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賢愚經卷第一

ABC_IT_K0983_T_001
029_1002_b_01L현우경(賢愚經) 제1권
029_1002_b_01L賢愚經卷第一

원위(元魏) 양주(涼州) 사문 혜각(慧覺) 등이 고창군(高昌郡)에서 한역
029_1002_b_02L元魏涼州沙門慧覺等在高昌郡譯

1.범천청법육사품(梵天請法六事品)
029_1002_b_03L梵天請法六事品第一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02_b_04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국(摩竭國)의 선승도량(善勝道場)에서 비로소 부처가 되어 생각하셨다.
‘중생들은 미욱한 그물에 얽히고 삿된 소견에 빠져 교화하기 어렵구나. 내가 이 세상에 오래 살더라도 아무 이익이 없을 것이다.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드는 것만 못하리라.’
그때 범천은 부처님의 생각을 알고 곧 하늘에서 내려와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청하였다.
“세존이시여, 법륜(法輪)을 굴리시고 반열반(般涅槃)에 들지 마소서.”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은 번뇌에 덮여 세상 쾌락을 즐기면서 지혜로운 마음이 없다. 비록 내가 세상에 살더라도 그 공(功)만 헛될 것이다. 내 생각 같아서는 열반만이 즐거울 것 같다.”
029_1002_b_05L一時佛在摩竭國善勝道初始得佛念諸衆生迷網邪倒可教化若我住世於事無益不如遷逝無餘涅槃爾時梵天知佛所念從天下前詣佛所頭面禮足長跪合掌勸請世尊轉于法輪莫般涅槃佛答梵天衆生之類塵垢所弊樂著世樂有慧心若我住世唐勞其功如吾所念唯滅爲快
029_1002_c_01L범천은 다시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법의 바다[法海]는 이미 가득 찼고 법의 깃발[法幢]은 이미 섰습니다. 중생을 인도하여 건지실 때는 바로 이 때입니다. 또 제도할 만한 중생도 적지 않은데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열반에 드시어 저 중생들로 하여금 영원히 그 보호를 잃게 하려 하십니까?
세존께서는 과거 무수한 겁에 항상 중생을 위하여 법약(法藥)을 캐어 모으실 적에 한 구절의 게송을 얻으려고 그 몸과 처자로써 구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버리려 하십니까?
먼 옛날 이 염부제(閻浮提)에 수루바(修樓婆)라는 큰 나라 왕이 있어 이 세계의 8만 4천의 작은 나라들과 6만의 산천과 8천억의 촌락을 다스렸습니다. 왕에게는 2만 부인과 1만 대신이 있었습니다.
묘색왕(妙色王:수루바)은 덕의 힘이 견줄 데 없고 백성들을 잘 보호해 길러 풍요로움과 즐거움이 끝이 없었습니다.
029_1002_b_13L爾時梵天復更傾倒而白佛世尊今日法海已滿法幢已立濟開導今正是時又諸衆生應可度亦甚衆多云何世尊欲入涅槃使此萌類永失覆護世尊往昔無數劫恒爲衆生採集法藥乃至一偈身妻子而用募求云何不念便欲孤過去久遠於閻浮提有大國王修樓婆領此世界八萬四千諸小國邑六萬山川八千億聚落王有二萬夫人一萬大臣時妙色王德力無比育民物豐樂無極
왕은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재물로만 중생들에게 베풀고 어떤 도의 가르침으로써 그들을 편안히 살게 하지는 못한다. 이것은 내 허물이다. 얼마나 괴로운가. 지금 견실한 법의 재물을 구해 그들을 모두 해탈케 하리라.’
그는 곧 염부제 안에 영을 내렸습니다.
‘누가 나를 위해 법을 설명해 주겠는가. 그러면 그의 소원을 들어 주리라.’ 사방으로 두루 구해 보았으나 아무도 응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왕은 매우 근심하고 슬퍼하였습니다.
그때에 비사문왕(毘沙門王)은 이런 사정을 알고, 그를 시험해 보려고 곧 몸을 변화시켜 야차(夜叉)로 변하였습니다. 얼굴빛은 검푸르고 눈은 피처럼 붉으며 개 이빨 같은 이빨은 위로 솟고 머리털은 곤두서고 입으로는 불을 뿜으면서 궁문에 와서 말하였습니다.
‘누가 법을 듣고자 하는가. 내가 그를 위해 설하리라.’
왕은 이 말을 듣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몸소 나가 맞이하여 예배한 뒤에 높은 자리를 만들고 앉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곧 대신들을 모아 앞뒤로 둘러서서 법을 듣고자 하였습니다.
029_1002_c_02L王心念曰如我今唯以財寶資給一切無有道教而安立之此是我咎何其苦哉今當推求堅實法財普令得脫卽時宣令閻浮提內誰能有法與我說者恣其所不敢違逆募出周遍無有應者王憂愁酸切懇惻毘沙門王見其如欲往試之輒自變身化作夜叉貌靑黑眼赤如血狗牙上出頭髮悉豎火從口出來詣宮門口自宣言誰欲聞法我當爲說王聞是語喜不自勝躬自出迎前爲作禮敷施高座請令就坐卽集群僚前後圍遶欲得聽聞
그때 야차는 다시 왕에게 말하였습니다.
‘법을 배우기란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거저 그것을 들으려 하는가.’
왕은 합장하고 말하였습니다.
‘무엇이나 필요한 것은 모두 들어 주리라.’
야차는 또 말하였습니다.
‘대왕의 사랑하는 처자를 내게 주어 먹게 하면 법을 설하리라.’
그때 대왕은 사랑하는 부인과 아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아들을 야차에게 공양하였습니다. 야차는 그것을 받아 여럿이 보는 앞에서 먹었습니다.
그때 여러 왕들과 관리와 신하들은 왕의 그러한 일을 보고, 괴로이 울고 땅에 뒹굴면서 그 일을 그만두도록 왕에게 호소하였습니다. 그러나 왕은 법을 위하여 결심한 마음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029_1002_c_14L爾時夜叉復告王曰學法事難云何直爾欲得聞知王叉手曰一切所須不敢有逆夜叉報曰若以大王可愛妻子與我食者乃與汝法爾時大王以所愛夫人及兒中勝者供養夜叉叉得已於高座上衆會之中取而食爾時諸王百官群臣見王如是哭懊惱宛轉在地勸請大王令捨此王爲法故心堅不迴
그때 야차는 그 부인과 태자를 다 먹고 나서 왕을 위해 한 게송을 읊었습니다.
029_1002_c_23L時夜叉鬼食妻子盡爲說一偈
029_1003_a_01L
모든 현상은 덧없는 것이어서
태어나는 것은 모두 다 괴로운 것을.
5음(陰)은 텅 비어 모양 없거니
나도 없고 그리고 내 것도 없네.
029_1003_a_01L一切行無常
生者皆有苦
五陰空無相
無有我我所

이 게송을 읊자,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 머리털 만한 글자로 그것을 베껴 써서 사람을 시켜 염부제 안에 돌리고 모두 외워 익히게 하였습니다.
그때 비사문왕은 본래 형상으로 돌아와 칭송하였습니다.
‘장하고 놀랍구나.’
그의 부인과 태자는 본래처럼 살아 있었습니다.
그때의 그 왕은 지금의 부처님이십니다. 세존께서 옛날에는 법을 위해서도 오히려 그처럼 하셨거늘 어찌하여 지금은 중생들을 버리고 일찍 열반에 드시어 그들을 구제하지 않으려 하십니까?
029_1003_a_03L說是偈已王大歡喜心無悔恨大如毛髮卽便書寫遣使頒示閻浮提內咸使誦習時毘沙門王還復本形善哉甚奇甚特夫人太子猶存如爾時王者今佛身是世尊昔日爲法尚爾云何今欲便捨衆生早入涅槃而不救濟
또 세존께서는 먼 과거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서 큰 나라 왕이 되었는데, 이름은 건사니바리(虔闍尼婆梨)였습니다. 여러 나라와 8만 4천 촌락을 맡아 다스리시고 2만의 부인과 궁녀와 1만의 대신을 두었습니다.
그는 자비가 있어 일체를 가엾이 여겼으므로 백성들은 힘을 입었고, 곡식은 풍성하여 모두 왕의 은혜에 대해서 인자한 아버지를 우러르듯 하였습니다.
그때 왕은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제일 높은 왕의 지위에 있다. 백성들은 내 안에서 모두 편히 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것만으로 만족할 수가 없다. 묘하고 보배스런 법의 재물을 구해 저들을 이롭게 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사신을 보내어 영을 내려 일체에 두루 알렸습니다.
‘누가 나를 위해 이 묘한 법을 설명하겠는가. 그의 요구를 따라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은 모두 주리라.’
029_1003_a_10L又復世尊過去久遠阿僧祇劫於閻浮提作大國王名虔闍尼婆梨典領諸國八萬四千聚落萬夫人婇女一萬大臣王有慈悲及一切人民蒙賴穀米豐賤感佩王猶視慈父時王心念我今最尊居豪首人民於我各各安樂雖復有未盡我心今當推求妙寶法財以利益之思惟是已遣臣宣令遍告一誰有妙法與我說者當給所須其所欲
029_1003_b_01L노도차(勞度差)라는 바라문이 궁문에 와서 말하였습니다.
‘제게 법이 있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곧 나가 맞이하여 예배하고는 좋은 자리를 펴서 앉게 한 뒤에 좌우와 함께 합장하고 말하였습니다.
‘원컨대, 대사는 이 어리석은 것을 가엾이 여기시고 묘법(妙法)을 설명하여 그것을 듣고 알게 하소서.’
노도차는 다시 말하였습니다.
‘제 지혜는 먼 곳에서 구한 것이라 공부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거저 그것을 들으려 하십니까?’
왕은 대답하였습니다.
‘무엇이나 필요한 것을 말씀하시면 모두 공급하겠습니다.’
노도차는 말하였습니다.
‘대왕이 지금 그 몸을 쪼개어 천 개의 등불을 켜서 공양하면 그 법을 설하겠습니다.’
029_1003_a_20L時有婆羅門名勞度差來詣宮門云我有法王聞之喜卽出奉迎爲作禮敷好牀褥請令就座王與左右合掌白言唯願大師垂矜愚鄙闡妙法令得聞知時勞度差復報王我之智慧追求遐方積學不易何直爾便欲得聞王復報曰一切所須悉見告勅皆當供給勞度差曰大王今能於身上剜燃千燈用供養者與汝說
왕은 그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하여 곧 신하를 보내어 하루 8만 리를 달리는 코끼리에 태워 온 염부제에 알렸습니다.
‘건사니바리왕은 지금부터 이레 뒤에 법을 위하여 그 몸을 쪼개어 천 개의 등불을 켤 것이다.’
여러 작은 나라의 왕들과 모든 백성들은 이 말을 듣고 근심하면서 모두 왕에게 나아가 예배하고 아뢰었습니다.
‘지금 이 세계에서 목숨을 가진 중생들이 대왕을 의지해 사는 것은, 마치 장님이 길잡이를 의지하고 어린애가 어머니를 의지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한데 왕이 돌아가시면 저희들은 누구를 의지하겠습니까? 만일 그 몸을 쪼개어 천 개의 등불을 켜신다면 반드시 나라가 온전치 못할 것입니다. 어떻게 그 바라문 한 사람 때문에 이 세계의 일체 중생을 버리려 하십니까?’
그때 그 궁중에 있던 2만의 부인과 5백의 태자와 1만 대신들도 모두 합장하고 그와 같이 호소하였습니다.
왕은 대답하였습니다.
‘너희들은 부디 나의 위없는 도의 마음[無上道心]을 꺾지 말라. 나는 그렇게 함으로써 맹세코 부처가 될 것이요, 부처가 된 뒤에는 반드시 너희들을 먼저 제도하리라.’
백성들은 왕의 뜻이 바른 줄 알면서도 괴로이 울면서 땅에 쓰러졌습니다.
029_1003_b_06L王聞此語倍用歡喜卽時遣人乘八萬里象告語一切閻浮提內闍婆梨大國王者卻後七日爲於法當剜其身以燃千燈時諸小王切人民聞此語已各懷愁毒悉來詣到作禮畢共白之言今此世界有命之類依恃大王如盲依導孩兒仰王薨之後當何所怙若於身上剜千燈者必不全濟云何爲此一婆羅棄此世界一切衆生是時宮中二萬夫人五百太子一萬大臣合掌勸亦皆如是時王報曰汝等諸人愼勿卻我無上道心吾爲是事誓求作後成佛時必先度汝是時衆人見王意正啼哭懊惱自投於地
029_1003_c_01L그러나 왕은 그 뜻을 고치지 않고, 바라문에게 말하였습니다.
‘지금 내 몸을 쪼개어 천 개의 등불을 켜소서.’
바라문은 곧 왕의 살을 쪼개고 기름 심지를 박았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기절하였다가 다시 살아나서 땅에 쓰러지니, 마치 큰 산이 무너지는 것과 같았습니다.
왕은 다시 아뢰었습니다.
‘원컨대 대사는 나를 가엾이 여겨 먼저 설법하소서. 그리고 등불을 붙이소서. 혹 내 목숨이 먼저 끊어져 법을 듣지 못할까 합니다.’
029_1003_b_20L王意不語婆羅門今可剜身而燃千燈爲剜之各著脂炷衆會見已絕而復以身投地如大山崩王復白言願大師垂哀矜採先爲說法然後燃我命儻斷不及聞法
노도차는 곧 다음 게송으로 법을 외웠습니다.
029_1003_c_02L時勞度差便唱法言

온갖 존재는 다 없어지나니
높은 것은 반드시 무너지든가
만나면 언젠가 떠나게 되며
태어난 이는 모두 다 죽고 만다네.
029_1003_c_03L常者皆盡
高者必墮
合會有離
生者皆死

이 게송을 마치고는 곧 불을 붙였습니다.
그때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조금도 후회하는 마음이 없이 스스로 서원을 세웠습니다.
‘나는 지금 법을 구하여 불도(佛道)를 성취할 것이다. 부처가 된 뒤에는 지혜의 광명으로 중생들의 결박과 어두움을 비추어 깨닫게 할 것이다.’
이렇게 서원하자 천지는 크게 진동하여 정거천(淨居天)에까지 이르러서 그 궁전이 모두 흔들렸습니다. 그들은 모두 내려다보다가 보살이 법공양을 짓는데 그 몸을 허물어뜨리면서 목숨을 돌아보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모두 허공을 덮고 내려오면서 슬피 울었는데, 눈물이 마치 쏟아지는 비와 같았습니다.
그리고 하늘꽃[天華]을 뿌려 공양하였습니다.
029_1003_c_05L說是偈已而便燃火當此之時王大歡喜心無悔恨自立誓願我今求法爲成佛道後得佛時當以智慧光明照悟衆生結縛黑闇作是誓已天地大動乃至淨居諸天宮殿動搖咸各下視見於菩薩作法供養毀壞身體不顧軀命僉然俱下側塞虛空啼哭之淚猶如盛雨又雨天華而以供養
그때 제석천은 왕 앞에 내려와 갖가지로 칭송하면서 물었습니다.
‘대왕은 지금 고통이 매우 심할 것입니다. 혹 마음에 후회하는 일은 없습니까?’
왕은 대답하였습니다.
‘없습니다.’
제석은 다시 물었습니다.
‘지금 왕의 몸을 보니 벌벌 떨면서 편치 못합니다. 후회가 없다고 스스로 말하지만 누가 그것을 믿겠습니까?’
왕은 다시 서원을 세웠습니다.
‘만일 내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마음으로 후회하지 않았거든, 내 몸의 상처가 당장 낫게 하소서.’
이렇게 말하자 몸은 이내 회복되었습니다.
그때의 그 왕은 바로 지금의 부처님이십니다. 세존께서 옛날에 그처럼 고통을 받으면서 법을 구한 것은 모두 중생을 위한 것으로서 지금은 다 성취되었는데, 어찌하여 저희들을 버리고 열반에 드시어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영원히 큰 법의 광명을 잃게 하려 하십니까?
029_1003_c_13L時天帝釋下至王前種種讚歎復問之曰大王今者苦痛極理心中頗有悔恨事不王卽言帝釋復白今觀王身戰掉不寧自言無悔誰當知之王復立誓若我從始乃至於今心不悔者身上衆瘡卽當平復作是語已尋時平復時彼王者今佛是也世尊往昔苦毒求法皆爲衆生今者滿足云何捨棄欲入涅槃永使一切失大法明
029_1004_a_01L또 세존께서는 지나간 세상에 염부제에서 큰 나라 왕이 되었는데, 이름은 비릉갈리(毘楞竭梨)였고, 여러 나라와 8만 4천의 촌락을 맡아 다스리시고, 2만의 부인과 궁녀와 5백의 태자와 1만의 대신을 두었습니다. 왕은 큰 자비가 있어 백성을 자식처럼 보살폈습니다.
그때 왕은 마음으로 바른 법을 좋아하여 곧 신하를 보내어 온 나라에 영을 내렸습니다.
‘누가 나를 위해 바른 법을 말해 주겠는가. 나는 그 요구를 따라 필요한 것을 모두 공급하리라.’
029_1003_c_23L又復世尊過去世中於閻浮提作大國王名毘楞竭梨典領諸國八萬四千聚落二萬夫人婇女五百太一萬大臣王有慈悲視民如子時大王心好正法卽時遣臣宣令一誰有經法爲我說者當隨其意給足所須
그때 노도차라는 바라문이 궁문에 와서 말하였습니다.
‘제게 큰 법이 있습니다. 누가 듣고자 하면 저는 설하겠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면서 몸소 나가 맞이하여 머리를 발에 대어 예배하고 안부를 물은 뒤에, 큰 궁전으로 모시고 가서 좋은 자리에 앉게 하고는 합장하고 말하였습니다.
‘원컨대 대사는 나를 위해 설법하소서.’
노도차는 말하였습니다.
‘제가 아는 법은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배운 것으로서 여러 해 동안 수고한 것입니다. 대왕은 어떻게 거저 그것을 들으려 하십니까?’
왕은 합장하고 말하였습니다.
‘분부하시면 일체 필요한 것을 대사께 바치고 아까워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곧 말하였습니다.
‘만일 왕의 몸에 천 개의 쇠못을 치게 하면 설법하겠습니다.’
왕은 곧 ‘좋습니다. 지금부터 이레 뒤에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029_1004_a_06L有婆羅門名勞度差來詣宮門言有大法誰欲聞者我當爲說聞此語喜不自勝躬出奉迎接足爲問訊起居將至大殿敷施高座令就坐合掌白言唯願大師當爲說勞度差曰我之所知四方追學苦積年云何大王直爾欲聞王叉手一切所須幸垂勅及於大師所不敢有惜尋報王言若能於汝身上千鐵釘乃與汝法王卽可之卻後七當辦斯事
그때 그 왕은 곧 사람을 보내어 하루 8만 리를 달리는 코끼리를 타고 온 염부제 안에 두루 알렸습니다.
‘지금부터 이레 뒤에 비릉갈리 대왕의 몸에 천 개의 쇠못을 치게 하리라.’
신하들은 그 말을 듣고 구름처럼 모여서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저희들은 사방 멀리 있으면서 왕의 은덕을 입고 모두 편히 살아갑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저희들을 위하여 그 몸에 천 개의 쇠못을 치게 하지 마소서.’
궁중에 왕후ㆍ궁녀ㆍ태자ㆍ대신들이 모두 모여 한꺼번에 왕에게 호소하였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저희들을 생각하시고, 한 사람 때문에 목숨을 마쳐 천하의 일체 중생들을 버리지 마소서.’
029_1004_a_16L爾時大王尋時遣人乘八萬里象遍告一切閻浮提內毘楞竭梨大王卻後七日當於身上斲千鐵臣民聞之悉來雲集白大王言等四遠承王恩德各獲安樂唯願大爲我等故莫於身上斲千鐵釘時宮中夫人婇女太子大臣一切衆會咸皆同時向王求哀唯願大王以我等故莫爲一人便取命終孤棄天下一切衆生
029_1004_b_01L왕은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태어나고 죽는 동안에 수없이 몸을 버렸었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때문에 버렸으니, 그 백골을 헤아리면 수미산보다 높을 것이요, 머리를 베어 흘린 피는 다섯 강물보다 많을 것이며, 울면서 흘린 눈물은 네 바닷물보다 많을 것이다. 이런 갖가지 일이 있었지마는 그것은 헛되이 목숨만 버린 것이요, 일찍이 법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지금 내 몸에 쇠못을 치게 함으로써 불도를 구하는 것이니, 부처가 된 뒤에는 지혜의 날카로운 칼로 너희들 번뇌의 병을 끊어 버릴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내 도심(道心)을 막으려 하는가.’
여러 사람들은 잠자코 말이 없었습니다.
이에 왕은 바라문에게 말하였습니다.
‘원컨대 대사는 은혜를 베풀어 먼저 설법하신 뒤에 못을 치소서. 혹 내 목숨이 먼저 끊어져 법을 듣지 못할까 합니다.’
029_1004_b_02L爾時國王報謝之曰我於久遠生死之中殺身無數或爲貪欲瞋恚愚癡計其白骨高於須彌斬首流血過於五江啼哭之淚多於四海如是種種唐捐身命未曾爲法吾今斲釘以求佛道後成佛時當以智慧利劍斷除汝等結使之病云何乃欲遮我道心爾時衆會默然無言於時大王語婆羅門唯願大師垂恩先說然後下釘我命儻終不及聞法
그때 노도차는 곧 다음 게송을 말하였습니다.
029_1004_b_11L時勞度差便說偈言

일체는 모두 덧없는 것이어서
태어나는 것은 모두 다 괴로운 것을.
모든 법은 공하여 실체가 없거니
그것은 진실로 내 것이 아니네.
029_1004_b_12L一切皆無常
生者皆有苦
諸法空無生
實非我所有

이런 게송을 마치고는 곧 그 몸에 천 개의 쇠못을 쳤습니다.
여러 작은 나라의 왕과 신하들과 대중들이 땅에 쓰러지는 것이 마치 큰 산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땅에 뒹굴고 울면서 사방을 분별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때 천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는데, 욕색(欲色)의 여러 하늘들이 그 이유를 괴상히 여겨 모두 내려왔다가, 보살이 법을 위해 그 몸을 상하게 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는 한꺼번에 울어, 그 눈물이 쏟아지는 비와 같았습니다. 그리고 하늘 꽃을 뿌려 공양하였습니다.
029_1004_b_14L說是偈已卽於身上斲千鐵釘時諸小王群臣之衆一切大會以身投地如大山崩宛轉啼哭不識諸方是時天地六種震動欲色諸天怪其所以僉然俱下見於菩薩困苦爲法傷壞其身同時啼哭淚如盛雨又雨天花而以供養
029_1004_c_01L그때 제석천은 왕 앞에 나와 물었습니다.
‘대왕이 지금 용맹정진하면서 고통을 싫어하지 않는 것은 법을 위해서입니다. 무엇을 구하려 하십니까, 제석천이나 전륜왕이 되려 하십니까, 마왕(魔王)이나 범왕(梵王)이 되기를 원하십니까?’
왕은 대답하였습니다.
‘내가 하는 일은 삼계의 갚음을 받는 즐거움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공덕으로써 불도를 구하는 것입니다.’
천제(天帝)는 다시 물었습니다.
‘왕은 지금 몸을 헐어 그처럼 고통스러우십니다. 과연 후회하는 마음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지금 왕의 몸을 보니 스스로 가누지 못하는데, 후회가 없다고 말하지마는 무엇으로 증명하겠습니까?’
왕은 곧 서원을 세웠습니다.
‘만일 내가 지극한 정성으로 후회하는 마음이 없으면 지금 내 몸은 본래처럼 회복될 것이다.’
이렇게 말하자 몸은 곧 회복되었습니다. 하늘과 사람들은 한량없이 기뻐 뛰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법의 바다[法海]는 가득 찼고 공덕은 모두 갖추어졌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일체 중생을 버리고 빨리 열반에 들어 설법하려 하시지 않습니까?
029_1004_b_21L時天帝釋來到王前而問王言大王今者勇猛精進不憚苦痛爲於法故欲何所欲作帝釋轉輪王乎爲欲求作魔王梵王王答之曰我之所爲不求三界受報之樂所有功德用求佛道天帝復言王今壞身乃如是苦寧悔恨意耶王言無也帝復言今觀王身不能自持言無悔以何爲證王尋立誓若我至誠無悔恨者我今身體還復如故作是語已卽時平復天及人民欣勇無量世尊今者法海已滿功德悉備云何欲捨一切衆生疾入涅槃而不說法
또 세존이시여, 먼 옛날 한량없는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큰 나라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범천왕(梵天王)이었습니다. 그 태자 이름은 담마감(曇摩鉗)이었고 그는 바른 법을 좋아해 사람을 보내어 사방으로 두루 찾았으나 마침내 얻지 못하였습니다.
029_1004_c_10L又復世尊過去久遠無量阿僧祇劫此閻浮提有大國王名曰梵天王有太字曇摩鉗好樂正法遣使推求方周遍了不能得
그때 태자는 법을 구하였으나 얻지 못하여 근심하고 번민하였습니다.
제석천은 그 정성이 지극함을 알고 바라문으로 변하여 궁문으로 나아가 말하였습니다.
‘나는 법을 압니다. 누구라도 그것을 듣고자 하면 설명해 주겠습니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 곧 나가 맞이하여 머리를 발에 대어 예배하고는 큰 궁전으로 모시고 가 좋은 자리를 펴고 앉게 한 뒤에 합장하고 아뢰었습니다.
‘원컨대 대사는 가엾이 여겨 설법해 주소서.’
바라문은 말하였습니다.
‘배우는 일은 매우 어려워 오랫동안 스승을 찾아다녀야 얻어지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것을 거저 들으려 하십니까? 그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태자는 다시 말하였습니다.
‘대사께서 필요한 것을 분부하시면 내 몸이나 처자까지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드리겠습니다.’
바라문은 말하였습니다.
‘만일 지금 대왕이 깊이 열 길 되는 큰 불구덩이를 만들어 그 안에 가득히 불을 붙이고, 거기에 몸을 던져 공양하면 나는 설법하겠습니다.’
029_1004_c_14L爾時太子求法不獲愁悶懊惱時天帝釋知其至誠化作婆羅門來詣宮門我知法誰欲聞者吾當爲說太子聞之卽出奉迎接足爲禮將至大殿敷好牀座請令就坐合掌白言唯願大師垂愍爲說婆羅門言學事甚難追師積久爾乃得之云何直爾便欲得聞理不可也太子復言大師所須願見告勅身及妻子一皆不惜婆羅門言汝今若能作大火坑令深十丈滿中熾火自投於中以供養者吾乃與法
029_1005_a_01L태자는 그 말대로 큰 불구덩이를 만들었습니다.
왕과 왕후ㆍ궁녀ㆍ신하들은 그 말을 듣고 안절부절하여 모두 모여 태자궁으로 나아가 태자에게 충고하고 바라문을 깨우쳤습니다.
‘원컨대 저희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태자로 하여금 불구덩이에 들어가지 말게 하소서. 만일 필요하시다면 이 나라와 처자와 우리 몸까지라도 드리겠습니다.’
바라문은 말하였습니다.
‘나는 태자를 핍박하지 않았고 다만 그의 생각을 따른 것뿐입니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설법할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설법하지 않겠습니다.’
사람들은 그 뜻이 견고한 것을 알고 모두 잠자코 있었습니다.
왕은 곧 사자를 보내어 하루 8만 리를 달리는 코끼리를 타고 온 염부제 안에 두루 알리게 하였습니다.
‘담마감 태자는 법을 위하여 지금부터 이레 뒤에 불구덩이에 몸을 던질 것이다. 그것을 보고 싶은 자는 빨리 와서 모여라.’
여러 작은 나라의 왕들과 사방 국경 백성들은 약한 이는 부축해 가면서 구름처럼 모였습니다.
029_1005_a_02L爾時太子卽如其言作大火坑王及夫人群臣婇女聞是語已不能自寧咸悉都集詣太子宮諌喩太子曉婆羅門唯願慈愍以我等故勿令太子投於火坑若其所須國城妻子及與我身當爲給使婆羅門言吾不相逼隨太子意能如是者我爲說法不者不說觀其志固各自默然爾時大王卽遣使者乘八萬里象宣告一切閻浮提內曇摩鉗太子爲於法故卻後七日身投火坑其欲見者宜早來會時諸小王四遠士民强弱相扶悉皆雲集
029_1005_b_01L그들은 태자에게 나아가 꿇어앉아 합장하고 같은 말로 아뢰었습니다.
‘저희 신하들은 태자님을 우러러보기를 부모처럼 합니다. 만일 태자께서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시면, 이 천하는 모두 부모를 잃고 아주 믿을 곳이 없게 될 것입니다.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시고, 한 사람을 위해 일체를 버리지 마소서.’
태자는 말하였습니다.
‘나는 오랜 옛날부터 나고 죽는 동안에 몸을 수없이 잃었다. 인간에서는 탐욕 때문에 서로 해쳤고, 천상에서는 수명이 다해 쾌락을 잃고 근심하고 괴로워하였다. 또 지옥에서는 불에 타고 끓는 물에 삶기며, 도끼ㆍ톱ㆍ창ㆍ칼ㆍ재바다[灰河]ㆍ칼산[劍樹] 속에서 하루 동안에도 헤아릴 수 없이 몸을 잃었는데, 마음과 골수에 사무치는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아귀로 있을 때에는 온갖 독(毒)이 몸을 찔렀고, 축생으로 있을 때에는 뭇 입에 몸을 제공하였고, 무거운 짐을 지고 풀을 먹는 등 그 고통은 헤아리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것은 부질없이 온갖 고통만 겪고 헛되이 신명(身命)만 버린 것으로서, 일찍이 착한 마음으로 법을 위해 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지금 이 냄새 나고 더러운 몸을, 법을 위해 공양하려 하는데, 너희들은 어찌하여 나의 위없는 도심(道心)을 꺾으려 하는가. 내가 이 몸을 버리는 것은 불도를 구하기 위해서이다. 내가 불도를 이룬 뒤에는 너희들에게 5분법신(分法身)을 베풀어 줄 것이다.’
여러 사람들은 잠자코 있었습니다.
029_1005_a_14L詣太子所長跪合掌異口同音白太子言我等諸臣仰憑太子猶如父母今若投火天下喪父永無所怙願愍我曹莫爲一人孤棄一切爾時太子語衆人言我於久遠生死之中喪身無數人中爲貪更相斬害天上壽盡失欲憂苦地獄之中火燒湯煮斧鋸刀戟灰河劍樹一日之中喪身難計痛徹心髓不可具陳餓鬼之中百毒鑽軀畜生中苦身供衆口負重食草苦亦難數空荷衆苦唐失身命未曾善心爲於法也吾今以此臭穢之身供養法故汝等云何復欲卻我無上道心我捨此身爲求佛道後成佛時當施汝等五分法身衆人默然
그때 태자는 불구덩이 위에 서서 바라문에게 아뢰었습니다.
‘원컨대 대사는 나를 위해 설법하소서. 혹 내 목숨이 먼저 끝나 법을 듣지 못할까 합니다.’
029_1005_b_06L是時太子立火坑上白婆羅門唯願大師爲我說法我命儻終不及聞法
바라문은 곧 다음 게송을 읊었습니다.
時婆羅門卽便爲說此偈

언제나 사랑하는 마음을 행해
성내고 해치려는 생각 없애고
슬퍼하는 마음으로 중생 돌보아
흐르는 그 눈물 비오듯 하며
029_1005_b_08L常行於慈心
除去恚害想
大悲愍衆生
矜傷爲雨淚

따라 기뻐하는 마음 닦아 행하여
내가 법을 얻은 것같이 여기고
도의 뜻으로 중생을 보호하면
그것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라.
029_1005_b_10L修行大喜心
同己所得法
救護以道意
乃應菩薩行
029_1005_c_01L
이 게송을 마치자, 태자는 곧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려 하였습니다.
그때 제석과 범천왕은 각각 그의 한 손을 붙들고 말렸습니다.
‘이 염부제 안의 모든 중생들은 모두 태자님 은혜로 각기 제 일을 즐기고 있습니다.
지금 태자께서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면 온 천하는 그 아버지를 잃게 될 것입니다. 어찌 스스로 몸을 죽여 일체 중생을 버리려 하십니까?’
태자는 그 천왕들과 백성들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어찌하여 나의 위없는 도심을 막으려 하는가.’
하늘과 사람들은 모두 잠자코 있었고, 태자는 곧 몸을 날려 불구덩이에 떨어졌습니다.
그때 천지는 크게 진동하고 허공의 하늘들은 한꺼번에 울부짖어 그 눈물은 쏟아지는 비와 같았습니다. 불구덩이는 삽시간에 연못으로 변하고, 태자는 그 못 속의 연화대(蓮花臺)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늘들은 꽃을 뿌려 태자의 무릎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때의 그 범천왕은 지금의 부왕 정반왕(淨飯王)이요, 어머니는 지금의 마야(摩耶)부인이며, 태자 담마감은 바로 지금의 세존이십니다.
세존께서 그때에 그처럼 법을 구하신 것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은 그 소원이 이미 성취되었으니 마땅히 저 메마른 무리들을 적셔 주어야 하십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저들을 버리고 열반에 드심으로써 설법하지 않으려 하십니까?
029_1005_b_11L說是偈已便欲投火爾時帝釋幷梵天王各捉一手而復難之閻浮提內一切生類賴太子恩莫不得所今投火坑天下喪父何爲自沒孤棄一切爾時太子報謝天王及諸臣民何爲遮我無上道心天及人衆卽各默然輒自幷身投於火坑天地大動虛空諸天同時號哭淚如盛雨卽時火坑變成花池太子於中坐蓮花臺諸天雨華乃至於膝爾時梵天大王今父王淨飯是爾時母者今摩耶是爾時太子曇摩鉗者今世尊是世尊爾時如是求法爲教衆生今已成滿宜當潤彼枯槁之類云何便欲捨至涅槃不肯說法
또 세존이시여, 과거 한량없는 아승기겁에 파라내국(波羅㮈國)에는 5백 명 선인(仙人)이 있었고, 그들 스승의 이름은 울다라(鬱多羅)였습니다.
그는 항상 바른 법을 사모하여 공부하려고 사방으로 그 스승을 구해 온 나라에 두루 알렸습니다.
‘누가 나를 위해 바른 법을 설해 주면, 나는 그의 요구에 따라 모두 공급하리라.’
어떤 바라문이 와서 말하였습니다.
‘나에게 바른 법이 있다. 누가 듣고자 하면 나는 설명하리라.’
029_1005_c_03L又復世尊過去無量阿僧祇劫爾時波羅柰國有五百仙士仙人師名鬱多羅恒思正法欲得修學四方推求宣告一切誰有正法我說者隨其所欲悉當供給有婆羅門來應之言吾有正法誰欲聞者當爲說
그때 그 선인 스승은 합장하고 아뢰었습니다.
‘원컨대 나를 가엾이 여겨 그 법을 설명해 주소서.’
바라문은 말하였습니다.
‘법을 배우는 일은 매우 어려워 오래 수고하여야 얻어지는 것인데 어찌하여 너는 거저 그것을 들으려 하는가. 그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대가 만일 지성으로 법을 얻으려 하거든 마땅히 내 분부를 따르라.’
선인은 아뢰었습니다.
‘대사님 분부를 어찌 감히 거역하겠습니까.’
바라문은 말하였습니다.
‘만일 네가 지금 가죽을 벗겨 종이를 만들고 뼈를 쪼개어 붓을 만들며 피를 먹에 타서 내 법을 받아 쓴다면, 너를 위해 설법하리라.’
울다라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불법을 위해 곧 가죽을 벗기고 뼈를 쪼개고 피를 먹에 타고는 우러러 아뢰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원컨대 빨리 설법하소서.’
029_1005_c_09L時仙人師合掌白言唯願矜愍垂哀爲說婆羅門言學法事難苦乃獲汝今云何直爾欲聞於理不汝若至誠欲得法者當隨我教人白言大師所勅不敢違逆尋卽語汝今若能剝皮作紙扸骨爲筆用和墨寫吾法者乃與汝說是時鬱多羅聞此語已歡喜踊躍敬如來教卽剝身皮扸取身骨以血和墨仰白之今正是時唯願速說
바라문은 곧 다음 게송을 말하였습니다.
029_1005_c_18L時婆羅門便說此偈

항상 몸의 행을 잘 단속해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을 하지 않고
이간질과 나쁜 말 하지 않고
거짓말과 비단결 같은 말 하지 않으며
029_1005_c_19L常當攝身行
而不殺盜婬
不兩舌惡口
妄言及綺語

마음에 온갖 욕심 탐하지 않고
성내거나 해칠 생각 가지지 않고
온갖 삿된 소견을 버린다면
그것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라.
029_1005_c_21L心不貪諸欲
無瞋恚毒想
捨離諸邪見
是爲菩薩行
029_1006_a_01L
이 게송을 마치자 울다라는 곧 받아 썼습니다.
그리하여 사람을 보내어 염부제 안의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베껴 쓰게 하고 읽고 외워 그대로 수행하게 하였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중생을 위하여 이와 같이 법을 구하되 마음에 후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찌하여 일체 중생을 버리고 열반에 드셔서 설법하지 않으려 하십니까?
029_1005_c_22L說是偈已卽自書取遣人宣寫閻浮提內一切人民咸使誦讀如說修行尊爾時如是求法爲於衆生心無悔今者云何欲捨一切入於涅槃而不說法
또 세존께서는 오랜 옛날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서 큰 나라 왕이 되었는데 이름이 시비(尸毘)였습니다. 왕이 계시는 성 이름은 제바발제(提婆拔提)로서 한량없이 풍성하고 즐거웠습니다.
시비왕은 염부제의 8만 4천의 작은 나라와 6만의 산천과 8천억의 촌락을 다스리셨고 또 2만의 부인과 궁녀와 5백의 태자와 1만의 대신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큰 자비를 행하여 일체 중생을 가엾이 여겼습니다.
029_1006_a_04L又復世尊過去久遠阿僧祇於閻浮提作大國王名曰尸毘所住城號提婆拔提豐樂無極時尸毘王主閻浮提八萬四千諸小國土六萬山川八千億聚落王有二萬夫人婇女五百太子一萬大臣行大慈矜及一切
그때 제석천은 다섯 가지 공덕이 몸에서 떠나 그 목숨이 끝나게 되자 매우 근심하고 걱정하였습니다. 비수갈마(毘首羯摩)는 그것을 보고 곧 나아가 아뢰었습니다.
‘왜 슬퍼하면서 근심하는 빛이 있습니까?’
제석은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곧 죽을 것이다. 죽을 징조가 이미 나타났다. 지금 세상에는 불법은 이미 사라지고 또 큰 보살들도 없어서 내 마음은 어디 귀의할 지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근심하는 것이다.’
비수갈마는 아뢰었습니다.
‘지금 염부제에 큰 나라 왕이 있어 보살도(菩薩道)를 행하는데, 이름은 시비(尸毘)라 합니다. 그는 뜻이 굳고 정진하여 반드시 불도를 이룰 것입니다. 거기 가서 귀의하시면 반드시 보호하고 재앙을 구원해 주실 것입니다.’
029_1006_a_10L時天帝釋五德離身命將終愁憒不樂毘首羯摩見其如卽前白言何爲慷慨而有愁色釋報言吾將終矣死證已現如今世佛法已滅亦復無有諸大菩薩心不知何所歸依是以愁耳毘首羯摩白天帝言今閻浮提有大國王菩薩道名曰尸毘志固精進必成佛宜往投歸必能覆護解救危厄
제석천은 다시 말하였습니다.
‘만일 그가 보살이라면 나는 먼저 그것이 진실인가 아닌가를 시험해 보리라. 너는 비둘기로 변하라. 나는 매로 변하리라. 그래서 내가 급히 네 뒤를 쫓으면, 너는 쫓기면서 그 왕에게 가서 보호를 구하라. 그것으로 시험하면 그의 참과 거짓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수갈마는 말하였습니다.
‘보살 대인에게는 괴로움을 주지 말고 공양을 올려야 합니다. 그런 어려운 일로 핍박할 것이 아닙니다.’
029_1006_a_18L帝復白若是菩薩當先試之爲至誠汝化爲鴿我變作鷹急追汝後逐詣彼大王坐所便求擁護以此試足知眞僞毘首羯摩復答天帝薩大人不宜加苦正應供養不須以此難事逼也
그때 제석천은 곧 다음 게송을 말하였습니다.
爾時帝釋便說偈言
029_1006_b_01L
나도 나쁜 마음으로 그러는 것 아니다.
순금[眞金]인가 시험해 보는 것과 같나니
그것으로 보살을 시험함으로
진실인가 아닌가를 알 수 있네.
029_1006_b_01L我亦非惡心
如眞金應試
以此試菩薩
知爲至誠不

이 게송을 마치자, 비수갈마는 스스로 비둘기로 변하고 제석천은 매로 변하여 비둘기 뒤를 급히 쫓아 곧 잡아먹으려 하였습니다. 그때 비둘기는 매우 두려워 대왕의 겨드랑 밑으로 날아들어 왕에게 목숨을 의지하였습니다.
매는 곧 그 뒤를 쫓아와 궁전 앞에 앉아 왕에게 말하였습니다.
‘그것은 내 밥인데 왕 곁에 와 있습니다. 빨리 내게 돌려 주십시오. 나는 매우 굶주려 있습니다.’
비시왕은 말하였습니다.
‘내 본래의 서원은 일체 중생을 제도하는 일이다. 이것은 내게 와서 의지하였다. 나는 결코 너에게 주지 않으리라.’
매는 다시 말하였습니다.
‘대왕은 지금 일체 중생을 제도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그 먹이를 뺏으면 내 목숨은 구제될 수 없습니다. 나와 같은 무리는 일체 중생에 들어가지 않습니까?’
왕은 물었습니다.
‘만일 너에게 다른 고기를 주면 너는 먹겠는가?’
매는 대답하였습니다.
‘다만 갓 죽인 더운 고기라야 먹습니다.’
029_1006_b_03L說是偈已毘首羯摩自化爲鴿帝釋作鷹急追鴿後臨欲捉食時鴿惶怖飛趣大王入王腋下歸命於王鷹尋後至立於殿前語大王言今此鴿者是我之食來在王邊宜速還我我飢甚急尸毘王言吾本誓願當度一切此來依我終不與汝鷹復言曰大王今者云度一切若斷我食命不得濟如我之類非一切耶王時報言若與餘肉汝能食不鷹卽言曰唯得新殺熱肉我乃食之
왕은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갓 죽인 더운 고기를 구한다면 그것은 하나를 죽여 하나를 구제하는 것으로서 이치에 맞지 않다.’
왕은 다시 가만히 생각하였습니다. 내 몸을 제외하고 그 밖의 것은 모두 목숨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다 자기를 보호하고 아까워하는데…….
그리하여 곧 날카로운 칼을 가져다 자기 다리 살을 베어 그것을 매에게 주고 비둘기 목숨과 바꾸었습니다.
그때 매는 말하였습니다.
‘왕은 시주가 되어 일체를 평등하게 보십니다. 내 비록 조그만 새이지마는 이치에는 치우침이 없습니다. 만일 그 살로 이 비둘기와 바꾸려고 하시면 저울질을 하여 편편해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왕은 곧 좌우에 명령하여 빨리 저울을 가져 오게 하여 저울 추를 가운데 달고 양쪽에 판을 두어 비둘기를 가져다 한쪽에 얹고 벤 살을 다른 한쪽에 얹었습니다. 그러나 다리 살을 다 베어도 비둘기보다 가벼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두 팔과 두 옆구리 살을 다 베었지마는 여전히 비둘기 무게보다 모자랐습니다.
029_1006_b_14L王復念曰今求新殺熱肉者害一救一於理無益內自思唯除我身其餘有命皆自護惜取利刀自割股肉持用與鷹貿此鴿鷹報王曰王爲施主等視一切雖小鳥理無偏枉若欲以肉貿此鴿宜稱使停王勅左右疾取稱來鉤鉤中兩頭施盤卽時取鴿安著一所割身肉以著一頭割股肉盡輕於鴿復割兩臂兩脅身肉都盡不等鴿
029_1006_c_01L그때 왕은 몸을 일으켜 저울판에 오르려 하였으나, 기운이 부쳐 헛디디는 바람에 땅에 쓰러져 까무러쳤다가 한참 만에야 깨어나 스스로 그 마음을 꾸짖었습니다.
‘나는 오랜 옛날부터 너(마음)에게 시달려 삼계(三界)를 윤회하면서 갖가지로 고초를 맛보았으나 아직 복을 짓지 못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진하여 행을 세울 때요, 게으름을 피울 때가 아니다.’
이렇게 자신을 꾸짖고는 억지로 일어나 저울판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스스로 잘하였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때 천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모든 하늘 궁전들이 다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색계(色界)의 여러 하늘은 한꺼번에 내려와 허공에서 보살이 어려운 행을 행하여 몸을 상하게 하면서 마음으로 큰 법을 기약하고 신명을 돌아보지 않는 것을 보고는 모두 한꺼번에 울어 눈물이 쏟아지는 비와 같았습니다. 그리고 하늘꽃을 내려 그것으로 공양하였습니다.
029_1006_c_01L爾時大王擧身自起欲上稱氣力不接失跨墮地悶無所覺久乃蘇自責其心我從久遠爲汝所輪迴三界酸毒備嘗未曾爲福是精進立行之時非懈怠時也種種責已自强起立得上稱盤心中歡喜自以爲善是時天地六種震動諸天宮殿皆悉傾搖乃至色界諸天同時來下於虛空中見於菩薩行於難行傷壞軀體心期大法不顧身命各共啼哭淚如盛雨又雨天華而以供養
그때 제석은 본래 형상으로 돌아와 왕 앞에 서서 말하였습니다.
‘지금, 누구도 따르기 어려운 그런 행은 무엇을 구하려 하는 것입니까? 전륜성왕이나 제석이나 마왕이 되길 원하는 것입니까, 삼계 가운데서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 것입니까?’
보살은 대답하였습니다.
‘내가 구하려고 기약하는 것은 삼계의 영화로운 즐거움이 아닙니다. 내가 짓는 복의 갚음은 불도를 구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천제는 다시 말하였습니다.
‘왕은 지금 몸을 헐어 그 고통이 골수에 사무칠 것입니다. 혹 후회하는 생각이라도 없습니까?’
‘없습니다.’
‘비록 없다고 말씀하시지마는 그것을 누가 알 수 있습니까? 내가 지금 왕의 몸을 보니 쉬지 않고 떨고 있으며, 말하는 기운이 끊어질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후회가 없다고 하지만 무엇으로 그것을 증명하시렵니까?’
029_1006_c_11L爾時帝釋還復本形住在王前語大王曰今作如是難及之行欲求何等汝今欲求轉輪聖王帝釋魔王三界之中欲求何等菩薩答言我所求者不期三界尊榮之樂所作福報欲求佛道天帝復言汝今壞身乃徹骨髓寧有悔恨意耶王言無也天帝復曰雖言無悔誰能知之我觀汝身戰掉不停言氣斷絕言無悔恨以何爲證
029_1007_a_01L왕은 곧 서원을 세웠습니다.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털끝만큼도 후회하지 않았으니, 내가 원하는 것은 반드시 그 결과를 얻을 것이다. 지성은 헛되지 않나니, 내 말과 같다면, 내 몸은 곧 회복되리라.’
이 서원을 마치자 몸은 곧 회복되어 전보다 더 훌륭해졌습니다.
하늘과 사람들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칭송하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습니다.
시비왕은 바로 지금의 부처님이십니다. 세존께서 옛날에는 그처럼 중생들을 위해 신명을 돌아보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법해(法海)는 이미 찼고 법기[法幢]는 이미 섰으며 법고(法鼓)는 이미 울렸고 법등[法炬]은 이미 밝았으니, 세존이시여 중생을 제도할 때는 바로 이 때입니다. 어찌하여 일체 중생을 버리고 열반에 드셔서 설법하지 않으려 하십니까?”
029_1006_c_20L王卽立誓我從始來乃至於今無有悔恨大如毛髮我所求願必當果獲至誠不虛如我言者令吾身體卽當平復作誓已訖身便平復倍勝於前天及世人歎未曾有歡喜踊躍不能自勝尸毘王者今佛身是也世尊往昔爲於衆生不顧身命乃至如是者世尊法海已滿法幢已立法鼓已法炬已照潤益成立今正得時何欲捨一切衆生入於涅槃而不說
범천왕은 여래 앞에서 합장하고 찬탄하면서, 여래께서 전생에 중생을 위하여 법을 구한 사실 1천 가지를 설명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범천왕의 청을 받아들이시고, 곧 바라내국의 녹야원(鹿野苑)으로 가시어 법륜을 굴리시니, 그로 말미암아 3보(寶)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타났다.
029_1007_a_08L爾時梵王於如來前合掌讚歎於如來先身求法爲於衆生凡有千世尊爾時受梵王請卽便往詣波羅柰國鹿野苑中轉于法輪三寶因是乃現於世
그때 하늘과 사람ㆍ용ㆍ귀신 등 여덟 무리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07_a_12L時諸人天諸龍鬼神部之衆聞說是已莫不歡喜頂戴奉行

2. 마하살타이신시호품(摩訶薩埵以身施虎品)
029_1007_a_13L摩訶薩埵以身施虎品第二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07_a_14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偉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세존께서는 걸식할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혼자 아난(阿難)을 데리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그때 한 노모가 있어 두 아들을 두었는데, 그들은 남의 재물을 함부로 훔쳤다. 재물 주인이 그들을 붙들어 왕에게 나아가 재판에 붙이니, 그 죄는 죽어 마땅하였다. 왕은 그들을 전타라(栴陁羅)에게 주어 사형장으로 끌고 가도록 했다.
그 모자 세 사람은 멀리서 세존을 보고 머리를 두드리며 애걸하였다.
“원컨대 천존(天尊)께서는 이 고액(苦厄)에서 건져 제 아들 목숨을 구하여 주소서.”
이렇게 애통하게 비는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시어 곧 아난을 왕에게 보내어 그들을 살려 주기를 청하였다. 왕은 부처님 분부를 받고 곧 놓아 주었다.
그들은 그 화를 벗어나자 부처님 은혜에 감격하여 한량없이 기뻐하였다.
029_1007_a_15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爾時世尊乞食時到著衣持獨將阿難入城乞食時有一老母唯有二男偸盜無度財主捕得便將詣王平事按律其罪應死卽付栴陁將至殺處遙見世尊母子三人共向佛叩頭求哀唯願天尊垂濟苦救我子命誠心款篤甚可憐愍來慈矜卽遣阿難詣王請命王聞佛卽便放之得脫此厄感戴佛恩踊無量
029_1007_b_01L그들은 곧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한 뒤 합장하고 아뢰었다.
“부처님의 자비와 은혜를 입어 남은 목숨이 구제되었습니다. 원컨대 천존(天尊)께서는 저희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시어 제자가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서 오너라, 비구여.”
그들의 수염과 머리는 저절로 떨어지고 입은 옷은 가사로 변하였다. 그들은 공경하는 마음이 솟아나고 믿음이 더욱 굳어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셨다. 그들은 온갖 번뇌가 아주 없어지고 아라한(阿羅漢)의 도를 얻었다. 그리고 그 어머니는 법을 듣고 아나함(阿羅含)을 얻었다.
그때 아난은 눈으로 직접 이 사실을 보고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칭송하면서 여래의 여러 가지 덕행을 찬탄한 뒤에 여쭈었다.
“저 모자 세 사람은 전생에 어떤 복을 지었기에 지금 세존을 만나 중한 죄를 면하고 열반의 안락을 얻었습니까? 또 그 한 몸으로 특별한 이익을 입었으니 얼마나 유쾌하겠습니까?”
029_1007_b_02L尋詣佛所頭面禮足合掌白蒙佛慈恩得濟餘命唯願天尊愍我等聽在道次佛卽可之告曰來比丘鬚髮自墮身所著衣變成袈敬心內發志信益固佛爲說法垢永盡得阿羅漢道其母聞法得阿那含爾時阿難目見此事歎未曾有讚說如來若干德行又復呰嗟母子三人宿有何慶値遇世尊得免重罪獲涅槃安一身之中特蒙利益何其快哉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세 사람은 오늘만 내 힘을 입어 살아난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내 은혜를 입어 살게 되었느니라.”
아난은 아뢰었다.
“알고 싶습니다, 세존이시여. 과거 세상에 저 세 사람을 살리신 사실은 어떠했습니까?”
029_1007_b_12L佛告阿難此三人者非但今日蒙我得活乃往過去亦蒙我恩而得濟活阿難白佛不審世尊過去世中濟活三人其事云何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오랜 옛날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큰 나라의 왕이 있었느니라. 이름이 마하라단낭(摩訶羅檀囊)―진(秦)나라 말로는 대보(大寶)라는 뜻이다―이었는데, 그는 무릇 작은 나라 5천을 다스리고 있었다. 또 그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다. 첫째는 이름이 마하부나녕(摩訶富那寧)이요, 둘째는 마하제바(摩訶提婆)―진(秦)나라 말로는 대천(大天)이라는 뜻이다―인데, 셋째는 마하살타(摩訶薩埵)였다. 그 중에도 막내 아들은 어려서부터 자비를 행하여 일체 중생을 가엾이 여겨 마지 않았다.
어느 날 왕은 신하들과 부인과 태자를 데리고 동산 구경을 나갔었다. 왕은 피로해 조금 쉬고 있었다.
세 아들은 숲 속에서 놀다가, 호랑이가 새끼 두 마리에게 젖을 먹이는데, 주림을 못 견디어 그 새끼를 도로 먹으려는 것을 보았다.
029_1007_b_15L佛告阿難乃往久遠阿僧祇劫此閻浮提有大國王名曰摩訶羅檀囊秦言大寶典領小凡有五千王有三子其第一者摩訶富那甯次名摩訶提婆秦言大次名摩訶薩埵此小子者少小行矜愍一切猶如赤子爾時大王諸群臣夫人太子出外遊觀時王疲小住休息其王三子共遊林閒有一虎適乳二子飢餓逼切欲還食
029_1007_c_01L막내 아들은 두 형에게 말하였다.
‘저 호랑이는 바짝 말라 죽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젖을 빨리고 있는데, 주림에 못 견디어 그 새끼를 잡아먹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형은 대답하였다.
‘그렇구나.’
아우는 다시 물었다.
‘저 호랑이는 지금 무엇을 먹을 수 있습니까?’
두 형은 대답하였다.
‘갓 죽인 더운 피나 고기라면 그 마음에 들 것이다.’
아우는 또 물었다.
‘혹 어떤 사람이 그것을 마련하고 저 목숨을 구제하여 살도록 할 수 있겠습니까?’
두 형은 대답하였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029_1007_c_02L其王小子語二兄曰今此虎者苦極理羸瘦垂死加復初乳我觀其欲自噉子二兄答言如汝所云復問兄此虎今者當復何食二兄報若得新殺熱血肉者乃可其意復問曰今頗有人能辦斯事救此生令得存不二兄答言是爲難事
막내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오랜 옛날부터 나고 죽는 동안에 수없이 몸을 버렸지마는 그것은 헛되이 버린 것이다. 탐욕 때문에, 혹은 성냄과 어리석음 때문이었고, 법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복밭[福田]을 만났으니 이 몸을 두어 무엇 하겠습니까?’
이렇게 결심하고는 두 형에게 말하였다.
‘형님들은 먼저 가십시오. 나는 따로 볼일이 좀 있습니다. 곧 뒤따라가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오던 길로 달려가, 호랑이 있는 곳에 이르러 그 앞에 몸을 던졌다. 그러나 주린 호랑이는 입을 다물고 먹지 못하였다.
그때 태자는 날카로운 나무 꼬챙이로 자기 몸을 찔러 피를 내었다. 호랑이는 그 피를 핥다가 그제야 입을 벌려 곧 그 몸을 먹었다.
029_1007_c_08L王小子內自思惟我於久遠生死之捐身無數唐捨軀命或爲貪欲爲瞋恚或爲愚癡未曾爲法今遭福此身何在設計已定復共前行行未遠白二兄言兄等且去我有私比爾隨後作是語已疾從本徑於虎所投身虎前 餓虎口噤不能得爾時太子自取利木刺身出血得舐之其口乃開卽噉身肉
두 형은 오래 기다렸으나 아우가 돌아오지 않자, 그 자취를 따라 찾아가면서 조금 전에 하던 그 말을 생각하였다.
‘반드시 그 주린 호랑이에게 몸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언덕에 올라, 마하살타가 호랑이 앞에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호랑이는 벌써 그것을 먹고 있었는데 피와 살이 낭자하였다.
그들은 그것을 보고 가슴을 치면서 땅에 쓰러져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났다. 울고 뒹굴며 정신을 잃고 까무러쳤다가 다시 살아나곤 하였다.
029_1007_c_17L二兄待之經久不還尋迹推覓憶其先心能至彼餧於餓虎追到岸邊見摩訶薩埵死在虎前虎已食之血肉塗漫自撲墮地氣絕而死經於久時乃還蘇活啼哭宛轉迷憒悶絕而復還蘇
029_1008_a_01L왕후는 꿈에, 세 마리 비둘기가 숲에서 놀고 있는데, 매 떼가 와서 그 작은 놈을 잡아먹는 것을 보았다. 왕후는 깨어나 놀랍고 두려워 왕에게 말하였다.
‘듣건대, 옛말에 비둘기는 자손이라 합니다. 지금 작은 비둘기를 잃었으니, 우리 아이에게 어떤 불상사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곧 사람을 보내어 사방으로 찾아보았다. 오래지 않아 두 아들이 왔다. 부모는 그들에게 물었다.
‘우리가 사랑하는 아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두 아이는 목이 메이고 가슴이 막혀 소리를 내지 못하다가 한참 만에야 말하였다.
‘호랑이가 잡아먹었습니다.’
부모는 이 말을 듣고 땅을 치고 기절하여 정신을 잃었다가 한참 만에야 깨어났다. 왕은 곧 두 아들과 부인과 궁녀들을 데리고 그 시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호랑이가 그 살을 다 먹어 해골만이 어지러이 땅에 흩어져 있었다. 어머니는 그 머리를 붙잡고 슬피 울부짖으면서 까무러쳤다가 다시 깨어나기를 오랫동안 계속하였다.
029_1007_c_22L夫人眠睡夢有三鴿共戲林野鷹卒捉得其小者食覺已驚怖向王說之我聞諺言(鴿子孫者也)今亡小鴿所愛兒必有不祥卽時遣人四出求未久之閒二兒已到父母問言所愛子今爲所在二兒哽噎隔塞斷不能出聲經于久時乃復出言已食之父母聞此躄地悶絕而無所良久乃蘇卽與二兒夫人婇女奔至彼死屍之處爾時餓虎食肉已唯有骸骨狼藉在地母扶其頭捉其手哀號悶絕絕而復蘇
마하살타는 목숨을 마친 뒤에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났다. 그는 생각하였다.
‘나는 무슨 행으로 말미암아 여기 와서 이 보(報)를 받는가.’
그는 천안(天眼)으로 5취(趣)를 환하게 보고 두루 살펴보다가 전생의 자기 시체가 아직도 산 속에 있고, 그 부모가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의 부모가 어리석고 미혹하여 너무 슬피 울다가 혹 거기서 목숨을 잃지나 않을까 하고 가엾이 여겨 ‘나는 지금 저기 가서 그 마음을 돌리도록 깨우쳐 드리리라’ 하고 생각하였다.
029_1008_a_11L如是經久時摩訶薩埵命終之後生兜率天卽自生念我因何行來受此報天眼徹視遍觀五趣見前死屍故在山間父母悲悼纏緜痛毒憐其愚惑啼泣過甚或能於此喪失身命我今當往諌喩彼意
029_1008_b_01L곧 하늘에서 내려와 공중에 머물러 갖가지 말로 그 부모를 깨우쳤다. 부모는 쳐다보고 물었다.
‘너는 어떤 귀신인가, 말해 보라.’
하늘은 대답하였다.
‘나는 바로 왕자 마하살타입니다. 나는 몸을 버려 굶주린 호랑이를 구제하였기 때문에 도솔천에 태어났습니다. 대왕이여 아소서, 모든 존재하는 법은 무(無)로 돌아가는 것을. 한번 태어나면 반드시 마침이 있는 것임을. 악을 지으면 지옥에 떨어지고, 선을 행하면 하늘에 나는 것입니다.
나고 죽음은 떳떳한 길인데 지금 대왕은 왜 홀로 근심 걱정과 번뇌의 바다에 빠져 있으면서, 스스로 깨달아 온갖 선을 부지런히 닦지 않습니까?’
부모는 대답하였다.
‘너는 큰 자비를 행하여 그 사랑이 일체 중생에 미쳤다. 그러면서〈나〉를 버리고 목숨을 마치니, 너를 생각하는 우리 마음은 한없이 슬프고 마디마디 끊어져 그 고통은 견디기 어렵구나. 너는 큰 자비를 닦으면서 어찌 그처럼 할 수 있는가.’
천인(天人)은 다시 여러 가지 묘하고 좋은 게송으로 부모에게 대답하였다. 이에 부모는 조금 깨닫게 되어 칠보로 된 함을 만들고 그 안에 뼈를 넣어 매장한 뒤에 그 위에 탑을 세웠다. 하늘은 곧 변화해 하늘로 올라가고, 왕과 대중들은 모두 궁전으로 돌아왔느니라.”
029_1008_a_17L卽從天下住於空中種種言辭解諌父母父母仰問汝是何神願見告示天尋報曰我是王子摩訶薩埵我由捨身濟虎餓乏生兜率天大王當知有法歸無生必有終惡墮地獄爲善生天生死常塗今者何獨沒於憂愁煩惱之海不自覺悟懃修衆善父母報言汝行大慈矜及一切捨我取終吾心念汝荒塞寸絕我苦難計汝修大慈那得如是於時天人復以種種妙善偈句報謝父母父母於是小得惺悟作七寶函盛骨著中葬埋畢訖於上起塔天卽化去王及大衆還自歸宮
부처님께서는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왕 마하라단낭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내 부왕 열두단(閱頭檀) 바로 그 분이다. 그리고 왕후는 지금의 내 어머니 마하마야(摩訶摩耶)요, 마하부나녕은 지금의 미륵(彌勒)이요, 그 둘째 태자 마하제바는 지금의 바수밀다라(婆修蜜多羅)요, 태자 마하살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이니라. 그리고 그때의 그 어미 호랑이는 지금의 저 노모요, 두 마리 새끼는 지금의 저 두 아들이니라.
나는 먼 옛날에도 그들의 위급한 목숨을 구제해 안전하게 하였다. 그런데 지금 내가 부처가 되어서도 그 재난을 구제하여 생사의 큰 고통 바다를 아주 떠나게 하였느니라.”
029_1008_b_07L佛告阿難爾時大王摩訶羅檀那者豈異人乎今我父王閱頭檀是時王夫人我母摩訶摩耶爾時摩訶富那甯者今彌勒是二太子摩訶提婆者今婆修蜜多羅是爾時太子摩訶薩埵豈異人乎我身是爾時虎母今此老母是爾時二子今二人是我於久遠濟其急厄危頓之命令得安全吾今成佛亦濟彼厄令其永離生死大苦
그때 아난과 여러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08_b_16L爾時阿難一切衆會聞佛所說歡喜奉行

3. 이범지수재품(二梵志受齋品)
029_1008_b_17L二梵志受齋品第三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08_b_18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어떤 두 하늘은 초저녁에 부처님께 나아갔다.
그들 몸의 광명은 기원(祇洹)을 밝게 비추었는데 모두 금빛 같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적당한 묘법을 연설하셨다. 그들은 마음이 열려 모두 도의 자취를 얻은 뒤에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예배하고 천상으로 돌아갔다.
029_1008_b_19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爾時初夜有二天來詣於佛天人身光照曜祇桓皆如金色便隨宜演暢妙法心意開悟俱得道頭面禮佛還歸天上
029_1008_c_01L이튿날 아침에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젯밤에 와서 부처님을 뵈온 그 두 하늘은 위엄있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깨끗한 광명이 빛났습니다. 그들은 옛날에 어떤 공덕을 심었기에 그런 묘한 결과를 얻었습니까?”
029_1008_b_23L明日淸朝難白佛昨夜二天來覲世尊威相昞淨光赫弈昔種何德獲斯妙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여래(迦葉如來)가 열반한 뒤 그 끼친 법이 끝나려 할 때에, 어떤 두 바라문이 8재(齋)를 받들어 가졌다. 그 한 사람은 천상에 나기를 원하였고, 둘째 사람은 국왕이 되기를 원하였다.
그 첫째 사람이 자기 집에 돌아갔을 때 아내는 그를 불러 밥을 같이 먹자고 하였다. 남편은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아까 부처님께 재계를 받았는데, 한낮이 지나면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하셨소.’
아내는 다시 말하였다.
‘당신은 범지(梵志)로서 스스로 법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이도(異道)들의 재계를 받습니까? 지금 내 말을 거스려 나와 같이 밥을 먹지 않으면 이 사실을 다른 범지들에게 일러 당신을 배척해 몰아내고 같이 모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겁을 내어, 곧 그 아내와 함께 때가 아닌데 밥을 먹었다. 그 두 사람은 살 만큼 살다가 각각 목숨을 마쳤다.
029_1008_c_02L告阿難迦葉如來滅度之後遺法垂有二婆羅門受持八齋其一人者求願生天其第二人求作國王其第一人還歸其家婦呼共食夫答婦言向受佛齋過中不食婦復語曰君是梵志自有戒法何緣乃受異道之齋今若相違不共我飯當以斯事語諸梵志使驅擯汝不與會同聞此語已深懷恐怖便與其婦非時而食二人隨壽長短各取命終
029_1009_a_01L왕이 되기를 원한 사람은 재계를 온전히 가졌기 때문에 왕으로 태어났고, 천상에 나기를 원한 사람은 재계를 깨뜨렸기 때문에 용으로 태어났다.
그때 어떤 사람은 왕의 동산지기가 되어 갖가지 과실을 왕에게 보내 드렸다. 그는 어느 날 우물 속에서 이상한 벚[㮈] 한 개를 얻었는데 빛깔과 향기가 매우 아름다웠다. 그는 곧 생각하였다.
‘내가 드나들 때마다 이 문지기한데 거절을 당했다. 이것을 그에게 주리라.’
생각대로 그 문지기에게 주어 문지기는 그것을 받았다.
문지기는 생각하였다.
‘내가 일을 통하러 갈 때에는 항상 저 내시한테 걸린다. 이것을 그에게 주리라.’
그 벚을 내시한테 주었다.
이렇게 하여 그 벚은 왕후에게까지 올라갔고 왕후는 그것을 왕에게 바쳤다. 왕이 그것을 먹어 보니 매우 달고 맛있었다. 왕은 왕후에게 물었다.
‘이것을 어디서 구했는가?’
왕후는 곧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거기서 다시 캐어나가 동산지기에게까지 이르렀다. 왕은 동산지기를 불러 물었다.
‘내 동산 안에 이런 아름다운 과실이 있는데 왜 내게는 바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는가?’
이에 동산지기는 그 내력을 사실대로 아뢰었다.
029_1008_c_12L願作王者持齋完具得生王家願生天者由破齋故乃生龍中時有一人爲王守園日日奉送種種果蓏此人後時於泉水中得一異柰色香甚美便作是念我每出入常爲門監所見前卻當以與之如念卽與門監受已復自思惟我通事時每爲黃門之所抴縮當以與之便用斯柰奉貢黃門黃門納竟轉上夫人夫人得柰復用獻王王食此柰甚覺甘美便問夫人從何處得夫人卽時如實而對展轉相推到于園監王復召喚而問之曰吾園之中有此美果何不見奉乃與他人園監於是本末自陳
왕은 다시 명령하였다.
‘지금부터는 이 벚을 끊이지 말고 늘 보내도록 하라.’
동산지기는 아뢰었다.
‘이 벚은 종자가 없습니다. 이것은 우물 속에서 얻은 것입니다. 칙사를 아무리 보내셔도 마련할 도리가 없습니다.’
왕은 다시 명령하였다.
‘만일 그것을 구하지 못하면 네 목을 베리라.’
동산지기는 물러나서 동산으로 돌아가 근심하고 번민하다가 소리를 내어 크게 울었다.
029_1009_a_03L王復告言自今已後常送斯柰莫令斷絕園監啓曰此柰無種從泉中得勅使常送無由可辦王復告言若不能得當斬汝身園監還出至彼園中憂愁懊惱擧聲大哭
그때 어떤 용이 그 우는 소리를 듣고 사람 몸으로 변해 와서 물었다.
‘너는 무슨 일로 그처럼 슬피 우는가?’
동산지기는 자초지종을 말하였다.
그러자 용은 물로 들어가 아름다운 과실을 수북이 금반에 바쳐 가지고 나와 이 사람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이 과실을 가지고 가서 왕에게 바치고, 내 뜻을 이렇게 전하라.
〈나와 왕은 본래부터 친한 친구였다. 옛날 세상에 있을 때에는 둘이 다 범지로서 8관재법(關齋法)을 받들어 각각 소원이 있었다. 왕은 계율을 온전히 가졌기 때문에 인간의 왕이 되었고 내 계율은 온전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용으로 태어났다. 나는 지금 재계를 받들어 닦아 이 몸을 버리려고 한다. 그래서 8관재법을 찾는다. 그것을 구해 내게 보내라. 만일 내 말을 어기면 나는 네 나라를 뒤엎어 큰 바다로 만들겠다.〉’
이에 동산지기는 그 과실을 왕에게 올리고 곧 용이 부탁한 사실을 설명하였다.
029_1009_a_07L時有一龍聞其哭音變身爲人來問之言汝有何事悲哭乃爾是時園監具自宣說龍還入水以多美果著金盤上用與此人因告之言可持此果以奉汝幷騰吾意云吾及王本是親友昔在世俱爲梵志共受八齋各求所汝戒完具得爲人王吾戒不全於龍中今欲奉修齋法求捨此身索八關齋法用遺於我若其相違覆汝國用作大海園監於是奉果於因復說龍所囑之變
029_1009_b_01L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걱정하였다. 왜냐 하면 그때에는 세상에 불법이 없고 또 8관재문(關齋文)은 다 없어져 구할 수 없었으며, 만일 그 뜻을 듣지 않으면 큰 해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일만 생각하느라고 근심하였던 것이다.
왕에게는 가장 공경하고 존중하는 신하가 있었다. 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신룡(神龍)이 내게 재법(齋法)을 요구하니, 그대는 그것을 내게 구해다오.’
대신은 대답하였다.
‘지금 세상에는 불법이 없는데 어떻게 구하겠습니까?’
왕은 다시 명령하였다.
‘만일 그대가 그것을 구하지 못하면 나는 그대를 죽이리라. 대신은 이 말을 듣고 매우 낙담하면서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029_1009_a_18L王聞此已用不樂所以者何時世無佛法又滅八關齋文今不可得若不稱之見危害惟念此理是故愁悒王有大最所敬重王告臣曰神龍從我求索齋法仰卿得之當用寄與大臣對今世無法云何可得王又告曰汝今不獲吾當殺卿大臣聞此甚懷惆悵往至自舍
그 대신에게는 늙은 아버지가 있었다. 아들이 밖에서 올 때에는 항상 화한 얼굴과 즐거운 빛으로 그 아버지의 마음을 위로하였는데, 그 날은 그 아들 얼굴빛이 평상시와 다른 것을 보고 아들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
대신은 그 아버지에게 자세한 사실을 설명하였다. 그 아버지는 말하였다.
‘우리 집 기둥에서 늘 광명이 나타난다. 시험삼아 부수어 보아라. 혹 이상한 물건이 있을지 모르니.’
아들은 아버지 분부를 받고, 다른 사람을 시켜 기둥을 베어 쪼개어 거기서 경책 두 권을 얻었다. 하나는 『12인연경(因緣經)』이요, 다른 하나는 『8관재문(關齋文)』이었다.
대신은 그것을 가져다 왕에게 바쳤다. 왕은 못내 기뻐하여 어쩔 줄을 모르면서 곧 그 경책을 금반 위에 바쳐 용에게 가져다 주었다.
용은 그 경책을 받고는 몹시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많은 보배를 왕에게 보내었다.
029_1009_b_03L此臣有父年老耆舊每從外來和顏悅色以慰父意當於是時父見其子面色改常卽便問之何由乃爾於時大臣便向其父委曲自說其父答曰吾家堂柱每現光明試破看之儻有異物奉父言教令他拖伐取而斬扸得經二卷一是『十二因緣經』二是『八關齋文』大臣卽持奉上於王得歡喜不能自勝便以此經金盤上自送與龍龍獲此經大用欣便用好寶贈遺於王
그리고 용은 8관재계(關齋戒)를 받들어 가져 부지런히 수행하여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궁(天宮)에 났다. 또 그 왕도 다시 재법을 받들어 닦고 목숨이 다해 천상에 나서 함께 같은 곳에 있느니라.
어젯밤에 그들이 함께 와서 법의 교화를 받고는 이내 수다원과(須陁洹果)를 얻어 3도[途:세 가지 나쁜 길]을 떠나 인간과 천상의 길에 노니는 것이니, 지금부터는 반드시 열반을 얻을 것이다.”
029_1009_b_13L受持八齋而奉行命終之後生於天宮人王亦復修奉齋法壽盡生天共同一處夜俱來諮稟法化應時尋得須陁洹永息三塗遊人天道從是已往得涅槃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여러 대중들은 모두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佛說是時一切衆會歡喜奉行

4. 바라내인신빈공양품(波羅㮈人身貧供養品)
029_1009_b_18L波羅柰人身貧供養品第四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09_b_19L如是我聞
029_1009_c_01L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그 나라의 어떤 장자는 아들을 낳았는데, 얼굴은 단정하고 낳은 지 며칠 안 되어 말을 하였다.
그는 그 부모에게 물었다.
“세존께서 계십니까?”
부모는 대답하였다.
“아직 계신다.”
다시 물었다.
“존자 사리불(舍利弗)과 아난께서도 다 계십니까?”
“암, 계시고 말고.”
부모는 그 아들이 태어나자 마자 말하는 것을 보고, 사람이 아니라고 하여 매우 괴상히 여긴 까닭에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029_1009_b_20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是時國中有大長者生一男面首端政旣生數日復能言語其父母世尊在不答曰故在復更問尊者舍利弗阿難等悉爲在不悉在父母見子生便能言謂其非深怪所以便往問佛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아이는 복이 있다. 괴상히 여길 건 없다.”
부모는 기뻐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는 또 아뢰었다.
“원컨대 양친께서는 저를 위해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해 주소서.”
부모는 말하였다.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려면 공양거리가 필요한데 갑자기 마련할 수 없지 않니?”
아이는 아뢰었다.
“집을 깨끗이 쓸고 자리를 장엄하되, 높은 자리 세 개만 만들어 놓으면 백 가지 맛난 음식은 저절로 올 것입니다. 또 제 전생의 어머니는 지금 파라내국에 살아 계십니다. 저를 위해 청해 주소서.”
029_1009_c_03L佛言此兒有不足疑也父母歡喜還歸其家又啓曰唯願二親爲我請佛及比丘父母告曰請佛及僧當須供具卒可辦兒又啓曰但掃灑堂舍莊嚴牀席施三高座百味飮食當自然又我先身之母今猶存在居波羅柰國爲我喚之
부모는 그 말을 따라 사람을 시켜 코끼리를 타고 달려가 불러오게 하였다. 그리고 높은 자리 세 개를 만들었다. 이유는 첫째는 여래를 위한 것이요, 둘째는 전생 어머니를 위한 것이며, 셋째는 현재의 어머니를 위한 것이었다.
부처님과 스님들이 집에 들어와 차례로 좌정(坐定)하자 맛나고 아름다운 음식이 저절로 풍족해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셨다. 그 아버지와 두 어머니와 온 집안 노소들은 법문을 듣고 기뻐하면서 모두 초과(初果)를 얻었다.
그 아이는 차츰 자라서는 부모를 하직하고, 집을 떠나 바른 업을 알뜰히 닦고 아라한이 되었다.
029_1009_c_10L父母隨語使人乘象馳奔召來所以作三高座者一爲如二爲本生母三爲今身母佛與衆旣入其舍次第坐定甘膳美味在豐足佛爲說法父及二母合家大聞法歡喜盡得初果此兒轉長便辭出家精懃正業獲致羅漢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사람은 전생에 어떤 공덕을 심었기에 부귀한 집에 태어나 어려서부터 말을 하고 또 도를 배워 신통을 얻게 되었습니까?”
029_1009_c_16L阿難白此沙門者宿種何德生於豪貴而能言又復學道逮得神通
029_1010_a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사람은 전생에 바라내의 어떤 장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 아버지가 죽은 뒤에 집안 살림은 점점 줄어들어 매우 빈궁하게 되었으므로 부처님 세상을 만났으나 공양할 것이 없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기쁘지 않고 편치 않았다.
그래서 그만 양반의 성을 버리고 나그네가 되어 돈 1천 냥을 구하기 위해 1년 동안 돌아다녔다.
어떤 장자가 물었다.
‘너는 장가를 가려고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돈은 어디에 쓰려는가?’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려 합니다.’
장자는 물었다.
‘만일 부처님을 청하고자 한다면 나는 너에게 돈을 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공양하라.’
그는 승낙하고 곧 음식을 차려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였다. 그 인연으로 해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장자의 집에 태어났고, 또 지금 부처를 청해 법을 듣고 도를 얻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과거의 그 가난한 사람은 지금의 이 장자의 아들 사문이니라.”
029_1009_c_18L佛告阿此人前身生波羅柰爲長者子亡沒後家業衰耗漸致貧窮雖値佛無以供養念此不悅情不自釋便捨豪姓求爲客作終竟一歲索金千豪姓問曰卿欲娶妻耶答曰不也豪姓又問用金何爲答曰欲用飯佛及於聖僧豪姓告曰若欲請佛吾當與金幷爲經營會於我舍貧者唯諾便設餚膳請佛及僧由此因緣命終之後生在長者家今復請佛聞法得佛告阿難往昔貧人者今長者子沙門是也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여러 대중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10_a_07L佛說此時一切衆會莫不歡喜頂戴奉行

5. 해신난문선인품(海神難問船人品)
029_1010_a_08L海神難問舩人品第五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10_a_09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그 나라에는 5백 명의 상인이 보배를 캐러 바다로 들어가면서 서로 의논하였다.
“지혜로운 사람을 구해 길잡이로 삼자.”
그들은 곧 열다섯 가지 계율을 가지는 어떤 우바새(優婆塞)를 청해 큰 바다로 함께 들어갔다. 바다 복판에 이르렀을 때 바다 신[海神]이 어떤 야차로 몸을 변하였다. 그 형체는 추악하고 빛깔은 검푸르며 입에는 긴 어금니가 나고 머리 위는 불타고 있었다.
그가 와서 배를 붙잡고 상인에게 물었다.
“이 세상에 나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는가?”
그 현명한 이는 대답하였다.
“너보다 몇 배나 더 두려운 것이 있다.”
029_1010_a_10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爾時此國有五百賈客入海採寶自共議言當求明人用作導師便請一五戒優婆塞共入大海旣到海海神變身作一夜叉形體醜惡色靑黑口出長牙頭上火燃來牽其問估客曰世間可畏有過我者無賢者對曰更有可畏劇汝數倍
029_1010_b_01L바다 신은 다시 물었다.
“그것은 어떤 것인가?”
현명한 이는 대답하였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은 온갖 나쁜 죄를 짓되, 살생하고 도둑질하며 음탕하여 절도가 없고, 거짓말ㆍ이간질ㆍ나쁜 말ㆍ꾸미는 말을 하고, 탐욕ㆍ성냄과 삿된 소견에 빠져 있다가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져 만 가지로 고통을 받는다.
즉 옥졸 아방(阿傍)은 여러 죄인을 붙들어다 갖가지로 다스리되, 칼로 베기도 하고 수레로 몸을 찢기도 하며 몸을 부수어 수천 조각을 내기도 하고, 절구에 찧기도 하며 혹은 갈기도 한다. 칼산ㆍ칼나무ㆍ불 수레ㆍ끓는 솥ㆍ찬얼음ㆍ끓는 똥 등 이러한 고통을 모두 갖추어 받으면서 수천만 년을 지낸다. 이런 것이 너보다 더 두려우니라.”
바다 신은 붙잡았던 배를 놓고는 형체를 숨기고 떠났다.
029_1010_a_17L海神復問何者是耶答曰世有愚人作諸不善殺生盜竊婬妷無度妄言兩舌惡口綺語貪欲瞋恚沒在邪見死入地獄受苦萬端獄卒阿傍取諸罪人種種治之或以刀斫或以車裂分壞其身作數千段或復臼擣或復磨之刀山劍樹火車鑊湯寒冰沸屎一切備受荷如此苦經數千萬歲此之可劇汝甚多海神放之隱形而去
배가 몇 리를 더 나아갔을 때, 바다 신은 다시 한 사람으로 변하였다. 형체는 바짝 말라 힘줄과 뼈가 서로 이어졌다. 그것은 또 와서 배를 붙잡고 사람에게 물었다.
“이 세상에 여윈 것으로서 나보다 더한 것이 있는가?”
현명한 이는 대답하였다.
“너보다 더 여윈 것이 또 있다.”
“누가 더한가?”
“어떤 어리석은 사람은 심성이 매우 나빠, 아끼고 탐하며 질투하여 보시할 줄을 모른다. 그가 죽어서 아귀에 떨어지면 몸은 산처럼 크고 목구멍은 바늘귀 같으며, 머리털은 길어 흐트러지고 몸은 새까만데, 수천 년 동안 물과 곡식을 모른다. 그런 것들의 형상은 너보다 더 여위었느니라.”
바다 신은 붙잡았던 배를 놓고 이내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029_1010_b_03L進數里海神復更化作一人形體痟筋骨相連復來牽舩問諸人曰閒羸瘦有劇我者無賢者答言更有羸瘦甚劇於汝海神復問誰復劇耶賢者答曰有愚癡人心性弊惡慳貪嫉妒不知布施死墮餓鬼身大如山咽如鍼鼻頭髮長亂形體黑瘦數千萬歲不識水穀如是之形復劇於汝海神放舩沒而不現
배가 몇 리를 더 나아갔을 때 바다 신은 다시 얼굴이 아주 단정한 한 사람으로 변하였다. 그는 와서 배를 붙잡고 상인들에게 물었다.
“사람으로서 아름답고 묘하기가 나와 같은 이가 있는가?”
현명한 이는 대답하였다.
“너보다 백천만 배나 더 훌륭한 이가 있다.”
“누가 나보다 훌륭한가?”
“세상의 지혜로운 사람은 온갖 선을 받들어 행하고 항상 몸과 말과 뜻의 업을 청정하게 하며, 3보(寶)를 믿고 공경하여 때를 따라 공양한다. 그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나는데, 얼굴은 희고 깨끗하여 단정하기 짝이 없어 너보다 수천 배나 훌륭하다. 너를 거기에 비하면 그것은 마치 애꾸눈 원숭이를 저 아름다운 여자에 견주는 것과 같으니라.”
029_1010_b_12L舩行數里海神復化更作一人極爲端政復來牽舩問諸商客人之美妙有與我等者無賢者答曰乃有勝汝百千萬倍海神復問誰爲勝者賢者答曰世有智人奉行諸善身口意業恒令淸淨信敬三寶隨時供養其人命終生於天上形貌皎潔端政無雙殊勝於汝數千萬倍以汝方之如瞎獼猴比彼妙女
바다 신은 물 한 모금을 떠서 쥐고 물었다.
“이 한 모금 물이 많은가, 바닷물이 많은가?”
현명한 이는 대답하였다.
“한 모금 물이 많으니라.”
바다 신은 다시 물었다.
“네가 지금 한 말은 진실인가?”
029_1010_b_20L神取水一掬而問之曰掬中水多海水多耶賢者答曰掬中水多非海水海神重問汝今所說爲至誠不
029_1010_c_01L현명한 이는 대답하였다.
“그 말은 진실이요, 거짓이 아니다. 왜냐 하면 바닷물이 아무리 많아도 반드시 마를 때가 있다. 겁(劫)이 끝나려 할 때, 해 두 개가 한꺼번에 나타나면 우물과 못물은 모두 마른다. 해 세 개가 날 때에는 작은 강물이 모두 마르고, 해 네 개가 날 때에는 큰 강과 바닷물이 다 마르며, 해 다섯 개가 날 때에는 큰 바다가 점점 줄고, 해 여섯 개가 날 때에는 그 삼분의 이가 줄며, 해 일곱 개가 날 때에는 바닷물이 전부 없어지고 수미산이 무너지며, 밑으로 금강지(金剛地)의 살피[際]에까지 이르러 모두 다 타고 만다.
그러나 만일 어떤 사람이 믿는 마음으로 한 모금 물을 부처님께 공양하거나, 스님에게 보시하거나 부모를 받들거나 빈궁한 이를 구제하거나 혹은 짐승에게 주면 그 공덕은 겁을 지나더라도 다하지 않는다. 이로써 보더라도 바닷물은 적고 한 모금 물이 많은 줄을 알 수 있느니라.”
바다 신은 못내 기뻐하면서 곧 온갖 보배를 현명한 이에게 주고, 또 묘한 보배를 주며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보시하게 하였다.
그때 여러 상인들은 곧 그 현명한 이와 함께 보배를 풍족하게 캐가지고 본국으로 돌아왔다.
029_1010_b_23L者答曰此言眞諦不虛妄也何以明海水雖多必有枯竭劫欲盡時日竝出泉源池流悉皆旱涸三日出諸小河水悉皆枯乾四日出時大江海悉皆枯竭五日出時大海稍六日出時三分減二七日出時水都盡須彌崩壞下至金剛地際皆悉燋燃若復有人能以信心以一掬供養於佛或用施僧或奉父母丐貧窮給與禽獸此之功德歷劫不以此言之知海爲少掬水爲多神歡喜卽以珍寶用贈賢者兼寄妙寶施佛及僧時諸賈客卽與賢者寶已足還歸本國
그리고 현명한 이와 5백 상인들은 모두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에 제각기 그 보물과 또 바다 신이 준 것을 가지고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바쳤다. 그리고 모두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제자가 되어 청정한 교화를 받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곧 말씀하셨다.
“어서 오너라, 비구여.”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그 몸에 입혀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에 맞게 설법하셨다. 그들은 곧 마음이 열리고 깨닫게 되어 온갖 욕심이 모두 깨끗해지고 아라한을 얻었다.
029_1010_c_14L是時賢者五百賈咸詣佛所稽首佛足作禮畢已各持寶物幷海神所寄奉佛及僧悉皆長跪叉手白佛願爲弟子稟受淸化尋可之善來比丘鬚髮自落法衣在佛爲說法應適其情卽時開悟欲都淨得阿羅漢
그때 거기 모인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모두 매우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10_c_20L時諸會者聞佛所皆大歡喜頂戴奉行

6.항가달품(恒伽達品)
029_1010_c_21L恒伽達品第六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10_c_22L如是我聞
029_1011_a_01L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나열기(羅閱祇)의 죽원정사(竹園精舍)에 계셨다.
그때 그 나라에는 어떤 정승이 있었다. 그 집은 큰 부자였으나 아들이 없었다.
그때 항하(恒河)가에 마니발라(摩尼跋羅)라는 천사(天祠)가 있었는데,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공경하고 받들었다.
그때 그 정승은 그 사당에 나아가 빌었다.
“저는 아들이 없습니다. 듣건대 천신님은 공덕이 한량없어 중생들을 구호하고 능히 그 소원을 들어 주신다 하기에 이제 일부러 와서 귀의합니다.
만일 이 원을 들어 주어 아들 하나를 주시면, 금ㆍ은으로 천신님의 몸을 장식하고 유명한 향을 이 사당에 바르겠습니다. 그러나 만일 영험이 없으면 사당을 부숴 버리고 당신 몸에 똥칠을 하겠습니다.”
어떤 천신은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이 사람은 호걸이요 부자며 또 세력이 많아 보통 인물이 아니다. 그는 아들을 얻고자 하나 나는 덕이 적어 그 원을 풀어 줄 수가 없다. 만일 그 원을 이뤄 주지 않으면 반드시 큰 변을 당할 것이다.’
029_1010_c_23L一時佛在羅閱祇竹園精是時國中有一輔相其家大富無兒子時恒河邊有摩尼跋羅天祠合土人民皆悉敬奉時此輔相往詣祠所而禱之言我無子息承聞天神功德無量救護群生能與其願今故自歸若蒙所願願賜一子當以金銀挍飾天身及以名香塗治神室如其無驗當壞汝廟屎塗汝身天神聞已自思惟言此人豪富力勢强盛非是凡品得爲其子我德尟少不能與願願若不果必見毀辱
이에 그 천신은 다시 마니발라에게 가서 아뢰었고, 마니발라는 그 힘이 미치지 못하여 비사문왕에게 가서 이 사실을 아뢰었다. 비사문은 말하였다.
“내 힘으로도 그가 아들을 가지게 할 수 없으니 천제(天帝)께 나아가 그 원을 풀어 주도록 하리라.”
비사문왕은 곧 하늘로 올라가 제석에게 아뢰었다.
“저의 신하 마니발라는 근일에 제게 와서 말하였습니다. 왕사성(王舍城)에 있는 어떤 정승은 아들을 얻기 위해서 원을 세우되, 만일 소원을 이루게 되면 곱으로 공양을 더할 것이요, 소원을 어기면 제 사당을 부수고 욕을 보이리라 합니다. 그는 사람됨이 호걸답고 사나워 반드시 그렇게 할 것입니다. 바라건대 천왕은 그로 하여금 아들을 두게 해 주소서.”
제석은 대답하였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어떤 인연을 찾아야 할 것이다.”
029_1011_a_11L廟神便復往白摩尼跋羅摩尼跋羅其力不辦自詣毘沙門王啓白此事毘沙門言亦非我力能使有子當詣天帝從求斯願毘沙門王卽時上天啓帝釋曰我有一臣摩尼跋羅近日見語云王舍城有一輔相從其求子結立重誓若願得遂倍加供養所願若違當破我廟而毀辱之彼人豪兇必能如是幸望天王令其有子帝釋答曰斯事至難當覓因緣
029_1011_b_01L어떤 하늘이 있는데 다섯 가지 덕이 그 몸에서 떠나 곧 목숨을 마치게 되었다. 제석은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 목숨은 곧 끝나게 되었다. 저 정승 집에 태어나기를 발원하라.”
천자는 대답하였다.
“저는 출가하여 바른 행을 닦으려고 합니다. 만일 저 높고 호강스런 집에 태어나면 속세를 떠나기는 극히 어려울 것입니다. 중류(中流) 집에 태어나고자 하면 뜻한 바를 성취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석은 다시 권하였다.
“그저 거기 가서 태어나도록 하라. 만일 도를 배우고자 한다면 내가 도와 주리라.”
천자는 목숨을 마치고 내려와 정승 집에 수태되었다. 그는 세상에 나오자 얼굴이 매우 단정하였다.
029_1011_a_21L時有一天五德離身臨命欲盡帝釋告曰卿命垂終可願生彼輔相之家天子答言意欲出家奉修正行若生尊榮離俗則難欲在中流莫遂所志帝釋復曰但往生彼若欲學道吾當相佐天子命終降神受胎輔相之家卽生出外形貌端正
정승은 관상쟁이를 불러 그 이름을 지으라 하였다. 관상쟁이는 물었다.
“본래 어디서 이 아기를 구해 얻었습니까?”
정승은 대답하였다.
“전에 항하의 천신에게 빌어 얻었다.”
그래서 곧 이름을 항가달(恒伽達)이라 하였다. 그는 차차 자라나자 도법(道法)에 뜻이 있어 그 부모에게 아뢰어 출가하기를 청하였다.
부모는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부귀하고 산업이 풍성하다. 아들이라야 너 하나뿐이다. 우리 가업을 이어 맡아 편히 살도록 하라.”
그리하여 아버지는 끝내 들어 주지 않았다.
029_1011_b_04L卽召相師爲其立字相師問曰本於何處求得此兒輔相答言昔從恒河天神求之因爲作字爲恒伽達年漸長大志在道法便啓父母求索出家父母告曰吾今富貴產業弘廣唯汝一子當嗣門戶遣吾存活終不相聽
아들은 제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매우 낙망하여 곧 몸을 버리고 다시 평범한 집에 태어나려고 하였다. 거기서 집을 떠나기는 아주 쉬우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몰래 집을 나가 높은 바위에서 스스로 떨어졌다. 그러나 땅에 떨어져 있었지마는 아무 데도 다친 데가 없었다. 다시 강으로 나가 물 속에 몸을 던졌다. 그러나 물에서 도리어 밀려 나와 아무 고통이 없었다. 또 독약을 먹었으나 독 기운이 돌지 않아 죽을 길이 없었다.
그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관법(官法)을 범해 왕의 손에 죽으리라.’
마침 왕의 부인과 궁녀들이 나와 동산 연못으로 가서 목욕하면서 모두 옷을 벗어 숲 사이에 둔 것을 보았다. 그는 몰래 숲 속으로 들어가 그 옷을 안고 나왔다.
029_1011_b_10L兒不從志深自惆悵便欲捨身更求凡處於中求出必極易也於是密去自墜高巖旣墮在地無所傷損復至河邊投身水中水還漂出亦無所苦復取毒藥而吞噉之毒氣不行無由致死復作是念當犯官法爲王所殺値王夫人及諸婇女出宮到園池中洗浴皆脫衣服置林樹閒時恒伽達密入林中取其服飾抱持而出
029_1011_c_01L문지기가 그것을 보고 붙들고 가서 아사세왕(阿闍世王)에게 아뢰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성을 내어 곧 활을 잡아 손수 쏘았다. 그러나 화살은 도로 왕을 향해 돌아왔다. 이렇게 세 번이나 되풀이 하였으나 그를 맞히지 못하였다. 왕은 겁이 나서 활을 던지고 그에게 물었다.
“너는 하늘이냐, 용이냐, 귀신이냐?”
항가달은 대답하였다.
“제게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주시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들어 주리니, 어서 말해 보라.”
“저는 하늘도 아니요 용이나 귀신도 아닙니다. 저는 왕사국의 정승의 아들입니다. 저는 집을 떠나려 하였으나 부모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고 다른 곳에 태어나려고 하여 바위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강에 몸을 던지기도 하였으며 독약을 마시기도 하였으나 죽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왕의 법을 범해 죽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그러나 왕이 지금 해치려 하였으나 해쳐지지 않았습니다. 사정은 이러합니다. 얼마나 딱한 일입니까? 원컨대 가엾이 여겨 제게 도를 닦게 하소서.”
029_1011_b_19L門監見之將往白阿闍世王王聞此事瞋恚隆便取弓箭自手射之而箭還反向王身如是至三不能使中王怖投問彼人言卿是天龍鬼神乎恒伽達言賜我一願乃敢自陳王曰當與恒伽達言我非是天亦非龍鬼是王舍國輔相之兒我欲出家父母不聽故欲自殺更生餘處投巖赴河飮毒不死故犯王法望得危命王今加害復不能傷事情如是何酷之甚願見顧愍聽我爲道
왕은 곧 말하였다.
“네가 출가하여 거룩한 도 닦기를 허락한다.”
그리고는 그를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지금까지의 내력을 아뢰었다.
여래께서 그에게 사문되기를 허락하시자 가사가 저절로 그 몸에 입혀져 비구가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그는 마음이 환히 열려 아라한의 도를 이루고, 3명(明) 6통(通)과 8해탈(解脫)을 갖추었다.
029_1011_c_07L王尋告曰聽汝出家修學聖道因復將之共到佛所啓白世尊如向之事於時如來聽爲沙門法衣在體便成比丘佛爲說法心意開暢成羅漢道三明六通具八解脫
아사세왕은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항가달은 전생에 어떤 선한 일을 하였기에 산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고, 물에 몸을 던져도 빠지지 않으며, 독약을 먹어도 고통이 없고, 활을 쏘아도 다치지 않으며 더구나 성인을 만나 생사를 건너게 되었습니까.”
029_1011_c_11L阿闍世王尋白佛言此恒伽達者世之時種何善根投山不死墮水不食毒無苦箭射無傷加遇聖尊得度生死
029_1012_a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오랜 과거 세상에 바라내(波羅㮈)라는 나라가 있었고, 그 나라 왕의 이름은 범마달(梵摩達)이었다. 왕이 여러 궁녀들을 데리고 숲 속에서 놀 때 궁녀들은 소리를 높여 노래를 불렀다.
밖에서 어떤 사람이 높은 소리로 화답하였다. 왕은 그 소리를 듣고 곧 성을 내고 질투하여 사람을 보내어 그를 붙들어다 죽이라고 명령하였다.
그때 어떤 대신이 밖에서 오다가 그 사람이 붙들려 오는 것을 보고 좌우에 물었다.
‘무슨 일로 그러느냐?’
그 곁의 사람은 그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대신은 말하였다.
‘우선 멈추고 내가 왕을 뵈옵기를 기다려라.’
대신은 들어가 왕에게 아뢰었다.
‘저 사람의 죄는 그리 중한 것이 아닌데 왜 죽이려 하십니까? 비록 그 소리에 화답하였으나 얼굴은 보지 않았습니다. 교제하였거나 간음한 일이 없사오니, 가엾이 여겨 그 생명을 살려 주소서.’
왕은 그 말을 거스릴 수 없어 용서하여 죽이지 않았다. 그는 죽음에서 벗어나게 되자, 그 대신을 받들어 섬기되 그 정성이 변하지 않았다.
029_1011_c_15L佛告王曰乃往過去無數世有一大國名波羅柰其王名梵摩將諸宮人林中遊戲諸婇女輩聲而歌外有一人高聲和之王聞其便生瞋妒遣人捕來勅使殺之有大臣從外邊來見此一人而被囚便問左右何緣乃爾其傍諸人列事狀臣曰且停待我見王大臣進啓白王言彼人之罪不至深重以殺之雖和其音而不見形旣無交通奸婬之事幸願垂矜丐其生命不能違赦不刑戮其人得脫奉事大懃謹無替
이렇게 받들며 여러 해를 지내다가 그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음욕이 사람을 해치는 것은 칼보다 더 날카롭다. 내가 지금 이런 액을 당하는 것도 다 음욕 때문이다.’
그는 곧 대신에게 청하였다.
‘제가 출가하여 도 닦는 것을 허락하소서.’
대신은 대답하였다.
‘만류할 수 없구나. 공부해서 도를 이루거든 돌아와 다시 만나자.’
그는 산으로 들어가 묘한 이치를 알뜰히 생각하고 정신이 열려 벽지불(辟支佛)이 되었다.
그는 다시 성으로 돌아와 대신의 집으로 갔다. 대신은 매우 기뻐하면서 청해서 공양하고, 맛있는 음식과 깨끗한 옷 따위의 네 가지 일에 모자람이 없게 하였다.
029_1012_a_04L如是承給經歷多年便自思惟婬欲傷人利於刀劍我今困皆由欲故卽語大臣聽我出家遵修道業大臣答曰不敢相違學若成還來相見卽詣山澤專思妙理神開悟成辟支佛還來城邑造大臣大臣歡喜請供養之甘膳妙服事無乏
그때 벽지불은 허공에서 신통 변화를 나타내었다. 즉 몸에서 물과 불을 내고 큰 광명을 놓았다. 대신은 그것을 보고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곧 서원을 세웠다.
‘내 은혜로 말미암아 목숨이 구제되었습니다. 나로 하여금 태어나는 세상마다 부귀하고 오래 살며, 뛰어나고 특별하기를 수천만 배나 되도록 하고, 내 지혜와 덕이 서로 같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이어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한 사람을 구원해 살려 도를 얻게 한 대신은 바로 지금의 항가달이다. 그는 그 인연으로 태어나는 곳마다 일찍 죽지 않았고 지금 나를 만나 아라한을 이루게 되었느니라.”
029_1012_a_11L時辟支佛於虛空中現神變身出水火放大光明大臣見之然無量便立誓願由吾恩故命得全使我世世富貴長壽殊勝奇特千萬倍令我智德相與共等佛告王時彼大臣救活一人令得道者恒伽達是由是因緣所生之處命不中夭今値我時逮致應眞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거기 모인 대중들은 모두 믿고 공경하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12_a_18L佛說此已諸在會者信敬歡喜頂受奉行

7.수사제품(須闍提品)
029_1012_a_19L須闍提品第七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12_a_20L如是我聞
029_1012_b_01L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나열기의 죽원정사에 계셨다. 부처님께서는 아난과 함께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어떤 늙은 부부가 있었는데, 그들은 두 눈이 모두 멀고 가난하고 외로우며 의지할 곳이 없어 성문 밑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외아들이 있었는데,나이는 일곱 살이었다. 항상 구걸하여 부모를 봉양하는데, 과실이나 나물을 얻으면 좋고 맛난 것은 부모에게 공양하고, 그 나머지로서 시거나 떫거나 냄새 나고 나쁜 것은 자신이 먹었다.
그때 아난은 그 아이가 나이는 비록 어리나, 부모에게 공경하고 효순하는 것을 보고 마음 속으로 매우 사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걸식을 마치고 절에 돌아와 대중들을 위해 경법(經法)을 연설하셨다.
그때 아난은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아까 부처님을 모시고 성에 들어가 걸식할 때에, 눈먼 부모는 성문 밑에 사는데, 그 어린 아들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사방으로 다니면서 물건을 구걸하여 밥이나 나물이나 과실을 얻으면 그 맛나고 좋은 것은 먼저 부모에게 공양하고, 부스러기나 냄새나고 아주 나쁜 것은 자신이 먹으면서 날마다 그렇게 하였습니다. 참으로 사랑하고 공경할 만하였습니다.”
029_1012_a_21L一時佛在羅閱祇竹園精爾時世尊而與阿難著衣持鉢城乞食時有老翁老母兩目旣盲窮孤苦無止住處止宿門下唯有一年始七歲常行乞丐以養父母好果菜其美好者供養父母餘殘酸臭穢惡者便自食之爾時阿難此小兒雖爲年小恭敬孝順心懷愛佛乞食已還到精舍爾時世尊爲諸大衆演說經法阿難於時長跪叉前白佛言向與世尊入城分衛一小兒慈心孝順共盲父母住城門東西乞丐所得之物飯食菜果羙好者先以供養其老父母破敗臭穢極不好者便自食之日日如是可愛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집을 떠난[出家] 이나 집에 있는 이가 효도하는 마음으로 부모를 공양하면 그 공덕은 특별하고 뛰어나 헤아리기 어렵느니라. 왜냐 하면 나도 오랜 과거를 기억하건대, 효도하는 마음으로 부모를 공양하고 심지어 살을 베어 부모님의 위급한 액을 구제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그 공덕으로 위로는 천제가 되었고 밑으로는 성왕이 되었으며, 나아가 부처가 되어 삼계에서 뛰어난 것도 다 그 복 때문이니라.”
029_1012_b_13L佛語阿難出家在家慈心孝供養父母計其功德殊勝難量以者何我自憶念過去世時慈心孝供養父母乃至身肉濟活父母危急之厄以是功德上爲天帝下爲聖乃至成佛三界特尊皆由斯福
아난은 여쭈었다.
“알고 싶습니다. 세존께서 과거 세상에 부모에게 효도하여 신명을 아끼지 않으시고 몸의 살을 베어 부모의 위급한 목숨을 구제하신 그 사실은 어떠하셨는지.”
029_1012_b_18L難白言不審世尊過去世時慈孝父不惜身命能以身肉濟救父母危嶮之命其事云何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내가 설명하리라.”
“예, 잘 듣겠습니다.”
029_1012_b_21L佛告阿難諦聽善我當說之阿難唯然當善聽
029_1012_c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무량 무수한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나라가 있었는데, 이름이 특차시리(特叉尸利)였고, 그 나라의 왕은 이름이 제바(提婆)였다.
그때 그 나라 왕에게는 태자 열 명이 있어 각자 여러 나라를 다스렸고, 제일 작은 태자는 이름이 수바라제치(修婆羅提致)―진(晉)1)나라 말로는 선주(善住)라는 뜻이다―였는데, 그가 다스리는 국토가 백성들이 보기에는 가장 풍성하고 즐거웠다.
그 부왕 곁에는 한 대신이 있었는데, 이름이 라후(羅睺)였다. 그는 늘 반역할 생각을 품고 있다가 끝내 대왕을 죽였다. 대왕이 죽은 뒤에는 바로 왕이 되고, 곧 군사를 여러 나라에 보내어 여러 태자들을 죽였다.
029_1012_b_22L告阿難乃往過去無量無數阿僧祇此閻浮提有一大國名特叉尸利爾時有王名曰提婆時彼國王有十太子各領諸國最小太子字修婆羅提致晉言善住所領國土人民觀望最爲豐樂時父王邊有一大臣名曰羅睺每懷兇逆反殺大王大王已死攝正爲王卽遣兵衆往詣諸國殺諸太子
그 제일 작은 태자는 귀신도 공경하고 있었다.
그때 작은 태자는 경치를 구경하러 동산으로 들어갔다. 어떤 야차가 땅에서 솟아올라 꿇어앉아 아뢰었다.
‘라후 대신이 반역해 부왕을 죽이고, 다시 군사를 보내어 왕의 여러 형을 죽이고, 이제는 사람을 보내어 왕을 죽이려고 올 것입니다. 왕은 잘 생각하시어 그 화를 피해야 합니다.’
왕은 그 말을 듣자 마음이 괴롭고 두려워 그 날 밤이 되어 여러 가지로 생각하다가 도망하려 하였다.
그때 그에게는 한 아들이 있었다. 이름이 수사제(須闍提)―진(晉)나라 말로는 선생(善生)이라는 뜻이다―였는데, 나이 일곱이 되자 단정하고 지혜로워 그 왕은 몹시 사랑하였다.
왕은 나갔다 돌아와 그 아들을 안고 슬피 울면서 탄식하였다.
029_1012_c_08L此最小者鬼神所敬時入園中欲行觀看有一夜叉從地而出長跪白言羅睺大臣反殺父王遣諸兵衆殺汝諸兄今復遣人欲來殺汝王可思計避其禍難時王聞之心崩惶怖到於其夜便思計挍而欲突去時有一兒字須闍提晉言善生至年七歲端正聰黠甚爲可愛其王愛念出復來還而抱此兒悲泣歎息
029_1013_a_01L그 부인은 왕이 돌아와 매우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그리 초조해하고 두려워하십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그대가 알 일이 아니다.’
부인은 붙들고 말하였다.
‘나는 지금 당신과 함께 신명을 같이하고 위험을 같이합니다. 나를 버리지 마소서. 지금 어떤 일이 있는지 알려 주십시오.’
왕은 대답하였다.
‘나는 얼마 전에 동산에 들어갔었다. 밤에 야차가 땅에서 솟아올라 꿇어앉아 내게 말하였다. 지금 라후 대신이 반역해 이미 부왕을 죽이고 또 군사를 보내어 왕의 형들을 죽이고 이제는 왕을 죽이러 올 것이니 피해야 한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몹시 두려웠다. 그 군사들이 무서워 이렇게 와서 바삐 도망하려는 것이다.’
부인은 꿇어앉아 아뢰었다.
‘모시고 따라가겠습니다. 나 혼자 버리지 마십시오.’
029_1012_c_16L其婦見王入出惶怖卽而問之何以悤悤如恐怖狀其夫答曰非卿所知婦復牽之我今與汝身命共幷危嶮相隨莫見捐捨今有何事當以告示其王答言我近入園有夜叉鬼從地而出長跪白我(羅睺大臣今興惡逆已殺父王遣諸兵衆殺汝諸兄今亦遣兵當來殺王宜可避之)我聞是語心懷恐怖但恐兵衆如是來到是故急疾欲得去耳其婦長跪卽白王言願得隨侍莫見孤棄
그때 왕은 아내를 데리고 아이를 안고 서로 의지하여 다른 나라로 떠나려 하였다.
마침 두 갈래 길이 있었다. 한 길은 이레가 걸리는 길이요, 한 길은 열나흘이 걸리는 것이다. 처음 출발할 때에는 마음이 황급하여 이레 동안의 양식을 준비하면서 한 사람 분만을 계산하였다. 그리고 성을 나와서는 정신없이 그만 열나흘 길로 들어섰다.
며칠을 지내자 양식이 떨어졌다. 굶주리고 헤매었으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는 아들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곧 그 아내를 죽여 스스로도 살고 또 아이도 살리려 하였다. 그때 아내를 시켜 아이를 업고 앞서 가게 하고 그 뒤에서 칼을 빼어 아내를 죽이려 했던 것이다.
그때에 아이는 돌아보다가 아버지가 칼을 빼어 어머니를 죽이려 하는 것을 보고는 합장하고, 그 아버지를 깨우쳐 말하였다.
‘원컨대 대왕이여, 차라리 저를 죽일지언정 우리 어머니는 죽이지 마십시오.’
이렇게 간절히 그 아버지에게 간하여 어머니 목숨을 구하였다.
그리고 그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나를 단박에 죽이지 말고 조금씩 살을 베어 먹으면 며칠은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내 목숨을 끊어 버리면 살은 곧 썩어 오래 가지 못할 것입니다.’
029_1013_a_04L時王卽便將婦抱兒相將而去欲至他國時有二道一道七日一道十四日初發惶懅唯作七日糧調規俟一人而已旣已出城其心憒乃涉十四日道已經數日糧食乏飢餓迷荒無餘方計憐愛其子殺其婦而欲自濟幷用活兒令婦在前擔兒而行於後拔刀欲殺其婦兒迴顧見父拔刀欲殺其母兒便叉曉父王言唯願大王寧殺我身害我母慇懃諌父救其母命而語父莫絕殺我稍割食之可經數日斷我命肉便臭爛不可經久
그때 그 부모는 아이 살을 베어 먹으려 하다가 슬피 울면서 번민하였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베어 먹었다. 날마다 베어 먹으니 살은 차츰 없어지고 오직 뼈만이 남아 있었다. 아직 다른 나라에는 가지 못하고 주림은 더욱 심하였다. 아버지는 다시 칼을 잡아 뼈마디를 헤치고 차츰 벗겨내어 살을 조금 얻었다.
그리고 그 부모는 아이를 버리고 떠나려 하였다. 아이는 말하였다.
‘내 목숨은 아직 조금 있습니다. 원컨대 부모님은 아까 가진 그 살을 조금만 내게 주십시오.’
부모는 망설이지 않고 곧 그 살을 세 몫으로 나누어 두 몫은 자기네들이 먹고, 나머지 한 몫과 부스러기 살과 눈ㆍ혀 따위는 모두 주고 이별하여 떠났다.
029_1013_a_16L於是父欲割兒肉啼哭懊惱而割食之日割食其肉稍盡唯有骨在未至他飢荒遂甚父復捉刀於其節解第剝之而得少肉於是父母臨當棄兒自思惟我命少在唯願父母所有肉可以少許還用見施父母不卽作三分二分自食餘有一分殘肌肉眼舌之等悉以施之於是別
029_1013_b_01L그 아이는 곧 서원을 세웠다.
‘나는 지금 몸의 살로써 부모님께 공양하였다. 이 공덕으로써 불도를 구하고 일체 중생을 두루 제도하여 그들로 하여금 온갖 괴로움에서 벗어나 열반의 즐거움에 이르게 하리라.’
이렇게 발원할 때에 3천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욕계(欲界)와 색계(色界)의 여러 하늘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무엇 때문에 궁전이 흔들리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천안(天眼)으로 세상을 살펴보다가 보살이 몸의 살로 부모님께 공양하고 불도를 이루어 중생을 건지리라고 서원하는 것을 보고, 그때에 천지가 크게 진동하는 줄을 알았다.
이에 하늘들은 모두 내려와 허공을 덮고 슬피 울었다. 흐르는 눈물은 마치 쏟아지는 비와 같았다.
029_1013_b_02L兒便立願我今身肉供養父母是功德用求佛道普濟十方一切衆使離衆苦至涅槃樂發是願時千世界六反震動色欲諸天而皆愕不知何故宮殿動搖卽以天眼觀於世閒而見菩薩以身之肉供養父願成佛道誓度衆生以是之故地大動於是諸天皆悉來下側塞虛悲泣墮淚猶如盛雨
그때 제석천이 내려와, 시험하려고 거지로 변하여 그 손에 가진 살을 구걸하였다. 아이는 곧 그것을 보시하였다. 제석천은 다시 사자와 호랑이로 변해 와서 아이를 잡아먹으려 하였다. 아이는 생각하였다.
‘이 짐승들이 나를 먹고자 하는 것은 내 몸에 남아 있는 뼈와 살과 골수 때문이리라.’
그래서 그것을 모두 다 주고 말았다. 그리고 마음은 못내 기뻐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때 제석천은 그 가진 뜻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고 제석천의 몸으로 되돌아가 아이 앞에 서서 말하였다.
‘네 효도는 능히 몸의 살로 부모님께 공양하였다. 그 공덕으로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제석천인가 마왕인가 혹은 범천왕인가?’
아이는 대답하였다.
‘저는 삼계의 쾌락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 공덕으로써 불도를 구하여 한량없는 일체 중생을 제도하기를 원합니다.’
029_1013_b_10L時天帝釋來欲試之化作乞兒來從其乞持手中復用施之卽復化作師子虎狼欲噉之其兒自念此諸禽獸欲食我我身餘殘骨肉髓腦悉以施之生歡喜無有悔恨爾時天帝見其執志心不移轉還復釋身住其兒前語之曰如汝慈孝能以身肉供養父以是功德用求何等天帝魔王梵天王耶兒卽答言我不願求三界快持此功德用求佛道願度一切無量衆生
029_1013_c_01L천제는 다시 물었다.
‘너는 그 몸으로 부모님에게 공양하였다. 그러고도 부모에게 원한이 없는가?’
아이는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지극한 정성으로 부모님께 공양하였으므로 털끝 만큼도 원한은 없습니다.’
천제는 다시 말하였다.
‘내가 지금 너를 보니 몸에 살이라고는 없으면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마는 그것은 믿기 어렵다.’
아이는 대답하였다.
‘만일 후회함이 없어 제 소원대로 부처가 될 수 있다면, 내 몸을 본래와 같이 되게 하소서.’
이 서원을 마치자 몸은 곧 회복되었다.
그때 제석천과 여러 하늘들은 ‘장하다’라고 칭송하였다. 그리고 그 부모와 온 나라 사람들은 모두 아이에게 와서 전에 없는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029_1013_b_21L天帝復言汝能以身供養父得無悔恨於父母耶其兒答言今至誠供養父母無有悔恨大如毛天帝復言我今視汝身肉已盡不悔恨是事難信其兒答言若無悔我願當成佛者使我身體平復如言誓已竟身卽平復時天帝釋及餘諸天異口同音讚言善哉其兒父母及國中人皆到兒所歎未曾有
그때 그 나라 왕은 태자(아이)의 기특한 일을 보고는 배나 더 공경하고 한량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부모와 태자를 데리고 궁중에 들어가 공양하고 공경하였다.
그러면서도 또 그 태자를 가엾이 여겼다.
왕은 몸소 군사와 말을 거느리고 선주왕(善住王)과 수사제(須闍提) 태자와 함께 본국으로 돌아가 라후를 죽이고 본래 왕을 세웠다. 그래서 부자 대대로 그 나라는 풍성하고 즐거웠으며 드디어 태평 세월을 이루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선주왕은 바로 지금의 우리 아버지 백정왕(白淨王)이시고, 그때의 그 어머니는 바로 지금의 우리 어머니 마하마야이시며, 그때의 수사제 태자는 바로 지금의 이 나이니라.
나는 과거 세상에 효도하는 마음으로 부모님께 공양하고 몸의 살로써 부모님의 액을 구제하였다. 그 공덕으로 천상이나 인간에서 항상 뛰어나고 높은 집에 태어나서 한량없는 복을 받았다. 또 그 공덕으로 스스로 부처가 되었느니라.”
029_1013_c_06L彼國王見其太子所作奇特倍加恭歡喜無量將其父母及其太子宮供養極爲恭敬哀此太子時彼國王躬將軍馬共善住王及須闍提太還至本國誅滅羅睺立作本王子相繼其國豐樂遂致太平佛語阿爾時善住王者今現我父白淨王是爾時母者今現我母摩訶摩耶是時須闍提太子者今我身是佛語阿由過去世慈心孝順供養父母持身肉濟父母厄緣是功德天上人常生豪尊受福無量緣是功德致作佛
029_1014_a_01L그때 대중들은 부처님께서 스스로 전생 인연을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모두 슬퍼하고 한탄하면서 동시에 부처님의 특별하고 뛰어난 효도의 행에 감격하였다.
그리고 그 중에는 수다원(須陁洹)을 얻은 이도 있고, 사다함(斯陁含)ㆍ아나함(阿那含)ㆍ아라한을 얻은 이도 있었으며,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에 마음을 내는 이와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다.
모든 대중들은 크게 기뻐하고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13_c_19L爾時衆會聞佛自說宿世本爾時會者皆各悲歎感佛奇特慈孝之行其中有得須陁洹者斯陁含阿那含者阿羅漢者有發無上正眞道者有住不退地者一切衆會大歡喜頂戴奉行
賢愚經卷第一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1) 진(晉)자는 『신수대장경』에서는 차(此)자로 교정하였다. 이하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