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삼봉집(三峰集) / 三峯集

ABC_BJ_H0233_T_002

010_0456_b_02L
三峯集

총목차總目次
문文(一) 3편
행각록行脚錄
백두산기白頭山記
천불산록千佛山錄
시詩 54편
천불산 개심사 용담 홍유 대사에게 주다(贈千佛山開心寺龍潭弘裕大師)
천불산 필경 대사에게 주다(贈千佛山必慶大師)
설봉산 석왕사 내원암을 지나며(過雪峯山釋王寺內院庵)
호남 송광사로 가는 화봉 우성 대사를 보내며(贈別華峯宇晟大師之湖南松廣寺)
외전에 대해 물어보러 온 자가 있었다~(有問外典來者 余曰外典不識也~)
내전의 문자를 구하여 문장을 윤색하려는 이가 있었다~(有求內典文字 欲以閏屬文~)
야합수夜合樹
주장자柱杖子
감로병甘露瓶
반도향로盤桃香爐
조사 영파 화상께서 팔공산에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聞祖師影波和尙 在八公山~)
보개산 안양암에서 삼가 판상의 시문을 차하다(寶盖山安養庵謹次板上韻)
삼가 동평 황석사의 운을 차하다(謹次東坪黃碩士韻)
홀로 슬퍼하는 시(獨悲詩)
지락至樂
법어를 구하는 웅 장로에게 주다(贈雄長老求語)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관 대사를 보내며(送冠大士入金剛山)
금학대 토굴에서 홀로 읊다(金鶴臺土窟獨吟二首)
눈 온 뒤 우연히 읊다(雪後偶吟三首)
삼가 목옹의 운을 차하여 금강산으로 가는~(謹次牧翁韻贈哲大師之金剛山)
함 대사에게 주다(贈涵大師)
순 대사에게 게송을 주다(贈淳大師偈語)
귀녕하는 정인 사미에게 주다(贈正仁沙彌歸寧)
삼가 침 장로가 순 대사에게 준 시운을 차하여 주다(謹拈枕老贈淳大師韻因以贈之)
보개산 안양암에서 미허 대사를 만나~(寶盖山安養庵遇彌虛大師 以偈諷日峯禪師)
바람風
삼가 차운하여 금호 이대아와 이별하다(謹次別錦湖李大雅二首)
여러 선비와 함께 쓰다(興諸儒同題)
오대산을 유람하며(遊五臺山)
화담에게 전법 게송을 주다(贈華潭傳法偈)
송도 회고松都懷古

010_0456_b_02L三峯集

010_0456_b_03L

010_0456_b_04L門孫寶月慧昭編集

010_0456_b_05L1)目次

010_0456_b_06L
文(一)三篇

010_0456_b_07L
行脚錄過兔山鶴峯山石頭寺七星庵
010_0456_b_08L過伊川古味灘實相庵

010_0456_b_09L
五十八篇

010_0456_b_10L
贈實相庵雄大師
贈別煥明大師
010_0456_b_11L五峯山…道瑞大師樂民樓謹次板上
010_0456_b_12L贈龍潭大師
白頭山記
010_0456_b_13L佛山錄贈千佛山…大師贈千佛
010_0456_b_14L山必慶大師過雪峯山…內院庵
010_0456_b_15L別…松廣寺
夜合樹柱杖子
010_0456_b_16L露瓶盤桃香爐
寶盖山安養庵
010_0456_b_17L謹次板卜韻謹次東坪黃碩士韻獨悲
010_0456_b_18L至樂贈雄長老求語送冠大士
010_0456_b_19L入金剛山金鶴臺土窟獨吟

010_0456_b_20L後偶吟
謹次牧翁韻贈哲大師之金剛
010_0456_b_21L贈涵大師贈淳大師偈語贈正
010_0456_b_22L仁沙彌歸寧謹拈枕老贈淳大師韻因以
010_0456_b_23L贈之寶盖山…日峯禪師風 謹次
010_0456_b_24L別錦湖李大雅
興諸儒同題遊五
010_0456_b_25L臺山贈華潭傳法偈松都懷古

010_0456_c_01L고성 삼일포 사선정 판상의 운(高城三日浦四仙亭板上韻)
수락산 흥국사에서 여러 선비와 함께 짓다(水落山興國寺與諸儒同題)
벽허 존숙碧虛尊宿
성곡에게 주다(授聖谷二首)
나운에게 보이다(示懶雲)
또 나운이 어제 나에게 제불의 골수를 묻자~(又懶雲昨日 問余於諸佛骨髓 以偈答言)
단양일에 여러 선비와 삼교의 동이를 논하고 우연히 읊다(端陽日與諸儒論三敎同異偶吟)
백악폭포를 보다(觀白岳瀑布二首)
친구 스님과 새벽길을 가다 세 갈래 길에서~(與友僧曉行臨三歧相分偶吟)
경허 도우에게 주다(贈景虛道友)
송월 장로에게 보이다(示松月長老)
경공 선사에게 보이다(示鏡空禪師)
왕생극락을 발원한 청신녀에게 주다(授淸信女極樂願)
동악 신 선자에게 주다(授東岳信禪子)
인성 선자에게 보이다(示仁城禪子)
남방으로 화엄경을 들으러 가는 함경 장실을 보내며(送涵鏡丈室聽華嚴經于南方)
영허 스님과 이별하며 주다(贈別映虛師)
차운하여 영허 도반에게 이별하며 주다(拈次贈別暎虛道友)
또 영허 선자에게 보이다(又示暎虛禪子)
목련화木蓮花
역산 선자를 이별하며 주다(贈別櫟山禪子)
임화게臨化偈
대승원大乘院
문文(二) 35편
인물을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해설(不遇人說)
불우를 근심하다(患不遇)
철 대사가 말을 구한 데 대해 답하다(酹哲大師求語)
금강산유점사설선당중건기金剛山楡岾寺說禪堂重建記
유점사법당불량녹서楡岾寺法堂佛糧錄序
유점사설선당인등발원기楡岾寺說禪堂引燈發願記
유점사해장전조상경간판봉안기楡岾寺海藏殿造像經刊板奉安記
신계사유마암신건기神溪寺維摩庵新建記
대승선원신건기大乘禪院新建記
마하연중건기摩訶衍重建記
사미에게 권우란 이름을 준 설(名沙彌勸愚說)
화장사적묵당불량답책서華藏寺寂默堂佛糧畓册序
보봉산 화장사 대웅전, 응진전~(寶鳳山華藏寺大雄殿應眞殿兩法堂引燈佛油契座目序)
서천 108대 전등게송 및 지공의 직지 언구를~(西天百八代傳燈偈語及指空直指言句謄書後說)
금강산만천교권선문초金剛山萬川橋勸善文草
금강산유점사운취당중건상량문金剛山楡岾寺雲翠堂重建上樑文
금강산장안사사성전인등시주축원책서金剛山長安寺四聖殿引燈施主祝願册序
장단심복사보광암송월루중수기長湍心腹寺普光庵松月樓重修記
조상경증정서造像經證正序
조상경고증발造像經考證䟦
천경집발天鏡集䟦
한북중흥사단월설재상별문漢北重興寺檀越設齋上別文
화담에게 답하다(答華潭書)

010_0456_c_01L城三日浦四仙亭板上韻水落山興國
010_0456_c_02L寺與諸儒同題碧虛尊宿授聖谷

010_0456_c_03L示懶雲又懶雲…以偈答言端陽日
010_0456_c_04L與諸儒論三敎同異偶吟觀白岳瀑布

010_0456_c_05L與友僧曉行臨三歧相分偶吟贈景虛道
010_0456_c_06L示松月長老示鏡空禪師授淸
010_0456_c_07L信女極樂願授東岳信禪子示仁城
010_0456_c_08L禪子送涵鏡丈室聽華嚴經于南方
010_0456_c_09L別映虛師拈次贈別暎虛道友又示
010_0456_c_10L暎虛禪子木蓮花贈別櫟山禪子
010_0456_c_11L臨化偈大乘院

010_0456_c_12L
文(二)三十五篇

010_0456_c_13L
不遇人說患不遇酹哲大師求語
010_0456_c_14L金剛山楡岾寺說禪堂重建記楡岾寺
010_0456_c_15L法堂佛糧錄序楡岾寺說禪堂引燈發
010_0456_c_16L願記楡岾寺海藏殿造像經刊板奉安
010_0456_c_17L神溪寺維摩庵新建記大乘禪院
010_0456_c_18L新建記摩訶衍重建記名沙彌勸愚
010_0456_c_19L華藏寺寂默堂佛糧畓册序寶鳳
010_0456_c_20L山…契座目序西天百八代…謄書後
010_0456_c_21L金剛山萬川橋勸善文草金剛山
010_0456_c_22L楡岾寺雲翠堂重建上樑文金剛山長
010_0456_c_23L安寺四聖殿引燈施主祝願册序長湍
010_0456_c_24L心腹寺普光庵松月樓重修記造像經
010_0456_c_25L證正序造像經考證䟦天鏡集䟦
010_0456_c_26L漢北重興寺檀越設齋上別文答華潭
010_0456_c_27L目次編者作成補入

010_0457_a_01L영허에게 답하다(答映虛書)
영허에게 주다(贈映虛書)
역산에게 주다(與櫟山書)
영허에게 주다(與映虛書)
역산에게 주다(與櫟山書)
영허에게 주다(與映虛書三篇)
역산을 위로하는 편지(慰櫟山疏)
역산에게 주다(與櫟山書)
기봉에게 올림(上奇峯書)
역산에게 주다(與櫟山書)
영허에게 주다(與映虛書)
영찬影讃
법상찬法像讃
행장行狀
발跋
부록附錄 5편
화담 대사 부도비명華潭大師浮屠碑銘
영찬影讃(三篇)
행장行狀
문文(一)
행각록行脚錄
나는 거처를 항상 옮겨 한 해에도 90일을 머무는 법이 없었다. 시종하는 자가 괴롭게 여겨 떠나기도 하고 거주하는 자는 조급함을 보고 싫어하였으니, 내가 머물 곳을 찾았으나 얻지 못하여 자주 옮김을 누가 알겠는가. 나 또한 자신이 괴롭고 스스로가 미울 뿐이다. 아! 나는 과연 머물 곳이 없는 것인가, 머무를 때를 만나지 못하는 것인가, 그 머무르는 도리를 알지 못하는 것일까. 진실로 그 도리를 안다면 과연 머물지 않는 때가 없고 머물지 않는 사물이 없으며 머물지 못할 곳이 없을 것이다. 대저 천하에 머물지 못할 곳은 없다. 다만 머무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지혜로운 사람도 알기 어려운 것이다.
석씨釋氏는 법계法界에 머물고, 노자老子는 자연自然에 머물며, 유가儒家는 인의仁義에 머문다. 하나는 중도中道, 하나는 유有, 하나는 무無이다. 또한 나아가는 자, 물러나는 자, 은둔하는 자, 현달하는 자에 이르기까지 몇 천, 몇 만을 헤아리지만 모두가 머물 곳을 아는 것이다. 나는 그렇지 못하여 항상 행각을 한다.

010_0457_a_01L答映虛書贈映虛書與櫟山
010_0457_a_02L與映虛書與櫟山書與映虛
010_0457_a_03L
慰櫟山疏與櫟山書上奇
010_0457_a_04L峯書與櫟山書與映虛書

010_0457_a_05L
影讃

010_0457_a_06L
法像讃

010_0457_a_07L
行狀

010_0457_a_08L
附錄五篇

010_0457_a_09L
華潭大師浮屠碑銘影讃
行狀

010_0457_a_10L

010_0457_a_11L1)文(一)

010_0457_a_12L行脚錄

010_0457_a_13L
余所居每常遷一歲中無九旬止從者
010_0457_a_14L爲苦去之居者見躁憎之疇可以謂余
010_0457_a_15L求止未果而有以數遷也余亦甚自苦
010_0457_a_16L自憎也已余果無所止歟又不遇
010_0457_a_17L其所止之時歟又不明其所止之道歟
010_0457_a_18L苟明其道則果無時不止無物不止
010_0457_a_19L無處不止歟夫惟天下無可不止也
010_0457_a_20L只有所以止者異其惟智者乃聽熒也
010_0457_a_21L釋氏以法界止老氏以自然止孔氏以
010_0457_a_22L仁義止一中一有一無也以至進者退
010_0457_a_23L隱者顯者幾千萬數而能知其所
010_0457_a_24L以止也余自不能爲而每蕩蕩底也

010_0457_b_01L이는 머무는 도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니 이로 말미암아 뜻도 항상 그치지 아니하고, 뜻이 그치지 아니하니 몸도 그치지 아니하며, 몸이 그치지 아니하니 언어가 그치지 아니하며, 언어가 그치지 아니하니 환망幻妄과 시비가 그치지 아니한다. 마치 강물이 흐르고 바람에 불길이 타오르며 구름이 일어나며 풀이 자라는 것과 같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52년이 지났다. 이제 사방을 유람하며 머물 곳을 구하고자 하나 비유컨대 바다에 들어가서 파도를 그치고 기름을 부으면서 불을 그치려고 하는 것과 같다. 설사 사방을 유람하여 선지식善知識을 만난들 선지식이 어찌 내가 스스로 머물지 못하는 것을 머물게 할 수 있겠는가. 옛말에 이르기를 “활을 잘 쏘는 자는 활을 스승으로 삼고 예羿2)를 스승 삼지 않는다.”고 하니 내가 스스로 머물러야 비로소 옳은 것이다. 무엇 때문인가, 만일 유마힐維摩詰3)이 비야리성毘耶離城에 있고 달마達磨4)가 소실산小室山에 있어 내가 가서 머무름을 구한들 얻을 수 있겠는가. 저 지혜가 신자身子5)와 같고 믿음이 양 무제梁武帝6)와 같더라도 머물 곳을 얻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나는 지혜도 믿음도 없으니 얻을 수 있겠는가. 나는 진실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선지식이 남방의 110개 성에 있어서 내가 가서 머물 곳을 구한들 되겠는가. 세상에 선재善財7) 동자가 없으니 어찌 얻을 수 있겠는가. 나는 진실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때문에 부질없이 사방을 바라보며 마음이 꺾여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그러나 내 한 몸은 배와 수레와 같으니 한결같이 고삐만 매달고 돛만 묶어 놓으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또한 능히 운에 따라 천근天根과 월굴月窟8)에 무궁히 왕복한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조운과 수송의 일을 맡거나 상업을 경영하여 혹 태행산太行山의 험한 비탈에 오르기도 하고 용문龍門의 여울을 내려오기도 할 적에 노가 꺾이고 바퀴가 떨어지기도 할 것이니 이러한 위험은 반드시 삼가 피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청허淸虛9) 노행각한老行脚漢의 한시漢詩를 자유로이 읊조리며 한번 떠나 보는 것이다.
토산 학봉산10) 석두사 칠성암을 지나다(過兔山鶴峯山石頭寺七星庵)

010_0457_b_01L由此不能知其所止之道故意常不止
010_0457_b_02L由意常不止故身自不止也由身
010_0457_b_03L自不止故語言不止也由語言不止
010_0457_b_04L故幻妄是非不止而如河流如風火
010_0457_b_05L如雲起如草生而看看過時日月歲
010_0457_b_06L而至于今五十有二年於此矣今乃欲
010_0457_b_07L遊方而求其止譬如入海而止水潑油
010_0457_b_08L而止火也設遊方也遇善知識善知
010_0457_b_09L識烏能止余之不自止也古云善弓者
010_0457_b_10L師弓不師舁 [2] 余須自止始得何以故
010_0457_b_11L嚮使維摩詰在毘耶離達摩在小室山
010_0457_b_12L余往彼求止得乎彼智如身子信如梁
010_0457_b_13L不得其止也況余無智無信而得乎
010_0457_b_14L余固知必不得也更使五十三善知識
010_0457_b_15L在南方一百一十城余徃彼求止得乎
010_0457_b_16L世無善財童子安可得乎余固知必不
010_0457_b_17L得也所以空望四方而心折涕泣者也
010_0457_b_18L然余一身譬舟車但一向懸轡繼纜
010_0457_b_19L何益之有又能任運乎天根月窟
010_0457_b_20L復無窮可乎若夫任於漕輸役於
010_0457_b_21L或上太行之坂下龍門之灘則楫
010_0457_b_22L摧輪墜是畏必須謹避者也於是浪吟
010_0457_b_23L淸虛老行脚漢詩試往也

010_0457_b_24L

010_0457_b_25L過兔山鶴峯山石頭寺七星庵

010_0457_c_01L
암자는 산의 허리 상부에 있는데 샘물이 달고 차가우며 누대와 숲이 매우 정결하다. 절에는 장경각藏經閣이 있는데 넝쿨풀 우거진 곳에 있고 절은 황폐하여 소제掃除하는 사람이 없다. 이천伊川의 아름다운 모래톱을 지났는데 풍토가 아름답고 태창太倉과 창촌倉村이 있다. 잠깐 쉬며 바라보니 동남쪽에 웅장한 산봉山峰과 거대한 골짜기가 있어 창연蒼然히 깊고 그윽하니 바로 이천의 광복산廣福山이다. 가 보려고 하였으나 가지 못했다.
이천11) 고미탄 실상암을 지나며(過伊川古味灘實相庵)
고미탄古味灘의 산수와 지세는 깊은 골짜기가 100리에 뻗어 있고 큰 시내가 그 가운데로 수없이 굽이쳐 흘러 매우 그윽하고 고요하다. 10리, 5리마다 인가가 있는데 민속이 순박하여 은둔자가 거처할 만한 곳이다. 실상동으로부터 물이 다하는 곳에 이르면 참으로 깊고 고요한데 큰 산이 곧게 푸른 하늘에 솟아 있다. 그 위에는 연못이 있어 신령한 기운이 울창하니 이곳이 두류산頭流山이다. 세상에서는 명이덕茗伊德이라고도 부른다. 고미탄 안에는 세조世祖가 머문 곳이 있는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각이 남아 있다.
실상암 웅 대사에게 주다(贈實相庵雄大師)
道味應爲眞古味       도의 맛은 참된 옛 맛이라야 하니
幻中實相亦能知       환망한 가운데서도 실상을 알아야 하리.
君居此地尋斯意       그대 이곳 거처하며 이 뜻을 찾는다면
浩浩先天即一時       넓은 선천의 이치가 일시에 드러나리라.

중산中山의 상원上院에 묵었다. 중산은 고미탄에서 가장 높은 곳인데 안변부安邊府에 소속되어 있다. 옛날 나옹 화상12)이 강월헌江月軒에서 은거하던 곳이다.

010_0457_c_01L
庵在山之上腰井水甘洌臺樾甚淨潔
010_0457_c_02L寺有藏經閣在蔓草中寺癈無人掃除
010_0457_c_03L
010_0457_c_04L過伊川佳麗洲風土佳麗有太倉倉村
010_0457_c_05L小憇望見東南有雄峯巨壑蒼然深邃
010_0457_c_06L乃伊川廣福山也欲徃未果

010_0457_c_07L

010_0457_c_08L過伊川古味灘實相庵

010_0457_c_09L
古味灘山水地勢百里邃谷大川中
010_0457_c_10L逶迤百折甚極幽閴十里五里有
010_0457_c_11L人家民俗淳朴可以隱逸者所居也
010_0457_c_12L自實相洞入水窮處極深邃而有泰山
010_0457_c_13L直聳碧霄其上有澤靈氣葱欝此所
010_0457_c_14L謂頭流山也俗名茗伊德云古味灘中
010_0457_c_15L有世祖駐驆處至今殿閣猶存也

010_0457_c_16L

010_0457_c_17L2)

010_0457_c_18L贈實相庵雄大師

010_0457_c_19L
道味應爲眞古味幻中實相亦能知

010_0457_c_20L君居此地尋斯意浩浩先天即一時

010_0457_c_21L
宿中山上院中山古味灘最高處而
010_0457_c_22L屬安邊府昔懶翁江月軒隱居之所
010_0457_c_23L

010_0457_c_24L「文一」二字編者補入「詩」一字編者補
010_0457_c_25L

010_0458_a_01L
一宿中山庵         하룻밤 중산 암자에 머무니
風光惟古意         풍광조차 옛 뜻이 넘치네.
依然江月軒         강월헌은 의연히 그대로
千載待人至         천년 동안 사람을 기다렸네.

동쪽으로 박달령博達嶺을 넘었다. 이 고개를 남으로 건너면 평강平康의 분수령이 되고 또 북으로 달리면 청하산靑霞山이 되며, 동으로 꺾어 철령鐵嶺과 기죽령旗竹嶺이 되고 남으로 건너면 금강산이 된다. 고원高原 양천사梁泉寺에 묵었다.
환명 대사와 이별하며 주다(贈別煥明大師)

我是南方客         나는 남방의 나그네로
北溟願一遊         북명에서 한번 놀기 원했네.
非尋鄧隱夏         등은봉13)의 여름 찾음이 아니요
爲見鵬搏秋         붕새가 나는 가을을 보고자
得仁良可愛         어진 벗 만나니 참으로 사랑스러워
隨誼暫相留         인연 따라 잠시 머물렀네.
從此宗徒美         이로부터 종문의 무리 아름다워
雪山道更休         설산의 도가 더욱 빛나리라.

영흥永興(함흥) 용흥강龍興江 남쪽 가에 본궁本宮이 있는데 태조 강헌康獻대왕14)이 탄생하신 곳이다. 태조의 영정과 옛 그릇들이 봉안되어 있다. 본궁 왼쪽에 역수逆水가 있어 돌아 흐르는데, 대개 산하의 기운이 모인 것이니 참으로 기이하다.
오봉산 용연사를 지나다 도서 대사와 이별하며 주다(過五峰山龍淵寺贈別道瑞大師)

關北地形天下雄       관북의 지형은 천하에 으뜸이라
嵬嵬豊沛聖王宮       풍패15)에 성군의 집이 우뚝하네.
龍興自有噓雲氣       용이 흥기함에 절로 구름이 이니
人傑那無濟世宗       어찌 세상 구제할 인걸이 없으리.
滄海初昇晃旭日       창해에 빛나는 태양 막 떠오르고
歧山不斷俊仁風       기산16)에 뛰어난 인풍이 끊이질 않네.
最欣賢弟生於此       기쁘다 어진 아우 이곳에서 태어나
能繼雪山兩月翁       설봉산의 두 월옹을 이었도다.
함월涵月과 완월翫月17)이다 (涵月翫月也)

함흥부咸興府는 관북의 대도회지이다. 앞은 장강과 큰 들판이 펼쳐져 있어 평야를 느릿느릿 흘러가 멀리까지 창연하다. 강에 놓인 큰 교량은 큰 무지개가 걸려 있는 듯하다. 성첩은 산에 이어져 있고 집집마다 나무에 봄꽃이 피어난다. 강가의 성벽 가에는 낙민루樂民樓가 있고 누각 위에는 한 시대 거공巨公들의 시부 수백 편이 걸려 있다.

010_0458_a_01L
一宿中山庵風光惟古意

010_0458_a_02L依然江月軒千載待人至

010_0458_a_03L
東逾博達嶺此嶺南度爲平康分水
010_0458_a_04L又北走爲靑霞山又東折爲鐵嶺
010_0458_a_05L旗竹嶺又南度爲金剛山宿高原梁
010_0458_a_06L泉寺

010_0458_a_07L贈別煥明大師

010_0458_a_08L
我是南方客北溟願一遊

010_0458_a_09L非尋鄧隱夏爲見鵬搏秋

010_0458_a_10L得仁良可愛隨誼暫相留

010_0458_a_11L從此宗徒美雪山道更休

010_0458_a_12L
永興龍興江南畔有本宮乃太祖康
010_0458_a_13L獻大王誕生處奉安聖祖影幀及古
010_0458_a_14L本宮之左有逆水回流盖山河
010_0458_a_15L氣聚異矣哉

010_0458_a_16L過五峰山龍淵寺贈別道瑞大師

010_0458_a_17L
關北地形天下雄嵬嵬豊沛聖王宮

010_0458_a_18L龍興自有噓雲氣人傑那無濟世宗

010_0458_a_19L滄海初昇晃旭日歧山不斷俊仁風

010_0458_a_20L最欣賢弟生於此能繼雪山兩月翁涵月
翫月
010_0458_a_21L

010_0458_a_22L
咸興府關北大都會處也前帶長江
010_0458_a_23L大野平楚緩流極目蒼然橫江大
010_0458_a_24L十里駕虹粉堞連山萬家春樹
010_0458_a_25L江上城邊有樂民之樓樓上揭一代

010_0458_b_01L
낙민루 판상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樂民樓謹次板上韻)

迬徠州牧馬驚蹄       왕래하는 목민관의 말발굽에 놀라니
時有元戎出隊齊       때로 원융18)의 부대 가지런히 출정하네.
豊沛大都華閣茂       풍패의 도회지에 화려한 누각 성대하고
歧山初邑小簷低       기산의 첫 고을에 처마 낮게 드리웠네.
豳風夫老閒中在       빈풍19)을 노래하는 노인도 한가하고
湖海漁樵樂意迷       호수와 바다의 어부와 나무꾼도 즐겁네.
獨向夕陽江上路       홀로 석양빛 강가의 길을 바라보며
無端怊悵下層梯       괜스레 마음 슬퍼 층층계단 내려오네.

홍원洪原 두무산頭蕪山 은적암隱寂庵을 지나며 선월禪月 선사를 알현하였다. 나이는 80여 세인데 도인의 풍모가 넘치고 산에 올라 걸을 때도 여전히 건장하시었다. 용담 보정龍潭普定 대사는 그의 제자인데 학문과 행실이 고명하고 사람됨이 순박하다.
용담 대사에게 주다(贈龍潭大師)

法界無南北         법계에 남과 북이 없고
眞心絕我人         진심에 인아가 끊어졌네.
箇中仁所住         그중에 인자가 머무르니
何處有疎親         어느 곳에 친소가 있으랴.

향파香坡의 도솔암에 올랐는데 암자는 두무산 상봉 앞에 있다. 봉우리가 날카롭고 높으며 골짜기가 깊고 그윽하여 북방의 제일 가는 선원으로 불린다. 감로甘露와 우통芋筒 두 샘이 있는데 물맛이 향기롭고 차갑다. 향파동 아래 4, 50리 안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사람이나 가축이 질병이 없고 해마다 풍년이 들었다. 옛날 나옹 화상이 이 암자에 거처하였는데 작은 솥이 있어 나옹의 솥이라고 전해진다.

禪庵昔日懶翁居       옛날 나옹이 거처했던 선암에
遺跡至今小鼎餘       오늘날 작은 솥만 남았구나.
洞下生民無疾疫       골짜기 아래 백성 질병 없으니
是誰恩力若神如       신령의 은혜와 도움이로다.

동대령東大嶺을 넘으면 고개와 골짜기가 깊고 멀다. 멀리 계곡의 근원까지 이르면 남쪽으로 아득히 태백산이 푸른 하늘에 높이 솟아 있는데 산 빛이 울창하고 창량蒼凉하여 그 높이도 알 수 없고 깊이도 헤아릴 수 없다. 홀로 다니며 도반이 없었으면 이 산에 은거하여 여생을 마치리라 생각하였으나

010_0458_b_01L巨公詩賦數百篇

010_0458_b_02L樂民樓謹次板上韻

010_0458_b_03L
徠州牧馬驚蹄時有元戎出隊齊

010_0458_b_04L豊沛大都華閣茂歧山初邑小簷低

010_0458_b_05L豳風夫老閒中在湖海漁樵樂意迷

010_0458_b_06L獨向夕陽江上路無端怊悵下層梯

010_0458_b_07L
過洪原頭蕪山隱寂庵謁禪月大師
010_0458_b_08L年八十餘道貌蒼然上山行步猶健
010_0458_b_09L有龍潭普定大師其弟子也學行高
010_0458_b_10L爲人淳朴

010_0458_b_11L贈龍潭大師

010_0458_b_12L
法界無南北眞心絕我人

010_0458_b_13L箇中仁所住何處有疎親

010_0458_b_14L
上香坡兠率庵庵在頭蕪山上峯之
010_0458_b_15L岡巒峭峻洞天深邃稱北方第
010_0458_b_16L一禪院有甘露芋筒二泉水味香冽
010_0458_b_17L香坡洞下四五十里內從古至今
010_0458_b_18L人畜無疾疫年穀熟昔懶翁住此菴
010_0458_b_19L有小鼎傳云懶翁之鼎

010_0458_b_20L
禪庵昔日懶翁居遺跡至今小鼎餘

010_0458_b_21L洞下生民無疾疫是誰恩力若神如

010_0458_b_22L
逾東大嶺嶺谷深遠遠到水源
010_0458_b_23L望太白之岹嶢上出碧霄山色鬰乎
010_0458_b_24L蒼凉其高不可仰其深不可測
010_0458_b_25L以爲獨行無伴隱於此山以終餘生

010_0458_c_01L이제 동행한 스님에게 매이게 되었다.
팔봉산 관음굴에 올라가 보니 여덟 봉우리가 둘러 안았는데 모두 흰 모래와 푸른 소나무로 한 점 티끌도 없이 스님이 조용히 거주하고 있다.
백련산 원적사에 이르러 남파南坡 대사를 방문하니 선교禪敎에 대한 언론이 매우 밝아 사람의 안목을 크게 열어 주니 북방의 대종사였다.
후치령厚峙嶺을 넘었다. 이 고개는 백두의 본줄기로 장백산으로부터 천여 리를 굽이쳐서 남으로 태백산과 웅이熊耳산이 되고 또 남으로 달려 검산령劒山嶺이 된다. 그 때문에 고개의 동·남쪽 물은 모두 동해로 들어가고 서·북쪽의 물은 북으로 흘러 갑산甲山, 삼수三水의 물과 합쳐져 압록강으로 들어간다. 후치령부터 걸어서 응덕령鷹德嶺에 이르렀다. 두 고개 사이는 백여 리인데 지세가 높아 4, 5월 즈음이 되어야 층층얼음이 비로소 풀리고 초목이 푸르러진다. 7, 8월이 되면 벌써 서리가 내리기 때문에 그곳의 백성들은 대부분 이맥耳麥을 심어 식량으로 삼는다. 응덕령을 넘어 종포終浦에 이르면 갑산의 경계가 된다. 이곳부터는 민속이 순박하고 두터워 손님을 보면 친족처럼 여긴다. 예로부터 여관이 없어 길손은 여염집에서 묵는데, 혹시 비나 눈을 만나 여러 날을 유숙해도 처음과 같이 정성스럽고 도타이 대우한다. 북청北靑의 후치厚峙와 팔갑산부터는 백두산으로 곧바로 가는 길이 된다.
백두산기白頭山記
내가 일찍이 『동천지洞天誌』를 보니, 백두산에는 4만 봉우리가 있는데 그 위에 큰 연못이 있고 둘레가 40리라고 하니, 그 산의 크기를 알 수 있다.
내가 또 갑산甲山의 늙은이에게 들으니, 다음과 같다. 갑산의 험천보險川堡부터 무산茂山의 허항령虛項嶺 삼지三池까지 하루의 여정이요,

010_0458_c_01L今爲同行所拘累也

010_0458_c_02L
上八峯山觀音窟八峯環擁皆白沙
010_0458_c_03L靑松無一點塵埃靜僧居之

010_0458_c_04L
至白蓮山圓寂寺訪南坡大師禪敎
010_0458_c_05L言論頗明多有開人眼目北方大宗
010_0458_c_06L師也

010_0458_c_07L
逾厚峙嶺此嶺乃白頭元龍自長白
010_0458_c_08L起伏千有餘里南出爲太白熊耳
010_0458_c_09L南走爲劒山嶺也故此嶺東南之水
010_0458_c_10L皆入東溟西北之水北流與甲山三
010_0458_c_11L水之水會同入鴨綠江也自厚峙嶺
010_0458_c_12L行至鷹德嶺二嶺之間百有餘里
010_0458_c_13L地勢高至四五月之間層冰始解
010_0458_c_14L草木始靑已七八月之間霜早降
010_0458_c_15L其土之民多種耳麥爲粮逾鷹德嶺
010_0458_c_16L至終浦爲甲山界也自此民俗淳厚
010_0458_c_17L見客如親族自古無旅店行客寄宿
010_0458_c_18L於閭閻或遭雨雪留數日款厚如
010_0458_c_19L初焉自北靑厚峙八甲山爲白頭之
010_0458_c_20L直路也

010_0458_c_21L白頭山記

010_0458_c_22L
余嘗覽洞天誌白頭山有四萬峯
010_0458_c_23L上有大澤周圍四十里其山之大可
010_0458_c_24L知也
余又聞言於甲山夫老曰自甲
010_0458_c_25L山險川堡至茂山虛項嶺三池一日

010_0459_a_01L삼지에서 백두산 연지봉 아래 속석포藗石浦까지 이틀의 여정이다. 또 연지봉까지 30리를 오르는데 연지봉은 백두산 제일봉이다. 그 위에 큰 연못이 있고 둘레가 40리다. 사면의 절벽이 병풍처럼 서 있고 그 높이는 만 길이 넘는다. 그 아래에 물은 검푸른 빛이요, 파도가 부딪쳐서, 만약 사람이 올라가 내려다보면 놀라고 어지러워 쓰러지지 않는 자가 없다. 만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 연못 가운데서 소리가 나고 구름이 나비 날개처럼 일어나며 반드시 회오리바람이 불어 얼음과 눈이 쏟아져 내려오고, 사람들이 모두 바람에 날려 떨어져, 쌓인 얼음 사이에서 동사한다. 당시에 만약 소리가 나고 구름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급히 산을 내려온다면 목숨을 온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반드시 신물神物이 깊은 물속에 잠겨 있는 것이다.
바로 북쪽으로 물 입구가 있는데 만 길 절벽에서 때때로 물이 떨어져 세상에서는 천상의 은하수라고 하니 대개 높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그 물이 북쪽으로 흘러 흑룡강이 되는데 세상에서는 물 입구에서 세 개의 물결로 나누어 흐른다고 말하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대개 백두산 동남쪽 산록이 분수령이 되는데 분수령의 동쪽으로 나오는 것이 토문兎門(두만강)의 수원이 되고, 서쪽으로 나오는 것이 압록강의 수원이다. 분수령에서 떨어져 나와서 허항령이 되는데 평원이나 광야와 같고 300여 리를 달려 높이 솟아 보타산寶陀山이 되니 세상에선 포태산胞胎山이라고 한다. 또 동쪽으로 장백산이 되니 무산 사람들은 검덕산黔德山이라고 칭한다. 그 밖에 허다한 기이한 이야기는 다 기록하지 못한다.
나는 갑산에서 백두산을 향하다 운총보雲寵堡에 이르렀는데 운총보의 장교가 제지하며 금지구역이라고 하여 더 나아가지 못하였다. 앞서 들으니 운총보와 혜산惠山 사이에 제당祭堂이 있는데 조정에서 매년 세 번씩 어휘御諱를 받들어 백두산을 향해 제사를 드리는 곳이라 하였다. 이에 그 위에 올라가 보니 그날은 하늘이 맑게 개어 머리를 들어 북쪽을 바라보니

010_0459_a_01L自三池至白頭山蓮池峰下藗石
010_0459_a_02L二日程又上蓮池峰三十里
010_0459_a_03L池峰則白頭之一峯也其上有大澤
010_0459_a_04L周圍四十里四面壁立如屏其高萬
010_0459_a_05L丈餘其下水色玄黑波濤澎湃
010_0459_a_06L人登臨俯瞰也無不驚愕眩倒者也
010_0459_a_07L如有喧譁則澤中有聲雲氣若蝶翅
010_0459_a_08L而起必有飄風氷雪如注而下人皆
010_0459_a_09L揚風飛墜積氷凍死當時若見聲動
010_0459_a_10L雲起急走下山得全身命此必神
010_0459_a_11L蟄伏於無底之竇也
直北有水口
010_0459_a_12L懸厓萬丈時時水落俗稱天上水
010_0459_a_13L盖言其高也其水北流爲黑龍江也
010_0459_a_14L俗謂水口三派分流非也盖白頭東
010_0459_a_15L南麓爲分水嶺嶺之東出兔門水
010_0459_a_16L嶺之西出鴨綠江水源也分水
010_0459_a_17L嶺落爲虛項嶺如平原廣野走三百
010_0459_a_18L餘里峻起爲寶陀山俗稱胞胎山
010_0459_a_19L又東爲長白山茂山人謂之黔德山
010_0459_a_20L自餘許多異聞不能盡記也
余自甲
010_0459_a_21L向白頭至雲寵堡堡將止曰禁
010_0459_a_22L余不能前進先是已聞雲寵惠山
010_0459_a_23L之間有祭堂自朝家每年三次
010_0459_a_24L御諱向白頭致祭之所也於是登
010_0459_a_25L臨其上是日天朗氣晴乃翹首北望

010_0459_b_01L백두산이 눈앞에 우뚝 서 있어 나도 모르게 놀라고 기뻐하였다. 한참을 바라보며 사면을 살펴보니, 백두산 서남쪽은 곧바로 요동 우북평右北平 대막大漠의 북쪽으로 3천여 리에 걸쳐 인가가 없는 지역이다. 찬 구름과 음산한 기운만 호산胡山에 쌓이고 숲의 빛깔도 검고 푸르러 궁벽진 변방의 장강만 가로질러 흐를 뿐이다. 그 동북쪽은 여진족의 옛터로 넓고 끝이 없어 한해瀚海20)의 변경에나 이르러야 경계가 끝날 것이다. 그 동남쪽은 이른바 허항령인데 사면이 넓은 들판이어서 구름 덮인 나무들이 창창하여 푸른 바다의 파도 빛깔이다. 그중에 백두산이 하늘에 솟아 가로 누워 한 점의 푸른빛도 없다. 그 위는 구름이 푸르게 엉겨 있고 아래는 태양이 빛나 산 빛이 부동浮動하는 것이 신기루와 건성乾城21)같이 나타났다 사라져 헤아릴 수 없는 모양이다. 종일 우두커니 서서 눈을 뚫어져라 보고 마음이 치달리니 그 가운데의 풍경이 천리안으로 보는 것만 같다. 그 위에 오르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으나 이미 등은봉鄧隱峯 선사의 석장이 없으니 어찌 도모할 수 있겠는가. 공연히 두보杜甫의 시 ≺망악望岳≻22)을 읊고 스스로 마음을 달랬으니, 이른바 “바람은 눈을 부러워하고 눈은 마음을 부러워한다.”23)는 말이 참으로 맞다. 하물며 우리의 도는 마음으로 보는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가. 갑산 늙은이의 말에 의지하여, 마음으로 산과 연못의 신령하고 그윽한 기운을 볼 뿐이다. 이에 시를 짓는다.

女眞大漠望蒼凉       여진의 사막이 황량하게 보이는데
中有白山曜日光       그중에 백두산이 햇빛에 빛나도다.
凝碧霱雲橫北極       푸른빛 엉긴 구름 북극에 비끼고
渾元靈氣注東方       태초의 영험한 기운 동방으로 쏟아졌네.
天根月窟昇沉久       태양과 달이 오랫동안 부침하고
䗖蛼蜃樓變怪藏       무지개와 신기루의 변괴 담았구나.
其上瑤池難可見       그 위의 아름다운 연못 보기 어려우니
盤桃不老謾商量       불로초와 하늘 복숭아를 그저 생각하네.

길을 걷다가 혜산보惠山堡에서 멈추니, 보堡 위에 괘궁정掛弓亭이 있고 정자 아래에 압록강이 있다. 이 강의 하류가 평안도 의주의 압록강이다. 혜산은 호지胡地와 경계를 인접하여 강물을 넘으면

010_0459_b_01L白山立眼前不覺驚喜熟視久之
010_0459_b_02L展眸四面白頭西南則直遼東右北
010_0459_b_03L大漠之北三千餘里無人之地
010_0459_b_04L寒雲陰氣積聚胡山樹色蒼玄
010_0459_b_05L窮塞長江橫流而已其東北則女眞
010_0459_b_06L古墟曠茫無涯應至瀚海之邊而
010_0459_b_07L限其界也其東南則所謂虛項嶺
010_0459_b_08L面千野雲木蒼蒼如碧海波濤色
010_0459_b_09L其中白山浮天橫臥無一點靑
010_0459_b_10L上霱雲凝碧其下白日照曜山光浮
010_0459_b_11L若蜃樓乾城隱現不測之㨾
010_0459_b_12L日竚立眼穿神馳其中景色若千
010_0459_b_13L里眼所睹也余恨不得登臨其上
010_0459_b_14L旣無鄧隱峯錫杖安可圖也空吟老
010_0459_b_15L杜望岳詩而遂自解云所謂風憐目
010_0459_b_16L目憐心信哉是言也況吾道貴其心
010_0459_b_17L觀乎得因甲山夫老之言而心觀於
010_0459_b_18L山澤靈邃之飛云爾乃爲詩曰

010_0459_b_19L
女眞大漠望蒼凉中有白山曜日光

010_0459_b_20L凝碧霱雲橫北極渾元靈氣注東方

010_0459_b_21L天根月窟昇沉久䗖蝀蜃樓變怪藏

010_0459_b_22L其上瑤池難可見盤桃不老謾商量

010_0459_b_23L
行止惠山堡堡上有掛弓亭亭下有
010_0459_b_24L鴨綠江此江下流爲平安道義州鴨
010_0459_b_25L綠江也惠山與胡地接界江水越邊

010_0459_c_01L모두 호산胡山 수천 리의 인가 없는 땅이다. 괘궁정에 올라 호산을 바라보니 위에 석탑 수십 층이 높이 솟아 고목과 푸른 넝쿨 사이에 어른거리는데 사적이지만 전해지는 말이 없어 어느 시대 어떤 사람이 축조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여진족의 옛 나라의 사탑寺塔인 듯하다. 갑산의 장로의 말을 들으니, 탑의 층 사이 돌문이 열리고 닫히는 곳 가운데에 불상이 있는데 그곳에 기도하여 아들을 얻은 사람이 있고, 이에 앞서 큰 뱀이 탑머리를 둘러싸자 곧바로 벼락이 쳐서 뱀이 죽었는데 이 때문에 한 층이 깨어져서 낮아졌다고 한다. 4월 9일에 갑산 천봉사天鳳寺에서 돌아와 다시 후치령厚峙嶺을 넘어 25일에 함흥 천불산千佛山 백악봉白嶽峯 대승암大乘庵에 이르러 벽허碧虛 장로를 만나 여름 결제를 하였다.
천불산록千佛山錄
나는 백두산에 들어갔다 돌아와 천불산 대승암에 이르러 벽허碧虛 장로를 만났다. 장로가 먼저 와서 일 년을 머무르고 있었는데 나에게 여름 결제를 함께하자고 하였다. 나는 생각하기를 ‘좋은 산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 만나기도 어려운데 이제 좋은 산과 좋은 사람을 만났으니 어찌 함께하지 않겠는가?’ 하고, 여름결제를 하였다.
정성定誠 시자侍者가 하루는 나를 데리고 상봉에 올라 나에게 산과 골짜기의 아름다움이 거처할 만함을 보여주고 함께 은거하자고 하였다. 나는 그 취지가 까닭이 있음을 가상히 여겨서 이에 나무를 부여잡고 벼랑을 타고 대승암 산꼭대기에 올라 굽어보고 다시 백악봉에 올랐다. 또 높이 정상에 올라서 깎아지른 듯한 바위에 우뚝 서서 돌아보고 가리켜 보니, 바로 북쪽으로 여러 산들이 멀리 크게 솟아 만 리를 뻗어 가는 기상이 있었다.
“저 푸른 것이 무슨 산이냐?”고 물으니, “이것은 백두대간으로 수많은 산이 오고가서 한없이 굽이치는데 그 가운데에 웅이산과 태백산이 가장 깊고 큽니다. 다음으로 산봉우리와 바위의 형세가 높고 맑으며 기이하여

010_0459_c_01L皆胡山數千里無人之地也登掛弓
010_0459_c_02L望見胡山上有石塔數十層崔嵬
010_0459_c_03L隱映於古木蒼藤之間無事蹟傳言
010_0459_c_04L故不知何代何人之所築也豈女眞
010_0459_c_05L故國之寺塔耶聞甲山長老言曰
010_0459_c_06L層間有石門開闔處其中有佛像
010_0459_c_07L人禱得子先是有大蛇繞塔頭即時
010_0459_c_08L霹靂殺蛇因破碎一層下之云四月
010_0459_c_09L初九日自甲山天鳳寺還歸再逾厚
010_0459_c_10L峙嶺二十五日至咸興千佛山白嶽
010_0459_c_11L峯大乘庵遇碧虗長老結夏

010_0459_c_12L千佛山錄

010_0459_c_13L
余入白頭還至千佛山大乘庵遇碧
010_0459_c_14L虛長老長老先來住一年請余同
010_0459_c_15L余以爲不啻好山而好人難値
010_0459_c_16L今見好山好人安得不居乎遂與結
010_0459_c_17L有定誠侍者一日携余上上峯
010_0459_c_18L將欲示余以峯壑之美可居而與之
010_0459_c_19L余嘉其趣之有爲乃與攀木緣厓
010_0459_c_20L登臨大乘之巓更上白嶽之峯又夐
010_0459_c_21L然登絕頂竦然屹立乎嶄巖 [3] 眄指
010_0459_c_22L直北羣山邈然遠大而有萬里
010_0459_c_23L之勢
問曰彼蒼蒼者何處山也
010_0459_c_24L此白頭大龍千送萬迎無限屈曲
010_0459_c_25L而其中熊耳太白最深大又其次峯

010_0460_a_01L바라보면 금강산과 같이 신령하고 그윽하여 한없이 뻗은 것은 낙가산洛迦山이 천불산과 서로 이어져 안팎이 된 것입니다. 서쪽에는 큰 고개와 웅장한 산이 있어 하늘과 해를 가려 귀문鬼門과 음산陰山과 같으니 이른바 검산령으로 관서와 경계가 됩니다. 동남쪽 해산海山의 온갖 시내가 흘러드는 곳이 함경도 성천강인데 멀리 군산 만학에서 흘러와 풍패豊沛를 둘러싸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이것은 모두 천불산이 깊고 그윽하여 안아서 감추고 있는 것이다.”라고 하니, 정성 스님이 말하기를 “이 산이 이와 같이 깊고 아름다우니 은거할 만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내가 말하기를 “참으로 은거할 만하도다.”라고 하니, 정성이 다시 말하기를 “산중에 대승大乘·불정佛庭·보문普門 등의 난야蘭若(사찰)가 있으니 더욱 깊어 사람이 알지 못하는 곳으로 스스로 복지를 이루어서 귀신이 수호하고 호표虎豹가 자취를 감추었으며 샘이 달고 땅이 비옥하여 지출芝朮이나 감자를 심기에 좋아서 편안히 서식하여 여생을 보낼 곳이 한둘에 그치지 않습니다. 또 개심사開心寺가 있어 골짜기 입구를 막고 있으니 오직 한길로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산의 사면은 숲과 골짜기가 깊고 험하여 인적이 이르지 못하여 참으로 깊이 은거할 만한 곳이니 묘향산과 풍악산도 그만 같지 못합니다.”라고 했다.
내가 말하기를 “비록 그러하나 사람이 머무르는 바는 내외의 구분이 있으니 무슨 뜻이겠는가. 대저 도에 머무름은 안의 분수요, 처소에 머무름은 바깥의 분수이니, 그대는 아는가? 이 산은 풍패와 대도大都의 경계에 있어서 깊지 않은 듯하니 생각건대 그 깊지 않은 듯함이 깊은 것의 극진함이다. 이 때문에 여기에 은거하는 자는 은자의 이름이 없으니 은자의 이름이 없는 것이 은거함의 큰 것이다. 또 은자가 깊은 곳을 가리지 않고 구차히 깊은 곳만을 선택하지 아니하여 어느 곳인들 깊지 않은 곳이 없으면 깊은 곳이 견줄 것이 없게 되고 형체를 숨기지 아니하고 은자의 자태를 짓지 아니하여 어느 때고 은거하지 않음이 없으면 은거함이 견줄 것이 없게 된다.

010_0460_a_01L巒石勢欝岧淸奇望之如金剛山色
010_0460_a_02L靈邃無窮者所謂洛迦山與千佛相
010_0460_a_03L連爲表裏也西有大嶺雄歧隱天蔽
010_0460_a_04L若鬼門陰山者所謂劒山嶺也
010_0460_a_05L關西爲界者也東南海山百川朝宗
010_0460_a_06L是咸都成川之江遠從羣山萬壑
010_0460_a_07L赴擁豊沛者也余曰此皆千佛之所
010_0460_a_08L以深邃而包藏也誠曰此山如是深
010_0460_a_09L可不隱乎余曰然隱乎哉誠復
010_0460_a_10L山中有大乘·佛庭·普門等蘭若
010_0460_a_11L其最㴱而人所不知處自成福地
010_0460_a_12L鬼神守護虎豹屏跡泉甘土肥
010_0460_a_13L種芝朮甘蔗安其棲息以送殘年者
010_0460_a_14L非止一二也而有開心寺遮谷口
010_0460_a_15L惟有一路而入也山之四面林壑深
010_0460_a_16L人跡不能到眞可謂深藏之處也
010_0460_a_17L妙香·楓嶽無如之者也
余曰然雖如
010_0460_a_18L人之所以止也有內外之分
010_0460_a_19L謂也夫止以道則內分也止以處則
010_0460_a_20L外分也汝知之乎是山也在豊沛
010_0460_a_21L大都之界有似乎不深意思其似不
010_0460_a_22L深之至也故隱於此者無隱名
010_0460_a_23L其無隱名隱之大也且隱者不擇
010_0460_a_24L深不苟深而無處不深深無與之等
010_0460_a_25L不形隱不作隱而無時不隱

010_0460_b_01L만일 사람이 깊다고 가리킨다면 그 깊은 것은 이미 깊은 것이 아니게 되며 남이 은자라고 가리키는 것을 듣기 좋아한다면 그 은거는 이미 은거한 것이 아닌 것이다. 옛날에 포대布袋 화상24)과 선자船子 화상25)을 누가 은거한다고 하였으며, 동산東山26)과 동림사東林寺27)를 누가 깊다고 하였는가. 이러한 분들이 진실로 은거하고 깊이 산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산은 너무 깊지 않기 때문에 깊은 것이요, 은자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은거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대가 만약 여기에 은거하면서 사람으로 하여금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은 천불이 이 산에 머무르되 사람들이 절로 부처를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저 일월이 어찌 밝지 않겠는가마는 눈먼 자가 보지 못하는 것은 해와 달의 허물이 아니다. 대저 이와 같다면 내가 너에게 내외의 분수를 안다고 허여할 것이다.”라고 하니, 정성이 대답 없이 다시 묻기를 “스님께서 천불이 이 산에 거주한다고 이르시니 이 뜻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아니다. 대저 머무르는 바 없이 머무르는 것은 불가사의한 이치이다. 그대가 부처의 경계를 알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점검해 보라.” 하였다.
해가 기울자 대승암에 돌아가서 대략 이야기를 기록하고 명銘을 썼다.

千佛住何處         천불은 어느 곳에 머무는고.
非聲非色中         소리에도 없고, 풍경에도 없어라.
瞽聾無所識         귀먹고 눈먼 자는 알지 못하니
一路任西東         동서의 길에 일임할지어다.
多言空註記         말 많은 것은 헛된 해석이니
曷若入淸虛         어찌 청허에 드는 것만 같으리.
不問尋千佛         천불을 찾는 것 묻지 말고
孤庵三月居         암자에서 3개월을 거처하라.
삼봉집三峯集 시詩
천불산 개심사 용담 홍유龍潭弘裕 대사에게 주다짧은 서문과 함께(贈千佛山開心寺龍潭弘裕大師并小序)
이른바 도를 논하고 마음을 논하는 자가 다만 묵묵히 계합契合하는 것만을 숭상한다면 어리석고 못난 사람들은 다 알지 못하게 된다. 어찌 다만 알지 못할 뿐이겠는가. 또한 끝내 도와 마음이라는 이름과 글자를 들을 수 없게 될 것이니 천하에 어찌 다시 비야리毘耶離28)의 불사佛事가 있겠는가. 이 때문에 옛날의 성현은 말이 없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말하는 자는 듣는 자가 있어야 말을 하는데,

010_0460_b_01L無與之等也若使人指以爲深則其
010_0460_b_02L深已爲非深好聞人之指以爲隱則
010_0460_b_03L其隱已爲非隱也古之布袋·船子
010_0460_b_04L曰隱也東山東林誰爲㴱也此等
010_0460_b_05L眞隱也深也故曰是山也不太深故
010_0460_b_06L深也無隱名故隱也汝若隱於此
010_0460_b_07L而令人不識汝如千佛住此山而人
010_0460_b_08L自不知佛如日月豈不明而盲者不
010_0460_b_09L非日月之咎也夫如是則吾許汝
010_0460_b_10L知內外之分也誠無對而復問曰
010_0460_b_11L云千佛住此山此意可得聞歟余曰
010_0460_b_12L夫無所住而住不可思議也
010_0460_b_13L欲知佛境界須點檢看
日仄歸大乘
010_0460_b_14L略記其說銘曰

010_0460_b_15L
千佛住何處非聲非色中

010_0460_b_16L瞽聾無所識一路任西東

010_0460_b_17L多言空註記曷若入淸虛

010_0460_b_18L不問尋千佛孤庵三月居

010_0460_b_19L[詩] [4]
贈千佛山開心寺龍潭弘裕大師
010_0460_b_20L小序

010_0460_b_21L
所謂論道論心者但尙默契則其於
010_0460_b_22L智愚賢不肖有所未盡通矣豈惟未
010_0460_b_23L抑亦卒無以得聞道心之名字矣
010_0460_b_24L天下豈復有昆 [5] 耶離事乎是以古之
010_0460_b_25L聖賢不可以無言也
然夫言者

010_0460_c_01L그 말을 옳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옳지 않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듣는 자는 말을 하는 자가 있어야 듣게 되는데, 들을 만하다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듣고 듣지 않으며 옳고 그름에 달려 있을 뿐이다. 이제 내가 억지로 말하여 그대가 듣게 하고자 원한다면 이는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또한 듣겠는가 말겠는가. 또 능력에 깊고 얕은 분별이 있다. 때문에 말의 바른 것은 그 말이 오직 도에 합당하여서이니 도라는 것은 하나일 뿐이다. 잘 듣는 자는 오직 마음으로 들으니 마음이란 하나일 뿐이다. 이를 일러 도가 곧 마음이요, 마음이 곧 도라고 하는 것이다. 때문에 한 번 말하고 들음에 묵묵히 계합하는 것이니 어찌 이목耳目으로만 말하고 듣겠는가. 이것이 깊은 것이다. 도를 말미암지 않고 말하는 자는 항상 자기 마음에 쾌적하고 귀에 기쁜 것만 쉽게 듣는다. 마음을 허여하지 않고 듣는 자는 항상 말로는 허락하지만 마음은 잃어서 쉽게 속인다. 왕래하며 서로 따르지만 미혹되고 전도되어 이목이 어지러울 뿐이니 이른바 얕은 것이다. 이제 말하고 듣는 것이 얕다고 여기는가 아니면 깊은 바가 있는가.
아아, 나의 말이 도를 얘기하고 인仁에 힘쓰고자 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다만 행하는 바가 없이 오직 혀끝에만 어지러울 뿐이라면 이는 천근한 것이다. 그러나 오직 그대는 능히 마음으로 들어서 혹 바르지 못한 말이 있다 하더라도 도리에 가까우면 작은 선도 구하여 들을 것이니, 이러하다면 천하의 말하는 자가 누가 바른 말로 고하기를 즐겨 하지 않겠는가. 이로써 나는 스스로 행하는 바가 없음을 헤아리지 않고 이에 감히 말한다.

仁能眞出世         부처님이 참으로 세간에 나오셨으니
宜自得其心         마땅히 그 마음을 얻을지라.

010_0460_c_01L聽者而後言則有以可言有以不可
010_0460_c_02L其言聽者有言者而後聽則有以可
010_0460_c_03L有以不可聽也所以在於聽不聽
010_0460_c_04L正不正也已今不穀强言之而欲令
010_0460_c_05L仁聽之也是正耶非耶抑亦聽乎否
010_0460_c_06L又能有深淺之別所以言之正者
010_0460_c_07L其言惟道而已道也者一而已矣
010_0460_c_08L所以聽之善者其聽惟心而已心也
010_0460_c_09L一而已矣是謂道即是心心即
010_0460_c_10L是道乃所以一言一聽默而契矣
010_0460_c_11L何耳目之聲聞爲哉此而所以深也
010_0460_c_12L至於不由道而言者每多適於心
010_0460_c_13L於耳而易爲聽也不許心而聽者
010_0460_c_14L每多諾於言失於心而易爲欺也
010_0460_c_15L而憧憧相逐倀倀迷倒惟耳目之誵
010_0460_c_16L亂而已所謂淺也若今之所以言之
010_0460_c_17L聽之者以爲淺乎抑有所以深乎

010_0460_c_18L
僕之言非不欲語道而勉於仁
010_0460_c_19L但有無所行而惟狂亂於舌頭而
010_0460_c_20L則斯淺近也然惟仁乃能聽以
010_0460_c_21L而其或有言之不正者求其所以
010_0460_c_22L有一善之微近於正而聽之天下之
010_0460_c_23L言者孰不樂告以正言也是以僕不
010_0460_c_24L揆其自無所行乃敢言

010_0460_c_25L
仁能眞出世宜自得其心

010_0461_a_01L知有平常守         평상의 마음 지킬 줄 알아서
不違本分尋         본분 찾음 어기지 말지어다.
何如深慷慨         참으로 깊이 비분강개하여
爲子一悲吟         그대 위해 슬피 읊조리나니
富貴浮雲語         부귀는 뜬구름과 같다29)
宣尼如在今         공자의 말씀 지금 가까이 있네.
천불산 필경必慶 대사에게 주다서문과 함께(贈千佛山必慶大師并序)
나는 예전에 산중에서 선정을 닦을 때에 다만 많은 시간을 목을 움츠리고 눈만 부릅뜰 뿐이요, 일찍이 성색聲色이 호호浩浩(성대함)한 사이에서는 마음을 시험해 보지 않았다. 때문에 고요한 가운데서 득력得力했는지 못했는지 알지 못하다가 이제야 비로소 득력하지 못했음을 알았으니 무엇 때문인가. 내가 북해에 노닐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곳에서 그대를 만났으니, 내가 아는 세상 사람 중에는 그대만한 이가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 번 안색과 음성을 보고 듣고 나서는 기남자奇男子라고 여겨 문득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마음은 쉼 없이 흐르는지라 사랑하는 마음이 일어난 것은 마음이 득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마힐이 말하기를 “삼계에 몸과 뜻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 연좌宴坐이다.”라고 하였다. 사랑은 삼계의 근본인데 나는 이제 사랑을 여전히 끊지 못하였으니 어찌 선정을 익히고 연좌할 수 있겠는가. 비록 스스로 해명하여 이르기를 “내가 이른바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세간에서 말하는 사랑이 아니다.” 하더라도, 법애法愛와 정애淨愛는 옳고 물애物愛와 염애染愛는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없으니 무엇 때문인가. 모두 똑같은 사랑이기 때문에 청정무위를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다. 수다원須陀洹30)이 성류聖流에 든 초과初果인지라 색·성·향·미·촉·법에는 들어가지 않았으나, 그 구경究竟의 과보果報가 색성 등의 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말로는 곧 대승심을 발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에 묶이니, 이는 대해를 건너면서 물이 새는 배를 타는 것과 같은지라 크게 두렵지 않겠는가.
옛날에 노자老子가 죽자 진일秦佚이 조문했는데, 자식의 죽음을 곡하는 듯하는 사람도 있고

010_0461_a_01L知有平常守不違本分尋

010_0461_a_02L何如深慷慨爲子一悲吟

010_0461_a_03L富貴浮雲語宣尼如在今

010_0461_a_04L贈千佛山必慶大師并序

010_0461_a_05L
余昔年習靜於山中但能多時縮頸
010_0461_a_06L瞪視而已未嘗試心於聲色浩浩之
010_0461_a_07L故自不識靜中得力不得力乃於
010_0461_a_08L今日方知不得力何也余遊北海
010_0461_a_09L還得吾君於此如我知世之人未曾
010_0461_a_10L有如君者也是以一見顏色一聞音
010_0461_a_11L以爲其奇男子也忽有愛心
010_0461_a_12L心遷流未愛之所生也心之所以已
010_0461_a_13L不得力也
維摩詰曰不於三界現身
010_0461_a_14L是爲宴坐愛是三界之本我今
010_0461_a_15L愛猶未斷胡爲習靜宴坐也雖自解
010_0461_a_16L我之所謂愛非世之所謂愛
010_0461_a_17L亦不可曰法愛淨愛是物愛染愛
010_0461_a_18L非也何也摠是箇愛也盖淸淨無
010_0461_a_19L爲所以未能得也須陁洹雖是入流
010_0461_a_20L初果尙不入色聲香味觸法其究竟
010_0461_a_21L果者色聲等法云乎哉余之言則
010_0461_a_22L發大乘心而猶爲繾綣於愛心是猶
010_0461_a_23L渡大海而乘漏船也可不爲大惧乎

010_0461_a_24L
昔者老子死秦佚吊之見其有如哭

010_0461_b_01L어머님의 죽음을 곡하는 것처럼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보고 꾸짖기를 “그가 반드시 모이게 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라고 하였으니, 도인導引31)하는 자도 이와 같거늘 하물며 생사의 흐름을 끊고자 하는 자가 인정에 빠진다면 어찌 금강왕의 보검으로 이 애하愛河의 갈등을 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대법이 장차 쇠퇴하려 함에 만일 기남자奇男子를 얻어서 도와 기연機緣을 일으킨다면 거의 불법을 호지護持할 수 있으리라. 대저 현가絃歌32)를 그치지 아니함은 칠십의 무리를 힘써 나아가게 함이요, 화안華眼으로 자주 돌아보시는 것은 뜻이 천이백의 무리에게 있는 것이다. 성인은 도를 위하여 사람을 사랑하나니 그렇다면 범부와 성인은 뜻이 같다. 나도 도로써 사랑하고 성색으로 사랑하지 아니하니 그대 또한 도로써 자애自愛하고 성색으로써 자애하지 말지니라. 대저 이와 같다면 사랑은 도에서 멀지 아니할 것이고 도는 사랑을 여의지 않을 것이니, 선정을 익혀 득력한 사람에게 어찌 사랑이 병이 될 것인가.

歧豊山水美         기산33)과 풍읍의 산수 아름다워
天遣産奇男         하늘이 기남자를 낳게 하였네.
保世多幽側         명철보신하는 은자가 많고
隱名問老聃         명성을 숨겨 노자에게 물었네.
昔蒙千佛記         옛날에 천불의 수기를 받고
今見百城叅         오늘 온갖 도성의 참배를 보네.
大法如將啓         대법이 장차 열리게 되면
吾仁作指南         그대가 나침반이 되리라.
설봉산 석왕사 내원암을 지나며(過雪峯山釋王寺內院庵)
설봉산 내원암은 북도北道의 대강당이다. 옛날 나의 증조사曾祖師 함월옹涵月翁께서 이 내원암을 세워 일대사 인연을 설하셨으며 조사祖師이신 완월옹玩月翁께서 이곳에서 이어 도를 밝히시어 쌍명당雙明堂을 내원암 오른쪽에 건립하여 함월옹이 휴양하는 곳으로 삼고 누대와 연못을 동쪽 시냇가에 지어 관어대觀魚臺라 불렀다. 나는 어려서 배우면서 두 분 조사께서 유희자재하는 것을 보아 왔다. 혹은 만참晩參 때 재를 마치고 밥을 던지며 물고기를 관상하기도 하셨고

010_0461_b_01L其子如哭其母而譏之曰彼其所
010_0461_b_02L以會之彼導引者如是况欲斷生死
010_0461_b_03L流者泥於人情何可金剛王寶劒
010_0461_b_04L一斷此愛河葛藤也
然我以愛君
010_0461_b_05L他也大法將衰如得其奇男子
010_0461_b_06L以發機則庶幾護持佛法也夫以絃
010_0461_b_07L歌不掇 [6] 勉進七十之徒華眼累顧
010_0461_b_08L意在千二之衆聖人所以爲道故愛
010_0461_b_09L盖凡聖同義也余亦以道愛君
010_0461_b_10L不以聲色愛君君亦以道自愛無以
010_0461_b_11L聲色自愛也夫如是則愛不遠於道
010_0461_b_12L道不離乎愛也雖習靜得力者何愛
010_0461_b_13L之爲病也哉

010_0461_b_14L
歧豊山水美天遣產奇男

010_0461_b_15L保世多幽側隱名問老聃

010_0461_b_16L昔蒙千佛記今見百城叅

010_0461_b_17L大法如將啓吾仁作指南

010_0461_b_18L過雪峯山釋王寺內院庵

010_0461_b_19L
雪峯內院北道大講堂昔我曾祖師
010_0461_b_20L涵月翁建此院說大事因緣祖師
010_0461_b_21L翫月翁繼明於此建雙明堂于院之
010_0461_b_22L爲涵月翁休養之所作臺沼于東
010_0461_b_23L溪之上名觀魚臺不肖幼年從學
010_0461_b_24L觀兩祖師遊戱自在也或晩叅齋畢

010_0461_c_01L혹은 안개 낀 아침이나 달이 뜬 저녁에 버드나무를 심어 그늘을 취하기도 하셨다.
중간에 두 조사께서 세상을 뜨시고 나는 정처 없이 38년을 떠돌았다. 성상聖上께서 즉위하신 원년(1800) 가을 백두산에서 돌아와 설봉산 내원암에서 선사의 영정에 절하였다. 풍광은 옛날과 같은데 물색은 바뀌어 상전벽해와 같은 세상 일이 이같이 무상함을 슬퍼하였다. 이로써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추억하고 탄식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율시 한 수를 지어 슬픈 마음을 나타낸다.

再過雪峯記昔遊       다시 설봉 지나며 옛일 추억하니
夢中三十八年秋       꿈결 가운데 38년 세월 흘렀네.
風光獨抱蒼槐老       풍광은 늙은 느티나무만 안고 있으며
道德雙明兩月留       도덕은 밝은 두 조사만 남았구나.
種柳庭虛烟自散       버들 뜰 비어 안개 절로 흩어지고
觀魚臺廢水空流       관어대 폐허 되어 시냇물만 흐르네.
炳靈緖業無人繼       빛나는 업을 이을 사람은 없고
只有兒孫遺藁收       다만 후손 있어 남기신 글 수습하네.
호남 송광사로 가는 화봉 우성華峯宇晟 대사를 보내며(짧은 서문과 함께贈別華峯宇晟大師之湖南松廣寺幷小序)
일찍이 들으니 조계산은 성승聖僧 목우자牧牛子34)의 도량인데 오늘날에도 적광寂光이 어려 있다고 한다. 때문에 스님께서 가시는 것이니 가시면 나를 위하여 입정하여 16국사를 뵙고 향을 살라 정례頂禮할지어다.

恨別難爲忍         한스런 이별 참기 어려워
傷心不自持         슬픈 마음 가누지 못하네.
世間名可晦         세간의 명성 숨기고
天外路徧知         하늘 밖의 길 두루 찾는
逆旅違千里         천리 먼 길 나그네 신세
涯生問幾時         천애의 삶 얼마이더냐.
湖南歸去後         호남으로 돌아간 후엔
誰能古人思         누가 옛사람 생각하리.

외전外典에 대해 물어보러 온 자가 있었다. 내가 말하기를 외전은 알지 못한다고 하였는데, 그 사람이 여전히 내가 아는지 모르는지 의심하였다. 이에 (외전에) 밝지 못한 단서를 들어 ‘서로 도모하지 않는다’35)는 뜻을 보였다.

道尙分歧百任論       길은 나뉘어 백가지로 의론하지만
春風何擇入千門       봄바람이야 온갖 집에 들어가니 무엇을 가릴까.

010_0461_c_01L投飯觀魚或烟朝月夕種柳取樾

010_0461_c_02L
中間兩祖時順不肖飄飄轉蓬三十
010_0461_c_03L八年當聖上即位元年秋自白頭還
010_0461_c_04L拜先師影幀於雪峯內院風光如古
010_0461_c_05L物色變改悲夫滄桑世事無常若是
010_0461_c_06L以此追憶百千萬年事直至如今
010_0461_c_07L喟流涕於是拜稿一律以表悲懷爾

010_0461_c_08L
再過雪峯記昔遊夢中三十八年秋

010_0461_c_09L風光獨抱蒼槐老道德雙明兩月留

010_0461_c_10L種柳庭虛烟自散觀魚臺廢水空流

010_0461_c_11L炳靈緖業無人繼只有兒孫遺藁收

010_0461_c_12L贈別華峯宇晟大師之湖南松廣寺
010_0461_c_13L幷小序

010_0461_c_14L
曾聞曺溪山聖僧牧牛子道場至今
010_0461_c_15L寂光凝仁者所以往也徃已爲我入
010_0461_c_16L觀十六國師燒香頂禮

010_0461_c_17L
恨別難爲忍傷心不自持

010_0461_c_18L世間名可晦天外路徧知

010_0461_c_19L逆旅違千里涯生問幾時

010_0461_c_20L湖南歸去後誰能古人思

010_0461_c_21L
有問外典來者余曰外典不識也
010_0461_c_22L人猶疑余知不知乃擧不明之端
010_0461_c_23L眎不相謀之意

010_0461_c_24L
道尙分歧百任論春風何擇入千門

010_0462_a_01L人無秉燭那堪照       사람이 밝은 지혜 없으면 어찌 비추랴
鏡有埋塵易惹痕       거울이 먼지에 묻히면 흔적이 남는 법.
老竹猶寒多苦節       늙은 대는 추위에도 청고한 절개 지키고
幽蘭方發帶和溫       그윽한 난초는 막 피어 화기 띠었네.
欲知古聖分明意       옛 성인의 분명한 뜻 알려고 한다면
月在靑天水在盆       달은 청천에 있고 물은 동이에 있도다.

내전內典의 문자를 구하여 문장을 윤색하려는 이가 있었다. 내가 말하기를 문장은 문자에 있지 않고 조화造化와 성색聲色 사이에 있다. 삼대三代(하은주夏殷周) 이전 상고시대에 무슨 문자가 있었는가. 그러나 삼분三墳·오전五典·이전二典·삼모三謨36) 등의 고문이 있다.

濯足濯纓任濁淸       발을 씻건 갓끈을 씻건 청탁에 맡기나니
未曾天道愛憎生       천도는 일찍이 애증이 없어라.
如將菽粟能知味       만약 콩과 곡식의 맛을 안다면
鬼語神言百物情(一) 귀신의 말과 만물의 실정을 알리라.(一)

水火木金土         수화목금토의 오행에서
萬形精氣生         만물의 정기가 생겨나니
從天無巧餙         하늘의 이치 따라 꾸밈없이
神物自然成(二)        신묘한 만물이 자연히 이루어지네.(二)
야합수夜合樹
春生秋落萬林同       온 숲이 봄과 가을에 피고 지는데
暮合朝開一別叢       저녁에 합하고 아침에 열리니 별다르구나.
堯草天華追莫見       요초와 천화는 쫓아도 알 수 없지만
是雖凡樹格難通       이 나무는 범상하나 격을 알기 어렵네.      
주장자柱杖子
竪當立命安身基       세우면 안신입명의 터가 되고
執可通神變化時       잡으면 신통변화가 자재하네.
震懾魔兵歸正道       마군 굴복시켜 정도로 돌이키니
男兒手裏一杖奇       남아의 수중에 지팡이 기특하네.
감로병甘露瓶
方形圓口質瓷成       네모난 몸체에 둥근 입 흙으로 빚어
十箇長生五彩明       십장생37)의 사물 다섯 채색이 밝구나.
流出觀音瓶內水       관음보살 병 속의 감로수 부어내어
霑滋仙李茂根莖       선도 복숭아의 무성한 뿌리 적시네.
반도향로盤桃香爐
海上仙桃結子盤       해상의 선도 복숭아 열매를 맺어
三千歲後落人間       삼천 년 후 인간 세상에 떨어졌네.
老成堅殼爲銅篆       노성한 굳은 껍데기 구리가 되어
裏面潜神九轉丹       속에는 신묘한 구전단 감추었네.

조사 영파影波 화상께서 팔공산에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가서 법을 구하려고 하였다.

010_0462_a_01L人無秉燭那堪照鏡有埋塵易惹痕

010_0462_a_02L老竹猶寒多苦節幽蘭方發帶和溫

010_0462_a_03L欲知古聖分明意月在靑天水在盆

010_0462_a_04L
有求內典文字欲以閏屬文余曰文
010_0462_a_05L章不在文字在於造化聲色之間
010_0462_a_06L古三代之前有何文字然有三墳五
010_0462_a_07L典二典三謨等古文也

010_0462_a_08L
濯足濯纓任濁淸未曾天道愛憎生

010_0462_a_09L如將菽粟能知味鬼語神言百物情(一)

010_0462_a_10L水火木金土萬形精氣生

010_0462_a_11L從天無巧餙神物自然成(二)

010_0462_a_12L夜合樹

010_0462_a_13L
春生秋落萬林同暮合朝開一別叢

010_0462_a_14L堯草天華追莫見是雖凡樹格難通

010_0462_a_15L柱杖子

010_0462_a_16L
竪當立命安身基執可通神變化時

010_0462_a_17L震懾魔兵歸正道男兒手裏一杖奇

010_0462_a_18L甘露瓶

010_0462_a_19L
方形圓口質瓷成十箇長生五彩明

010_0462_a_20L流出觀音瓶內水霑滋仙李茂根莖

010_0462_a_21L盤桃香爐

010_0462_a_22L
海上仙桃結子盤三千歲後落人間

010_0462_a_23L老成堅殼爲銅篆裏面潜神九轉丹

010_0462_a_24L
聞祖師影波和尙在八公山欲徃求

010_0462_b_01L남쪽에서 온 도우道友가 화상께서 친히 거처하는 당에 쓰신 시를 읊어 전하였다. 드디어 삼가 차운하여 가서 법을 구하는 뜻을 나타냈다.

樂則行之隨處佳       즐거우면 떠나가는 곳마다 아름답고
幻身空矣即心齋       환신은 공이라 곧 마음의 재계를 하네.
終爲白髮無求世       백발이 되도록 끝내 세상에 구함 없고
早透玄關久忘懷       일찍 현묘한 관문 뚫어 회포 잊었네.
法界一門工幾許       법계의 일문에 공부가 얼마인가
人間多歧勢叅差       인간세상 기로 많아 들쭉날쭉하구나.
悄然往彼深藏地       고요히 저 깊은 은거지에 가서
物外眞賢幸得偕       물외의 현인과 함께하리라.
보개산 안양암에서 삼가 판상의 시에 차운하다(寶盖山安養庵謹次板上韻)
담월潭月과 화월華月 두 노스님이 전후로 여기에서 주석하신 때가 임술년(1742)이었는데 내가 여기에 온 것도 마침 임술년(1802)이다. 두 분이 남긴 게송을 우러러 보고 추모하고 탄식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삼가 게송의 운을 차운한다.

去歲北溟今歲東       지난해엔 북쪽 바다 올해는 동쪽으로
到頭物色變靑紅       가는 곳마다 물색이 청홍으로 변하네.
摩訶有法人誰會       마하연의 법을 뉘라서 이해할까
般若無爲道自通       반야 무위의 도는 절로 통하네.
千載傳心違末葉       천년에 전하는 마음 말세에 어겼나니
兩翁留偈賞高風       두 스님 남긴 게송 고풍을 감상하네.
如今永慨空追慕       오늘 탄식하며 공연히 추모하나니
盡日經行山水中       종일토록 산수 사이를 경행하였네.
삼가 동평 황 석사의 운을 차하다(謹次東坪黃碩士韻)
豈待憧憧友善會       어찌하면 오고가는 좋은 벗 만날까
尋常語笑見其眞       항상 말하고 웃으며 천진함 보이네.
行藏天濶鳥雙翼       행장은 넓은 하늘 새의 두 날개요
進止地平車兩輪       진퇴는 평지를 가는 두 수레바퀴라.
君子斯仁如護寶       군자는 이 인을 보배로 지키나니
人間何物不成塵       세상의 무엇이 티끌 되지 않으리.
誰能遯世無憂者       누가 능히 은둔해도 근심이 없는가
不遇遇之可得親       불우하건 뜻을 얻건 친할 수 있으리.
홀로 슬퍼하는 시(獨悲詩)
父母劬勞恩         부모님 고생하신 은혜를
一毫罔報答         조금도 갚지 못하니
比如鳥獸羣         비유컨대 조수의 무리가
頑迷能蹴踏         어리석어 치달리는 것과 같네.
淸淨道無爲         청정한 도는 무위이거늘
斯經終不入         이 법에 끝내 들지 못하고

010_0462_b_01L有南來道友誦傳和尙親題所
010_0462_b_02L居堂詩遂謹次示徃求之意

010_0462_b_03L
樂則行之隨處佳幻身空矣即心齋

010_0462_b_04L終爲白髮無求世早透玄關久忘懷

010_0462_b_05L法界一門工幾許人間多歧勢叅差

010_0462_b_06L悄然往彼深藏地物外眞賢幸得偕

010_0462_b_07L寶盖山安養庵謹次板上韻

010_0462_b_08L
潭月華月兩翁前後住錫於斯皆在
010_0462_b_09L壬戌而不肖適至亦在壬戌瞻見
010_0462_b_10L兩翁留偈不勝追慕永慨遂謹次偈
010_0462_b_11L

010_0462_b_12L
去歲北溟今歲東到頭物色變靑紅

010_0462_b_13L摩訶有法人誰會般若無爲道自通

010_0462_b_14L千載傳心違末葉兩翁留偈賞高風

010_0462_b_15L如今永慨空追慕盡日經行山水中

010_0462_b_16L謹次東坪黃碩士韻

010_0462_b_17L
豈待憧憧友善會尋常語笑見其眞

010_0462_b_18L行藏天濶鳥雙翼進止地平車兩輪

010_0462_b_19L君子斯仁如護寶人間何物不成塵

010_0462_b_20L誰能遯世無憂者不遇遇之可得親

010_0462_b_21L獨悲詩

010_0462_b_22L
父母劬勞恩一毫罔報答

010_0462_b_23L比如鳥獸羣頑迷能蹴踏

010_0462_b_24L淸淨道無爲斯經終不入

010_0462_c_01L春池遊戱兒         봄 못의 유희하는 아이처럼
瓦礫爭取拾         자갈만 다투어 주웠네.
世間棄君親         세간에선 군친을 버리고
出家賣佛法         출가해선 불법을 팔았구나.
空迷白雲中         부질없이 흰 구름 헤매다가
時回獨悲泣         때로 돌이켜 보고 슬피 우네.
지락至樂
窮子得而喜         곤궁한 자도 얻으면 기뻐하고
輪王失則憂         전륜왕도 잃으면 근심하나니
庸夫寵榮樂         필부도 영예에 즐거워하고
英雄窮辱愁         영웅도 곤궁에 시름하네.
得失一幻夢         득실은 하나의 환몽이요
寵辱雙懸疣         총욕은 쓸데없는 혹이라
死生橫業海         생사가 업해를 가로질러
起滅換浮漚         뜬 거품처럼 기멸하네.
富貴及貧賤         부귀와 빈천도
從古埋荒丘         예로부터 언덕에 묻히고
大塊將消盡         대지도 사라져 다하여
喬松一髑髏         교송도 결국은 해골 신세.
世樂何耽着         세상의 즐거움 어찌 탐착할까
吾所未曾求         나는 일찍이 구하질 않았네
這裏誰眞假         여기에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가
一夢蝶與周         모두 장주의 나비의 꿈.38)
君不見無生樂        그대 무생의 즐거움 모르는가
至人又一遊         지인은 한 번 소요유하나니
又不見法界樂        그대는 법계의 즐거움을 모르는가
寂照心常留         적조함에 마음 항상 머무나니.
此樂非外得         이 즐거움 밖에서 얻는 것 아니니
世人胡不由         세상 사람 어찌 따르지를 않나
大明天地內         환하게 밝은 천지에도
盲者轉坑溝         눈먼 자는 구덩이에 빠지네.
爲君說不盡         그대에게 다 말하지 못하노니
聲色空悠悠         소리와 빛은 부질없기만 하네
兀然曠漠處         우뚝 광막한 곳에 서서
浩刼彈指收         영겁을 손가락 튕기는 사이에 거두리.
歸去碧岑外         청산 밖에 돌아가노니
誰能叅我謀         누가 나와 함께하리오.
법어를 구하는 웅 장로에게 주다(贈雄長老求語)
大千量等大經卷       대천세계는 대경전과 같아서
常在舌頭常說言       항상 혀끝에서 법을 설한다.
抖擻風雷驚海嶽       풍뢰가 일어 해악을 진동하고
高明日月照乾坤       일월은 높이 떠 건곤을 비춘다.
凝心頓入難思境       마음 모으면 불가사의 경계에 들고
鳴指打開無盡門       손가락 퉁기면 무진의 법문을 연다.
妙用神通非外得       묘용과 신통은 밖에서 얻는 것 아니니
法身元我六和根       법신도 원래 나의 육화39)의 뿌리로다.

010_0462_c_01L春池遊戱兒瓦礫爭取拾

010_0462_c_02L世間棄君親出家賣佛法

010_0462_c_03L空迷白雲中時回獨悲泣

010_0462_c_04L至樂

010_0462_c_05L
窮子得而喜輪王失則憂

010_0462_c_06L庸夫寵榮樂英雄窮辱愁

010_0462_c_07L得失一幻夢寵辱雙懸疣

010_0462_c_08L死生橫業海起滅換浮漚

010_0462_c_09L富貴及貧賤從古埋荒丘

010_0462_c_10L大塊將消盡喬松一髑髏

010_0462_c_11L世樂何耽着吾所未曾求

010_0462_c_12L這裏誰眞假一夢蝶與周

010_0462_c_13L君不見無生樂至人又一遊

010_0462_c_14L又不見法界樂寂照心常留

010_0462_c_15L此樂非外得世人胡不由

010_0462_c_16L大明天地內盲者轉坑溝

010_0462_c_17L爲君說不盡聲色空悠悠

010_0462_c_18L兀然曠漠處浩刼彈指收

010_0462_c_19L歸去碧岑外誰能叅我謀

010_0462_c_20L贈雄長老求語

010_0462_c_21L
大千量等大經卷常在舌頭常說言

010_0462_c_22L抖擻風雷驚海嶽高明日月照乾坤

010_0462_c_23L凝心頓入難思境鳴指打開無盡門

010_0462_c_24L妙用神通非外得法身元我六和根

010_0463_a_01L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관 대사를 보내며(送冠大士入金剛山)
金剛好徃禮無竭       금강산에 가서 담무갈40)을 예배하고
龍洞將期碧海春       용동에선 벽해의 봄을 기약하리.
非貴世論能識字       세상의 글자 아는 것 귀히 여기지 않고
甚奇吾道自修身       불도의 스스로 수신함 기특히 여기네.
香城可學常啼行       향성41)에서는 상제보살42)행 배울 수 있지만
寶盖難留一宿因       보개산에 일숙의 인연43) 어렵네.
儻有從君遊戱日       만약 그대 따라 유희하게 된다면
玉峯何處問眞人       옥봉 어느 곳에서 진인을 물을까.
금학대 토굴에서 홀로 읊다절구 2수(金鶴臺土窟獨吟二絕)
品物春風好         춘풍에 만물이 아름답고
高臺夜月淸         높은 누대 저녁달 맑구나.
空山人不識         공산을 아는 이 없는데
天氣鳥能鳴(一)        하늘에 새만 지저귀네.(一)

胷中天廣入         가슴에 넓은 하늘 들어오니
眼底物渾空         눈앞의 만물 모두 공이로다.
身器忘生處         몸과 세계 모두 잊으니
兀然太極翁(二)        우두커니 태극옹이라네.(二)
눈 온 뒤 우연히 읊다절구 3수(雪後偶吟三絕)
天嫌腥穢地         하늘이 비린 땅을 싫어하여
白玉埋江山         백옥으로 강산을 덮었네.
長使淸如是         항상 이같이 깨끗하면
聖人住世間(一)        성인도 세상에 머물리라.(一)

層層銀色界         층층이 은빛의 세계
立立衆香城         곳곳이 중향성이로다.
拾得今何處         습득은 지금 어디에 있는고
寒山一體成(二)        한산과 하나 되었구나.(二)

琉璃成一國         온 세상 유리 빛 국토 되어
天下始澄淸         천하가 비로소 깨끗하구나.
漢儒千載後         한나라의 선비44)가 천년 뒤에
魂魄化精靈(三)        혼백이 정령으로 화하였네.(三)
삼가 목옹45)의 운을 차하여 금강산으로 가는 철 대사에게 주다(謹次牧翁韻贈哲大師之金剛山)
塵世無多樂意年       티끌세상 마음 즐거운 때 많지 않으니
不如深入早求玄       깊이 들어가 일찍 현묘한 이치 구하라.
語言雖歷諸方學       언어 문자는 제방 편력하여 배울지라도
性道元由自證傳       자성의 도는 원래 스스로 증득하는 것.
歸見海師眞面目       돌아가서 바다 같은 스승의46) 진면목을 뵙고
更專楓岳好因緣       다시 풍악의 좋은 인연 전념할지어다.
爲携自手洞天暮       홀로 저물 무렵 동천을 거닐다 보면
寶界倘非有佛千       보계에 일천 부처님이 있지 아니한가.
함 대사에게 주다안변 보성사(贈涵大師安邊寶成寺)
대저 학자가 여러 스승을 찾아다니면 비록 그 골수는 얻지 못해도

010_0463_a_01L送冠大士入金剛山

010_0463_a_02L
金剛好徃禮無竭龍洞將期碧海春

010_0463_a_03L非貴世論能識字甚奇吾道自修身

010_0463_a_04L香城可學常啼行寶盖難留一宿因

010_0463_a_05L儻有從君遊戱日玉峯何處問眞人

010_0463_a_06L金鶴臺土窟獨吟二絕

010_0463_a_07L
品物春風好高臺夜月淸

010_0463_a_08L空山人不識天氣鳥能鳴(一)

010_0463_a_09L胷中天廣入眼底物渾空

010_0463_a_10L身器忘生處兀然太極翁(二)

010_0463_a_11L雪後偶吟三絕

010_0463_a_12L
天嫌腥穢地白玉埋江山

010_0463_a_13L長使淸如是聖人住世間(一)

010_0463_a_14L層層銀色界立立衆香城

010_0463_a_15L拾得今何處寒山一體成(二)

010_0463_a_16L琉璃成一國天下始澄淸

010_0463_a_17L漢儒千載後魂魄化精靈(三)

010_0463_a_18L謹次牧翁韻贈哲大師之金剛山

010_0463_a_19L
塵世無多樂意年不如深入早求玄

010_0463_a_20L語言雖歷諸方學性道元由自證傳

010_0463_a_21L歸見海師眞面目更專楓岳好因緣

010_0463_a_22L爲携自手洞天暮寶界倘非有佛千

010_0463_a_23L贈涵大師安邊寶成寺

010_0463_a_24L
大凡學者諸方尋師雖不得其髓

010_0463_b_01L훈습하고 단련하는 힘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경에 이르기를 “일 겁을 기다려 일언의 공덕을 얻는다.”고 하였으니 참으로 그러하다. 스님이 아산阿山에서 능허凌虛·설담雪潭 두 장로의 문하에 참배하였으니 훈도의 이익이 반드시 적지 않았으리라. 돌아오는 길에 나에게 들르니 나는 교시하는 바 없이 송별한다.

自昔曾遊五嶽中       옛날 일찍이 오악을 유람하여
殘羹餿飯遍林叢       남은 국, 식은 밥으로 총림을 편력했네.
如今志願違衰病       이제는 늙고 병들어 뜻을 그르쳤으니
對客慚無活意雄       손님 마주하여 활발한 뜻 없어 부끄럽네.
순 대사에게 게송을 주다서문과 함께(贈淳大師偈語并序)
나는 숭양崇陽(개성)에 충신과 효자가 많다고 들었다. 만일 저 충효의 사람이 법왕의 신자臣子가 된다면 어디에선들 충효하지 않겠는가. 우리 스님은 숭양 아래에서 태어났으니 어찌 충신, 효자의 후예가 아니겠는가. 이미 법왕의 신자가 되었으니 또 어찌 법왕의 신자로서 충효하지 않겠는가. 이 때문에 옛날 대각 의천47) 국사가 고려 문종文宗의 아들로서 서쪽으로 중국에 들어갔을 때 소동파가 보고 찬미하여 말하기를 “고려국의 법왕자法王子가 왔도다.”라고 하였다. 아! 충효는 숭양의 유풍이다. 스님은 숭양에서 나서 쌍명의 도량으로 들어갔으니 마땅히 법왕의 신자가 온 곳으로부터 돌이켜 본지풍광本地風光을 비추어 힘쓸지어다. 이에 게송을 지어 준다. 이르기를,

崧山之陽          숭산의 남쪽
星彩昻昻          별빛이 성대하구나.
竹橋之傍          선죽교 곁에
萬古綱常          만고의 강상이 이어지네.
古國凄凉          고국은 처량하니
之子之堂          스님의 집이라네.
早喪爺孃          일찍 부모 여의고
緇染衣裳          승복 입고 출가하여
雙明道場          쌍명의 도량에서
法喜未央          법희가 한없구나.

010_0463_b_01L而薰鍊之力不小矣故經稱刼待得
010_0463_b_02L一言之功德信然哉師於阿山
010_0463_b_03L凌虛雪潭二長老之門意其薰益
010_0463_b_04L必不多矣於具歸路歷吾吾無所示
010_0463_b_05L而送之

010_0463_b_06L
自昔曾遊五嶽中殘羹飯遍林叢

010_0463_b_07L如今志願違衰病對客慚無活意雄

010_0463_b_08L贈淳大師偈語并序

010_0463_b_09L
吾聞崇陽多忠臣孝子之人如彼忠
010_0463_b_10L孝之人以爲法王之臣子何徃而不
010_0463_b_11L爲忠孝乎吾師生於崇陽之下安知
010_0463_b_12L不爲忠孝之裔乎旣爲法王之臣子
010_0463_b_13L又安知不爲法王臣子之忠孝乎
010_0463_b_14L昔者大覺天國師高麗文宗之子西
010_0463_b_15L入中原東坡蘇長公見而讃之曰
010_0463_b_16L高麗國法王子來也忠孝乃崇陽
010_0463_b_17L之遺風師生崇陽而入於雙明之道
010_0463_b_18L當以法王臣子來處而返照本地
010_0463_b_19L風光也勉之哉乃爲偈語贈之

010_0463_b_20L
崧山之陽星彩昻昻

010_0463_b_21L竹橋之傍萬古綱常

010_0463_b_22L古國凄凉之子之堂

010_0463_b_23L早喪爺孃緇染衣裳

010_0463_b_24L雙明道場法喜未央

010_0463_c_01L臣事法王          법왕을 섬기니
忠孝彌芳          충효가 더욱 향기롭네.
守爾雅量          그대의 아량 지켜
謹爾行藏          행장을 삼가야 할지니.
귀녕歸寧하는 정인正仁 사미에게 주다(贈正仁沙彌歸寧)
나는 떠나는 이를 송별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인 사미처럼 떠나는 경우는 없었다. 30년 동안 봉래산으로 산을 좋아하는 이를 송별하기도 하였고, 푸른 바다로 물을 좋아하는 이를 보내기도 하였다. 혹은 두류산으로 은거하기 좋아하는 자를 송별했고, 혹은 사해四海 오악五嶽으로 유람하기 좋아하는 자를 송별했으며, 혹은 총림叢林으로 도를 묻기 좋아하는 이를, 혹은 서울의 궁궐 아래로 명리名利를 좋아하는 이를 송별하기도 하였으나 정인 사미와 같이 어버이를 그리워하여 가는 자를 송별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사미가 가서 어버이를 봉양하여 맛있는 음식을 드리고 마음과 뜻을 기른다면 사미가 비록 학문 하지 않는다고 해도 학문이 여기에 있고, 수도 하지 않는다 해도 수도가 여기에 있으며, 문장사업을 모른다 해도 문장사업이 여기에 있는 것이니, 무엇 때문인가? 효는 천지간 보은 중에 으뜸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도 산을 좋아하여 북으로 백두산에 들어갔고, 물을 좋아하여 서쪽으로 강과 바다를 떠다녔으며, 은거하기를 좋아하여 가야산伽倻山을 둘러보았으며, 도를 묻고자 총림을 유력하였으나 하루도 부모의 곁에서 문안드린 적이 없었다. 방랑하던 행적을 회상해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 이제 사미가 근친覲親하러 간다는 말을 듣고 감격하고 놀라 눈물을 흘리며 보낸다. 그러나 이른바 출세간의 사람이 사람을 보내는 격언이 다만 이 같을 뿐이 아니지만 나는 감히 말하지 못하고 또한 너에게 말할 수도 없으니 드디어 게송 한 수를 끝에 단다.

恩重孝經孔釋言       은중경48)과 효경49)은 공자와 부처의 말씀
古今天下所同源       고금과 천하에 근원은 한가지라
汝今往也思親養       네가 이제 떠남은 부모 봉양 위함이니
眞是如來敎義敦       참으로 여래의 가르치신 뜻 도탑구나.

010_0463_c_01L臣事法王忠孝彌芳

010_0463_c_02L守爾雅量謹爾行藏

010_0463_c_03L贈正仁沙彌歸寧

010_0463_c_04L
余送徃多矣未有如仁沙彌爲往也
010_0463_c_05L三十年來或送樂山者於蓬萊或送
010_0463_c_06L樂水者於滄海或送好隱者於頭流
010_0463_c_07L或送好遊翫者於四海五嶽或送好
010_0463_c_08L問道者於䕺林之間或送好名利者
010_0463_c_09L於魏闕之下未曾有一人如仁沙彌
010_0463_c_10L之思親而徃者也沙彌徃而奉親
010_0463_c_11L供以甘旨能養以心志則沙彌雖不
010_0463_c_12L學問學問在玆雖不修道修道在
010_0463_c_13L雖不知文章事業文章事業亦在
010_0463_c_14L玆已何也孝乃天地間報恩之元也

010_0463_c_15L
昔年余亦樂山北入白頭樂水西
010_0463_c_16L浮江海好隱觀於伽倻或問道遊歷
010_0463_c_17L叢林而未曾有一日間問溫冷於父
010_0463_c_18L母之側也回思浪跡五內崩裂
010_0463_c_19L聞仁沙彌覲親之行感驚流涕而送
010_0463_c_20L然所謂出世之送人格言非徒如
010_0463_c_21L是也吾不敢說亦不可向汝道也
010_0463_c_22L遂以一偈尾之

010_0463_c_23L
恩重孝經孔釋言古今天下所同源

010_0463_c_24L汝今往也思親養眞是如來敎義敦

010_0464_a_01L
삼가 침 장로가 순 대사에게 준 시운을 차운하여 주다(謹拈枕老贈淳大師韻因以贈之)
湛然之水屹然山       고요히 흐르는 물과 우뚝 솟은 산에서
活意看來俛仰間       잠깐 사이에 활발한 뜻을 보도다.
無德一能兼物化       나에게는 중생을 교화할 덕이 없는데
有明幾箇卷經還       그대는 밝아 몇 권의 경을 거두었나.
年光忽忽吾虛老       세월이 흘러 나는 헛되이 늙었으나
天道乾乾子莫閑       천도는 운행하니 그대 쉼 없이 힘쓰라.
將使頹波當更激       무너진 법 다시 일으켜 세운다면
男兒出世不怩顏       남아의 출가한 뜻 부끄럽지 않으리.
보개산 안양암에서 미허彌虛 대사를 만나 게송으로 일봉日峯 선사를 노래하다(寶盖山安養庵遇彌虛大師 以偈諷日峯禪師)
내가 미허 대사를 통해 일봉 선사가 노닐었던 자취를 들으니, 이른바 풍속을 보고 만물을 교화하여 자재함을 얻은 분이라고 할 만하다. 옛날 마나라摩拏羅50)의 게송에 이르기를

心隨萬境轉         마음이 온갖 경계 따라 구르지만
轉處悉能幽         구르는 곳마다 고요하다네.
隨流認得性         흐름을 따라 자성을 인식하면
無喜亦無憂         기쁨도 없고 슬픔 또한 없으리라.

하니, 이 스님은 참으로 흐름을 따라 자성을 체인體認한 분일 것이다. 이윽고 바람처럼 묘향산으로 들어갔다고 하니 내가 장차 묘향산에 들어가면 예배할 기회가 있으리라.

金剛仙骨下塵寰       금강산의 선골이 속세에 내려오니
滄海驪珠曜世間       창해의 여의주가 세간을 비추네.
時輩無能知此價       시정의 무리들은 값어치를 아는 이 없어
翻然歸去妙香山       번연히 돌이켜 묘향산으로 돌아갔네.
바람(風)
太虛通有氣         태허에 통하는 기운 있으니
山海擊生聲         산해에 부딪혀 소리를 내네.
莊叟聞天籟         장자는 천뢰51)를 들었고
羲皇晝卦名         복희씨는 괘의 이름52) 삼았네.
漢歌雄帝業         한나라 노래53)엔 제업이 웅대하고
軒夢作阿衡         헌원의 꿈54)엔 아형55)이 되었네.
㪅入南薰殿         다시 남훈전에 불어 와서는
詩成解慍氓         시가 되어 백성의 한 풀어 주네.56)
삼가 차운하여 금호 이대아와 이별하다(謹次別錦湖李大雅)
秋聲未起歸思增       추풍 소리 일기 전에 돌아가고픈 마음 간절한데
錦水雞岑碧一層       금강과 계룡산은 한층 더 푸르구나.
湖海不孤林下約       호해에 임하의 약속 저버리지 않아
片雲癯鶴憶胡僧(一)      조각구름 여읜 학이 호승을 그리네.(一)

天氣初遠霽         천기가 비로소 멀리까지 개이자
萬里生微凉         만 리 먼 길 서늘한 기운 이네.

010_0464_a_01L謹拈枕老贈淳大師韻因以贈之

010_0464_a_02L
湛然之水屹然山活意看來俛仰間

010_0464_a_03L無德一能兼物化有明幾箇卷經還

010_0464_a_04L年光忽忽吾虛老天道乾乾子莫閑

010_0464_a_05L將使頹波當更激男兒出世不怩顏

010_0464_a_06L寶盖山安養庵遇彌虛大師以偈諷
010_0464_a_07L日峯禪師

010_0464_a_08L
余因彌虛子聞日峯禪師遊戱之跡
010_0464_a_09L所謂觀風化物得自在者也昔摩拏
010_0464_a_10L羅偈云
心隨萬境轉轉處悉能幽
010_0464_a_11L隨流認得性無喜亦無憂
此師眞是
010_0464_a_12L隨流認得性者歟而已風然入妙香
010_0464_a_13L余將入妙香有禮拜分

010_0464_a_14L
金剛仙骨下塵寰滄海驪珠曜世間

010_0464_a_15L時輩無能知此價翻然歸去妙香山

010_0464_a_16L

010_0464_a_17L
太虛通有氣山海擊生聲

010_0464_a_18L莊叟聞天籟羲皇晝卦名

010_0464_a_19L漢歌雄帝業軒夢作阿衡

010_0464_a_20L㪅入南薰殿詩成解慍氓

010_0464_a_21L謹次別錦湖李大雅

010_0464_a_22L
秋聲未起歸思增錦水雞岑碧一層

010_0464_a_23L湖海不孤林下約片雲癯鶴憶胡僧(一)

010_0464_a_24L天氣初遠霽萬里生微凉

010_0464_b_01L錦浦淸秋節         금강 포구의 맑은 가을날
匏樽載酒漿(二)        박 단지에 술 담아 이별하네.(二)
여러 선비와 함께 쓰다(與諸儒同題)
奇士格言語         기특한 선비의 빼어난 말
知音不世多         지음이 세상에 적구나.
金針妙手指         금침의 오묘한 솜씨
䲶繡虛機梭         베틀에 원앙 자수 부질없네.
但得良朋友         다만 좋은 벗 얻는다면
何論道自他         어찌 도의 자타를 논하랴.
烟霞分袂後         연하 가운데 이별한 후
獨坐望蒼阿         홀로 앉아 푸른 언덕 바라보네.
오대산을 유람하며(遊五臺山)
東海淸凉山         동해 바닷가 청량한 산은
文殊住此間         문수보살이 머무는 곳.
若依色相見         만약 색상으로 본다면
不是本眞顏         본래 진면목 아니리라.
화담에게 전법 게송을 주다(贈華潭傳法偈)
赤手單刀客         빈손에 칼 한 자루만 쥔 나그네
物無可與傳         전해 줄 물건이 없구나.
法王大寶印         법왕의 큰 보배로운 심인은
眞子已能傳         참 제자에게 이미 전했나니.
송도 회고松都懷古
鵠嶺亦黃葉         곡령에 노란 낙엽 떨어지고
荒臺缺月懸         황량한 누대엔 초승달 걸렸네.
遠村砧杵歇         먼 마을 다듬이 소리도 그치고
寒雨七陵前         일곱 능묘 앞에 찬비만 내리네.
고성 삼일포 사선정 판상의 운(高城三日浦四仙亭板上韻)
滄桑翻覆似飛蛾       번복하는 세상일 나는 나방과 같은데
壁上丹書影綠波       벽 위 붉은 글씨에 푸른 물결 일렁이네.
三日同觀一萬刼       사흘 동안 함께 만 겁의 세월 보았나니
四仙遊跡亦云多       네 신선의 놀던 자취 많기도 하구나.
수락산 흥국사에서 여러 선비와 함께 짓다(水落山興國寺與諸儒同題)
白月在良宵         좋은 밤 달도 밝게 떠올라
適會東林客         마침 동림의 손님들 모였네.
禪寂洒高風         선적의 고풍 맑기도 하니
心難爲木石         마음은 목석 되기 어려워라.
眞契忽忘機         진리에 계합하니 무심해지고
浩刼一燈夕         섬돌에 등불 켜 밤을 밝히네.
百年此席少         백년 세월 이런 모임 적으니
不悔早遁跡         일찍 은둔한 것 후회 없네.
벽허 존숙碧虛尊宿

010_0464_b_01L錦浦淸秋節匏樽載酒漿(二)

010_0464_b_02L與諸儒同題

010_0464_b_03L
奇士格言語知音不世多

010_0464_b_04L金針妙手指䲶繡虛機梭

010_0464_b_05L但得良朋友何論道自他

010_0464_b_06L烟霞分袂後獨坐望蒼阿

010_0464_b_07L遊五臺山

010_0464_b_08L
東海淸凉山文殊住此間

010_0464_b_09L若依色相見不是本眞顏

010_0464_b_10L贈華潭傳法偈

010_0464_b_11L
赤手單刀客物無可與傳

010_0464_b_12L法王大寶印眞子已能傳

010_0464_b_13L松都懷古

010_0464_b_14L
鵠嶺亦黃葉荒臺缺月懸

010_0464_b_15L遠村砧杵歇寒雨七陵前

010_0464_b_16L高城三日浦四仙亭板上韻

010_0464_b_17L
滄桑翻覆似飛蛾壁上丹書影綠波

010_0464_b_18L三日同觀一萬刼四仙遊跡亦云多

010_0464_b_19L水落山興國寺與諸儒同題

010_0464_b_20L
白月在良宵適會東林客

010_0464_b_21L禪寂洒高風心難爲木石

010_0464_b_22L眞契忽忘機浩刼一燈夕

010_0464_b_23L百年此席少不悔早遁跡

010_0464_b_24L碧虛尊宿

010_0464_c_01L
법계法界에는 헤어짐과 만남이 없으나 형해形骸에 가탁했기 때문에 헤어짐과 만남이 있고 법계에는 근심과 즐거움이 없으나 형해에 가탁했기 때문에 근심과 즐거움이 있다. 그대와 나는 법계에서 상종하여 형해를 도외시 하였으니 어찌 헤어짐과 만남, 근심과 즐거움이 있을 것인가. 한마디 말을 외람되게 드려 용화회龍華會57)에서 재회할 기약을 나타낸다.

仁者相逢法界中       그대와 법계 가운데서 서로 만나
鷲靈嘉會至今同       영산의 좋은 모임 지금껏 함께하네.
餘緣更在龍華世       남은 인연 다시 용화 세상에 있으니
笑別千山萬水重       웃으며 첩첩 산천 멀리 이별하네.
성곡에게 주다(授聖谷)
대저 성聖은 바른 것(正)이요, 곡谷은 비어 있는 것(虛)이니 그 뜻을 바르게 하고, 그 마음을 비우려 하는 뜻인 듯하다. 뜻을 바르게 하면 만법이 제자리에 서고, 마음을 비우면 사물마다 다 편안해진다. 무슨 까닭인가. 대도는 허현虛玄하니 닦을 수 없고, 상덕上德은 무위라 인위로 함이 없다. 그러한즉 일상생활이 바쁠 때에 다만 정성스러우면서 바르고 비우면서 공경하여, 순경과 역경에 모두 순응하면 마음이 공하고 경계가 적적하다고 이를 만하다. 이와 같다면 성곡에 가깝게 되리라.

因正之後果亦正       인이 바른 후에 과도 바르나니
實其腹處虛其心       그 배를 채우고 마음을 비우라.58)
此言雖露亦難會       이 말을 드러내나 알기 어려우니
待三十年能賞音(一)      30년 후 지음을 기다릴지어다.(一)

翛然空寂元無朕       유연히 공적하여 원래 조짐 없으니
三處誰傳古佛心       세 곳에서59) 누가 고불의 마음 전했나.
是乃虛玄眞聖谷       이 비어 현묘함이 참으로 성곡이니
雖言絕慮有何音(二)      말을 하나 생각 끊기니 무슨 소리 있으랴.(二)
나운에게 보이다알음알이를 질책하다(示懶雲意責知解)
雲捲金剛露         구름이 걷혀 금강산 드러나
還無靈邃情         신령하고 깊은 정 없구나.
㪅令龍吐氣         다시 용이 기를 토하게 하면
關閉衆香城         중향성의 문이 닫히리라.
또 나운이 어제 나에게 제불의 골수를 묻자 게송으로 답하다(又懶雲昨日 問余於諸佛骨髓 以偈答言)

010_0464_c_01L
法界無離合假形骸故離合也法界
010_0464_c_02L無憂樂假形骸故憂樂也仁與我相
010_0464_c_03L從於法界而外形骸何庸離合憂樂
010_0464_c_04L也哉溷一語以表龍華再會之期云
010_0464_c_05L

010_0464_c_06L
仁者相逢法界中鷲靈嘉會至今同

010_0464_c_07L餘緣更在龍華世笑別千山萬水重

010_0464_c_08L授聖谷

010_0464_c_09L
夫聖者正也谷者虛也擬是正其
010_0464_c_10L意而虛其心也夫正意而法法爲位
010_0464_c_11L虛心而物物斯安矣何故夫大道虛
010_0464_c_12L道不可修上德無爲德不可爲
010_0464_c_13L然則日間浩浩時但誠而正虛而敬
010_0464_c_14L順違皆順可謂心空境寂矣夫如是
010_0464_c_15L則幾於聖谷矣

010_0464_c_16L
因正之後果亦正實其腹處虛其心

010_0464_c_17L此言雖露亦難會待三十年能賞音(一)

010_0464_c_18L翛然空寂元無朕三處誰傳古佛心

010_0464_c_19L是乃虛玄眞聖谷雖言絕慮有何音(二)

010_0464_c_20L示懶雲意責知解

010_0464_c_21L
雲捲金剛露還無靈邃情

010_0464_c_22L㪅令龍吐氣關閉衆香城

010_0464_c_23L又懶雲昨日問余於諸佛骨髓以
010_0464_c_24L偈答言

010_0465_a_01L
그대가 아주 옛날에 나에게 제불의 골수를 물었는데 내가 침묵으로 대답하였다. 다시 게송을 설하며 이르기를,
仁者無央刼前。問余於諸佛骨髓。我以良久對之。重說偈言。

栴檀薰熱處         전단향 사르는 곳에
八斛四斗骨         8곡 4두의 뼈
仁者自身中         그대의 몸속에도
三百六十骨         360개의 뼈가 있네.
天骨地骨虛空骨       천골, 지골, 허공의 뼈에서
乃至山河大地骨       산하대지의 뼈에 이르기까지
諸法寂滅相         제법의 적멸상은
不可以言說         언어로 설명할 수 없네.

恁麽也不得 不恁麽也不得  이래도 안 되고 이러지 않아도 안 되니
積水輪上 空滿波瀾     쌓인 수륜 위 허공에 물결이 가득하네.
是句亦剗 非句亦剗     시구도 제거하고 비구도 제거하면60)
大火聚中 亘天烈燄불더미의 뜨거운 불길이 하늘에 닿으리.
단양일에 여러 선비와 삼교의 동이를 논하고 우연히 읊다(端陽日與諸儒論三敎同異偶吟)
先聖分三敎         선성이 삼교를 나누었으나
其本一元眞         근본은 하나의 큰 진리라.
端陽今夜會         단양을 오늘밤 맞으니
敎未分前人         삼교가 나뉘기 이전 사람일세.
백악폭포를 보다(觀白岳瀑布)
水杵撞如大壑傾       폭포수 내리치니 큰 골짜기 기울어
龍奔雷震若回驚       용이 달리고 우레 쳐 놀라는 듯
物無太急能長久       사물이 너무 급하면 오래가지 못하니
此與乾坤一體成(一)      폭포수가 건곤과 일체가 되었네.(一)

當觀山水又觀瀾       산수를 보고 또 여울물 보아야61) 하니
狂注急流却等閑       세찬 급류도 도리어 한가롭구나.
世俗偏求驚怪事       세속에선 놀랍고 괴이한 일만 구하여
龍門一瀑名人間(二)      용문의 폭포62)만 세상에 이름났네.(二)
친구 스님과 새벽길을 가다 세 갈래 길에서 이별하며 우연히 읊다(與友僧曉行臨三歧相分偶吟)
地分三懸路         땅은 세 갈래 먼 길로 갈렸는데
天曙二僧顏         하늘의 새벽빛 두 중 얼굴 비치네.
경허 도우에게 주다(贈景虛道友)
物理體無間         물리의 본체는 간단이 없어
吾人相與托         우리들이 서로 의탁하네.
智仁樂山水         인자와 지자 산수를 좋아하여63)
窮困任飄落         곤궁해도 자유롭게 떠도네.
不必娛安閑         편안함과 한가함도 즐기지 말고
莫謾取寂寞         부질없이 적막함도 취하지 말지니
天時雖好還         천시는 순환을 잘한다지만
道奈如懸索         불도가 실낱같이 위태로우니.

010_0465_a_01L
仁者無央刼前問余於諸佛骨髓
010_0465_a_02L以良久對之重說偈言

010_0465_a_03L
栴檀薰熱處八斛四斗骨

010_0465_a_04L仁者自身中三百六十骨

010_0465_a_05L天骨地骨虛空骨乃至山河大地骨

010_0465_a_06L諸法寂滅相不可以言說

010_0465_a_07L
恁麽也不得不恁麽也不得積水輪
010_0465_a_08L空滿波瀾是句亦剗非句亦剗
010_0465_a_09L大火聚中亘天烈燄

010_0465_a_10L端陽日與諸儒論三敎同異偶吟

010_0465_a_11L
先聖分三敎其本一元眞

010_0465_a_12L端陽今夜會敎未分前人

010_0465_a_13L觀白岳瀑布

010_0465_a_14L
水杵撞如大壑傾龍奔雷震若回驚

010_0465_a_15L物無太急能長久此與乾坤一體成(一)

010_0465_a_16L當觀山水又觀瀾狂注急流却等閑

010_0465_a_17L世俗偏求驚怪事龍門一瀑名人間(二)

010_0465_a_18L與友僧曉行臨三歧相分偶吟

010_0465_a_19L
地分三懸路天曙二僧顏

010_0465_a_20L贈景虛道友

010_0465_a_21L
物理體無間吾人相與托

010_0465_a_22L智仁樂山水窮困任飄落

010_0465_a_23L不必娛安閑莫謾取寂寞

010_0465_a_24L天時雖好還道奈如懸索

010_0465_b_01L
송월 장로에게 보이다(示松月長老)
靑靑受命于仁地       청청하게 인지에 천명을 받고
朗朗照心於義天       낭랑하게 의천에 마음 비추네.
貞固淸凉本有性       본래 굳고 청량한 성품 있나니
威音空刼最初前       위음왕64) 공겁 이전부터라네.
경공 선사에게 보이다(示鏡空禪師)
心鏡人三昧         마음의 거울이 삼매에 들어 
靈光極曠虛         신령한 빛 넓게 트였도다.
掃除知見病         지견의 병을 깨끗이 없애고
逈出毗盧墟         멀리 비로자나의 자취를 벗어났네.
왕생극락을 발원한 청신녀에게 주다(授淸信女極樂願)
信發往生極樂願       신심을 일으켜 왕생극락을 발원하니
彌陀佛有度生願       아미타불 중생제도의 원력일세.
一眞法界聖凡同       일진법계는 성인과 범인이 같으니
眞法界中立大願       진법계 중에 큰 발원을 세우라.
동악 신 선자에게 주다(授東岳信禪子)
東岳萬千峯崛起       동악의 천만 봉우리 우뚝 솟아
即而一片信心生       나아가면 한 조각 신심 일어나네.
先天過盡後天到       선천이 지나가고 후천 도래하니
信若金剛自在成       신심이 금강 같으면 자재롭게 성취하리.
인성 선자에게 보이다(示仁城禪子)
佛祖安身立命處       부처와 조사의 안신입명처가
人人本有甚奇哉       사람마다 본래 있으니 참으로 기이하다.
無奇無處大男子       기특함도 처소도 없는 대장부가
高步毗盧頂上來       비로봉 정상을 높이 밟아 오도다.
남방으로 화엄경을 들으러 가는 함경 장실을 보내며(送涵鏡丈室聽華嚴經于南方)
幾作湖南夢         몇 번이나 호남을 꿈꾸었나.
心懸法界經         마음을 법계의 경에 걸어 두었네.
意君盥掌水         생각건대 그대 손을 씻어 내고
他日濟生靈         훗날에 생령을 제도하리라.
영허暎虛 스님과 이별하며 주다(贈別映虛師)
옛날에 그대가 보산寶山의 석대石臺로 처음 나를 방문하였을 때 나이가 16세였다. 성주암으로 다시 방문했을 때 나이가 18세였다. 맑은 지조와 아량을 지니고 총명하고 민첩하며 학문을 좋아하여 빼어남은 봉황의 상서로움과 같았고 헌헌軒軒함은 천리마의 신준神駿함과 같았다. 내가 가만히 사랑하여 석상席上의 보배65)로 대우하여 오래도록 데리고 있으면서 끝없는 성취를 보려고 하였다.

010_0465_b_01L示松月長老

010_0465_b_02L
靑靑受命于仁地朗朗照心於義天

010_0465_b_03L貞固淸凉本有性威音空刼最初前

010_0465_b_04L示鏡空禪師

010_0465_b_05L
心鏡入三昧靈光極曠虛

010_0465_b_06L掃除知見病逈出毗盧墟

010_0465_b_07L授淸信女極樂願

010_0465_b_08L
信發往生極樂願彌陀佛有度生願

010_0465_b_09L一眞法界聖凡同眞法界中立大願

010_0465_b_10L授東岳信禪子

010_0465_b_11L
東岳萬千峯崛起即而一片信心生

010_0465_b_12L先天過盡後天到信若金剛自在成

010_0465_b_13L示仁城禪子

010_0465_b_14L
佛祖安身立命處人人本有甚奇哉

010_0465_b_15L無奇無處大男子高步毗盧頂上來

010_0465_b_16L送涵鏡丈室聽華嚴經于南方

010_0465_b_17L
幾作湖南夢心懸法界經

010_0465_b_18L意君盥掌水他日濟非靈

010_0465_b_19L贈別映虛師

010_0465_b_20L
昔年君初訪余於寶山之石臺時年
010_0465_b_21L十六矣再訪於聖住時年十八矣
010_0465_b_22L淸操雅量聰敏好學昻昻鸞鵠之瑞
010_0465_b_23L軒軒騏驥之神駿余愔然愛之
010_0465_b_24L以席上之珍對之擬欲久從而要見

010_0465_c_01L그러나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은 없을 수가 없어 그대는 남방의 여러 스님들을 두루 참방하고 나는 관동의 해악海嶽으로 떠나 멀리 이별하여 많은 세월이 흘렀다. 산수 사이에서 밤이면 포단蒲團에 앉아 꿈에서 그리워하고 낮이면 운수행각하면서 생각한 것이 이제껏 몇 년이었던가.
이제 또 해서海西의 아달산阿達山 도솔암에서 만나니 그대의 나이가 23세이다. 함께 이야기 나누고 행동거지를 살펴보니 학해學海의 파란과 법문의 지견知見이 포효하는 금모金毛 사자요, 대방大方을 밟는 백우白牛와 같아서, 내가 매우 기특하게 여겨 출세간의 그릇이라고 여겼다. 대개 만나고 헤어지는 8년 동안 사람으로 하여금 세 번 눈을 씻고 마주보게 하니 참으로 잘 변화하는 자라고 이를 만하다. 세 번 만나는 동안에 불정佛頂·원각圓覺·잡화雜華·선송禪頌을 토론해 보니 담병談柄이 종횡무진하고, 이사례已沙例의 예를 드는 것과 말길을 살펴보니 이른바 ‘현묘한 이치(서월犀月 상뇌象雷)66)에 통달한’ 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때를 만나지 못한 기남자이다.
이제 또 그대와 이별의 노래를 부르게 되니 부평초처럼 떠도는 신세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오늘의 이별은 옛날의 이별과 달라서 더욱 슬프다. 비록 그렇지만 옛말에 이르기를 천년 후에 만나도 아침저녁으로 만나는 것과 같다고 하였으니 나는 그대와 과연 아침저녁으로 만나는 것인가. 원컨대 그대는 옛 걸음을 잃지 말고 행장行藏을 잘 알아서 진실한 일로 세상에 숨어 홀로 마음을 착하게 하고 삼가 경박한 일로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지67) 말지어다. 게송은 다음과 같다.

爲別怊悵 徘徊撫襟     이별이 슬프니 배회하며 옷깃 만지네.
贈君以寶 非玉非金     그대에게 보배 주노니 옥도 황금도 아니로다.
八年三會 只一箇心     8년에 세 번 만나니 다만 한 개의 마음뿐이네.
我言以送 反覆思尋     내 말로써 그대 보내니 반복하여 생각하라.
遯世不悔 意同古今     세상에 숨어 후회 없음은 고금에 뜻이 같나니

010_0465_c_01L於駕風鞭霆歷覽無際之境其奈因
010_0465_c_02L固不無離合而君徧叅於南方諸
010_0465_c_03L余乃達引於關東海嶽邈然遠別
010_0465_c_04L而光陰荏苒山川間之蒲團夜夢
010_0465_c_05L水晝思幾年於此也
今又會余於海
010_0465_c_06L西之阿達山兜率庵君年至二十三
010_0465_c_07L與之語以觀其所止其學海波
010_0465_c_08L法門知見哮吼金毛之獅子
010_0465_c_09L蹈大方之白牛余卓然異之以爲出
010_0465_c_10L世之器也盖離合八年之間 [7] 人三
010_0465_c_11L拭靑眸以對之君可謂善變者也
010_0465_c_12L會之間討論佛頂圓覺雜華禪頌
010_0465_c_13L柄縱橫已沙例看語路所謂犀月象
010_0465_c_14L雷已玄通者耶然可惜不遇時之奇
010_0465_c_15L男子也
今又與君唱離歌非不知萍
010_0465_c_16L蓬任轉今日之離與昔日之離異也
010_0465_c_17L故尤爲慷慨也雖然有云千載之後
010_0465_c_18L朝暮一遇也余與君果然有朝暮遇
010_0465_c_19L者耶願君不失故步而善知行藏
010_0465_c_20L克以眞實事獨善遯世而愼勿以浮
010_0465_c_21L輕之事曳尾於塗中也偈曰

010_0465_c_22L
爲別怊悵徘徊撫襟贈君以寶

010_0465_c_23L非玉非金八年三會只一箇心

010_0465_c_24L我言以送反覆思尋遯世不悔

010_0466_a_01L莫習閑事 可惜光陰     쓸데없는 것을 배우지 말고 시간을 아껴라.
深山大澤 虎嘯龍吟     깊은 산 큰 못에 호랑이와 용이 포효하고
伏鸞隱鵠 不巢枳林     난새와 황곡은 탱자 숲에 깃들지 않나니
神物擇地 孰敢我侵     신령한 동물 땅을 가리니 누가 침범하랴.
百川咸注 洋海之㴱     온갖 시내가 모두 깊은 바다로 흘러가고
霧擁雲盖 絕壑高岑     안개와 구름은 골짜기와 높은 산 감싸 안았네.
崑山之岸 瓊樹森森     곤륜산 언덕에 경수68)가 무성하고
洪鍾待扣 鍠鍠其音     큰 종69)은 치기를 기다려 소리 울리나니
吾事已了 天道乃臨     내 일을 마치면 천도가 임하리라.
차운하여 영허 도반에게 이별하며 주다(拈次贈別暎虛道友)
幾年離苦日如年       하루가 일 년 같은 이별이 몇 해인가
斯音要傳不可傳       이 마음 전할래야 전할 수 없구나.
請看漫天成大海       청컨대 하늘을 바다로 보라
應知浩刼納羣川       영겁의 세월 동안 온 시내 받았나니.
托心愛汝朝生鳳       그대에게 마음 의탁하니 조양70)의 봉황이요
厭世憎他晩噪蟬       세상 싫으니 저 늦게 우는 매미도 밉구나.
別恨悠悠難更會       이별의 한 아득한데 다시 만나기 어려우니
白雲紅樹獨凄然       석양빛 나무에 흰 구름만 쓸쓸하구나.
또 영허 선자에게 보이다(又示暎虛禪子)
無住心常住         머물 것 없는 곳에 마음 머무니
劒鋒鐵壁撞         검봉과 철벽이 부딪히도다.
普賢如有行         보현보살이 만약 행차한다면
直下一無當         당장 하나도 옳지 않으리라.
목련화木蓮花
木末蓮花發         가지 끝에 연꽃이 피니
何人來取香         누가 와서 향기 취하는고.
任其枝上老         그대로 가지 위에 시들어
風吹落經床         바람에 경상71)으로 떨어지네.
역산 선자를 이별하며 주다(贈別櫟山禪子)
皤皤鬚髮不長留       흰 수염과 머리 오래 머물지 못하리니
老老君應爲我愁       늙은 그대 나를 위하여 서글퍼 하리라.
觀此無常眞實法       이 무상하고 진실한 법을 보고
浩然歸去任逍遊       호연히 돌아가 자유롭게 소요하리.
임화게臨化偈
窮刼歷修諸善行       겁이 다하도록 낱낱이 선행을 닦았나니
萬法歸一一歸空       만법은 하나로 하나는 공으로 돌아가네.
自家本事未成就       자신의 근본사도 성취하지 못하였는데
九十年光幻夢中       90년 세월이 꿈결같이 흘렀구나.

010_0466_a_01L意同古今莫習閑事可惜光陰

010_0466_a_02L深山大澤虎嘯龍吟伏鸞隱鵠

010_0466_a_03L不巢枳林神物擇地孰敢我侵

010_0466_a_04L百川咸注洋海之㴱霧擁雲盖

010_0466_a_05L絕壑高岑崑山之岸瓊樹森森

010_0466_a_06L洪鍾待扣鍠鍠其音吾事已了

010_0466_a_07L天道乃臨

010_0466_a_08L拈次贈別暎虛道友

010_0466_a_09L
幾年離苦日如年斯音要傳不可傳

010_0466_a_10L請看漫天成大海應知浩刼納羣川

010_0466_a_11L托心愛汝朝生鳳厭世憎他晩噪蟬

010_0466_a_12L別恨悠悠難更會白雲紅樹獨凄然

010_0466_a_13L又示暎虛禪子

010_0466_a_14L
無住心常住劒鋒鐵壁撞

010_0466_a_15L普賢如有行直下一無當

010_0466_a_16L木蓮花

010_0466_a_17L
木末蓮花發何人來取香

010_0466_a_18L任其枝上老風吹落經床

010_0466_a_19L贈別櫟山禪子

010_0466_a_20L
皤皤鬚髮不長留老老君應爲我愁

010_0466_a_21L觀此無常眞實法浩然歸去任逍遊

010_0466_a_22L臨化偈

010_0466_a_23L
窮刼歷修諸善行萬法歸一一歸空

010_0466_a_24L自家本事未成就九十年光幻夢中

010_0466_b_01L
대승원大乘院
海明沒骨諸賢聖       해명방 몰골옹 여러 성인들에게
何以後昆作是非       어찌 후손들이 시비를 짓는고.
心不希求無可取       마음에 바람 없어 취함도 없으니
空山樹裏建庵扉       빈산 숲 속에 암자의 문 세우네.
삼봉집三峯集문文(二)
인물을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해설(不遇人說)
나는 일찍이 관북 지역은 높은 산과 큰 시내가 많아 길고 깊은 숲과 골짜기에 때때로 독서하고 옛것을 좋아하는 선비가 있고, 안개 낀 산과 구름 덮인 굴에는 적적하게 은거하며 도를 즐기고 참선하는 스님이 있다고 들었다. 나는 가서 만나 보기를 구하였으나 지혜가 어리석어 비록 이러한 사람들이 있다 할지라도 어찌 알아보겠는가. 때문에 가는 곳마다 살펴보니 이른바 유학자라는 사람은 과거시험에만 골몰하고, 시구만을 모아 대유大儒라고 칭하며, 다만 시골구석의 명예만 알려질 뿐이요, 관직 얻기만 오로지 힘써 미관말직이라도 얻으면 큰 집안이라고 칭하여 산야의 백성들을 억압한다. 이른바 스님이라고 하는 자도 몇 권의 제자서諸子書를 읽고 대사라고 칭하며, 오로지 명리만을 숭상하고 구자불성狗子佛性72)과 만법귀일萬法歸一73)의 화두만 잡은 채 선백禪伯이라 칭하며, 한갓 수고롭게 앉아 졸기만 하니 이렇다면 과연 인물이 없는 것인가, 보는 안목이 없는 것인가. 나는 지혜가 어리석어 식견이 없으나 반드시 훌륭한 인물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또 나는 백종白踪74)이라 숨어 지내는 일민逸民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내가 백두산에서 돌아와 두무산에 들어가서 선월禪月 대사를 알현했는데 나이가 80세요, 도인의 풍모가 넘쳐 옛말에 무작無作을 행한다고 하니 이분이 그러한 인물일 것이다. 백운산 불지암佛地庵에 들어가 덕장德藏 수좌를 알현했는데 나이가 87세였다. 예를 올리고 나자 나에게 말하기를 “노승은 내년 봄에 금강산에 가려고 하는데 석왕사를 경유하여 무학사원無學祠院의 춘향제春享祭를 맞아 초헌관이 되기를 원한다.”고 하니 이 노승의 말씀이 참으로 통쾌하다.

010_0466_b_01L大乘院

010_0466_b_02L
海明沒骨諸賢聖何以後昆作是非

010_0466_b_03L心不希求無可取空山樹裏建庵扉

010_0466_b_04L

010_0466_b_05L1)文(二)

010_0466_b_06L不遇人說

010_0466_b_07L
余曾聞關北多高山大川於其長林邃
010_0466_b_08L徃徃有讀書好古之士烟岑雲窟
010_0466_b_09L寂寂隱樂道禪觀之釋余徃求之然余
010_0466_b_10L知瞽聾也雖有此等人安可得乎
010_0466_b_11L所到每見所謂儒氏汨於科業聚詩句
010_0466_b_12L多稱大儒特聞鄕曲之譽專於官職
010_0466_b_13L做得微官稱巨室武斷山野之民
010_0466_b_14L謂釋子看幾卷諸子稱大師專尙名利
010_0466_b_15L守狗子佛性萬法歸一稱禪伯徒勞
010_0466_b_16L坐睡此其果無人乎果無識鑑乎
010_0466_b_17L自知瞽聾無所識不必無其人也且余
010_0466_b_18L白踪不能求幽側逸民也已矣
余自白
010_0466_b_19L頭還入頭蕪山謁禪月大師年八十
010_0466_b_20L道貌蒼蒼古云爲無作是其人歟

010_0466_b_21L白雲山佛地庵謁德藏首座年八十七
010_0466_b_22L舒禮已謂我曰老僧來年春欲往金
010_0466_b_23L剛山路由釋王寺當無學祠院春享
010_0466_b_24L願爲初獻官也呵呵此老之言也

010_0466_c_01L인하여 기억해 보니 예전에 수관水觀75) 이 선생이 무등無等 선사를 보고 “근년엔 무엇을 하시는지요?”라고 묻자 선사가 답하기를 “노승은 근래에 호남원장에 제수되었다.”고 하니 선생이 미소 지으며 그 천진하고 소박함을 찬탄하였다. 그 후에 선생이 비문을 찬하여 이르기를 “말씀이 정성스럽고 꾸밈이 없다.”고 하였다. 선생의 식견으로 사람에게 증험해 보면 이 노승의 헌관이 되기를 원한다는 말씀은 무등 선사가 스스로 호남원장이라고 칭한 말씀과 서로 유사하여 또한 천진하고 소박하다고 할 만하니 이런 분이 훌륭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반룡산 명적암에 들어가 한 어린 사미를 보았는데 나이는 겨우 20세였다. 속은 지혜로우나 겉은 어리석어 사람이 칭찬해도 웃고, 비난해도 웃으며, 때리거나 욕을 해도 웃는다. 귀신에게 주는 부패한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며, 혹 음식물이 더러운 곳에 버려진 것을 보면 주워서 씻지도 않고 먹었다. 때때로 남을 위하여 일을 하면 먼지를 뒤집어쓰거나 굴뚝을 청소하기도 하고 진흙을 밟으며 벽에 흙을 바르기도 하는데, 몸을 씻지도 않고 흐트러진 머리에 두건도 쓰지 않는다. 어른을 보아도 인사를 하지 않아 혹 사람이 조롱하면 가가대소한다. 때때로 머리를 흔들고 눈을 부릅떠서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일깨운다. 밤이면 잠을 자지 않고 밤새도록 바르게 앉아 있다. 항상 누추한 행색을 드러내 사람이 깨끗한 옷을 주면 받지 않고, 받아도 곧 다른 사람에게 준다. 몸에 남루한 옷을 걸치고 옷깃을 풀어헤친 채 맨발로 다닌다. 깊은 산과 구름, 나무가 험준하고 무성하여 호랑이와 표범이 엎드려 지내는 곳에 토굴을 짓고 거처하니, 모르겠지만 이 사람이 뛰어난 인물인가 어찌 괴이함이 이와 같은가. 비록 이러한 사람들을 보아도 끝내 참된 기미를 알 수가 없다. 때문에 뛰어난 인물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다.

010_0466_c_01L因記得昔者水觀李先生見無等禪師
010_0466_c_02L問曰近年以來何爲也禪師答曰老僧
010_0466_c_03L近來除得湖南院長先生微笑嘆其天
010_0466_c_04L眞古朴其后先生撰其碑文云語言
010_0466_c_05L悃愊無華以先生之識鑑於人證之
010_0466_c_06L此老願爲獻官之言與無等禪師自稱
010_0466_c_07L湖南院長之言近似亦可謂天眞古朴
010_0466_c_08L是其人歟又人盤龍山明寂庵
010_0466_c_09L一少沙彌年纔二十內智外愚人譽
010_0466_c_10L之呵呵毁之呵呵打之辱之呵呵
010_0466_c_11L食施鬼腐敗之物或見食物墮於穢地
010_0466_c_12L拾來不洗而食有時爲人作務蒙塵治
010_0466_c_13L踏泥鏝壁不復洗浴蓬頭不巾
010_0466_c_14L長者不拜或有人嘲弄則呵呵大笑
010_0466_c_15L時時動頭瞪目回心惺惺夜則不寐
010_0466_c_16L通宵正坐常現畢陋之形人或授以淨
010_0466_c_17L不受或受之即與他人身被襤褸
010_0466_c_18L之衣披襟跣足而行作土窟於深山雲
010_0466_c_19L木嶄巖虎彪攸伏處而居焉不知此其
010_0466_c_20L人歟何其怪底若是乎雖見此等人
010_0466_c_21L然終不得知眞箇幾微故云不遇人而
010_0466_c_22L還也

010_0466_c_23L「文二」二字編者補入

010_0467_a_01L
불우不遇를 근심하다(患不遇)
세상 사람은 만나는 것을 근심하지만 나는 만나는 것을 근심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은 만나지 못할까 근심하지 않지만 나는 만나지 못할까 근심한다. 세상 사람이 만날 것을 근심하는 것은 재주와 덕이 자기보다 뛰어나기 때문이요, 세상 사람이 만나지 못할까 근심하지 않는 것은 자기가 자기를 바르게 할까 싫어하기 때문이다. 재주와 덕이 자기보다 나으니 명예가 실로 드러날 것이요, 자기가 자기를 바르게 해 주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욕심대로 행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세상 사람은 그 명예를 다투지만 나는 그 재주와 덕을 존중하며 따르고, 세상 사람은 자기를 바르게 해 주는 것을 즐겨하지 않고 싫어하지만 나는 방종한 욕심이 일어날까 두려워 섬기는 것이다.
철哲 대사가 말을 구한 데 대해 답하다(酹哲大師求語)
스님이 장차 떠나려고 하면서 나에게 말을 구하였다. 무슨 말을 구하는가. 스님은 세간을 떠나 불교를 배웠으니 지극한 말이 아닌가. 세간에 있을 때는 유학의 경전을 보았으니 명실名實의 말이 아닌가. 또 백가百家의 말이 있으니 현허玄虛의 말, 궤이詭異한 말, 견백堅白의 말이 아닌가. 소위 천하의 언어란 유·불·제자백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말이란 위로는 법계의 이성에 융통하고, 다음으로 천지의 시종始終을 궁구하고, 다음은 인과응보를 허무로 귀결시키며, 다음으론 만물의 변화와 모습을 논하여 그 근원은 깊고, 그 흐름은 광대하며, 그 지류는 넓어서 다 곡진히 알 수 없는 것이다. 이 밖에 다시 무슨 말을 구할 것이 있겠는가.
이로부터 더 나아가서는 비록 말에 능통한 자가 있다 할지라도 그 오묘함에는 미치지 못하고 다만 자취의 조박糟粕만을 찾나니 하물며 나는 자취의 조박조차도 알지 못한다. 스님이 말을 구하는 것은 별달리 들을 만한 것이 있다고 여겨서

010_0467_a_01L患不遇

010_0467_a_02L
世人患遇我不患遇世人不患不遇
010_0467_a_03L我患不遇世人之患遇者才德勝於己
010_0467_a_04L世人之不患不遇者厭彼正其己也
010_0467_a_05L才德勝於己者名譽實彰也厭彼正其
010_0467_a_06L己者縱欲不令行也故世人爭之名譽
010_0467_a_07L我尊其才德而從之世人不樂正己而
010_0467_a_08L厭之我恐生縱欲而事之也

010_0467_a_09L

010_0467_a_10L酹哲大師求語

010_0467_a_11L
師將欲行求語於余求何所語也
010_0467_a_12L師出世間學釋敎莫是爲至極之語耶
010_0467_a_13L在世間看儒典莫是爲名實之語耶
010_0467_a_14L有百家語莫是爲玄虛之語耶詭異之
010_0467_a_15L語耶堅白之語耶天下之所謂語言者
010_0467_a_16L無出於二敎百家也是言也上之融法
010_0467_a_17L界之理性次之窮天地之始終次之導
010_0467_a_18L因應於虛無次之論萬物之變化情狀
010_0467_a_19L而其源淵淵其流浩浩其分漫漫
010_0467_a_20L有不可得以盡者也外是而更有何言
010_0467_a_21L之可求也哉
自是以往雖有能言之者
010_0467_a_22L而不及其玄奧而惟跡之粗粕也况余
010_0467_a_23L不知其跡之粗粕之所在者歟師之所
010_0467_a_24L以求語則於其心以爲別有所可聞

010_0467_b_01L그 명상名相의 설을 제거하고 무성무취無聲無臭의 도를 밝게 들으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특별한 말이 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설사 말이 있어 천하의 입을 묶고 천하의 변론을 막는다 할지라도 이는 모두 스님의 심법心法에는 무익한 것이다. 때문에 옛날 불인佛印 선사76)는 항상 학도들을 언어를 팔아먹는 자라고 질책하신 것이다.
논에 이르길, “언설의 끝에서 말로써 말을 없앤다.”77) 하였다. 만일 자自를 인하여 타他를 없애고, 시是를 인하여 비非를 없애며, 가可를 인하여 불가不可를 없앤다면 비록 장자·맹자와 같은 변론을 좋아하는 이가 다시 태어나 그 논변을 극진히 할지라도 오늘날의 세상에 처해서는 이루 다 없애지 못할 것이다. 도리어 없애지 않는 무소견無所遣의 경지에서 화동和同하는 것만 같지 못하니 무엇 때문인가. 이른바 명실名實의 말로 궤탄동이詭誕同異의 설을 없애려 한다면 저들이 응당 고집하여 놓지 않을 것이요, 이른바 지극至極의 말로 명실을 숭상하는 말을 없애려 한다면 저들이 응당 고집하여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른바 지극한 이치로 지극한 말을 없애려 한다면 저들은 망연자실하고 놀라서 취하지 않을 것이다. 이른바 최초일구最初一句로서 줄곧 미혹에 빠진 지견知見을 없애려 한다면 저들은 크게 웃으며 배척할 것이다. 때문에 말하기를, 없애지 않는 무소견無所遣의 경지로 화동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하는 것이다.
아까 논하여 이른 바, 말을 인하여 말을 없앤다는 것은 한갓 말로 말을 없애는 것을 이르는 것이 아니요, 대개 없애어 없앰이 없는 경지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스님이 자연스레 평상시 웃고 말할 때에 또 능히 취하고 버리는 것이 어떤 것임을 아느냐. 또한 30년 후를 기다려서 스스로 감파勘破할지어다.
금강산유점사설선당중건기金剛山楡岾寺說禪堂重建記
유점사 설선당이 황폐화된 지 오래되었는데, 을유년 여름 금강산 대선원으로 중건되었다.

010_0467_b_01L而有以能遣夫名相之說而欲以聰瑩
010_0467_b_02L於無聲無臭也且莫以余爲別有言者
010_0467_b_03L設有言而能杜天下之口塞天下之
010_0467_b_04L辯者是皆無益於師之心法也故昔佛
010_0467_b_05L印禪師每責學徒 販言語者也

010_0467_b_06L以言說之極因言遣言若夫因自而
010_0467_b_07L遣他因是而遣非因可而遣不可
010_0467_b_08L雖使好辯如莊孟者復生而極其論辯
010_0467_b_09L今之世不勝其遣也反不如和之以
010_0467_b_10L無所遣之地也何故以有所謂名實之
010_0467_b_11L而遣夫詭誕同異之說則彼應執而
010_0467_b_12L不肯捨也以有所謂至極之語而遣夫
010_0467_b_13L尙名實之語則彼應執而不肯捨也
010_0467_b_14L有所謂至極之理而遣夫至極之語
010_0467_b_15L彼茫然驚駭而不肯拾也以有所謂最
010_0467_b_16L初一句而遣夫一向沉理之知見則彼
010_0467_b_17L大笑而揮之也故曰不如和之以無所
010_0467_b_18L遣也
向者論之所謂因言遣言者非謂
010_0467_b_19L徒言而遣言也盖遣之至於無所遣也
010_0467_b_20L師自然平常笑語而又能知其取拾 [8]
010_0467_b_21L果何物耶且待三十年後自家勘破也

010_0467_b_22L

010_0467_b_23L金剛山楡岾寺說禪堂重建記

010_0467_b_24L
楡岾寺說禪堂廢之久矣乙酉夏重建

010_0467_c_01L이에 앞서 율봉栗峯 대선사가 그 제자 수십 인과 함께 이 당에 거주하였는데 당우堂宇가 협착하여 조계曺溪78)의 포단蒲團과 유마維摩79)의 상좌床座를 펴지 못하였다. 선사께서 대중을 수용하지 못함을 병통으로 여기시고 마하연으로 이주하였다. 이에 사방의 납자가 구름이 달리고 시내가 흐르듯 모여들었고, 10여 년 동안 화엄을 설하여 무수한 사람을 제도하였다. 그때 만일 이 설선당이 넓어서 대중을 수용하였다면 선사께서 여기에서 크게 현풍玄風을 떨쳤을 것이지, 어찌 다른 곳으로 갔겠는가.
월송月松 선사는 곧 율봉 선사의 고족高足 제자로서 갑신년 가을 오대산 청량산에서 이 당으로 이주하였다. 당우가 여전히 비좁고 더 심하게 무너진 것을 보고, 선사先師께서 법석을 크게 열지 못함을 안타까이 여기며 강개하였다. 큰 집을 중건하여 선사께서 옛날 이루지 못한 발원을 사모하고 또한 훗날 총림의 안선安禪하는 곳으로 삼고자 절의 모든 대중과 도모하니, 모두 즐거운 뜻으로 조연助緣하고 복역하였다. 선사가 법제자 용성龍城 대사와 의논하니 용성 대사 또한 기쁘게 모연募緣하여 약간의 재물을 얻어냈다. 또 속가의 제자 최대희에게 권선하니, 최대희는 수원의 선비로서 또한 기쁜 마음으로 백금百金의 재물을 희사하였다. 이해에 풍년이 들어 땅의 신령이 돕고 사람들이 화합하여 모이니 무릇 세간의 일을 무엇인들 이루지 못하겠는가. 이에 인과를 아는 자가 재물을 관장하게 하고, 사람의 심력心力을 얻은 자가 일을 감독하게 하며, 승묵繩墨에 솜씨 있는 자가 부근斧斤을 잡게 하니, 백공百工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원래 그 땅은 금강역사가 조성한 터라 불후의 구모龜毛와 토각兎角으로 들보와 기둥을 삼고, 사무량심四無量心80)으로 당우를 삼고, 백천百千의 총지摠持로 문을 삼고, 삼명육통三明六通81)으로 창을 삼으며,

010_0467_c_01L爲金剛山大禪院先時栗峯大禪師與
010_0467_c_02L其徒數十人住此堂堂宇狹窄不能
010_0467_c_03L敷曺溪蒲團維摩牀座禪師病其不能
010_0467_c_04L容衆移居摩訶衍於是四方衲子
010_0467_c_05L雲奔川走十有餘年說大華嚴度人
010_0467_c_06L無數那時若使此堂廣博容衆禪師必
010_0467_c_07L應於此大振玄風矣奚適彼也
有月
010_0467_c_08L松禪師即栗峯和尙之高足甲申秋
010_0467_c_09L自五臺淸凉山來住此堂見堂宇依
010_0467_c_10L前狹隘尤甚頹圮思先師以此堂之狹
010_0467_c_11L曾不能以大開法筵慷慨於心意
010_0467_c_12L欲重建大厦襲慕先師昔年不成之願
010_0467_c_13L亦爲叢林後日安禪之所與渾寺僉謀
010_0467_c_14L僉皆樂意助緣又從而服役焉禪師與
010_0467_c_15L其法弟龍城大師議龍城師又欣然募
010_0467_c_16L得若干財又勸其俗弟子崔大熙
010_0467_c_17L大熙水原士人亦能欣然捐財百金
010_0467_c_18L此之時歲値豊穰地理靈助人和嘉
010_0467_c_19L會矣凡世間之事何所不成於是令
010_0467_c_20L知因識果者掌其財得人之心力者
010_0467_c_21L董其役巧妙於繩墨者執斧斤百工咸
010_0467_c_22L
而元來其地乃金剛所成之地
010_0467_c_23L不朽龜毛兔角爲樑柱四無量心爲堂
010_0467_c_24L百千摠持爲門闥三明六通爲窓牗

010_0468_a_01L삼십칠도품三十七道品82)으로 장교莊校를 삼았다. 사변재四辨才83)가 방울이 되고, 오십오위가 계단이 되며, 법공法空은 상좌床座가 되며, 제법적멸상諸法寂滅相은 선우善友가 되며, 석화전광石火電光은 등촉이 되었다. 음양 없는 터와 소리쳐도 메아리 없는 골짜기는 정원이 되고, 은산철벽은 담이 되었으며, 무진장은 창고가 되었다. 십도만행十度萬行은 경행의 길이 되고, 팔공덕수八功德水84)는 흐르는 샘과 목욕하는 연못이 되었다. 법성法性의 묘색妙色은 단청과 분묵粉墨이 되고, 8만 4천 법문과 1,700공안은 이포伊圃의 선열禪悅이 되어 크게 낙성연을 베풀게 되었다.
이날 월송 선사가 주위를 세 번 돌고, 법좌에 올라 주장자를 치고, 대중을 불러 이르길 “이 선원은 부처와 조사를 태우는 큰 화로이니 제불 제조사의 안심입명처요, 또한 생사를 단련하는 거친 겸추鉗鎚이니 축생아귀와 생사를 함께하리라. 나는 율봉 화상의 구덩이 속에서 오십삼불도량에 들어갔으니, 만일 타니대수拖泥帶水85)한다면 돌아가 선사를 뵐 면목이 없으리라. 만일 본분 있는 납승이 남전南泉 왕 노사王老師86)로부터 와서 나를 대신하여 가업을 깨뜨리고 흩는다면 이는 나를 저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너희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하고는 한 번 할을 하고, 주장자를 짚고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사방의 보는 자들이 미증유의 법을 얻고 낙성한 후에 모두 축하하여 말하기를 “이 절이 예로부터 지금까지 천년 동안 이어오다 비로소 동방의 대선원을 갖게 되었다.” 하였다. 월송 선사가 한참을 침묵하시다 말하기를 “아! 당은 비록 옛날보다 나으나 사람이 옛만 못하여 가벼이 할 것은 무겁게 하고 무겁게 할 것은 가벼이 했다고 할 만하니 어찌 모두들 축하하느냐. 어찌 훌륭한 납승을 얻어 이 당중에 거주하여 정진 수행케 하여 사은四恩87)을 갚으랴.” 하였다. 내가 선사의 말을 들으니, 도를 사랑하고 힘쓰면서 조금도 자긍심이 없으니 그 공덕이 의연히 산처럼 높고 물처럼 끝없으리라 여겨 드디어 기문을 짓는다.

010_0468_a_01L三十七道品爲莊校四辨才爲懸鈴
010_0468_a_02L十五位爲階級法空爲牀座諸法寂滅
010_0468_a_03L相爲善友石火電光爲燈燭無陰陽地
010_0468_a_04L呌不響谷爲園囿銀山鐵壁爲垣墻
010_0468_a_05L盡藏爲廩廋十度萬行爲經行之路
010_0468_a_06L功德水爲流泉浴池法性妙色爲丹碧
010_0468_a_07L粉墨八萬四千法門千七百公案則爲
010_0468_a_08L伊圃禪悅大設落成讌
是日月松禪師
010_0468_a_09L圍繞三匝昇座卓柱杖召大衆云
010_0468_a_10L此禪院烹佛烹祖大爐鞴與諸佛諸祖
010_0468_a_11L安身立命處亦是鍛生鍛死惡鉗鎚
010_0468_a_12L畜生餓鬼同生同死我從栗峯和尙坑
010_0468_a_13L子裏入五十三佛道場若是拕泥帶水
010_0468_a_14L無面目漢歸見先師若有分衲僧
010_0468_a_15L南泉王老師處來代我破家散業則是
010_0468_a_16L辜負於我也我不辜負於汝喝一喝
010_0468_a_17L柱杖下座
四方觀者得未曾有法
010_0468_a_18L成之後僉皆賀曰此寺從古至今
010_0468_a_19L有餘載始有東方大禪院矣月松禪師
010_0468_a_20L默然良久曰堂雖勝古人不如古
010_0468_a_21L可謂所輕者重所重者輕也何當僉賀
010_0468_a_22L安得衲僧居此堂中精進修行
010_0468_a_23L報四恩也余聞禪師言務在愛道
010_0468_a_24L少無自矜之心其爲功德依舊山高水

010_0468_b_01L
유점사법당불량녹서楡岾寺法堂佛糧錄序
대저 사람이 능히 발심하여 부처님을 공양하는 것은 바로 보살의 행문行門이다. 그 마음에 신信·예禮·행行·도道가 있어서 마음이 부처님께 계합하고 믿음이 마음에서 일어나며, 예가 믿음에서 생겨나고, 행동이 예에서 닦이며, 도가 행동에서 이루어진다면 이는 도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다시 빛으로 보고 소리로 구하여 부처라 여긴다면 이는 보살이 부처 공양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 밖에서 부처를 찾는다면 보살의 공양하는 마음이 아니다. 불은佛恩을 갚기 어려움을 깊이 느끼지 않는다면 보살의 부처를 공양하는 믿음이 아니다. 밖으로 겉치레만 높이고 안으로 공경함이 없다면 보살의 부처를 공양하는 예가 아니다. 베풀되 상相에 머문다면 보살의 부처 공양하는 행이 아니다. 만약 범성凡聖의 견해를 두고 베풀어 간택하고 취사한다면 보살의 부처 공양하는 도가 아니다.
착하도다, 단월 대덕檀越大德이여, 각자 이미 발심하였고 미래에 발심할 것이며 이제라도 발심하고 이미 부처님을 공양하였고 미래에도 공양할 것이며 현재도 공양하는도다. 그렇다면 어느 부처님을 공양할 것인가. 오십삼불을 공양할 것인가, 삼천불인가, 오천불인가, 팔천불인가, 항하사恒河沙 미진수微塵數의 모든 부처님을 공양할 것인가. 이미 빛으로 보거나 소리로 구할 수 없다면 제불의 법신은 이제 어디에 있는가. 또한 빛과 소리를 여의지 않고 구한다면 제불의 빛과 소리는 어느 곳에 있느냐. 있는 곳이 없다면 누구를 향하여 공양할 것인가. 대덕들이여 마땅히 알라. 불신佛身은 법계에 충만하시니 무슨 빛인들 부처의 빛이 아니며, 무슨 소리인들 부처의 소리가 아니겠는가. 또한 이제 일상에서 옷 입고 밥 먹으며 행주좌와行住坐臥하고

010_0468_b_01L遂爲記

010_0468_b_02L

010_0468_b_03L楡岾寺法堂佛糧錄序

010_0468_b_04L
夫人能發心供佛者是乃菩薩行門也
010_0468_b_05L以其心自有信也禮也行也道也而心
010_0468_b_06L契於佛信發於心禮生於信行修於禮
010_0468_b_07L道成於行斯則近矣然若復色見聲求
010_0468_b_08L以爲佛則非菩薩之所供佛也若心外
010_0468_b_09L覔佛則非菩薩之能供心也若不深感
010_0468_b_10L於佛恩之難報則非菩薩供佛之信也
010_0468_b_11L若但外尙文而內無敬則非菩薩供佛
010_0468_b_12L之禮也若施之而住相則非菩薩供佛
010_0468_b_13L之行也若有凡聖之見而施之以揀擇
010_0468_b_14L取捨則非菩薩供佛之道也
善哉
010_0468_b_15L越大德各自已發心當發心今發心
010_0468_b_16L已供佛當供佛今供佛然則供何佛
010_0468_b_17L爲供五十三佛耶三千佛耶
010_0468_b_18L供五千佛耶八千佛耶爲供恒河沙微
010_0468_b_19L塵數諸佛耶旣不可以色見聲求則諸
010_0468_b_20L佛法身今安在哉亦不離於色聲而求
010_0468_b_21L則且諸佛爲色聲又在何處耶
010_0468_b_22L無所在向何而爲供耶大德當知
010_0468_b_23L身充滿於法界何色非佛色何聲非佛
010_0468_b_24L聲也且即今日用着衣喫食行住坐臥

010_0468_c_01L어묵동정語黙動靜하는 자가 무엇인고. 부처는 어디에 있으며 마음은 어디에 있느냐. 하나인가, 다른가. 공인가, 유인가. 참된 것인가, 허환虛幻한 것인가. 만일 이와 같이 헤아린다면 몽둥이 30대를 통렬하게 주리라. 비록 그러하나 경에 이르기를 “마음과 부처 및 중생 이 셋이 차별이 없다.”88)고 하시니 대덕에게 맡기노라.
이와 같이 부처를 보고 이와 같이 마음을 본 연후에 그 믿음이 능히 불은을 갚고 그 예가 안으로 공경을 품으며 그 행동이 상에 머무르지 아니하고 그 도가 법성에 평등하여 마음은 제불과 평등하고 도는 보살과 평등하여 둘이 없고 차별이 없는 것이다. 이 경계에 이르러야 참으로 광대한 공양을 부처와 스님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무주무위無住無爲의 공덕은 조사가 이른바 “한 조각의 공덕도 없어야 이것이 진실로 다함이 없는 공덕이다.”라고 한 것이다. 나는 조사의 말씀을 받들어 제일의제第一義諦에 공도 없고 이름도 없기를 바라노라.
취암翠巖 장로가 세제世諦를 따라 후세에 그 공덕을 사라지지 않게 하려고 나에게 서문을 구하였다. 나는 부득이 허공 속을 향하여 한 줄기의 길을 열어 놓는다.
유점사설선당인등발원기楡岾寺說禪堂引燈發願記
대저 해·달·등불의 세 빛은 천지인天地人과 만물을 뚜렷하고 밝게 드러내 주는 큰 쓰임이 되니, 무엇 때문인가. 이 세 빛이 아니면 천지인과 만물이 모습을 감추고 나타나지 않아서 흑산黑山 아래 귀신세계와 같이 어두워 천지만물의 이름과 형상을 볼 수 없을 것이니 어찌 능히 세간의 사법事法을 분별하여 나눌 수 있겠는가. 해·달·등불의 세 빛에 힘입어 세상이 저 귀신세계의 어두움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날로 쓰면서 그 무위無爲의 은혜와 그 다함이 없는 쓰임을 알지 못한다.

010_0468_c_01L語默動靜底是箇甚麽佛在何處
010_0468_c_02L在何處一耶異耶空耶有耶眞耶幻
010_0468_c_03L若作如是商量好與三十痛棒
010_0468_c_04L雖如是經云心佛及衆生是三無差別
010_0468_c_05L一任大德
如是見佛如是見心然後
010_0468_c_06L其爲信也能報佛恩其爲禮也內含
010_0468_c_07L恭敬其爲行也不住於相其爲道也
010_0468_c_08L法性平等心與諸佛等道與菩薩等
010_0468_c_09L無二無別也到此境界眞可以廣大供
010_0468_c_10L施佛及僧也如是無住無爲之功德
010_0468_c_11L如祖師所謂片無功德是眞無盡功德
010_0468_c_12L余承祖師之言而欲令於第一義
010_0468_c_13L諦無功無名也
有翠巖長老順世俗諦
010_0468_c_14L不欲泯其功於後世故請余序引余不
010_0468_c_15L獲已向虛空裏放開一線也

010_0468_c_16L

010_0468_c_17L楡岾寺說禪堂引燈發願記

010_0468_c_18L
夫日月燈三光便三才萬物著顯明現
010_0468_c_19L之大用也何也非此三光三才萬物
010_0468_c_20L隱形不現若黑山鬼界之幽暗而無處
010_0468_c_21L得見天地萬物之名形矣何能分辨世
010_0468_c_22L間事法之區別也賴有日月燈三光
010_0468_c_23L世間免如彼鬼界爲幽暗矣人日用而
010_0468_c_24L不知其無爲之恩不知其無盡之用也

010_0469_a_01L오직 등은 작은 불빛을 벗어나지 못하여 큰 빛이 되는 것을 볼 수 없으나 그 빛은 일월이 비추지 못하는 곳을 비추니 일월과 빛을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거 한없는 시간에 일월등명불日月燈明佛이 계셨고, 다음에 연등불燃燈佛이 계시어 그 밝은 빛을 이었던 것이다.
이제 이 고성군에 거주하는 단월 신덕현辛德灦이 어버이의 저승길을 인도하기 위하여 약간의 돈을 유점사 설선당에 시주하여 부처님 전의 등잔 기름의 재물로 삼게 하니 이 또한 연등불의 밝은 빛을 잇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혹 국성國城·전원·궁전·의복 등을 부처님과 스님에게 시주하기도 하지만 이제 이 한 점의 등은 그 몸체가 비록 미약하지만 능히 여러 부처님의 광명을 받들고 이어서 저승길의 어두움을 깨뜨리니 오히려 저 시주물보다 나은 것이다.
유점사해장전조상경간판봉안기楡岾寺海藏殿造像經刊板奉安記
대저 『조상경造像經』은 큰 법보法寶이니 터를 선택하여 보관하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한가. 속전俗典의 문자文字로서 세간世間의 보배가 되는 것도 명산대천에 보관하고 적임자에게 전하거늘 하물며 출세간出世間의 법보이겠는가. 만약 깊이 보관하지 않는다면 천마天魔의 시기와 해를 받을까 두렵다. 종백宗伯 용허聳虛 화상이 『조상경』을 다시 간행하고 그 판본을 금강산 유점사에 보관한 것은 대개 터를 선택하여 깊이 보관한다는 뜻이다.
금강산 남쪽에 건봉사가 있는데 화상께서 주석하신 곳이요, 전후로 만일회를 잘 마친 곳이니 관동의 복지라 이를 만한데, 그곳에 보관하지 않은 것은 보장寶藏을 유점사에 보관하면 더욱 멀리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절에 해장전만 있고 소장된 법보가 없어서 실室의 명칭만 남았는데 이제 조상경판을 소장한 전각이 되었다. 옛사람이 이전에 해장이라고 편액하여

010_0469_a_01L惟燈不離爝火不見其所以爲光能照
010_0469_a_02L於日月所不照處則此可與日月同光
010_0469_a_03L故過去無央數刼有日月燈明佛
010_0469_a_04L次有燃燈佛續其明也
今此高城郡居
010_0469_a_05L檀越辛德灦爲導其親幽冥之路施若
010_0469_a_06L干錢於楡岾寺說禪堂爲佛前燈油之
010_0469_a_07L此亦續明於燈佛也世人或以國城
010_0469_a_08L田園宮殿衣服施佛及僧今此一點燈
010_0469_a_09L其體雖微其能勝承諸佛之光明破冥
010_0469_a_10L路之幽暗猶勝於彼云爾

010_0469_a_11L

010_0469_a_12L楡岾寺海藏殿造像經刊板奉安記

010_0469_a_13L
夫造像經者大法寶也擇地而藏之
010_0469_a_14L不亦宜乎至於俗典文字可以爲世間
010_0469_a_15L之寶者藏諸名山大川傳之其人
010_0469_a_16L出世間之法寶乎若不深藏恐爲天魔
010_0469_a_17L之忌害也有宗伯聳虛和尙改刊造像
010_0469_a_18L藏板於金剛楡岾寺者盖擇地深藏
010_0469_a_19L之意也
金剛之南有乾鳳寺和尙瓶
010_0469_a_20L錫住處而前後萬日會善終之所則可
010_0469_a_21L謂關東福地也所以不藏於彼者的見
010_0469_a_22L寶藏允遠之勢於楡岾寺尤愈也且寺
010_0469_a_23L有海藏而曾無法寶之所藏而有室名
010_0469_a_24L今爲造像經板閣則昔人揭海藏之

010_0469_b_01L오늘날을 기다린 것이니, 조물주의 자연스런 이치이다. 화상의 공은 천년 후를 기다려도 남을 것이니 진실로 여래께서 명하신 것이라고 이를 만하다. 이에 기문을 짓는다.
신계사유마암신건기神溪寺維摩庵新建記
금강산 구룡연에서 하류로 30리쯤 이르면 이름이 신계이다. 신계의 북쪽에 고사高士 남경자楠景子가 작은 암자를 세우고 ‘유마’라 편액하니 이는 무슨 까닭인가. 무릇 고사高士의 뜻하는 바를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불경에 이르기를 비야리성의 장자長者 유마힐이 병으로 눕자 세존께서 문수사리에게 명하여 유마힐에게 가서 문병토록 하였는데, 유마힐이 말하기를 “어서 오시오, 문수사리여. 오는 상이 없이 오고, 보는 상이 없이 봅니까?”라고 하였다. 스님의 현재의 몸은 세간에 오되 오는 바가 없으며 눈으로는 세간의 종종의 사물을 보되 보는 바가 없으니, 유마힐이 이른바 “오는 상이 없이 오고, 보는 상이 없이 보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이러한 뜻으로 유마를 끌어 스님의 당을 불렀는가.
유마힐의 10홀의 좁은 방장은 3만 2천 사자좌를 용납하였는데 사자좌가 높고 넓으며 엄정하고 아름다워 8만 4천 유순이었다. 그 장실의 넓이가 좁지도 않고 넓지도 않으며 또 한 발우의 향반香飯으로 한없는 대중을 공양하고 공양구 하나하나가 수미산과 같아서 그 밥이 걸림 없고 부족하지도 남지도 아니하였다. 스님께서 이제 여기에 거주하고 밥을 먹으며 반 칸의 운방雲房이 겨우 무릎을 용납하되 좁지도 넓지도 아니하며 한 발우의 솔차로 능히 굶주림을 위로하되 부족하거나 남지도 아니하였다. 저 유마의 장실은 많이 수용하고 공양하며 이 스님의 장실은 하나를 용납하고 공양하나, 많거나 적거나 간에 진실로 일다무애一多無碍의 이치를 안다면 옛 유마와 지금의 유마가 한 유마일 것이니

010_0469_b_01L遍於此殿而以待今時者乃造物自然
010_0469_b_02L之理也和尙之功應待千百年之後而
010_0469_b_03L有之則眞可謂如來命之矣是爲記

010_0469_b_04L

010_0469_b_05L神溪寺維摩庵新建記

010_0469_b_06L
金剛山九龍淵下流至三十里名爲神
010_0469_b_07L溪之陽有高士楠景子建一小庵
010_0469_b_08L扁曰維摩是何所以也凡高士意到處
010_0469_b_09L餘人所不知然經說毗耶離城長者維
010_0469_b_10L摩詰寢疾世尊命文殊舍利行詣維摩
010_0469_b_11L詰問疾維摩詰曰善來文殊舍利
010_0469_b_12L來相而來不見相而見師見在身
010_0469_b_13L來世間而無所來也眼見世間種種物
010_0469_b_14L而無所見也維摩詰所謂不來相而來
010_0469_b_15L不見相而見也以是意故引維摩名師
010_0469_b_16L之堂耶
維摩詰十笏方丈容三萬二千
010_0469_b_17L獅子座獅子座高廣嚴好八萬四千由
010_0469_b_18L其室廣博不窄不寛又以一鉢香
010_0469_b_19L供養無量衆會而供養具一一
010_0469_b_20L如須彌山其飯無碍無欠無餘師今住
010_0469_b_21L於斯飯於斯半間雲房僅容膝而不
010_0469_b_22L窄不寛一盂松茶足慰飢而無欠無餘
010_0469_b_23L彼之多容多供此之容一供一多耶一
010_0469_b_24L固知一多無碍之理古維摩今維摩

010_0469_c_01L이것이 스님의 당에 이름 붙인 까닭일 것이다.
옛날 왕유王維89)가 『유마힐경』 읽기를 좋아하고 그 문장을 참으로 기뻐하여 ‘유維’자로 이름을 삼고 마힐摩詰로 그 자字를 삼았으니 대개 매우 기뻐 탄복한 것이다. 왕양명王陽明90)이 말하기를 “『능엄경』과 『유마경』은 문장의 귀신91)인가?”라고 하니 스님께서 평소에 문장을 좋아하나 어찌 이 뜻을 취하였겠는가. 경에 이르기를 “삼계에 신의身意를 나타내지 않는 것이 연좌宴坐가 된다.”고 하고, 또 이르기를 “적멸의 선정에서 일어나지 않고 모든 위의를 나타낸다.”고 하며, 또 이르기를 “천마와 외도가 호법의 선신善神이 된다.”고 하니 이는 바로 남경자장실의 일상의 가사家事인지라 이 때문에 유마를 편액으로 삼은 것이다.
나는 진실로 고사高士의 뜻한 바를 알지 못하고 또 스님의 당에 들어간 적도 없으며 기문을 지으라는 명도 듣지 못하였다. 그런데도 스스로 드러낸 것은 장차 스님을 따라 불이不二의 법문法門에 들어가고자 하여 어리석게 기문을 짓는다.
대승선원신건기大乘禪院新建記
내가 『봉래산지蓬萊山誌』를 보니 옛날 해명방海明方에 몰골옹沒骨翁이 있어 이 산에 거주하였다고 하는데, 오늘날에는 해명방 몰골옹의 이름만 전해지고 그가 거처한 암자와 편액의 글자는 알려지지 않는다. 또 옛날 남전南泉 화상이 산중의 암자에 거주하여 본분납승에게 감파勘破되었는데, 천년 후에 다만 왕 노사의 이름만 알려지고 그가 거처한 암자와 편액의 글자는 듣지 못했다. 또 예전에 풍간豊干 선사가 천태산天台山 국청사 빈 당 한곳에 거주하였는데, 후세엔 오직 풍간의 이름만 전해지고 그 당의 편액이 무슨 글자인지는 듣지 못하였다. 이제 보니 이 땅에 취봉翠峯 화상이 작은 암자 하나를 세우고 대승이라고 편액하니

010_0469_c_01L即一維摩此其所以名師之堂也耶

010_0469_c_02L者王拾遺好讀維摩詰經不勝喜其文
010_0469_c_03L以維字爲其名以摩詰爲其字
010_0469_c_04L悅服之甚者也王陽明曰楞嚴維摩
010_0469_c_05L鬼神乎文章者歟師平昔喜文章
010_0469_c_06L奚取此意也經云不於三界現身意
010_0469_c_07L爲宴坐又云不起寂滅定現諸威儀
010_0469_c_08L又云天魔外道爲護法善神此乃楠景
010_0469_c_09L子丈室中日用家事也所以引維摩爲
010_0469_c_10L其扁也已
余固不知高士意到處亦未
010_0469_c_11L曾入師之堂也又未聞記爲之命也
010_0469_c_12L而乃自現者將欲從師入不二門故糊
010_0469_c_13L塗爲記

010_0469_c_14L

010_0469_c_15L大乘禪院新建記

010_0469_c_16L
我聞『蓬萊山誌』昔有海明方沒骨翁
010_0469_c_17L此山至今惟傳海明方沒骨翁之名
010_0469_c_18L不聞其所居庵與扁題某字也又昔南
010_0469_c_19L泉和尙山中住庵爲本分衲僧所破
010_0469_c_20L而千載之後但聞王老師之名而不聞
010_0469_c_21L其所住庵有扁楣某字也又昔豊干禪
010_0469_c_22L住天台國淸寺一所虛堂而後世惟
010_0469_c_23L傳豊干之名而不聞其堂之扁題某字
010_0469_c_24L今見此地翠峯和尙建一小庵

010_0470_a_01L이는 반드시 대승이라는 이름이 천년 후에 칭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라 그 뜻이 옛사람의 일과는 다르다.
묻기를 “천고의 위에 이름과 자취를 감추는 것이 어찌 지인至人의 본색이 아니겠으며, 백세의 뒤에 이름과 자취가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어찌 도인의 행장行藏이겠는가. 대저 세상에 은둔하여도 근심하지 아니하고 입을 다물면 허물이 없다 함은 공자의 깊은 훈계이다. 하물며 화상은 불제자라. 지금 암자를 세움에 어찌하여 그 이름과 자취를 감추지 아니하고 대승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문미門楣에 편액을 거느냐?”라 하니, 화상이 수긍하지 아니하여 말하기를 “옛날 조계의 육조 스님, 쌍림雙林의 부傅 대사, 성주聖住의 무염無染은 지인이라 칭해지지 아니하였으며, 또한 도인이라고 할 수 없었던가. 옛사람은 주처住處를 무주無住로 삼고, 나는 무주를 주처로 삼으니 어찌 불가하겠는가. 나는 여기에 거주하면서도 내가 여기에 있는 줄을 모른다. 나는 산과 물을 좋아하여 즐기려고 하지 않으니 푸른 산과 맑은 물을 취하는 바가 없으며, 나는 공을 관하고 도를 즐기려 하지 않으니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여 풍경과 물색이 화사한데도 쓰는 바가 없다. 다만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잘 뿐이요, 불조佛祖를 배우지도 않고 참을 구하지도 않으며 망념을 없애지도 않는다. 따로 기특한 일이 없으니 어디에서 다시 몰골옹을 찾으며, 원래 평상심이니 풍간 선사를 무슨 희구할 일이 있겠으며, 본래 공겁空劫 이전의 면목을 지녔으니 어찌 다시 왕 노사를 말하겠는가. 함도 없고 하지 않음도 없으며, 가可도 없고 불가不可도 없어서 마음에 희구하는 바가 없으니 이름하여 도인 것이다.”라고 하였다.
내가 침묵하다 이윽고 말하기를 “아까 망령되게 끌어 부딪혀 곤두박질 쳤다가 문득 화상의 한 줄기 살아 있는 말씀을 들으니 대승의 법을 원만히 굴려 기륜機輪이 종횡하고 담병談柄이 은현隱顯하며 정편正偏이 회호回互하다. 저 운문 고雲門杲92)의 송에 이르기를,

崎崎嶇嶇平坦坦       기구하여 험한 곳이 평탄한 곳이요,
平坦坦處甚崎嶇       평탄한 곳이 도리어 매우 기구하나니
驀地跛驢能蹴蹋       문득 절름발이 나귀가 능히 박차면

010_0470_a_01L曰大乘此必要以大乘之名稱於千載
010_0470_a_02L之後也其意特與古人之事異矣
借問
010_0470_a_03L千古之上隱沒名蹟豈非至人之本色
010_0470_a_04L百世之後不堙名跡豈爲道人之
010_0470_a_05L行藏耶夫遯世无悶括囊无咎乃尼
010_0470_a_06L聖之深誡也況和尙佛子今之建庵
010_0470_a_07L胡不隱其名跡而反以大乘令名扁其
010_0470_a_08L楣也和尙不肯曰昔者六祖之曺溪
010_0470_a_09L傳大士之雙林無染之聖住獨不稱至
010_0470_a_10L人耶抑不足爲道人乎古人以住爲無
010_0470_a_11L我以無住爲住烏乎不可也我住
010_0470_a_12L於斯不知我之在斯也我不欲樂山樂
010_0470_a_13L故山碧水麗無所取我不欲觀空
010_0470_a_14L樂道故花灼鳥喃景色紛然無所用
010_0470_a_15L惟是饑來食困來眠不學佛祖不求眞
010_0470_a_16L除妄別無奇特事何處更尋沒骨翁
010_0470_a_17L來平常心有甚希求豊干禪師本有空
010_0470_a_18L刼前面目何須更言王老師無爲無不
010_0470_a_19L爲也無可無不可也心無所希名之
010_0470_a_20L曰道
余良久曰向來妄引捱拶觔斗
010_0470_a_21L翻落忽聞和尙之一絡索活弄辭鋒
010_0470_a_22L轉大乘機輪縱橫談炳隱顯正徧回
010_0470_a_23L如雲門杲頌云崎崎嶇嶇平坦坦
010_0470_a_24L平坦坦處甚崎嶇驀地跛驢能蹴蹋

010_0470_b_01L抹過追風天馬駒       바람을 스치며 천리마를 쫓으리라.

또 왕양명의 시에 이르기를,

險夷曾不滯胸中       험하고 평탄함 흉중에 개의치 않으니
何異浮雲過太空       어찌 뜬구름 허공 지나는 것과 다르랴.
夜靜海濤三萬里       고요한 밤 파도치는 바다 3만 리 길에
月明飛錫下天風       달빛 속에 석장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네.

라고 하니 이것이 참으로 대승암 주인의 일용사이다.” 하였다. 이에 기문을 짓다.
마하연중건기摩訶衍重建記
대저 마하연摩訶衍은 범어梵語이다. 중국말로 대승大乘이니, 이 암자의 이름이다. 승은 수레로, 뜻은 노지露地의 큰 우거牛車를 말한 것이요, 문밖의 우거를 말함이 아니니 일승一乘의 법을 비유한 것이다. 보살마하살이 대법을 감당하여 맡아 십법계十法界93)의 의정依正 등의 일을 싣고 운행하여 자신과 중생, 과거와 미래에 움직이는 것이 백우白牛가 무거운 짐을 싣고 걸음을 평정하게 하여 진실로 큰 길을 밟아 바람과 우레처럼 한걸음씩 능히 보배 있는 곳에 이른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대개 이 암자에 이러한 편액을 둔 것은 바로 이곳에 거주하는 자가 일승의 도를 수행하고 이승二乘의 법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란 것이다.
옛날 의상義湘 조사가 중향성衆香城에 들어가 법기法起보살이 거주하는 곳에 예배하고 1만 2천 보살과 함께 마하반야를 연설하셨다. 이 때문에 조사가 처음 창건할 때에 이 뜻을 따라서 이름을 붙였다. 그 후로 천여 년 동안 몇 번의 흥폐를 거쳐 근세에 이르러 율봉栗峯 화상이 있어 호남에서 이곳으로 오시니 무리가 항상 수백 인이었다. 화엄 일승의 가르침을 연설하고 이승의 학자를 보면 간절히 질책하사 항상 마하의 의리를 벗어나지 않게 하였다. 십수 년을 거처하다 화연化緣을 이미 마치고 대적삼매大寂三昧에 드니 이 암자가 비어 주인이 없게 되었고, 또 들보와 기둥이 썩고 무너졌다. 다행히 땅의 운이 보존되고

010_0470_b_01L過追風天馬駒又王陽明詩云險夷曾
010_0470_b_02L不滯胸中何異浮雲過太空夜靜海濤
010_0470_b_03L三萬里月明飛錫下天風此眞所以爲
010_0470_b_04L大乘庵主人日用事是爲記

010_0470_b_05L

010_0470_b_06L摩訶衍重建記

010_0470_b_07L
夫摩訶衍者梵語也華言大乘此庵
010_0470_b_08L之扁也乘者車乘也所語露地大牛
010_0470_b_09L車也非門外之牛車也以諭一乘之法
010_0470_b_10L菩薩摩訶薩堪任大法運載十法
010_0470_b_11L界依正等事而有自運他運已運當運
010_0470_b_12L如白牛之載重行步平正允蹈大
010_0470_b_13L疾若風霆一步二步能到寶所也
010_0470_b_14L盖此庵之有此扁定使居此庵者修行
010_0470_b_15L一乘之道而不入於二乘之法也
昔者
010_0470_b_16L有義湘祖師入衆香城禮法起菩薩住
010_0470_b_17L而與萬二千菩薩俱演說摩訶般若
010_0470_b_18L故祖師初剏之時因是義而作是名之
010_0470_b_19L其後千有餘載之間幾經興廢而至近
010_0470_b_20L世有栗峯和尙自湖南到此徒衆常數
010_0470_b_21L百人演說華嚴一乘之敎而見二乘學
010_0470_b_22L㴱切責之恒不離摩訶之誼也
010_0470_b_23L十數年化緣旣畢入於大寂三昧
010_0470_b_24L庵虛無人而且樑柱朽腐頹毁何幸地

010_0470_c_01L하늘이 때를 주시어 월송月松 선사가 있었으니 바로 율봉 선사의 고족 제자로 예전에 이 암자에서 화상을 모시었다. 이 때문에 이 암자가 쓰러진 것을 보고 감회를 이기지 못하여 다시 일으킬 발원을 하였다.
이에 동문 사제인 용암龍巖·용담龍潭 두 존숙尊宿과 함께 마음과 힘을 합쳐 모연하고 재물을 모아 호남과 영남의 좋은 장인 수십여 명을 부르니 모두 뛰어난 솜씨를 지닌 사람들이었다. 신묘년 가을 7월에 일을 시작하여 임진년 여름 5월에 공사를 마쳤다. 네모지고 둥글게 주춧돌을 나열하고 50여 개의 기둥이 줄을 이었다. 월전月殿과 운방雲房이 36칸이라 안으로는 여러 학인들을 수용할 수 있고, 밖으로는 천근天根과 월굴月窟의 36의 수94)에 상응하여 웅장하고 아름다움이 예전보다 배나 나았다. 사방에서 와서 보는 자들이 그 희유한 공덕을 칭찬하고 찬탄하지 아니함이 없었다. 월송 선사가 이에 미소를 지으며 말하기를 “이제 이 암자를 경영하여 쉽게 성취한 것이 몽중夢中의 일과 같은지라 우리 부처님과 스승의 은력恩力이요, 또한 용암·용담 두 분의 마음과 협력에 힘입었으니 이른바 공덕이 나에게 무엇이 있겠는가.”
내가 이 말을 듣고 아름답게 여겨 말하기를 “착하다 공의 말이여. 이에 부처님의 힘과 스승의 은혜와 여러 인자의 공으로 이 암자를 이루었다고 겸양하여 공덕을 미루는구나. 그러나 다시 묻노니 예전의 백우거白牛車는 이제 어디에 있는고.” 하였다.
월송 선사가 말하기를 “백우거가 없지는 않으나 찾으면 자취가 없으니 무소유로 유를 삼기 때문이다. 만일 유소유有所有로 추구한다면 문밖에 있는 자들을 오도할까 두렵다.”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그렇다. 무소유로 유를 삼으면 1만 2천 봉의 창창蒼蒼한 빛과 만폭동 물의 밝은 소리가 백우의 형체요, 백우의 울음과 호흡 소리가 아님이 없다. 이로써 알지니 법기보살이 마하반야를 연설하고, 의상 조사가 마하연의 편액을 걸며,

010_0470_c_01L運如存天與其時而有月松禪師
010_0470_c_02L栗峯和尙之高足也往昔執侍和尙於
010_0470_c_03L此庵故見此庵之頹破不勝感懷
010_0470_c_04L自發興復之願
乃與同門弟龍巖·龍潭
010_0470_c_05L二尊宿同心戮力募緣鳩財請湖嶺
010_0470_c_06L良匠數十餘人皆揮斤成風者自白兔
010_0470_c_07L秋七月始役致黑龍夏五月訖工方圓
010_0470_c_08L列礎五十餘楹月殿雲房三十六間
010_0470_c_09L內可容前後三三之衆外可應根窟六
010_0470_c_10L六之數宏傑壯麗倍勝於前矣四來
010_0470_c_11L觀者莫不稱嘆其稀有功德月松禪師
010_0470_c_12L乃微笑曰今此營建之易成就況若夢
010_0470_c_13L中事也莫非我佛我師之恩力也亦賴
010_0470_c_14L有龍巖·龍潭二仁之同心戮力也其所
010_0470_c_15L云功德於余何有哉
愚聞是言而佳
010_0470_c_16L之曰善哉公之言乃推讓於佛力師恩
010_0470_c_17L與諸仁之功而此庵重興云也哉然更
010_0470_c_18L借問昔時白牛車今安在哉月松禪師
010_0470_c_19L白牛車不無也覔則無蹤跡以無
010_0470_c_20L所有爲有也若欲以有所有求之恐誤
010_0470_c_21L於門外者也愚曰然無所有以爲有
010_0470_c_22L則萬二千峯蒼蒼之色萬瀑洞水泠
010_0470_c_23L泠之聲無非白牛之形體也白牛之吼
010_0470_c_24L喘也是知法起之演說摩訶般若義湘

010_0471_a_01L율봉 화상이 이승의 법을 세우지 아니하고, 월송 선사가 활연豁然히 공명을 두지 않는 것이 모두 이 백우를 타고 유희한 것이다. 아름답도다. 천년 후에도 성인과 범부는 비록 다르나 그 이른 도는 곧 고금이 일체인 것이다. 원하노니 이 마하연의 도량에 머무는 이와 지나는 이, 가는 이와 오는 이는 마하의 한 도리가 있는 곳을 스스로 깊이 점검하여 본 연후에야 사은에 보답하며, 또한 세 존숙이 발원하여 중흥한 공을 저버리지 않게 될 것이다.” 하였다. 이에 기문을 짓는다.
사미에게 권우勸愚란 이름을 준 설(名沙彌勸愚說)
대저 지혜와 어리석음은 사람이 취사하는 것이니 누가 어리석음을 옳다고 하며 누가 지혜를 그르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크고 작은 지혜가 있고 높고 낮은 어리석음이 있어, 큰 지혜는 이미 큰 지혜이면서 그 어리석음이 높고, 높은 어리석음은 높은 어리석음이면서 또 그 지혜가 크다. 작은 지혜는 지혜가 작으면서 낮은 어리석음에 묶이고 낮게 어리석은 이는 낮게 어리석으면서 작은 지혜를 반연하니 그렇다면 지혜와 어리석음 둘 또한 각각 취사가 있는 것이다. 자세하게 논해 보면 지혜와 어리석음에 대소, 상하가 있으면 지혜가 그치는 것이요, 대소, 상하가 없으면 어리석음이 무궁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혜는 그침이 있고 어리석음은 무궁하여 누가 지혜롭게 되며 누구인들 어리석게 되지 않겠는가. 천하에 도가 있으면 어리석은 자도 그 지혜가 드러날 수 있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지혜로운 자도 어리석은 채 은거하는 것이다. 때문에 우愚로써 이름 지어 권면하는 것이니 작은 지혜와 낮은 어리석음을 어찌 취하랴. 만일 큰 지혜와 높은 어리석음을 구하고 사모한다면 어디에선들 힘쓰지 않겠는가.
또 세간의 지혜와 출세간의 지혜, 세간의 어리석음과 출세간의 어리석음이 있으니 무엇인가.

010_0471_a_01L之揭扁摩訶衍栗峯之不立二乘之法
010_0471_a_02L月松之豁然無功無名咸乘此白牛以
010_0471_a_03L遊戱者也美哉千載之下聖凡雖殊
010_0471_a_04L其所云道則古今一體也願此摩訶衍
010_0471_a_05L道場住者過者去者來者摩訶一道
010_0471_a_06L存處深自點檢看然後可以報四恩
010_0471_a_07L亦不辜三尊宿發願重興之功矣是爲
010_0471_a_08L

010_0471_a_09L

010_0471_a_10L名沙彌勸愚說

010_0471_a_11L
夫智愚人之所取捨也孰可愚孰不
010_0471_a_12L可智也然智有大小愚有上下大智
010_0471_a_13L旣大智而又其愚上也上愚旣上愚
010_0471_a_14L而又其智大也小智惟小智而固於下
010_0471_a_15L下愚惟下愚而緣於小智然則智
010_0471_a_16L愚二亦各有取捨也盖論其詳有大
010_0471_a_17L有小有上有下則智之所以有止也
010_0471_a_18L無大無小無上無下則愚之所以無窮
010_0471_a_19L然則智有止而愚無窮也孰可智
010_0471_a_20L孰不可愚也天下有道愚而智足以顯
010_0471_a_21L天下無道智而愚足以隱故以愚名而
010_0471_a_22L勸之也如小智下愚奚取焉然如其
010_0471_a_23L求慕於大智上愚何處不勉焉
又復有
010_0471_a_24L世間智有出世智有世間愚有出世

010_0471_b_01L사람들은 말하기를 아는 것이 모두 있다는 것은 세간의 지혜요, 능히 하지 못한다는 것은 세간의 어리석음이다. 이른바 여실지如實智는 출세간의 지혜요, 본무지本無智는 출세간의 어리석음이다. 『논어』에 이르기를95) “그 지혜는 미칠 수 있으나 그 어리석음은 미칠 수 없다.” 하였고, 『주역』에 이르기를96) “주머니를 묶듯 침묵하면 허물도 없고 명예도 없다.”고 하였으며, 『도덕경』에 이르기를 “지혜로우면서 지혜롭지 못한 것처럼 함이 으뜸이요, 지혜롭지 못하면서 지혜로운 것처럼 함이 병통이라.”97) 하니 어찌 이른바 세간의 지혜와 어리석음이 아니겠는가. 2조祖(혜가惠可)가 말하기를 “뚜렷하게 항상 안다.” 하였고, 하택荷澤98)이 말하기를 “지知라는 한 글자는 중묘衆妙의 문이라.”고 하였으며, 달마가 말하기를 “알지 못한다.” 하였고, 조계曺溪(혜능)가 말하기를 “모른다.”고 하였으니, 어찌 출세간의 지혜와 어리석음이 아니겠는가.
이로 보건대 성인이 어리석음에 대해서 심원하지 아니함이 없었다. 때문에 너를 우愚라고 이름 한 것이니, 그대는 어리석을진저, 어리석을진저. 또한 작은 지혜와 낮은 어리석음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무릇 작은 지혜로 편벽됨은 백치의 어리석음이요, 작은 지혜로 탐착에 빠지는 것은 미혹된 자의 어리석음이며, 작은 지혜로 밝지 못함은 몽매한 자의 어리석음이니, 이 같은 어리석음을 네가 고치기를 나는 항시 바란다.
너는 어려서부터 나를 따랐기 때문에 너의 안색이 주리거나 피곤함을 보면 자고 먹을 것을 권하였고, 뜻이 게으름을 보면 분발하기를 권하였으며, 몸이 피로함을 보면 약물을 권하였다. 다투는 말이 있음을 보면 자신을 질책하기를 권하였고, 행동이 화내고 거스르는 것을 보면 부드럽고 참는 것을 권하였으며, 행동이 경솔하고 조급한 것을 보면 조용하고 무겁게 하기를 권하였고, 그 마음이 뜨고 꾸미는 것을 보면 충신忠信을 권하여 일상의 모든 행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덕을 권하지 아니함이 없었으니 이는 지혜를 권하는 것이었다. 이제 도리어 어리석음을 권하는 것은 전에는 지혜를 권하고 후에는 어리석음을 권하는 것이 아니다. 대개 전일에 지혜를 권한 것은 너의 어리석음을 지혜롭게 하려는 것이요, 오늘 어리석음을 권하는 것은 너의 지혜로움을 어리석게 하려고 바라는 것이다.

010_0471_b_01L何則曰人皆有能知世間智也
010_0471_b_02L足爲世間愚也所謂如實智出世智
010_0471_b_03L本無智出世愚也語曰其智可及
010_0471_b_04L其愚不可及也易曰括囊无咎无
010_0471_b_05L道經曰智不智上不智智病豈非
010_0471_b_06L世間所謂智與愚耶二祖曰了了常知
010_0471_b_07L荷澤曰知之一字衆妙之門達摩曰
010_0471_b_08L不識曺溪曰不知豈非出世所謂智與
010_0471_b_09L愚耶由此觀之則聖人之於愚未嘗
010_0471_b_10L不深遠故以愚名之抑爾愚歟
010_0471_b_11L爾愚歟盖智之小愚之下不可不知
010_0471_b_12L凡小智偏僻則痴之愚也小智沉
010_0471_b_13L則惑之愚也小智不明則蒙之愚
010_0471_b_14L如是之愚汝庶幾改之余時望之

010_0471_b_15L
汝幼年從我故見其色飢困眠食非不
010_0471_b_16L勸也見其志懶惰策勵非不勸也
010_0471_b_17L其身疲惱藥餌非不勸也聞其言有爭
010_0471_b_18L責己非不勸也見其行嗔逆柔忍非不
010_0471_b_19L勸也見其作輕躁靜重非不勸也
010_0471_b_20L其心浮巧忠信非不勸也至於日用之
010_0471_b_21L間百行衆德非不勸也此則所以勸其
010_0471_b_22L智也而今乃勸其愚者非所以前則勸
010_0471_b_23L後則勸愚也盖前日之勸其智
010_0471_b_24L令汝智其愚也今日之勸其愚欲令汝

010_0471_c_01L공자가 말하기를 “선한 자를 들어 쓰고 불능한 자를 가르치면 백성들이 힘쓴다.”고 하였다. 내가 전후로 너를 권면한 것이 무궁하고 너도 지혜와 어리석음의 변화가 무궁하였다. 그러나 지금 너를 위하여 권하는 것이 깊이 어리석음에 있으니 너는 어리석음에 힘쓸지어다.
화장사적묵당불량답책서華藏寺寂默堂佛糧畓册序
대저 식량이란 중생들이 굶주림을 해결하여 몸을 보존하는 것이다. 여래가 세상에 계실 때에도 이미 굶주림과 배부름을 멀리 여의어 형해에 구애받지 않았거늘 하물며 이제 멸도 후에 어찌 식량을 쓰리오. 여래의 법신은 법계에 충만하여 변제邊際가 없고, 화신化身은 찰찰에 상주하여 있지 아니함이 없으니, 허공을 보고 예배한들 무엇이 불가하며 정성을 다하여 부른다면 어디인들 감응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중생의 죄가 무거워 그러한 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금상金像을 지어 흠앙하고, 찬탄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공양을 가르쳐 정제되고 순일한 정성을 기탁하게 하니 이와 같은 것이 과연 여래의 터인가. 아! 여래는 신통자재하고 복덕이 구족하며 자비의 원력 때문에 항상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자 하여도 하지 못하는데 어찌 사람에게 구하겠는가.
옛날 난타難陀99)는 두 푼의 돈을 구걸하여 등불을 밝혀 부처님의 수기를 받았고, 위덕威德은 먼지가 낀 탑을 쓸고 헌화하여 재물이 충만하게 되었으니 기록에 전해진 것을 또렷이 고찰할 수 있는 것이다. 경에 이르기를 “고요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귀향歸向하는 자는 반드시 인천人天에 태어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부처님을 공양하는 자는 또한 인과人果를 얻는다.”고 하였으니, 부처님은 거짓이 없으시니 어찌 사람을 속이겠는가.
이제 믿음 있는 단나檀那가 정성껏 서로 도모하고 하나하나 재물을 모아 전답을 사서 불량답이라 이름 지었다.

010_0471_c_01L愚其智也孔夫子曰擧善而敎不能
010_0471_c_02L則勸余之所以前後之勸無窮也汝則
010_0471_c_03L可以智愚之變無窮也然至今爲汝勸
010_0471_c_04L㴱在於愚汝其愚勉之哉汝其愚
010_0471_c_05L勉之哉

010_0471_c_06L

010_0471_c_07L華藏寺寂默堂佛糧畓册序

010_0471_c_08L
夫粮者衆生所以療飢而保形也如來
010_0471_c_09L在世時已遠離飢飽不拘形骸則矧
010_0471_c_10L今滅度後何以粮爲如來法身充滿於
010_0471_c_11L法界無有邊際化身常住於刹刹
010_0471_c_12L有不在望虛空禮拜何所不可盡其
010_0471_c_13L誠而呼之何處不應然而衆生垢重
010_0471_c_14L莫知其然故造金像使人發欽仰讃嘆
010_0471_c_15L之心敎供養使人寓齊整純一之誠
010_0471_c_16L若是者其果爲如來地乎如來神
010_0471_c_17L通自在福德具足以慈悲願故常欲
010_0471_c_18L分以與人而不可得則又何求於人哉

010_0471_c_19L
昔難陀乞二錢而燃燈蒙佛授記威德
010_0471_c_20L掃塵塔而獻花財富充滿載記所傳
010_0471_c_21L班班可考經云靜心向佛者必生人天
010_0471_c_22L敬心供佛者亦得人果佛無妄語
010_0471_c_23L欺人哉
今信檀那懃懃而相謀寸寸
010_0471_c_24L而鳩財買之畓田名其畓曰佛粮畓

010_0472_a_01L가을이 되면 수확하여 힘을 다하여 옮기고, 깨끗이 말리고, 부지런히 찧어서 그 쌀을 불량미라 하였다. 항상 어느 때건 일고 씻으며 찌고 지어서 손을 씻고 바치며 몸을 굽혀 절을 하니 정성 없는 자는 정성을 일으키고, 정성이 있는 자는 순일하여 각각 그 원한 것을 이루니 이는 불량으로 말미암은 것이라 식량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이 양식을 돕는 자는 과연 여래의 터를 위한 것인가. 나는 여래를 위함이 아니요, 스스로를 위하는 것이 됨을 아노라.
진성眞性·묘연妙連·의민義旻 상인이 실로 주장하고 경영하여 다시 계를 맺어 이름을 나열하여 첩帖을 만들고 장차 먼 훗날까지 보이려고 나에게 서문을 구하였다. 내가 사양하였으나 어쩔 수 없어 상인의 뜻을 갖추어 서술하여 기록한다.
보봉산 화장사 대웅전, 응진전 두 법당의 인등 불유계좌목 서문(寶鳳山華戱)寺大雄殿應眞殿兩法堂引燈佛油契座目序)
비구, 비구니, 선남자, 선여인 등이 함께 모여 계를 만들고 힘에 따라 재물을 베풀어 해마다 기름을 사서 화장사 대웅전과 응진전에 등불을 밝히고 이름 지어 불유계佛油契라고 하니 착하고 착하도다.
대개 들으니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대광명을 드러내시어 중생의 어두운 무명無明을 밝혀 주신다 하니 너희 선남자 등도 제불 전에 등불을 밝혀 제불의 광명의 은혜를 갚는도다. 대저 세간의 색상으로 논하자면, 말하는 자가 이르기를 “해와 달이 떠올랐는데 횃불을 그치지 아니하니 그 빛에 또한 어렵지 아니한가.” 한 격이다. 더욱 제불의 광명이 어찌 일월의 빛 정도일 뿐이겠는가. 선남자 등이 작은 횃불로 등을 밝혀 부처님의 경계를 비추고 부처님의 은혜를 갚고자 하니 또한 어렵지 아니한가.

010_0472_a_01L及秋而收之盡力而輸之乾而淨凈
010_0472_a_02L舂之勤勤名其米曰佛粮米年年歲歲
010_0472_a_03L月月日日浙之溲之蒸之浮之盥手
010_0472_a_04L而薦之傴僂而拜之無誠者發誠
010_0472_a_05L誠者純一各遂其願各獲其福則此
010_0472_a_06L佛粮之由也粮其可無乎助斯粮者
010_0472_a_07L其果爲如來地乎吾知其非爲如來也
010_0472_a_08L乃所以自爲也
上人眞性妙連義旻
010_0472_a_09L主張而經紀之復結之爲契而列名
010_0472_a_10L爲帖將示永久乃求序於余余辭不
010_0472_a_11L備述上人之意以識之

010_0472_a_12L

010_0472_a_13L寶鳳山華1)戱寺大雄殿應眞殿兩
010_0472_a_14L法堂引燈佛油契座目序

010_0472_a_15L
有比邱比邱尼善男子善女人等參同
010_0472_a_16L爲契隨力施財年年買油燃燈於華
010_0472_a_17L藏寺大雄·應眞兩殿名之曰佛油契
010_0472_a_18L哉善哉
盖聞諸佛常放大光明照明
010_0472_a_19L衆生黑暗無明汝善男子等燃燈於諸
010_0472_a_20L佛前以報諸佛光明之恩也已夫以世
010_0472_a_21L間色相論之如說者所謂日月出矣
010_0472_a_22L而爝火不息其於光也不亦難乎
010_0472_a_23L佛大光明何啻日月之光也善男子等
010_0472_a_24L爝火燃燈照佛境報佛恩不亦難乎

010_0472_b_01L그러나 이 한 점의 등불 빛은 중생의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요, 중생의 마음은 곧 제불의 대광명장大光明藏이다. 원래 범부와 성인은 둘이 아니고 차별이 없어 제불의 광명 중에 중생의 적광寂光이 자재하고 중생의 빛 가운데 제불이 중생을 비추니 이는 제도할 중생도 없고 보답해야 할 불은도 없는 것이다. 너의 등불이 곧 제불의 빛이요, 너의 몸이 곧 연등불이니 너희들은 응당 이와 같이 보아 제도할 중생이 없는 가운데서 참으로 중생을 제도하고 보은함이 없는 가운데서 참으로 보은할지어다. 너희는 오늘 저녁 부처님 전에 등을 밝혀 보라. 비록 겁풍劫風이 불어와서 수미산을 날리고 대해를 가르더라도 또한 그 빛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문수보살이 대지신력大智神力을 써도 오히려 가난한 여인의 등을 끄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여러 선남자여, 마음에 머무는 상을 둔다면 대해와 같은 기름과 수미산과 같은 등심지로 부처님 전에 등을 밝히더라도 장차 대해가 고갈되고 수미산이 소진되면 그 공덕이 반드시 끝이 있을 것이요, 만일 마음에 머무는 상이 없다면 비록 한 잔의 기름과 한 점의 심지로 부처님 전에 등을 밝히더라도 곧 무진등無盡燈이 되어 하나하나의 등빛이 법계에 두루 비추어 영원히 다하지 않을 것이다. 묻노니, 선남자 등이 함께 모여 계를 만들 때에 과연 상에 머물렀는가, 상에 머물지 않았는가. 삼세의 제불과 오백의 응진이 이미 그 마음을 알았으리라. 나는 상에 머물지 않는 행을 그대들을 위하여 설하노라.
서천 108대 전등게송 및 지공의 직지 언구를 등서하고 난 후의 설(西天百八代傳燈偈語及指空直指言句謄書後說)
이 간단한 한 책자는 서천西天 108대의 전심법구傳心法句이다. 천년 후에 십만 리 밖의 먼 동국에 전해져 진애塵埃 가운데 있게 되었으니

010_0472_b_01L盖此一點燈光出自衆生心中也衆生
010_0472_b_02L心即諸佛大光明藏也元來凡聖無二
010_0472_b_03L無別則諸佛光中衆生自在寂光
010_0472_b_04L生光中諸佛照明衆生即是無衆生可
010_0472_b_05L無佛恩可報也汝燈即是諸佛之光
010_0472_b_06L汝身即是燃燈佛也汝等應作如是觀
010_0472_b_07L無度生中眞度生無報恩中眞報恩也
010_0472_b_08L汝試今夜燃燈於佛前雖有刼風吹來
010_0472_b_09L揚須彌劈大海也不能動其光也
010_0472_b_10L以文殊用大智神力猶未滅貧女之燈
010_0472_b_11L
然諸善男子若心有住相則雖以
010_0472_b_12L大海量油須彌燈炷燃燈於佛前
010_0472_b_13L使大海枯渴須彌燒盡則其功德必有
010_0472_b_14L終焉若心無住相則雖以一盞油一點
010_0472_b_15L燃燈於佛前即成無盡燈一一燈
010_0472_b_16L徧照法界窮刼不盡矣借問善男
010_0472_b_17L子等叅同爲契之時果住相耶不住
010_0472_b_18L相耶三世諸佛五百應眞已知其心
010_0472_b_19L余以不住相行爲君說

010_0472_b_20L

010_0472_b_21L西天百八代傳燈偈語及指空直指
010_0472_b_22L言句謄書後說

010_0472_b_23L
此寂寥一册子則西天百八代傳心法
010_0472_b_24L句也千歲之後十萬里外遠落東國

010_0472_c_01L동방의 선객禪客 중에 누가 한 생각을 고요히 하여 삼매에 들어 이 도리를 얻게 되었는가. 이곳에는 지공의 유상遺像과 영조靈照의 부도가 있기 때문에 오悟 선자禪子가 지니고 와서 나에게 글을 부탁하여 이곳에 전해지게 한 것이다.
금강산만천교권선문초金剛山萬川橋勸善文草
풍악의 동천洞天이 거주할 만하니 천하 사람들은 다만 향성보계香城寶界에 유람하기를 원하고, 영랑永郞의 신선세계는 어디인가 방외의 선비는 항상 옥결금단玉訣金丹만 듣고자 한다. 사대부와 서인, 남녀가 붐비고 벼슬아치가 이어져 함께 사방의 길에서 모여 다투어 만천교를 건넌다. 우객羽客은 산에 들어가 화표華表로 돌아가는 백학 소리를 기쁘게 듣고, 시인은 해질 무렵 앉아 물속의 청룡을 조용히 바라본다. 급한 협곡과 높은 산에 뇌정雷霆의 소리를 두려워 않고, 푸른 넝쿨과 고목에 해와 달이 저무는 것도 잊는다. 혹 부귀를 생각하는 마음을 돌에 쓰니 사마상여의 승선교昇仙橋100)의 기둥과 같고 항상 시비의 소리가 귀에 이를까 저어하니 최치원의 무릉교武陵橋101)와 비슷하다. 아아! 그대 보지 못하였는가. 벽해가 상전이 되고 상전이 벽해가 되니 기운이 순환하여 하늘이 이룬 것도 또한 변하여 산천도 바뀌거늘 사람이 만든 것이 어찌 오래 가겠는가.
경인년에 수해102)가 닥쳐와 구름에 닿을 듯 깎은 돌이 처음엔 철벽 같은 견고함을 자랑했는데 나무가 떠내려가고 언덕이 잠기는 홍수에 어찌 무지개다리까지 붕괴될 줄 알았으랴. 푸른 벼랑에 걸음 쉴 곳 없으니 연하烟霞도 더없이 처량하고 붉은 골짜기에 물을 막는 문이 없으니 복지福地도 이 때문에 소슬하도다. 장맛비에 시내가 불어나면 누가 날개 돋아 날아 지날 것이며 물이 빠져 날이 차가우면 치마 걷고 건너기 어렵도다. 장경봉長慶峯은 새벽달이 비추어도 가마 멘 하인에게 위험하고

010_0472_c_01L在塵埃之中東禪其孰能靜一念入三
010_0472_c_02L得到這箇道理來麽此地有指空遺
010_0472_c_03L靈照浮屠所以悟禪子袖來屬余
010_0472_c_04L流傳於此也

010_0472_c_05L

010_0472_c_06L金剛山萬川橋勸善文草

010_0472_c_07L
楓嶽之洞天可居天下人但願遊香城
010_0472_c_08L寶界永郞之仙區何處方外士每欲聞
010_0472_c_09L玉訣金丹士庶男女之繽紛縉紳冠盖
010_0472_c_10L之絡繹同聚入垓之路爭渡萬川之
010_0472_c_11L羽客入翠微喜聞白鶴歸華表
010_0472_c_12L人坐薄暮靜觀靑龍見水中急峽高
010_0472_c_13L無畏雷霆之鬪蒼藤古木却忘日
010_0472_c_14L月之昏或思富貴心題石依俙司馬卿
010_0472_c_15L昇仙之柱常恐是非聲到耳彷彿崔學
010_0472_c_16L士武陵之橋嗟夫君不見碧海爲桑田
010_0472_c_17L桑田爲碧海運氣循環天成亦變
010_0472_c_18L川改易人造何長星纒白虎之年灾送
010_0472_c_19L玄冥之穴駕雲鑿石始誇鐵壁之堅牢
010_0472_c_20L漂木沒陵豈謂虹梁之崩倒蒼厓闕休
010_0472_c_21L笻之處烟霞不勝凄凉丹壑無捍水之
010_0472_c_22L [9] 福地因爲蕭瑟雨霖溪漲誰能
010_0472_c_23L生羽而飛過水落天寒難堪褰裳之跋
010_0472_c_24L長慶峯曉月擔輿僕夫之危險
010_0472_c_25L「戱」疑「藏」之誤{編}

010_0473_a_01L장안사의 저녁 종소리는 물을 건너는 나그네에게 시름이 되리라.
생각건대 인사人事는 흥폐가 있고, 천리天理는 순환하지 아니함이 없으니, 마땅히 조물주가 연석鍊石의 공功103)을 베풀고 신명이 내를 건네주는 은덕을 내려 주기를 바란다. 무릇 자기의 마음을 미루어 남에게 미치는 것은 어진 이의 마음이요, 세상을 구제하고 사람을 이롭게 함은 진실로 군자의 행동이라. 하필 강과 바다만을 물이라고 이르겠는가. 원래 한 방울의 물이 많이 모여 된 것이니 작은 선도 이와 같다. 또 어찌 산과 언덕만을 가리켜서 땅이라 하겠는가. 본디 한 티끌이 쌓여 된 것이니 작은 공덕도 이와 같도다. 마음으로 보시하든 힘에 따라 공덕을 돕든, 다리를 이루어 큰 내를 순조롭게 건너게 되면 공덕은 같은 것이다. 공덕을 세우고 법계에 회향하는 것과 어찌 다르랴. 간곡히 바라고 기도하노라.
금강산유점사운취당중건상량문金剛山楡岾寺雲翠堂重建上樑文
적이 생각건대, 제불의 신령이 내려온 터라, 어찌 별천지에서 다시 영취산과 기원정사104)를 찾으리오. 군왕이 주필駐蹕105)하는 곳이라, 비록 물외物外의 선산仙山에 노닐었어도 마땅히 용루龍樓와 봉각鳳閣이 있으니 천년 후에도 부처님의 신력에 감응하여 영험이 말법시대에도 없어지지 아니하고, 백세의 사이에 성은에 젖어 공산空山 속에서도 취화翠華(임금 수레)를 상상하는 것이다.
이제 이 오랜 유점사에 운취의 명당明堂을 중건하니 신선 영랑永郞의 동천洞天이요, 담무갈曇無竭의 보계寶界이다. 귀신이 감춘 복지福地로서 혜장대왕惠莊大王(세조)이 봉선封禪106)하던 곳이요, 하늘이 이룬 신묘한 터로서 석가의 화신化身이 점지한 땅이다. 혼돈의 원기가 모여 땅의 신령이 인걸을 길러내고 아침 해의 선명함을 맞이하여 인수仁壽의 강역을 변화시켜 내었다. 부처님이 천축에서 오시어 어느 해에 석선石船107)을 매었는가. 봉래산에 세운 사찰을 오늘날 유점사에서 증험하리로다.
효운동曉雲洞 가운데 있는 바위에 용이 지나는 혈이 뚫렸고 성불령成佛嶺 아래 학소대鶴巢臺에 소나무가 늙어 간다.

010_0473_a_01L安寺暮鍾渡水客子之愁嘆
伏念人事
010_0473_a_02L有衰必興天理無往不復應當造物
010_0473_a_03L施鍊石之功惟冀神明降濟川之德
010_0473_a_04L曰推己及物乃仁人之心所謂濟世利
010_0473_a_05L固君子之行何必曰海曰江而謂水
010_0473_a_06L兀來一滴之多小善如是也又豈
010_0473_a_07L指山指陵而謂地哉本從一塵之界 [10]
010_0473_a_08L功如是歟從心捨施隨力助功橋成
010_0473_a_09L而利涉大川則一也功樹而回向法界
010_0473_a_10L豈異哉至恳至禱

010_0473_a_11L

010_0473_a_12L金剛山楡岾寺雲翠堂重建上樑文

010_0473_a_13L
窃以諸佛降靈之場那向別界天地
010_0473_a_14L尋鷲峯祗園君王駐驆之處雖遊物外
010_0473_a_15L仙山當有龍樓鳳閣感蒙佛力於千載
010_0473_a_16L之後靈異不滅末法中涵濡聖恩於百
010_0473_a_17L世之間翠華想像空山裏
今此楡岾古
010_0473_a_18L重營雲翠明堂永郞仙洞天曇無
010_0473_a_19L竭寶界鬼藏福地惠莊大王之封禪
010_0473_a_20L天成神基釋迦化身之卜地鍾元氣之
010_0473_a_21L混沌孕育人傑之地靈迎朝日之鮮明
010_0473_a_22L化出仁壽之疆域佛來天竺繫石船於
010_0473_a_23L何歲寺建蓬萊驗楡岾於此時
曉雲
010_0473_a_24L洞中石穿龍道之穴成佛嶺下松老

010_0473_b_01L1만 2천 봉이 나열하여 서 있으니 주위가 800여 리요, 터는 일월령日月嶺의 남쪽 기슭에 있고 절은 미륵봉의 동쪽에 열렸다. 멀리 세조 임금 당시를 생각해 보면 응당 전각이 윤환輪奐108)하여 지극히 아름다웠을 것이나 열성列聖의 조정 몇 대를 거치면서 어찌 사물이 바뀌는 흥폐가 이어지지 않았겠는가.
건륭乾隆 병오년(1786)에 이르러 화재로 인하여 중건하고, 이제 도광道光 계미년(1823)에 이르러 옛 제도를 혁파하여 다시 건축하였다. 푸른 기와와 붉은 마룻대는 고래의 등이 바다에 나온 것과 같고 높은 들보와 층층기둥은 봉황의 날개가 구름을 흔드는 듯하다. 굳건하고 성대하여 새가 나는 듯 솟아109) 조망의 장려함을 더하고, 크고 우뚝하며 높고 넓으니 형세가 종횡무진하도다. 육화六和110)를 실행하여 다툼이 없으니 의연히 여래의 집이요, 많은 무리를 수용하니 유마의 장실과 유사하다. 음양이 없는 터 한 조각으로 기초와 터를 정하였고 그림자 없는 나무 한 그루로 들보와 기둥을 세웠다. 공적空寂에 의지하니 공겁空劫 이전의 세계가 넓게 펼쳐지고 무지개와 구름에 걸치니 위음왕威音王111) 저쪽의 세계가 높이 솟았다.
이 당을 건립한 자는 보현으로 바로 너 자신이니 너 자신이 보현이요, 이 당에 들어오는 자는 너 자신이 곧 문수요, 문수가 너 자신이다. 그러하니 몇 사람의 공덕은 글로 다 기술할 수 없고 붓으로 다 쓸 수 없다. 누가 백옥경白玉京에 올라가 향안香案 앞에 장길長吉112)의 화필花筆을 빌릴 것이며 다시 채석강에 배를 띄워 고래 등 위 적선謫仙113)의 비단 주머니의 도움을 받을 것인가. 스스로 짧은 시를 지어 큰 들보를 드는 걸 돕는다.

東 一碧琉璃水接空      동 푸른 유리 시냇물이 허공에 닿으니
天地海看無盡藏        천지의 바다가 무진장하여
千江萬水常朝宗        온갖 강과 시내가 항상 흘러드네.

南 善友百城五十三     남 1백 도성의 53분 선지식을 참배하니
本地風光步步得       걸음걸음마다 본지풍광을 얻어
洛迦大聖一心叅       보타락가114) 성인을 일심으로 참배하네.

西 回首玉峯萬二齊     서 돌아보니 옥빛 1만 2천 봉 나란한데
中有一峯千丈屹       그 가운데 한 봉우리 천 길 높이 솟아
毗盧樓閣共提携       비로봉의 누각을 함께 손잡고 오르네.

北 半夜衆星環宸極     북 한밤중 뭇별이 북극성 둘러싸니

010_0473_b_01L鶴巢之臺列立萬二千峯周圍八百餘
010_0473_b_02L基在日月嶺之南麓寺開彌勒峯之
010_0473_b_03L東維緬思世祖廟當時應是官殿輪奐
010_0473_b_04L之盡善矣及至列聖朝幾代豈非物換
010_0473_b_05L興廢之相尋哉
奧在乾隆赤馬之年
010_0473_b_06L回祿而重建今至道光黑羊之歲革舊
010_0473_b_07L制而更搆碧瓦朱甍若鯨背之出海
010_0473_b_08L高棟層楹如鸑翅之掀雲苞茂而革飛
010_0473_b_09L倍增臨觀之壯麗宏傑而高廣可見體
010_0473_b_10L勢之縱橫六和無諍依然如來之堂
010_0473_b_11L多衆有容彷彿維摩之室無陰陽地一
010_0473_b_12L定基定址無影樹子一株 爲樑爲
010_0473_b_13L依空依寂磅礴乎空刼已前駕虹
010_0473_b_14L駕雲偃蹇然威音那畔
建此堂者
010_0473_b_15L賢即汝汝即普賢入此堂者汝即曼
010_0473_b_16L曼殊即汝然則二三者功德文不
010_0473_b_17L能述筆不能書阿誰昇白玉京香案
010_0473_b_18L橫鴈長吉之花筆而更浮彩石江
010_0473_b_19L背上借手謫仙之錦囊自製短篇助擧
010_0473_b_20L大樑
東 一碧琉璃水接空天地海看
010_0473_b_21L無盡藏千江萬水常朝宗南 善友百
010_0473_b_22L城五十三本地風光步步得洛迦大聖
010_0473_b_23L一心叅西 回首玉峯萬二齊中有一峯
010_0473_b_24L千丈屹毗盧樓閣共提携北 半夜衆星

010_0473_c_01L庶幾君王無疾病       군왕께서 질병이 없으신가 보다
斗牛星下一心祝       두우성115) 아래에서 일심으로 축원하네.

上 默坐焚香心渴仰     상 묵묵히 앉아 분향하고 간절히 우러르니
天聰自我民聰明       하늘이 백성의 귀와 눈으로 들으시어
憐我蒼生滅碍障       창생을 가련히 여겨 장애를 없애소서.

下 蠢蠢生靈滿四野     하 움직이는 생령이 사방에 가득하여
咸戴吾王雨露恩       모두 우리 군왕 우로의 은혜 받으니
人非人等皆蒙嘏       사람이든 아니든 모두 큰 복을 받누나.

바라오니 상량한 후에 하늘이 큰 법우法雨를 내리고 땅에선 공덕의 샘이 솟기를 바랍니다. 천신과 지기地祇(地神)가 복을 내리고 재앙을 없애며 금강역사가 사특함을 꺾고 정도를 드러내소서. 산문이 엄숙하고 고요하여 길이 슬프고 근심하는 마음이 끊어지고 조야가 모두 안녕하여 마침내 전쟁이 없으며 풍우가 순조로워 시절이 화평하고 풍년이 들기를 바랍니다.
금강산장안사사성전인등116)시주축원책서金剛山長安寺四聖殿引燈施主祝願册序
사성四聖은 염정染淨 십법계 이전의 사정四淨이니 첫째는 여래, 둘째는 보살, 셋째는 성문, 넷째는 연각이다. 혹자는 성문과 연각을 망령되게 이승二乘의 소과小果라 여기고 외람되게 거만한 마음을 일으켜 공경하지 않나니, 이는 크게 옳지 못하다. 이 사람은 견해가 작아서 저 두 성인이 오랜 시간 전에 대법에 회향하여 보살행을 성만하고 모두 무여열반을 증득하여 방편으로 이승二乘의 이름을 나타낸 것임을 모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두 성인께서 저 좋은 국토에 가지 않으시고 이 감인세계에 계시면서 말세의 중생을 제도하기를 발원하고 유촉을 잘 감당하여 부처님을 따라 시방의 부처님 전에 법륜을 굴리면서 명칭이 크게 알려진 것이다. 그 공행功行은 진실로 부처님과 나란하여 인천人天의 복전福田이 되기 때문에 사성으로 칭해지는 것이다.
이제 아무개가 뜻이 같은 사람을 권하여 약간의 깨끗한 재물을 모아 전답을 사서 사성전에 헌납하고

010_0473_c_01L環宸極庶幾君王無疾病斗牛星下一
010_0473_c_02L心祝上 默坐焚香心渴仰天聰自我民
010_0473_c_03L聰明憐我蒼生滅碍障下 蠢蠢生靈滿
010_0473_c_04L四野咸戴吾王雨露恩人非人等皆蒙
010_0473_c_05L
伏願上樑之後天降大法雨地聳
010_0473_c_06L功德泉天神地祗降福消灾金剛力
010_0473_c_07L摧邪顯正山門肅靜永絕悲憂之
010_0473_c_08L朝野咸寧終無兵革之警風調雨
010_0473_c_09L時和歲豊矣

010_0473_c_10L

010_0473_c_11L金剛山長安寺四聖殿引燈施主祝
010_0473_c_12L願册序

010_0473_c_13L
曰若四聖者染淨十法界之前四淨也
010_0473_c_14L一如來二菩薩三聲聞四緣覺也
010_0473_c_15L三第四二聖或者妄執以爲二乘小果
010_0473_c_16L濫起慢心而不敬是大不然此人見小
010_0473_c_17L元不知彼二聖久遠刼前回向大法
010_0473_c_18L菩薩行滿皆證無餘涅槃而權現二乘
010_0473_c_19L之名也是故二聖不必往彼善國土
010_0473_c_20L在此堪忍世界願度末世衆生竗堪遺
010_0473_c_21L從佛轉法輪於十方佛前所名稱普
010_0473_c_22L聞者也以其功行固以侔佛爲人天
010_0473_c_23L福田故稱爲四聖也
今者某氏勸同
010_0473_c_24L志之人聚若干淨財買畓獻納于四聖

010_0474_a_01L영구히 연등의 재물로 삼아 그윽이 가호하시는 힘을 구하였다. 사람에게 정성스러운 마음이 있다면 성인의 감응이 어찌 멀겠는가. 혹자는 말하기를 “제불의 대광명은 비유컨대 천 개의 태양이 나온 것과 같으니 어찌 중생의 작은 빛을 쓰리오.”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이 무슨 말인가. 중생의 마음과 제불정각諸佛正覺의 마음은 일체로 둘이 없으니, 제불의 대광명은 제불정각의 마음으로부터 유출되어 나오고 중생의 작은 빛은 중생의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정각의 마음과 중생의 마음이 일체여서 둘이 아닌즉 대광명과 한 점의 등이 무슨 분별이 있겠는가. 여러 부처님께 있어서는 대광명이 되고 중생에게 있어서는 한 점의 등이 되나 그 광명의 성품이 되는 것은 한가지이다. 이 때문에 문수 대사의 게송에 이르기를,

了知一切法         일체법에 자성 없음을
自性無所有         깨달아 알지니
如是解法性         이 같이 법성을 이해하면
即見盧舍那         곧 노사나117)부처를 보리라.

하니 이는 일체의 법이 별다른 자성이 없고 모두 동일한 법성임을 말한 것이다. 이로써 알라. 작은 빛도 별다른 자성이 없고 모두 법성의 빛과 같은 것이다. 만약 대광명이라도 크지 않고, 작은 빛이라도 작지 않다는 것을 알면 곧 노사나불을 보리라.” 하였다. 혹자가 나의 말을 들으면 스스로 반성하는 것이 있으리라. 등을 켜는 저 중생의 마음이 불심과 일체가 된다면 불경에 이른바 “마음과 부처, 중생 이 셋이 차별 없도다.”라고 하는 것이니, 사성의 자비의 빛을 그윽이 가피받는 것도 이에 얻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연후에야 석씨釋氏가 마왕과 외도의 비방을 받지 않고 단월 또한 증험이 없다는 한恨이 없게 되어 등을 켜서 청정법계의 빛을 계속 밝힌다고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장단심복사보광암송월루중수기長湍心腹寺普光庵松月樓重修記

010_0474_a_01L殿以爲永久燃燈之資而求其所以冥
010_0474_a_02L加之力也 [11] 人有誠心聖感豈遠乎哉
010_0474_a_03L或曰諸佛大光明譬如千日出安用衆
010_0474_a_04L生爝火之光耶是何言也衆生心與
010_0474_a_05L諸佛正覺之心一體無二也諸佛大光
010_0474_a_06L自諸佛正覺心中流出也衆生爝火
010_0474_a_07L自衆生心流出也正覺心與衆生心
010_0474_a_08L一體無二則大光明與一點燈有何別
010_0474_a_09L在諸佛則爲大光明在衆生則爲一
010_0474_a_10L點燈也其所以爲光明之性則一也

010_0474_a_11L曼殊大士偈云了知一切法自性無所
010_0474_a_12L如是解法性即見盧舍那此言一
010_0474_a_13L切法無別自性而皆同一法性也
010_0474_a_14L知爝火光無別自性皆同法性之光也
010_0474_a_15L若了知大光明非大爝火光非小則即
010_0474_a_16L見盧舍那佛也或者聞子 [12] 之言可以令
010_0474_a_17L人有自省處也如彼衆生然燈之心
010_0474_a_18L與佛心同體則與大經所謂心佛及衆
010_0474_a_19L是三無差別也四聖之慈光冥加
010_0474_a_20L於是乎得矣如是然後釋氏不受他魔
010_0474_a_21L外道之謗檀越亦可無無驗之恨也
010_0474_a_22L謂燃燈續明於淨法界之光云爾

010_0474_a_23L

010_0474_a_24L長湍心腹寺普光庵松月樓重修記

010_0474_b_01L
지금 50년 전의 일을 추억해 보면 완연히 옛일이다. 비록 30년, 40년 일지라도 문헌으로 전해지지 않으면 사적이 유실되니 글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대선사가 있어 호는 영암映庵인데 도와 지해智解가 밝고 덕행이 꼼꼼하여 이곳에 거주한 50여 년간 상승上乘의 법으로 사람을 가르쳤다. 신사년에 이 암자를 창건하고 기물을 갖추었으니 원림과 뜰의 송백화과松柏花果는 모두 선사가 재배하고 기른 것이다. 선사가 81세에 세상을 떠나자 당우도 또한 황폐하고 많이 훼손되었다.
신호信浩 장로가 있어 선사를 20여 년을 모셨고, 그대로 이 암자에 거처하였는데 황폐함을 보고 다시 새롭게 할 것을 꾀하였다. 갑인년 봄에 중수한 후 횡각橫閣에 기와를 바꾸고 병진년 봄에 또 도배하자 이에 황폐한 것들이 모두 완성되었으니 장로는 선사의 가르침을 잘 받았다고 할 만하다.
나는 예전에 선사를 참례하고 하안거를 결제하여 설법을 들었다. 중간에 흐르는 물과 부평초처럼 30년을 떠돌다 이제 다시 선사의 방장方丈에 들어와 선사의 영정에 절을 하니 7푼의 모습은 말이 없으셨다. 나는 일생에 두 번 선사를 뵈었는데 처음엔 말씀이 있었고 나중엔 말씀이 없었으니 또한 도는 어디에 있는가. 만약 유언有言이 도라면 비야리毗耶離성의 유마거사의 침묵은 도가 아니며, 만약 무언無言이 도라면 영취산에서의 석가모니의 설법은 도가 아닌가. 만약 일천 석가의 유언을 무언이라 하고, 한 유마의 무언을 유언이라 한다면 선사의 전날의 유언도 도요, 오늘날의 무언도 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선사의 도는 고금이 없는 것이다. 나는 다만 색상色相으로만 선사를 참례하니 30년 전후의 일이 완연히 고금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슬프다. 이제는 다만 뜰의 꽃만 화사하고 달빛 어린 소나무만 푸르며 벽 위에는 오직 선사가 쓴 보광암과 송월루의 두 기문만 있으니

010_0474_b_01L
以今追徃五十年前事完然古矣雖三
010_0474_b_02L十年四十年無文獻之傳則事跡遺矣
010_0474_b_03L不能無文有大禪師號映庵道解明
010_0474_b_04L德行密住於斯五十餘年矣以上乘
010_0474_b_05L敎人歲在辛巳創斯庵備器用其如
010_0474_b_06L園林庭際松栢花果悉皆禪師所栽養
010_0474_b_07L禪師八十一適順堂宇亦多廢傷

010_0474_b_08L又有信浩長老二十餘載執侍師因住
010_0474_b_09L斯庵見其廢而圖所以重新於甲寅春
010_0474_b_10L重修後橫閣因爲翻瓦越丙辰春
010_0474_b_11L爲塗褙於是焉廢者皆成長老可謂於
010_0474_b_12L禪師之敎化矣
余昔年叅禮禪師結夏
010_0474_b_13L聽法中間烟水萍踵三十年今來更入
010_0474_b_14L禪師之方丈拜禪師之影幀七分儀形
010_0474_b_15L元來無語余一世中兩叅禪師而先
010_0474_b_16L則有言後則無言且道道在甚麽處
010_0474_b_17L若有言是道毗耶城非道耶若無言是
010_0474_b_18L靈鷲山非道耶若謂千釋迦有言而
010_0474_b_19L無語一維摩無言而有語則禪師前日
010_0474_b_20L之有言亦道也今日之無言亦道也
010_0474_b_21L然則禪師道無古無今余惟以色相禮
010_0474_b_22L禪師也三十年前後事完然有古今之
010_0474_b_23L異也
悲夫於今但見庭花灼灼松月
010_0474_b_24L蒼蒼惟有壁上禪師所撰普光松月二

010_0474_c_01L올라가 배회하며 슬프게 바라보고 탄식하며 눈물만 흘릴 뿐이다. 신호 장로는 관북사람으로 능히 사업에 힘써서 황폐된 선사의 유적을 후에 수리하여 이었으니 나는 그 일을 느끼고 감탄하여 훗날에 장로와 같은 사람이 오늘날의 사람이 옛날의 일을 아는 것처럼 오늘날의 일을 알게 하고자 이에 기문을 쓴다.
조상경증정서造像經證正序
이 책을 보면 여러 가지 본本의 모든 경전을 찬집한 것으로 성인이 한 자리에서 설법한 전문이 아니다. 또 대장경을 한 번 살펴보면 이 책의 편집은 근세에 나왔고 옛것이 아니다. 그러나 교중에서 이른바 법의法義·인과因果·신해信解·수증修證의 뜻은 자연히 부합되니 이 뜻은 어떠한 것인가.
대저 이 경문은 조상품이 15편인데 그중 첫 번째는 조상의 인유因由를 일으켰으니 전법의 유래를 밝힌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조상의 공덕을 믿고 증거한 것으로 영험이 진실하고 헛되지 않음을 나타냈으니 이는 참으로 신법信法이다. 복장단腹藏壇 의식부터 오경五鏡·오산개五傘蓋 등에 이르기까지는 해석을 밝혔으니 이는 일로써 이치를 밝힌 것이라 이는 해의解義이다. 복장소입제색腹藏所入諸色부터 『묘길상대교왕경妙吉相大敎王經』의 이시미륵爾時彌勒 아래의 오병五甁·오산개五傘蓋·오금강저五金剛杵 등까지는 수의 분제分齊가 많은지라 이치에 의거하여 일을 이룸을 밝혔으니 이는 수행이 된다. 부동존주不動尊呪로부터 점안구경법點眼究竟法까지는 이사원융理事圓融한 종극終極의 도를 밝혔으니 이는 증과證果이다. 한 경전의 시종본말이 이와 같다.
그 가운데 혹 뒤바뀌거나 잘못된 곳, 중복되거나 빠진 곳, 그리고 범자梵字가 그릇된 잘못은 아마도 편집자가 초고를 정리하지 못하여 그렇거나

010_0474_c_01L登臨徘徊有悵望洒淚之嘆也
010_0474_c_02L浩長老關北之人能務事業繼葺於
010_0474_c_03L禪師遺跡幾廢之餘余感嗟其事
010_0474_c_04L欲令後之人如長老者知有日 [13] 之事
010_0474_c_05L亦如今之知前事是爲記

010_0474_c_06L

010_0474_c_07L造像經證正序

010_0474_c_08L
觀夫斯典纂集數本諸經非爲聖旨一
010_0474_c_09L席全文而且引大藏一覽則盖此編集
010_0474_c_10L出於近世而非古矣然敎中所謂法義
010_0474_c_11L因果信解修證之旨自然符契矣此意
010_0474_c_12L云何
夫此經文造像品十五則中初
010_0474_c_13L一發起造像因由則明傳法之有自來
010_0474_c_14L餘皆證信造像功德則明靈驗之
010_0474_c_15L眞實不虛矣是爲信法也自腹藏壇儀
010_0474_c_16L乃至五鏡五傘盖等解釋明則事顯
010_0474_c_17L理也是爲解義也自腹藏所入諸色
010_0474_c_18L至妙吉祥大敎王經爾時彌勒下五瓶五
010_0474_c_19L盖五金剛杵等數多分齊明依理成
010_0474_c_20L事也是爲修行也自不動尊呪至點
010_0474_c_21L眼究竟之法明理事圓融終極之道
010_0474_c_22L爲證果也一經之始終本末如斯而已
010_0474_c_23L
而中或有倒誤疊闕之處梵字訛舛
010_0474_c_24L之失豈編集者之草藁未定而然歟

010_0475_a_01L또 많은 손을 거쳐 전해졌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만일 이 같음을 보고도 그대로 두고 논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전할 수 있는 법전이라고 할 수 없다. 때문에 감히 외람된 뜻으로 산정하고 보충하여 바로잡고 아울러 여러 진언眞言과 관상觀想118) 의식을 덧붙였다. 여러 지혜로운 이의 평가를 바란다.
조상경고증발造像經考證跋
불자 용허聳虛 화상은 이타利他의 방편으로 세상에 유희하여 성품이 뛰어나고 옛일을 좋아하여 때때로 공업功業을 이루는 일이 많았다. 만년에 조상경을 개간하고자 나에게 고증을 명하시니 내가 말하기를 “조상의 법은 우전왕優闐王119) 당시에 시작되었는데 부처님이 왕의 공덕을 찬탄하고 인하여 말세의 제자들에게 불상을 조성할 것을 부촉하였다. 후세에 이르러 마왕이 불상을 훼손하는 변란과 도적이 미간의 구슬을 훔치는 것과 굶어 죽어도 구해 주지 않는다는 비방이 있게 된 것은 모두 말세의 폐단이다. 저절로 청정법신불이 있으니 하필 불상을 조성하겠는가.”라 하였다.
화상이 정색하여 말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십연화장十蓮華藏 찰해중刹海中의 미진수微塵數의 대인상大人相이 있으니 어느 형상인들 옳지 아니하랴. 하필 무상無相의 심불心佛만을 취하랴. 세상의 신하 되고 자식 된 자가 충효로 군부를 섬기다가 군부가 돌아가신 후면 목주木主120)를 세워 소목昭穆121)을 밝히고 죽은 이를 섬기기를 살아 있을 때처럼 하는 것이 충효의 도리이다. 나는 불자로서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에 성신誠信으로 부처님을 섬기고 부처님이 멸도 후에 불상을 세워 섬기기를 세상에 계신 부처님을 섬기듯 하는 것이 바로 성신의 유풍이다. 대저 초심보살로서 삼보를 공경히 믿는 자가 어찌 다만 청정불만 믿고, 유독 이소불泥塑佛과 목불木佛을 믿지 않으며 심불과 상불像佛을 또 어찌 취사할 것인가.”라고 했다. 내가 놀라 두 번 절하고 말하기를 “대답을 잘못하였다. 명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010_0475_a_01L爲歷傳多手而然歟若睹如是存而不
010_0475_a_02L則不可謂傳世之法典也故敢自妄
010_0475_a_03L删補楷定而兼付諸眞言及觀想儀
010_0475_a_04L冀諸達者臧否也

010_0475_a_05L

010_0475_a_06L造像經考證跋

010_0475_a_07L
佛子聳虛和尙以利他方便遊世而性
010_0475_a_08L逴躒好古事徃往有成功業多矣
010_0475_a_09L年欲改刊造像經命余考證余曰造像
010_0475_a_10L之法起於優闐王當時佛嘆王功德
010_0475_a_11L因以付屬末世弟子於像佛矣至後世
010_0475_a_12L終見有魔王毁像之變賊取眉珠之戱
010_0475_a_13L餓死不救之謗是皆末流之弊也自有
010_0475_a_14L淸淨法身佛何必造像爲
和尙正色
010_0475_a_15L佛有十蓮華藏刹海中微塵數大人
010_0475_a_16L何相不然何必獨取無相心佛耶
010_0475_a_17L如世之爲人臣子者以忠孝事君父
010_0475_a_18L父萬歲之後立木主昭穆而事死如事
010_0475_a_19L此乃忠孝之道也我乃佛子佛之
010_0475_a_20L在世以誠信事佛佛滅度後設像而
010_0475_a_21L事之如事在世佛此乃亡信之遺也
010_0475_a_22L夫初心菩薩敬信三寶者豈惟信淸淨
010_0475_a_23L而獨不信泥塑木雕佛耶心佛與像
010_0475_a_24L豈可取捨也余愕然再拜曰失對

010_0475_b_01L
드디어 경전의 상하의 글 뜻을 읽어 보니 옛사람이 경전을 인용하여 엮은 곳에 과연 잘못되고 빠뜨리며 중복되고 바뀐 곳이 많았다. 화상께서 나에게 고증을 명한 뜻이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나의 짧은 소견으로 옛 보물을 평가할 수 없으니 다시 여러 가지 잘못을 제방을 참문參問하여 눈 밝은 이에게 두루 질정質正한 후에 가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부득이 세세한 각주를 섞어 놓았으나, 비록 까마귀 쫓고 사슴 쫓는 무리라 할지라도 또한 버릴 것이니 하물며 안목 있는 자이겠는가. 이 때문에 나 자신은 먼 훗날의 비난을 취하게 되고 도리어 화상에게도 능한 자를 알아 부리지 못했다는 허물을 끼치게 되리라.
천경집122)발天鏡集跋
아! 불초 법손 지탁知濯은 일찍이 함월涵月 선조를 설봉정사雪峯精舍에서 뵈었으나 일생 동안 모시지 못하고 하직하여 멀리 유람하였으니 궁자窮子123)가 멀리 떠난 것과 같다. 이제 나는 나이가 72세로 선사의 유고를 보고 감개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이것이 이른바 고苦·공空·무상無常으로 지난날의 먼지 날리던 곳이 오늘날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것이로다.”라고 했다. 선사의 친필 유고가 먼 훗날의 우리에게까지 미친 것을 추모하니 은혜를 갚을 길이 없다.
그러나 선사께서는 ‘서래무문西來無文’ 인자印字를 찼으니 어찌 언어 문자를 쓰리오. 곧바로 부처와 조사도 알지 못하는 곳에 이르러야 선사의 본회本懷를 말할 수 있으리니 마땅히 이 유고를 소각하여야 옳도다. 그러나 삼교의 성현의 경서와 제자백가의 학설과 천하고금의 문장이 산처럼 많이 쌓여 있고 선사의 유고 한 권도 그 사이에 끼어 있다. 저것은 많고 이것은 한 권뿐이니 다른가, 다르지 않은가. 다르다면 저것은 부유하고 이것은 빈약하다. 같다면 이 한 문장에 저것의 많은 뜻을 포함하고 있으니 비로소 선사께서 일찍이 문자를 여의지 않고 해탈을 설했음을 알 수 있다.

010_0475_b_01L如命
遂閱經上下文義昔人之引經綴
010_0475_b_02L緝處果有闕誤疊倒者多矣和尙之命
010_0475_b_03L余考證意在此也然不可以余之管見
010_0475_b_04L沙白古瓶也㪅將枝蔓敗闕叅問諸方
010_0475_b_05L徧質明眼然後可否乃定也不獲已
010_0475_b_06L間雜細鎻註脚雖駈烏逐鹿之輩亦足
010_0475_b_07L棄之也況有眼者乎是以自取百世唾
010_0475_b_08L而反致和尙不識使能之咎也已

010_0475_b_09L

010_0475_b_10L天鏡集跋

010_0475_b_11L
於戱不肖孫知濯早歲謁涵月先祖於
010_0475_b_12L雪峯精舍而不得一生給侍拜辭遠游
010_0475_b_13L如窮子迯逝矣于今不肖年七十二
010_0475_b_14L獲睹先師遺藁感慨流涕曰此所謂苦
010_0475_b_15L空無常昨日揚塵處今日碧海歟
010_0475_b_16L慕先師手滋遺及我曺百歲之後恩莫
010_0475_b_17L可報也
然先師佩西來無文印字安可
010_0475_b_18L用語言文字爲直到佛祖不識不知處
010_0475_b_19L試道先師本懷也合是將斯遺稿燒却
010_0475_b_20L始得然夫三敎聖賢之書諸子百家
010_0475_b_21L之說天下古今之文其多山積而先
010_0475_b_22L師一卷遺藁亦次其間矣然則彼多此
010_0475_b_23L別耶不別耶別則彼富而此貧也
010_0475_b_24L不別則此一文含彼義也始知先師

010_0475_c_01L
그렇지만 내가 듣기로는 본사이신 석가모니부처님도 49년 동안 한 글자도 말씀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과거 무수한 시간 동안 8천 번을 오고 가셨으나 한 글자도 말씀하지 않으셨다. 달마도 서쪽에서 와서 문자를 세우지 않았고, 1,700공안도 모두 문자를 떠난 소식이니 선사께서 어찌 홀로 말씀을 두었으랴. 말씀이 있었다 하더라도 선사의 실법實法이 아닌 것이다. 운문 고雲門杲(대혜 종고) 스님같이 『벽암록』124)을 불태운 후에라야 진실로 선사의 도덕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옳기는 옳으나 옛날 한산寒山과 습득拾得125)이 무슨 문자를 두었겠냐마는 당나라 사람들이 옛것을 좋아하여 나뭇잎이나 승당의 벽 위에서 수습하여 『한산시』 1권이 세상에 전해졌던 것이다. 선사께서도 무슨 문자가 있었겠냐마는 문인이 잊지 못하여 기연에 응하고 사람을 접하는 곳에서 기억하여 『천경집』 1권을 자손들에게 물려주게 된 것이다.
한북중흥사단월설재상별문漢北重興寺檀越設齋上別文
적이 생각건대 강물로 세탁하면 어찌 티끌에 물들겠는가. 태양을 쬐면 반드시 어두움에 미혹됨이 없을 것이로다. 하물며 법해가 흐르고 다시 불광佛光이 항상 빛나 심전心田의 업화業火를 청량하게 하고 중생세계의 모든 어두움을 비추어 깨뜨림이겠는가.
바라오니 떠나신 영가의 혼령이 공사公私 간에 모두 존귀하여지이다. 저의 선비先妣126)께서는 은혜와 사랑으로 고루 덮으시니 효자의 마음으로 애모하여 자모의 허물을 망각하나 하늘은 듣고 저승에서 논함에 어찌 신명의 공정함이 없겠습니까. 자식 된 도리로 삶을 봉양하고 죽음을 보내는 정성은 따랐으나 자모의 은혜를 갚고자 하여 감히 부처님께 빌어 영가를 천도하는 예를 올립니다.
축원하오니 구천九泉의 길이 어두우니 업해業海 어디에서 찾겠습니까. 삼생三生의 은혜가 깊으니 떠나신 영가를 피안으로 인도하소서. 제불의 자비로운 제도濟度를 의지하지 않는다면 외로운 혼령이 초월하여 오르기 어렵습니다.

010_0475_c_01L未曾離文字說解脫也
雖然我聞本師
010_0475_c_02L能仁氏四十九年未曾說一字雖徃刼
010_0475_c_03L八千返亦未曾說一字達摩西來不立
010_0475_c_04L文字乃至千七百公案皆離文字消息
010_0475_c_05L先師豈獨有說肆有說非先師實
010_0475_c_06L法也如雲門杲之火碧巖書然後眞不
010_0475_c_07L孤先師道德也
是則固是古者寒山拾
010_0475_c_08L有何文字以唐人好古故收拾於
010_0475_c_09L木葉堂壁上使寒山詩一卷傳於世也
010_0475_c_10L先師亦有何文字以門人不忘故記得
010_0475_c_11L於應機接物處使天鏡集一卷貽厥兒
010_0475_c_12L孫云爾

010_0475_c_13L

010_0475_c_14L漢北重興寺檀越設齋上別文

010_0475_c_15L
竊以濯以江漢豈有染於餘塵曝之太
010_0475_c_16L必無昏於障暗況乃法海流注
010_0475_c_17L復佛光恒明淸凉業火於心田爍破羣
010_0475_c_18L昏於生界
伏願逝靈幽魂公私並尊
010_0475_c_19L余先妣恩愛均被孝念哀慕却忘慈母
010_0475_c_20L之過愆天聽冥論那無神明之公正
010_0475_c_21L爲人子之道雖遵養生送死之誠報慈
010_0475_c_22L母之恩敢效禱聖薦靈之禮
祝願九泉
010_0475_c_23L路暗尋業海於何方三生恩深導逝
010_0475_c_24L魂於彼岸不憑諸佛慈濟難使孤魂超

010_0476_a_01L이 때문에 수륙무차회水陸無遮會를 개설하였습니다. 재를 올리는 저는 삼가 향·등·다과·이포伊蒲·제호醍醐·주번朱幡·보개寶蓋·운대雲臺·월전月殿을 갖추어 삼신三身127)사지四智128)의 진여불보와 오교五敎129)팔장八藏130)의 심심한 법보와 십지十地131)삼현三賢132)의 청정한 승보께 바칩니다.
생각건대 부처님은 최정각을 이루시어 일체의 상을 여의시고 법은 일승一乘의 실상묘법을 원만히 구족하였습니다. 정각하여 상을 떠난 몸은 원래 법계에 충만하고 적멸무위의 이치는 본래 세간에 상주하는지라 체體는 만 리에 구름 없는 하늘이요, 용用은 천 강에 비치는 달빛입니다. 삼세제불의 도가 같음을 보이고자 이 몸을 나타내시고 일체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을 세웠습니다. 때문에 우러러 무량한 공덕을 희구하여 공경히 청정한 재와 법연을 마련하였습니다. 교법을 크게 드러내고 용상龍象을 불러 모으니 풍번風幡이 멀리 날리고 보개寶蓋가 휘날려 작은 마음으로 슬프게 부처님의 모습을 우러릅니다.
바라오니 여러 부처님께서는 빛을 드리워 영가의 장혹障惑을 비추어 깨뜨리시고, 정법이 세상에 머무르게 하여 말법의 미혹된 길을 열어 깨우치소서. 또 원하오니 먼저 돌아가신 구족九族이 함께 극락세계로 돌아가게 하시고, 십류十類133)의 고혼들이 모두 피안에 오르게 하소서. 오직 삼보의 자존慈尊이 함께 증명해 주시기를 원하옵니다.
화담華潭에게 답하다(答華潭書)
수암修庵이 왕래할 때에 그대의 편지를 받고 겸하여 은혜로운 선물까지 얻으니 그대가 돌보고 사랑하는 것을 알았다. 이른바 사랑이라는 것은 생사의 근본이다. 그러나 이른바 부처님을 사랑하고 법을 사랑하며 부모를 사랑하고 사우師友를 사랑하는 것은 정성에서 나와 도에 가깝다. 그대가 나를 아끼는 사랑도 또한 정성에서 나오고 도에 가까우니 이것은 인간의 정애의 사랑이 아닌 것이라 어찌 도에 해롭겠는가.

010_0476_a_01L是以水陸無遮設判齋者謹備香燈
010_0476_a_02L茶果伊蒲醍醐珠幡寶盖雲臺月殿
010_0476_a_03L奉獻于三身四智眞如佛寶五敎八藏
010_0476_a_04L甚深法寶十地三賢淸淨僧寶
右伏
010_0476_a_05L以佛者成最正覺離一切相法者
010_0476_a_06L滿一乘實相妙法正覺離相之1) [1]
010_0476_a_07L來充滿於法界寂滅無爲之理本自常
010_0476_a_08L住於世間體乃萬里無雲之天用則千
010_0476_a_09L江有水之月示道同三世諸佛故現是
010_0476_a_10L爲利益一切衆生故設此法是故
010_0476_a_11L仰希無量功德虔設淨齋法筵弘顯敎
010_0476_a_12L召會龍象風幡散逈寶蓋飛揚
010_0476_a_13L心悽愴瞻望聖格
伏乞諸佛流光
010_0476_a_14L破仙靈之障惑正法住世開悟末法之
010_0476_a_15L迷輪抑願先亡九族同歸樂邦十類
010_0476_a_16L孤魂咸登彼岸惟願三寶慈尊同垂
010_0476_a_17L證明

010_0476_a_18L

010_0476_a_19L答華潭書

010_0476_a_20L
修庵徃來便得見書諭兼獲惠物
010_0476_a_21L愛可知凡所以愛者生死之本然所
010_0476_a_22L謂愛佛愛法愛父母愛師友之愛出乎
010_0476_a_23L誠而近於道也仁之愛我之愛亦出於
010_0476_a_24L誠而近於道也此非人間情愛之愛也

010_0476_b_01L요사이 부모님 모시고 생활하며 정진에 간단이 없는가. 대저 뜻을 세우고 행동을 절제하는 것은 그대가 일상생활에서 익숙히 익혀 떳떳하게 행하는 것이니 다시 무엇을 말하겠는가. 나는 백발만 남아 줄곧 어둡고 심난할 뿐이니 어찌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다만 그대가 건당建幢한 후로는 스스로 발을 뻗고 잘 수 있다고 여겨서 애써 마음을 너그럽게 하여 날을 보낸다.
이제 내가 이 행차를 하는 것은 부모의 선산이 해서海西의 재령載寧에 있고 나의 형제도 나이가 거의 팔순에 가까운데 부모의 선산에서 천리 밖에 떨어져 있어 내가 아직 살아 있을 때 분묘 아래에 가서 뵙고 영결하고 돌아올 계획이다. 이제 그대와 반갑게 서로 만나 한 열흘 즐겁게 지내려고 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다만 늙은이의 발이 돌길을 높이 오르는 것을 꺼려 곧바로 먼 길을 나서 방문하지 못하겠으니 참으로 슬프도다. 다만 마음이 계합하면 천리 먼 길에서도 서로 비추니 하필 형해의 일에 구속되겠는가. 늙은이가 돌아올 때는 아마도 국화 피는 가을이나 될 것이니 그때에 혹 볼 수 있을는지 그러나 확정할 수는 없도다.
영허에게 답하다(答映虛書)
거듭 편지를 받고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끝이 없노라. 아마도 도량에 앉아서 오는 학인들을 접대하여 교화의 도가 없지 않아 바쁜 와중에도 칩거하고 있는 병든 늙은이를 버리지 아니하니 평상시의 헌헌한 기색을 알리로다.
오늘 들으니 그대가 종정宗正의 책임을 맡았다고 하였다. 설산은 바로 선사이신 쌍명雙明(함월, 완월)의 도량인데 백년 후에 그대가 거듭 빛을 더하니 공문空門 중에 영화로운 일이 없지 않도다. 나는 나이가 구순에 가까워 곧 죽게 될 몸으로 도량에 가서 그대가 쌍명이 남기신 빛을 더욱 펼치는 것을 볼 수 없게 되니 한한들 어찌하겠는가.

010_0476_b_01L何妨乎道也未知伊來彩侍中精進
010_0476_b_02L無間斷耶夫立志節行仁之日用習熟
010_0476_b_03L之常行復夫何言老漢白髮餘緖
010_0476_b_04L味昏憒而已何足叙及但得仁之建
010_0476_b_05L幢後自以爲展脚睡矣强自寛懷度日
010_0476_b_06L
方今老漢作此行父母墳山在海
010_0476_b_07L西載寧地而我之兄弟年近八旬
010_0476_b_08L離父母丘壠在千里之外而此身猶存
010_0476_b_09L故徃拜墳墓之下永辭歸來爲計耳
010_0476_b_10L今乃非不欲與仁一笑相見而作十日
010_0476_b_11L之樂也但老脚畏於石路登高直徃長
010_0476_b_12L不能相訪不勝悵然但心契則千
010_0476_b_13L里相照何必拘滯於形骸之事也老夫
010_0476_b_14L之歸期應在於菊秋也當其時或得
010_0476_b_15L相見耶亦未可定也

010_0476_b_16L

010_0476_b_17L答映虛書

010_0476_b_18L
再承叙及欣謝無已應是坐道場
010_0476_b_19L對方來不無化道紛忙其中不棄蟄
010_0476_b_20L伏病老可知其平昔軒軒氣色也即聞
010_0476_b_21L化儀帶宗正之任雪山乃先師雙明道
010_0476_b_22L百歲之後仁者重增光明空門中
010_0476_b_23L不無榮華事也損友年近九旬朝暮且
010_0476_b_24L不能徃詣道場得見吾仁重光雙明

010_0476_c_01L첩첩한 산수도 또한 인연의 업이 이어지지 않은 것이 없으니 어찌하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을 것인가. 그러나 이른바 마음이 통하면 법도 두루 하는 것이니 어찌 꼭 성색聲色 가운데에 매이겠는가. 또한 때때로 깨우쳐 주는 문자를 보니 평생의 의기가 완연히 눈앞에 있는 듯하여 직접 만나 안색을 마주하는 것보다 더 나으니 그대도 또한 내 마음을 알아줄지어다. 나머지는 다 쓰지 못한다.
영허에게 주다(贈映虛書)
옛말에 이르기를 마음이 계합하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침저녁으로 만나는 것과 같다고 하지만 실은 가까이 마주해 강개하여 마음을 논하는 것만 못하다. 나와 그대는 마음을 아는 벗이지만 항상 아침저녁으로 만날 줄 알지 못하고 멀리 그리워하는 마음만 있으니 단지 마음만 계합하고 만나지 못하는 것은 한 번 얼굴을 보는 것만 같지 못함을 참으로 알겠다. 요즈음 강론하는 생활이 맑고 좋으며 또한 크게 정진하여 높은 경지에 오른 곳이 있느냐.
요사이 광응전光膺殿에서 염향拈香의 책임을 맡았다더니, 부처님께 축원하는 겨를에 어찌 자기의 영험함을 그윽이 더하는 일이 없겠는가. 그러나 그대의 분수로는 안색과 근력이 강건할 때에 미쳐 신명을 아끼지 아니하고 실지 공부를 지어야만 평생에 참학參學하는 뜻과 발원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니 어찌 광응전 가운데서 자기 일을 없애리오. 그대를 위하여 매우 탄식하는 바다. 그대는 매인 일이 있어서 막연히 산에 들어올 기약이 없고, 나는 노쇠하여 또한 서울 갈 기약도 없으니 한곳에서 함께 만나 모습을 보는 것을 어찌 도모할 수 있겠는가. 슬픔을 가누지 못하겠다.
또 한 가지 이야기는 휘輝 장로가 함咸 스님을 위하여 건당建幢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게송과 글을 지어서 보내려고 하니 그대의 뜻은 어떠한가. 모름지기 권도의 지혜를 크게 써서 기쁜 마음으로 도와서 알리기를 바라노라. 갖추지 못한다.

010_0476_c_01L餘輝恨之莫及重山疊水亦不無緣
010_0476_c_02L業所繼安得有承顏接辭爲時也然所
010_0476_c_03L謂心通則法遍何須累累於聲色之中
010_0476_c_04L且時閱示誨文字平生意飛完然
010_0476_c_05L在前獨勝於形器態色之相對也仁亦
010_0476_c_06L如是知音也餘不宣

010_0476_c_07L

010_0476_c_08L贈映虛書

010_0476_c_09L
古云心契則2)宵壞 [2] 共處朝暮遇也
010_0476_c_10L不如肩 [14] 毛撕結慷慨論心也儂與子
010_0476_c_11L謂知心也常不知朝暮遇而猶有憶遠
010_0476_c_12L之心則固知但心契而不見寶不如一
010_0476_c_13L見顏色也未審伊來講履淸瑟而亦
010_0476_c_14L有大精進超昇處否近聞爲光膺殿拈
010_0476_c_15L香之任祝聖之暇豈可無冥加自己之
010_0476_c_16L靈驗也然君之分上趨色力强健之時
010_0476_c_17L不惜身命做得實地上工夫不孤負平
010_0476_c_18L生叅學之志願也何乃光膺殿中消却
010_0476_c_19L自己事耶不勝爲君發嘆也君有拘牽
010_0476_c_20L之事邈然無入山之期儂老衰亦無
010_0476_c_21L向洛之期則同會一處得見顏色
010_0476_c_22L可圖得哉不勝悵然又有一說焉
010_0476_c_23L長老欲爲咸師有建幢之計故作偈文
010_0476_c_24L送之君之意如何也須大用權智
010_0476_c_25L「耳」疑「身」{編}「宵壞」疑「霄壞」{編}

010_0477_a_01L
역산에게 주다(與櫟山書)
그대가 보내 준 몇 번의 편지를 상자의 여러 편지 가운데에 깊이 보관하였다가 깜박 잊고 기억하지 못하였다. 또 믿을 만한 인편이 없어서 답장을 하지 못하였으니 구십 늙은이를 허물하지 말기를 바라노라. 요즈음 가뭄이 심한데 연하煙霞와 같은 도인의 풍모가 헌앙軒昻하고 용모와 위의도 자재自在하고 느긋하며 도량의 학중들도 열심히 수행 정진하는지 모르겠구나. 참으로 그리운 마음 간절하다. 늙은 나는 항상 병들어 침상에 누워있으니 나머지는 말할 것이 없다.
용건인즉, 전일에 일러 준 선사의 제위祭位에 들어갈 재물은 진실로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이곳에 문정門庭도 적막하고 쓸쓸하기만 하다. 그대가 이른 “목암牧巖과 형파荊坡 두 늙은이도 뒤를 이을 제자가 없다.”고 한 말도 또한 늙고 병든 내가 알 바가 아니다. 오직 우리들 몇 사람뿐이요, 또한 모두 가난한 중들뿐이다. 다만 영암靈巖 한 사람만 살림이 넉넉하다고 하지만 어찌 혼자 힘으로 주선할 수 있겠는가. 겨우 돈 일곱 냥을 거두어서 보내 주니 일의 형편을 잘 헤아려 허물하지 말기를 바라노라. 갖추지 못하노라.
영허에게 주다(與映虛書)
옛날 지혜로운 사람은 문 안에 앉아서도 문밖의 일을 안다고 하지만 삼척동자가 문을 나와서 보는 것만 같지 못하다. 나와 그대는 비록 마음을 알고 도가 합치되니 아침저녁으로 만난다고 이를 만하되 도리어 얼굴을 마주하여 대화를 나누며 열흘간의 즐거움을 짓는 것만 못하다. 요즘 봄날이 늘 조화롭지 못한데 강론하는 생활이 맑고 좋으며 자리自利·이타利他의 행문行門에도 방편을 잘 쓰는지 모르겠구나. 멀리서 그리워하는 마음이 참으로 간절하다.
나는 부질없이 늙어 죽지도 아니하여 남에게 미움만 사니 참으로 슬플 뿐이다.

010_0477_a_01L喜助揚焉不具

010_0477_a_02L

010_0477_a_03L與櫟山書

010_0477_a_04L
仁之二三番書誨深藏於篋笥雜簡中
010_0477_a_05L忘失不得記憶亦無信便未修覆疏
010_0477_a_06L九旬老漢幸勿爲咎也未審伊來旱
010_0477_a_07L烟霞道貌軒昻容儀自在優遊否
010_0477_a_08L道場學衆如龍起雲奔否爲至戀慕矣
010_0477_a_09L老漢常未免摩詰一床餘無足道也
010_0477_a_10L前日所誨先師祭位之資非不誠念也
010_0477_a_11L此處門庭落落疎然所謂牧巖與荆坡
010_0477_a_12L二老無有後徒亦非老病者所知也
010_0477_a_13L惟有吾儕數人而已亦皆淸寒之客也
010_0477_a_14L惟靈巖一人世事饒足云豈能獨力周
010_0477_a_15L旋乎僅以收合文七兩送呈願諒此事
010_0477_a_16L勿以爲過也不具

010_0477_a_17L

010_0477_a_18L與映虛書

010_0477_a_19L
古之智人在門內坐知門外事不如
010_0477_a_20L三尺童子出門而見儂與仁雖知心
010_0477_a_21L契道可謂朝暮遇者反不如承顏接辭
010_0477_a_22L爲十日之樂也已即未審春日常不調
010_0477_a_23L講履淸康二利行門善用方便耶
010_0477_a_24L溯良切老漢空爲黃耉不死爲人見憎

010_0477_b_01L다만 생각해 보니 그대와 이별한 지 지금까지 몇 년이 되었는가. 이같이 나의 쇠퇴한 모습을 보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대의 헌헌한 풍모와 자태도 또한 늙었으리라. 만약 서로 만나게 된다면 또한 한편으론 웃고 한편으론 슬프리라. 그대는 학인을 접하느라 겨를이 없고, 나는 병세가 좋지 않으니, 어느 날 어느 때에 만날 수 있겠는가. 슬픔을 가누지 못하노라.
이곳의 인원麟原 스님이 의심을 받은 일은 한 번 그대의 편지를 보고 나니 불을 비추는 것처럼 명백하여 문득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나의 집안 형은 나이가 90이 되어 영아처럼 전혀 분별을 하지 못하나, 또한 병고가 없으니 장수할 징조이다. 수덕사修德寺의 기허騎虛 스님은 병고가 심해져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다고 한다. 영해嶺海 밖에 문득 소식이 막혀서 지금까지 생사를 알지 못하니 근심스럽고 괴롭다. 나머지는 묵묵히 헤아리라. 이만 줄인다.
역산에게 주다(與櫟山書)
세상 사람의 거처는 각각 인연 있는 곳을 따라 나눠지니 그대와 내가 남북으로 멀리 이별한 지 지금까지 몇 년인가. 나는 이제 노쇠하여 정신이 어두우니 어제의 일도 오늘 기억을 못한다. 옛날 멀리 이별할 때를 생각하여 보니 꿈에 취하여 깨어나지 않는 것 같고 또 전생의 일과 같으니 무상한 인연의 업을 어찌 말할 것이 있겠는가. 항상 북쪽에서 온 자의 말을 들으니 그대의 도학이 고명하여 선대의 조사이신 쌍명이 남긴 빛을 이었다고 하니 공경히 축하하노라.
나는 외롭고 노쇠하여 몸뚱이만 남아 세상에서 고생하는 일만 지연하고 있는 것이 스스로 가증스러울 뿐이니 나머지는 말할 것이 있겠는가. 피차의 단심丹心이 멀리서나마 하나가 된다면 누추한 몸이야 멀리 떨어져 있은들 무엇이 한스럽겠는가. 돌아오는 인편에 가르침을 준다면, 모습을 마주하고 이야기는 함께하지 못하나

010_0477_b_01L良可悲夫第念與仁相別不知幾年於
010_0477_b_02L此也 [15] 此衰耗若是還想仁之軒軒
010_0477_b_03L風姿亦應蒼古矣若得相見亦爲一
010_0477_b_04L笑一悲矣仁接人無暇老漢病勢無聊
010_0477_b_05L何日何時得見乎哉不勝忡悵耳此處
010_0477_b_06L麟原師疑被之事一見仁之書明白
010_0477_b_07L如燭照恍然覺非也家兄年當九旬
010_0477_b_08L一無分別如嬰兒而亦無病苦壽考之
010_0477_b_09L徵也德寺騎虛沉緬 [16] 病苦幾爲死境
010_0477_b_10L云云而嶺海之表音信頓阻故至今
010_0477_b_11L不知其生死也未嘗不憂惱也餘緖默
010_0477_b_12L會而已不具

010_0477_b_13L

010_0477_b_14L與櫟山書

010_0477_b_15L
世人之居處各隨緣土之別仁與愚
010_0477_b_16L南北遠別今幾年於此愚今衰耗
010_0477_b_17L神昏眛昨日之事今日未能記憶
010_0477_b_18L思昔年遠別之時如醉夢未醒又若前
010_0477_b_19L生之事無常緣業何足道哉每聞北
010_0477_b_20L來者言仁之道學高明能繼先祖師雙
010_0477_b_21L明之留光欽賀不已也愚惸獨衰朽
010_0477_b_22L自憎形骸遲延在世苦生之事餘無
010_0477_b_23L足道彼此丹心遠契沕合何恨乎形
010_0477_b_24L陋之遠離哉回便垂誨雖未得承顏接

010_0477_c_01L그대의 마음을 기쁘게 볼 수 있을 것이니 하필 남군南郡의 방사원龐士元134)같이 2천 리 먼 길을 가서 사마덕조司馬德操135)에게 문후하겠는가. 지기知己 간에 서로 마음을 비추는 것은 지루한 말에 있지 않노라. 이만 줄이노라.
영허에게 주다(與映虛書)
국상이 나서 다만 임금님 가까이서 항시 시종하는 신민臣民만 궁검弓劍136)을 안고 울 뿐만 아니라 심산궁곡에서 사슴과 이웃한 무리들도 분주히 달리며 슬피 울지 않는 자가 없다. 사은四恩을 갚지 못한 우리들도 부질없이 슬픈 마음이 간절하다.
나는 죽음을 앞둔 사람으로 여전히 살아서 인사를 모두 폐한 지가 오래되었다. 그대의 편지가 뜻밖에 와서 노쇠하여 세상을 싫어하는 가운데서도 촌심을 일깨워 주어 몇 번 기쁘게 읽으니 그대의 높은 위의를 볼 수 있다. 그대의 도량과 영덕令德은 내가 평소에 우러러 흠모하는 바요, 또 학해學解가 고명하여 학인들을 교도한다고 하니 참으로 착하고 착하도다. 멀리 쌍명 도량에서 그대가 주지하여 쌍명이 남기신 빛과 설산의 종풍을 심원하게 다시 진작시킨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경하하노라. 나는 추구芻狗137)와 같이 버림받은 사람이요, 구십의 백발 늙은이로 의지할 곳이 없어 창해의 빈 배처럼 표박하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또 그대가 이르기를 “홀어머니를 받들어 모신다.”고 하니 옛날에 노盧 대사138)가 홀어머니를 모신 것과는 우열이 어떠한고. 성인과 범부가 비록 다르지만 효를 행하는 것은 한가지다. 백년의 광음도 순간에 지나지 아니하니, 그대의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다시 자애로운 모습을 뵙고자 한들 어찌 뵐 수 있겠는가. 효도는 유학에서 백행百行의 근원일 뿐만 아니라 바로 보살의 만행萬行의 으뜸이니, 원컨대 그대는 효도를 극진히 하고 극진히 하라. 그대는 어머니를 모시고 있고, 나는 나이가 늙어서 오고가지 못하니 어찌 손을 잡고 마주할 수 있겠는가. 훗날 연지蓮池의 회상會上에서나 서로 만날 수 있으리라.

010_0477_c_01L亦乃喜見心君也何必如南郡士元
010_0477_c_02L二千里候司馬德操乎知已相照不在
010_0477_c_03L曼辭不具

010_0477_c_04L

010_0477_c_05L與映虛書

010_0477_c_06L
國哀非惟臣民常從輦轂之下者抱弓
010_0477_c_07L劒而泣雖深山窮谷獐鹿與隣之流
010_0477_c_08L孰不奔走悲號也至於吾輩未報四恩
010_0477_c_09L徒切悲懷耳儂近死之物尙存而都
010_0477_c_10L廢人事者久矣吾仁惠問忽至衰朽厭
010_0477_c_11L世之中亦能驚回寸心喜讀數過
010_0477_c_12L見高儀也仁之機量令德儂之素所懷
010_0477_c_13L而又復學解高明敎導方來甚善
010_0477_c_14L甚善遙想雙明道場映虛住持更使
010_0477_c_15L雙明留光雪山宗風穆穆復振爲賀
010_0477_c_16L無量儂棄物芻狗九旬戴白無依漂
010_0477_c_17L如滄海虛舟何足叙及又示云
010_0477_c_18L侍偏母與昔時盧大師偏母優劣如何
010_0477_c_19L聖凡雖殊所以爲孝一也百歲光陰
010_0477_c_20L一彈指頃賢母百歲之後復欲見慈氏
010_0477_c_21L面目安可得乎孝者非徒儒門百行
010_0477_c_22L之源乃是菩薩萬行之元願吾仁盡孝
010_0477_c_23L盡孝焉仁在侍下吾年迫桑楡
010_0477_c_24L徃莫來何得握手相對乎哉他日蓮池

010_0478_a_01L
나머지는 눈이 어지럽고 손이 떨려 다 말하지 못하니 밝게 살펴 주기를 바라노라.
영허에게 주다(與映虛書)
이때가 이와 같이 괴로우니 자신의 괴로움은 분수를 알고 달게 받아들이지만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기한飢寒에 쫓겨 구덩이와 도랑에 떨어져서 죽으니 차마 보고 듣지 못하겠노라. 영허 그대도 나와 같은 생각이리라. 원컨대 그대는 법희와 선열로써 스스로를 위로하도록 하라.
이제 여기 보내는 책자에는 천고에 맑고 쟁쟁한 말의 요점만 추렸으니 익숙히 보고 이해하여 그대의 혀뿌리로 옮긴다면 또한 널리 듣고 많이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그대에게 무언無言으로써 권면해야 하는데, 이제 많은 말로써 그대의 마음을 침식하니 매우 옳지 않다. 그러나 유언有言으로써 무언에 이르면 어찌 방해됨이 있겠는가. 옛날의 성현은 “단표누항簞瓢陋巷으로도139)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는다.”고 하셨으니, 혹 때때로 주리고 피곤하더라도 옛 자취를 보는 것을 그치지 말지어다. 가을을 맞아 혹 방문할 겨를이 있을 듯하나 세상일이란 잘 어그러지니 어찌 기약할 수 있겠는가. 다시 바라건대 마음에 신주神呪를 지녀서 스스로를 잘 보호하도록 하라.
역산을 위로하는 편지(慰櫟山疏)
불초한 지탁知濯은 머리를 조아리고 말하노라.
뜻밖의 흉변은 승문僧門의 불행한 일로 먼저 대화상께서 세상을 떠나 적멸에 드셨다는 부고를 받잡고 놀라고 슬퍼하는 마음이 그치지 않노라. 생각건대 효심이 극진하여 사모하고 애통해 하는 마음을 어찌 견디며 지내는지. 세월이 흘러 어느덧 수개월이 흘렀으니 애통하고 망극한 마음은 어떠하며, 우환을 겪은 뒤로 기력은 어떠한지. 다만 바라노니 애써 소식蔬食을 더하여 예제禮制를 굽혀 따르도록 하게. 나는 노쇠하고 어두워서

010_0478_a_01L會上相見也麽餘眼花手戰不能盡言
010_0478_a_02L姑惟照亮

010_0478_a_03L

010_0478_a_04L與映虛書

010_0478_a_05L
是時如是苦至於自苦知分甘受
010_0478_a_06L間人生多爲飢寒所逼顚死溝壑
010_0478_a_07L忍見不忍聞也遙想映虛堂仁亦如
010_0478_a_08L我思也願仁以法喜禪悅自慰也此去
010_0478_a_09L册子撮要千古蕭瑟鏘鏘之言熟覽領
010_0478_a_10L移來仁者舌根上亦足爲博聞多
010_0478_a_11L知也我於仁可以無言相勸今以多
010_0478_a_12L蠱蝕方寸甚爲不可然以有言
010_0478_a_13L於無言有何妨也古云 [17] 賢聖以單瓢
010_0478_a_14L陋巷不改其樂或有時飢困不輟覽
010_0478_a_15L古也當秋或可有相訪之暇世事蹉跎
010_0478_a_16L安可定也更望心持神呪善爲自護焉

010_0478_a_17L

010_0478_a_18L慰櫟山疏

010_0478_a_19L
不肖知濯頓首言不意凶變僧門不幸
010_0478_a_20L先大和尙順世歸寂承計驚悼不能已
010_0478_a_21L恭惟孝心純至思慕號絕何可堪
010_0478_a_22L日月流邁忽經數月哀痛奈何
010_0478_a_23L極奈何不審自罹憂苦氣力何似
010_0478_a_24L冀强加蔬食俯從禮制某衰耗昏倒

010_0478_b_01L조문할 길이 없으니 그대의 근심에 대해서 슬픔만 더할 뿐이로다.
다만 생각하니 지난해 봄에 그대가 먼저 스승님을 회갑연에서 뵙고 헌수獻壽한 이후에 금강산으로 들어와 나를 방문했다가 곧 산에 돌아가 불행한 일을 만났으니 이 또한 한스러운 일이다. 또 7재로부터 100재에 이르기까지 각각 예를 다 이루었다고 하니 장례를 행하고 추모의 제사를 지내는 것이 가히 은혜를 알고 보답하였다고 이를 만하다. 나는 죽을 날이 또한 멀지 않아 그대와 운수雲水 사이에서 함께 만나 10일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쉽게 얻지 못할 듯하니 슬픔을 가누지 못하겠노라. 삼가 위로의 편지를 올린다. 갖추지 못하노라.
역산에게 주다(與櫟山書)
저번에 그대의 당에 올랐을 때 그대가 나에게 향기로운 맛의 음식을 먹여 주니 이제 혀뿌리에 향기로운 맛을 알지 못하고 담박한 맛만 감돌뿐이다. 또한 나에게 넓은 도량과 맑은 지조를 보여 주니 이제껏 나의 뜻으로 회상하고 눈을 씻으며 탄식하지 않음이 없노라. 이로 말미암아 보건대 일미一味가 오미五味보다 나음을 알 수 있도다. 광응전光膺殿에서 향을 사르며 임금님의 장수를 축원한다고 하니 그대의 공부가 『법화경』 중에 「수량품壽量品」의 진결眞訣을 묵묵히 이해하였느냐. 이른바 “이 깊은 마음으로 진찰을 받드는 것, 이것을 일러 국은을 보답하는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다만 생각하니 나는 도솔산에 은거하고 그대는 현재 미륵봉 아래에 있으니 도솔은 의보依報140)요, 미륵은 정보正報141)이며, 화악은 색상色相이요, 역산은 공성空性이다. 의보와 정보는 일체이고, 공성과 색상은 둘이 아니어서 의·정·공·색이 모두 묘명진심妙明眞心 가운데서 나타나는 사물이니, 이것이 일미가 오미보다 나은 까닭이다. 그대가 임금님을 축원하는 겨를에 능히 독서하는가. 독서한 연후에야 임금님을 축원하는 뜻을 알 것이다. 임금님을 축원하는 뜻으로 진찰塵刹을 받들어야 할 것이니,

010_0478_b_01L末由賵吊其於憂戀悲懷增深第念
010_0478_b_02L去春先謁恩室回甲獻壽而後入金剛
010_0478_b_03L訪我即以歸山遭其不幸是亦稍除
010_0478_b_04L遺恨也又能自七齋至百齋各成盡禮
010_0478_b_05L送死追薦可謂知恩報恩者也
010_0478_b_06L肖薪盡火滅之日亦不遠與吾仁同會
010_0478_b_07L於雲水之間成十日之樂不可易得也
010_0478_b_08L不勝忡悵謹奉疏不宣

010_0478_b_09L

010_0478_b_10L與櫟山書

010_0478_b_11L
向登吾君之堂君食我以其香味飮食
010_0478_b_12L至今舌根上不識香味惟知淡味而已
010_0478_b_13L至於示我以其推量淸操至今我意根
010_0478_b_14L未嘗不回想拭靑而嘆也由此觀之
010_0478_b_15L一味勝於五味可知也切惟光膺殿上
010_0478_b_16L爇香祝聖壽工夫默會於法華經中壽
010_0478_b_17L量品眞訣耶所謂將此深心奉塵刹
010_0478_b_18L則名爲報國恩也第念我隱於兜率山
010_0478_b_19L君現在彌勒峯下兜率依報也
010_0478_b_20L正報也華嶽色相也櫟山空性
010_0478_b_21L依正一體空色不二也依正空色
010_0478_b_22L咸是妙明眞心中所現物也此所以一
010_0478_b_23L味勝於五味也君祝聖之暇能讀書否
010_0478_b_24L讀書然後知祝聖之意也祝聖之意奉

010_0478_c_01L진찰을 받드는 뜻은 독서가 아니면 어찌 깨칠 수 있겠느냐. 그대는 독서할 때에 사슴을 쫓는142) 학습을 배우지 말고, 여룡驪龍의 구슬을 탐색하는143) 높은 솜씨를 얻어야 할 것이니 사슴을 쫓는 학습은 이른바 언어를 파는 것이요, 여룡의 구슬을 더듬는 솜씨는 이른바 오묘한 뜻을 곧바로 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회암朱晦菴144) 선생이 이르기를 “흉중에 한 자의 세속의 언어도 두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고 근세에도 수관水觀145) 거사가 말하기를 “독서를 잘하는 자는 흉중에 전혀 한 글자도 없다.”고 하니 모두 이 뜻이다. 이와 같이 독서한 연후에야 진찰을 받드는 뜻을 깨우칠 수 있는 것이다.
문장을 짓는 데 이르러서도 수습하고 조탁彫琢하는 것을 일삼지 말고 곧바로 천기天機를 유출하여 무릇 붓끝에 살아 있는 뜻이 넘쳐서 노룡老龍이 구름을 토하듯이 하고 배우가 괴뢰傀儡를 희롱하듯이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원컨대 그대가 성현의 묘결妙訣의 살아 있는 뜻을 읽는다면 자연히 세간의 큰 솜씨를 이룰 것이니 힘쓸지어다.
영평 박 처사 편으로 선장禪杖을 봉송하니 받아들이겠는가. 임제臨濟146)는 꺾어 버렸고 태고太古147)는 끌고 다녔으니 부러뜨린 것은 본분의 주장자요, 끌고 다녔던 것은 신훈新薰의 주장자다. 이제 그대는 꺾겠느냐, 끌고 다니겠느냐. 꺾지 않아도 끌지 않아도 한 주장자이다.
여기에서 봉송하는 시평詩評 한 권은 해서海西의 능허凌虛 화상의 친필로 진월당眞月堂께서 주신 것이니 그대가 베껴 쓴 후에 곧 나에게 돌려주라. 이것도 세속의 언어이긴 하지만 한 번 읽지 않을 수 없는 글이다. 이 글은 시인詩人으로 하여금 속인의 눈의 결막을 걷어 줄 것이다. 그대가 본다면 거의 고금 시인의 체제와 격식을 이해하여 소순蔬筍의 솜씨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니 숙독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머지 이야기는 다만 묵묵히 마음을 비추어 서로 계합하기를 바라노라.
기봉에게 올림(上奇峯書)

010_0478_c_01L塵刹奉塵刹之意非讀書安能悟也
010_0478_c_02L君讀書莫學逐鹿之下習而可得探驪
010_0478_c_03L之高手也逐鹿之習所謂販言語也
010_0478_c_04L探驪之手所謂直取妙義也故朱晦菴
010_0478_c_05L先生云胷中不可着一字世俗言語
010_0478_c_06L世水觀居士曰善讀書者胸中都無一
010_0478_c_07L皆此意也如是讀書然後可以悟
010_0478_c_08L得奉塵刹也至於制作文章不事收拾
010_0478_c_09L雕琢直用天機流出凡筆端下活意
010_0478_c_10L如老龍吐雲非倡優弄儡也願君讀得
010_0478_c_11L賢聖妙訣生活之意自然成世間上大
010_0478_c_12L手段矣勉乎哉永平朴處土便封送
010_0478_c_13L禪杖矣受用否臨濟折却了太古拖
010_0478_c_14L將來折却來本分柱杖也拖將來
010_0478_c_15L熏柱杖也今君折耶拖耶非折非拖
010_0478_c_16L一條柱杖也此封送詩評一卷海西凌
010_0478_c_17L虛和尙手筆眞月堂所授之物君謄書
010_0478_c_18L即還完於我此亦世俗言語然不
010_0478_c_19L可不一覽之文也此文字可以使詩人
010_0478_c_20L能括俗膜也君若覽之庶幾會得古今
010_0478_c_21L詩人之體格而能免蔬筍之手段矣
010_0478_c_22L覽之可矣餘只在默照相契矣

010_0478_c_23L

010_0478_c_24L上奇峯書

010_0479_a_01L
법음法音을 듣지 못한 채 수개월을 엄벙덤벙 보내니 정히 그리워하고 우러르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요사이 복더위에 금석이 녹아 흐르는 듯한데 스님께서는 청정하고 건강하며 좋으신지요. 간절히 사모하는 마음을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아우 지탁은 예전처럼 옛 그루터기를 지키고 있으니 다행스러움을 어찌 말로 다 하겠습니까.
다만 아뢸 것은 형과 저는 모두 늘그막이라 마땅히 높은 산, 그윽한 골짜기 가운데서 침묵하고 자취를 은둔하여 여생을 마치면서 자가自家의 본분사本分事를 부지런히 닦아야 할 것이거늘 어찌 어지러운 성색聲色 사이에 침몰하겠습니까.
저는 근래에 십여 년간을 은거하여 편안히 살 곳을 구하여 찾다가 근일에야 비로소 가평현嘉平縣 광악산廣嶽山에서 복지福地를 얻었습니다. 이 땅의 기운과 형세는 높고 밝으며 신령하고 깊어서 천지가 개벽한 후에 오늘에 이르기까지 몇 천만억 년이 흘렀는데 유독 이 한 조각의 복지만 귀신이 감추고 보호하여 예전에 옥룡자玉龍子148)와 무학無學 대사와 성지聖智149) 스님 등도 발견하지 못했거늘 이제 문득 저의 때 묻은 육안에 나타나니 무릇 사물이란 각각 주인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요, 사물이 때를 기다려서 그러한 것일까요. 우리나라 삼천리 내에 수많은 명산과 선찰과 복지가 있지만 오대신악五大神嶽과 삼대선주三大仙洲와 36개의 동천洞天도 고하의 등급을 통론해 보면 이제 얻은 터에 미치지 못합니다. 저의 말은 비록 지나치게 칭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지나친 칭찬이 아닙니다. 이 땅의 기세와 기상은 신령하고 깊으며 높고 밝아서 붓으로 다 쓸 수 없고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형께서 전일에 늘그막에 안거할 곳을 찾는다는 것을 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사람을 보내어 형에게 알려서 저와 함께 힘을 합쳐 암자를 짓고 함께 은거하며 즐긴다면 그 맑은 복을 무엇과 견주겠습니까. 게다가 서울에서 멀지 않은데도 감추어져 드러나지 않아

010_0479_a_01L
不聆法音因循數月政深懷仰伏未
010_0479_a_02L審即玆庚炎金石欲流大法駕淸淨
010_0479_a_03L康吉伏慕區區無任之至弟知濯守株
010_0479_a_04L如昨伏幸何喩第白兄與弟俱是老
010_0479_a_05L當括囊遁跡於高岑幽壑之中以終
010_0479_a_06L餘生而亦得勤修自家本分事也豈可
010_0479_a_07L沉沒於擾擾聲色之間耶弟邇來十餘
010_0479_a_08L年間求覔隱居安巢之地近日始得福
010_0479_a_09L地於嘉平縣廣嶽山中此地氣勢高明
010_0479_a_10L靈邃天開地闢後至今不知幾千萬億
010_0479_a_11L年之久而猶獨此一片福地鬼藏神秘
010_0479_a_12L而向使玉龍子無學聖智等所不能發
010_0479_a_13L而今忽發現於弟之肉眼塵眸則凡物
010_0479_a_14L各有主而然耶物能待時而然耶環東
010_0479_a_15L土三千里之內幾所名山幾所禪刹
010_0479_a_16L幾所福地而五大神嶽三大仙洲
010_0479_a_17L十六洞天統論高下品第皆悉不及於
010_0479_a_18L今所得之地也弟之言雖若過讃
010_0479_a_19L實非過讃也此地之氣勢精神靈邃高
010_0479_a_20L筆不能盡書言不能盡道也大兄
010_0479_a_21L前日似有求覔晩年安居之土弟已聞
010_0479_a_22L知矣故今專人徃告兄可與弟同力造
010_0479_a_23L而同隱逸樂則其爲淸福孰與比
010_0479_a_24L況且去京不遠而其爲秘藏不露

010_0479_b_01L사람이 알지 못하고 귀신도 엿보지 못하는 것이 이 땅보다 더한 곳이 없습니다. 또한 입고 먹는 생활에도 이로워서 우리 동방의 선암禪庵 중에 제일이니 형은 흘려듣고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 곳에 양반이라고 이른 자가 큰 집안이라 칭하고 이곳이 명당이라는 것을 듣고는 빼앗으려고 합니다. 산승의 형세로는 대항하여 다툴 수가 없으니, 나라의 기도하는 곳이라고 이름 붙인 연후에야 저 양반의 끝없는 욕심150)을 억누를 수 있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형께서 특별히 뜻을 내시고 잘 지휘하여 이 천하의 명당을 양반 집안에 뺏기지 않게 한다면 비단 저와 형의 복일 뿐만 아니라 또한 온 나라의 복이 될 것이니 형은 깊이 생각하여 도모하여 주십시오. 나머지 여러 가지 저의 마음은 글로 다 쓰지 못하니, 지혜로운 눈으로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역산에게 주다(與櫟山書)
오늘 들으니 그대(甁錫)151)가 설산에서 남쪽 수락산으로 왔다고 하니 여름에는 청량산, 겨울에는 남악南嶽(지리산)에서 지내는 유풍이 아니겠는가. 요사이 추운데 연하煙霞 같은 도인의 풍모가 언제나 고명高明하고, 교화하는 인연도 자유로운지 모르겠네. 그리움이 그치지 않노라.
나는 노쇠한 모습으로 세상의 맛도 싫으니 번거롭게 말할 것이 없다. 멀리 내원內院152) 도량을 전보다 갑절 중흥하고 그대에게 청하여 크게 법연法筵을 연다고 하니, 노승이 기쁜 마음으로 가서 참여하여 반두라변의 옛일을 본받고자 하였으나153) 마침 작은 일이 있어 공교롭게 어기게 되어 뜻을 이루지 못하니 깊이 탄식할 뿐이로다.
저번 편지에서 부탁한 것은 그대의 선사를 위한 정성된 뜻이어서 간절히 가르침에 부응하고자 하였으나 이곳 설산에 문도들이 얼마 있지 않아 우리 두세 사람만 외롭게 남아 있다.

010_0479_b_01L人不知鬼不見莫過於此地也亦爲
010_0479_b_02L利於衣食之節我東方禪庵中爲第一
010_0479_b_03L [18] 兄不可任聽而失也然而有一處
010_0479_b_04L兩班爲名者稱大家而得聞此地之爲
010_0479_b_05L明堂深欲奪之則若以山僧之形勢
010_0479_b_06L不能抗厲爭之也可以稱托於國家祈
010_0479_b_07L禱之所爲名然後抑彼兩班尾閭之欲
010_0479_b_08L伏願大兄別出意思善能指揮
010_0479_b_09L使此天下之大明堂不見失於兩班家
010_0479_b_10L則非但弟與兄之福也亦乃爲一國之
010_0479_b_11L福也兄可深思圖之也餘縷縷情緖
010_0479_b_12L書不能盡伏望以智鑑諒之也

010_0479_b_13L

010_0479_b_14L與櫟山書

010_0479_b_15L
即聞雪山瓶錫南來水落無乃夏淸凉
010_0479_b_16L冬南嶽之遺風耶即未諦寒際烟霞
010_0479_b_17L道範隨處高明化緣自在否傾溯不
010_0479_b_18L老漢衰邁形容世味成憎無足煩
010_0479_b_19L就遙想內院道場倍前興復請公
010_0479_b_20L大開法筵老漢隨喜徃叅彷彿盤頭羅
010_0479_b_21L卞古事適有賤事巧違未遂心懷
010_0479_b_22L自咄嗟而已前書所托吾仁爲先之誠
010_0479_b_23L非不欲眷眷副敎此處雪山門徒
010_0479_b_24L零落無餘惟我二三人孑孑餘存

010_0479_c_01L다만 영암靈庵 한 사람만 세상일을 접하여 처리할 수 있지만, 스스로 이끌리는 일이 있어 번거로움이 많다. 마음이 난마亂麻와 같이 번거로워 잠시라도 순조롭게 뜻을 펼치지 못하니 장차 한가한 틈을 기다려서 마음을 통하고자 한다.
나머지는 여행하는 도중이라 자세한 것은 갖추지 못한다.
영허에게 주다(與映虛書)
숲 속에서 늙어 가다 한 장의 정겨운 편지를 받고 나니 수년간의 울적한 회포가 차츰 풀어진다. 이른바 한 점의 영서靈犀154)는 원래 글과 말 사이에 있지 아니하니 어찌 몸으로 만나고 헤어짐을 논하겠느냐. 요즘 수도하는 모습이 늠름하여 학해學海의 의룡義龍이 되어 찾아오는 학인들을 잘 응접한다고 하니 그 법문의 성대함을 알겠다. 병든 노승은 세상의 일을 돌이켜보고 비로소 꿈 같은 일임을 알았으니 어찌 말할 것이 있겠는가.
다만 설산은 함월涵月·완월玩月 두 선사께서 주석하신 옛 도량인데 그 가르침과 빛이 거의 쇠퇴할 지경을 맞이하여 그대가 능히 선사의 업을 계승하고 가르침을 진작하며 그 빛을 갈고 닦으니 노승이 미처 죽기 전에 그대의 빼어남을 보게 되어 참으로 애지중지하노라. 색력色力이 강건할 때에 미쳐 종문의 일을 드러내 높이고 뜻은 전현前賢의 경지를 본받아 속된 무리의 작은 도를 얻어 만족하는 습관을 두지 아니하니 나는 그대의 곧고 빼어난 기개를 알겠다. 마땅히 대성을 기약하고 속세의 졸렬한 장부가 되지 말라.
금번 국재國齋에는 참여하지 못한다는 뜻을 숙부님께 보내는 편지에서 다 밝혔으니 그리 알라. 이곳은 일상생활에 급박한 일이 없으나 서로 만날 기약이 없으니 어찌 마음이 슬프지 않겠는가. 나머지는 다 말하지 못한다.
영찬影讃

010_0479_c_01L只有靈庵一人雖能接應世事自有牽
010_0479_c_02L挽之事多煩寸心如麻未暫從容叙意
010_0479_c_03L將俟閑隙方欲通情而已餘緖路中旅
010_0479_c_04L累累不盡不具

010_0479_c_05L與映虛書

010_0479_c_06L
垂白林下得一張情翰數年積欝之懷
010_0479_c_07L十分稍解所謂一點靈犀元不在書言
010_0479_c_08L之間也又何論形骸之離合也即審伊
010_0479_c_09L道範凌凌爲學海義龍善接方來
010_0479_c_10L其法門風雷固可知也病老始知却來
010_0479_c_11L觀世間猶如夢中事矣何足相聞也哉
010_0479_c_12L第以雪山乃是兩月師翁古道場也
010_0479_c_13L其風光幾衰之境君能繼其先業振其
010_0479_c_14L磨其光老漢及其未死而見君之
010_0479_c_15L拔萃不勝愛重之也趂色力强健
010_0479_c_16L揚箇事志存放前賢之境不留時流
010_0479_c_17L得小爲足之下習也吾知其爲挻拔之
010_0479_c_18L氣槩也當自期於大成而勿作人世劣
010_0479_c_19L丈夫也今番國齋不得徃叅之意
010_0479_c_20L主書中叙盡矣見知也此無常迫矣
010_0479_c_21L相見難期安得無悵然於心也餘不具

010_0479_c_22L

010_0479_c_23L影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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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산퇴사 이유원 찬橘山退士李裕元讃

如是離相          이와 같이 상을 여의고
終皈於空          마침내 공으로 돌아갔네.
咽琉璃靑          목은 유리같이 푸르고
舌珊瑚紅          혀는 산호처럼 붉구나.
珠毛花面          진주 터럭에 꽃 같은 얼굴
金氣精通          맑은 기가 정묘히 통하네.
是爲華嶽          이것이 화악 선사의 면목이니
化身勝東          동쪽에 화신으로 왔도다.
無經不讀          읽지 않은 경이 없으며
無山不逢          산문을 두루 찾아 참구했네.
彛器隆寶          떳떳한 법기로 삼보 높이고
德塔勤功          덕의 탑으로 공부에 힘썼네.
百靈千祥          온갖 신령과 상서가
衛護琳宮          사찰을 호위하여 감쌌네.
佛者覺也          불은 깨침이란 뜻이니
師起睡中          스님은 꿈에서 깨어나소서.
법상찬法像讃
승련 거사 추사 김정희155) 제勝蓮居士秋史金正喜題

화악華嶽이 진영을 남기려 하지 않자 내가 화악 두 글자를 크게 써서 대신하려 하니 화악이 웃으며 허락하였다. 이제 이 화악의 진영은 화악의 본뜻이 아닌데도 그 문도들이 반드시 모시고자 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일찍이 여래의 전단서상栴檀瑞相156)을 보니, 우전왕優闐王이 조성한 것으로 여래의 모습을 물에 비추어 만들었기 때문에 옷의 무늬가 모두 물결무늬이니 여래의 참모습임이 의심할 바가 없다. 여래께서는 항상 “삼십이상으로 나를 찾으면 나의 제자가 아니다.”라고 하셨다. 그런데도 서상을 우전왕에게 허락하실 땐 조금도 머뭇거리거나 헤아림이 없이 심인을 전하듯이 직절直截하신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것은 바로 8만 4천 방편의 하나요, 또한 이무애理無碍 사무애事無碍이다. 화악의 진영은 곧 하나의 전단서상의 뜻이니 이제 화악의 본뜻이 아니라고 설함도 화악의 본뜻이 아니다.
나는 일찍이 단하丹霞가 목불木佛을 땐157) 일을 크게 우습다고 여겼으니 알지 못하겠다. 이 목불밖에 다시 무슨 진불眞佛이 있느냐. 아! 화악의 진영이여. 달은 시리도록 밝고 꽃은 참으로 붉도다.

010_0480_a_01L橘山退士李裕元讃

010_0480_a_02L
如是離相終皈於空咽琉璃靑

010_0480_a_03L舌珊瑚紅珠毛花面金氣精通

010_0480_a_04L是爲華嶽化身勝東無經不讀

010_0480_a_05L無山不逢彛器隆寶德塔勤功

010_0480_a_06L百靈千祥衛護琳宮佛者覺也

010_0480_a_07L師起睡中

010_0480_a_08L

010_0480_a_09L法像讃

010_0480_a_10L勝蓮居士秋史金正喜題

010_0480_a_11L
華嶽不欲留影余爲作華嶽二大字以
010_0480_a_12L代影華嶽笑而許之今此華嶽之影
010_0480_a_13L非華嶽之本意其門徒必欲留影何哉
010_0480_a_14L余甞見如來栴檀瑞相即優闐王所造
010_0480_a_15L如來照影於水而爲之故衣紋皆作水
010_0480_a_16L其爲如來眞相無疑如來常以爲三
010_0480_a_17L十二相覔我非我弟子也然而以瑞相
010_0480_a_18L許優闐王小無擬議商量直截如心印
010_0480_a_19L之相傳何哉此是八萬四千方便之一
010_0480_a_20L亦理無礙事無碍耳華嶽之影即一
010_0480_a_21L栴檀瑞相之義今以非華嶽本意爲說
010_0480_a_22L亦非華嶽本意余甞以爲丹霞燒木佛
010_0480_a_23L大是可笑未知此木佛之外更有何眞
010_0480_a_24L佛耶華嶽之影兮月白徹底花紅

010_0480_b_01L透頂

010_0480_b_02L
  1. 2)예羿 : 하夏나라 시대 유궁국有窮國의 군주로서 활을 잘 쏘았다고 전해진다.
  2. 3)유마힐維摩詰 : 유마維摩. ⓢVimalakīryi. 부처님의 속제자俗弟子. 비마라힐毘摩羅詰 등이라고 음역. 정명淨名·무구칭無垢稱이라 번역. 인도 비야리국 장자로서 속가에 있으면서 보살행을 닦은 이. 그 수행이 높아서 불제자도 미칠 수 없었다고 한다.
  3. 4)달마 : 보리달마菩提達磨의 약칭. ⓢBodhidharma. ?~528. 선종의 초조初祖.
  4. 5) 신자身子 :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의 한 분인 사리불이다.
  5. 6) 양 무제梁武帝 : 소연蕭衍. 464~549. 남조 양나라의 초대 황제. 재위 502~549. 자는 숙달叔達. 묘호는 고조高祖, 시호는 무제武帝. 남제 황실의 방계에 해당된다.
  6. 7) 선재善財 : ⓢSudhana.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구도자求道者. 53선지식을 두루 찾아뵙고, 맨 나중에 보현보살을 만나서 10대원大願을 듣고, 아미타불 국토에 왕생하여 입법계入法界의 지원志願을 채웠다 한다.
  7. 8)천근天根과 월굴月窟 : 소옹邵雍의 ≺관물음觀物吟≻에 “이목 총명한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으니, 천지조화의 부여가 빈약하지 않구나. 월굴을 탐구해야만 물을 알 수 있거니와, 천근을 오르지 못하면 어찌 사람을 알리오. 건이 손을 만난 때에 월굴을 보게 되고, 지가 뇌를 만난 때에 천근을 볼 수 있나니, 천근과 월굴이 한가로이 왕래하는 가운데, 삼십육 궁이 온통 다 봄이로구나.(耳目聰明男子身。 洪鈞賦與不爲貧。 須探月窟方知物。 未躡天根豈識人。 乾遇巽時觀月窟。 地逢雷處見天根。 天根月窟閑往來。 三十六宮都是春。)”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천근은 양陽에 해당하고 월굴은 음陰에 해당하는 것으로, 끝없이 순환하는 천지 음양의 조화를 말한다.
  8. 9)청허淸虛 : 휴정休靜. 1520~1604. 서산 대사.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고 한양 수복에 공을 세웠다. 유儒·불佛·도道는 궁극적으로 일치한다고 주장, 삼교통합론三敎統合論의 기원을 이루어 놓았다.
  9. 10)토산兎山 학봉산鶴峯山 : 토산은 지금의 황해도 배천군 남쪽 15리 지점. 학봉산은 ‘鶴鳳山’이라고도 함.
  10. 11)이천伊川 : 함경도·평안도에 접해 있는 강원도 최북단. 임진강이 관통함. 고미탄은 ‘古米呑’이라고도 함. 남쪽 임진강으로 흘러든다.
  11. 12)나옹 화상 : 혜근惠勤. 1320~1376. 나옹懶翁은 호. 시호는 선각禪覺. 영해寧海 출생. 20세에 출가하여 공덕산 묘적암妙寂庵의 요연了然에게서 득도. 1348년(충목왕 4) 원나라에 가서 연경燕京의 고려 사찰인 법원사法源寺에서 인도 승려 지공指空의 가르침을 받았다. 중국 각지를 편력하였고, 특히 평산 처림平山處林과 천암 원장千巖元長에게서 중국 선禪의 영향을 받았다. 1358년(공민왕 7) 귀국, 1361년 왕의 요청으로 신광사神光寺에 머물며 홍건적紅巾賊의 침입 때 사찰을 지켰다. 여주驪州 신륵사神勒寺에서 입적하였다.
  12. 13)등은봉 : 마조 도일馬祖道一의 제자. 당나라 헌종 때에 오 원제吳元濟가 반란을 일으켜 관군과 서로 대치하여 승부가 나지 않았다. 스님께서 말하기를 “내가 그 환난을 풀리라.” 하고 공중에 석장을 던져서 몸을 날려 지나가니 양쪽 군사들이 바라보고 싸울 뜻을 문득 그쳤다.
  13. 14)강헌康獻대왕 : 태조太祖. 1335~1408. 조선의 제1대 왕(재위 1392∼1398). 우군도통사右軍都統使로서 요동정벌을 위해 북진하다가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우왕을 폐하였다. 전제개혁을 단행하였고 신진세력의 경제적 토대를 구축하여 조선을 세우고 도읍을 한양으로 옮겨 초기 국가의 기틀을 다졌다.
  14. 15)풍패豊沛 : 한나라 고조 유방의 고향인데, 훗날엔 제왕의 고향의 뜻으로 쓰인다.
  15. 16)기산歧山 : 주나라 문왕의 할아버지 태왕이 도읍한 곳으로 이때부터 주나라의 힘이 커져서 마침내 은나라를 무찌르고 천하를 차지하였다. 풍패와 같은 뜻으로 조선 왕조의 발흥지를 뜻한다.
  16. 17)함월涵月과 완월翫月 : 함월은 함월 해원涵月海源(1691~1770), 완월은 그 제자인 완월 궤홍玩月軌泓(1714~1770).
  17. 18)원융元戎 : 왕자王者의 군대를 가리킨다.
  18. 19)빈풍豳風 : 『시경』의 13국풍國風 중의 하나로, 풍속을 노래한 시들로 이루어졌다.
  19. 20)한해瀚海 : 몽골의 고비사막.
  20. 21)건성乾城 : 건달바성乾闥婆城. ⓢgandharva-nagara. 귀성鬼城. 실체는 없이 공중에 나타나는 성곽. 건달바는 제석帝釋의 음악을 맡은 신.
  21. 22)망악望岳 : 시는 다음과 같다. “태산은 어떠한가. 제나라와 노나라 사이에 푸름이 그치지 아니하네. 조화가 빼어난 기운을 모았고, 음양은 밝음과 어두움을 나누었도다. 층층구름을 바라보니 가슴이 트이고, 돌아가는 새를 뚫어지게 바라보네. 반드시 정상에 올라서 한번 뭇 산의 적음을 보리라.(岱宗夫如何。 齊魯靑未了。 造化鍾神秀。 陰陽割昏曉。 盪胸生層雲。 決眥入歸鳥。 會當凌絶頂。 一覽衆山小。)”
  22. 23)눈은 마음을 부러워한다 : 인용문은 『장자』 「추수秋水」에 나온다.
  23. 24)포대布袋 화상 : 중국 명주明州 봉화현奉化縣 출신. 몸집이 뚱뚱하고 말이 일정치 않았으며, 아무데서나 눕곤 하였다. 필요한 물품을 언제나 지팡이에 건 자루 속에 넣어 가지고 다녔다. 사람들의 길흉화복이나 날씨 등을 잘 맞추었다. 916년 3월에 명주明州 악림사에서 단정히 앉아 죽었다. 당시 사람들이 포대 화상을 미륵보살의 화현이라 하여 그 모양을 그려서 존경하였다.
  24. 25)선자船子 화상 : 약산 유엄藥山惟嚴 선사의 법사法嗣로서 일찍이 화정華亭의 오강吳江에서 한 작은 배를 띄워 소요했다.
  25. 26)동산東山 : 동진 때의 명재상 사안謝安이 은거한 곳이다.
  26. 27)동림사東林寺 : 중국 여산에 있는 절. 동진 때의 명승 혜원惠遠이 은거한 곳이다.
  27. 28)비야리毘耶離: ⓢvaiśli. 비사리毘舍離. 광엄성廣嚴城. 중인도에 있던 나라. 항하를 사이에 두고, 마갈타국과 대치對峙하였던 발기인跋祇人의 도성都城. 부처님이 계실 때에는 자주 이곳에 다니며 교화하여 『유마힐경』·『보문다라니경』 등을 말하였다. 불멸 후 1백 년경에 여기서 계율에 관한 새로운 말(十事非法)이 일어났으므로 야사耶舍의 발의發議에 의하여 조사하느라고 제2결집이 열렸다. 그 뒤에 동진東晋의 법현法顯, 당나라의 현장이 이곳에 갔을 때는 그 도성과 가람이 황폐해졌다고 한다.
  28. 29)뜬구름과 같다 : 『논어』 “의롭지 않고 부유하고 귀한 것은 나에게 뜬구름과 같도다.(不義而富且貴。 於我。 如浮雲。)”에서 나온 말.
  29. 30)수다원須陀洹 : ⓢSrotāpanna. 성문 4과果의 하나. 예류과預流果의 범명梵名, 무루도無漏道에 처음 참례하여 들어간 지위.
  30. 31)도인導引 : 호흡 수련법.
  31. 32)현가絃歌 : 공자는 예악으로써 제자를 가르쳤다. 여기에서는 교육의 뜻.
  32. 33)기산歧山 : 주 16 참조.
  33. 34)목우자牧牛子 : 고려 지눌知訥의 별호. 1158~1210. 조계종의 개조開祖. 시호는 불일 보조佛日普照이다. 1165년(의종 19) 출가. 1188년(명종 18)에 정혜사定慧社를 조직하고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結社文」을 발표, 불교 쇄신운동에 나섰다. 의천義天이 교로써 선·교의 합일점을 모색한 반면 지눌은 종래의 구산선문九山禪門을 조계종에 통합, 종풍宗風을 떨쳐 의천의 천태종天台宗과 함께 고려 불교의 양대 산맥을 이룩했다.
  34. 35)서로 도모하지 않는다 : 『논어』에 “도가 같지 않으면 서로 도모하지 말라.(道不同。 不相爲謀。)” 하였다.
  35. 36)삼분三墳·오전五典·이전二典·삼모三謨 : 삼분은 고대 삼황三皇의 책이고, 오전은 오제五帝의 책이며, 이전은 『서경』에 있는 요전堯典·순전舜典을 가리키고, 삼모는 서경에 있는 대우모大禹謨·고요모皐陶謨·익직益稷을 가리킨다.
  36. 37)십장생 : 해·산·물·돌·소나무·달 또는 구름·불로초·거북·학·사슴을 말하는데, 열 가지가 모두 장수물長壽物로 자연숭배의 대상이었다. 옛 사람들은 십장생을 시문詩文·그림·조각 등에 많이 이용하여 십장생 그림을 벽과 창문에 그려 붙였고 병풍, 베갯머리, 혼례 때 신부의 수저주머니, 선비의 문방구 등에도 그리거나 수놓았다.
  37. 38)나비의 꿈 : 『장자』 「제물론」에 나오는 말. 장자가 꿈에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날다가 깨고 나니 버젓이 장자 자신이었다. 장자가 꿈을 꾸어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 꿈을 꾸어 장자가 되었는지 분별할 수 없었다고 한다.
  38. 39)육화 : 육화경六和敬. 보살이 중생과 화경和敬하여 중생과 같이하는 데 6종이 있음. ① 동계화경同戒和敬. 같이 계품戒品을 가지고 화동애경和同愛敬하는 것. ② 동견화경同見和敬. 같은 종류의 견해見解에 주住하여 화동애경하는 것. ③ 동행화경同行和敬. 같이 갖가지의 행을 닦아 화동애경하는 것. ④ 신자화경身慈和敬. ⑤ 구자화경口慈和敬. ⑥ 의자화경意慈和敬. 이상의 3화경은 신身·구口·의意의 3업業으로 대자의 행을 하여 화동애경하는 것.
  39. 40)담무갈 : ⓢDharmodgata 담마울가타曇摩鬱伽陀. 법성法盛·법용法勇·법상法上·법기法起라 번역. 보살 이름. 중향성衆香城의 주가 되어 항상 『반야바라밀다경般若波羅蜜多經』을 설하니, 상제常啼보살이 와서 반야般若를 들었다 한다.
  40. 41)향성香城 : 금강산에 있는 봉우리 이름.
  41. 42)상제보살常啼菩薩 : ⓢSadāpralāpa 살타파륜薩陀波崙. 『지도론智度論』 제96에 있는 보살. 어렸을 때 울기를 잘했고, 또 중생들이 고통 세계에 있음을 보고 운다고 하며, 또 부처님 없는 세상에 나서 공한림중空閑林中에서 걱정하며 울므로 용귀신이 이렇게 이름 지었다고 한다. 16선신善神의 그림에는 『반야경』의 수호자라 함.
  42. 43)일숙一宿의 인연 : 영가 현각永嘉玄覺 스님이 육조 혜능 스님을 찾아가 인가를 받고 떠나려 하자 육조 스님이 하룻밤을 머무르고 떠나게 하였다. 그리하여 현각 스님을 일숙각一宿覺이라고 부른다.
  43. 44)한나라의 선비 : 후한의 선비 진번陳蕃이 지방관으로 부임할 때 수레에 올라 고삐를 잡고 천하를 깨끗이(澄淸天下) 할 뜻이 있었다.
  44. 45)목옹 : 고려 말의 학자인 이색李穡의 호. 1328~1396. 삼은三隱의 한 사람이다. 정방 폐지, 3년상을 제도화하고, 김구용·정몽주 등과 강론, 성리학 발전에 공헌했다. 우왕의 사부였다. 위화도 회군 후 창昌을 즉위시켜 이성계를 억제하려 했다. 조선 태조가 한산백에 책봉했으나 사양했다.
  45. 46)바다 같은 스승의 : 원문은 해사海師로 ‘해 스님’일 수도 있다.
  46. 47)대각 의천 : 1055~1101. 고려 천태종天台宗의 개조開祖로 시호는 대각大覺, 이름은 후煦이다. 고려 제11대 왕 문종의 넷째 아들. 교선일치敎禪一致를 역설하고, 화엄종인 규봉圭峰의 학설로 교종을 통일한 후, 선종의 교리에 입각, 천태종을 개창하였다.
  47. 48)은중경 :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이라고도 한다. 부모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깊은가를 어머니가 품에 품고 지켜준 은혜 등 10대 은혜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48. 49)효경 : 공자孔子가 제자인 증자曾子에게 전한 효도에 관한 논설 내용을 훗날 제자들이 편저編著한 것으로, 연대는 미상이다. 천자天子·제후諸侯·대부大夫·사士·서인庶人의 효를 나누어 논술하고 효가 덕德의 근본임을 밝혔다.
  49. 50)마나라摩拏羅 : 서천의 22대 조사.
  50. 51)천뢰天籟 : 『장자』 「제물론」에 나오는 말로, 자연의 소리를 뜻한다.
  51. 52)괘卦의 이름 : 『주역』의 8괘중 손巽 괘는 바람을 뜻한다.
  52. 53)한漢나라 노래 : ≺대풍가大風歌≻. 숙적 항우項羽를 타도하고, 통일국가를 실현시킨 고조는 고향인 패沛로 개선하여, 그곳 사람들을 모아 연회를 열고 ≺대풍가≻를 지었다. “큰바람이 일고 구름은 높이 날아가네. 위풍을 해내에 떨치고 고향에 돌아왔네. 어찌하면 용맹한 인재를 얻어 사방을 지키랴.(大風起兮雲飛揚。 威加海內兮歸故鄕。 安得猛士兮守四方。)” 『사기史記』 「고조본기高祖本紀」.
  53. 54)헌원軒轅의 꿈 : 헌원은 황제黃帝의 다른 이름. 전설의 나라 화서華胥를 황제가 꿈속에서 유람한 다음에 스스로 깨우친 바가 있어 천하에 크게 덕정德政을 펼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열자列子』 「황제黃帝」.
  54. 55)아형阿衡 : 아형은 은나라의 훌륭한 재상 이윤伊尹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연관성이 없는데 아마도 황제가 꿈을 꾸고 나서 이윤처럼 훌륭한 정치를 펼친 것을 비유한 듯하다.
  55. 56)백성의 한 풀어 주네 : 순舜 임금이 오현금五絃琴을 처음으로 만들어 ≺남풍가南風歌≻를 지어 부르면서 “훈훈한 남쪽 바람이여, 우리 백성의 수심을 풀어 주기를. 제때에 부는 남풍이여, 우리 백성의 재산을 늘려 주기를(南風之薰兮。 可以解吾民之慍兮。 南風之時兮。 可以阜吾民之財兮。)”이라고 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예기禮記』 「악기樂記」.
  56. 57)용화회龍華會 : 미륵보살이 미래 56억 7천만 년 후에 용화수 아래서 성불한 후에 중생을 제도하는 법회.
  57. 58)마음을 비우라 : 『도덕경』 3장에 “그 마음을 비우고, 그 배를 채우라.(虛其心 實其腹)”는 구가 있다.
  58. 59)세 곳에서 : 삼처전심三處傳心. 선종에서 말하는, 세존이 세 곳에서 가섭에게 마음을 전한 것. ① 영산회상에서의 염화미소拈花微笑. ② 다자탑多子塔 앞에서 마하가섭에게 자리를 나누어 준 것. ③ 쌍림雙林의 금관金棺에서 발을 내민 것.
  59. 60)비구도 제거하면 : 사구백비四句百非. 사구분별四句分別·사구문四句門이라 하여 변증법辯證法의 한 형식. 사구는 정립定立·반정립反定立·긍정종합肯定綜合·부정종합否定綜合이니, 이제 유有와 공空으로 만유 제법을 판정할 때에 제1구의 유有는 정립, 제2구의 공空은 반정립, 제3구의 역유역무亦有亦無는 긍정종합, 제4구의 비유비공非有非空은 부정종합이며, 처음 2구를 양단兩單, 뒤의 2구를 구시구비俱是俱非 또는 쌍조쌍비照雙雙非라 한다. 백비는 부정否定을 거듭하는 것으로서 몇 번이고 부정을 거듭할지라도 참으로 사물의 진상을 알기 어려울 때에 써서 중생들의 유무有無의 견해에 걸림을 없애게 하는 것.
  60. 61)여울물 보아야 : 『맹자孟子』에 “시내를 볼 때에는 여울물을 보아야 근원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61. 62)용문의 폭포 : 중국 황하의 용문이라는 곳에 3단 폭포가 있는데 3월이 되어 물이 불 때 물고기가 흐름을 거슬러 올라 폭포를 뛰어 오르면 꼬리가 타 버리고 용이 되어 승천한다고 한다.
  62. 63)산수를 좋아하여 : 『논어』에 “인자는 산을 좋아하고 지자는 물을 좋아한다.(仁者樂山 智者樂水)”고 하였다.
  63. 64)위음왕 : 오랜 옛날 공겁 때에 맨 처음 성도하신 부처님. 맨 처음의 뜻으로도 쓰고 종문宗門에서는 본분향상本分向上의 뜻으로도 쓰인다.
  64. 65)석상의 보배 : 『예기禮記』 「유행儒行」의 “유자는 석상의 진귀한 보배처럼 자신의 덕을 갈고 닦으면서 임금이 불러 주기를 기다린다.(儒有席上之珍以待聘)”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65. 66)서월犀月 상뇌象雷 : 고시古詩 “물소는 달빛보다 뿔에 무늬 생기고 코끼리는 우레에 놀라 꽃이 상아에 들었네.(犀因玩月紋生角。 象被雷驚花入牙。)”에서 나온 말. 『金剛般若波羅蜜經心印疏』 등.
  66. 67)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지 : 『장자』에 나오는 말로, 초나라 왕이 장자에게 재상의 지위를 맡기려 하자 장자가 말하기를 “죽어서 귀하게 된 거북이가 되기보다는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를 흔들며 자적하는 산 거북이가 되겠다.”고 하였다. 여기에서는 뜻이 반대로 바뀌어 세속에 부침하며 산다는 말이다.
  67. 68)경수瓊樹 : 신선 세계에 있다는 나무. 훌륭한 사람이나 인재를 비유.
  68. 69)큰 종 : 『예기』에 있는 말로, 훌륭한 스승은 큰 종과 같아서 크게 치면 크게 울리고 작게 치면 작게 울리는 것처럼 배우는 사람의 근기에 맞추어 가르친다는 뜻.
  69. 70)조양朝陽 : 산의 동쪽. 『시경』 「대아大雅」 ≺권아卷阿≻에 “봉황이 저 높은 산에서 울고 오동나무는 산 동쪽에서 자라네.(鳳凰鳴矣。 于彼高岡。 梧桐生矣。 于彼朝陽。)”라고 하였다.
  70. 71)경상經床 : 경전 읽을 때 사용하는 책상.
  71. 72)구자불성狗子佛性 : 학인이 조주趙州 스님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느냐고 묻자 조주 스님이 “없다.(無)”고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갖추고 있다고 하였는데 왜 없다고 했는가를 참구하는 것이다.
  72. 73)만법귀일萬法歸一 : 어떤 중이 조주 스님에게 묻기를 “만법萬法이 하나로 돌아가니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라고 하자 조주가 이르기를 “나는 청주靑州에서 포삼布衫 하나를 만들었는데 무게가 일곱 근이다.”라고 하였다.
  73. 74)백종白踪 : 백족白足의 뜻인 듯하다. 백족은 세상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수도자라는 뜻.
  74. 75)수관水觀 : 이충익李忠翊의 호.
  75. 76)불인佛印 선사 : 송나라의 고승. 1032~1098. 이름 요원了元, 자는 각노覺老. 소식蘇軾의 스승이자 벗.
  76. 77)『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권1에 나오는 말.
  77. 78)조계曺溪 : 육조 혜능 선사를 말한다.
  78. 79)유마維摩 : 주 3 참조.
  79. 80)사무량심四無量心 : ⓢcatvāri-apramāacittāni ① 자무량심慈無量心, maitrī-apramāa-citta 한량없는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마음. ② 비무량심悲無量心, karuā. 남의 고통을 벗겨 주려는 마음. ③ 희무량심喜無量心, muditā. 다른 이로 하여금 고통을 여의고, 낙을 얻어 희열喜悅케 하려는 마음. ④ 사무량심捨無量心, upekā. 중생을 평등하게 보아 원怨·친親의 구별을 두지 않으려는 마음.
  80. 81)삼명육통三明六通 : ⓢtisro vidyā. 세 가지 지혜와 여섯 가지 신통력. 6신통이란 신족통神足通, 천안통天眼通, 천이통天耳通, 타심통他心通, 숙명통宿命通, 누진통漏盡通을 말한다. 이 중 천안통의 지혜인 천안명, 숙명통의 지혜인 숙명명, 누진통의 지혜인 누진명의 세 가지를 특히 3명이라고 한다.
  81. 82)삼십칠도품三十七道品 : 열반의 이상경에 나아가기 위하여 닦는 도행道行의 종류. 사념처四念處·사정근四正勤·사여의족四如意足·오근五根·오력五力·칠각분七覺分·팔정도분八正道分
  82. 83)사변재四辨才 : 사무애변四無礙辨 ① 법무애法無礙는 온갖 교법에 통달한 것. ② 의무애義無礙는 교법의 요의를 아는 것. ③ 사무애辭無礙는 중생의 말을 알아 통달한 것. ④ 요설무애樂說無礙는 근기에 따라 설법이 자재한 것.
  83. 84)팔공덕수八功德水 :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고 있는 물. 여덟 가지 공덕은 경에 따라 같지 않음. ① 『칭찬정토경』에는 고요하고 깨끗함. 차고 맑은 것. 맛이 단 것. 입에 부드러운 것. 윤택한 것. 편안하고 화평한 것. 기갈 등의 한량없는 근심을 없애 주는 것. 여러 근根을 잘 길러 주는 것이라 하였고, ② 『구사론』에는 달고·차고·부드럽고·가볍고·깨끗하고·냄새가 없고·마실 때 목이 상하는 일이 없고·마시고 나서 배탈 나는 일이 없는 것이라 하였다.
  84. 85)타니대수拖泥帶水 : 진흙에 빠져 물을 묻힌다는 말인데, 법에 대해 말하는 것을 가리킨다. 즉 법문을 하는 것은 공부를 위해서 스스로를 더럽히는 것이라는 의미다.
  85. 86)왕 노사王老師 : 마조 도일의 제자이자 조주 종심의 스승인 남전 보원 선사이다. 속성은 왕씨.
  86. 87)사은四恩 : 네 가지 은혜. ① 부모·국왕·중생·삼보의 은혜. ② 부모·사장師長·국왕·시주施主의 은혜.
  87. 88)『대방광불화엄경』 「야마천궁보살설게품夜摩天宮菩薩說偈品」 제16의 구절.
  88. 89)왕유王維 : 699~759. 당唐의 시인이자 화가로서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시에 뛰어나 ‘시불詩佛’로 불렸으며, 수묵水墨 산수화에도 뛰어나 남종문인화의 창시자로 평가받는다.
  89. 90)왕양명王陽明 : 왕수인王守仁. 1472~1529. 자 백안伯安, 시호 문성文成. 중국 명나라 중기의 유학자. 양명학파의 시초로 각처에 학교를 설치하여 후진 교육에 진력하였다. 이에 『양명문록陽明文錄』이 간행되었고 양명서원이 건립되었다.
  90. 91)귀신鬼神 : 귀는 굴屈의 뜻이요, 신은 신伸의 뜻이니 음양의 조화를 말한다.
  91. 92)운문 고雲門杲 : 대혜 종고大慧宗杲. 1089~1163. 자 담해曇海. 호 묘희妙喜·운문雲門. 시호諡號 보각 선사普覺禪師. 원오 극근圜悟克勤의 법사法嗣이다. 제자로는 사대부인 장구성張九成·이병 등이 있었는데, 제자로 인하여 정쟁政爭에 휘말려 형산衡山에 유배되었다. 유배지에서 『정법안장正法眼藏』을 저술하였다. 그 후 효종제孝宗帝의 귀의歸依를 받았으며 대혜 선사大慧禪師라는 호를 받게 되었다. 간화선看話禪(공안선公案禪)의 독창적인 전개로 사상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92. 93)십법계十法界 : 미계迷界의 천상계天上界, 인간계人間界, 수라계修羅界, 축생계丑生界, 아귀계餓鬼界, 지옥계地獄界와 오계悟界의 불계佛界, 보살계菩薩界, 연각계緣覺界, 성문계聲聞界.
  93. 94)천근天根과 월굴月窟의 36의 수 : 주 8 참조.
  94. 95)『논어』에 이르기를 : 『논어』 「공야장公冶長」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영무자는 나라에 도가 있을 때에는 지혜로웠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에는 어리석었으니 그 지혜는 따를 수 있으나 그 어리석음은 따를 수 없다.(子曰。 寧武子。 邦有道則知。 邦無道則愚。 其知。 可及也。 其愚。 不可及也。)”
  95. 96)『주역』에 이르기를 : 『주역』 곤괘坤卦 육사六四의 효사爻辭에 “주머니 끈을 묶으면 허물도 없고 명예도 없으리라.(括囊。 无咎。 无譽。)”
  96. 97)『도덕경』 71장에 나오는 말.
  97. 98)하택荷澤 : 신회神會. 685~760. 당나라 낙양 하택사의 스님. 14세에 출가하고 6조 혜능의 제자. 뒤에 서경에 가서 구족계具足戒를 받음. 6조가 죽은 뒤 20년간 조계의 돈지頓旨가 침몰되고, 숭악嵩嶽의 점문漸門이 낙양에 성행하였을 때 장안에 들어가 742년 남북돈점南北頓漸의 양종兩宗을 정하여 『현종기顯宗記』를 지음. 숙종肅宗 상원上元 1년에 75세로 입적함.
  98. 99)난타難陀 : ⓢNandā. 빈녀貧女의 이름. 바사닉왕이 기름 천 곡斛으로 부처님에게 등불을 켜는 것을 부러워하여 그는 1전으로 기름을 사서 한 등을 켰다. 부처님은 장자長者의 등보다 빈녀貧女의 등을 높이 평가했다.
  99. 100)사마상여의 승선교昇仙橋 : 사마상여는 한나라 무제 때의 문학자이다. 고향을 떠날 때 승선교를 건너며 부귀영화를 꿈꾸는 글을 승선교에 썼다. 『화양국지華陽國志』에 “성 북쪽에 승선교와 송객관이 있다. 사마상여가 처음 장안으로 갈 때에 시문에 쓰기를, 좋은 수레를 타지 않으면 이 다리를 지나지 않겠다.(城北十里有昇仙橋。 有送客觀。 司馬相如初入長安。 題市門曰。 不乘赤車駟馬。 不過此下也。)”고 하였다.
  100. 101)최치원의 무릉교武陵橋 : 합천의 가야산 해인사 입구에는 홍류동紅流洞의 무릉교武陵橋가 있다. 최치원이 무릉교를 건너 가야산에 은거하였다. 나는 듯 쏟아지는 냇물과 반석으로 된 계곡이 수십 리나 된다.
  101. 102)수해(玄冥) : 현명玄冥은 물의 신 또는 겨울 신의 이름이다.
  102. 103)연석鍊石의 공 : 여와女媧는 중국 고대신화의 여신이다. 인간의 머리와 뱀의 몸통을 갖고 있으며 복희씨와 남매라고 알려져 있다. 신화에 따르면 하늘을 지탱하는 기둥이 무너져 여와가 오색 돌을 빚어 때웠다고 한다.
  103. 104)기원정사祗園精舍 : 중인도 코살라국의 수도 사위성舍衛城(슈라바스티) 남쪽 1.6km 지점에 있던 기타태자祇陀太子 소유의 동산에 지은 절. 일명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
  104. 105)주필駐蹕 : 임금이 행차하여 머묾.
  105. 106)봉선封禪 : 제왕帝王이 천지에 지내는 제사 이름이다. 최초의 봉선제는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가 지낸 것인데, BC 219년 태산泰山의 산정에서 하늘에 제사 지내고, 양보梁父라는 작은 산에서 땅에 제사 지냈다. 봉封이란 태산 위에 흙을 돋워 천신天神에게 비는 일이고, 선禪이란 땅에 깨끗이 쓸고 지신地神에게 비는 일이었다.
  106. 107)석선石船 : 인도에서 온 돌배에 불경과 불상이 실려 있었다는 사찰 연기설화를 말함.
  107. 108)윤환輪奐 : 화려하고 빛남.
  108. 109)굳건하고 성대하여 새가 나는 듯 솟아(苞茂而革飛) : 이 구절은 『시경』 「소아小雅·홍안지습鴻鴈之什」 ≺사간斯干≻의 1구 “정연한 이 물가에 그윽한 남산이로다. 대나무가 총생하는 듯 솔이 무성한 듯하도다.(秩秩斯干。 幽幽南山。 如竹苞矣。 如松茂矣。)”와 4구 “몸을 반듯이 세운 듯 화살이 곧게 날아가는 듯, 새가 낯빛을 변하는 듯 꿩이 나는 것과 같으니 군자가 오르는 곳이로다.(如跂斯翼。 如矢斯棘。 如鳥斯革。 如翬斯飛。 君子攸躋。)”에서 따온 표현이다.
  109. 110)육화六和 : 주 39 참조.
  110. 111)위음왕威音王 : 주 64 참조.
  111. 112)장길長吉 : 이하李賀의 자. 790~816. 특출한 재능과 초자연적 제재를 애용하는 데 대해 ‘귀재鬼才’라는 명칭이 붙었던 중당中唐 때의 시인. 그의 시詩는 극히 낭만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에 의하여 화려한 환상적 세계를 창조했다.
  112. 113)적선謫仙 : 이백李白. 701~762. 자 태백太白. 호 청련거사靑蓮居士. 두보杜甫와 함께 ‘이두李杜’로 병칭되는 중국 최대의 시인이며 시선詩仙이라 불린다. 1,100여 편의 작품이 현존한다.
  113. 114)보타락가 : 보타補陀·보타락普陀落·보타락가補陀落迦라고도 함. 중국 절강성 주산열도 가운데 한 섬. 예로부터 관세음보살이 계시는 성지로 여겨 높이 숭배한다. 지금은 보제사·법우사·혜제사 등 200여 사원이 있음.
  114. 115)두우성 : 북두성과 견우성을 말한다.
  115. 116)인등引燈 : 부처님 앞에 등불을 켜는 일.
  116. 117)노사나盧舍那 : 삼신불, 즉 영원불변의 진리를 몸으로 삼고 있는 법신불法身佛, 수행에 의해 부처가 된 보신불報身佛,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형상으로 변하는 화신불化身佛 가운데 보신불을 말한다. 부처 생존 시에는 없던 사상으로 대승불교, 특히 화엄을 중시하는 계통에서 삼신불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전각이나 탱화에 삼신불이 표현될 때는 가운데에 석가모니불, 왼쪽에 비로자나불이 위치하고 노사나불은 오른쪽에 자리잡는다.
  117. 118)관상觀想 : 상념을 마음에 떠오르게 하여 관찰하는 일.
  118. 119)우전왕優闐王 : ⓢUdayana. 부처님 당시 교상미국憍賞彌國(Kauśāmbī)의 왕. 모후母后가 출산 때 매가 채가서 히말라야의 나무 위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신앙심이 깊어 원시불교 성전聖典을 비롯하여 후대의 각종 경전에도 그의 전설이 전해진다. 그의 이름을 붙인 『우전왕경優塡王經』도 있다. 부처가 삼십삼천三十三天에서 생모를 위하여 설법하였을 때 부처를 뵙지 못한 괴로움으로 병이 생기자 신하들이 쾌차를 빌며 우두산牛頭山의 향목 우두전단牛頭栴檀으로 불상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인도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불상이라고 한다.
  119. 120)목주木主 : 나무 위패.
  120. 121)소목昭穆 : 위패의 순서.
  121. 122)천경집天鏡集 : 천경 대사(1691~1770)의 글을 모아 문인 취운 성안翠雲聖岸이 3권으로 편록한 것이다. 천경 대사는 그의 문인 성안聖岸이 쓴 행적에 의하면 휘가 해원海源이고, 호는 함월涵月이며, 자가 천경天鏡이다. 법계로는 서산 청허의 5대손에 해당된다.
  122. 123)궁자窮子 : 『법화경法華經』 「신해품信解品」에 나오는 빈궁한 장자長子의 자식.
  123. 124)벽암록 : 『불과원오선사벽암록佛果圜悟禪師碧嚴錄』 또는 『불과벽암파관격절佛果碧嚴破關擊節』이라 하며, 『벽암집』이라고도 한다. 선종禪宗의 공안집公案集의 하나로, 10권으로 되어 있고, 1125년에 완성되었다. 설두 중현雪竇重顯이 『전등록傳燈錄』 1,700칙則의 공안 가운데서 100칙을 골라 게송偈頌을 달고 원오 극근圜悟克勤이 각칙各則에 수시垂示·착어著語·평창評唱을 덧붙여 이루어졌다. 원오의 제자에 의해 편찬·간행된 뒤,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에서 여러 차례 간행되었으며 선종에서는 가장 중요한 전적典籍으로 여긴다.
  124. 125)한산寒山과 습득拾得 : 당나라 때 사람들. 항상 천태산 한암寒巖의 깊은 굴속에 있었으므로 한산이라 한다. 늘 국청사에 와서 습득과 함께 남은 밥을 얻어 대통에 넣어 가지고 한암으로 돌아가곤 하였다. 미친 듯한 행동을 하면서도 말은 불법의 이치에 맞았으며 시를 잘 지었다. 태주자사台州刺史 여구윤閭丘胤이 한암에 찾아가서 옷과 약 등을 주었더니, 한산은 큰소리로 “도적놈아! 이 도적놈아!” 하면서 굴속으로 들어간 뒤에는 그 소식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세상에서 한산을 문수보살의 재현再現이라 한다. 『한산시』 3권이 있다.
  125. 126)선비先妣 : 돌아가신 어머니.
  126. 127)삼신三身 : 불신을 그 성질상으로 보아 셋으로 나눔. (1) 법신法身·보신報身·응신應身. ① 법신. 법은 영겁토록 변치 않는 만유의 본체, 신은 적취積聚의 뜻으로, 본체에 인격적 의의意義를 붙여 법신이라 하니, 빛깔도 형상도 없는 이불理佛. ② 보신. 인因에 따라서 나타난 불신. 아미타불과 같음. 곧 보살위菩薩位의 어려운 수행을 견디고, 정진 노력한 결과로 얻은 영구성이 있는 유형有形의 불신. ③ 응신. 보신불을 보지 못하는 이를 제도하기 위하여 나타나는 불신. 역사적 존재를 인정하는 석가모니와 같음. (2) 자성신自性身·수용신受用身·변화신變化身. 법상종에서 세우는 3신설.
  127. 128)사지四智 : 대원경지大圓鏡智·평등성지平等性智·묘관찰지妙觀察智·성소작지成所作智의 네 가지 지혜이다. 불과佛果에 이르러 유루有漏(세속)의 마음인 팔식八識(阿賴耶·末那·意·身·舌·鼻·耳·眼識)이 변하여 얻어지는 무루無漏(열반)의 지혜이다.
  128. 129)오교五敎 : 시대에 따라, 또 사람에 따라 여러 분류 방법이 있다. ① 당唐나라 정관貞觀 연간에 중국에 온 파파밀다라가 설한 사제교四諦敎(아함경阿含經)·무상교無相敎(반야경般若經)·관행교觀行敎(화엄경華嚴經)·안락교安樂敎(열반경涅槃經)·수호교守護敎(대집경大集經)의 5교. ② 당나라의 법장法藏이 설한 소승교小乘敎(아함경)·대승시교大乘始敎(해심밀경解深密經)·종교終敎(능가경楞伽經·승만경勝鬘經)·돈교頓敎(유마경維摩經)·원교圓敎(화엄경)의 5교. 그 밖에 여러 가지 설이 있다.
  129. 130)팔장八藏 : 부처님이 말씀한 법문을 8종으로 나눈 것. (1) 『보살처태경菩薩處胎經』에서는 ① 태화장胎化藏. 부처님이 태 안에서 화현化現하신 등의 일을 말한 『처태경處胎經』. ② 중음장中陰藏. 죽은 뒤에 새로 태어나지 못한 중유中有 때의 일을 말한 『중음경中陰經』 등. ③ 마하연방등장摩訶衍方等藏. 『화엄경』·『법화경』·『열반경』 등의 대승경전. ④ 계율장戒律藏. 부처님이 제정하신 재가在家·출가出家·대승·소승 등의 여러 가지 계품戒品. 곧 오분율五分律 등. ⑤ 십주보살장十住菩薩藏. 십지 보살의 인행因行을 닦아 과를 증득하는 법문을 말한 여러 대승경. ⑥ 잡장雜藏. 2승·3승·인천人天 등의 인행을 닦아 과를 증득하는 것을 섞어 말한 것. ⑦ 금강장金剛藏. 등각보살의 금강유정金剛喩定의 모양을 말한 것. ⑧ 불장佛藏. 일체 부처님께서 말하신 법문과 신통력으로 변화하여 중생들을 제도하신 등의 일을 말한 것의 여덟 가지로 나눔. (2) 대중부大衆部 등에서는 대승의 경·율·논·잡의 4장과 소승의 경·율·논·잡의 4장으로 나눔.
  130. 131)십지十地 : 보살이 수행하는 계위階位인 52위位 중 제41위로부터 제50위까지. 이 10위는 불지佛智를 생성生成하고, 능히 주지住持하여 움직이지 아니하며, 온갖 중생을 짊어지고 교화하고 이롭게 하는 것이 마치 대지大地가 만물을 싣고 이를 윤익潤益함과 같으므로 지地라 이름. ① 환희지歡喜地, ② 이구지離垢地, ③ 발광지發光地, ④ 염혜지焰慧地, ⑤ 난승지難勝地, ⑥ 현전지現前智, ⑦ 원행지遠行智, ⑧ 부동지不動地, ⑨ 선혜지善慧地, ⑩ 법운지法雲地
  131. 132)삼현三賢 : 소승과 대승에 따라 구별이 있다. ① 대승은 보살 수행의 지위인 10주·10행·10회향 위位에 있는 보살을 말함. ② 소승은 5정심위停心位·별상념주위別相念住位·총상념주위總相念住位를 말함. 이들은 성위聖位에 들어가기 위한 방편위方便位.
  132. 133)십류十類 : 지옥·아귀·축생·인·천·수라·성문·연각·보살·부처.
  133. 134)방사원龐士元 : 방통龐統. 자는 자원子元이다. 촉의 책사로 유명한 인물이며 제갈량을 와룡臥龍에 비유하였고 방통은 봉추鳳雛라고 하였다. 사마덕조가 방통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오나라 주유 휘하에서 공조로 일하였다. 나중에 유비의 신하가 되었다. 방통은 뛰어난 책략으로 유비가 익주益州 땅을 얻는 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하였다. 낙성으로 진격하는 도중 매복병에게 화살을 맞고 낙봉파落鳳坡에서 36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
  134. 135)사마덕조司馬德操 : 사마휘司馬徽. 중국 삼국시대의 선비로 유비에게 제갈량과 방통을 추천해 준 인물이며 자는 덕조德操이다. 그는 감정 능력 및 인재 발굴 능력에 특출했다고 전해진다.
  135. 136)궁검弓劍 : 왕의 죽음을 가리킨다. 황제黃帝가 100년간 재위在位하다가 수양산首陽山으로 가서 구리를 캐어 보정寶鼎을 주조한 뒤에 궁과 검만 남기고 승천하였다고 한다.
  136. 137)추구芻狗 : 제사 지낼 때 쓰는, 짚으로 만든 인형. 제사가 끝나면 바로 폐기하니 하찮은 것을 비유한 말이다. 『도덕경』에 “천지는 어질지 않아서 만물을 추구로 여긴다.(天地不仁。 以萬物爲蒭狗。)”는 말이 있다.
  137. 138)노盧 대사 : 육조 혜능. 638~713. 그의 속성이 노씨이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땔 나무를 팔아 어머니를 봉양하다가 어느 날 장터에서 『금강경』 읽는 것을 듣고 출가할 발심을 하였다.
  138. 139)단표누항으로도 : 『논어』 「옹야雍也」편에서, 공자의 수제자 안회顔回는 가난한 동네에서 한 도시락밥과 한 표주박으로 물을 마시면서도 안빈낙도安貧樂道했다고 한다.
  139. 140)의보依報 : 우리들의 심신에 따라 존재한 국토·가옥·의복·식물 등.
  140. 141)정보正報 : 과거에 지은 업인業因으로 받게 되는 과보果報. 부처님이나 중생들의 몸.
  141. 142)사슴을 쫓는 :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진나라가 사슴을 잃자, 천하가 쫓았으니, 높은 재주와 빠른 발을 가진 자가 먼저 얻었다.(秦失其鹿。 天下共逐之。 於是高材疾足者先得焉。)”는 구절이 있다. 이후 ‘사슴을 쫓음(逐鹿)’은 통치권 쟁탈이나 부귀 추구를 가리키게 되었다.
  142. 143)여룡의 구슬을 탐색하는 : 『장자莊子』 「열어구列禦寇」에 “천금千金의 구슬이 저 깊은 바다 속 흑룡의 턱 아래에 숨겨져 있다.(夫千金之珠。 必在九重之淵而驪龍頷下。)”라고 하였다
  143. 144)주회암朱晦菴 : 주자朱子. 1130~1200. 송대의 유학자로 주자학을 집대성하였다.
  144. 145)수관水觀 : 주 75 참조.
  145. 146)임제臨濟 : 의현義玄. ?~867. 속성은 형邢. 임제종臨濟宗의 개조開祖.
  146. 147)태고太古 : 보우普愚의 호. 1301~1382. 고려 말에 불교 개혁에 힘쓴 승려이다. 1346년(충목왕 2) 원나라에 가서 하무산霞霧山 청공淸珙의 법을 이어받아 동국 임제종臨濟宗의 시조始祖가 되었다. 귀국하여 공민왕의 왕사王師가 되었으나 신돈의 횡포를 미워하여 피했다가 신돈이 죽은 후 국사國師가 되었다.
  147. 148)옥룡자玉龍子 : 도선道詵 국사. 827~898. 그의 음양지리설과 풍수상지법風水相地法은 조선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저서에 『도선비기道詵秘記』 등이 있다.
  148. 149)성지聖智 : 풍수지리에 능통했던 17세기 승려. 1607년(선조 40)에 영의정이었던 유성룡柳成龍이 성지를 보내어 경상북도 군위향교軍威鄕校의 터를 새로 잡아 선방산船放山 남쪽 기슭인 하곡리에 이건한 바 있다.
  149. 150)끝없는 욕심(尾閭) : 미려尾閭는 『장자莊子』 「추수秋水」에 나오는 말. 바닷물이 쉴 사이 없이 새는 바다 밑의 큰 구멍이다.
  150. 151)병석瓶錫 : 승려들이 사용하는 병발甁鉢과 석장錫杖으로, 곧 승도僧徒를 뜻한다.
  151. 152)내원內院 : 도솔천에 있는, 미륵보살이 살면서 설법한다는 곳. 현재 수락산 동쪽 산기슭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587번지에 내원암이 있다. 「내원암칠성각신건기」에 의하면, 1794년(정조 18)에 내원암 서쪽에 칠성각을 짓고 광응전光膺殿이라 했다.
  152. 153)자세한 고사는 미상이다. 독자의 질정을 바란다.
  153. 154)영서靈犀 : 마음의 빛.
  154. 155)김정희金正喜 : 1786~1856. 조선 후기의 서화가·문인·금석학자. 1819년(순조 19) 문과에 급제하여 성균관대사성, 이조참판 등을 역임하였다. 학문에서는 실사구시를 주장하였고, 서예에서는 독특한 추사체를 대성시켰으며 특히 예서·행서에 새 경지를 이룩하였다.
  155. 156)전단서상栴檀瑞相 : 전단서상栴檀瑞像. 석가모니가 살아 있을 때에 처음으로 만든 불상. 석가모니가 생모인 마야부인을 위하여 도리천忉利天에 올라가 설법할 때에 인간계에서는 석가모니의 행방을 몰라 소동을 벌였는데, 이때 우전왕이 전단향 나무로 만든 불상이다. 불상의 시초라고 한다.
  156. 157)단하가 목불을 땐 : 단하 천연丹霞天然 선사는 마조 도일 선사의 법사法嗣로서 어느 날 날씨가 매우 추워서 절에 있는 목불을 때서 몸을 녹였다. 절의 주지가 왜 목불을 때느냐고 항의하자 사리를 찾는다고 하였다.
  1. 1)目次。編者作成補入。
  2. 1)「文一」二字。編者補入。
  3. 2)「詩」一字。編者補入。
  4. 1)「文二」二字。編者補入。
  5. 1)「戱」疑「藏」之誤{編}。
  6. 1)「耳」疑「身」{編}。
  7. 2)「宵壞」疑「霄壞」{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