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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시고(艸依詩藁)

1. 저자
초의 의순草衣意恂(1786~1866) 속성은 장張, 본관은 흥성興城, 자는 중부中孚. 1802년(순조 2) 나주 덕룡산 운흥사雲興寺의 벽봉 민성碧峰珉聖}에게 출가하고, 19세에 대흥사大興寺의 완호玩虎에게서 구족계와 호를 받았다. 김정희金正喜와 홍현주洪顯周, 신위申緯 등 당대 대표적 지식인과 교류하였다.
2. 서지 사항
발행 사항 미상. 필사본. 2권 1책. 23.5×15.7cm. 신묘년(1831)에 홍석주洪奭周가 서문을 썼다.
3. 구성과 내용
발행 사항 미상. 필사본. 2권 1책. 23.5×15.7cm. 신묘년(1831)에 홍석주洪奭周가 서문을 썼다.『초의시고』는 초의 저술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초의 시의 형식상 특징으로는 칠언절구보다 칠언율시가 많다는 점에서 설리성說理性이 강하게 드러나 있음을 볼 수 있다. 나아가 연작시가 많다는 점 또한 주목되는 특징이다. 제일 긴 연작시는 1제題 21수의 장편이다.(〈東莊奉別(…중략…)秋史金待敎正喜二十一首〉) 이는 선사의 시적 구상과 표현력을 짐작하게 한다. 자유분방한 사상과 청아한 선취가 일관하고 있다. 초의는 뛰어난 선승일 뿐만 아니라, 당대의 탁월한 시승이었다. 그의 남다른 문학사상을 시문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개행>초의의 시 세계는 승려의 신분으로 유가의 사상에 능숙하고, 유가의 가치 지향에 준한 행동을 하면서도 그 이면으로는 또 불교사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불교적 가치를 중시하였다. 이른바 불이법문不二法門의 융섭을 보여 준 ‘적선이심유자跡禪而心儒者’였기에 그에게는 유와 불이 하나이면서 둘이요, 둘이면서 하나였다.<개행>이러한 초의의 사상은 작품에서 ‘진여관眞如觀’으로 시종일관한다. 이는 또 ‘물아일체物我一體’의 문학관으로 이어지니, 〈금화今和〉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이 시는 자연과의 일체감을 표현한 시로 단순한 자연물과의 교감을 말함만이 아니라 ‘물아일체’의 경지를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보이는 ‘물아일체’는 『화엄경소華嚴經疏』의 무애사상無碍思想에 입각해 보면, 일체법一切法은 오직 연기緣起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사사무애事事無碍하여 실체가 없으면서 실체를 보이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초의의 시 의식은 ‘이언진여離言眞如ㆍ물아일체物我一體’의 특징을 함유하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