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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삼매론(海印三昧論)

1. 저자
명효明皛(생몰년 미상) 약 700년대 신라시대 사람. 『해인삼매론』에 나타난 밀교적 요소로 볼 때, 명효는 화엄과 밀교를 겸학한 승려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2. 서지 사항
『속장경』 수록본은 1113년에 서사書寫하고, 1722년에 교토 고잔지(高山寺)에 소장하고 있는 본과 대교한 자료이다. 두 페이지의 단문이다. 『속장경』 이외에 『신수대장경』과 『신찬속장경』에도 실려 있다.
3. 구성과 내용
이 책은 『화엄경』의 요지를 7언 28구 196자의 송頌으로 작성하여 도인圖印을 만들고 그것을 해설하는 글로 구성되어 있다. 명효明皛는 이 「해인삼매도」를 통해 중중무진重重無盡한 화엄법계를 명료하게 드러낸다.
명효의 『해인삼매론』은 의상義相의 『일승법계도』와 형식과 내용 면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먼저 『일승법계도』 도인圖印의 독시讀詩 방향은 중앙에서 시작하여 오른쪽으로 돌아 출발점에서 끝난다. 그러나 『해인삼매론』 도인圖印은 이와 반대로 왼쪽으로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회귀한다. 또 『일승법계도』 송頌은 법성法性에서 시작하여 불佛로 끝나지만 『해인삼매론』 송은 생사生死에서 시작하여 열반으로 끝난다. 이것은 〈법성게法性偈〉가 불佛의 내증內證과 외화外化에 통하는 성기설性起說인 데 비해, 『해인삼매론』의 송은 생사와 열반으로 드러나는 법계연기설法界緣起說이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해인삼매론』에는 밀교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해인삼매론』의 독시 방향은 밀교의 금강계金剛界 만다라가 보여 주는 좌우선左右旋 향상ㆍ향하적 실천 방향과 일치하며, 참회 발원은 밀교의 의궤로 이루어진 참법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해인삼매론』은 사상사적으로 원효와 의상 이후 신라의 화엄사상을 계승하고, 7세기 초에 전래된 밀교적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는 데서 매우 의미 있는 자료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