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초의시고(艸依詩藁) / 艸衣詩藁卷之下

ABC_BJ_H0249_T_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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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시고 권하艸衣詩藁卷下
초의 의순 중부 지음(艸衣意恂中孚 著)
이상현 (역)
시詩 이二
세화 도중에 만소를 만나 곧바로 이별하고 산에 돌아왔는데, 만소가 나의 시 두 수에 화답하고 또 산山 자를 압운하여 모두 절구 세 수를 부쳐 왔기에, 내가 또 여기에 세 수를 화답하였다3수(細花道中 逢晩蘇 旋別歸山 晩蘇和余詩二首 又押山字 合三絕寄來 又和而答之三首)
未得陽春和一場      양춘1)에 한바탕 화답하지는 못하고
空敎明月滿銀塘      공연히 명월만 연못 가득 비추게 했네
蒼巖獨宿仍無主      창암에 주인 없이 혼자서 머무나니
半壁孤燈夜意凉     반 벽에 등불 하나 밤 정취 쓸쓸해라
健筆如今是子長      건필은 오늘날의 자장2)과 같고
曳裾無復憶鄒陽      추양의 예거3)는 떠올릴 것도 없네
寄來淸絕韋郞句      부쳐온 위랑4)의 시구 청절하여라
紙面猶熏郇令香     지면에 향기 남은 순령의 서체로세
憶曾飛錫出雲間      예전에 석장 날려 산에서 나왔을 때
五鳳樓梯杳莫攀      오봉루 사다리는 오르지 못하였네
却向細花橋上別      문득 세화 향해 다리에서 헤어지고
夕陽回首即靑山     석양에 머리 돌려보니 청산이 있네
사문 김금릉과 수재 이창애가 함께 글을 보내 게송을 청하기에, 마침내 앞의 시에 다시 차운하여 세 차례 거듭해서 부치다9수(金斯文金陵 李秀才蒼崖 並寄書求偈 遂更次前韻 三疊以寄九首)
翰墨場開選佛場      한묵장에서 선불장이 열렸나니
寶塘遊喜勝春塘      보당의 노닒이 춘당에서보다 낫네
云云萬事都休了      운운하는 온갖 일 모두 제쳐 두고
長得襟懷雪月凉     항상 마음에 눈 속 달빛 품으리라
習禪漸覺日初長      선을 익히며 날이 길어짐을 느끼나니
報道天根動一陽      천근에서 하나의 양이 발동했다네
安得空山風雪裏      어떡하면 텅 빈 산 눈보라 치는 속에서
閉門共對一爐香     문 닫고 하나의 향로 함께 마주할까
一入千峯萬樹間      천만 봉우리 숲에 한 번 들어가면
衆緣消盡絕躋攀      모든 인연 사라져 집착 끊어지네
無端更闢情緣路      무단히 다시 속세의 정 길이 열려
雲外遙天天外山     구름 밖 먼 하늘 하늘 밖 산이네
이는 만소재에게 부친 것이다.(寄上晩蘇齋)
何時㝡是好逢場      어느 때가 가장 멋진 풍경이라 할까
漏盡霜濃月印塘      인경 지나 서리 짙고 달이 못에 비칠 때

010_0853_a_02L艸衣詩藁卷之下

010_0853_a_03L

010_0853_a_04L艸衣意恂中孚著

010_0853_a_05L1)詩(二) [3]

010_0853_a_06L細花道中 逢晩蘇 旋別歸山 晩
010_0853_a_07L蘇和余詩二首 又押山字 合三絕
010_0853_a_08L寄來 又和而答之三首

010_0853_a_09L
未得陽春和一場空敎明月滿銀塘

010_0853_a_10L蒼巖獨宿仍無主半壁孤燈夜意凉(一)

010_0853_a_11L健筆如今是子長曳裾無復憶鄒陽

010_0853_a_12L寄來淸絕韋郞句紙面猶熏郇令書(二)

010_0853_a_13L憶曾飛錫出雲間五鳳樓梯杳莫攀
010_0853_a_14L却向細花橋上別夕陽回首即靑山

010_0853_a_15L金斯文金陵 李秀才蒼崖 並寄書
010_0853_a_16L求偈 遂㪅次前韻 三疊以寄九首

010_0853_a_17L
翰墨場開選佛場寶塘遊喜勝春塘

010_0853_a_18L云云萬事都休了長得襟懷雪月凉(一)

010_0853_a_19L習禪漸覺日初長報道天根動一陽

010_0853_a_20L安得空山風雪裏閉門共對一爐香(二)

010_0853_a_21L一入千峯萬樹間衆緣渭盡絕躋攀

010_0853_a_22L無端㪅闢情緣路雲外遙天天外山(三)

010_0853_a_23L
寄上晩蘇齋

010_0853_a_24L
何時㝡是好逢場漏盡霜濃月印塘

010_0853_b_01L此景此時重會得      그때의 그 경치를 다시금 음미하며
坐令心地頓淸凉     심지가 홀연히 맑아지게 했으면
未洽新情餘恨長      새 정은 미흡하고 남은 한이 많으니
重成佳會願春陽      봄빛 속에 멋진 모임 다시 가졌으면
春陽掘指無多日      봄빛을 누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會見百花滿眼香     눈 가득 백화 향기 응당 만끽해야지
石火光陰一瞬間      부싯돌처럼 광음은 순식간인데
利名空使萬人攀      이욕과 명예에 만인이 들러붙네
寒巖幸得歌三秀      한암에서 삼수5) 노래 부르는 행운이여
終日如愚對碧山     종일토록 바보처럼 청산을 마주한다네
이는 김사문에게 부친 것이다.(寄上金斯文)
氣潔秋霜藹月場      기운은 달빛 마당의 추상보다 깨끗하고
句硏春草暎池塘      시구는 지당 비추는 춘초6)보다 아름다워
琴心自可論淸濁      거문고 곡조는 청탁을 논할 수 있어도
世事無從話暖凉     세상일은 좋고 나쁨을 얘기할 수 없네
不挾恩怨話短長      은혜와 원한 품지 않고 장단을 이야기하면
豈聞戰鼓掀漁陽      어양의 싸우는 북소리7)가 어찌 들리랴
居夷早慣三思戒      편안할 땐 삼사8)의 경계에 익숙하고
履險長敎四德香     험난할 땐 사덕9)의 향기 발하네
學道遊心三代間      도를 배워 삼대 사이에 마음 노닐고
文章應亦古人攀      문장도 응당 옛사람을 본받아야지
早得致君堯舜上      우리 임금님 얼른 요순처럼 만들어서
淸光也要照雪山     맑은 빛이 설산에 비치길 바라네
이는 창애 수재에게 부친 것이다.(寄蒼崖秀才)
만소가 오언고시 한 수를 주기에 차운하여 봉정하고, 이와 함께 칠언고시 한 수를 지어서 기증하다2수(晩蘇以五古一首見贈 次韻奉呈 幷衍爲七言一首以寄二首)
幽谷雲初開        그윽한 골에 구름이 막 개고
寒巖上明月        찬 바위에 밝은 달이 떠오르네
靜對明月坐        조용히 앉아 명월을 마주하니
細想猶起滅        미세한 생각이 여전히 기멸하네
起滅滅盡處        기멸하는 것이 모두 없어져야만
始與眞常依        비로소 진상과 하나 될 수 있다네
若復起眞想        만약 참이라는 생각을 일으키면
是亦非艸衣        이것 또한 초의의 뜻이 아니라오
爲問晩蘇老        물어보세 만소 노인이시여
此事爲然麽        이 일이 그럴듯하지 않은지
鳶魚能飛躍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는 것10)
豈不以其我        어찌 나의 말과 통하지 않으리요
如此和會得        이와 같이 이해할 수만 있다면
二聖垂印可       두 분 성인이 인가해 주시리라
一間茅屋半間雲      한 칸의 초가집에 반 칸은 구름
二友相尋一是月      두 벗 서로 찾나니 하나는 달님
雲隣相將月友居      구름과 달님이 이웃과 벗인 데다
淸風時來扣寂滅      청풍이 또 가끔 적멸을 두드리네

010_0853_b_01L此景此時重會得坐令心地頓淸凉(四)

010_0853_b_02L未治新情餘恨長重成佳會願春陽

010_0853_b_03L春陽掘指無多日會見百花滿眼香(五)

010_0853_b_04L石火光陰一瞬間利名空使萬人攀

010_0853_b_05L寒巖幸得歌三秀終日如愚對碧山(六)

010_0853_b_06L
寄上金斯文

010_0853_b_07L
氣潔春霜藹月長句硏春草暎池塘

010_0853_b_08L琴心自可論淸濁世事無從話暖凉(七)

010_0853_b_09L不挾恩怨話短長豈聞戰鼓掀漁陽

010_0853_b_10L居夷早慣三思戒履險長敎四德香(八)

010_0853_b_11L學道遊心三代間文章應亦古人攀

010_0853_b_12L早得致君堯舜上淸光也要照雪山(九)

010_0853_b_13L
寄蒼崖秀才

010_0853_b_14L晩蘇以五古一首見贈 次韻奉呈
010_0853_b_15L幷衍爲七言一首以寄二首

010_0853_b_16L
幽谷雲初開寒巖上明月

010_0853_b_17L靜對明月坐細想猶起滅

010_0853_b_18L起滅滅盡處始與眞常依

010_0853_b_19L若復起眞想是亦非艸衣

010_0853_b_20L爲問晩蘇老此事爲然麽

010_0853_b_21L鳶魚能飛躍豈不以其我

010_0853_b_22L如此和會得二聖垂印可(一)

010_0853_b_23L一間茅屋半間雲二友相尋一是月

010_0853_b_24L雲隣相將月友居淸風時來扣寂滅

010_0853_c_01L歷歷孤明勿形段      분명히 밝아 형체 짓지 않으나
生來與伊爲所依      태어난 이래로 서로 의지하노라
淸灑灑空心中眼      마음속의 눈은 티끌 없이 맑고
赤條條落體上衣      몸 위의 옷은 지닌 것이 전혀 없네
內外中間覓總無      내외 중간을 찾아도 모두 없는데
無中大有是甚麽      없는 중에 있는 이것이 무엇인가
分手上下曾指出      손을 위아래로 뜻대로 움직이나니
物物上具獨尊我      어디에든 독존의 내가 있느니라
若人理會這般我      만약 이와 같은 나를 이해하면
許君無可無不可     무가무불가11)를 허여하리라
부록 원문(附原)
冉嶺上雲         뭉게뭉게 피어나는 재 위의 구름
皎皎林間月        교교히 비치는 숲속의 달빛
上人作何想        상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나
有想便起滅        생각에는 기멸이 따르는 것을
若說無想處        만약 생각이 없는 곳을 말한다면
雲月空依依        구름과 달이 괜히 서성인다 할까
雲去月亦墮        구름 가고 달도 떨어지고 나면
蕭然一艸衣        소연히 하나의 초의이리라
我問草衣師        내 초의 스님에게 물어보나니
認此爲眞麽        이것을 참되다고 인정할지를
上下鳶魚妙        솔개와 물고기의 묘한 그 도리12)
須看物亦我        모름지기 물아일체를 보아야 하리라
何時一燈下        어느 때 하나의 등불 아래에서
相與證否可        서로 옳고 그름 논증해 볼 수 있을까
한번 보고는 대체로 그 사람됨을 짐작할 수 있었으므로, 떠날 임시에 절구 네 수를 지어서 멀리 증정하였다(一見大作可槩其人 臨行遙贈一絕)만소는 호중 사람으로, 진사에 입격하였으며, 서울에서 항상 노닐면서 문장으로 세상에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나주의 서실에 거하고 있는데, 이 산의 가을 경치를 감상하려고 왔다가 초암까지 와서는 나의 졸고를 대략 보고 떠났다. 이에 내가 절에서 내려와 이 절구 네 수를 지어 그에게 주었다.(晩蘇, 湖中人, 登進士, 常遊京洛, 以文章名世. 時居羅州册室, 欲賞此山秋景而來, 轉至草庵, 略覽拙稿而去. 下寺, 作此一絕畱與四首.)
捫葛穿雲覓道場      칡 잡고 구름 뚫고 찾아온 도량
數間艸屋一規塘      몇 칸 초옥에 하나의 둥근 연못
乍逢猶有心相印      잠깐 만났어도 마음 도장 찍었나니
歸路天風滿袖凉     돌아오는 길 바람은 소매 가득하네
南岳前遊若夢場      남악의 예전 유람 한바탕 꿈 같은데
蘿陰猶記小池塘      벽라 그늘 작은 연못 아직도 기억하네
如今惠我金剛偈      지금 나에게 금강의 게송 주시다니
明月蘆花一味凉     밝은 달 갈대꽃처럼 청량하여라
菊入君詩意味長      그대가 국화 읊으면 뜻이 새롭나니
寒城十月作重陽      한성의 시월이 중양절이 되었도다
一秋賴有風霜力      가을은 바람과 서리의 기운에 의하여
成就黃花滿院香     국화꽃 피워 향기 넘치게 하네
仙禽遣影落人間      인간 세상에 떨어진 선금의 그림자
適我離城未得攀      때마침 성을 떠나 접하지 못하였네
偶向榮江江上見      우연히 영강의 강변에서 만나고는
更隨雲入萬重山     다시 구름 따라 산속에 들어가리라

010_0853_c_01L歷歷孤明勿形段生來與伊爲所依

010_0853_c_02L淸灑灑空心中眼赤條條落體上衣

010_0853_c_03L內外中間覓總無無中大有是甚麽

010_0853_c_04L分手上下曾指出物物上具獨尊我

010_0853_c_05L若人理會遮般我許君無可無不可(二)

010_0853_c_06L附原

010_0853_c_07L
冉冉嶺上雲皎皎林間月

010_0853_c_08L上人作何想有想便起滅

010_0853_c_09L若說無想處雲月空依依

010_0853_c_10L雲去月亦墮蕭然一艸衣

010_0853_c_11L我問草衣師認此爲眞麽

010_0853_c_12L上下鳶魚妙須看物亦我

010_0853_c_13L何時一燈下相與證否可

010_0853_c_14L一見大作可槩其人臨行遙贈一絕
010_0853_c_15L晩蘇湖中人登進士常遊京洛以文章名世
時居羅州册室欲賞此山秋景而來轉至草庵
010_0853_c_16L略覽拙稿而去
作此一絕畱與
四首

010_0853_c_17L
捫葛穿雲覓道場數間艸屋一規塘

010_0853_c_18L乍逢猶有心相印歸路天風滿袖凉(一)

010_0853_c_19L南岳前遊若夢場蘿陰猶記小池塘

010_0853_c_20L如今惠我金剛偈明月蘆花一味凉(二)

010_0853_c_21L菊入君詩意味長寒城十月作重陽

010_0853_c_22L一秋賴有風霜力成就黃花滿院香(三)

010_0853_c_23L仙禽遣影落人間適我離城未得攀

010_0853_c_24L偶向榮江江上見更隨雲入萬重山(四)

010_0853_c_25L「詩二」二字編者補入

010_0854_a_01L차운하여 이광려에게 답하다2수(次韻答李匡廬二首)
白雲深處小茅堂      흰 구름 깊은 곳의 작은 초가집
寄在澂明水一方      청정한 물 한쪽에 붙어 있네
芳樹禽棲幽響軟      나무에 깃든 새소리는 연약하고
空庭春去落花香      빈 뜰에는 봄이 가고 낙화 향기만
久從像外硏心性      세상 밖에서 심성만 연마하였을 뿐
懶向人間話煖凉      인간의 시비는 거론하지 않았다오
竹院休言偸半日      대숲 집서 한나절 훔쳤다 말하지 마오
山僧已被笑顚狂     산승은 이미 미치광이 비웃음 되었네
幽人曾不下雲堂 [3]      유인은 구름 집 내려간 적 없는데
高士緣何到上方      선비는 웬일로 상방에 이르렀소
盡道匡廬心眼正      광려의 심안이 바르다 모두 말하는데
未聞杜曲姓命香      두곡의 성명의 향기는 아직 못 들었소
更深山吐氷輪淨      다시 찾은 산은 얼음 바퀴 달을 토해 내고
人靜欄含竹籟凉      인적 없는 난간은 대숲 소리를 머금었네
露冷時惺蝴蝶夢      이슬 방울 차가워 호접몽에서 깨었나니
抱枝猶戀一春狂     꽃가지 잡고 아직 온통 봄을 그리네
여름날에 죽림정사에서 모임을 갖다전주부 서남쪽 산간에 있다(夏日會竹林精舍在全州府西南山間)
遠客今將返故林      먼 나그네 옛 숲으로 돌아가려다가
忽聞山水有淸音      산수에 맑은 소리 있다는 말 들었네
門前紅稻香初熟      문 앞엔 홍도의 향이 이제 막 익어 가고
樓外靑峯路轉深      누대 밖엔 청봉의 길이 점점 깊어지네
老樹重封千歲主      고목은 천 세의 주인을 거듭 봉하고
新篁翠積半窓陰      대의 푸른 그늘은 창을 반쯤 가렸네
强將拙句留鴻爪      억지로 졸구 가지고 홍조13)를 남겨
記取人間別後心      이별 뒤의 마음을 기록하려 하누나
가을날에 앞의 운을 써서 오하사이름은 영하에게 기증하다(秋日用前韻寄吳河槎永河)
憶曾雅集竹西林      예전에 죽서의 숲속에 모였을 때
濟濟羣賢振玉音      훌륭한 선비들이 시문을 떨쳤지
雲眠雨宿雙峯靜      구름 졸고 비 묵는 두 봉우리 고요하고
柳暗花明一洞深      버들 어둡고 꽃 밝은 한 골짜기 깊어라
文學精明傾洛下      정명한 문학은 도성을 압도하고
風流騷逸邁山陰      소일한 풍류는 산음14)을 능가하네
中天月色看常好      언제 보아도 좋은 중천의 달빛이여
依舊多情照兩心      여전히 양쪽 마음 다정히 비춰 주네
안일인이 부친 시에 차운하다(次安逸人見寄之作)
可人如玉在儒林      유림에 몸담은 옥같이 훌륭한 분
愛我時時惠好音      나를 아껴 때때로 좋은 말 해 주네
淨照松間明月大      솔 사이 조용히 비추는 밝은 달이요
長閒世外白雲深      세상 밖에 늘 한가한 흰 구름이라
春携家釀斟花底      봄엔 가양주 가져와 꽃 아래에서 마시고
晩趁微凉釣柳陰      서늘한 저녁에는 버들 그늘에 낚시하네
無事之中還有事      일 없는 가운데 다시 일이 있나니
戱敎鶴舞和琴心      거문고 맞추어 학을 춤추게 하네

010_0854_a_01L次韻答李匡廬二首

010_0854_a_02L
白雲深處小茅堂寄在澂明水一方

010_0854_a_03L芳樹禽棲幽響軟空庭春去落花香

010_0854_a_04L久從像外硏心性懶向人間話煖凉

010_0854_a_05L竹院休言偸半日山僧已被笑顚狂(一)

010_0854_a_06L幽人曾不下雲1)高士緣何到上方

010_0854_a_07L盡道匡廬心眼正未聞杜曲姓命香

010_0854_a_08L㪅深山吐氷輪淨人靜欄含竹籟凉

010_0854_a_09L露冷時惺蝴蝶夢抱枝猶戀一春狂(二)

010_0854_a_10L夏日會竹林精舍在全州府西南山間

010_0854_a_11L
遠客今將返故林忽聞山水有淸音

010_0854_a_12L門前紅稻香初熟樓外靑峯路轉深

010_0854_a_13L老樹重封千歲主新篁翠積半窓2) [4]

010_0854_a_14L强將拙句留鴻爪記取人間別後心

010_0854_a_15L秋日用前韻寄吳河槎氷河

010_0854_a_16L
憶曾雅集竹西林濟濟羣賢振玉音

010_0854_a_17L雲眠雨宿雙峯靜柳暗花明一洞深

010_0854_a_18L文學精明傾洛下風流騷逸邁山陰

010_0854_a_19L中天月色看常好依舊多情照兩心

010_0854_a_20L次安逸人見寄之作

010_0854_a_21L
可人如玉在儒林愛我時時惠好音

010_0854_a_22L淨照松間明月大長閒世外白雲深

010_0854_a_23L春携家釀斟花底晩趁微凉釣柳陰

010_0854_a_24L無事之中還有事戱敎鶴舞和琴心

010_0854_b_01L은고부를 애도하다(哀殷古阜)
一葉驚秋殞上林      잎새 하나 가을에 놀라 상림에 지고
凄凉白鴈北來音      북에서 온 흰 기러기 처량하게 우네
雲冥古館三生遠      구름 짙은 옛 관소에는 삼생이 멀고
月冷新亭一夢深      달빛 차가운 새 정자엔 꿈이 깊어라
水向橋邊成咽響      물은 다리 주변에서 목 매어 흐느끼고
雲從城上結愁陰      구름은 성 위에서 시름겹게 그늘지네
分明記得心中眼      마음속의 눈으로 분명히 기억하리니
雖在重泉見我心      황천에 있더라도 나의 마음 살피리라
백운동에서 백학의 날개를 보고 짓다기해년(1839, 헌종5) 가을(白雲洞見白鶴翎有作己亥秋)
亭亭特立暎秋林      우뚝 홀로 서서 가을 숲 비치나니
仙鶴風流檀麝襟      선학의 풍류는 단사의 금회로세
白玉莊成新月面      백옥으로 장엄한 신월의 얼굴이요
黃金間點翠蘭心      황금으로 점 찍은 취란의 마음이라
應從天上今纔降      응당 천상에서 금방 내려왔으리니
豈向人間容易尋      어찌 인간 세상에서 쉽게 찾으리오
憐爾羞霑凡雨露      어여뻐라 비와 이슬 적시기 부끄러워
慇懃移入白雲深      은근히 백운동 깊이 옮겨 들어 왔네
한 그루 나눠 받고 또 첩운하여 한 수 짓다(借分一株又疊一首)
天寒紅葉亂辭林      날이 추워 어지럽게 숲을 떠나는 단풍잎
不怨煩霜冷着襟      된서리가 차갑게 달라붙어도 원망 않네
月上落霞停水面      달 위의 저녁노을은 수면에 멈춰 있고
風翻孤鶴舞庭心      바람에 나부껴 학은 뜰에서 춤을 추네
多情欲與樽前語      다정하게 술잔 들며 하고 싶은 말들
留約還將夢裏尋      머무는 약속 꿈속에서 다시 찾으리라
分得白雲淸雨露      흰 구름과 맑은 이슬 함께 받고서
和根移取艸堂深      초당 깊숙이 뿌리를 옮겨 심었네
만소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창암에서 묵는데 밤에 비가 오다(訪晩蘇不遇 留宿蒼巖夜雨)
一宿人間闤闠場      인간 세상 저잣거리 하룻밤 묵고
夢廻明月印寒塘      꿈을 깨니 밝은 달이 연못 비치네
雨過檐溜聲猶滴      비 지난 처마엔 아직 낙숫물 소리
風入庭松韻自凉      바람 부는 뜰엔 절로 솔바람 소리
出谷幾看流水住      골을 나와 몇 번이나 멈춘 물 보았던가
靑山應笑白雲忙      청산은 응당 백운이 바쁘다 비웃으리
人雖在遠居相近      사람은 멀리 있어도 거처는 가까우니
座冷如聞荀令香      좌석에 순령15)의 향기 풍기는 듯하여라
운주루에서 수사 심공 낙신을 모시고 함께 읊다2수(運籌樓陪水使沈公樂臣同賦二首)
晩山當戶碧        저녁 산이 문 앞에 푸르르고
疎雨洗新秋        성긴 비가 새 가을 씻어 주네
坐到淸凉夜        앉아서 청량한 밤에 이르니
團團月入樓       둥근달 누대 위로 떠오르네
月朗金風夜        달이 밝고 금풍이 부는 밤
天空玉露秋        천공에 옥로 가득한 가을
偶成文酒會        우연히 이룬 시와 술의 모임에
好是水明樓       아름다운 물 밝은 이 누대여

010_0854_b_01L哀殷古阜

010_0854_b_02L
一葉驚秋殞上林凄凉白鴈北來音

010_0854_b_03L雲冥古館三生遠月冷新亭一夢深

010_0854_b_04L水向橋邊成咽響雲從城上結愁陰

010_0854_b_05L分明記得心中眼雖在重泉見我心

010_0854_b_06L白雲洞見白鶴翎有作己亥秋

010_0854_b_07L
亭亭特立暎秋林仙鶴風流檀麝襟

010_0854_b_08L白玉莊成新月面黃金間點翠蘭心

010_0854_b_09L應從天上今纔降豈向人間容易尋

010_0854_b_10L憐爾羞霑凡雨露慇懃移入白雲深

010_0854_b_11L借分一株又疊一首

010_0854_b_12L
天寒紅葉亂辭林不怨煩霜冷着襟

010_0854_b_13L月上落霞停水面風翻孤鶴舞庭心

010_0854_b_14L多情欲與樽前語留約還將夢裏尋

010_0854_b_15L分得白雲淸雨露和根移取艸堂深

010_0854_b_16L訪晩蘇不遇留宿蒼巖夜雨

010_0854_b_17L
一宿人間闤闠場夢廻明月印寒塘

010_0854_b_18L雨過檐溜聲猶滴風入庭松韻自凉

010_0854_b_19L出谷幾看流水住靑山應笑白雲忙

010_0854_b_20L人雖在遠居相近座冷如聞荀令香

010_0854_b_21L運籌樓陪水使沈公樂臣同賦二首

010_0854_b_22L
晩山當戶碧疎雨洗新秋

010_0854_b_23L坐到淸凉夜團團月入樓(一)

010_0854_b_24L月朗金風夜天空玉露秋

010_0854_b_25L偶成文酒會好是水明樓(二)

010_0854_c_01L부록 원운(附原韻)
酬杯酒地         서로들 술잔을 주고 또 받고
月隱雨鳴秋        달은 숨고 빗소리 울리는 가을
邂逅逢塲事        우연히 만나 함께 어울린 밤
轉淸欲曙樓       점점 맑아지며 날이 새려 하네
賞月良宵久        달구경 오래 하기 좋은 이 한 밤
湖山一色秋        호수와 산이 하나의 빛인 가을
管絃何足樂        풍악이 즐거울 것 뭐가 있으랴
談道醉深樓       도를 얘기하며 심취했는 걸
봄날에 유산이 절구를 보내왔기에 화답하다10수. 경자년(1840, 헌종6) 가을(春日酉山見寄一絕 奉和答之十首 庚子秋)
滿牆苔色染人衣      담장 가득 이끼의 빛이 옷을 물들일 뿐
盡日常關竹下扉      종일토록 죽림 아래 문 닫고 지내는데
忽有墨香來墮案      홀연히 묵향이 책상 위에 떨어졌나니
疑言海鶴帶將歸     바다의 학 대동하고 돌아오려는 듯
含情誰復獨乾衣      정 머금고 누가 또 홀로 옷을 말리는가
㝡是雲生水際扉      무엇보다 구름 이는 물가의 문간에서
滿紙縱橫細行字      종이 가득 종횡으로 잘게 적은 글자들
依然猶帶淚痕歸     눈물 흘리며 돌아간 흔적 그대로 남았네
晩山濃碧歛雲衣      저녁 산 푸르름이 구름옷을 거두고
晴日澄明宋玉扉      맑은 해가 송옥의 문을 밝게 비추네
文章萬古淵源大      문장은 만고토록 연원이 거대하니
不有斯人誰與歸     이 사람 아니면 누구에게 돌아갈까
仙山靈雨濕禪衣      중 옷을 젖게 하는 선산의 반가운 비
金策鈴鈴款竹扉      금 지팡이로 똑똑 사립문 두드리네
萬里爲人傳消息      만 리 멀리 사람에게 소식을 전하려고
三星共載半輪歸     세 별이 반달을 함께 싣고 돌아가네
海氣玲瓏翠滴衣      바다 기운 영롱하게 옷깃 푸르게 적시니
和雲蹋雪扣仙扉      구름과 함께 눈 밟고 선인의 문 두드렸지
一回見面一回喜      한 차례 얼굴 보면 또 한 차례 기쁘련만
春雨聲中坐不歸     봄비 소리 들으며 돌아가지 못하누나
風暖柳頭囀金衣      바람 따스해 버들도 점점 황금 옷으로
雨晴花底啓荊扉      비 갠 꽃가지 아래서 사립문 연다네
舊交只有靑山在      옛 벗은 오직 청산이 있을 뿐이라서
時放孤雲渡水歸     가끔 고운 의지해 물 건너 돌아가네
風散幽花香滿衣      바람에 꽃잎 흩어지니 향이 옷에 가득
白雲深鎻綠巖扉      흰 구름이 푸른 바위 문 굳게 봉쇄했네
多情㝡是玉仙子      다정한 분은 누구보다 바로 옥선자
載酒吟詩月下歸     술 싣고 시 읊으며 달 아래 돌아가네
霜羅剪作六銖衣      흰 비단 잘라내어 육수의16)를 만들고
慈竹叢開兩扇扉      대나무 떨기 헤쳐 문설주를 세웠네
幽徑一條蒼蘚滿      푸른 이끼 가득 덮인 하나의 오솔길
從來不許世人歸     세인이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오
嚴莊瓔珞蓋天衣      영락으로 장엄하여 천의를 덮고
時啓寶陀巖上扉      보타산 위의 문을 때때로 연다네

010_0854_c_01L附原韻

010_0854_c_02L
相酬杯酒地月隱雨鳴秋

010_0854_c_03L邂逅逢塲事轉淸欲曙樓(一)

010_0854_c_04L賞月良宵久湖山一色秋

010_0854_c_05L管絃何足樂談道醉㴱樓(二)

010_0854_c_06L春日酉山見寄一絕奉和答之十首
010_0854_c_07L庚子秋

010_0854_c_08L
滿牆苔色染人衣盡日常關竹下扉

010_0854_c_09L忽有墨香來墮案疑言海鶴帶將歸(一)

010_0854_c_10L含情誰復獨乾衣㝡是雲生水際扉

010_0854_c_11L滿紙縱橫細行字依然猶帶淚痕歸(二)

010_0854_c_12L晩山濃碧歛雲衣晴日澄明宋玉扉

010_0854_c_13L文章萬古淵源大不有斯人誰與歸(三)

010_0854_c_14L仙山靈雨濕禪衣金策鈴鈴款竹扉

010_0854_c_15L萬里爲人傳消息三星共載半輪歸(四)

010_0854_c_16L海氣玲瓏翠滴衣和雲蹋雪扣仙扉

010_0854_c_17L一回見面一回喜春雨聲中坐不歸(五)

010_0854_c_18L風暖柳頭囀金衣雨晴花底啓荆扉

010_0854_c_19L舊交只有靑山在時放孤雲渡水歸(六)

010_0854_c_20L風散幽花香滿衣白雲深鎻錄巖扉

010_0854_c_21L多情㝡是王仙子載酒吟詩月下歸(七)

010_0854_c_22L霜羅剪作六銖衣慈竹叢開兩扇扉

010_0854_c_23L幽徑一條蒼蘚滿從來不許世人歸(八)

010_0854_c_24L嚴莊瓔珞蓋天衣時啓寶陀巖上扉

010_0854_c_25L「臺」疑「堂」{編}「隱」疑「陰」{編}

010_0855_a_01L夜靜海濤三萬里      고요한 밤이면 바다 물결 삼만 리
卓然飛錫月中歸     탁연히 석장 날려 달 속에 돌아가네
澂瀛冷碧染人衣      사람 옷 물들이는 영주瀛州의 푸른 물결
坐看雲生聖女扉      성녀의 문에 구름이 일어나는 것을 보네
會待春風生海岸      해안에 봄바람이 일 때까지 기다려서
滿船同載月明歸     배 가득 밝은 달빛 싣고 돌아가리라

腸斷天涯老艸衣      하늘 끝 늙은 초의 스님 애가 끊어져서
鯨濤鱷夢到山扉      고래 파도 악어 꿈속에 산문을 찾았소
闡提竟是波羅密      천제17)도 결국은 바라밀18)을 행하리니
色即空時去亦歸      색이 곧 공이면 가도 오는 것이리라
이는 부록한 원문이다.(附原)
풍입송무술년(1838, 헌종4) 입춘일에 동황을 맞으며風入松戊戌立春日 迎東皇
一年祥慶報        한 해의 기쁜 소식이 전해지자
今朝萬國動歌謠      오늘 아침 만국에 노래가 진동하네
瑞禽慣識春風路      새들도 잘 아는 봄바람 부는 길목
靈軿御下彩雲橋      귀인의 수레가 채운교로 내려오네
日華晴含佳氣       태양은 청랑하게 좋은 기운 머금었고
花心香結新條       화심은 향기롭게 새 가지에 맺혔어라
碧山濃麗畫屛高      화려하게 병풍처럼 높이 솟은 청산
閒意鎭常饒        한가로운 뜻이 항상 넉넉하네
小塘皺縠涵天碧      물결 주름진 연못에 잠긴 푸른 하늘
霞光雲影兩相嬌      노을빛과 구름 그림자 아름다워라
時復徜徉芳徑       이따금 또 오솔길을 배회하면서
無心拾翠逍遙       무심히 푸르름 속에 소요하노라
임강선신축년(1841, 헌종7) 입춘일에 춘제를 맞으며臨江仙辛丑立春日 迎春帝
每恨不居功成後      유감일세 공 이룬 뒤 물러나지 않아19)
人間無處不怮       인간 세상 걱정 없는 곳이 없으니
靈軿今下彩雲橋      채운교로 수레가 내려오는 지금
休徵盈寶闕        휴징이 보궐에 넘쳐 흐르고
佳氣滿淸朝        가기가 청조에 가득하도다
瑞靄祥烟籠座重      자리를 에워싼 상서로운 놀과 연기
金床玉凡御堂高      마루에는 드높이 금상과 옥궤로세
九重春色醉仙桃      선도에 취하는 구중의 봄빛이여
三陽和爲泰        삼양이 모여서 태괘를 이루니20)
百福進如潮        모든 복이 밀물처럼 밀려오네
신월을 읊은 어제에 삼가 화운하다신축년 정월 십삼일(奉和御題咏新月辛丑春正月十三日)
新月妍妍初上天      하늘에 막 아리땁게 떠오른 신월
淸光藹藹照無邊      맑은 빛 애애하게 가없이 비추네
衆星環拱銀河淨      별들이 에워싼 은하는 고요한데
玉露盈襟夜不眠      이슬이 옷에 가득 밤에 잠 못 이루네
어제 원운御題元韻
輪月色到中天       반륜의 달빛이 하늘 복판에 이르러
朙照山河萬國邊      만국의 산하를 밝게 비추는도다
上下淸光莊暮景      위아래 맑은 빛 장엄한 저녁 풍경
能令騷客夜無眠      소객이 밤중에 잠 못 들게 하는구나

010_0855_a_01L夜靜海壽三萬里卓然飛錫月中歸(九)

010_0855_a_02L澂瀛冷碧染人衣坐看雲生聖女扉

010_0855_a_03L會待春風生海岸滿船同載月明歸(十)

010_0855_a_04L
腸斷天涯老艸衣鯨濤鱷夢到山扉

010_0855_a_05L闡提竟是波羅密色即空時去亦歸附原

010_0855_a_06L風入松戊戌立春日 迎東皇

010_0855_a_07L
一年祥慶報今朝萬國動歌謠

010_0855_a_08L瑞禽慣識春風路靈軿御下彩雲橋

010_0855_a_09L日華晴含佳氣花心香結新條

010_0855_a_10L碧山濃麗畫屛高閒意鎭常饒

010_0855_a_11L小塘皺縠涵天碧霞光雲影兩相嬌

010_0855_a_12L時復徜徉芳徑無心拾翠逍遙

010_0855_a_13L臨江仙辛丑立春日 迎春帝

010_0855_a_14L
每恨不居功成後人間無處不怮靈軿
010_0855_a_15L今下彩雲橋休徵盈寶1) [5] 佳氣滿淸
010_0855_a_16L瑞靄祥烟籠座重金床玉几御堂高
010_0855_a_17L九重春色醉仙桃三陽和爲泰百福進
010_0855_a_18L如潮

010_0855_a_19L奉和御題咏新月辛丑春正月十三日

010_0855_a_20L
新月妍妍初上天淸光藹藹照無邊

010_0855_a_21L衆星環拱銀河淨玉露盈襟夜不眠

010_0855_a_22L御題元韻

010_0855_a_23L
半輪月色到中天朙照山河萬國邊

010_0855_a_24L上下淸光莊暮景能令騷客夜無眠

010_0855_b_01L앞의 운을 써서 수사 심공에게 봉정하다5수(用前韻奉呈水使沈公五首)
霞光雲影爛晴天      노을빛 구름 그림자 하늘에 찬란한데
句引山僧到座邊      시구가 산승을 이끌어 자리에 앉혔네
見說曾題靈運句      말을 들으니 영운21)의 시구를 지을 적에
滿池芳草綠芊眠     못 가득 우거진 풀을 보며 잠들었다고
전일에 예전의 작품을 보여 주었다.(前日蒙神舊作.)
錦帆牙檣坐晩天      화려한 돛배에 들어앉은 저녁의 하늘
風光賸賞畫欄邊      뱃전에 기대어 풍광을 실컷 감상하네
移舟不即過南岸      배 옮겨서 남쪽 언덕 지나가지 않음은
怕觸閒鷗柳外眠     버들가 한가히 잠든 백로 깨울까 두려워서네
뱃놀이 풍경을 떠올리며 지었다.(正憶船游風景.)
離來回首夕陽天      이별하고 뒤돌아보는 석양의 하늘
思入濛濛煙雨邊      생각은 부슬부슬 안개비 속으로
煙雨今朝春併去      안개비도 오늘 봄과 함께 떠나가고
悄然空對落花眠     초연히 낙화 대하며 잠이 든다오
自愛壺中別有天      호로병 속의 별천지 혼자 좋아하나니
願迎玉節駐雲邊      옥절을 맞아 구름 가에 머물게 했으면
山花繞屋禽聲軟      들꽃이 집을 두르고 새소리는 나긋나긋
一醉玄眞隱几眠     현진에 취해 궤안에 기대어 잠을 잔다네
百和香動雨花天      백화 향기 풍기며 꽃비 내리는데
單父琴張玉澗邊      선보의 시냇가에는 거문고 소리22)
彈了太平歌一曲      태평가 한 곡조 연주하고 나서
風欄靜對白雲眠     난간에서 백운 보며 잠이 든다오
수사가 단오절 선물로 부채를 보내왔기에 사례하다2수(謝水使惠送節扇二首)
位鎭炎方惠化長      무더운 지방에서 선정을 베푸시어
山僧猶復荷恩光      산승도 그 은혜를 함께 입고 있는데
爲憐茅屋三庚惱      모옥의 삼복더위 특별히 걱정하여
分送竹樓一片涼      죽루의 서늘한 바람 나눠 보내셨네
素雅未殘銀桂韻      흥치가 다함이 없는 은계의 운이요
芬馨賸對玉蘭香      분형을 실컷 대하는 옥란의 향이라
秋風縱使生庭樹      정원의 나무에 가을바람 일어나도
不忍便敎深處藏     차마 깊은 곳에 보관하지 못하리라
湘節溪藤細鍊莊      상강湘江의 대쪽에 섬계剡溪의 종이
玉霜銀雪轉爭光      옥 서리 은빛 눈이 더욱 빛을 다투네
三庚掃却人間暑      인간 세상의 삼복더위 물리치고서
一氣招廻天上涼      천상의 서늘한 기운 불러들인다오
歸鷰驚遮先改路      제비도 놀라서 가던 길 지레 바꾸고
落花被引近生香      낙화도 가까이 불려와 향기로워라
龍繞可忍塵同拂      용요와 같이 먼지를 차마 떨게 할 수야
寶惜應須玉並藏     보배처럼 아껴 옥과 함께 보관하리
차운하여 수사 심공에게 삼가 부치다(次韻奉柬水使沈公)
連天水碧鴈初廻      하늘 잇닿은 푸른 물에 돌아오는 기러기
別館新秋霽景開      별관에는 초가을의 맑은 경치가 열렸네

010_0855_b_01L用前韻奉呈水使沈公五首

010_0855_b_02L
霞光雲影煉晴天句引山僧到座邊

010_0855_b_03L見說曾題靈運句滿池芳草綠芊2)1) [6] (一)

010_0855_b_04L
前日蒙示舊作

010_0855_b_05L
錦㠶牙檣坐晩天風光賸賞畫欄邊

010_0855_b_06L移舟不即過南岸怕觸閒鷗柳外眠(二)

010_0855_b_07L
正憶船游風景

010_0855_b_08L
離來回首夕陽天思入濛濛烟雨邊

010_0855_b_09L煙雨今朝春併去悄然空對落花眠(三)

010_0855_b_10L自愛壺中別有天願迎玉節駐雲邊

010_0855_b_11L山花繞屋禽聲軟一醉玄眞隱几眠(四)

010_0855_b_12L百和香動雨花天單父琴張玉澗邊

010_0855_b_13L彈了太平歌一曲風欄靜對白雲眠(五)

010_0855_b_14L謝水使惠送節扇二首

010_0855_b_15L
位鎭炎方惠化長山僧猶復荷恩光

010_0855_b_16L爲憐茅屋三庚惱分送竹樓一片涼

010_0855_b_17L素雅未殘銀桂韻芬馨賸對玉蘭香

010_0855_b_18L秋風縱使生庭樹不忍便敎深處藏(一)

010_0855_b_19L湘節溪藤細鍊莊玉霜銀雪轉爭光

010_0855_b_20L三庚掃却人間暑一氣招廻天上涼

010_0855_b_21L歸鷰驚遮先改路落花被引近生香

010_0855_b_22L3) [7] 可忍塵同拂寶惜應須玉並藏(二)

010_0855_b_23L次韻奉柬水使沈公

010_0855_b_24L
連天水碧鴈初廻別館新秋霽景開

010_0855_c_01L雙鷺遙穿寒靄去      두 마리 백로는 찬 노을 멀리 뚫고 가고
半帆倒掛夕陽來      반 돛은 석양에 거꾸로 매달려 다가오네
閒去桂苑弄明月      계원을 한가히 거닐며 명월을 희롱하고
稀步玉堦生綠苔      섬돌에 걸음 드무니 푸른 이끼 돋아나네
深感吏民恩義重      백성들은 두터운 은혜에 깊이 감동되어
會看勒石鍊戎臺      연융대에 송덕비 세운 것을 볼 수 있겠네
수사가 조정에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奉餞水使還朝)
寧時無事獻詞章      사장을 올릴 일이 없는 편안한 시대
納鉞今朝上漢陽      부월 바치고 오늘 한양으로 올라가네
白露泫空澄玉宇      백로는 공중에 맺혀 옥우를 맑게 하고
淸風捲地動微凉      청풍은 땅을 쓸어 서늘한 기운 일으키네
邊城鼓角秋聲遠      가을에 소리가 먼 변성의 고각이요
列郡旌旗暮影長      저녁에 그림자 긴 열군의 정기로세
可但萱堂承喜色      훤당의 기뻐하시는 안색만 뵙겠는가
天顏親奉五雲光      오색구름 아래 천안도 직접 뵈리라
처사 서상군에 대한 만사임인년(1842, 헌종8) 서군이 생전에 요청하기에 미리 지었다(徐處士尙君挽詞壬寅 徐君生前隨請預作)
歷數人間積善人      인간 세상 적선한 이를 차례로 헤아리건대
惟君享慶洗精神      오직 그대가 경사 누리며 정신을 닦았소
皆遵三敎愈耽佛      삼교를 준행하면서도 특히 불교를 좋아해
自約一生獨守眞      평생 스스로 약속하고 홀로 참을 지켰지요
淨業栽培玄果熟      정업을 재배하여 도의 열매가 익게 하고
寶蓮含蓄白花新      보련을 함축하여 흰 꽃을 새로 피웠어라
從知大聖遙招手      대성이 멀리 손으로 부르는 것을 알고서
一念留俟好日辰      좋은 그 날 오기를 일념으로 기다렸다오
문춘호가 찾아와서 나에게 시를 보여 주기에 차운하여 화답하였다2수(文春湖見訪有贈 次韻和之二首)
憶曾交臂工一能      예전에 재능 있으면 친하게 지내면서
謬將削玉勝雕氷      삭옥이 조빙보다 낫다고 오해했네
玄裳化去雲中鶴      검은 치마 입은 구름 속 학23)으로 변해
弊衲還尋林下僧      누더기 입은 숲속의 중을 찾았다네
華髮相憐春掃跡      봄 자취 사라진 것을 백발로 서로 슬퍼하며
斷絃重理夜張燈      밤에 등불 켜고 끊어진 거문고 줄 다시 잇네
秪今送別留佳約      지금 송별하며 좋은 약속 남기나니
會訪春湖拄瘦藤     응당 춘호 찾아 지팡이를 멈추리라
心跡相幷愧未能      마음과 자취 각기 달라 부끄럽기만
舊時懷抱冷如氷      예전의 회포는 얼음처럼 차가워라
誰知華表歸來鶴      누가 알리요 화표에 돌아온 학이
早是林間入定僧      일찍 숲속에서 입정한 중인 줄을
賸有綺思籠彩筆      붓으로 넉넉히 표현하는 멋진 시상이요
羞將衰髮照靑燈      등불 아래 부끄러운 쇠한 머리칼이라
從今只貴西來意      이제부터는 오직 서래의만 중히 여기고
已斷除陳爛葛藤     어지럽게 일어나는 갈등은 끊어 버리겠노라
북산 목관의 시에 차운하다2수(次北山牧官韻二首)

010_0855_c_01L雙鷺遙穿寒靄去半帆倒掛夕陽來

010_0855_c_02L閒去桂苑弄明月稀步玉堦生綠苔

010_0855_c_03L深感吏民恩義重會看勒石鍊戎臺

010_0855_c_04L奉餞水使還朝

010_0855_c_05L
寧時無事獻詞章納鉞今朝上漢陽

010_0855_c_06L白露泫空澄玉宇淸風捲地動微凉

010_0855_c_07L邊城鼓角秋聲遠列郡旌旗暮影長

010_0855_c_08L可但萱堂承喜色天顏親奉五雲光

010_0855_c_09L徐處士尙君挽詞壬寅 徐君生前
隨請預作

010_0855_c_10L
歷數人間積善人惟君享慶洗精神

010_0855_c_11L皆遵三敎愈耽佛自約一生獨守眞

010_0855_c_12L淨業栽培玄果熟寶蓮含蓄白花新

010_0855_c_13L從知大聖遙招手一念留俟好日辰

010_0855_c_14L文春湖見訪有贈次韻和之二首

010_0855_c_15L
憶曾交臂工一能謬將削玉勝雕氷

010_0855_c_16L玄裳化去雲中鶴弊衲還尋林下僧

010_0855_c_17L華髮相憐春掃跡斷絃重理夜張燈

010_0855_c_18L秪今送別留佳約會訪春湖拄瘦藤(一)

010_0855_c_19L心跡相幷愧未能舊時懷抱冷如氷

010_0855_c_20L誰知華表歸來鶴早是林間入定僧

010_0855_c_21L賸有綺思籠彩筆羞將衰髮照靑燈

010_0855_c_22L從今只貴西來意已斷除陳爛葛藤(二)

010_0855_c_23L次北山牧官韻二首

010_0855_c_24L「閼」疑「闕」{編}「眼」疑「眠」{編}「繞」疑
010_0855_c_25L「嬈」{編}

010_0856_a_01L
衆官縈細務        다른 관아는 자잘한 일이 많은데
一府獨蕭然        여기는 홀로 한가롭기만 하다네
俯海看蛟舞        바다 굽어보며 교룡의 춤을 보고
捨琴伴鶴眠        거문고 내려놓고 학과 잠든다오
紅飄落花雨        빗속에 지는 꽃잎 붉게 나부끼고
靑颺煮茶烟        차 달이는 연기 푸르게 올라가네
自釀賢人酒        현인이 마시는 탁주 스스로 빚어
淺斟不用錢       술을 마심에 돈 쓸 일 없다네
憾慨時將晩        시절이 지려 하니 가슴이 뭉클
硏精古佛心        고불의 마음을 자세히 연구하네
烟霞餘宿戀        연하를 그동안 얼마나 그렸던가
山水醉淸音        산과 물에 심취한 맑은 소리로세
無地堪逃俗        세상을 피할 곳이 어디 있으랴만
誅茅願卜深        소원은 깊숙한 곳에 띳집 짓는 것
紫蓮峯一半        자련봉이 반절쯤 보이는 이곳
白屋隱靑林       푸른 숲속에 오두막이 숨어 있네
제주목사 이공 원조가 시를 청하기에 마침내 망경루의 시에 차운하다계묘년(1843, 헌종9)(濟牧李公源祚索詩 遂次望京樓韻癸卯)
方丈蓬萊恣遠遊      방장과 봉래에서 뜻대로 노닐다가
又飛錫杖到瀛洲      다시 석장 날려 영주에 이르렀네
神人去國雲封穴      신인은 국도 떠나고 구멍에는 구름만
仙侶昇天月在樓      선려는 하늘 오르고 누대에는 달빛만
鄕貢皆稱南渡馬      향공이 모두 일컫는 남에서 건너온 말이요
聖恩長望北來舟      성은을 항상 기대하는 북에서 오는 배라
三山盡是歸王化      삼산이 모두 임금님 교화에 귀의했나니
不放遺民海外浮      남은 백성 내치지 않고 바다에 떠 있네
운옹과 월사가 전운을 써서 부쳐 왔기에 차운하여 부치다10수(雲翁月槎用前韻見寄 次韻却寄十首)
避喧曾鎻碧山烟      소음을 피하고자 산안개로 길을 막고
歸臥茅廬落日邊      해 지는 쪽 오두막에 돌아가 누웠다네
未信死生元有命      사생에 명이 있는 것을 어찌 믿으리요
休言富貴本由天      부귀는 하늘에 달렸다 말하지도 마오
薄遊郢市歌誰聽      영 땅 저자의 노래를 누가 들어 주랴
偶過邯鄲夢已圓      한단을 지나며 꿈이 이미 단란했네
閱盡世情應覺幻      세정을 모두 겪고 허깨비임을 알았으니
無生聊可學餘年     여생엔 무생의 도리 배울 수 있으리라
乘醉扶笻踏野烟      취한 김에 지팡이 짚고 거니는 내 낀 들판
赤欄橋外綠楊邊      붉은 난간 다리 너머 푸른 버들가지로세
憑誰拾翠新晴地      누구 덕분에 맑게 갠 땅 나들이하며
臨水流觴薄暮天      으스름 저녁 물가에서 잔을 띄우네
文宣五色波瀾闊      글은 오색을 펼쳐 파란이 끝이 없고
詩漱羣芳格調圓      시는 향을 머금어 격조가 원만해라
隨處身閒歌聖代      어디서나 한가하여 태평성대 노래하니
吾雖老不恨流年     내 비록 늙었지만 세월이 한스럽지 않네

010_0856_a_01L
衆官縈細務一府獨蕭然

010_0856_a_02L俯海看蛟舞捨琴伴鶴眠

010_0856_a_03L紅飄落花雨靑颺煮茶烟

010_0856_a_04L自釀賢人酒淺斟不用錢(一)

010_0856_a_05L憾慨時將晩硏精古佛心

010_0856_a_06L烟霞餘宿戀山水醉淸音

010_0856_a_07L無地堪逃俗誅茅願卜深

010_0856_a_08L紫蓮峯一半白屋隱靑林(二)

010_0856_a_09L濟牧李公源祚 索詩遂次望京樓韻
010_0856_a_10L癸卯

010_0856_a_11L
方丈蓬萊恣遠遊又飛錫杖到瀛洲

010_0856_a_12L神人去國雲封穴仙侶昇天月在樓

010_0856_a_13L鄕貢皆稱南渡馬聖恩長望北來舟

010_0856_a_14L三山盡是歸王化不放遺民海外浮

010_0856_a_15L雲翁月槎用前韻見寄次韻却寄
010_0856_a_16L

010_0856_a_17L
避喧曾鎻碧山烟歸臥茅廬落日邊

010_0856_a_18L未信死生元有命休言割貴本由天

010_0856_a_19L薄遊郢市歌誰聽偶過邯鄲夢已圓

010_0856_a_20L閱盡世情應覺幻無生聊可學餘年(一)

010_0856_a_21L乘醉扶笻踏野烟赤欄橋外綠楊邊

010_0856_a_22L憑誰拾翠新晴地臨水流觴薄暮天

010_0856_a_23L文宣五色波瀾闊詩漱羣芳格調圓

010_0856_a_24L隨處身閒歌聖代吾雖老不恨流年(二)

010_0856_b_01L一室焚香凝篆烟      방에 향 피우니 엉긴 연기 꼬불꼬불
嗒然淸坐小梅邊      자그마한 매화 옆에 무심히 앉았네
生涯零落如元亮      영락한 생애는 도연명과 같고
名節淸高似樂天      청고한 절개는 백낙천과 같네
金㵎繞城幾灣曲      금 시내는 몇 굽이나 성을 둘렀는고
瓊峯圻戶一規圓      옥 봉우리는 둥글게 문 앞에 솟았네
從今萬事都休了      지금부터는 만사를 모두 내려놓고
猶得閒居二十年     이십 년쯤 한가히 거해도 되겠네
士龍舊址積寒烟      차가운 연무 자욱한 사룡의 옛터
蒼翠葫山若箇邊      푸르른 호산이 주변을 에워쌌네
倘有若人居此地      설혹 어떤 이가 이곳에 산다 해도
寧敎雲叟擧遙天      어찌 운수를 멀리 떠나보내겠소
窓前脩竹千竿老      창 앞엔 천 그루 늙은 대나무 숲이요
門外芳池一鏡圓      문밖엔 둥근 거울 하나의 연못이라
不忍重過山下路      산 아래 길 차마 다시 지나지 않는 것은
風光惆悵異當年     쓸쓸한 풍경이 전과 달라서이네
이는 운수에게 답한 것이다.(右答雲叟.)
利名於我若浮煙      이욕과 명예는 나에게는 뜬 안개
雅欲誅茅碧㵎邊      푸른 시냇가에 띳집 짓고 싶을 뿐
一稜田耕新雨地      비가 내리면 한 이랑 밭을 갈고
半瓶醪醉晩凉天      서늘 저녁엔 반병 술에 취하네
憐君此意含雖久      가엾어라 그대가 이런 생각 하면서도
尙爾高情展未圓      오래도록 회포를 풀지 못하고 있네
會卜近鄰成二老      근처에 터 잡고서 두 노인이 이웃하면
風流應不小當年     풍류가 당년보다 못하진 않으리라
이는 월사에게 답한 것이다.(右答月槎.)
日晩空庭含紫烟      보랏빛 연기 머금은 해 질 녘의 빈 뜨락
脩篁搖綠小欄邊      난간에는 푸르게 흔들리는 긴 대나무
如遊仙子精思觀      선자의 정사관에서 노니는 듯도 하고
疑入壺公小隱天      호공의 소은천에 들어간 듯도 하네
玉蘭銀桂吹香遠      멀리 퍼지는 난초와 계수 향기요
海橘山茶結子圓      둥근 씨앗 맺는 해귤과 산다로세
修養應先揀幽勝      수양은 우선 그윽한 승경을 택할지니
羨君於此換芳年     그대가 방년으로 변한 것이 부러워라
山氣模糊未歛烟      산의 기운 모호하게 아직 연무 안 걷혀서
池亭都屬有無邊      못가의 정자도 있는 듯 없는 듯 흐릿해라
綠陰窓下惺春睡      푸른 그늘 창 아래 봄 꿈에서 깨어나고
紅日欄頭坐晩天      붉은 해 난간 머리 저녁나절 앉아 있네
鳥拂閒花飛雪亂      새가 스치니 꽃잎이 눈처럼 나부끼고
魚吹淸鏡動紋圓      물고기가 숨쉬니 거울에 둥근 파문 이네
地偏心遠來人小      외진 땅에 마음은 먼데 오는 사람 없어
始信日長如少年     소년처럼 날이 긴 것을 이제야 알겠네
花霧縈窓宿篆烟      꽃 안개 휘감은 창에 향 연기 꼬불꼬불
俗緣無一到那邊      세속의 인연이 이쪽에는 하나도 없네
隨兒種玉開雲壑      아이 따라 옥 뿌리며 구름 골 개척하고
敎鶴含書渡海天      학은 서신 물고 바다 하늘 건너게 하네

010_0856_b_01L一室焚香凝篆烟嗒然淸坐小梅邊

010_0856_b_02L生涯零落如元亮名節淸高似樂天

010_0856_b_03L金㵎繞城幾灣曲瓊峯圻戶一規圓

010_0856_b_04L從今萬事都休了猶得閒居二十年(三)

010_0856_b_05L士龍舊址積寒烟蒼翠葫山若箇邊

010_0856_b_06L倘有若人居此地寧敎雲叟擧遙天

010_0856_b_07L窓前脩竹千竿老門外芳池一鏡圓

010_0856_b_08L不忍重過山下路風光惆悵異當年(四)

010_0856_b_09L
 右答雲叟

010_0856_b_10L
利名於我若浮煙雅欲誅茅碧㵎邊

010_0856_b_11L一稜田耕新雨地半瓶醪醉晩凉天

010_0856_b_12L憐君此意含雖久尙爾高情展未圓

010_0856_b_13L會卜近鄰成二老風流應不小當年(五)

010_0856_b_14L
 右答月槎

010_0856_b_15L
日晩空庭含紫烟脩篁搖綠小欄邊

010_0856_b_16L如遊仙子精思觀疑入壺公小隱天

010_0856_b_17L玉蘭銀桂吹香遠海橘山茶結子圓

010_0856_b_18L修養應先揀幽勝羨君於此換芳年(六)

010_0856_b_19L山氣模糊未歛烟池亭都屬有無邊

010_0856_b_20L綠陰窓下惺春睡紅日欄頭坐晩天

010_0856_b_21L鳥拂閒花飛雪亂魚吹淸鏡動紋圓

010_0856_b_22L地偏心遠來人小始信日長如少年(七)

010_0856_b_23L花霧縈窓宿篆烟俗緣無一到那邊

010_0856_b_24L隨兒種玉開雲壑敎鶴含書渡海天

010_0856_c_01L苔紋錦石頭頭老      이끼 무늬 금석은 하나하나 늙었고
金色仙桃個個圓      황금 색깔 선도는 낱낱이 둥글어라
樵客偶來看棋坐      나무꾼이 와서 바둑 구경하는 사이
人間歲月已多年     인간의 세월은 벌써 많이도 흘렀네
이는 백장의 시에 화운한 것이다.(右和栢莊.)
野樹蒼蒼凝暝煙      울창한 들판 숲에 엉긴 어둑한 연기
孤城閒閉夕陽邊      석양가에 한가히 문 닫은 외로운 성
白雲有約前宵夢      어젯밤 꿈에선 백운과 약속하였는데
明月無情今夜天      오늘 밤 하늘엔 명월이 무정도 해라
風靜幽篁磨響細      바람이 자니 대숲도 소리가 가늘어지고
更深殘燭暈光圓      밤 깊어 촛불 빛은 둥글게 무리지었네
縱然此地無形勝      비록 이곳에 빼어난 경치 없긴 하지만
休厭淹留改歲年     머무르며 해 바뀌어도 싫증 나지 않네
이는 매각의 시에 화운한 것이다.(右和梅閣.)
淨掃寒巖古澗烟      한암 계곡의 연무가 말끔히 걷히고
明窓齊揭老松邊      밝은 창이 노송 가에 일제히 들리네
希全佳約情如海      희망이 온전한 기약의 정은 바다와 같고
望斷紛飛雪滿天      소망이 끊겨 날리는 눈은 하늘에 가득해라
坐久樓鍾穿壑遠      오래 앉으니 누대 종소리 멀리 골을 뚫고
夢回山月上梅圓      꿈을 깨니 산달이 매화 위에 둥글어라
重成此會誠非晩      다시 모인 이 자리 정말 늦지 않았나니
好是新春入舊年     아름다운 새봄이 한 해 끝에 들어오네
이는 지주에게 증정한 것이다. 그는 약속이 있어서 오지 못했다.(右呈地主. 有期不臨.)
백장에서 노닐며 차운하다(遊柏庄次韻)
萬綠陰中一鑑開      나무숲 녹음 속에 난간이 열렸나니
澂泓灩灩蘸西臺      넘실넘실 맑은 물에 서대가 잠겼어라
慇懃月向松間照      달님은 은근히 솔 사이에 비치고
澹沱雲從谷口來      구름은 잇따라 곡구에서 나오네
長夏細傾荷葉露      긴 여름 가늘게 기울인 연잎의 이슬이요
淸秋已辦菊花杯      맑은 가을 이미 마련한 국화꽃 술잔이라
今宵雅集風情減      오늘 밤의 모임은 풍정이 줄어들었나니
惆悵雲翁去不回      아쉽게도 운옹이 떠나 돌아오지 않아서네
고일인과 함께 금성으로 가려다가 도중에 비를 만나 행行 자의 운으로 시를 짓다(與高逸人 將向錦城 途中逢雨 得行字)
郊端指點錦官城      교외 끝 시야에 들어오는 금관성
粉堞如抱細線橫      가는 선 가로로 친 듯한 흰 성가퀴
佳氣忽蒙雲影暗      좋은 날씨 갑자기 구름 그림자 뒤덮여
羈愁寒踏雨聲行      나그네 시름겹게 빗소리 속에 걸었네
晴景還知開眼近      눈앞에 다시 펼쳐지는 맑은 경치
澄江可愛照心明      속까지 투명한 맑은 강물 어여뻐라
今宵應向南隈宿      오늘 밤은 남쪽 모퉁이에 묵으면서
穩說鄕關歲暮情      향관의 세모의 정을 이야기해야지

010_0856_c_01L苔紋錦石頭頭老金色仙桃個個圓

010_0856_c_02L樵客偶來看棋坐人間歲月已多年(八)

010_0856_c_03L
 右和栢莊

010_0856_c_04L
野樹蒼蒼凝暝煙孤城閒閉夕陽邊

010_0856_c_05L白雲有約前宵夢明月無情今夜天

010_0856_c_06L風靜幽篁磨響細㪅深殘燭暈光圓

010_0856_c_07L縱然此地無形勝休厭淹留改歲年(九)

010_0856_c_08L
 右和梅閣

010_0856_c_09L
淨掃寒巖古澗烟明窓齊揭老松邊

010_0856_c_10L希全佳約情如海望斷紛飛雪滿天

010_0856_c_11L坐久樓鍾穿壑遠夢回山月上梅圓

010_0856_c_12L重成此會誠非晩好是新春入舊年(十)

010_0856_c_13L
右呈地主有期不臨

010_0856_c_14L遊柏庄次韻

010_0856_c_15L
萬綠陰中一鑑開澂泓灔灔蘸西臺

010_0856_c_16L慇懃月向松間照澹沱雲從谷口來

010_0856_c_17L長夏細傾荷葉露淸秋已辦菊花杯

010_0856_c_18L今宵雅集風情減惆悵雲翁去不回

010_0856_c_19L與高逸人將向錦城途中逢雨得行
010_0856_c_20L

010_0856_c_21L
郊端指點錦官城粉堞如抱細線橫

010_0856_c_22L佳氣忽蒙雲影暗羈愁寒踏雨聲行

010_0856_c_23L晴景還知開眼近澄江可愛照心明

010_0856_c_24L今宵應向南隈宿穩說鄕關歲暮情

010_0857_a_01L독락재에서 차운하다계묘년 봄(獨樂齋次韻癸卯春)
鑿翠開庭結小齋      푸른 산빛 가득한 뜰의 자그마한 서재
千峯淑氣靄然佳      일천 봉우리 맑은 기운 애연히 우러나네
劉嬴得失曾隨鹿      유영이 사슴 쫓으며 얻고 잃었으나24)
蠻觸輸贏始覺蝸      알고 보면 달팽이 뿔의 만촉의 승부25)이네
舂月鋤雲閒事業      방아 찧고 김매는 한가한 사업이요
採山釣水澹生涯      나무하고 낚시하는 담담한 생애로세
新交非復如花鳥      새로 사귄 정이 꽃과 새 같진 않아도
詩酒相從展雅懷      시와 술로 서로들 회포를 풀었다오
우석 신공이 준 시에 삼가 화운하다우석은 현재 수상인 신관호의 호이다. 10수(奉和于石申公見贈于石時水相申觀浩號 十首)
料理烟霞未肯休      자연을 찾는 일 즐겨 쉬지 않았지만
佳辰復作采眞遊      명절에 다시 채진의 놀이26) 즐겼네
千般草媚蓮池面      온갖 풀들 연꽃 연못 위로 어여쁘고
百囀鸎驕柳岸頭      꾀꼬리는 버들 언덕에서 맘껏 노래하네
春意澹融花霧潤      춘의는 무르익어 꽃 안개에 젖어 들고
佛香微動瑞烟浮      불향이 조금 퍼지며 연기가 떠다니네
從前無隱知何事      숨길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노니
鼻觀凉時解宿尤     코끝이 시큰할 때 묵은 허물 풀리는 것
江山興趣未全休      강산의 흥취를 완전히 접지 않아
物外重成支許遊      물외에서 다시 지허27)의 놀이 가졌네
幾度款從滄海畔      몇 번이나 정답게 해변을 거닐었던가
如今同上白雲頭      지금은 함께 흰 구름 머리에 올랐다네
風廻晩院花香動      저녁 사원에 바람 부니 꽃향기 일렁이고
池近春窓日影浮      봄 창 가까운 연못 위엔 해그림자 떠 있네
幽意未能成夜宿      하룻밤 묵어 그윽한 뜻 풀지 못하고
牽緣深處却生尤     깊은 곳에 인연 끌려 꺼림칙하네
이는 북암에 올라가서 지은 것이다.(右上北庵.)
幾從花日暖時休      꽃이 핀 따스한 시절 어찌 쉬리요
轉入松風冷處遊      솔바람 시원한 곳 들어와서 노니네
玉㵎鼓琴銀約指      시냇가 가야금 타는 손엔 은 가락지요
雪兒歌酒錦纏頭      술자리 노래하는 설아에겐 금전두28)로세
香傳五色靈芝秀      향기 퍼지는 오색의 영지 빼어나고
春潤三淸惠露浮      봄 적시는 삼청의 이슬방울 떠 있네
語樂可能寄夜永      긴 밤 보낼 수 있는 즐거운 이야기들
這廻消盡百年尤     백 년의 시름을 한꺼번에 날리겠네
이는 초암에 내려와서 지은 것이다.(右下草菴.)
爲人性癖愛淸休      나는 성벽이 청휴함을 좋아하니
不有靑山底處遊      청산이 없으면 어디에서 노닐까
澹素幽閒先着脚      담소 유한하면 먼저 발을 내딛고
繁華榮慕懶回頭      번화 영모에는 고개도 안 돌리네
㵎道深深泉響遠      깊은 계곡엔 물소리 멀리 퍼지고
松風細細茗烟浮      가는 솔바람에 차 연기 부유하네
萬緣消盡明窓內      일만 인연이 소진된 밝은 창 안에서
玉殿珠樓未效尤     옥전 주루의 허물은 본받지 않는다오

010_0857_a_01L獨樂齋次韻癸卯春

010_0857_a_02L
鑿翠開庭結小齋千峯淑氣靄然佳

010_0857_a_03L劉嬴得失曾隨鹿蠻觸輪贏始覺蝸

010_0857_a_04L舂月鋤雲閒事業採山釣水澹生涯

010_0857_a_05L新交非復如花鳥詩酒相從展雅懷

010_0857_a_06L奉和于石申公見贈于石時水相
申觀浩號
十首

010_0857_a_07L
料理烟霞未肯休佳辰復作採眞遊

010_0857_a_08L千般艸媚蓮池面百囀鸎驕柳岸頭

010_0857_a_09L春意澹融花霧潤佛香微動瑞烟浮

010_0857_a_10L從前無隱知何事鼻觀凉時解宿尤(一)

010_0857_a_11L江山興趣未全休物外重成支許遊

010_0857_a_12L幾度款從滄海畔如今同上白雲頭

010_0857_a_13L風廻晩院花香動池近春窓日影浮

010_0857_a_14L幽意未能成夜宿牽緣深處却生尤(二)

010_0857_a_15L
 右上北庵

010_0857_a_16L
幾從花日暖時休轉入松風冷處遊

010_0857_a_17L玉㵎鼓琴銀約指雪兒歌酒錦纏頭

010_0857_a_18L香傳五色靈芝秀春潤三淸惠露浮

010_0857_a_19L語樂可能寄夜永這廻消盡百年尤(三)

010_0857_a_20L
 右下草菴

010_0857_a_21L
爲人性癖愛淸休不有靑山底處遊

010_0857_a_22L澹素幽閒先着脚繁華榮慕懶回頭

010_0857_a_23L㵎道深深泉響遠松風細細茗烟浮

010_0857_a_24L萬緣消盡明窓內玉殿珠樓未校尤(四)

010_0857_b_01L이는 자신의 일을 서술한 것이다.(右自述.)
令人絕憶許文休      사람들이 허문휴를 떠올리게 하는 분29)
誘納人才遣藝遊      인재를 이끌어 예의 세계에 노닐게 하네
方丈時搖玉麈尾      방장에서 고라니 꼬리 흔들며 연설하면
天花亂落金獅頭      하늘 꽃이 금사자 머리에 분분히 떨어지네
掃空八萬塵勞障      팔만 진로의 장애를 말끔히 씻어 버리고
說到三千世界浮      삼천 세계의 무상함을 극진히 설한다네
歷歲聞名今日見      오래도록 명성 듣다 오늘 보게 되었는데
見時歡喜別時尤     볼 때엔 기쁘더니 헤어지려니 허전하네
신공이 인재를 대하며 교훈을 잘 베풀고 있다.(申公接人才, 善能敎訓.)
三百六旬此夜休      삼백육십일 중 의미 있는 오늘 밤
無量此夜得常遊      무량한 이 날 밤에 항상 노닐었다오
耿耿銀河低屋角      밝은 은하는 지붕에 낮게 드리우고
團團璧月隱巖頭      둥글고 둥근 달은 산머리에 숨었네
香從睡鴨脣中發      잠든 오리 입술에서 발산하는 향이요
氣向靑蓮眼上浮      푸른 연꽃 눈 위에 떠오르는 기운이라
此氣此香常願戴      바라건대 이 기운 이 향 항상 받들어
爲祥爲瑞轉殃尤     재앙과 허물이 상서로 변하게 하기를
이는 제석에 공을 위해서 장수를 기원한 것이다.(右除夕爲公祈壽.)
惠慈仁讓報天休      혜자인양으로 하늘 은혜에 보답하자
報至咸登壽域遊      수역30)에 모두 노닐게 하늘이 보답했네
瑞毓人天星煥夜      별이 빛나는 밤에 인천의 복이 길러지고
祥回仙佛歲新頭      한 해의 시작에 선불의 상서가 돌아오네
玉磬穿雲淸響遠      경쇠의 맑은 음향 구름 뚫고 멀리 가고
檀烟消篆暗香浮      전단향 짙은 연기 꼬불꼬불 떠오르네
上元頌祝同除夕      섣달그믐과 같은 대보름의 송축이여
寶筭延長淨悔尤     후회와 허물없이 오래오래 사시기를
이는 정월 대보름에 성상의 장수를 축원한 것이다.(上元夜祝聖壽.)
閒忙未肯一時休      한가하거나 바쁘거나 쉬려 하지 않고
靜躁終敎兩處遊      고요하든 소란하든 상관없이 노니네
幻形因暫成涯角      허깨비 형체가 잠시 모나게 드러나도
眞面凝常在裏頭      진면목이 언제나 그 속에 자리한다네
山色淡靑新雨過      비가 막 지난 산은 엷은 청색을 띠고
天光低碧片雲浮      조각구름 뜬 하늘은 낮게 푸르러라
去去來來無適莫      가거나 오거나 적도 없고 막도 없나니31)
始無攸樂今何尤     당초 낙이 없는데 무슨 허물 있으리오
棲遲只合一邱休      하나의 언덕에서 소요하면 그만이니
未必九垓汗漫遊      구해 밖의 한만유32)는 필요하지 않다오
機無可忘猿輸果      잊어야 할 기심 없어 납도 과일 바치고
說到離言石點頭      언어 떠난 연설에 돌도 고개 끄덕이네
躍古騰今靡體悟      고금을 뛰어넘어 체득함이 없으니
超生脫死見虛浮      허무함을 보고서 생사를 초탈해야
早晩休官叅得徹      조만간 벼슬 쉬고 깨달음을 구한다면
瑞蓮生火是奇尤     불 속에서 연꽃 피는 기적을 보리로다

010_0857_b_01L
  右自述

010_0857_b_02L
令人絕憶許文休誘納人才遣藝遊

010_0857_b_03L方丈時搖玉塵尾天花亂落金獅頭

010_0857_b_04L掃空八萬塵勞障說到三千世界浮

010_0857_b_05L歷歲聞名今日見見時歡喜別時尤(五)

010_0857_b_06L
申公接人才善能敎訓

010_0857_b_07L
三百六旬此夜休無量此夜得常遊

010_0857_b_08L耿耿銀河低屋角團團璧月隱巖頭

010_0857_b_09L香從睡鴨脣中發氣向靑蓮眼上浮

010_0857_b_10L此氣此香常願戴爲祥爲瑞轉殃尤(六)

010_0857_b_11L
右除夕爲公祈壽

010_0857_b_12L
惠慈仁讓報天休報至咸登壽域遊

010_0857_b_13L瑞毓人天星換夜祥回仙佛歲新頭

010_0857_b_14L玉磬穿雲淸響遠檀烟渭篆暗香浮

010_0857_b_15L上元頌祝同除夕寶筭延長淨悔尤(七)

010_0857_b_16L
上元夜祝聖壽

010_0857_b_17L
閒忙未肯一時休靜躁終敎兩處遊

010_0857_b_18L幻形因暫成涯角眞面凝常在裏頭

010_0857_b_19L山色淡靑新雨過天光低碧片雲浮

010_0857_b_20L去去來來無適莫始無攸樂今何尤(八)

010_0857_b_21L棲遲只合一邱休未必九垓汗漫遊

010_0857_b_22L機無可忘猿輸果說到離言石點頭

010_0857_b_23L曜古騰今靡體悟超生脫死見虛浮

010_0857_b_24L早晩休官叅得徹瑞蓮生火是奇尤(九)

010_0857_c_01L이는 송별하는 회포를 서술한 것이다.(右送別舒懷.)
早年行脚未渠休      이른 나이에 쉬지 않고 행각을 하였나니
直到天南海北遊      하늘 남쪽 바다 북쪽 모두 돌아다녔다오
迢遞百城煙雨外      안개비 너머 멀리 찾은 일백 성읍이요
徘徊一片夕陽頭      해 질 녘 배회하는 한 조각 마음이었네
淚因衡岳猿聲下      형악의 원숭이 소리에 눈물방울 떨어지고
夢逐瀟湘鴈影浮      소상의 기러기 그림자 따라 꿈이 떠오르네
今日歸來閒掛錫      오늘 돌아와 한가히 석장을 걸어 놓았나니
眞師自有正敎尤     참 스승 절로 있어 허물 바르게 가르치네
이는 자신의 일을 서술한 것이다.(自述.)
부록 원운2수(附原韻二首)
平裘帶樂時休       태평 시대 관원으로 행복을 누리는데
山寺雲烟起我遊      산사의 풍광이 나의 유람을 부추기네
別有氤氳春以外      봄이 지나도 특별히 인온하나니
元來盤薄海之頭      바닷가는 원래 반박한 곳이니까
禪祠紀績知回向      선사의 공적 기록은 회향임을 알겠고
溪榭憑虛覺大浮      냇가 정자는 허공에 둥둥 뜬 느낌일세
喫惱趙州茶供養      번뇌를 씻어 주는 조주의 차 한 잔33)으로
相關花柳亦成尤     꽃과 버들 상관함은 또한 허물이라네
君寄禪林是貫休      선림에 몸담은 그대는 바로 관휴34)
平生喜與士夫遊      평생 사대부와 노닐기 좋아했네
貝經深悟空中色      불경을 통해 공즉시색 깊이 깨달았고
茆屋移居最上頭      초당을 옮겼나니 가장 높은 꼭대기로
佛土過來求極樂      극락을 구해 지나온 부처의 땅이요
吾身忘却在閻浮      염부35)에 있음을 망각한 나의 몸이라
若逢人世淵明輩      도연명 같은 이를 이 세상에서 만나
三笑溪橋孰更尤     다리에서 셋이 웃으면 누가 탓하리오36)
해종암에서 연옹의 시에 차운하다암자는 가야산 북쪽 면호의 위에 있다(海宗庵次蓮翁韻菴在伽倻山北眠湖之上)
直北伽倻有海宗      가야산 북쪽에 해종암이 있나니
鮫宮密邇路相通      교궁과 밀접하게 길이 통해 있네
刹竿影撘珊瑚露      찰간의 그림자는 산호 이슬을 매달고
玉樹香傳薜茘風      옥수 향기는 벽려의 바람에 퍼지누나
洗雨峯硏秋色裏      비에 씻긴 봉우리는 가을빛 속에 예쁘고
報霜鴈到月明中      서리 알리는 기러기는 달 밝은 속에 오네
世人也識藏林寺      세상 사람도 숲속에 숨은 절을 아나니
隔水遙聞半夜鍾      반야의 종소리가 물 건너 멀리 들리네
영주에서 이연죽에게 답하다계묘년 여름. 7수(瀛洲答李然竹癸卯夏 七首)
在在無罣礙        어디에 있든지 걸림이 없이
天風一衲衣        바람에 납의를 휘날릴 따름이네
芥山拈妙偈        겨자씨 속의 수미산은 오묘한 게송이요
杯海入禪機        바다를 잔질한다는 말 선기에 들어맞네
自有因緣合        자연히 인과 연이 맞게 되나니
元非理事違        원래 이와 사가 어긋나지 않네
休言當面諱        눈앞에서 숨긴다고 말하지 마오
峯頂白雲飛       산꼭대기에 흰 구름이 드날리네

010_0857_c_01L
右送別舒懷

010_0857_c_02L早年行脚未渠休直到天南海北遊

010_0857_c_03L迢遞百城煙雨外徘徊一片夕陽頭

010_0857_c_04L淚因衡岳猿聲下夢逐瀟湘鴈影浮

010_0857_c_05L今日歸來閒掛錫眞師自有正敎尤(十)

010_0857_c_06L
   自述

010_0857_c_07L附原韻 二首

010_0857_c_08L
時平裘帶樂時休山寺雲烟起我遊

010_0857_c_09L別有氤氳春以外元來盤薄海之頭

010_0857_c_10L禪祠紀績知回向溪榭憑虛覺大浮

010_0857_c_11L喫惱趙州茶供養相關花柳亦成尤(一)

010_0857_c_12L君寄禪林是貫休平生喜與士夫遊

010_0857_c_13L貝經㴱悟空中色茆屋移居最上頭

010_0857_c_14L佛土過來求極樂吾身忘却在閻浮

010_0857_c_15L若逢人世淵明輩三笑溪橋孰更尤(二)

010_0857_c_16L海宗庵次蓮翁韻菴在伽倻山
北眠湖之上

010_0857_c_17L
直北伽倻有海宗鮫宮密邇路相通

010_0857_c_18L刹竿影撘珊瑚露玉樹香傳薜茘風

010_0857_c_19L洗雨峯硏秋色裏報霜鴈到月明中

010_0857_c_20L世人也識藏林寺隔水遙聞半夜鍾

010_0857_c_21L瀛洲答李然竹癸卯夏 七首

010_0857_c_22L
在在無罣礙天風一衲衣

010_0857_c_23L芥山拈妙偈杯海入禪機

010_0857_c_24L自有因緣合元非理事違

010_0857_c_25L休言當面諱峯頂白雲飛(一)

010_0858_a_01L枯藤三尺作標杠      삼 척의 등나무로 지팡이 만들어
歷盡蛟宮與蜃窓      교궁과 신창을 모두 돌아다녔네
綠水紅蓮無染相      녹수 홍련에는 오염된 모습이 없고
棠陰不見閙村厖     해당화 그늘엔 떠도는 삽살개 안 보이네
竪起法門百尺杠      법문에 백 척의 깃대를 세워 놓고서
定中寂寂鎻猿窓      입정 중에 적적하게 원창을 닫았어라
休怪泥牛眞實義      진흙 소의 진실한 뜻 의심하지 말지니
鷺絲牽象似馴厖     해오리 코끼리로 삽살개 길들이듯 하네
不算賓中與主中      빈중주와 주중빈37) 따지지 않고
仙山日看白雲通      선산에서 날마다 흰 구름 보네
鮫宮七尺珊瑚樹      교궁에 있는 칠 척의 산호 나무를
敎取何人網得紅     누굴 시켜 그물에 붉은 가지 거둘까
二千年鉢暫飛來      잠시 날아온 이천 년의 바리때
神嶽秋毫大海杯      태산은 터럭 바다는 한 잔의 물
老顏頗能看寶氣      늙은 얼굴로 보기를 자못 살펴
衣中珠顆且收回     옷 속에 염주 알을 잠시 거두네
長同南極壽星鄰      언제나 함께 이웃하는 남극의 수성
仙襪凌波雪海春      버선발로 물결을 밟는 설해의 봄날
試即回頭還是岸      머리 한번 돌려보면 다시 이 언덕
鯨魚翡翠莫迷津     경어와 비취에 길을 잃지 않는다네
嶺嶠一遊憶壯年      명산을 유람한 장년의 추억이여
禪緣詩夢兩茫然      선의 인연 시의 꿈 둘 다 망연해라
豈知瓶錫如輪轉      병석38)의 몸이 수레바퀴처럼 굴러
來飮神瀛白鹿泉     백록담의 물을 마실 줄 알았으랴
운엄도인의 시에 차운하다8수. 계묘년 10월(次雲广道人韻八首 癸卯十月)
三年嘉會在玄冬      삼 년 전 한겨울에 한 번 만나고
霰雪霏霏又此逢      싸락눈 날리는 때 다시 만났네
扣戶誰掀霜夜夢      서리 내린 밤 꿈속에서 누가 문을 두드렸나
論詩共聽月樓鍾      달빛 누대 종소리 함께 듣고 시를 논했네
天寒更綠窓前竹      추울수록 더욱 푸른 창문 앞의 대나무요
葉盡微明林外峯      낙엽 져서 조금 환해진 숲 너머 봉우리라
採蓮山蘄釀初熟      이제 막 익은 연과 산기로 빚은 술을
爲君今日始開封     그대 위해 오늘 처음 개봉하노라
踏遍江山春抵冬      봄부터 겨울까지 강산을 답사하며
好友佳朋幾處逢      좋은 붕우를 어느 곳에서 만났던가
風雨飛驚詩百首      풍우가 날려 놀란 백 수의 시요
玉山堆倒酒千鍾      옥산이 무너진 천 종의 술이라39)
淸新態若霜前菊      청신한 자태는 서리 이전의 국화와 같고
穩藉氣如霽後峰      온화한 기상은 비 갠 뒤의 봉우리 같네
快活生涯隨處足      쾌활한 생애라 어디서나 만족하니
有誰還肯覓侯封     그 누가 높은 벼슬에 봉해짐을 구하리오
歸來天地始凝冬      천지가 얼어붙는 겨울이 돌아온 때
七友餘三兩處逢      두 곳에서 모두 열 명의 벗을 만났네
名節逼眞憐醉白      취한 이백李白의 명절은 핍진하건만
知音冷落撫傾鍾      종자기鍾子期 같은 지음은 영락했어라
雨歇欄頭上紅日      비가 갠 난간 머리엔 붉은 해가 올라오고
烟收門外近靑峯      연무 걷힌 문밖에는 푸른 봉우리 가깝네

010_0858_a_01L枯藤三尺作標杠歷盡蛟宮與蜃窓

010_0858_a_02L綠水紅蓮無染相棠陰不見閙村厖(二)

010_0858_a_03L竪起法門百尺杠㝎中寂寂鎻1) [8]

010_0858_a_04L休怪泥牛眞實義鷺絲牽象似馴厖(三)

010_0858_a_05L不算賓中與主中仙山日看白雲通

010_0858_a_06L鮫宮七尺珊瑚樹敎取何人網得紅(四)

010_0858_a_07L二千年鉢暫飛來神嶽秋毫大海杯

010_0858_a_08L老顏頗能看寶氣衣中珠顆且收回(五)

010_0858_a_09L長同南極壽星鄰仙襪凌波雪海春

010_0858_a_10L試即回頭還是岸鯨魚翡翠莫迷津(六)

010_0858_a_11L嶺嶠一遊憶壯年禪緣詩夢兩茫然

010_0858_a_12L豈知瓶錫如輪轉來飮神瀛白鹿泉(七)

010_0858_a_13L次雲广道人韻八首 癸卯十月

010_0858_a_14L
三年嘉會在玄冬霰雪霏霏又此逢

010_0858_a_15L扣戶誰掀霜夜夢論詩共聽月樓鍾

010_0858_a_16L天寒㪅綠窓前竹葉盡微明林外峯

010_0858_a_17L採蓮山蘄釀初熟爲君今日始開封(一)

010_0858_a_18L踏遍江山春抵冬好友佳朋幾處逢

010_0858_a_19L風雨飛驚詩百首玉山堆倒酒千鍾

010_0858_a_20L淸新態若霜前菊穩藉氣如霽後峰

010_0858_a_21L快活生涯隨處足有誰還肯覓侯封(二)

010_0858_a_22L歸來天地始凝冬七友餘三兩處逢

010_0858_a_23L名節逼眞憐醉白知音冷落撫傾鍾

010_0858_a_24L雨歇欄頭上紅日烟收門外近靑峯

010_0858_b_01L君去更在深深處      그대 떠나 다시 있을 깊고 깊은 곳
千疊雲巒紫邏封     구름 산 겹겹이 자라동紫邏洞 봉했으리
心如松柏自凌冬      마음은 겨울을 이기는 송백과 같고
才合盤根錯節逢      재주는 반근착절40)의 상황이 어울리네
千里鄕關回白首      천 리 향관으로 흰 머리 돌렸나니
當時律呂近黃鍾      당시의 율려는 황종41)에 가까웠지
崖檐夜冷風鳴鐸      암자의 추운 밤 바람은 목탁을 울리고
巖屋更深月隱峯      승방에 밤이 깊어 달은 봉우리에 숨었네
四海已全歸禹貢      사해가 온전하여 조공朝貢을 바치는 때
君今何處覓堯封     그대 지금 어느 곳에서 요봉42)을 찾는가
淸遊賸覺勝前冬      지난겨울보다 청유를 훨씬 누리나니
坐與高人靜裏逢      앉아서 고인과 조용히 상봉했으니까
舊作燈前誇好句      옛날 지은 좋은 시구 등 앞에서 자랑하고
寒更雲外報疎鍾      추운 밤 구름 너머 성긴 종소리 듣노매라
下方撩亂風搖樹      하방엔 요란하게 바람이 흔드는 나무요
上界淸寧月滿峯      상계엔 청정하게 달빛 가득한 봉우리라
要試靈泉勝牛乳      샘물이 우유보다 나은지 시험하려고
一包龍井解斜封     한 포 용정의 엇붙인 봉함을 뜯어 보네
精工自少足三冬      어려서 삼동으로 충분한 글공부43)
貴遇嘉徴到處逢      도처에서 만나 실력 인정 받았네
矍鑠精神憐野逸      부러워라 은둔하며 씩씩한 정신이여
層崚瘦骨愧龍鍾      부끄럽네 노쇠하여 수척한 몰골이여
山中雪釀花千樹      산속의 눈이 빚어 일천 나무에 꽃이요
林表烟開玉一峯      숲 너머 연무 걷혀 옥 봉우리 드러났네
歷遍人間今始返      인간 세상 편력하고 이제 돌아왔나니
應經木鐸嘆儀封     목탁이라 탄식한 의봉인44)도 만났으리
傷心遠別完城冬      상심하며 완성에서 겨울에 헤어진 뒤
誰料此生得再逢      이생에서 다시 만날 줄 누가 알았으랴
無墨可硏淸月露      먹을 갈 수 없는 달빛 머금은 이슬이요
有茶難酌白雲鍾      차를 따를 수 없는 백운 새긴 술그릇이라
如君高臥玉山客      그대는 옥산에 높이 드러누웠는데
愧我遠尋天柱峯      나는 부끄럽게 멀리 천주봉을 찾네
嘉遯更茲留後約      은둔하며 살리라 다시 기약하노니
松門一任薜蘿封     솔숲 문은 등나무가 에워싸게 맡기네
靜勝工夫懶坐冬      정승45) 공부 게을리 앉아 있는 겨울날
執鞭師友罕相逢      채찍 잡은 사우를 만나기 어려워라
思量世外十年蹟      세상 밖 십 년에 한 일을 헤아려 보니
消盡山中半夜鍾      산속 반야의 종소리로 소진하였네
慣看普賢遊象窟      코끼리 탄 보현46)의 굴 실컷 보았으니
會從迦葉入鷄峯      가섭 따라 계족봉47)으로 들어가야지
徑深苔碧無人到      사람이 오지 않아 이끼 잔뜩 낀 오솔길
分付白雲盡日封     흰 구름에게 온종일 막으라 당부했네
어초자가 마침 왔기에 한 수를 차운하여 화답하다(漁樵子適來 次韻一首 和而答之)
科頭護病畏寒冬      추위 겁내며 맨머리로 가료하다가
遺世高人分外逢      세상 초월한 고인을 뜻밖에 만났네
冥雪蕭蕭虛閉閣      쓸쓸한 저녁 눈발 텅 빈 채 닫힌 누각
孤燈耿耿遠聞鍾      깜박이는 등불 하나 멀리 들리는 종소리

010_0858_b_01L君去㪅在深深處千疊雲巒紫邏封(三)

010_0858_b_02L心如松柏自凌冬才合盤根錯節逢

010_0858_b_03L千里鄕關回白首當時律呂近黃鍾

010_0858_b_04L崖檐夜冷風鳴鐸巖屋㪅深月隱峯

010_0858_b_05L四海已全歸禹貢君今何處覓堯封(四)

010_0858_b_06L淸遊賸覺勝前冬坐與高人靜裏逢

010_0858_b_07L舊作燈前誇好句寒㪅雲外報疎鍾

010_0858_b_08L下方撩亂風搖樹上界淸寧月滿峯

010_0858_b_09L要試靈泉勝牛乳一包龍井解斜封(五)

010_0858_b_10L精工自少足三冬貴遇嘉徴到處逢

010_0858_b_11L矍鑠精神憐野逸層崚瘦骨愧龍鍾

010_0858_b_12L山中雪釀花千樹林表烟開玉一峯

010_0858_b_13L歷遍人間今始返應經木鐸嘆儀封(六)

010_0858_b_14L傷心遠別完城冬誰料此生得再逢

010_0858_b_15L無墨可硏淸月露有茶難酌白雲鍾

010_0858_b_16L如君高臥玉山客愧我遠尋天柱峯

010_0858_b_17L嘉遯㪅玆留後約松門一任薜蘿封(七)

010_0858_b_18L靜勝工夫懶坐冬執鞭師友罕相逢

010_0858_b_19L思量世外十秊蹟消盡山中半夜鍾

010_0858_b_20L慣看普賢遊象窟會從迦葉入鷄峯

010_0858_b_21L徑㴱苔碧無人到分付白雲盡日封(八)

010_0858_b_22L漁樵子適來次韻一首和而答之

010_0858_b_23L
科頭護病畏寒冬遺世高人分外逢

010_0858_b_24L冥雪蕭蕭虛閉閣孤燈耿耿遠聞鍾

010_0858_c_01L淸心空對門前水      청심으로 그냥 대하는 문 앞의 물이요
携手難登屋後峯      손잡고 오르지 못하는 집 뒤의 산이라
歸路莫敎容易發      돌아갈 길 용이하다고 떠나려 마오
松蘿茂密紫烟封      솔 덩굴 우거져 자욱한 안개 길 막았네
현재에서 차운하여 함께 읊다계묘년 겨울(縣齋拈韻同賦癸卯冬)
無事不曾度澗煙      일 없어 한 번도 시내 건너지 않다가
今宵移宿白雲邊      오늘 밤은 흰 구름 속에 옮겨 와 묵네
淸硏景物無三月      어여쁜 경물은 석 달을 못 넘기고
澹素杯盤屬二天      조촐한 술상은 이천48)에 속했어라
麫洗玉筯繞細滑      국수는 젓가락에 가늘게 휘감기고
茗煎花乳浮輕圓      달이는 차는 화유49)가 둥글게 떠 있네
使君賸有烟霞趣      사군은 연하의 흥취가 넉넉하니
從此相遊可判年      서로 노닐며 한 해를 보낼 만하네
지현 한공 계원의 시는 다음과 같다(知縣韓公啓源詩)
吾生判不隔雲烟      나의 생이 운연과 떨어지지 않아서
一識高僧碧海邊      푸른 바닷가에서 고승을 알았어라
孤燭相思梅發夜      매화 피는 밤 등불 아래 그리워하였는데
短笻忽到雪來天      눈 오는 날 홀연히 지팡이 짚고 찾아왔네
山如美醞醒猶憶      산은 맛좋은 술처럼 깨어나도 생각나고
月似新詩見漸圓      달은 새로운 시처럼 볼수록 둥글어지네
五斗欺人還自笑      우스워라 오두50)가 사람을 속이는 것이
南州節物又今年      남쪽 지역 계절 풍광 금년에도 아름답네
고향에 돌아와서계묘년(歸故鄕癸卯)
遠別鄕關四十秋      고향 멀리 떠난 지 사십 년 만에
歸來不覺雪盈頭      돌아오니 어느새 온통 하얀 머리칼
新基草沒家安在      잡초에 뒤덮였으니 집이 어디 있나
古墓苔荒履跡愁      황량한 묘소 걸으려니 시름겹기만
心死恨從何處起      마음의 한 죽었으니 어디서 일어나랴
血乾淚亦不能流      피눈물도 말라서 흐르지 않는다네
孤笻更欲隨雲去      지팡이 짚고 구름 따라 떠나고 싶어
已矣人生愧首邱      아서라 인생이여 수구51)가 부끄럽네
목진 휴장정을 지나며 차운하다(過木鎭休將亭次韻)
淸江繞郭玉環靑      맑은 강이 옥 반지처럼 성곽을 두르고
江外千峰揖小亭      강 너머 일천 산이 소정에 읍을 하네
虎踞龍蟠雄氣勢      범과 용이 서리듯 기세가 웅장하고
鸞翔鶴舞好儀形      난새와 학이 춤추듯 자세가 좋아라
四時變幻無窮景      사시로 변환하는 무궁무진한 경치요
萬古長陳活畫屛      만고에 펼쳐진 살아 있는 그림 병풍이라
㝡是消魂難狀處      가장 형용할 수 없이 혼을 녹이는 것은
採菱歌轉夕陽汀      마름 따는 노래 저녁 물가에 들려옴이네
유산이 부친 시에 화운하다을사년(1845, 헌종11)(奉和酉山見寄乙巳)
霜天渺渺鴈回頭      서리 하늘 아득히 기러기 고개 돌려
千里含書碧海秋      천 리의 서신 물고 온 바닷가의 가을

010_0858_c_01L淸心空對門前水携手難登屋後峯

010_0858_c_02L歸路莫敎容易發松蘿茂密紫烟封

010_0858_c_03L縣齋拈韻同賦癸卯冬

010_0858_c_04L
無事不曾度澗煙今宵移宿白雲邊

010_0858_c_05L淸硏景物無三月澹素杯盤屬二天

010_0858_c_06L麫洗玉筋繞細滑茗煎花乳浮輕圓

010_0858_c_07L使君賸有烟霞趣從此相遊可判年

010_0858_c_08L知縣韓公啓源詩

010_0858_c_09L
吾生判不隔雲烟一識高僧碧海邊

010_0858_c_10L孤燭相思梅發夜短笻忽到雪來天

010_0858_c_11L山如美醞醒猶憶月似新詩見漸圓

010_0858_c_12L五斗欺人還自笑南州節物又今年

010_0858_c_13L歸故鄕癸卯

010_0858_c_14L
遠別鄕關四十秋歸來不覺雪盈頭

010_0858_c_15L新基艸沒家安在古墓苔荒履跡愁

010_0858_c_16L心死恨從何處起血乾淚亦不能流

010_0858_c_17L孤笻㪅欲隨雲去已矣人生愧首邱

010_0858_c_18L過木鎭休將亭次韻

010_0858_c_19L
淸江繞郭玉環靑江外千峰揖小亭

010_0858_c_20L虎踞龍蟠雄氣勢鸞翔鶴舞好儀形

010_0858_c_21L四時變幻無竆景萬古長陳活畫屛

010_0858_c_22L㝡是消魂難狀處採菱歌轉夕陽汀

010_0858_c_23L奉和酉山見寄乙巳

010_0858_c_24L
霜天渺渺鴈回頭千里含書碧海秋

010_0858_c_25L「狷」疑「▼(犭+員)」{編}

010_0859_a_01L南北襟懷常阻展      남북이 가로막혀 금회를 펴지 못했나니
中間歲月幾翻周      중간에 세월이 몇 번이나 돌았던가
寺樓賞雪連三夜      사흘 밤 잇따라 사루에서 눈 읊었고
苕水納凉共一舟      함께 배를 타고 초수에서 피서했지
陳跡依俙如可忘      희미한 옛 추억 어찌 잊을 수 있으랴
新詩觸忤更添愁      새 시 받고 보니 시름 더욱 깊어지네
경인년 겨울에 유산․운포․광산 등 여러 사백과 함께 운고산방에서 눈에 막혀 시를 지을 적에 사루에서 눈을 감상하며 시를 읊었고, 신묘년 여름에 또 제공과 함께 초계에 배를 띄우고서 더위를 식혔다.(庚寅冬, 與酉山耘逋匡山諸詞伯, 阻雪雲吉山房作詩, 有寺樓賞雪篇, 辛卯夏, 又與諸公, 泛苕溪納凉.)
부록 원운(附原韻)
里人來洌水頭       천 리 멀리 한강가에 사람이 와서
禪房消息藕花秋      연꽃의 가을 선방 소식 전해 주네
風霜笑我雙丁老      우스워라 우리 정씨 두 노인의 풍상이여
夏臘憐公一甲周      어여뻐라 우리 공의 회갑 맞은 하랍이여
蜑地悔乘支遁馬      남방에서 탄 것을 후회한 지둔의 말이요
鯨濤穩返達摩舟      고래 물결 안온히 돌아온 달마의 배로세
江關臥憶天涯面      강관에 누워서 하늘 끝 얼굴을 생각하니
落月空林萬疊愁      빈 숲의 지는 달에 시름이 더욱 깊어지네
자주에 이르기를 “스님이 십 년 전에 초계 물가의 어장에서 시를 짓기를 ‘빈 숲엔 하늘 끝 달이 비쳐 들어오고, 들 물엔 눈 온 뒤 산 빛이 밝게 잠겼네.’라고 하였는데, 이 시구가 청허하고 영환하여 열상 시사의 제공이 지금까지 전송하며 ‘염송 일단의 화두를 이을 만하다.’라고 평하기에, 내가 결구에서 이를 인용하였다.”라고 하였다.(自註云, “師於十年前苕上漁庄有詩曰, ‘空林照入天涯月, 野水明涵雪後山.’ 淸虛靈幻, 洌上詩社諸公, 至今傳誦, 謂可以續拈頌一段話頭云, 結句用之.”)
유산의 다시에 화답하다2수(奉答酉山茶詩二首)
南來北去兩無緣      남쪽 북쪽 왕래할 길 둘 다 없는 터에
鱗鴻不肯隨人便      물고기와 기러기 편의 소식도 없었다네
澄江如練山如畫      비단 같은 맑은 강물 그림 같은 산들
舊遊心眼印芳鮮      노닐던 옛 추억이 심안에 선명해라
菜花小亭聽夜雨      채화 소정에서 밤비 소리 들었고
雲吉上房試名泉      운길 상방에서 샘물도 맛보았지
半醉時臥松風細      반쯤 취해 누우면 가는 솔바람 소리요
殘夢初回江月圓      꿈에서 깨면 강물 위의 둥근 달이었네
憐我病骨瘦如竹      나는 병골이라 대쪽처럼 말랐는데
羨公詩思至如川      그대의 시상은 물이 흐르듯 하였네
揮毫珠玉散華箋      주옥같은 휘호가 화전에 번질 적에
透窓雪花墮紋筵      창을 뚫고 설화가 화문석에 떨어졌지
此日詩廚文字飮      이날 시의 주방에서 문자를 마실 적에
人間聞者口流涎      인간 세상 듣는 자는 군침을 흘렸다오
又能時時策我懶      그리고 때때로 나의 게으름 경책하며
惡詩纇句勉精硏      조악한 시구도 정밀히 다듬어 주었지
白首如今分涯角      하늘 끝에 흰 머리로 헤어진 지금
相愛猶復如當年      서로 아끼는 건 당년과 같고 말고
今年寄書靑海鶴      금년에도 청해의 학 서신을 부쳐
又是秋風鴈來先      추풍보다 기러기가 먼저 도착했네
悽惋古雅詞義深      처완하고 고아하며 글 뜻이 깊어
一言一字直萬錢      한 글자마다 만 전의 가치가 있네

010_0859_a_01L南北襟懷常阻展中間歲月幾翻周

010_0859_a_02L寺樓賞雪連三夜苕水納凉共一舟

010_0859_a_03L陳跡依俙如可忘新詩觸忤㪅添愁

010_0859_a_04L冬與酉山耘逋匡山諸詞伯阻雪雲吉山房作詩

010_0859_a_05L有寺樓賞雪篇辛卯夏又與諸公泛苕溪納凉

010_0859_a_06L附原韻

010_0859_a_07L
千里人來洌水頭禪房消息藕花秋

010_0859_a_08L風霜笑我雙丁老夏臘憐公一甲周

010_0859_a_09L蜑地悔乘支遁馬鯨濤穩返達摩舟

010_0859_a_10L江關臥憶天涯面落月空林萬疊愁自註云
師於十
010_0859_a_11L年前苕上漁庄有詩曰空林照入天涯月野水明
涵雪後山淸虛靈幻洌上詩社諸公至今傳誦
010_0859_a_12L謂可以續拈頌一段
話頭云結句用之

010_0859_a_13L奉答酉山茶詩二首

010_0859_a_14L
南來北去兩無緣鱗鴻不肯隨人便

010_0859_a_15L澄江如練山如畫舊遊心眼印芳鮮

010_0859_a_16L菜花小亭聽夜雨雲吉上房試名泉

010_0859_a_17L半醉時臥松風細殘夢初回江月圓

010_0859_a_18L憐我病骨瘦如竹羨公詩思至如川

010_0859_a_19L揮毫珠玉散華箋透窓雪花墮紋筵

010_0859_a_20L此日詩廚文字飮人間聞者口流次

010_0859_a_21L又能時時策我懶惡詩纇句勉精硏

010_0859_a_22L白首如今分涯角相愛猶復如當年

010_0859_a_23L今年寄書靑海鶴又是秋風鴈來先

010_0859_a_24L悽惋古雅詞義㴱一言一字直萬錢

010_0859_b_01L愛玩摩挲百回轉      일백 번 매만지며 음미하노라니
懷緖自解久縈纏      회포가 오랜만에 절로 풀어지네
勸公從此永相忘      그대여 이제는 우리 잊고 살았으면
相忘始無煩惱煎      잊어야만 끓는 번뇌 없어질 테니까
煩惱不生道自成      번뇌가 없으면 도가 이루어지리니
思與相忘知誰贒      그리움과 잊는 것 중 무엇이 낫겠소
道成乘雲至帝鄕      도를 이루어 구름 타고 제향에 가면
金闕侍立玉貌妍      금궐에 옥 같은 미인이 시립하리다
公乎公乎記我言      그대여 그대여 나의 말 기억하여
母忘相忘心頭鐫     잊는 것 잊지 말고 마음에 새기기를
天涯芳草綠含烟      푸르게 연무 머금은 하늘 끝 방초
延想凝愁知幾年      그리움이 한 된 것이 몇 년이런가
五柳門深元亮臥      원량52)이 누운 집 문 앞에 우거진 오류요
二蘇名大契丹傳      거란에 크게 전해진 이소53)의 이름이라
前身河上靑雲客      전신은 하상의 청운객이라면
今日人間白髮仙      금일은 인간의 백발 신선일세
安得空山風雨夜      어떡하면 공산의 풍우 몰아치는 밤에
一燈相對細論禪     등불 아래 마주하고 선을 논해 볼까
운포의 다시에 화답하다2수(奉答耘逋茶詩二首)
百樣奇花千般草      온갖 모양의 기이한 꽃과 풀들이
朝艶暮萎不長好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드네
爭似此君抱貞德      정덕을 지닌 차군54) 만한 것이 있을까
不怨春晩淸霜早      봄 늦고 서리 빨라도 원망하지 않네
移來不辭逾嶺難      산 넘어 옮겨 심어도 사양하지 않고
曲爲主人愜幽看      주인이 그윽이 감상하게 해 준다네
疎影孤伴池心月      성긴 그림자는 못 속의 달을 짝하고
弱條猶蘄鳳來歇      약한 가지는 봉황이 오기를 기다리네
夕陽漏紅滿凉臺      석양빛이 새면서 누대가 서늘하고
炎瘴欲透無門開      더위가 뚫으려 해도 문을 열 수 없네
無風搖綠玉磨響      바람 없이 흔들리며 옥 소리 울리나니
始覺乘鸞披拂來     난새 타고 스치는 줄 비로소 알겠네
幽巖靜坐對碧草      고요한 바위에 앉아 푸른 숲 마주하니
終日凝然澹無好      온종일 앉아 있어도 편안하고 담담하네
雲端鶴師來相訪      구름 끝에서 학 스님이 찾아왔나니
屨粘靑霞起行早      청하를 밟으며 일찍 길을 떠났다네
忙手輕輕致不難      얼른 손으로 어렵지 않게 전해 주며
促余開緘要共看      빨리 개봉하여 함께 보자 재촉하네
中裹驪珠同明月      속에 든 구슬은 밝은 달과 같다 할까
盈抱溢目光無歇      마음 가득 눈부시게 끝없이 빛나네
千里相共照靈臺      천 리 멀리 서로 함께 영대를 비추며
一生懷抱細細開      일생의 회포를 세세히 털어놓았네
傷心㝡是難抑處      가장 마음 아파 억제할 수 없는 것은
生前猶欠一往來     생전에 한 번 더 왕래 못 할까 해서이네
부록 원운 유산의 시(附原韻 酉山詩)
衣一棹廣陵煙       농부 옷 입고 광릉에서 뱃놀이
雅集江樓十二年      강루에서 만난 지 벌써 열두 해

010_0859_b_01L愛玩摩挲百回轉懷緖自解久縈纏

010_0859_b_02L勸公從此永相忘相忘始無煩惱煎

010_0859_b_03L煩惱不生道自成思與相忘知誰贒

010_0859_b_04L道成乘雲至帝鄕金闕侍立玉貌妍

010_0859_b_05L公乎公乎記我言毋忘相忘心頭鐫(一)

010_0859_b_06L天涯芳草綠含烟延想凝愁知幾年

010_0859_b_07L五柳門㴱元亮臥二蘇名大契丹傳

010_0859_b_08L前身河上靑雲客今日人間白髮仙

010_0859_b_09L安得空山風雨夜一燈相對細論禪(二)

010_0859_b_10L奉答耘逋茶詩二首

010_0859_b_11L
百樣奇花千般艸朝艶暮萎不長好

010_0859_b_12L爭似此君抱貞德不怨春晩淸霜早

010_0859_b_13L移來不辭逾嶺難曲爲主人愜幽看

010_0859_b_14L疎影孤伴池心月弱條猶蘄鳳來歇

010_0859_b_15L夕陽漏紅滿凉臺炎瘴欲透無門開

010_0859_b_16L無風搖綠玉磨響始覺乘鸞披拂來(一)

010_0859_b_17L幽巖靜坐對碧艸終日凝然澹無好

010_0859_b_18L雲端鶴師來相訪屨粘靑霞起行早

010_0859_b_19L忙手輕輕致不難促余開緘要共看

010_0859_b_20L中裹驪珠同明月盈抱溢目光無歇

010_0859_b_21L千里相共照靈臺一生懷抱細細開

010_0859_b_22L傷心㝡是難抑處生前猶欠一往來(二)

010_0859_b_23L附原韻 酉山詩

010_0859_b_24L
畦衣一棹廣陵煙雅集江樓十二年

010_0859_c_01L遊寺詩應珍塢滯      절에서 노닌 시는 진오에 머물러 있고
謝茶書向塞琴傳      차를 감사한 글은 새금에 전해진다네
고을의 절간에서 노닐며 지은 시를 허소치 편에 부쳐 보냈는데, 뒤에 들으니 그곳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하였다.(遊縣寺詩, 因許小痴寄去, 後聞沈滯.)
靑山老臥金身佛      청산엔 금신의 부처가 늙어서 누워 있고
碧海生還玉局仙      벽해엔 옥국의 신선이 살아서 돌아왔네
스님이 서울에 놀러 오지 않자, 추사가 양해하고 돌아왔다.(師不遊京, 秋史宥還.)
不妨再騎支遁馬      지둔의 말을 다시 타면 어떨는지요
北人爭看折肱禪      북인이 팔 부러진 선을 보려고 하니
스님이 탐라에서 말을 타다가 팔을 다쳤다. 한번 다쳤으니 다시 다친들 또 어떻겠는가. 산을 나오려고 결심한다면, 말을 타고 서울에서 노닐다가 다시 다친다 한들 애석할 것이 뭐가 있으리오.(師於耽羅騎馬傷臂. 旣傷不妨再傷. 欲其決意出山, 騎馬遊京再傷, 何足惜耶.)
부록 원운 운포의 시(附原韻 耘逋詩)
衣老禪不緶草       초의 노선사는 화초 다듬지는 않고
手種靑竹萬竿好      일만 그루 청죽 심고 좋아하신다네
竹香室中見日遲      죽향의 방 안에서 길고 긴 해를 보았고
金剛巖畔迎風早      금강산 기슭에서 일찍 바람을 맞았네
自從趺坐頻出難      가부좌한 뒤로 자주 나가기 어려워서
只得池塘十步看      그냥 몇 걸음 걸으며 연못 구경한다오
魚鼓纔沈半牀月      침상 절반 달빛55) 속에 잠기는 목어木魚요
滴露淸宵鳴未歇      밤중에 쉴 새 없이 울리는 이슬방울이라
靑鸞何日下香臺      푸른 난새는 어느 날 향대에서 내려올까
赤霞南溟一道開      붉은 노을 남쪽 바다 길이 환히 열렸는데
無風自動君知否      바람 없이 움직임 그대는 아는지 모르는지
夢裏漁簔曾拂來      꿈속에서 도롱이 입고 날리며 왔더라오
일속암가병서. 기유년(1849, 철종 원년)一粟庵歌幷序 己酉
청해 남쪽에 산들이 한데 모여 하늘에 꽂혀 있는 가운데, 특히 백적과 가야의 골짜기가 가장 청수하고 유광한데, 사람들이 외지다는 이유로 그곳에 거처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런데 치원자가 이 말을 듣고는 유연히 신바람을 내어 숭애의 남쪽에 띳집을 엮고 시냇물 옆에 밭을 일군 뒤에, 구름 짙은 산속에서 농사를 짓고 달빛 아래에서 낚시질을 하며 풍찬노숙을 하였다. 이와 같이 삼십 년 동안 힘을 쓰면서 하루도 시서를 폐하지 않고 삼여의 여가56)에 공력을 쏟았으니, 의연히 태고의 일민이라고 하겠다. 그러다가 연로하여 기력이 쇠해지자 다시 뒷골의 물이 다한 곳에 방 하나를 만들어 편히 쉬며 생을 마칠 곳으로 삼았으니, 여기가 바로 이른바 일속산방이라고 하는 곳이다. 그가 기유년 겨울에 나를 찾아와 옛일을 얘기하고는,

010_0859_c_01L遊寺詩應珍塢滯謝茶書向塞琴傳遊縣寺詩
因許小痴

010_0859_c_02L寄去
聞沈滯


010_0859_c_03L靑山老臥金身佛碧海生還玉局仙師不遊京
秋史宥還


010_0859_c_04L不妨再騎支遁馬北人爭看折肱禪師於耽羅
騎馬傷臂
010_0859_c_05L旣傷不妨再傷欲其決意出
騎馬遊京再傷何足惜耶

010_0859_c_06L附原韻 耘逋詩

010_0859_c_07L
艸衣老禪不緶草手種靑竹萬竿好

010_0859_c_08L竹香室中見日遲金剛巖畔迎風早

010_0859_c_09L自從趺坐頻出難只得池塘十步看

010_0859_c_10L魚鼓纔沈半牀月滴露淸宵鳴未歇

010_0859_c_11L靑鸞何日下香臺赤霞南溟一道開

010_0859_c_12L無風自動君知否夢裏漁簔曾拂來

010_0859_c_13L一粟庵歌幷序 己酉

010_0859_c_14L
靑海之陽羣巒䕺翠而挿天有白磧
010_0859_c_15L伽倻之谷㝡其淸秀面幽曠民以奧
010_0859_c_16L鮮能居焉巵園子聞之悠然長
010_0859_c_17L結茅於嵩崖之陽種田於寒㵎之
010_0859_c_18L耕雲釣月露宿風餐如是力作
010_0859_c_19L三十秊未嘗一日廢置詩書克以用
010_0859_c_20L力於三餘之暇依然自是太古之逸
010_0859_c_21L民也旣年老氣衰㪅起一室於後洞
010_0859_c_22L之水窮處以爲安養終焉之所是其
010_0859_c_23L所謂一粟山房也己酉冬訪余敍舊

010_0860_a_01L돌아가서 초의행 한 편을 지어 나에게 부쳐왔기에, 내가 그 운을 써서 일속산방의 노래를 지어 답례하였다.

白磧山深人到稀      백적산은 깊어서 사람 발길 드문데
苔紋五色石生衣      오색 이끼 바위에 옷 입혔네
誅茅結廬傍烟霞      띠 풀 베어 연하 옆에 초가집 엮고
流水聲中靜掩扉      물소리 속에 조용히 사립문 닫았네
春陰襏襫和雨鋤      봄엔 도롱이 쓰고 빗속에 김을 매고
日暮巾車載雲歸      해 지면 수레에 구름 싣고 돌아오네
又能讀書聲琅琅      여기에 또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
夜燃松明光輝輝      밤에 관솔 불빛 휘황하게 밝힌다네
咏物時時發孤詠      때때로 시 지어 홀로 노래하나니
詠盡花鳥到咿喴      노래 끝나면 새가 와서 화답한다네
自從雲窓寢花影      구름 낀 창가 꽃 그림자에 누웠나니
誰憐珮冷失珠璣      패옥 구슬 잃은 자를 누가 동정하랴
淸美賢順天上福      청미하고 현순한 천상의 복이여
人間應難久相依      인간은 오래 의지하기 어려워라
伊來一粟重營深      그래서 일속암을 다시 지었나니
蘭芝萱菊藹菲菲      난초와 국화 향기 애연히 풍기네
搗藥聲孤山更靜      약 찧는 소리에 산은 더욱 고요하고
流花力大溪仍肥      물이 불어나 꽃잎이 힘차게 흘러가네
志渺渺兮藏冥運      뜻은 아득해서 명운을 속에 품고
語默默兮斡玄機      말은 침묵하며 현기를 주관하네
玄機高秉翻新局      현기를 높이 쥐고 판을 새로 짠 뒤에
廿載禱天願無違      이십 년 기도하며 하늘에 소원 빌었네
雪窓閒題草衣行      눈 내린 창가에서 한가히 지은 초의행
雲情鶴態想依俙      구름과 학의 정태 방불하게 연상되네
新庄幽趣不言一      새집의 흥취는 하나도 얘기하지 않고
只道太古山長圍      태곳적부터 에워싼 산 이야기만 있네
일속암 주인의 시에 차운하여 화답해 부치다(次韻寄答一粟菴主人)
丹丘營一粟        신선의 땅에 지은 일속암은
瀟灑水雲間        물과 구름 사이에 소쇄하여라
凉愛風前竹        바람 앞의 대숲은 시원해서 좋고
明憐雨後山        비 온 뒤의 산은 밝아서 어여뻐라
不病那知老        병들지 않는데 늙음을 어찌 알까
無忙已忘閒        바쁠 것 없어 이미 한가함 잊었네
可惜遊仙子        다만 유선자에게 애석한 것은
未透死生關        생사의 관문 터득지 못한 것이네
차를 받고 인사로 보내온 산천도인의 시에 화답하다경술년(1850, 철종1)(奉和山泉道人謝茶之作庚戌)
古來賢聖俱愛茶      예부터 현성 모두 차를 애호했나니
茶如君子性無邪      성품에 사가 없어 군자와 같으니까
人間草茶差嘗盡      이 세상의 차는 거의 모두 맛보고서
遠入雪嶺採露芽      설령에 들어가 노아차도 채취했네
法製從佗受題品      법대로 가공하고 품질별로 나누어
玉壜盛裹十樣錦      십양금으로 싸서 옥담에 담았다네

010_0860_a_01L旣歸以草衣行一篇寄來用其韻
010_0860_a_02L一粟山房歌以謝

010_0860_a_03L
白磧山㴱人到稀苔紋五色石生衣

010_0860_a_04L誅茅結廬傍烟霞流水聲中靜掩扉

010_0860_a_05L春陰襏襫和雨鋤日暮巾車載雲歸

010_0860_a_06L又能讀書聲琅琅夜燃松昉光輝輝

010_0860_a_07L咏物時時發孤詠詠盡花鳥到咿喴

010_0860_a_08L自從雲窓寢花影誰憐珮冷失珠璣

010_0860_a_09L淸美賢順天上福人間應難久相依

010_0860_a_10L伊來一粟重營㴱蘭芝萱菊藹菲菲

010_0860_a_11L搗藥聲孤山㪅靜流花力大溪仍肥

010_0860_a_12L志渺渺兮藏冥運語默默兮斡玄機

010_0860_a_13L玄機高秉翻新局廿載禱天願無違

010_0860_a_14L雪窓閒題艸衣行雲情鶴態想依俙

010_0860_a_15L新庄幽趣不言一只道太古山長1) [9]

010_0860_a_16L次韻寄答一粟菴主人

010_0860_a_17L
丹丘營一粟瀟灑水雲間

010_0860_a_18L凉愛風前竹明憐雨後山

010_0860_a_19L不病那知老無忙已忘閒

010_0860_a_20L可惜遊仙子未透死生關

010_0860_a_21L奉和山泉道人謝茶之作庚戌

010_0860_a_22L
古來賢聖俱愛茶茶如君子性無邪

010_0860_a_23L人間艸茶差嘗盡遠入雪嶺採露芽

010_0860_a_24L法製從佗受題品玉壜盛裹十樣錦

010_0860_b_01L水尋黃河㝡上源      물은 황하의 물이 가장 좋으니
具含八德美更甚      팔덕의 맛을 갖추어 차 맛 더욱 좋아라
서역기에 의하면, 황하의 근원은 아뇩달지에서 처음 나온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물은 팔덕을 갖추고 있어서, 가볍고 맑고 차고 연하고 아름답고 냄새가 없고 마실 때 쾌적하고 마신 뒤에 탈이 없다고 하였다.(西域記云, 黃河之源, 始發於阿耨達池. 水含八德, 輕淸冷軟美不臭, 飮時調適, 飮後無患.)深汲輕軟一試來      가볍고 연한 물 길어와 한번 시험하면
眞精適和體神開      물과 차가 조화되어 몸과 정신 통하네
다서의 천품에 이르기를, 차는 물의 정신이요, 물은 차의 몸이니, 좋은 물이 아니면 그 정신을 드러낼 수가 없고, 좋은 차가 아니면 그 몸을 엿볼 수가 없다고 하였다.(茶書泉品云, 茶者水之神, 水者茶之體, 非眞水, 莫顯其神, 非精茶, 莫窺其體.)
麤穢除盡精氣入      잡된 것이 없어지고 정기가 들어오니
大道得成何遠哉      대도의 완성이 어찌 멀다고 하겠는가
持歸靈山獻諸佛      영산에 가지고 가서 부처에게 바치자
煎點更細考梵律      더욱 잘게 볶았다고 범률에도 보이네
閼伽眞體窮妙源      알가의 범어 알가는 중국말로 차를 뜻한다.(梵語閼伽 華言茶)진체 묘한 근원을 궁구하노니
妙源無着波羅蜜      묘한 근원은 바로 무착바라밀이라네대반야경에 이르기를, 일체법에 집착함이 없기 때문에 바라밀이라고 이름한다고 하였다.(大般若經云, 於一切法, 無所執着, 故名波羅蜜.)
嗟我生浚三千年      아 이 몸이 삼천 년 뒤에 태어나서
潮音渺渺隔先天      해조음 아득히 선천과 떨어졌네
妙源欲問無所得      묘한 근원을 묻고자 해도 얻지 못하니
長恨不生泥洹前      니원니원은 열반의 뜻과 같다(泥洹涅槃義同) 전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한이로세
從來未能洗茶愛      차 사랑하는 마음을 없앨 수가 없어서
持歸東土笑自隘      동토에 가지고 왔으나 고루해 우스워라
錦纏玉壜解斜封      금전 옥담의 엇붙인 봉함을 뜯어
先向知己修檀稅      단세 닦도록 지기에게 먼저 주네
부록 원운(附原韻)
夫平日不愛茶       늙은이 평일에 차를 애용하지 않지만
天憎其頑中瘧邪      하늘이 완악함 미워해 학사에 걸렸네
不憂熱殺憂渴殺      더위 걱정보다는 갈증에 시달려서
急向風爐瀹茶芽      급히 풍로에 차를 달이곤 하네
自燕來者多贋品      중국에서 온 것은 대부분이 모조품
香片珠蘭匣以錦      향편과 주란을 비단 갑에 담았다네
曾聞佳茗似佳人      듣건대 좋은 차는 미인과 같다는데
此婢才耳醜更甚      우리 여종은 못나기가 더욱 심하네
草衣忽寄雨前來      초의가 홀연히 우전57)을 부쳐 왔나니
籜包鷹爪手自開      손으로 딴 죽순 껍질과 응조차로세
消壅滌煩功莫尙      무엇이 이보다 더 번뇌를 씻어 줄까
如霆如割何雄哉      우레 치듯 자르듯 얼마나 통쾌한지
老僧選茶如選佛      노승이 선불장選佛場처럼 차를 고르니
一槍一旗嚴持律      한줄기에서 한 잎 따기 엄하게 지켰네
尤工炒焙得圓通      말리고 볶는 것은 솜씨가 더 좋아서
從香味入波羅蜜      향기와 맛이 바라밀 속에 들게 한다네
此秘始抉五百年      이 비밀을 오백 년 만에 알아냈으니
無乃福過古人天      옛날 인천보다 복이 많지 않으리오
明知味勝純乳遠      맛도 우유보다 훨씬 나은 걸 알겠노니
不恨不生佛滅前      불멸 전에 태어나지 않은 것도 괜찮네

010_0860_b_01L水尋黃河㝡上源具含八德美㪅甚西域
記云
010_0860_b_02L黃河之源始發於阿耨達池水含八德
輕淸冷軟美不臭飮時調適飮後無患


010_0860_b_03L深汲輕軟一試來眞精適和體神開茶書
泉品
010_0860_b_04L茶者水之神水者茶之體非眞
莫顯其神非精茶莫窺其體


010_0860_b_05L麤穢除盡精氣入大道得成何遠哉

010_0860_b_06L持歸靈山獻諸佛煎點㪅細考梵律

010_0860_b_07L閼伽梵語閼伽
華言茶
眞體窮妙源

010_0860_b_08L妙源無着波羅蜜大般若經云於一切法
無所執着故名波羅蜜


010_0860_b_09L嗟我生浚三千年潮音渺渺隔先天

010_0860_b_10L妙源欲問無所得長恨不生泥洹前泥洹
涅槃
010_0860_b_11L


010_0860_b_12L從來未能洗茶愛持歸東土笑自隘

010_0860_b_13L錦纏玉壜解斜封先向知己修檀稅

010_0860_b_14L附原韻

010_0860_b_15L
老夫平日不愛茶天憎其頑中瘧邪

010_0860_b_16L不憂熱殺憂渴殺急向風爐瀹茶芽

010_0860_b_17L自燕來者多贋品香片珠蘭匣以錦

010_0860_b_18L曾聞佳茗似佳人此婢才耳醜㪅甚

010_0860_b_19L草衣忽寄雨前來籜包鷹爪手自開

010_0860_b_20L消壅滌煩功莫尙如霆如割何雄哉

010_0860_b_21L老僧選茶如選佛一槍一旗嚴持律

010_0860_b_22L尤工炒焙得圓通從香味入波羅蜜

010_0860_b_23L此秘始抉五百年無乃福過古人天

010_0860_b_24L明知味勝純乳遠不恨不生佛滅前

010_0860_c_01L茶如此好寧不愛      이렇게 좋은 차를 애호하지 않으리오
玉川七椀猶嫌隘      옥천의 일곱 잔58)으론 오히려 부족하네
且莫輕向外人道      바깥 사람에게 함부로 소문내지 마오
復恐山中茶出稅      산중의 차에 세금 내게 될까 염려되네
문文
천불전 상량문千佛殿上樑文
생각건대 지극한 진리는 허적虛寂하여 그 이理가 색상色相의 끝을 초월하고, 오묘한 도리는 충미冲微하여 그 정情이 명언名言의 밖에 벗어난다.
그런데 일진一眞이 장애를 일으키고 팔식八識이 속진을 인연하는 까닭에, 마침내 안정安定과 분란紛亂으로 나뉘어 동정動靜의 근원이 같지 않게 되고, 지혜와 우매의 길에 편승하여 성범聖凡의 근본이 다르게 되는 것이다.
이에 속진을 버리고서 깨달음에 합치하는 문을 열고, 말단을 버리고서 근본으로 돌아가는 길을 닦게 되었으니, 멀리로는 위음왕불威音王佛 이전에 옥상玉象을 삼신三身에 열어 놓은 것이 그것이요, 가까이로는 미륵彌勒과 석가釋迦가 금문金文을 팔부八部에 전개한 것이 그것이다.
신토身土를 말하자면 항하사恒河沙와 같아서 헤아릴 수가 없고, 겁파劫波를 논하자면 진찰塵刹을 능가해서 측량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 명성이 인천人天에 널리 퍼지고, 그 덕업德業이 성수星宿에 가득 찬 것으로 말하면, 바로 현겁賢劫의 천불千佛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인연을 헤아려 보면, 몸과 뜻을 가다듬으며 과거와 미래에 걸쳐 연마하지 않은 것이 없다. 혹은 유한幽閑한 곳에 홀로 처하여 만물이 변하는 가운데 무상無常의 이치를 깨닫기도 하고, 혹은 묘막杳漠한 곳에 멀리 노닐며 시대가 변천해도 무너지지 않는 실상實相을 연설하기도 하였으며, 혹은 칠정七淨을 돈오頓悟하여 찰나 사이에 십계十階를 뛰어넘기도 하고, 혹은 삼공三空을 점수漸修하여 아승기겁阿僧祇劫에 오위五位를 거쳐 가기도 하였다.
석가여래의 경우에는 친교親敎를 이에 펼쳐 연등然燈에 예배하며 수기授記를 받을 적에 연야煙野의 주항周行에 머리를 풀어헤쳤고, 영인靈因이 홀로 드러나 나찰羅刹을 따라 법언法言을 구할 적에 설산雪山의 반게半偈에 몸을 바쳤다.
그러고는 지극한 이치를 드러내어 어두운 거리에 맑은 달을 매달았고, 위대한 도리를 환히 밝혀 욕망의 바다에 선정禪定의 물결이 일게 하였다. 지금 비록 법신法身은 공적空寂하다 할지라도

010_0860_c_01L茶如此好寧不愛玉川七椀猶嫌隘

010_0860_c_02L且莫輕向外人道復恐山中茶出稅

010_0860_c_03L

010_0860_c_04L2) [10]

010_0860_c_05L千佛殿上樑文

010_0860_c_06L
原夫至眞虛寂理窮色相之端妙道冲
010_0860_c_07L情出名言之表然爾一眞生障
010_0860_c_08L識緣塵遂使㝎亂分岐動靜之源不一
010_0860_c_09L慧愚乘路聖凡之本有殊爰啓背塵合
010_0860_c_10L覺之門因開捐末歸根之路遠則威音
010_0860_c_11L那邊開玉象於三身近則彌勒釋迦
010_0860_c_12L暢金文於八部語身土則等河沙而莫
010_0860_c_13L論刼波則邁塵剎而難量若其名聲
010_0860_c_14L播闡於人天德業彌綸於星宿者其唯
010_0860_c_15L賢刼千佛與揆其因則莫不博身厚志
010_0860_c_16L磨往硏來或獨處幽閒悟無常於物變
010_0860_c_17L或遐遊杳漠演不壞於時遷或七淨頓
010_0860_c_18L登十階於剎那或三空漸證歷五
010_0860_c_19L位於僧秪至若釋迦如來親敎斯張
010_0860_c_20L拜然燈而蒙記髮披煙野之周行靈因
010_0860_c_21L獨著從羅剎而求言身沒雪山之半偈
010_0860_c_22L洎夫發揮至賾懸淨月於昏衢光闡大
010_0860_c_23L沃禪波於欲浪今雖法身空寂
010_0860_c_24L「違」疑「圍」{編}「文」一字編者補入

010_0861_a_01L감응하는 대로 반드시 통하는데, 물기物器 역시 형명瑩明하니 혐의스러우면 바로 막히게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모양을 만들어 조석朝夕으로 두려워하고 삼가면서 우러러 구제받기를 생각하는 이유이다.
이 두륜頭輪으로 말하면, 천고千古의 유명한 가람伽藍이요 일방一邦의 수승한 사찰이다. 영호瀛壺를 능가하는 만 리의 금사金沙에서는 해외의 선인仙人을 만날 수가 있고, 구름 산이 에워싼 천중千重의 석실石室은 인간의 침노를 막을 수가 있다. 쌍봉雙峰이 하늘에 치솟아 일월이 동남쪽에서 떠오르고, 중성衆聖이 공空을 이야기함에 오운五雲이 서북쪽에 엉긴다.
탑궁塔宮을 장엄하게 장식하니 선원仙苑의 각장覺場에 못지않고,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니 영산靈山의 가회佳會를 압도한다. 민방珉房과 지실砥室은 숲 사이에 그늘을 드리우고, 수달繡闥과 조함雕檻은 시냇물에 영롱하게 비친다. 서늘한 난간에 푸르름이 번득이고 바람 부는 뜨락에 향초가 무성하며, 차가운 냇물에 붉은 꽃잎이 나부끼고 눈 쌓인 계곡에 매화꽃이 눈에 띤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휴징休徵은 잠깐 사이에 사라지고, 한스럽게도 비운否運이 느닷없이 찾아왔다. 그리하여 맹렬한 불길이 공중에 치솟고 회오리바람이 산악을 뒤흔들어, 마침내 유리琉璃 세계가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다.
보살이 몸을 사르는 것이 본디 일상사라고 할지라도, 필추苾蒭가 발을 머물고 안거安居할 곳을 잃었으니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에 물색物色은 흩어지고 풍연風煙은 참담하였다. 새가 떠나 산이 적막한 가운데 차가운 달을 대하면 창백하기만 하였고, 나무가 불타 골짜기가 빈 가운데 바람 소리만 처량하게 들릴 뿐이었다.
완호玩虎 화상和尙이라는 자가 있으니, 그는 치림緇林의 관면冠冕이요 법해法海의 주항舟航으로서, 유흥幽興을 진정으로 느껴 아회雅懷를 특별히 발하였다. 그리하여 좋은 인연을 팔역八域에서 모집하여 극락궁極樂宮을 도솔兜率의 궁전처럼 완성하였고, 삼 년 만에 지극한 소원을 이루어 지장전地藏殿을 용화龍華의 전각과 대비되게 하였다.
이에 시령時令을 굽어살피건대, 세歲는 작악作噩(유년酉年)에 차次하고 달은 유빈蕤賓(5월)에 처하고, 신묘辛卯가 시진時辰을 어거하고 경인庚寅이 일자日子를 통할하는 때에, 들보와 기둥을 범이 웅크리고 용이 뛰어오르듯 세우고, 서까래와 문미門楣를 난새와 학이 날아가듯 올리게 되었다. 울창한 숲과 긴 대나무가 예전의 아름다움을 회복하자, 보랏빛 제비와 누런 꾀꼬리가 축하하는 노래를 바친다. 청연淸宴에 문료文醪를 잔질하니 진한 향기가 사람의 몸에 배이고,

010_0861_a_01L感必通物器瑩明處疑即塞此所以
010_0861_a_02L做摸打樣夕惕朝勤仰思攸濟者也
010_0861_a_03L第此頭輪千古名藍一邦勝刹控瀛
010_0861_a_04L壺萬里金沙逢海外之仙繞雲嶂千重
010_0861_a_05L石室隔人間之侵雙峯磨漢遁二曜
010_0861_a_06L於東南衆聖談空凝五雲於西北
010_0861_a_07L莊宮飾抗仙苑之覺場人傑地靈
010_0861_a_08L靈山之佳會珉房砥室陰暎於林間
010_0861_a_09L繡闥雕檻玲瓏於㵎奧凉軒翻翠
010_0861_a_10L芳卉於風庭寒磵霏紅間香葩於雪壑
010_0861_a_11L惜休徵之忽間恨否運之遽臻爾乃列
010_0861_a_12L火騰空衝飇蕩嶽遂使琉璃之界
010_0861_a_13L成熾燼之場雖菩薩焚身固爲常事
010_0861_a_14L而苾蒭駐足奈失安居於是物色仳離
010_0861_a_15L風烟慘澹鳥歸山寂對寒月而蒼蒼
010_0861_a_16L樹燒谷虛聽回風之浙浙有玩虎和上
010_0861_a_17L緇林冠冕法海舟航眞感幽興
010_0861_a_18L懷特發募良緣於八域極樂工歸兜率
010_0861_a_19L之宮遂至願於三年地藏平對龍華之
010_0861_a_20L殿於是乎頫察時令歲次作噩月旅蕤
010_0861_a_21L辛卯御辰庚寅繞日修梁豊柱
010_0861_a_22L虎踞而龍躟繡桷雕楣繽鸞翔而鶴擧
010_0861_a_23L茂林修竹回勝舊之芳婆紫燕黃鸝
010_0861_a_24L獻賀新之淸唱酌文醪於淸宴芳烈醺

010_0861_b_01L세전歲牋에 채필彩筆을 명하니 바람과 구름이 흥치에 가담한다. 다음과 같이 시를 짓는다.

東            여보게들 들보 동쪽에 떡을 던지세나,59)
拂欄花雨細隨風      난간 스치며 꽃비가 가늘게 바람을 따라가네.
藥師妙用眞玆是      약사藥師의 묘용妙用이 진정 여기에 있나니,
莫向他求滿月容      만월滿月의 용태容態를 다른 곳에서 구하지 마시기를.
西            여보게들 들보 서쪽에 떡을 던지세나,
林外潺湲九曲溪      수풀 너머 졸졸 흐르는 구곡九曲의 냇물.
爲把漣杠橫水上      물 위에 외나무다리 걸쳐 있으니,
不妨塵客到幽棲      속세의 객이 찾아오는 데에 지장이 없네.
南            여보게들 들보 남쪽에 떡을 던지세나,
澄瀛萬里碧如藍      맑은 영주瀛州 만 리가 쪽빛처럼 푸르네.
可憐疇昔遊仙地      가련타 옛날에 신선이 노닐던 땅,
野火人烟雜翠嵐      야화野火와 인연人煙이 푸른 이내에 섞였으니.
北            여보게들 들보 북쪽에 떡을 던지세나,
溶溶杳磵搖金碧      시냇물 소리 콸콸 푸른 산을 뒤흔드네.
那將道鉢挹淸瀾      어떡하면 도道의 발우鉢盂로 맑은 물을 떠서,
滌盡人間塵惱惑      인간 세상 번뇌를 말끔히 씻어 볼까.
上            여보게들 들보 위쪽에 떡을 던지세나,
雲散洞空天澹蕩      구름이 골에 흩어지고 천기天氣가 화창해라.
禪老何知老佛權      선로禪老가 노불老佛의 권도權道를 어찌 알리오,
謬將欣厭作遐想      잘못 호오好惡를 가지고 엉뚱한 생각을 하네.
下            여보게들 들보 아래쪽에 떡을 던지세나,
綠樹重陰蓋蘭若      푸른 나무 짙은 그늘이 난야蘭若를 뒤덮었네.
撞罷齋鍾白日遲      재종齋鍾을 치고 나서 길고 긴 한낮에,
紅袈蹙著眠風榭      붉은 가사袈裟 쭈그려 입고 정자에서 잠드네.


삼가 바라건대, 들보를 올린 뒤에 회린悔吝이 모두 사라지고, 길상吉祥이 찾아오기를. 사의四依의 용상龍象이 교해敎海에 구름처럼 뛰어오르고, 육화六和의 빈붕賓朋이 선림禪林에 안개처럼 모여들기를. 삼지三至가 밖에 행해져 건곤乾坤과 함께 끝이 없고, 칠교七敎가 안에 드러나 일월과 함께 무궁하기를.
청허비각 상량문淸虛碑閣上樑文
일찍이 듣건대, 대성大聖은 동류同類를 동정하여 유리왕琉璃王의 혹염酷燄이 잠깐 사이에 녹수綠樹의 그늘 가에서 사라지게 하였고, 신승神僧은 종족을 응원하여 발라기鉢羅器의 정령精靈이 벽운碧雲의 하늘가에서 저절로 풀어지게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대개 숙세宿世의 원채寃債가 신통神通에는 소용이 없다고 할 것인데, 그보다는 저 서산西山이 한바탕 운용하여 우리 동국을 만세토록 길이 편안하게 한 것이 훨씬 낫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선사先師의 아름다운 행적으로 말하면, 절묘絶妙한 호사好辭의 비문碑文에 이미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지금 소자小子의 누추한 글은 빠진 부분을 보충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선사의 태덕太德을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간기間氣의 자태를 드러내고 중화中和의 재질을 품부 받았다. 충금冲襟이 노을처럼 비추는 가운데 대나무와 같은 절조가 유년 시절부터 드러났고,

010_0861_b_01L命彩筆於歲牋風雲入興詩曰
010_0861_b_02L拂欄花雨細隨風藥師妙用眞玆是
010_0861_b_03L向他求滿月容西林外潺湲九曲溪
010_0861_b_04L把漣杠橫水上不妨塵客到幽棲
010_0861_b_05L瀛萬里碧如藍可憐疇昔遊仙地野火
010_0861_b_06L人烟雜翠嵐溶溶杳磵搖金碧那將
010_0861_b_07L道鉢挹淸瀾滌盡人間塵惱惑雲散
010_0861_b_08L洞空天澹蕩禪老何知老佛權謬將欣
010_0861_b_09L厭作遐想綠樹重陰蓋蘭若撞罷齋
010_0861_b_10L鍾白日遲紅袈蹙著眠風榭伏願上樑
010_0861_b_11L之後悔吝並消吉祥荐集四依之龍
010_0861_b_12L雲騰於敎海六和之賓朋霧驟於
010_0861_b_13L禪林三至外行與乾坤而永大七敎
010_0861_b_14L內闡將日月而無窮

010_0861_b_15L

010_0861_b_16L淸虛碑閣上樑文

010_0861_b_17L
嘗聞大聖憐類琉璃王之酷燄暫消於
010_0861_b_18L綠樹陰邊神僧援宗鉢羅器之精靈
010_0861_b_19L自寛於碧雲空際盖宿纏之寃債無所
010_0861_b_20L用於神通曷若那西山一場之運用
010_0861_b_21L爲我東國萬世之寧閒曰若稽先師之
010_0861_b_22L休績於已載幼婦之好辭今小子之陋
010_0861_b_23L堪拾遺而補闕追惟太德間氣呈
010_0861_b_24L姿中和禀質冲襟霞暎筠抱顯於髫

010_0861_c_01L준국峻局이 서리처럼 삼엄한 가운데 난초와 같은 향기가 소년 시절에 풍겨 나왔다.
이 때문에 예악禮樂을 가볍게 여기고 명교名敎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음양의 땅 위에서 어루만지며 일찌감치 청첨靑襜 가운데 탁월하였고, 소리 없는 골 안에서 부르짖으며 의연히 홍우紅雨를 달였다. 그러고는 마침내 중현重玄을 닫고서 자취를 깎아 버렸으며, 허백虛白에 앉아서 명성이 사라지게 하였다.
이에 정수定水의 물결이 안온해지면서 밤에 일천一天의 성월星月이 빛나고, 청풍淸風의 운치가 우러나면서 새벽에 만곡萬谷의 생용笙鏞을 음미하게 되었다. 각근脚跟으로 땅을 딛는 때가 바로 비공鼻孔으로 하늘을 흔드는 날이었으니, 한음翰音이 난간을 울림에 혜일慧日이 성천性天에 환히 빛나고, 풍찰風刹이 깃발을 드날림에 법뢰法雷가 의해義海에 진동하였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祖師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는 임제臨濟의 가풍을 곧바로 전하였고, 똑똑한 머리도 두들기고 멍청한 머리도 두들기는 경산徑山의 수법을 일찍 갖추었다. 당시에 사자후獅子吼를 토하면서 이르는 곳마다 야호선野狐禪을 분쇄하였다.
태양이 목욕하는 부상扶桑의 물가에서 요망한 개미 떼가 발호하여, 고죽孤竹이 구름을 찾을 즈음에 흉악한 꾀를 실행에 옮겼다. 그리하여 마침내 변방의 봉화 불빛이 감천甘泉에 비쳤고, 궁중의 음악 소리가 장락長樂에서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에 사태가 급박해지자 승여乘輿는 멀리 건너가고, 형세가 위급해지자 조야朝野는 불안에 휩싸였다.
불도佛道는 본래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니, 이때야말로 다투어 세상을 구제해야 할 시기였다. 단충丹衷으로 부처에게 간구懇求하니 만다라曼茶羅의 궤칙軌則이 삼엄하였고, 법장法杖으로 하늘에 의지하니 금강검金剛劍의 칼날이 예리하였다. 모란봉牡丹峯 아래에서 왜구倭寇를 섬멸하고 나서, 정락궁正樂宮 안으로 용가龍駕를 모시고 귀환하였다. 짐승의 입에서 연기가 나오면서 행궁行宮의 서기瑞氣가 빚어졌고, 몽둥이에서 바람이 일어나며 귀로歸路의 요기妖氣가 말끔히 씻겼다.
이와 같이 사백 년의 홍조弘祚가 길이 안정을 되찾고, 억조億兆의 창생蒼生이 다시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한 뒤에, 지팡이를 구름 골짜기로 돌리고, 하늘의 별을 향해 옷소매를 떨쳤다. 이미 본원本源으로 돌아가면서 유위有爲의 업을 사양하였는바, 교화의 증거도 모두 거두었으니 누가 무물無物의 공을 논하겠는가. 그러고 보면 해계解髻의 은상恩賞을 어떻게 베풀 것이며,

010_0861_c_01L峻局霜淒蘭芬凝於丱齒由是粃
010_0861_c_02L糠禮樂錙銖名敎無陰陽地上早已
010_0861_c_03L卓個靑襜呌不響谷中毅然煮些紅雨
010_0861_c_04L遂乃掩重玄而鏟跡坐虛白而消聲
010_0861_c_05L水安瀾夜朗一天之星月淸風有韻
010_0861_c_06L曉酣萬谷之笙鏞第脚跟點地之時
010_0861_c_07L鼻孔撩天之日翰音騰檻慧日昭亮於
010_0861_c_08L性天風刹楊旛法雷震驚於義海
010_0861_c_09L也殺祖也殺直傳那臨濟家風明頭
010_0861_c_10L暗頭打早具了徑山手法當時嚬
010_0861_c_11L呻獅子吼到處唱散野狐禪洎扶桑浴
010_0861_c_12L日之瀕妖盟蟻結於孤竹尋雲之除
010_0861_c_13L凶爻龜呈竟致邊烽光照於甘泉中樂
010_0861_c_14L聲寢於長樂於是事急而乘輿涉遠
010_0861_c_15L危而朝野臨㴱斯道也素切利生
010_0861_c_16L時乎爭嵇濟世丹衷懇佛曼茶羅之
010_0861_c_17L軌則精嚴法杖倚天金剛劔之神銛猛
010_0861_c_18L摧滅倭冦於牡丹峯下陪還龍駕於
010_0861_c_19L正樂宮中獸口烟生釀作行宮之瑞氣
010_0861_c_20L捧頭風起掃淸歸路之妖氛四百年弘
010_0861_c_21L永藉安閒億兆戶蒼生㪅臻耕鑿
010_0861_c_22L然後杖歸雲壑袖拂天星旣返本而
010_0861_c_23L還源言謝有爲之業猶收化而歸證
010_0861_c_24L誰論無物之功然則解髻之賞何施

010_0862_a_01L열지裂地의 봉작封爵을 어디에 쓰겠는가.
아! 증삼曾參이 사양한 것은 외교畏驕의 혐의가 있을까 염려해서였고, 노중련魯仲連이 사양한 것은 염절廉節을 손상할까 두려워해서였다. 그렇다면 우리 스님이 염절과 외교는 염두에도 두지 않고, 사양하며 염려하고 두려워하는 것조차 모두 잊어버린 경지와 어떻게 같은 차원에서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그렇긴 하지만 임금의 은총이 매우 깊었으니, 성은聖恩을 어떻게 노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은한銀翰을 적셔 덕을 서술함에 신장宸章이 남북의 명산에 빛나게 되었고, 금액金額을 하사하여 충성을 드러냄에 천향天香이 춘추春秋의 영절令節에 계속 내려오게 되었다.
이 어찌 용포龍袍를 세탁하지 못하게 하여 혜嵇 시어侍御의 혈흔血痕이 길이 남아 있게 한 정도일 뿐이겠으며,60) 기린각麒麟閣에 초상화를 내걸어 무루정蕪蔞亭의 팥죽을 잊지 않으려고 한 정도일 뿐이겠는가.61) 이미 완염琬琰에 아름다운 행적을 새겨 놓았지만, 풍진 속에 마멸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이 비각碑閣을 세우기에 이른 것이다.
종정宗正 보월寶月과 법명法名 혜소慧昭와 화담華潭, 그리고 법윤法胤 함월涵月과 현예玄裔가 멀리 조의朝儀를 받들고 내려와 제사를 올리면서, 지령地靈이 어긋난 것을 탄식하고 사우祠宇가 지리支離하게 된 것을 슬퍼하였다. 그러고는 기울어진 것을 붙들어 일으키려면 제때에 하는 것이 중요하고, 옛것을 새롭게 바꾸기 위해서는 인화人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이에 영당影堂을 양선陽璇에 옮겨 앉히고, 비각도 천괴天魁로 따라가게 되자, 세 곳의 형태가 이자伊字로 나뉘어 바르게 균형을 잡고, 사방의 형세가 아자亞字로 연결되어 웅건하였다. 주사朱砂는 선익蟬翼과 어울렸나니 용이 범과 희롱하며 꿈틀거리고, 물은 하수蝦鬚처럼 굽이졌나니 손으로 거신巨蜃에게 주어 삼키게 하였다. 쌍헌雙軒은 밖으로 툭 터져서 숙기淑氣가 널리 퍼지고, 정실正室은 가운데가 열려 휴징休徵이 먼저 모여든다.
이에 기후를 점치고 계절을 살피니, 붉은 꽃잎이 도화桃花의 근원에서 흘러나오고, 초록 잎새가 버들가지 언덕에서 돋아나는 때이다. 신자神姿는 달에 가득해 석경石鏡의 봉우리에 임한 듯하고, 중복衆馥은 연무煙霧로 날려 향로香爐의 산악을 바로 마주하고 있다. 이에 짧은 노래를 지어서 들보 올리는 일을 도울까 한다.

東            여보게들 들보 동쪽에 떡을 던지세나,
伽年峰色揷靑空      가년봉伽年峰의 색깔이 푸른 하늘에 꽂혔네.
壓盡東溟千萬里      동해 바다 천만리를 모두 제압하고,
那人歸化倒凶鋒      흉적을 무찔러 귀화歸化시킨 분 누구신가.
西            여보게들 들보 서쪽에 떡을 던지세나,
少林直指若爲提      소림少林의 직지直指를 어떻게 드날릴까.
但敎會得初來意      조사祖師가 처음 온 뜻을 터득한다면,

010_0862_a_01L地之封無用曾參之讓慮有畏驕
010_0862_a_02L魯仲之辭恐傷廉節豈與吾師廉節
010_0862_a_03L驕之不擬辭讓恐慮之都忘者可同年
010_0862_a_04L而語矣哉然睿眷殊㴱聖恩盍頌染銀
010_0862_a_05L翰而叙德宸章幷耀於南北名山賜金
010_0862_a_06L額而表忠天香繼降於春秋令節豈惟
010_0862_a_07L龍袍休浣嵇侍御之血痕長存麟閣開
010_0862_a_08L蕪蔞亭之豆粥永思而已哉旣鐫芳
010_0862_a_09L於琬琰慮渝絢於風塵乃是閣之所以
010_0862_a_10L建也宗正寶月法名慧昭華潭法胤
010_0862_a_11L涵月玄裔遠奉朝儀經來主鬯嘆地
010_0862_a_12L靈之乖忤悼祠宇之支離以爲興替扶
010_0862_a_13L貴在時得圖新換舊喜逢人和
010_0862_a_14L是影堂移坐於陽璇碑閣運隨於天魁
010_0862_a_15L三形分伊而均正四勢連亞而雄建
010_0862_a_16L交蟬翼龍饒虎而蜿蜒水曲蝦鬚
010_0862_a_17L與蜃而呑啜雙軒外敞淑氣長延
010_0862_a_18L室中開休徵先聚伊乃占氣侯景
010_0862_a_19L節伺辰散紅流出於桃花之源嬾綠凝
010_0862_a_20L歸於楊柳之岸神姿滿月如臨石鏡之
010_0862_a_21L衆馥揚烟正對香爐之岳遂爲短
010_0862_a_22L助擧修樑伽年峰色揷靑空
010_0862_a_23L盡東溟千萬里那人歸化倒凶鋒西
010_0862_a_24L林直指若爲提但敎會得初來意一點

010_0862_b_01L一點淸光出淤泥      한 점 청광淸光이 진흙 속에서 나오리라.
南            여보게들 들보 남쪽에 떡을 던지세나,
想見离明聖化覃      임금님의 밝은 교화 널리 퍼지네.
寶偈常將祈壽筭      보게寶偈로 항상 장수長壽를 기원하며,
白毫光裏語呢喃      백호白毫의 빛 속에서 소곤소곤 얘기하네.
北            여보게들 들보 북쪽에 떡을 던지세나,
古佛同龕有彌勒      고불古佛과 감실龕室을 함께하는 미륵彌勒이 있네.
莫嫌菩薩下生遲      보살의 하생下生이 늦다고 혐의하지 마오,
會見閻浮皆樂國      염부제閻浮提가 낙토樂土로 모두 바뀔 테니까.
上            여보게들 들보 위쪽에 떡을 던지세나,
衆香國土去無障      중향국衆香國에 가는 데에 장애가 없네.
願將香積齋餘飯      향적香積에게 재齋 지내고 남은 음식62)으로,
乞與人間濟飢恙      인간 세상 배고픈 이 구해 주었으면.
下            여보게들 들보 아래쪽에 떡을 던지세나,
雲章玉篆光相射      운장雲章과 옥전玉篆의 빛이 서로 반사되네.
海雨山風都不渝      바다와 산의 비와 바람 모두 어긋나지 않아,
天荒地老如新寫      오래된 하늘과 땅이 새로 만들어진 듯하네.

삼가 바라건대, 들보를 올린 뒤에는 법해法海가 더욱 맑아지고 불등佛燈이 높이 비쳐져서, 그 물을 마시는 자가 반야般若의 인연을 금세 이루고, 그 빛을 받는 자가 보리菩提의 서원誓願을 깊이 발하게 되기를. 그리고 금상金床 옥궤玉机에 담복薝蔔의 향기가 영원히 서리고, 봉자鳳子 용손龍孫 지란芝蘭의 대열을 장구히 이루기를.
대둔사에 새로 세운 광명전의 상량문(大芚寺新建光明殿上樑文)
진眞은 혼돈混沌에 근원하여 일기一氣를 천문天門에 감추고, 상像은 동몽童蒙을 교화하여 삼령三靈을 지호地戶에 숨긴다. 비록 옥룡玉龍의 고견高見이라 할지라도 그 정밀함을 탐색할 수가 없을 것인데, 금벽金壁 현문玄文이 어떻게 그 오묘함을 다할 수가 있겠는가.
두륜頭崙은 해전海甸에 웅거雄據하여 산경山徑이 기절奇絶하다. 거령巨靈이 은밀히 숨긴 신광神光이 청말淸抹의 기운을 한데 모으고, 성온聖媼이 지키고 보호하는 서물瑞物이 정영精英의 영화榮華를 온축蘊蓄하고 있다.
지운地運이 슬며시 돌아오는 것을 살펴 비로자나毗盧遮那의 보전寶殿을 창건하였고, 천휴天休가 점차로 이르는 것을 헤아려 노사나盧舍那의 진용眞容을 장엄하였다. 이로써 표충表忠 사우祠宇의 동쪽을 진압하고, 정로靜老(휴정休靜)를 예근禮覲하는 곳의 북쪽에 임하게 하였다. 색상色相을 비워서 색상이 있게 하니 보탑寶榻이 빛을 드날리고, 장엄莊嚴을 하지 않으면서 장엄을 하니 은감銀龕이 광채를 발한다.
이에 군진羣眞 중성衆聖이 빠짐없이 포섭包攝되고, 사부四部 육화六和가 귀의할 곳이 있게 되었나니, 백십 년 동안 상공相公의 빗돌 아래에서 오래도록 적요했다가, 수삼 월 만에 도사道士의 눈앞에 홀연히 우뚝 서게 되었다.

010_0862_b_01L淸光出淤泥想見离明聖化覃寶偈
010_0862_b_02L常將祈壽筭白毫光裏語呢喃古佛
010_0862_b_03L同龕有彌勒莫嫌菩薩下生遲會見閻
010_0862_b_04L浮皆樂國衆香國土去無障願將香
010_0862_b_05L積齋餘飯乞與人間濟飢恙雲章玉
010_0862_b_06L篆光相射海雨山風都不渝天荒地老
010_0862_b_07L如新寫伏願上梁之後法海彌淸
010_0862_b_08L燈高照挹其流者頓成般若之緣
010_0862_b_09L其光者濬發菩提之願金床玉机
010_0862_b_10L盤薝蔔之熏鳳子龍孫長秀芝蘭之列

010_0862_b_11L

010_0862_b_12L大芚寺新建光明殿上樑文

010_0862_b_13L
眞源混沌閉一氣於天門像化童蒙
010_0862_b_14L秘三靈於地戶雖玉龍高見未克探精
010_0862_b_15L而金壁玄文焉能窮妙爰有頭崙
010_0862_b_16L蟠海甸奇絕山徑巨靈潛藏神光種
010_0862_b_17L淸抺之氣聖媼守護瑞物蓄精英之華
010_0862_b_18L相地運之暗廻始建毗盧之寶殿度天
010_0862_b_19L休之滋至崇嚴舍那之眞容鎭表忠祠
010_0862_b_20L宇之東頭臨靜老禮覲之北面空色相
010_0862_b_21L有色相寶榻騰輝非莊嚴是莊嚴
010_0862_b_22L龕發耀於是乎羣眞衆聖含攝無遺
010_0862_b_23L四部六和依歸有所百十秊相公碑下
010_0862_b_24L久矣寂寥數三月道士眼前忽焉突兀

010_0862_c_01L
중학衆壑의 영기靈氣가 폭주輻輳하고 일산一山의 정맥正脈이 함장函藏하면서, 자악紫岳이 솟아 나와 사방을 에워싸고, 단봉丹峯이 중첩하여 천변만화한다. 산문山門이 북으로 열려서 왕화王化에 먼저 적셔지는 것이 기쁘고, 동부洞府의 복판이 널찍하여 천일天日이 많이 비치는 것이 즐겁다. 영허靈墟 복지福地는 이미 신공神功을 드러내었고, 옥방玉榜 금승金繩은 일찍이 조명朝命으로 빛났다. 수미산須彌山은 움직이지 않고서 염부제閻浮提를 진압하고, 사굴산闍窟山은 안온히 거하며 도리천忉利天을 내려다본다.
등불이 번화繁花를 비추는 가운데 보월寶月은 연양連陽의 상서祥瑞를 머금었고, 깃발이 회한廻漢을 표방하는 가운데 채홍彩虹은 속명續命의 길상吉祥을 상징한다. 노을은 얼룩덜룩 봉우리 아래 붉고, 못 물은 자욱이 연무가 떠서 푸르다. 상뢰爽籟는 효종曉鍾과 운자韻字를 합치고, 화풍和風은 신범晨梵과 소리를 나눈다. 이는 바로 군철羣哲을 도화陶化하고 중묘衆妙를 현성現成한 것이다. 이에 십천十千의 천자天子가 새로 제석帝釋의 궁전에 조회朝會를 하고, 팔만八萬의 선인仙人이 비로소 비야毘耶의 나라로 향한다.
현감縣監 백공白公 태현太玄은 자신의 마음을 지극히 낮추고 몸을 엄하게 단속하는 사람으로서, 주로周魯의 도풍道風을 그대로 따르고, 소두召杜63)의 아름다운 행적을 이어받았다. 평민과 승려를 한 몸으로 여겨 보살펴 주고, 종교가 다른 것을 잊고서 범우梵宇와 임궁琳宮을 수리하였으며, 재물을 희사하여 조력하기도 하고, 명령을 내려 완악한 자를 징계하기도 하였다.
의순意恂은 교해敎海의 물거품이요 선림禪林의 병든 잎사귀와 같은 존재로서, 일찍이 출가하였으나 세속을 배척하는 생각만 괜히 품었을 뿐이요, 문원文園에 노닐면서도 뜻을 제대로 표현한 작품이 없는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피안彼岸을 바라보며 함께 귀의하고, 중성衆聖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면서, 천인千人의 신연信緣을 모집하여 일전一殿을 이루려 꾀하였고, 일승一乘의 감주甘注를 부어 삼도三塗를 윤택하게 하려고 서원誓願하였다.
계절의 운행을 헤아리고 기후의 변화를 살펴보니, 지금은 청률靑律에 해당하는 시절로서 주명珠明의 운세가 열린 때이다. 잔디가 돋아나 간학澗壑은 푸르르며, 꽃잎이 모두 져서 임고林皐도 저물어간다. 꾀꼬리와 나비는 꽃다운 시절을 기다리며 날아다니고, 제비와 비둘기는 세찬 바람을 기다리며 그림자와 노닌다. 이에

010_0862_c_01L衆壑靈氛之輻湊一山正脉之凾藏
010_0862_c_02L紫岳而四環疊丹峯而萬變山門北折
010_0862_c_03L喜王化之先沾洞府中寛慶天日之多
010_0862_c_04L靈墟福地已披神功玉榜金繩
010_0862_c_05L光朝命須彌不動廻鎭閻浮闍窟安
010_0862_c_06L下視忉利燈皎繁花寶月含連陽
010_0862_c_07L之瑞蟠標廻漢彩虹翻續命之祥
010_0862_c_08L斑低峀之紅池漠泛烟之翠爽籟與曉
010_0862_c_09L鍾合韻和風共晨梵分音是乃陶化
010_0862_c_10L羣綴現成衆妙者也于時十千天子
010_0862_c_11L新朝帝釋之宮八萬仙人始向毗耶之
010_0862_c_12L縣監白公太玄降氣至素嚴身
010_0862_c_13L周魯之道風繼杜召之芳蹟黎元白足
010_0862_c_14L視一體而無憐梵宇琳宮忘異敎而修
010_0862_c_15L或捐財而助力或宣令而徵頑
010_0862_c_16L恂敎海浮漚禪林病1) [11] 早出塵臼
010_0862_c_17L懷擯俗之思懶遊文園愧乏緣情之作
010_0862_c_18L瞻彼岸而同歸與衆聖而咸樂募千人
010_0862_c_19L之信緣圖成一殿衍一乘之甘注
010_0862_c_20L潤三塗爾乃揆墨端行占氣候景
010_0862_c_21L時序纏靑律運啓珠明輕荑秀而澗壑
010_0862_c_22L落花盡而林臯晩丹鸎紫蝶侯芳
010_0862_c_23L晷而騰姿乳燕鳴鳩俟重風而弄影
010_0862_c_24L「藥」疑「葉」{編}

010_0863_a_01L풍연風煙을 수습하여 일을 돕는 뜻에서 노래지어 부르는 바이다.

東            여보게들 들보 동쪽에 떡을 던지세나,
雲開朝旭樂山紅      구름 걷힌 아침 해에 낙산樂山이 붉네.
樂山流水淸如玉      옥같이 청랑한 낙산의 시냇물,
流入明堂鑑瑞容      명당明堂에 흘러들어 서용瑞容을 비추네.
西            여보게들 들보 서쪽에 떡을 던지세나,
海山蒼翠夕陽低      푸르른 해산海山에 저녁 해 떨어지네.
蓮花界在夕陽外      석양 밖에 있는 연화蓮花의 세계,
要至應先作寶梯      먼저 사다리 만들어 올라가야지.
南            여보게들 들보 남쪽에 떡을 던지세나,
寶陀巖碧捲晴嵐      푸른 보타산寶陀山에 맑은 이내 걷히네.
慈容本在圓通境      자용慈容은 본래 원통圓通의 경계에 있는 것,
物物頭頭揔同叅      두두물물頭頭物物 드날려 다 함께 참여하네.
北            여보게들 들보 북쪽에 떡을 던지세나,
半輪明月弓絃直      밝은 반달에 활줄이 곧네.
多情迎抱到門前      다정하게 맞이하며 문 앞에 이르러,
扶旺時時呈悃愊      때때로 부축하며 속마음 토로하네.
上            여보게들 들보 위쪽에 떡을 던지세나,
衆香國土去無障      중향국衆香國 가는 데에 장애가 없네.
願將香積齋餘飯      향적香積에게 재齋 지내고 남은 음식으로,
乞與人間濟飢𧏮      인간 세상 배고픈 이 구해 주었으면.64)
下            여보게들 들보 아래쪽에 떡을 던지세나,
一千信士會同在      일천一千 신사信士가 함께 모여 있네.
千生修到一情根      천생千生에 하나의 정근情根을 닦아,
一世仍成一蘭若      일세一世에 하나의 난야蘭若65)를 이루었네.

삼가 바라건대, 들보를 올린 뒤에 도력道力이 길이 견고해지고, 종풍宗風이 크게 진작되기를. 팽택彭澤에서 고정高情을 이미 알았으니, 염계濂溪에서 현오玄悟를 다시 증득하기를. 백세百世의 사전師傳이 통직通直 허명虛明한 취지를 잃지 않고, 천문千門의 덕음德蔭이 안평安平 태일泰逸의 풍도를 함께 따르는 가운데, 오제五帝 삼왕三王의 아름다운 기약에 응하여, 백만 창생蒼生에게 크나큰 복이 모여들기를.
천불을 다시 조성하고 지은 기문(重造成千佛記)
천불千佛은 일심一心의 또 다른 현현顯現이다. 마음은 적정寂靜하고 또 집착 없이 받아들일 수가 있다. 그러므로 처음에 변하더라도 변하는 것이 없을 수가 있고, 처음에 변하는 것이 없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을 수가 있다. 변하는 것이 없을 수 있다면, 비록 몸이 없다고 해도 될 것이요, 변하지 않는 것이 없을 수 있다면, 만억萬億 불찰佛刹 미진수微塵數의 몸이 있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러니 천千의 숫자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그렇긴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면 천만억 신身으로 현현할 수가 없고, 천만억 신이 아니면 변하지 않는 지극함을 보여 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변해서 유有가 되면 열성列星의 금상金像이 찬연하고, 이를 거두어 변하지 않는 것으로 돌아가면 일리一理의

010_0863_a_01L收拾風烟助成賛頌雲開朝旭樂山
010_0863_a_02L樂山流水淸如玉流入明堂鑑瑞容
010_0863_a_03L西海山蒼翠夕陽低蓮花界在夕陽外
010_0863_a_04L要至應先作寶梯寶陀巖碧捲晴嵐
010_0863_a_05L慈容本在圓通境物物頭頭揔同叅
010_0863_a_06L半輪明月弓絃直多情迎抱到門前
010_0863_a_07L旺時時呈悃愊衆香國土去無障
010_0863_a_08L將香積齋餘飯乞與人間濟飢𧏮
010_0863_a_09L千信士會同在千生修到一情根一世
010_0863_a_10L仍成一蘭若伏願上樑之後道力永堅
010_0863_a_11L宗風大振已會高情於彭澤㪅參玄悟
010_0863_a_12L於濂溪百世師傳要不失通直虛明之
010_0863_a_13L千門德蔭便同遵安平泰逸之風應
010_0863_a_14L五三明聖之休期集百萬蒼生之洪福

010_0863_a_15L

010_0863_a_16L重造成千佛記

010_0863_a_17L
千佛者一心之變現也心惟寂謐
010_0863_a_18L能復虛應故其始變而能無所變
010_0863_a_19L於無所變而能無所不變能無所變
010_0863_a_20L雖無身可也能無所不變雖萬億佛刹
010_0863_a_21L微塵數身可也而況於千乎雖然非不
010_0863_a_22L無以現千萬億身之有非千萬億身
010_0863_a_23L之有無以示不變之至是以變而爲有
010_0863_a_24L則列星之金像燦然收歸不變則一理

010_0863_b_01L공체空體가 원융圓融하게 되는 것이다. 즉 변하는 것은 그 사事를 있게 하려 함이요, 거두는 것은 그 이理를 드러내려 함이니, 만약 그 사事를 있게(存) 하지 않으면 공空에 빠져서 용用이 희미할 것이요, 만약 그 이理를 드러내지(顯) 않으면 적跡에 응체되어 진眞을 잃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이와 사는 미상불 서로 의지하는 관계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대저 석가釋迦가 관곽棺槨 밖으로 쌍부雙趺를 내밀어 거듭 보여 주고, 달마達摩가 신발 한 짝을 들고 혼자 돌아간 것은 모두 멸滅에 나아가 존存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에 문수文殊가 칼을 매만지며 부처를 핍박하고, 단하丹霞가 불 속에 던져 불상佛像을 태운 것은 모두 적跡을 몰아내고 진眞을 드러낸 것이다.
아, 성인이 떠나고 세월이 멀어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유有에 집착하였다. 그리하여 상像에 매달린 나머지 상 이외의 진眞에 대해서는 미혹하였고, 사事에 걸린 나머지 사에 상즉相卽하는 이理에 대해서는 어두웠는데, 이러한 현상이 마치 용사龍蛇가 구멍 속에 칩거하듯 확고하여 뽑을 수가 없었고, 마치 운무雲霧가 공중을 뒤덮은 것처럼 답답하여 밝힐 수가 없었다. 이에 특별히 오추슬마烏蒭瑟摩 명왕明王에게 명하여, 모두 불태워서 잿더미로 만들게 한 결과, 일천 불상佛像과 다섯 승료僧寮가 불길에 휩싸여 공空으로 돌아갔으니, 위에서 말한바 적跡을 몰아내고 진眞을 드러낸다고 하는 것이 분명하게 되었다고 하겠다.
본산本山의 대덕大德인 완호玩虎 화상和尙 휘諱 윤우尹祐가 눈물을 흘리며 대중에게 고하기를 “선성先聖이 뜻을 얻으면 상象을 잊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이 상이 없으면 뜻도 명확하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옛사람이 상을 설치하여 우리 후손에게 물려준 것이다. 지금 적跡을 몰아내고 진眞을 드러내어 뜻을 얻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 상을 다시 설치하지 않는다면 우리 후생後生들을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하였다.
그러고는 맹서를 하고 홀로 일어나서 중건重建을 하는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남방의 연우烟雨 속에서 온갖 간난신고艱難辛苦를 맛보았고, 혹한과 무더위 속에서 항상 풍찬노숙風餐露宿하였다. 그리하여 밖에 거한 지 6년이 되는 정축년 가을 7월에 한양漢陽에서 동경東京의 기림祇林에 와서는 중추仲秋에 공사를 시작하여 맹동孟冬에 공사를 완료하였다.
그런데 두 척의 배에 나누어 싣고 울산蔚山의 경계로 돌아왔을 때 홀연히 회오리바람을 만나 배 한 척이 동쪽 바다 밖으로 표류하였으니, 이는 어쩌면 또 유有에서

010_0863_b_01L之空體圓融變之欲其存事收之
010_0863_b_02L其顯理莫爲之存焉沈空而迷用
010_0863_b_03L爲之顯焉滯跡而失眞此其理與事之
010_0863_b_04L未始不相須者也夫釋迦雙趺以重顯
010_0863_b_05L達摩隻履而獨歸無非所以即滅而顯
010_0863_b_06L存也文殊按劒而逼佛丹霞烈火而焚
010_0863_b_07L無非所以奪跡而顯眞也去聖
010_0863_b_08L時遙人多着有執像而迷像外之眞
010_0863_b_09L滯事而昧即事之理榷乎其不可㧞
010_0863_b_10L如龍蛇之蟄穴鬱乎其不可明如雲霧
010_0863_b_11L之蔽空於是乎特命烏蒭瑟摩放鬱
010_0863_b_12L攸而焚之千佛像五僧寮由火而歸空
010_0863_b_13L向所謂奪跡顯眞於斯盛矣本山大德
010_0863_b_14L玩虎和尙諱尹祐泫然告衆曰先聖
010_0863_b_15L雖云得意忘象不可全無是象若無
010_0863_b_16L是象意亦不可得而明焉此古人所以
010_0863_b_17L設象而貽吾後昆者也今雖奪跡顯眞
010_0863_b_18L自謂得意而莫之重設其於後生何
010_0863_b_19L於是含誓而孤起重營而募緣蠻雨瘴
010_0863_b_20L幾茹辛而飱苦隆寒庚暑常露宿
010_0863_b_21L而風征居外六年之丁丑秋七月由漢
010_0863_b_22L陽而抵東京之秪林始役於仲秋訖功
010_0863_b_23L於孟冬分載兩船回至蔚山界忽遇
010_0863_b_24L焚輪一船漂奔於東洋之外豈復即有

010_0863_c_01L무無를 보여 주어 끝내는 유와 무를 떠난 전체에 자연히 도달하게 하려고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이듬해 7월 16일에 또 일본에서 순풍을 타고 돌아왔으니, 이는 무無에서 유有를 보여 주어 회호回互의 대용大用을 확신하게 하려 함이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면 불태워 없앰으로써 변하지 않는 것으로 돌아감을 보여 준 것은 제불諸佛의 방편方便이라 할 것이요, 불상佛像으로 빚어내어 인천人天의 복과福果를 심고 다시 제불로 하여금 두 나라에 교화를 펼쳐 무궁한 혜택을 베풀게 한 것은 또 우리 스님의 원력願力에 의해 자연히 일어난 결과라고 하겠다.
선인善人이 희사喜捨한 덕분에 마침내 묘수妙手로 하여금 대천大天의 칠보七寶를 장엄莊嚴하여 복덕福德을 펼치게 하였으니, 어느 것이 이처럼 복덕이 많을 수 있겠는가. 삼십이상三十二相이 여래如來에 부착되었으니, 여래의 기쁨을 모두 볼 수가 있는데, 삼칠三七의 보전寶殿에 봉안奉安하고 나서 나에게 기문記文을 요청하기에, 내가 이러한 뜻을 펴서 위와 같이 말하였다.

미황사 만일회의 기문(美黃寺萬日會記)
『염불삼매보왕론念佛三昧寶王論』에 이르기를 “대해大海에서 목욕한 자는 이미 백천百川에서 목욕한 것이요, 불명佛名을 염송念誦하는 자는 반드시 삼매三昧를 이루게 마련이다. 이는 또한 명주明珠를 탁수濁水 안에 넣으면 탁수가 맑아지지 않을 수 없고, 불명佛名을 난심亂心 안에 넣으면 난심이 안정되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난심이 일단 안정되면 진성眞性이 저절로 드러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또 대승大乘 경전을 독송하여 마음의 때를 씻어 내면, 자연히 지관止觀을 성취하여 실제實際에 쉽게 복귀할 수가 있다. 이 실제라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성품의 근본이다.
우리가 그 실제에 복귀할 수 없는 것은 혼昏과 동動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혼을 밝히는 것을 명明이라 하고, 동을 멈추게 하는 것을 정靜이라고 하니, 이 명과 정이야말로 지관止觀의 체體로서, 중생으로 하여금 각로覺路를 밟고 묘경妙境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모른다면 학문을 어떻게 닦고

010_0863_c_01L而示無終而自達於離有無之全體歟
010_0863_c_02L越明年七月之幾望又自日本駕祥飇
010_0863_c_03L而來歸抑豈非從無示有使之體信於
010_0863_c_04L回互之大用歟然則其火而掃之示歸
010_0863_c_05L於不變者諸佛之方便也塑而像之
010_0863_c_06L重樹人天之福果而再使諸佛從證起
010_0863_c_07L化於兩國而流惠於無窮者此又吾師
010_0863_c_08L願力之所自興也旣賴善人捨施終令
010_0863_c_09L妙手莊嚴大千七寶布福德何如此
010_0863_c_10L福德之多三十二相親如來咸有見如
010_0863_c_11L來之喜旣而安於三七之寶殿要子爲
010_0863_c_12L之記予伸而言之如此云爾

010_0863_c_13L

010_0863_c_14L美黃寺萬日會記

010_0863_c_15L
寶王論云夫浴大海者已用於百川
010_0863_c_16L念佛名者必成於三未亦如明珠下之
010_0863_c_17L於濁水濁水不得不淸佛名投之於亂
010_0863_c_18L亂心不得不㝎亂心旣定眞性自
010_0863_c_19L又能讀誦大乘洗濯心垢自然成
010_0863_c_20L就止觀而易復於實際實際者何
010_0863_c_21L之本也物之所以不能復者昏與動使
010_0863_c_22L之然也照昏者謂之明住動者謂之
010_0863_c_23L明與靜止觀之體也使羣生行覺
010_0863_c_24L路而之妙境也不知此者學何所人

010_0864_a_01L공덕을 어떻게 베풀며 지혜를 어떻게 발휘할 수 있겠는가.
영허靈虛 장로長老 현공玄公은 일찍이 이런 도리를 알아서, 달마산達摩山 극락원極樂院에 만일회萬日會를 개설하였으니, 이는 멀리 광려匡廬에서 모범을 취하고 가까이 영명永明의 일을 본받은 것이다. 그리하여 염불念佛과 송경誦經으로 과업을 삼아 미타彌陀의 성호聖號를 일컫고, 안양安養의 연꽃 봉오리를 통해 실상實相의 묘전妙詮을 생각하니, 업장業障이 염부閻浮에서 녹아 없어짐은 물론이요, 내조內照와 지관止觀의 명혜明慧가 모두 동시에 생겨난다. 이는 바로 두 가지를 닦으면서 하나의 길로 돌아가고, 두 가지를 행하면서 같은 결과를 이루는 것이니, 이른바 지혜를 발휘하여 공덕을 원만하게 이룬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참으로 공덕을 높이 베풀고 지혜를 멀리 발휘하면, 각로覺路가 평탄해지고 묘경妙境이 활짝 열려서 만억萬億 불찰佛刹 중에 구애되는 점이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백천百千의 보당寶幢이 당처當處에서 밝게 드러나고, 반걸음을 옮기지 않아서 바로 왕생往生할 수 있을 것이니, 이와 같은 인연이 또 어디에 있다고 하겠는가! 갈 곳이 없는 것을 안 뒤에야 진짜 왕생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마음과 땅이 함께 깨끗하여,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 곳을 안양安養(극락極樂)이라고 하는 것이다.
남을 대신해서 그의 스승을 천도한 글(代人作薦師疏)
대성大聖의 큰 자비심은 바다와 같아서 삼계三界를 널리 적시며 고루 사랑하고, 열왕列王의 신령스러운 감식안鑑識眼은 허공과 같아서 육도六途를 환히 비추며 밝게 분변한다. 은혜롭게 구원해 줄 분이 위에 계시는데, 어떻게 먼저 하소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삼가 생각건대, 돌아가신 스승은 실로 나에게 부친과 같은 존재이다. 스승께서 여러 가지로 가르치고 길러 준 은혜는 유독 나에게 깊었고, 내가 반세半世에 걸쳐 우러러보고 조근朝覲한 정성 역시 스승에게 유별하였다. 숙수菽水로나마 즐겁게 해 드리면서 장차 백세百歲까지 모시려고 하였는데, 하루아침에 갑자기 이승 저승으로 나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거처를 살펴보고 용모를 생각하니 눈물이 샘물처럼 흐르고,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의탁할 곳을 모르니 마음이 불타는 듯하다. 심원心源에서 삼수三受66)를 정화淨化하지 않으면 성경聖境에 이르지 못할까 두렵고, 신구身口에서 칠지七支67)를 제거하지 않으면

010_0864_a_01L功何所施智何所發靈虛長老玄公
010_0864_a_02L能知是者設萬日會於達摩山之極樂
010_0864_a_03L遠而依範於匡廬1) [12] 取則於永
010_0864_a_04L以念佛誦經爲淨課稱彌陀之聖號
010_0864_a_05L蓮胎蓓蕾於安養念實相之妙詮業障
010_0864_a_06L消爍於閻浮並亦內照止觀之明慧也
010_0864_a_07L是乃雙修而一道兩行而同條倘所謂
010_0864_a_08L知施發而功智之咸圓者非耶誠能功
010_0864_a_09L施高而智發遠覺路坦蕩妙境圓廓
010_0864_a_10L萬億佛刹中不留碍百千寶幢當處顯
010_0864_a_11L不移跬步即便往生緣何如此
010_0864_a_12L無所往然後是眞往生故云心土同淨
010_0864_a_13L沒去來沒去處是安養

010_0864_a_14L

010_0864_a_15L代人作薦師疏

010_0864_a_16L
大聖之弘慈如海普涵三界而均憐
010_0864_a_17L王之神鑑如空洞照六途而明辨旣惠
010_0864_a_18L援之在上何哀訴之不先伏念亡師
010_0864_a_19L寔子猶父顧衆資訓養之恩偏㴱於我
010_0864_a_20L計半世瞻覲之誠無幾於師菽水淸歡
010_0864_a_21L將以遠期於百歲幽明大限誰知遽隔
010_0864_a_22L於一朝見其居而想其容淚如泉至
010_0864_a_23L昧攸往而迷攸託心若火燃不淨三受
010_0864_a_24L於心源恐難臻於聖境未除七支於身

010_0864_b_01L미도迷途에서 면하지 못할까 염려된다. 두 뺨에 눈물이 아직 마르기도 전에, 칠재七齋의 장기葬期가 벌써 다가왔으니, 슬프게 통곡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직 천도재薦度齋를 지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겠다.
삼단三壇 대계大戒의 정궤淨軌를 준행하고 연경蓮經 칠축七軸의 영문靈文을 크게 펼친다. 진관眞觀과 청정관淸淨觀에 지관智觀을 합쳐서 거듭 현묘해지고, 범음梵音과 해조음海潮音에 밀음密音을 합쳐서 다 같이 외친다. 신원信願이 성취됨에 향루香縷가 수월水月의 도량道場에 흩어져 퍼지고, 주력呪力이 펼쳐짐에 공운供雲이 제주帝珠의 경계에 두루 뒤덮인다. 등화燈火가 찬란히 빛나는 가운데 반야般若의 광명이 활짝 열리고, 당번幢幡의 그림자가 중첩된 가운데 법신法身의 상호相好가 일제히 드러나니, 삼보三寶의 가호加護가 즉시 이루어지면서, 시왕十王의 감응感應이 바로 뒤따른다.
삼가 바라건대, 망사亡師는 천겁千劫의 숙앙宿殃을 얼른 해소하고, 일승一乘의 묘법妙法을 바로 깨달으시기를. 천계天界에 올라가면 아일다阿逸多의 누각樓閣 안에서 유희遊戱하도록 하시고, 불가佛家에 태어나면 미타불彌陀佛의 연대蓮臺 위에서 소요逍遙하실 수 있기를. 그리고 나머지 은택의 물결이 번지는 곳에, 고통 받는 중생이 모두 소생하기를.
혜운을 대신해서 그의 스승을 천도한 글(代惠雲作薦師疏)
추월秋月이 하늘에 떠서 어느 물이고 밝게 비추지 않는 것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그 달빛은 벽소碧沼에 더욱 밝고, 대성大聖이 만물을 이롭게 하여 어느 기틀이고 호응하지 않는 것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호응하는 것은 극성克誠에 제일 먼저 호응한다. 이에 심원心源을 맑게 씻고 나서 각월覺月을 우러러 희구하는 바이다.
삼가 생각건대, 돌아가신 나의 은사恩師는 평생에 하늘로부터 인량仁良의 덕을 품부 받아 사람들 모두가 연화煙火의 고불古佛이라고 일컬었으며, 참으로 만절晩節에 유흥幽興을 느껴 혼자서 금강의 보전寶詮을 항상 암송하였다. 그래서 앞으로 오래 사실 것이 틀림없다고 믿었는데, 오늘날 갑자기 쓰러지실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지팡이 하나 짚고 멀리 떠나며 당년當年의 비운否運을 피하는 것처럼 하고, 신발 두 짝을 신고 얼른 돌아가며 소자小子의 침통沈痛함을 가련하게 여긴다. 부세浮世의 무상無常함은 한계가 있어서 해산海山과 공시空市라도 피할 수가 없고,

010_0864_b_01L慮無免於迷塗雙臉之沾㾗未乾
010_0864_b_02L七齋之葬期奄迫徒哀號而伺益惟薦
010_0864_b_03L拔之是宜三壇之淨軌斯遵七軸之靈
010_0864_b_04L文大展眞觀淸淨觀并智觀而重玄
010_0864_b_05L梵音海潮音和密音而齊唱信願之所
010_0864_b_06L成就香縷散2) [13] 於水月之道場呪力
010_0864_b_07L之所宣流供雲周徧於帝珠之境界
010_0864_b_08L火燦粲洞開般若之光朙幡影重重
010_0864_b_09L現法身之相好三寶之冥加在即十王
010_0864_b_10L之感應不遐伏願亡師頓消千劫之宿
010_0864_b_11L便悟一乘之妙法昇天界則須令
010_0864_b_12L遊戱於阿逸多樓閣之中生佛家則可
010_0864_b_13L以逍遙於彌陀佛蓮臺之上餘波所洎
010_0864_b_14L苦流咸蘇

010_0864_b_15L

010_0864_b_16L代惠雲作薦師疏

010_0864_b_17L
秋月當空無水不明明益明於碧沼
010_0864_b_18L大聖利物無機不應應先應於克誠
010_0864_b_19L玆以淨盡心源仰希覺月伏念逝魄
010_0864_b_20L曰子恩師天受仁良於平生人皆稱烟
010_0864_b_21L火之古佛眞感幽興於晩節自常誦金
010_0864_b_22L剛之寶詮將謂永保於遐齡誰知遽傾
010_0864_b_23L於今日鏗軋一笻之遠擧如避當年之
010_0864_b_24L運否蹌踉雙履之經歸爲憐小子之沈
010_0864_b_25L浮世之無常有限雖海山空市之難

010_0864_c_01L미정迷情의 지원至冤은 끝이 없어서 불천佛天과 귀신에게 기도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우사愚絲가 장차 끊어지려 함에 등운登雲의 아름다운 자취를 잡으려 희망하고, 고목枯木이 아직 재로 변하지 않음에 늑담泐潭의 굳은 맹서가 괜히 부끄럽기만 하다. 진승眞乘에 의지하여 복을 빌려고 하는 까닭에, 세제世諦에 의탁해서 재齋를 올리게 되었다. 괄목刮目하고 해야 할 일이 있어도 기꺼이 할 수 있어야 할 것인데, 넉넉히 재물을 마련하여 주선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 어려워해서야 되겠는가. 그래서 마음과 정성을 다하고 재물을 모두 기울여, 요요了了히 비추는 혜감慧鑑에 나아가 소소昭昭히 굽어살펴 임해 주기를 바라게 되었다.
삼가 바라건대, 망사亡師는 절하고 머리 조아리는 사이에 천성千聖의 이목耳目을 활짝 열고, 향을 피우고 등을 켜는 즈음에 누겁累劫의 원한을 씻으시어, 이로부터 구련九蓮68)을 높이 밟고 삼유三有69)를 길이 떠나시기를. 그리고 모든 고류苦類도 똑같이 좋은 인연에 몸을 적시기를.
땅에서 솟아난 불탑을 중수하며 개금한 글(地踴佛塔重修故金疏)
삼가 생각건대, 청운靑雲을 향해 머리를 깎아 천궁天宮의 금합金盒에 보관하고, 백전白氈과 함께 연기를 내어 용굴龍窟의 옥담玉壜에 저장하니, 이로부터 별들이 서역西域에 벌여 서고 기러기가 동구東丘에 줄을 이었다. 이는 우리 본사本師 석가 세존이 고불古佛의 뒤를 이어 생령生靈을 교화시킨 것이다.
다보여래多寶如來로 말하면 아득히 진묵겁塵墨劫 이전에 열반涅槃하여, 의연히 보탑寶塔의 감실龕室 안에 연좌宴坐하고 있다. 여래가 법을 구하기 위하여 항하사恒河沙의 국토를 편력한 것을 알아보려면 반드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상고해야 한다.
아, 두 개의 감실龕室이 몇 세대 동안 황천黃泉 아래에서 빛을 숨기고 있다가, 위대하게 세 분의 부처가 적양赤壤 속에서 동시에 출현하였다. 이는 생각지도 않게 홀연히 일어난 일로서, 피할 수 없는 인연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도공陶公이 힘을 들여도 오히려 강 복판에 가라앉았다가, 원로遠老가 성심으로 찾자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지금도 옛날의 그 일과 같아서

010_0864_c_01L迷情之至冤無涯悔佛天鬼神之未
010_0864_c_02L愚絲將絕希攀登雲之芳踪枯木
010_0864_c_03L未灰空慚泐潭之堅誓欲依眞乘而薦
010_0864_c_04L故託世諦而修齋縱有刮目而當爲
010_0864_c_05L尙能肯作自餘傾財而可辦何以難爲
010_0864_c_06L所以瀝肝殫誠傾箱倒篋旣慧鑑之了
010_0864_c_07L戀俯臨之昭昭伏願亡師拜手稽
010_0864_c_08L顙之間豁開千聖之耳目焚香點燈之
010_0864_c_09L蕩除累劫之冤愆從玆高踏九蓮
010_0864_c_10L由是永拋三有凡在苦類等沐良緣

010_0864_c_11L

010_0864_c_12L地踴佛塔重修故金疏

010_0864_c_13L
切以詣靑雲而斷髮藏金盒於天宮
010_0864_c_14L白㲲而生烟貯玉壜於龍窟自此而星
010_0864_c_15L羅西域因斯而鴈列東丘此我本師釋
010_0864_c_16L迦世尊之所以制承古佛化被生靈者也
010_0864_c_17L至若多寶如來邈矣涅槃於塵墨劫前
010_0864_c_18L依然宴坐於寶塔龕中爲法遍遊於恒
010_0864_c_19L沙國土證明必讃於妙蓮華經嗟呼
010_0864_c_20L二龕累世韜光於黃泉之下偉矣三佛
010_0864_c_21L同時出顯於赤壤之中莫能擧而忽來
010_0864_c_22L似有緣而不讓陶公力致而還沈於江
010_0864_c_23L遠老誠求而出浮於水面事均今
010_0864_c_24L「爲」疑「而」{編}「楊」疑「揚」{編}

010_0865_a_01L주빈主賓의 논의가 적합하다고 하겠다.
이에 금구金垢를 제거하고 옥용玉容을 장식하니, 만덕萬德의 진신眞身이 구름 걷힌 달처럼 밝게 빛나고, 구층九層의 보탑寶塔이 바다에서 나온 신산神山처럼 정결하였다. 절묘하게 발휘한 그 솜씨는 인간이 손으로 재주를 부린 것이 아니요, 빛나게 꾸민 그 장엄莊嚴은 천상天上의 신神이 공력을 쏟은 것이다. 이제 일이 일단 원만하게 되어, 소회를 펼 수가 있게 되었다.
전반前半은 허여했지만 후반後半은 쓸쓸하고, 생애는 유한하지만 서원誓願은 무한하다. 옛날에 저절로 은폐隱蔽되었다가 지금 저절로 현현顯現하였으니, 시대가 어긋남이 없어 인연이 도래한 것이다.
중수重修하도록 헌금獻金한 단월檀越 김광우金匡佑는 인仁을 품고 의義를 떠받드는 사람으로서, 하늘로부터 받은 온량溫良한 덕은 유년 시절에 이미 홀로 드러났고, 소박함을 품고 진실함을 머금어 인문人文이 가해진 방윤芳潤한 면모는 무리 중에 우뚝 뛰어나 아름다움을 머금었다.
그리하여 이미 걸린 병이 약을 쓰지 않아도 나았고, 바야흐로 애태우던 근심도 뿌리째 뽑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자식이 어버이의 근심을 해소하는 방법이요, 어버이가 조상의 마음을 위로하는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한 집안이 일제히 자비의 그늘 속에 들어가고, 여러 권속이 함께 은혜의 빗줄기에 목욕함은 물론이요, 남은 물결이 널리 번져서 고류苦類들도 모두 소생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불상 개금 모연문佛像改金募緣文
대저 소장진퇴消長進退는 이理의 떳떳함이요, 성주괴공成住壞空은 겁劫의 도수度數이다. 그러므로 수미산須彌山이 아무리 높아도 이理가 다하면 닳아져서 티끌이 되는 것이고, 향해香海가 아무리 넓어도 겁劫이 다하면 말라서 물방울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 안에 포함된 것들이야 어느 것이 견고해서 홀로 소멸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아, 우리 본사本寺는 운세運勢가 다하여 공空으로 돌아가고, 도수度數가 궁하여 폐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육시六時의 음향이 끊어져 은고銀鼓의 소리가 보방寶坊에서 사라지고, 삼승三乘에 이끼가 돋아나 금륜金輪의 운행이 향지香地에서 멈추게 되었다.
쓰러진 잡목이 길을 막아서 제천諸天의 아보雅步가 불가능하고, 거친 칡덩굴이 뜰을 휘감아서 군진群眞이 예참禮參할 수 없게 되었다. 노루와 다람쥐가 섬돌에서 뛰놀고, 뱀과 물여우가 제단 안에 똬리를 트는가 하면, 우양牛羊이 노니는 것만 보이면서 초목樵牧이

010_0865_a_01L議合主賓玆者淨除金垢嚴飾玉
010_0865_a_02L萬德眞身皎若離雲之朗月九層
010_0865_a_03L寶塔淨如出海之神山殊絕妙微
010_0865_a_04L人間之手巧莊嚴光飾是天上之神功
010_0865_a_05L今乃能事已圓所懷可展前半許而後
010_0865_a_06L半蕭生有涯而願無盡古自隱面今自
010_0865_a_07L時無爽而緣有臻獻金重修檀越
010_0865_a_08L金匡佑懷仁戴義天受之溫良在嬰
010_0865_a_09L獨著抱朴含眞人文之芳潤㧞萃含
010_0865_a_10L己嬰之恙勿藥而瘳方凝之憂
010_0865_a_11L根而㧞子所以解父之癙父所以慰祖
010_0865_a_12L之懷一家齊入於慈蔭諸眷共沐於恩
010_0865_a_13L餘波普潤枯流咸蘇

010_0865_a_14L

010_0865_a_15L佛像改金募緣文

010_0865_a_16L
夫消長進退理之常也成住壞空
010_0865_a_17L之數也是以須彌岌嶫理竆則磨滅爲
010_0865_a_18L香海浩瀚刼盡則渴殫成滴況其
010_0865_a_19L抱內者孰能堅固獨不消磨我本
010_0865_a_20L運盡而空數竆而廢六時絕響
010_0865_a_21L鼓聲斷於寶坊三乘生苔金輪轉休於
010_0865_a_22L香地崩榛塞路諸天之雅步難容
010_0865_a_23L葛縈庭羣眞之禮叅無所門麕鼯於階
010_0865_a_24L羅虺蜮於壇中但見牛精遊樵牧

010_0865_b_01L이와 함께 더욱 더럽게 하고, 용상龍象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면서 풍우風雨가 더욱 슬픔을 부추긴다. 금완金盌 옥어玉魚의 언덕이 좌우에 첩첩하고, 목매木魅 산귀山鬼의 휘파람 소리가 밤낮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엄애崦靄의 오구奧區를 연상시키는 곳이 홀연히 업앙業殃의 소굴로 뒤바뀌고 말았다.
빈도貧道는 죽반粥飯의 잔생殘生이요 초모草茅의 천질賤質로서, 휴명休明한 성세盛世를 마다하고 위급한 잔추殘秋를 택했나니, 일으켜 세울 힘이 없는 것을 한탄하면서, 괜히 한만 품고 떠돌아다닐 뿐이다. 그리고 기자箕子는 동방에서 영예로웠지만 은허殷墟를 지나면서 슬픈 노래를 불렀고, 유랑劉郞은 서쪽에서 귀하게 되었지만 풍패豊沛를 지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니 더구나 이 미천微喘한 투생偸生이 어찌 코끝이 시큰거리며 뼛속까지 아프지 않겠는가.
다만 삼존三尊의 고불古佛이 지금 모두 만덕萬德의 자용慈容을 머금고 있는데, 만약 지란芝蘭처럼 훌륭한 동지들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옥석玉石이 함께 불타 없어지는 참화를 어떻게 면할 수가 있겠는가. 이제 신전新殿에 옮겨 봉안하면서 예전에 입혔던 옷을 새로 바꾸려고 한다. 만약 예전의 옷을 벗기고 새 옷을 입히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길 수가 있겠는가.
법신法身은 두루 편재遍在하여 거래去來에 구애받지 않으니, 만약 도안道眼이 정밀하게 밝다면 어찌 이쪽저쪽을 논할 것이 있겠는가. 더구나 주궁珠宮과 패궐貝闕은 본래 정토淨土를 닦은 것이 자여自如하고, 금모金貌와 옥호玉毫는 변하지 않는 진신眞身이 항상 존재하는 데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하지만 인생이 보우保佑를 받지 못하는 까닭에, 세계에 현신現身하여 보시布施를 말하는 것이니, 이는 불을 태워서 빛을 취하고 밭을 개간하여 곡식을 거두는 것과 같다. 곡식은 사람이 쓰임이 될 뿐 밭과는 상관이 없고, 빛은 물건을 비출 뿐 불을 돕지는 않는다. 이 도리를 알아서 보시한다면 보시가 부처를 위한 것이 아니요, 이를 통해 복을 구한다면 복이 모두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다. 제현諸賢이 이 말을 기꺼이 들어 주어, 빈도貧道의 지극한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다행이겠다.
해인사 대웅전 및 대장각 중수 권선문(海印寺大雄殿及大藏閣重修勸善文)70)경신년(1860, 철종11)

010_0865_b_01L與之增穢如聞龍象泣風雨爲之助哀
010_0865_b_02L金盌玉魚之邱壘壘左右木魅山鬼之
010_0865_b_03L連連晝宵差似崦靄之奧區翻成
010_0865_b_04L業殃之淵藪貧道粥飯殘生草茅賤質
010_0865_b_05L違休明之盛世履危急之殘秋嗟無力
010_0865_b_06L而扶傾空抱怨而離散且箕子東榮
010_0865_b_07L猶歷殷而歌咽劉郞西貴尙過沛而涕
010_0865_b_08L況玆微喘之偸生寧不酸鼻而痛骨
010_0865_b_09L惟有三尊之古佛具含萬德之慈容
010_0865_b_10L不賴芝蘭同志之賢抑何免玉石俱焚
010_0865_b_11L之慘今將移安於新殿玆改煥而舊
010_0865_b_12L若不脫舊而披新焉能離此而就彼
010_0865_b_13L唯法身周遍莫整於去來若道眼精明
010_0865_b_14L何論於彼此況珠宮貝闕本修之淨土
010_0865_b_15L自如而金貌玉毫不變之眞身常在
010_0865_b_16L只緣人生之薄祐乃現世界而言施
010_0865_b_17L燃火而取光比墾田而收谷穀爲人用
010_0865_b_18L無與于田光照物熒何補於火達是
010_0865_b_19L而勸施施非爲佛因玆而求福福盡
010_0865_b_20L歸身幸賴諸賢之肯從得遂貧道之至
010_0865_b_21L

010_0865_b_22L

010_0865_b_23L海印寺大雄殿及大藏閣重修勸善
010_0865_b_24L庚申

010_0865_c_01L
대경大經에 이르기를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의 선근善根들은 모두 가장 수승한 시라尸羅의 땅71)에 의지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그러고 보면 신라新羅 가야산伽倻山의 지명이 이와 서로 부합된다는 것을 천어天語72)에서 찾을 수가 있다. 나라 이름이 시라尸羅이고 보면 이는 실로 바라제波羅提73)의 법이 흥기한 처소라고 할 것이요, 산의 이름이 가야伽倻74)이고 보면 이는 석가모니가 성도成道한 곳과 같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경내境內가 이실二室75)보다 뛰어나고, 봉우리가 오대五臺76)보다 높이 솟았는데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엄연히 이곳은 융굴隆崛하여 기이할 뿐만이 아니라, 완연히 청량하여 수려한 곳이다. 그런 연유로 문에 해인海印이라 표시함에 의룡義龍이 구름처럼 일어났고, 도가 산왕山王을 의지함에 율호律虎가 바람처럼 엄하였다.77)
이제 화재를 당한 해를 당하여 달마다 포금布金할 사람78)을 기다려서, 지온地媼이 마음으로 재계齋戒하고 천신天神이 보고서 기뻐하지 않음이 없게 하는 동시에, 산중의 선경仙境이 다시 완전해지고, 새로 해외의 복된 도량道場이 되도록 하려고 한다.
금계金界는 표류하기 쉽고 주륜珠輪은 밝히기 어렵다고 하지만, 법당法堂의 금벽金碧이 탈락하고 판각板閣의 동우棟宇가 기울어졌으니, 옛것을 정비하고 새로 보완하는 일을 우선시하여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빈도貧道 등은 죽반粥飯의 잔생殘生이요 파초芭蕉의 허질虛質로서, 그저 마음만 있을 뿐 손에 쥔 것이 없으니, 마치 날개도 없이 날려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이에 하나의 짧은 글을 가지고 고문高門 대택大宅에 두루 청하게 되었는데, 만약 포금布金하는 장자長者를 만나면 바로 도목수都木手에게 청하여, 운무雲霧 속의 누각이 담복薝蔔의 숲속에 장엄하게 이루어지고, 아침저녁으로 북을 울리며 향을 피워 인현仁賢의 당상堂上에 보답하려고 한다.
대둔사 승보안 서문(大芚寺僧寶案序)
승안僧案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강희康熙 원년(1662, 현종3) 임인년인가, 아니면 그전에도 있었는데, 새로 편집하는 자가 없애 버린 것인가. 나는 예전의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그 내용을 살펴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마침내 이를 교정하고는 그 제목을 신계승보안新戒僧寶案이라고 하였다. 무엇을 일컬어 신계新戒라고 하는 것인가?
계품戒品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보살계菩薩戒가 있고, 비구계比丘戒가 있고, 사미계沙彌戒와 거사계居士戒가 있다. 불교의 제도에 의하면, 출가한 사람으로서 나이가 20이 되지 않은 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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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經曰世及出世諸養根皆依最勝尸
010_0865_c_02L羅地然則地名相協天語可尋國號
010_0865_c_03L尸羅實波羅提興法之處山稱伽耶
010_0865_c_04L同釋迦文成道之所況境超二室峯聳
010_0865_c_05L五臺巖玆隆窟之奇完是淸凉之秀
010_0865_c_06L由是門標海印而雲蔚義龍道倚山王
010_0865_c_07L而風嚴律虎歲當失火月使布金
010_0865_c_08L不地媼齋心天神悅目重完山中仙境
010_0865_c_09L新爲海外福場雖然金界易漂珠輪難
010_0865_c_10L法堂金碧脫落板閣棟宇倚傾
010_0865_c_11L舊補新宜先莫緩貧道等粥飯殘生
010_0865_c_12L芭蕉虛質徒有心而空手猶無起而欲
010_0865_c_13L玆將一軸短疏徧乞高門大宅
010_0865_c_14L逢布金長者便請工師度木雲樓霧閣
010_0865_c_15L莊嚴成薝蔔林中晨鼓夕香報答
010_0865_c_16L仁贒堂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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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865_c_18L大芚寺僧寶案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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僧案之作其果始於康熙元年壬寅歟
010_0865_c_20L抑亦從前有之而爲重緝者之所略耶
010_0865_c_21L子惜其存古不多而猶闕典刑遂爲證
010_0865_c_22L首書其題曰新戒僧寶案何謂新
010_0865_c_23L戒品有多種有菩薩戒有比丘戒
010_0865_c_24L有沙彌戒居士戒佛制出家人年未二

010_0866_a_01L비구계를 받지 못하고 먼저 사미계를 받는다. 사미계는 바로 십계十戒를 받는데, 가장 먼저 받는 것이기 때문에 이 계를 신계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나이 20이 되면 비로소 비구계를 받는다. 그리고 보살계의 경우에는 비구比丘나 사미沙彌나 거사居士나 행동行童이나 남녀를 막론하고, 법사法師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자는 모두 수계受戒를 허락하는데, 이때는 삼귀三歸와 오계五戒를 받는다.
뒤에 태어난 사람 중에 십선十善과 십계十戒를 받은 자는 천상天上에 태어나고, 2백 50계戒를 받은 자는 번뇌의 애하愛河에서 빠져나와 아라한阿羅漢의 성과聖果를 얻고, 보살계를 받은 자는 불과佛果를 얻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유상有相 부인은 밤에 계를 받고서 세상을 떠나 하늘에 태어났고, 난타難陀 존자尊者는 오욕五欲을 여의지 못했지만 천궁天宮에 태어나 즐겼고, 부처가 취광인醉狂人에게 수계授戒하여 내생來生의 인연을 맺게 해 주었고, 아지부兒止父는 수계受戒하여 미오迷烏의 보응을 길이 받았으며, 심지어는 앉아서 받고 서서 깨뜨려도 무량한 공덕이 있었다.
그런데 더군다나 일찍 가정의 교훈을 받고 세상 밖에 뜻을 두어, 부모의 자애慈愛를 모두 버리고 번화繁華한 영예榮譽를 길이 끊어 버린 채, 청풍淸風을 맞으며 스승을 찾고 명월明月을 우러러 벗으로 삼은 자의 경우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홀로 산속을 왕래하면서도 슬퍼하는 기색이 전혀 없고, 된서리 아래에서 밥을 끓여 먹으며 더욱 열심히 정진한다.
그리고 삭발을 하고 법복法服을 걸치고는, 삼사三師를 예배하여 불계佛戒를 구하고, 일자一字를 받들어 법명法名을 받으면, 불佛을 성씨로 삼은 똑같은 형제가 되니, 대장부가 큰 뜻을 결행함에, 마자魔子들도 놀라워하며 낙담落膽을 한다. 단지 이렇게만 해도 천상天上의 보좌寶座가 이미 마련되고 지하地下의 도산刀山이 먼저 무너질 텐데, 만약 또 여기에서 쉬지 않고 더 나아가 대계大戒를 받는다면, 당래當來의 제불諸佛이 이 사람들이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아, 계를 받지 않고 그저 머리만 깎는다면, 어떻게 천상에 태어나고 부처를 이룰 수가 있겠는가. 계를 받지 않은 사람은

010_0866_a_01L十者不受比丘戒先受沙彌戒沙彌
010_0866_a_02L戒者即十戒也爲其㝡初受之故云
010_0866_a_03L新戒也至年滿二十方受比邱戒
010_0866_a_04L菩薩戒則不拘比丘沙彌居士行童若
010_0866_a_05L男若女但解法師語者幷許受之也
010_0866_a_06L受三歸五戒者後生人中受十善十戒
010_0866_a_07L當生天上受二百五十戒出煩惱
010_0866_a_08L之愛河得羅漢之聖果受菩薩戒者
010_0866_a_09L得於佛果如有相夫人一夜受之
010_0866_a_10L命終生天難陀尊者未離五欲而生
010_0866_a_11L玩天宮佛度醉狂而許結來生之緣
010_0866_a_12L兒止父度而長受迷烏之報至於坐受
010_0866_a_13L立破尙有無量功德而況早蒙庭訓
010_0866_a_14L寄情塵表父母慈愛之都捐繁華榮慕
010_0866_a_15L之永絕挹淸風而尋師仰明月而爲友
010_0866_a_16L獨往獨來於亂山之中無感無慽自餁
010_0866_a_17L自烹於嚴霜之下愈勤愈誠乃能毁形
010_0866_a_18L好應法服禮三師而求佛戒拈一字而
010_0866_a_19L受法名以佛爲氏同爲兄弟大丈夫
010_0866_a_20L之雄志已決諸魔子之驚膽自落只須
010_0866_a_21L恁麽天上之寶座已起地下之刀山先
010_0866_a_22L若㪅不休進受大戒當來諸佛
010_0866_a_23L斯人之儔歟向使無戒而徒自毁形
010_0866_a_24L焉得與麽生天去成佛去如無戒之人

010_0866_b_01L악업惡業을 지을 조건을 구비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예컨대 심산유곡深山幽谷에서 나무 열매를 따 먹고 풀 옷을 걸치고서 백천 만세토록 원리행遠離行을 닦는다 하더라도 계법戒法을 받지 않은 경우에는, 문수사리文殊師利가 금수禽獸와 다름이 없다고 질책하였다. 또 『월등삼매경月燈三昧經』에서는 “비록 색족色族이 있고 견문이 많더라도 계지戒智가 없으면 금수와 같고, 비록 낮은 곳에 처하고 견문이 적더라도 정계淨戒를 제대로 지니면 승사勝士라고 이름한다.”라고 하였고, 『범망경梵網經』에서는 “중생이 불계佛戒를 받으면 즉시 제불諸佛의 지위에 진입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그러고 보면 계야말로 대도大道의 양식糧食이요, 고해苦海의 뗏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법신法身을 장엄莊嚴하려면 계를 영락瓔珞으로 삼고, 번뇌를 제거하려면 계를 청량제로 삼아야 할 것이니, 사람에게 계가 어찌 중차대하지 않겠는가! 성인이 떠난 뒤로 세월이 오래 흘러, 사람들이 많이 계를 소홀히 하며 존중할 줄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대략 중계重戒의 연원淵源을 이끌어 신계를 받는 자의 정신淨信을 일깨우고자 하였다.
승보안 발문(僧寶案跋)
구서舊序에 이르기를 “강희康熙 43년(1704, 숙종30) 갑신년 가을에 주지住持 혜천惠天이 발심하여 승안僧案을 다시 편집해서 후대에 전한다.”라고 하였다. 그 승안에 기재된 명함名啣을 보면 상자尙字가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가 수계受戒한 것은 강희 원년(1662, 현종3) 임인년으로 되어 있다. 강희 원년 임인년으로부터 도광道光 12년(1832, 순조32) 임진년까지는 168년이 되는데, 그 사이에 신계新戒를 받은 사람은 상자尙字로부터 안자安字에 이르기까지 모두 3,804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행적에 각자 차이가 있다고는 하더라도, 가령 운방雲坊을 주지住持하고 옥찰玉刹을 장엄莊嚴하고 전우殿宇를 수식하고 금벽金碧을 휘황하게 하는 동시에, 법도를 갖추어 쓰고 집물什物을 흠 없이 하고 재연齋筵과 계단戒壇의 위의威儀를 엄숙히 하여, 산과 절의 이름을 구정九鼎보다도 중하게 하면서 멀리 팔역八域의 밖에까지 떨치게 한 것으로 말하면, 바로 이 사람들이

010_0866_b_01L若道具造惡業只如㴱山遠谷木食艸
010_0866_b_02L百千萬歲脩遠離行若不受戒法
010_0866_b_03L文殊師利訶云與禽獸無異月燈三昧
010_0866_b_04L經云雖有色族及多聞若無戒智如禽
010_0866_b_05L雖處卑下少多聞能持淨戒名勝士
010_0866_b_06L梵網經云衆生受佛戒得入諸佛位
010_0866_b_07L戒爲大道之資糧苦海之船筏莊嚴法
010_0866_b_08L以戒爲纓絡破除煩惱以戒爲淸
010_0866_b_09L戒之於人豈不重且大歟去聖時
010_0866_b_10L人多忽戒不知爲尊略引重戒之
010_0866_b_11L淵源以印新戒者之淨信云爾

010_0866_b_12L

010_0866_b_13L僧寶案跋

010_0866_b_14L
舊序云康熙四十三年甲申秋住持惠
010_0866_b_15L天發心重緝僧案傳于後代其案中
010_0866_b_16L所載名啣尙字居元尙字之度在於
010_0866_b_17L康熙元年壬寅自康熙元秊壬寅至道
010_0866_b_18L光十二年壬辰爲一百六十八年其間
010_0866_b_19L所度新戒人自尙字至安字爲三千
010_0866_b_20L八百四人雖其始終在邊之有殊而若
010_0866_b_21L其住持雲坊莊嚴玉刹崇飾殿宇
010_0866_b_22L煥金碧法具道用什物無虧齋筵戒
010_0866_b_23L威儀肅整遂使山名寺號重於九
010_0866_b_24L而遠振於八域之外者微斯人之勤

010_0866_c_01L경건히 수호하지 않고 또 어떤 누가 이렇게 할 수 있었겠는가.
대저 경經을 밝혀 대중을 이끌고 참선을 통해 견성見性하여 천인天人의 사이에 덕업을 펼친 자도 그 속에 있고, 인간 세상에서 이익을 도모하는 일을 그만두고 삼계三界의 밖으로 멀리 벗어난 자도 그 속에 있고, 인연 따라 자취를 보이고는 바로 화장華藏으로 돌아가 십호十號를 현성現成한 존자尊者도 그 속에 있다.
이렇게 살펴본다면, 이 승안僧案을 보배처럼 소중히 여겨 보관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 경전이나 불상과 똑같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혹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서, 보관하고 지키는 일을 소홀히 한 채, 함부로 도장을 찍기도 하고 아무렇게나 끼적거리기도 하였으니, 너무나도 무례했다고 하겠다.
당시의 종정宗正 무염無染 선사禪師는 잘못을 바로잡는 데에 용감하고 쇠퇴함을 일으키는 데에 과단성이 있었는데, 이 승안을 보고는 개탄하며 속히 고치도록 명령하였다. 이에 유나維那 치홍致弘이 그 말을 가지고 나에게 와서 개정해 줄 것을 요청하기에, 내가 그의 요청에 따라 바로잡아 후현後賢들에게 전하게 하였다.
아, 공자孔子와 같은 대성大聖도 부판負版하는 자79)를 보면 경의敬意를 표하였는데, 이것은 바로 백성의 호적戶籍이었다. 그런데 이 승안은 가보家譜라고 할 것인데, 이를 존중하는 것이 수레에서 경의를 표한 것보다 못하게 한다면, 이것 또한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이라고 하겠다.
뒷날 이 승안을 보는 자들은 이 두루마리를 펼 때에 반드시 존장尊長을 대하듯 하고, 글씨를 쓸 때에 반드시 정자正字로 써서 고례古例를 어기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요, 종이가 닳아서 떨어지거나 먹글씨가 흐려지면 바로 바꿔서 탈자脫字가 없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권수卷數가 점점 많아지더라도, 행여 이를 번거롭게 여겨 옛날 기록을 삭제함으로써 후생後生이 조종祖宗을 찾지 못하게 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구구한 나의 소망이다.
해거도인 시집 발문(海居道人詩集跋)
사람의 성性으로 보면 원래 성인聖人이 될 수가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것은 정情이 미혹시키기 때문이다. 희노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 일곱 가지는 정情의 기능인데, 이 정으로 일단 혼미해지면 성性이 은폐되기 마련이다. 이는 마치

010_0866_c_01L守虔護其孰能與於此乎夫明經導物
010_0866_c_02L叅禪見性德業彌綸於天人之際者
010_0866_c_03L在於其中遺設利於人間迥出於三界
010_0866_c_04L之外者亦在於其中隨緣示跡旋歸
010_0866_c_05L華藏現成十號之尊者亦在於其中
010_0866_c_06L由是觀之則是案之珍藏寶護當與經
010_0866_c_07L像一體人或不知淺藏而輕護之
010_0866_c_08L自踏印誤着手藝不經甚矣時宗正
010_0866_c_09L無染禪師勇於直枉斷於興替覽玆
010_0866_c_10L慨嘆凾令改案時維那致弘將其言而
010_0866_c_11L要予改正從其請而正之貽諸來賢
010_0866_c_12L夫以孔子大聖嘗式於員版者
010_0866_c_13L民籍也是案家譜也其尊而重之
010_0866_c_14L曾不若或於車之爲敬是亦不能察之
010_0866_c_15L後之覽此案者開卷必如對尊長
010_0866_c_16L書之必以楷字無易古例至於紙弊墨
010_0866_c_17L亦即改案無令脫字雖卷秩轉多
010_0866_c_18L幸勿厭煩删古致令後生迷尋祖宗
010_0866_c_19L區區之望其在斯歟

010_0866_c_20L

010_0866_c_21L海居道人詩集跋

010_0866_c_22L
人所以爲聖人者性也所不能者情以
010_0866_c_23L之惑之也1)恕哀惧愛惡欲七者
010_0866_c_24L所爲也情旣昏性斯匿矣其猶水之
010_0866_c_25L「恕」疑「怒」{編}

010_0867_a_01L물결이 일면 연못이 맑지 않고, 불에 연기가 나면 빛이 밝지 못하다가, 물결이 일지 않으면 연못이 맑아지고, 연기가 나지 않으면 빛이 밝아지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정이 미혹시키지 않으면 성이 전일專一해지는 것이다.
성性이라는 것은 하늘이 명한 것인데, 명한 그대로 따라 닦으면서 정情에 미혹되지 않는 것은 오직 군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군자는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성으로 삼아 마음에 뿌리를 박고 그것이 흘러넘쳐서 밖으로 드러난다. 언어로 나타내면 향기롭고 온화하여 속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으며, 이를 엮어서 시詩로 표현하면 문채가 빛나고 음운音韻이 고상하여 천취天趣에 자연히 들어맞는다.
내가 생각건대, 해거도인海居道人은 지위가 백관百官의 으뜸으로서 일찍이 과환科宦의 욕심을 끊었고, 부귀한 신분에 처하여 형기形氣에 끌리는 사심私心이 없었으며, 평소 한정閒靖한 데에 뜻을 두고 번화繁華함을 좋아하지 않았다. 함께 노닐며 친하게 지내는 자는 시언時彥 철장哲匠과 일호逸豪 유현遺賢이요, 이야기하는 것은 시서詩書와 예악禮樂이며, 어디를 가나 잠시라도 감히 떠나지 않는 것은 도덕과 인의仁義이다. 그러니 저 칠정七情과 오욕五欲이 어떻게 침노할 수가 있겠는가.
그런 까닭에 일편一片의 영대靈臺가 성천性天의 안에서 홀로 밝게 빛나는 가운데, 행지어묵行止語黙과 읍양진퇴揖讓進退가 장중하게 행해지고 모든 행동이 예법禮法에 맞는 것이다. 그래서 그 용모는 공손하고 그 덕은 돈후하며, 가득해도 흘러넘치지 않고 꽉 차도 텅 빈 것 같으며, 돈독하고 우아하면서 절도가 있으니, 이것이 바로 내가 선생의 의덕懿德을 사모하며 마음속으로 잊지 못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시로 말하면 선생의 여기餘技라고 할 것이니, 그것을 가지고 성덕盛德을 유추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시도 성性의 정영精英에서 발로된 것이고 보면, 아무리 아정雅正해지려 하지 않고 천취天趣에 걸맞지 않게 하려 해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정情에 따라 화려하게 풍아風雅로 드날려, 귀신을 놀라게 하고 번여璠璵를 빛나게 한 것에 대해서는 풍인風人 재자才子의 평가가 원래 내려져 있으니, 내가 어찌 감히 그 사이에서 입을 놀릴 수가 있겠는가.
무술년

010_0867_a_01L波也淵不澄火之烟也光不明波不
010_0867_a_02L淵斯澄矣烟不鬱光斯明矣情不
010_0867_a_03L性斯專矣性者天之命也其率而
010_0867_a_04L修之不被情惑者惟君子爲能故
010_0867_a_05L子所性仁義禮智根於心充然者著外
010_0867_a_06L其達於言也芬和溫潤煒然含吐不俗
010_0867_a_07L聯而爲詩藻彩彬蔚音韻淸楊藹然
010_0867_a_08L自合於天趣矣余惟海居道人位冠百
010_0867_a_09L早截科宦之欲身處富貴未有形
010_0867_a_10L氣之私志素閒靖不喜繁艶所與遊
010_0867_a_11L善者時彥哲匠逸豪遺賢所談者
010_0867_a_12L書禮樂所由而處未敢斯須離者
010_0867_a_13L德仁義也彼七情五欲亦何由而鑠我
010_0867_a_14L由是一片靈臺昭然獨耀於性天之
010_0867_a_15L凡行止語默揖讓進退無不莊以
010_0867_a_16L莅之動之以禮故其貌恭其德敦滿
010_0867_a_17L而不盈實而如虛篤雅而有節焉此恂
010_0867_a_18L之所以欽戀於先生之懿德而默識于
010_0867_a_19L心者也乃若其詩則先生之小道也
010_0867_a_20L固不足以推諒盛德然亦由所發於是
010_0867_a_21L性之精英也則雖欲不雅正而不合於
010_0867_a_22L天趣不可得也若夫緣情綺靡軒翥風
010_0867_a_23L驚神鬼而耀璠璵則風人才子
010_0867_a_24L鑑自在恂何敢容啄於其間哉歲戊戌

010_0867_b_01L봄에 내가 풍악楓岳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성 동쪽의 병사丙舍로 선생을 방문하였다. 그때 선생이 산중에서 내가 지은 시에 화운和韻을 하고, 이와 함께 먼저 간행한 시 1질帙을 선물하면서 나에게 한마디 말을 하라고 명하였다. 이 시집에 대해서 내가 감히 글솜씨가 없다는 이유로 굳이 선생의 명을 사양할 수 없기에, 마침내 위에서 말한 한 가지 기준을 가지고 삼가 서술하여 제2집의 뒤에 싣도록 하였다.
완당 김공에 대한 제문(阮堂金公祭文)
함풍咸豊 8년(1858, 철종9) 무오년 2월 청명일淸明日에 방외方外의 청교淸交 모某는 삼가 맑은 술을 올리며 완당阮堂 선생先生 김공金公의 궤연几筵 장하帳下에 감히 밝게 고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가상嘉祥이 세상에 나타나려면 좋은 시대를 먼저 가리고, 영서靈瑞가 시대에 응하려면 밝은 세상을 어기지 않는다고 여겨집니다. 나타나는 것이 밝은 세상을 어기면, 기린과 봉황이 나무꾼에게 견제를 받고, 응하는 것이 좋은 시대에 맞지 않으면, 지초芝草와 난초蘭草가 서리와 눈에 시들고 맙니다. 그리고 대대로 항상 변하지 않음이 없는 장년長年을 만날 수 있다 하더라도, 때때로 길흉과 회린悔吝이 교대하는 일에 응해야만 하는 법입니다. 아, 선생이여. 이를 잘 살펴 편안히 거하고 순하게 생각하소서.
선생은 옛날과 지금을 망라하고, 미래와 과거를 연마하였으며, 경전을 궁구하여 끊어진 계통을 잇고, 이치를 탐구하여 새로운 사실을 치밀히 분석해 알아내었습니다. 순수하고 정진精眞하여 덕의德儀가 안에서 밝아지고, 옹용雍容하고 제정齊整하여 풍범風範이 밖에서 엄숙하였습니다. 행실을 보고 선악 화복의 조짐을 살폈으며, 자기의 사욕私欲을 극복하고 예禮를 회복하였습니다. 거할 때에는 인仁을 머리에 이고 의義를 가슴에 품었으며, 행동할 때에는 신의信義를 실천하고 절조節操를 지켰습니다. 도道는 커서 용납되지 않았고, 곡조는 고상해서 들을 자가 없었습니다. 아, 선생이여. 이를 잘 살펴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안타깝게 여기지 마소서.
선생의 학문은 천인天人을 궁구하여 백가百家의 향기를 음미하였고, 선생의 필법은 조화에 참여하여 이왕二王80)의 광채를 탈취하였습니다. 감정을 멋들어지게 표현한 시는 육의六義81)가 빼어났고, 웅혼하고 질탕하여 삼기三氣82)가 넘쳐 흘렀으며, 금석을 고증할 때에는

010_0867_b_01L抵楓岳而還謁先生於城東丙舍
010_0867_b_02L蒙和恂山中所作併賜先刊詩一帙
010_0867_b_03L恂一言是卷不敢以賤拙强辭勻命
010_0867_b_04L遂謹述所向鑑一則聊以自識於第二
010_0867_b_05L集之後

010_0867_b_06L

010_0867_b_07L阮堂金公祭文

010_0867_b_08L
維咸豊八年
二月淸明日方外淸交
010_0867_b_09L謹以淸酌敢昭告于阮堂先生金公
010_0867_b_10L几筵帳下伏以嘉祥現世固先擇乎良
010_0867_b_11L靈瑞應時冥莫違於明世現若違
010_0867_b_12L麟鳳受制於樵蘇應不適時芝蘭
010_0867_b_13L渝芬於霜雪縱能遇世世無常恒不變
010_0867_b_14L之長年正得應時時有吉凶悔吝之交
010_0867_b_15L嗚乎先生尙鑑于玆居易思順
010_0867_b_16L茹古而含今亦硏來而磨往窮經而疏
010_0867_b_17L源繼絕究理以剖密知新純粹精眞
010_0867_b_18L德儀內朗雍容齊整風範外嚴視履
010_0867_b_19L考祥克己復禮居戴仁而抱義動履
010_0867_b_20L信而懷貞道有大而不容曲以高而絕
010_0867_b_21L嗚乎先生尙鑑于玆不見是而無
010_0867_b_22L學究天人漱百氏之芳潤筆叅造
010_0867_b_23L奪二王之蕤光緣情綺靡六義之
010_0867_b_24L雄渾軼宕三氣之榮至夫考石證

010_0867_c_01L반드시 산과 바다를 끝까지 답사하려고 하였습니다. 중국에까지 화려하게 명성을 날리는가 하면, 현사賢士들이 모두 흠모해 마지않았는데, 밝은 달에 구름이 생기고 선명한 꽃에 비가 내렸습니다. 아, 선생이여. 이를 잘 살펴 아름다움을 속에 품고 스스로 견정堅貞하소서.
하늘 남쪽 땅 북쪽에 물은 광활하고 산은 장구한데, 십 년 동안 문을 닫고 종일토록 허물을 생각하였습니다. 창 너머에는 산새들이 봄날에 붉게 핀 꽃들을 보고 노래하고, 울 주위에는 바다가 사방의 하늘에 접하여 푸르게 펼쳐졌습니다. 그러나 시름은 도道를 이기지 못하고 가르침은 낮은 것을 싫어하지 않아, 물속의 악어는 교룡蛟龍에게 나아가고, 울타리 위의 참새는 요봉幺鳳과 어울렸습니다. 선철先哲의 유원幽寃의 자취를 장차 이으려 할 즈음에, 지존至尊의 홍교洪敎가 특별히 은혜를 드리웠으니, 이는 오직 인仁을 행하여 선善으로 사람에게 보답한 것입니다. 아, 선생이여. 이를 잘 살펴 반본환원返本還源하소서.
한 조각 청산이 외롭게 화발華髮을 비추는 가운데, 십 년의 세상일이 흐르는 구름 따라 흘러갔습니다. 아, 마니摩尼가 광채를 발하자 다른 보배들이 절로 쌓이고, 전단栴檀을 옮겨 심자 다른 것들도 함께 향기를 풍깁니다. 뛰어난 현사들이 마음을 비우고서 문을 두드리고, 우수한 인재들이 손을 씻고서 향을 피웠으며, 운금雲錦의 화문華紋을 펴고 원앙의 수선繡線을 베풀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아, 선생이여. 어찌 때를 어긴 기린과 봉황이겠습니까. 바로 때에 맞은 지초와 난초였습니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환해宦海에서 풍파에 몸을 맡기고, 돌아와서는 한정閒靖하게 가산家山에서 편안한 봉양을 받았습니다. 왕성한 날은 많이 남아 있지 않고, 근심은 오래 떨쳐 버리기 어려운데, 운명은 도수度數에 매어 있으니, 군자는 그때를 아는 법입니다. 아, 선생이여. 이를 잘 살펴서 마음을 편히 가지고 길이 안식을 취하소서.
이제는 몸을 뒤집어 시비是非의 문에서 빠져나와, 환희의 땅에서 본성대로 소요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홍련紅蓮에 의거해서 안양安養을 왕래함에 막힘이 없을 것이요, 백운을 타고 제향帝鄕을 유희함에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니, 온몸이 상쾌해지면서 이르는 곳마다 편안할 것입니다.
아, 우리는 사십이 년 동안 금란金蘭의 우정을 변치 않았으며, 앞으로 몇 천백 겁劫이 지나도록 향화香火의 인연을 함께 맺을 것입니다. 멀리 헤어진 채 만나는 일이 드물어서 서한을 받으면 항상 얼굴을 대한 듯하였고, 존귀한 신분을 낮추어

010_0867_c_01L必欲竆塵傾海華中洲而馳譽
010_0867_c_02L羣彥而懷香月朗雲生花鮮雨至
010_0867_c_03L呼先生尙鑑于玆含章自貞天南地
010_0867_c_04L水闊山長十載杜門三時念咎
010_0867_c_05L窓幽鳥啼百卉之春紅環籬巨溟
010_0867_c_06L四天而暮碧然乃愁不勝道敎不厭卑
010_0867_c_07L潛鼉擾就螭虬籬雀調成幺鳳先哲幽
010_0867_c_08L冤將繼跡至尊洪敎特垂恩惟夫爲仁
010_0867_c_09L報人以善嗚乎先生尙鑑于玆返本
010_0867_c_10L還源一片靑山孤照華髮十年世事
010_0867_c_11L半隨流雲摩尼吐燄衆珍自積
010_0867_c_12L檀移植異物同熏挺挺羣賢虛心叩
010_0867_c_13L濟濟多士盥手拈香莫不裂雲錦
010_0867_c_14L之華紋施鴛鴦之繡線嗚乎先生
010_0867_c_15L違時之麟鳳是適時之芝蘭歷盡險艱
010_0867_c_16L任風波於宦海歸來閒靖受恬養於家
010_0867_c_17L旺不留多憂難去久大行輸數
010_0867_c_18L子知時嗚呼先生尙鑑于玆懷和長
010_0867_c_19L從此翻身逃出是非門任性逍遙
010_0867_c_20L歡喜地憑將紅藕往來安養無所遮
010_0867_c_21L乘彼白雲遊戱帝鄕有誰防碍
010_0867_c_22L身快暢到底安閒嗚乎四十二秊
010_0867_c_23L渝金闌交契幾千百刼共結香火因緣
010_0867_c_24L別遠會稀遺書常遞對面紆尊降貴

010_0868_a_01L말을 할 때에도 형체를 잊곤 하였습니다.
영해瀛海에서 반년을 보내고 용호蓉湖에서 두 해를 머무는 동안, 도에 대해서 토론하노라면 서로 언성을 다투어 급박해지는 것이 마치 폭우와 신뢰迅雷 같았으며, 마음에 대해서 담론하노라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마치 춘풍과 혜일惠日 같았습니다. 손수 뇌협雷莢를 달이며 설유雪乳를 함께 기울였고, 귀로 슬픈 소리를 들으면 나삼羅衫을 함께 적셨습니다. 생전의 일오一悟는 주경珠鏡에 비추어 정녕叮嚀하였고, 신후身後의 쌍비雙悲는 용란龍鸞과 더불어 더욱 절실하기만 합니다.
아, 국화가 시들고 흰 눈이 내림에 나의 여행이 더딘 것이 한스럽고, 둥글지 않은 잔월殘月에 푸른 봄이 가득하니 공이 일찍 떠난 것이 원망스럽습니다. 그리워해도 오히려 피하는 것만 같고, 가까이 다가가도 문득 멀어지곤 합니다. 오솔길에 떨어진 꽃잎을 바람이 혼자서 쓸고, 난간 주위의 나무에 달이 홀로 그늘을 지웁니다. 소랑蘇郞이 기숙寄宿했다는 말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안자顔子의 수문랑修文郞 이야기도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머리를 돌려 장탄식을 거두고, 눈물을 뿌리며 한마디 말씀을 올릴까 합니다. “말후末後의 일구一句를 모두 설하노니, 종전의 만사가 모두 공空이로다. 공이 진공眞空에 이르면 다시 묘유妙有가 되리니, 연꽃 만 송이가 불 속에 붉게 피어나도다.” 그리고 한 차원 높이 다시 생각하면, 내가 온 것도 원래 온 것이 아니요, 공이 간 것도 간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은 그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이 대지 위의 사람들은 모두 모르겠지만, 오직 선생만은 혼자 알고 계실 것입니다. 상향尙饗.
해거도인에게 올린 글(上海居道人書)
초의산인草衣山人 모某는 삼가 두 번 절하고 해거도인海居道人의 은궤隱几 좌전座前에 글을 올립니다. 존후尊候는 모두 평안하신지요.
생각건대, 지난 신묘년에 청량淸凉 송헌松軒에서 삼가 풍류를 즐길 적에, 외람되게 미천한 몸으로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받고는, 향화香火의 인연이 깊고 한묵翰墨의 은혜가 중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일찍이 듣건대, 초목은 싹을 틔우며 고토古土를 잊지 못하고, 인생은 새 출발을 하며 은문恩門을 돌아본다고 하였습니다. 이 몸이 비록 궁벽진 골짜기에 종적을 숨기고서 소리 없이 거하고 있다 하더라도, 어찌

010_0868_a_01L發語時多忘形瀛海慰半年蓉湖留兩
010_0868_a_02L有時談道爭聲危如暴雨迅雷
010_0868_a_03L時論心和氣藹若春風惠日手煎雷莢
010_0868_a_04L雪乳同傾耳觸聲悲蘿衫具濕生前一
010_0868_a_05L憑珠鏡而叮嚀身後雙悲併龍鸞
010_0868_a_06L而彌切嗚乎萎盡黃花零白雪恨我
010_0868_a_07L起行遲不圓殘月滿靑春怨公移案早
010_0868_a_08L相思還如避來近却是遙幽徑落花風
010_0868_a_09L自掃遶欄芳樹月孤陰未信蘇郞寄宿
010_0868_a_10L也疑顏子修文㴱回頭收長嘆
010_0868_a_11L淚呈一言末後一句都說罷從前萬事
010_0868_a_12L摠成空空到眞空還有妙蓮花萬朶火
010_0868_a_13L中紅高一着㪅思惟我來元不至
010_0868_a_14L去亦無歸只這無來去這箇是阿誰
010_0868_a_15L盡大地人都不識祗許先生獨自知
010_0868_a_16L

010_0868_a_17L

010_0868_a_18L上海居道人書

010_0868_a_19L
艸衣山人某謹再拜上書于海居道人
010_0868_a_20L隱几座前仰問尊侯萬安憶昔辛卯獲
010_0868_a_21L奉巾拂於淸凉松軒猥以微賤蒙恤過
010_0868_a_22L情㴱感香火緣㴱翰墨恩重嘗聞草
010_0868_a_23L木之萌芽難忘于故土人生發軔
010_0868_a_24L回首于恩門雖鏟跡消聲於窮谷豈草

010_0868_b_01L무지한 초목보다 못할 수야 있겠습니까. 다만 신분이 구름과 진흙탕처럼 현격히 차이가 나고, 산해山海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까닭에, 슬프게 찾아뵙지도 못하였고, 때때로 안부를 여쭙지도 못했을 따름입니다.
고어古語에 정情이 어긋나면 한 방에 같이 있어도 서로 갈등을 빚고, 도가 합하면 천 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더욱 친해진다고 하였습니다. 직접 뵙지 못한다고 시름겨워하기보다는,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도리에 입각해서 마음을 편히 지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심향心香 한 가닥을 피워 올리며 마음속으로 늘 잊지 않고 있습니다.
장지화張志和는 말하기를 “천지를 여인숙으로 삼고 일월을 촛불로 삼으니, 사해四海의 제공諸公과 일찍이 떨어져 있은 적이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비록 달인達人의 견해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언상言象의 자취에 빠진 혐의를 면할 수는 없습니다. 고인古人이 또 말하기를 “눈꺼풀로 삼천의 세계를 뒤덮고, 콧구멍 속에 백억의 몸을 감춘다.”라고 하였는데, 이와 같은 코와 눈은 사람마다 본래 구비하고 있습니다. 천지와 일월이 이 눈 속에서 작동하며 출몰해도 안광眼光에 구애되지 않는데, 하물며 이 하나의 사해 안에서 어떻게 가로막혀 서로 격리될 수가 있겠습니까.
일천 그루 소나무 아래에서 밝은 달을 대하여 수벽秀碧을 끓이며 오래오래 달이다 보면, 미상불 도인道人에게 바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밝은 달과 함께 자리 옆에 모시고 앉았다고 상상을 하면서 마음을 달래곤 합니다. 이것이 바로 서로 격리되어 막히지 않는 도리이니, 따로 신통한 묘술妙術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최근에 북산도인北山道人이 가르침을 받들고 다도茶道에 대해서 물어보기에, 마침내 고인古人이 전한 뜻에 의거해서 삼가 『동다송東茶頌』 1편을 서술하여 올렸습니다. 그리고 말이 통창通暢하지 못한 부분은 본문을 초록抄錄해 드러내어 하문下問하신 뜻에 대답하였는데, 두서없이 말씀드려 들으시는 데에 불편을 끼쳐 드려서 황공하기 그지없습니다. 혹시라도 살펴야 할 구절이 있으면, 한번 경책警策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일미 선생에게 올린 글(上一味先生書)

010_0868_b_01L木無知之不若但雲泥分隔山海程遙
010_0868_b_02L愴扣謁之無緣時獻訊而未達古語有
010_0868_b_03L情睽則共一室而相忤道合則隔千
010_0868_b_04L里而彌親與其慽慽於言相之難求
010_0868_b_05L任坦蕩於道理之易親所以心香一炷
010_0868_b_06L凝然不散於性天張志和云以天地爲
010_0868_b_07L遽廬日月爲燈燭與四海諸公其處
010_0868_b_08L未嘗相隔此雖達人之見未免猶滯言
010_0868_b_09L象之跡古亦有言眼皮盖盡三千界
010_0868_b_10L鼻孔盛藏百億身如此鼻眼人人本具
010_0868_b_11L天地日月在此眼中運旋出沒未嘗
010_0868_b_12L爲碍眼光況此一四海之內焉有防碍
010_0868_b_13L而相隔也千株松下對明月而煎
010_0868_b_14L碧湯湯成百壽則未嘗不思持獻道人
010_0868_b_15L思則便與明月爲侍座側而爲勝此其
010_0868_b_16L所以不相隔礙之道理也非別有個神
010_0868_b_17L通妙術而然也近有北山道人承敎垂
010_0868_b_18L問茶道遂依古人所傳之意謹述東茶
010_0868_b_19L頌一篇以進獻語之未暢處抄列本文
010_0868_b_20L而現之以對下問之意自爾陳辭亂煩
010_0868_b_21L冒瀆鈞聽極切主臣如或有句可存者
010_0868_b_22L無惜一下金鎞之勞

010_0868_b_23L

010_0868_b_24L上一味先生書

010_0868_c_01L
삼가 아룁니다. 학문에 어두울 뿐 아니라 도道에 대해서 들어 보지도 못한 이 몸이 승원僧園에 그림자를 끼고서 함부로 전복田服을 걸쳤으니 자신의 마음을 돌아봄에 밤낮으로 황공할 따름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선생은 유림儒林에서 생장하여 성학聖學을 주장하며 일찍 청운의 길에 올라 국가를 보좌하고 민생을 편안히 하고 계시니, 어찌 내전內典에 마음을 두고 방외方外의 학문을 가까이할 겨를이 있으셨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간에서 일체 믿기 어려운 법을 홀로 믿고 즐거워하며 깊이 깨달아서, 이미 닦을 것도 없고 증득할 것도 없는 경지에 이르셨을 뿐만 아니라, 바야흐로 어깨를 드러내고 멀리 예찬하며 무상無上의 보리菩提를 구하는 마음을 발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이 몸을 비루하게 여기지 않고서 재차 서한을 보내 먼저 의문을 제기하시기를, 무슨 삼매三昧를 얻어야 평등관平等觀을 짓느냐고 하시고, 공색불이空色不二와 불이비일不二非一의 뜻을 하문하시고, 무슨 연유로 차별差別이 무차별無差別이 될 수 있느냐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접하고서 어리석은 나로서는 말씀드릴 언어도 없고 설명드릴 도리도 없습니다마는, 그렇다고 또 침묵만 지키고 있을 수도 없다고 하겠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불교의 가르침에는 총摠과 별別 두 가지의 뜻이 있습니다. 총이라는 것은 제불諸佛이 이룩한 일심一心이고, 별이라는 것은 제불이 편의에 따라 제창한 방편方便의 일입니다. 하지만 총이 별과 다르지 않아서 일심이 나타난 것이 만법萬法이고, 별이 총을 여의지 않아서 만법이 모두 일심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법은 마음 밖의 법이 없고, 마음은 법 밖의 마음이 아닌데, 단지 미혹과 깨달음에 따라 나뉠 뿐입니다. 마음이 깨닫는 까닭에 산이 푸르고 물이 푸르며 까치가 지저귀고 까마귀가 우는 모든 것이 불법佛法 아닌 것이 없게 되는 것이요, 마음이 미혹된 까닭에 화지花池 보수寶樹와 옥전玉殿 경루瓊樓 등 어떤 것도 세간법世間法 아닌 것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대저 일대장교一大藏敎와 조사서래祖師西來의 뜻은 단지 사람들이 이 마음을 깨닫게 하는 데에 있습니다. 이 마음을 한번 깨달으면 자연히 차별과 명상名相에 구애받지 않게 됩니다. 그러므로 선종禪宗 문하에서는 닦지 않음으로써 닦고 증득하지 않음으로써 증득하는 것입니다. 닦음이 없기 때문에 곧바로 자심自心을 보게 되고, 증득함이 없기 때문에 마음을 보고서 바로 부처가 됩니다. 마음은 볼 수 없지만 깨달음으로 보게 되고, 부처는 상즉相卽할 수 없지만 깨달음으로 상즉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에서 부처가

010_0868_c_01L
謹白爲學旣昧於道未聞廁影僧園
010_0868_c_02L濫叨田服捫心揆己夙夜恐惶伏惟
010_0868_c_03L先生生長儒林主張聖學早登靑雲
010_0868_c_04L補國安民何暇存心內典以親方外之
010_0868_c_05L一切世間難信之法獨能信樂㴱悟
010_0868_c_06L已到無修無證之地方將偏袒遙禮
010_0868_c_07L發無上菩提之心還蒙不鄙再辱勻椷
010_0868_c_08L先垂示疑得何三昧作平等觀空色
010_0868_c_09L不二不二非一以何差別入無差別
010_0868_c_10L承敎瞢騃直得無言可待無理可伸
010_0868_c_11L亦不可以守拙含默伏念敎中有摠別
010_0868_c_12L二義揔者諸佛所致之一心也別者
010_0868_c_13L諸佛隨宜演唱方便事也須知摠不異
010_0868_c_14L即一心現乃法別不離摠惟萬法
010_0868_c_15L皆一心也法無心外之法心非法外之
010_0868_c_16L但迷悟之自分耳心悟故山靑水
010_0868_c_17L鵲噪鴉鳴㪅無一點不是佛法
010_0868_c_18L迷故花池寶樹玉殿瓊樓㪅無一點
010_0868_c_19L不是世間法夫一大藏敎祖師西來
010_0868_c_20L只要人悟此心此心一悟自然不被差
010_0868_c_21L別名相之所碍故禪宗門下以無修而
010_0868_c_22L絕證而證無修故直見自心絕證
010_0868_c_23L見心即佛心不可見以悟爲見
010_0868_c_24L不可即忘悟爲即四十二章經佛言

010_0869_a_01L사람의 열 가지 어려움을 말하였는데, 그중에 ‘부처의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어렵고, 부처의 세상에 태어났어도 도를 아는 자를 만나기가 어렵고, 도를 아는 자를 만났어도 신심信心을 일으키기가 어렵고, 신심을 일으켰어도 보리심菩提心을 발하기가 어렵고, 보리심을 발했어도 닦음이 없고 증득함이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 어렵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지금 선생이 부처의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고, 도를 아는 자를 만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연히 큰 신심을 일으켜 무상無上의 보리菩提의 마음을 발하셨는데, 여기에 또 닦음도 없고 증득함도 없는 경지를 실제로 주도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또한 어려운 일 중에서도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옛날 임제 선사臨濟禪師가 닦을 수도 없고 증득할 수도 없는 경지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이르기를, “제방諸方은 닦을 수 있는 도가 있고, 증득할 수 있는 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대들은 한번 말해 보라, 무슨 법을 증득하고 무슨 법을 닦을 것인가.”라고 하고, “지금 목전에서 그런 식으로 법문을 듣는 사람이여, 어떻게 그것을 닦고 그것을 증득하고 그것을 장엄莊嚴하려고 하는가. 그것은 장엄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요, 닦거나 증득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하고, “그대가 그것을 알고 싶은가. 활발발活潑潑한 그 경지는 근거가 없어서 모을 수도 없고 흩을 수도 없으며, 구하려고 하면 더욱 멀어지고 구하지 않으면 눈앞에 있게 된다. 만약 사람이 이를 믿지 않으면 백 년 동안 헛수고만 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이에 대해서 이미 믿고 즐거워하며 깊이 깨닫고 계시는 만큼, 깨달은 그 경지를 일상적으로 인연에 응하는 곳에 활용하여 어디서나 주도할 수 있게 한다면, 자연히 이르는 곳마다 모두 진실하게 될 것이니, 집안을 다스리고 백성을 다스리며 나라를 보좌하고 천하를 평안하게 하는 일에 있어서 그 어느 것 하나도 합하閤下의 불사佛事 아닌 것이 없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닦음이 없어도 닦지 않은 곳이 없게 된다고 하는 것이요, 증득함을 끊어도 어느 때나 증득하지 않은 때가 없게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것이 어찌 차별을 떠나야만 평등에 들어가는 것이겠습니까. 차별에 나아가도 평등을 떠나지 않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고인古人도 “일물一物이 당도當途하면 그 일물이 당도한 근원을 보아야 할 것이요, 일물이 무처無處하면 그 일물이 무처한 근원을 보아야 할 것이다. 일단 근원을 보면 그 근원은 근원이 아니다. 근원이 이미 아니라면, 어느 곳인들 원만하지 않겠는가.”83)라고 하였습니다. 위에서 말한 공색불이空色不二

010_0869_a_01L人有十難生値佛世難旣値佛世
010_0869_a_02L道者難旣得遇道興信心難旣興信
010_0869_a_03L發菩提心難旣發菩提心無脩無
010_0869_a_04L證難今者生違佛世不遇道者自然
010_0869_a_05L興大信心能發無上菩提之心果能主
010_0869_a_06L其無修無證是不亦難中之又難者乎
010_0869_a_07L舊時臨濟禪師把那無修證處說出來
010_0869_a_08L與人云諸方說有道可修有法可證
010_0869_a_09L爾且道證何法修何道如今目前
010_0869_a_10L麽聽法之人作麽生擬修他證他莊嚴
010_0869_a_11L渠且不是莊嚴得之物不是修證得
010_0869_a_12L之物爾欲識渠麽活潑潑地秖是勿根
010_0869_a_13L壅不聚撥不散求着則轉遠不求
010_0869_a_14L還在目前若人不悟徒勞百年今於
010_0869_a_15L旣信且樂而㴱悟但當與其所悟之
010_0869_a_16L於日用應緣處能得隨處作主自然立
010_0869_a_17L處皆眞其於齊家理民補國平天下之
010_0869_a_18L物上無一而非閤下之佛事也是謂
010_0869_a_19L無修而無處不修是謂絕證而無時不
010_0869_a_20L是豈離差別而方入平等盖即差別
010_0869_a_21L而不離平等也古亦有言有一物常道
010_0869_a_22L要見一物常道之根源有一物無處
010_0869_a_23L見一物無處之根源旣見其源源非所
010_0869_a_24L所源無非何處不圓向所謂空色不

010_0869_b_01L불이비일不二非一의 뜻도 고인이 남긴 그 뜻과 방불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이와 같은 나의 관견管見을 감히 존엄한 분에게 말씀드리려니 부끄러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백로白露가 처음 맺히면서 하늘 높고 달 밝은 이 시절에 향연香煙이 어린 맑은 창가에 도용道容이 화평하시리라고 믿으면서, 멀리 정길貞吉하시기를 축원하며 일만 송이 향 구름을 피워 올립니다.


010_0869_b_01L不二非一之義庶可得而彷彿遺意
010_0869_b_02L管見如此敢以仰瀆尊嚴不勝愧
010_0869_b_03L恭惟白露初凝天高月朗香凝淸
010_0869_b_04L道容和泰遙祝貞吉香雲萬朶

010_0869_b_05L
  1. 1)양춘陽春 : 고상한 가곡 이름으로, 상대방의 시문을 비유한 말이다. 각주69) 참조.
  2. 2)자장子長 : 『史記』의 저자 사마천司馬遷의 자字이다.
  3. 3)예거曳裾 : 왕족이나 권세가의 집에 출입하며 빌붙는 것을 말한다. 한漢나라 추양鄒陽이 오왕吳王에게 보낸 글 가운데에 “내가 고루한 나의 마음을 꾸미려고만 들었다면, 어떤 왕의 궁문인들 나의 긴 옷자락을 끌고 다닐 수가 없었겠는가!(飾固陋之心, 則何王之門, 不可曳長裾乎!)”라는 말이 나오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漢書』 「鄒陽傳」.
  4. 4)위랑韋郞 : 당唐나라 위척韋陟을 가리킨다. 그가 순국공郇國公을 습봉襲封했기 때문에, 그의 서체書體를 순공체郇公體라고 하며, 타인의 서찰을 순전郇箋이라고 경칭한다.
  5. 5)삼수三秀 : 1년에 세 차례 꽃이 핀다는 지초芝草를 가리킨다. 『楚辭』 ≺九歌 山鬼≻에 “산속에서 지초를 캐네.(采三秀兮於山間.)”라는 말이 나온다.
  6. 6)지당池塘 비추는 춘초春草 : 남조南朝 송宋의 시인 사영운謝靈運이 시상詩想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다가 꿈에 족제族弟인 사혜련謝惠連을 만나보고는 “못가 언덕에 봄풀이 돋아난다.(池塘生春草.)”라는 명구名句를 얻은 고사가 전한다. 『南史』 권19 「謝惠連傳」.
  7. 7)어양漁陽의 싸우는 북소리 : 당唐 현종玄宗 때 안녹산安祿山이 어양에서 반란을 일으켰는데, 백거이白居易의 ≺長恨歌≻에 “어양 땅 북소리 땅을 울리며 몰려오자, 임금님의 예상우의 곡조가 놀라 깨어졌네.(漁陽鼙鼓動地來, 驚破霓裳羽衣曲.)”라는 구절이 나온다. 『白樂天詩集』 권12.
  8. 8)삼사三思 : 노魯나라 계문자季文子가 어떤 일이든 “세 번 생각한 뒤에 행한다.(三思而後行.)”는 말을 공자가 듣고는 “두 번이면 된다.(再斯可矣.)”라고 말한 고사가 『論語』 「公冶長에 나온다.」.
  9. 9)사덕四德 : 『周易』 건괘乾卦에 나오는 건도乾道의 덕인 원형이정元亨利貞을 가리킨다.
  10. 10)솔개가 날고~뛰는 것 : 『中庸章句』 12장에 “시에 이르기를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고기는 못에서 뛴다.’ 하였으니, 이는 천지의 도가 위와 아래에 밝게 드러난 것을 말한 것이다.(詩云, ‘鳶飛戾天, 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라고 하였다. 이 시는 『詩經』 ≺大雅 旱麓≻에 나온다.
  11. 11)무가무불가無可無不可 : 꼭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도 없고, 꼭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없다는 뜻으로, 하나에 집착하는 완고한 태도를 버리고 융통 자재한 중용의 자세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論語』 「微子」에, 공자孔子가 일민逸民에 대해 평가하면서 “나는 이들과 달라서 가한 것도 없고 불가한 것도 없다.(我則異於是, 無可無不可.)”라고 자평한 대목이 나온다.
  12. 12)솔개와 물고기의~그 도리 : 각주212) 참조.
  13. 13)홍조鴻爪 : 녹기 시작한 눈 위에 남긴 기러기 발자국(雪泥鴻爪)이라는 말로, 아무 흔적도 없이 금방 사라져 없어질 인생의 발자취라는 말이다. 소동파蘇東坡의 “인생길 이르는 곳 무엇과 비슷하다 할까? 녹기 시작하는 눈밭의 기러기 발자국과 같다 하리. 우연히 발톱 자국 남겨 놓았을 뿐, 날아가면 어찌 다시 동쪽 서쪽 헤아리리.(人生到處知何似 應似飛鴻蹈雪泥. 泥上偶然留指爪, 鴻飛那復計東西.)”라는 시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蘇東坡詩集』 권3 「和子由澠池懷舊」.
  14. 14)산음山陰 : 난정蘭亭의 풍류를 말한다. 진晉 목제穆帝 영화永和 9년 늦은 봄에 회계會稽 산음山陰의 난정蘭亭에서 왕희지王羲之․사안謝安 등 42인의 명사名士가 모여 계사禊事를 행한 뒤에 곡수曲水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지으며 성대한 풍류놀이를 즐긴 이야기가 왕희지의 「蘭亭記」에 나온다.
  15. 15)순령荀令 : 후한後漢의 상서령尙書令 순욱荀彧을 가리킨다. 그가 머물러 앉아 있던 자리에는 사흘 동안이나 향내가 없어지지 않았다는 고사가 전한다. 『藝文類聚』 권70 「襄陽記」.
  16. 16)육수의六銖衣 : 불교의 도리천忉利天에서 입는다는 매우 가벼운 옷으로, 보통 선인仙人의 옷을 가리킨다. 줄여서 수의銖衣라고도 한다. 수銖는 극소極小의 중량 단위로, 24수가 1량兩이다.
  17. 17)천제闡提 : 일천제一闡提의 준말로, 성불할 가능성이 없어서 끝없이 윤회輪廻할 수밖에 없는 중생을 가리킨다.
  18. 18)바라밀波羅密 : 육바라밀六波羅密의 준말로, 생사生死의 차안此岸에서 열반涅槃의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는 여섯 개의 법문을 뜻한다. 육도六度라고도 하는데,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정려靜慮․지혜智慧 등으로 되어 있다.
  19. 19)공 이룬~물러나지 않아 : 『老子』 2장에 “성인은 만물을 생장시키면서도 자기 소유로 하지 않고, 만물을 육성시키면서도 자기 능력을 과시하지 않고, 공을 이루고서도 그 자리에 있지 않고 물러난다.(生而不有, 爲而不恃, 功成而不居.)”라는 말이 나온다.
  20. 20)삼양三陽이 모여서 태괘를 이루니 : 음기陰氣가 점차 소멸하고 양기陽氣가 두루 펼쳐지는 삼양개태三陽開泰의 정월을 맞았다는 말이다. 11월에 하나의 양효陽爻가 처음으로 생겼다가, 1월이 되면 세 개의 양효가 하괘下卦에 자리하는 태괘泰卦를 이루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21. 21)영운靈運 : 사영운謝靈運을 가리킨다. 각주208) 참조.
  22. 22)선보單父의 시냇가에는 거문고 소리 : 어진 정사를 베푸는 수령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공자孔子의 제자 복자천宓子賤이 선보 고을의 수령이 되었을 적에 마루 아래로 내려오는 일이 없이 거문고만 연주했는데도 잘 다스려지며 교화가 이루어졌다는 고사가 전한다. 『呂氏春秋』 「察賢」.
  23. 23)검은 치마~속 학 : 소식蘇軾의 후적벽부後赤壁賦에 “때는 한밤중이라 사방을 둘러보아도 적막하기만 한 그때 마침 학 한 마리가 강을 가로질러 동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는데, 날개가 수레바퀴와 같았고 검은 치마에 흰옷을 입었다.(時夜將半, 四顧寂寥, 適有孤鶴, 橫江東來, 翅如車輪, 玄裳縞衣.)”라는 말이 나온다.
  24. 24)유영劉嬴이 사슴~얻고 잃었으나 : 유씨劉氏의 한漢나라와 영씨嬴氏의 진秦나라가 천하 쟁탈전을 벌였다는 말이다. 『史記』 「淮陰侯列傳」에 “진나라가 사슴을 잃자 천하가 함께 그 사슴을 쫓고 있다.(秦失其鹿, 天下共逐之.)”라는 말이 나온다.
  25. 25)달팽이 뿔의 만촉의 승부 : 와우蝸牛 즉 달팽이의 두 뿔에 만蠻과 촉觸이라는 나라가 각기 자리 잡고서 하루가 멀다 하고 피를 흘리며 영토 쟁탈전을 벌인다는 우화寓話가 『莊子』 「則陽」에 나온다.
  26. 26)채진采眞의 놀이 : 각주118) 참조.
  27. 27)지허支許 : 진晉나라 때 막역하게 지냈던 고승高僧 지도림支道林과 고사高士 허순許詢을 병칭한 말로, 승려와 문사文士의 교유交遊를 비유할 때 많이 쓰는 표현이다.
  28. 28)금전두錦纏頭 : 옛날 예인藝人이 가무歌舞를 끝내고 나면 손님들이 그 대가로 주던 비단을 말하는데, 보통 기녀妓女에게 재물을 주는 것을 가리킨다. 설아雪兒는 당唐나라 이밀李密의 애희愛姬로 가무歌舞에 능했는데, 이밀의 빈객이 멋진 시를 지으면 바로 설아에게 맡겨 노래를 부르게 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北夢𤨏言』 「韓定辭」.
  29. 29)사람들이 허문휴를~하는 분 : 신관호가 감식안鑑識眼이 있어서 인물평을 잘 한다는 말이다. 문휴文休는 후한後漢 허정許靖의 자字이다. 그는 종제從弟인 허소許劭와 더불어 달이 새로 바뀔 때마다 향리의 인물들에 대해서 품평을 다시 하곤 하였는데, 그 뒤로부터 여남汝南에 월단평月旦評의 풍속이 생겼다고 한다. 『後漢書』 권68 「許劭傳」
  30. 30)수역壽域 : 인수지역仁壽之域의 준말로, 천수天壽를 다하며 살 수 있는 태평성대를 뜻한다.
  31. 31)가거나 오거나~막도 없나니 : 『論語』 「里仁」에 “군자는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꼭 해야 된다고 고집을 부리거나 어떤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관적인 편견을 배격하고, 오직 대의大義에 입각해서 행동한다.(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라는 공자孔子의 말이 나온다.
  32. 32)한만유汗漫遊 : 속세를 초월한 신선의 유람을 말한다. 옛날 노오盧敖가 북해北海에서 노닐다가 이인異人인 약사若士를 만나 함께 벗으로 노닐자고 청하자, 약사가 이에 응답하기를 “당신은 중주中州의 사람이다. …… 나는 구해九垓 밖에서 한만汗漫과 만날 약속이 되어 있으니 오래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라 하고는 곧바로 구름 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구해九垓는 구천九天을 말한다. 『淮南子』 「道應訓」.
  33. 33)조주趙州의 차 한 잔 : 당唐나라 조주 종심趙州從諗 선사禪師가 누구에게나 “차 한 잔 마시고 가라.(喫茶去.)”라고 하여, 일상생활 속에 선禪의 묘리妙理가 들어 있음을 보여 준 선종의 화두話頭가 전한다. 『五燈會元』 권4 「趙州從諗」.
  34. 34)관휴貫休 : 오대五代 전촉前蜀의 승려로, 시詩․서書․화畵에 능했다. 그의 필체를 세상에서 강체姜體라고 불렀다. 그는 속성이 강씨姜氏이다. 선월대사禪月大師와 득득화상得得和尙이라는 별호別號가 있으며, 『西嶽集』과 『禪月集』이 전한다. 『古文眞寶』 전집前集 권7에 고의古意라는 제목의 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35. 35)염부閻浮 : 염부제閻浮提의 준말이다. 원래는 인도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나중에는 인간 세상의 총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염부주閻浮洲 혹은 섬부주贍部洲라고도 한다.
  36. 36)도연명陶淵明 같은~누가 탓하리오 : 동진東晉의 고승 혜원慧遠이 있는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에 도연명과 육수정陸修靜이 찾아가서 환담을 나누고 헤어질 때, 사원 앞에 흐르는 호계虎溪의 다리를 건너다가 세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큰 소리로 웃었다는 호계삼소虎溪三笑의 고사가 있다. 『蓮社高賢傳』 「百二十三人傳」.
  37. 37)빈중주賓中主와 주중빈主中賓 : 각주195) 참조.
  38. 38)병석缾錫 : 승려의 필수품인 병발甁鉢과 석장錫杖을 합친 말로, 승려 혹은 승려의 생애를 비유할 때 쓰는 표현이다. 병발은 물을 담는 정병淨甁과 밥을 담는 발우鉢盂를 말한다.
  39. 39)옥산玉山이 무너진~종의 술이라 : 삼국 시대 위魏나라 혜강嵇康이 체격 좋고 풍채가 뛰어났으므로 그를 보는 사람들마다 찬탄해 마지않았는데, 그에 대해서 친구인 산도山濤가 “평소에는 오연傲然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마치 소나무가 홀로 서 있는 것과 같은데, 술에 취하기만 하면 한쪽으로 몸이 기울어지는 것이 마치 옥산이 무너지려는 것과 같다.(巖巖若孤松之獨立, 其醉也, 傀俄若玉山之將崩.)”라고 평한 고사가 전한다. 『世說新語』 「容止」 천종千鍾의 종은 용량의 단위로, 1종은 6곡斛 4두斗에 해당한다. 주석165) 참조.
  40. 40)반근착절盤根錯節 : 뿌리와 가지가 뒤엉킨 것처럼 사태가 복잡하게 전개되어 처리하기 어려운 것을 말하는데, 후한後漢의 우후虞詡가 “반근착절의 상황을 만나지 않는다면, 칼이 예리한지 무딘지 분간할 수가 없으니, 지금이야말로 내가 공을 세울 기회이다.(不遇盤根錯節, 無以別堅利, 此乃吾立功之秋.)”라고 말한 고사가 전한다. 『後漢紀』 安帝紀1.
  41. 41)황종黃鍾 : 12율려律呂의 기본이 되는 첫 번째 율로 11월에 해당한다.
  42. 42)요봉堯封 : 모두 봉해 줄 만한 요순의 백성이라는 뜻으로, 태평 시대를 비유하는 말이다. 한漢나라 육가陸賈의 『新語』 「無爲」에 “요순의 백성들은 집집마다 표창을 해 줄 만한 사람이 나오는 데 반하여, 걸주의 백성들은 집집마다 죽일 만한 자들이 나오니, 이는 임금의 교화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堯舜之民, 可比屋而封, 桀紂之民, 可比屋而誅者, 敎化使然也.)”라는 말이 나온다.
  43. 43)어려서 삼동으로 충분한 글공부 : 동방삭東方朔이 한漢 무제武帝에게 올린 글에 “나이 13세에 글을 배워서 겨울철 석 달 동안 익힌 문사의 지식이 응용하기에 이미 충분하다.(年十三學書, 三冬文史足用.)”라는 말이 나온다. 『漢書』 「東方朔傳」.
  44. 44)목탁木鐸이라 탄식한 의봉인儀封人 : 공자孔子가 위衛나라에 있을 때, 의儀 땅의 봉인封人이 공자를 만나고 나서 제자들에게 “여러분들은 부자夫子가 자리를 잃은 것을 걱정할 것이 있겠는가. 천하에 도가 없어진 지 오래이니, 하늘이 장차 부자를 목탁으로 삼을 것이다.(二三子, 何患於喪乎. 天下之無道也久矣, 天將以夫子爲木鐸.)”라고 말한 내용이 『論語』 「八佾」.
  45. 45)정승靜勝 : 고요함으로 소란함을 제압한다는 말이다. 『老子』 45장에 “고요함으로 열기를 이겨 낸다.(靜勝熱.)”라는 말이 나온다.
  46. 46)보현普賢 : 문수文殊와 함께 석가여래釋迦如來를 좌우에서 모시는 협시보살脇侍菩薩의 이름으로, 문수가 지혜를 상징한다면 보현은 자비행慈悲行의 화신으로 비유된다. 보현은 보통 흰 코끼리를 타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그 코끼리는 1신身 3두頭 혹은 3신 3두․4신 4두 등 다양하다.
  47. 47)계족봉雞足峰 : 계족산 즉 영취산靈鷲山을 가리킨다. 부처의 수제자인 가섭迦葉이 여래如來의 의발衣鉢을 전수하고는 이를 부처의 부촉咐囑에 따라 미륵彌勒에게 전하기 위해 계족산에 가서 선정禪定에 든 뒤에 가부좌跏趺坐하고 입멸入滅하자 계족산 세 봉우리가 하나의 산으로 합쳐졌는데, 장차 미륵불이 하생下生하여 손가락으로 튕기면 그 산이 다시 열리면서 가섭이 선정에서 깨어나 의발을 전하게 된다는 불교 설화가 전해 온다. 『佛祖統記』 권5 「始祖摩訶迦葉尊者」.
  48. 48)이천二天 : 두 개의 하늘이라는 뜻으로, 자기에게 은혜를 베푼 지방 장관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후한後漢 순제順帝 때 소장蘇章이 기주자사冀州刺史로 부임했을 적에 옛 친구가 그의 관할 구역인 청하淸河의 태수太守로 있으면서 불법적으로 부정행위를 범한 사실을 적발하고는 그 친구를 불러 술을 같이 마시면서 화기애애하게 옛날의 우정을 서로 나누었는데, 그 친구가 기뻐하며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하늘을 가지고 있지만 나만은 두 개의 하늘을 가지고 있다.(人皆有一天, 我獨有二天.)”라고 하자, 소장이 “오늘 저녁에 내가 자연인自然人으로서 옛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는 것은 사은私恩이요, 내일 기주자사로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공법公法이다.”라 하고는 마침내 그의 죄를 바로잡아 처벌하였다는 고사가 전한다. 『後漢書』 「蘇章傳」.
  49. 49)화유花乳 : 차를 달일 때 표면에 떠서 일어나는 거품을 말한다. 수화水花라고도 한다. 소식蘇軾의 시에 “한 사발에 화유가 둥글게 떠 있네.(一甌花乳浮輕圓.)”라는 표현이 나온다. 『蘇東坡詩集』 권13 ≺和蔣夔寄茶≻.
  50. 50)오두五斗 : 오두미五斗米의 준말로, 박봉薄俸을 뜻한다. 도연명陶淵明이 “오두미 때문에 고을의 작은 관리에게 내 허리를 굽힐 수는 없다.(我不能爲五斗米折腰向鄕里小人.)”라고 말한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宋書』 「陶潛傳」.
  51. 51)수구首邱 :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제 살던 굴 쪽으로 둔다는 수구초심首邱初心의 준말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하여 이른 말이다.
  52. 52)원량元亮 : 진晉나라 도잠陶潛의 자字이다. 그의 집 문 앞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가 있었으므로, 자신의 호를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초의 자신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53. 53)이소二蘇 : 송宋나라 소식蘇軾과 소철蘇轍 형제를 가리킨다. 소철이 일찍이 거란에 사신으로 다녀왔다. 여기서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두 아들인 유산酉山 정학연丁學淵과 운포耘逋 정학유丁學遊를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54. 54)차군此君 : 대나무의 별칭이다. 각주2) 참조.
  55. 55)침상 절반 달빛 : 당唐나라 백거이白居易가 만년에 병이 들어 애첩愛妾 번소樊素와 결별한 뒤에 지은 ≺早秋獨夜詩≻에 “홀로 처마를 향해서 자다가, 깨어 보니 침상 절반이 달빛이로세.(獨向簷下眠, 覺來半牀月.)”라는 구절이 나온다. 『白樂天詩集』 권5.
  56. 56)삼여三餘의 여가餘暇 : 학문을 하는 데 가장 좋은 세 개의 여가라는 말로, 해의 나머지(歲之餘)인 겨울(冬)과 날의 나머지(日之餘)인 밤(夜)과 때의 나머지(時之餘)인 음우陰雨를 가리킨다.
  57. 57)우전雨前 : 곡우穀雨 이전에 여린 싹을 따서 만든 차를 말한다.
  58. 58)옥천玉川의 일곱 잔 : 호가 옥천자玉川子인 당唐나라 시인 노동盧仝이 다가茶歌를 지어 일곱 잔까지 묘사하면서, “다섯째 잔은 기골을 맑게 해 주고, 여섯째 잔은 선령을 통하게 해 주고, 일곱째 잔은 다 마시기도 전에 두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 맑은 바람이 솔솔 이는 걸 깨닫겠네.(五椀肌骨淸, 六椀通仙靈, 七椀喫不得, 也唯覺兩腋習習淸風生.)”라고 하였다.
  59. 59)여보게들 들보~떡을 던지세나 : 원문에는 ‘동東’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아랑위포양동兒郞偉抛梁東’을 줄인 것이다. 이하 동일하다. 아랑위兒郞偉는 젊은 사람을 뜻하는 아랑兒郞의 복수형으로, 상량문에서 도목수都木手가 장인匠人들을 싸잡아 부를 때 상투적으로 쓰는 표현이다.
  60. 60)용포龍袍를 세탁하지~정도일 뿐이겠으며 : 혜嵆 시어侍御는 혜소嵇紹를 가리킨다. 그는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하나인 혜강嵇康의 아들이다. 진晉 혜제惠帝 영안永安 원년(304)에, 동해왕東海王 월越이 혜제를 받들고 성도왕成都王 영穎과 싸우다가 탕음蕩陰에서 패하였는데, 이때 혜소가 시중侍中의 신분으로 쏟아지는 화살 속에서 엄호하다가 황제 옆에서 쓰러져 죽으며 그 피가 어의御衣를 적셨다. 사태가 안정된 뒤에 좌우의 측근이 그 옷을 세탁하려 하자, 혜제가 “이것은 혜 시중의 피이니, 없애지 말라.(此嵇侍中血, 勿去.)”라고 하며 그 충성심을 잊지 않는 뜻을 보였다는 고사가 전한다. 『晉書』 「嵇紹傳」.
  61. 61)기린각麒麟閣에 초상화를~정도일 뿐이겠는가 :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가 칭제稱帝하기 전에 요양鐃陽 무루정蕪蔞亭에서 풍이馮異에게 팥죽을 대접받아 배고픔을 면하고, 또 남궁南宮에 이르러서 보리밥을 대접받은 뒤에 호타하滹沱河를 건너갔는데, 제위帝位에 오르고 나서 풍이에게 “창졸간에 무루정에서 대접받은 팥죽과 호타하의 보리밥에 대한 후의를 오래도록 보답하지 못했다.(倉卒無蔞亭豆粥, 滹沱河麥飯, 厚意久不報.)”라고 하면서 값진 물건을 하사한 고사가 있다. 『後漢書』 「馮異傳」. 기린각은 공신각功臣閣의 이름이다.
  62. 62)향적香積에게 재齋~남은 음식 : 중향국衆香國의 향적여래香積如來가 먹는 음식을 향적반香積飯이라고 하는데, 향적여래가 이 향적반을 화보살化菩薩에게 발우鉢盂 가득 담아 주고, 화보살이 다시 유마거사維摩居士에게 가득 담아 주어, 비야리성毗耶離城 및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에 그 향기가 두루 퍼지게 했다는 이야기가 『維摩詰所說經』 「香積佛品」에 나온다. 그래서 보통 승려의 음식을 향적반 혹은 향반香飯이라고 하고, 사찰의 주방廚房을 향적이라고 한다.
  63. 63)소두召杜 : 전한前漢의 소신신召信臣과 후한後漢의 두시杜詩를 가리킨다. 이들은 선후로 남양태수南陽太守가 되어 다 같이 덕정德政을 베풀었으므로 민간에서 말하기를 “앞에는 소부召父가 있고 뒤에는 두모杜母가 있다.”라고 하였다. 후세에 선정善政을 베푼 수령으로는 으레 이들을 첫손에 꼽았다. 『漢書』 권69 「召信臣傳」, 『後漢書』 권31 「杜詩傳」.
  64. 64)향적香積에게 재齋~구해 주었으면 : 각주231) 참조.
  65. 65)난야蘭若 : ⓢ araṇya의 음역音譯인 아란야阿蘭若의 준말로, 출가한 승려의 한적한 수행처, 즉 사원을 뜻한다.
  66. 66)삼수三受 : 내면의 육근六根이 외면의 육경六境과 접촉할 적에 생기는 세 종류의 감각感覺을 뜻하는 불교 용어로, 고수苦受․낙수樂受․사수捨受를 말한다.
  67. 67)칠지七支 : 신업身業 세 가지 즉 살생殺生․투도偸盜․사음邪淫과 구업口業 세 가지 즉 망언妄言․기어綺語․악구惡口․양설兩舌 등을 말한다.
  68. 68)구련九蓮 : 구품九品의 연대蓮臺라는 말로, 극락정토極樂淨土에 왕생往生할 때 아홉 등급으로 나뉘는 연화대蓮花臺라는 뜻이다.
  69. 69)삼유三有 : 인과율因果律의 적용을 받으면서 생사生死를 반복하는 세 종류의 세계라는 뜻의 불교 용어로, 욕유欲有․색유色有․무색유無色有 즉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를 가리킨다.
  70. 70)이 글은 초의가 거의 대부분 최치원崔致遠이 지은 「新羅伽倻山海印寺結界場記」를 자의로 전재한 것이다. 최치원의 기문은 『孤雲集』 권1에 수록되어 있다.
  71. 71)시라尸羅의 땅 : 시라는 ⓢ śīla 즉 쉬일라의 음역音譯으로, 신身․구口․의意 삼업三業의 죄악을 방지한다는 뜻을 지니는데, 보통 계戒 혹은 율律을 가리킨다. 시라의 땅이란 범어에서 소리 나는 대로 신라를 가리키는 동시에, 계행戒行이 청정한 땅이라는 의미를 함께 지닌다. 시라는 청량淸涼․수습修習․안정安靜 등으로 의역意譯된다.
  72. 72)천어天語 : 범어梵語를 가리킨다. 고대 인도의 바라문婆羅門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범천梵天이 쓰는 언어라 하여 천어라고 칭하였다.
  73. 73)바라제波羅提 : ⓢ prātimokśa를 음역한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의 준말로, 불교의 계율戒律을 뜻한다.
  74. 74)가야伽倻 : 석가모니가 정각正覺을 이룬 보리가야菩提伽耶 혹은 불타가야佛陀伽耶의 준말이다. 이는 ⓢ Bodhgayā와 Buddhagayā의 음역이다. 6년 고행 끝에 이곳 보리수菩提樹 아래에서 십이인연十二因緣과 사제법四諦法 등을 깨달았다고 한다.
  75. 75)이실二室 : 중국 숭산嵩山의 태실太室과 소실少室의 두 산을 가리킨다.
  76. 76)오대五臺 : 중국 산서山西의 오대산을 말한다. 아미산峨眉山․보타산普陀山․구화산九華山과 함께 중국 불교의 4대 영산靈山으로 꼽히는데, 특히 『華嚴經』에 문수보살文殊菩薩의 주처住處라는 기록이 있는 관계로 예로부터 문수가 시현示現하는 도량道場으로 일컬어져 왔다.
  77. 77)문에 해인海印이라~바람처럼 엄하였다 : 해인사의 강원講院과 율원律院을 통하여 많은 고승들이 배출되었다는 말이다. 의룡義龍은 교의敎義에 능통한 학승學僧이라는 뜻이고, 율호律虎는 계율戒律에 밝은 율승律僧이라는 뜻이다. 『孤雲集』 권3 「智證和尙碑銘」에 “의룡과 율호가 구름과 바람처럼 뛰어오른다.(義龍雲躍, 律虎風騰.)”라는 본문이 있는데, 그 주註에 “의정이 경의經義의 학술에 능통했기 때문에 의룡이라고 하였고, 찬녕이 율학을 잘 알았기 때문에 율호라고 하였다.(義淨能通義學, 故曰義龍, 贊寧能解律學, 故曰律虎也)”라는 해설이 나온다. 산왕山王은 산신령을 가리킨다.
  78. 78)포금布金할 사람 : 포금은 황금을 땅에 깐다는 뜻으로, 사원 건립 기금을 시주하는 불교 신도를 가리킨다. 인도 사위성舍衛城의 수달장자須達長者가 석가의 설법說法을 듣고 매우 경모敬慕한 나머지 정사精舍를 세워 주려고 기타태자祇陀太子의 원림園林을 구매購買하려고 하자, 태자가 장난삼아서 “황금을 이 땅에 가득 깔면 팔겠다.”라고 하였다. 이에 수달장자가 집에 있는 황금을 코끼리에 싣고 와서 그 땅에 가득 깔자, 태자가 감동하여 그 땅을 매도賣渡하는 한편 자기도 원중園中의 임목林木을 희사하여 마침내 기원정사祇園精舍를 건립했다는 기원포금祇園布金의 고사가 전한다. 『大唐西域記』 권6.
  79. 79)부판負版하는 자 : 국가의 지도地圖와 호적戶籍을 등에 지고 나르는 자라는 뜻인데, 『論語』 「鄕黨」에 “공자가 국가의 지도와 호적을 등에 지고 나르는 자를 보면 수레를 타고 가는 중에서도 경의를 표하였다.(式負版者)”라는 말이 나온다.
  80. 80)이왕二王 : 진晉나라 왕희지王羲之와 그의 아들 왕헌지王獻之를 가리킨다.
  81. 81)육의六義 : 『詩經』에 나타나는 문학의 창작 정신 및 원칙을 말하는데, 시의 작법상 세 가지의 체제라 할 풍風․아雅․송頌과 세 가지의 표현 방법이라 할 부賦․비比․흥興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다.
  82. 82)삼기三氣 : 태초太初․태시太始․태소太素의 원기를 말한다.
  83. 83)『五燈會元』 권20 「石頭自回」조에 나온다.
  1. 1)「詩二」二字。編者補入。
  2. 1)「臺」疑「堂」{編}。
  3. 2)「隱」疑「陰」{編}。
  4. 1)「閼」疑「闕」{編}。
  5. 2)「眼」疑「眠」{編}。
  6. 3)「繞」疑「嬈」{編}。
  7. 1)「狷」疑「▼(犭+員)」{編}。
  8. 1)「違」疑「圍」{編}。
  9. 2)「文」一字。編者補入。
  10. 1)「藥」疑「葉」{編}。
  11. 1)「爲」疑「而」{編}。
  12. 2)「楊」疑「揚」{編}。
  13. 1)「恕」疑「怒」{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