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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심밀경소(解深密經疏)

1. 저자
원측圓測(613~696) 휘諱는 문아文雅, 원측은 자字. 신라 왕족 출신으로서 15세에 당나라에 유학하여 경사京師의 법상法常과 승변僧辯 등에게 강론을 들었고, 정관正觀 연간(627~649)에 승적에 올랐다. 원법사元法寺에 머물면서 『비담론毗曇論』 등을 공부하였고, 현장玄奘이 귀국한 이후에는 신역 유식학 경론을 공부하였다. 칙명을 받아 서명사西明寺의 대덕이 되었고, 일조日照 삼장이 『밀엄경蜜嚴經』 등을 번역할 때 으뜸이 되었다. 또 부름을 받고 동도東都에 들어가 신역 『화엄경華嚴經』을 번역하였으나 마치지 못한 채 696년 7월 22일에 낙양洛陽의 불수기사佛授記寺에서 입적하였다.
2. 서지 사항
『속장경』 제1편 34투 4~5책, 35투 8~9책. 『속장경』에 실린 『해심밀경소』는 총10권 가운데 제 8권 전반부의 일부와 제10권 전체가 결실되었다. 그래서 이 두 부분은 일본의 이나바 쇼주(稻葉正就)가 『圓測解深密經疏散逸部分之硏究』에서 티베트어 역에서 복원한 내용으로 보입補入하였다.
3. 구성과 내용
원측의 『해심밀경소』는 유가행파의 근본 경전인 『해심밀경解深密經』의 주석서이다. 원측의 소疏는 크게 네 문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 문에서는 교를 일으킨 뜻과 경의 제목에 대해 밝힌다(敎興題目). 두 번째 문에서는 경의 종ㆍ체에 대해 설명하는데(辨經宗體), 여기서는 이치ㆍ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서의 교 자체와 그에 의해 궁극적으로 나타내려 했던 이치에 대해 논한다. 세 번째 문에서는 교의 소의所依와 소위所爲를 나타내는데(顯所依爲), 여기서는 이장二藏이나 삼장三藏이나 십이부경十二部經 등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이 경은 보살장菩薩藏과 달마장達摩藏과 논의경論議經 등에 소속된다는 점, 또 오종성五種性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이 경은 좁게는 보살과 부정성不定性을 위해, 넓게는 다섯 종성을 위해 설해졌음을 논한다. 네 번째 문에서는 경문을 따라가며 해석하였다(依文正釋). 원측에 따르면, 전통적 삼분과경三分科經의 학설에 의거해서 경문 전체를 나눌 때 이 경에는 교기인연분敎起因緣分ㆍ성교정설분聖敎正說分만 있고 의교봉행분依敎奉行分은 없다. 「서품序品」은 교기인연분에 해당하며, 가르침을 설하게 된 계기와 이유 등을 밝힌 곳이다. 그 밖의 일곱 품은 성교정설분에 해당하며, 이 경의 교설을 본격적으로 설한 곳이다.
원측의 소에서는 『해심밀경』의 정설분의 내용을 크게 경境ㆍ행行ㆍ과果로 나누어 해석하였다. 그에 따르면, 「승의제상품勝義諦相品」을 비롯한 앞의 네 품은 유가행자들이 관해야 할 경계(所觀境)에 대해 설한 것이다. 「승의제상품」에서는 진제眞諦의 경계로서 이언離言ㆍ무이無二 등 승의제의 오상五相에 대해 설한다. 「심의식상품心意識相品」에서는 속제俗諦의 경계로서 심의식의 비밀, 즉 생사윤회의 주체로서 수생위受生位에서 일체종자식一切種子識이 수행하는 기능을 밝힌다. 「일체법상품一切法相品」은 유성有性의 경계로서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ㆍ의타기성依他起性ㆍ원성실성圓成實性 등 일체법에 갖추어진 삼성三性에 대해 설한 것이다. 「무자성상품無自性相品」은 무성無性의 경계로서 상무성相無性ㆍ생무성生無性ㆍ승의무성勝義無性 등 삼무성三無性을 설하는데, 이 삼무성은 대승적 의미의 공空을 이전의 삼성에 의거해서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한 것이다.
다음의 「분별유가품分別瑜伽品」ㆍ「지바라밀다품地波羅蜜多品」 두 품은 관하는 행(能觀行)에 대해 설한 것이다. 앞의 품은 삼승의 모든 관행의 핵심인 지관止觀을 중심으로 유가瑜伽에 대해 분별한 것이고, 뒤의 품은 보살의 십지十地에 십바라밀(十度)을 배대시켜 보살의 바라밀행을 설명하고, 십바라밀에 의해 각각의 장애(障)를 제거하고 일승一乘의 과를 획득하게 됨을 설한다. 지관의 행문은 총괄적이고 간략하기 때문에 먼저 설하고, 십지에서 행하는 십바라밀은 개별적이고 자세하기 때문에 나중에 설하였다.
마지막 「여래성소작사품如來成所作事品」은 획득되는 과(所得果)를 설한 것인데, 경계에 대한 지식에 의거해서 행을 일으키고, 그 행으로 인해 과를 획득하기 때문에 이 품이 맨 마지막에 놓였다. 여기서는 불과佛果를 획득한 여래가 화신化身의 사업事業 등을 완전하게 성취시키는 것에 대해 설한다.
원측은 이러한 큰 틀 안에서 경전의 문구를 해석하는데, 하나의 주제나 개념에 대해 종파별로 혹은 경론별로 해석을 나열하거나 서방 논사와 중국 논사의 해석을 대비시키고, 때로는 진제 삼장眞諦三藏과 대당 삼장大唐三藏의 해석을 대비시켜 신新ㆍ구舊 유식의 차이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 이 과정에서 특정한 관점에 치우치지 않고 대소승의 다양한 해석들 간의 갈등ㆍ긴장 관계를 드러내거나 혹은 적절한 원리와 방법을 동원해서 그것들을 회통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은 불교 기본 교리와 개념들의 변천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는 일종의 불교 교리 백과사전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