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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론(顯正論)

1. 저자
득통 기화得通己和(1376~1433) 당호는 함허涵虛, 속성은 유劉. 조선 초기의 억불 정책하에서 불교를 수호한 고승으로, 1397년 회암사檜巖寺에서 나옹 혜근懶翁惠勤의 제자 무학 자초無學自超에게 출가하였다. 1421년 세종의 명으로 대자암大慈庵에 주석하였고, 1431년 문경聞慶 봉암사鳳巖寺를 중수하고 1433년에 입적하였다.
2. 서지 사항
전남 광양 백운산 초천사招川寺, 1526년(중종 21) 간행. 목판본. 1책. 25.5×18.0cm. 동국대 소장본을 저본으로 하여 간송미술관 소장 1537년 전북 흥덕(고창) 소요산 연기사緣起寺 중간본을 갑본, 고려대 소장 1544년 황해도 토산 학봉산 석두사石頭寺 간본을 을본 등으로 하여 대조, 교감.
3. 구성과 내용
본서는 『경국대전經國大典』에서 도승度僧 조항이 삭제되는 등 법제적 폐불 상태에 접어든 중종 후반기에 간행되었다. 불교에 대한 비판적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잘못된 지적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불교의 필요성과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먼저 불교는 충忠과 효孝의 문제에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여 왔고, 선善을 추구하여 인심을 교화하는 데 장점이 있음을 부각시켰다. 또한 불교 비판의 주된 표적이었던 윤회輪廻와 업業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유교의 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ㆍ신信의 오상五常과 불교의 오계五戒를 대비시키는 등 유불儒佛의 이치와 교화의 방편이 서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즉 불교가 오랜 역사를 통해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 책무를 다해 왔고, 심성 인식의 문제에서도 독자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유교와 불교가 근본에 있어서 서로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