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

복암 충지宓庵冲止(1226~1292) 속명은 위원개魏元凱. 법명은 법환法桓이었는데 충지로 바꾸었다. 전남 장흥 출신. 아버지는 위소魏紹이며, 어머니는 원방 대부인原邦大夫人 송씨이다. 탑호는 보명寶明이며, 시호는 원감 국사. 9세에 경서經書와 자사子史를 외웠으며, 19세에 회시에서 장원으로 합격하였다. 그 뒤 금직옥당禁直玉堂 등의 벼슬을 하다가 29세에 출가하여 조계 5세 원오 국사圓悟國師 문하에 들었다. 1286년 6월에 수선사修禪社의 제6세가 되었다.

전남 순천 조계산 송광사松廣寺, 1920년 발행. 연활자본. 불분권 1책. 22.3×15.0cm. 원감 국사의 문인 진경眞冏이 1297년에 정서하여 개간하였지만 전하지 않고, 1447년 7월 전남 나주에서 1297년판을 중간하였다. 한편 일본 교토에서 1680년에 임종지길林鐘之吉이 훈점訓点을 붙여 간행하였는데, 송광사에서 발행한 것의 저본이 이것이다.

원집과 속집이 있는데, 원집은 시, 속집은 문ㆍ소䟽ㆍ표表ㆍ부록 등으로 구성되었다. 원집의 시문 329편은 승속과의 교류 시문, 사원 생활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승속과의 시문 교류는 관료ㆍ승려ㆍ형제 등과 교류한 시이며, 사원 생활 관련의 시문으로는 한거, 독서, 단본대장경丹本大藏經과 관련된 시, 수도 생활 등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특히 백성의 어려운 삶, 일본 정벌 등을 읊은 시문은 당시 고려가 처한 국제 관계와도 관련이 있어 주목된다.<개행>승속과의 교류시에서는 안렴사按廉使 박시랑朴侍郞이나 연곡 선사燕谷禪師 등 다양한 인물들과의 교류를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일본 정벌을 칭송하는 〈동정송東征頌〉이나 영남 지방의 어려운 모습을 읊은 〈영남간고상嶺南艱苦狀〉 24운韻은 동정전함東征戰艦, 즉 고려와 원나라 연합군의 일본 정벌을 위한 전함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지은 시문으로 13세기의 시대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개행>속집의 제문은 충경 왕사冲鏡王師와 혜소 국사慧炤國師 등에 대한 5편, 소疏는 〈단본대장경찬소丹本大藏經讚疏〉, 〈감로입원축법수소甘露入院祝法壽疏〉 등 46편, 표表는 〈상대원황제표上大元皇帝表〉, 〈하신등보위표賀新登寶位表〉 등 5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