥偬中得此卷讀之
009_0134_b_18L孤負名山之恨差可自慰也耶霜峰
009_0134_b_19L淨源即上人之師兄而亦能文詞
009_0134_b_20L并識之

009_0134_b_21L
康熙乙亥季夏下日如心道人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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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134_b_23L遊翫揔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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昔人有言男兒生兩脚天令踏九州

009_0134_c_01L티끌 세간을 두루 유람하면서 봉려蓬廬7) 밑에서 목을 움츠리는 이라면 어느 누가 몸을 날려 한번 박차고 나아가 대지를 널리 돌아다니고 산천을 건너면서 명승지의 신선 경계에 대한 특이한 풍경을 대략이나마 짐작해 보고 싶지 않겠는가?
돌아보건대 옥정玉井8)의 연꽃 향기는 농부가 차지할 수 있는 게 아니요, 무릉의 복사꽃은 어부가 물어볼 곳이 아니다. 영원靈源의 특이한 감상과 동천洞天의 기이한 경관은 진실로 비속한 생각과 천박한 헤아림으로 분별할 수 있는 일이 아니요, 또 더구나 세도에 붙어 그들의 행차나 졸졸 따라다니는 하등下等의 선비들로서 나이에 구애받고 어리석음에 빠진 이들과는 더불어 삼신三神과 동부洞府의 절승한 경개를 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즉 계정階庭을 초월하여 망설이고 주저하면서 잰걸음을 걷는 장구杖屨로는 또한 머뭇거리며 맴돌다가 막히고 끊어지고 말아 결국 이루지 못할 것이니, 구학丘壑의 감정을 서술하는 데 어찌 한계가 없겠는가?
그런 까닭에 낮은 데 있으면 기운이 껄끄럽고 막힌 것을 보면 뜻도 막히는 법이니, 이것을 담장에 얼굴을 붙이고 서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들음이 있어서 그 기氣를 기를 수 있을 것이며, 어찌 봄이 있어서 그 뜻을 키울 수 있겠는가? 벌려 놓아 오그라드는 것을 물리치고 산천을 밟고 다니면서 고상한 시를 읊고, 우러러 하늘 거리를 보면서 일어日御9)를 영접하다 보면 도량이 넓어질 것이고, 굽어 아래 세계를 보면 많은 산봉우리가 봉해 놓은 것 같아 정신 또한 상쾌하리라. 그런데 더군다나 천 산의 하얀 달을 보는 흥취를 여기에서 움켜 담을 만하고, 1만 골짜기의 안개와 노을 기운을 여기에서 거두어들일 수만 있다면, 사물에 대한 욕심이 깨끗하게 다 사라져 가슴도 시원하고 표연히 뛰어난 흥취가 상쾌함이 허공을 업신여길 듯하면, 마음을 감상하는 이가 어떠하겠는가?
옛날 공부자孔夫子(공자)께서는 동산東山에 올라가 노나라를 작게 여기셨고, 태산泰山에 올라가서는 천하를 작게 여기셨으니, 부자夫子께서 하늘과 땅 같은 도량으로도 처해 있는 곳에서 보는 것을 따라 오히려 달라짐이 있었거늘 하물며 보통사람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구양자歐陽子(구양수)는 마른 등나무 지팡이를 짚고 숭산嵩山에 올라갔고, 사마司馬(백낙천) 씨는 회계산會稽山에 올라가 우혈禹穴10)을 살펴보았으니, 저 어찌 부질없이 경치와 사물에 부림을 당하겠는가? 십분 가슴속에 거두어 두는 이라야만 진실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009_0134_c_01L彼遊遊於塵世間縮項蓬廬之下者
009_0134_c_02L不願飛身一蹴遍大地涉山川領略名
009_0134_c_03L區仙界之異景㦲顧玉井花香非農夫
009_0134_c_04L之可占武陵桃花非漁父之可問
009_0134_c_05L源異賞洞天奇觀固非俗慮賤度之所
009_0134_c_06L能辨又況車塵馬足之下士阨於年而
009_0134_c_07L窮於愚無與論三神洞府之勝槩即越
009_0134_c_08L階庭而夷猶跬步之所杖屨抑且遲回
009_0134_c_09L隔絕不得叙丘壑之情者何限是以
009_0134_c_10L卑則氣澁視壅則志滯是謂正墻面而
009_0134_c_11L立者也奚有聞而養其氣奚有見而大
009_0134_c_12L其志乎擺却拘攣脚踏高唫仰視天
009_0134_c_13L日御可接則量其弘矣俯瞰下界
009_0134_c_14L巒若封則神亦夾矣而況千山雪月之
009_0134_c_15L於是乎可掬萬壑煙霞之氣於是乎
009_0134_c_16L可歙則物欲淨盡胷次灑落飄然逸興
009_0134_c_17L快若凌虛其可賞心者爲如何㦲
009_0134_c_18L孔夫子登東山而小魯登泰山而小天
009_0134_c_19L以夫子天地之量隨所處而所見
009_0134_c_20L且有異況衆人乎歐陽子策枯藤遊嵩
009_0134_c_21L司馬氏上會稽探禹穴夫豈徒景物
009_0134_c_22L役乎其十分收拾於胷中者固可想矣
009_0134_c_23L題名底本在游翫錄詩序文之下編者移置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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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혹 우물 밑에 칩거하고 표주박으로 바닷물의 많음을 헤아린다면, 어쩌면 대롱으로 하늘을 엿보고 바늘로 땅을 뚫으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끝내 우물 속의 개구리가 바다를 헤아리는 경우나 여름 곤충이 서리를 논하는 경우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고저러고 간에 어둠을 등지고 밝은 곳을 향하며, 낡은 것을 바꾸어 새로운 것을 따르는 것은 그 이치가 한결같은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본래부터 세속을 떠날 생각이 있었고, 산에 병이 들고 물에 홀려서 청려장 지팡이를 짚고 겹옷을 입고 청구靑丘(동국)의 경내에 이름난 구역과 특별한 곳을 낱낱이 돌아다니며, 일체의 곳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휘두르며, 풍운의 흥취와 산수의 맛을 자연스럽게 맛보아 남김없이 간직해 두었다. 그 사이에 눈으로 보면 놀랄 만한 곳과 마음에 경동할 만한 곳으로서 손을 꼽아 헤아릴 만한 것들을 대강 나타내어 기록한다.
대저 하나의 둥그런 붉은 태양이 긴 바람 하얀 파도 가운데 출몰하고, 만 떨기 부용이 붉은 구름 푸른 노을 끝에 표묘縹緲하며, 붉은 비단을 늘어놓은 듯한 백옥 뫼뿌리에 아름다운 나무들이 삼삼하고 하얀 구름 붉게 노을 진 골짜기와 기이한 풀이 정정娗娗한 모습들은 봉래산 1만 2천 봉의 형상이다.
웅장하고 기이하며 걸출하고 특별하며, 높고도 시원하고 밝으면서도 아늑하며, 구름 기운이 감추어 보호하는 것 같고 신비한 사물들을 감추어 둔 듯하며, 위로는 하늘보다 높고 아래로는 푸른 바다에 임하는 형세는 방장산의 천왕봉이다. 4방 바다가 넓고도 넓으며 신비한 산 하늘에 솟아오르고, 은빛 봉우리가 우뚝 높고 수려하여 깎아 세운 듯이 하늘을 통한 형세는 영주산瀛洲山의 마천대摩天臺이니, 이는 곧 이른바 여섯 마리 자라가 푸른 기운을 머리에 이고 있다고 한 말과 같다. 이것은 진시황이나 한무제의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을 건너거나 술에 취해 술통에 머리까지 적시는 것처럼 제 마음대로 탐토探討한 것이 아니겠는가?
관동 지역의 8경과 관북의 칠보산,11) 호서의 속리산과 계룡산, 영남의 태백산과 팔공산, 호남의 월출산과 천관산, 경기 지방의 삼각산과 천마산, 해서海西의 구월산, 관서의 묘향산에 이르러서는 어쩌면 언어와 형용의 사이에다 몰아다 나열하고, 아니면 또한 니우尼嵎의 안에 웅도雄都와 복지福地, 거록鉅鹿과 궁관穹觀, 선현들이 남긴 흔적, 신령한 신선의 자취를 명공들이 거둬들여 휘두른 것을

009_0135_a_01L如或蟄在甃下蠡測自多則不幾管窺
009_0135_a_02L天針鑽地乎終未免非 [17] 蛙之量海夏虫
009_0135_a_03L之論霜耳大率背暗向明革舊從新
009_0135_a_04L理一也以是余素有出塵之想癯于山
009_0135_a_05L𡢃於水手扶䉫衣縷褐歷遍靑丘之內
009_0135_a_06L名區擅特之所一切掉臂而揮之風雲
009_0135_a_07L之趣山水之味天嚼無餘而有之其間
009_0135_a_08L有目之愕然心之驚動而可掘指者
009_0135_a_09L現而誌焉夫一輪紅日出沒於長風白
009_0135_a_10L浪之中萬朶芙蓉縹緲於彤雲碧霞之
009_0135_a_11L紅羅玉峀琪樹森森白雲丹壑
009_0135_a_12L草娗娗者蓬萊之萬二千峰也雄奇傑
009_0135_a_13L高爽曠邃雲氣之所藏護神物之所
009_0135_a_14L閟閉上出重霄下臨滄溟者方丈之天
009_0135_a_15L王峰也四海汪洋神山中聳銀峰矗秀
009_0135_a_16L削透穹旻者瀛洲之摩天臺也是即所
009_0135_a_17L謂浮翠於六鰲頭戴者也此非秦皇漢
009_0135_a_18L武之褰裳濡首而恣意探討者也耶
009_0135_a_19L於關東之八景關北之七寶湖西之俗
009_0135_a_20L離雞龍嶺南之太白公山湖南之月出
009_0135_a_21L天冠圻內之於三角天磨海西之於九
009_0135_a_22L關西之於妙香抱羅刷輸於結舌含
009_0135_a_23L容之間抑亦尼嵎之內雄都福地鉅鹿
009_0135_a_24L穹觀先賢遺跡靈仙詭躅名公揮灑

009_0135_b_01L긁어모아 남김이 없으니, 정녕 바다가 삼라만상을 머금고 가을 못에 달이 찍힌 것과 같아 평상시에 꿈을 꾸고 꿈을 깨고 하는 사이에도 일찍이 곡신谷神의 곁을 오가지 않은 적이 없다. 비유하면 색상色相의 밖에서 우화등선한 것 같아 그 가슴이 바다처럼 활달해지는 것과 같으리니, 이 또한 어떠한가?
또 저 ‘내려앉는 노을과 외로운 기러기(落霞孤)’는 왕발12)이 읊은 것이요, ‘흰 구름 누런 학(白雲黃鶴)’은 최호13)가 읊은 시이다. 송지문14)은 영은靈隱에서 놀았을 때 ‘계수나무 열매 하늘의 향기(桂子天香)’라는 구절이 있었고, 두자미杜子美는 용문에 올라 신령한 소리로 일깨움을 일으킨(靈籟發省) 시15)를 지었으니, 곧 한 시대에 감상感賞에 제공되고 눈요기할 만한 곳일 뿐이라 어찌 말할 만하랴.16)
어찌 나의 방촌만 한 한 덩어리 마음속에서 천백 년을 앞서서 일사逸士(은자)와 소인騷人(문인)이 방랑했던 유적을 곧 여기에 거두어들임만 하겠는가. 그런즉 조물주(眞宰)의 현묘한 관건(玄關)이 탁 트이고, 영사靈士의 바른길이 평탄하여 거침이 없어서, 하늘의 이치를 따라 소요하는 즐거움을 터득하고 사람들의 탐욕에 빠지는 위험이 없어지면, 곧 이것이 어찌 공부자께서 천하를 작다고 헤아린 것이 아니겠는가?
아! 슬프다. 아득한 하늘과 땅을 우러러보고 굽어보아도 끝이 없으며, 만고의 영웅들도 하나의 번개 빛 속에 살았도다. 나의 이러한 행지行止가 이미 신선의 호리병 안의 건곤(천지)에서 생활함이 아니요, 또한 신통한 스님의 손바닥 위의 인물도 아니지만, 스스로 산수를 사랑하는 병이 들어 티끌 같은 세속의 영화와 치욕의 사이에 얽매이고 집착함이 없고, 세속 밖의 즐거움에 마음이 취하는 데 의기가 오르나니, 이것이 또한 평생의 의지와 소원과 함께하는 것일 따름이리라.
이에 관성자管城子17) 등 네 벗18)을 끌어다가 입과 손이 일을 의논하여 계절이 온순한 때를 찾아서 산을 유람하고 물을 구경했던 것을 자취에 따라 쓰고, 인하여 1권으로 편찬하고는 「두회유완록」이라고 그 제목을 붙였다.
그리고는 다시 율운 2수를 지어 다른 날 흙 침상土榻(온돌방) 가에 누워 놀기 위함인즉 저 인지仁智한 자가 좋아함19)이 어찌 이전 사람에게만의 전유물의 아름다움이겠는가? 그 시는 아래와 같다.

[1]
少時藜杖作神媒  젊은 시절 청려 지팡이를 신령한 매체로 삼아
東國三山鎻略廻  동쪽 나라 세 산을 대략 담아가지고 돌아왔네

009_0135_b_01L幻收物色者蒐括靡遺則正如海涵森
009_0135_b_02L秋潭印月居常夢窹之間未甞不
009_0135_b_03L徃來於谷神之側猶若羽化於色相之
009_0135_b_04L其胷海豁達又如何㦲且夫落霞孤
009_0135_b_05L王勃之所咏白雲黃鶴崔顥之攸吟
009_0135_b_06L宋之問遊靈隱有桂子天香之句杜子
009_0135_b_07L美上龍門作靈籟發省之詩即一時之
009_0135_b_08L供賞聘目而已足之道㦲豈若吾一團
009_0135_b_09L方寸中前乎千百歲逸士騷人之放浪
009_0135_b_10L遺跡即此收却了也然則眞宰之玄關
009_0135_b_11L洞豁靈臺之正路坦蕩得天理逍遙之
009_0135_b_12L無人欲陷溺之危則此豈非孔夫子
009_0135_b_13L小天下之量乎㦲茫茫堪輿俛仰無
009_0135_b_14L萬古英雄一電光中我此行止
009_0135_b_15L不是仙人之壺裏乾坤亦不是神僧之
009_0135_b_16L掌上人物而自有山水之癖罔有緊著
009_0135_b_17L於塵寰榮辱之間得得心酣於世外之
009_0135_b_18L是亦平生之志與願耳肆引管城子
009_0135_b_19L之四友口將手議役搜著時順間遊山
009_0135_b_20L翫水之志於赫蹄上因爲一卷之纂
009_0135_b_21L之曰蠹會遊翫錄又作律韻二首
009_0135_b_22L爲他日土榻邊臥遊焉則其仁智之樂
009_0135_b_23L豈專娓於前㦲詩曰

009_0135_b_24L少時藜杖作神媒東國三山鎻略廻

009_0135_c_01L夢裏峰巒紛似繡  꿈속에 봉만峰巒은 비단처럼 얼크러져 있고
眼中雲物淨如瓃  눈에 선한 구름과 사물 옥과 같이 깨끗하다
蓬壺鶴筭關情戀  봉호20)의 학산鶴筭은 인정상 연모하고
世路羊膓入望哀  양의 창자 같은 세상의 길은 슬픔으로 바라보네
何羡子長探勝趣  자장21)이 명승지 찾은 취미 무엇이 부러우랴
堪輿風景腹間堆  천지의 모든 풍경 뱃속에 다 쌓인 것을


[2]
妙年遊獵四名山  젊은 나이에 4방의 명산을 두루 유람하였는데
蓬島雄蟠碧海間  푸른 바다 사이에 봉도蓬島가 웅장하게 서려 있네
樹作檀香靈賴爽  나무들은 전단향이 되어 영감을 상쾌하게 하고
岩皆鵠色異形頒  바위들은 모두 고니의 색이라 특이한 모습 많다
蓮峰月出淸光逈  연봉蓮峰에 달 돋으니 맑은 빛이 멀리 통하고
玉洞春廻艶彩斑  봄 돌아온 옥동玉洞에는 예쁜 채색 아롱지네
歸臥石龕仍入睡  석감石龕에 돌아와 눕자 이내 졸음이 밀려들고
向來山景夢中還  지난날 산수의 경관 모두 꿈속에 돌아오네
 
치악산【원주에 있다.】雉嶽山【在原州】
嵯峨峻極玉爲嶒  지극히 험준하고 우뚝 솟은 옥돌로 이루어진 산
踏遍山川見未曾  온 산천 두루 다녔으나 일찍이 이런 산 없었네
李杜工詩詩不盡  이백과 두보가 시로 다듬어도 시로 표현하지 못할 것이요
僧繇巧畵畵難能  승요22) 같은 화공도 그림으론 다 그려 내지 못하리
靑蘿帳裏山廻轉  파란 송라松蘿 휘장 속에 산길 감돌아들고
白玉屏中石幾層  백옥 병풍 속에 돌층계는 몇 층인가
兩越名區誰敢說  양월23)의 명승지를 누가 감히 말하리
分留物色此爲增  나누어 주고 남겨 둔 사물의 색 이보다 더할손가
제1 관동록第一關東錄
상원암【치악산 상봉에 있다.】上院庵【在雉岳上峰】
携伴藜笻上翠岑  청려장靑藜杖을 친구 삼아 푸른 산봉우리 오르니
苔封石逕出踈林  이끼로 덮인 돌길이 성긴 숲 사이로 나 있다
南臨太白山河壯  남으로 태백산에 이르니 산하가 웅장하고
北控蓬萊黛色深  북으로 봉래산을 두드리니 그림 같은 산색이 깊네
雲瞑喬松迷宿鶴  구름이 교송을 가리니 잠든 학이 미혹되고
風殘邃壑穩啼禽  깊은 골짜기에 바람이 자니 우는 새가 편안하다
重遊勝地還難遂  명승지에 거듭 오기는 도리어 이루기 어렵나니
獨倚前欄更一吟  홀로 앞 난간에 기대어 다시 시 한 수를 읊는다
오대산【강릉 서쪽에 있다. 32운】五臺山【在江陵西。 三十二韻。】
人塊初判列江巒  인간 경계가 처음으로 갈라져 강과 산이 늘어서고
巨靈夸娥皆用力  거령24)과 과아25)가 모두 온 힘을 다 썼네
溟州西嶺五臺山  명주 서쪽 산마루에 오대산이 있으니
佳氣葱籠千丈碧  아름다운 기운이 무성하여 천 길이나 푸르구나
下有招提月精寺  그 아래 초제(사찰)가 있으니 월정사요
俗塵不到幽且僻  세속 티끌 이르지 않아 그윽하고 궁벽하네
三千裨補孰㞐雄  3천 개의 비보 사찰 중에 어느 것이 웅장한고
檀越依歸輸錢帛  단월26)이 귀의하여 돈과 비단 실어 나르네

009_0135_c_01L夢裏峰巒紛似繡眼中雲物淨如瓃

009_0135_c_02L蓬壺鶴筭關情戀世路羊膓入望哀

009_0135_c_03L何羡子長探勝趣堪輿風景腹間堆(一)

009_0135_c_04L妙年遊獵四名山蓬島雄蟠碧海間

009_0135_c_05L樹作檀香靈賴爽岩皆鵠色異形頒

009_0135_c_06L蓮峰月出淸光逈玉洞春廻艶彩斑

009_0135_c_07L歸臥石龕仍入睡向來山景夢中還(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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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135_c_09L一關東錄

009_0135_c_10L雉嶽山在原州

009_0135_c_11L
嵯峨峻極玉爲嶒踏遍山川見未曾

009_0135_c_12L李杜工詩詩不盡僧繇巧畵畵難能

009_0135_c_13L靑蘿帳裏山廻轉白玉屏中石幾層

009_0135_c_14L兩越名區誰敢說分留物色此爲增

009_0135_c_15L上院庵在雉岳上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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携伴藜笻上翠岑苔封石逕出踈林

009_0135_c_17L南臨太白山河壯北控蓬萊黛色深

009_0135_c_18L雲瞑喬松迷宿鶴風殘邃壑穩啼禽

009_0135_c_19L重遊勝地還難遂獨倚前欄更一吟

009_0135_c_20L五臺山在江陵西三十二韻

009_0135_c_21L
人塊 [18] 初判列江巒巨靈夸娥皆用力

009_0135_c_22L溟州西嶺五臺山佳氣葱籠千丈碧

009_0135_c_23L下有招提月精寺俗塵不到幽且僻

009_0135_c_24L三千裨補孰㞐雄檀越依歸輸錢帛

009_0136_a_01L殿閣朱翠曜玲瓏  붉고 푸르게 단청한 전각 영롱하게 빛나고
晨鐘暮鼓祈冥福  새벽종과 저녁 북소리가 명복을 기원하네
南樓蕭爽俯淸川  시원한 남루는 맑은 냇물이 내려다보이고
盛夏凉風通畵壁  한여름에도 서늘한 바람 불어 그림 벽에 통하네
前溪漱石石爲臺  앞 냇물은 돌로 양치하고 돌 모아 누대를 만들며
臺下深潭靈物育  누대 아래 깊은 못에는 영물을 기르고 있네
潭邊有瀑號金剛  못가에 폭포가 있으니 금강폭포라 하고
日照泉臺魚陟瀑  해는 천대를 비추고 고기는 폭포에 오른다
山饒黛色欝嵯峨  검푸른 색 짙은 산은 성대하여 높고도 험난하고
檜陰覆地稀俗迹  회나무 그늘이 땅 덮으니 세속 흔적 안 보이네
藏經碑碣橫西隅  장경각과 비갈은 서쪽 모퉁이에 가로놓였는데
珠璣錯落昭龜脊  구슬이 주렁주렁 거북 등의 비석을 밝히네
五臺蹲列若星羅  오대산이 높이 늘어서 별이 나열되어 있는 듯
並與蓬萊相推倬  봉래산과 더불어 어우러져 서로 우뚝 높음을 뽐낸다
中有中臺高且壯  중앙에는 중대가 있는데 드높고 웅장하여
靑蓮貫揷連斗極  푸른 연꽃이 허공 뚫고 하늘에 꽂혀 북두에 이어졌네
靈卉異草産石間  신령한 꽃과 특이한 풀이 톨 틈에 나 있고
恠鳥奇禽鳴邃谷  괴상한 새와 기이한 짐승들 깊은 골짜기에서 운다
毘盧峰下有靈區  비로봉 밑에 영이靈異한 구역이 있는데
寂滅宮名遵法則  적멸보궁이 있어 부처님 법을 따르네
後倚層層塔設嚴  뒤에는 층층으로 된 탑이 장엄하게 시설하였고
瞿曇頂骨藏石屋  구담27)의 정골을 돌로 지은 집에 봉안했네
一段朽骨自何來  한 조각의 후골을 어느 곳에서 가져왔는가
昔日藏公求西竺  옛날에 자장 율사慈藏律師가 서축에서 구해 왔네
當時擇地竪層墳  당시에 자리를 가려 층층의 탑을 세우고자 하여
歷銓名區來卜築  명승지를 낱낱이 다니다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네
居僧盡是學禪徒  여기 사는 스님은 다 선을 배우는 학도들인데
煮茗燒香排玉軸  차를 달이고 향을 사를 뿐 옥축은 물리치네
天神呵護地媪慳  하늘신은 막아 지키고 토지신은 아끼니
萬歲千秋無變革  만세 천추에 변혁이 없다네
中峰下麓上院寺  중봉 아래 산기슭에 상원사가 있으니
車駕當年沾恩渥  당년에 거가(세조)의 은혜를 입었었네
▼(亻+般)倕運巧幾百年  반수28)가 솜씨를 발휘한 지 몇 백 년이 지났건만輪奐彬彬如昨夕  크고 광대하며 아름다운 문채가 어제 저녁인 듯하네
是知仙境固有靈  이로써 신선 경계엔 진실로 신령이 계시는 줄 알겠나니
蹔留已脫塵網窄  잠시 머물렀건만 이미 티끌 그물을 찢고 벗어났네
跏趺宴默樂幽趣  편안히 가부좌하고 묵묵히 그윽한 흥취를 즐기고
寂寞室中生虛白  적막한 방 가운데 허백29)이 생기네
光風霽月入山長  광풍제월30)이 높은 산에 들어오고
數條烟霞隨澗曲  몇 줄기 안개 노을은 굽은 계곡을 따라가네
東西北臺各精藍  동대ㆍ서대ㆍ북대에 제각기 깨끗한 가람이 있으니
薝蔔森圍香馥郁  담복이 빽빽하게 에워싸 짙은 향기 그윽하다
南臺腰上有靈基  남대 허리춤에 신령한 터 하나가 있으니
國祚綿綿修史閣  면면히 이어져 온 국조의 사각을 지었네
谷轉三三瀉雲嵐  삼삼의 골짜기를 지나면 운람을 쏟아내고
峰排六六堆靑綠  육육의 봉우리를 밀치니 청록이 쌓였구나
山回水轉勢綢繆  산이 돌고 물이 흐르는 그 형세 서로 얽혀 쏟아붓고
坤維玄武离朱雀  곤방은 현무요 이방은 주작이라

009_0136_a_01L殿閣朱翠曜玲瓏晨鐘暮鼓祈冥福

009_0136_a_02L南樓蕭爽俯淸川盛夏凉風通畵壁

009_0136_a_03L前溪漱石石爲臺臺下深潭靈物育

009_0136_a_04L潭邊有瀑號金剛是照泉臺魚陟瀑

009_0136_a_05L山饒黛色欝嵯峨檜陰覆地稀俗迹

009_0136_a_06L藏經碑碣橫西隅珠璣錯落昭龜脊

009_0136_a_07L五臺蹲列若星羅並與蓬萊相推倬

009_0136_a_08L中有中臺高且壯靑蓮貫揷連斗極

009_0136_a_09L靈卉異草產石間恠鳥奇禽鳴邃谷

009_0136_a_10L毘盧峰下有靈區寂滅宮名遵法則

009_0136_a_11L後倚層層塔設嚴瞿曇頂骨藏石屋

009_0136_a_12L一段朽骨自何來昔日藏公求西竺

009_0136_a_13L當時擇地竪層墳歷銓名區來卜築

009_0136_a_14L居僧盡是學禪徒煮茗燒香排玉軸

009_0136_a_15L天神呵護地媪慳萬歲千秋無變革

009_0136_a_16L中峰下麓上院寺車駕當年沾恩渥

009_0136_a_17L▼(亻+般)倕運巧幾百年輪奐彬彬如昨夕

009_0136_a_18L是知仙境固有靈蹔留已脫塵網窄

009_0136_a_19L跏趺宴默樂幽趣寂寞室中生虛白

009_0136_a_20L光風霽月入山長數條烟霞隨澗曲

009_0136_a_21L東西北臺各精藍薝蔔森圍香馥郁

009_0136_a_22L南臺腰上有靈基國祚綿綿修史閣

009_0136_a_23L谷轉三三瀉雲嵐峰排六六堆靑緣

009_0136_a_24L山回水轉勢綢繆坤維玄武离朱雀

009_0136_b_01L興尋藜杖白雲隨  흥을 찾아 청려장 짚고 흰 구름을 따라가며
嘯引淸風更蠟屐  휘파람이 맑은 바람 끌어오니 나막신을 고쳐 신네
山號淸凉牓亦宜  산 이름이 청량이니 편액 또한 적절한데
金毛獅子曾栖息  황금 털 사자가 일찍이 깃들어 쉬었다 하네
鄙夫聞說閱幾秋  비부가 이 말 듣고 몇 가을을 보냈는가
欲歸未歸常慽慽  돌아가려 하나 돌아가지 못하니 항상 근심에 싸인다
如今飽翫名山勝  지금까지 명산의 승경勝景을 실컷 구경하고
斐然作歌聊記憶  아름다이 노래 지어 그냥 그대로 기억하련다
비로봉【중대에 있다.】毘盧峯【在中臺】
王岑磨矗薜蘿縈  곧추 갈아세운 옥잠玉岑에는 벽라가 얽혀 있고
倒瀉銀河月窟傾  거꾸로 쏟아 내린 은하는 월굴을 기울이네
石險似應防俗駕  험난한 돌 흡사 속세 사람 수레를 막는 듯하니
仙家亦自有金城  신선의 집에도 저절로 된 금성이 있구나
陰崖氷雪春猶沍  눈과 얼음에 덮인 절벽 봄에도 오히려 꽁꽁 얼고
幽谷雲嵐晩未晴  깊은 골짜기 구름과 이내는 늦도록 개지 않네
淸勝壯遊良足取  맑고 좋은 장대한 유람 진실로 족히 취할 만하여
盤桓無意涉途程  어정어정 머뭇거리며 길을 떠날 생각이 없네
중대中臺
錦疊屏開鎻翠雲  비단을 포갠 듯 병풍을 연 듯한 산 푸른 구름이 잠그고
芙蓉秀色叶曾聞  부용처럼 수려한 빛 일찍이 들은 바와 같구나
瞿曇骨碧靈蹤杳  구담의 푸른 골벽(사리) 신령한 종적 묘연하고
薝蔔香淸妙篆燻  담복의 맑은 향기 절묘한 전서 연기 피어오르네
鐘鼓訇聲天外落  종과 북 크게 울리는 소리 하늘 밖까지 떨어지고
幡幹飄影鏡中分  번기와 찰간 기둥 나부끼는 그림자 거울 속에 나뉘네
嵬峩佛塔人皆仰  우뚝 높이 솟은 불탑 사람들이 다 우러러보니
始信眞人竪大勳  비로소 진인이 세운 큰 공을 믿을 수 있으리
상원사【세조가 창건한 절이다.】上院寺【世祖創建】
瞻彼琳宮紫翠間  자줏빛과 푸른빛 사이의 임궁을 우러러보며
獨耽仙境暮凭欄  홀로 신선 경계를 즐겨 저물도록 난간에 기대 있네
金輿遠效崆峒仗  금여가 멀리 공동산31)의 신선을 본받고자
玉趾親臨法界壇  옥지로 친히 법계의 단에 왕림하셨네
三德珎排香裊裊  삼덕32)에 진배한 꼬불꼬불 피어나는 향 연기
六銖衣歛禮漫漫  6수의 옷33)을 걷고 엄숙하고 신중하게 예 올렸네
當年勝事從誰說  당년의 수승한 행사 누구로부터 들었는가
四聖堂前桂影寒  4성을 모신 집 앞에 계수나무 그림자 싸늘하네
신성 팔경【여기에서 3년 동안 머물렀다.】神聖八景【住此三稔】
동쪽 숲 개인 뒤의 달(東林晴月)
雨罷天如洗    비 그치자 하늘은 깨끗이 씻어 놓은 듯하고
林寒月欲生    숲이 싸늘하니 달이 막 뜨려고 하는구나
洞霞飄素練    골짜기의 노을은 흰 비단처럼 나부끼고
巖蘚羃殘棚    바위의 이끼는 허물어진 누각을 뒤덮었네
江白游魚見    강물 맑으니 고기들 헤엄치는 게 보이고
山明睡鵲呈    산색 수려하니 졸던 까치 나타나네
道人珎意味    도 닦는 사람의 보배로운 의미를
添得十分淸    충분히 얻어서 맑게 할 수 있었네

009_0136_b_01L興尋藜杖白雲隨嘯引淸風更蠟屐

009_0136_b_02L山號淸凉牓亦宜金毛獅子曾栖息

009_0136_b_03L鄙夫聞說閱幾秋欲歸未歸常慽慽

009_0136_b_04L如今飽翫名山勝斐然作歌聊記憶

009_0136_b_05L毘盧峰在中臺

009_0136_b_06L
王岑磨矗薜蘿縈倒瀉銀河月窟傾

009_0136_b_07L石險似應防俗駕仙家亦自有金城

009_0136_b_08L陰崖氷雪春猶沍幽谷雲嵐晩未晴

009_0136_b_09L淸勝壯遊良足取盤桓無意涉途程

009_0136_b_10L中臺

009_0136_b_11L
錦疊屏開鎻翠雲芙蓉秀色叶曾聞

009_0136_b_12L瞿曇骨碧靈蹤杳薝蔔香淸妙篆燻

009_0136_b_13L鐘鼓訇聲天外落幡幹飄影鏡中分

009_0136_b_14L嵬峩佛塔人皆仰始信眞人竪大勲

009_0136_b_15L上院寺世祖創建

009_0136_b_16L
瞻彼琳宮紫翠間獨耽仙境暮凭欄

009_0136_b_17L金輿遠效崆峒仗玉趾親臨法界壇

009_0136_b_18L三德珍排香裊裊六銖衣歛禮漫漫

009_0136_b_19L當年勝事從誰說四聖堂前桂影寒

009_0136_b_20L神聖八景住此三稔
東林晴月

009_0136_b_21L
雨罷天如洗林寒月欲生

009_0136_b_22L洞霞飄素練巖蘚羃殘棚

009_0136_b_23L江白游魚見山明睡鵲呈

009_0136_b_24L道人珍意味添得十分淸

009_0136_c_01L
짙게 푸른색 산(山饒翠色)
山高奇景壯    높이 우뚝 솟은 산 기이한 경치 장관이로고
孤絕畫難形    외지고 끊어진 곳 그림으론 그려 내기 어렵네
地拱千尋翠    땅에다 천 길 푸른 산 꽂아 놓은 듯하고
天垂四面靑    하늘에서 파란 산을 사면에 드리운 듯하네
烟霞籠鴈塔    저녁노을은 안탑34)을 감싸 돌고
松檜傍岩扄    소나무와 노송나무 바위 문 곁에 서 있네
坐對林巒話    숲과 산 마주하고 앉아 이야기하는데
浮光滿戶庭    허공 타고 온 빛이 집안 뜰에 가득하네
가을 못에 고기 구경(秋潭翫魚)
爲愛游魚好    고기가 물놀이하는 모습 사랑스러워
登臨坐石苔    높은 바위에 올라 이끼 깔고 앉는다
凉風吹洞府    시원한 바람 동부35)에서 불어오고
寒影落泉臺    싸늘한 그림자 샘가 누대에 떨어진다
陟瀑能飛雨    폭포를 가로질러 빗방울 떨어지는 계절
翻空自出雷    허공을 번득이며 우렛소리 내는구나
看來終不厭    오래도록 보아도 끝내 질리지 않아
留此不知回    여기에 머문 채 돌아갈 줄 모르네
안개 낀 시내에 내리는 비(煙溪踈雨)
漠漠連溪雨    아득히 이어진 시내에 비 내리니
霏霏落木天    하늘에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네
踈時斜暎日    성글게 내릴 땐 빗기어 햇살에 어리고
密處遠和煙    은밀한 곳에 저 멀리 안개가 자욱하다
暮色延游望    날 저물자 놀러간 사람 불러들이고
寒聲攪㝎眠    싸늘한 소리에 선정의 잠에서 깨어난다
無端蕭索意    무단히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어
潜入寂寥篇    가만히 고요한 적막 속에 들었네
누각 앞 복간36)(樓前複澗)
翠壁懸精舍    까마득한 절벽에 매달려 있는 정사
樓前複澗通    누각 앞을 흐르는 시내 복도처럼 통하네
出門聞水響    문을 나서니 졸졸졸 물소리 들려오고
開戶見花叢    창문 여니 탐스런 꽃떨기가 보이네
松影秋宜月    소나무 그림자 가을 달에 아름답고
溪聲夜作風    시냇물 소리 밤이면 바람소리 내네
仙區無限趣    신선 경계의 무한한 흥취가
輸入小詩中    작은 시편으로 실려 들어오네
후원 채마밭의 향기로운 채소(後圃香蔬)
後圃層岩下    층층 바위 밑 후원의 채마밭
畦橫近石亭    가로지른 밭이랑 석정에 가깝구나
無雲山自閠    구름 없어도 산 절로 윤택하고
不雨菜還娗    비 안 내려도 채소는 도리어 싱그럽네
匪愛春根白    봄날 뿌리 하얀 걸 사랑하지 않고
偏憐夏葉靑    여름엔 치우치게 새파란 잎을 좋아한다네

009_0136_c_01L山饒翠色

009_0136_c_02L
山高奇景壯孤絕畫難形

009_0136_c_03L地拱千尋翠天垂四面靑

009_0136_c_04L烟霞籠鴈塔松檜傍岩扄

009_0136_c_05L坐對林巒話浮光滿戶庭

009_0136_c_06L秋潭翫魚

009_0136_c_07L
爲愛游魚好登臨坐石苔

009_0136_c_08L凉風吹洞府寒影落泉臺

009_0136_c_09L陟瀑能飛雨翻空自出雷

009_0136_c_10L看來終不厭留此不知回

009_0136_c_11L煙溪踈雨

009_0136_c_12L
漠漠連溪雨霏霏落木天

009_0136_c_13L踈時斜暎日密處遠和煙

009_0136_c_14L暮色延游望寒聲攪㝎眠

009_0136_c_15L無端蕭索意潜入寂寥篇

009_0136_c_16L樓前複澗

009_0136_c_17L
翠壁懸精舍樓前複澗通

009_0136_c_18L出門聞水響開戶見花叢

009_0136_c_19L松影秋宜月溪聲夜作風

009_0136_c_20L仙區無限趣輸入小詩中

009_0136_c_21L後圃香蔬

009_0136_c_22L
後圃層岩下畦橫近石亭

009_0136_c_23L無雲山自閠不雨菜還娗

009_0136_c_24L匪愛春根白偏憐夏葉靑

009_0137_a_01L摘來供糲飯    그 잎 따다가 보리밥과 곁들여서
飣餖有餘香    차려 놓으면37) 향기가 그윽하다네
층층 봉우리에 거꾸로 선 소나무(層峰倒松)
疊巘層岩隙    겹겹이 둘러싸인 산 돌 틈 사이로
枯松接數株    묵은 소나무 몇 그루 잇닿아 있네
擁腫蹲虎勢    옹이는 더덕더덕 호랑이 웅크린 형세이고
卷曲老龍鬚    둘둘 말리고 구부러져 늙은 용의 수염 같네
脫落侵斜逕    제자리를 벗어나 비탈길을 침범하고
頹朽仄嶮區    썩고 무너진 모습 험한 곳에 기우뚱 서 있네
世間虛弃物    세상 사이에 버려진 물건이건만
空費賦詩謨    시 짓는 일에 쓸데없는 힘을 쓰네
계단을 메운 꽃들(鎭階名花)
早暮看花興    아침저녁으로 활짝 핀 꽃을 보는 흥미
多年覔幾人    여러 해 동안 몇 사람이나 이곳 찾았나
馨香留玉砌    그윽한 향기 옥섬돌에 가득 배이고
粉艶映朱楯    요염한 자태 붉은 난간을 비춘다
霽後新詩好    비 갠 후 좋은 시 새로 짓고
閑中古意眞    한가한 가운데 옛 뜻이 참되구나
却慚聲色裏    다만 부끄러운 것은 성색 속에서
嬴得滿衣塵    옷에 세속 티끌만 가득 채우는 일이라네
북대北臺
岩峀層層戴碧松  층층으로 이뤄진 바위들은 푸른 솔을 이고 있고
蒼蒼秀色亘長空  창창하고 수려한 빛 긴 하늘에 뻗쳐 있네
白雲千古埋幽逕  흰 구름은 천고에 그윽한 길을 파묻고
明月一聲聽遠鐘  밝은 달빛에 한 가닥 종소리 멀리서 들려온다
天向活屏元着力  하늘 향한 살아 있는 병풍 원래 힘을 다 씀이니
吾將幻語敢呈工  내 장차 허황한 말로 감히 그 솜씨를 드러내네
凭欄俯看歸程暗  난간에 기대 굽어보니 돌아갈 길 암담하고
萬樹煙霞重腹重  노을 진 온갖 나무 겹치고 또 겹쳐 있네
서대西臺
數孕1)靑蓮何以稱  몇 떨기 푸른 연꽃 어떻게 칭송하랴
瓊花瑤草耀崚嶒  아름다운 꽃 기이한 풀 울퉁불퉁 빛나네
岩邊雲卷遙看寺  바위 가 구름 걷히니 저 멀리 절이 보이고
石罅灰生却問僧  돌 틈에 죽은 듯이 앉아 있는 스님에게 물었더니
晝轉金文調淨業  낮에는 금문을 보며 깨끗한 업을 다스리고
夜排香案照明燈  밤에는 향안을 밀쳐 놓고 밝은 등을 비춘다네
禪心已格淸虛地  선심이 이미 맑고 텅 빈 자리에 이르렀으니
拔跡于今恨未曾  지금 속세에 발을 뺐으나 일찍 못한 게 한이라 하네
남대南臺
獨宿南臺寺    혼자서 남대의 절에 묵으며
看星夜未央    밤하늘에 별을 보니 한없이 많구나
檠高燈發影    등 걸이에 높이 달린 등 그림자를 내고
戶豁月穿光    창문 넓으니 달빛이 뚫고 들어오네

009_0137_a_01L摘來供糲飯飣餖有餘香

009_0137_a_02L層峰倒松

009_0137_a_03L
疊巘層岩隙枯松接數株

009_0137_a_04L擁腫蹲虎勢卷曲老龍鬚

009_0137_a_05L脫落侵斜逕頹朽仄嶮區

009_0137_a_06L世間虛弃物空費賦詩謨

009_0137_a_07L鎭階名花

009_0137_a_08L
早暮看花興多年覔幾人

009_0137_a_09L馨香留玉砌粉艶映朱楯

009_0137_a_10L霽後新詩好閑中古意眞

009_0137_a_11L却慚聲色裏嬴得滿衣塵

009_0137_a_12L北臺

009_0137_a_13L
岩峀層層戴碧松蒼蒼秀色亘長空

009_0137_a_14L白雲千古埋幽逕明月一聲聽遠鐘

009_0137_a_15L天向活屏元着力吾將幻語敢呈工

009_0137_a_16L凭欄俯看歸程暗萬樹煙霞重腹重

009_0137_a_17L西臺

009_0137_a_18L
數孕 [19] 靑蓮何以稱瓊花瑤草耀崚嶒

009_0137_a_19L岩邊雲卷遙看寺石罅灰生却問僧

009_0137_a_20L晝轉金文調淨業夜排香案照明燈

009_0137_a_21L禪心已格淸虛地拔跡于今恨未曾

009_0137_a_22L南臺

009_0137_a_23L
獨宿南臺寺看星夜未央

009_0137_a_24L檠高燈發影戶豁月穿光

009_0137_b_01L林密鼯偸栗    빽빽한 숲에는 다람쥐가 밤을 훔치고
房空鳥啄床    텅 빈 방에는 새가 상을 쪼고 있다
塵心聊自寂    티끌에 묻힌 마음 저절로 고요해지는데
唯有煎茶鐺    오직 차 달이는 솥만 있을 뿐이네
월정사月精寺
畵閣朱甍出檜林  단청한 누각 붉은 기와 회나무 숲에 솟았는데
南樓終日獨登臨  온종일 이 남루에 혼자서 올라가 있네
前溪漱砌生寒響  앞 냇물에 씻기는 섬돌 싸늘한 음향 울리고
北岳當軒積翠陰  난간을 마주한 북쪽 산은 푸른 그늘 쌓였구나
玉洞煙霞朝復暮  옥동에 안개 노을 아침저녁 피어오르고
金鳬篆影古猶今  황금오리 향로의 전서 그림자는 고금에 그대로네
人間事業何關念  인간의 사업이야 어찌 생각 두어 상관하겠는가
撥却塵緣臥一岑  티끌 인연을 물리치고 산봉우리 밑에 누웠다네
설악산【20운이 있었는데 번거로워서 수록하지 않았다.】雪嶽山【二十韻。 繁不錄。】
봉정암【상봉에 있다.】鳳頂庵【在上峯】
雪嶽山爲衆嶽宗  설악산은 모든 산의 조종朝宗이 되니
玲瓏佳氣鬱葱葱  영롱하고 아름다운 기운 곱고도 맑네
層峰磨矗屠天劍  갈아 세운 듯한 층층 봉우리는 하늘을 찌르는 칼이요
疊巘橫矯蹴海龍  첩첩 산에 가로놓인 다리 바다를 막는 용이로다
絕頂常時雲物墨  절정에는 항상 어느 때나 구름이 사물을 그리고
上房寒夜日輪紅  상방의 싸늘한 밤엔 둥근 해가 붉게 떠오른다
我來仙境遊觀富  내가 이 선경에 와서 유람하며 맘껏 구경하는데
踈雨霏霏濕桂叢  가랑비가 보슬보슬 계수나무 떨기를 촉촉이 적시네
한계사寒溪寺
爲愛寒溪境絕奇  한계사 기이한 절경을 사랑하여
偶携瓶錫叩禪扉  우연히 물병과 지팡이로 절집 문 두드렸네
山含淑氣淸嵐濕  산은 맑은 기운 머금어 맑은 아지랑이에 젖고
瀑帶重雲白練微  폭포는 두터운 구름 띠고 하얀 비단으로 가늘구나
松月影臨眠鶴背  솔 사이로 비치는 달 잠든 학 등에 그림자 드리우고
風雷聲壯毒龍威  우레처럼 웅장한 바람소리 독룡의 위엄 같네
碧窓冷觸惺無夢  푸른 창에 싸늘한 기운 스며들어 잠을 이룰 수 없고
激激飛湍撩靜機  콸콸 소리 내며 날리는 물결 고요한 기틀 흔들어 댄다
신흥사新興寺
岩廻路轉洞門幽  바위 돌아 골짜기 문 깊숙이 길 따라 들어가니
玉帳重圍古寺樓  옥 휘장은 오래된 절 누각을 겹겹이 둘러쳤네
瓊戶逈開山影落  경호를 활짝 여니 산 그림자 떨어지고
緇帷高卷桂香浮  검은 휘장 걷어 올리니 계수나무 향기 나네
雲遮石逕蒼苔潤  구름에 가린 돌길에는 푸른 이끼만 반짝이고
楓挾溪橋錦葉流  단풍 사이 다리 밑 시내에 비단 잎새 흘러간다
坐久不知天日暮  오래 앉아 참선하다 날 저무는 줄도 몰랐는데
暮鴉飛集亂峰頭  저물자 까마귀 날아들고 봉우리는 들쭉날쭉하네
계조굴繼祖窟
石室淸虛臥一旬  맑고 텅 빈 석실에 열흘 동안 누웠으니
小軒臨海逈無塵  작은 난간 바다에 임해 멀리 한 점의 티도 없네

009_0137_b_01L林密鼯偸栗房空鳥啄床

009_0137_b_02L塵心聊自寂唯有煎茶鐺

009_0137_b_03L月精寺

009_0137_b_04L
畵閣朱甍出檜林南樓終日獨登臨

009_0137_b_05L前溪漱砌生寒響北岳當軒積翠陰

009_0137_b_06L玉洞煙霞朝復暮金鳬篆影古猶今

009_0137_b_07L人間事業何關念撥却塵緣臥一岑

009_0137_b_08L雪嶽山二十韻繁不錄
鳳頂庵在上峯

009_0137_b_09L
雪嶽山爲衆嶽宗玲瓏佳氣欝葱葱

009_0137_b_10L層峰磨矗屠天劍疊巘橫矯蹴海龍

009_0137_b_11L絕頂常時雲物墨上房寒夜日輪紅

009_0137_b_12L我來仙境遊觀富踈雨霏霏濕桂叢

009_0137_b_13L寒溪寺

009_0137_b_14L
爲愛寒溪境絕奇偶携瓶錫叩禪扉

009_0137_b_15L山含淑氣淸嵐濕瀑帶重雲白練微

009_0137_b_16L松月影臨眠鶴背風雷聲壯毒龍威

009_0137_b_17L碧窓冷觸惺無夢激激飛湍撩靜機

009_0137_b_18L新興寺

009_0137_b_19L
岩廻路轉洞門幽玉帳重圍古寺樓

009_0137_b_20L瓊戶逈開山影落緇帷高卷桂香浮

009_0137_b_21L雲遮石逕蒼苔潤楓挾溪橋錦葉流

009_0137_b_22L坐久不知天日暮暮鴉飛集亂峰頭

009_0137_b_23L繼祖窟

009_0137_b_24L
石室淸虛臥一旬小軒臨海逈無塵

009_0137_c_01L梅花半坼紅微艶  반쯤 터진 매화는 빨간색이 은은히 아름답고
杉葉初開綠未均  처음 돋은 삼나무 잎은 녹색이 고르지 않네
朝刷香蔬山味軟  아침에 조촐한 나물 향기는 산 맛이 연하고
夕焚枯蔔道情新  저녁에 마른 치자 피우니 도의 마음 새롭구나
巾單靜坐觀浮世  건단 차림으로 조용히 앉아 뜬세상 관하니
名利場中謾費神  명리를 다투는 마당에서 부질없이 정신만 소비했네
대승암大乘庵
千疊支天雪作嶒  천첩의 험한 눈 산은 하늘을 버티고 있거니
曾聞杞國謾憂崩  기나라 사람 하늘이 무너질까 부질없는 걱정했네38)
山前麝過香侵砌  산 앞에 사향노루 지나가니 향기가 섬돌에 배고
石面雲生露滴藤  돌 얼굴에 구름 나오니 등나무에 이슬방울 맺혔다
月白風淸方外態  달 밝고 바람 시원하니 세속 밖의 자태이고
心眞慮靜㝎中僧  마음 참되고 생각 고요하니 선정 중에 스님이라
人間亦有稜伽境  인간 세계에도 역시 능가의 경계가 있으니
竟向稜伽問大乘  마침내 능가를 향하여 대승을 묻는다
금강산【20운이 있는데 번거로워서 수록하지 않았다.】金剛山【二十韻。 繁不錄。】
초입의 백천교初入百川橋
瓊峀㠝岏繞石梁  우뚝 높은 아름다운 산 돌 대들보를 두르고
重灣影澈彩虹長  그림자 비치는 물굽이에 채색 무지개 길구나
殘霞一片收鰲背  남은 노을 한 조각을 자라 등이 거두고
眇眇雲山是金剛  아득한 구름 산이 바로 금강이로다
원통사圓通寺
圓通境界意堂堂  원통사의 경계 마음이 당당하니
胡乃聲塵隔大方  어떻게 성진聲塵이 대방39)을 막겠는가
從此返聞聞自性  이로부터 듣는 자성을 돌이켜 들으며
不曾移步到眞常  아예 한 걸음도 옮기지 않고 진상에 이르리
유점사【여기에는 쉰세 분의 불상이 있는데 사람들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돌로 만든 배에 싣고 서역에서 가지고 왔다고 한다.】楡店寺【有五十三佛像。 人傳乘石舟。 自西域而來。】
蔚藍淸淨梵宮開  쪽빛처럼 깨끗한 숲에 범궁을 지었는데
花雨霏霏不動埃  꽃비가 휘날리는 속에는 먼지도 일지 않네
雲外鐘聲和月落  구름 밖에 들리는 종소리 달빛과 어울리고
雪中松影透窓來  눈 속에 소나무 그림자 창을 뚫고 들어온다
儼然五十三尊像  쉰세 분 부처님의 거룩한 상 엄연하니
㝎是三千化佛廻  정녕코 삼천 화신불化身佛이 돌아온 듯하네
看取當年乘石艇  당년에 돌로 만든 배에 싣고 오는 것 알아차리고
才調衮衮貯金臺  재조가 줄을 이어 금대 쌓아 모셨다네
만경대에 올라(登萬景臺)
危逕攀蘿到上方  위태로운 길 담장이 넝쿨 부여잡고 상방에 이르니
九天森衆筭分明  구천에 빽빽이 늘어선 형상들 분명히 셀 수 있네
銀潢兩派淨如練  은하수 두 갈래 물은 깨끗하기 비단 같고
塵世悠悠夢暫醒  유유한 티끌세상 꿈을 잠깐 깬 듯하네
칠보대七寶臺

009_0137_c_01L梅花半坼紅微艶杉葉初開綠未均

009_0137_c_02L朝刷香蔬山味軟夕焚枯蔔道情新

009_0137_c_03L巾單靜坐觀浮世名利場中謾費神

009_0137_c_04L大乘庵

009_0137_c_05L
千疊支天雪作嶒曾聞杞國謾憂崩

009_0137_c_06L山前麝過香侵砌石面雲生露滴藤

009_0137_c_07L月白風淸方外態心眞慮靜㝎中僧

009_0137_c_08L人間亦有稜伽境竟向稜伽問大乘

009_0137_c_09L金剛山 二十韻繁不錄
初入百川橋

009_0137_c_10L
瓊峀㠝岏繞石梁重灣影澈彩虹長

009_0137_c_11L殘霞一片收鰲背眇眇雲山是金剛

009_0137_c_12L圓通寺

009_0137_c_13L
圓通境界意堂堂胡乃聲塵隔大方

009_0137_c_14L從此返聞聞自性不曾移步到眞常

009_0137_c_15L楡店寺有五十三佛像人傳乘石舟自
009_0137_c_16L西域而來

009_0137_c_17L
蔚藍淸淨梵宮開花雨霏霏不動埃

009_0137_c_18L雲外鐘聲和月落雪中松影透窓來

009_0137_c_19L儼然五十三尊像㝎是三千化佛廻

009_0137_c_20L看取當年乘石艇才調衮衮貯金臺

009_0137_c_21L登萬景臺

009_0137_c_22L
危逕攀蘿到上方九天森衆筭分明

009_0137_c_23L銀潢兩派淨如練塵世悠悠夢暫醒

009_0137_c_24L七寶臺

009_0138_a_01L
十二銀河對面垂  열두 은하가 얼굴 대해 드리우니
天懸玉柱淨琉璃  유리처럼 깨끗한 옥기둥이 하늘에 매달렸네
若敎此味傳人世  만약 이 맛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한다면
應不時人取次知  응당 지금 사람 아니어도 점차 알게 되리
마하연摩訶衍
蘭桂英華有淺深  난계의 아름다운 꽃 얕고 깊음이 있으며
恠禽奇獸各聲音  괴상한 새 기이한 짐승들이 제각기 소리를 낸다
紺園蕭灑無塵擾  깨끗한 감원(사찰) 티끌에 흔들림이 없고
徙倚瓊闌竟日吟  아름다운 난간에 머뭇거리며 하루 종일 시를 읊네
구정봉【사람들이 말하기를 아홉 용이 하룻밤 머물다가 인하여 아홉 연못에 들어갔다. 그런 까닭에 샘이 생긴 것이다.】(九井峰【人言。 九龍一夜留。 仍入九淵故。 有井。】)
褰衣濡足上雲巓  바지를 걷어 올리고 발 담그니 위에는 구름이 있고
手抉浮雲白日邊  손으로 밝은 해 주변에서 뜬구름을 도려낸다
人說九龍留宿去  사람들 말에는 아홉 마리 용이 머물러 자고 갔는데
九龍遺跡尙依然  아홉 마리 용이 남긴 자취가 아직도 그대로라 하네
구룡연九龍淵
九層懸瀑九層淵  구 층에 매달린 폭포 아래 구 층의 못이 있어
日暈泉臺五色煙  천대의 해무리가 오색 노을 일으킨다
閃電翻空崖欲裂  번갯불이 허공에 번쩍하니 절벽이 찢어지려 하고
訇雷觸峽地如遷  우렛소리 협곡에 부딪치니 땅이 옮겨지려 하네
鶴嫌遊客藏雲岳  학은 유람하는 나그네가 미워서 구름 산에 숨고
龍厭塵蹤𦿔洞天  용은 티끌 자취 싫어서 동천을 가린다
回首危巒歸路滑  머리 돌려 절벽을 바라보니 돌아갈 길 미끄러워
足心猶澁恐難躔  발바닥이 시큰대어 발걸음 떼기 어려울까 걱정돼
비로봉毘盧峯
褁粉躡屩上危巓  미숫가루 싸서 짚신 신고 위태로운 고개에 오르니
萬二千峰在眼前  일만 이천 봉우리가 눈앞에 다가와 있구나
四海風停三島出  사해에 바람 자니 삼도가 드러나고
九天雲卷一輪懸  구천에 구름 걷히니 둥근 해가 달려 있네
仙人夢罷滄溟變  선인이 꿈을 깨니 푸른 바다 변해 있고
羽客碁時玉簡穿  우객이 바둑 둘 때 옥간이 뚫어졌네
弱水流沙知不遠  모래 위를 흐르는 약수40) 멀지 않음을 알겠고
大荒縹緲碧如煙  대황41)에 표묘하는 푸른 노을 같아라
중백운암【한 달 동안 여기에 머물렀다.】中白雲菴【一月留連】
竹簟與氷漿    대나무 도시락에 얼음물 담아 가지고
名山臥草堂    유명한 산에서 초당에 누웠다
何人知此味    어느 누가 이 맛을 알리오
唯我獨淸凉    오직 나 혼자만 청량하다네
보덕굴報德窟
日月韜明疊嶂間  해와 달이 첩첩 산 사이에 광명을 감추었고
亭亭鐵柱壓回灣  철 기둥 우뚝 솟아 감돌아 흐르는 물을 누른다

009_0138_a_01L
十二銀河對面垂天懸玉柱淨琉璃

009_0138_a_02L若敎此味傳人世應不時人取次知

009_0138_a_03L摩訶衍

009_0138_a_04L
蘭桂英華有淺深恠禽奇獸各聲音

009_0138_a_05L紺園蕭灑無塵擾徙倚瓊欄竟日吟

009_0138_a_06L九井峰人言九龍一夜留仍入九淵故
009_0138_a_07L有井

009_0138_a_08L
褰衣濡足上雲巓手抉浮雲白日邊

009_0138_a_09L人說九龍留宿去九龍遺跡尙依然

009_0138_a_10L九龍淵

009_0138_a_11L
九層懸瀑九層淵日暈泉臺五色煙

009_0138_a_12L閃電翻空崖欲裂勺雷觸峽地如遷

009_0138_a_13L鶴嫌遊客藏雲岳龍厭塵蹤弊洞天

009_0138_a_14L回首危巒歸路滑足心猶澁恐難躔

009_0138_a_15L毘盧峰

009_0138_a_16L
褁粉躡屩上危巓萬二千峰在眼前

009_0138_a_17L四海風停三島出九天雲卷一輪懸

009_0138_a_18L仙人夢罷滄溟變羽客碁時玉簡穿

009_0138_a_19L弱水流沙知不遠大荒縹緲碧如煙

009_0138_a_20L中白雲菴一月留連

009_0138_a_21L
竹簟與氷漿名山臥草堂

009_0138_a_22L何人知此味唯我獨淸凉

009_0138_a_23L報德窟

009_0138_a_24L
日月韜明疊嶂間亭亭鐵柱壓回灣

009_0138_b_01L層菴懸倚千尋壁  층암이 천 길 절벽에 의지해 매달려 있고
撤板窺潭不解顏  판때기 걷고 못물 엿보나 얼굴이 풀리지 않네
선암舩菴
獨訪舩菴寺    홀로 선암사를 찾아가는데
層崖一逕危    층층 절벽에 외길이 위태롭구나
鳥聲撩靜榻    새소리는 고요한 선탑禪榻을 흔들고
山色可新詩    산색은 새로운 시를 읊게 한다
月入前簷夜    밤이 되자 앞 처마에 달이 들어오고
花開後砌時    후원 섬돌에는 꽃이 피어 있구나
向來幽興足    예부터 그윽한 흥취에 풍족하니
不遣外人知    바깥 사람들이 알게 하지 말라
표훈사表訓寺
曾聞表訓寺    일찍이 표훈사의 이야기 들었는데
乃是古叢林    그게 바로 오래된 총림이었네
佛殿看纓絡    불전에는 영락만 보이고
瓊樓聽玉琴    경루에는 옥금 소리만 들린다
水喧知澗嶮    시끄러운 물소리에 냇물 험한 줄 알겠고
雲歛覺山深    구름이 걷히니 산이 깊은 줄 깨달았네
淸興猶難制    맑은 시흥詩興 오히려 제어하기 어려워
凭欄費一吟    난간에 기대어 시 한 수를 읊는다
정양사正陽寺
淨界樓臺逈    깨끗한 경계 아스라한 누대요
森圍薝蔔林    담복나무 숲이 빙 둘러 있네
鶴無飛出意    학은 날아갈 의향이 없고
僧㝎去來心    선정에 든 스님 마음만 오가네
夜靜松聲亂    고요한 밤 솔 소리만 요란하고
庭寒月色深    싸늘한 마당엔 달빛만 깊어라
寧知方外趣    어찌 세속 밖의 흥취를 알랴
此後更成吟    이 뒤에 다시 시를 읊으련다
백화사【선사의 탑이 있는 곳이다.】白花寺【有先師塔】
緬憶吾師藻鑑開  우리 스승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 연 걸 생각하면 부끄러워
煙霞煥潔浸芳埃  빛나고 조촐한 안개와 노을이 향기로운 먼지를 가라앉히네
山川秀氣眞堪托  산과 내의 수려한 기운은 참으로 의탁할 만하고
佛祖傳心有自來  부처님과 조사님이 전한 마음 저절로 이어 오네
仍設率兜宜素願  인하여 도솔을 시설하니 본래 소원 빌기에 적절하고
又營精舍致丹灰  또 정사를 짓고 단회를 이룬다
至今追遠無窮意  지금 먼 조사祖師의 그지없는 뜻을 더듬어 보면
千載昭昭照鏡臺  천 년 동안 밝고 밝아 업경대業鏡臺를 비추리
명연【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김동이 이 못에 빠졌다고 하였다. 그런 까닭에 끝 연구聯句에 언급한 것이다.】鳴淵【人言。 金同沒此淵故。 末聯及之。】
鳴淵豗動白花南  백화사 남쪽의 명연이 크게 요동치니
絕巘重圍一澗涵  거듭 둘러싼 끊어진 듯 높은 산이 시내에 잠겼네
魑魅舞時雲似墨  이매(도깨비)들이 춤출 때 먹장구름 끼고
虬龍潜處水如藍  규룡이 잠긴 못은 물 색깔이 쪽빛 같네

009_0138_b_01L層菴懸倚千尋壁撤板窺潭不解顏

009_0138_b_02L舩菴

009_0138_b_03L
獨訪舩菴寺層崖一逕危

009_0138_b_04L鳥聲撩靜榻山色可新詩

009_0138_b_05L月入前簷夜花開後砌時

009_0138_b_06L向來幽興足不遣外人知

009_0138_b_07L表訓寺

009_0138_b_08L
曾聞表訓寺乃是古叢林

009_0138_b_09L佛殿看纓絡瓊樓聽玉琴

009_0138_b_10L水喧知澗嶮雲歛覺山深

009_0138_b_11L淸興猶難制凭欄費一吟

009_0138_b_12L正陽寺

009_0138_b_13L
淨界樓臺逈森圍薝蔔林

009_0138_b_14L鶴無飛出意僧㝎去來心

009_0138_b_15L夜靜松聲亂庭寒月色深

009_0138_b_16L寧知方外趣此後更成吟

009_0138_b_17L白花寺有先師塔

009_0138_b_18L
緬憶吾師藻鑑開煙霞煥潔浸芳埃

009_0138_b_19L山川秀氣眞堪托佛祖傳心有自來

009_0138_b_20L仍設率兜宜素願又營精舍致丹灰

009_0138_b_21L至今追遠無窮意千載昭昭照鏡臺

009_0138_b_22L鳴淵人言金同沒此淵故末聯及之

009_0138_b_23L
鳴淵豗動白花南絕巘重圍一澗涵

009_0138_b_24L魑魅舞時雲似墨虬龍潜處水如藍

009_0138_c_01L遊人影落千尋瀑  천 길 폭포에 유람하는 사람의 그림자 떨어지고
棧道危連百尺潭  백 자 연못에는 잔도가 위태롭게 이어졌네
昔日怨魂今不歇  옛날의 원혼들이 지금까지 쉬지 못하고
衝波迸瀉作煙嵐  충돌하는 물결 쏟아져 내려 연람이 일어나네
장안사長安寺
勝地宜登覽    명승지라 올라 보기 좋으니
遙岑翠似眉    멀리 비취색 산봉우리 눈썹 같구나
壺中風與月    병 속(신선 경계)의 바람과 달이요
世外畵兼詩    세속 밖의 그림에다 시까지 겸했네
琪樹皆秋色    아름다운 나무들 모두 가을 풍광이요
危岩不俗姿    오뚝한 바위는 세속 자태가 아니로다
憑軒奇翫富    난간에 기대 기이한 풍경 실컷 구경하고
聊記後來期    그냥 나중에 다시 올 것을 기약하네
영원동靈源洞
縹緲仙宮翠色危  비취색 우뚝한 선궁 어렴풋이 보이는데
鷲峰靈境幾時移  영취봉 신령한 경계 몇 번이나 옮겨 다녔는가
石屏四列龍▼(內/免)並  돌병풍 사방에 둘러져 용과 호랑이 어우러지고佳麗蓬壺是處奇  아름답고 수려한 봉호 이곳이 기이하다
백탑동【서 있는 돌이 모두 탑의 모습이다.】百塔洞【立石皆是塔形】
百塔層層並翠空  백 개의 탑 층층이 푸른 하늘에 어우러지고
日邊雲影倒垂虹  해 가에 구름 그림자 거꾸로 무지개를 드리웠네
奇觀欲寫詩成未  기이한 경관 쓰려 하나 시를 이룰 수 없고
思在淸嵐變態中  생각은 맑은 이내 변하는 모습에 잠기네
단발령【고갯마루에 세조가 머리를 깎았다는 바위가 있다.】斷髮嶺【上有世祖斷髮岩】
天襯危巒眼界寬  하늘에 닿을 듯이 우뚝한 산이라 안계가 넓은데
先王曾此駐鳴鑾  선왕이 일찍 여기에 와 명란42)을 멈추었네
至今勝事山僧說  이제 와서 수승한 이 일을 산승이 말하자니
斷髮岩邊雲影寒  머리 깎은 바위 가에 구름 그림자만이 싸늘하다
관동 팔경關東八景
월송정【평해에 있다.】(月松亭【在平海】)
若木扶桑一眼通  약목43)과 부상44) 한눈에 통하는데
曦輪迸出碧波東  붉은 태양이 푸른 바다 동에서 떠오른다
珠簾高卷千門月  주렴을 높게 걷으니 천문의 달이고
漁艇遄歸萬里風  바삐 돌아가는 고깃배는 만 리의 바람이네
山帶晩煙增淑氣  산이 저녁노을을 띠니 맑은 기운 더해 주고
海連秋色間靑紅  바다에 잇닿은 가을 빛 붉고 푸른빛 섞였네
誰知此日奇觀足  오늘 이 기이한 볼거리를 그 누가 알랴
不必登仙駕綵虹  굳이 신선 되어 무지개 탈 필요가 없네
죽서루竹栖樓
曲曲重攔掩翠扉  굽이굽이 중첩된 난간에 닫혀 있는 파란 문
水晶波動映朝輝  수정 같은 물결 일어 아침 햇빛 찬란하네
綺羅影裏千山聳  비단 같은 그림자 속에 천 산이 불끈 솟고
玉鏡光中萬像飛  백옥 같은 거울 속에 온갖 형상 날아드네

009_0138_c_01L遊人影落千尋瀑棧道危連百尺潭

009_0138_c_02L昔日怨魂今不歇衝波迸瀉作煙嵐

009_0138_c_03L長安寺

009_0138_c_04L
勝地宜登覽遙岑翠似眉

009_0138_c_05L壺中風與月世外畵兼詩

009_0138_c_06L琪樹皆秋色危岩不俗姿

009_0138_c_07L憑軒奇翫富聊記後來期

009_0138_c_08L靈源洞

009_0138_c_09L
縹緲仙宮翠色危鷲峰靈境幾時移

009_0138_c_10L石屏四列龍▼(内/免)並佳麗蓬壺是處奇

009_0138_c_11L百塔洞立石皆是塔形

009_0138_c_12L
百塔層層並翠空日邊雲影倒垂虹

009_0138_c_13L奇觀欲寫詩成未思在淸嵐變態中

009_0138_c_14L斷髮嶺上有世祖斷髮岩

009_0138_c_15L
天襯危巒眼界寬先王曾此駐鳴鑾

009_0138_c_16L至今勝事山僧說斷髮岩邊雲影寒

009_0138_c_17L關東八景
月松亭在平海

009_0138_c_18L
若木扶桑一眼通曦輪迸出碧波東

009_0138_c_19L珠簾高卷千門月漁艇遄歸萬里風

009_0138_c_20L山帶晩煙增淑氣海連秋色間靑紅

009_0138_c_21L誰知此日奇觀足不必登仙駕綵虹

009_0138_c_22L竹栖樓

009_0138_c_23L
曲曲重攔掩翠扉水晶波動映朝輝

009_0138_c_24L綺羅影裏千山聳玉鏡光中萬像飛

009_0139_a_01L漁子放歌舩畔立  어부는 뱃전에 서서 노랫가락을 부르고
園童沽酒夜深歸  목동은 술을 사서 깊은 밤에 돌아간다
淸遊勝地何人繼  명승지에 청아한 놀이 어느 누가 이을까나
獨倚蘭囱對釣磯  홀로 난창에 기대어 낚시터만 바라보네
경포대鏡浦臺
鏡湖淸絕幾人遊  맑은 절경 경포 호수 몇 사람이 노닐었나
澹澹滄浪淨不流  담담한 푸른 물결 깨끗한데 흐르지 않네
蘭渚遠分楓樹岸  난초 핀 물가 단풍 든 산 멀리 떨어져 있고
漁舩近在荻花洲  고기잡이배는 갈대꽃 핀 섬 가까이에 있구나
山因嵐卷眞形出  산은 안개 걷힘으로 인해 참모습 드러내고
海爲波停秀氣浮  파도 잔 바다에는 수려한 기운 떠오르네
世外煙霞聊寓興  세상 밖 신선 경계 흥미 붙일 만하거니
夢中聲利更何求  꿈속 같은 명예 이익 무얼 다시 구하리
이화정梨花亭45)
聞說梨花亭景奇  이화정의 경치가 아름답단 말을 듣고
偶携瓶錫叩禪扉  물병 들고 석장 짚고 선경 문 두드렸네
花酣淡霧朱欄濕  꽃에 취한 엷은 안개 붉은 난간 적시고
岩帶重雲白練微  짙은 구름 띤 바위 하얀 비단처럼 아련하네
沙際瞑傳遊客小  백사장 어둠이 깔리자 찾는 손 적어지고
海門風起釣舩稀  바다 어귀 바람 이니 낚싯배도 드물구나
碧窓爽氣侵人骨  푸른 창가에 상쾌한 바람 뼛속까지 사무치고
入夜輕寒襲草衣  밤 깊어지자 서늘한 기운 베옷 속에 스며드네
청간정淸澗亭
十里鳴沙斷岸頭  십 리를 뻗친 명사46) 해안 끝에 끊어지고
層樓畫閣寄淸遊  여러 층의 단청 누각에서 좋은 놀이에 빠지네
靑虬舞嶼醒雲合  푸른 용 섬에서 춤추어 구름가에 합해지고
碧海呑天蜄氣浮  하늘 삼킨 푸른 바다 아지랑이 떠오르네
遠近波光來玉砌  멀고 가까운 파도 빛은 섬돌까지 다가오고
微茫山色接蘭洲  희미하고 아득한 산 색깔 물가에 잇닿았네
時平到處名區勝  태평한 시절에 가는 곳마다 명승지이니
作伴䉫笻任去留  지팡이를 벗 삼아서 마음대로 오고 간다
선유담仙遊潭47)
仙遊潭在海山幽  바다 깊숙한 곳에 선유담이 있는데
跨鶴仙人幾歲遊  학 탄 신선들이 몇 해나 놀았는가
石罅至今留藥臼  돌 틈엔 지금까지 약 찧던 절구 남아 있고
靈源從古暎銀鉤  신령한 물줄기 예부터 은고리처럼 비추네
煙籠暗溜晴還雨  안개에 감싸인 흐르는 물 갰다간 비 내리고
凉浸深松夏自秋  서늘함에 잠긴 깊은 솔숲 한여름도 가을 같네
誰借長生丹法去  장생48)하는 단법49) 그 누가 훔쳐 가고
滿瓶寒月照淸璆  병에 가득한 싸늘한 달빛만 맑은 잔에 비추는가
현종암懸鐘岩50)
石艇飛來問幾秋  묻건대 돌배가 떠온 지가 몇 해나 지났는가
懸鐘遺跡釣磯留  종 달렸던 유적만 낚시터에 남아 있네

009_0139_a_01L漁子放歌舩畔立園童沽酒夜深歸

009_0139_a_02L淸遊勝地何人繼獨倚蘭囱對釣磯

009_0139_a_03L鏡浦臺

009_0139_a_04L
鏡湖淸絕幾人遊澹澹滄浪淨不流

009_0139_a_05L蘭渚遠分楓樹岸漁舩近在荻花洲

009_0139_a_06L山因嵐卷眞形出海爲波停秀氣浮

009_0139_a_07L世外煙霞聊寓興夢中聲利更何求

009_0139_a_08L梨花亭

009_0139_a_09L
聞說梨花亭景奇偶携瓶錫叩禪扉

009_0139_a_10L花酣淡霧朱欄濕岩帶重雲白練微

009_0139_a_11L沙際瞑傳遊客小海門風起釣舩稀

009_0139_a_12L碧窓爽氣侵人骨入夜輕寒襲草衣

009_0139_a_13L淸澗亭

009_0139_a_14L
十里鳴沙斷岸頭層樓畫閣寄淸遊

009_0139_a_15L靑虬舞嶼醒雲合碧海呑天蜄氣浮

009_0139_a_16L遠近波光來玉砌微茫山色接蘭洲

009_0139_a_17L時平到處名區勝作伴黎笻任去留

009_0139_a_18L仙遊潭

009_0139_a_19L
仙遊潭在海山幽跨鶴仙人幾歲遊

009_0139_a_20L石罅至今留藥臼靈源從古暎銀鉤

009_0139_a_21L煙籠暗溜晴還雨凉浸深松夏自秋

009_0139_a_22L誰借長生丹法去滿瓶寒月照淸璆

009_0139_a_23L懸鐘岩

009_0139_a_24L
石艇飛來問幾秋懸鐘遺跡釣磯留

009_0139_b_01L霞標撲峽千尋出  안개기둥 산에 부딪쳐 천 길이나 솟아오르고
唇氣衝空萬里浮  아지랑이 허공 찔러 만 리에 떠 있구나
白浪翻時驚水鶴  흰 파도 뒤칠 때마다 물가 학이 놀라고
銀蟾涌處進沙𩿨  은섬51)이 솟자 백사장 갈매기 다가오네
人間有此淸凉界  인간 세상에 이렇게 청량한 경계 있어
春晩棠香遣客愁  늦은 봄 해당화 향기가 나그네 시름 달래네
총석정叢石臺
萬仞叢條矗石危  떨기 이룬 나뭇가지와 만 길의 우뚝한 바위
霜峰兀兀勢㠁嵯  올올52)한 하얀 산봉우리 울쑥불쑥하네
雲開島嶼層波涌  구름 걷힌 섬에는 층층 파도가 솟구치고
日鬪玻璃秀氣摛  해와 다투는 파리53) 수려한 빛 퍼진다
風擊海門疑地動  바다 어귀 바람 치니 지구가 움직이나 의심하고
雨連沙際見帆遲  모래벌판에 이어지는 빗줄기에 고깃배 더디구나
天公造化嫌人識  하느님의 조화 사람들이 알까 꺼려 하여
巧斲臺邊沒字碑  글자 없는 비석을 총석대 가에 솜씨 좋게 깎았구나
경운산【30운이 있는데 번거로워 수록하지 않는다.】慶雲山【三十韻。 繁不錄。】
다시 놀러 온 청평사重遊淸平寺
少小聞閑趣    젊어서는 한가한 취미라고 조금 들었는데
逃名隱者基    명예를 피해 은자가 사는 터라네
峰巒依舊色    산봉우리는 옛날 색깔 그대로이고
杉栝長新枝    삼나무 노송나무 새 가지가 길게 자랐네
聽澗喧如訝    시끄러운 물소리는 손님을 맞는 듯하고
看雲默似悲    말 없는 구름을 보니 슬픔이 있는 듯하다
客懷愈惻怛    나그네의 마음은 더욱더 슬퍼지는데
誰與展幽思    그 누구와 더불어 깊은 그리움 펼까나
청평사 선동淸平寺仙洞
霽後諸天秀色封  비 갠 뒤 온 하늘은 맑은 빛깔 북돋우니
道人閑味此時濃  도인의 한가한 취미 이때에 무르익네
凌昏閉戶風停樹  어둠이 밀려 문 닫으니 나무에도 바람이 자고
待曉開囱月隱峯  새벽을 기다려 창을 여니 달이 봉우리에 숨는다
應有淸音迎客好  당연히 맑은 소리가 손님을 좋게 맞이하리니
不堪幽興倚寒松  깊은 흥취 견디지 못해 싸늘한 소나무에 기대네
寂寥更引安禪志  고요해지자 다시 선정에 들 마음이 일어나고
雲自無心過碧空  구름은 무심하게 푸른 허공을 지나간다
덕고산德高山
雄峰攅秀石容崎  웅장한 봉우리 빼어나게 하늘을 뚫고 돌 얼굴 험악한데
瑞色連空積翠危  상서로운 빛 하늘에 이어지고 비취색 쌓여 우뚝하네
爭道名山稱四絕  이 명산은 사절경 중에 하나라 다투어 말하는데
況聞神筆絢三奇  더구나 신필이 삼기의 문채를 이루었단 소문이랴
嵐開邃峽東西角  이내가 걷히니 산골짜기 깊어 동서로 각이 지고
日照泉臺上下池  햇볕 비추니 천대 위아래로 못이 보인다
遙想羅王停蹕處  저 옛날 신라 왕이 머물렀던 곳을 상기하면서
金鳧香爇篆影飛  황금향로 향 사르니 전서 그림자 날아오르네
삼가 인평대군이 지은 시의 운을 따서【풍악산 정양사에 있다.】(謹次獜平大君韻【在楓岳正陽時】)

009_0139_b_01L霞標撲峽千尋出唇氣衝空萬里浮

009_0139_b_02L白浪翻時驚水鶴銀蟾涌處進沙𩿨

009_0139_b_03L人間有此淸凉界春晩棠香遣客愁

009_0139_b_04L叢石臺

009_0139_b_05L
萬仞叢條矗石危霜峰兀兀勢㠁嵯

009_0139_b_06L雲開島嶼層波涌日鬪玻璃秀氣摛

009_0139_b_07L風擊海門疑地動雨連沙際見帆遲

009_0139_b_08L天公造化嫌人識巧斲臺邊沒字碑

009_0139_b_09L慶雲山三十韻繁不錄
重遊淸平寺

009_0139_b_10L
少小聞閑趣逃名隱者基

009_0139_b_11L峰巒依舊色杉栝長新枝

009_0139_b_12L聽澗喧如訝看雲默似悲

009_0139_b_13L客懷愈惻怛誰與展幽思

009_0139_b_14L淸平寺仙洞

009_0139_b_15L
霽後諸天秀色封道人閑味此時濃

009_0139_b_16L凌昏閉戶風停樹待曉開囱月隱峰

009_0139_b_17L應有淸音迎客好不堪幽興倚寒松

009_0139_b_18L寂寥更引安禪志雲自無心過碧空

009_0139_b_19L德高山

009_0139_b_20L
雄峰攅秀石容崎瑞色連空積翠危

009_0139_b_21L爭道名山稱四絕況聞神筆絢三奇

009_0139_b_22L嵐開邃峽東西角日照泉臺上下池

009_0139_b_23L遙想羅王停蹕處金鳬香爇篆影飛

009_0139_b_24L謹次獜平大君韻在楓岳正陽時

009_0139_c_01L
靑蓮競秀出雲虛  수려함을 다투는 푸른 연꽃이 구름 밖 허공에 솟아나니
萬二千峰勝賞初  일만 이천 산봉우리 절승한 경치를 처음으로 감상한다
滄海接天金翅窟  푸른 바다 하늘에 닿는 곳은 금시조의 굴이요
魚龍吹霧閬仙居  어룡이 안개를 뿜는 곳은 낭선54)의 거처로다
風回玉洞詩情富  옥동에 회오리바람 이니 시정이 넉넉하고
月入香臺俗慮踈  달이 향대에 들어가니 속된 생각 멀어진다
蜃閣日侵醒影散  신각(신기루)에 해 비추니 성영이 흩어지고
六鰲噓氣惹庭除  여섯 자라가 기를 토하니 마당에 먼지가 없어지네
원운原韻
曾聞玉峀接天虛  일찍이 아름다운 산봉우리 하늘에 닿았단 말 들었더니
今見崑崙雪霽初  오늘에야 눈 갠 곤륜산을 처음 보았네
萬瀑洞流喧邃壑  만폭동 물 흐르니 깊은 골짜기 시끄럽고
十王峰雨暗仙居  시왕봉에 비 내리니 남몰래 신선이 살고 있네
花宮日暮禪扉掩  화궁(사찰)에 날 저무니 선승이 사립문 닫아걸고
石室雲深世慮踈  석실에 구름 깊으니 세속 생각 멀어진다
杯渡老僧堪與語  배도55) 노스님과 감히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니
談玄忘却夜將除  현묘한 이야기에 밤새는 줄도 잊어버렸네
제2 호서록第二湖西錄
계족산【충주에 있다.】雞足山【在忠州】
金縷仙人坐㝎初  금루 선인이 처음 앉아 선정에 들었던 곳
擗山高撑玉皇居  우뚝한 산 옥황상제 사는 곳을 높이 받치고 있다
雲開象外千尋直  구름 걷히니 상외에 천 길 곧게 뻗어 있고
嵐襲雞飛四面舒  닭이 날듯 이내가 엄습하여 사면으로 퍼져 가네
衣鉢藏來朝壑暗  의발을 간직하고 오니 아침 골짜기 깜깜하고
蛟龍呪處夜潭虛  교룡이 주하던 곳 밤 못이 텅 비었구나
化人三會知何日  중생을 교화했던 세 번의 법회 어느 날인지 아는가
迦葉頭陁道有餘  가섭의 두타행이 아직도 남아 있네
월악산月嶽山
淨界雲繞竺聖家  깨끗한 경계 구름이 두른 천축 성인의 법당이요
玉峰高並露龍牙  옥 봉우리 나란히 높아 용 어금니 드러낸 듯하다
香生寶篆籠華桷  농화각(용화전)에는 보배 전서 향기 피어오르고
泉迸眞珠瀉碧紗  우물에선 진주가 솟아올라 푸른 비단 씻는구나
白日氷懸金粟影  밝은 해가 얼음처럼 매달리니 금속56) 그림자 지고
靑天雪下貝林花  푸른 하늘에 눈 내리니 패림에 꽃이 핀다
羅王駕鶴浮銓處  신라 왕이 학을 타고 부전하던 곳에
依舊臺前石路斜  대전에는 옛 모습대로 돌길이 비껴 있네
속리산俗離山
活屏開畵玉芙蓉  백옥 부용을 그린 살아 있는 병풍 같은 곳
僧在雲端響遠鐘  구름 끝 종소리 멀리 울리는 곳에 스님 계시네
霜後壯觀楓萬壑  서리 내린 뒤 장관은 온 골짜기 단풍이요
雨晴微覺浴千峰  비 개니 목욕한 일천 봉우리 희미하게 보이네
月明老鶴棲能見  달 밝으니 늙은 학이 깃드는 모습 볼 수 있고
風㝎獰虬氣自濃  바람 자니 사나운 용의 기운 저절로 무르익네

009_0139_c_01L
靑蓮競秀出雲虛萬二千峰勝賞初

009_0139_c_02L滄海接天金翅窟魚龍吹霧閬仙居

009_0139_c_03L風回玉洞詩情富月入香臺俗慮踈

009_0139_c_04L蜃閣日侵醒影散六鰲噓氣惹庭除

009_0139_c_05L原韻

009_0139_c_06L
曾聞玉峀接天虛今見崑崙雪霽初

009_0139_c_07L萬瀑洞流喧邃壑十王峰雨暗仙居

009_0139_c_08L花宮日暮禪扉掩石室雲深世慮踈

009_0139_c_09L杯渡老僧堪與語談玄忘却夜將除

009_0139_c_10L

009_0139_c_11L第二湖西錄

009_0139_c_12L雞足山在忠州

009_0139_c_13L
金縷仙人坐㝎初擗山高撑玉皇居

009_0139_c_14L雲開象外千尋直嵐襲雞飛四面舒

009_0139_c_15L衣鉢藏來朝壑暗蛟龍呪處夜潭虛

009_0139_c_16L化人三會知何日迦葉頭陁道有餘

009_0139_c_17L月嶽山

009_0139_c_18L
淨界雲繞竺聖家玉峰高並露龍牙

009_0139_c_19L香生寶篆籠華桷泉迸眞珠瀉碧紗

009_0139_c_20L白日氷懸金粟影靑天雪下貝林花

009_0139_c_21L羅王駕鶴浮銓處依舊臺前石路斜

009_0139_c_22L俗離山

009_0139_c_23L
活屏開畵玉芙蓉僧在雲端響遠鐘

009_0139_c_24L霜後壯觀楓萬壑雨晴微覺浴千峰

009_0139_c_25L月明老鶴棲能見風㝎獰虬氣自濃

009_0140_a_01L何處爛柯碁局在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 바둑판은 어디서 벌어지나
滿腔詩興繞千重  뱃속에 가득하게 쌓인 시흥 천 겹이나 얽혀 있네
대법주사大法住寺
縹緲琳宮紺色危  우뚝한 감색 임궁이 아스라이 보이는데
春花艶遠轉新奇  어여쁜 봄꽃이 멀리 새롭고 기이함을 바꾸어 놓는다
鐘聲出洞月初上  달 처음 떠오르자 골짜기 밖에 종소리 들려오고
嵐氣侵攔僧不知  이내 기운 난간을 범하나 스님은 알지 못하네
三殿鼎排疑蜃結  세 전각이 솥발처럼 벌리니 신기루 맺혔나 의심하고
五層軒豁想鰲摛  5층 난간 드넓으니 자라가 받쳐 있나 상상한다
金釜佇水昆明並  황금 솥에 물 담으니 곤명호를 아우른 듯하고
列峀嵐光射澄漪  벌려 선 산봉우리에 이내 빛은 맑은 물결 쏘는 듯하네
수정봉水晶峰
白塔層層揷翠空  층층이 하얀 탑이 푸른 하늘에 꽂혀 있고
晴嵐射日幻長虹  맑은 아지랑이 해를 쏘아 긴 무지개 생겨났네
瑤臺影接千峰靜  요대에 그림자 접하니 천 봉우리 고요하고
玉澗聲連萬壑風  옥간에 소리 이어지니 온 골짜기 바람이 분다
明滅山光凝嫩碧  햇볕이 사라지니 산 색깔은 푸른 잎에 엉기고
熹微花色減黊紅  꽃빛이 희미하니 노랗고 붉은 색이 덜어지네
尋眞墨客詩成否  진인 찾은 묵객은 시를 쓸 수 있을까
興在雲邊亂峀中  시흥은 어지러운 산봉우리의 구름 끝에 있다네
문장대文藏臺
中秋躡屩上翠峗  중추에 짚신 신고 푸른 산을 오르니
堅竪持曼對面垂  견수와 지만57)이 얼굴을 마주하였네
棧道忽疑天上去  잔도는 갑자기 천상에 가는 길인가 의심되고
星辰還訝手中移  성신은 도리어 손안에 옮겨 왔나 의아하네
鵬搏萬里扶搖駃  붕새가 날개 치고 만 리를 나니 회오리바람 일고
鰲負三山氣力虧  자라는 삼산을 지니 기력이 이지러졌네
俯見飛仙能縮地  굽어보니 나는 신선이 땅을 주름잡고
羽衣飄忽下雲嵋  깃옷은 나풀나풀 구름 산으로 내려가네
미륵봉彌勒峰
萬丈峰要玉峀盤  만장봉이 옥 뫼뿌리 소반을 요구하여
夸娥曾此擘㠝岏  과아가 일찍이 높은 산을 쪼개었네
龍華會裏龍應顯  용화회 속에는 응당 용이 나타나고
月窟庵前月正圓  월굴암 앞에는 달이 정녕 둥글 테지
雲暝碧蓮臨碧海  구름 짙으니 푸른 연꽃이 파란 바다에 임한 듯하고
日高仙掌撫仙弁  해가 높이 뜨니 신선의 손바닥이 신선 고깔 매만지네
就中別有眞人界  그 가운데 나아가면 진인이 사는 별천지 있나니
安得輕風借逸翰  어찌 가벼운 바람 얻어 솟는 날개를 얻으리오
천왕봉天王峰
天王廣袤百餘里  천왕봉 널리 뻗어 백여 리에 이르고
上界煙屯此界多  상계에 진을 친 안개 이 세계도 많구나
北漠雲光連玉峀  북막에 구름 빛은 옥수에 이어지고
南溟水色散銀河  남명의 물 색깔은 은하에 흩어졌네

009_0140_a_01L何處爛柯碁局在滿腔詩興繞千重

009_0140_a_02L大法住寺

009_0140_a_03L
縹緲琳宮紺色危春花艶遠轉新奇

009_0140_a_04L鐘聲出洞月初上嵐氣侵攔僧不知

009_0140_a_05L三殿鼎排疑蜃結五層軒豁想鰲摛

009_0140_a_06L金釜佇水昆明並列峀嵐光射澄漪

009_0140_a_07L水晶峰

009_0140_a_08L
白塔層層揷翠空晴嵐射日幻長虹

009_0140_a_09L瑤臺影接千峰靜玉澗聲連萬壑風

009_0140_a_10L明滅山光凝嫩碧熹微花色減黊紅

009_0140_a_11L尋眞墨客詩成否興在雲邊亂峀中

009_0140_a_12L文藏臺

009_0140_a_13L
中秋躡屩上翠峗堅竪持曼對面垂

009_0140_a_14L棧道忽疑天上去星辰還訝手中移

009_0140_a_15L鵬搏萬里扶搖駃鰲負三山氣力虧

009_0140_a_16L俯見飛仙能縮地羽衣飄忽下雲嵋

009_0140_a_17L彌勒峰

009_0140_a_18L
萬丈峰要玉峀盤夸娥曾此擘㠝岏

009_0140_a_19L龍華會裏龍應顯月窟庵前月正圓

009_0140_a_20L雲暝碧蓮臨碧海日高仙掌撫仙弁

009_0140_a_21L就中別有眞人界安得輕風借逸翰

009_0140_a_22L天王峰

009_0140_a_23L
天王廣袤百餘里上界煙屯此界多

009_0140_a_24L北漠雲光連玉峀南溟水色散銀河

009_0140_b_01L寒生邃穴風交鬪  깊은 굴에 찬 기운 나오니 바람이 서로 다투고
白動尖峰月欲磨  뾰족한 봉우리에 흰빛이 동하니 달이 갈리려 한다
遙想七君懸榻處  아득히 북두칠성이 상탑床榻 매단 곳 생각하니
聚仙岩畔幾人過  신선들 모였던 바위 가를 몇 사람이나 지나갔나
관음봉觀音峰
靑丘三十六名山  청구(우리나라)의 서른여섯 이름난 산 가운데
福地如何並此間  어찌하여 이 사이에 복의 자리 다 모였는가
樹樹檀香靈異異  나무마다 전단향이요 영은 특이하고 기이하며
峰峰雪色石斑斑  봉우리마다 눈빛이요 돌은 아롱다롱하구나
紫芝三秀妙薰襲  자지와 삼수58)의 미묘한 향기 배고
玉洞千春佳節班  옥동의 일천 봄 아름다운 계절이 이어진다
最愛夕陽綵雲上  석양의 채색구름 뜨는 것을 가장 좋아하나니
飛仙只在望中還  나는 신선 다만 저기 있으려니 돌아오기만 바라네
복천사福泉寺
丹宮政在靈源洞  단궁이 정녕 영원동에 있으려니
祝釐壇專福地寬  단 앞에서 복을 비니 복의 자리 너그럽네
石畝有僧多重玉  석무에 스님이 있으니 소중한 옥이 많고59)
雲空無路或驂鸞  운공에 길이 없으니 혹 난새를 타고 간다
牽牛織女應長在  견우와 직녀도 틀림없이 저기에 있으리니
泛水桃花轉幾盤  복숭아꽃 물에 떠서 몇 구비나 돌고 돌아 왔는가
即此栖遲堪避世  여기 와 머물고 있으면 세상을 피할 수 있나니
願拋塵態問㠝岏  부디 진세의 형태 버리고 가파른 산에 물으련다
대암사大岩寺
有岩形狀若龜伏  바위의 형상이 마치 엎드려 있는 거북 같고
上有琳宮思渺然  그 위에 임궁(사찰) 있어 묘연한 생각이 드네
眞界未聞車馬到  진인眞人이 사는 경계엔 거마가 이르지 못하거늘
世人胡作畫圖傳  세속 사람이 어찌 그림으로 그려서 전할 수 있겠는가
彤雲影裏騎鸞客  붉은 구름의 그림자 속에 난을 타고 오는 나그네요
白月光中駕鶴仙  하얀 달빛 속에 학을 타고 오는 신선이라
安得孫公逃晦法  어떻게 손공60)의 몸을 감추는 법을 얻겠는가
萬通祥瑞踏遙天  상서를 다 통하여 먼 하늘을 걸어가네
중사자【이 암자는 선묘(선조)의 원찰이다.】中獅子【此庵宣庙願刹】
師子庵前萬景俱  사자암 앞에 온갖 풍경 갖추었는데
拔其尤者百餘圖  더욱 두드러진 것만도 백여 점의 그림이다
石間有水皆嚴瀨  돌 사이에 있는 물은 모두가 엄뢰61)
洞裏無塵不俗姿  골짜기 속엔 티끌 없으니 세속 자태 아니로다
仙客至今行麗谷  선객은 여기 이르러 아름다운 골짜기를 다니고
眞僧終古在淸都  진승은 긴 세월 동안 맑은 경지에 살고 있네
荷恩祝壽齊如舊  은혜 입은 이를 축수하는 재는 예전 그대로이니
宣廟元來愛絕區  선묘는 원래 절경의 구역을 사랑했네
본속리사本俗離寺
玉界煙霞鎻梵家  백옥 같은 경계 노을은 범가(사찰)를 잠그고
蓮峰揷列似排牙  벌려 꽂힌 연꽃 같은 봉우리 어금니가 배열된 듯

009_0140_b_01L寒生邃穴風交鬪白動尖峰月欲磨

009_0140_b_02L遙想七君懸榻處聚仙岩畔幾人過

009_0140_b_03L觀音峰

009_0140_b_04L
靑丘三十六名山福地如何並此間

009_0140_b_05L樹樹檀香靈異異峰峰雪色石斑斑

009_0140_b_06L紫芝三秀妙薰襲玉洞千春佳節班

009_0140_b_07L最愛夕陽綵雲上飛仙只在望中還

009_0140_b_08L福泉寺

009_0140_b_09L
丹宮政在靈源洞祝釐壇專福地寬

009_0140_b_10L石畝有僧多種玉雲空無路或驂鸞

009_0140_b_11L牽牛織女應長在泛水桃花轉幾盤

009_0140_b_12L即此栖遲堪避世願拋塵態問㠝岏

009_0140_b_13L大岩寺

009_0140_b_14L
有岩形狀若龜伏上有琳宮思渺然

009_0140_b_15L眞界未聞車馬到世人胡作畫圖傳

009_0140_b_16L彤雲影裏騎鸞客白月光中駕鶴仙

009_0140_b_17L安得孫公逃晦法萬通祥瑞踏遙天

009_0140_b_18L中獅子此庵宣庙願刹

009_0140_b_19L
師子庵前萬景俱拔其尤者百餘圖

009_0140_b_20L石間有水皆嚴瀨洞裏無塵不俗姿

009_0140_b_21L仙客至今行麗谷眞僧終古在淸都

009_0140_b_22L荷恩祝壽齊如舊宣廟元來愛絕區

009_0140_b_23L本俗離寺

009_0140_b_24L
玉界煙霞鎻梵家蓮峰揷列似排牙

009_0140_c_01L樹敷綵葉籠雲壑  채색 잎을 펼친 나무 구름 골짜기에 갇히고
泉迸明珠浥桂華  맑은 구슬 뿜어내는 샘 계수나무 꽃을 적신다
點點平鋪金粟影  점점이 편편하게 펼쳐진 금속62)의 그림자요
毿毿暎澈貝林花  삼삼한 맑은 꽃은 패림의 꽃이로다
禪龕色相婆娑地  선감의 색상 파사의 땅에
依舊南臺一路斜  남대는 예전대로 길가에 비껴 있네
계룡산雞龍山
霜峯崩角走雷霆  머리 굽힌 하얀 봉우리 뇌정으로 치달리니
勢若媧皇伐石形  형세는 마치 와황63)이 돌 다듬는 모양이다
點點丘山同一色  점점 언덕 산은 동일한 색깔이요
喁喁竅穴各殊聲  옹옹거리는 바위굴 각각 소리가 다르구나
儼如玉洞羅羣玉  의젓하기 옥동의 많은 옥을 벌려 놓은 듯하고
耿似星河列衆星  반짝임은 성하의 온갖 별이 널린 듯하네
摠爲禪龕增色相  모두가 선감 되어 색상을 더하고
水光雲影共瓏玲  물빛과 구름 그림자 어우러져 영롱하네
동학사洞鶴寺
鶴洞溪流淸且長  학 고을 흐르는 시냇물 맑고도 긴데
前峰皓月影交光  앞산에 하얀 달빛 그림자와 어우러지네
乘興夜來猶不厭  흥을 타고 밤에 오는 것 오히려 싫지 않고
更期禪侶待重陽  다시 선승禪僧과 중양에 만나자 기약했네
갑사岬寺
西竺金仙入㝎初  서쪽 천축 금선이 처음 선정에 들었을 때
金鳬香入梵伍居  황금오리 향로의 향기가 스님들 사는 곳에 들어오네
霞標象外鉤還直  노을은 상외를 표방하여 갈고리 됐다 다시 펴지고
雲影巖前卷復舒  바위 앞에 구름 그림자는 거두었다 다시 펼쳐지네
猛虎作隣屯壑暗  맹호로 이웃 삼은 언덕과 골짜기는 어둡고
毒龍聞呪伏潭虛  독룡이 주문 듣고 빈 못에서 항복하네
幾時廬岳浮來此  몇 번이나 여악이 둥둥 떠서 여기에 왔었던가
蓮社高僧卓錫餘  연사(사찰)의 고승이 지팡이 세운 곳이라네
대둔산大芚山64)
大芚山是古仙府  대둔산은 본래 옛날 신선이 살던 곳인데
十二玉峰人到稀  열두 개 옥 같은 봉우리 인적이 드물구나
淸淺碧波蓮蘂出  맑고 푸른 잔잔한 물결 연꽃을 피워 내고
高低玉峀彩嵐飛  높고 낮은 백옥 봉우리 채색 노을 휘날리네
秋風凄冷落桂子  가을바람 냉랭하니 계수나무 열매 떨어지고
海雨飄蕭沾草衣  바다에 내리는 스산한 비 삼베옷을 적시누나
中峰高揷幾千仞  높게 꽂힌 중봉은 몇 천 길이나 되는고
待得麻姑笙鶴歸  마고65) 선녀가 학을 타고 돌아오기 기다린다
고운사孤雲寺
鱗鱗傑閣在雲端  비늘처럼 이어진 걸출한 전각 구름 끝에 있고
洞口奇岩萬疊連  골짝 어귀에 기이한 바위 만 겹으로 잇닿았네
密密樹陰豺虎逕  빽빽이 들어선 숲 그늘은 이리와 호랑이의 길이요
重重山影梵王天  겹겹으로 이뤄진 산 그림자 범왕의 하늘이다

009_0140_c_01L樹敷綵葉籠雲壑泉迸明珠浥桂華

009_0140_c_02L點點平鋪金粟影毿毿暎澈貝林花

009_0140_c_03L禪龕色相婆娑地依舊南臺一路斜

009_0140_c_04L雞龍山

009_0140_c_05L
霜峰崩角走雷霆勢若媧皇伐石形

009_0140_c_06L點點丘山同一色喁喁竅穴各殊聲

009_0140_c_07L儼如玉洞羅羣玉耿似星河列衆星

009_0140_c_08L摠爲禪龕增色相水光雲影共瓏玲

009_0140_c_09L洞鶴寺

009_0140_c_10L
鶴洞溪流淸且長前峰皓月影交光

009_0140_c_11L乘興夜來猶不厭更期禪侶待重陽

009_0140_c_12L岬寺

009_0140_c_13L
西竺金仙入㝎初金鳬香入梵伍居

009_0140_c_14L霞標象外鉤還直雲影巖前卷復舒

009_0140_c_15L猛虎作隣屯壑暗毒龍聞呪伏潭虛

009_0140_c_16L幾時廬岳浮來此蓮社高僧卓錫餘

009_0140_c_17L大芚山

009_0140_c_18L
大芚山是古仙府十二玉峰人到稀

009_0140_c_19L淸淺碧波蓮蘂出高低玉峀彩嵐飛

009_0140_c_20L秋風凄冷落桂子海雨飄蕭沾草衣

009_0140_c_21L中峰高揷幾千仞待得麻姑笙鶴歸

009_0140_c_22L孤雲寺

009_0140_c_23L
鱗鱗傑閣在雲端洞口奇岩萬疊連

009_0140_c_24L密密樹陰豺虎逕重重山影梵王天

009_0141_a_01L香因篆影歸禪榻  전자篆字 같은 향 연기에 선탑에 귀의하고
茶爲澆膓汲淨泉  맑은 샘 길어다가 차 달여 마시니 창자가 씻기네
讀罷蓮花經七軸  연화경 7축을 다 읽어 마쳤으나
數聲淸澈不能眠  맑게 사무치는 몇 마디 소리에 잠 이루지 못한다
안심사安心寺
岩間物色還驚眼  바위틈의 물색은 도리어 눈을 놀라게 하고
洞口煙霞勝賞同  골짝 어귀 연하는 좋은 경관 동일하다
玉刹影連平椘外  아름다운 사찰 그림자 평평한 숲 밖에 이어지고
幡竿風動夕陽中  찰간 끝의 번기는 석양의 바람에 흩날린다
花成錦幄紅圍峀  꽃은 비단 휘장 이루어 산봉우리 붉게 감싸고
瀑噴蒲萄綠暎空  폭포는 포도 알 뱉어 내어 하늘을 푸르게 비추네
香閣夜闌僧入㝎  한밤중에 향각에선 스님이 선정에 들고
鐘聲盡處拜天公  종소리 다한 곳에선 천공에게 절을 한다
제3 기내록第三畿內錄
천마산 영통사天磨山靈通寺
聞說靈通境絕奇  들리는 말에 의하면 영통사는 기이한 절경이라 하니
偶携藜杖叩禪扉  우연히 지팡이 끌고 선찰禪刹의 사립문 두드렸네
苔添短碣淸文暗  짧은 비갈에는 이끼 짙어 맑은 글 보이지 않고
瀑帶重雲白練微  폭포는 두터운 구름 띠어 하얀 비단 희미하다
岩樹霧籠鸎羽濕  안개에 갇힌 바위 위의 나무는 꾀꼬리 깃 적시고
洞門風起客驂稀  골짜기 어귀 바람 이니 길손 행차 드물구나
碧囱爽氣侵人骨  푸른 창에 상쾌한 기운 사람 뼈에 침노하고
入夜輕寒襲草衣  밤 되자 가벼운 찬 기운이 삼베옷에 스며든다
대흥사大興寺
南北尖峰兩兩開  남쪽 북쪽에 뾰족한 봉우리 쌍쌍이 열리고
就中嵐影曳徘佪  그 가운데 나아가 이내 그림자를 끌고 배회한다
花田瑤圃盈盈度  화전과 요포는 찰찰 넘치고
石棧雲蹊册册回  돌사다리 구름 내는 차곡차곡 돌아온다
應有毒龍潜水宅  마땅히 독룡이 물의 집에 잠겨 있으리니
或成珠雨散泉臺  여의주로 비를 만들어 천대에 뿌리리라
淸涵碧寓光無間  청아함이 푸른 집 무젖으니 광명이 간단없고
留與飛仙共徃來  비선과 함께 머물면서 함께 왕래한다
관음사觀音寺
寶界金沙問幾秋  보배 세계 황금 모래 몇 가을을 지났는가
謾憑陳迹上高樓  부질없이 묵은 자취에 기대어 높은 누각에 오른다
但看溪向瀑前過  다만 폭포 앞을 향해 지나가는 시냇물만 보이는데
不覺身從雲外遊  나도 모르는 새 몸은 구름 따라 밖으로 노닌다
玉雪當囱留電影  하얀 눈 밀어닥친 창가에는 번개 빛이 머물고
瓊臺得月暎仙區  아름다운 누대에 달이 뜨니 신선 구역 찬란하다
此間恠底多詩思  이 사이에 괴이한 것은 시 쓸 마음 많음이니
三秀幽香惹別丘  삼수의 그윽한 향기 별구로 끌어들이네

009_0141_a_01L香因篆影歸禪榻茶爲澆膓汲淨泉

009_0141_a_02L讀罷蓮花經七軸數聲淸澈不能眠

009_0141_a_03L安心寺

009_0141_a_04L
岩間物色還驚眼洞口煙霞勝賞同

009_0141_a_05L玉刹影連平椘外幡竿風動夕陽中

009_0141_a_06L花成錦幄紅圍峀瀑噴蒲萄綠暎空

009_0141_a_07L香閣夜闌僧入㝎鐘聲盡處拜天公

009_0141_a_08L

009_0141_a_09L第三畿內錄

009_0141_a_10L天磨山靈通寺

009_0141_a_11L
聞說靈通境絕奇偶携藜杖叩禪扉

009_0141_a_12L苔添短碣淸文暗瀑帶重雲白練微

009_0141_a_13L岩樹霧籠鸎羽濕洞門風起客驂稀

009_0141_a_14L碧囱爽氣侵人骨入夜輕寒襲草衣

009_0141_a_15L大興寺

009_0141_a_16L
南北尖峰兩兩開就中嵐影曳徘佪

009_0141_a_17L花田瑤圃盈盈度石棧雲蹊册册回

009_0141_a_18L應有毒龍潜水宅或成珠雨散泉臺

009_0141_a_19L淸涵碧寓光無間留與飛仙共徃來

009_0141_a_20L觀音寺

009_0141_a_21L
寶界金沙問幾秋謾憑陳迹上高樓

009_0141_a_22L但看溪向瀑前過不覺身從雲外遊

009_0141_a_23L玉雪當囱留電影瓊臺得月暎仙區

009_0141_a_24L此間恠底多詩思三秀幽香惹別丘

009_0141_b_01L
환적암幻寂庵
昔時寂滅庵遺址  저 옛날 적멸암의 남아 있는 터인데
重建扁爲幻寂庵  새로 짓고 환적암이라 편액했네
傳道神仙調羽翼  신선은 우익을 잘 다스렸다는 말 전해 들었고
更聞雲衲禮瞿曇  운수납자가 구담께 예를 올렸단 말 들었네
東隅俯瞰龍腰曲  동쪽 모퉁이에서 굽어보니 용의 허리 구불구불하고
西广回看燕尾涵  서쪽 집에서 돌아보니 제비 꼬리 잠겨 있네
枯檜庭前何代植  마당 앞의 말라죽은 회나무는 어느 시대 심었는가
麗朝勤老作精藍  고려조에 혜근66) 노장이 정람을 지을 때였다네
청량봉淸凉峰
芒鞋竹杖上崎嶇  짚신 신고 지팡이 짚고 험준한 산 올라가니
岩畔枯松仄險途  바위 가의 마른 소나무 기울어진 험한 길이로다
山戴火輪停午日  산은 화륜(해)을 이고 한낮에 해를 멈추고
瀑噴瓊屑作驪珠  폭포는 옥가루를 뿜어내 여주를 만든다
絕壑時時逢麝鹿  깊은 골짜기에선 때때로 사향과 사슴을 만나고
危岩處處見▼(鼠+星)鼯  오뚝한 바위 곳곳에서는 청설모와 다람쥐를 본다褰衣濡首頻呼嘯  바지를 걷고 머리를 적시며 자주 휘파람을 불고
噓氣衝空幻玉符  숨 한번 내쉬어 허공을 찌르니 옥부로 변하네
만경대萬景臺
회오리바람67) 타고 산을 옆구리에 끼고 높은 扶搖腋挾上高峰 봉우리에 오르니비로소 붕이 회오리바람을 타고 만 리를 가는 걸 始見鵬搏萬里風 보았네袖拂靑天星彩動  옷소매로 푸른 하늘을 터니 별의 채색 움직이고
眼收蒼海月輝空  눈으로 푸른 바다를 거두니 하늘에 달빛이 찬란하네
南崕劍戟奇形聳  남쪽 언덕 기이한 형상 창칼처럼 솟아 있고
北峽雲煙瑞色融  북쪽 협곡엔 구름 안개와 서색이 어울렸네
史氏周遊何足道  사씨가 두루 노님을 어찌 족히 말하리오
大觀仍憶學尼翁  크게 관찰하려면68) 곧 공자 배우기를 생각해야지
적조암寂照庵
群峰攢揷竸磨空  많은 산봉우리가 창처럼 꽂혀 허공을 다투어 갈고
寂照庵藏丹桂叢  적조암은 붉은 계수나무 떨기에 감춰져 있네
絕頂常看雲物黑  절정에는 항상 검은 구름이 보이고
上房先見日輪紅  상방에는 먼저 붉은 해가 보인다
神虬仙鶴紛奇巘  신규와 선학이 기이한 산을 어지럽게 하고
珠樹金花繞梵宮  주수와 금화가 범궁을 두르고 있다
壯勢周圍無與大  웅장한 형세가 두루 에워싸 더 큰 것이 없으니
是知靈産此爲豊  이로써 신령한 소산所産이 이처럼 풍성함을 알았네
정광암定光庵
香龕無篆影    향감에는 전자 향기 그림자 없고
茶臼沒人隨    다구에는 사람 하나 얼씬하지 않네
獨臥石床上    홀로 돌 침상 위에 누워 있으니
月林啼子䂓    숲에는 달 비치고 소쩍새만 운다
천마봉天摩峰

009_0141_b_01L幻寂庵

009_0141_b_02L
昔時寂滅庵遺址重建扁爲幻寂庵

009_0141_b_03L傳道神仙調羽翼更聞雲衲禮瞿曇

009_0141_b_04L東隅俯瞰龍腰曲西广回看燕尾涵

009_0141_b_05L枯檜庭前何代植麗朝勤老作精藍

009_0141_b_06L淸凉峰

009_0141_b_07L
芒鞋竹杖上崎嶇岩畔枯松仄險途

009_0141_b_08L山戴火輪停午日瀑噴瓊屑作驪珠

009_0141_b_09L絕壑時時逢麝鹿危岩處處見▼(鼠+星)鼯

009_0141_b_10L褰衣濡首頻呼嘯噓氣衝空幻玉符

009_0141_b_11L萬景臺

009_0141_b_12L
扶搖腋挾上高峰始見鵬搏萬里風

009_0141_b_13L袖拂靑天星彩動眼收蒼海月輝空

009_0141_b_14L南崕劍戟奇形聳北峽雲煙瑞色融

009_0141_b_15L史氏周遊何足道大觀仍憶學尼翁

009_0141_b_16L寂照庵

009_0141_b_17L
群峰攢揷竸磨空寂照庵藏丹桂叢

009_0141_b_18L絕頂常看雲物黑上房先見日輪紅

009_0141_b_19L神虬仙鶴紛奇巘珠樹金花繞梵宮

009_0141_b_20L壯勢周圍無與大是知靈產此爲豊

009_0141_b_21L定光庵

009_0141_b_22L
香龕無篆影茶臼沒人隨

009_0141_b_23L獨臥石床上月林啼子䂓

009_0141_b_24L天摩峰

009_0141_c_01L
若木扶桑眼底通  약목69)과 부상70)이 눈 밑에 통하고
俯看銀海火龍宮  은해의 화룡굴이 내려다보이네
晴嵐捲盡千峰月  날 개자 이내도 다 걷혀 천 봉우리에 달이 밝고
霽色驅來萬壑風  맑은 기운 몰아오니 온 골짜기에 바람이 인다
面面湖山紛淑氣  호수와 산 면면마다 맑은 기운 아롱거리고
重重雲霧間靑紅  겹겹이 싸인 운무 푸르고 붉은 색 섞여 있네
誰知此日奇觀足  누가 오늘의 기이한 장관에 만족할 줄 알까나
不必將身駕彩虹  굳이 몸을 이끌고 채색 무지개 탈 필요도 없네
운흥사雲興寺
萬丈崖頭有瀑流  만 길 절벽 끝에 흘러내리는 폭포가 있는데
瀑邊曾築最靈區  폭포 가에 일찍이 최고의 신령한 명승지가 있었네
桃花紅泛仙源杳  복사꽃 붉은 꽃잎 선원에 아득히 떠가고
芝草香傳石洞幽  지초 향기는 골짝 그윽한 곳까지 전해진다
何處羽人乘鶴去  어느 곳에서 신선이 학을 타고 떠나갔으며
有時雲樂響空浮  어느 때에 운악이 하늘 위로 메아리쳤는가
土人傳說戒明釋  토박이 사람이 전하는 말에 계명이란 스님이
驪背揮鞭快遠眸  검은 말 타고 채찍 휘두르며 멀리 가는 모습 바라보았다네
박연폭포朴淵瀑布
[1]
攅峰高並石差差  모여 있는 산봉우리 나란히 높고 돌은 삐죽삐죽한데
點出遙空翠色危  먼 하늘에 점점이 솟아오른 푸른색이 드높아라
洞裏雷聲喧衆樂  골짜기 속 우렛소리는 온갖 악기처럼 시끄럽고
瀑邊嵐影絢新奇  폭포 가 이내 그림자는 기이한 문채 새로워라
雲開圖畫東西壑  구름이 떠올라 골짜기 동서로 그림 그리고
日鬪玻璃上下池  해는 연못 위아래에서 파리71)를 다투네
遙想麗王停蹕處  멀리 고려 왕이 머물렀던 곳을 회상해 보니
降龍盤石白猿悲  용이 내려왔던 반석 위에 흰 원숭이 슬피 우네

[2]
驚波穿峽吼狂雷  협곡 뚫은 놀란 물결 크게 성난 천둥소리 토해 내고
尙記夸娥怒劈開  아직도 과아가 노하여 산을 베어 옮긴 걸 기억하네
萬丈虹從孤日出  만 길 무지개는 외로운 해를 좇아 나오고
千尋瀑自半天來  천 길 폭포는 반쪽 하늘로부터 내려오네
若非莊海鵬圖濶  만약 장주莊周의 바다에 붕새의 의도가 아니었다면
應是瀛洲蜃閣廻  응당 영주의 신기루 누각의 돌아옴이겠지
蓬島壯觀誰共賞  봉도72)의 장관을 누구와 함께 감상할꼬
朗吟新律獨徘佪  새로 지은 시 낭랑하게 읊으며 홀로 배회한다
일출암日出庵
藜杖穿雲入翠微  청려장이 구름 뚫고 푸른 산으로 들어가니
道人身上七斤衣  도인의 몸 위에는 일곱 근의 가사로다
禪壇靜對曇花落  선단을 대하여 고요히 앉았으니 우담발화 떨어지고
玉鴨晴看寶篆飛  옥압 향로를 보니 보배 전서만 날아오르네
一鉢行裝無繫着  발우 하나의 행장으로 집착함이 없나니
四山風景任緣歸  사방 산의 풍경이 인연 따라 돌아가네
手回百八珠趺坐  손으로 백팔 염주 돌리며 가부좌하고 앉았으니
擬向蓮胎早息機  연태73)를 향하여 일찍이 기미가 멈춘 듯하네
차일봉遮日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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若木扶桑眼底通俯看銀海火龍宮

009_0141_c_02L晴嵐捲盡千峰月霽色驅來萬壑風

009_0141_c_03L面面湖山紛淑氣重重雲霧間靑紅

009_0141_c_04L誰知此日奇觀足不必將身駕彩虹

009_0141_c_05L雲興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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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丈崖頭有瀑流瀑邊曾築最靈區

009_0141_c_07L桃花紅泛仙源杳芝草香傳石洞幽

009_0141_c_08L何處羽人乘鶴去有時雲樂響空浮

009_0141_c_09L土人傳說戒明釋驪背揮鞭快遠眸

009_0141_c_10L朴淵瀑布

009_0141_c_11L
攅峰高並石差差點出遙空翠色危

009_0141_c_12L洞裏雷聲喧衆樂瀑邊嵐影絢新奇

009_0141_c_13L雲開圖畫東西壑日鬪玻璃上下池

009_0141_c_14L遙想麗王停蹕處降龍盤石白猿悲(一)

009_0141_c_15L驚波穿峽吼狂雷尙記夸娥怒劈開

009_0141_c_16L萬丈虹從孤日出千尋瀑自半天來

009_0141_c_17L若非莊海鵬圖濶應是瀛洲蜃閣廻

009_0141_c_18L蓬島壯觀誰共賞朗吟新律獨徘佪(二)

009_0141_c_19L日出庵

009_0141_c_20L
藜杖穿雲入翠微道人身上七斤衣

009_0141_c_21L禪壇靜對曇花落玉鴨晴看寶篆飛

009_0141_c_22L一鉢行裝無繫着四山風景任緣歸

009_0141_c_23L手回百八珠趺坐擬向蓮胎早息機

009_0141_c_24L遮日峰

009_0142_a_01L
遮日峰高遮日影  드높은 차일봉이 햇볕을 가려 그늘을 지우며
乾文列宿手搜捫  건문(천문天文)에 늘어선 별 더듬어 어루만지네
眼中滄海塵沙變  눈에 보이는 푸른 바다 먼지와 모래로 변하고
壺裏靑天日月屯  병 속의 푸른 하늘 해와 달도 숨는다
弱水邀仙經幾世  약수에서 신선을 맞아 몇 세대나 지냈는가
淸都送客至今存  청도74)에 손님을 전송하며 지금까지 살았네
三山對面共誰賞  세 산이 서로 얼굴 대한 모습 뉘와 함께 감상하나
我獨盤桓蕩欝煩  나 혼자 서성거리며 답답한 번뇌를 씻어 내노라
북성거北聖居
萬仞臺庵羃翠杉  만 길 높은 곳의 암자 푸른 삼나무에 뒤덮이고
菴前列峀似張帆  암자 앞 늘어선 산봉우리 돛을 벌려 놓은 듯하네
尋眞客到金仙窟  진인眞人 찾는 나그네 금선굴에 이르고
問道人窺玉洞凾  도를 묻는 사람 옥동의 상자를 엿본다
樹作檀香花作錦  나무는 전단향栴檀香이 되고 꽃은 비단이 되며
山爲雪色石爲瑊  산은 눈 색깔이 되고 돌은 옥돌이 된다
石屏甘露誰知味  돌병풍의 감로수 맛 누가 알리요
獨躡飛淙振草衫  홀로 오르니 물보라 날려 베적삼을 적시네
개성암開聖庵
遇險旋休息    험난한 곳 만나면 돌아와 휴식하고
逢奇或詠詩    기이한 것 만나면 혹 시를 읊는다
仙區無限景    신선의 구역엔 절경이 무한하니
何處不相宜    어느 곳인들 마음에 흡족하지 않으리
대흥동 산수가大興洞山水歌
山翁水翁所愛殊  산 할아버지와 물 할아버지가 특별히 아끼는 곳
得意已有淸而高  이미 뜻을 얻었으니 맑고도 고상하다네
仁智何因山水有  어짊과 지혜가 어찌 산과 물로 인해 생기리오
光風霽月非殊道  광풍제월이 특별한 도 아니라네
此日行到大興洞  이날에 걸어서 대흥동에 이르니
萬狀千態羅逸眸  일만 형상 일천 모양이 널려져 눈을 즐겁게 하네
山南山北山不盡  남쪽에도 산 북쪽에도 산 끝없는 산이요
浮翠碍眼光搖搖  봉우리에 떠 있는 푸른색 눈을 가려 빛이 아련하네
靑嵐乍捲露山頂  파란 이내 잠시 걷히니 산 정상이 드러나는데
數朶奇峯如白圭  몇 떨기 기이한 봉우리 하얀 구슬을 닮았구나
前霄急雨洗千岩  지난밤 소나기가 천 바위 씻어 내리니
洞壑無塵昭影浮  골짜기에 먼지 없어 밝은 그림자 떠다닌다
層層臺下百丈泉  층층 누대 아래 백 길이나 되는 샘이 있고
茀茀奇雲千仞垂  무성하게 기이한 구름 천 길이나 드리웠다
丹崖翠嶺望不極  붉은 절벽 푸른 산마루 바라봐도 끝이 없고
琪樹芬芳瑤草敷  기이한 나무 향기로운 꽃 아름다운 풀 펼쳐 있다
僧繇妙畫畫不形  장승요의 미묘한 그림도 형상을 그려 내지 못할 것이요
李杜工詩難盡收  이백과 두보의 시 솜씨로도 다 거두기 어려우리
湖山風景不可記  호산의 풍경을 이루 다 기록할 수 없거늘
況復滿目雲月交  더구나 눈에 가득한 구름과 달을 주고받음이랴
閑中自得仁智樂  한가한 중에 스스로 인지의 즐거움을 얻었으니
自由之中長自由  자유 가운데에서는 제일 좋은 자유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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遮日峰高遮日影乾文列宿手搜捫

009_0142_a_02L眼中滄海塵沙變壺裏靑天日月屯

009_0142_a_03L弱水邀仙經幾世淸都送客至今存

009_0142_a_04L三山對面共誰賞我獨盤桓蕩欝煩

009_0142_a_05L北聖居

009_0142_a_06L
萬仞臺庵羃翠杉菴前列峀似張帆

009_0142_a_07L尋眞客到金仙窟問道人窺玉洞凾

009_0142_a_08L樹作檀香花作錦山爲雪色石爲瑊

009_0142_a_09L石屏甘露誰知味獨躡飛淙振草衫

009_0142_a_10L開聖庵

009_0142_a_11L
遇險旋休息逢奇或詠詩

009_0142_a_12L仙區無限景何處不相宜

009_0142_a_13L大興洞山水歌

009_0142_a_14L
山翁水翁所愛殊得意已有淸而高

009_0142_a_15L仁智何因山水有光風霽月非殊道

009_0142_a_16L此日行到大興洞萬狀千態羅逸眸

009_0142_a_17L山南山北山不盡浮翠碍眼光搖搖

009_0142_a_18L靑嵐乍捲露山頂數朶奇峯以白圭

009_0142_a_19L前霄急雨洗千岩洞壑無塵昭影浮

009_0142_a_20L層層䑓下百丈泉茀茀奇雲千仞垂

009_0142_a_21L丹崖翠嶺望不極琪樹芬芳瑤草敷

009_0142_a_22L僧繇妙畫畫不形李杜工詩難盡收

009_0142_a_23L湖山風景不可記況復滿目雲月交

009_0142_a_24L閑中自得仁智樂自由之中長自由

009_0142_b_01L無邊山水活畫裏  그지없이 많은 산수는 그림 속에 살아 있어
一步一詠山水謠  한 걸음에 시 한 수가 산수를 노래한 것이라네
미륵봉에 올라(登彌勒峯)
執錫褰衣上上峰  지팡이 짚고 옷 걷어 올리고 상봉에 올라가니
天風吹我坐仙址  하늘 바람이 내게 불어 신선 자리에 앉게 하네
蟾宮咫尺蔭淸光  섬궁이 지척이라 맑은 달빛 드리우니
誰道鵬程九萬里  누가 붕새가 가는 길 구만 리라 말했는가
화장사華藏寺
萬仞峰頭有梵家  만 길 봉우리 꼭대기에 범가(사찰)가 있으니
指空曾此鋪金沙  지공75) 화상이 일찍이 여기에 황금 모래 깔았다 하네
曇花影裏香風動  우담발화 그림자 속 바람에 향기 흩날리고
覺樹陰中寶月華  각수(보리수) 그늘 아래 보배 달이 밝구나
眞界本無車馬到  참 세계엔 본래 거마가 이르는 일 없으니
世人那有畫圖誇  세상 사람들이 어찌 그림으로 그려 자랑하겠나
麗王駐䠋何年代  고려 왕이 주둔하여 머문 해가 어느 해였던가
依舊臺前一路斜  누대 앞에는 예전 그대로 길 하나가 나 있구나
미타사彌陁寺
坡平洞裏一春過  파평동 속에 봄이 한차례 지나가니
據案吟詩衲帽斜  스님이 모자를 비껴쓰고 책상에 기대 시를 읊네
十里紅霞濃欲滴  십 리에 뻗친 붉은 노을 무르익어 물방울 지으려 하고
滿山渾是杜鵑花  온 산에 가득히 두견화가 찬란하게 피었구나
감로사甘露寺
金花界裏學禪徒  금화계 경계 속에서 선을 배우는 무리들이
陡起瓊樓壓巨鰲  우뚝 높게 경루를 지어 큰 자라를 진압했네
詞客乘閑題綉桷  문장가들 한가한 틈을 타 수놓은 서까래에 제하고
仙翁倚檻醉芳醪  선옹은 난간에 기대 향기로운 술에 취해 있네
風殘島嶼波光暎  바람이 사라진 섬에는 파도에 광명이 어리고
日暖鳧汀蜃氣高  따뜻한 햇볕 비추는 부정엔 아지랑이 드높구나
獨臥前欄仍入睡  앞 난간에 홀로 누워 곧바로 잠이 들고
夢隨沙鳥過江臯  꿈에 백사장 새를 따라 강 언덕을 지나가네
절 앞의 누각 판상의 시운을 따서(次寺前樓板上韻)
[1]
鴈堂幽寂得安平  안당(법당)이 깊숙하고 고요하니 평안함을 얻고
前後江山作鎭城  앞뒤로 강과 산이 성을 진압하는 형세를 이루었네
嵐影自隨朝暮態  이내 그림자는 스스로 아침저녁 모양을 바꾸고
波痕不變古今聲  파도 흔적은 고금에 그 소리가 변함이 없네
雲開鰲背龍門奐  자라 등에 구름 걷히니 용문이 빛나고
日出蓬壺蜃閣明  봉호에 해 돋으니 신각이 분명하다
勝地令人觀覽富  명승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실컷 구경하게 하고
鳴笻到處可全生  지팡이 울리며 이르는 곳마다 삶을 보전할 만하네

[2]
玉鏡星華燦爛平  옥거울(달)과 별꽃이 찬란하게 평화롭고
玲瓏羅帶作金城  영롱한 비단 띠처럼 황금성을 이루었네
孤舟夢裏滄浪曲  외로운 배 꿈속에 창랑의 곡조76)이고
遠浦煙中款乃聲  먼 포구 노을 속에 뱃사공의 노래77) 들려온다

009_0142_b_01L無邊山水活畫裏一步一詠山水謠

009_0142_b_02L登彌勒峯

009_0142_b_03L
執錫褰衣上上峰天風吹我坐仙址

009_0142_b_04L蟾宮咫尺蔭淸光誰道鵬程九萬里

009_0142_b_05L華藏寺

009_0142_b_06L
萬仞峰頭有梵家指空曾此鋪金沙

009_0142_b_07L曇花影裏香風動覺樹陰中寶月華

009_0142_b_08L眞界本無車馬到世人那有畫圖誇

009_0142_b_09L麗王駐䠋何年代依舊䑓前一路斜

009_0142_b_10L彌陁寺

009_0142_b_11L
坡平洞裏一春過據案吟詩衲帽斜

009_0142_b_12L十里紅霞濃欲滴滿山渾是杜鵑花

009_0142_b_13L甘露寺

009_0142_b_14L
金花界裏學禪徒陡起瓊樓壓巨鰲

009_0142_b_15L詞客乘閑題綉桷仙翁倚檻醉芳醪

009_0142_b_16L風殘島嶼波光暎日暖鳧汀蜃氣高

009_0142_b_17L獨臥前欄仍入睡夢隨沙鳥過江臯

009_0142_b_18L次寺前樓板上韻

009_0142_b_19L
鴈堂幽寂得安平前後江山作鎭城

009_0142_b_20L嵐影自隨朝暮態波痕不變古今聲

009_0142_b_21L雲開鰲背龍門奐日出蓬壺蜃閣明

009_0142_b_22L勝地令人觀覽富鳴笻到處可全生(一)

009_0142_b_23L玉鏡星華燦爛平玲瓏羅帶作金城

009_0142_b_24L孤舟夢裏滄浪曲遠浦煙中款 [20] 乃聲

009_0142_c_01L彩閣香燒禪榻靜  단청한 전각엔 향 피어오르고 선탑은 고요한데
瓊樓月入石床明  경루에 달빛이 들어오니 돌 침상이 분명하네
仙區處處淸遊合  신선 구역 곳곳마다 풍취 있는 놀이 하기 알맞으니
物外飄然寄此生  세속 밖 경계에 표연히 이 몸을 붙였다네

#[3]
長江滚滚檻前平  긴 강물 세차게 흘러내려 난간 앞이 평평하고
薝蔔香林是福城  담복 향기 숲속이 바로 복성이로다
琪樹碧嵐方外趣  아름다운 나무 푸른 이내는 세속 밖의 흥취요
紺園淸磬㝎中聲  감원(사찰)의 맑은 경쇠 소리 선정 속에 퍼지네
風回島嶼波臣躍  섬에 바람이 감돌아드니 파신78)이 뛰어오르고
月入沙汀水國明  사정에 달빛이 들어오니 물나라가 밝구나
人世百年猶夢幻  사람이 백 년을 사는 것이 한바탕 꿈과 같나니
不妨仙境送殘生  신선의 경계에서 남은 인생 보내도 해롭지 않으리

[4]
梵宮樓下鏡湖平  범궁에 있는 누각 아래 맑은 호수 평평하니
境僻人稀隔郡城  외떨어진 곳이라 사람 드물고 군성과 막혀 있다
秀氣連空鋪雪色  수려한 기운 하늘에 이어져 눈빛을 깔아 놓은 듯
驚波蹵地作雷聲  놀란 파도 땅을 차니 우렛소리 일어난다
龍歸水宅醒雲合  용이 수택으로 돌아가니 성운이 합해지고
月照香臺寶殿明  향대에 달이 비치니 보전이 밝구나
憑檻忽聞舟子說  난간에 기대니 홀연히 뱃사공의 노랫소리 들리고
渡頭風急浪花生  나루터 언덕머리 바람 급하니 물결 꽃이 인다
이산화의 원운(原韻 李山花)
竭來仙洞得寛平  힘을 다해 신선 마을에 오니 평화를 지킬 수 있고
却喜蓮房去郡城  문득 고을 성이 절과 떨어져 있어 기쁘다
三面半空皆嶽色  삼면의 반공은 모두가 산색이요
一襟虛處是江聲  한 옷깃 빈 곳에는 바로 강물 소리뿐이로다
孤村縹緲漁燈暗  아스라한 외딴 마을에는 어부의 등불이 가물거리고
別院簫條鴈塔明  소조한 별원에는 안탑만이 밝구나
曷不戴君勤祝壽  어찌 임금을 받들어 부지런히 축수하지 않겠는가
紫泥徵起白衣生  자니79)의 편지가 백의 서생을 불러들이네
송도松都
春風一錫松京路  봄바람에 지팡이 하나로 송경 길을 걸으니
數點峰巒騁望賖  몇 점의 산봉우리가 멀리 아득한 곳에 바라보인다
嵐影遠分蕭寺塔  이내의 그림자 멀리 쓸쓸한 사탑에 갈라지고
烟光偏起野人家  연기 빛은 야인의 집 한쪽에서만 일어난다
孤城堞毁麝香過  외딴 성곽 성가퀴 무너져서 사향노루 드나들고
滿月臺荒山日斜  만월대도 황폐하여 산속 해만 비껴 있네
五百繁花誰借問  오백 년 번화했던 서울의 일 누구에게 물어볼꼬
螭階唯有刺桐華  궁중의 계단에는 오직 찔레꽃만 피어 있다
강도江都
古國風煙春暮時  옛 나라 바람과 연기는 늦은 봄 풍경이요
平郊花發亂遊絲  평평한 들에 핀 꽃 아지랑이 아른거리듯 하네
江樓脫照墩臺艶  강가 누각 낙조를 벗으니 돈대가 아름다운데
完若銀河閣道危  완연히 은하 같은 각도가 우뚝하네
마니산摩尼山

009_0142_c_01L彩閣香燒禪榻靜瓊樓月入石床明

009_0142_c_02L仙區處處淸遊合物外飄然寄此生(二)

009_0142_c_03L長江滚滚檻前平薝蔔香林是福城

009_0142_c_04L琪樹碧嵐方外趣紺園淸磬㝎中聲

009_0142_c_05L風回島嶼波臣躍月入沙汀水國明

009_0142_c_06L人世百年猶夢幻不妨仙境送殘生

009_0142_c_07L梵宮樓下鏡湖平境僻人稀隔郡城

009_0142_c_08L秀氣連空鋪雪色驚波蹵地作雷聲

009_0142_c_09L龍歸水宅醒雲合月照香臺寶殿明

009_0142_c_10L憑檻忽聞舟子說渡頭風急浪花生

009_0142_c_11L原韻李山花

009_0142_c_12L
竭來仙洞得寬平却喜蓮房去郡城

009_0142_c_13L三面半空皆嶽色一襟虛處是江聲

009_0142_c_14L孤村縹緲漁燈暗別院簫條鴈塔明

009_0142_c_15L曷不戴君勤祝壽紫泥徵起白衣生

009_0142_c_16L松都

009_0142_c_17L
春風一錫松京路數點峰巒騁望賖

009_0142_c_18L嵐影遠分蕭寺塔烟光偏起野人家

009_0142_c_19L孤城堞毁麝香過滿月臺荒山日斜

009_0142_c_20L五百繁花誰借問螭階唯有刺桐華

009_0142_c_21L江都

009_0142_c_22L
古國風煙春暮時平郊花發亂遊絲

009_0142_c_23L江樓脫照墩臺艶完若銀河閣道危

009_0142_c_24L摩尼山

009_0143_a_01L
摩尼寶界出雲深  마니산 보배 경계 깊은 구름 위로 솟아 있어
便起西天萬里心  문득 만 리 서천을 생각하는 마음을 일으킨다
遠見摩尼峯卓竪  우뚝 솟아 있는 마니산 봉우리를 멀리서 바라보니
摩尼峰聳幾千尋  솟아오른 마니산 봉우리가 몇 천 길이나 되는가
단군대檀君臺
扶藜直上最高巓  청려장 짚고 가장 높은 산마루에 오르니
萬里滄溟在眼前  만 리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구나
玉帝臨壇靑海月  옥황상제 임어臨御하신 단이요 푸른 바다의 달이며
檀君築地綠蘿天  단군께서 축성한 자리는 푸른 여라 하늘이라
祗今遠客遊觀富  지금 멀리서 온 나그네 유람하며 실컷 구경하고
從古騷人逸興聯  예부터 소인(시인)들 일흥이 이어졌네
垂老壯遊今滿足  늙은이의 장쾌한 놀이에 오늘은 만족하나니
平生遺恨盡拋捐  평생에 남은 한을 모두 다 던져 버리리라
정수사淨水寺
逍遙山水興無邊  산과 물을 소요하니 시흥이 그지없어
霽後詩狂欲上天  날 갠 뒤 시광이 하늘에 오르려 하네
明月暎臨驚客夢  밝은 달이 훤히 비치니 나그네 놀라 꿈을 깨고
曉風吹送度溪煙  새벽바람 불어 보내니 시내의 안개 걷어 간다
山當石室嵐光潤  석실과 마주한 산 이내 광경 윤택하고
水打簾櫳淑氣連  물이 창살에 발을 치니 맑은 기운이 이어지네
遊翫十年何所得  십 년 동안 유람하면서 구경하여 무엇을 얻었는가
名區仙景想依然  명승의 구역 신선의 경치를 생각함은 변함이 없네
정족산鼎足山
鼎足山如鼎足形  정족산은 마치 솥발의 형상과 같은데
春來蜃閣濫前明  봄이 오니 신기 누각이 너무도 눈앞에 선명하네
淸閑意味憑誰話  청한한 이 흥미를 누구에게 말할까나
獨臥晴看幾疊屏  맑은 날에 홀로 누워 몇 겹으로 포개진 병풍을 보네
문수사文殊寺
淸虛窟裏一精藍  맑고 텅 빈 굴속에 하나의 깨끗한 사찰
眠1)底天光海色涵  눈 아래 하늘빛이 바다색에 푹 잠겼네
凭几睡酣春夢罷  의자에 기대 잠에 취했다가 봄꿈을 깨니
隔窓梅樹島2)喃喃  창밖의 매화나무에 새들만 지저귀네
관악산冠嶽山
斲竪奇形問幾歲  깎아 세운 기이한 형상 몇 해나 지났냐고 물었더니
巨靈曾此擘㠝𡷗  거령80)이 일찍이 이곳을 손으로 떠받쳤다 하네
眞仙夢裏天光老  진선의 꿈속에 천광이 늙었고
羽客碁時月色寒  우객이 바둑 둘 때 달빛만 청초하네
雲暝靈珠臨漢水  구름이 짙게 끼니 영명한 구슬 한수에 다다르고
日高仙掌撫長安  해가 높이 뜨니 신선이 손바닥으로 장안을 어루만지네
就中別有紫霞洞  그 가운데 나아가면 별세계인 자하동이 있으니
玉府琳宮聚逸翰  옥부의 임궁에 일사와 문장들이 모이네
청계산靑溪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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摩尼寶界出雲深便起西天萬里心

009_0143_a_02L遠見摩尼峰卓竪摩尼峰聳幾千尋

009_0143_a_03L檀君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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扶藜直上最高巓萬里滄溟在眼前

009_0143_a_05L玉帝臨壇靑海月檀君築地綠蘿天

009_0143_a_06L祗今遠客遊觀富從古騷人逸興聯

009_0143_a_07L垂老壯遊今滿足平生遺恨盡拋捐

009_0143_a_08L淨水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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逍遙山水興無邊霽後詩狂欲上天

009_0143_a_10L明月暎臨驚客夢曉風吹送度溪煙

009_0143_a_11L山當石室嵐光潤水打簾櫳淑氣連

009_0143_a_12L遊翫十年何所得名區仙景想依然

009_0143_a_13L鼎足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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鼎足山如鼎足形春來蜃閣濫前明

009_0143_a_15L淸閑意味憑誰話獨臥晴看幾疊屏

009_0143_a_16L文殊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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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虛窟裏一精藍 [21] 底天光海色涵

009_0143_a_18L凭几睡酣春夢罷隔窓梅樹島 [22] 喃喃

009_0143_a_19L冠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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斵竪奇形問幾歲巨靈曾此擘㠝𡷗

009_0143_a_21L眞仙夢裏天光老羽客碁時月色寒

009_0143_a_22L雲暝靈珠臨漢水日高仙掌撫長安

009_0143_a_23L就中別有紫霞洞玉府琳宮聚逸翰

009_0143_a_24L靑溪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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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聞道名山携錫去  이름난 산이란 말 듣고 지팡이 짚고 찾아가니
凉風吹腋陟崢嶸  겨드랑이에 서늘한 바람 불어 높은 곳에 올랐네
十年遊翫還堪笑  십 년 동안 유람한 곳들이 도리어 가소로우니
矢與心朋老此生  마음의 친구로 삼아 이 한생 마치리라 다짐했네

[2]
凭欄無日不吟哦  난간에 기대서 시를 읊지 않는 날이 없는데
況復春廻勝事多  더구나 봄이 다시 돌아오니 좋은 일이 많구나
自詫暮年專一壑  늘그막에 한 골짜기에만 빠졌다고 스스로 자랑하더니
夢魂那得到繁華  꿈속에 혼은 어찌하여 번화한 곳 이르렀나
남한성南漢城
英雄割據最高崗  영웅들이 할거하던 최고의 산
萬點靑螺在杳茫  만 점 푸른 소라가 아득히 저 멀리에 있네
王制本啚成大業  왕제는 본래 대업 이루기를 도모하고
國風元欲竪綱常  국풍은 원래 강상을 세우려고 했네
神皋別置犒軍鎭  신고81)를 따로 두어 군진을 배불리 먹이고
雉堞偏鐘禦敵方  치첩과 편종(악기의 일종)이 적들을 방어했네
昔日繁華今保障  옛날의 번화함을 아직도 보전해 잘 지키니
金甌無缺永流芳  결함 없는 금구82)가 영원토록 꽃답게 전해지리
응암鷹岩
蔚藍高並碧芙蓉  울창한 쪽빛처럼 높이가 나란한 푸른 부용
南極星臨赤帝封  남극성이 적제의 봉지封地를 비추네
陰洞雨晴奔玉馬  음동에 비 개니 옥마가 내닫고
洛江雷震變魚龍  낙강에 천둥 치니 어룡이 변화한다
隔雲人踏仙橋月  구름에 막힌 곳 사람은 선교의 달을 밟고
度壑風傳漢寺鍾  골짜기 건너 한사의 종소리 바람이 전해 오네
下載英雄棲築地  하재의 영웅이 집을 짓고 깃든 곳
朗吟飛錫上鷹峰  낭랑하게 시 읊으며 지팡이 날려 응봉에 오르네
서장대西將臺
商風蕭緊打林丘  시원한 가을바람 긴박하게 언덕 숲을 때리고
錦葉黃花色不侔  비단 잎과 누런 국화 그 색이 똑같지 않구나
無限景光誰會得  무한한 광풍光風 어느 누가 알리요
一聲新鴈過江秋  새 기러기 외마디 소리가 가을 강을 건너네
회고【서장대】懷古【西將臺】
蒼黃何忍丙丁春  창황했던 병자 정축83)의 봄을 어찌 견디랴
雉堞昏昏暗賊塵  어둠침침한 치첩84) 적군의 먼지에 깜깜하게 뒤덮였네
南渡扈臣雖俊人  남쪽으로 건너간 호종扈從 신하 제아무리 준걸한 사람이나
北來飛騎更紛繽  북에서 밀려오는 빠른 기마병들 다시 소란 일으키네
九重未澈藜民怨  구중궁궐에 사무치지 못한 백성들은 원망하고
四海咸悲異俗淪  온 나라가 모두 다른 풍속에 빠진 것을 슬퍼한다
千載安淸知有日  천년 동안 평안하고 맑은 세상이 있을 것이니
億兆猶復見昌辰  억조창생은 그래도 성대한 세상 다시 보리라
봉암蜂岩
東國名山飫翫廻  동쪽 나라 유명한 산 실컷 구경하고 돌아오니
蜂岩形勝儘奇哉  봉암의 뛰어난 형상 모두가 기이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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聞道名山携錫去凉風吹腋陟崢嶸

009_0143_b_02L十年遊翫還堪笑矢與心朋老此生(一)

009_0143_b_03L凭欄無日不吟哦況復春廻勝事多

009_0143_b_04L自詫暮年專一壑夢魂那得到繁華(二)

009_0143_b_05L南漢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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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雄割據最高崗萬點靑螺在杳茫

009_0143_b_07L王制本啚成大業國風元欲竪綱常

009_0143_b_08L神皋別置犒軍鎭雉堞偏鐘禦敵方

009_0143_b_09L昔日繁華今保障金甌無缺永流芳

009_0143_b_10L鷹岩

009_0143_b_11L
蔚藍高並碧芙蓉南極星臨赤帝封

009_0143_b_12L陰洞雨晴奔玉馬洛江雷震變魚龍

009_0143_b_13L隔雲人踏仙橋月度壑風傳漢寺鍾

009_0143_b_14L下載英雄棲築地朗吟飛錫上鷹峰

009_0143_b_15L西將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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商風蕭緊打林丘錦葉黃花色不侔

009_0143_b_17L無限景光誰會得一聲新鴈過江秋

009_0143_b_18L懷古 西將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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蒼黃何忍丙丁春雉堞昏昏暗賊塵

009_0143_b_20L南渡扈臣雖俊人北來飛騎更紛繽

009_0143_b_21L九重未澈藜民怨四海咸悲異俗淪

009_0143_b_22L千載安淸知有日億兆猶復見昌辰

009_0143_b_23L蜂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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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國名山飫翫廻蜂岩形勝儘奇哉

009_0143_c_01L年衰已足淸遊志  늙어서 이미 풍취 있는 놀이에 뜻을 두었으니
興到時傾濁酒盃  시흥이 일어 때때로 막걸리 잔만 기울인다
천주사天柱寺
鼓角喧轟地    고각 소리 시끄럽고 요란한 곳에
層崕面面臺    층층 절벽 면면이 누대로다
樓居元絕境    누각이 있는 곳은 원래 절경이라서
臨眺不可裁    거기에 이르러 바라보나 재단할 수 없네
徃事偏多感    지난 일이 치우치게 감회가 많아
詩人復一來    시인은 다시 여길 찾아오네
即今倕巧地    이곳은 곧 공수85)가 솜씨 부린 자리
長憶棟梁材    오래도록 동량의 재목 기억하리
한흥사漢興寺
[1]
漢寺經三朔    한흥사에서 세 달을 묵었으니
山中信有緣    이 산속에 진실로 인연이 있네
古城春樹裏    오래된 성 봄날 나무 속에서
荒戍海雲邊    구름 낀 바닷가에 수자리가 거칠어졌네
大夢何時覺    큰 꿈을 어느 때나 깨어날 수 있을꼬
今年隱几眠    금년에는 안석에 기대 잠을 잔다
幽棲吾所願    그윽한 곳에 사는 게 내 소원이니
不道姓名傳    성명을 전하리라 말하지 않네

[2]
漢城南畔漢興寺  한성 남쪽 언덕에 한흥사가 있는데
山勢雄衛擁小園  산 형세가 웅장하여 작은 정원 포옹하네
夜雨欲來風撼樹  밤에 비가 오려 하니 바람은 나무를 흔들고
村厖爭吠客過門  나그네 문을 지나니 촌마을 삽살개가 짖는다
淸時屏伏眞吾分  청명한 때 숨어 사는 게 진실로 나의 분수요
煖堗酣眠亦聖恩  따뜻한 온돌방에서 잠에 취하니 성왕의 덕이로세
却恨桑門無可望  다만 한스러움은 상문86)에게 가망이 없음이니
㳙埃何日報乾坤  물방울과 티끌 같아 어느 날에나 건곤에 보답할꼬
삼각산三角山
我曾蠒足徧山川  내 일찍이 발이 부르트도록 산천을 두루 다녔는데
携伴烏藤遊縱逸  까만 등나무 지팡이를 벗 삼아 끌고 마음대로 놀았네
冥搜地誌及山經  가만히 지지와 산경을 뒤져 보았더니
三角山形稱第一  삼각산의 형세가 제일이라 되어 있었다
十界名山孰居雄  십계의 유명한 산 중에 어느 산이 웅대한가
三角山形無偶匹  삼각산의 형세는 어느 산도 짝이 될 만한 것이 없네
雲中矗秀是何容  구름 속에 우뚝 수려함이 이 어떤 용태인가
三角山形如圭笏  삼각산의 형세는 비유하면 규홀87)과 같네
三神排鎭六鰲頭  삼신이 육오두88)에 진을 쳤으니
三角山形愈卓仡  삼각산의 형세는 더욱더 우뚝하게 솟아 있네
漢陽主脉最雄高  한양의 주맥이 가장 웅장하고 높으니
三角山形撑日月  삼각산의 형세는 해와 달을 받치고 있는 듯하다
銀峯鼎峙蔚藍齊  하얀 봉우리 솥발처럼 솟아 짙은 쪽빛과 같나니
三角山形天外出  삼각산의 형세는 하늘 밖에 높이 솟아올라 있네
仙都福地筭無遺  선도의 복지를 빠짐없이 계산해 보니
三角山形無比秩  삼각산의 형세는 어디에 비교할 데가 없네

009_0143_c_01L年衰已足淸遊志興到時傾濁酒盃

009_0143_c_02L天柱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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鼓角喧轟地層崕面面臺

009_0143_c_04L樓居元絕境臨眺不可裁

009_0143_c_05L徃事偏多感詩人復一來

009_0143_c_06L即今倕巧地長憶棟梁材

009_0143_c_07L漢興寺

009_0143_c_08L
漢寺經三朔山中信有緣

009_0143_c_09L古城春樹裏荒戍海雲邊

009_0143_c_10L大夢何時覺今年隱几眠

009_0143_c_11L幽棲吾所願不道姓名傳(一)

009_0143_c_12L漢城南畔漢興寺山勢雄衛擁小園

009_0143_c_13L夜雨欲來風撼樹村厖爭吠客過門

009_0143_c_14L淸時屏伏眞吾分煖堗酣眠亦聖恩

009_0143_c_15L却恨桑門無可望㳙埃何日報乾坤

009_0143_c_16L三角山

009_0143_c_17L
我曾蠒足徧山川携伴烏藤遊縱逸

009_0143_c_18L冥搜地誌及山經三角山形稱第一

009_0143_c_19L十界名山孰居雄三角山形無偶匹

009_0143_c_20L雲中矗秀是何容三角山形如圭笏

009_0143_c_21L三神排鎭六鰲頭三角山形愈卓仡

009_0143_c_22L漢陽主脉最雄高三角山形撑日月

009_0143_c_23L銀峰鼎峙蔚藍齊三角山形天外出

009_0143_c_24L仙都福地筭無遺三角山形無比秩

009_0144_a_01L四途遙望望眼驚  사방 길을 멀리 바라보되 바라보는 눈이 놀라니
三角山形高且屹  삼각산의 형세는 드높고도 우뚝하여라
靑霄玉宇空濶濶  푸른 하늘에 옥우89)가 허공에 넓고 넓으니
三角山形空嵂崒  삼각산의 형세는 하늘 복판에 우뚝 솟았네
大塊開闢列雲根  대괴가 활짝 열려 구름 뿌리에 벌렸으니
三角山形開突屼  삼각산의 형세는 돌올하게 활짝 열렸네
萬景仁壽白雲峰  만경봉 인수봉 백운봉
三角山形如玉刹  삼각산의 형세는 마치 옥찰과 같네
三峰齊卓三角形  세 봉우리 모두 우뚝하여 삼각형 이뤘으니
三角山形宜名實  삼각산의 형세는 이름과 실제가 적절하구나
碧紺嵯峨衆峰中  여러 산봉우리 가운데 검푸르게 높이 솟아 있으니
三角山形高逈澈  삼각산의 형세는 드높아서 멀리까지 사무쳤네
奇觀足處在何山  기이한 경관 중에 어떤 산이 거기에 해당하나
三角山形難盡說  삼각산의 형세를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네
乘閑蹔陟三角山  한가한 틈을 타 삼각산 꼭대기에 잠시 올라가니
三角山形頗可述  삼각산의 형세는 자못 글로 다 기록하기 어려워라
僧繇妙畫李杜詩  장승요의 미묘한 그림 솜씨와 이백과 두보의 시로도
三角山形難下筆  삼각산의 형세를 다 그리고 글로 표현할 수 없으리
夸娥擬作玉皇居  과아가 만들었는지 옥황상제가 사시는지 의심되며
斵柱力微迨不拔  기둥 깎다 힘 모자라 뽑아 올려 미치지 못했는가
媧皇補天在何年  와황이 하늘을 기운 해가 그 어느 해였던가
風雨幾經磨不竭  비바람이 몇 번이나 지났기에 갈아 없애지 못했는가
煙霞欲染錦囊詩  연하90)를 금낭91)의 시로 물들이려 하나
錦囊詩乏空咄咄  금낭 속의 시가 다 없어져 텅 비어 버렸구나, 쯧쯧
북한성北漢城
危巓開築在何年  어느 해에 우뚝한 산꼭대기에 저 성을 쌓았는가
毁堞藤縈玉峀煙  성가퀴 무너지고 등덩굴만 얽힌 채 옥수에 안개 서렸네
橫斷山形來百里  가로질러 놓인 산 그 형상은 백 리를 달려왔고
岹嶢峰勢遶三邊  우뚝 높은 산봉우리 그 형세 세 변을 둘렀구나
英雄割據非無地  영웅이 할거함은 어느 곳에나 없었던 것 아니지만
興廢榮衰本在天  흥하고 망하고 영화롭고 쇠퇴함은 본래 하늘에 달렸지
盤望四隅饒感慨  반석 위에서 사방을 바라보니 감개가 무량하니
古今遊客涙潜然  고금에 풍류객이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렸으리
백운봉白雲峰
抽身挾隙撥雲嵐  몸을 뽑아 좁은 틈새로 구름과 이내를 헤치고 나아가
東國山河入望覃  우리나라 산하의 깊은 곳까지 들어가 바라본다
偃息臺邊忘世味  누대 가에 누워 쉬면서 세상의 맛을 다 잊으니
世人何認此仙龕  세상 사람이야 어찌 이 선감을 알겠는가
만경대萬景臺
萬景臺前萬景俱  만경대 앞에 온갖 풍경 다 갖추었으니
玉圭齊向趣仙都  옥규가 일제히 선도를 향해 나아가는 듯하네
壺中別界仍何制  병 가운데 별세계92)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造化頒爲活畫啚  조물주의 능란한 솜씨 생동감 넘치는 그림 같네
인수봉仁壽峰

009_0144_a_01L四途遙望望眼驚三角山形高且屹

009_0144_a_02L靑霄玉宇空濶濶三角山形空嵂崒

009_0144_a_03L大塊開闢列雲根三角山形開突屼

009_0144_a_04L萬景仁壽白雲峰三角山形如玉刹

009_0144_a_05L三峰齊卓三角形三角山形宜名實

009_0144_a_06L碧紺嵯峨衆峰中三角山形高逈澈

009_0144_a_07L奇觀中處在何山三角山形難盡說

009_0144_a_08L乘閑蹔陟三角山三角山形頗丁述

009_0144_a_09L僧繇妙畫李杜詩三角山形難下筆

009_0144_a_10L夸娥擬作玉皇居斵柱力微迨不拔

009_0144_a_11L媧皇補天在何年風雨幾經磨不竭

009_0144_a_12L煙霞欲染錦囊詩錦囊詩乏空咄咄

009_0144_a_13L北漢城

009_0144_a_14L
危巓開築在何年毁堞藤縈玉峀煙

009_0144_a_15L橫斷山形朲百里岹嶢峰勢遶三邊

009_0144_a_16L英雄割據非無地興廢榮衰本在天

009_0144_a_17L盤望四隅饒感慨古今遊客涙潜然

009_0144_a_18L白雲峰

009_0144_a_19L
抽身挾隙撥雲嵐東國山河入望覃

009_0144_a_20L偃息臺邊忘世味世人何認此仙龕

009_0144_a_21L萬景臺

009_0144_a_22L
萬景臺前萬景俱玉圭齊向趣仙都

009_0144_a_23L壺中別界仍何制造化頒爲活畫啚

009_0144_a_24L仁壽峰

009_0144_b_01L
盤古元年命令敷  반고93) 원년에 명령을 널리 펴서
巨靈擬斵玉浮屠  거령이 옥으로 탑을 깎아 세운 듯하네
力窮誤作懸鐘狀  힘이 다해 매달린 종 모양으로 잘못 만든 건가
枉用功勞置海隅  지나치게 애를 써서 바다 구석진 곳에 놓아두었네
중흥사重興寺
策杖登臨得勝觀  지팡이 짚고 산에 올라 뛰어난 경관 얻었으니
蓬山華岳陟何難  봉래산과 화악94)을 오르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으랴
前呑萬木煙霞幕  앞에는 온갖 나무 삼키고 연하가 장막을 치며
後倚巉岩玉雪寒  뒤에는 험한 바위 의지하여 옥설이 싸늘하다
승가사僧伽寺
回岩後卓窟垂簷  바위 뒤로 돌아가 세운 암자 처마를 드리우고
瓊樹森羅擁石龕  아름다운 나무 빽빽하게 들어서 석감을 둘렀네
眼中只慣遊山事  안중에는 다만 산을 유람하는 일만 익숙해졌으니
舌下那知世味甘  혀끝에 어찌 세간의 달콤한 맛이 단 줄을 알겠는가
비봉碑峰
侁公占壓山川脉  도선 국사가 산천의 맥을 누르기 위해 선점한 곳
斵作峰頭沒字碑  봉우리 꼭대기에 글자 없는 비석을 깎아 세웠네
地秘天慳知也未  하늘은 감추고 땅은 아끼는 줄 아는가 모르는가
萬年洪業洛城熹  만 년 동안 큰 업이 서울 도성에 빛나네
조계사曺溪寺
曹溪寺裏曹溪水  조계사 안으로 조계의 내가 흐르니
認得曹溪一派來  조계종 한 맥이 전해져 온 것임을 알 수 있네
天欲瞿曇孫繼繼  하늘이 구담의 자손 이어지게 하려고
故敎琳宇此中開  일부러 시켜 이 사이에 임우(사찰)를 짓게 했네
비홍교飛虹橋
寶界飛虹橋上閣  보배 세계 비홍교 위에 세워진 전각
折來松杪補前簷  소나무 가지 꺾어다 앞 처마 수리했네
後倚層層渏工烈  뒤에는 층층 바위 의지하니 기공95)이 맹렬하고
箕坐都忘世味甜  다리를 뻗고 앉아 세간의 달콤한 맛을 다 잊는다
청담천 바위에서 놀다(遊淸潭川石)
出處隨緣無適莫  인연 따라 가고 머무름 적막96)이 없으니
何論騎虎與攀龍  어찌 호랑이를 탈까 용을 이용할까를 논하랴
逍遙山水酣淸樂  산과 물을 소요하면서 풍취 있는 즐거움에 취하나니
却幸塵寰不我容  티끌세계에서 나를 물리치고 용납 안 하는 게 다행이로다
도봉산道峰山
燕尾東頭萬秀峰  제비봉 꼬리 동쪽 끝에 만수봉이 있으니
鋒鋩竸揷聳重重  칼날이 다투어 하늘에 꽂힌 듯 겹겹으로 솟아 있네
休言錦繡秋光好  금수강산 가을 풍광 좋다고 말하지 말라
不變眞形世外容  변함없는 참다운 모습은 세상 밖의 얼굴일세
도담서원동道潭書院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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盤古元年命令敷巨靈擬斵玉浮屠

009_0144_b_02L力窮誤作懸鐘狀枉用功勞置海隅

009_0144_b_03L重興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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策杖登臨得勝觀蓬山華岳陟何難

009_0144_b_05L前呑萬木煙霞幕後倚巉岩玉雪寒

009_0144_b_06L僧伽寺

009_0144_b_07L
回岩後卓窟垂簷瓊樹森羅擁石龕

009_0144_b_08L眼中只慣遊山事舌下那知世味甘

009_0144_b_09L碑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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侁公占壓山川脉斵作峰頭沒字碑

009_0144_b_11L地秘天慳知也未萬年洪業洛城熹

009_0144_b_12L曹溪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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曹溪寺裏曹溪水認得曹溪一派來

009_0144_b_14L天欲瞿曇孫繼繼故敎琳宇此中開

009_0144_b_15L飛虹橋

009_0144_b_16L
寶界飛虹橋上閣折來松杪補前簷

009_0144_b_17L後倚層層渏工烈箕坐都忘世味甜

009_0144_b_18L遊淸潭川石

009_0144_b_19L
出處隨緣無適莫何論騎虎與攀龍

009_0144_b_20L逍遙山水酣淸樂却幸塵寰不我容

009_0144_b_21L道峰山

009_0144_b_22L
燕尾東頭萬秀峰鋒鋩竸揷聳重重

009_0144_b_23L休言錦繡秋光好不變眞形世外容

009_0144_b_24L道潭書院洞

009_0144_c_01L
行到道峰洞    걸어서 도봉 마을에 이르니
山圍錦幄秋    비단 휘장으로 산을 두른 가을이로다
雲藏義湘寺    의상사는 구름이 감추어 두었고
楓艶茂陵丘    어여쁜 단풍이 무릉의 언덕 물들였네
柿鳥歸山沒    외로운 새는 산으로 돌아가 숨고
長江入海流    장강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活屏任去來    살아 있는 병풍 속을 마음대로 오고 가니
遐想子長遊    옛날 자장(사마천)의 놀이가 연상되네
망월사望月寺
永日渾無事    온종일 어지러이 특별한 일이 없어서
經行獨倚松    경행하다 홀로 소나무에 기대네
山明蓬島月    산은 봉도의 달빛에 훤하게 밝고
樹引楚天風    나무는 초나라 하늘의 바람을 끌어온다
貧喜時情薄    가난해 시속 정이 엷음을 기뻐하고
閑甘午睡濃    한가할 때 낮잠이 무르익음을 달가워한다
一生淸意味    일생 동안 청아한 이 의미를
肯與世間同    세간과 함께하기를 좋아하겠나
회룡사廻龍寺
赤葉黃花間碧流  붉은 잎 누런 꽃이 푸른 시냇가에 섞여 있고
紺房鐘響澈雲衢  감방(사찰)의 종소리가 구름 거리에 사무친다
從今獨臥南樓上  앞으로는 남쪽 누각 위에 홀로 누워 잠을 자리니
湖嶺江山夢裏秋  호남과 영남의 강산이 꿈속의 가을일세
의상암義湘庵
海嵐初卷夕陽紅  바다 이내 처음 걷히니 석양빛이 붉고
過客笻邊鳥道空  과객의 지팡이 끝에 험한 길97)이 비었구나
玉洞仙源何處問  옥동의 선원이 어느 곳이냐 물으니
岩間叢桂帶秋風  바위틈에 계수나무 떨기 가을바람 띠고 있네
묘봉암妙峰庵
玉漏沉沉欲五更  옥루98)가 침침한 밤 알리니 5경이 되려 하고
佛燈寒夜夢難成  싸늘한 밤 부처님 앞 등불에 잠 이루기 어려워라
軒前澗響來孤枕  난간 앞 시냇물 소리 고단한 베개에 들려오거늘
況復西窓白月傾  더구나 서쪽 창가 밝은 달이 기울어져 감에랴
내원암 옛터內院菴遺基
內院金沙界    내원암은 금사의 세계
蕭條石洞間    쓸쓸한 석동의 사이
草和靑靄合    풀은 푸른 구름과 어우러져 조화 이루고
花帶夕陽閑    꽃은 석양의 한가함을 띠고 있네
澤渴龍無住    못물 마르니 용이 머물 수 없고
松枯鶴不還    소나무 마르니 학도 돌아오지 않네
客心愈怊悵    나그네 마음 더욱 초창한데
淸澗自潺湲    맑은 시내 저절로 잔잔하고 느리네
수락산水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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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到道峰洞山圍錦幄秋

009_0144_c_02L雲藏義湘寺楓艶茂陵丘

009_0144_c_03L [23] 鳥歸山沒長江入海流

009_0144_c_04L活屏任去來遐想子長遊

009_0144_c_05L望月寺

009_0144_c_06L
永日渾無事經行獨倚松

009_0144_c_07L山明蓬島月樹引楚天風

009_0144_c_08L貧喜時情蒲閑甘午睡濃

009_0144_c_09L一生淸意味肯與世間同

009_0144_c_10L廻龍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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赤葉黃花間碧流紺房鐘響澈雲衢

009_0144_c_12L從今獨臥南樓上湖嶺江山夢裏秋

009_0144_c_13L義湘庵

009_0144_c_14L
海嵐初卷夕陽紅過客笻邊鳥道空

009_0144_c_15L玉洞仙源何處問岩間叢桂帶秋風

009_0144_c_16L妙峰庵

009_0144_c_17L
玉漏沉沉欲五更佛燈寒夜夢難成

009_0144_c_18L軒前澗響來孤枕況復西窓白月傾

009_0144_c_19L內院菴遺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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內院金沙界蕭條石洞間

009_0144_c_21L草和靑靄合花帶夕陽閑

009_0144_c_22L澤渴龍無住松枯鶴不還

009_0144_c_23L客心愈怊悵淸澗自潺湲

009_0144_c_24L水落山

009_0145_a_01L
有山名水落    이름이 수락이라 하는 산이 있는데
鳬峰並翠空    오리봉이 푸른 하늘과 나란하네
擧頭雲皛皛    머리를 들어 보니 구름이 온통 하얗고
回眼月䑃䑃    눈을 돌려 보니 달이 어슴푸레하구나
雷轉臺疑駃    누대에 천둥 치니 말이 달리나 의심되고
天陰氣欲濛    하늘에는 구름 기운이 어둡게 덮으려 하네
忘機過半日    기미를 잊은 채 반나절을 지내고 보니
如在蔚藍中    마치 짙은 쪽빛 속에 있는 것 같구나
덕사德寺
氷開前澗綠苔生  얼음 갈라진 앞 시내에 푸른 이끼 생겨나고
恠鳥幽禽處處鳴  괴상한 새와 유금은 곳곳에서 지저귀네
半岸緇巾携竹杖  검은 두건99) 젖혀 쓰고 대지팡이 질질 끌면서
朗吟行入石橋橫  낭랑하게 시 읊으며 가로놓인 석교로 들어간다
성전암聖殿庵
層陰羃羃率兜坡  층층 그늘이 솔도파(부도탑)를 뒤덮었고
榻上金鳬輾火車  탑 위 황금오리 향로에 화거가 굴러가네
倐忽雲開天日朗  순식간에 구름 걷히니 하늘에 밝은 해가 뜨고
前峰依舊碧嵯峨  앞 봉우리는 예전 그대로 푸른 산이 우뚝하다
불암산佛岩山
尖峀衝空是佛岩  뾰족한 산이 허공에 치솟으니 이게 바로 불암산이라
佛岩元作出塵凾  불암산은 원래 먼지 상자에서 벗어나 있네
採芝時向香床臥  지초芝草를 캐고 와서 때로는 향상에 눕고
玉洞花光滿面叅  옥동에 핀 꽃빛이 얼굴을 가득히 비추네
백운산白雲山
華岳西邊萬仞峰  화악산 서쪽에 만 길 되는 산봉우리 있으니
白雲爲號玉爲容  백운이라 이름하고 옥으로 얼굴 삼네
峰頭皓月驚僧夢  봉우리 꼭대기에 밝은 달 뜨니 스님 꿈에서 깨어
七聖回時打曉鐘  칠성100)이 돌아갈 때 새벽종을 울린다네
용문산龍門山
縹緲仙岑翠色危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선잠 푸른색 우뚝한데
蓬萊山勢點點移  봉래산 형세를 점점이 옮겨온 듯하네
鐘聲遠渡月初上  종소리 멀리 건너갈 때 달이 처음 떠오르고
水氣羅浮雲未虧  물 기운 비단이 떠가는 듯 구름이 없어지지 않네
祝壽壇前今對畫  축수단 앞에서는 지금 탱화 그림 마주하고
凝香閣後久聞詩  응향각 뒤에서는 시 읊는 소리 오래 들린다
鐵槽貯在金莖露  철조에는 금경에서 받은 감로수101)를 담고
倒瀉峰巒影影奇  거꾸로 쏟아 내린 봉만의 그림자가 기이하네
회적암晦跡庵
晦跡庵居晦跡僧  회적암에는 자취를 감춘 스님이 살고 있는데
碧山爲屋月爲燈  푸른 산을 집으로 삼고 달을 등불로 삼는다네
閑來更上雲臺晩  한가할 때 다시 구름 누대에 느지막이 오르면
興在峰頭片月明  시흥은 산봉우리에 있는 밝은 조각달에 있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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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山名水落鳬峰並翠空

009_0145_a_02L擧頭雲皛皛回眼月䑃䑃

009_0145_a_03L雷轉臺疑駃天陰氣欲濛

009_0145_a_04L忘機過半日如在蔚藍中

009_0145_a_05L德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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氷開前澗綠苔生恠鳥幽禽處處鳴

009_0145_a_07L半岸緇巾携竹杖朗吟行入石橋橫

009_0145_a_08L聖殿庵

009_0145_a_09L
層陰羃羃率兜坡榻上金鳬輾火車

009_0145_a_10L倐忽雲開天日朗前峰依舊碧嵯峨

009_0145_a_11L佛岩山

009_0145_a_12L
尖峀衝空是佛岩佛岩元作出塵凾

009_0145_a_13L採芝時向香床臥玉洞花光滿面叅

009_0145_a_14L白雲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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華岳西邊萬仞峰白雲爲號玉爲容

009_0145_a_16L峰頭皓月驚僧夢七聖回時打曉鐘

009_0145_a_17L龍門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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縹緲仙岑翠色危蓬萊山勢點點移

009_0145_a_19L鐘聲遠渡月初上水氣羅浮雲未虧

009_0145_a_20L祝壽壇前今對畫凝香閣後久聞詩

009_0145_a_21L鐵槽貯在金莖露倒瀉峰巒影影奇

009_0145_a_22L晦跡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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晦跡庵居晦跡僧碧山爲屋月爲燈

009_0145_a_24L閑來更上雲臺晩興在峰頭片月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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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암北臺庵
松間纍石成孤榻  소나무 사이에 쌓인 바위 외로운 책상을 이루었고
林下連筒引細泉  숲 밑에 이어진 대롱 졸졸 흐르는 샘물을 끌어 오네
卜築何年留勝趣  어느 해에 여기에 절을 지어 수승한 흥취를 남겼는가
仙區一宿最良緣  신선 구역에 하룻밤 잔 것이 가장 훌륭한 인연이었네
자비암慈悲庵
靜處幽庵事事慵  조용한 곳 그윽한 암자 일마다 바쁜 게 없고
日高窓上睡方濃  해 높이 뜬 창가에 낮잠이 한창 무르익었네
山深谷邃無人到  깊은 산 깊은 골짜기라 아무도 찾는 이 없고
門掩千峯雪滿松  문은 닫혔고 일천 봉우리 소나무엔 눈만 가득하네
묘운암妙雲庵
篆煙飛上愽山香  박산 향로엔 전자篆字 연기 피어오르고
金殿風停午睡長  금전(법당)에 바람 자니 낮잠이 길어진다
花落鸎啼春欲老  꽃은 지고 꾀꼬리 울어 봄은 다 지나가려 하니
滿庭紅綠近斜陽  마당에 가득한 붉은 꽃 푸른 잎이 석양에 가까워라
상원사上院寺
一步三呼到上方  한 걸음 걷고 세 번 숨을 쉬며 상방에 이르니
金鈴殿角響丁丁  법당 모퉁이 황금 요령이 정정 소리 내어 메아리 지네
龍藏砌穴腥雲羃  용이 숨은 섬돌 구멍에 비릿한 구름이 덮어 버리고
僧在禪床寶篆縈  스님 계신 선상에 보배 전자篆字 감도네
淨界煙霞塵慮斷  깨끗한 도량에 노을 지니 번뇌 염려 끊어지고
世間塵夢暫時醒  세간의 티끌 꿈에서 잠시나마 깨어나네
晴窓盡日看西敎  비 갠 창가에서 온종일 서천의 불경을 읽고
火宅消除妄不生  화택을 녹여 없애니 망념이 일지 않네
윤필암潤筆菴
杜鵑花發滿春山  봄 산에는 두견화가 가득히 피어 있고
僧去隣庵宿不還  스님은 이웃 암자에 가서 자고 돌아오지 않네
雨伯亦知歸客興  비의 신도 돌아가는 나그네의 흥을 알고
故敎雲霧鎻空壇  일부러 구름과 안개를 시켜 빈 단을 잠그라 하네
죽장암竹杖庵
一笻行到碧層岩  지팡이 하나로 푸르고 층층한 바위에 이르니
誰割靑山結此庵  어느 누가 푸른 산 쪼개고 이 암자를 지었는가
佛榻金鳧香篆起  불탑의 황금오리 향로에 전자 연기 일어나고
數聲淸磬過溪南  몇 마디 맑은 경쇠 소리만 시내 건너 남쪽으로 퍼진다
설암雪庵
洞雲初卷數峰靑  골짜기에 구름이 처음 걷히니 몇 봉우리 푸르고
中有仙龕玉案明  그중에 선감 있는데 옥안이 밝구나
夜靜僧敲踈磬動  고요한 밤 스님은 가끔씩 경쇠 두드려 울리고
庬眉德士誦禪經  흰 눈썹102)의 덕 높은 스님은 선경을 읽는다
사나사舍那寺

009_0145_b_01L北臺庵

009_0145_b_02L
松間纍石成孤榻林下連筒引細泉

009_0145_b_03L卜築何年留勝趣仙區一宿最良緣

009_0145_b_04L慈悲庵

009_0145_b_05L
靜處幽庵事事慵日高窓上睡方濃

009_0145_b_06L山深谷邃無人到門掩千峰雪滿松

009_0145_b_07L妙雲庵

009_0145_b_08L
篆煙飛上愽山香金殿風停午睡長

009_0145_b_09L花落鸎啼春欲老滿庭紅綠近斜陽

009_0145_b_10L上院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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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步三呼到上方金鈴殿角響丁丁

009_0145_b_12L龍藏砌穴腥雲羃僧在禪床寶篆縈

009_0145_b_13L淨界煙霞塵慮斷世間塵夢暫時醒

009_0145_b_14L晴窓盡日看西敎火宅消除妄不生

009_0145_b_15L潤筆菴

009_0145_b_16L
杜鵑花發滿春山僧去隣庵宿不還

009_0145_b_17L雨伯亦知歸客興故敎雲霧鎻空壇

009_0145_b_18L竹杖庵

009_0145_b_19L
一笻行到碧層岩誰割靑山結此庵

009_0145_b_20L佛榻金鳧香篆起數聲淸磬過溪南

009_0145_b_21L雪庵

009_0145_b_22L
洞雲初卷數峰靑中有仙龕玉案明

009_0145_b_23L夜靜僧敲踈磬動庬眉德士誦禪經

009_0145_b_24L舍那寺

009_0145_c_01L
數日留瓶錫    며칠 동안 머무르며 물병과 지팡이를
蓮房畫閣東    연방 화각 동편에 두었네
客愁燈影裏    나그네는 등불 그림자 속에서 시름하고
僧夢雨聲中    스님은 비 내리는 소리 속에 꿈을 꾼다
百轉岩前路    바위 앞에는 일백 굽이의 길이 나 있고
千廻澗水通    시냇물은 일천 굽이를 돌아 통하네
昔年曾過地    옛날 어느 핸가 이곳을 지나갔었는데
今日領春風    오늘은 봄바람을 차지하였네
신륵사神勒寺
寶塔層岩畔    바위 옆에는 층층의 보배 탑이 있고
煙霞梵閣幽    범각 깊은 곳엔 노을이 인다
鶴歸雲際峀    학은 구름 끝 산봉우리로 돌아가고
人倚月邊樓    사람은 누각 주변의 달에 의지한다
一笛空江夜    텅 빈 강가의 밤에 피리 소리 한 마디
千山落木秋    온 산은 낙엽 지는 가을이로다
孤舟何處客    외로운 배엔 어느 곳에 사는 나그네인가
繫䌫白蘋洲    흰 마름 물가에 닻줄을 매고 있네
장흥사長興寺
判此名區費剪裁  이 명승지를 쪼개어 다듬고 마름질하는 힘을 들여서
化翁多事逞奇才  화옹께서 기이한 솜씨 발휘하여 많은 일을 하셨네
淸江孤嶼醒心出  맑은 강 외딴 섬에서 마음에 깨달음을 내고
赤葉寒花滿眼來  붉은 잎과 국화꽃이 눈 안에 가득 들어오네
金刹遠分靑鶴洞  금찰은 멀리 청학동에 나누었고
石門斜掩白雲臺  석문은 백운대에 비껴 닫았네
此中別有超然處  이 가운데 세속을 벗어난 별유천지 있으니
松下逢僧問刼灰  소나무 아래 스님 만나 겁회를 물어보네

『풍계집』 중권을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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數日留瓶錫蓮房畫閣東

009_0145_c_02L客愁燈影裏僧夢雨聲中

009_0145_c_03L百轉岩前路千廻澗水通

009_0145_c_04L昔年曾過地今日領春風

009_0145_c_05L神勒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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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塔層岩畔煙霞梵閣幽

009_0145_c_07L鶴歸雲際峀人倚月邊樓

009_0145_c_08L一笛空江夜千山落木秋

009_0145_c_09L孤舟何處客繫䌫白蘋洲

009_0145_c_10L長興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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判此名區費剪裁化翁多事逞奇才

009_0145_c_12L淸江孤嶼醒之出赤葉寒花滿眼來

009_0145_c_13L金刹遠分靑鶴洞石門斜掩白雲臺

009_0145_c_14L此中別有超然處松下逢僧問刼灰

009_0145_c_15L
楓溪集卷之中終
  1. 1)선약(沆瀣) : 항해沆瀣는 깊은 밤중에 내리는 이슬 기운인데, 도가道家에서는 이것을 수명修命의 약으로 들이마신다. 「列仙傳」에 “봄철에는 조하朝霞를, 여름철에는 항해를 복식服食한다.”라고 하였다.
  2. 2)약사若士 : ① 탕현조湯顯祖(1550~1616)를 말한다. 자字는 의잉儀仍, 호號는 약사若士·옥명玉茗·해약海若이라 하였으며, 만년에는 스스로 청원도인淸遠道人이라 했다. 명明나라 가정嘉靖 29년(1550)에 강서성江西省 임천臨川에서 태어났다. 그가 거처하는 집을 옥명당청원루玉茗堂淸遠樓라 명했다. 그는 9세 때부터 시를 짓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본래 가진 바 재능이 뛰어나 여러 차례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당시 재상 장거정張居正의 청탁을 거절하여 미움을 사 급제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다 장거정이 죽은 후 34세 때, 진사進士에 합격하여 남경南京 태상시박사太常侍博士 등의 관직을 역임했다. 그는 권세가에 아부하지 않았고 성격이 곧고 강직했던 것으로 유명한데, 그가 재상 장거정에게 미움을 받은 것이나 조신朝臣을 공격하는 소疏를 많이 올린 것 등에서 그러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는 42세 때 절강성浙江省 수창현遂昌縣의 지현知縣이 되었다. 그는 지현으로 있을 때, 5일에 한 번씩 공무를 보고, 나머지는 제생들과 학문을 토론했다. 그는 관료사회의 부패와 모순에 회의를 느끼며 고민하다가 1598년 관직을 버리고 낙향하여 다시는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그는 희곡을 창작하고 직접 연출하며 세월을 보냈는데 그의 대표작으로는 전기傳奇인 「紫簫記」·「紫釵記」·「南柯記」·「還魂記」·「邯鄲記」가 있다. 「紫釵記」는 「紫簫記」를 수정한 대본이므로 「簫記」는 계산하지 않고 그 나머지를 통칭하여 「臨川四夢」 혹은 「玉茗堂四夢」이라 한다. 만력萬曆 45년(1616)에 죽었다. ② 신선을 지칭하는 말. 원래는 ‘기인其人’이라는 뜻이다. 『淮南子』 「道膺訓」에 “옛날 진秦나라 노오盧敖가 북해北海를 유람하며 태음太陰을 지나 현관玄關에 들어 한 선비(士)를 보았다. ‘그대는 나(敖)와 친구가 될 수 있는가?’라고 하자 그 사람(若士)이 웃으면서 ‘나는 구해九垓 밖에서 한만과 만날 약속이 되어 있으니 오래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라고 하고는 곧바로 구름 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았다.”라고 하였다. 그 후로 약사는 신선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②항은 이종찬 선생님의 주석이다.)
  3. 3)종소문宗少文 : 남조 송 때의 은사로 그는 본디 산수山水를 좋아하여 일찍이 서쪽으로 형산荊山·무산巫山을 다 구경하고, 남쪽으로 형산衡山에 올랐다가 인하여 형산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뒤에 병이 들자 강릉江陵으로 돌아와 탄식하기를 “늙고 병들어서 명산名山을 두루 구경하기 어려울 듯하니, 오직 누워서 유람을 하리라.”라고 하고는, 자신이 일찍이 유람했던 산들을 모두 방 안에 그려 놓고 구경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南史』 권75.
  4. 4)젊어서 많은~저버릴 뻔했다 : 이 시구는 송시열宋時烈이 금강산을 읊은 시이다.
  5. 5)거록鉅鹿 : 원래는 중국中國 하북성 남부南部에 있는 유적遺蹟으로 항우項羽와 진秦나라 군사軍士의 옛 싸움터이나 여기에서는 그러한 큰 산이라는 내용으로 인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
  6. 6)주묵朱墨 : 붉은 먹과 검은 먹으로, 서책에 비점批點을 찍거나 혹은 첨삭을 하는 데 사용한다. 여기서는 실록을 편찬하면서 사초史草의 문장을 첨삭하고 다듬는다는 뜻이다.
  7. 7)봉려蓬廬 : 봉실蓬室과 같은 말. 쑥으로 지붕을 인 집이라는 뜻으로, 가난한 집을 이르는 말. 또는 자기 집을 낮추어 이르는 말.
  8. 8)옥정玉井 : 중국 오악五岳의 하나인 화산華山 꼭대기에 있는 못 이름이다. 이 못에는 일천 잎새의 연꽃이 피는데, 그 뿌리를 복용하면 우화등선羽化登仙한다는 전설이 있다
  9. 9)일어日御 : 천문天文을 담당한 관리.
  10. 10)우혈禹穴 : 우禹임금이 황제黃帝의 책을 얻어 동굴 속에 보관해 두었다는 전설적인 동굴이다.
  11. 11)칠보산七寶山 : 함경북도咸鏡北道 길주吉州·명천名川 지구대地溝帶의 동쪽에 있는 산.
  12. 12)왕발王勃 : 중국 당나라 초기의 시인. 자는 자안. 특히 오언절구에 뛰어났음. 왕통의 손자. 양형, 노조린, 낙빈왕과 더불어 초당 4걸의 1인. 교지령에 좌천된 아버지를 찾아가는 도중 남창에서 지은 「滕王閣序」는 젊은 천재의 기량을 충분히 나타낸 것이지만, 남해를 건너가다가 물에 빠져 죽었음. 당시의 나이는 27세였다.
  13. 13)최호崔顥 : 당唐 현종玄宗 때의 시인인데 일찍이 무창武昌의 황학루黃鶴樓에 올라가 지은 시가 이백李白의 극찬을 받은 일을 비롯하여 세상 사람들의 입에 회자됨으로써 등루시登樓詩의 명작으로 꼽힌다.
  14. 14)송지문宋之問 : 당唐나라 초기의 시인. 측천무후則天武后 때에 여러 벼슬을 지내면서 권력에 아첨하여 추악醜惡한 짓을 거듭했으나, 율시律詩 형식을 완성했음.
  15. 15)신령한 소리로~일으킨 시 : 이는 두보의 시 〈遊龍門奉先寺〉 중 아래 줄친 부분을 가리킨다. “已從招提游。 更宿招提境。 / 陰壑生靈籟。 月林散淸影。 / 天窺象緯逼。 雲臥衣裳冷。 / 欲覺聞晨鐘。 令人發深省。”
  16. 16)이종찬 선생님의 의견으로는 이 아래 문장이 약간 빠진 듯하다고 하였다.
  17. 17)관성자管城子 : 붓(筆)의 별칭임. 한유韓愈가 붓과 먹을 의인화擬人化해서 쓴 『毛穎傳』에 보인다.
  18. 18)네 벗 : 종이(紙)·붓(筆)·벼루(硯)·먹(墨)을 말한다.
  19. 19)인지仁智한 자가 좋아함 :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仁者樂山。 知者樂水。)”라는 말을 의미한다.
  20. 20)봉호蓬壺 : 바닷속에 있다는 신선들이 사는 산인 봉래산蓬萊山을 말한다. 『拾遺記』 고신高辛에, “삼호三壺는 바로 바닷속에 있는 세 산으로, 첫 번째는 방호方壺인데 이는 방장산方丈山이고, 두 번째는 봉호蓬壺인데 이는 봉래산이고, 세 번째는 영호瀛壺인데 이는 영주산瀛洲山으로, 모양이 마치 술병과 같이 생겼다.”라고 하였다.
  21. 21)자장子長 : 『史記』의 저자인 한漢나라 사마천司馬遷의 자字이다. 사마천은 일찍이 20세부터 중국 천하를 두루 유람하여 식견을 넓혔다. 『史記』 권130.
  22. 22)승요僧繇 : 오흥吳興 출생. 관리로서 천감연중天監年中(502~519)에 무릉왕국시랑武陵王國侍郞이 되고, 뒤에 우장군右將軍·오흥 태수吳興太守에 이르렀다. 양의 무제는 당시 융성해진 불교를 장려하여 절을 짓고 그 탑묘塔廟를 장식하였는데, 그 장식화를 그린 것이 장승요였다. 그는 불화·도석인물道釋人物을 장대한 규모로 그렸다. 6법을 겸비한 화가로서 고개지顧愷之·육탐미陸探微와 함께 칭송되었는데, 3자 가운데서도 감각 면에서 가장 빼어났다. 또 인도와 서역에서 들어온 음영법陰影法을 받아들여 요철화凹凸花라는, 색면色面에 의한 입체 표현도 하였다. 산수화에서도 윤곽선을 쓰지 않는 몰골적沒骨的인 준법을 채용하였다고 한다.
  23. 23)양월兩越 : 남월南越과 동월東越. 남월은 중국 진말秦末 한초漢初의 혼란을 틈타 조타趙陀가 광동廣東·광서廣西의 양성兩省과 베트남 북부지역에 세운 나라(B.C. 203~B.C. 111)이고, 동월은 한나라 때 복건성福建省 민장강 유역을 중심으로 있었으며 민월悶越이라고도 했다.
  24. 24)거령巨靈 : 거령은 하신河神의 이름인데, 장형張衡의 「西京賦」에 “거령이 힘차게 손바닥으로 높이 떠받들고 발바닥으로 멀리 차 버려 하수를 흐르게 하였다.(巨靈贔屓高掌遠蹠。 以流河曲。)”라고 하였다.
  25. 25)과아夸娥 : 신선의 이름으로 『列子』 「湯問」에 “옥황상제가 과아씨의 두 아들에게 명하여 두 산을 져다가 하나는 삭주朔州의 동쪽에 갖다 놓고, 하나는 옹주雍州의 남쪽에 갖다 놓았다.”라고 하였다.
  26. 26)단월檀越 : ⓢ dāna-pati의 음역. 보시하는 사람. 시주施主.
  27. 27)구담瞿曇 : 상권 주 41 참조.
  28. 28)반수倕 : 반은 반般의 잘못이다. 반般은 노魯나라 공수반公輸般이고, 수倕는 순舜임금 때 사람 공수工倕로 모두 매우 솜씨가 뛰어난 목수이다. 공수반公輸班 또는 공공共工이라고도 한다. 반般은 반班과 통용해서 쓴다.
  29. 29)허백虛白 : 허실생백虛室生白의 약어略語로, 빈집이 훤한 것을 들어 물욕이 없는 순수한 마음을 가리킨다. 청정무욕淸淨無慾. 『莊子』 「人間世」의 “텅 빈 방에서 하얀 광채가 뿜어 나온다.(虛室生白)”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원래는 무에서 유가 생겨나는 원리(無中生有)를 설한 것으로 도가道家의 수행 방법 중 마음을 비우고 경안관조輕安觀照를 함으로 인하여 단전丹田에서 혜慧가 발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백白은 지혜를 말한다.
  30. 30)광풍제월光風霽月 : 황정견黃庭堅이 주돈이周敦頤의 인품을 평한 말로, 천성天性이 고명하고 흉중胸中이 맑아서 비가 갠 뒤의 풍월風月처럼 맑고 시원함을 이름.
  31. 31)공동산崆峒山 : 계주薊州 평량현平涼縣에 있는 산으로, 옛날에 헌원씨軒轅氏가 이곳에서 신선인 광성자廣成子를 만나 놀았다고 한다.
  32. 32)삼덕三德 : 불교에서 불보살佛菩薩은 법신法身·반야般若·해탈解脫의 세 가지 덕을 구족하고, 불가사의한 지혜를 가졌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불전 앞에 진수성찬으로 배열하고 기원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33. 33)6수銖의 옷 : 수銖는 무게의 아주 작은 단위이다. 천인天人이 입는다는 극히 얇고 가벼운 옷. 『長阿含經』에 “도리천忉利天에는 옷의 무게가 6수이고, 염마천炎摩天에는 3수이고, 도솔천兜率天에는 2수 반이다.”라고 하였다. 한악韓偓의 시詩에는 “6수의 옷 얇아서 가벼운 추위를 일으키누나.(六銖衣薄惹輕寒)”라고 하였다.
  34. 34)안탑鴈塔 : 고대 인도의 마가다국에 있었다고 하는 탑. 인드라사일라구아산(Indrasailaguh: 帝釋窟山)의 동쪽 봉우리에 있었다고 하며, 옛날 보살菩薩이 정육淨肉을 먹는 중을 바로잡기 위해서 기러기로 화하여 하늘에서 떨어진 흔적이라고 전한다. 또 중국 당나라 현장玄奘이 652년 서안西安에 세운 대자은사大慈恩寺의 탑을 통칭 대안탑大雁塔이라고 하고, 또한 서안 대천복사大薦福寺의 연와조煉瓦造의 전탑塼塔을 소안탑小雁塔이라고 한다.
  35. 35)동부洞府 : 신화 전설 가운데 신선이 산다는 곳.
  36. 36)복간複澗 : 복도처럼 흘러가는 시냇물을 말함.
  37. 37)차려 놓으면(飣餖) : 정두飣餖는 안주나 과일을 차려 놓은 것.
  38. 38)기杞나라 사람~부질없는 걱정했네 : 옛날 기나라에 어떤 사람이 부질없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것을 염려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列子』 「天瑞」.
  39. 39)대방大方 : 학문學問과 견식見識이 높은 사람.
  40. 40)약수弱水 : 중국 감숙성甘肅省 지역에 있다는 전설상의 강. 신화 속에 나오는 하해河海의 이름으로, 길이가 3천 리나 되며 부력浮力이 아주 약하여 기러기 털(鴻毛)처럼 가벼운 것도 가라앉아 사람이 건너가지 못하는데, 건너기만 하면 신선이 사는 곳에 갈 수 있다고 한다. 『山海經』에서는 “서해西海의 남南과 유사流沙의 가에 큰 산이 있는데 이름은 곤륜산崑崙山이며 그 아래는 약수가 감돈다.”라고 하였는데, 그 주註에 “그 물은 홍모鴻毛도 이기지 못한다.”라고 하였으며, 『書經』 「禹貢」에서는 “약수弱水를 인도하여 합려合黎에 이르게 하여 남은 물결을 유사流沙에 들게 하였다.(導弱水。 至于合黎。 餘波入于流沙。)”라고 하였다.
  41. 41)대황大荒 : 중국에서 아주 먼 지역으로, 해와 달이 뜨는 곳을 말한다. 『山海經』 「大荒東經」에 “동해의 밖 대황 안에 대언大言이란 산이 있는데, 해와 달이 나오는 곳이다.”라고 하였다.
  42. 42)명란鳴鑾 : 임금이 탄 수레의 방울.
  43. 43)약목若木 : 나무 이름인데 해가 지는 서쪽에 있다고 한다.
  44. 44)부상扶桑 : 동해의 해가 뜨는 곳에 있다는 신령스러운 나무, 또는 그것이 있다는 곳.
  45. 45)이화정梨花亭 : 평안남도 평원군에 있는 정자.
  46. 46)명사鳴沙 : 모래가 운다는 뜻이다. 고운 모래알들이 파도에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가 울음소리와 같다 하여 이런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47. 47)선유담仙遊潭 : 강원도 고성군 간성杆城 남쪽 10리쯤 되는 곳에 있는 못.
  48. 48)장생長生 : 장생불사長生不死의 준말. 도가道家에서의 육신肉身의 장수長壽, 영혼靈魂의 불멸不滅, 사업事業의 유전遺傳을 합하여 이룸.
  49. 49)단법丹法 : 도가道家에서 정신을 배꼽 아래의 단전丹田에 모아서 심신을 수양하는 방법.
  50. 50)현종암懸鐘岩 : 강원도 금강산 명소의 하나. 영랑호에서 약 300미터 동쪽 바닷가로 가면 작은 언덕 위에 높이 5~6미터, 직경이 4~5미터 되는 바위가 있는데 모습이 종을 걸어 놓은 것 같다. 월지국에서 온 부처 53명이 여기에 종을 걸어 놓고 저들의 도착을 알리는 종소리를 울렸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이 바위를 현종암이라고 부른다.
  51. 51)은섬銀蟾 : 달을 달리 이르는 말. 달 속에 하마蝦䗫가 있다는 전설에서 온 말.
  52. 52)올올兀兀 :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여 흔들리지 않는 모양. 산이나 바위 따위가 우뚝우뚝 솟은 모양.
  53. 53)파리玻璃 : ⓢ Sphaika. 살파지가薩頗胝迦·파치가頗置迦·파리頗梨·파려玻瓈라고도 함. 수옥水玉, 수정水精. 자색·흰색·홍색·푸른색 등 여러 가지 색이 있음.
  54. 54)낭선閬仙 : 낭선은 당나라 때의 시인 가도賈島의 호이다.
  55. 55)배도杯渡 : 배도杯度로 쓰기도 한다. 원元나라 때 염상念常이 편찬한 『佛祖歷代通載』라는 책에 “당나라 선승인 배도 화상이 늘 술잔 모양의 나무배(木杯)를 띄우고 물을 건넜다.”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며, 그의 생몰연대나 성명姓名이 자세하지 않다. 이 스님은 세세한 계율戒律에 얽매이지 않고 술과 고기도 사양하지 않았으며, 이상한 신통력을 부렸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대화하는 스님을 이런 신통력이 있는 스님으로 비유하여 쓴 시이다.
  56. 56)금속金粟 : 당唐 현종玄宗의 태릉泰陵이 위치한 산 이름이다. 현종이 일찍이 금속산에 이르러 용이 서리고 봉황이 나는 듯한 산세를 보고는(覩崗巒有龍盤鳳翔之勢) 자기의 장지葬地로 택했다고 한다.
  57. 57)견수堅手와 지만持鬘 : 『阿毘達磨大毘婆沙論』 제4권에 “삼십삼천三十三天이 아수라(阿素洛)를 두려워하여 여섯 가지 군사를 포진하여 스스로 수호하였다. 첫째는 의해주용依海住龍이요, 둘째는 견수천堅手天이며, 셋째는 지만천持鬘天이요, 넷째는 항교천恒憍天이며, 다섯째는 사대왕중천四大王衆天이요, 여섯째는 삼십삼천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58. 58)자지紫芝와 삼수三秀 : 자지와 삼수는 둘 다 영지靈芝의 다른 이름이다. 『神農本草經』에는 자지라 하였고, 『楚辭』에서는 삼수라 하였다. 이 밖에도 다른 이름이 매우 많다.
  59. 59)석무에 스님이~옥이 많고 : ‘석무에 스님이 있다(石畝有僧)’는 말이 문맥상 잘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잘못된 글자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60. 60)손공孫公 : 손공은 손사막孫思邈을 이른다. 음양陰陽·추보推步·의약醫藥 등에 정통했던 당唐나라의 은자隱者로, 『千金要方』 등의 저술이 있다.
  61. 61)엄뢰嚴瀨 : 은거하는 곳을 뜻한다. 중국의 절강성浙江省 동려현桐廬縣의 동강桐江에 있는 지명으로 엄릉뢰嚴陵瀨라 하는데, 후한後漢의 은사인 엄광嚴光이 은둔하여 낚시질한 곳이라 한다. 엄광은 어려서 광무제光武帝와 친한 사이였는데, 광무제가 즉위하자 곧 성명을 바꾸고 부춘산富春山에 은거하여 낚시질하면서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한다. 『後漢書』 권113 「嚴光列傳」.
  62. 62)금속金粟 : 금속은 유마거사維摩居士의 전신前身이었다는 금속여래金粟如來의 준말로, 곧 불佛을 가리킨다.
  63. 63)와황媧皇 : 여와女媧. 중국 신화에 나오는 여신. 상체는 여자, 하체는 뱀으로 나오며 복희씨伏犧氏의 아내로 인류의 어머니로 칭송받는다. 여와는 오색 돌을 주워 터진 하늘을 꿰맸다는 전설상의 신녀神女 이름인데, 『禮記』 「明堂位」에 “여와가 생황笙簧을 만들었다.”라는 기록이 있으며, 조식曹植의 「洛神賦」에 “풍이가 북을 치고, 여와가 노래를 부른다.(馮夷鳴鼓。 女媧淸歌。)”라는 대목이 나온다.
  64. 64)대둔산大芚山 : 충청남도 금산군 진산면珍山面·논산시 벌곡면伐谷面과 전북 완주군 운주면雲洲面의 경계에 있는 산.
  65. 65)마고麻姑 : 중국의 옛적 선녀仙女의 이름. 한漢나라 환제桓帝 때에 고여산姑餘山에서 수도하였는데, 길고 새 발톱처럼 생긴 손톱으로 가려운 데를 긁어 주면 한없이 유쾌하였다 함.
  66. 66)혜근惠勤(1320~1376) : 고려 스님. 처음 이름은 원혜元惠, 호는 나옹懶翁, 당호는 강월헌江月軒. 속성은 아牙씨, 영해寧海 사람. 20세 때 이웃 동무가 죽는 것을 보고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를 어른들에게 물었으나 아는 이가 없으므로, 비통한 생각을 품고 공덕산 묘적암의 요연了然에게 출가함.
  67. 67)회오리바람(扶搖) : 붕새(鵬)가 북명北冥에서 남명南冥으로 옮아갈 때 회오리바람을 치고 9만 리나 올라갔다 한다.
  68. 68)크게 관찰하려면(大觀) : 만물의 경상을 크게 관찰함. 공자가 “태산에 올라가서는 천하가 작다.(登泰山而小天下)”라고 한 말이 있다.
  69. 69)약목若木 : 나무 이름인데 해가 지는 서쪽에 있다고 한다. 『山海經』에 “회야灰野의 산에 약목若木이란 나무가 있으니, 잎은 파랗고 꽃은 붉어 이름을 약목이라 하는데 해(日)가 들어가는 곳이다.”라고 하였다.
  70. 70)부상扶桑 : 동해의 해가 뜨는 곳에 있다는 신령스러운 나무(神木), 또는 그것이 있다는 곳. 『山海經』 「海外東徑」에 “양곡暘谷에 부상이 있으니 열 해(日)가 멱감는 곳이다.”라고 하였고, 「十洲記」에는 “부상은 푸른 바다 가운데 있으니 키가 몇천 길, 천여 아름인데 해 뜨는 곳이다.” 하였고, 『淮南子』 「天文訓」에 “해가 양곡暘谷에서 돋아 함지咸池에서 목욕하고 부상에서 솟는다.”라고 하였다.
  71. 71)파리玻璃 : 주 53 참조.
  72. 72)봉도蓬島 : 삼신산의 하나로 봉래산이 있다는 섬.
  73. 73)연태蓮胎 : 왕생연태往生蓮胎의 준말로 시방세계의 어떤 중생이나 염불하면 곧 극락세계의 금못에 연꽃 봉우리가 맺어지고 그 사람의 믿음과 정진에 따라 그 꽃봉오리가 점점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의 세상 인연이 다하게 되면 그의 업식業識이 극락에 가서 그 꽃봉오리 속에 입태入胎하여 12겁劫을 지낸 후에 꽃이 피면서 비로소 하품하생下品下生에 나게 된다.(12겁을 말한 것은 12인연법因緣法을 깨쳐야만 극락세계에 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사바세계에서도 깨치면 극락세계의 사람이 되는 것이고, 깨치지 못하면 극락세계에 갔더라도 나지는 못하는 것이다.
  74. 74)청도淸都 : 전설 속에 나오는 천제天帝가 사는 궁궐을 가리킨다. 옥황상제玉皇上帝가 있다는 곳인데 이는 제도帝都를 가리킨다.
  75. 75)지공指空(?~1363) : 인도 스님. 제납박타提納薄陀(Dhyānabhadra)를 말하며 선현禪賢이라 번역한다. 호가 지공이다. 가섭존자迦葉尊者로부터 108대 선사이며, 인도 마갈타국 만왕滿王의 제3 왕자이다. 8세에 나란타사 율현律賢에게 출가함. 19세에 남인도 능가국 길상산 보명普明에게 참배하여 의발을 전해 받고, 서역을 떠나 중국에 이르다. 1328년(고려 충숙왕 15)에 우리나라에 와서 금강산 법기도량法起道場에 예배. 7월에 연복정延福亭에서 계를 설하고, 곧바로 연도燕都에 돌아가 법원사를 짓고 머물다가, 지정 2년 귀화방장貴化方丈에서 입적, 1368년에 다비茶毘. 대사도大司徒 달예達叡가 유골을 받들고 우리나라에 오자, 1372년(공민왕 21) 그 부도를 양주 회암사에 세우다. 『于瑟抳沙毘左野陀羅尼』 이외의 2부를 번역.
  76. 76)창랑의 곡조(滄浪曲) : 『孟子』와 『楚辭』에 실린 노래로, 즉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나의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我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我足。)”라고 한 것인데, 『孟子』에서는 유자孺子가 한 노래로서 길흉·화복은 모두 자초하는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고, 『楚辭』에서는 어부漁父가 굴원屈原에 대하여 부른 노래로서 세상이 태평하면 벼슬을 하고 세상이 어지러우면 은둔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孟子』 ≺離婁上≻, 『楚辭』 ≺漁夫≻.
  77. 77)뱃사공의 노래(欸乃聲) : 시가詩歌의 이름. 애내는 뱃사공들이 노를 저으면서 부르는 노래인데, 당唐나라 원결元結이 이 곡을 지었다.
  78. 78)파신波臣 : 수족水族이다. 옛날 사람들은 강과 바다에 사는 수족들도 역시 임금과 신하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79. 79)자니紫泥 : 고대에 진흙으로 서신書信을 봉하고 인장을 찍었는데 황제의 조서詔書는 무도武都의 붉은 진흙으로 봉했던 데서 온 말이다.
  80. 80)거령巨靈 : 주 24 참조.
  81. 81)신고神皋 : 신명神明의 구역을 말한다. 『漢書』 「郊祀志」에 “옛날부터 옹주雍州 지방은 지대가 높아 신명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하늘에 제사하고 여러 신神에게 제사하는 사당이 많이 있다.”라고 하였다.
  82. 82)금구金甌 : 금으로 만든 병은 완전무결한 것이 원칙이므로 나라의 국경이 그 금병과 같이 완전무결하다는 뜻에서 이렇게 말한다.
  83. 83)창황했던 병자 정축 : 병자호란丙子胡亂의 일을 말한다.
  84. 84)치첩雉堞 : 성城 위에 쌓은 성가퀴로 여장女墻이라고도 하는데, 지금도 동대문에 남아 있다. 활 쏘는 구멍을 뚫어 놓은 그것이다.
  85. 85)공수工倕 : 순임금 때의 솜씨가 매우 뛰어난 목수이다.
  86. 86)상문桑門 : 상문은 범어梵語로, 사문沙門과 같은 말. 불교 또는 승려를 말한다.
  87. 87)규홀圭笏 : 옥으로 만든 홀笏을 말한다. 홀이란 조선 시대에 벼슬아치가 임금을 만날 때에 손에 쥐던 물건. 조복朝服·제복祭服·공복公服 따위에 사용하였으며, 1품부터 4품까지는 상아홀, 5품 이하는 목홀木笏을 썼다.
  88. 88)육오두六鰲頭 : 삼신산三神山은 바닷속에 있는데, 큰 자라 여섯 마리가 머리에 이고 있다 한다.
  89. 89)옥우玉宇 : 옥으로 장식한 궁전. 천제天帝가 있는 곳, 즉 하늘을 가리킨다.
  90. 90)연하煙霞 : 고요하고 아름다운 산수의 경치.
  91. 91)금낭錦囊 : 비단으로 만든 주머니로, 주로 시고詩稿나 중요한 문서를 넣는 주머니를 말한다. 당唐나라 시인 이하李賀가 매일 아침 어린 종에게 오래된 비단자루(古錦囊)를 등에 메고 따라오게 하면서 시상詩想이 떠오르는 대로 시를 지어 그 자루 안에 집어넣었던 고사에서 전해진 말이다. 『新唐書』 권203 「文藝傳」 하 ≺李賀≻ 참조.
  92. 92)별세계別世界 : ①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와는 다른, 딴 세계. ② 속세와는 매우 다른 좋은 세계. 별천지·별건곤·별유천지.
  93. 93)반고盤古 : 옛 중국의 전설적인 임금. 천지개벽 시초에 이 세상을 다스렸다 함.
  94. 94)화악華岳 : 삼각산三角山의 다른 이름.
  95. 95)기공渏工 : 여기에서 ‘渏’는 혹 ‘猗’의 오자가 아닐까 한다. 즉 아름다운 솜씨라는 뜻이 더 걸맞을 듯함.
  96. 96)적막適莫 : 적適은 가可, 막莫은 불가不可이니, 미리 가와 불가를 정하지 않고 오직 의義를 더불어 따른다는 뜻이다.
  97. 97)험한 길(鳥道) : 나는 새도 넘기 어려울 만큼 험한 길을 말한다.
  98. 98)옥루玉漏 : 밤 시간을 알리는 물시계.
  99. 99)검은 두건(緇巾) : 선비가 평소에 쓰는 검은 베로 만든 치포관緇布冠을 이른다.
  100. 100)칠성七聖 : 『莊子』 「徐無鬼」에 “황제를 모시는 일곱 성인(七聖)이 양성襄城의 들판에서 길을 잃었다.”라고 하였다.
  101. 101)금경에서 받은 감로수(金莖露) : ‘노露’는 한밤중에 생겨나는 감로甘露로 선인仙人들이 마시는 것이며, 금경金莖은 높은 하늘의 이슬을 받는 승로반承露盤이다. 한漢나라 무제武帝가 신선술에 미혹되어 감로를 받아 마셔 수명을 연장시키고자 하였다. 이에 건장궁建章宮에 신명대神明臺를 세우고 동銅으로 선인장仙人掌 모양을 만들어 동반銅盤을 떠받치고서 감로를 받게 하였다. 『漢書』 권25 「郊祀志上」.
  102. 102)흰 눈썹(庬眉) : 눈썹이 반백半白으로 흑백黑白이 섞인 모습. 노인의 모습을 형용하는 말.
  1. 1)題名。底本在游翫錄詩序文之下。編者移置於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