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가산고(伽山藁) / 月荷上人遺集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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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 상인 유집 발(月荷上人遺集跋)
내가 젊은 시절에 산방에서 독서하다가 월하 선사에 관한 소문을 들었는데, 꼭 신선 같은 사람처럼 들렸다. 그러나 법계에 인연이 없어 지팡이를 날려 찾아갔지만 쫓지 못하고서 매번 서쪽 봉우리의 달빛과 작은 연못의 연꽃 향기만 마주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서글픈 감회만 일었었는데, 어느 날 희겸喜謙 스님이 한韓 사문 운성運聖204)의 편지를 소매에 품고 계당溪堂으로 나를 찾아왔다. 그가 합장하고 나서 간직하고 있던 몇 권의 책을 내밀면서 크게 한숨을 쉬고 나에게 말하였다.
“우리 스님이시여, 우리 스님이시여! 전할 수 없는 분은 가시고, 홀로 그 말씀만 남았군요. 각공에게 맡기려 하니, 상상上庠205)께서 끝머리에 한 말씀 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내가 글을 짓고 이렇게 말하였다.
“참 근면하시군요. 월하의 제자답습니다. 대사의 문장과 그분의 전기가 이미 충분한데, 제가 어찌 감히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대사께서는 오로지 불자일 뿐이셨으나 불교만 옳다 하진 않으셨습니다. 우리 성명性命과 인의仁義의 가르침을 사모함이 있으셨으니, 아마도 이른바 마음은 유자儒者인 분이셨을 겁니다. 저 일체 중생을 깨우치고 백 세대를 이어온 선종에서라면 문장이 어디 있을 수 있겠으며, 게다가 어찌 많을 수 있겠습니까! 고기 한 점이면 솥단지 전체의 맛을 알기 충분하지요.”
흑서黑鼠(1852)206) 초여름에 해창산인海蒼山人 남기항南基이 발문을 쓰다.

010_0794_c_12L月荷上人遺集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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余少時讀書山房䎹月荷禪師如聞神
010_0794_c_14L僊中人而法界無緣飛錫莫追每遇西
010_0794_c_15L峯月色小塘荷香爲之黯然興懷日僧
010_0794_c_16L喜謙袖韓斯文運聖書訪我於溪堂
010_0794_c_17L手訖出其裝若干𢎥太息謂余曰吾師
010_0794_c_18L吾師乎不可傳者逝已獨其言在耳
010_0794_c_19L將付剞劂氏乞上庠一言以尾之余作而
010_0794_c_20L勤矣哉而迺月荷之足耶師之文章
010_0794_c_21L其傳可已乎余豈敢議爲雖然師固佛
010_0794_c_22L不佛之專是也以吾性命仁義之說
010_0794_c_23L有慕焉殆所謂心儒者歟若夫覺一切衆
010_0794_c_24L爲百世禪宗則文於何有又何多乎
010_0794_c_25L一臠足以知金 [48] 鼎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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黑鼠維夏海蒼山人南基𪫮跋
  1. 204)한韓 사문 운성運聖 : 한운성韓運聖(1802∼1863)은 매산梅山 홍직필洪直弼(1776~ 1852)의 문인이다.
  2. 205)상상上庠 : 태학太學인 성균관成均館을 뜻한다. 성균관의 생원이나 진사를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
  3. 206)흑서黑鼠 : 임자년壬子年을 뜻한다. 십간十干의 임壬과 계癸는 오행五行에서 북방北方 수水, 색깔로는 흑黑에 해당한다. 십이지十二支의 자子는 쥐(鼠)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