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경허집(鏡虛集) / 鏡虛和尙集卷之二(漢巖 筆寫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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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화상집 제2권(鏡虛和尙集卷之二)[漢巖 筆寫本]
물외잡영物外雜咏
[1]
今日淸明              오늘은 청명일이라
不妨出遊              나가 노닐어 보아도 좋으리
出遊何所              어느 곳에 나가 노닐거나
松間林邱              솔숲이 우거진 언덕이로세
觀望何景              무슨 경치를 바라보는가
雨霽雲收              비 개고 구름이 걷혔으니
無限風光              무한히 펼쳐진 풍광이
滿目淸幽              눈에 가득 맑고 그윽해라
忽焉其思              이에 문득 이내 상념이
轉兮悠悠              더욱 하염없이 일어난다
三界綿綿              삼계는 끝없이 이어지니
何處出頭              어느 곳에서 벗어날꼬
靑山日暮              청산에 해가 저무니
碧海長洲              푸른 바다 긴 물가로다

[2]
德崇山頭定慧幽           덕숭산 위 그윽한 정혜사 경내
婆娑歲月萬年秋           사바세계 세월은 만년이 흘렀어라
禪林情慣前身到           이 절은 친숙하니 전생에 왔던 곳이요
栢樹心空曠劫悠           잣나무에 마음 공하니 오랜 세월 흘렀구나
富貴門前流水去           부귀하던 집 문 앞에 유수가 흘러가고
帝王都上白雲浮           제왕의 도읍 위에는 백운이 떠 있어라440)
諸君莊蝶眞如事           제군들이여 장자 호접이 진여의 일이니441)
我亦從今曳尾遊           나도 이제부터 진흙탕에 꼬리 끌며 노니리라442)

[3]
誰是孰非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夢中之事              모두 꿈속의 일이로다
北邙山下              북망산 아래에서
誰爾誰我              누가 너이고 누가 나인가

[4]
張三李四遷化            장삼이사 모두 세상 떠나니
我亦當見其事            나도 그 일을 당하게 되리
風止火滅夢中            사대가 소멸함은 꿈속의 일
平生貪嗔人我            평생의 탐진치는 인아人我의 상相

[5]
鐺前九節草             솥 앞의 구절초443)
病者之所須             병자에게 필요한 것이거늘
不知諸小兒             알지 못하는 저 아이들은
無病欲相求             병이 없으면서 먹으려 하네

011_0680_b_13L鏡虛和尙集卷之二(漢巖 筆寫本)

011_0680_b_14L物外雜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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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日淸明不妨出遊出遊何所松間林邱觀望何景
011_0680_b_16L霽雲收無限風光滿目淸幽忽焉其思轉兮悠悠
011_0680_b_17L三界綿綿何處出頭靑山日暮碧海長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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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德崇山頭定慧幽婆娑歲月萬年秋禪林情慣
011_0680_b_19L前身到栢樹心空曠刼悠富貴門前流水去帝王都上
011_0680_b_20L白雲浮諸君莊蝶眞如事我亦從今曳尾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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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誰是孰非夢中之事北邙山下誰爾誰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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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張三李四遷化我亦當見其事風止火滅夢中
011_0680_b_23L生貪嗔人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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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鐺前九節草病者之所須不知諸小兒無病欲相求

011_0681_a_01L居然還自思             가만히 다시금 생각해 보니
不病其有誰             병들지 않은 자 그 누구인가
可惜百年事             애석해라 사람의 한평생
爾我同一丘             너나 나나 결국 땅 속에 묻히네

[6]
大施門開無擁塞           큰 보시의 문 열림에 옹색함이 없으니
拈柴擇菜齋後眠           땔나무 하고 나물 다듬고 재 지낸 뒤 조누나
尋劒堂下信步立           심검당 아래 발길 닫는 대로 걷다가 서니
令穗嘉禾上國傳           영수가화444)는 상국에서 전해 온 것이라네

[7]
稱佛稱祖早謾語           부처니 조사니 이미 부질없는 말일 뿐
蓍龜未兆鬼猶眠           시귀445)는 조짐이 없고 귀신도 잠자누나
松雲湛寂蘿月晩           소나무 구름 담담하고 송라에 달 저무는 풍경
泰華山下古今傳           태화산 아래서 고금에 늘 전해지네

[8]
火裏蝍蟉卽不問           불 속의 지네는 묻지 않거니와
秋江烟澄鷗鷺眠           안개 낀 맑은 가을 강에 백구가 잠자네
遮般展振無人會           이렇게 펼쳐진 소식을 아는 이 없으니
槐國風光夢裡傳           괴국槐國446)의 풍광을 꿈속에 전하는 격이로다

[9]
薪火相交也難息           섶에 불이 붙으면 꺼지기 어렵나니
鶻臭衫裡歲華深           골취삼447) 속에서 세월만 깊어 가누나
花鬚葉蔕擬天柱           꽃술과 꼭지는 천주天柱448)인 듯하고
山精木恠證佛心           산의 정령 나무 요괴가 불심을 증명한다
十虛冥諦雲展張           시방 허공의 본원에 구름은 펼쳐지고
一殼堪忍雨沈霪           한 껍질 안 사바세계에 비가 내린다
微塵未破經未現           미진을 못 깨뜨리면 경의 뜻 안 드러나
量等三千實難尋           양등삼천449)은 실로 찾기 어려우리

[10]
可惜香山仙             애석해라 향산의 선인들은
恨未聞獅吼             아쉽게도 사자 울음 듣지 못했네
但能了一物             단지 이 한 물건을 알기만 한다면
何論佛前後             부처님 시대 전후는 말해 무엇하랴450)

[11]
山中樵客遇             산중에서 나무꾼을 만났으니
暫語亦因緣             잠시 얘기 나눈 것도 인연일세
近間居土洞             가까운 동네에 사는 사람이라
下去夕陽天             석양이 지는데 산을 내려가네
柳魂飛欲盡             버들의 넋451)은 날아서 다 지려 하고
蝶夢杳難圓             나비 꿈은 아득하여 깨기 어려워라452)
回頭人不見             고개 돌려보니 그 사람 보이지 않고
鴉噪遠村邊             먼 마을에 갈가마귀만 짖어대네

[12]
平生無固必             평생에 기필하고 고집함이 없어453)
萬事付因緣             만사를 그저 인연에 맡겨 두노라
燕頷留道士             연암산에선 도사로 머물렀고
浮石送炎天             부석사454)에선 더운 여름을 보낸다
漁歌何處晩             어부 노래는 어드메서 저무는가
山月向人圓             산 위의 달은 사람 향해 둥글구나
來坐高樓上             높은 누각 위에 와 앉았노라니
醯鷄亂一邊             저편에 초파리들만 어지럽게 나네455)

[13]
一擧兩得              하나를 들어서 둘을 얻으니
大是無端              어찌된 까닭인지 알 수 없네
掀飜窠臼              과구窠臼를 벗어 던진다 해도
屈着一般              굽히기는 마찬가지일세456)
塵裏風中              속진의 업풍業風 속에서
化作神丹              신령한 단약을 만드니
賴遇恁麽              이 같은 법을 만난 덕분에
命立身安              안신입명할 수 있다네
豈無幞頭              어찌 추운 날씨를 막을
禦天之寒              머리에 쓸 모자가 없으랴
履霜氷至              서리를 밟으면 얼음이 이르니457)
和情遂摶              온화한 기운이 단단히 뭉치네
惡水何潑              더러운 물을 어찌 뿌리는가
難潤其乾              그래도 하늘은 적시기 어렵지
用此二科              이 두 가지를 쓰니
流水靑山              흐르는 물과 푸른 산이로다
恰好其言              매우 적절한 말일지라도
死鷄聲▼(口+官)              죽은 닭이 우는 소리일 뿐
古朴綻破              순박한 본성이 깨어졌다지만
從頭不刓              애초부터 훼손되지 않았어라

011_0681_a_01L居然還自思不病其有誰可惜百年來爾我同一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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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大施門開無擁塞拈柴擇菜齊後眠尋釰堂下
011_0681_a_03L信步立令穗嘉禾上國傳

011_0681_a_04L

011_0681_a_05L稱佛稱祖早謾語蓍龜未兆鬼猶眠松雲湛寂
011_0681_a_06L蘿月歸泰華山下古今傳

011_0681_a_07L

011_0681_a_08L火裏蚴蝶卽不問秋江烟澄鷗鷺眠遮般展振
011_0681_a_09L無人會槐國風光夢裡傳

011_0681_a_10L
○薪火相交也難息鶻臭 [1] 衫裡歲華深花鬚葉
011_0681_a_11L蒂擬天柱山精木恠證佛心十虛㝠諦雲展張
011_0681_a_12L一殼堪忍雨沉霪微塵未破經未現量等三千實難
011_0681_a_13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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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可惜香山仙恨未聞獅吼但能了一物何論佛前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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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中樵客遇暫語亦因緣近間居土 [1] 下去夕陽天
011_0681_a_16L柳魂飛欲盡蝶夢杳難圓回頭人不見鴉噪遠
011_0681_a_17L村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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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生無固必萬事付因緣燕頷留道士浮石送
011_0681_a_19L炎天漁歌何處晩山月向人圓來坐高樓上
011_0681_a_20L鷄亂一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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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擧兩得大是無端掀飜窠臼屈着一般塵裏風
011_0681_a_22L化作神丹賴遇恁麽命立身安豈無幞頭禦天之
011_0681_a_23L履霜氷至和情遂摶惡水何潑難潤其乾用此
011_0681_a_24L二科流水靑山恰好其言死鷄聲𠴨古朴綻破

011_0681_b_01L剔耳雛看              귀 없는 새 새끼가 보면
鳧疑神鸞              오리를 봉황인가 의심하지
大家提唱              다 함께 법을 제창하지만
具眼難瞞              안목 갖춘 이는 속이기 어렵네

[14]
鑪鞴多方作精鍊           풀무로 온갖 방법 써서 정련하건만458)
▣▣▣▣豈外乎           도가 어찌 밖에 있으리오
倒卓看山印不解           하늘에 꽂힌 산을 보고도 무문인無文印을 알지 못하지만
沿流付水慣無餘           흐르는 물을 내맡겨 두니 무여無餘459)에는 익숙하여라
不坐誰稱無炎位           지위에 안 앉은들 누가 권세 지위가 없다 하랴
喪身早非絶人居           몸 잃었어도 애초에 사람 사는 곳 떠난 게 아니지
撒手歸來只這是           손을 놓고 돌아오니460)
敢保行人莫躊躇           감히 보장하노니 행인들이여 주저하지 말라

[15]
鳥飛去空天             새가 날아 텅 빈 하늘로 가지만
望之不盡乎             바라보매 허공 끝까지 가진 못하나니
欲將有相物             형상 있는 물건을 가지고서
難窮去無餘             무여의 궁극에 이르긴 어려운 법
半途絶樹林             가는 중도에 숲이 없으니
困疲沒休居             피곤해도 쉴 곳이 없어라
不識經營誤             길을 잘못 들어선 줄 모르고
憮然且躊躇             멍하니 서서 주저하고 있구나

[16]
病者問乎爾             병자여 그대에게 묻노니
胡病不起乎             어이하여 병이 낫지 않는가
方丈有神藥             방장산에 신선의 약이 있으니
服者壽有餘             먹는 이는 장수하게 된다네
人生如草露             인생은 풀잎에 맺힌 이슬이요
又未得安居             게다가 편안히 살지도 못하는 것을
病者歔悕道             병자가 한숨을 쉬고 말하기를
難得故躊躇             그 약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주저한다오

[17]
天地如是廣             천지는 이처럼 넓거늘
此生可笑乎             우리네 인생이란 우습구나
半生已過了             반평생이 이미 지나갔으니
餘年復幾餘             여생이 다시 얼마나 남았으랴
憂愁長侵汨             근심과 시름이 늘 침노하니
幾時得安居             편안히 살 때는 얼마나 되랴
如醉不覺悟             술 취해 깨지 못한 것처럼
空然得躊躇             공연히 주저하고 있구나

[18]
人生不足恃             인생은 믿을 게 못 되나니
張趙爲化乎             사람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지
屈指念知者             손가락 꼽아 생각하니 아는 이들
存者得幾餘             살아 있는 이 몇 사람이나 될꼬
無論少與老             젊은이 늙은이를 막론하고
黃泉是歸居             황천이 돌아가야 하는 곳이지
身施早覺悟             불문에 들어와 어서 깨달아야지
大急莫躊躇             크게 서두르고 주저하지 말라

[19]
添香換水願福田           물 긷고 향 피워서 복을 빌면서
鬼魔窟裡送驢年           마귀 굴속에서 나귀 해 보낸다
弱喪幾劫水中泡           몇 겁 동안 약상461) 신세 물속의 거품
忽覺當身火裏蓮           이 몸이 불 속에 핀 연꽃임을 문득 알겠네
驅牛誰識五臺聖           소를 모는 것이 오대산 성인462)임을 누가 알리오
擊鼓難逢呂巖仙           북을 치는 여암 선인463)을 만나기 어려워라
忘機一念還滯殻           망념을 잊은 한 생각이 도리어 구속받는 것
春禽啼盡惱客眠           봄새가 울어 나그네 잠을 깨우누나

[20]
平生志槪樂山幽           평소의 뜻이 그윽한 산을 좋아하여
曾訪是庵過一秋           일찍이 이 암자 찾아와 가을을 보냈었지
永日賞心歸鳥晩           긴긴 날 경치 구경할 제 저물녘 새는 돌아오고
萬塵如夢片雲悠           속진의 만사 꿈 같은데 조각구름은 흘러간다
華嶽那邊天北遠           화악산 저편으로 북쪽 하늘은 멀고
洪陽前對海西浮           홍양洪陽464) 저 앞에 서쪽 바다 떠 있어라
風光依舊重來我           풍광은 예와 같은데 내가 다시 와서
數句淸吟話昔遊           몇 구절 시로 옛날 놀던 곳을 읊노라

[21]
避雨隱身藪石幽           그윽한 숲 속에 비 피해 몸 숨기니
蕭蕭寒氣夏亦秋           서늘한 한기가 일어 여름이 가을 같네
野老憐僧窮縮縮           시골 늙은이는 딱한 몰골 중을 불쌍히 여기고
書童笑我漫悠悠           학동들은 부질없이 느긋한 나를 비웃는구나
伽倻山色雲中濕           가야산465) 빛은 구름 속에서 젖고
羅朴川聲陌上浮           나박천466) 소리는 들길 위에 들리네

011_0681_b_01L頭不刓剔耳雛看鳧疑神鸞大家提唱具眼
011_0681_b_02L難瞞

011_0681_b_03L
[1] 鑪鞴多方作精鍊□□□□豈外乎倒卓看山印不
011_0681_b_04L沿流付水慣無餘不坐誰稱無炎位喪身早
011_0681_b_05L非絕人居撒手歸來只遮是敢保行人莫躊躇

011_0681_b_06L
[1] 鳥飛去空天望之不盡乎欲將有相物難窮去
011_0681_b_07L無餘半途絕樹林困疲沒休居不識經營誤憮然
011_0681_b_08L且躊躇

011_0681_b_09L
○病者問乎爾胡病不起乎方丈有神藥服者再
011_0681_b_10L有餘人生如草露又未得安居病者歔悕道難得
011_0681_b_11L故躊躇

011_0681_b_12L
○天地如是廣此生可笑乎半生已過了餘年復幾
011_0681_b_13L憂愁長侵汨幾時得安居如醉不覺悟空然
011_0681_b_14L得躊躇

011_0681_b_15L
○人生不足恃張趙爲化乎屈指念知者存者得幾
011_0681_b_16L無論少與老黃泉是歸居身施早覺悟
011_0681_b_17L急莫躊躇

011_0681_b_18L
○添香換水 [1] 願福田鬼魔窟裡送驢年弱喪幾刼
011_0681_b_19L水中泡忽覺當身火裏蓮驅牛誰識五臺聖
011_0681_b_20L擊鼓難逢呂巖仙忘機一念還滯殻春禽啼盡
011_0681_b_21L惱客眠

011_0681_b_22L
○平生志槪樂山幽曾訪是庵過一秋永日賞心
011_0681_b_23L歸鳥晩萬塵如夢片雲悠華嶽那邊天北遠
011_0681_b_24L洪陽前對海西浮風光依舊重來我數句淸吟
011_0681_b_25L話昔遊

011_0681_b_26L
○避雨隱身藪石幽蕭蕭寒氣夏亦秋野老憐僧窮縮縮
011_0681_b_27L書童笑我漫悠悠伽倻山色雲中濕羅朴川聲陌上侃

011_0682_a_01L此行已暮衣巾浼           이번 길 이미 저물고 옷차림도 후줄근하니
歸宿禪庵翌日遊           암자에 들어가서 자고 내일 노닐어야겠다

[22]
石人乘興玩三春           돌사람이 흥을 타고 춘삼월 구경하노니
不成虎畵更看新           범 그림 제대로 못 그려도 다시 보니 새롭네
林壑在天星月下           숲과 골짜기는 하늘에 있고 달과 별은 아래에 있는데
死鷄捕鼠祭亡人           죽은 닭이 쥐를 잡아서 죽은 사람 제사하네

[23]
已過榮枯等是辛           영화와 고생 겪어 보니 똑같이 신고라
伽倻山裡討幽眞           가야산 속에서 그윽한 경치를 찾노라
鳥歌花笑心無限           새는 노래하고 꽃은 웃으니 마음은 무한하고
月白風淸道未貧           달은 밝고 바람은 맑으니 도는 가난하지 않네
況有維城莊室界           하물며 유성維城467)의 장엄한 세계가 있어
應將皇極度迷淪           응당 황극皇極468)을 가지고 중생을 구제하리니
從今一衲重重補           이제부터 누더기 한 벌 겹겹이 기워 입고
不下雲岑老此身           산을 내려오지 않고 이 몸 늙어 가리라

[24]
十載空門裡             10년 동안 불문에 사노라니
自然忘世緣             자연히 세상 인연을 잊었노라
好花開滿地             좋은 꽃들은 땅에 가득 피었고
明月上靑天             밝은 달은 푸른 하늘에 떠오른다
衆流歸海一             모든 물은 바다로 돌아가 하나 되고
萬像至空圓             온갖 형상은 공空에 이르러 둥글어라
興至今行日             흥이 일어서 오늘 여기 왔노니
鏡心照遠邊             마음 거울이 먼 곳을 비추누나469)

[25]
幾番蟲語與禽歌           몇 번이나 벌레 울고 새 노래했던가
可惜年光若流波           안타까워라 세월은 물처럼 흘러가네
知我屠龍惟是己           내가 용을 베는470) 줄 아는 것 나뿐인데
問君畵猫又如何           묻노니 그대 고양이 그리는471) 건 어떠한가
虛空已殞塵塵寂           허공이 이미 무너져 모든 세계 고요하니
山水重看佛佛多           산수에서 거듭 많은 부처님을 보노라
善友幸逢勸請益           착한 벗이 지성스레 가르침을 청하니
免敎一念落邪魔           부디 일념이 사마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오

[26]
蟲聲來喞喞             풀벌레 와서 찍찍 울어대고
枕榻月明秋             베갯머리에 가을 달이 밝아라
葉下深院裏             나뭇잎은 그윽한 절간에 지고
風驚古澗頭             바람은 시냇가에서 부누나
有思空自感             그리움에 괜스레 감회에 젖고
無聊轉添愁             무료한 중에 시름만 많아진다
顧此蜉蝣寄             돌아보건대 하루살이 같은 삶들
亦當一氣收             응당 한 기운 속에 거두어지리472)

[27]
奇哉是何處             기이해라 여기가 어디인가
來坐更炎空             와서 앉아 더운 여름 보낸다
床白靑天月             베갯머리 환하니 하늘의 달빛이요
襟淸大海風             가슴이 시원하니 바다의 바람일세
始成先佛手             창건한 건 앞 부처473)의 솜씨요
重建久師功             중건한 건 뒤 스님474)의 공로로세
荷擔賢人力             이런 선현들의 힘 덕분에
此棲與子同             이곳에서 그대와 함께 지낸다

[28]
風吹庭畔葉             바람이 뜰에 진 나뭇잎에 부니
動蠢三分鼠             삼분三分의 쥐475)가 움직이는 듯하여라
癡猫不能辨             멍청한 고양이는 식별하지 못하고
往取欲呑咀             가서 덥석 잡아 삼키려 하네
今日虛用心             오늘도 헛되이 마음을 쓰고
明朝又如許             내일도 또 마찬가지일세
將世比於猫             세상 사람을 이 고양이에 비기노니
虛枉相躊躇             헛되이 세월만 보내며 주저하는구나

[29]
有一淨界好堪居           거처하기 좋은 맑은 세계 하나 있으니
窮劫已前早成墟           아득한 공겁 이전에 이미 이뤄져 있었네
木女石人心本實           목녀와 석인은 마음이 본래 진실하고
星翳燈幻事非虛           별과 등잔 가물대도 허망한 것 아니지
哭來春光塵沙外           봄빛 물든 사바세계로 곡하며 오고
笑入蒼空古今餘           푸른 허공 고금 밖으로 웃으며 들어간다
聖凡渾淪還成差           범부와 성인 한 덩어리였다 도로 나뉘니
求伴同留興不踈           벗을 찾아 함께 머묾에 흥이 적지 않아라

[30]
書童來我告             학동이 와서 내게 말하기를
今日願登山             오늘은 등산하고 싶다 하네
藥草堪搜取             약초도 찾아서 캘 만하고
鵲巢可引攀             나무에 올라 까치둥지도 뒤진다

011_0682_a_01L此行已暮衣巾浼歸宿禪庵翌日遊

011_0682_a_02L
○石人乘興玩三春不成虎畵更看新林壑在天星月
011_0682_a_03L死鷄捕鼠祭亡人

011_0682_a_04L
○已過榮枯等是辛伽倻山裡討幽眞鳥歌花笑心
011_0682_a_05L無限月白風淸道未貧况有維城莊室 [1] 應將
011_0682_a_06L皇極度迷淪從今一衲重重補不下雲岑老此身

011_0682_a_07L
○十載空門裡自然忘世緣好花開滿地明月上靑天
011_0682_a_08L衆流歸海一萬像至空圓興至 [1] 今行日鏡心照遠邊

011_0682_a_09L
幾番蟲語與禽歌可惜年光若流波知我屠龍惟
011_0682_a_10L是已問君畵猫又如何虛空已殞塵塵寂山水重看佛
011_0682_a_11L佛多善友幸逢勸請益免敎一念落邪魔

011_0682_a_12L
○蟲聲來喞喞枕榻月明秋葉下深院裏風驚古澗
011_0682_a_13L有思空自感無聊轉添愁顧此蜉蝣寄
011_0682_a_14L當一氣收

011_0682_a_15L
○奇哉是何處來坐更炎空床白靑天月襟淸
011_0682_a_16L大海風始成先佛手重建久 [1] 師功荷擔賢人力
011_0682_a_17L此棲與子同

011_0682_a_18L
[1] 風吹庭畔葉動蠢三分鼠痴猫不能辨往取
011_0682_a_19L欲呑咀今日虛用心明朝又如許將世比於猫
011_0682_a_20L狂相躊躇

011_0682_a_21L
○有一淨界好堪居窮刼已前早成墟石人木女心本
011_0682_a_22L星翳燈幻事非虛哭來春光塵沙外笑入
011_0682_a_23L蒼空古今餘聖凡渾淪還成差求伴同留興不踈

011_0682_a_24L
○書童來我吿今日願登山藥草堪搜取鵲巢

011_0682_b_01L松琴風瑟瑟             솔바람 솔솔 거문고 울리는 듯
林語鳥▼(口+官)▼(口+官)             숲 속의 새는 재잘재잘 지저귀누나
風景眞如許             풍경이 참으로 이처럼 아름다우니
奇哉一賞還             좋은 구경 한번 하고 돌아왔노라

[31]
風埃蟬蛻雖已成           풍진 세상 벗어난 것은 비록 이뤘지만
箇中神蚌有誰擎           그중의 신령한 조개476)는 누가 잡아서 들리오
浮生如夢塵緣了           꿈같이 덧없는 인생에 속세 인연 마쳤으니
祖佛江山一髮明           불조와 강산이 한 터럭에 환히 드러났네

[32]
千峯一水勢中分           천 봉우리와 한 줄기 시냇물이 여기서 나뉘는데
隱仙洞下晩歸雲           은선동 아래 저물녘에 구름이 산으로 돌아간다
若使烟霞分一半           만약 연하를 반쪽 나누어 준다면477)
從今消息斷相聞           이제부터 소식을 끊고 여기 은거하리라

[33]
龍汀江上野叟之           용정강 가에 시골 늙은이 가기에
回首喟問路分岐           고개 돌려 한숨 쉬고 갈림길을 물으니
野叟無語山又晩           시골 늙은이 말이 없고 산은 저무는데
何處滄浪韻凄遲           어디선가 ≺창랑가滄浪歌≻478) 소리 처량히 들리네

[34]
熙熙太平春             온화한 기운 태평한 봄이니
看看百草新             도처에 온갖 풀이 새로 돋았어라
鷄龍山上雨             계룡산 위에 내린 비가
昨夜浥輕塵             간밤에 가벼운 먼지를 적셨구나479)

[35]
何處靑山好             어느 곳 청산이 좋은가 찾아서
携筇與汗帉             지팡이 짚고 수건 차고 다니노라
十年忘世界             10년 동안 세상을 잊고 살다가
今日訪仙君             오늘은 신선을 찾아가노라

[36]
燕頷雪衣下             눈 덮인 연암산 아래
白花日已曛             하얀 눈꽃에 해는 이미 저문다
書童來我告             동자가 와서 내게 말하기를
飯鼓已鳴云             저녁 공양 북이 이미 울렸다 하네

[37]
蕭條一榻滿山秋           쓸쓸한 침상 가을빛이 물든 산들
大涅槃光不盡流           대열반의 빛은 흐름이 다하지 않누나
賴有性師終未會           다행히 성性 스님은 끝내 알지 못하니
熊津元不異公州           웅진은 원래 공주와 다르지 않다네480)

[38]
山自靑水自綠            산은 절로 푸르고 물은 절로 푸르니
淸風拂白雲歸            맑은 바람 불고 흰 구름 흘러간다
盡日遊盤石上            진종일 반석 위에서 노닐고 있노니
我捨世更何希            나는 세상을 버렸거니 무엇을 더 구하랴

[39]
緣知生死大             생사의 일이 큰 줄 알기에
萬事一風飛             만사는 바람결에 날아갔어라
今日隨雲坐             오늘 구름을 따라 앉았노라니
四峰鶴舞歸             사방 봉우리에 학이 춤추며 돌아가네

[40]
打算年前事             생각해 보면 연전의 일은
傯傯野馬飛             덧없기가 아지랑이 같아라
不離飛野馬             아지랑이를 여의지 않고
天外一鵬歸             하늘 저편에 붕새가 돌아오네481)

[41]
白雲因底事             흰 구름은 무슨 일로
日日向山飛             날마다 산으로 날아오느냐
似嫌塵世惡             흡사 더러운 속세가 싫어서
隨我箇中歸             나를 따라 개중箇中482)에 돌아오려는 것 같구나

[42]
孰非無二法             어느 것인들 불이법不二法이 아니랴
秋日雁南飛             가을에 기러기는 남쪽으로 나는구나
這箇眞消息             이 중의 참된 소식은
春應向北歸             봄에는 북쪽으로 돌아가는 것일세


011_0682_b_01L可引攀松琴風瑟瑟林語鳥𠴨𠴨風景眞如許
011_0682_b_02L奇哉一賞還

011_0682_b_03L
風埃蟬蛻雖已成個中神蚌有誰擎浮生如夢
011_0682_b_04L塵緣了祖佛江山一髮明

011_0682_b_05L
千峯一水勢中分隱仙洞下晩歸雲若使烟霞分
011_0682_b_06L一半從今消息斷相聞

011_0682_b_07L
龍汀江上野叟之回首喟問路分岐野叟無語山
011_0682_b_08L又晩何處滄浪韻凄遲

011_0682_b_09L
熙熙太平春看看百草新鷄龍山上雨昨夜浥輕
011_0682_b_10L
何處靑山好携笻與汗帉十年忘世界今日
011_0682_b_11L訪仙君

011_0682_b_12L
燕頷雪衣下白花日已曛書童來我吿飯鼓已
011_0682_b_13L鳴云

011_0682_b_14L
蕭條一榻滿山秋大湼槃光不盡流賴有性師終
011_0682_b_15L未會熊津元不異公州

011_0682_b_16L
山自靑水自綠淸風拂白雲歸盡日遊盤石上
011_0682_b_17L我捨世更何希

011_0682_b_18L
緣知生死大萬事一風飛今日隨雲坐四峰鶴舞
011_0682_b_19L

011_0682_b_20L
打算年前事偬偬野馬飛不離飛野馬天外一
011_0682_b_21L鵬歸

011_0682_b_22L
白雲因底事日日向山飛似嫌塵世惡隨我個
011_0682_b_23L中歸

011_0682_b_24L
孰非無二法秋日雁南飛這箇眞消息春應

011_0683_a_01L[43]
是非名利路             시비와 명리의 길에서
心識狂紛飛             마음이 광분하여 헤매었으니
所稱英雄漢             영웅이라 일컬어지는 이들은
彷徨未定歸             방황하며 제 길을 찾지 못했네

[44]
人心如猛虎             사람 마음은 사나운 범 같아
毒惡徹天飛             악독함이 하늘에 사무치누나
伴鶴隨雲外             학을 탄 신선은 구름 저편으로 가니
此身孰與歸             이 몸은 누구와 더불어 돌아갈꼬

[45]
風飄霜葉落             바람에 흩날려 서리 맞은 잎 지더니
落地便成飛             땅에 떨어지자 곧바로 날아가누나
因此心難定             이 마음 안정하기 어렵기에
遊人久未歸             노니는 사람 오래도록 돌아가지 못하노라

[46]
鐵樹花開一             쇠나무에 꽃이 한번 피었건만
根株勿處尋             뿌리와 줄기는 찾을 곳이 없어라
草堂春睡稔             초당에 봄잠이 혼곤한데
百鳥費淸音             온갖 새들은 맑은 소리로 지저귀네

[47]
當處殞空虛             당처에 허공이 무너지면서
空花方結實             공화가 바야흐로 봉오리를 맺누나
知此亦春光             이 또한 봄빛임을 아노니
幽香吹我室             그윽한 향기가 내 방에 불어온다

[48]
斜陽空寺裡             석양이 기우는 빈 절에서
抱膝打閑眠             무릎을 껴안고 한가로이 조노라
蕭蕭驚覺了             소슬한 바람 소리에 깨어 보니
霜葉滿階前             서리 맞은 잎들이 뜰 앞에 가득해라

[49]
秋風凄復凄             가을바람 처량하고 또 처량하니
深夜不能眠             깊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거늘
胡以虫悲語             어이하여 풀벌레는 슬피 울어
使吾淚枕前             내 눈물로 베개를 적시게 하는고

[50]
喧喧寧似默             떠들어대는 게 어찌 침묵만 하랴
攘攘不如眠             소란을 피우느니 자는 편이 낫지
永夜空山月             긴긴 밤 한적한 산에 뜬 달은
光明一枕前             베갯머리를 환히 비추어 주네

[51]
無事猶成事             일 없는 게 도리어 일이 되기에
掩關白日眠             방 안에 들어앉아 대낮에 조노라
幽禽知我獨             산새들이 나 홀로 있는 줄 알고서
影影過窓前             그림자를 비추면서 창 앞을 지나가네

[52]
那山幽寂處             어느 산 그윽한 곳에
寄我枕雲眠             이 몸 의탁해 구름 베고 졸거나
如得其中趣             이 중의 깊은 뜻을 안다면
放狂十路前             십자로 한길에서 거침없이 노니리483)

[53]
有事心難測             이 일은 마음으로 헤아리기 어려우니
困來卽打眠             곤하면 곧 잠이나 잘 뿐일세
古今傳底句             고금에 전해 오는 진리는
秪在此門前             단지 이 문 앞에 있어라484)

[54]
是佛是魔總未休           부처니 마구니니 모두 쉬지 못하니
靈機收盡手中鉤           신령한 기봉은 모두 수중의 낚싯바늘485)에 있어라
踐紅枯骨春深笑           붉은 꽃 밟는 해골은 깊은 봄날에 웃고

011_0683_a_01L向北歸

011_0683_a_02L
是非名利路心識狂紛飛所稱英雄漢彷徨
011_0683_a_03L未定歸

011_0683_a_04L
人心如猛虎毒惡徹天飛伴鶴隨雲外此身孰
011_0683_a_05L與歸

011_0683_a_06L
風飄霜葉落落地便成飛因此心難定遊人久未
011_0683_a_07L

011_0683_a_08L
鐵樹花開一根株勿 [1] 處尋草堂春睡稔百鳥費
011_0683_a_09L淸音

011_0683_a_10L
當處殞空虛空花方結實知此亦春光幽香
011_0683_a_11L吹我室

011_0683_a_12L
斜陽空寺裡抱膝打閒眠蕭蕭驚覺了霜葉
011_0683_a_13L滿階前 [1]

011_0683_a_14L
秋風凄復凄深夜不能眠胡以虫悲語使吾淚
011_0683_a_15L枕前

011_0683_a_16L
喧喧寧似默攘攘不如眠永夜空山月光明一枕
011_0683_a_17L

011_0683_a_18L
無事猶成事掩關白日眠幽禽知我獨影影
011_0683_a_19L過窓前

011_0683_a_20L
那山幽寂處寄我枕雲眠如得其中趣放狂十
011_0683_a_21L路前

011_0683_a_22L
有事心難測困來卽打眠古今傳底句祗在
011_0683_a_23L此門前

011_0683_a_24L
是佛是魔總未休靈機收盡手中鈎踐紅枯

011_0683_b_01L戴白嬰兒劫石尤           흰 머리털 어린 아기는 겁석486)보다 오래 살았네
昨夢旣虛來亦爾           어젯밤 꿈 허망하고 내일도 그러하니
此心未達外何求           이 마음 깨닫지 못하고 밖으로 무엇을 찾는고
所嗟凡事終難測           안타까워라 모든 일 끝내 예측할 수 없으니
臨別冲冲更引愁           이별 앞에 감정이 복받치고 시름겹구려

[55]
喝水和聲絶             흐느끼는 물은 소리와 함께 없고
聻山並影非             높은 산은 그림자까지도 아니로세
聲影通身活             소리와 그림자 전체가 살아나니
金烏夜半飛             금오487)가 한밤중에 날아가누나

[56]
眼裡江聲急             눈 안에 강물 소리 급하고
耳畔電光閃             귓가에 번갯불이 번뜩인다
古今無限事             고금의 무한한 일들을
石人心自點             석인488)의 마음이 스스로 안다

[57]
山光水色裡             산 빛과 시냇물 빛 중에
面目自端的             본래면목이 절로 뚜렷하구나
欲識箇中意             이 가운데의 뜻을 알고자 할진댄
八兩是半斤             여덟 냥은 반 근이라 하리라
시 칠언율시(詩七言律)
부석사를 제하다(題浮石寺)
唱出无生一曲歌           ≺무생곡≻489) 노래 한 곡조를 부르니
大千沙界湧金波           대천사계에 온통 금빛 물결이 일어난다
雖云大道不人遠           뉘라서 대도는 사람과 멀지 않다 했느뇨490)
其奈浮生如夢何           덧없는 인생이 꿈과 같음을 어이하리오
永日山光淸入座           긴긴 날 산의 빛은 맑게 자리에 들어오고
遙村林影亂連坡           먼 마을의 숲 그림자는 어지러이 비탈에 이어졌네
拈來物物皆眞面           잡아 보면 낱낱이 다 참된 본래면목인 것을
何必雌黃辨佛魔           무엇하러 시비를 따져 부처와 마구니를 구별하랴
감회가 있어(有感)
搔首悵然念君去           머리 긁적이며 떠나는 그대 생각하노니
留之不得我心愁           만류해도 안 되니 이내 마음 시름겹구려
堪苦齋粮深雪裏           눈 덮인 길에 탁발하느라 고생하였고
爲憐携酒硬氷頭           얼음판 길에 술 가져오는 것 가련하였지
事上攸宜如未達           현실에서 마땅한 도리를 알지 못한다면
道中至妙豈能求           지극히 오묘한 도를 어찌 찾을 수 있으랴
炎凉世路經過了           염량세태 세상을 이미 다 겪고 보니
山自蒼茫水自流           산은 스스로 푸르고 물은 스스로 흐르는 것을
옥천 화일포를 지나며(過沃川花日浦)
幾經酒肆幾書樓           몇 번이나 주막 지나고 서루491)를 지났던가
坐歇平莎漫自悠           평평한 잔디밭에 앉아서 유유자적 쉬노라
山欲石高斬截立           산은 바위 높이려고 깎아지른 듯 섰고
水容魚大廣深流           물은 큰 고기 받아들이려 넓고 깊이 흐른다
靑烟亂作江村夕           푸른 연기 어지러이 이니 강촌의 저녁이요
爽籟來吹野樹秋           시원한 바람소리 들려오니 들판 나무에 가을일레
落影林泉俗離月           임천에 그림자 떨어뜨리는 속리산의 달이
應嗟此釋暮年遊           노년에도 유랑하는 이 중을 안타까워할 테지
송광사 월화月和 강백과 함께 화엄사로 가는 도중에 입으로 불러 읊다(與松廣寺月和講伯同行華嚴路中口號)
寓矚過聞景轉新           보고 듣는 것마다 풍경이 더욱 새로워
所期淸興那嫌塵           맑은 흥 바랄 뿐이니 속진을 어이 싫어하랴
石增嵐氣分光恠           바위에 안개가 끼니 나뉘는 광경이 괴이하고

011_0683_b_01L骨春深笑戴白嬰兒刼石尤昨夢旣虛來
011_0683_b_02L亦爾此心未達外何求所嗟凡事終難測臨別
011_0683_b_03L冲冲更引愁

011_0683_b_04L
喝水和聲絕 [1] 山並影非聲影通身活
011_0683_b_05L烏夜半飛

011_0683_b_06L
眼裡江聲急耳畔電光閃古今無限事石人心
011_0683_b_07L自點

011_0683_b_08L
山光水色裡面目自端的欲識箇中意八兩是
011_0683_b_09L半斤

011_0683_b_10L詩七言律

011_0683_b_11L題浮石寺 [1]

011_0683_b_12L
唱出无生一曲歌大千沙界湧金波雖云大道不人遠
011_0683_b_13L其奈浮生如夢何安養樓前滄海濶島飛山
011_0683_b_14L白雲多拈來物物皆眞面何必雌黃辨佛魔

011_0683_b_15L有感

011_0683_b_16L
搔首悵然念君去留之不得我心愁堪苦齋粮深雪
011_0683_b_17L爲憐酒硬氷頭事上攸宜如未達道中至妙
011_0683_b_18L豈能求炎凉世路經過了山自蒼茫水自流

011_0683_b_19L [1] 沃川花日浦

011_0683_b_20L
幾經酒肆幾書樓坐歇平莎漫自悠山欲石高
011_0683_b_21L斬截立水容魚大廣深流靑烟亂作江村夕爽籟
011_0683_b_22L來吹野樹秋落影林泉俗離月應嗟此釋暮年流

011_0683_b_23L [1] 松廣寺月和講伯同行華嚴路中口號

011_0683_b_24L
寓矚過聞景轉新所期淸興那嫌塵石增嵐氣

011_0684_a_01L村匿林心寫境眞           마을은 숲 속에 감춰져 그림 같은 경치 참되네
畝犬或蹲隨菜女           밭두둑에 개는 앉아서 나물 캐는 여인 따르고
磵鳩時語傍耕人           개울가 비둘기는 때로 밭가는 농부 곁에 지저귄다
樵歌一曲斜陽外           나무꾼 노래 한 곡조 석양 저편에서 들리는데
醞藉群山淡入雲           온화한 모습 산들은 담담히 구름 속에 들어갔네

또(又)
幾廻峻嶺又深川           몇 번이나 높은 재 넘고 깊은 시내 건넜던가
窘步長程愧未前           더딘 걸음으로 먼 길 앞서 가지 못해 부끄럽네
喬木寒烟春景早           높은 나무에 찬 내 끼고 봄날 빨리 따스하며
淡雲孤鳥夕陽邊           엷은 구름에 외로운 새는 석양 가에 있구나
浪遊無端身長老           떠도는 길손이 무단히 몸만 늙어 가니
醉棄何妨世外眠           술 취한 몸 세상 밖에 잠이나 잔들 어떠리
樽酒又闌高士又           주흥은 다하지 않았고 게다가 고사高士와 마시니
風流秪可任夫天           풍류는 꾸밈없이 천진한 본성에 맡겨야겠네

또(又)
隨足隨纓任濁淸           발 씻고 갓끈 씻는 건 청탁淸濁에 맡기노니492)
況乎春夢此浮生           더구나 덧없는 인생은 한바탕 꿈 같은 것을
活水淡山多少景           맑은 물 담담한 산에 경치는 많고
閑雲落照古今情           한가한 구름 지는 석양은 고금의 정일레
野霞晴曳孤禽白           들판에 맑은 안개 끌며 외로운 흰 새 날고
春竹森圍萬戶靑           봄날 우거진 대숲 속에 큰 마을이 있어라
吟想無窮還取醉           시상은 무궁한 데다 술 마셔 취하노니
隔林何處酒旗明           숲 저편 어드매에 주막집 깃발이 보이느뇨
송광사 금명당錦溟堂에게 화답하다(和松廣寺錦溟堂)
旣面終慚御李遲           뵙고 보니 어리御李493)가 늦은 것이 부끄럽구려
曹溪山月抵窓時           조계산 위에 뜬 달이 창문을 비출 때로세
索珠罔象元非實           구슬을 찾은 망상罔象494)은 본래 실존이 아니니
入夢陳生竟是誰           꿈속에 들어갔던 진생陳生495)은 필경 누구인가
來訪烟霞名勝地           연하 낀 이곳 명승지를 찾아와서
擬看松栢歲寒枝           송백의 세한歲寒 가지496)를 보고자 하였네
叢林自有高人在           총림에 절로 고명한 분이 계시니
隆化玄乘斷可期           현묘한 법을 단연코 크게 피시리라
수도암에 올라(上修道庵)
平步已難上最遲           평지도 걷기 어렵고 산길 오르긴 매우 더뎌
懍乎强壯不多時           장성한 시절이 많이 남지 않았기에 두렵구나
去遺仙海探珠術           바다에서 구슬을 찾는497) 솜씨는 이미 버렸고
辜負名山採藥期           명산에서 약초 캐자던 기약도 저버렸어라
邃谷雪騰雲轉石           깊은 골짜기에 눈이 휘날려 구름은 바위에 구르고
古藤風吼月明枝           늙은 등나무에 바람이 불고 달빛은 가지에 밝아라
梵堂如畵僧無語           절간은 그림처럼 곱고 중은 말이 없는데
玉磬聲中篆影移           경쇠 소리 속에 향 연기만 피어오르네
옥과군 관음사 수익 스님에게 주다(記修道庵贈玉果觀音寺修蓋師)
天涯客意政堪傷           머나먼 타향이라 길손의 마음 처량한데
高士相尋此講堂           고사高士께서 이 강당으로 나를 찾아 주셨구려
無間雖然心似月           간격이 없는 두 마음은 비록 달과 같지만
做離其奈鬢添霜           이별하는 지금 머리털 흰 것을 어이하리오
憑目鵬圖千里遠           눈길 가는 곳은 붕새처럼 천 리 장도이지만
回頭蟻夢萬邦忙           고개 돌리매 꿈속의 개미굴 만방이 분주해라498)
古桐三尺知音絶           3척 거문고에 이제 지음知音이 없으리니499)
折柳聲聲也不妨           절류折柳500)라 이별 노래를 연주해 본들 어떠리
무흘사를 찾아가서(訪武屹寺)
蠅尋暑鬱足塵愁           파리 떼 덤비고 날씨 무더워 짜증이 나기에
遐想滄溟萬里洲           멀리 푸른 바다의 만 리 물가가 생각이 나네
槐柳醬坪將望野           장평마을 정자나무 아래에서 들판을 바라보고

011_0684_a_01L分光恠村匿林心寫境眞畝犬或蹲隨菜女澗鳩
011_0684_a_02L時語傍畊人樵歌一曲斜陽外醞藉群山潑入雲

011_0684_a_03L

011_0684_a_04L
幾廻峻嶺又深川窘步長程愧未前喬木寒
011_0684_a_05L烟春景早潑雲故鳥夕陽邊浪遊無端身長老
011_0684_a_06L醉棄何妨世外眠樽酒又 [1] 闌高士又風流祗可任夫天

011_0684_a_07L

011_0684_a_08L
隨足隨纓任濁淸况乎春夢此浮生活水淡山多
011_0684_a_09L少景閒雲落照古今情野霞晴曳孤禽白春竹森
011_0684_a_10L圍萬戶靑吟想無窮還取醉隔林何處酒旗明

011_0684_a_11L和松廣寺錦溟堂

011_0684_a_12L
旣面終慚御 [1] 李遲曹溪山月底窓時索珠象罔
011_0684_a_13L元非實入夢陳生竟是誰來訪烟霞名勝地擬看
011_0684_a_14L松栢歲寒枝叢林自有古人在隆化玄乘斷可期

011_0684_a_15L上修道庵 [1]

011_0684_a_16L
平步已難上最遲懍乎强壯不多時去遺仙海
011_0684_a_17L探珠術辜負名山採藥期邃谷雪騰雲轉石
011_0684_a_18L藤風吼月明枝梵堂如畵僧無語玉磬聲中篆影移

011_0684_a_19L記修道庵贈玉果觀音寺修盖 [1] [2]

011_0684_a_20L
天涯客意政堪傷高士相尋此講堂無間雖然心似
011_0684_a_21L做離其奈鬢添霜憑目鵬圖千里遠回頭蟻
011_0684_a_22L夢萬邦忙古桐三尺知音絕折柳聲聲也不妨

011_0684_a_23L訪武屹寺

011_0684_a_24L
蠅尋暑鬱足塵愁遐想滄溟萬里洲槐柳醬

011_0684_b_01L烟霞武屹轉登樓           무흘사 연하 속에서 다시 누각에 오른다
草罨虛窓難辨晝           풀이 창문을 가려 낮에도 어둑하고
蛛封古塔幾經秋           거미가 집 지은 탑엔 얼마나 세월 흘렀는가
許多淪落人間事           인간 세상에 흥망성쇠가 허다하였으니
如得其情涕可流           그 실정을 안다면 눈물이 절로 흐르리
벗들과 구중산에 올라(與諸蓋登九重山)
松間一榻勝禪關           솔숲 사이 앉았노라니 선방보다 나아
酤酒何妨去遠村           술을 사러 먼 마을에 간들 어떠리
石影空山同邃古           바위 그림자 빈산은 함께 그윽하고
水聲今日又黃昏           물소리 속에 오늘 또 황혼이 저무네
萬波囓嶼還餘骨           파도가 섬을 물어뜯어도 뼈대는 남았고
百鬼侵人竟有魂           귀신들이 사람을 침노해도 끝내 넋은 있네
吟想無窮況佳節           시상이 무궁한데 하물며 가절佳節임에야
酣楓妍菊此堪論           붉은 단풍 고운 국화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영호당에게 화답하다(和映湖堂)
萬事悠悠此百年           만사가 부질없이 흐르는 백 년 인생
還如逆旅暫留連           도리어 여관에서 잠시 머무는 것 같아라
篆香深處將忘世           향 연기 그윽한 곳에서 세상 잊으렸더니
靑鳥飛來忽見仙           청조가 날아오더니 문득 신선이 오셨구려501)
酣菊爛楓秋色晩           물든 국화 고운 단풍에 가을빛 저물고
浮雲流水夕陽邊           뜬구름 흐르는 물은 석양 가에 있구려
曩緣已遽今重別           예전에도 바삐 이별했는데 지금 또 이별이라
白髮層巒共對憐           산중에서 백발의 두 사람 마주하고 슬퍼하네
청암사 조실에서 만우당과 작별하며(靑巖祖堂與萬愚堂話別)
蛩吟夜雨碧山樓           귀뚜라미 울고 밤비 내리는 푸른 산 절간
暗地鄕愁欲重頭           은연중 깊어지는 향수에 머리가 무거워라
萬事是雲何者實           만사가 다 꿈이거니 그 무엇이 진실인가
百年如水此生浮           백 년 평생 흐르는 물이요 이 생애는 뜬구름
團圓難强遲今日           만남은 애써도 어려워 이제껏 늦어졌는데
契濶無端閱幾秋           이별은 무단히 찾아와 몇 해나 지났던가
白首已悲飄梗又           백발이 이미 분분하거늘 이제 또 작별하니
那堪君去我仍留           어이 견딜꼬 그대 떠나고 나만 홀로 남음을
수도암을 찾아가서(訪修道庵)
登登復轉訪仙庭           산길을 오르고 올라 선경을 찾아오니
靜裏眞人悟道靈           고요한 가운데 진인은 도를 깨달았어라
半戶江山分耳目           반쪽 방문으로 보이는 강산에 이목이 나뉘고
虛欄星漢上衣屛           빈 난간에 뜬 은하수는 병풍 위에 오르네
龕松經劫龍將老           법당 곁 소나무는 세월이 흘러 용이 늙겠고502)
嵐石叅天鬼或靑           내 낀 바위는 하늘에 솟아 푸른 귀신인 듯503)
慘極亡僧還佇久           죽은 승려 너무도 애통해504) 우두커니 섰노라니
奔雲遏1)鳥隔林冥          구름과 새 지나가고 저편 숲이 어둑하여라
장진을 지나는 길에(長津路上)
十逢人屋九逢虛           인가를 열 번 만나면 아홉이 빈 집
亂嶂啼禽古澗魚           첩첩 봉우리들엔 새 울고 시내엔 물고기
塵笠如盤行赤脚           먼지 묻은 삿갓은 소반 같고 맨발로 걸으며
繩裙似網運長鋤           동여맨 치마는 그물처럼 낡은 채 호미질 하누나
連竈飯牛柴或糞           부엌 곁에 쇠죽 먹이니 땔나무와 쇠똥 섞였고
編材成壁柵爲廬           나무 엮어 벽 만드니 목책이 집이 되네

011_0684_b_01L坪將望野烟霞武屹轉登樓草罨虛窓難辨
011_0684_b_02L蛛封古塔幾經秋許多淪落人間事如得其情
011_0684_b_03L涕可流

011_0684_b_04L與諸蓋登九重山

011_0684_b_05L
松間一榻勝禪關酤酒何妨去遠村石影空山同
011_0684_b_06L邃古水聲今日又黃昏萬波囓嶼還餘骨百魁
011_0684_b_07L侵人竟有魂吟想無窮况佳節酣楓妍菊此堪論

011_0684_b_08L和映湖堂

011_0684_b_09L
萬事悠悠此百年還如逆旅暫留連篆香深處
011_0684_b_10L將忘世靑鳥飛來忽見仙酣菊爛楓秋色晩浮雲流
011_0684_b_11L水夕陽邊曩緣已遽今重別白髮層巒共對
011_0684_b_12L

011_0684_b_13L靑巖祖堂與萬愚堂話別

011_0684_b_14L
蛩吟夜雨碧山樓暗地鄕愁欲重頭萬事是雲何
011_0684_b_15L者實百年如水此生浮團圓難强遲今日契濶無
011_0684_b_16L端閱幾秋白首已悲飄梗又那堪君去我仍留

011_0684_b_17L訪修道庵

011_0684_b_18L
登登復轉訪仙庭靜裏眞人悟道靈半戶江山
011_0684_b_19L分耳目虛欄星漢上衣屛龕松經刼龍將老
011_0684_b_20L石叅天鬼或靑慘極亡僧還佇久奔雲遏 [1] 鳥隔
011_0684_b_21L林㝠

011_0684_b_22L長津路上

011_0684_b_23L
十逢人屋九逢虛亂嶂啼禽古㵎魚塵笠如槃行
011_0684_b_24L赤脚繩裙似網運長鋤連竈飯牛柴或糞

011_0685_a_01L窘艱生計言難盡           곤궁한 생계란 이루 말할 수 없으니
玉燭那能照此居           옥촉玉燭505)이 어이하면 이런 집들을 비출꼬
장진강을 지나며세쌍둥이를 보고자 해서이다.(過長津江欲見三胎子)
六月風聲恠動金           유월 바람소리가 쇠를 움직이듯 세차니
長津江上冷衣襟           장진강 가에서 옷깃이 싸늘하구나
三胎眞箇希時見           세쌍둥이는 참으로 보기 드무니
一杖不妨遠地尋           지팡이 짚고 먼 길을 찾아본들 어떠리

滿原有草皆荒色           들판 가득한 풀들은 모두 시든 빛이요
盡日無人聽德音           진종일 덕담을 들을 사람이 없구나506)
四顧沈吟仍覔句           사방 돌아보며 읊조리다 시상에 잠기노니
誰能知我此中心           나의 이 마음속을 그 누가 알꼬
강계군 김 주사 의중에게 드리다(事儀仲)
四朔夷山秋又聲           변방 마을 넉 달 만에 가을이 또 왔건만
無題童蒙鬢絲生           학동들 가르치는 생활 흰 머리털만 늘었구나
故人信札千金重           친구가 보내온 서찰은 천금보다 소중하고
關西行裝一髮輕           관서 땅 이 몸의 행장은 머리털처럼 가볍네
明月穿林來客榻           밝은 달빛은 숲을 뚫고 이내 침상에 오고
白雲和水映書屛           흰 구름은 물과 함께 이 서재에 어리누나
紅楓搖落黃花老           붉은 단풍잎 떨어지고 국화는 시드는데
幾望江州憶舊情           얼마나 강계 땅 바라보며 옛정을 생각했던가
심회를 쓰다(書懷)
衣冠堪笑得儒名           의관을 걸치고 유생 이름 얻은 것 우스워라
新洞書堂歲又成           신동의 서당에서 한 해가 또 가는구나
洛水靑雲千里夢           낙수의 청운은 천 리 밖의 꿈이요
夷山黃葉半年聲           변방의 황엽은 반년 동안의 소리로세
洪波囓石還餘髓           큰 물결 바위 물어뜯어도 골수는 외려 남느니
大冶鍊金詎損精           큰 대장간에 금을 제련한들 정수야 손상되랴
世事蒼凉鬚髮白           세상사는 쓸쓸하고 수염과 머리털 세었으니
不禁盃悒感平生           평생을 돌아보며 술잔 들고 슬픈 감회에 젖노라
또(又)
邊城留滯誤經營           변방에 머문 것 애초에 잘못 생각했노니
鄕思千般詎盡名           고향 생각 천 갈래를 어이 다 형언하리오
病衰難却苔岑契           늙고 병들어도 산골 인연 물리치기 어렵고
文術誰求草芥輕           문장을 누가 구하랴 초개처럼 가벼이 여긴다
半天雲盡層峯色           반쪽 하늘 구름 걷히니 층층 봉우리 푸르고
邃壑風生落木聲           깊은 골짜기 바람 이니 낙엽이 지는 소리
自是不歸歸便得           본래 돌아가지 않았을 뿐 돌아가면 되는 것을
好看松菊滿園淸           동산에 가득한 소나무와 국화507)를 좋이 보련만
또(又)
枯木死灰峽屋冥           고목사회처럼 산골 어둑한 집에 있으니
譬之廢刹佛無靈           비유하면 폐사에 부처가 영험이 없는 꼴
病如惡草除還在           병은 나쁜 풀 같아 없애도 도로 생기고
愁若輕塵拂復停           시름은 가벼운 먼지처럼 털어도 다시 내려앉네
風消忽落靑天葉           바람이 잦으니 문득 푸른 하늘에서 잎이 떨어지고
谷晴時圓白月星           골짜기가 개니 때로 밝은 달과 별이 떴어라
情契自疏杖錢乏           정든 벗은 멀리 있고 주머니에 돈은 없으니
那能酤酒慰衰齡           어이 술을 사서 노쇠한 심정을 위로할꼬
또(又)

011_0685_a_01L村成壁柵爲廬窘艱生計言難盡王燭那能照
011_0685_a_02L此居

011_0685_a_03L過長津江欲見三胎子

011_0685_a_04L
六月風聲恠動金長津江上冷衣襟三胎眞箇希
011_0685_a_05L時看一杖不妨遠地尋滿原有草皆黃色盡日無
011_0685_a_06L人聽德音四顧沉吟仍覔句誰能知我此中心

011_0685_a_07L呈似江界郡金主事儀仲 [1]

011_0685_a_08L
四朔夷山秋又聲無題童蒙鬂絲生故人信 [1] 札千
011_0685_a_09L金重關西行裝一髮輕明月穿林來客榻白雲和
011_0685_a_10L水映書幈紅楓搖落黃花老幾望江州憶舊情

011_0685_a_11L書懷

011_0685_a_12L
衣冠堪笑得儒名新洞書堂歲又成洛水靑雲
011_0685_a_13L千里夢夷山黃葉半年聲洪波囓石還餘髓
011_0685_a_14L大治鍊金詎損精世事蒼凉鬚髮白不禁盃悒
011_0685_a_15L感平生

011_0685_a_16L

011_0685_a_17L
邊城留滯誤經營鄕思千般詎盡名病衰難却
011_0685_a_18L苔岑契文術誰求草芥輕半天雲盡層峯色
011_0685_a_19L壑風生落木聲自是不歸歸便得好看松菊滿園淸

011_0685_a_20L

011_0685_a_21L
枯木死灰峽屋冥譬之癈刹佛無靈病如惡草除
011_0685_a_22L還在愁若輕塵拂復停風消忽落靑天葉爲晴時
011_0685_a_23L圓白月星情契自䟱杖錢乏那能酟酒慰裏齡

011_0685_a_24L

011_0685_b_01L酒婆商老與之班           늙은 주모 장사치와 어울려 지내노니
韜晦元來好圓圜           도회韜晦508)에는 원래 둥글둥글한 게 좋은 법
未暮火行山豹下           저물지 않아 불빛이 가니 산의 표범 내려오는 게고509)
深秋風搏塞雁還           깊은 가을바람이 몰아치니 변방 기러기가 돌아오누나
不貪金玉人間寶           인간 세상 보배인 금옥도 탐내지 않거니와
亦忘煙霞物外閑           물외物外의 한가로운 연하煙霞 세계도 잊었노라
超脫無疑心自得           초탈하여 의심 없어 마음이 자득自得한 것은
只緣曩日窺玄關           단지 예전에 현묘한 관문을 보았기 때문일세510)
동짓날에 호가 청련인 학장 김윤종이 시를 부쳐 왔기에 화답하다(冬至日, 金學長允鍾號靑蓮寄之以詩, 故和之.)
至日天涯百感深           동짓날 머나먼 객지에서 온갖 감회 깊던 차
故人詩好朗然吟           벗님이 부쳐 준 좋은 시를 낭랑히 읊조리노라
是非了斷吾行計           세상 시비 아주 끊으려는 건 나의 계책이요
緣約重尋子有深           약속대로 거듭 찾아오는 건 그대의 깊은 마음
點易窓前梅菊譜           『주역』을 읽는 창 앞에 매국보511)가 있고
煎丹爐邊鶴鸞琴           단약을 달이는 화롯가에 학란금512)이 있어라
也暫蕩曠支離客           잠시 방탕하고 유랑하는 이 몸은
罄盡蚨囊麴米斟           전대를 다 기울여 술을 사서 마시리
창평513)의 빗장수 양 씨가 내 집을 들렀다가 시를 지어달라고 청하기에 서툰 솜씨로 지어 주다(昌平梁梳商過請韻故露拙)
一穂靑燈與子同           가물대는 등잔불 앞에 그대와 함께 앉아
爲憐桑海曩緣空           상전벽해처럼 덧없는 세월을 가련해 하노라
浮雲嶺外來遊客           뜬구름처럼 영외에서 온 이 사람은
落木聲中伴學童           낙엽 소리 속에서 학동들을 벗한다오
山寒凍雪齊腰白           산골은 추워서 얼음과 눈이 허리까지 쌓이고
世亂腥塵滿目紅           세상은 혼란해 오랑캐 먼지가 시야에 가득해라
千里行裝珍重去           천 리 먼 길을 부디 조심해 가시오
愧吾關塞未歸翁           변방에서 못 돌아가는 이 늙은이는 부끄럽구려
강계 김의중을 보내며 화답하다(和送江界金儀仲)
鶯遷喬木燕移簷           꾀꼬리는 교목에 오르고514) 제비는 처마로 옮겨
臘雪居然換伏炎           섣달 눈이 어느덧 삼복더위로 바뀌었구나
七男繼玉家聲大           일곱 아들이 훌륭하여 집안 명성이 크고
千里高車位望添           천 리 길 높은 수레에 위망도 크구려
詞章春嶂花連馥           문장은 봄 산에 꽃이 연이어 핀 것과 같고
襟袍秋天月滿纖           흉금은 가을 하늘에 둥근 달이 뜬 것 같아라
嗟我窮山蹤跡困           아아 나는 궁벽한 산골에서 곤궁하게 사노니
浪遊何處去昏潛           떠돌다가 어느 곳으로 가 종적을 감출거나
정평515)에 사는 손석범이 강계에 머물 때 화답하다(和定平居孫錫範留江界時)
江西詞伯復於今           강서의 사백을 지금 여기서 다시 보다니
珠玉文章擊節吟           주옥 같은 문장을 무릎을 치며 읊조린다오
風塵荏苒家鄕遠           풍진세상 떠돌아다니니 고향은 멀고
歲月飄零老病尋           세월 속에 영락한 이 몸 늙고 병들었네
願同李白荊難識           소원은 이백이 형주를 알고자 했던516) 것 같고
慕若長卿藺在心           사모하는 마음은 장경이 인상여 흠모한517) 것 같네
雪夜乘舟君語在           눈 내리는 밤 배를 타고 찾아오겠다518) 그대
豫將焦尾待知音           말했으니미리 초미금519)을 가지고 지음知音을 기다리리라
연은과 함께 맑은 밤의 시를 읊다(共蓮隱吟淸夜之吟)
良夜團圞興不微           좋은 밤 단란하여 흥이 작지 않으니
四山如畵鏡中圍           사방 산은 그림처럼 거울 속에 에워싼 듯
但聞亂木和聲落           들리느니 우거진 숲에 낙엽 지는 소리뿐
未見纖雲曳影歸           터럭만 한 구름도 하늘에 지나가는 게 없네
丹桂香飄靈隱月           계수나무 향기는 달 밝은 영은사에 흩날리고520)
冷落仙到赤城衣           영락한 신선은 연하 덮인 적성에 돌아왔어라521)
不辭通曉從君話           새벽까지 그대와 얘기하는 것 사양치 않노니
只恐寒光逼▣輝           단지 빨리 동이 틀까 그것이 걱정일세

011_0685_b_01L
酒婆商老與之班韜晦元來好圓圜未暮火行山
011_0685_b_02L豹下深秋風搏塞鴻還不貪金玉人間寶亦忘
011_0685_b_03L煙霞物外閒超脫無疑心自得只緣曩日窺玄關

011_0685_b_04L冬至日金學長允鍾號蓮隱寄之以詩故和之 [1]

011_0685_b_05L
至日天涯百感深故人詩好朗然吟是非了斷吾
011_0685_b_06L行計緣約重尋子有心点易窓前梅菊譜煎丹
011_0685_b_07L爐邊鶴鵉琴也暫蕩曠支離客罄盡蛈囊麯米斟

011_0685_b_08L昌平居粱梳商過請䪨故露拙 [1]

011_0685_b_09L
一穂靑燈與子同爲憐桑海曩緣空浮雲嶺外
011_0685_b_10L來遊客落木聲中伴學童山寒凍雪齊腰白
011_0685_b_11L世亂腥塵滿目紅千里行裝珍重去愧吾關塞未歸
011_0685_b_12L

011_0685_b_13L和送江界金儀仲 [1]

011_0685_b_14L
鶯遷喬木燕移簷臘雪居然換伏炎七男繼玉
011_0685_b_15L家聲大千里高車位望添詞章春嶂花連馥
011_0685_b_16L袍秋天月滿纖嗟我窮山蹤跡困浪遊何處去昏潛

011_0685_b_17L和定平居孫錫範甾江界時 [1]

011_0685_b_18L
江西詞伯復於今珠玉文章擊節吟風塵荏䒟
011_0685_b_19L家鄕遠歲月飄零老病尋願同李白荊難識
011_0685_b_20L若長卿藺在心雪夜葉舟君語在預將撨尾待知音

011_0685_b_21L共蓮陰吟淸夜之吟 [1]

011_0685_b_22L
良夜團圞興不微四山如畵鏡中囲但聞亂木和聲
011_0685_b_23L未見纖雲曳影歸丹桂香飄靈隱月冷落
011_0685_b_24L仙到赤城衣不辭通曉從君話只恐寒光逼▣輝

011_0686_a_01L
연은과 읊다(與蓮隱吟)
蓮隱之天稟得陽           연은의 천품은 양기를 타고났으니522)
五洋雖盪一心彊           오대양이 일렁여도 한마음 굳건하지
每携謝氏遊山履           매양 사씨의 등산하던 나막신 갖고 다니고
時著蘇仙送客裳           때로 소선이 손님을 보낼 때 의상을 입는다523)
深藪煙霞耕谷口           깊은 숲 속 연하 자욱한 곡구에서 밭 갈고524)
半汀鷗鷺濯滄浪           반쪽 기슭 물가 백구는 창랑에 몸을 씻네
對君高踏意醒我           고상한 그대 마주하니 내 마음도 깨어나
垂老荒唐驀地忘           늘그막에 황당한 생각들을 문득 잊노라
강계 종남면에서 교사 이여성李汝盛에게 화답하다(江界終南面和李敎師汝盛)
風塵幸得此身支           풍진 속에 다행히 이 몸을 지탱하여
放曠逍遙晩老時           늘그막에 걸림 없이 마음대로 소요하노라
千村日暖燕飛亂           천 촌락에는 날이 따스해 제비 어지러이 날고
太古山寒鶯語遲           태고산에는 날씨가 추워 꾀꼬리 울음 더디네
江草自來遊客夢           강가의 풀에 본래 길손이 꿈꾸느니525)
村醪何妨故人期           벗과 만나서 촌 막걸리 마신들 어떠리
多少榮枯今始悟           하고 많은 영고성쇠 이제야 깨달았으니
白雲深處訪君之           흰 구름 깊은 곳으로 그대 찾아왔노라
이 교사와 함께 가랑비를 읊다(同李敎師詠細雨)
蒸成炭素漏天堂           증기가 탄소를 이루어 천당에서 새어 나오는 듯
細細纖纖萬縷長           가늘고 가는 만 가닥 실이 길기도 하구나
沈濫凹泉流碧眼           흐르는 시냇물에는 푸른 눈이 생기고526)
綿蠻高柳濕黃裳           꾀꼬리는 높은 버들에게 노란 옷이 젖는다
晴帶輕烟同體格           갠 날엔 가벼운 안개 띠고 체격을 이루더니
忽連宿霧作家鄕           홀연 짙은 안개 띠고 고향을 이루누나
如今世路多陰翳           지금 세상길은 음산한 일이 많으니
煜赫何年似太陽           어느 때나 태양처럼 밝은 날이 올거나
이 교사와 밤에 읊다(與李敎師夜吟)
倉皇世事實難支           황망한 세상사 실로 지탱하기 어려워
一醉一醒付一時           취할 때 취하고 깰 때 깨며 그럭저럭 사노라
汀洲春夢相思久           강가의 봄꿈에 그리워한 지 오래였는데
藝榻終南此會遲           종남終南527)의 서재에서 이 만남이 더뎠어라
亂山寂寂靑燈活           첩첩 산은 적적하고 등잔불만 밝은데
逝水悠悠白髮期           흐르는 물 하염없듯 백발이 다가오네
安得天門堪排闥           어이하면 대궐 문을 밀치고 들어가
河東賦上一言之           「하동부河東賦」528)를 올려 한번 말해 볼거나
신흥529) 장터에서 서당 학동을 시켜 나비를 읊게 하고 나도 읊다(新興場使書童詠蝶,自亦吟之.)
愛爾翩飜向斗庵           나풀나풀 작은 암자로 날아오는 너를 사랑하노니
漆園夢化也相闇           칠원이 꿈속의 나비 되었던530) 일도 익히 아노라
古洞奇花紅勝錦           깊은 골짜기의 기이한 꽃은 비단보다 붉고
平壁芳草碧如藍           평평한 벼랑에 꽃다운 풀은 쪽빛처럼 푸르구나
形格天然成美好           형체는 천생으로 그렇게 아름답게 되었고
生涯隨處探香甘           생애는 곳에 따라 향기로운 꿀을 찾아다니네
譬夫粧艶佳人裏           비유하자면 곱게 단장한 가인들 속에서
跌宕男兒舞戱酣           방탕한 남자가 술 취해 춤추는 것 같아라
회포를 쓰다(書懷)
鷗席萍蹤付一時           백구와 부평초처럼 정처 없는 몸이라
於何歷歷話心期           어디에서 역력히 이내 마음 말할거나
馬失安知非福語           말을 잃은 게 복이 아닐지 어이 알리오531)

011_0686_a_01L與蓮隱吟 [1]

011_0686_a_02L
蓮隱之天稟得陽五洋雖盪一心彊每携謝氏
011_0686_a_03L遊山履 [1] 時着蘇仙送客裳深藪烟霞耕谷口
011_0686_a_04L半汀鷗鷺濯滄浪對君高蹈意醒我垂老荒唐
011_0686_a_05L驀地忘

011_0686_a_06L江界終南面和李敎師汝盛 [1]

011_0686_a_07L
風塵幸得此身支放曠逍遙晩老時千村日暖燕飛
011_0686_a_08L太古山寒鶯語遲江草自來遊客夢村醪何妨
011_0686_a_09L故人期多少榮枯今始悟白雲深處訪君之

011_0686_a_10L同李敎師咏細雨 [1]

011_0686_a_11L
蒸成炭素漏天堂細細纖纖萬縷長沈濫凹泉流
011_0686_a_12L碧眼綿蠻高柳濕黃裳晴帶輕烟同體格
011_0686_a_13L連宿霧作家鄕如今世路多陰翳煜赫何年似
011_0686_a_14L太陽

011_0686_a_15L與李敎師夜吟 [1]

011_0686_a_16L
倉黃世事實難支一醉一醒付一時汀洲春夢相思
011_0686_a_17L藝榻終南此會遲亂山寂寂靑燈活逝水悠悠
011_0686_a_18L白髮期安得天門堪排闥河東賦上一言之

011_0686_a_19L新興場使書童咏蝶自亦吟之 [1]

011_0686_a_20L
愛爾翩飜向斗庵柒園夢化也相諳古洞奇花紅
011_0686_a_21L勝錦平壁芳草碧如藍形格天然成美好生涯隨
011_0686_a_22L處探香甘譬夫粧艶佳人裏跌宕男兒舞戱酣

011_0686_a_23L書懷 [1]

011_0686_a_24L
鷗席萍蹤付一時於何歷歷話心期馬失安知非福

011_0686_b_01L鶴歸何不學仙詩           학은 돌아갔는데 어이 신선 배우지 않느뇨532)
雪花綿白月千枝           산 공기는 쇠처럼 찬데 바람은 만 골짜기에 불며山氣鐵寒風滿2)壑눈꽃은 솜처럼 흰데 달은 천 가지를 비춘다
魯連蹈海無難事           노중련이 바다 밟았던533) 건 어려운 일 아니나
父母之鄕步步遲           부모님 고향을 떠남에 걸음걸음 더디어라534)
제야(除夕)
千緖暗懷詎以言           온갖 생각에 암울한 마음 어이 말로 표현하랴
山深雪冷一書軒           산은 깊고 눈은 차가운 곳 한 서재로세
去歲淸明江界邑           지난해 청명에는 강계읍에 있었고
今年除夕甲山村           올해 제야에는 갑산 마을에 머문다
俄忽鄕關先入夢           이윽고 고향이 꿈속에 먼저 들어오니
不期旅挹暫忘痕           뜻하지 않게 울적한 객수客愁를 잠시 잊노라
窓燈耿耿喧嘩絶           등잔불 가물가물 떠들썩하던 소리도 조용해지니
佇聽隣鷄幾倚門           이웃 닭 울음 기다리느라 몇 번이나 방문 기대었나
설날(元旦)
天載無聲敢訴言           소리 없는 하늘535)에 감히 호소하노니
五雲何處打龍軒           오운五雲536) 떠 있는 어느 곳에서 어가에 절할거나
自憐元日他鄕客           설날에도 타향에 있는 몸 스스로 가련하지만
也幸夷山好禮村           변방 산골 예의 좋아하는 마을이라 다행일세
首祚布陽宜養素           연초에 햇살이 퍼지니 정양하기에 좋고
屠蘇治疫罄無痕           역질 물리치느라 도소주를 남김없이 기울인다
牧童不識邦家恨           아이들은 나라의 한을 알지 못하고서
簫鼓杵謠響里門           거리에서 떠들썩하게 피리와 북 울리네
해인사 구광루에 제하다(題海印寺九光樓)
依依經閣到仙巒           웅장한 장경각이 선산仙山을 마주하였나니
往事無非一夢間           지난 일들은 모두 한바탕 꿈일레라
適有乾坤呑吐客           마침 건곤을 삼키고 토하는 길손이
九光樓上秤千山           구광루 위에서 천 봉우리를 저울질하노라
지리산 영원사에서(題智異山靈源寺)
不是物兮早駢拇           물건이 아니라 해도 벌써 군더더기이니
許多名相復何爲           허다한 명상들 다시 무슨 소용 있으랴
慣看疊嶂煙蘿裏           늘 보느니 높은 봉우리 내 낀 등라 속에
無數猢猻倒上枝           무수한 원숭이들이 거꾸로 나무에 오르네

남파 사제가 곁에 있다가 웃으며 말하기를, “사형이 이렇게 말하셔도 교묘함을 희롱하여 졸렬함을 이룸을 면치 못합니다.”라고 하기에 내가 무릎을 치며 크게 웃고 시자에게 명하여 이 시를 걸어 두게 했다.
홍주군 천장암에서537)(題洪州天藏庵)
世與靑山何者是           속세와 청산 어느 것이 옳은가
春城無處不開花           봄 오면 꽃 안 피는 곳이 없는 것을
傍人若問惺牛事           누가 나의 경계를 묻는다면
石女心中劫外歌           돌계집 마음속 겁외가라 하리라
마곡사에서 제하다(題麻谷寺)
啞却爾耳聾我口           네 귀는 벙어리 내 입은 귀머거리
一句普應大千機           일구一句538)가 대천세계에 두루 응하네
莫言金剛棒不起           금강이 방을 맞고 못 일어난다 하지 말라
蚯蚓吟雨下淸池           지렁이가 빗속에 맑은 못으로 내려누나

011_0686_b_01L鶴歸何不學仙詩山氣鐵寒風滿 [2] 雪花綿
011_0686_b_02L白月千枝魯連蹈海無難事父母之鄕步步遲

011_0686_b_03L除夕

011_0686_b_04L
千緖暗懷詎以言山深雪冷一書軒去歲淸明江界
011_0686_b_05L今年除夕甲山村俄忽鄕關先入夢不期旅挹 [1]
011_0686_b_06L忘痕窓燈耿耿喧嘩絕佇聽隣鷄幾倚門

011_0686_b_07L元旦 [1]

011_0686_b_08L
天載無聲敢訴言五雲何處打 [2] 龍軒自憐元日他鄕客
011_0686_b_09L也幸夷山好禮村首祚布陽宜養素屠蘇治疫罄無
011_0686_b_10L牧童不識邦家恨簫鼓杵謠響裡門

011_0686_b_11L題海印寺九光樓 [1]

011_0686_b_12L
依依 [2] 經閣到仙巒往事無非一夢間適有乾坤
011_0686_b_13L呑吐客九光樓上秤千山

011_0686_b_14L題智異山靈源寺

011_0686_b_15L
不是物兮早駢拇許多名相復何爲慣看疊嶂
011_0686_b_16L煙蘿裏無數 [1] 猢猻倒上枝

011_0686_b_17L
有南坡高弟在侯哂笑曰師兄恁麽道也未免弄巧成拙
011_0686_b_18L余拍膝大笑命傳者揭題 [1]

011_0686_b_19L題洪州天臧庵 [1]

011_0686_b_20L
世與靑山何者是春光無處不開花傍人若問惺牛
011_0686_b_21L石女心中刼外歌

011_0686_b_22L題麻谷寺 [1]

011_0686_b_23L
啞却爾耳聾我口一句普應大千機莫言金剛棒
011_0686_b_24L不起蚯蚓吟雨下淸池

011_0687_a_01L
영명당과 불령사로 가는 도중에 삼가 명진당의 시에 차운하다(與永明堂行佛靈途中,謹次明眞堂韻.)
摘何爲妄指何眞           무엇을 거짓이라 하고 무엇을 참이라 하랴
眞妄由來總不眞           참과 거짓이 본래 모두 참이 아닌 것을
霞飛葉下秋客潔           안개 날고 잎은 져서 가을 풍광이 맑은데
依舊靑山對面眞           의구한 푸른 산은 얼굴 앞에 참되어라
또(又)
任是妄兮任是眞           참이든 거짓이든 아랑곳하지 않노니
張癲醉打李翁眞           미친 장씨가 술 취해 멀쩡한 이씨를 때리누나
懸羊賣狗年來事           양머리 걸어 놓고 개고기 판 게539) 요즘 일이니
識得分明認得眞           아는 게 분명하여야 아는 것이 참되리
또(又)
高士文朋意亦眞           고상한 선비와 글벗들 뜻이 참되니
塵中無累最淸眞           속진 속에서 얽매이지 않음이 가장 참된 일
直須覰破威音外           곧바로 위음왕불 이전을 간파해야지
莫把儱侗以認眞           흐릿한 것을 가지고서 참됨으로 알지 말라
불명산 윤필암에 들러서 우연히 읊다(過佛明山尹弼庵偶吟)
酒或放光色復然           술도 혹 방광하고 여색도 그러하니
貪嗔煩惱送驢年           탐진치 번뇌 속에서 나귀의 해를 보내노라540)
仗屨無端化獅子           지팡이와 신발이 무단히 사자로 화하니
等閑一踢孰能前           등한히 한번 뛰쳐나옴에 누가 당적하랴
윤필암에서 하안거 해제 뒤에 우연히 읊다(尹弼庵解夏後偶吟)
不爲叅玄不爲遊           참선도 안 하고 노닐지도 않는데
佛明山裏又淸秋           불명산에 또 맑은 가을이 왔구나
不知明日一筇竹           알지 못하겠네 내일 대지팡이 짚고
去上嶺南幾箇樓           가서 영남의 몇 개 누각에 오를지
금산 보석사에 들러(過錦山寶石寺)
蕭瑟一碑傍寺門           쓸쓸한 비석 하나 산문 곁에 서 있나니
靑山影裏幾朝昏           푸른 산 그림자 속에 얼마나 세월 보냈는가
圭師往蹟無人問           영규靈圭 스님 지난 자취541)를 찾는 사람 없고
落日牛羊下遠村           지는 석양에 소와 양들만 먼 마을로 내려오네
가야산 홍류동에 노닐며(遊伽倻山紅流洞)
孰云是水孰云巒           어느 것이 물이요 어느 것이 산인가
巒入雲中水石間           산이 구름 속 수석 사이로 들어간다
大光明體無邊外           대광명 본체는 경계와 밖이 없으니
披腹點看水與山           배를 내놓은 채 물과 산을 구경하노라
묘광妙光이란 호를 동자 박영훈에게 주다(號妙光贈童子朴英勳)
茫茫匝地諸含識           아득한 땅 위에 사는 모든 중생들
迷自靈光走外塵           신령한 본성을 모르고 속진을 좇는구나
多爾妙年能求此           장하구나 어린 나이에 이를 찾다니
故書一號結緣新           그래서 한 호를 써서 새 인연을 맺노라

011_0687_a_01L與永明堂行佛靈途中謹次明眞堂韻 [1]

011_0687_a_02L
摘何爲妄指何眞眞妄由來總不眞霞飛葉下秋
011_0687_a_03L容潔依舊靑山對面眞初句华第局是相換讀之可也

011_0687_a_04L

011_0687_a_05L
任是妄兮任是眞張癲醉打李翁眞懸羊賣狗
011_0687_a_06L年來事識得分明認得眞

011_0687_a_07L

011_0687_a_08L
高士文朋意亦眞塵中無累最淸眞直須覰破
011_0687_a_09L威音外莫把儱侗以認眞

011_0687_a_10L過佛明山尹弼庵偶吟

011_0687_a_11L
酒或放光色復然貪嗔煩惱送驢年仗屨無端化
011_0687_a_12L獅子等閒一踢孰能前

011_0687_a_13L尹弼庵解夏後偶吟

011_0687_a_14L
不爲參玄不爲遊佛明山裏又淸秋不知明日一笻竹
011_0687_a_15L去上嶺南幾佛棲

011_0687_a_16L過錦山寶石寺 [1]

011_0687_a_17L
簫瑟一碑傍寺門靑山影裏幾朝昏圭師往
011_0687_a_18L跡無人問落日牛羊下遠村

011_0687_a_19L遊伽倻山紅流洞 [1]

011_0687_a_20L
孰云是水孰云巒巒入雲中水石間大光明體無邊
011_0687_a_21L披腹點看水與山

011_0687_a_22L號妙光贈童子朴英勳 [1]

011_0687_a_23L
茫茫匝地諸含識迷自靈光走外塵多爾妙年
011_0687_a_24L能究此故書一號結緣新

011_0687_b_01L
즉사卽事
甘口時行蝎處深           달콤한 말 속에 독한 사갈이 숨었나니
蟻群蠅隊總難禁           개미와 파리 떼들도 모두 막기 어려워라
四物侵尋忙拂拭           침노하는 사물을 털어 버리기에 바빠서
仍忘庭栢歲寒心           뜰 앞의 송백 세한의 마음542)을 잊고 말았네
응허당應虛堂543)
默坐禪窓歲已闌           선방에 묵좌하노라니 한 해가 저물어
渾忘緣瘐帽圍寬           모두 잊으매 몸 여위어 모자가 헐렁해라
雖然渾忘非無驗           그렇지만 모두 잊어도 앎이 없는 게 아니니
老驗雨晴病驗寒           늙음은 궂은 날씨에 알고 병은 추위에 안다네
또(又)
默坐禪窓歲已闌           선방에 묵좌하노라니 한 해가 저물어
鄕心寧有少分寬           고향 생각은 조금인들 잊은 적이 있으랴
忽憶故人音信絶           문득 친구를 생각하고 소식이 없었기에
聊書一偈寄暄寒           애오라지 게송을 써서 안부를 묻는다오
송광사 육감정에서(題松廣寺六鑑亭)
靈境許多淸興慣           선경의 경치 허다하여 늘 맑은 흥취 일어나
曠然遊戱付年年           해마다 한가로이 노닐면서 세월을 보내노라
喝開兎角風雷殷           할을 하여 토끼 뿔 여니 바람과 우레 요란해
無數魚龍上碧天           무수한 어룡들이 푸른 하늘로 올라가누나
백운암(咏白雲庵)
白雲庵裏白雲在           백운암 안에 백운이 있나니
半掛層巖半掛空           반은 층암절벽에 반은 허공에 걸렸네
千樹煙蘿多韻致           숲에 안개 낀 송라가 운치도 많아
隨風搖曳白雲中           바람 따라 백운 속에서 흔들리누나
하안거 해제일에 원효암에 올라(解夏日上元曉庵)
祖師入滅傳皆妄           원효 조사 입멸했다는 건 모두 거짓말
今日分明坐此臺           오늘 분명히 여기에 앉아 계시는 것을
杖頭有眼明如漆           지팡이 머리에 눈이 칠흑처럼 밝아
照破山河大地來           산하대지를 남김없이 비추어 보누나
정혜사에서 두견새를 읊다(在定慧寺吟杜鵑)
本太平天眞佛            본래 태평한 천진불이
月明中樹上啼            밝은 달빛 속 나무에서 우네
山空夜深人寂            공적한 산에 밤 깊고 인적은 고요한데
唯有爾聲東西            오직 네 소리만 동쪽 서쪽에서 들리누나
갑산 이수동을 지나며(過甲山利水洞)
利水洞前江勢急           이수동 앞에는 강 물살이 빠르니
靑靑黯黯吼中輕           검푸른 물이 울부짖으며 가볍게 흐르네
孤雲曾有伽倻句           고운孤雲이 그 옛날 가야산 시구를 남겼나니
永絶是非到耳聲           시비의 소리 영영 귀에 이르지 않도록 끊었지544)

011_0687_b_01L卽事

011_0687_b_02L
甘口時行蝎處深蟻群蠅隊總難禁四物侵尋
011_0687_b_03L忙拂拭仍忘庭栢歲寒心

011_0687_b_04L應虛堂

011_0687_b_05L
默坐禪窓歲已闌渾忘緣瘐帽圍寬雖然渾忘
011_0687_b_06L非無驗老驗雨晴病驗寒

011_0687_b_07L

011_0687_b_08L
默坐禪窓歲已闌鄕心寧有少分寬忽憶故人音
011_0687_b_09L信絕聊書一偈寄暄寒

011_0687_b_10L題松廣寺六鑑亭 [1]

011_0687_b_11L
靈境許多淸興慣曠然遊戱付年年喝開兎角
011_0687_b_12L風雷殷無數魚龍上碧天

011_0687_b_13L咏白雲庵 [1]

011_0687_b_14L
白雲庵裏白雲在半掛層岩半掛空千樹煙蘿多
011_0687_b_15L韻致隨風搖曳白雲中

011_0687_b_16L解夏日上元曉庵 [1]

011_0687_b_17L
祖師入滅傳皆妄今日分明坐此臺杖頭有眼明如
011_0687_b_18L照破山河大地來

011_0687_b_19L在定慧寺吟杜鵑 [1]

011_0687_b_20L
本太平天眞佛月明中樹上啼山空夜深人寂
011_0687_b_21L唯有爾聲東西

011_0687_b_22L過甲山利水洞

011_0687_b_23L
利水洞前江勢急靑靑黯黯吼中輕孤雲曾有伽倻
011_0687_b_24L永絕是非到耳聲

011_0688_a_01L
연은이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것을 보고 읊다(詠蓮隱種樹栽花)
花滿墻垣葉滿枝           꽃은 담장에 가득하고 잎은 가지에 가득하니
莫敎荊棘箇中垂           가시 넝쿨을 그 가운데 드리우지 말라
蓮隱時遊隣老會           연은은 때로 이웃 노인들 모임에 나오는데
流鶯啼處好風吹           꾀꼬리 우는 곳에 좋은 바람이 부는구나
또(又)
培養靈根上達枝           신령한 뿌리 길러 가지가 위로 뻗으니
疾風暴雨不須垂           세찬 바람과 소낙비는 오지 말아야 하리
他年高拂靑雲裏           훗날 높이 자라 푸른 구름 속에 닿으면
倘有仙笛過此吹           혹여 신선이 이곳 지나며 피리를 불 테지
또(又)
淸流門植碧山枝           맑은 시내 곁 문 앞에 푸른 산의 나무 심으니
綠影紅香日夕垂           녹색 그림자 붉은 향기가 밤낮으로 드리워졌어라
知君不是粧垣屋           알겠노라 그대 담장과 집 꾸미려 심은 게 아니라
恐或腥塵一點吹           더러운 세상 티끌 하나라도 불어올까 염려하는 줄
약초꾼 조 씨의 시에 차운하다(次採藥商趙氏韻)
不願功名但願山           공명은 원치 않고 다만 산만 원해
山中採藥幾年間           산속에서 약을 캔 지 몇 해였더뇨
深深松籟烟霞裏           깊고 깊은 산 솔바람 안개 속에서
一曲芝歌萬境閑           한 곡 지초芝草 노래545)에 온 세상이 한가롭네
만공이 “스님이 가신 뒤에 중생을 어떻게 교화합니까?”라고 물은 데 답하다(滿空問曰,和尙歸去後衆生敎化何.師答曰.)
雲月溪山處處同           구름과 달, 시내와 산이 도처에 같음이
叟山禪子大家風           수산叟山 선자의 큰 가풍일세
慇懃分付無文印           은근히 무문인無文印을 주노니
一段機權活眼中           일단의 기봉과 권도를 활안 중에 있게 하라
공림사546))
行到公林萬疊山           길을 걸어서 공림사 첩첩산중에 이르니
上方秪是別人間           여기 절간은 그야말로 별천지로세
玉峰層立靑嵐下           옥 봉우리는 높이 푸른 이내 아래 솟았고
古殿香深白日閑           옛 불전은 향내 그윽하고 대낮에 한가롭네
短筇高掛吾將老           짧은 지팡이 걸어 두고 이곳에서 늙을거나
大事雖成孰與還           일대사는 마쳤건만 누구와 함께 돌아갈꼬
堪惜澗流流界外           아까워라 시냇물은 속세로 흘러가니
愀然來坐石苔班           서글피 와서 이끼 낀 바위에 앉았노라
허주 장로에게 부치다547)(寄虛舟長老)
因筆及此心緖亂           붓 가는 대로 이 시를 짓노라니 마음이 착잡해
遮箇境界共誰伊           이 경계를 누구와 더불어 말할거나
鵠白烏黑心言外           따오기는 희고 까마귀는 검으니 마음과 말 밖이라
無生佛兮有山水           중생과 부처는 없고 산과 물은 있어라
범어사로부터 해인사로 가는 도중에 입으로 불러 읊다(自梵魚寺向海印寺道中口號)
識淺名高世危亂           식견은 얕고 이름은 높고 세상은 위태하니
不知何處可藏身           모르겠구나 어느 곳에 몸을 숨길 수 있을지
漁村酒肆豈無處           어촌과 주막에 어찌 그런 곳 없으랴만

011_0688_a_01L咏蓮隱種樹栽花

011_0688_a_02L
花滿墻垣葉滿枝莫敎荊棘個中垂蓮隱時遊
011_0688_a_03L隣老會流鶯啼處好風吹

011_0688_a_04L

011_0688_a_05L
培養靈根上達枝疾風暴雨不須垂他年高拂
011_0688_a_06L靑雲裏倘有仙笛過此吹

011_0688_a_07L

011_0688_a_08L
淸流門植碧山枝綠影紅香日夕垂知君不是粧
011_0688_a_09L垣屋恐或腥塵一點吹

011_0688_a_10L次菜藥商趙氏韻

011_0688_a_11L
不願功名但願山山中採藥幾年間深深松籟烟
011_0688_a_12L霞裏一曲芝歌萬境閒

011_0688_a_13L滿空問曰和尙歸去後衆生敎化何師答曰 [1]

011_0688_a_14L
雲月溪山處處同叟山禪子大家風慇懃分付無
011_0688_a_15L文印一段奇權活眼中

011_0688_a_16L題空 [1] 林寺俗離山末寺

011_0688_a_17L
行到公林萬疊山上方祗是別人間玉峰層立靑
011_0688_a_18L嵐下古殿香深白日閒短笻高掛吾將老大事
011_0688_a_19L雖成孰與還堪惜澗流流界外愀然來坐石苔班

011_0688_a_20L寄虛舟長老

011_0688_a_21L
因筆及此心緖亂遮個境界共誰伊鵠白烏黑心言
011_0688_a_22L無生佛兮有山水

011_0688_a_23L自梵魚寺向海印途中口號

011_0688_a_24L
識淺名高世危亂不知何處可藏身漁村酒肆

011_0688_b_01L但恐匿名名益新           이름 감출수록 더욱 이름이 날까 두렵구나
통도사 백련암에서 환성喚惺 노사548)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過通度寺白蓮庵謹次喚惺老師韻)
擲金遺什揭虛楹           금을 던지는 듯한549) 유편이 기둥에 걸렸나니
道價千秋海岳輕           천추에 높은 도명道名에 바다와 산이 외려 가벼워라
悠悠曠感無人識           유유한 세월 오래 흘러 아는 사람은 없고
寒磬空留劫外聲           차가운 풍경 소리만 속절없이 겁외의 소리 남기네
신해년(1911) 동짓날 상순에 도하리 서당에서 강계550)에 부친 시(辛亥至月上浣,在都下里書塾,寄江界韻.)
無心無事傍書欄           일없이 무심히 서당에 앉아서
半世榮枯抱鏡看           반평생 영욕을 거울에 비춰 보노라
三月未花春尙早           3월에도 꽃이 안 피어 봄은 아직 이르고
千巖藏雪夏猶寒           산 위 바위엔 눈 덮여 여름에도 추워라
境不厭深知我老           깊은 산골 싫지 않으니 내가 늙은 줄 알겠고551)
書何頓絶念君安           서신은 어이 갑자기 끊겼소 그대 안부 궁금하오
丈夫自好無羇絆           장부는 속박을 안 받는 게 절로 좋으니
乘興相尋也不難           흥이 나면 찾아오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
또(又)
遙想眄柯亭上欄           멀리서 면가정552) 난간 위를 생각하노니
欄邊景致勝前看           난간 가의 경치는 예전보다 더 좋은가요
雨着薔薇紅頰濕           비가 장미를 적시니 붉은 뺨이 젖고
風生楊柳翠腰寒           바람이 버들에 이니 푸른 허리 차가우리
醉後有詩還誦詠           술 취한 뒤 시 지어 다시금 읊조리고
閑來無事不平安           한가하니 모든 일 평안하지 않음이 없네
寄書莫說江城樂           서신을 부치거든 강성553)의 즐거움 말하지 마오
蕩子心腸任峽難           탕자의 마음이 산골에 안주하기 어려워지리니
낚시질을 구경하며(觀釣魚)
百尺深淵胡不住           백 척 깊은 물속에 어이하여 머물지 않고
無端淸淺伴苔磯           무단히 얕은 물로 나와 낚시터 가까이 왔느냐
沙禽時窺漁翁釣           모래톱의 새를 때로 노리고 낚시꾼은 낚시 드리우니
可惜身殱自取機           애석해라 죽음 당하는 건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일세
갑산 길에 들어서서 강계 아득포령을 넘으며 수비대의 행군을 만나554)(入甲山路,踰江界牙得浦嶺,遇守備隊行軍.)
世間何貴積南金           세상에 남금555)을 쌓아 둔 게 무에 귀하랴
好是淸閑物外襟           물외의 한가로운 흉금이 좋은 것을
細看松栢深千谷           자세히 송백 우거진 깊은 골짜기들 보니
漸上煙霞亘萬尋           점차 올라가는 연하는 만 길이나 깊구나
奇花不變靑春色           기이한 꽃들은 봄날의 빛을 변치 않았고
怪鳥相傳太古音           이상한 새는 태고 적 소리로 우는구나
垂白長爲塵臼客           백발 드리운 채 속진을 헤매는 길손이
那能捿此靜身心           어이 이곳에 깃들어 심신을 고요히 쉴꼬
석왕사 영월루(題釋王寺映月樓)
上方春日花如霰           산사의 봄날 꽃은 싸락눈처럼 지고556)
異鳥聲中午夢甘           새들은 우는데 달콤한 오후를 즐기노라
萬德通光無證處           만덕과 통광557)을 증명할 수 없는 곳에
揷天曉嶂碧於藍           하늘에 꽂힌 새벽 봉우리가 쪽빛보다 푸르네
오언율시五言律詩
운달산으로 가는 도중에 입으로 불러서 읊다(雲達山途中口號)

011_0688_b_01L豈無處但恐匿名名益新

011_0688_b_02L [1] 通度寺白蓮庵謹次喚惺老師韻

011_0688_b_03L
擲金遺什揭虛楹道價千秋海岳輕悠悠曠感無
011_0688_b_04L人識寒磬空留刼外聲

011_0688_b_05L辛亥至月上浣在都下里書塾寄江界

011_0688_b_06L
無心無事傍書欄半世榮枯抱鏡看三月未花春
011_0688_b_07L尙早千岩藏雪夏猶寒境不厭深知我老書何頓
011_0688_b_08L絕念君安丈夫自好無羇絆乘興相尋也不難

011_0688_b_09L

011_0688_b_10L
遙想眄柯亭上欄欄邊景致勝前看雨着薔薇
011_0688_b_11L紅頰濕風生楊柳翠腰寒醉後有詩還誦詠閒來無
011_0688_b_12L事不平安寄書莫說江城樂蕩子心腸任峽難

011_0688_b_13L觀釣魚

011_0688_b_14L
百尺深淵胡不住無端淸淺伴苔磯沙禽時窺漁
011_0688_b_15L翁釣可惜身殱自取機

011_0688_b_16L入甲山路踰牙得浦嶺遇守備隊行軍

011_0688_b_17L
世間何貴積南金好是淸閒物外襟細看松栢深千
011_0688_b_18L漸上煙霞亘萬尋奇花不變靑春色恠鳥常傳
011_0688_b_19L太古音垂白長爲塵臼客那能捿此淨身心

011_0688_b_20L題釋王寺映月樓

011_0688_b_21L
上方春日花如霰異鳥聲中午夢甘萬德通光無證處
011_0688_b_22L揷天晴嶂碧於藍

011_0688_b_23L詩五言律

011_0688_b_24L雲達山途中口號

011_0689_a_01L
橫擔一筇竹             대지팡이 하나 어깨에 걸치고
濶步嶺湖中             영남과 호남 땅을 활보하노라
面前飛白月             얼굴 앞에는 밝은 달이 날고
袖裡捲長風             소매 속엔 긴 바람을 거둔다
日暖千郊稔             날이 따스하니 들판마다 곡식 익고
霜侵萬木紅             서리가 내리니 나무들은 단풍 들었네
獅王雖晦迹             사자왕이 비록 자취를 감출지라도
衆獸豈能同             다른 짐승들이 어찌 같을 수 있으랴
이별하며 주다(贈別)
爲君賦遠遊             그대를 위해 원유를 읊노라니558)
使我涕先流             내 눈물이 먼저 흘러내리는구려
百歲如逆旅             한평생이 나그네 신세 같으니
何方竟首邱             마침내 어느 곳에 묻히게 될지
片雲生遠峀             조각구름은 먼 산에서 일고
落日下長洲             지는 해는 긴 물가에 내려앉네
屈指人間事             인간 세상 일을 손꼽아 보니
悠悠摠是愁             하염없는 일들 모두 시름일세

이는 극히 시름겹고 극히 쾌활한 곳이다。 만약 투철히 알지 못했으면 30년 동안 더 의심해야 된다。 쯧쯧。
서동을 시켜 물을 읊게 하고 스스로 읊다(使書童咏水,自咏.)
斡旋成一六             원기가 돌아서 일륙一六이 되니559)
樂處智還深             즐거워하는 곳에 지혜가 더욱 깊어라560)
影影涵天像             그림자마다 하늘의 형상을 머금고
聲聲徹海心             소리마다 바다로 가는 마음일세
市朝俄變替             저잣거리는 잠깐 사이에 변천하고
歲月暗侵尋             세월은 모르는 결에 흘러가건만
做得魚龍窟             어룡魚龍이 사는 굴을 만들어 놓았으니
風雷自古今             고금에 바람과 우레가 절로 일어나네
은선동에 노닐며(遊隱仙洞)
山與人無語             산과 사람은 말이 없는데
雲隨鳥共飛             구름은 새를 따라 함께 나는구나
水流花發處             물은 흐르고 꽃은 피는 곳에
淡淡欲忘歸             마음 담담하여 돌아가길 잊겠네
산중 생활 12시(山居十二)
低頭常睡眠             머리를 숙이고 늘 조노니
睡外更無事             조는 일 밖에 다시 일이 없어라
睡外更無事             조는 일 밖에 다시 일이 없어
低頭常睡眠             머리를 숙이고 늘 조노라

靑松白石上             푸른 솔 흰 바위 위에
何事獨沈吟             무슨 일로 홀로 시를 읊조리나
一杖還歸處             지팡이 짚고 돌아오는 곳에
飛鳥亦無心             나는 새도 무심한 것을

打睡粥飯事             잠자고 죽과 밥 먹는 일
此外夢幻吟             이 밖에는 몽환 세상을 읊노라
山庵何寥寂             산속 암자는 적막하기만 한데
霜葉滿庭心             서리 맞은 잎이 뜰에 가득하구나

塞却眼兮塞却耳           눈을 막고 귀를 막으니
大千沙界沒滲漏           대천세계가 조금도 새지 않네
莫言密室人無覰           밀실에는 보는 사람 없다 말하지 말라
不通風處卽十路           바람조차 통하지 않는 곳이 십자대로인 것을

古路非動容             옛길은 거동을 떨치는 곳 아니요
悄然事已違             초연한 기틀도 이미 어긋났어라
少林門下事             소림 문하의 일이
不意生是非             시비를 일으킬 줄은 몰랐구나561)

一句無前              일구562)는 앞이 없으니
其來何極              오는 것이 어찌 끝이 있으랴
聾人自笑              귀 먹은 사람 스스로 웃을 뿐
欲聞不得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하네

天藏庵中              이 천장암에서
何物不是              무엇인들 이것이 아니리오
不乖而異              어긋나서 다르지 않으니
盖天盖地              하늘을 덮고 땅을 덮누나

四聖六凡              사성四聖과 육범六凡563)
惟光明智              오직 광명한 지혜뿐이라
理無異體              진리는 다른 게 없으니
山河大地              산하와 대지로다

有智無用              지혜 있어도 쓸 데 없으니
其智何用              그 지혜를 어디에 쓰리오
山山水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니
無處相訟              서로 다투는 곳이 없어라

棒也喝也              방과 할이여
徹天其怨              그 원한이 하늘에 사무치도다
今日靈山              오늘 이 영산회상에
有聖有賢              성인도 있고 범부도 있구나


011_0689_a_01L
橫檐一笻竹濶步嶺湖中面前飛白月袖裡捲長風
011_0689_a_02L日暖千郊稔霜侵萬木紅獅王雖晦跡衆獸豈能同

011_0689_a_03L贈別

011_0689_a_04L
爲君賦遠遊使我涕先流百歲如逆旅何方竟首邱
011_0689_a_05L片雲生遠峀落日下長洲屈指人間事悠悠摠是愁

011_0689_a_06L使書童咏水自咏

011_0689_a_07L
斡旋成一六樂處智還深影影㴠天像聲聲徹海心
011_0689_a_08L朝俄變替歲月暗侵尋做得魚龍窟風雷自古今

011_0689_a_09L遊隱仙洞

011_0689_a_10L
山與人無語雲隨鳥共飛水流花發處淡淡欲忘歸

011_0689_a_11L山居十二

011_0689_a_12L
低頭常睡眠睡外更無事睡外更無事低頭常睡
011_0689_a_13L

011_0689_a_14L
靑松白石上何事獨沈吟一杖還歸庵鳥飛亦無心

011_0689_a_15L
打睡粥飯事此外夢幻吟山庵何寥寂霜葉滿庭
011_0689_a_16L

011_0689_a_17L
塞却眼兮塞却耳大千沙界沒滲漏莫言密室
011_0689_a_18L人不覰不通風處卽十路 [1]

011_0689_a_19L
古路非動容悄然事已違少林門下事不意生是非

011_0689_a_20L
一句無前其來何極聾人自笑欲聞不得

011_0689_a_21L天藏庵中何物不是不乖而異盖天盖地

011_0689_a_22L四聖六凡惟光明智理無異體山河大地

011_0689_a_23L有智無用其智何用山山水水無處相訟

011_0689_a_24L棒也喝也徹天其怨今日靈山有聖有賢

011_0689_b_01L書到紙面空             글씨를 쓰매 지면이 공空하니
盡得一線通             모두 한 가닥 선으로 통하누나
一線還不盡             한 가닥 선이 도리어 다하지 않으니
紅日禪窓東             붉은 해가 창문 동쪽에 떠오른다

驥兒見此頌             기아驥兒는 이 송구를 보거늘564)
我指碧山層             나는 겹겹 푸른 산을 가리킨다
諦信卽無疑             이 소식을 알면 의심이 없어지나니
何處非燃燈             어느 곳인들 연등불 세상 아니랴
상당565)上堂
주장자를 들어서 한 번 내리치고 이르기를, “이 말소리가 이것이다.566)이라 하다.

佛與衆生吾不識           부처와 중생을 나는 알지 못해
年來宜作醉狂僧           근년 들어선 술 취한 중이나 되어야겠다
有時無事閑眺望           때로는 일 없어 한가로이 조망하니
遠山雲外碧層層           먼 산은 구름 저편에 층층이 푸르구나

世間萬法誰炎凉           세상 만법에 누가 염량567)을 쫓으랴
任時圓兮任時方           둥글면 둥근 대로 모나면 모난 대로 두노라
普天匝地諸情類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모든 생명들이
箇箇靈空愼勿通           낱낱이 신령하게 공空하니 애써 통하려 말라

山隱隱水潺潺            산은 은은하고 물은 잔잔한데
花灼灼鳥喃喃            꽃은 활짝 피고 새는 지저귀누나
道人活計只如此           도인의 활계는 단지 이와 같을 뿐이니
何用區區順世情           무엇하러 구구하게 세속의 정을 따르랴
이 한 수는 『청허당집』에 있다.(此一首淸虛集中在)568)
산구散句569)
波長白鳥支離去           물결이 기니 백구가 지루하게 가고
霧罷靑山次第來           안개가 걷히니 청산이 차례로 오는구나

長郊驟雨魚跳陸           긴 들판에 소낙비가 내리니 물고기가 뭍에 뛰어 오르고
弊邑荒林鬼走城           피폐한 고을의 황량한 숲에는 귀신이 성으로 달려간다

碧海有聲龍去後           푸른 바다에 소리가 있으니 용이 떠난 뒤이고
靑山無主鶴來前           푸른 산에 주인 없으니 학이 오기 전일세

戱把乾坤挑日月           장난삼아 건곤을 손에 잡고 일월을 던지며
生擒龍虎奮風雲           용과 범을 산 채로 잡고 바람과 구름을 일으키노라
범어사 보제루에서 제하다(題梵魚寺普濟樓)
神光豁如客             신령한 빛이 툭 트인 길손이
金井做淸遊             금정산에서 한가로이 노니노라
破袖藏天極             허름한 소매엔 하늘을 감추고
短筇劈地頭             짧은 지팡이는 땅을 쪼갠다
孤雲生遠峀             외로운 봉우리는 먼 산에서 일고
白鳥下長洲             흰 새는 긴 물가에 내려앉누나
大塊誰非夢             천지에 그 누가 꿈속의 사람 아니랴
憑欄謾自悠             난간에 기대 하릴없이 유유자적하노라
통도사 백련암에서 제하다(題通度寺白蓮庵)
宕情收未了             호탕한 마음 거두지 못해
長袖拂千岑             긴 소매로 천봉千峯을 휘젓고 다니노라
深院聽鵑語             깊은 암자에서 두견새 소리 들으니
江山萬古心             강산의 만고의 마음일레라

011_0689_b_01L
書到紙面空盡得一線通一線還不盡紅日禪窓東
011_0689_b_02L驥兒見此頌我指碧山層諦信卽無疑何處非
011_0689_b_03L燃燈

011_0689_b_04L上堂

011_0689_b_05L
拈柱杖子一下云只這語聲是且道是甚麽道理
011_0689_b_06L卓一下云一笑不知何處去安眠春水碧於藍

011_0689_b_07L
佛與衆生吾不識年來 [1] 宜作醉狂僧有時無事
011_0689_b_08L間眺望遠山雲外碧層層

011_0689_b_09L
世間萬法誰炎凉任時圓兮任時方普天匝地諸情
011_0689_b_10L個個靈空愼勿通

011_0689_b_11L
山隱隱水潺潺花灼灼鳥喃喃道人活計只如此何用
011_0689_b_12L返返順世情此一首淸虛集中在

011_0689_b_13L散句 [1]

011_0689_b_14L
波長白鳥支離去霧罷靑山次弟來

011_0689_b_15L長郊驟雨魚䠊陸弊邑荒林鬼走城

011_0689_b_16L碧海有聲龍去後靑山無主鶴來前

011_0689_b_17L戱把乾坤挑日月生擒龍虎奮風雲

011_0689_b_18L題梵魚寺普濟樓

011_0689_b_19L
神光豁如客金井做淸遊破袖藏天極短笻劈地頭
011_0689_b_20L雲生遠峀白鳥下長洲大塊誰非夢憑欄謾自
011_0689_b_21L

011_0689_b_22L題通度寺白蓮庵

011_0689_b_23L
宕情收未了長袖拂千岑深院聽鵑語江山萬
011_0689_b_24L古心

011_0690_a_01L
가가가영可歌可咏
일 업는 鏡虛堂이
노래 하나 지어내니
世上 사람 드러보소
자세이 드러보소
凡世人間 사람드리
善惡因果 바다 나니
影響相從 不差下에
前世에 惡한 사람
牛馬虫蛇 今生이오
地獄餓鬼 불상하다
前生에 善한 사람
國王大臣 富貴榮華
目前에 分明하니
今生善惡 미러보면
後生일을 알이로다
人生百年 다살며는
三萬六千 날이오나
다사난 이 늬잇스며
人間七十 古來稀라
七十살 이 또한 젹네
五六十을 산다 해도
二三十이 거위 되여
十五十歲 바라보니
그역참간 夢中일셰
父母兄弟 俱存하고
妻子眷屬 삼대 갓고
文章才藝 盖世하고
威風容貌 嚴莊하고
金銀玉帛 邱山갓고
天子되며 輪王되야
無量快樂 받드래도
人生목숨 無常하야
아츰나졀 셩튼 몸이
저역나졀 黃泉일셰
오날나졀 이러하니
내일모례 엇지될지
푸쥬간에 가는 쇼가
자옥자옥 死地로다
한심하고 가련하다
蜉蝣같은 人生목숨
몃날몃칠 보젼할고
電光石火 夢中이라
一息不回 來生이면
來生 일을 또 알손가
설사 定命 살드래도
잠든 날과 病든 날과

011_0690_a_01L可歌可咏 [1]

011_0690_a_02L
일 업는 鏡虛堂이 노래 하나 지여내니

011_0690_a_03L世上 사람 드러보소 자세이 드러보소

011_0690_a_04L凡世人間 사람드리 善惡因果 바다 나니

011_0690_a_05L影響相從 不差下에 前世에 惡한 사람

011_0690_a_06L牛馬虫蛇 今生이오 地獄餓鬼 불상하다

011_0690_a_07L前生에 善한 사람 國王大臣 富貴榮華

011_0690_a_08L目前에 分明하니 今生善惡 미러보면

011_0690_a_09L後生일을 알이로다 人生百年 다살며는

011_0690_a_10L三萬六千 날이오나 다사난 이 늬잇스며

011_0690_a_11L人間七十 古來稀라 七十살 이 또한 젹네

011_0690_a_12L五六十을 산다 해도 二三十이 거위 되여

011_0690_a_13L十五十歲 바라보니 그역참간 夢中일셰

011_0690_a_14L父母兄弟 具存하고 妻子眷屬 삼대 갓고

011_0690_a_15L文章才藝 盖世하고 威風容貌 嚴莊하고

011_0690_a_16L金銀玉帛 邱山갓고 天子되며 輪王되야

011_0690_a_17L無量快樂 밧드래도 人生목숨 無常하야

011_0690_a_18L아츰나졀 셩든 몸이 저역나졀 黃泉일셰

011_0690_a_19L오늘나졀 이러하니 내일모례 엇지될지

011_0690_a_20L푸쥬간에 가는 쇼가 자옥자옥 死地로다

011_0690_a_21L한심하고 가련하다 蜉蝣같은 人生목슘

011_0690_a_22L幾日幾年 保存할꼬 電光石火 夢中이라

011_0690_a_23L一息不迴 來生이면 來生 일을 또 알손가

011_0690_a_24L셜사 定命 살드래도 잠든 날과 病든 날과

011_0690_b_01L憂患疾苦 걱졍 근심
無限苦想 다 빼노면
편할 날이 몃칠이며
사는 날이 몃칠인가
부지럽시 貪瞋이나
我慢嫉妬 愛欲心을
내것 삼아 受用하야
三惡道에 떠러지니
百千萬劫 輪廻受苦
그 아니 慘酷한가
비록 善心 조흔지라
天上人間 快樂하나
有漏因果 無常하야
六道輪廻 못 면하니
그런 故로 祖師 말삼
曾向天帝 殿中遊라가
還向閻宮 鍋裏煑라570)
分明이 일넛스니
그 아니 取信할가
그런고로 三界夢中이라
淸淨光明 眞如佛性
나도 안코 쥭도 안코
無爲眞樂 恒常이오
蕩蕩無碍 自在하니
寂光土 죠흔 國土
白雲流水 處處로다
부텨 한번 되어 노면
무슨 걱졍 잇슬손가
보고 듯고 안고 눕고
밥도 먹고 옷도 입고
말도 하고 잠도 자고
恒常妙用 摠持하니
얼고 에 分明하고
이마 뒤에 신그럽다
찻는 길이 여럿이나
아조 야치 말할진댄
返照工夫 最妙하다
善心惡心 無量心을
地水火風 졔쳐노코
차자보면 無形이라
비록 차자 無形하나
靈知分明 不昧하니
그 아니 可笑론가
石人吹笛 木馬현쥬571)
아하 우슙다
虛妄夢中 世上事을
도모지 忘却하고

011_0690_b_01L憂患疾病 걱졍 근심 無限苦想 다 빼노면

011_0690_b_02L편할 날이 몃칠이며 사는 날이 몃칠인가

011_0690_b_03L부지럽시 貪嗔이나 我慢疾妬 愛欲心을

011_0690_b_04L내것 삼아 受用하야 三惡途에 떠러지니

011_0690_b_05L百千萬劫 輪廻受苦 그 아니 慘酷한가

011_0690_b_06L비록 善心 조흔지라 天上人間 快樂하나

011_0690_b_07L有漏因果 無常하야 六道輪廻 못 면하니

011_0690_b_08L그런 故로 祖師 말삼 曾向天帝 殿中遊라가

011_0690_b_09L還向閻宮 鍋裏煑라 分明이 일넛스니

011_0690_b_10L그 아니 取信할가 그런고로 三界夢中이라

011_0690_b_11L凡所有相 虛妄하다 淸淨光明 眞如佛性

011_0690_b_12L나도 안코 쥭도 안코 無爲眞樂 恒常이오

011_0690_b_13L蕩蕩無碍 自在하니 寂光土 죠흔國土

011_0690_b_14L白雲流水 處處로다 부려 한번 되여 노면

011_0690_b_15L무슨 걱졍 잇슬손가 보고 듯고 안고 눕고

011_0690_b_16L밥도 먹고 옷도 입고 말도 하고 잠도 자고

011_0690_b_17L恒常妙用 摠持하니 얼고 에 分明하고

011_0690_b_18L이마 뒤에 신그럽다 찻는 길이 여럿이나

011_0690_b_19L아조 야치 말한진댄 返照工夫 最妙하다

011_0690_b_20L善心惡心 無量心을 地水火風 졔쳐노코

011_0690_b_21L차자보면 無形이라 비록 차자 無形하나

011_0690_b_22L灵知分明 不昧하니 그 아니 可笑론가

011_0690_b_23L石人吹笛 木馬현쥬 아하 우슙다

011_0690_b_24L虛妄夢中 世上事을 도모지 忘却하고

011_0691_a_01L白雲靑山 奇岩流水
秋月春花 無限景이
景槩쪼차 奇異하다
菜根木果 充腹하고
一朝寒衲 罷袖하니
潺潺流水 盤石上에
졀로 생긴 松亭이요
실실한 금운조차셔
明月淸風 相和로다
法國새 한 소리에
盡日無心 終夜無心
無心客이 되얏스니
明月이 無心하야
날을 빗쳐 無心하고
淸風이 無心하야
나를 불어 無心하야
無心行이 이러하니
無爲眞理 이 아닌가
出世丈夫 이 아닌며
諸佛諸祖 別求할가
興亡盛衰 뉘 알테이며
츌쳑도거 뉘 알텐고
眞如涅槃 昨夢일셰
泡沫風燈 가소롭다
이런 快樂 無上樂을
可憐하다 世上 사람
어이하야 하지 않고
지레 죽을 酒色에는
貴賤 없이 다 질기고
眞樂受할 成佛法門
僧俗男女 다 피하니
末世 되야 그러한가
善心 업서 그러한가
智慧知人 바이 없서
無常歲月 虛妄事을
어서어서 밧비 깨쳐
善知識을 親見하고
自己佛을 어셔 차자
六道衆生 濟度하야
如我無爲 하온 後에
高源桃李 芳草岸에
露地白牛 으거하야
無孔笛을 빗겨들고
囉囉哩哩 囉囉哩
太平歌를 불너보셰
南無釋迦牟尼佛

011_0691_a_01L白雲靑山 奇岩流水 秋月春花 無限景이

011_0691_a_02L景槪쪼차 奇異하다 菜根木果 充膓하고

011_0691_a_03L一朝寒衲 罷䄂하니 潺潺流水 盤石上에

011_0691_a_04L졀노 생긴 松亭이오 실실한 금운조차셔

011_0691_a_05L明月淸風 相和로다 法國새 한 소리에

011_0691_a_06L盡日無心 終夜無心 無心客이 되얏스니

011_0691_a_07L明月이 無心하야 날을 빗쳐 無心하고

011_0691_a_08L淸風이 無心하야 나를 부러 無心하야

011_0691_a_09L無心行이 이러하니 無爲眞理 이 아닌가

011_0691_a_10L出世丈夫 이 아닌며 諸佛諸祖 別求할가

011_0691_a_11L興亡盛衰 뉘 알테이며 츌쳑도거 뉘 알텐고

011_0691_a_12L眞如湼槃 昨夢일셰 泡沫風燈 가소롭다

011_0691_a_13L이런 快樂 無常樂을 可憐하다 世上사람

011_0691_a_14L어이하야 하지 안코 지레 죽을 酒色에는

011_0691_a_15L貴賤 없이 다 질기고 眞樂受할 成佛法門

011_0691_a_16L僧俗男女 다 피하니 末世 되야 그러한가

011_0691_a_17L善心 업서 그러한가 智慧知人 바이 없서

011_0691_a_18L無常歲月 虛妄事을 어서어서 밧비 깨쳐

011_0691_a_19L善知識을 親見하고 自己佛을 어셔 차자

011_0691_a_20L六道衆生 濟度하야 如我無爲 하온 後에

011_0691_a_21L高源桃李 芳草岸에 露地白牛 으거하야

011_0691_a_22L無孔笛을 빗겨들고 囉囉哩哩 囉囉哩

011_0691_a_23L太平歌를 불너보셰

011_0691_a_24L
南無釋迦牟尼佛 [1]

011_0691_b_01L
즁노릇하는법
대저 중노릇하는 것이 적은 일이리요
잘 먹고 잘 입기 위하야 중노릇하는 것이 아니라
부쳐 되여 살고 죽는 것을 면하자고 하는 것이니
부쳐 되려면 내 몸에 있는 내 마음을 찾으려면
몸뚱이는 송장으로 알고
세상일이 좋으나 좋지 안으나 다 꿈으로 알고
사람 죽는 것이 아침에 있다가 저녁에 죽는 줄로 알고
죽으면 지옥에도 가고 즘생도 되고 귀신도 되여
한없는 고생을 받는 줄을 생각하야
세상만사를 다 잊어버리고 항상 내 마음을 궁구하되
보고 듯고 일체 일을 생각하는 놈의 모양이 어떻게 생겻는고
모양이 있는 것인가 모양이 없는 것인가
큰가 저근가 누른가 푸른가 밝은가 어두운가
의심을 내여 궁구하되
고양이가 쥐잡듯 하며 닭이 알안듯 하며
늙은 쥐가 살든 궤짝 좃듯하야
항상 마음을 한군데 두어 궁구하야
잊어버리지 말고 의심하여
일을 하더라도 의심을 놓지 말고
그저 있을 때라도 의심하야 지성으로 하여 가면
필경에 내 마음을 깨다를 때가 있을 것이니
부대 신심을 내여 공부할지니라
대저 사람 되기 어렵고
사람 되여도 사나히되기 어렵고
사나히 되여도 중노릇하기 어렵고
중이 되여도 부쳐님 바른 법을 맞나기 어려우니
그런 일을 깊이 생각하며
부쳐님 말슴이 사람이 된 이는 손톱 우에 흙 같고
사람의 몸 잃고 즘생 된 이는 왼 세상 흙 같다 하시고
또 사람의 몸 한번 잃으면

011_0691_b_01L즁노릇하는법 [1]

011_0691_b_02L
대져 즁노릇하는 것이 저근 일이리요 잘 먹고 잘 입기를
011_0691_b_03L위하야 즁노릇하는 것이 아니라 붑쳐 되야 살고 죽는
011_0691_b_04L것을 면하자고 하는 일이니 부쳐 되랴면 내 몸에 잇는 내 마
011_0691_b_05L음을 차자 보아야 하는 것이니 내 마음을 차즈랴면 몸
011_0691_b_06L뚱이는 숑쟝으로 알고 셰상일이 조으나 조치 아니하
011_0691_b_07L나 다 끔으로 알고 사람 죽는 것이 아츰에 잇다가
011_0691_b_08L져역에 죽는 쥴노 알고 쥭으면 디옥에도 가고 짐생
011_0691_b_09L도 되고 귀신도 되야 한업는 고생을 밧는 쥴을 생각하
011_0691_b_10L야 세상만사를 다 이져바리고 항상 내 마음을 궁구하
011_0691_b_11L되 보고 듯고 일쳬 일을 생각하는 놈의 묘양이 엇더게
011_0691_b_12L생곗는고 모양이 있는 것인가 모양이 업는 것인가 큰
011_0691_b_13L가 저근가 누른가 푸른가 밝근가 어두운가 의심을 하야
011_0691_b_14L궁구하되 고양이가 잡듯 하며 닭이 알안듯 하며
011_0691_b_15L눍근 가 쌀든궤짝 좁듯하야 항상 마음을 한곤테
011_0691_b_16L두워 궁구하야 이저바리지 말고 의심하야 일을 하드래
011_0691_b_17L도 의심을 노치지 말고 그저 잇을 때라도 의심하야 지셩으
011_0691_b_18L로 하여 가면 필곙에내 마음을 깨달을 때가 잇을 것이니
011_0691_b_19L부대 신심을 내여 공부할지니라 대져 사람되기 어럽
011_0691_b_20L고 사람 되야도 산애되기 어럽고 산애 되야도 즁노릇하기
011_0691_b_21L어럽고 즁노릇 하야도 부쳐님 바라는 법을 만나기 어려우
011_0691_b_22L니 그런 일을 깁피 생각하며 부쳐님 말삼이 사람
011_0691_b_23L되기는 손톱 우에 흑갓고 사람의 몸 일코 짐생된 이는
011_0691_b_24L왼 셰상 흑 가트다고 하시고 또 사람의 몸 한번 일으면 억

011_0692_a_01L억만년이라도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하시며
또 항상 지옥에 처하기를 동산에 놀듯하며
아귀귀신이나 축생 되기를 내 집에 있듯 한다 하시며
또 한번 성불하면 다시 죽도 살도 않고
다시 고생을 아니 받는다 하시니
이런 말씀을 자서히 들어 생각하며
또 이전에 권선사라는 스님은
아침부터 공부하다가 해가 질 때면 다리를 뻗고 울어 가로대
오늘 해도 공연히 지내고 마음을 깨닷지 못하엿다 하고
날마다 그리한 이도 있고
공부하노라고 마음 지극히 먹은 이를 모다 적을 수 없으니
다 죽고 살기를 잊고 먹고 입기를 잊고 잠자기도 잊고 공부하셨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여야 공부가 될 터이니 자서히 생각하며
이전에 동산스님이 글을 지어 가로대
거록하다는 이름도 구하지 말고
재물도 구하지 말고 영화스러운 것도 구하지 말고
그렁저렁 인연을 따라 한세상을 지내여서
옷은 떠러지거든 거듭거듭 기워 입고
양식은 없거든 가끔가끔 구하여 먹을지로다
턱어리 밑에 세 마듸 기운이 끈어지면 문듯 송장이요
죽은 후에는 혯이름뿐이로다
한낮 허환한 몸이 멫을이나 살 것이관대
쓸대없는 일을 하느라고 내 마음을 깜깜하게 하여
공부하기를 잊어버리리요 하시니라
내 마음을 깨다른 후에
항상 그 마음을 보전하야 깨끗이 하고 고요히 하야
세상에 물들지 말고 닦아 가면 한없는 좋은 일이 하도 많으니
부대 깊이 믿으며 죽을 적에라도 아프도 않고 알치도 않고
마음대로 극락세계에도 가고, 가고 싶은 대로 가나니라
부쳐님 말슴에 하시기를
남자나 녀인이나 로소를 물론하고 이 법문을 믿고 공부하면

011_0692_a_01L만연이라도 다시 회복하기 어럽다고 하시며 또 항상 디옥
011_0692_a_02L에 쳐하기를 동산에 놀듯하며 아귀귀신이나 츅생 되기
011_0692_a_03L를 내 집에 잇드 한다하시며 또 한번 셩불하면 다시 쥭도
011_0692_a_04L살도 안코 다시 고생을 아니 밧는다고 하시니 이런 말
011_0692_a_05L삼을 자서이 드러 생각하며 또 이젼에 권션사라는 신님은
011_0692_a_06L아춤부터 공부하다가 해가 질 때면 다리를 고 울어 가라
011_0692_a_07L대 오날 해도 공연이 지내고 마음을 깨다지 못하엿다고
011_0692_a_08L하고 날마다 그리하 니도 잇고 공부하느라고 마음 지극히
011_0692_a_09L먹은 이를 모다 적을 수 업스니 다-쥭고 살기를 잇고
011_0692_a_10L먹고 입기를 잇고 잠자기도 잇고 공부하서스니 우리도 그러
011_0692_a_11L케 하여야 공부가 될 터이니 자셔이생각하며 이젼에 동산
011_0692_a_12L시님이 글을 지여 가로대 거룩하다는 이름도 구하지
011_0692_a_13L말고 재물도 구하지 말고 영화시려운 것도 구하지 말고 그렁
011_0692_a_14L저렁 인연을 따러 한세상을 지내여서 옷은 떠러지거든 거
011_0692_a_15L듭거듭 지여 입고 양식은 업거든 각금각금 구하여 먹을지로
011_0692_a_16L다 턱어리 밋테 셰마듸 긔운이 끈어지면 문듯 송장이
011_0692_a_17L오 쥭은 후에는 혯이름뿐이로다 한낫 허환한 몸이 몃
011_0692_a_18L칠이나 살 터이관대 씰데업는 일을 하느라고 내 마음을
011_0692_a_19L깜깜하게 하여 공부하기를 이져바리리요 하신이라 내
011_0692_a_20L마음을 깨다른 후에 항상 그 마음을 保젼하야 깨끄이 하고 고요
011_0692_a_21L히 하야 셰상에 물들지 말고 닥거 가면 한업는 조훈 일이 하도만
011_0692_a_22L흐니 부대 이 미드며 쥭을 적에라도 으도 안코 알
011_0692_a_23L치도 안코 마음대로 극냑세게도 가고 가고 십흔 대로
011_0692_a_24L가나니라 부쳐님의 말쌈에 하시기를 남자나 여인이나

011_0692_b_01L모두 부쳐가 되리라 하시니 어찌 사람을 속이리오.
오조홍인 대사 말슴이
내 마음을 궁구하면 깨다를 것이라 하시고
맹서하시되 너의가 내 말을 곶이 아니 들으면
세세생생에 호랑이에게 죽을 것이요
내가 너의를 속이면 후생에 지옥에 떠러지리라 하시엇으니
이런 말슴을 듯고 어찌 믿지 아니 하리요
공부하는 사람이 마음 움적이지 않기를 산과 같이 하고
마음을 넓게 쓰기를 허공과 같이 하고
지혜로 불법 생각하기를 날과 달같이 하야
남이 나를 옳다고 하든지 그르다고 하든지 마음에 끄달리지 말고
다른 사람의 잘하고 잘못하는 것을 내 마음으로 분별하여 참견 말고
좋은 일이 당하든지 좋지 아니한 일이 당하든지
마음을 평안히 하며 무심히 가져서
남 봄에 숙맥같이 지내고 병신같이 지내고
벙어리같이 소경같이 귀먹은 사람같이 어린아이같이 지내면
마음에 절로 망상이 없어지나니라
설사 세상일을 똑똑히 분별하더라도
비유하건대 똥덩이 가지고 음식 만들려는 것과 같고
진흙 가지고 흰 옥 만들려는 것과 같애여
성불하여 마음 닦는대 도시 쓸대없는 것이니
부대 세상일을 잘할려고 말지니라
다른 사람 죽는 것을 내 몸과 같이 생각하여
내 몸을 튼튼히 믿지 말고
때때로 깨우처 마음 찾기를 놓지 말지니라
이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고 의심하여 오고 의심하여 가고
간절히 생각하기를 배고픈 사람이 밥 생각하듯 하여
잊지 말고 할지니라
부쳐님이 말슴하시기를
일체 세상 일이 다 허망하다 하시고
중생의 모든 하는 일이 다 나고 죽는 법이라 하시고

011_0692_b_01L노소를 무론하고 이 법문을 밋고 공부하면 모다 부쳐가 되
011_0692_b_02L리라 하시니 엇지 사람을 쇠기리요 오조홍인 대사 말삼이
011_0692_b_03L내 마음을 궁구하면 깨달을 것시라 하시고 맹셰하시되 너
011_0692_b_04L의가 내 말을 고지 아니 드르면 셰셰생생에 호랑이에게 죽을
011_0692_b_05L것시요 내가 너이를 쇠기면 후생에 디옥에 떠러지리라 하시여
011_0692_b_06L스니 이런 말삼을 듯고 엇지 밋지 안이 하리요 공부하는 사
011_0692_b_07L람이 마음을 움지기지 안키를 산과 가치 하고 마음을 널께 쓰
011_0692_b_08L기를 허공과 가치 하고 지혜로 불법 생각하기를 날과 달가
011_0692_b_09L치 하야 남이 나를 올타고 하든지 그르다고 하든지 마음에 끄들
011_0692_b_10L이지 말고 다른 사람의 잘하고 잘못하는 것을 내 마음으로
011_0692_b_11L분별하여 참견 말고 조훈 일이 당하든지 조치 아니한 일
011_0692_b_12L이 당하든지 마음을 평안히 하며 무심이 가저서 남 보매
011_0692_b_13L흉맥갓게 지내고 병신가곗 지내고 벙어리가치 소경가치 귀
011_0692_b_14L먹은 사람가치 어린아희가치 지내면 마음의 절노 망상이
011_0692_b_15L업서지나이라 셜사 세상일을 똑똑이 분별하드래도 비유
011_0692_b_16L하건대 똥덩이 가지고 음식 맨들나는 거와 갓고 진흑 가지고
011_0692_b_17L흰 옥 맨들나는 것과 가타서 셩불하야 마음 닥는데 도시
011_0692_b_18L씰데업는 것이니 부대 셰상일을 잘할나고 말지니라
011_0692_b_19L다른 사람 쥭는 것을 내 몸에다 가치 생각하야 내 몸을 튼튼이
011_0692_b_20L밋지 말고 때때로 깨우쳐 마음 차기를 노치 말지니라 이 마
011_0692_b_21L음이 엇더케 생경는고 의심하야 오고 의심하야 가고 간졀이 생
011_0692_b_22L각하기를 배곱흔 사람 밥 생각하듯 하여 잇지 말고 할지
011_0692_b_23L니라 부쳐님 말삼하시기를 一쳬 세상 일이 다 허망하다
011_0692_b_24L하시고 즁생이 모든 하는 일이 다 나고 쥭는 법이라 하시고

011_0693_a_01L오즉 제 마음을 깨다러야 진실한 법이라 하시니라
술을 먹으면 정신이 흐리니 먹지 아니할 것이요
음행은 정신 갈려 애착이 되니 상관 아니 할 것이요
살생은 마음에 진심을 도으니 아니할 것이요
고기는 먹으면 정신이 흐리니 먹지 아니할 것이요
거즛말은 내 마음에 사심을 기루니 아니할 것이요
도적질은 내 마음에 탐심을 느리니 아니할 것이요
파와 마늘은 내 마음에 음심과 진심을 도두니 먹지 아니할 것이요
그 남어지 일체 것이 내게 해로운 것이니 간섭치 말지니라
목우자 스님 말씀이 재물과 색이 앙화 됨이 독사보다 심하니
몸을 살펴 그런 줄 알아 항상 멀리 여의라 하시니
이런 깊은 말슴을 본받아 행하여야 공부가 순히 되나니라
부쳐님 말슴에 한번 진심내면 백만 가지나 죄가 생긴다 하시니
제일 골내는 마음을 참을지니라
예전 스님네 말슴이 골내는 마음으로
호랑이와 배암과 벌과 그런 독한 물건이 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비와 새가 되고
좀스러운 마음으로 개아미와 모기 같은 것이 되고
탐심 내는 마음으로 배고파 우는 귀신이 되고
탐심과 골내는 마음이 만하고 크면 지옥으로 가고
일체 마음이 다 여러 가지 것이 되여가니
일체 여러 가지 마음이 없으면 부쳐가 되나니라.
착한 마음이 좋다하여도 또 천당으로 갓다가 도로 떠러져
지옥이나 축생이 되어가니 착한 마음도 쓸대없고
일체 마음을 없애고 하면 다른 데로 갈 것 없고
마음이 깨끗하여 혼곤하지 아니하면 캄캄한 대로 가지 아니하니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이 부쳐 되어 가는 길이니
내 마음을 항상 의심하야 궁구하면

011_0693_a_01L오즉 제 마음을 깨다러야 진실한 법이라 하시니라 술은
011_0693_a_02L먹으면 졍신이 흐리니 먹지 아니할 것이요 음행은 졍신
011_0693_a_03L갈여 애착이 되니 상관 아니 할 것이요 살생은 마음에 진
011_0693_a_04L심을 도두니 아니할 것시요 고기는 먹으면 졍신이 흐리니
011_0693_a_05L먹지 아니할 것이요 거짓말은 내 마음에 사심을 지르니 아
011_0693_a_06L니할 것이요 도젹질은 내 마음에 탐심을 늘이니 아니할 것
011_0693_a_07L시요 파와 마늘은 내 마음에 음심과 진심을 도두니 먹지 안
011_0693_a_08L이할 것이요 그 나머지 一쳬 것이 내계 해로운 것시니 간셥지
011_0693_a_09L말지니라 목우자 슨님 말슴이 재물과 색이 앙화 됨이
011_0693_a_10L독사보다 심하니 몸을 살펴 그런 줄 알어 항상 멀이 여위
011_0693_a_11L라 하시니 이런 깁은 말삼을 본바더 행하여야 공부가
011_0693_a_12L순히 되난이라 부쳐님 말삼이 한번 진심내면 백만
011_0693_a_13L가지나 죄가 생긴다 하시니 졔一 골내는 마음을 참을지니라
011_0693_a_14L이젼 신임에 말삼이 골내는 마음으로 호랭이와 배암과 벌
011_0693_a_15L과 그런 독한 물건이 되고 가비여운 마음으로 나비와 새 되고
011_0693_a_16L좀시러운 마음으로 개암이와 모기 것든 것되고 탐심 내는 마음
011_0693_a_17L으로 배곱하 우는 귀신이 되고 탐심과 골내는 마음이 만하고
011_0693_a_18L크면 지옥으로 가고 일쳬 마음이 다 여러가지 것 되야가니 一
011_0693_a_19L쳬 여러가지 마음이 업스면 부쳐가 되나니라 착한 마음이
011_0693_a_20L조타하여도 또 쳔당으로 갓다가 도록 떠러저 지옥이나 츅
011_0693_a_21L생이 되여가니 착한 마음도 쓸데업고 一쳬 마음 업새고
011_0693_a_22L하면 다른 데로 갈 것 업고 마음이 깨끗하야 혼곤하지 아니
011_0693_a_23L하면 캄캄한 데로 가지 아니하니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이
011_0693_a_24L부쳐 되야 가는 길이니 내 마음을 항상 의심하야 궁구

011_0693_b_01L자연 고요하고 깨끗하여지나니
극칙 고요하고 깨끗하면 절로 마음을 깨다라 부쳐 되나니라
도라가지 아니하고 곳은 길이니 이렇게 하여 갈지니라
이 법문을 가끔 보고 읽고 남에게 일러주면 팔만대장경 본 공덕과 같고
그대로 공부하면 일생에 성불할 것이니
속이는 말로 알지 말고 진심으로 믿어 하여 갈지니라
산은 깊고 물은 흐르고 각색 초목은 휘여져 있고
이상한 새소리는 사면에 울고
적적하야 세상 사람은 오지 안는대
고요히 앉아 내 마음을 궁구하니
내게 있는 내 마음이 부쳐가 아니면 무엇인가
듯기 어려운 좋은 법을 들엇으니 신심을 써서 할지니라
마음을 넘우 급히 쓰면 신병이 나고 두통도 나나니
마음을 갈아 앉처 평안히 하여 가라
조심하라 억지로

011_0693_b_01L하면 자연 고요하고 깨끗하여 지나니 극칙 고요깨끗하면 절
011_0693_b_02L노 마음을 깨다라 부쳐 되나니 도라가지 아니하고 고든 길
011_0693_b_03L이니 이러케 하여 갈지니라 이 법문을 가끔 보고 일느
011_0693_b_04L고 남을 일녀주면 八만대장경 본 공덕과 갓고 그대로 공
011_0693_b_05L부하면 一생에 셩불할 것이니 속이는 말노 아지 말고 신
011_0693_b_06L심으로 밋어 하여 갈지니라 산는 깁고 물은 흐르고 각
011_0693_b_07L색 초목은 휘여저 잇고 이상한 새소리는 四면에 울고 젹젹
011_0693_b_08L하야 셰상 사람은 오지 안는데 교요히 안져 내 마음을 궁구
011_0693_b_09L하니 내계 잇는 내 마음이 부쳐 아니면 무엇인가 듯기 어
011_0693_b_10L려운 조흔 법을 드러스니 신심을 써서 할지니라 마
011_0693_b_11L음을 너무 급히 씨면 신병이 나고 두통도 나나니 마
011_0693_b_12L음을 가라 안쳐서 평안히 하여 가라 조심하라 억
011_0693_b_13L七십고래하라 七십 살기 두물도다 즁수자는 四五십 단
011_0693_b_14L명자는 二三십 서너살에 죽는 인생 두류두류 생각하니
011_0693_b_15L한심하다 이 몸이여 엄도 싹도 아니난다 인생 한번 쥭
011_0693_b_16L어지면 황텬객이 되는구나 가사七십 산다 해도 잠든 날
011_0693_b_17L과 병든 날과 걱정근심 여러모양 편한 날이 몃칠인가
011_0693_b_18L아츰나절 성튼 몸이 적여나졀 병이드러 신음고통하는 모
011_0693_b_19L양 위원불너 약을쓰니 편작인들 어이하며 문여드
011_0693_b_20L려 굿을 하니 무함이도 쓸데업고 문복장이 점을
011_0693_b_21L하니 소강졀도 쓸데업고 졔산졔수 허다공덕 실영
011_0693_b_22L인들 엇지하매 금은재보 산과 갓고 처자권속 三대 갓고 사
011_0693_b_23L생친구 빈빈하니 쥭는 사람 할 수 업다 오쟝六부 끈
011_0693_b_24L어내고 四지百졀비여낸다 쉬나니 한숨이요 우나

011_0694_a_01L생각하려 말고 의심을 내여하라
법문곡
오회라 세상사람 나의 노래 들어 보소
허탄히 알지 말고 자서히 생각하소
고왕금래 무궁하고 천지사방 광활한데
사람이라 하는 것이 오회라 웃업도다
허망하다 이 몸이여 더운 것은 불기운
동하는 것 바람 기운 눈물 코물 피와 오좀
축축한 것 물 기운 손톱 발톱 터럭이와
살과 뼈와 니빠듸와 단단한 것 흙 기운
오장육부 살펴보니 구비구비 똥오좀
지렁이와 촌충이와 버러지도 무수하다
밖으로 살펴보니 모기 벼룩 이와 빈대
허다한 괴론 물건 주야로 침노한다
가사 백년 산다 해도 백년 삼만 육천 일에
살펴보면 잠 이요 인생칠십고래희라
칠십 살기 드물도다 중수자는 사오십
단수자는 이삼십 세네 살에 죽는 인생
두루두루 생각하니 한심하다 이 몸이여
움도 싹도 아니 난다 인생 한번 죽어지면
황천객이 되는구나 가사 칠십 산다 해도
잠든 날과 병든 날과 걱정 근심 여러 모양
편한 날이 멫을인가 아침나절 성튼 몸이
저녁나절 병이 들어 신음고통 하는 모양
의원 불러 약을 쓰니 편작인들 어이하며
무녀 들여 굿을 하니 무함이도 쓸대없고
문복장이 점을 하니 소강절도 쓸대없고
제산제수 허다 공덕 신령인들 어찌하며
금은재보 산과 같고 처자권속 삼같고
사생친구 빈빈하나 죽는 사람 할 수 없다
오장륙부 끈어내고 사지백절 베여낸다
쉬이나니 한숨이요 우나니 눈물일세
부모형제 지친으로 대신 갈 이 뉘 있으며
금은옥백 재물로도 살려낼 수 바이 없네
력대왕후 만고호걸 부귀영화 쓸대없고
만고문장 천하변사 죽는 대는 허사로다
동남동녀 오백 인이 일거 후에 무소식
불사약도 허사로다 참혹하다 이 인생에
죽쟎는 이 뉘 있는가 북망산 깊은 곳에
월색은 침침하고 송풍은 슬슬한대
다만 조객 가마귀라 인생 일장춘몽을
꿈 깨는 이 뉘 있는가 가련하고 한심하다
삼계도사 부쳐님이 죽도 살도 않는 이치
깊이 알아 훈도하니 자세한 전후 말슴
소연하기 일월 같다 천만고 명현달사
견성득도한 사람이 항하사 모래수라
견성득도하게 되면 생사를 면하나니
천경만론 이른 말슴 조금도 의심 없다

011_0694_a_01L지로 생각하랴말고 의심을 내여하라

011_0694_a_02L법문곡 [1]

011_0694_a_03L
오희라 셰상사람 내의 노래 드러보소 허탄이 아지 말고
011_0694_a_04L자셰히 생각하쇼 고왕금내 무궁하고 텬지四방 광활
011_0694_a_05L한데 사람이라 하는 것시 오희라 우습도다 허망하다 이
011_0694_a_06L몸이여 더운 것은 불기운 동하는 것은 바람 기운
011_0694_a_07L눈물 콧물 피와 오즘 츅츅하 것은 뮬 기운 손톱 발톱 터러
011_0694_a_08L기와 살과 뼈와 입빠듸 [1] 와 단단한 것은 흑 기운 오장六부
011_0694_a_09L살펴보니 구비구비 똥오좀 지렁이와 촌충이와 버
011_0694_a_10L러지도 무수하다 박가트로 살펴보니 모기 벼류 기와
011_0694_a_11L빈대 허다한 괴로운 물건 쥬야로 침노한다 가사 百연
011_0694_a_12L산다 해도 百연 三만六千일에 살펴보면 잠깐이오 인생
011_0694_a_13L니 눈물일셰 부모형졔지친으로 대신갈이 뉘잇스며 금
011_0694_a_14L은옥백 재물노도 살여낼 수 바이업네 역대왕후 萬
011_0694_a_15L고호걸 부귀영화 쓸데업고 萬고문장 쳔하변사 쥭는
011_0694_a_16L데는 허사로다 동남동여 五百인 一거후에 무소식 불사
011_0694_a_17L약도 허사로다 참혹하다 이 인생이 죽지 안는 이 뉘잇
011_0694_a_18L는가 북망산 깊은 곳에 월색은 침침하고 송풍은 실실
011_0694_a_19L한데 다만 조객 가마귀라 인생 一장춘몽을 꿈 깨난
011_0694_a_20L이 뉘 잇는가 가련하고 한심하다 三계도사 부쳐님이 죽도
011_0694_a_21L안코 살도안는 이치 깁히 알어 훈도하니 자세한 전후
011_0694_a_22L말슴 소연하기 일월갓다 쳔만고 명현달사 견셩듯
011_0694_a_23L도한 사람이 항하사 모래수라 견셩듯도하계 되면 생사
011_0694_a_24L를 면하나니 천경만논 이른 말삼 조금도 의심 업다

011_0694_b_01L나도 조년 입산하야 지금껏 궁구하야
깊이깊이 공부하야 다시 의심 영절하니
어둔 길에 불 만난 듯 주린 사람 밥 만난 듯
목마른 이 물 만난 듯 중병 들어 알는 사람
명의를 만나는 듯 상쾌하고 좋을시고
이 법문을 전파하야 사람사람 성불하야
생사윤회 면하기를 우인지우 낙인지락
이 내 말슴 자세 듣소 사람이라 하는 것이
몸뚱이는 송장이요 허황한 빈 껍덕이
그 속에 한낯 부쳐 분명히 있는구나
보고 듣고 앉고 서고 밥도 먹고 똥도 누고
언어수작 때로 하고 희로애락 분명하다
그 마음을 알게 되면 진즉 부쳐 이것일세
찾는 법을 일러보세 누나 서나 밥 먹으나
자나 깨나 움즉이나 똥을 누나 오좀 누나
웃을 때나 골낼 때나 일체처 일쳬시에
항상 깊이 의심하야 궁구하되
이것이 무엇인고 어떻게 생겼는가
큰가 작은가 긴가 짜른가
밝은가 어두운가 누른가 푸른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도시 어떻게 생겻는고
시시때때로 의심하야 의심을 놓지 말고
념념불망 하여가면 마음은 점점 맑고
의심은 점점 깊어 상속부단할 지경에
홀연히 깨다르니 천진면목 좋은 부쳐
완연히 내게 있다 살도 죽도 않는 물건
완연히 이것이다 금을 주니 바꿀소냐
은을 주니 바꿀소냐 부귀공명도 부럽지 않다
하늘땅이 손바닥 우에 있고 천만년이 일각이오
허다한 신통묘용 불에 들어 타지 않고
물에 들어 젖지 않고 크려면 한량없고
적으려면 미진 같고 늙도 않고 죽도 않고
세상천지 부럴 것이 다시 무엇 있을소냐

011_0694_b_01L나도 조년 입산하야 지금것 궁구하야 깁피깁피 공부
011_0694_b_02L하야 다시 의심영졀하니 어둔 길에 불 만난듯 주린
011_0694_b_03L사람 밥 만난듯 목마른 이 물 만난듯 즁병 들어 알는
011_0694_b_04L사람 명의를 만난 듯 상쾌하고 조흘시고 이 법문을 젼
011_0694_b_05L파하야 사람사람셩불하야 생사윤회 면하기를 우인지
011_0694_b_06L우 낙인지낙 이 내 말슴 자셰 듯소 사람이라 하는 것이 몸
011_0694_b_07L뚱이는 송장이요 허황한 빈 껍더기 그 속에 한낫 부쳐 분
011_0694_b_08L맹히 잇는구나 보고 듯고 안고 서고 밥도 먹고 똥도 누고
011_0694_b_09L언어수작 대로 하고 희로애락 분명하다 그 마음을 알
011_0694_b_10L계되면 전즉 부쳐 이것일셰 찾는 법을 일너보세
011_0694_b_11L누나 서나 밥을 먹으나 자나 깨나 음지기나 똥을 누나
011_0694_b_12L오좀 누나 우술 때나 골낼 때나 一쳬처 一쳬시에 항상
011_0694_b_13L깁피 의심하야 궁구하되 이것이 무엇인고 엇더케 생겟는고
011_0694_b_14L큰가 저은가 긴가 짜른가 발근가 어둔가 누른가 푸른가 잇는
011_0694_b_15L것인가 업는것 인가 도시 엇더케 생겻는고 시시때때로 의
011_0694_b_16L심하야 의심을 노치 말고 염염불망 하여가면 마음은 졈졈
011_0694_b_17L말고 의심은 졈졈 깁허 상속부단할 지곙에 홀연히
011_0694_b_18L깨다른니 쳔진면목 조흔 부쳐 완연히 내계 잇다
011_0694_b_19L살도 쥭도 아는 물건 완연히 이것이다 금을 주니 박
011_0694_b_20L글소냐 은을 쥬니 밧굴소냐 부귀공명도 부렵지
011_0694_b_21L안타 하날땅이 손바닷 우에 잇고 천만연이 일각이요
011_0694_b_22L허다한 신통묘용 불에 들어 타지 안코 물에 드러 젓지
011_0694_b_23L안코 크랴면 한량업고 적으랴면 미진 가고 늙도 안코 죽
011_0694_b_24L도 안코 셰상쳔지에 부러울 것이 다시 무엇 잇술손가

011_0695_a_01L나물 먹고 물마시고 배고파 누엇서도
걱정할 일 바이 없고 헌옷 입고 춥더라도
무엇 다시 걱정하며 셩신 같다 추더라도
좋아할 것 다시없고 고약하다 욕하여도
일호 걱정 도시 없고 천지에 불관이요
생사에 불관이요 빈부에 불관이요
시비에 불관이요 홀연히 한 무사인이
되었으니 이것을 부쳐라 하나니라
이 몸을 벗고 가더라도 가고 오기를 자재하야
죽고 살기를 제 마음대로 임의로 하야
죽는 사람 같지 않고 무심무사 심상하니
세상사람 생각하면 신음고통 불상하다
도인이라 하는 이는 몸이는 죽더라도
불생불멸 이 마음이 천상인간 자재유희
소요쾌락 한이 없네 제불조사 이른 말슴
추호나 속일소냐 광음이 여류하야
죽는 날이 잠깐이니 부지런이 공부하야
생사대사 면해보세 이 노래를 다 못 마쳐
한등은 명멸하고 사벽송정 수수하니
야이하시오 무인문이라 묵묵히 앉아
헤아려보니 서불진언이요 언불진의라
각필엄권 이만이나 이만 일을 뉘 알소냐
오회라 이 노래를 자세자세 들어보소
부쳐님이 말슴하시기를 부모에게 효성하고
스님네게 공경하고 대중에 화합하고
빌어먹는 사람을 불상히 녁여 조금식이라도 주고
부쳐님께 지성으로 위하고 가난한 사람은
꽃 한 가지라도 꺾어다 놓고 절하던지
돈 한 푼을 놓고 절을 하던지 밥 한 사발을 놓고
위하여도 복을 한없이 받는다 하시고
이 우의 다섯 가지를 지성으로 하여가면
복이 한없다 하시니라
중생은 개미와 이 같은 것도 죽이지 말고

011_0695_a_01L나물 먹고 물마시고 배곱하 누워서도 걱정할 일 바이
011_0695_a_02L업고 헌옷 입고 츱드래도 무엇 다시 걱졍하며 승인
011_0695_a_03L갓다 추드래도 조와할 것 다시업고 고약하다 욕하야도
011_0695_a_04L一호 걱졍 도시 업고 쳔지에 불관이요 생사에 불관이
011_0695_a_05L요 빈부에 불관이요 시비에 불관이요 홀연이 한 무
011_0695_a_06L사인이 되여스니 이것을 부쳐라 하나니라 이 몸을 벗
011_0695_a_07L고 가드래도 가고 오기를 자재하야 쥭고 살기를 제 마음대
011_0695_a_08L로 임의로 하야 쥭는 사람 갓지 안코 무심무사 심상하니
011_0695_a_09L셰상사람 생각하면 신음고통 불상하다 도인이라 하
011_0695_a_10L는 이는 몸똥이는 죽드래도 불생부멸 이 마음이 쳔상
011_0695_a_11L인간 자재유희 소요쾌락 한이 업네 제불조사 이른
011_0695_a_12L말삼 추호나 쇠길소냐 광음여류하야 쥭는 날이
011_0695_a_13L잠깐이니 부지런이 공부하야 생사대사 면해보셰 이 노래를 다
011_0695_a_14L못마치여 한등은 명멸하고 새벽종셩 슈슈하니 야
011_0695_a_15L이하시요 무인문이라 묵묵히 안져 혜아려보니 셔
011_0695_a_16L불진언이요 언불진이라 각필언권 이만이나
011_0695_a_17L이만 이를 뉘 알소냐 오희라 이 노래를 자세자세 드러보소
011_0695_a_18L부쳐님이 말슴하시기를 부모에계 호셩하고 스님네계
011_0695_a_19L공경하고 대즁에 화합하고 비러먹는 사람을 불상
011_0695_a_20L이 여기여 조금식이라도 주고 부쳐님께 지셩으로 위하고 가
011_0695_a_21L난한 사람은 꼿 한 가지라도 꺼거다 노코 졀하든지 돈 한
011_0695_a_22L푼을 노코 졀을 하든지 밥 한 사발을 노코 위하여도 복을
011_0695_a_23L한업시 밧는다 하시고 이 우에 다섯가지를 지셩으로 하
011_0695_a_24L여가면 복이 한업다고 하시니라 즁생은 개미와

011_0695_b_01L남에게 욕하고 언쟎은 소리 말고
머리터럭만한 것도 남의 것 훔치지 말고
조그만큼도 골내지 말고 항상 마음을
착하게 가지고 부드럽게 가지고 내 마음과 몸을
낯우어 가지면 복이 된다 하시니
부쳐님 말슴을 곶이 들을지니라
준제공덕취 적정심상송准提功德聚 寂靜心常誦
일쳬제대란 무릉침시인一切諸大難 無能侵是人
천상급인간 수복여불등天上及人間 受福如佛等
우차여의주 증획무등등遇此如意珠 定獲無等等

나무칠구지불모대준제보살南無七俱胝佛母大准提菩薩
정법계진언淨法界眞言
옴람

호신진언護身眞言
옴치림

관세음보살륙자대명왕진언觀世音菩薩六字大明王眞言
옴마니반메훔

준제진언准提眞言
나무사다남 삼먁삼못다 구치남 다냐타 옴 좌례주레 준제사바하

이차풍송진언덕 일체액란개소멸
수부겸득제호쇄 속성정각도미륜

011_0695_b_01L이 가튼 것도 쥭이지 말고 남에게 욕하고 언짠는 소리
011_0695_b_02L말고 머리털억만한 것도 남의 것 흠치지 말고 조곰망큼
011_0695_b_03L도 골내지 말고 항상 마음을 착하게 가지고 부드럽게 가
011_0695_b_04L지고 내 마음과 몸을 낫추워 가지면 복이 된다 하시니 부쳐
011_0695_b_05L님 말삼을 고지 들을지니라

011_0695_b_06L
쥰제공덕 젹젹심상송 일쳬제대란

011_0695_b_07L무릉침시인 쳔상급인간 슈복여불등

011_0695_b_08L우차여의쥬 증획무등등

011_0695_b_09L
나무칠구지불모대쥰졔보살

011_0695_b_10L
졍법게진언 옴람

011_0695_b_11L호신진언 옴치림

011_0695_b_12L관셰음보살륙자대명왕진언 옴마니반메훔

011_0695_b_13L쥬졔진언 나무사다남 삼먁삼못다 구치남 다냐
011_0695_b_14L타 음 좌례쥬레 쥰졔사바하

011_0695_b_15L
이차풍숑진언덕 일쳬액란개소멸

011_0695_b_16L슈부겸득졔호쇠 속셩뎡각도미륜

011_0695_b_17L
鏡虛尙和集卷之二終

011_0696_a_01L
  1. 440)부귀하던 집〜떠 있어라 : 부귀한 사람, 제왕들이 모두 죽어서 그들이 살던 곳이 적막하다는 뜻이다.
  2. 441)장자 호접이 진여의 일이니 : 장주莊周의 호접몽蝴蝶夢처럼 몽환 같은 세상이 그대로 진여의 세계라는 말이다. 너울너울 날던 것은 나비라 아득한 전생의 일만 같고, 꿈을 깬 것은 몸이라 완연히 환화幻化로다. 라는 문구는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을 인용한 것이다. 장자의 이름이 주周이다. 『장자』 「제물론齊物論」에서 “옛날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데 너울너울 나는 나비라 스스로 즐거워서 자신이 장주인 줄 모르다가 갑자기 꿈을 깨고 보니, 자신은 장주였다. 장주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속에 장주가 된 것인지 알지 못하였다.(昔者, 莊周夢爲蝴蝶, 栩栩然蝴蝶也, 自喩適志與, 不知周也; 俄然覺, 則蘧蘧然周也. 不知周之夢爲胡蝶與胡蝶之夢爲周與.)”라고 하였다.
  3. 442)진흙탕에 꼬리 끌며 노니리라 : 속세에 들어가 화광동진和光同塵하겠다는 뜻이다. 초나라에서 죽은 지 3천 년 되는 신령스러운 거북을 묘당廟堂에 모셔 놓았는데, 장자가 이를 두고 말하기를, “죽어서 뼈다귀로 남아 귀하게 되겠는가? 차라리 살아서 흙탕물 속에 꼬리를 끌겠는가?(寧其死爲留骨而貴乎? 寧其生而曳尾於塗中乎?)”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장자莊子』 「추수秋水」.
  4. 443)구절초 : 구절창포九節菖蒲를 가리킨다. 이 창포는 한 치마다 아홉 개 이상의 마디가 있는 것으로 창포 중에서 가장 상품上品으로 친다. 『포박자抱朴子』 「선약仙藥」에서 “창포는 반드시 돌 위에서 난 것이라야 하고, 한 치마다 아홉 마디 이상이고 자줏빛 꽃이 피는 것이 좋다.(菖蒲生須得石上, 一寸九節已上, 紫花者尤善也.)”라고 하였으며, 사방득謝枋得의 ≺창포가昌蒲歌≻에서 “사람들 말하길 창포는 종류가 많지만 상품인 구절창포는 선약이라고 하네.(人言昌蒲非一種, 上品九節通仙靈.)”라고 하였다.
  5. 444)영수가화令穗嘉禾 : 양두산羊頭山에 하나의 줄기에서 여덟 싹이 난 벼가 있었는데, 염제炎帝가 기이하게 여겨 이를 본떠서 만든 서체인 가화서嘉禾書를 표현한 말인 듯하다. 가화서는 수서穗書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이 절에 중국에서 온 고체古體의 글씨가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듯하다.
  6. 445)시귀蓍龜 : 시초蓍草와 거북이다. 옛날에 점을 칠 때 시초蓍草 또는 거북의 껍질을 사용하였다. 여기서는 점을 뜻한다.
  7. 446)괴국槐國 : 괴안국槐安國의 준말이다. 당나라 때 순우분淳于棼이란 사람이 자기 집 남쪽에 있는 괴槐나무 아래서 술에 취해 자면서 꿈속에 대괴안국大槐安國 남가군南柯郡을 다스리며 20년 동안 부귀富貴를 누리다가 깨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성어로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고도 한다.
  8. 447)골취삼鶻臭衫 : 골취포삼鶻臭布衫의 준말로 중국 북방에 있는 야만족인 회골回鶻 사람의 체취가 배어 있는 베옷을 이르는 말이다. 대혜 종고大慧宗杲의 시중示衆에서 “골취삼을 벗어 버리고, 때에 찌든 모자를 벗어 든다.(脫却鶻臭衫, 拈了灸脂帽.)”라 하였다. 여기서는 냄새나는 더러운 장삼을 말한다.
  9. 448)천주天柱 : 하늘이 내려앉지 않도록 떠받치는 기둥이다. 옛날 전설에 공공씨共公氏가 축융祝融과 싸워서 지자 크게 노하여 머리로 부주산不周山을 떠받드니 부주산이 무너져 하늘을 떠받치고 있던 천주天柱가 부러지고 땅을 붙들어 매고 있던 지유地維가 끊어졌다고 한다. 『사기보史記補』 「삼황본기三皇本紀」.
  10. 449)양등삼천量等三千 : 여래의 몸은 일체 유위有爲·무위無爲 등 제법諸法의 양量과 같다는 뜻에서 양등신量等身이라 한다. 여래의 몸이 삼천대천세계와 같다는 뜻에서 양등삼천이라 하였다.
  11. 450)애석해라 향산의~말해 무엇하랴 : 향산香山은 곤륜산의 이칭이다. 즉 곤륜산에 사는 선인仙人들은 선도仙道는 알지만 부처님을 만나 사자후를 듣지 못했다. 그러나 진여자성인 한 물건만 알면 부처님 시대 앞에 태어나거나 뒤에 태어나서 부처님을 만나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12. 451)버들의 넋 : 유서柳絮, 즉 버들솜을 비유한 말이다.
  13. 452)나비 꿈은~깨기 어려워라 :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을 인용한 것이다. 여기서는 나비가 날아가는 광경을 형용하였다.
  14. 453)기필하고 고집함이 없어 : 『논어』 「자한子罕」에서 “공자는 네 가지가 아주 없었으니, 사사로운 뜻이 없었고 기필하는 마음이 없었고 고집하는 마음이 없었고 나라는 마음이 없었다.(子絶四, 毋意毋必毋固毋我.)” 한 데서 온 말이다.
  15. 454)부석사 : 충청남도 서산의 도비산 부석사이다.
  16. 455)초파리들만 어지럽게 나네 : 대도大道를 모르는 인간들을 비유한 것이다. 공자가 노담老聃을 만나 보고 나와서 안회顔回에게 말하기를, “나는 도에 대해서 마치 항아리 속에 갇힌 초파리 같았다. 선생님께서 그 항아리의 덮개를 열어 주지 않았다면 나는 천지의 큰 전모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丘之於道也, 其猶醯雞與. 微夫子之發吾覆也, 吾不知天地之大全也.)”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장자』 「전자방田子方」.
  17. 456)과구窠臼를 벗어~굽히기는 마찬가지일세 : 과구는 기존 형식이나 틀을 말한다. 즉 불법佛法의 형식과 틀을 벗어나더라도 그물을 벗어난 물고기가 물속에 있듯이 여전히 잘못됨을 면치 못한다는 뜻이다.
  18. 457)서리를 밟으면 얼음이 이르니 : 『주역』 「곤괘坤卦」에서 “초육은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이른다.(初六, 履霜堅氷至.)”라 하였다.
  19. 458)풀무로 온갖 방법 써서 정련하건만 : 선사禪師가 선객을 단련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벽암록』 39칙 수시垂示에서 “백련정금을 단련하고자 하여 작가의 풀무질을 보이노라.(欲煆百鍊精金, 垂示作家鑪鞴.)” 하였다.
  20. 459)무여無餘 : 번뇌가 남김없이 사라진 무여열반無餘涅槃을 뜻한다.
  21. 460)바로 이것이니 : 동산 양개洞山良价가 스승인 운암雲巖이 입적할 때 “스님이 돌아가신 뒤에 누가 ‘스님의 참모습을 그릴 수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라고 물으니, 운암이 가만히 있다가 “다만 이것이니라.(只這是)”라고 하였다. 동산이 그 뜻을 알지 못하다가 훗날 시내를 건너다가 자기 그림자를 보고는 크게 깨달았다. 그 뒤 동산이 운암의 제사를 지낼 때 어느 스님이 “스님은 처음에 남전南泉 스님을 뵙고 발심을 하셨는데, 왜 운암 스님의 제사를 지냅니까?”라고 하니, 동산이 “나는 선사先師의 도덕과 불법을 중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선사께서 나를 위해 설파해 주시지 않은 것을 중히 여길 뿐이다.(我不重先師道德佛法, 祇重他不爲我說破.)”라고 하였다. 그 스님이 “스님은 선사를 위해 제사를 지내니, 도리어 선사를 긍정하십니까?”라고 하니, 동산이 “반은 긍정하고 반은 긍정하지 않노라.”라고 하였다. “어찌하여 모두 긍정하지 않습니까?”라고 하니, 동산이 “만약 모두 긍정하면 선사를 저버리게 된다.(若全肯, 即孤負先師也.)”라고 하였다. 『서주동산양개선사어록瑞州洞山良价禪師語錄』. 여기서는 경허가 북방으로 종적을 감춘 뒤에 한암이 평안도 맹산孟山 우두암牛頭庵에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다가 개오하였기 때문에 이 고사를 인용하여 비록 경허에게 인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경허를 스승으로 삼는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22. 461)약상弱喪:약상은 고향을 잃은 사람이란 의미로, 여기서는 본래의 불성佛性을 망각한 사람이란 뜻으로 쓰였다. 『장자』 「제물론齊物論」의 “내 어찌 삶을 좋아하는 것이 미혹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으며, 내 어찌 죽음을 싫어하는 것이 마치 어려서 고향을 잃은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갈 줄 모르는 것이 아님을 알겠는가.(予惡乎知說生之非惑邪? 予惡乎知惡死之非弱喪而不知歸者邪?)”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23. 462)소를 모는 것이 오대산 성인 : 오대산 성인은 문수보살이다. 당나라 때 무착 선사無著禪師가 남방인 항주杭州로부터 문수보살文殊菩薩을 알현하기 위해 북방인 오대산에 당도하여 소를 몰고 가는 한 노인을 만났는데, 그 노인이 문수보살이었다 한다. 그 노인이 무착에게 “어디서 왔는가?” 하자, 무착이 “남방에서 왔습니다.” 하고, 이어서 묻기를 “북방의 불법은 어떻게 주지住持합니까?” 하니, 그 노인이 “용사龍蛇가 혼잡하고 범성凡聖이 동거한다.”라고 하므로, 무착이 “그것이 얼마나 됩니까?” 하자, 노인이 “전삼삼前三三 후삼삼後三三이다.”라고 했다 한다.
  24. 463)북을 치는 여암呂巖 선인 : 여암은 당나라 때 경조京兆 사람으로, 전설에 나오는 팔선八仙 중 한 사람이다. 자는 동빈洞賓이고 호는 순양자純陽子이다.
  25. 464)홍양洪陽 : 충청남도 홍주洪州의 이칭이다.
  26. 465)가야산 :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해미면과 예산군 덕산면 경계에 있는 산이다.
  27. 466)나박천羅朴川 : 충청남도 덕산군德山郡 나박소면羅朴所面에 있는 시내이다.
  28. 467)유성維城 : 『시경』 「대아大雅」 ≺판板≻의 “종자는 나라의 성이다.(宗子維城)”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왕자 또는 왕족을 가리킨다.
  29. 468)황극皇極 : 『서경』 「하서夏書」 ≺홍범洪範≻의 “다섯째는 황극이니, 황제는 그 표준을 세움이 있어야 한다.(五皇極, 皇建其有極.)”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제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법도이다.
  30. 469)마음 거울이 먼 곳을 비추누나 : 부석사의 누각에 올라 앉아 있으니 먼 곳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을 표현하였다.
  31. 470)용을 베는:공연히 크고 쓸모없는 재주를 뜻하는 말로, 『장자』 「열어구列禦寇」의 “주평만朱泙漫이 용 잡는 기술을 지리익支離益에게 배우는데 천금의 재산을 다 없애고 3년 만에 기술은 배웠으나 그 기술을 쓸 곳이 없었다.(朱泙漫學屠龍於支離益, 單千金之家, 三年技成, 而無所用其巧.)”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32. 471)고양이 그리는 :법문에 따라 참구함을 비유한 것이다. 『선요禪要』에 화두에 따라 참구하는 것을 비유하여 “당장에 화법畵法에 따라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하여 그리고 그려서 뿔과 얼룩무늬가 있는 곳, 심식의 길이 끊어진 곳, 사람과 법을 모두 잊은 곳에 이르면 붓 끝 아래 산 고양이가 뛰쳐나올 것이다.(直下依樣畵猫去, 畵來畵去, 畵到結角羅紋處, 心識路絶處, 人法俱忘處, 筆端下, 驀然突出箇活猫兒來.)”라고 하였다.
  33. 472)돌아보건대 하루살이~속에 거두어지리 : 만물은 모두 천지의 원기元氣가 운행하여서 빚어진 것이니, 덧없는 삶들이 결국은 모두 죽어서 천지의 원기 속에 들어가고 말 것이라는 뜻이다.
  34. 473)앞 부처 : 도비산 부석사를 창건한 신라 의상 대사를 가리킨다.
  35. 474)뒤 스님 : 도비산 부석사를 중건한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무학 대사를 가리킨다.
  36. 475)삼분의 쥐 : 바람에 불려 구르는 나뭇잎이 쥐를 조금 닮았음을 뜻하는 듯하다. 『금병매사화金瓶梅詞話』에 “삼분은 사람 같고 칠분은 귀신 같다.(三分似人, 七分似鬼.)”라는 말이 있다.
  37. 476)신령한 조개 : 지문 선사智門禪師에게 어떤 스님이 “어떤 것이 반야의 본체입니까?”라고 물으니, 선사가 대답하기를 “조개(蚌)가 달을 머금었느니라.(蚌含明月)” 하였다.
  38. 477)연하를 반쪽 나누어 준다면 : 경치 좋은 한 구역을 마음 맞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 함께 은거하는 것을 뜻한다. 송나라 장영張詠이 벼슬하지 않고 있던 시절, 화산華山에 은거하고 있는 희이 선생希夷先生 진단陳摶을 만나서 “원컨대 화산 반쪽을 나누어 살고 싶은데 되겠습니까?” 하니, 진단이 “공에게는 당연히 그렇게 해 줄 수 있지.” 하였던 데서 유래하였다. 성어로는 분산分山 또는 분화分華라 한다.
  39. 478)≺창랑가滄浪歌≻ : 창랑滄浪은 강물 이름으로 한수漢水 동쪽 부분을 가리킨다. ≺창랑가≻는 춘추시대에 어떤 아이가 지어 불렀다는 노래인데, 그 노래에서 “창랑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을 만, 창랑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을 만.(滄浪之淸兮, 可以濯我纓; 滄浪之濁兮, 可以濯我足.)”이라고 하였다. 『맹자』 「이루離婁 상」. 용정강 가에서 지은 작품이기 때문에 강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창랑가라 한 것이다.
  40. 479)가벼운 먼지를 적셨구나 : 당나라 왕유王維의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에서 “위성의 아침 비가 가벼운 먼지를 적시니, 객사에 푸릇푸릇 버들 빛이 싱그럽네.(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41. 480)다행히 성性 스님은~다르지 않다네 : 대열반의 경계는 식정識情으로 알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분별하여 알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도를 아는 것이니, 웅진이 원래 공주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42. 481)아지랑이를 여의지~붕새가 돌아오네 :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붕새가 남쪽 바다로 옮겨 갈 때 날개 물결을 치는 것이 3천 리요,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리를 올라가 여섯 달을 가서야 쉰다. 아지랑이와 먼지는 생물이 숨을 부는 것이다.(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摶扶搖而上者九萬里, 去以六月息者也, 野馬也, 塵埃也, 生物之以息相吹也.)”라 하여 구만리 하늘을 날아오르는 붕새와 그 아래 세상에서 숨을 쉬고 사는 생물을 대비하였다.
  43. 482)개중箇中 : 여기란 말인데 진여자성의 당처當處를 가리킨다.
  44. 483)어느 산~거침없이 노니리 : 고요한 산을 찾아 한가로이 지내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데, 불법의 깊은 뜻을 알면 사람들이 많은 십자로十字路를 거침없이 다녀도 마음은 한가롭다는 뜻이다.
  45. 484)고금에 전해 오는~문 앞에 있어라 : 고금의 모든 진리라 하는 것들은 참된 진여眞如의 문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뜻이다.
  46. 485)수중의 낚싯바늘 : 본분 종사宗師의 수단을 뜻한다. 『벽암록』 2칙 평창評唱에서 “낚시 바늘의 뜻을 잘 살피고 저울의 눈금을 잘못 알지 마라.(識取鉤頭意, 莫認定盤星.)”라고 하였다.
  47. 486)겁석劫石 : 반석겁盤石劫의 준말이다. 불경에 나오는 비유로 사방, 상하의 길이가 40리나 되는 큰 바위에 장수 천인長壽天人이 백 년마다 한 번씩 지나가면서 가벼운 옷자락으로 그 바위를 스쳐서 바위가 다 닳는 기간을 1겁이라 한다.
  48. 487)금오金烏 : 해의 이칭이다.
  49. 488)석인石人 : 돌로 된 사람이란 말로 무심無心한 경지를 뜻한다. 즉 정식情識이 일어나되, 일어남이 없는 경지를 석인으로 표현하였다.
  50. 489)≺무생곡無生曲≻ : 무생은 생멸生滅이 없는 열반涅槃, 해탈의 경지이다. 즉 깨달은 세계를 노래한 것이다.
  51. 490)뉘라서 대도는~않다 했느뇨 : 『중용장구中庸章句』 13장에서 “도는 사람과 멀지 않나니, 사람이 도를 행하면서 사람과 멀면 도라고 할 수 없다.(道不遠人, 人之爲道而遠人, 不可以爲道.)”라고 하였다.
  52. 491)서루書樓 : 본래는 장서藏書하는 누각 또는 독서하는 누각을 뜻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작자가 오는 도중에 누각에서 글을 지었기 때문에 서루라 한 듯하다.
  53. 492)발 씻고~청탁淸濁에 맡기노니 : 춘추시대에 어떤 아이가 노래하기를, “창랑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을 것이요, 창랑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淸兮, 可以濯我纓. 滄浪之濁兮, 可以濯我足.)”라고 하였는데,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저 노래를 들어 보라. 물이 맑으면 갓끈을 빨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니, 이는 물이 자초自招하는 것이다.(小子聽之! 淸斯濯纓, 濁斯濯足矣. 自取之也.)”라고 하였다. 이는 원래 사람이 모욕을 당하는 것은 그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는 뜻으로 말한 것인데, 여기서는 작자가 세상이 맑든 흐리든 내맡겨 두고 유유자적하겠다는 뜻으로 말하였다.
  54. 493)어리御李 : 이응李膺의 수레를 몰았다는 말로, 당대에 이름이 높은 명사名士를 만났음을 뜻한다. 후한後漢의 이응李膺은 성품이 고고하여 다른 사람과 교제하지 않고 오직 순숙荀淑만 스승으로 삼고 진식陳寔을 벗으로 했다. 순숙의 아들 순상荀爽이 어느 날 이응을 찾아뵙고 그의 수레를 몰았는데, 돌아와서는 기뻐하여 “오늘에서야 비로소 이 군李君을 모실 수 있었다.(今日乃得御李君矣)”라고 말한 고사에서 유래한다. 『통감절요通鑑節要』 20권.
  55. 494)구슬을 찾은 망상 : 망상罔象은 『장자』에는 상망象罔으로 되어 있다. 황제黃帝가 적수赤水 북쪽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현주를 잃어버렸는데, 아무도 찾지 못했고 상망만이 찾아냈다고 한다. 『장자』 「천지天地」. 상象은 비무非無, 망罔은 비유非有를 뜻한다. 즉 무심無心을 비유한 것이다.
  56. 495)꿈속에 들어갔던 진생陳生 : 진생은 당나라 진계경陳季卿을 가리킨다. 강남江南 사람인 진계경이 장안長安에 와서 살면서 10년 동안을 돌아가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청룡사靑龍寺에 갔다가 벽에 그려져 있는 환영도寰瀛圖를 보면서 “이것을 얻어서 빨리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곁에 있던 어떤 늙은이가 빙긋이 웃으면서 “그게 뭐가 어렵겠는가.” 하고는 계단 앞의 대나무를 꺾어서 그림에 있는 위수渭水 속에 놓은 다음 진계경에게 말하기를, “이곳을 주목해 보면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였다. 이에 진계경이 그것을 보고 있자 어느 사이에 배를 타고 집에 도착하여 가족들을 만나 보고 다시 청룡사로 돌아왔는데, 그때까지도 그 늙은이는 그곳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고 한다. 『이문실록異聞實錄』.
  57. 496)송백의 세한歲寒 가지 : 혼란한 세상이나 곤궁한 처지에 지조를 잃지 않는 군자의 마음을 비유한 것이다. 공자가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논어』 「자한子罕」.
  58. 497)바다에서 구슬을 찾는 : 어떤 사람이 바닷물 속에 들어가서 보배 구슬을 얻어오자 그의 아버지가 “천금의 값어치가 있는 구슬은 반드시 깊은 못 속에 숨어 사는 흑룡의 턱 밑에 있다. 네가 그 구슬을 얻은 것은 필시 그 용이 잠든 때를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흑룡이 깨어났더라면 네가 어찌 살아남았겠느냐?(夫千金之珠, 必在九重之淵而驪龍頷下. 子能得珠者, 必遭其睡也. 使驪龍而寤, 子尙奚微之有哉?)”라고 했다. 『장자』 「열어구列禦寇」. 위험을 무릅쓰고 임금의 총애를 얻어 높은 벼슬에 오르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59. 498)눈길 가는~만방이 분주해라 : 『장자』 「소요유逍遙遊」에서 “붕새가 남쪽 바다로 옮겨 갈 때 날개 물결을 치는 것이 3천 리요,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리를 올라가 여섯 달을 가서야 쉰다.” 하였다. 자신이 먼 길을 떠남을 비유한 말이다. 꿈속의 개미굴은 인생이 한바탕 꿈이라는 남가일몽南柯一夢의 고사를 인용하였다. 당나라 때 순우분淳于棼이란 사람이 술에 취하여 느티나무 아래에서 잠을 잤다. 꿈에 대괴안국大槐安國의 남가군南柯郡을 다스리면서 20년간이나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깨어나니, 한바탕 꿈이고 나무 아래 개미굴에는 개미들이 분주히 드나들고 있었다. 꿈속에 자신이 다스렸던 남가군은 바로 느티나무 남쪽 가지 아래에 있는 개미굴이었던 것이다. 『남가기南柯記』. 즉 먼 길을 떠나 장도에 오르지만 돌아보면 인생은 덧없는 한바탕 꿈이란 뜻이다.
  60. 499)3척 거문고에~지음知音이 없으리니 : 춘추시대에 금琴을 잘 연주했던 백아伯牙가 자기의 음악을 알아듣던 지음知音의 벗 종자기鍾子期가 죽자 금 소리를 들을 사람이 없다 하여 금의 현絃을 모두 끊고 다시는 타지 않았다는 고사를 원용하였다. 『열자』 「탕문湯問」. 여기서는 이제 수익 스님과 이별하면 지음의 벗이 없다고 하면서 석별의 정을 말하고 있다.
  61. 500)절류折柳 : 석별을 뜻하는 말로, 한漢나라 사람들이 송별할 때 장안 동쪽에 있던 파교灞橋에 이르러 버들가지를 꺾어 주었던 데서 유래하였다. 이 고사로 말미암아 석별의 마음을 노래한 ≺절양류折楊柳≻란 고대의 악곡이 있다. 이백李白의 ≺춘야낙성문적春夜洛城聞笛≻에서 “그 누가 몰래 옥피리를 불어서, 그 소리 봄바람에 흩어 넣어 낙양성에 가득하게 하나. 이 밤 곡조 속에 절양류 소리 들리니, 그 누군들 고향 생각 아니 일어날손가.(誰家玉笛暗飛聲, 散入春風滿洛城. 此夜曲中聞折柳, 何人不起故園情.)”라고 하였다.
  62. 501)청조靑鳥가 날아오더니~신선이 오셨구려 : 청조는 파랑새로 선녀인 서왕모西王母의 사자라 한다. 『한무고사漢武故事』에 나오는 얘기이다. 7월 7일에 갑자기 청조가 서방에서 날아와 승화전承華殿 앞에 내려앉자, 한 무제가 동방삭에게 까닭을 물으니 동방삭이 말하기를, “서왕모가 오려는 것입니다.”라고 하였고, 한참 뒤에 과연 서왕모가 왔다고 한다. 여기서는 영호당이 찾아온 것을 비유한다.
  63. 502)법당 곁~용이 늙겠고 : 소나무의 구불구불한 줄기는 용의 몸통을 닮았고, 껍질은 용의 비늘을 닮았다 하여 소나무를 용에 비유한다.
  64. 503)내 낀~귀신인 듯 : 바위가 안개에 가려진 채 하늘에 솟아 있는 것이 푸른빛을 띤 귀신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65. 504)죽은 승려 너무도 애통해 : 작자가 도착했을 때 수도암에 한 승려가 입적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66. 505)옥촉玉燭 : 사시四時의 기운이 화창한 것으로, 태평성세를 형용한 말이다. 『이아爾雅』 「석천釋天」에서 “사시의 기운이 화창한 것을 일러 옥촉이라 한다.”라고 하였다.
  67. 506)진종일 덕담을~사람이 없구나 : 세쌍둥이가 있는 집에 갔건만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아이에 대한 덕담을 들을 사람이 없다는 뜻인 듯하다.
  68. 507)동산에 가득한 소나무와 국화 :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고향집을 형용하여 “세 오솔길 정원은 황폐해도 소나무와 국화는 그대로 있네.(三逕就荒, 松菊猶存.)”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69. 508)도회韜晦 : 자신의 재능과 학식을 감추고 어리석은 듯이 처세하는 것이다.
  70. 509)저물지 않아~내려오는 게고 : 표범의 눈에서 반사되는 빛이 움직이는 것이 어둠 속에 보이는 것을 형용하였다.
  71. 510)단지 예전에~보았기 때문일세 : 동학사에서 오도한 것을 말한다. 화두를 조사관祖師關, 즉 조사의 관문이라 하므로 화두를 타파한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72. 511)매국보梅菊譜 : 매화와 국화 같은 꽃의 종류에 대해 써 놓은 책이다. 은자들이 꽃을 가꾸는 데 필요한 책이다.
  73. 512)학란금鶴鸞琴 : 학과 난새는 신선이 타는 것이며, 그 울음소리가 맑다. 신선이 타는 거문고란 뜻으로 학란금이라 한 듯하다.
  74. 513)창평昌平 : 전라남도 담양군潭陽君에 있는 면面이다.
  75. 514)꾀꼬리는 교목에 오르고 : 『시경』 「소아小雅」 ≺벌목伐木≻에서, “나무 베는 소리 쩡쩡 울리거늘, 꾀꼬리는 지저귀누나. 깊은 골짜기에서 나와 높은 나무로 옮겨 가도다.(伐木丁丁, 鳥鳴嚶嚶. 出自幽谷, 遷于喬木.)”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76. 515)정평定平 : 함경남도 정평군이다.
  77. 516)이백李白이 형주荊州를 알고자 했던 : 당대의 명사를 알고자 하는 마음을 뜻하는 말로 상대방을 만나고자 하는 마음을 뜻한다. 당나라 원종元宗 때 사람인 한조종韓朝宗이 형주 자사荊州刺史일 때 이백李白이 편지를 보내어 “살아서 만호후에 봉할 필요는 없고, 다만 한번 한 형주를 알고자 합니다.(生不用封萬戶侯, 但願一識韓荊州.)”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알고자 한다는 것은 만나서 면식面識을 가지고자 한다는 뜻이다. 『고문진보후집古文眞寶後集』 「여한형주서與韓荊州書」.
  78. 517)장경長卿이 인상여藺相如 흠모한 : 인상여는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명신으로 화씨벽和氏璧을 지킨 이야기가 유명하다. 사마상여司馬相如는 한漢나라 때 문장가인데 인상여를 매우 사모하여 자기 이름을 상여相如로 고쳤다고 한다.
  79. 518)눈 내리는 밤 배를 타고 찾아오겠다 : 진晉나라 때 왕자유王子猷가 눈 내리는 밤 불현듯 섬계剡溪에 사는 벗 대안도戴安道가 생각나서 작은 배를 타고 찾아갔다가는 문 앞에서 다시 돌아오기에 그 까닭을 물으니, “내가 본래 흥에 겨워 왔다가 흥이 다하여 돌아가는 것이니, 대안도를 보아 무엇 하겠는가.” 하였다는 고사가 있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임탄任誕」. 여기서는 벗을 찾아간다는 뜻을 표현하였다.
  80. 519)초미금焦尾琴 : 후한後漢 때 음률에 조예가 깊었던 채옹蔡邕이 오吳 땅에서 오동나무로 불을 때는 것을 보았는데, 채옹蔡邕이 나무가 타는 소리를 듣고는 “이는 거문고의 좋은 재목이다.” 하여 그 나무를 달라고 하여 거문고를 만들었는데, 끝부분에 불에 탄 흔적이 있었으므로 초미금焦尾琴이라 이름했다 한다. 『한서漢書』 60권 「채옹열전蔡邕列傳」. 여기서는 실제로 거문고를 연주한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지음知音의 벗이라 생각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81. 520)계수나무 향기는~영은사에 흩날리고 : 영은사靈隱寺는 절강성浙江省 항주杭州 서호西湖 서북쪽 영은산에 있는 절이다. 당나라 송지문宋之問의 ≺영은사靈隱寺≻에 나오는 “계수 열매가 달에서 떨어지니 하늘 향기가 구름 밖에 나부끼네.(桂子月中落, 天香雲外飄.)”라는 시구가 유명하다. 여기서는 산사의 정취를 표현하였다.
  82. 521)영락한 신선은~적성赤城에 돌아왔어라 : 적성은 중국 절강성 천태현天台縣에 있는 산이다. 도교의 전설에 의하면 적성산 아래 단동丹洞이 있어 단丹이 풍족하다고 한다. 『초학기初學記』 「등진은결登眞隱訣」. 도교의 전설 속에 나오는 삼십육동천三十六洞天의 하나로, 진晉나라 손작孫綽이 「유천태산부遊天台山賦」에서 “적성의 붉은 노을이 일어나며 절로 표지가 세워진다.(赤城霞起而建標)”라고 표현한 뒤로 선경仙境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신선은 상대방 연은을 가리킨다.
  83. 522)양기陽氣를 타고났으니 : 『주역』에 의하면, 양陽의 기운을 타고난 사람은 군자가 되고 음陰의 기운을 타고난 사람은 소인이 된다고 한다.
  84. 523)소선蘇仙이 손님을~의상을 입는다 : 소선은 소식蘇軾을 가리키는 말이다. 현학玄鶴은 검은 학이다. 여기서 소선이 손님을 보낼 때 옷이란 학창의鶴氅衣를 말한다. 소식의 「후적벽부後赤壁賦」에서 “돌아와서 배에 올라 중류에 이르러 배가 그치는 대로 가서 쉬니, 때는 한밤중이라 사방이 고요하였다. 마침 외로운 학 한 마리가 강을 가로질러 동쪽에서 날아오더니, 날개는 수레바퀴만 하고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끼룩끼룩 길게 소리 내어 울며 나의 배를 스쳐서 서쪽으로 날아갔다. 얼마 있다가 손님들은 모두 돌아가고 나도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어떤 도사가 새털로 만든 옷을 펄럭이며 날아서는 임고정臨皐亭 아래를 지나와 내게 읍을 하고는 ‘적벽에서의 놀이가 즐거웠소?’ 하고 물었다. 그의 이름을 물으니, 머리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내가 ‘아하, 내가 알았다. 지난밤에 길게 울면서 나를 스쳐 날아간 것이 바로 그대가 아니오?’ 하니, 도사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나도 잠을 깨어 방문을 열고 내다보니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反而登舟, 放乎中流, 聽其所止而休焉. 時夜將半, 四顧寂寥, 適有孤鶴, 橫江東來, 翅如車輪, 玄裳縞衣, 戞然長鳴, 掠予舟而西也. 須臾客去, 予亦就睡, 夢一道士羽衣翩躚, 過臨皐之下, 揖予而言曰: “赤壁之遊, 樂乎?” 問其姓名, 俛而不答. “嗚呼噫嘻! 我知之矣. 疇昔之夜, 飛鳴而過我者, 非子也耶?” 道士顧笑, 予亦驚悟, 開戶視之, 不見其處.)”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85. 524)곡구谷口에서 밭 갈고:은자로 살고 있음을 뜻한다. 곡구는 지명으로 은자가 사는 곳을 뜻한다. 양웅揚雄의 『법언法言』 「문신問神」에서 “곡구의 정자진은 뜻을 굽히지 않고 암석 아래에서 밭을 갈며 살았는데 그 이름이 경사에 진동하였다.(谷口鄭子眞, 不屈其志而耕乎巖石之下, 名震于京師.)” 하였다. 정자진은 전한前漢 사람 정박鄭璞으로 자가 자진子眞이다.
  86. 525)강가의 풀에 본래 길손이 꿈꾸느니 : 타향을 떠도는 길손이 고향에 돌아가고픈 마음을 형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보杜甫의 ≺수愁≻에서 “강의 풀은 날마다 시름을 불러일으키나니, 무협의 물은 맑게 흘러 세상의 정이 아니로다.(江草日日喚愁生, 巫峽泠泠非世情.)” 하였다. 이는 고향에 돌아가고픈 마음을 형용한 것으로, 그 의사意思가 한나라 회남淮南 소산小山의 ≺초은사招隱士≻에서 “왕손이 떠나가 돌아오지 않음이여, 봄풀은 자라서 무성하네.(王孫遊兮不歸, 春草生兮萋萋.)”라고 한 것에서 온 것이다. 『두시택풍당비해杜詩澤風堂批解』 17권.
  87. 526)푸른 눈이 생기고 : 시냇물이 빗줄기에 떨어져 거품이 생기는 것을 이렇게 형용하였다.
  88. 527)종남終南 : 평안북도 강계군 종남면終南面을 가리키는 듯하다. 종남면 한전동에 작자의 지기인 담여 김탁이 살았다.
  89. 528)「하동부河東賦」 : 한漢나라 성제成帝가 군신을 거느리고 대하를 건너 분음汾陰에 가서 후토后土에 제사를 지내고 돌아오는 길에 서악西岳에 올라 멀리 팔방을 바라보면서 아득한 옛날 요순시대의 태평성대를 생각하였다. 성제를 수행했던 양웅揚雄이 ‘냇가에서 물고기를 보고 부러워하는 것은 빨리 돌아가 그물을 짜는 것만 못하다.(臨川羨魚, 不如歸而結罔.)’라고 생각하고, 돌아와서 곧바로 「하동부河東賦」를 지어 올려 성제에게 성왕聖王의 정치를 하도록 권면했다. 『한서漢書』 87권 「양웅전揚雄傳」.
  90. 529)신흥新興 : 함경남도 신흥군이다.
  91. 530)칠원漆園이 꿈속에 나비 되었던 : 칠원은 칠원 지방에서 관리로 있었던 장자를 가리킨다. 너울너울 날던 것은 나비라 아득한 전생의 일만 같고, 꿈을 깬 것은 몸이라 완연히 환화幻化로다. 라는 문구는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을 인용한 것이다. 장자의 이름이 주周이다. 『장자』 「제물론齊物論」에서 “옛날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데 너울너울 나는 나비라 스스로 즐거워서 자신이 장주인 줄 모르다가 갑자기 꿈을 깨고 보니, 자신은 장주였다. 장주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속에 장주가 된 것인지 알지 못하였다.(昔者, 莊周夢爲蝴蝶, 栩栩然蝴蝶也, 自喩適志與, 不知周也; 俄然覺, 則蘧蘧然周也. 不知周之夢爲胡蝶與胡蝶之夢爲周與.)”라고 하였다.
  92. 531)말을 잃은~어이 알리오 :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를 인용하였다.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에서 “변방에 사는 노인의 말이 도망쳐서 오랑캐 땅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모두 위로하였는데, 그 노인은 태연하게 ‘이것이 도리어 복이 될지 어떻게 알겠는가’ 하였다. 몇 달 뒤에 그 말이 오랑캐의 준마 여러 마리를 데리고 돌아왔다.” 하였다.
  93. 532)학은 돌아갔는데~배우지 않느뇨 : 도연명陶淵明의 『수신후기搜神後記』에서 “정령위丁令威는 본래 요동 사람으로 영호산靈虎山에서 도를 배워 신선이 되었다. 그가 뒤에 학이 되어서 성문 앞의 큰 기둥인 화표華表에 앉아 있었는데, 어떤 소년이 활로 쏘려고 하자 학이 날아서 공중을 배회하며 말하기를, ‘새여, 새여! 정령위로다. 집을 떠난 지 천년 만에 이제야 돌아오니, 성곽은 옛적과 같은데 백성은 그때 사람이 아니로구나. 어이하여 신선술을 배우지 않아 무덤만 즐비한고?’ 하고는 날아가 버렸다.” 하였다.
  94. 533)노중련魯仲連이 바다 밟았던 : 절의를 지키며 죽는 것을 뜻한다. 노중련은 전국시대 제나라의 고사高士이다. 그가 조나라에 가 있을 때 진나라 군대가 조나라의 서울인 한단邯鄲을 포위했다. 이때 위나라가 장군 신원연新垣衍을 보내 진나라 임금을 천자로 섬기면 포위를 풀겠다고 하였다. 이에 노중련이 신원연을 만나서 “진나라가 방자하게 천자를 참칭僭稱하여 천하를 다스린다면 나는 동해를 밟고 빠져 죽겠다.” 하니, 신원연이 이 말을 듣고 군사를 퇴각시켰다. 『사기史記』 83권 「노중련추양열전魯仲連鄒陽列傳」.
  95. 534)부모님 고향을~걸음걸음 더디어라 : 고국을 어쩔 수 없이 떠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맹자가 “공자가 제나라를 떠날 때는 일어 놓은 쌀을 건져서 급히 떠났고, 노나라를 떠날 때는 ‘더디어라, 나의 떠남이여’라고 하였으니, 이는 부모의 나라를 떠나는 도리이다.(孔子之去齊, 接淅而行; 去魯, 曰遲遲吾行也, 去父母國之道也.)” 한 것을 인용하였다. 『맹자』 「만장萬章 하」.
  96. 535)소리 없는 하늘 : 『시경』 「대아大雅」 ≺문왕文王≻에서 “하늘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上天之載, 無聲無臭.)”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중용』에도 실려 있다.
  97. 536)오운五雲 : 오색구름으로 제왕의 기운을 상징한다. 한 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제위에 오르기 전에도 그가 가는 곳에는 어디고 오색구름이 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98. 537)이 시는 경허가 동학사에서 오도한 뒤 천장암에서 소위 보임을 마친 뒤에 읊은 것으로, 자신의 경계를 ≺오도송≻과는 또 다른 형태로 간약簡約하고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봄이 오면, 청산 속이든 저잣거리든 어느 곳이고 꽃이 피듯이 속세와 청산이 본래 둘이 아니고 한 공성空性일 뿐이다. 그래서 한암漢巖은 「선사 경허 화상 행장先師鏡虛和尙行狀」에서 경허는 이 게송을 읊은 뒤로 산을 내려가 저잣거리에서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청산 속에서 한가로이 선열禪悅을 즐기기도 했다고 하였다.
  99. 538)일구一句 : 일구자一句子라고도 한다. 향상向上의 일구로서, 상대적인 이치를 표현한 언구가 아니라 언어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진여의 당처를 의미한다.
  100. 539)양머리 걸어 놓고 개고기 판 게 : 내세우는 명분과 실제 내용이 다름을 비유한 말이다.
  101. 540)나귀의 해를 보내노라 : 나귀는 십이간지十二干支에는 없는 동물이다. 따라서 나귀의 해란 없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본래 없고 온 우주가 하나의 공성空性일 뿐이고 보면, 탐진치 삼독도 그 자성自性이 따로 없어 자체가 본래 공하다. 따라서 탐진치 번뇌가 일어나되, 탐진치 번뇌가 본래 없는 상태에서 본래 없는 세월을 보낸다는 것이다.
  102. 541)영규靈圭 스님 지난 자취 : 임진왜란 때 승병장이었던 기허당騎虛堂 영규 대사의 사적비가 1840년에 보석사 입구에 건립되었다. 영규 대사가 보석사 의선각毅禪閣에 주석했다 한다.
  103. 542)제2권 주 58 ‘송백의 세한 가지’ 참조
  104. 543)응허당應虛堂 : 법명은 한규漢奎이며, 1887년에 도봉산 원통암圓通庵을 중창하였다. 『한불전』에는 남전 한규南泉翰奎에게 준 시로 되어 있는데, 한규라는 법명의 독음이 같아서 생긴 착오일 듯하다.
  105. 544)고운孤雲이 그 옛날~않도록 끊었지 : 신라 말엽 고운 최치원崔致遠이 가야산에 있을 때 지은 ≺가야산 독서당에서(題伽倻山讀書堂)≻에서 “바위 사이를 미친 듯 치달려 겹겹 봉우리 속에 울부짖으니, 사람 말은 지척에도 분간하기 어려워라. 세속의 시비 소리 귀에 이를까 저어하여 흐르는 시냇물로 산 둘러싸게 했네.(狂奔疊石吼重巒, 人語難分咫尺間. 却恐是非聲到耳, 故敎流水盡籠山.)”라고 하였다.
  106. 545)지초芝草 노래 : 은자의 노래를 뜻한다. 진秦나라 말엽에 동원공東園公·기리계綺里季·하황공夏黃公·녹리 선생甪里先生 네 사람이 폭정을 피해 상산商山에 들어가서 은거하였다. 이 네 사람을 상산사호商山四皓라 부른다. 이들이 불렀다는 노래가 ≺자지가紫芝歌≻인데, 여기서 온 말이다. 그 가사에서 “빛깔이 고운 영지버섯이여, 배고픔을 달랠 수 있네. 요순의 시대는 멀어졌으니, 우리들이 장차 어디로 돌아갈거나. 고관대작들은 근심이 매우 크네. 부귀하면서 사람들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빈천해도 내 뜻대로 사는 편이 더 낫네.(曄曄紫芝, 可以療飢. 唐虞世遠, 吾將何歸? 駟馬高蓋, 其憂甚大. 富貴之畏人, 不如貧賤之肆志.)”라고 하였다.
  107. 546)俗離山末寺
  108. 547)경허가 천장암에서 보임하면서 이 시를 지어 당시에 선지식으로 이름난 허주 스님에게 보내어 자신을 인가해 줄 수 있는지를 시험했는데, 허주 스님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경허는 ≺오도가悟道歌≻에서 “사방을 돌아봐도 사람이 없으니 의발을 누가 전해 줄거나. 의발을 누가 전해 줄거나. 사방을 돌아봐도 사람이 없구나.(四顧無人, 衣鉢誰傳. 衣鉢誰傳, 四顧無人.)”라고 크게 탄식했다고 한다.
  109. 548)환성喚醒 노사 : 지안志安(1664〜1729)의 법호가 환성이다. 월담 설제月潭雪霽의 법을 이었다.
  110. 549)금을 던지는 듯한 : 진晋나라 손작孫綽이 「천태산부天台山賦」를 지어 놓고 친구 범영기范榮期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이 글을 땅에 던져 보게. 금석金石의 소리가 날 것일세.(卿試擲地, 當作金石聲.)”라고 한 데서 온 말로 뛰어난 시문詩文을 뜻한다.
  111. 550)강계 : 작자의 지기知己인 담여淡如 김탁金鐸(1872〜1941)이 살던 곳이다.
  112. 551)깊은 산골~줄 알겠고 : 깊은 산골에서는 친구를 만나러 출타하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첩거하는 것이 싫지 않으니, 자신이 늙어서 젊을 때와 같지 않음을 알겠다는 뜻이다.
  113. 552)면가정眄柯亭 : 담여 김탁이 사는 곳에 있는 정자이다. 면가眄柯는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술병과 잔 가져다 스스로 술을 따라 마시고, 뜰의 나뭇가지 바라보며 얼굴을 펴노라.(引壺觴以自酌, 眄庭柯以怡顔.)”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114. 553)강성江城 : 김탁이 사는 강계江界를 가리킨다.
  115. 554)이 시는 김태흡의 「인간 경허」에서는 작자가 수비대에 붙잡혀 취조를 받다가 쓴 시라고 한다.
  116. 555)남금南金 : 중국의 남방인 형주荊州와 양주揚州 지방에서 나는 금으로, 품질과 값이 일반 금보다 갑절 높다고 한다. 여기서는 재물을 뜻한다. 『시경』 「노송魯頌」 ≺반수泮水≻에서 “은혜를 깨달은 오랑캐들이……남방의 좋은 황금을 조공으로 많이 바쳤다.(憬彼淮夷……大賂南金)”라 하였다.
  117. 556)꽃은 싸락눈처럼 지고 : 당나라 왕유王維의 시 ≺남산으로 가는 최구 아우를 보내며(送崔九弟往南山)≻에서 “산중에는 계화가 있으니 꽃이 싸락눈처럼 지기 전에 돌아오라.(山中有桂花, 莫待花如霰.)”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118. 557)만덕萬德과 통광通光 : 만덕전萬德殿, 통광루通光樓와 같은 건물이 석왕사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19. 558)원유遠遊를 읊노라니 : 원유遠遊는 원래 전국시대 초나라 굴원屈原이 지은 『초사楚辭』 「원유遠遊」에서 선인仙人들과 함께 놀면서 천지 사방을 두루 유람하고 싶다는 뜻을 노래한 데서 온 말인데, 사방을 유람하거나 먼 길에 여행함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여기서는 먼 길 떠나는 상대방을 위해 증별贈別의 시를 짓는 것을 뜻한다.
  120. 559)원기가 돌아서 일륙이 되니 : 천지의 원기元氣가 운행하여 수·화·금·목·토 오행五行을 이루는데, 그중에서 물(水)이 되었다는 뜻이다. 일륙一六은 물을 상징한다. 하도河圖에서 하늘의 수數인 일一이 수水를 낳으면 땅의 수인 육六이 그것을 이루어 준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121. 560)즐거워하는 곳에~더욱 깊어라 : 공자가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하는 법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움직이고, 어진 사람은 고요하며, 지혜로운 사람은 즐거워하고, 어진 사람은 장수한다.(智者樂水, 仁者樂山. 智者動, 仁者靜. 智者樂, 仁者壽.)”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논어』 「옹야雍也」.
  122. 561)옛길은 거동을~줄은 몰랐구나 : 향엄 지한香嚴智閑의 ≺오도송≻에서 “모든 거동을 옛길에서 드날려 초연悄然한 기틀에 떨어지지 않는다.(動容揚古路, 不墮悄然機.)”라고 하였는데, 초연은 적연寂然이니, 눈과 귀로 보고 들음이 끊어진 무심의 경지이다. 고로古路는 진여자성인 본심本心을 뜻한다. 즉 깨닫고 보니, 나의 모든 거동이 그대로 본심의 자리에서 자유자재하여 굳이 보고 듣고 생각하는 작용을 끊고 무심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선사들이 깨달은 경지를 말한 것들이 모두 잘못된 말이니, 이러한 선사들이 공연히 세상에 시비만 일으켰다고 한 것이다.
  123. 562)일구一句 : 일구자一句子라고도 한다. 향상向上의 일구로서, 상대적인 이치를 표현한 언구가 아니라 언어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진여의 당처를 의미한다.
  124. 563)사성四聖과 육범六凡 : 10계十界를 나누어 여섯 종류의 범부계凡夫界와 네 종류의 성자계聖者界로 나눈 것이다.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천상의 6계를 육범, 성문·연각·보살·불의 4계를 사성四聖이라 한다.
  125. 564)기아驥兒는 이 송구를 보거늘 : 이 시는 한암필사본에는 ‘山居十二’라는 제목 아래 마지막에 붙어 있는데, 선학원본에서는 시체詩體에 따라 다시 편집하여 뜻이 통하지 않게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천장암에서 지은 것이며, 기아驥兒는 천장암에 있던 법명에 기驥 자가 있는 사미승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一句無前’ 이하가 기아에게 써서 보여 준 송구로 추측된다.
  126. 565)선학원본에는 이 부분이 아래와 같이 되어 있다. 「법제자 만공에게 주다(與法子滿空)」 수산叟山 월면月面을 위하여 무문인無文印을 부촉하고 주장자를 들어서 한 번 내리치고 이르기를, “이 말소리가 이것이다. 일러 보라. 이것이 무슨 도리인가?” 하고, 또 한 번 주장자를 내리치고 이르기를, “한 번 웃음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는데, 안면도의 봄물은 쪽빛처럼 푸르다.” 하고는 주장자를 던지고 “훔”이라 하다.(付了無文印, 爲叟山月面, 拈柱杖卓一下云: “秪這語聲是. 且道, 甚麽道理.” 又卓一下云: “一笑不知何處去, 安眠春水碧如藍.” 擲却了, 吽.)
  127. 566)훔吽 : 원래 귀신을 쫓는 진언인데, 선가에서 설법할 때 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할과 같다.
  128. 567)염량炎凉 : 염량세태를 말한다. 염炎은 권세가 있음을 뜻하고, 량凉은 권세가 없음을 뜻한다. 즉 권세가 있고 없음에 따라 인심이 변함을 뜻한다.
  129. 568)이 구절은 현행 『청허당집』에서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다만 이 시의 제3구, 제4구는 기화의 『함허당득통화상어록』(H7, 246a)에 수록된 ≺의산작擬山作≻이라는 시의 제3구, 제4구와 일치한다. “步月仰看山矗矗, 乘風俯耳水冷冷. 道人活計只如此, 何用區區順世情.” 또한 『벽송당야로송』(H7, 385a)의 ≺증심인선자贈心印禪子≻라는 시를 보면, “山矗矗水泠泠, 風習習花㝠㝠. 道人活計只如此, 何用區區順世情.”이라는 구절이 나와서 유사함을 찾을 수 있다. 『소요당집』(H8, 197c)에도 “山矗矗水冷冷, 風習習花㝠㝠. 活計只如此, 何用區區順世情.”이라는 구절이 있다.
  130. 569)산구散句 : 압운押韻하지 않거나 대우對偶를 맞추지 않은 시구를 말한다.
  131. 570)曾向天帝~鍋裏煑라 : 이는 ‘일찍이 천제의 궁전 가운데서 노닐다가 다시 염라궁의 끓는 솥에서 삶겨지네’라는 뜻으로, 육도六道 가운데 천상天上에 있다가 다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132. 571)石人吹笛 木馬현쥬 : 여기서 ‘현쥬’는 선학원본에 ‘奏絃’, 곧 악기를 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돌로 만든 사람이 피리를 불고, 나무로 만든 말이 악기를 탄다’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