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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신론해동소 병간행서(起信論海東疏 幷刊行序)

1. 저자
원효元曉(617~686) 시호는 화쟁 국사和諍國師, 속성은 설薛. 15세 전후에 출가하였다. 의상과 함께 당나라 유학을 시도하였으나 ‘마음 밖에 법이 없다(三界唯心 萬法唯識)’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바꾸었다. 그 후 수많은 다양한 저술을 남겼는데, 저술의 특징으로 ‘종요宗要’와 ‘대의大義’라는 형식과 체재를 들 수 있으며, 일심에 바탕을 둔 화회和會, 화쟁和諍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분황사芬皇寺에서 『화엄경』「십회향품」을 주석한 후 절필하고는 무애행으로 민중 교화에 헌신하였다.
2. 서지 사항
『신수대장경』 제44권에 수록되어 있다. 『신수대장경』의 저본은 1696년(元祿 9)에 교토(京都) 슈쿄(宗敎)대학에서 간행된 목판본으로 1권 1책, 25.6×18.5cm이다. 최근 권상지일卷上之一이 빠진 3권 1책의 국내 원간본인 양산 대성암大聖庵 소장 목판본 『대승기신론소』가 보고되었다. 이는 1474년(성종 5) 5월 공혜왕후恭惠王后의 명복을 빌기 위해 간행된 것으로 김수온金守溫의 발문이 붙어 있다.
3. 구성과 내용
『대승기신론』의 본문을 하나하나 따라가면서 주석한 수문석隨文釋이며, 『대승기신론』에 대한 원효 주석서의 완성판에 해당한다. 『대승기신론』은 대승불교총섭설을 표방하는 논서로, 동아시아 불교사상의 주요한 이론 체계를 제공하였다. 이 논서는 6세기 말부터 8세기 사이에 집중적인 주석의 대상이 되었는데, 정영사淨影寺 혜원慧遠의 『대승기신론의소大乘起信論義疏』 및 법장法藏의 『대승기신론의기大乘起信論義記』와 함께 본서가 3대 주석서로 손꼽힌다. ‘해동소海東疏’로도 불린다.
본서는 『대승기신론』의 내용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해석하였는데, 종체를 밝힌 부분(標宗體), 제명을 해석한 부분(釋題名), 본문을 해석한 부분(隨文解釋)이다. 종체를 밝힌 부분에서는 “무량무변의 뜻으로 종지宗旨를 삼고, 이문일심二門一心의 법으로 요체를 삼는다.”라고 하여, 『대승기신론』이 여러 대승 경전들의 핵심적인 의미를 총섭하고 있다는 점과 그것들을 총섭하는 구조로서 이문일심의 관점을 제시한다. 『대승기신론』의 본문 해석에 있어서 원효는 여래장과 아뢰야식을 일체화, 곧 동일화시켜서 이해하는 한편 대부분 생멸문 중심의 해석을 시도하는 이전의 주석가 혹은 법장의 입장과는 달리 삼대三大(體相用)를 이문二門에 배대配對하여 별설別設하는 입장을 강조한다. 이로부터 일심을 진眞ㆍ망妄ㆍ진망화합眞妄和合의 입장이 아니라 진망의 상대성을 초월한 절대적 진심眞心의 입장, 곧 화엄일심으로 해석한다. 또한 『대승기신론』의 식설과 신유식의 8식설을 적극적으로 배대하는 시도를 하는 것도 다른 주석서와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이다. 중관ㆍ유식의 지양과 종합이라는 입장에서 본서 전체의 관점을 규정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대승기신론』을 중심으로 하는 구유식의 관점에서 신유식의 관점을 종합하려는 태도가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 본서의 사상적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