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過去現在因果經卷第一

ABC_IT_K0777_T_001
019_0818_b_01L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經) 제1권
019_0818_b_01L過去現在因果經卷第一

송(宋) 천축(天竺)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 한역
김달진 번역
019_0818_b_02L宋天竺三藏求那跋陁羅 譯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019_0818_b_03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과 함께 대숲[竹林]에 머무르셨는데, 이 여러 비구들은 아침에 옷을 입고 바루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여 머무르던 곳으로 돌아와서 먹기를 마치고 손을 씻고 양치질하고는 저마다 옷과 바루를 거두고 강당에 모여서 모두가 함께 과거의 인연을 말하고자 하였다.
019_0818_b_04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爾時世尊與諸比丘住於竹是諸比丘於晨朝時著衣持鉢城乞食還歸所住食竟澡漱各攝衣集在講堂悉欲共說過去因緣
그때 세존은 세간을 뛰어난 깨끗한 하늘 귀로써 여러 비구들의 말하는 소리를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 위에 이르시어 대중 가운데 앉으시고는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019_0818_b_08L時世尊以淨天耳超於世閒聞諸比丘語論之聲卽從座起到講堂上衆中坐問諸比丘
“너희들은 함께 모여서 무슨 법을 말하려고 하였느냐?”
019_0818_b_11L汝等共集欲說何
이때에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時諸比丘卽白佛言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밥을 먹고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한 뒤에 일부러 함께 여기에 모여서 각각 과거의 인연을 말씀하심을 듣고자 합니다.”
019_0818_b_12L世尊我等食竟澡漱已訖故共集此各欲聞說過去因緣
이때 세존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是時世尊語諸比丘
“너희들이 과거 인연을 듣고 싶으면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서 잘 생각하여라.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리라.”
019_0818_b_14L汝等樂聞過去因緣者諦聽諦聽善思念之今爲汝說
비구들은 아뢰었다.“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즐거이 듣겠습니다.”
019_0818_b_16L比丘白言唯然世尊願樂欲聞
019_0818_c_02L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에 그때 선혜(善慧)라는 한 신선이 있었는데 깨끗이 밝은 행을 닦고 일체종지(一切種智)를 구하고 이 큰 지혜를 성취하기 위하여 즐거이 나고 죽는 데에 있으면서 다섯 갈래[五道]에 두루 하며 한 번의 몸이 죽고 무너지면 다시 한 몸을 받는 등 나고 죽음이 한량없었나니, 마치 천하의 초목을 다 베어서 산가지를 만들어 그의 옛날 몸을 헤아려도 다할 수 없음과 같았다.
무릇 하늘과 땅이 시작하여 마지막까지 다한 것을 1겁이라 하는데, 그런 천지가 이루어졌다가 무너짐을 겪은 것이야말로 측량할 수 없었다.
019_0818_b_17L佛言比丘過去無數阿僧祇劫爾時有一仙人名曰善慧淨修梵行求一切種智爲欲成就此大智故處生死周遍五道一身死壞復受一生死無量譬盡天下草木斬以爲數其故身不能窮盡夫極天地之始終謂之一劫而其經天地成壞者不可稱載也
중생들이 애욕에 빠지고 헷갈려서 괴로움의 바다에서 잠기어 헤매고 있음을 불쌍히 여겼기 때문에, 자비심을 일으키어 구제하려 하였다.
또 생각하기를 ‘지금 모든 중생들이 나고 죽는 데에 빠져서 스스로 나오지를 못하나니, 모두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탓이요, 빛깔[色]ㆍ소리[聲]ㆍ냄새[香]ㆍ맛[味]ㆍ닿임[觸]ㆍ법(法)에 좋아하고 집착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결정코 그의 이런 병을 끊어야겠다’ 하여 비록 여러 갈래에 나면서도 이런 생각을 잊지 않았다.
019_0818_c_03L所以感傷群生耽惑愛欲沈流苦海起慈悲心欲拔濟之作此念今諸衆生沒於生死不能自皆由貪欲瞋恚愚癡樂著色法故我當決定斷其此病雖生諸趣不忘斯念
모든 중생들에게 원수거나 친한 이를 평등이 여기면서 보시(布施)로써 가난한 이를 거두어 주고 지계(持戒)로써 무너뜨림을 거두어 주고 인욕(忍辱)으로써 성냄을 거두어 주고 정진(精進)으로써 게으름을 거두어 주고 선정(禪定)으로써 어지러운 뜻을 거두어 주며 지혜(智慧)로써 어리석음을 거두어 주었다. 이렇게 하기를 오랫동안 하면서 더욱 중생들을 이롭게 하며 널리 일체를 위하여 귀의하게 하였다.
019_0818_c_08L於諸衆生怨親平等以布施攝貧窮持戒攝毀禁忍辱攝瞋恚精進攝懈怠禪定攝亂意智慧攝愚癡如是長夜增益衆生普爲一切而作歸依
모든 여래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즐거이 법을 듣고 싶어 하고 또한 남에게 말하였으며, 언제나 네 가지 일로써 뭇 승가(僧伽)를 받들어 들이며, 부처님ㆍ가르침ㆍ승가를 존중하고 수호하였나니, 이렇게 한 모든 행이야말로 헤아릴 수가 없었다.
019_0818_c_12L於諸如來恭敬供養欲聽法亦爲他說常以四事奉給衆於佛法衆尊重守護如是諸行可稱數
그때 등조(燈照)라는 왕이 있었고 성의 이름은 제파바지(提播婆底)이었는데, 그 나라의 인민들은 수명이 8만 살이었고 편안하고 고요하며 풍족하고 안락하여 극히 성왕하였으며, 하고 싶은 것은 자재로워서 마치 모든 천상과 같았다.이때에 그 국왕은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어 인민을 그르치지 않았고 살육과 매를 치는 고통이 없었으며, 모든 인민 보기를 마치 외아들처럼 여겼다.
019_0818_c_15L爾時有王名曰燈照城名提播婆底其國人民壽八萬歲安隱豐樂極爲熾盛所欲自在猶如諸天時彼國王正法治世不抂人民無有殺戮楚撻之苦視諸人民有如一子
이때에 등조왕은 처음 태자를 탄생하였는데 단정 엄숙하기가 견줄 데 없고 거룩한 덕이 완전히 갖추어져서 서른두 가지 몸매와 여든 가지의 잘생긴 모습이 있었으며 처음 탄생하는 날에는 사방이 다 밝아져서 해와 달과 구슬이며 불이 쓸데가 없어졌으므로 왕은 태자에게 이러한 상서로움이 있음을 보고 곧 여러 신하들을 불러 함께 모여서 의논하였다.
‘태자가 처음 나자 이런 기특함이 있는데, 태자에게 어떠한 이름을 지어 주어야겠는가?’
019_0818_c_20L時燈照王始生太子端嚴無比威德具足有三十二相八十種好初生之日四方皆日月珠火不復爲用王見太子有如此瑞卽召諸臣共集議言太子初有此奇特當爲太子作何等名
019_0819_a_02L여러 신하들은 대답하였다.‘태자의 이름을 보광(普光)이라 하여야 하오리다.’
019_0819_a_02L臣答言應名太子以爲普光
또 관상쟁이를 불러서 관상을 보게 하자, 관상쟁이는 대답하였다.
‘이제 태자를 자세히 살펴보니, 만약 집에 계시면 전륜왕이 되어서 사천하를 거느리겠으며, 만약 집을 떠나면 천상과 인간의 어른이 되어서 살바야(薩婆若)1)가 되겠습니다.’
019_0819_a_03L又召相師而占相之相師答言今觀太子在家者爲轉輪王統四天下若出家爲天人尊成薩婆若
왕과 부인이며 후궁 채녀들은 관상쟁이의 말을 듣고 이 태자에게서 깊이 사랑하는 생각을 내었으며, 또한 그를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며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이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면서 찬탄하였다.
019_0819_a_06L王及夫人後宮婇女聞相師言於此太子深生愛亦爲天夜叉乾闥婆阿修羅樓羅緊那羅摩睺羅伽人非人等養恭敬尊重讚歎
이때 태자는 후궁에 있으면서 부인과 채녀들에게 갖가지의 법을 말하였으며, 태자의 나이 2만 9천 살이 되자 전륜왕의 위를 버리고 그 부모에게 여쭈어 출가하기를 구하였으나 들어주지 않으므로 세 번까지 청하여도 오히려 허락을 하지 아니하였으나 태자는 자비로 뜻이 구제에만 있었으므로 그 조그마한 위반을 참고 큰 것을 따르려고 즉시 산 숲의 나무 아래로 나아가서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법복을 입고 부지런히 고행(苦行)을 닦은 지 만 6천 년이 되어서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룩하고 여러 하늘과 사람이며 8부중(部衆)들을 위하여 법의 바퀴를 굴렸으니 이 바퀴의 미묘함이야말로 일체 세간의 하늘ㆍ사람ㆍ악마ㆍ범천으로서는 굴리지 못할 바이며, 3승의 법으로써 중생을 교화하여 이익 되게 한 바는 헤아릴 수가 없었다.
019_0819_a_10L是時太子在於後爲夫人婇女說種種法太子年至二萬九千歲捨轉輪王位啓其父母求欲出家旣不聽已乃至三請猶尚不許太子慈悲志存拯濟忍其小違以成大順卽便往詣山林樹下剃除鬚髮被著法服勤修苦行滿六千歲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爲諸天人及八部衆轉於法輪此輪微妙一切世閒天人魔梵所不能轉以三乘法教化衆生所可利益不可稱數
019_0819_b_02L그때 부왕과 그 부인이며 후궁 채녀 들은 태자 보광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룩하였다 함을 듣고 마음에 크게 기뻐하며 날뛰기를 한량없이 하였다.
그때 여러 신하와 국내 인민들이며 바라문들은 태자의 도가 이루어졌음을 듣고 마음에 저마다 생각하기를 ‘태자 보광께서 전륜왕위를 버리고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법복을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닦아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셨다 한다. 우리들도 이제 집을 떠나야겠구나’라는 이런 생각을 한 뒤에 모두가 다 보광불(普光佛)에게 나아갔다.
019_0819_a_21L爾時父王及其夫人後宮婇女聞太子普光成阿耨多羅三藐三菩心大歡喜踊躍無量爾時群臣國內人民婆羅門等聞太子道成心各念言太子普光捨轉輪王位剃除鬚被著法服出家修道得成正覺等今者亦當出家作此念已悉皆往詣普光佛所
그때 보광 여래께서는 곧 그들의 마음을 자세히 살피고 그의 인연들을 따라서 그들에게 법을 말씀하시니, 대신과 바라문 등 4천 인이 아라한이 되었고 나라 안의 인민과 그 밖의 사방에서 와 모인 대중들 8만 인이 역시 집착이 없는 법의 지혜[無着法忍]를 얻었다.
그때 보광 여래는 8만 4천의 아라한들과 함게 나라 지경에 나아가 노닐고 다니면서 교화하셨는데, 부왕은 듣고 마음에 크게 기뻐하면서 즉시 나라 안에 칙령하여 도로를 편편히 다스리고 향수를 땅에 뿌리며 여러 가지 비단 보배의 당기ㆍ번기ㆍ일산을 걸고 뭇 이름 있는 꽃을 흩게 하였나니 이렇게 장엄하기를 12요자나(踰闍那)까지 하고, 또 다시 북을 치며 나라 안에 명령하였다.
‘모든 꽃을 지닌 이는 사사로 팔 수 없으며 모두 왕에게 보낼 것이니라.’
아울러서 인민들에게 칙령하였다.
‘나보다 먼저 부처님께 공양할 수 없다.’
그리고는 곧 대신을 보내어서 풍악을 잡히고 향을 지피며 꽃을 흩으면서 가서 그 보광 여래를 칭하게 하였다.
019_0819_b_06L爾時普光如來卽觀其隨其因緣而爲說法大臣婆羅門有四千人成阿羅漢國中人民及餘四方諸來會衆有八萬人亦得無著法忍爾時普光如來與八萬四千諸阿羅漢往詣國界遊行教化父王聞已心大歡喜卽勅國中平治道路香水灑地懸諸繒綵寶幢幡蓋散衆名花如是莊嚴滿十二踰闍那又復擊鼓唱令國內諸有花者不得私賣悉輸與王幷勅人民不得先我供養於佛卽遣大臣幷作伎樂燒香散花而往請彼普光如來
그때 선혜 선인(善慧仙人)은 산중에 있으면서 다섯 가지의 기이한 꿈을 꾸었는데, 첫째 꿈은 큰 바다에서 누워 있음이요, 둘째 꿈은 수미산을 베고 있음이요, 셋째 꿈은 바다 가운데의 일체 중생들이 그의 몸 안으로 들어옴이요, 넷째 꿈은 손으로 해를 붙잡고 있음이요, 다섯째 꿈은 손으로 달을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019_0819_b_18L爾時善慧仙人在於山中得五奇特一者夢臥大海二者夢枕須彌夢海中一切衆生入其身內四者夢手執日五者夢手執月
019_0819_c_02L이 꿈을 꾸고 나서 크게 놀라 깨어서는 생각하였다.
‘나의 이제 꿈이야말로 작은 일이 아니로다.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성 안에 들어가서 여러 지혜로운 이에게 물어야겠구나.’
그리고는 사슴 갖옷을 입고 손에 물병과 지팡이며 우산을 가지고서 성읍으로 들어가는데, 지나가는 외도가 살고 있고 5백 인에 우두머리가 있었으므로, 선혜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꿈꾸었던 것을 묻고, 아울러 그들이 닦는 바의 일을 자세히 살펴야겠다.’
곧 여러 사람들과 같이 도의 이치를 강론하여 그 다른 소견을 깨뜨려 주자, 때에 5백 인은 곧 굴복하고 제자 되기를 바라며 선혜에게 깊은 공경을 내면서 저마다 은전(銀錢) 한 푼씩을 올렸다.
019_0819_b_22L得此夢已卽大驚悟心自念言我今此夢非爲小緣當以問誰宜入城內問諸智者作是念已披鹿皮衣手執水缾及杖繖蓋行入城邑路過外道所止住處有五百人而爲上首善慧念言我今當以所夢問之幷得觀其所修之業共諸人講論道義破其異見時五百卽便受屈求爲弟子於善慧所深生恭敬各以銀錢一枚而以上之
다시 5백의 외도들은 선혜의 변재와 총명을 보고서 역시 따라 기뻐하였는데, 이때에 여러 외도들을 함께 의논하여 말하였다.
‘지금 보광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셨다.’
019_0819_c_08L有五百外道旣見善慧辯才聰明生隨喜時諸外道自共議言今普光如來出興于世
선혜 선인은 이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서면서, 마음이 크게 기뻐서 날뛰기를 한량없이 하고는 곧 외도들과 작별하고 떠나가므로, 외도들은 물었다.
‘스승께서는 어디에 가십니까?’
대답하였다.
‘나는 이제 보광불에게 가서 공양을 베풀어야 하겠노라.’
019_0819_c_11L善慧仙人聞斯語已擧體毛豎心大歡喜踊躍無量便與外道分別而去外道問言師何所趣答言我今當往普光佛所欲施供養
외도들이 말하였다.
‘스승께서 만약 가신다면 따라가게 하옵소서.’
019_0819_c_14L外道白言師若去者願樂隨從
선혜는 대답하였다.
‘나는 이제 일이 있어서 먼저 가야 하겠다.’
019_0819_c_15L善慧答曰我今有緣宜應先行
그때 선혜가 5백 은전을 가지고 길을 따라 떠나가자, 여러 외도들은 슬피사모하고 괴로워하면서 사직하고 돌아왔다.
019_0819_c_16L爾時善慧齎五百銀錢隨路而去諸外道衆戀懊惱辭別而歸
선혜는 앞으로 나아가다 왕가(王家)의 사람들이 도로를 펀펀하게 다스리고 향수를 땅에 뿌리며 당기ㆍ번기ㆍ일산을 벌려 세우면서 갖가지로 장엄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무슨 일 때문에 이런 일을 하십니까?’
019_0819_c_18L善慧至前見王家平治道路香水灑地列幢幡蓋種莊嚴卽便問言何因緣故而作是
그러자 왕가 사람은 대답하였다.
‘세상에 부처님이 나오셨는데 명호가 보광불이십니다. 이제 등조왕께서 청하셨으므로 성에 들어오시는데, 그 때문에 바쁘게 도로를 장엄하는 것입니다.’
019_0819_c_21L王人答言世有佛興名曰普光燈照王請來入城所以悤悤莊嚴道
하므로 선혜는 다시 거기 길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디에 유명한 꽃들이 있는 줄을 아십니까?’
019_0819_c_23L善慧卽復問彼路人汝知何處有諸名花
그러자 대답하였다.
‘도사여, 등조 대왕께서 북을 치고 국내에 영을 내리면서, 〈유명한 꽃은 모두 팔지를 말고 다 왕에게 보내라〉고 하였었습니다.’
019_0819_c_24L答言道士燈照大王擊鼓唱令國內名花皆不得賣悉以輸王
019_0820_a_02L그러자 선혜는 듣고 마음에 크게 괴로워하였으나 뜻에 오히려 그만두지 않고 애를 쓰며 꽃 있는 처소를 찾다가 얼마 안 되어 왕가의 하인을 만났으니, 몰래 일곱 송이의 푸른 연꽃을 가지고 지나는데 왕의 금령을 무서워하며 병 속에 감춰 둔 것이 선혜의 지극한 정성에 감동하여 그 연꽃이 병 밖으로 솟아나왔었다.
선혜는 멀리서 보고 곧 쫓아가 부르면서 말하였다.
‘아가씨, 잠깐 멈추십시오. 이 꽃을 팔지 않겠습니까?’
019_0819_c_25L慧聞已心大懊惱意猶不息苦訪花俄爾卽遇王家靑衣密持七莖靑蓮花過畏王制令藏著缾中善慧至感其蓮花踊出缾外善慧遙見追呼曰大姊且止此花賣不
그러자 하인은 듣고 마음에 크게 놀라면서 생각하였다.
‘꽃을 아주 은밀히 감추었는데, 이 남자는 누구길래 나의 꽃을 보고 사기를 청할까’ 하고 그 병을 돌아봤더니 과연 꽃이 밖으로 드러나 있었기에 기이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답하였다.
‘남자여, 이 푸른 연꽃은 궁전 안에 보내야 하며, 부처님께 올리려 하는 것이므로 할 수가 없습니다.’
019_0820_a_07L靑衣聞心大驚愕而自念言藏花甚密何男子乃見我花求索買耶顧看其果見花出生奇特想答言男子靑蓮花當送宮內欲以上佛不可得
그러자 선혜는 또 말하였다.
‘청컨대, 5백 은전으로 다섯 송이만 삽시다.’
019_0820_a_12L善慧又言請以五百銀錢雇五莖
하인은 의심을 하면서 다시 생각하였다.
〈이 꽃의 값어치는 몇 전에 불과한데, 이 남자는 은전 5백으로 다섯 송이를 사겠다고 하는구나.〉그리고는 곧 물었다.
‘이 꽃을 가져다 무엇에 쓰려고 하십니까?’
019_0820_a_13L靑衣意疑復自念言此花所直過數錢而今男子乃以銀錢五百求買五莖卽問之言欲持此花用作何
그러자 선혜는 대답하였다.
‘이제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등조 대왕이 청하여 성에 들어오신다 하기에 일부러 이 꽃을 구하여 공양을 하려 합니다. 아가씨는 아셔야 합니다. 모든 부처님ㆍ여래는 만나기 어려움이 마치 우담바라 꽃[優曇鉢花]이 때에 한 번 나타남과 같습니다.’
019_0820_a_16L善慧答言今有如來出興於世照大王請來入城故須此花欲以供大姊當知諸佛如來難可値遇優曇鉢花時乃一現
그러자 하인은 또 물었다.
‘여래께 공양을 하여 무엇을 구하려고 합니까?’
019_0820_a_19L靑衣又問供養如來爲求何等
선혜는 대답하였다.
‘일체종치(一切種智)를 성취하여 한량없이 고통 받는 중생들을 제도 해탈시키기 위해서입니다.’
019_0820_a_20L善慧答曰爲欲成就一切種智度脫無量苦衆生故
그때 하인은 이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이제 이 남자는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사슴 갖옷을 입어 겨우 몸만을 가렸으나 정성을 다하며 돈을 아끼지 않는구나.’ 그러면서 곧 말하였다.
‘제가 이제 이 꽃을 드릴 터이니, 제가 날 적마다 언제나 당신의 아내가 되기를 원합니다.’
019_0820_a_21L爾時靑衣得聞此語心自念言今此男子顏容端正披鹿皮衣纔蔽形體乃爾至誠不惜錢寶卽語之曰我今當以此花相與願我生生常爲君妻
선혜는 대답하였다.
‘나는 맑은 행을 닦고 함이 없는 도[無爲道]를 구하는 터이므로 서로가 나고 죽는 인연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019_0820_a_25L善慧答言我修梵行求無爲道不得相許生死之緣
019_0820_b_02L그러자 하인은 바로 말하였다.
‘만약 나의 이 소원을 따르지 않겠다면 꽃을 드릴 수 없습니다.’
019_0820_b_03L靑衣卽言若當不從我此願者花不可得
선혜는 또 말하였다.
‘그대가 만약 결정코 나에게 꽃을 주지 않겠다면 그대의 소원을 따르겠소. 그러나 나는 보시를 좋아하여 남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므로, 만약에 어떤 이가 와서 나에게 머리와 눈과 골수와 뇌며 아내와 아들을 구하려 할 경우, 당신은 못하게 하거나 나의 보시하려는 마음을 무너뜨리지 말아야 합니다.’
019_0820_b_04L善慧又曰汝若決定不與我花當從汝願我好布施不逆人意若使有來從我乞求頭目髓腦及與妻子汝莫生閡壞吾施心
그러자 하인은 대답하였다.
‘거룩하고 거룩하십니다. 공경하며 하라는 명을 따르겠습니다. 지금 저는 여자인지라 연약하여 나아가지를 못하므로 이 두 송이 꽃까지 맡기오니, 부처님께 바치시면서 저와 날 적마다 이 소원을 잃지 않게 하며, 잘났거나 못났거나 간에 떨어지지 않으리니 반드시 마음 속에 간직하여 부처님께서 알게 하십시오.’
019_0820_b_07L靑衣答言善哉善哉敬從來命今我女弱不能得前請寄二花以獻於佛使我生生不失此願好醜不離必置心中令佛知之
그때 등조왕은 그 여러 아들들과 뭇 관속들이여, 바라문들과 함께 좋은 향과 꽃이며 갖가지 공양 거리를 가지고 나가서 보광 여래를 받들어 영접하였으며, 온 나라 인민들도 모두가 따랐다.
019_0820_b_11L爾時燈照王與其諸子及衆官屬羅門等持好香花種種供具而出奉迎普光如來擧國人民亦皆隨從
이때 선혜의 5백 제자들은 함께 서로 말하였다.‘오늘 국왕과 여러 신하며 백성들이 모두 다 보광불께 나아가고 큰 스승께서도 지금쯤은 이미 가셨을 터이니 우리들도 거기에 가서 예배 공경합시다.’
019_0820_b_14L時善慧五百弟子共相謂言今日國王及諸臣民悉皆往詣普光佛所師今者亦當已去我等宜應往彼禮
이런 말들을 하고서 모두가 함께 가다가 길에서 멀지 않은 데서 선혜를 만났다. 스승과 제자들이 서로 만나자 기뻐하기를 한량없이 하다가 같이 보광불께 나아가서 등조왕을 보았더니, 이미 부처님의 앞에 이르러서 맨 처음에 공양하고 예배를 하였으며 이렇게 차례로 여러 대신들까지 역시 저마다 예배 공경하면서 아울러 이름 있는 꽃을 흩었는데, 꽃은 모두 땅에 떨어져 버렸다.
019_0820_b_18L作此言已卽共俱行在道未遠見善慧師徒相遇喜悅旡量卽共同詣普光佛所見燈照王已到佛前得在初供養禮拜如是次第至諸大亦各禮敬幷散名花花悉墮地
019_0820_c_02L그때에 선혜는 5백의 제자들과 함께 여러 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공양하여 마치는 것을 본 뒤에 여래의 상호를 자세히 살피면서 또 여러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또한 일체 종지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곧 다섯 송이를 뿌렸더니 모두가 공중에 머무르면서 꽃받침[花臺]으로 변화하였으며, 뒤에 두 송이를 흩뿌리자 역시 공중에 머무르면서 부처님의 양곁을 둘러쌌다.
019_0820_b_22L時善慧與五百弟子見諸人衆供養畢已諦觀如來相好之容又欲濟拔諸苦衆生亦欲滿足一切種智故散五莖皆住空中化成花臺後散二亦止空中夾佛兩邊
그때 국왕과 권속 들이며 일체 신민과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며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이 이 기이한 것을 보고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였다.
019_0820_c_04L爾時國王及其眷屬一切臣民夜叉乾闥婆阿修羅迦樓羅緊那羅摩睺羅伽非人等見此奇特歎未曾有
이에 보광 여래는 걸림이 없는 지혜로써 선혜를 칭찬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야, 너는 이 행 때문에 한량없는 아승기겁을 지나면 부처가 되리니, 명호는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 세존이라 하리라.’
019_0820_c_07L於是普光如來以無㝵智讚善慧言善哉善男子汝以是行過旡量阿僧祇當得成佛號釋迦牟尼如來應供遍知明行足善逝世閒解無上士調御丈夫天人師世尊
선혜에게 수기(授記)하실 적에 한량없는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이 뭇 아름다운 꽃을 흩뿌려서 공중에 가득 채우고도 서원을 세우기를, ‘선혜께서 장래 부처님의 도를 이루실 때에 저희들 모두 그의 권속이 되게 하소서’라고 하였다.
019_0820_c_12L當於善慧受記之時無量天夜叉乾闥婆阿修伽樓羅緊那羅摩睺羅伽人非人散衆妙花滿虛空中而發誓言慧將來成佛道時我等皆願爲其眷
이때에 보광 여래는 곧 수기하시기를, ‘너희들은 모두 장차 그 나라에 나게 되리라’고 하셨다.
019_0820_c_17L是時普光如來卽記之曰汝等皆當得生其國
그때 여래는 수기를 하신 뒤에 아직도 선혜가 신선의 상투를 하고 사슴 갖옷을 입고 있음을 보시고, 여래는 이 옷과 거동을 버리게 하시려고 곧 땅을 변화시켜 진창을 만드시니,
019_0820_c_18L爾時如來旣授記已見善慧作仙人髻披鹿皮衣如來欲令捨此服儀卽便化地以爲淤泥
선혜는 부처님께서 여기를 가셔야 하는데 땅이 곤죽이었는지라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어떻게 천 개의 바퀴살이 계신 발로써 여기를 밟고 지나가게 하겠는가.’
그리고는 곧 가죽 옷을 벗어서 땅에 깔았으나 진흙이 묻지 않도록 하는 데 부족하였으므로 이에 또 머리칼을 풀어서 역시 덮었다.
019_0820_c_20L慧見佛應從此行而地濁濕心自念云何乃令千輻輪足蹈此而過脫皮衣以用布地不足掩泥仍又解亦以覆之
019_0821_a_02L그러자 여래는 곧 밟으시고 건너시면서 그대로 수기를 하셨다.
‘너는 뒤에 부처가 되어서 5탁악세(濁惡世)에서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제도시키는 데에 어렵게 여기지 않음이 반드시 나와 같으리라.’
019_0820_c_24L如來卽便踐之而度記之曰汝後得佛當於五濁惡世諸天人不以爲難必如我也
이때 선혜는 이 수기를 듣고 기뻐 날뛰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즉시 온갖 법이 〈공〉함을 깨닫고 생사 없는 법의 지혜[無生忍]를 얻고서는 몸이 허공에 오르며 땅에서 7다라수(多羅樹)를 떨어져서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019_0821_a_03L于時善聞斯記已歡欣踊躍喜不自勝時便解一切法空得無生忍身昇虛去地七多羅樹以偈讚佛

이제야 세간의 길잡이를 뵈었더니
저에게 지혜 눈이 열리게 하셨고
저를 위해 깨끗한 법 말씀하시니
일체의 집착을 떠났습니다.
019_0821_a_06L今見世閒導
令我開慧眼
爲說淸淨法
去離一切著

이제야 천상 인간의 어른을 만났더니
저에게 남[生]이 없음을 얻게 하셨습니다.
원컨대 장래에 과위(果位) 얻어서
역시 약족존(兩足尊)과 같게 하소서.
019_0821_a_08L今遇天人尊
令我得無生
願將來獲果
亦如兩足尊

이때 선혜는 이 게송을 말하여 마치고 공중으로부터 내려와 부처님의 앞에 닿으면서 온몸을 땅에 대고 부처님께 아뢰었니라.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이시여, 저를 가엾이 여기셔서 저의 출가를 허락사시옵소서.’
019_0821_a_09L是時善慧說此讚已從空中下到於佛前五體投地而白佛言唯願世尊哀愍我故聽我出家
보광 여래는 대답하였다.
‘장하도다. 잘 왔구나, 비구야.’
그러자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며 바로 사문이 되었다.
019_0821_a_12L爾時普光如來答言善哉善來比丘鬚髮自落袈裟著身卽成沙門
그때 두 명의 가난한 노인이 저마다 친속 1백 인과 함께 부처님의 상호와 거룩한 덕이 엄숙하고 빛남을 보고서 스스로 가난하여 공양할 수 없음을 슬퍼하였다. 이때 여래는 그 마음들의 지극함을 가엾이 여기시어 곧 앞의 땅을 변화로 여러 쓰레기가 있게 하여 두 가난한 사람에게 땅이 깨끗하지 못함을 보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곧 뿌리고 쓸게 하시고는 보광 여래께서 수기하시기를 ‘너희들은 한량없는 아승기겁을 지나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면, 그때에 첫째가는 성문 제자가 되리라.’
019_0821_a_14L爾時有二貧窮老人各與親屬一百人俱睹佛相好威德嚴顯自傷貧乏無以供養是時如來愍其心至卽化前地生諸草穢令二貧人見地不淨發歡喜心而便灑掃普光如來而記之曰汝過無量阿僧祇劫釋迦牟尼佛出興於世汝等爾時當作第一聲聞弟子
그때 보광 여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수기하신 뒤에 8만 4천의 비구들과 등조왕이며 아울러 바라문과 신민(臣民)들에게 앞뒤에서 둘러싸여 제파바지성으로 들어오셨다.
019_0821_a_22L爾時普光如來記貧人已八萬四千比丘及燈照王幷婆羅門諸臣民等前後圍繞入提播婆底城
019_0821_b_02L이때에 등조왕은 그의 권속들과 함께 네 가지로써 보광 여래와 8만 4천 비구들에게 공양하기를 4만 년 동안 그의 권속과 부인의 권속들, 각 8만 4천 인과 함께 같이 부처님의 법에 출가하여 도를 닦아서 다라니(陀羅尼)와 모든 법의 삼매(三昧)를 얻었다.
019_0821_a_24L時燈照王與其眷屬以四事供養普光如來幷及八萬四千比丘經四萬王卽捨位以付其子與其眷屬夫人眷屬各八萬四千人同於佛法出家修道得陁羅尼諸法三昧
선혜 비구도 역시 보광 여래를 따라 가서 왕의 공양을 받기를 4만 년 동안을 하고 모든 법 중에서 깊은 삼매를 얻고 중생들을 교화하였음이 헤아릴 수 없었다.
019_0821_b_06L善慧比丘亦隨普光如來受王供養滿四萬歲於諸法中得深三昧教化衆生不可稱數
그때 선혜 비구는 보광 여래에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옛날에 깊은 산중에 있으면서 다섯 가지의 기특한 꿈을 꾸었습니다. 첫째의 꿈은 큰 바다에 누워 있는 것이오며, 둘째의 꿈은 수미산을 베고 있는 것이오며, 셋째의 꿈은 바다 가운데의 온갖 중생들이 저의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오며, 넷째의 꿈은 손으로 해를 붙잡는 것이오며, 다섯째의 꿈은 손으로 달을 붙잡은 것이었습니다. 오직 세존이시여, 저에게 이 꿈의 형상을 풀이하여 주시기를 원합니다.’
019_0821_b_09L爾時善慧比丘白普光如來言世尊我於昔日在深山中得五奇特夢一者夢臥大海二者夢枕須三者夢海中一切衆生入我身內四者夢手執日五者夢手執月唯願世尊爲我解說此夢之相
그때에 보광 여래는 대답하셨다.
‘장하구나, 네가 만약 이 꿈의 이치를 알고자 하면 너에게 말을 하겠노라.’
꿈에 큰 바다에 누워 있는 것은 너의 몸이 즉시 나고 죽는 큰 바다의 가운데에 있다 함이요, 꿈에 수미산을 베고 있는 것은 나고 죽는 데서 뛰어나와 열반을 얻는 형상이요, 꿈에 큰 바다 가운데의 온갖 중생들이 몸 안으로 들어온 것은 장차 나고 죽는 큰 바다에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귀의할 곳이 됨이요, 꿈에 손으로 해를 붙잡은 것은 지혜의 광명이 널리 법계를 비춤이요, 꿈에 손으로 달을 붙잡는 것은 방편과 지혜로써 나고 죽는 데에 들어서 맑고 시원한 법으로써 중생들을 교화하여 뜨거운 번뇌를 여의게 하는 것이니라.
이 꿈의 인연이야말로 바로 너의 장래에 부처를 이루는 형상이니라.’
019_0821_b_14L爾時普光如來答言善哉汝若欲知此夢義者當爲汝說夢臥大海者汝身卽時在於生死大海之中夢枕須彌者出於生死得般涅槃相夢大海中一切衆生入身內者當於生死大海爲諸衆生作歸依處夢手執日者智慧光明照法界夢手執月者以方便智入於生死以淸涼法化導衆生令離惱熱此夢因緣是汝將來成佛之相
그러자 선혜는 듣고 나서 기뻐 날뛰며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019_0821_b_23L善慧聞已歡喜踊躍不能自勝禮佛而退
019_0821_c_02L그때 보광 여래는 다시 얼마를 지나시다가 열반에 드셨는데, 선혜 비구는 바른 법을 보호하고 지니기를 2만 년 동안이나 하면서 3승(乘)의 법으로써 중생을 교화하였나니, 이익을 받은 이가 헤아릴 수 없었다.
019_0821_b_24L爾時普光如來復經少時入般涅槃善慧比丘護持正法滿二萬歲以三乘法教化衆生所利益者不可稱計
그때 선혜 비구는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자, 곧 올라가 나서 4천왕이 되어 3승의 법으로써 여러 하늘들을 교화하였으며, 그 하늘의 수명이 다하자 내려와 인간에 태어나서 전륜성왕이 되어 사천하를 다스리고 7보가 완전히 갖추었었나니, 첫째 금륜보(金輪寶)요, 둘째 백상보(白象寶)요, 셋째 감마보(紺馬寶)요, 넷째 신주보(神珠寶)요, 다섯째 옥녀보(玉女寶)요, 여섯째, 주장신보(主臧臣寶)요, 일곱째 주병신보(主兵臣寶)가 그것이며, 천의 아들이 갖추 있어서 모두 용맹하고 씩씩하며 능히 적을 항복 받고 바른 법으로써 다스리며 모든 근심 걱정이 없고 언제나 열 가지 선으로써 인민들을 교화하였다.
019_0821_c_04L爾時善慧比丘於彼命終卽便上生爲四天王以三乘法化諸天衆盡彼天壽下生人閒爲轉輪聖王王四天七寶具足金輪寶白象寶紺馬寶神珠寶玉女寶六主藏臣寶主兵臣寶千子具足皆悉勇能伏怨敵以正法治無諸憂惱以十善化諸人民
여기에서 목숨이 끝나자 도리천에 나가 거기의 천주가 되었다가 목숨이 끝나자 내려와 태어나서 전륜성왕이 되었으며, 그 수명이 끝나자 내지 제7범천에 났나니, 올라가서는 천왕이 되고 내려와서는 성왕이 되기를 각각 서른여섯 번을 하였는데, 그 사이에 혹은 신선이 되기도 하고, 혹은 외도 6사(師)가 되기도 하고 혹은 바라문이 되기도 하고, 혹은 작은 왕이 되기도 하면서 이렇게 변화하여 나타난 것이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019_0821_c_12L於此壽終生忉利爲彼天主壽終下生爲轉輪聖王終其壽命乃至生於第七梵天上爲天王下爲聖主各三十六反其閒或爲仙人或爲外道六師或爲婆羅門或爲小王如是變現不可稱數
그때 선혜 보살은 공과 행이 가득차서 자리는 10지(地)에 올랐고 일생보처(一生補處)에 있으면서 일체종지에 가까웠었는데, 도솔천에 나서 이름이 성선백(聖善白)이었다.여러 천주들을 위하여 일생보처의 행을 말하였고, 또한 시방 국토에 갖가지 몸을 나타내면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따라 알맞게 법을 말하다가 때와 운수가 다가와서 내려가 부처가 되어야 하겠는지라, 곧 다섯 가지의 일을 자세히 살폈다.
019_0821_c_17L爾時善慧菩薩功行滿足位登十地在一生補處近一切種智生兜率天名聖善白爲諸天主說於一生補處之行亦於十方國土現種種身爲諸衆生隨應說法期運將至當下作佛卽觀五事
019_0822_a_02L첫째는 모든 중생들의 성숙 되었는가 아직 성숙되지 못하였는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요, 둘째는 때가 이르렀는가 아직 이르지 않았는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요, 셋째는 모든 국토에서 어느 나라가 중앙에 있는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요, 넷째는 모든 성바지에서 어느 성바지가 귀하고 왕성한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며, 다섯째는 과거의 인연에 누가 가장 참되고 바르며 부모가 되기에 알맞은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었다.
019_0821_c_23L一者觀諸衆生熟與未熟二者觀時至與未至三者觀諸國土何國處中四者觀諸種族何族貴盛五者觀過去因緣誰最眞正應爲父
다섯 가지의 일에 자세히 살피기를 마치고 곧 생각하기를 ‘이제 모든 중생들은 다 이는 내가 처음에 마음을 낸 이래로 성숙된 이들이라 깨끗하고 미묘한 법을 받아낼 수 있겠으며, 3천 대천 세계에서 이 염부제(閻浮提)의 가비라패도국(迦毘羅旆兜國)만이 가장 중앙에 있으며, 여러 성바지에서 석가가 제일이요, 감자(甘蔗)의 자손이 전륜성왕의 후손이며, 백정왕(白淨王)의 과거 인연을 살피건대 부부가 참되고 발라서 부모가 될 만하겠으며, 또 마야[摩耶] 부인의 수명이 길고 짦음을 살펴도 태자를 배서 열 달을 다 채우고 태자가 탄생하면 태어난 지 7일 만에 그 어머니의 목숨이 끝나겠구나’라고 하였다.
019_0822_a_04L觀五事已卽自思惟今諸衆生是我初發心以來所成熟者堪能受於淸淨妙法於此三千大千世界閻浮提迦毘羅旆兜國最爲處中族種姓釋迦第一甘蔗苗裔聖王之觀白淨王過去因緣夫妻眞正堪爲父母又觀摩耶夫人壽命脩短抱太子滿足十月太子便生生七日其母命終
이렇게 자세히 살피고 또 생각하기를 ‘내가 이제 만약 문득 내려가서 태어나면 여러 천인들을 널리 이롭게 할 수는 없겠구나’ 하고, 이에 하늘 궁전에서 다섯 가지의 형상을 나타내어 여려 천자들에게 모두가 다 보살은 때와 운수가 응당 내려가서 부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 알게 하였나니, 첫째는 보살의 눈이 깜짝거림을 나타내는 것이요, 둘째는 머리 위의 꽃이 이울러지는 것이요, 셋째는 옷에 먼지와 때가 끼는 것이요, 넷째는 겨드랑이 밑에 땀이 나는 것이며, 다섯째는 본래의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었다.
019_0822_a_12L旣作此觀又自思惟今若便卽下生者不能廣利諸天人仍於天宮現五種相令諸天子悉覺知菩薩期運應下作佛一者薩眼現瞬動二者頭上花萎三者衣受塵垢四者腋下汗出五者不樂本座
이때 여러 하늘들은 갑자기 보살에게 이런 이상이 있음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였는지라, 몸의 모든 털구멍에서 피가 흐르는 것이 마치 비오듯 하였으므로 서로가 말하였다.
‘보살은 오래지 않아서 우리들을 버리겠구나.’
019_0822_a_17L時諸天衆忽見菩薩有此異相心大驚怖身諸毛孔血流如雨自相謂言菩薩不久捨於我等
그때 보살은 또 다섯 가지의 상서로움을 나타내었나니, 첫째는 큰 광명을 내쏟아서 3천 대천 세계를 널리 비추었음이요, 둘째는 대지를 열여덟 가지 모양으로 움직였으므로 수미산과 바닷물과 모든 하늘 궁정들이 모두 다 몹시 흔들렸음이요, 셋째는 악마의 궁전 집들이 숨고 가리워져서 나타나지 아니하였음이요, 넷째는 해와 달이며 별들의 광명이 없어졌음이요, 다섯째는 하늘이며 용과 8부(部)들의 몸이 모두가 진동하여 어찌 하지를 못한 것들이었다.
019_0822_a_20L爾時菩薩又現五瑞一者放大光明普照三千大千世界二者大地十八相動須彌海水諸天宮殿皆悉震搖三者諸魔宮宅隱蔽不現四者日月星辰無復光明五者天龍八部身皆震動不能自禁
019_0822_b_02L이때 도솔천의 여러 하늘들은 보살의 몸에 이미 다섯 가지 형상이 있음을 보았고 또 다시 바깥의 다섯 가지 있기 드문 일들을 보고서 모두가 다 모여서는 보살에게 도착하여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존자여, 우리들을 오늘 이 여러 형상들을 보고 온몸이 몹시 떨려서 자연히 편안하지를 못합니다. 오직 원컨대 우리들에게 이 인연을 풀이하소서.’
019_0822_b_02L是時兜率諸天見菩薩身已有五相又復睹外五希有事皆悉聚集到菩薩所頭面禮足白言尊者我等今日見此諸相擧身震動不能自安唯願爲我釋此因緣
그러자 보살은 곧 여러 하늘들에게 대답하였다.
‘선남자들이여, 알아야 하시리라. 모든 행은 모두 다 무상한지라 나도 이제 오래지 않아서 이 하늘 궁전을 버리고 염부제에 태어날 것입니다.’
019_0822_b_07L菩薩卽便答諸天言善男子當知諸行皆悉無常我今不捨此天宮生閻浮提
이때 하늘들은 이 말을 듣고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리면서 마음으로 크게 근심하고 괴로워하였으므로 온몸에 피가 나타난 것이 마치 바라사화(波羅 奢花)와 같았으며, 어떤 이는 뒹굴며 땅에서 기절하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무상의 고통을 깊이 한탄하는 이도 있었다.
그때에 한 천자가 있다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019_0822_b_09L于時諸天此語已悲號涕泣心大憂惱擧身血如波羅奢花或有不復樂於本座或有棄其莊嚴之具或有宛轉迷悶於地或有深歎無常苦者爾時有一天子卽說偈言

보살이야말로 여기에 계시면서
저희들의 법의 눈[法眼]을 열어 주시었는데
이제는 저희들을 멀리하여 버리시니
소경이 길잡이를 여윈 것과 같습니다.
019_0822_b_14L菩薩在於此
開我等法眼
今者遠我去
如盲離導師

또 다시 물을 건너려 할 제
갑자기 교량과 배를 잃음과 같으며
또한 젖먹이의 어린아이가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것과 같습니다.
019_0822_b_16L又如欲渡水
忽然失橋舩
亦似嬰孩兒
喪亡其慈母

저희들도 역시 그와 같아서
귀의할 바 처소를 잃게 됐나니
바야흐로 나고 죽는 흐름에 떠나니며
마침내 뛰어 나올 인연이 없으리다.
019_0822_b_17L我等亦如是
失所歸依處
方漂生死流
了無有出緣

저희들은 오랜 세월 동안을
어리석음의 화살을 맞게 될 텐데
이미 크신 의왕(醫王)을 잃어버리면
누가 저희들을 구하오니까.
019_0822_b_18L我等於長夜
爲癡箭所射
旣失大醫王
誰當救我者

무명의 평상에 머물러 누워서
길이 애욕의 바다에 빠질 텐데
영원히 존자의 가르침이 끊어지면
뛰어 나올 기약을 만나지 못하리다.
019_0822_b_20L滯臥無明牀
長沒愛欲海
永絕尊者訓
未見超出期
019_0822_c_02L
그때 보살은 천자들이 슬피 울면서 괴로워함을 보고 또 그리움을 말하는 게송을 듣고는, 곧 인자한 음성으로써 말하였다.
‘선남자들이여, 무릇 사람이 남을 받고서 죽지 않는 이 없으며, 은혜와 사랑이 합하고 모였다가 반드시 이별이 있습니다. 위로 아가니타천(阿迦膩咤天)에 이르고 아래로 아비지옥에 이르기까지 그 가운데의 온갖 중생들은 무상이란 큰 불에 데이지 않는 이가 없나니, 그러므로 그대들은 나 혼자에게 그리움을 내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이제 그대들과 나 혼자에게 그리움을 내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이제 그대들과 똑같이 모두가 다 나고 죽음의 훨훨 타는 불을 여의지 못했을 뿐더러 이에 온갖 가난과 가면과 귀함이며 천함까지라도 모두 면하거나 벗어나지를 못하였습니다.’
이에 보살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019_0822_b_21L爾時菩薩見諸天子悲泣懊惱又復聞說戀慕之偈卽以慈音而告之曰善男子凡人受生無不死者恩愛合必有別離上至阿迦膩咤天下至阿鼻地獄其中一切諸衆生等無有不爲無常大火之所煎炙是故汝等不應於我獨生戀慕我今與汝皆悉未離生死熾火乃至一切貧富貴賤皆不免脫於是菩薩卽說偈言

변천하는 모든 법 떳떳치 않아
모두가 났다가는 없어지는 법
났다 없다 하는 법 없어지면
그 때가 고요하여 즐거우리라.
019_0822_c_07L諸行無常
是生滅法
生滅滅已
寂滅爲樂
019_0823_a_02L
그때 보살은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그 게송은 바로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같이 말씀한 것으로서, 모든 변천하는 것의 성품과 모양인 법은 다 이와 같습니다. 그대들은 이제 근심하거나 과로워하지 마십시오. 나는 나고 죽기를 한량없는 겁 동안 하며 오다가 이제는 오직 이 한 번의 생(生)만이 있으므로 오래지 않아서 모든 변천하는 것을 떠날 수 있게 됩니다.
그대들은 아셔야 하리라. 지금이야 말로 바로 중생들을 제도 해탈해야 할 때이므로, 나는 내려가서 염부제의 가비라패도국(迦毘羅旆兜國) 감자(甘蔗) 후손 석가 성바지인 백정왕(白淨王)의 집에 태어나야 하겠습니다. 나는 거기에 태어났다가 부모를 멀리 떠나고 처자와 전륜의 왕위를 버리고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부지런히 고행(苦行)을 닦아서 악마를 항복 받고 일체 종지를 이룩하여 법 바퀴를 굴리리니 일체세간의 하늘ㆍ사람ㆍ악마와 범천으로서는 능히 굴리지 못할 바입니다.
또한 과거 부처님네의 행하신 법식에 의지하여 널리 온갖 하늘과 사람들을 이롭히고 큰 법의 당기를 세워 악마의 당기를 거꾸러뜨리며 번뇌의 바다를 말리고 여덟 가지 바른 길을 깨끗이 하며 모든 법의 도장으로써 중생들의 마음에 찍을 것이요, 큰 법의 모임을 베풀어서 여러 천인들을 청하리니 그대들은 그때에 역시 모두가 같이 이 모임에 있으면서 법의 음식을 받아먹으리다. 이런 인연 때문에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때에 보살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019_0822_c_09L爾時菩薩語天子言此偈乃是過去諸佛之所共說諸行性相法皆如是汝等今者勿生憂惱我於生死無量劫來今者唯有此一生在不久當得離於諸行汝等當知今是度脫衆生之時我應下生閻浮提中迦毘羅旆兜國甘蔗苗裔釋姓種族白淨王家我生於彼遠離父母棄捨妻子及轉輪王位出家學道勤修苦行降伏魔成一切種智轉於法輪一切世閒天人魔梵所不能轉亦依過去諸佛所行法式廣利一切諸天人衆建大法幢傾倒魔幢竭煩惱海淨八正路以諸法印印衆生心設大法會請諸天人汝等爾時亦當皆同在於此會飡受法食以是因緣不應憂惱爾時菩薩以偈頌曰

나는 여기에서 오래지 않아
염부제에 내려가서는
가비라국의
백정왕의 궁전에 태어나야 하리라.
019_0823_a_03L我於此不久
當下閻浮提
迦毘羅旆兜
白淨王宮生

아버지와 어머니의 친족을 작별하고
전륜왕의 자리를 버리고서는
집을 떠나 도를 행하고 배워서
일체종지를 이룩하리라.
019_0823_a_05L辭父母親屬
捨轉輪王位
出家行學道
成一切種智

바른 법의 당기를 세워
번뇌의 바다를 능히 말리고
나쁜 길의 문을 닫고 막아서
여덟 가지 바른 길을 깨끗이 열리라.
019_0823_a_06L建立正法幢
能竭煩惱海
閉塞惡趣門
淨開八正道

널리 모든 천상ㆍ인간을 이롭게 함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니
이런 인연 때문에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아야 하리.
019_0823_a_07L廣利諸天人
其數不可計
以是因緣故
不應生憂惱

그때 보살은 온몸의 털구멍에서 온통 광명을 내쏘는데, 여러 천자들은 보살의 말을 들었고 또 다시 몸에서 큰 광명 내쏨을 보고서 기뻐 날뛰며 모든 근심과 고통을 여의고 각자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보살은 오래지 않아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시겠구나’고 하였다.
019_0823_a_09L爾時菩薩擧身毛孔皆放光明諸天子等聞菩薩言又復見身出大光明歡喜踊躍離諸憂苦各心念言菩薩不久當成正覺
그때 보살은 내려가서 태 안에 들 때가 다가왔음을 자세히 살피고는 곧 여섯 어금니인 흰 코끼리를 타고 도솔천궁을 출발하자, 한량없는 하늘들은 여러 풍악을 잡히고 뭇 이름 있는 향을 지피며 하늘의 아름다운 꽃을 흩으면서 보살을 따르며 공중에 가득히 차서 큰 광명을 내었으므로 시방에 널리 비추었는데 4월 8일 샛별이 돋을 때에 내려가 어머니의 태 안에 들었다.
019_0823_a_13L爾時菩薩觀降胎時至卽乘六牙白發兜率宮無量諸天作諸伎樂衆名香散天妙花隨從菩薩滿虛空放大光明普照十方以四月八日明星出時降神母胎
이때에 마야 부인은 잠에서 깨어날 즈음에 보살이 여섯 어금니의 흰 코끼리를 타고 허공을 날아 와서 오른 겨드랑이로 들어옴을 보았는데, 그림자가 밖으로 나타남이 마치 유리(琉璃)에 있는 것과 같고 부인의 몸이 편안하여 상쾌함이 마치 단 이슬을 먹은 것과 같았는지라, 자신을 돌아보매 해와 달이 비치는 것과 같았으므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날뛰기를 한량없이 하다가 이 형상을 보고 난 뒤에 와락 깨어나 희유한 마음을 내면서 즉시 백정왕의 처소에 나아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제가 아까 잠에서 깨어날 즈음에 그 상태는 마치 꿈과 같사온데, 여러 상서로운 형상을 보고 매우 기이하게 여기옵니다.’
019_0823_a_18L于時摩耶夫人於眠寤之際見菩薩乘六牙白象騰虛而來從右脅入影現於外如處琉夫人體安快樂如服甘露顧見自如日月照心大歡喜踊躍無量此相已豁然而覺生希有心卽便往至白淨王所而白王言我於向者眠寤之際其狀如夢見諸瑞相極爲奇
019_0823_b_02L왕은 대답하였다.
‘나도 아까 역시 큰 광명이 있음을 보았고, 또 당신의 얼굴 모습이 이상해짐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보았던 상서로운 모양을 말씀하시오.’
라고 하자, 부인은 곧 자세히 위의 일들을 게송으로 말하였다.
019_0823_b_03L王卽答言我向亦見有大光明復覺汝顏貌異常汝可爲說所見瑞夫人卽便具說上事以偈頌曰

흰 코끼리를 타고 있음을 보았는데
사뜻하고 맑기가 해와 달과 같았으며
제석과 범왕의 여러 하늘들이
모두 다 보배 당기를 가졌습니다.
019_0823_b_05L見有乘白象
皎淨如日月
釋梵諸天衆
皆悉執寶幢

향을 지피고 하늘 꽃을 흩으며
아울러 여러 가지 풍악을 잡히면서
허공 가운데 가득히 차서
에워싸고서 내려왔습니다.
019_0823_b_07L燒香散天花
幷作衆伎樂
充滿虛空中
圍繞而來下

와서 나의 오른편의 겨드랑이에 들었는데
마치 유리에 있는 것과 같나이다.
지금 대왕께서 나타냈으니
이것이 어떠한 상서로운 상입니까.
019_0823_b_08L來入我右脅
猶如處琉璃
今以現大王
此爲何瑞相

그때 백정왕은 마야 부인에게서의 여러 가지 상서로운 형상을 보고 나서 기뻐 날뛰며 어쩔 줄 모르다가 곧 보내어 관상 잘하는 바라문을 청하여 아름다운 향과 꽃이며 갖가지 음식으로써 공양하고 공양하기를 마치자 부인의 오른 겨드랑을 보이고 아울러 상서로운 형상을 말하면서 바라문에게 아뢰었다.
‘원컨대 점을 쳐 주십시오. 어떠한 특이함이 있습니까?’
019_0823_b_09L爾時白淨王見摩耶夫人諸瑞相已歡喜踊躍不能自勝卽便遣請善相婆羅門以妙香花種種飮食而供養供養畢已示夫人右脅幷說瑞相白婆羅門言願爲占之有何等異
그러자 바라문은 바로 점을 치고서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부인께서 배신 태자야말로 여러 가지 좋고 미묘한 상(相)인지라 자세히 말씀할 수조차 없지만 이제 왕에게 대략만 말씀하겠습니다.
대왕은 아셔야 하리다. 지금 이 부인의 태 안의 아들은 반드시 석가 성바지를 빛나게 할 것이요, 태 안에 내려올 때에 큰 광명을 내쏘고 여러 하늘과 제석ㆍ범왕이 붙들어 모시면서 에워쌌으니 이 형상은 반드시 이는 바른 깨달음의 조짐입니다. 만약 출가하지 않으면 전륜성왕이 되어 사천하의 왕이 되며 7보가 저절로 이르르고 천의 아들이 완전히 갖추겠습니다.’
라고 하며,
019_0823_b_14L婆羅門卽占之曰太王夫人所懷大諸善妙相不可具說今當爲王略言之耳大王當知今此夫人胎中之必能光顯釋迦種族降胎之時大光明諸天釋梵執侍圍繞此相必是正覺之瑞若不出家爲轉輪聖王王四天下七寶自至千子具足
이때에 왕은 이 바라문의 말을 듣고 같이 스스로 요행히 얻은 경사로운 일로 여기면서 뛰놀기를 한량없이 하다가 곧 금ㆍ은의 여러 보배와 코끼리ㆍ말과 수레며 마을까지 이 바라문에게 주었다.
019_0823_b_21L時王聞此婆羅門言深自慶幸踊躍無量卽以金銀雜寶象馬車乘及以村邑而用供給此婆羅門
019_0823_c_02L이때에 마야 부인은 그 채녀들이며 아울러 값진 보배로써 또한 받들어 베풀었고 보살을 배게 된 이래로부터 마야 부인은 날마다 여섯 가지 바라밀다를 닦았으며, 하늘에서 음식을 주어 저절로 이르렀으므로 다시는 인간의 맛을 좋아하지 않았다.
019_0823_b_24L時摩耶夫人其婇女幷及珍寶亦以奉施自從菩薩處胎以來摩耶夫人日更修行六波羅蜜天獻飮食自然而至不復樂於人閒之味
3천 대천 세계는 언제나 모두 크게 밝았으므로 그 세계 중간에 그윽하고 어두운 곳으로 해와 달의 거룩한 빛이 비출 수 없는 곳도 역시 환하여졌는지라 그 안의 중생들은 저마다 서로 보게 되어 같이 말하였다.
‘이 가운데서 어떻게 문득 중생들이 살았을까?’
019_0823_c_05L三千大千世界常皆大其界中閒幽冥之處日月威光所不能照亦皆朗然其中衆生各得相共相謂言此中云何忽生衆生
보살이 태안에 내려올 때에 3천 대천 세계는 열여덟 가지로 서로 진동하였고 맑고 시원한 향기 바람이 사방에서 일어나면서 병든 이들을 모두 다 낫게 하였으며,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이들도 모두 쉬었다.
019_0823_c_08L薩降胎之時三千大千世界十八相淸涼香風起於四方諸抱疾者皆悉除愈貪欲瞋癡亦皆休息
그때 도술천궁에 어떤 천자들은 생각하였다. ‘보살이 이미 백정왕이 궁전에서 태어났으니 나도 또 인간에 내려가 태어났다가 보살이 부처님이 되면 나는 먼저 그의 권속이 되어서 공양을 하며 법을 들어야 하겠구나.’
하고 곧 내려가서 왕사성 안의 명월(明月) 성바지와 전다라(旃陀羅)며 많은 왕가(王家)들에게 태어났다.
019_0823_c_11L爾時兜率天宮有一天子作是念言菩薩已生白淨王宮我亦當復下生人閒菩薩成佛我得在先爲其眷屬供養聽法作此念已卽便下生王舍城中明月種姓旃陁羅及多王家
019_0824_a_02L또 어떤 천자는 사위국의 왕가에 태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천자는 투라궐차국(倫羅厥叉國)의 왕가에 태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천자는 독자국(犢子國)의 왕가에 태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천자는 덕차시라국(德叉尸羅國)의 왕가에 태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천자는 구라바국(拘羅婆國)의 왕가에 태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천자는 바라문의 집에 태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천자들은 장자ㆍ거사ㆍ비사(毘舍)ㆍ수다라(首陀羅) 등의 집에 태어나기도 하였으며, 다시 5백의 천자들이 석가 성바지에 태어났었나니, 이렇게 된 여러 천자들은 그 숫자가 무릇 99억이어서 인간에 내려와 태어났다.
019_0823_c_16L有天子生舍衛國王家復有天子偸羅厥叉國王家復有天子生犢子國王家復有天子生跋羅國王家有天子生盧羅國王家復有天子德叉尸羅國王家復有天子生拘羅婆國王家復有天子生婆羅門家有天子生長者居士毘舍首陁羅家復有五百天子生釋種姓家有如是等諸天子衆其數凡有九十九億生人閒
또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서부터 사천왕의 처소에 이르기까지 내려와 태어난 이도 헤아릴 수조차 없었고, 또 형상 세계의 천왕도 그 권속돌과 함께 역시 다 내려와 태어나서 신선들이 되었다.
019_0824_a_03L又從他化自在天乃至四天王所下生者不可稱計復有色界天王與其眷屬亦皆下生而作仙人
보살은 태 안에 있으면서 가고, 서고, 앉고, 눕는 데에 방해되는 바가 없었으며, 또 어머니에게 여러 괴로움과 근심이 있지 않게 하였고, 보살은 새벽에는 어머니의 태안에서 형상 세계의 여러 하늘들을 위하여 가지가지 법을 말하고 한낮을 때에는 욕심 세계의 여러 하늘들을 위하여 역시 모든 법을 말하고 저녁 때에는 또 다시 여러 귀신들을 위하여 법을 말하고 밤의 세 때에는 역시 이렇게 한량없는 중생들을 성숙시키고 이익 되게 하였다.
019_0824_a_05L薩在胎無所妨㝵又不令母有諸苦患菩薩晨朝於母胎中色界諸天說種種法至日中時爲欲界諸天亦說諸法於日晡時又復爲諸鬼神說法於夜三時亦復如是熟利益無量衆生
보살이 태 안에 있자 부인의 채녀들은 와서 예배하고 공양을 하였으며, 혹은 또 와서 이런 서원을 세웠다.
‘장차 전륜성왕이 되게 하여지이다.’
019_0824_a_11L菩薩在胎夫人婇女有來禮拜而供養者或復有來作是願言當令得成轉輪聖王
보살은 듣고 마음에 기뻐하거나 좋아하지 않았다.
019_0824_a_13L菩薩聞心不喜樂
혹은 또 와서 이런 서원을 세웠다.
‘장차 일체종치를 이루게 되소서.’
019_0824_a_14L或復有來作是願言令得成一切種智
그러면 보살(菩薩)은 듣고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019_0824_a_15L菩薩聞已心大歡
보살이 태 안에 있으면서 열 달이 차려 할 적에는 몸의 모든 뼈마디와 상호가 모두 완전히 갖추어졌으며, 또한 그 어머니의 여러 감관이 고요하고 안정되게 하였으므로 동산이며 숲에서 계시기를 즐겼고 시끄러운 데를 기꺼워하지 않았다.
019_0824_a_16L菩薩處胎垂滿十月身諸支節及以相好皆悉具足亦使其母諸根寂樂處園林不喜憒鬧
이때에 백정왕은 생각하기를 ‘부인이 잉태하고서 날과 달이 찼는데도 해산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구나’라고 이런 생각을 할 때에, 마침 우연히 부인에게서 글월을 보내어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지금 동산 숲에 나가서 유람하고 싶습니다.’
019_0824_a_18L時白淨王自思惟夫人懷妊日月將滿而不見其有生產相作此念時會遇夫人遣信白王我今欲出園林遊觀
019_0824_b_02L이때에 왕은 이를 듣고 더욱 기쁨을 품고서 곧 밖에 칙명하여 람비니(藍毘尼) 동산을 깨끗이 쓸고 뿌리게 하고 다시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심게 하며 흐르는 샘과 목욕하는 못을 다 깨끗하게 하였으며, 난간과 섬돌은 모두 7보로써 장엄하고 비취(翡翠)ㆍ원앙ㆍ난새ㆍ봉황이며 갈매기 등의 기이한 종류의 뭇 새들이 그 가운데서 모여 울게 하며 비단 번기ㆍ일산을 달고 꽃을 흩으며 향을 지피고 뭇 풍악을 잡히게 하였으므로 마치 제석의 환희원(歡喜園)과 같았다.
019_0824_a_21L時王聞此益懷歡喜卽勅於外令淨掃灑藍毘尼園更使栽植諸妙花果流泉浴悉令淸潔欄楯階陛皆以七寶而爲莊嚴翡翠鴛鴦鸞鳳凰鷖異類衆鳴集其中懸繒幡蓋散花燒香諸伎樂猶如帝釋歡喜之園
또 중간이 지나갈 곳에 칙명하여 모두 엄숙하고 깨끗이 하여 갖가지로 장엄하게 하였으며, 또 칙명하여 10만의 7보 수레와 연(輦)을 차리어서 낱낱의 수레와 연마다 좋게 새겨서 자못 뛰어나게 하였으며 또 다시 밖에 칙명하여 네 가지 군사인 상병(象兵)ㆍ마병(馬兵)ㆍ거병(車兵)ㆍ보병(步兵)을 엄숙히 갖추게 하였으며, 또 다시 후궁의 채녀로서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늙지도 않고 젊지도 아니하여 기운과 성품이 어울린 총명하고 슬기로운 이들을 선택하였나니 그 수야 말로 무릇 8만 4천이었는데 마야 부인을 모시게 하였다.
019_0824_b_04L又勅中閒所經行處皆令嚴淨種種莊嚴勅嚴辦十萬七寶車輦一一車輦玩殊絕又復勅外嚴辦四軍象兵車兵步兵又復選取後宮婇女容端正不老不少氣性調和聰慧明其數凡有八萬四千以用給侍摩耶夫人
또 다시 8만 4천이나 되는 단정한 계집아이들을 골라다가 아름다운 영락과 몸을 장식하는 꾸미개를 입히고 향과 꽃을 가지고 먼저 가서 그 람비니 동산에 머물도록 하였고 왕은 또 여러 신하와 백관들에게 칙명하여 부인이 떠나가면 모두가 다 모시게 하였다.
이에 부인은 곧 보내 수레에 올라서 여러 관속과 채녀들에게 앞뒤에서 인도되고 둘러싸여 람비니 동산에 나아갔다.
019_0824_b_11L又復擇取八萬四千端正童著妙瓔珞嚴身之具齎持香花往住彼藍毘尼園王又勅諸群臣百夫人去者皆悉侍從於是夫人昇寶輿與諸官屬幷及婇女前後導往藍毘尼園
그때 또 하늘과 용이며 8부들도 모두 따르며 허공에 가득 찼었다.
그때 부인은 동산에 들어가자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열 달이 다 찼었는지라. 2월 8일의 해가 처음 돋을 때에 부인은 그 동산 안에 있던 무우(無憂)라는 하나의 큰 나무가 꽃의 빛깔이 향기롭고 사뜻하며 가지와 잎이 널리 퍼지고 아주 무성한 것을 보고는 곧 오른 손을 들어서 끌어당겨 따려고 하는데, 보살은 점점 오른 겨드랑이로부터 나왔다.
019_0824_b_16L爾時復有天龍八部亦皆隨從充滿虛空爾時夫人旣入園已諸根寂靜十月滿足於二月八日日初出時夫人見彼園中有一大樹名曰無憂花色香枝葉分布極爲茂盛卽擧右手牽摘之菩薩漸漸從右脅出
019_0824_c_02L이때에 나무 아래에는 또한 7보로 된 일곱 송이의 연꽃이 나서 크기가 마치 수레바퀴와 같았는데 보살은 곧 연꽃위에 떨어지면서 붙들어 모신 이도 없이 스스로가 일곱 걸음을 걸어가서 그의 오른 손을 올리면서 사자처럼 외치되,‘나는 일체의 천상과 인간 중에서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하도다. 한량없는 나고 죽음을 이제야 다하였다니, 이생(生)에 일체의 사람과 하늘 들을 이익 되게 하리라.’
019_0824_b_22L于時樹亦生七寶七莖蓮花大如車輪薩卽便墮蓮花上無扶侍者自行七擧其右手而師子吼我於一切天人之中最尊最勝無量生死於今盡此生利益一切人天
이런 말을 하여 마치니, 때에 사천왕은 곧 하늘의 비단으로써 태자의 몸을 감싸서 보배 책상 위에 놓자 석제 환인이 손에 보배 일산을 가지고 대범천왕이 또 흰 불자를 가지고서 좌우에 모시고 섰으며, 난타(難陀) 용왕과 우바난타(優波難陀) 용왕이 공중에서 깨끗한 물을 뱉으면서 한 줄기는 다스하게 하고 한 줄기는 시원하게 하여 태자의 몸에 부었고 몸은 황금의 빛깔에 서른두 가지의 모습이 있었고 큰 광명을 내쏘아 널리 3천 대천 세계를 비추었으며, 하늘과 용이며 8부 역시 공중에서 하늘의 풍악을 잡히며 노래하고 읊고 찬양하면서 뭇 이름 있는 향을 지피고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을 흩뿌렸고, 또 하늘의 옷과 영락을 비 내리어 어지럽게 흩어져 떨어짐이 헤아릴 수 없었다.
019_0824_c_04L說是言已四天王卽以天繒接太子身置寶机釋提桓因手執寶蓋大梵天王又持白拂侍立左右難陁龍王優波難陁龍王於虛空中吐淸淨水一溫一灌太子身—身黃金色有三十二相放大光明普照三千大千世界—天龍八部亦於空中作天伎樂歌唄讚頌燒衆名香散諸妙花又雨天衣及以瓔珞繽紛亂墜不可稱數
그때 마야 부인이 태자를 탄생하기를 마치니, 몸이 편안하여 상쾌하고 고통과 근심이 없으므로 기뻐 날뛰면서 나무 아래 머물려 있는데, 앞뒤에서 저절로 갑자기 네 개의 우물이 솟아나서 그 물이 향기롭고 깨끗하여 여덟 가지의 공덕을 갖추었다.
그때 마야 부인은 그 권속들과 함께 하고 싶은 대로 씻는데 다시 여러 야차왕들이 모두 다 에워싸고 태자와 마야 부인을 지키고 있었다.
019_0824_c_13L爾時摩耶夫人生太子已身安快樂無有苦患歡喜踊躍止於樹下前後自然忽生四井其水香潔具八功德爾時摩耶夫人與其眷屬隨所欲須自恣洗漱復有諸夜叉王皆悉圍繞守護太子及摩耶夫人
그때에 염부제의 인민들과 아가니타천(阿迦膩咤天)에 이르기까지 비록 기쁨과 즐거움을 떠났었다 하더라도 모두가 역시 이에 기뻐하면서 찬탄하였다.
‘일체종지께서 이제 세상에 나오셨으니 한량없는 중생들은 모두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오직 원하옵나니, 빨리 바른 깨달음의 도를 이루셔서 법의 바퀴를 굴리며 널리 중생을 제도하소서’ 하였지만 오직 악마왕만은 혼자 근심과 괴로움을 품고서 본래 자리가 편하지 않았다.
019_0824_c_19L當爾之時浮提人乃至阿迦膩咤天雖離喜樂皆亦於此歡喜讚歎一切種智今出於世無量衆生皆得利益唯願速成正覺之道轉於法輪廣度衆生唯有魔王獨懷愁惱不安本座
019_0825_a_02L그러할 때에 감응한 바의 상서로움이 서른네 가지였나니, 첫째 시방의 세계가 모두 다 밝아졌고, 둘째 3천 대천 세계가 열여덟 가지로 서로 움직여서 큰 언덕이 평탄하여졌고, 셋째 온갖 바짝 말랐던 나무가 다시 꽃이 피며 나라 지경에서는 저절로 기이한 나무가 났고, 넷째 동산에서는 기이하고 단 과일이 생겼고, 다섯째 육지에서 보배 연꽃이 났는데 크기가 마치 수레바퀴와 같았고, 여섯째 땅 속에 묻힌 광이 모두 저절로 튀어나왔고, 일곱째 모든 광에서 값진 보배가 큰 광명을 내쏘았고, 여덟째 여러 하늘에서 아름다운 옷이 저절로 내려왔고, 아홉째 뭇 시내의 만 갈래 흐름이 고요하며 맑디맑고, 열째 바람이 그치고 구름이 없어지며 공중이 밝고 깨끗하여졌다.
019_0824_c_24L當爾之時所感瑞應三十有四一者十方世界皆悉大明二者三千大千世界十八相動丘墟平坦三者一切枯木悉更敷榮國界自然生奇特樹四者園苑生異甘果五者陸地生寶蓮花大如車輪六者地中伏藏悉自發出七者諸藏珍寶放大光明八者諸天妙服自然來降九者衆川萬流恬靜澄淸十者風止雲除空中明淨
열한째 향기로운 바람이 사방으로 부터 불어오면서 윤택한 가랑비가 나르는 먼지를 가라앉혔으며, 열둘째 나라 안에 병든 이들이 모두 다 나았으며, 열셋째 나라 안의 궁전이거나 집이 밝게 빛나지 않음이 없어서 등불 촛불의 광명은 다시 쓸 필요가 없어졌으며, 열넷째 해와 달이며 별들이 정지하고 가지를 아니했으며, 열다섯째 비사카성(毘舍佉星)이 내려와 인간에 나타나서 태자의 탄생을 기다렸으며, 열여섯째 범천왕들이 흰 보배 일산을 가지고 궁전 위를 줄 지어 덮었으며, 열일곱째 八방에서 여러 신선의 스승들이 보배를 받들고 와서 바쳤으며, 열여덟째 하늘의 온갖 맛의 음식이 저절로 앞에 있어졌으며, 열아홉째 헤아릴 수 없는 보배 병에 여러 단이슬이 담겨졌으며, 스무째 여러 하늘의 아름다운 수레가 보배를 싣고 이르렀다.
019_0825_a_10L十一者風芬芳從四方來細雨潤澤以斂飛十二者國中疾病皆悉除愈十三國內宮舍無不明曜燈燭之光不復爲用十四者日月星辰停住不行十五者毘舍佉星下現人閒待太子十六者諸梵天王執素寶蓋列覆宮上十七者八方諸仙人師奉寶來十八者天百味食自然在前十九無數寶缾盛諸甘露二十者諸天妙車載寶而至
019_0825_b_02L스물한째 헤아릴 수 없는 흰 코끼리 새끼들이 머리에 연꽃을 이고서 궁전앞에 벌려 섰으며, 스물두째 하늘에서 감마보(紺馬寶)가 저절로 왔으며, 스물셋째 5백의 크고 흰 사자들이 설산으로부터 나와서 그의 나쁜 뜻을 쉬고서 마음에 기쁨을 품고 성문에 벌려 섰으며, 스물넷째 여러 하늘의 채녀들이 공중에서 미묘한 음악을 잡혔으며, 스물다섯째 여러 하늘의 옥녀들이 공작 불자를 붙잡고 궁전의 담 위에 나타났으며, 스물여섯째 여러 하늘의 옥녀들이 저마다 가진 금병에 향의 즙을 가득히 담아서는 공중에 벌려 섰으며, 스물일곱째 여러 하늘이 노래하고 읊으면서 태자의 덕을 찬양하였으며, 스물여덟째 지옥이 쉬어서 모진 고통이 행해지지 않았으며, 스물아홉째 독벌레가 숨고 나쁜 새가 착한 마음을 지녔으며, 서른째 모든 악한 율법이 한꺼번에 자비롭게 되었다.
019_0825_a_20L二十一者無數白象子首戴蓮花列住殿前二十二者紺馬寶自然而來二十三者五百白師子王從雪山出息其惡情心懷歡羅住城門二十四者諸天伎女於虛空中作妙音樂二十五者諸天玉女執孔雀拂現宮牆上二十六者天玉女各持金缾盛滿香汁列住空二十七者諸天歌頌讚太子德十八者地獄休息毒痛不行二十九毒虫隱伏惡鳥善心三十者諸惡律儀一時慈悲
서른한째 나라 안에 아니 밴 부인들이 낳으면 사내아이였고, 그 지녔던 백 가지의 병이 저절로 나았으며, 서른둘째 일체의 나무귀신이 사람의 형상으로 변화되어 모두 와서 예배하고 모셨으며, 서른셋째 다른 나라의 왕들이 각지 이름 있는 보배를 가지고 같이 와서 신하로 복종하였으며 서른넷째 온갖 사람과 하늘들이때에 알맞지 아니한 말이 없었다.
019_0825_b_08L三十一者國內孕婦產者悉男其有百病自然除愈三十二者一切樹神化作人形悉來禮侍三十三者諸餘國王各齎名寶同來臣伏三十四者一切人天無非時語
그때 여러 채녀들은 이 상서로운 조짐을 보고 아주 크게 기뻐하면서 서로들 말하였다.
‘태자께서 이제 탄생하시니, 이러한 아름답고 상서로운 일들이 있습니다. 오직 원컨대 오래 사시며 병의 괴로움이 없으시어 우리들에게 큰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지 않게 하소서.’
019_0825_b_12L爾時諸婇女衆見此瑞相極大歡喜自相謂言太子今生有如此等嘉祥之事唯願長壽無諸疾苦勿令我等生大憂惱
이 말을 마치고 하늘의 가는 모포로써 태자를 감싸 안고 부인에게 이르자, 때에 사천왕이 공중에서 있다가 공경하고 따랐으며, 석제환인은 일산을 가지고 와서 덮었고 28대(大) 귀신왕이 동산의 네 모퉁이에 있다가 지키며 받들고 호위하였다.
019_0825_b_16L作此言已以天細㲲裹抱太子至夫人所時四天王在虛空中恭敬隨從釋提桓因執蓋來覆有二十八大鬼神王在園四角守衛奉護
019_0825_c_02L그때 한 하인으로서 총명하고 슬기로운 이가 있었는데 람비니동산으로부터 궁중으로 돌아와 백정왕에게 이르러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의 거룩하신 덕은 점점 더욱 더 나아가리이다. 마야 부인께서 이미 태자를 탄생하였사온데,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서른두 가지 모습과 여든 가지 잘생김이 있었으며, 연꽃 위에 떨어지면서 스스로 일곱 걸음을 걸어가서 그의 오른 손을 올리며 사자처럼 외치기를, 〈나는 일체 천상과 인간 중에서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하도다. 한량없는 나고 죽음을 이제야 다하였으니, 이생(生)에 온갖 사람과 하늘들을 이롭게 하리라.〉고 하신 이러한 등의 여러 기특한 일이 있었사오나 자세히 다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라고 하자,
019_0825_b_19L爾時有一靑衣聰慧明了從藍毘尼還入宮中到白淨王所而白王言大王威德轉更增進摩耶夫人已生太子顏貌端正有三十二相八十種墮蓮花上自行七步擧其右手而師子吼我於一切天人之中最尊最無量生死於今盡矣此生利益一切人天有如是等諸奇特事非可具
이때에 백정왕은 그 하인이 하는 이런 말을 듣고 기뻐 날뛰며 어쩔 줄 모르다가 즉시 몸의 영락을 벗어서 그에게 하사하였다.
019_0825_c_05L時白淨王聞彼靑衣說此語已喜踊躍不能自勝卽脫身瓔珞而以賜之
그때 백정왕은 곧 네 가지 병사를 차리고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1억의 석가 성바지와 함께 앞뒤에서 인도되고 따르면서 람비니 동산에 들어가다가 그 동산 가운데에 하늘과 용이며 8부들이 모두 꽉 찼음을 보면서 부인에게 이르러 태자의 몸을 보았더니, 상호가 자못 특이한지라 기뻐서 뛰놀기를 마치 강과 바다에 큰 물결이 이는 것 같이 하였고, 그의 짧은 목숨을 염려하여 품에 안고 두려워함이 마치 큰 수미산이 동요하기 어렵되 대지가 동요될 때에는 이 산도 비로소 동요되는 것과 같이 하였나니, 그 백정왕이 평소의 성품이 편안하고 고요하여 언제나 기뻐하거나 근심함이 없었건만 이제 태자를 보고서는 한편으로 기뻐하고 한편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역시 그와 같았으며, 마야 부인의 성품 됨이 고르고 온화하였건만 이미 태자를 탄생하고서 여러 기이한 상서를 보고는 갑절이나 더 부드러워졌다.
그때 백정왕은 손을 깍지 끼어 합장하고 여러 천신에게 예배하고서 나아가 태자를 안아서 7보의 코끼리 수레 위에 놓아두고 여러 신하와 후궁 채녀며 허공의 천신들과 함께 여러 풍악을 잡히면서 따르며 성으로 들어갔다.
019_0825_c_07L爾時白淨王卽嚴四兵眷屬圍繞與一億釋迦種姓前後導從入藍毘尼園見彼園中天龍八部皆悉充滿到夫人所見太子身相好殊異歡喜踊躍猶如江海諸大波浪慮其短壽又懷悚惕譬如須彌山王難可動搖大地動時此山乃動彼白淨王素性恬靜常無歡慼今見太子一喜一懼亦復如是摩耶夫人爲性調和旣生太子見諸奇瑞倍增柔軟爾時白淨叉手合掌禮諸天神前抱太子於七寶象輿之上與諸群臣後宮婇女虛空諸天作諸伎樂隨從入城
019_0826_a_02L이때에 백정왕과 여러 석가의 아들들은 아직은 3보(寶)를 몰랐는지라, 곧 태자를 데리고 천사(天寺)에 나아갔는데 태자가 들어가자 범천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며 태자의 발에 예배하면서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은 아셔야 합니다. 이제 태자야말로 하늘과 인간 중에서 어른이십니다. 허공의 천신들도 모두 예배하고 공경하였거늘 대왕이 어찌 그러함을 보지 않으셨겠습니까? 어째서 이제 여기에 와서 우리들에게 예배합니까?’라고 하자. 때에 백정왕과 여러 석가 아들들과 여러 신하며 안팎이 이를 듣고 보고서 전에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면서 즉시 태자를 데리고 천사에서 나와 후궁으로 돌아갔다.
019_0825_c_20L白淨王及諸釋釋子未識三寶卽將太往詣天寺太子旣入梵天形像從座起禮太子足而語王言大王今此太子天人中尊虛空天神悉禮敬大王豈不見如此耶云何而今來此禮我時白淨王及諸釋子臣內外聞見是已歎未曾有卽將太子出於天寺還入後宮
그러할 때에 여러 석가 성바지에서는 역시 동일한 날에 5백의 사내아이가 태어났었고, 때에 왕의 마구 안에서는 코끼리가 흰 새끼를 낳고 말은 흰 망아지를 낳으며 소와 양은 역시 다섯 빛깔 지닌 양 새끼와 송아지를 낳았었나니, 이러한 종류들의 숫자는 각각 5백씩이었으며, 왕가에서는 하인들이 역시 5백의 종을 낳았다.
019_0826_a_05L當爾之時釋種姓亦同一日生五百男時王廏象生白子馬生白駒牛羊亦生五色羔犢如是等類數各五百王家靑亦生五百蒼頭
그때 궁중에는 묻혀 있던 5백의 광이 저절로 튀어 나와서 하나하나의 묻혀 있던 광에서는 7보의 광으로 에워싸 있었으며, 또 큰 나라의 장사하는 사람들은 바다에서 보배를 캐어 가비라국에 돌아와서는 그 여러 장사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기이한 보배를 가지고 와서 왕에게 바쳤다.
019_0826_a_09L爾時宮中五百伏自然發出一一伏藏有七寶藏圍繞之又有諸大國商人從海採寶還迦毘羅旆兜國彼諸商人各齎奇而來獻王
이때에 백정왕은 여러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이 바다에 들어가 여러 값진 보배를 캘 적에 모두가 다 길하고 이로왔으며 괴로움을 없습니까? 그리고 여러 벗들로서 뒤떨어져 남은 이는 없습니까?’
019_0826_a_13L時白淨王問諸商人等入海採諸珍寶悉皆吉利無苦惱及諸伴侶無遺落耶
그 여러 장사하는 이들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지나온 길마다 아주 자연히 편안하고 고요하였습니다.’
019_0826_a_15L彼諸商人大王所經道路極自安隱
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크게 기뻐하면서 곧 바라문들을 청하도록 하였는데 바라문들이 다 모였으므로 여러 가지 공양을 베풀되, 혹은 코끼리와 말이며 7보와 밭ㆍ집ㆍ종 등을 주기도 하여 공양하기를 마치고는 태자를 안고 나와서 바라문들에게 말하였다.’
‘장차 태자에게 어떠한 이름을 지어야 하겠습니까?’
하자,
019_0826_a_16L王聞此甚大歡喜卽遣請諸婆羅門等羅門衆皆悉集已設諸供養或與象馬及以七寶田宅僮僕供養畢已太子出卽便白諸婆羅門言當爲太子作何等名
여러 바라문들은 함께 논의하다가 왕에게 대답하였다.
‘태자께서 탄생할 적에 온갖 보배 광이 모두 다 튀어 나왔으니, 모든 상서로움이 길하지 아니함이 없습니다. 이런 이치 때문에 태자를 이름 지어 살바 실달타(薩婆悉達多)라 하여야겠습니다.’
019_0826_a_21L諸婆羅門卽共論議答王言太子生時一切寶藏皆悉發所有諸瑞莫非吉祥以此義故名太子爲薩婆悉達
이 말을 할 때에 허공의 천신들은 곧 하늘의 북을 치면서 향을 지피고 꽃을 흩으며 부르짖었다.
‘장하십니다.’
019_0826_a_24L說此語時虛空天神卽擊天鼓燒香散花唱言善哉
019_0826_b_02L여러 하늘과 인민들은 즉시 일컬었다.
‘살바 실달타여.’
019_0826_b_02L諸天人民卽便稱曰薩婆悉達
그때 여덟의 왕도 이 날에 백정왕과 같이 태자를 낳았으므로 그 나라의 왕들은 저마다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이제 아들을 낳아서 여러 기이함이 있는데, 이는 살바 실달타의 상서(祥瑞)로운 조짐인 줄도 모르겠구나.’
019_0826_b_03L爾時八王亦於是日與白淨王同生太子彼諸國王各懷歡喜我今生子有諸奇異而不知是薩婆悉達之瑞相也
모두가 바라문을 모아서 저마다 태자를 위하여 좋은 이름을 지었었는데, 왕사성 태자의 이름은 빈비사라(頻毘娑羅)요, 왕사성 태자의 이름은 바사닉(婆斯匿)이요, 투라구타국[倫羅拘吒國] 태자의 이름은 구랍바(拘臈婆)요, 독자국(犢子國) 태자의 이름은 우타연(優陀延)이요, 발라국(跋羅國) 태자의 이름은 울다라연(鬱陀羅延)이요, 노라국(盧羅國) 태자의 이름은 질광(疾光)이요, 덕차시라국(德叉尸羅國) 태자의 이름은 불가라사라(弗迦羅娑羅)요, 구라바국(拘羅婆國) 태자의 이름은 구라바(拘羅婆)였다.
019_0826_b_07L皆集婆羅門各爲太子制好名王舍城太子名曰頻毘娑羅舍衛國太子名婆斯匿偸羅拘咤國太子名拘臘婆犢子國太子名優陁延羅國太子名鬱陁羅延盧羅國太子名曰疾光德叉尸羅國太子名弗迦羅娑羅拘羅婆國太子名拘羅婆
그때 백정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널리 칙명하여 총명하고 들음이 많고 슬기로워서 관상을 잘 아는 이로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이를 찾게 하였으므로 여러 신하들은 듣고서 사방으로 두루 찾았으며, 때에 왕은 곧 뒷동산 가운데에 하나의 큰 전각을 일으켜서 창문이며 난간을 7보로써 장식하였다.
019_0826_b_13L爾時白淨王普勅群臣令訪聰明多智慧善知占相爲諸世人所知識群臣聞已四方推覓時王卽便於後園中起一大殿窗牖欄楯七寶莊
그때 여러 신하들은 5백의 바라문으로서 총명하고 관장할 줄 알며 여러 기이한 상서도 보는 이들을 만나서 왕에게 오려고 하는데 마침 왕이 글월을 보내며 빨리 도착하게 하였으므로, 여러 신하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관상할 줄 아는 바라문이 이제 이미 도착하였습니다.’
019_0826_b_18L爾時群臣得五百婆羅門聰明知相見諸奇瑞欲來詣王會王遣信疾速而至諸臣白王知相婆羅門今者已到
왕은 듣고 기뻐하면서 곧 칙명하여 앞으로 청하여 전국에 들어와 앉게 하고 여러 공양을 베푸니, 그 바라문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은 듣건대, 대왕께서 태자를 탄생하였으며 여러 가지 상호와 기특한 상서가 있었다 하온데, 원하노니 저희들이 다 볼 수 있게 하십시오.’
019_0826_b_21L王聞歡喜卽勅令前請入殿坐設諸供養彼婆羅門卽白王言我聞大王新生太子有諸相好奇特之瑞願令我等悉得見之
019_0826_c_02L이때 왕은 즉시 태자를 안고 나오도록 칙명하니, 바라문들이 이미 태자의 상호가 거룩하고 엄숙함을 보고서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였다.
019_0826_b_24L時王卽勅抱太子出諸婆羅門旣見太子相好威嚴歎未曾有
왕은 곧 물었다.
‘이제 태자의 점을 치십시오. 그 관상이 어떠합니까?’
019_0826_c_03L王卽問言今占太子其相云何
하자, 바라문들은 말하였다.
‘일체 중생들은 모두가 아들이 좋다하고 싶습니다. 대왕이시여, 이제 탄생하신 태자야말로 이는 크게 진기하오니, 근심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리고는 또 아뢰었다.
‘탄생하신 태자를 대왕께서는 비록 이는 왕의 아들이라 말할 것이오나, 이에 바로 세간의 사람과 하늘들의 안목이십니다.’
019_0826_c_04L婆羅門言一切衆生皆欲子好大王今者所生太子是大珍異勿生憂怖卽又白言所生太子大王雖言是王之子乃是世間人天之眼
그러자 왕은 또 물었다.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019_0826_c_07L王復問言云何得知
바라문들은 말하였다.
‘우리가 태자를 자세히 살피매, 몸의 빛깔이 빛나서 마치 진금(眞金)과 같고 여러 상호를 지니어서 아주 밝고 맑으십니다. 만약 집을 떠나면 일체종지를 이룰 것이요, 만약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되어 사천하를 거느리리다. 이를테면, 강물에서는 바다가 제일이요, 뭇 산 가운데서는 수미산이 가장 뛰어났으며 무릇 모든 빛에서 해보다 더 위가 없고 온갖 맑고 시원스런 것에서는 오직 밝은 담만이 있는 것처럼 하늘과 사람들의 세간에서는 태자가 어른이 되오리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여러 가지의 두려움을 떠났다.
019_0826_c_08L婆羅門言我觀太子身色光焰猶如眞金有諸相好極爲明淨若當出家成一切種智若在家爲轉輪聖王領四天下譬如江河海爲第一衆山之中須彌最勝凡諸光暉日爲無上一切淸涼唯有明月天人世間太子爲尊王聞此語心大歡喜離諸怵惕
그 바라문들은 또 왕에게 아뢰었다.
‘아사타(阿私陀)라는 한 범선(梵仙)이 계신데 다섯 가지 신통을 두루 갖추고 향산(香山)에 계십니다. 그는 능히 왕을 위하여 여러 가지 의심과 헷갈림을 끊어 드릴 것입니다.’ 여러 바라문들은 이 말을 하여 마치고 작별하며 떠나갔다.
019_0826_c_15L彼婆羅門又白王言有一梵仙名阿私陁具足五通在於香山彼能爲王斷諸疑惑諸婆羅門說此語已辭別而去
019_0827_a_02L그때 백정왕은 생각하기를 ‘아사타 신선이 향산에 살고 계신다 한데, 길이 험하고 가파르므로 사람으로서는 이를 데가 아니다. 무슨 방법을 써서 여기까지 청하여 올까’ 하였다. 왕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 아사타 신선은 멀리서 왕의 뜻을 알고, 또 먼저의 여러 기이하고 상서로운 조짐을 보고서 ‘보살이 나고 죽음을 깨뜨리기 위하여 일부러 현재 생(生)을 받으셨구나’ 함을 깊이 깨닫고 신통력으로써 허공을 날아 와 왕궁의 문에 이르렀다.
이때 문지기는 들어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아사타 신선께서 허공을 날아 오셔서 지금 문 밖에 계십니다.’
019_0826_c_18L爾時白淨王心自思惟阿私陁仙人居在香山塗逕嶮絕非人所到當以何方請來至此王可作此心念之時阿私陁仙人遙知王意又復先見諸奇瑞相深解菩薩爲破生死故現受以神通力騰虛而來到王宮門守門者入白王言阿私陁仙人乘虛空來今在門外
왕은 듣고 기뻐하면서 곧 칙명하여 나오게 하고는 왕은 문 위에 이르러서 스스로 받들며 영접하다가 신선을 만나자 공경하고 예배하면서 물었다.
‘존자(尊者)께서 오셔서 문에 계시며 나오시지 않으셨음은 문지기가 나아가심을 허락하지 않으셨기에 그러하였습니까?’
019_0827_a_03L王聞歡喜卽勅令前王至門上自奉迎之旣見仙人恭敬禮拜而卽問言尊者旣來住門不進爲守門者不聽前耶
신선은 대답하였다.
‘중지시키는 이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이미 왔었으나 상대에게 나아감은 먼저 알려야 할 필요에서였습니다.’
019_0827_a_06L仙人答言無見止者旣來相詣宜須先白
그러자 왕은 곧 따라서 후궁에 들어가 공경히 청하여 앉게 하고는 문안하였다.
‘존자시여, 네 가지 요소가 편안하셨고 온화하셨습니까?’
019_0827_a_07L王便隨從入於後宮敬請令坐而問訊言尊者四大常安和不
신선은 대답하였다.
‘대왕의 은혜를 입어서 다행히 편안하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019_0827_a_09L仙人答言蒙大王恩幸得安樂
이때 백정왕은 신선에게 말하였다.
‘존자께서 오늘 내려오셨으니, 저희들 성바지는 바야흐로 크게 성왕하여 지금부터는 날은 길하고 상서로움만이 있겠습니다. 바로 지나시는 길에 일부러 여기를 오셨습니까?’
019_0827_a_10L時白淨王白仙人言尊者今日能來下降我等種族方大熾盛從今已去日就吉祥爲是經過故來此耶
신선은 대답하였다.
‘내가 향산에 있으면서 큰 광명과 여러 가지 기특한 조짐을 보았고, 또 대왕께서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고서 이런 일 때문에 여기에 왔습니다.
나는 신통의 힘으로써 허공을 날아오다가 위의 여러 하늘들의 말함을 듣건대, 왕의 태자는 반드시 장차 일체 종지를 이루게 되어서 천상과 인간을 제도 해탈하겠습니다. 또 왕의 태자는 오른편 겨드랑이로부터 탄생하여 7보의 연꽃위에 떨어지면서 일곱 걸음을 걸어가 그의 오른 손을 들고서 사자처럼 외치기를, 〈나는 천상과 인간 중에서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났도다. 한량없는 나고 죽음을 이제야 다하였으니, 이 생에 일체의 하늘과 사람들을 이롭히리라〉라고 하였으며, 또 여러 하늘들이 에워싸며 공경하였다고 하는 이러한 크고도 기특한 일들을 들었습니다.
좋겠습니다. 대왕이시여, 기뻐하시고 공경하여야 하겠습니다. 태자를 지금 만나볼 수 있습니까?’
019_0827_a_13L仙人答言我在香山見大光明諸奇特相又知大王心之所念以是因緣故來到此我以神力乘虛而來聞上諸天說王太子必當得成一切種智度脫天人又王太子從右脅生墮於七寶蓮花之上而行七步擧其右手而師子吼我於天人之中最尊最勝無量生死於今盡矣此生利益一切天人又復諸天圍繞恭敬聞有如此大奇特事快哉大王宜應欣慶太子今者可得見不
019_0827_b_02L곧 신선을 데리고 태자의 처소에 이르러서 왕과 부인이 태자를 안고 나와 신선에게 예배를 시키려 하자, 때에 그 신선은 바로 중지시키면서 왕에게 말하였다.
‘이 분은 바로 천상과 인간이며 삼계 중에서 어른이시거늘 어떻게 저에게 예배하게 하겠습니까?’
이때 그 신선은 즉시 일어나 합장하고 태자의 발에 예배를 하는지라, 왕과 부인은 신선에게 아뢰었다.
‘오직 원하노니 존자께서는 태자의 관상을 하여 주십시오.’
019_0827_a_23L卽將仙人至太子所王及夫人抱太子出欲禮仙人時彼仙人卽止王曰此是天人三界中尊云何而令禮於我耶時彼仙人卽起合掌禮太子足王及夫人白仙人言唯願尊者爲相太子
신선은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관상을 하였다.
019_0827_b_05L仙人言卽便占相具見相已
자세히 상을 보아 마치고서 갑자기 슬피 울며 어쩔 줄 모르므로, 왕과 부인은 그 신선이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림을 보고 온몸을 떨면서 크게 근심하고 괴로워하기를 마치 큰 물결에 작은 배가 움직이듯 하다가 신선에게 물었다.
‘우리 아들이 처음 태어나면서도 여러 가지 상서로운 조짐을 갖추었거늘 무엇이 상서롭지 못함이 있기에 슬피우십니까?’
019_0827_b_06L忽然悲泣不能自勝王及夫人見彼仙人悲泣流淚擧身戰怖生大憂惱如大波浪動於小舩問仙人言我子初生具諸瑞相有何不祥而悲泣耶
그때에 신선은 흐느끼면서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태자야말로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졌으므로 상서롭지 않음은 없습니다.’
019_0827_b_10L爾時仙人歔欷答言大王太子相好具足無有不祥
그러자 왕은 또 물었다.
‘원컨대 저를 위하여 태자를 점쳐 주십시오. 오래 살상이 있습니까? 전륜왕의 위를 얻어서 사천하의 왕노릇을 하겠습니까? 저의 나의 벌써 다되었으므로 국토를 모두 맡기고 싶으며 장차 산숲에나 숨어서 집을 떠나 도를 배워야 하겠습니다. 소망은 오직 여기에만 있으니, 존자께서는 반드시 정해진 결과를 살펴 주시겠습니까?’
019_0827_b_11L王又問言願更爲我占視太子有長壽相不得轉輪王位王四天下不年旣暮欲以國土皆悉付之當隱山林出家學道所可志願唯在於此者爲觀必定果耶
019_0827_c_02L그때 신선은 또 왕에게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태자는 서른두 가지의 거룩한 모습을 갖추셨습니다.’
첫째 발바닥이 판판하여 마치 향합 밑과 같으며, 둘째 발바닥에 천 개의 수레바퀴의 살 모양이 완전히 갖추어졌으며, 셋째 손가락ㆍ발가락의 길이가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 길며, 넷째 손발이 부드러워서 다른 몸의 부분보다 부드러우며, 다섯째 발꿈치가 넓고 갖추어져서 원만하여 좋으며, 여섯째 발가락에 붙은 얇은 막(膜)이 다른 이의 것보다 훌륭하며, 일곱째 발등이 높고 평평하며, 좋아서 발꿈치와 서로 알맞으며, 여덟째 장딴지의 가늘고 좋음이 마치 큰 아니연 사슴[伊泥延鹿]의 것과 같으며, 아홉째 반드시 서면 두 손이 무릎을 어루만지며, 열째 남근(男根)의 숨어 있는 형상이 마치 말과 코끼리의 것과 같습니다.
열한째 몸의 세로와 넓이가 같아서 마치 니구류나무[尼拘類樹]와 같으며, 열둘째 낱낱의 구멍마다 하나의 털이 났는데 푸른 빛깔에 부드러운 것이 오른편으로 돌았으며, 열셋째 털이 위로 쏠리고 푸른 빛깔에 부드러운 것이 오른편으로 돌았으며, 열넷째 금빛 형상의 그 빛깔이 미묘하여 염부단금(閻浮檀金)보다 뛰어났으며, 열다섯째 몸 빛의 면(面)이 한길이며, 열여섯째 피부가 얇고 가늘며 미끄러워서 먼지나 때가 끼지 않고 모기가 앉지를 못하며, 열일곱째 일곱 처소의 만(滿)이니 두 발 아래와 두 손 가운데와 두 어깨 위와 목 가운데에 모두 만(滿)의 글자 형상이 분명하며, 열여덟째 두 겨드랑이 아래가 원만하여 마치 마니주(摩尼珠)와 같으며, 열아홉째 몸매가 사자와 같으며, 스무째 몸이 넓고 단정하며 똑바릅니다.
019_0827_b_16L爾時仙人又答王大王太子具三十二相一者足下安平平如匳底二者足下千輻網輪輪相具足三者手足相指長勝於餘人四者手足柔軟勝餘身分五者足跟廣具足滿好六者足指合縵網勝於餘人七者足趺高平好與跟相稱八者伊泥延鹿腨纖好如伊泥延鹿王九者平住兩手摩膝十者陰藏相如馬王象王十一者身縱廣等如尼拘類樹十二者一一孔一毛生靑色柔軟右旋十三者毛上向靡靑色柔軟右旋十四者金色相其色微妙勝閻浮檀金十五者身光面一丈六者皮薄細滑不受塵垢不停蚊蚋十七者七處滿兩足下兩手中兩肩上項中皆滿字相分明十八者兩腋下滿如摩尼珠十九者身如師子十者身廣端直
스물한째 어깨가 뚜렷하고 좋으며, 스물둘째 입에는 마흔 개의 이가 있으며, 스물셋째 이가 희고 촘촘하면서 뿌리가 깊으며, 스물넷째 네 개의 어금니가 가장 희면서 크며, 스물다섯째 네모진 뺨이 사자 것과 같으며, 스물여섯째 맛 중에서 으뜸가는 맛의 진액이 목구멍의 두 곳에서 흘러나오며, 스물일곱째 혀가 크고 부드럽고 엷어서 얼굴을 덮고 귀와 머리가 난 끝까지 이를 수 있으며, 스물여덟째 맑은 소리[梵音]가 깊고 멀어서 마치 가릉빈가의 소리와 같으며, 스물아홉째 눈의 빛깔이 마치 금의 정광(精光)과 같으며, 서른째 속눈썹이 큰 소의 것과 같으며, 서른한째 눈썹 사이의 흰 털의 형상이 부드럽고 희기가 마치 도라솜(兜羅綿)과 같으며, 서른두째 정수서에 살상투가 있습니다.
019_0827_c_11L二十一者肩圓好十二者口四十齒二十三者齒白齊密而根深二十四者四牙最白而大十五者方頰車如師子二十六者中得上味咽中二處津液流出二十七者舌大軟薄能覆面至耳髮際十八者梵音深遠如迦陵頻伽聲十九者眼色如金精三十者眼睫如牛王三十一者眉閒白毫相軟白如兜羅緜三十二者頂髻肉成
이와 같은 상호의 몸으로 갖추어졌는지라 만약 집에 있으면 나이 스물아홉에 전륜성왕이 되겠거니와 만일 집을 떠나면 일체종지를 이루어서 널리 천상과 인간들을 제도하겠습니다.
그러나 왕의 태자께서는 반드시 도를 배워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시어 오래지 않아서 깨끗한 법의 바퀴를 굴릴 것이며 하늘과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세간의 눈을 뜨게 하겠습니다.
019_0827_c_20L具有如此相好之身若在家者年二十九轉輪聖王若出家者成一切種智濟天人然王太子必當學道得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不久當轉淸淨法輪利益天人開世閒眼
019_0828_a_02L나는 이제 나이 많아서 이미 120살이므로 머지 않아 목숨이 끝나면 무상천(無想天)에 납니다. 부처님이 나오심도 보지 못하고 경전의 법도 듣지 못할 것이므로 그 때문에 스스로 슬퍼할 따름입니다.’
019_0828_a_02L我今年壽已百二十不久命終生無想天不睹佛興不聞經法故自悲耳
또 신선에게 물었다.‘존자께서는 아까 점치면서 두 가지를 말씀하시되, 하나는 왕이 된다 하시고 하나는 바른 깨달음을 이루리라 하셨는데 이제 어째서 틀림없이 일체 종지를 이루리라고 말씀하십니까?’
019_0828_a_04L又問仙人尊者向占言有二種一當作王二成正覺而今云何言決定成一切種智
이때 신선은 말하였다.
‘나의 관상하는 법에는 〈만약 어떤 중생으로서 서른두 가지 모습을 갖추었으되, 혹은 잘못된 곳에 났거나 또 분명히 나타나지 아니하면 이 사람만 반드시 전륜성왕이 된다 하였거니와 만약 서른두 가지의 모습이 다 그 처소에 알맞고 또 분명히 나타나면 이 사람은 반드시 일체종지를 이루리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대왕의 태자 형상들을 자세히 살피건대 모두가 그 처소에 알맞은 뿐만 아니라, 또 극히 분명히 나타나 있습니다. 그러므로 틀림없이 바른 깨달음을 이루실 것을 압니다.’라고 하면서, 신선은 왕에게 이 말을 하여 마치자 작별하고 떠나갔다.
019_0828_a_06L時仙人言我相之法若有衆生具三十二相或生非處又不明顯此人必爲轉輪聖王若三十二相皆得其處又復明顯此人必成一切種智我觀大王太子諸相皆得其所又極明顯是以決定知成正覺仙人爲王說此語已辭別而退
그때 백정왕은 신선에게서 결정적인 말을 듣고 마음에 근심 걱정을 품고 집을 떠날까 염려하여 곧 5백의 하인으로서 현명하고 슬기가 많은 이들을 선택하여 보모로 삼아 태자를 기르고 보살피게 하였나니, 그 중에 어떤 이는 젖 주는 이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안아주는 이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목욕시키는 이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빨래하는 이가 되기도 하는 이러한 등류로 태자를 보살펴서 모두가 다 완전히 갖추었으며, 또 다시 따로 그를 위하여 세 철의 궁전을 일으켜서 다스하고ㆍ시원하고ㆍ춥고ㆍ더움에 저마다 처소를 달리하였고 그 전각에는 모두 7보로써 장엄하며 의복과 장식은 모두 때를 따르게 하였다.
019_0828_a_13L爾時白淨王旣聞仙人決定之說懷愁惱慮恐出家卽擇五百靑衣賢明多智爲作嬭母養視太子其中或有乳者或有抱者或有浴者或有浣濯者如是等比供給太子皆悉具足又復別爲起三時殿溫涼寒暑各自異處其殿皆以七寶莊嚴衣裳服飾皆悉隨時
019_0828_b_02L왕은 태자가 집을 버리고 도를 배울까 두려워하여 그 성문의 여닫는 소리가 40리까지 들리게 하였고, 또 다시 5백의 기녀로서 형용이 단정하고 살지지도 파리하지도 않으며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은 재능이 교묘하고 저마다 재주 지닌 이들을 골라다가 모두 이름 있는 보배로 그 몸을 꾸미고서 백 인씩을 한 차례로 하여 번갈아 자면서 지키게 하였다.
그 전각 앞에는 단 과일 나무를 벌려 실어서 가지와 잎이 우거지고 꽃과 열매가 번창하였으며, 또 목욕하는 못을 두어 맑고 깨끗이 하고 못 가의 향기로운 풀과 여려 빛깔의 연꽃은 아름답게 되고 깔려서 칭량할 수 없었으며 기이한 종류의 새들은 수백천 가지이어서 마음과 눈을 빛나게 하여 태자를 기쁘게 하였다.
019_0828_a_21L王恐太子棄家學道使其城門開閉之聲聞四十里又復擇取五百妓女形容端正不肥不瘦不長不短不白不黑才能巧妙各兼數技皆以名寶瓔珞其身百人一番迭代宿衛於其殿前列樹甘果枝葉蔚映花實繁茂又有浴池淸淨澄潔池邊香草雜色蓮花猗靡芬敷不可稱計異類之鳥數百千種光麗心目趣悅太子
태자가 탄생한지 7일 만에 그 어머니의 목숨은 끝났는데, 태자를 밴 공덕이 컸기 때문에 도리천에 올라가나서 봉록을 저절로 받았으며, 태자는 복과 덕이 거룩하고 지중하여 달리 예배를 받을 만한 여인은 없었기 때문에 곧 돌아가시려 한 이에게 의탁하여 태어난 줄을 스스로가 알았었다. 그때 태자의 이모인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는 태자를 젖 먹여 길렀으므로 어머니와 같아서 다름이 없었다.
019_0828_b_07L太子旣生始滿七日其母命終以懷太子功德大故上生忉利封受自然太子自知福德威重無有女人堪受禮者故因將終託之而生爾時太子姨母摩訶波闍波提乳養太子如母無異
이때에 백정왕은 칙명으로 7보의 천관(天冠)과 영락을 만들어서 태자에게 주었으며 태자의 나이 점차로 자라고 크자 그에게 코끼리ㆍ말ㆍ양의 수레를 마련하여 주었고 무릇 이 어린아이들의 장난감과 좋은 꾸미개들은 주지 않은 것이 없었다.
019_0828_b_12L時白淨王勅作七寶天冠及以瓔珞而與太子太子年漸長大爲辦象羊之車凡是童子所玩好具無不給與
그때 온 나라의 인민들은 모두가 어짊과 은혜로움을 행하였으며 오곡이 잘 익었고 바람과 비는 때에 알맞았으며, 또 도둑이 없어서 쾌락하고 편안하며 고요하였다. 이는 태자의 복과 덕의 힘 때문이었다.
019_0828_b_15L爾時擧國人民皆行仁惠五穀豐熟風雨以時又無盜賊快樂安隱皆是太子福德力故
이때 왕은 또 하인으로서 태어난 차익(車匿) 등 5백의 종을 태자에게 주어 모시게 하였다.
나이 일곱 살이 되자 부왕은 생각하기를 ‘태자가 벌써 컸으니, 글을 배우게 하여야겠구나’ 하고, 나라 안에서 총명한 바라문으로서 여러 가지 글과 재주를 잘하는 이를 찾아서 청해 오게 하여 태자를 가르치게 하였는데, 그때에 발다라니(跋陀羅尼)라는 한 바라문이 5백의 바라문과 함께 권속이 되어서 왕의 청을 받아 왔으므로 곧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존자에게 태자의 스승을 삼으려 한데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019_0828_b_17L時王又以靑衣所生是車匿等五百蒼頭給侍太子至年七歲父王心念太子已大宜令學書訪覓國中聰明婆羅門善諸書藝請使令來以教太子時有一婆羅門名跋陁羅尼與五百婆羅門以爲眷屬來受王請卽白婆羅門言欲屈尊者爲太子師此可爾
바라문은 말하였다.
‘알고 있는 대로 태자를 가르쳐 주겠습니다.’
婆羅門言當隨所知以授太子
019_0828_c_02L이때 백정왕은 다시 태자를 위하여 큰 서당을 일으켜서 7보로 장엄하고 책상과 자리며 배우는 도구를 극히 곱게 하고 좋은 날을 가려서 태자를 바라문에게 주어 가르치게 하였다.
그때 바라문은 마흔 아홉 글자가 써진 책으로 가르치며 읽게 하였더니 때에 태자는 이 일을 보고 나서 그의 스승에게 물었다.
‘이것은 어떠한 글입니까? 염부제 안에 모든 글들은 무릇 몇 가지나 있습니까?’
019_0828_c_02L白淨王更爲太子起大學堂七寶莊牀榻學具極令精麗卜擇吉日以太子與婆羅門而令教之爾時婆羅門以四十九書字之本教令讀之于時太子見此事已問其師言此何等書閻浮提中一切諸書凡有幾種
스승이 잠자코 있으면서 대답할 바를 몰라 하자 또 다시 물었다.
‘이 아(阿)의 한 글자에는 어떠한 이치가 있습니까?’
019_0828_c_08L師卽默然不知所答又復問言此阿一字有何等義
스승은 또 잠자코 있다가 역시 대답을 할 수 없는 지라 속으로 부끄러워하면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태자의 발에 예배하고 찬탄하였다.
‘태자께서 처음 탄생하여 일곱 걸음을 걸으셨을 때에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천상과 인간 중에서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났도다〉라고 하셨는데, 이 말씀이야말로 거짓이 아닙니다. 오직 원컨대 저에게 염부제의 글은 무릇 몇 가지가 있는가를 말씀하여 주소서.’
019_0828_c_10L師又默然亦不能答內懷慚愧卽從座起禮太子足而讚歎言太子初生行七步時自言天人之中最尊最勝此言不虛唯願爲說閻浮提書凡有幾種
태자는 대답하였다.
‘염부제 안에는 혹은 범서(梵書)가 있기도 하고 혹은 카루서(佉樓書)며 혹은 연화서(蓮花書)도 있기도 하는데 이러한 따위가 예순네 가지가 있습니다.
이 아(阿)자는 바로 범음(梵音)의 소리이며, 또 이 글자의 뜻에는 바로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이요, 또한 이는 더할 나위 없는 것이요, 또한 이는 더할 나위 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이라는 것인데, 무릇 이와 같은 뜻이 한량없고 그지없습니다.’
019_0828_c_14L太子答言閻浮提中或有梵書或佉樓書或蓮花書有如是等六十四種此阿字者是梵音聲又此字義是不可壞亦是無上正眞道義凡如此義無量無邊
그때 바라문은 깊이 부끄러워하며 왕에게 돌아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태자는 바로 천상과 인간 중에서 첫째가는 스승이신데, 어찌 저더러 가르치게 하려 하십니까?’
019_0828_c_18L爾時婆羅門深生慚愧還至王所而白王大王太子是天人中第一之師何而欲令我教耶
그때 부왕은 바라문의 말을 듣고 갑절이나 기쁨을 내면서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고 후히 그 바라문에게 공양을 하고 뜻대로 가게 하였었나니, 무릇 여러 재주와 전적(典籍)ㆍ의론ㆍ천문ㆍ지리ㆍ산수ㆍ활쏘기ㆍ말타기를 태자는 모두다 저절로 알았었다.’
019_0828_c_21L爾時父王聞婆羅門言倍生歡喜歎未曾有卽厚供養彼婆羅門隨意所之凡諸技藝典籍議論天文地理算數射御太子皆悉自然知之
過去現在因果經卷第一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범어로는 sarvajña. 줄여서는 살운(薩雲), 살운(薩云), 일체지(一切智)라 번역. 불과(佛果)에서 일체 법을 증득하는 지혜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