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_IT_K0506_T_001
- 014_0030_b_01L장수왕경(長壽王經)
- 014_0030_b_01L長壽王經
- 실역인명(失譯人名)
- 014_0030_b_02L 僧祐錄云安公失譯經人名今附西晉錄
- 이와 같이 들었다.
- 014_0030_b_03L聞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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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이 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적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었던 적이 있는데 이름은 장수(長壽)였고, 왕에게 태자가 있었으니 이름은 장생(長生)이었다. 왕은 나라 다스리기를 정사(政事)로 하였고 칼이나 매 때리는 고뇌를 관리와 백성들에게 가(加)하지 아니하였으니, 바람과 비가 제 때에 오고 5곡(穀)이 넉넉하게 익었다.
이웃에 나라가 있었는데, 그 왕은 다스리는 데 포학(暴虐)하고 바른 정치를 닦지 아니하여 국민이 빈곤하였으므로 옆에 있는 신하에게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장수왕의 나라가 여기서 멀지 아니한데 크게 넉넉하고 풍락(豐樂)하지만 무장[兵革]을 갖추지 않았다 하니, 내가 가서 그 나라를 쳐서 빼앗고자 하는데, 성사시킬 수 있겠는가 없겠는가?’
옆에 있던 신하가 대답하였다.
‘매우 좋습니다.’
드디어 군대를 일으켜 나아가 장수왕이 다스리던 나라의 경계에 이르렀다. - 014_0030_b_04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是時,佛告諸比丘:“昔有菩薩爲大國王,名曰長壽;王有太子,名曰長生。王治國以政,刀杖之惱不加吏民,風雨時節五穀豐熟。有鄰國王治行暴虐,不修正治國民貧困,謂傍臣曰:‘我聞長壽王國去是不遠,熾饒豐樂,而無兵革之備。我欲往彼攻奪其國,爲可得不?’傍臣對曰:‘大善!’遂興兵,而行到長壽王國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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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초소 위의 관리와 인민이 급히 달려가서 왕에게 말하였다.
‘저 탐욕스런 왕[貪王]이 병사를 일으켜 명왕(明王)의 나라를 공격하려고 합니다. 오직 대비하시기를 원하옵니다.’
장수왕이 여러 신하를 불러 말하였다.
‘저들이 오는 이유는 다만 우리나라의 백성과 창고의 곡식ㆍ〮보배를 탐하는 것인데, 만일 그들과 싸우면 반드시 우리 백성들이 상할 것이오. 무릇 나라를 다투고 백성을 죽이는 짓을 나는 하지 않겠소.’
여러 신하들이 말하였다.
‘신(臣) 등이 모두 싸우는 법[戰法]을 깨달아 익혀서 반드시 저들을 이길 것이오니, 명왕의 병사로 하여금 저들에게 침해당하지 아니하게 하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만일 우리가 저들을 이길지라도 곧 죽고 상함이 있을 것이고 저쪽 병사와 우리 백성이 모두 수명(壽命)이 애석하게 될 것이니, 나를 아끼고 저를 해치는 짓을 어진 이[賢者]는 하지 않소.’
여러 신하들이 그 말을 듣지 않고 왕을 궁에 남겨 두고 이에 자기끼리 서로 더불어 왕성 밖에서 병사를 발하여 경계 위에 나가 적을 맞아서 막았다. - 014_0030_b_13L界上吏民走行白王曰:‘彼貪王興兵而來,欲攻明王之國,唯願備豫。’長壽王召其群臣,而告之曰:‘彼所以來者,但貪我國人民倉穀珍寶耳。若與其戰,必傷吾民。夫諍國殺民,吾不爲也。’群臣曰:‘臣等皆曉習戰法,必能勝彼,不使明王之兵爲彼所侵也。’王曰:‘若我勝彼,卽有死傷。彼兵、我民俱惜壽命,愛我害彼,賢者不爲也。’群臣不聽,留王於宮,乃自相與於外發兵,出往界上逆而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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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_0030_c_01L 이에 장수왕이 자기 태자에게 말하였다.
‘저들이 우리나라를 탐하여 나를 공격하였는데 이제 여러 신하가 나 때문에 맞아서 막고자 하니 ,두 적이 서로 상대를 향해 나아가면 반드시 이지러지고 상함[缺傷]이 있을 것이니, 이제 너와 함께 나라를 버리고 도망가고자 하노라.’
태자가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성을 넘어 나가 산속[山間]에 깊이 숨었다. - 014_0030_c_01L長壽王乃謂其太子曰:‘彼貪我國,故來攻我。今群臣以我故,欲逆而距之。夫兩敵相向,必有缺傷,今欲與汝俱委國亡去。’太子言:‘諾。’卽父子共踰城而出,幽隱山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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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탐욕스런 왕이 드디어 그 나라에 들어가서, 금 천근과 돈 천만을 걸고 장수왕을 널리 찾았다. 뒷날 장수왕이 산에서 나와 길가 나무 아래 앉아 있는데 먼 곳에서 바라문이 와서 그 또한 나무 아래에서 쉬다가 장수왕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느 곳 사람이며, 무슨 연유로 여기에 있소?’
왕이 말하였다.
‘나는 이 나라 사람인데, 우연히 여기에 이르러 놀고 있습니다.’
장수왕이 바라문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에서 오며 장차 어디로 가고자 하십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나는 먼 나라의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貧鄙] 도사(道士)인데 멀리서 들으니, 이 나라의 장수왕이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가난하고 약한 이를 두루 구제한다 해서 내가 일부러 먼데서 와서 빌어 스스로 생활(生活)하려 하는데 왕의 뜻이 지금은 어떠한지 알지 못하겠구려. 그대는 이 나라 사람이라 그 뜻이 지금은 어떠한지 들었을 것인데, 짐짓 보시를 즐겨하나요, 그렇지 않은가요?’
왕은 묵묵히 스스로 생각하였다.
‘저이가 나 때문에 일부러 먼 곳에서 왔는데 내가 나라를 잃었을 때를 만남에 이르렀으니, 얻을 것이 없이 헛되게 가게 되어 몹시 애달프구나.’ - 014_0030_c_05L於是貪王遂入其國,募求長壽王金千斤、錢千萬。長壽王後日,出於道邊樹下坐,有遠方婆羅門來,亦息於樹下。問長壽王曰:‘卿何處人?何緣在此?’王曰:‘我此國中人也,偶來到此戲耳。’長壽王問婆羅門:‘賢者從何所來?將欲所之?’婆羅門言:‘我遠國貧鄙之道士,遙聞此國長壽王好喜布施、周救貧羸,吾故遠來,欲從乞丐用自生活。不知王意於今云何?卿是國人,聽聞其意,於今何如故?肯布施不也?’王默自念:‘子用我故,故從遠來,値我失國,到無所得而當空去。甚可哀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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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왕이 눈물을 흘리며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내가 바로 장수왕인데, 다른 나라 왕 중에 전진하여 나를 치는 이가 있어서 내가 나라를 버리고 이 산간에 숨어 있었소. 이제 들으니, 현자께서 일부러 왔는데 내가 빈털터리가 되어서 서로 줄 것이 없으니 장차 어떻게 할까요?’
두 사람이 서로 향하여 목 메이도록 울부짖다가 왕이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새 왕이 나를 널리 구하기를 몹시 중하게 한다 하니, 그대가 내 머리를 가지고 가면 큰 상을 얻을 것이오.’ - 014_0030_c_18L於是,王乃垂淚,而謂婆羅門曰:‘我卽是長壽王也。有他國王前來攻我,我委國亡隱藏此閒。今聞賢者故來相歸,値我空窮無以相副,將奈之何?’兩人相向,哽咽啼泣。王曰:‘我聞新王慕我甚重,卿以我頭往,可得重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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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_0031_a_01L바라문은 말하였다.
‘멀리서 들으니, 대왕께서 두루 일체를 구제한다고 하기 때문에 와서 빌어서 아쉬운 대로 몇 가지 적은 것을 얻어서 남은 목숨이나 기르려고 하였던 것입니다만, 왕께서 나라를 잃었을 때를 만났으니 제 스스로 복이 박하온데 이제 머리를 베라고 하시니 감히 명령을 받들지 못하겠사옵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대가 일부러 먼데서 와서 얻을 바가 있을까 하였는데 내가 고달파서 힘이 없을[困乏] 때를 만나 서로 줄 것이 없구려. 또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모두 마땅히 죽음에 나아가는 것이니 우리들도 죽음을 당할 것이오. 몸으로 은혜 끼치기를 원하는데 어째서 사양하시나요? 이제 만일 그대가 내 목숨을 취하지 아니할지라도 뒤에 오는 이가 있으면 내가 그에게 줄 것이니 일찍 취하는 것만 같지 못할 것이오.’
바라문이 말하였다.
‘저는 차마 대왕을 죽이지 못 하겠습니다. 대왕께서 만일 큰 자비의 뜻이 계시어 반드시 목숨을 버리어 은혜를 베풀고자 하신다면, 다만 마땅히 손을 놓고 따라 오소서.’
왕이 곧 따라 가서 성문 밖에 이르렀고, 그를 묶게 해서 탐욕스런 왕에게 바쳐졌다. 왕은 곧 바라문에게 금전을 상으로 주고 돌아가게 하였다. - 014_0031_a_01L婆羅門曰:‘遙聞大王周救一切,故來乞丐,庶得幾微以養餘命。値王失國,自我薄福,今敎斷頭不敢承命。’王曰:‘卿故遠來欲有所得,遇我困乏,無以相副。且人生世,皆當趣死,吾等當死,願以身相惠,何爲辭讓之也?今若不取,後有來者,我猶與之,不如早取也。’婆羅門言:‘我不忍殺大王。大王若有弘慈之意,必欲殞命以相惠施者,但當散手相隨去耳。’王卽隨去,到城門外,而令縛之以白貪王。王卽雇婆羅門金錢之賞,遣令還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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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런 왕[貪王]이 이에 사람을 시켜 네거리 길 가운데서 장수왕을 태워 죽이라고 하였다.
왕의 여러 옛날 신하들이 탐욕스런 왕에게 말하였다.
‘이는 신들의 옛 임금이온데 이제 죽음에 나아가는 죄를 당하였습니다만 적은 것이라도 갖추어 보내기를 원하옵니다.’
그러자 탐욕스런 왕이 그 청을 들어 주었다. 여러 신하들이 차담을 갖추고 목이 메도록 울었으며 백성들 중 이 광경을 보는 이들은 모두 말하기를 ‘왕께서 쓸데없이 돌아가셨다’고 하니, 도시나 시골 사람들이 하늘을 부르지 않은 이가 없었다. - 014_0031_a_12L貪王於是,乃使人於四街道頭燒殺長壽王。王故,群臣白貪王曰:‘此臣等故君,今當就終歿之罪,願得爲設微具以遣送之。’貪王聽之。群臣具饌,哽咽臨之,人民觀者皆言:‘王枉死。’郭邑草野莫不呼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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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_0031_b_01L이 때 태자 장생이 나와서 길가에 있다가, 아버지가 탐욕스런 왕에게 잡혔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서 알고 이에 거짓으로 나무를 짊어지고 시장에 나와서 파는 척 하고 지껄이는 사람 가운데 끼어 아버지 앞에 임하여 머무르며 아버지가 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비통하였다. 아버지가 장생을 보니, 그가 성을 내어 아버지를 위해서 원수를 갚을까 두려웠다. 이에 아버지가 하늘을 우러러 크게 한숨을 짓고 말하였다.
‘사람의 아들이 되어 지극한 효도를 하려면 네 아버지로 하여금 죽어서 한이 없게 행해야 하는 것이니 네 아버지를 위하여 원수를 갚지 말라. 네 아버지는 죽기를 즐기고 근심하지 아니 하노니, 만일 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다른 사람을 죽이면 곧 네 아버지로 하여금 죽어서도 남은 한이 있게 하는 것이다.’
장생이 차마 제 아버지가 죽는 것을 보지 못하겠으므로 돌아와 산으로 들어갔으며 장수왕은 드디어 태워 죽이는 죽음에 이르렀다. - 014_0031_a_18L太子長生時出在道邊,聽聞人語,知父爲貪王所得,乃佯擔樵出於市賣之,閒鬧人中。當父前住,觀見父當死,心中悲痛。父見長生,恐其瞋恚爲父報怨,父乃仰天太息曰:‘夫爲人子欲爲至孝,使汝父死而不恨愼。莫爲汝父報怨也,卽汝父樂死而不憂;若違父言行殺他人者,卽令汝父死有餘恨。’長生不忍見其父死,因還入山,長壽王遂就燒死之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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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뒤에 장생이 스스로 생각하였다.
‘아버지께서 인의(仁義)가 깊고 두터워 죽음에 이르렀어도 구르지 아니 하셨거늘, 이 탐욕스런 왕은 무상(無牀)하게도 선과 악을 분별하지 아니하고 내 아버지를 잘못 죽였으니 비록 아버지께서 자비하시고 순박하시며 어지신 마음으로 돌아가시면서도 성을 내지 않으셨지만 나는 참을 수가 없구나. 내가 나가서 이 탐욕스런 왕을 죽이지 못한다면 내 끝까지 구차하게 세상에 살지 아니하리라.’
드디어 산에서 나와서 나라 가운데에서 고용살이를 하였다. 대신이 동산을 돌다가 시장의 고용인에게서 장생을 얻어 그에게 채소 종자를 심게 하였는데 채소 농사가 매우 좋았다. 뒷날 대신이 농장의 밭을 살펴보러 다니다가 채소가 매우 좋음을 보고 농장 감독을 불러 물어보자. 농장 감독이 대답하였다.
‘전에 품팔이 한 사람을 얻어서 시켰더니, 이와 같이 좋습니다.’
대신이 이런 연유로 장생을 불러 그를 보고 물었다.
‘그대가 능히 음식을 지을 수 있는가 없는가?’
장생이 대답하였다.
‘지을 수 있습니다.’
이에 음식을 짓게 하였더니 매우 달고 아름다웠다.
이로 인하여 왕을 청하였다.
왕이 왕림(往臨)하여 음식을 먹으니 달고 아름다우므로 물었다.
‘누가 이 음식을 만들었느냐?’
신하가 대답하였다.
‘신이 전에 한 사람을 고용시켰는데 이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이에 왕이 그를 불러서 데리고 궁중으로 들어가 음식을 만들게 하였다. - 014_0031_b_04L長生久後自念:‘我父仁義深篤,至死不轉;而此貪王無狀,不別善惡,枉殺我父。雖我父有慈惻淳仁之心,死而不恚;然我不能忍也,我不出殺此貪王者,我終不茍生於世矣。’遂出傭賃。國中大臣侚園於市賃人,得長生。使種菜種,菜甚好。後日,大臣案行園田,見菜甚好,呼問園監,園監對曰:‘前賃得一人使爲之,故好如是。’大臣因呼長生,見之問言:‘卿頗能作飮食不耶?’對曰:‘能作。’使作飮食甚甘美,因以請王。王往臨食,飮食甘美,因問:‘誰作此食者?’臣對曰:‘臣前賃一人,能作此食。’王遂呼,將歸宮使作飮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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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날 왕이 장생에게 물었다.
‘네가 병법(兵法)을 익혔느냐?’
그러자 그가 대답하였다.
‘진실로 병법을 익혔나이다.’
왕은 이 연유로 그를 데려다가 옆에 두고 말하였다.
‘내게 원수의 집이 있으니 장수왕의 아들이다. 오가다가 갑자기 나와 서로 만날까봐 항상 두려워하였는데, 이제 서로 믿을 수 있으니 다행히 서로 도와서 그를 대비하자꾸나.’
장생이 대답하였다.
‘오직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땅히 대왕을 위하여 힘을 펴고 목숨을 바치겠나이다.’ - 014_0031_b_18L後日,王問長生:‘汝寧便習兵法不?’對曰:‘實便習之。’王因取以置邊,而告之曰:‘我有怨家,是長壽王子。恒恐行來卒與我相逢,今相恃怙,幸相助備之。’長生對曰:‘唯然。當爲大王展力效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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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_0031_c_01L뒷날 왕이 장생에게 물었다.
‘너는 사냥을 좋아 하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신이 어려서부터 사냥을 좋아하였습니다.’
왕은 곧 밖에 명령하여 수레를 장엄하고 곧바로 장생과 함께 나가서 사냥을 하였다. 마침 산 숲에 들어가자 바로 달아나는 짐승을 보았고, 왕이 장생과 더불어 말을 달려 그것을 쫓았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깊은 산에 들어갔다가 헤매어 길을 잃어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3일(日)을 헤매고 나자 드디어 주리고 곤하게 되었다.
그러자 왕이 말에서 내려 칼을 풀어서 장생에게 주고 말하였다.
‘내가 몹시 피곤하구나. 네가 앉으면,. 내가 너의 무릎을 베고 눕고 싶구나.’
장생은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리하여 왕은 곧바로 누웠고, 장생은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전부터 오면서 방편을 찾았는데 오늘 나의 원하는 바를 이미 얻었구나.’
그는 곧 칼을 빼어 탐욕스런 왕을 죽이려 하다가 생각하였다.
‘아버지께서 죽음에 임하셨을 때 나에게 간곡히 부탁하셨는데 어찌 나의 어리석은 뜻을 쾌하게 하려고 자비하신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적의 가르침을 어길 것인가?’
그리고는 곧 칼을 넣고 왕을 죽이려던 것을 그만두었다.
왕이 곧 놀라 깨어나서 장생에게 물었다.
‘내 꿈에 장수왕의 아들이 와서 나를 죽이려 함을 보고 내가 크게 놀라고 두려웠으니 이와 같은 일이 무슨 까닭이냐?’
장생이 말하였다.
‘이 산 가운데 강한 귀신이 있어서 대왕이 여기에 계신 것을 보고 짐짓 대왕을 두렵게 하는 것입니다만 신이 시위(侍衛)하오니 왕께서는 다만 편안히 누워계시옵소서. 두려울 바 없나이다.’ - 014_0031_b_23L後日,王問長生:‘汝寧好獵不?’對曰:‘臣少好獵。’王便勅外嚴駕,因與長生共出行獵,適入山林便見走獸,王與長生馳而逐之,轉入深山惑失道徑,不能得出。迷惑三日,遂至飢困,王因下馬解劍以授長生曰:‘我甚疲極,汝坐,我欲枕汝膝臥。’長生言:‘諾。’王便得臥。長生自念:‘我前後以來求索子便,今日已得我所願。’便拔劍欲殺貪王。思惟:‘我父臨死時囑我懇懇,奈何快我愚意,而違慈父絕歿之敎。’卽內劍而止。王便驚悟,問長生曰:‘我夢見長壽王子欲來殺我,我大驚怖。何以如此?’長生曰:‘是山中有强鬼神,見大王在此,故來恐怖大王耳。臣自侍衛,王但安臥無所畏懼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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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다시 누웠고, 장생이 다시 칼을 빼어 죽이려고 하다가 거듭 아버지의 말씀을 생각하고 다시 그만 두었다.
왕이 다시 놀라 깨어나서 장생에게 말하였다.
‘내가 또 다시 꿈을 꾸었는데, 장수왕의 아들이 와서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을 보고 내가 크게 두려워하였으니 이것이 무슨 까닭이냐?’
장생이 말하였다.
‘이는 산신(山神)이 하는 바니 왕은 두려워 할 바 없사옵니다.’
왕은 다시 누웠고, 장생이 또 칼을 빼어 죽이려 하다가 아버지의 말을 생각하여 다시 그치고 드디어 칼을 땅에 버리고 다시는 왕을 죽이려는 뜻이 없게 되었다.
왕이 또 놀라 깨어나서 장생에게 말하였다.
‘내가 또 꿈에 장수왕의 아들을 보았는데 스스로 말하기를 용서하여 놓아주고 다시 나를 죽이지 아니 하겠다고 하였느니라.’ - 014_0031_c_15L王還得臥,長生復拔劍欲殺之,重思憶父言復止。王復驚悟,告長生曰:‘我故復夢見長壽王子故欲來殺我,我大畏之。何以爾也?’長生曰:‘是故山神所爲耳。王無所畏也’。王復還臥,長生復拔劍欲殺之,思惟父言復止,遂棄劍於地,無復殺王之意。王復驚悟,告長生言:‘我復夢見長壽王子,自言:≺原赦。≻不復殺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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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_0032_a_01L이에 장생이 말하였다.
‘제가 바로 장수왕의 태자 장생인데 제가 실은 짐짓 와서 대왕을 죽여서 아버지 원수를 갚으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의 아버지께서 죽음에 임하셨을 때 은근(慇懃)히 저에게 부탁하시어 저로 하여금 원수를 갚게 하고자 하지 않으셨지만 제가 어리석은 까닭에 아버지의 말씀을 어기고자 하다가, 아버지의 가르침이 간절하고 은근하심을 자세히 생각해보고 감히 어기지 못하였습니다. 그 까닭에 이제 칼을 땅에 던지고 아버지의 말씀을 순종하였습니다. 비록 그렇지만 오히려 뒷날에 어리석게 실수하여 돌아가신 아버지의 가르침을 어길까 두려우므로 이제 스스로 아뢰는 것입니다. 원컨대 대왕은 바로 제 몸을 베어서 그 악한 뜻을 멸하여 끝을 끊게 하소서.’
왕은 이에 스스로 후회하여 말하였다.
‘나는 흉역(兇逆)하여 선과 악을 분별치 못하였는데, 그대 부자(父子)는 어질고 순박함을 행함이 견고하여 죽음에 이르러서도 구르지 아니하구나. 내가 탐혹(貪酷)하여 처음에 깨달아 알지 못하였다가 오늘 이와 같이 목숨이 자네 손에 붙었는데 자네가 짐짓 어진 생각으로 아버지 말씀을 생각하여 해치지 아니하였으니 진실로 두터운 은혜에 감사하노라. 이제 나라로 돌아가고자 하는데 마땅히 어느 길로 가야 하는가?’
장생이 말하였다.
‘제가 길을 아는데, 앞서 길을 잃고 잘못 온 것은 대왕을 미혹하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 014_0031_c_23L於是長生曰:‘我卽是長壽王太子長生,我實故來出,欲殺大王以報父怨。念我父臨死時慇懃囑我,不欲使我報怨;而我愚癡故欲違父之言,詳思父敎懇惻慇懃,不敢違之。是故今投劍於地,以順父言。雖爾,猶恐後日迷惑失計,而違亡父敎也。今故自告,願大王便誅伐我身,早滅其惡意,可使終始斷絕也。’王乃自悔曰:‘我爲兇逆,不別善惡,賢者父子行仁淳固至死不轉,而我貪酷初不覺知。今日如是,命屬子手。子故懷仁,惟憶父言而不相害,誠感厚潤。今欲還國,當從何道也?’長生言:‘我知道徑前故來者,迷惑大王欲報父怨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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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이 드디어 왕과 더불어 숲 밖으로 나와 보니 모든 신하가 흩어져서 숲 사이에 가득하였다. 왕은 바로 길을 멈추어 앉아서 음식을 베풀었다. 왕이 여러 신하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장수왕의 아들 장생을 아는가?.’
그 가운데 알지 못하는 이가 말하였다.
‘알지 못 하나이다.’
그 가운데 아는 이도 있지만 옛적에 장생의 은혜를 받았는데, 왕이 그를 죽일까 두려워서 또한 ‘알지 못합니다’라고 말하였다.
왕이 곧 장생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가 바로 장생이다.’
왕이 말하였다.
‘오늘부터 나는 스스로 내 옛 나라로 돌아가고 이 나라를 도로 태자에게 돌려주겠소. 오늘부터 그대들은 내 아우가 되어 만일 다른 나라가 와서 침범함이 있거든 마땅히 서로 구하고 도와주기를 원하오.’
왕은 드디어 신하와 병사를 거느리고 그 본국(本國)으로 돌아갔고, 나라에 기특한 물건이 있으면 번갈아 서로 보내었다.” - 014_0032_a_15L長生遂與王俱出林外,便見群臣散滿林際。王便止坐,施設飮食。王問群臣:‘卿等寧識長壽王子長生不?’中有不識者,對曰:‘不識。’中有識者,昔受長生恩,恐王殺之,亦言:‘不識。’王便指示言:‘是卽長生也。’王曰:‘從今日始,我自還我故國,願以此國還付太子;從今日始,卿爲我弟,若有他國來相侵奪,當相救助。’王遂率臣兵歸其本國,國有奇物更相貢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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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_0032_b_01L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장수왕이 이제 내 몸이고, 태자 장생은 아난다[阿難]이며 탐욕스런 왕은 조달(調達)이오. 조달이 태어날 적마다 나와 원한이 있어서 내가 비록 착한 뜻으로 향하지만 짐짓 나를 해하고자하며 아난다와는 본디 악한 뜻이 없는 까닭에 서로 만나면 곧 화합[和解]할 마음이 있는 것이오. 보살이 도를 구하는 괴로움이 이와 같으니, 도적의 해침을 당해도 원망하고 성내는 마음이 없는 까닭에 스스로 부처를 얻어 삼계의 지존[三界尊]이 된 것이니라.” - 014_0032_b_01L佛告諸比丘:“時長壽王者,今我身是也;太子長生者,阿難是;貪王者,調達是。調達與我世世有怨,我雖有善意向之,故欲害我。阿難與之,本無惡意,故至相見卽有和解之心。菩薩求道勤苦如是,至見賊害無怨恚之心,故自致得佛,爲三界尊。”
- 여러 비구들이 환희하여 부처님께 예를 올렸다.
- 014_0032_b_08L諸比丘歡喜,爲佛作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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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바다의 뱃사공이 되시어
법의 다리로 나루를 건너시며
대승도(大乘道)의 수레로
일체 인간과 하늘 사람을 제도하시며 -
014_0032_b_09L佛爲海船師,
法橋度河津,
大乘道之輿,
一切度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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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르시기를 스스로 맺음을 풀며
피안으로 건너가 신선에 올라
모든 제자로 하여금
속박을 벗어나 열반[泥洹]에 이르게 하네. -
014_0032_b_11L 亦謂自解結,
度岸得昇仙,
都使諸弟子,
縛解至泥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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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왕인 여래를 공경하여 아뢰옵나니
마음이 바르고 도의 힘[道力]이 자재하시며
가장 뛰어나시므로 부처님이라고 하나니
이름이 나타남이 설산과도 같이 우뚝하며 -
014_0032_b_12L 敬謁法王來,
心正道力安,
最勝號爲佛,
名顯若雪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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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비유해도 청정하여 의심이 없고
기쁨을 얻음이 향을 가까이 함 같아
숱한 몸[萬身]을 보아도 싫음이 없으며
광명이 태양과 같이 밝다네. -
014_0032_b_13L譬華淨無疑,
得喜如近香,
萬身觀無厭,
光若靈曜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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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정각(正覺)을 스스로 얻어
여읨도 없고 번뇌에 물든 바도 없으며
사랑이 다하고 욕망의 그물을 깨뜨려
스승 없이 저절로 받으셨다네. -
014_0032_b_15L 八正覺自得,
無離無所染,
愛盡破欲網,
自然無師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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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은 본받을 것 없지만
뜻은 홀로 짝할 이 없고
하나를 쌓아 부처님이 되니
여기에서부터 성스러운 도[聖道]를 통하네. -
014_0032_b_16L 我行無師保,
志獨無等侶,
積一得作佛,
從是通聖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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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도는 가고 옴이 없으며
현미(玄微)하고 청묘(淸妙)한 참[眞]이어서
죽지도 않고 다시 태어나지도 않나니
이곳이 열반[泥洹]이 된다네. -
014_0032_b_17L至道無往返,
玄微淸妙眞,
不歿不復生,
是處爲泥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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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요지는 적멸이 무상(無上)하나니
필경에 신고(辛苦)를 받지 아니하므로
비록 하늘에 좋은 곳이 있지만
모두 열반만 못하네. -
014_0032_b_19L此要寂無上,
畢竟不受辛,
雖天有善處,
皆莫如泥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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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승은 하늘 중의 하늘[天中天]이시니
3계에서 끝없이 존귀하시고
상호는 몸이 여섯 길[六丈]이며
신통력으로 허공에서 노니신다네. -
014_0032_b_20L吾師天中天,
三界無極尊,
相好身丈六,
神通遊虛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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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훈기로 5음(陰)을 제거 하시고
12근(根)을 뽑아 끊으시며
하늘과 세간의 지위를 탐하지 않고
마음이 청정하여 법의 문을 여신다네. -
014_0032_b_21L華薰去五陰,
拔斷十二根,
不貪天世位,
心淨開法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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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_0032_c_01L부처님께서는 위없는 법을 위하여
청정하고 평등한 행을 도[道]로서 길들이시며
후세에도 3보(寶)는
모든 욕정(欲情)을 멸하나니
괴로움을 여의고 수승하여 함이 없이도
항상 즐겁고 기뻐하며 편안하나니
항상 부처님 앞에 모여서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제도하기 원하옵니다. -
014_0032_b_23L佛爲無上法,
道御淸等行,
三寶於後世,
絕滅諸欲情,
離苦勝無爲,
常樂快安寧,
願常會佛前,
等度諸群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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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본래 행원(行願)으로
백겁(百劫) 동안 정진하시어
네 가지 평등한 큰 보시로
시방세계가 큰 은혜를 받게 하셨네. -
014_0032_c_02L佛所本行願,
精進百劫勤,
四等大布施,
十方受弘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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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지킴이 깨끗하고 때가 없어서
자비로 중생을 부드럽게 지켜주며
지혜로 선정(禪定)에 들으시고
큰 자비로 널리 경을 읽으셨네. -
014_0032_c_04L持戒淨無垢,
慈柔護衆生,
用慧入禪定,
大悲普讀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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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지혜 있는 이가 우러러 보고
모든 성인이 함께 받드는 바이며
석범(釋梵)이 스승으로 삼으므로
이에 부처님이 존귀하심을 알 수 있네. -
014_0032_c_05L常爲智所仰,
衆聖所共宗,
釋梵以爲師,
乃知佛爲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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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 만나기 어려움이 비할 데 없고
가장 뛰어나서 잘못이 없으신 분으로
공덕을 펼치시니
마땅히 머리를 조아려 예배해야 하리. -
014_0032_c_06L難値無有比,
最上無過者,
功德以流布,
當爲稽首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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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방세계에서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번뇌의 덮임을 버리고 고요히 선정에 들어
광명이 7천(天)을 환히 비추고
덕의 향기는 전단(栴檀)보다 뛰어나네. -
014_0032_c_08L聽我歌十方,
棄蓋寂定禪,
光徹照七天,
德香殊栴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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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제(上帝)가 신묘하게 와서
찬탄하고 우러르며 부처님[尊]을 뵙고자하고
석범(釋梵)이 모두 공경스런 뜻으로
머리를 조아려 물음을 받고자 한다네. -
014_0032_c_09L上帝神妙來,
歎仰欲見尊,
釋梵齊敬意,
稽首欲受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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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세상을 제도하시는 바는
복을 베풀어서 두루 하시며
말씀하신 가르침과 계[敎戒]의 행은
있는 곳 마다 모두 분명하다네. -
014_0032_c_10L所以佛度世,
福施以周帀,
所說敎戒行,
在在悉分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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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법을 유포하시어
제자가 즐거이 받아 행하며
하늘과 사람과 귀신과 용으로 하여금
공경히 받아 머리 대고 예배하게 한다네. -
014_0032_c_12L亦以法流布,
弟子樂受行,
令天人鬼龍,
敬受頭面禮。
長壽王經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