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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육정참회(大乘六情懺悔)

1. 저자
원효元曉(617~686) 시호는 화쟁 국사和諍國師, 속성은 설薛. 15세 전후에 출가하였다. 의상과 함께 당나라 유학을 시도하였으나 ‘마음 밖에 법이 없다(三界唯心 萬法唯識)’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바꾸었다. 그 후 수많은 다양한 저술을 남겼는데, 저술의 특징으로 ‘종요宗要’와 ‘대의大義’라는 형식과 체재를 들 수 있으며, 일심에 바탕을 둔 화회和會, 화쟁和諍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분황사芬皇寺에서 『화엄경』「십회향품」을 주석한 후 절필하고는 무애행으로 민중 교화에 헌신하였다.
2. 서지 사항
일본 가마쿠라(鎌倉) 시대 필사본인 교토 호보다이인(寶菩提院) 소장본을 『신수대장경』 제45권에 실은 것이다.
3. 구성과 내용
본서는 짧은 참회문이지만 참회문으로서의 조건, 즉 ① 시방불보살을 청함, ② 경이나 주문을 외움, ③ 지은 죄명을 스스로 고백함, ④ 서원을 세움, ⑤ 교리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댐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② 경이나 주문을 외움’이라는 항목은, 여기에서 ‘진리를 바로 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앞의 다섯 가지 조건이 사참事懺에 해당되지만 대승육정참회는 이참理懺이기 때문이다.
물론 본 참회문이 위의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형식이나 순서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참회의 순차가 바뀌고 관행觀行을 특히 강조하지만 참회문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를 기준으로 『대승육정참회』 내용을 여섯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① 시방제불에게 귀의, ② 죄업의 고백, ③ 죄업의 본성, ④ 죄업의 과보와 진실한 참회, ⑤ 비유를 보임, ⑥ 서원을 세워 정진함의 여섯 문단이다. 여기에는 원효의 불교관, 신행관이 그대로 담겨 있다. 다시 말해 『대승육정참회』는 일심一心에 기초한 원효의 세계관이 육정참회라는 종교적 실천행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매우 귀중한 문헌이라 하겠다. 원효에 있어서 참회란 바로 실상實相을 관하는 실상참회實相懺悔이다. 철저한 실상관의 바탕에서 육정六情을 참회하는 것이 진정한 육정참회라는 것이다. 원효의 참회가 이참에 근거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 주는 내용이다.
대승불교에서는 죄장을 참회하는 행위 자체가 대승으로 향하는 출발점이다. 죄업이란 죄를 범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규범이거나 윤리에 반하는 구체적 행위가 아니라 일체 중생 모두에게 해당되는 보편적인 업성業性이다. 따라서 대승육정참회란 ‘나와 중생’이 둘이 아닌 대승의 실천행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