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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081_b_07L추파집 후서임제臨濟 32세손인 추파秋波 유 공宥公은 나와 절친하였다. 일찍이 같은 산에 살면서 어쩌다 길에서 마주치면 평온하게 대화를 나누곤 하였는데, 학문이 해박하고 이해가 깊어서 내가 참으로 공경하고 어려워하였다. 갑자기 서둘러 떠나니 늘그막에 좋은 친구를 잃었도다. 그가 돌아가고 채 10년이 안 되어 그의 문인 관식慣拭이 탑과 비석과 영정과 문집을 만들고, 또 나에게 책 뒤에 붙일 문장을 청하였다. 이에 옛날 서로 가깝게 지내던 생각을 하니 슬프고 또 그리워서 감히 굳이 사양하지는 못하고 그 소매에서 꺼낸 초본을 근거로 글을 쓴다.우리 선조대왕 때에 부휴浮休 존자 수 공修公이 계셨다. 부휴의 문하에서 벽암碧巖 성 공性公이 나오시고, 벽암의 문하에서 모운慕雲 언 공言公이 나왔다. 그 아래로 보광葆光 민 공旻公·회당晦堂 정 공定公·한암寒巖 안 공岸公이 나왔는데, 추파 스님은 한암의 고제高弟이다. 추파 스님은 처음에는 용담龍潭 관 공冠公을 부지런히 모셨는데, 하루는 용담 스님이 손을 잡고 권하셨다고 한다.“너는 선철先哲이 투자投子143) 스님 계신 곳에 세 번 오르고 동산洞山144) 스님께 아홉 번 찾아갔다는 말을 듣지 못했느냐? 『화엄경』을 보면 선재善財 동자가 참례한 55선지식이 선재 동자의 스승 아닌 분이 없다. 너는 지체하지 말고 떠나 두루 참례하는 것이 좋겠다.”추파 스님은 그 말씀을 따라 여러 산을 두루 다니면서 유명한 스승의 문을 두드리고, 마지막에 한암의 문중에 들어가 법을 잇고 의발을 전해 받았다. 스님은 종사宗師로서 거의 30년 동안 찾아오는 납자들을 가르치고 깨우쳤으나 뜻은 언설(言筌)145)의 밖에 있었기에 항상 강의에만 빠져 살며 선정의 업(定業)에 전념하지 못하는 것을 개탄하였다. 문집에 있는 ≺임종게≻를 보면 마침내 그가 연국蓮國에 왕생하였음을 알 수 있으리라.숙종 무술년(1718) 5월 20일에 -
010_0081_b_07L秋波集後叙
010_0081_b_08L臨濟下三十二世秋波宥公。與愚有好。曾
010_0081_b_09L於同山㞐。或經路遇。穩接打話。則學博
010_0081_b_10L解邃。愚敬畏之摯。遽然貪程。失老境之
010_0081_b_11L勝友。其歸也未十載。門人慣拭。成塔碣
010_0081_b_12L像集了。又請足一言。卷尾於愚。於是念
010_0081_b_13L昔相誼。悲且羨。不敢膠讓。謹據其袖來草。
010_0081_b_14L而書之曰。我宣廟朝有尊者浮休修公。而
010_0081_b_15L休門出碧巖性公。巖門出慕雲言公。此
010_0081_b_16L下有葆光旻公。晦堂定公。寒巖岸公。秋
010_0081_b_17L波即寒巖之高弟也。波始於龍潭冠公。勤
010_0081_b_18L事之。潭公一日。執手而勉之曰。而不聞
010_0081_b_19L先哲之三登投子。九到洞山乎。華嚴善財
010_0081_b_20L所叅五十五善知識。莫非善財之師也。女
010_0081_b_21L行矣勿滯。遍叅可矣。波公服其言。週
010_0081_b_22L流諸山。叅扣名師。而末頭投寒巖之門。
010_0081_b_23L承法受衣。波爲宗師者。殆卅餘稔。提誨
010_0081_b_24L方來衲子。而志在言筌之表。恒嘅汨於講
010_0081_b_25L授。未專定業。觀其臨終之偈在
集 居然可
010_0081_b_26L知其往生蓮國也。肅廟戊戌五月二十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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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081_c_01L광주廣州 묵동墨洞에서 태어났다. 완산完山 이씨李氏로 선세先世는 명망 있는 집안이었다. 영조 갑오년(1774) 5월 13일에 돌아가셨다. 그 글을 모아 보니 예스럽고 튼튼하며 여유롭고 고아하여 많은 사람들이 구해 보려고 하였기에 종이가 귀해졌다. 스님의 성정을 여러 해를 모신 자라 해도 나만큼 알지는 못하리니, 나는 타고난 성품이 ‘곧고 공손(直愻)’하셨다는 두 글자를 꼭 말하리라.성상 4년 경자 9월에 가야운인伽倻雲人 유기有璣가 지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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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081_c_01L生于廣州墨洞。完山李氏。先世望族。還源
010_0081_c_02L當英廟甲午五月十三日也。其集文。古健
010_0081_c_03L閒雅。人多求覽。紙已貴矣。至於公之性
010_0081_c_04L情。雖多年執侍者。莫愚所知如也。愚則
010_0081_c_05L必曰。所禀直愻二字也。
010_0081_c_06L聖上四年庚子菊秋。伽倻雲人有璣識。
- 143)투자投子 : 당나라 서주舒州에 있는 투자산投子山의 의청 선사義靑禪師를 말한다.
- 144)동산洞山 : 중국 강서성江西省 서주부瑞州府 고안현高安縣에 있는 산 이름인데, 여기서는 이 산에서 선풍을 크게 떨친 양개良价(807~869) 스님을 가리킨다.
- 145)언전言筌 : 고기를 잡는 통발(筌)과 마찬가지로 언어도 목적을 위한 방편方便이라는 뜻이다. 통발이 물고기가 아니듯이 언설言說은 진리를 말할 것이로되 결국 진리는 아니므로, 진리를 구하려면 언설을 잊어야 한다. “통발은 고기를 잡는 것이나 고기를 얻고는 통발을 잊어야 하고,……말은 뜻을 나타내는 것이나 뜻을 얻고는 말을 잊어야 한다.”는 구절이 『장자』에 있다.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하혜정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