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金色童子因緣經卷第二

ABC_IT_K1483_T_002
041_0178_c_01L금색동자인연경 제2권
041_0178_c_01L金色童子因緣經卷第二


유정 한역
권영대 번역
041_0178_c_02L譯經三藏朝散大夫試鴻臚卿光梵大師賜紫沙門臣惟淨等奉詔譯


금색 동자는 그 뒤로 늘 지혜로운 사문이나 바라문을 친근히 하였으며 따라다니면서 묘한 설법과 해탈도법(解脫道法)을 들었으며 혹 직접 경전을 쓰기도 하고 좋은 일을 행하기도 하였다.
041_0178_c_03L爾時金色童子其後常時親近有智沙門婆羅門等隨逐聽受善妙所說解脫道法或復親自書寫經典及營勝事
이때에 일조(日照) 반수는 왕사성 밖에 큰 별장[園]을 가졌는데 꽃과 과일이 풍성하였고 맑은 물이 매우 좋았다. 금색 동자는 날마다 가서 놀았으며 어떤 때는 거기서 경전을 읽고 외웠다.
그때에 왕사성에는 가시손나리(迦尸孫那利)라는 기생이 있었다. 그녀는 나이가 젊고 단정하여 다들 사모하였다.
041_0178_c_07L是時日照商主於王舍城外有一大花菓繁茂淸流嚴好金色童子日往遊適或時棲處讀誦經典時王舍城中有一妓女名迦尸孫那利年少端嚴人皆欣慕
이때에 아사세왕에게는 용려(用戾)라는 대신이 있었는데, 왕은 매우 총애하여 임용한 바가 많았다. 그는 평소에 그 기생을 깊이 사랑하였으므로 날마다 자신의 별장[園]으로 맞이하여 즐겁게 놀았다.
041_0178_c_12L是時國主阿闍世王有一大臣其名勇戾王極寵念多所委用於彼妓女素深染緣日日邀詣勇戾園中嬉戲娛樂
그 뒤 어느 때에 가시손나리는 온갖 묘한 것으로 장엄하고 왕사성을 나와 용려의 별장으로 가던 도중이었고, 금색 동자도 왕사성을 나와 아버지 일조의 별장으로 가는 도중이었다. 그는 살빛과 생김새가 유달리 곱고 단정하였으며 몸에는 금빛 광명이 곱게 빛나고 황금빛 옷은 자연스레 몸을 덮었으므로, 눈에 들고 마음에 맞아 누구나 쳐다볼 만하였다.
041_0178_c_16L其後一時彼迦尸孫那利女衆妙莊嚴出王舍城詣勇戾園方及路見金色童子亦出王舍城外詣日照園中色相殊麗端正嚴好身有金色威光豔赫金黃色衣自然覆體目適心衆共瞻睹
기생은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빛과 몸매가 저토록 좋구나. 아, 광채가 곱고 빛나기 짝이 없구나.’
041_0178_c_21L彼女見已乃作是奇哉色相殊妙若此奇哉威光豔赫無比
041_0179_a_02L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무례하게 쳐다보았으며 또다시 생각하였다.
‘세상에서 복을 갖춘 여자라야 이런 남자를 만나 남편으로 삼을 것이고, 복이 적은 여자는 이런 장부를 만나 즐겁게 놀기도 어렵겠다. 그런데 나는 지금 어떤가? 만나려고[欲祈緣契] 하면 방해는 없을까? 왜냐하면 이 동자는 모든 장부들 중에서도 뛰어나게 잘났으니까. 내가 지금 아무리 사랑하지만 어떤 방편을 써야 만나줄까?’
041_0178_c_23L念已卽時恣其瞻矚又復思世閒若有具福女人應得此子而爲其夫尟福女人彼應難得如是丈夫嬉戲娛樂然我今者其復云何祈緣契有無礙耶何以故今此童子諸丈夫中而獨殊麗我今雖復極生愛戀設何方便而獲契會
곧 동자의 앞으로 달려가서 뚫어지게 보고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 동자는 체성(體性)이 단정[端凝]하고 큰 덕을 갖추었으며 세간의 음욕과 삿된 인연을 저버리고 열반의 진실한 바른 길을 향하니, 내가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그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나는 여기서 부끄러움을 받아서는 안 되겠다. 나도 용려의 별장에서 놀지 말고 그가 가는 곳을 따라야겠다.’
그리고는 곧 몰래 동자의 뒤를 따랐다.
041_0179_a_07L卽時趨詣彼童子前注意觀睹復自思忖今此童子體性端凝具大威德棄背世閒欲染邪緣趣向涅槃眞實正道我雖愛慕彼不納受我今不應於斯受恥我亦不住勇戾園中宜隨彼往所止之處言已卽時密隨童子之後
그때에 동자는 이 일을 알고는 빨리 걸어서 별장으로 들어갔으며, 문지기를 시켜 문을 잠갔다.
이때 가시손나리는 문밖에서 말하였다.
“동자님이여, 이 무슨 도리입니까? 문을 잠그다니. 나는 당신 때문에 일부러 여기 왔는데, 당신은 굳이 나로 하여금 바라볼 수 없도록 하시다니 옳지 않습니다.”
동자는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041_0179_a_13L爾時童子知是事已而卽速行先入園中遣守門者關閉其門是時迦尸孫那利女隔門白言童子此何道理關閉園門我今故爲汝來至此汝今堅不令我獲其瞻睹亦非所宜童子默然不荅
041_0179_b_02L이때에 여인은 다시 생각하였다.
‘동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아마 끝내 세간의 애욕에 물들지 않겠다는 것이요, 둘째는 혹 도깨비가 붙은 것이라고 여겨서, 어디에서나 나의 얼굴로나 말로써도 가까이 할 수 없도록 함이다. 내가 지금 다시 가까이하고 싶지만 바라보니 문이 막혔으니 교묘한 꾀로 어떤 방편을 쓴다고 한들 끝내 나를 막을 것이다. 그러니 알아채지 못하도록 하여 다른 날 새벽을 기다려 먼저 와서 캄캄한 데 몰래 엎드려 있으면 이 동자가 틀림없이 뒤에 올 터이니 그때 일어나 살금살금 가까이 가야겠다.’
이때에 여인은 이런 생각을 하고는 곧 성안으로 돌아왔다.
041_0179_a_19L時彼女人又復惟忖今此童子不出二事一者或復畢竟不爲世欲所染二者或爲鬼魅所著於一切處以我色相或以言說皆悉不能獲其附近我今雖復志欲親附然斯觀睹關閉于門縱使巧智設何等方便而終於我作其遮止我今或復勿令知覺但俟他晨先來園中潛伏宵而是童子其必後來我卽進身潛相附近時彼女人作是念已卽復旋歸入於城中
이 날 여인은 용려의 별장에 가지 않았다. 이때 용려는 자기의 별장에서 종일 놀았는데, 해가 저물도록 여인이 오지 앉아서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성안으로 돌아왔다.
041_0179_b_06L是日女人不獲造詣勇戾之園是時勇戾於自園中竟日遊日時向暮彼亦不來傾望旣久還入城中
그는 곧 사람을 시켜 가시손나리 기생의 집으로 보내어 여인에게 말하였다.
“너는 오늘 무엇 때문에 별장에 오지 앉았느냐?”
이때 여인은 교묘한 수단을 써서 심부름꾼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나를 위해 대신께 아뢰시오. 나는 오늘 감기가 들어 머리가 아프고 눈이 침침해서 별장에 갈 수 없었다고.”
041_0179_b_09L卽遣使人詣彼迦尸孫那利妓女之舍謂女人言汝於今日以何緣故不至園中是時女人巧運方計答使人言汝可爲我啓白大臣我於今日風恙所縈頭目昏痛由斯事故不獲詣園
심부름꾼이 말을 받고 채 돌아가 알리기 전에, 이웃사람이 몰래 일렀다.
“오늘 여인은 아무런 병도 없었습니다. 다만 저 금색 동자의 별장에 가서 놀았기 때문에 대신의 별장에 가지 못하였답니다.”
041_0179_b_14L使人受言未遑迴白親里近人潛已告語是日女人都無疾恙但爲往彼金色童子園中遊觀是故不來大臣園所
그때 용려 대신은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생각하였다.
‘만약 이 가시손나리가 저 금색 동자와 어울렸다면 실로 이것은 나로 하여금 의리가 없게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화가 마음에 맺혔으니 세간에서 말하듯이 여자는 원수 맺기에 제일이다.
041_0179_b_17L爾時勇戾大臣聞是語已忿恚欻生審諦思忖若此迦尸孫那利女與彼金色童子有所契會斯實令我作無義利由是忿恚結縛於心世閒所謂女人怨縛最爲第一
041_0179_c_02L이때에 대신은 성냄의 불꽃이 마음을 태워 극도로 고뇌하며 그 밤을 밝히고 이튿날 아침이 되자 시종을 불러 말하였다.
“너는 칼을 들고 내 뒤를 따라 왕사성을 나가 일조의 별장으로 가자. 나에게 조그마한 일이 있으니 빨리 서둘러라.”
시종은 대답하였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041_0179_b_22L是時大臣恚火燒心極爲逼惱守度是夜得至明旦召一侍人而謂言曰汝可執劍從于我後出王舍城詣日照園我有少緣速疾營作侍人荅言如尊旨命
그때에 시종은 칼을 잡고 용려 대신의 뒤를 따라 왕사성을 나와 일조 반수의 정원으로 갔다.
이때에 기생 가시손나리는 갖은 단장을 하고 역시 왕사성을 나와 일조 반수의 별장으로 잇따라 갔는데, 그때 여인은 거기서 대신 용려를 발견하고 놀라서 도망하려 했으나 숨을 곳이 없었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오늘 대신이 반드시 나에게 끔찍하고 의리 없는 일을 저지를 것이다.’
041_0179_c_04L爾時侍人執劍隨從勇戾大臣出王舍城入彼日照商主園已時迦尸孫那利妓女種種嚴身亦出王舍城外詣于日照商主之園繼踵而入時彼女人園中忽見勇戾大臣見已驚惶投竄無地乃作是念今日大臣決定於我大作很惡無義利事
이때 대신은 여인을 보고 성냄의 불길이 이글거리어 눈썹이 쭈그러지고 이마에 주름이 잡혀 괴상한 모양을 하고 달려와서 여인을 낚아채었다. 여인은 머리털이 쑥대같이 흐트러진 채 땅에 엎어졌다. 그는 거센 소리로 말하였다.
041_0179_c_10L是時大臣見女人已恚火熾然焚燒心意眉蹙額皺異相悖興卽速奔前執拽其女髮髻蓬亂覆面于地勵聲謂言
“너는 오늘 금색 동자와 어울릴 약속이 있어서 여기 왔구나. 나에겐 감기가 걸렸다고 말하여 교묘히 속였구나.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원수를 어떻게 피하랴. 너는 오늘 살기 어려운 줄 알아라.”
041_0179_c_14L汝今來此與彼金色童子誠有要契妄謂我言風恙縈逼巧以方計而相欺調事相若此怨縛寧逃諒汝今時故難活命
이때에 가시손나리는 이 말을 듣고 나니 고뇌가 저절로 일고 크게 떨렸다. ‘이제 다시 살 수는 없겠구나.’ 하고, 매우 슬퍼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면서 땅에서 굴러 일어나 대신께 가서 두 발에 절하고 말씨를 부드럽게 간절히 아뢰었다.
041_0179_c_17L是時迦尸孫那利妓女聞是言已惱自召大生驚怖我今無復命得存內極悲哀垂淚號泣從地旋起前詣大臣禮奉雙足緩發其言懇切告
“어지신 이는 불쌍히 생각하시어 저의 목숨을 해치지 마옵소서. 여자의 몸에는 허물이 많습니다. 이 뒤로는 다시 짓지 않겠으며 평생토록 맹세코 종이 되겠으니, 어지신 이는 인자하신 마음으로 분함을 누르시고 저의 남은 목숨 살아남도록 하소서.”
041_0179_c_22L仁者悲念不應於我殞害其命人之身多生過失自今而後我不復乃至盡壽誓爲婢使願以仁慈止息忿恚與我殘命使令存活
041_0180_a_02L이때에 대신은 이런 애달프고 간절한 말을 듣고서도 심술궂고 독한 마음으로 도무지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성냄의 불꽃이 더욱 치성하여 시종에게 말했다.
“너는 이제 속히 날카로운 칼로 그 머리를 끊어 땅에 버려라.”
041_0180_a_02L時彼大臣雖聞如是悲切之言以很毒心都無聽納於其恚火轉復熾然謂侍人汝今宜速揮以利劍斷取其頭棄置于地
이때에 시종은 이 악한 이의 사납고 악한 말을 듣고 나니 두려워 떨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고약하구나, 이 어리석은 사람이여. 극도로 자비하지 못하구나. 이 여인과 평소에 깊이 사랑하더니 어찌하여 하루아침에 조그만 죄 때문에 그의 목숨을 해치려고 하는가. 괴롭구나.
041_0180_a_06L時彼侍人聞是惡者猛惡言已發大戰怖乃作是念苦哉癡人極無悲愍與此女人素深染緣而何一旦以彼小罪欲害其命
내가 지금 이 사람에게 먹고 살기를 구하다니, 마치 독사의 무서움에 견디는 듯하구나. 무엇 때문에 나는 못난이에게 의지하였던가. 나는 여러 곳에서 들어가는 곳마다 어렵고 험난하였지만 오늘이야말로 죽을 때가 이른 것이 아닌가. 아니면 내가 말을 하여 아뢰어야겠다. 흑 말을 하면 이러한 죄의 업을 그치고 이 일이 바르지 못한 법임을 알아 자기의 마음을 꾸짖으며, 또한 이 여인이 두려워서 절절 매며 섧게 우는 것을 보겠지.’
041_0180_a_10L苦哉我今於斯人所求其養活猶如蛇毒實堪驚畏何故我於下劣人所而求依止我於諸處隨入艱險豈非我今死時至耶或復我今顯說其言而當告白若顯說時彼或能止如斯罪業知是不正法已毀責心意又復見是女人驚懅危逼悲哀涕泣
이런 생각을 하고는 곧 합장하고 대신 용려에게 아뢰었다.
“당신께서는 슬픔을 그치시어 저에게 이와 같은 의롭고 이롭지 않은 일을 시키지 말며, 저를 살인자가 되게 하지 말며, 저로 하여금 지금 뜻을 사납게 하여 살생의 업을 짓지 말게 하소서. 주인님은 인자하시니 구호하여 주소서. 더구나 이 여자는 몸가짐이 단정하고 엄숙하여 누구나 즐겨보는 이입니다. 왕사성에 오래 사는 동안에 여러 곳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기꺼워하고 사모하였습니다.
041_0180_a_17L作是念已卽時合掌前白勇戾大臣言惟願仁者悲哀止息令我作如是種類不義利事無令我作宰殺之人無令我今勇悍其意而造殺業我主仁慈願賜救護況此女人容止端嚴人所樂見王舍城中久時棲止諸方來者多人欣慕
041_0180_b_02L 또한 이 여인은 모든 사람들이 다 사랑하고 생각합니다. 어찌하여 주인님은 지혜가 밝으신 데도 모든 사람들이 다 사랑하는 이에게 도리어 성을 내십니까? 이제 이러한 나쁜 인연을 그만두시어 두 대[世] 동안 받는 극도로 무거운 살생의 업은 면해야 합니다. 굳게 집착하지는 마시어 그런 마음을 파괴시킵시오. 또 저로 하여금 이런 나쁜 행동을 하여 스스로 태우도록 하지 마십시오.
041_0180_a_23L又此女人一切人衆共所愛念云何我主明慧有智於一切人所愛念處反生瞋願今止息如是惡緣當免二世極重殺業無至堅執使其破壞勿令我身造斯惡行而自焚燒
이 여인은 모두가 사랑하는 생김새[色相]와 한창 나이로 당신의 앞에서 슬픔이 절박하여 달고 부드러운 말씨로 간절하게 빌었습니다. 제가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매우 두렵습니다. 더구나 당신에게 그의 목숨을 끊으라는 사나운 말을 들으니 더욱 두렵습니다. 변두리의 못된 사람들조차 용심(勇心) 때문에 목숨을 해치지는 않거늘 하물며 당신이 용심으로 해할 수 있습니까. 설사 짐승 따위도 절박한 위험을 보면 가엾다는 생각을 내거늘 하물며 사람으로 살해할 마음을 내십니까?”
041_0180_b_05L又此女人色相盛年衆共慈愛於仁者前悲哀逼以甘軟言懇切祈告我聞彼言心大戰悚又聞仁者猛惡之言欲斷其轉增惶怖至于邊地惡人尚無勇心故害人命況乎仁者能勇害耶使一切畜生之類見諸危逼尚起愍況復人倫生殺害意
이때에 시종은 게송을 말하였다.
041_0180_b_12L是時侍人說伽陀曰

당신께서 한 이치 아닌 말씀
나는 그 말 듣기조차 싫은데
더욱이 나보고 실행하라니
제발 이런 못된 업을 그만두시오.
041_0180_b_13L仁者所出非理言
我尚不欲聞其說
況復使我實所行
願今止斯極惡業

이때에 대신 용려는 이 말을 듣고 성냄의 인연을 고집하고 버리지 않았으며 마음은 조금도 본심을 회복하지 아니하고 더욱 더 성을 돋우어 온갖 나쁜 모양을 일으켰다.
041_0180_b_15L時勇戾大臣聞是說已以很恚緣堅執不捨意念差失不復本心轉增瞋恚起諸惡相
그는 거센 소리로 말하였다.
“에잇 이놈아, 너도 이 여인을 깊이 사랑하여 굳이 두둔할 마음으로 내 뜻을 저버리고 곳곳마다 가로막고 죽이려고 하지 않는구나. 네가 명령을 쫓아 죽인다면 좋지만 만약 죽이지 않는다면 너도 이제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리라.”
041_0180_b_18L勵聲謂言咄哉男子於此女亦深愛念以儻護心違我旨隨處遮止不欲彼殺汝今從命殺卽爲善若不殺者汝於今時命亦不
041_0180_c_02L이때 시종은 그의 집착이 사나워서 위태함이 절박한 것을 보고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괴롭다. 나는 이제 이 험악한 어려움에 딸려드는구나. 만약 명을 따라 죽이지 아니하면 그는 틀림없이 도리어 내 목숨을 해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여인에 대한 애정이 평소 깊었는데도 오히려 굳이 해치려 하는데 더구나 나야 죽이지 않겠는가. 내가 만약 명령을 쫓아서 이 여인의 아름다운 몸에 칼날을 휘두른다면 어떻게 대장부라 하겠는가. 차라리 아무데서고 죽을지언정 결코 이 여인은 해치지 아니하리라.’
041_0180_b_22L時彼侍人睹斯執見很惡危逼自惟忖苦哉我今隨逐入是險惡難我今若不從命致殺彼當決定反害我命何以故而此女人愛念素深尚欲堅害況復於我不致殺耶我若從命於此女人賢善之身揮其刃者我卽復何名丈夫耶我今寧可於一切處壞自身命決定終不害彼女人
조금 뒤에 그는 별다른 계교를 써서 생각하였다.
‘나는 칼을 가지고 도망가야겠다. 그러면 나도 그 여인도 반드시 목숨을 지킬 것이다.’
생각을 끝내자 곧 칼을 잡고 도망하였는데 걸음을 빨리하여 별장을 벗어나려고 하였다. 그때 용려는 그를 뒤쫓아서 대문 곁에 이르렀다.
041_0180_c_06L其後侍人別運方計卽自惟忖我今宜應執劍逃竄若己若他必能護命念已卽時持劍奔竄迅速其步欲出園中時勇戾大臣亦逐其後至於門
이때에 가시손나리 기생은 몸에 기운이 빠져서 거의 죽게 되어서, 달아나 숨자고 생각하면서 힘을 이겨내지 못하다가 조금 뒤에 억지로 일어나서 앞으로 달아나 담 밑에 이르렀으나 담이 높아서 넘을 수가 없었는데, 거기서 마침 돌아오는 대신을 만났다. 여인은 곧 피해 달아나 아제목다가(阿提目多迦) 숲 사이로 숨었으므로 대신이 보지 못하였으나 이곳을 돌면서 살피다가 이내 담 옆 숲 속에 가만히 엎드린 여인을 발견하였다.
041_0180_c_11L迦尸孫那利妓女身力羸瘁命無幾思欲奔竄其力無堪念已時勉力而起卽速前奔至一牆界仞旣高不能過越是處適値大臣旋卽時女人於阿提目多迦花林之避走潛伏大臣不見卽於是處周行觀矚乃見女人在高牆側潛伏林
이때였다. 담장 밑 구덩이에 서려 있던 검은 뱀이 구덩이에서 나와 여인의 오른쪽 발을 물었다. 대신은 이것을 보자 달아났다. 이때 여인의 생각에는 ‘이는 필시 대신이 와서 내 목숨을 해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으므로 오직 죽음의 공포만을 품고 있었으나, 뒤에 오래지 않아서 곧 뱀한테 물린 줄을 알았다.
041_0180_c_18L是時牆下先有黑蛇潛處其穴是出穴螫彼女人右足致傷大臣見亦復奔走是時女人卽自思念必大臣來害我命爾時專一唯懷死其後非久卽知是處爲蛇所螫
041_0181_a_02L이 대신은 숲 속을 돌면서 여인을 보고 성냄을 극도로 돋우고 가엾다는 마음은 조금도 없이 곧 나와 여인의 몸을 끌고 머리털을 밟아서 더욱 지치게 하였다. 모질게도 여인은 이런 잔인한 해를 입고서 기력이 겨우 붙어 땅에 쓰러졌다.
041_0180_c_22L時大臣旋詣林閒觀其女人瞋恚劇增心無悲愍卽復前拽彼女人身踐髮髻愈增疲困苦哉女人受斯殘氣力緜微悶絕于地
이때 대신은 자세히 다시 살펴보니 여인이 땅에 엎드려졌음을 보고 ‘이 여인이 이미 죽었으니 나는 돌아가야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이를 엿보았을까 걱정이다.’라고 생각하고 곧 담을 뛰어넘어서 성안으로 들어갔다.
041_0181_a_03L是時大臣審復觀矚見是女人偃仆其地卽自思今此女人命已殞謝我應迴復慮餘人窺其事狀卽時擧身越牆而入於城內
그때 왕사성에는 순행 도는 여러 경관들이 순라를 돌면서 일조의 별장에 왔는데, 거기서 왕사성을 나와 별장에 온 금색 동자를 보았다. 또한 가시손나리가 땅에 엎드러진 것을 보고 어찌나 가엾던지 모두들 같이 살펴보면서 말하였다.
“이 어떤 나쁜 사람이 눈물[愍心]도 없고 뒷세상에서 받을 죄의 과보도 겁내지 않고 원한의 끈을 깊이 맺어 목숨을 살해하였는가. 모질도다[苦哉]. 사람의 무리로써 이처럼 독함을 품고 여인의 몸을 무자비하게 해치었는가.”
041_0181_a_07L爾時王舍城中諸巡警官周行警察至日照商主園中到已見彼金色童子出王舍城至自園內乃至復見迦尸孫那利妓女偃仆于地見已卽時極生傷愍諸臣乃共審諦觀察此何惡人無悲愍心不懼他世罪業報應深結怨縛殺害其命苦哉人倫懷斯慘毒於女人身無慈致害
이때에 여러 관리들은 별장을 두루 돌면서 상세하게 조사하였으나 다른 상황을 찾지 못하고 다시 생각하였다.
‘이 여자는 몸가짐이 단정하고 엄숙하여 평소에 소문이 났는데 어떻게 하다가 여기서 목숨을 마쳤는가? 어떤 악인이 이 악한 업을 지었으나 사건의 진상이 캄캄하여 오직 하늘만이 밝힐 것이고, 우리들은 지금 그 까닭을 모르니 우리도 죄와 허물을 받겠구나.’
041_0181_a_15L是時群官周徧園中精審伺察不睹餘狀又復思忖今此女人容止端嚴素傳名譽而何此中致傷其命何等惡人造斯惡業事狀隱暗唯天所明我等今時未辯其由亦招罪咎
이리하여 여러 관리들은 걱정하고 찌푸리며 서로 의아하여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재차 별장에 들어가 상세하게 조사하고 앞의 상황을 보았으나 다만 땅 위에 엎드린 여인만 보일 뿐이었으니, 어찌 금색 동자의 숙세의 업보가 끊어지지 않았던 것이 아니겠는가.
041_0181_a_20L于是群官極生憂慼互起疑心榰頤不樂群官又復再入園中審細推求復睹前狀但見女人偃仆其地豈非金色童子宿業報力不能斷耶何故此女命致殞絕
041_0181_b_02L그때에 여러 순찰하는 경관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지금 이 기생은 누가 죽였는가? 우리들은 별장 안을 세 번이나 자세히 살피고 돌면서 보았지만 다른 상황은 없고 오직 금색 동자만 보았도다.”
041_0181_a_24L爾時諸巡警官互相議言今此妓女何人致殺我等園中于三審諦周行觀矚餘無事狀唯見金色童子
관리들은 곧 금색 동자를 불러서 물었다.
“누가 이 기생을 죽인 것이냐?”
동자는 대답하였다.
“여러 관리는 밝히 살피시오. 나는 이 일에 대해 상태를 보기는 했지만 실로 누가 죽였는지 모르오.”
041_0181_b_04L群官卽時召其童子而發問言今此妓女何人所殺童子答言諸官明察我於是事雖睹其狀而實不知誰人所殺
金色童子因緣經卷第二
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