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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허집(振虛集)

1. 저자
진허 팔관振虛捌關(?~1782) 『괄허집括虛集』에 실린 시 〈증진허선백曾振虛禪伯〉으로 보아 괄허 취여括虛取如(1720~1789)보다 약간 일찍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안주安州를 비롯하여 주로 평안도 지역에 거주하며, 편양 언기鞭羊彦機에서 풍담 의심楓澹義諶, 월저 도안月渚道安, 추붕 설암秋鵬雪巖, 상월 새봉霜月璽封으로 이어지는 법맥을 이었다. 1775년 학질이 유행할 때, 평안도 관찰사 채제공蔡濟恭의 초청으로 평양에서 무차법회無遮法會를 열었다. 섬세한 감성과 예민한 기질을 지녔으며, 평안도 일대에서 승속 간에 영향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2. 서지 사항
평남 안주 청룡사靑龍寺, 1786년(정조 10) 개간. 목판본. 2권 1책. 반곽 18.5×12.5cm. 저자 입적 후 문인 보철普喆이 유고를 수습하여 청룡사에서 개간한 뒤에 은적사隱寂寺에 이진移鎭하였다.
3. 구성과 내용
평남 안주 청룡사靑龍寺, 1786년(정조 10) 개간. 목판본. 2권 1책. 반곽 18.5×12.5cm. 저자 입적 후 문인 보철普喆이 유고를 수습하여 청룡사에서 개간한 뒤에 은적사隱寂寺에 이진移鎭하였다.책머리에 김정중金正中이 1786년에 지은 서문이 있다. 이 서문으로 진허振虛의 몰년 및 주로 활동했던 장소, 그리고 평양에서 무차법회를 열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권1에 오언절구 39편, 오언율시 15편, 칠언절구 11편, 칠언율시 22편 등 모두 87편의 시가 실려 있다. 권2에는 소疏 2편, 행장 1편, 서문 1편, 기문 2편, 상량문 1편, 〈부물모양문裒物貌樣文〉 1편 등 8편의 산문이 수록되었다.<개행>시는 대체로 구성과 내용이 평이한 편이지만, 탈속한 수행자의 선미禪味와 인간적인 서정성을 겸비하고 있어 문학적 가치가 높다. 특히 오언절구는 번뜩이는 선기禪機와 고뇌에 찬 감상이 서로 긴장을 이루면서 함축적인 시상에 공존하는 독특한 풍격을 보여 준다. 〈두우杜宇〉는 봄날 밤 소쩍새 소리에 문득 이는 고향과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송징선자送澄禪子〉는 산중에서 선승과 헤어지는 장면과 마음을 기러기와 구름과 소나기 등을 동원하여 담박하면서도 청아하게 그려내고 있다. 〈병중술회病中述懷〉와 같은 시는 속세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선가의 애환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진솔한 인간미를 보여 주는 이러한 시들은 선승의 풍모를 더욱 그윽하게 만드는데, 일반 서정시의 기준으로도 뛰어난 미감을 자아낸다.<개행>산문 중에서 〈벽허당대사행적碧虛堂大師行跡〉과 〈상상월화상병서上霜月和尙幷序〉는 저자가 속한 법통을 알려 주는 자료이다. 나머지 산문들은 대부분 평안도에 있던 사찰 관련 정보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