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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행반야경(道行般若經)

1. 개요
이 경의 범명(梵名)은 Astasahasrikaprajnaparamitasutra이고, 서장명(西臧名)은 Ses rab kyi pha rol tu phyin pa brgyad ston pa 이다. 반야경 계통의 최초의 역경으로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의 법(法)과 이를 수지(受持)하는 공덕에 관하여 설하고 이러한 도(道)를 수행할 것을 권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모두 30품(品) 10권 혹은 8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2. 성립과 한역
후한(後漢) 영제(靈帝) 광화(光和) 2년에 월지국(月支國) 사람 지루가참(支婁迦讖)에 의하여 한역되었다.
3. 주석서와 이역본
다른 이름으로 『도행반야바라밀경(道行般若波羅蜜經)』 또는 『마하반야바라밀도행경(摩訶般若波羅蜜道行經)』ㆍ『반야도행품경(般若道行品經)』ㆍ『마하반야바라밀경(摩訶般若波羅蜜經)』이라고도 한다.
이역(異譯)으로는 축법호(竺法護)의 『신도행경(新道行經)』 10권ㆍ나집(羅什)의 『소품경(小品經)』 7권ㆍ지겸(支謙)의 『명도경(明度經)』 6권ㆍ담마비(曇摩毘)의 『수보리경(須菩提經)』 7권 등이 있으며, 축법호 역을 제외하고 현장(玄奘)의 『대반야경(大般若經)』 제4회(第四會)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중에서 『대명도경(大明度經)』 6권이 가장 이 경과 유사하다.
4. 구성과 내용
전체 10권의 각 품별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제1권〕도행품 : 부처님께서 기사굴산에서 수보리(須菩提)에게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으로 반야바라밀을 어떻게 배우며 실천하는가를 설하도록 하셨다. 이에 수보리는 사리불(舍利弗) 등에게 보살이 불도(佛道)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보살이나 중생이라는 생각에 집착함이 없어야 하며 보살이 중생을 구제한다는 생각조차도 없고, 대승이라는 것도 허망한 이름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설하였다.
난문품: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등장하여 수보리에게 보살은 어떻게 반야바라밀에 머무는지를 질문한다. 수보리는 이에 대하여 반야바라밀도 역시 허망한 것임을 알아야 하며 이미 집착을 떠나 있기에 머물 곳이 없다고 설하고 열반 또한 이와 같다고 설하였다. 이때 제석천은 꽃을 수보리의 머리 위에 뿌리지만 모두 허망한 것이 되어 세속의 모든 허망을 일깨운다. 또한 수보리는 반야바라밀은 인간의 인식을 초월한 것으로써 분별하거나 집착하지 말아야 하며 본래 공(空)이고 무소유(無所有)임을 알아야 한다고 설한다.
〔제2권〕공덕품 : 만약 선남자ㆍ선여인이 반야바라밀을 배우거나 이 경을 지니거나 독송하면 어떠한 마군(魔軍)도 침범하지 못하며, 횡사하지 않고, 다치지 않으며, 제석천이 이들을 보호한다고 설한다. 또한 반야바라밀이 여섯 가지 바라밀 중에서 가장 귀하며, 이는 비유하면 땅에서 모든 생물이 자라듯이 땅이 곧 반야바라밀이며, 다섯 가지 바라밀은 씨앗이 되는 것과 같다고 설한다. 또한 반야바라밀의 공덕은 한량이 없어 전생에 큰 죄를 지었다 해도 가벼운 벌을 받을 뿐이라고 설한다.
또 반야바라밀을 수지(受持)하면 값을 셀 수 없는 마니주(摩尼珠)를 갖는 것과 같아서 귀신들이 침범할 수 없고, 모든 병을 물리치며, 삼천국토의 선남자ㆍ선여인에게 모두 10계를 지키게 하는 것보다도 복이 수승하다고 설한다. 또한 이를 옮겨서 다른 이를 가르치면 그 공덕은 더욱 커진다고 설한다.
〔제3권〕구화구사라권조품 : 구화구사라란 범어(梵語) upāyakauśalya의 역어(譯語)로 10바라밀(波羅蜜) 중 일곱 번째 제7 방편선교(方便善巧)ㆍ방편승지(方便勝智) 바라밀을 말하며, 중생구제를 위한 올바른 방법을 의미한다. 또 권조(勸助)란 중생을 위하여 반야바라밀 수행을 권하고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 품에서는 중생구제를 위한 적절한 방편에 대하여 설하고 있다. 먼저 수보리가 미륵보살에게 올바른 방편에 대하여 설하기를 반야바라밀에 맞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공덕을 부처님께 회향해야 하며 회향하려는 생각조차도 버려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보살은 『반야경』의 훌륭한 방편으로 얻을 것도 없고 생하는 것도 없고 없어지는 것도 없는 공(空)의 이치를 사람들로 하여금 깨닫게 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뛰어난 공덕이 됨을 설한다.
니리품 : 니리(泥梨)는 범어 Naraka의 역어 니라야(泥囉耶) 혹은 날락가(捺洛迦)의 준말로써 지옥을 나타낸다. 이 품에서는 사리불이 부처님께 반야바라밀의 뛰어남을 천중천(天中天)이라 하고 반야바라밀은 보살마하살의 어머니라고 찬탄한 뒤 석제환인에게 반야바라밀의 공덕을 다시 설하고 6바라밀 중에서 반야바라밀이 없다면 눈먼 사람이 볼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하고 반야바라밀을 떠나서 다른 바라밀을 행할 수 없다고 설한다. 또 반야바라밀을 설하지 않거나 비방한다면 법(法)을 차단한 죄로 대지옥에서 천억 천만세 동안 독한 고통을 받는다고 설한다. 그리고 그 지옥의 생명이 다하면 또 다른 대지옥에서 그와 같은 고통이 되풀이된다고 한다. 그 죄는 오역(五逆)의 죄(罪)가 되며 음독자살하여 스스로 몸을 죽이는 것과 같다고 한다.
청정품 : 반야바라밀의 청정함을 설하는 것이다. 반야바라밀의 문자나 생각에 집착하지 말며, 반야바라밀은 여기와 저기 또는 그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니며, 본래 청정함을 아는 것이 곧 반야바라밀이라고 설한다. 이러한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은 깨끗하고 더러운 것, 좋은 것과 나쁜 것,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 등의 분별심이 완전히 없어진 것을 말한다. 이것이 곧 청정한 공(空)의 경지이며, 이러한 경지는 인식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설한다.
〔제4권〕탄품 : 반야바라밀을 찬탄하는 품으로 미래의 미륵보살도 정각을 얻고 이 반야바라밀을 설할 것이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고, 이와 같은 반야바라밀은 청정하므로 이를 배우는 자는 횡사하지 않으며 이 경을 설하는 자의 공덕은 한량없다고 설한다. 이러한 반야바라밀은 귀한 보배와 같아서 만든 자도 없고 얻은 자도 없으며 지니고 있는 자도 없다. 왜냐하면 이 법은 깊고 미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볼 수도 없고, 얻을 수도 없으며, 얻는 자도 없다. 이는 이름할 수 없는 것이며, 볼 수 없는 것이며 생기는 곳도 없고, 할 것도 하지 못할 것도 없다. 또 반야바라밀은 모두 평등하므로 등(等)바라밀이요, 본래 공(空)하여 황홀(恍惚)바라밀이며, 집착할 바가 없으므로 무상(無上)바라밀이며, 몸이 없으므로 무인(無人)바라밀이라는 등 41가지로 찬탄한다.
지품 : 이 경전을 수지(受持)ㆍ풍송(諷誦)하는 공덕과 남을 위해 설하는 공덕에 관하여 설한다. 이러한 반야바라밀의 성취를 위해서 보살은 깊은 반야바라밀을 신수(信受)해야 하며 불신(不信)하는 자는 보살행을 다할 수 없다고 설한다. 또한 이 경전은 남천축에서 시작하여 서천축과 북천축으로 전파될 것을 설하고, 보살들이 널리 이 경을 유포하도록 설하셨다.
각품에서는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 방해가 되는 모든 것, 예를 들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 마음이 즐겁지 않거나 허망한 생각이 일어나거나 경을 쓸 때 번개가 치거나 마음이 산란한 것 등은 모두 허망한 마군의 장난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설한다. 또한 스승과 제자 사이가 화합하지 못하며 반야바라밀의 공부를 이루지 못하는 것 등도 보살은 마군의 장난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설한다.
〔제5권〕조명품 : 반야바라밀을 배우는 자는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마군의 방해를 능히 없애는 공덕이 있다고 설한 뒤, 이것은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가 곧 반야바라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부처님의 뜻은 곧 반야바라밀로 세간을 밝히는 것이라고 설한다. 이것은 부서지지 않고 부서지는 바가 없으므로 반야바라밀의 시현(示現)이라 한다.
불가계품 : 수보리가 부처님께 반야바라밀의 구경(究竟)은 알 수 없으며 그 양을 측정할 수 없으며 비할 데가 없다고 말한 것에서 이 품의 이름이 연유하였다. 이를 극대구경(極大究竟)반야바라밀이라 하며 구경이 한량이 없으므로 반야바라밀을 불가계 구경이라 한다. 이것은 반야바라밀이 있거나 없다고 할 수 없으며, 본래로 무심(無心)이고 무념(無念)이어서 허공과 같기 때문이다. 유심(有心)ㆍ유념(有念)이면 생사(生死)와 무유(無有)에 떨어진다. 부처님께서는 이 경을 5백의 비구와 30비구니에게 설하셨고 그들은 모두 아라한(阿羅漢)을 얻었다. 그리고 60의 우바새와 30의 우바이는 모두 수다원(須陀)을 얻었고 30의 보살은 법락(法樂)을 얻었다.
비유품 : 반야바라밀 수행이 필요한 것을 여러 가지 비유로 설하고 있다. 즉 큰 바다에 배가 부서지면 모두 죽고 말지만 큰 판자나 돛대를 잡은 사람은 살아남듯이 반야바라밀에 의지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는 등의 절실한 내용으로 표현하고 있다.
분별품 :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수행함에 있어서 꼭 가려서 명심해야 할 것에 대하여 설하고 있다. 먼저 반야바라밀을 외우려는 보살은 마땅히 선지식(善智識)을 즐거이 따라야 하며 보시 등의 바라밀 수행을 함에 집착 없이 하여야 한다고 설한다. 또한 모든 것은 공(空)이며 온 바도 없고 갈 곳도 없으며 생각도 없고 있는 곳도 없고 식(識)도 없고 일어나는 곳도 없이 꿈과 같고 환상과 같음을 알아야 한다고 설한다.
본무품 : 본래로 있음이 없는 공(空)에 대하여 설한다. 즉 모든 것은 집착할 바가 없고 허공과 같아서 이 경전도 생긴 바가 없고 얻는 바가 없다. 그것은 본무(本無)이고 무이(無異)이기 때문이며 본무 또한 있는 바가 아니므로 얻을 바가 없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도 본래 없기 때문에〔本無〕 서로 차이가 없음이 직본무(直本無)이며 이는 곧 여래(如來)이며 이 도리는 깊고 깊어서 쉽게 알 수 없으며, 본무심(本無心)으로 정진(精進)함으로써 불도(佛道)을 이룰 수 있다고 설한다.
〔제6권〕아유월치품: 아유월치란 아비발치(阿毘跋致: Avinivartanīyav), 즉 불퇴(不退)ㆍ불퇴전(不退轉)의 보살위로 성불이 결정되고 보살위에서 타락하지 않는 보살의 지위를 말한다. 이 품에서는 불퇴전 보살은 공(空)의 깊은 법인 반야바라밀의 법을 보살을 향하여 항상 설함을 말하고, 온갖 마군과 악마들의 유혹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마음의 동요가 없이 끝까지 반야바라밀의 도리를 배우고 열 가지 계율을 엄격히 지켜가는 보살임을 설한다.
항갈우바이품 : 항갈이라는 우바이의 반야바라밀의 수행을 소개한다. 먼저 하루라도 일심으로 반야바라밀의 이치만을 생각한다면 모든 죄악을 벗어날 수 있고 반야바라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보살은 공(空)과 무상(無想)과 무원(無願)의 세 가지로 삼매를 이루어가며,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마음과 함께 부단한 노력과 물러서지 않는 반야바라밀의 교법에 의지할 때 부처가 될 수 있으며 항갈우바이도 전생부터 반야바라밀을 수행하고 이렇게 연등불께 금화(金華)를 공양한 공덕으로 금화불(金華佛)이 되었음을 설한다.
〔제7권〕수공품 : 공(空)에 들어가는 방법과 공(空)을 지키는 방법에 대하여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설한다. 보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하고 공을 일심으로 관하여 마음에 걸림이 없는 삼매에 든다. 그리고 보살은 반야바라밀의 이치를 파악했지만 많은 사람의 구제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공에 있으면서 공을 지켜야 한다고 설한다.
원리품: 모든 번뇌를 떠난 공(空)에 대하여 설명한다. 보살은 언제나 부처님만을 생각하며 세속의 어떠한 현실도 허망한 꿈과 같음을 알아 얽매이지 않아야 하며, 이러한 공(空)에 투철할 때에 비로소 보살은 모든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한다.
선지식품: 대승의 보살이 수행함에 있어서 도움을 주는 선지식이 되는 6바라밀에 대하여 설한다. 모든 부처님은 모두 6바라밀에서 나왔으므로 불모(佛母)라고 설한다.
〔제8권〕석제환인품 : 석천이 부처님께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의 도리는 중생이 쉽게 알 수 없으므로 쓰고 지니는 자에게도 공덕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부처님께서 열 가지 계율을 지켜서 얻는 공덕보다 더욱 많은 복을 받는다고 설하신다.
공고품 : 반야바라밀을 배우는 자는 마군들의 허망한 장난에 의하여 스스로 교만한 마음을 내기 쉬우므로 보살은 스스로 이러한 악마의 장애를 물리치고 일체의 자만심을 버리고 반야바라밀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설한다.
학품 : 6바라밀 중에서 보살이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은 반야바라밀이며, 이것을 얻게 되면 나머지는 저절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반야바라밀은 나머지 모든 바라밀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며 가장 뛰어난 가르침이기 때문이라고 설한다.
수행품 : 반야바라밀을 수호한다는 뜻이다. 이 반야바라밀의 가르침은 가장 수승하므로 이것을 지키고 실천해야 하며, 반야바라밀을 떠나서는 부처를 이룰 수 없고 이것을 수호하지 않으면 비록 노력할지라도 부처를 이룰 수 없다고 설한다.
강약품 :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배우고 실천하면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강해지지만 그렇지 못하면 마군의 저항을 받아 약해져 버린다고 설한다. 그리고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체득하여 신비한 힘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허공과 같이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모든 사람을 구제할 결심을 다져야 한다. 이렇게 하면 보살은 부처님의 가호력으로 무한한 힘을 지닐 수 있다고 설한다.
〔제9권〕누교품 : 반야경전을 널리 유포하는 공덕은 한량이 없으므로 보살은 이 경의 한 구절이라도 소홀히 하지 말고 부처님 대하듯이 공경하고 이 도리를 중생을 위하여 널리 가르치도록 여러 차례 반복해서 설명하는 내용이다.
불가진품 : 반야바라밀은 다함이 없어 비유하면 허공이 다함이 없는 것과 같음을 밝히고 12인연의 묘한 가르침을 통하여 모든 것이 공(空)함을 알게 되고 한량없는 복덕을 얻게 됨을 설한다.
수품 : 보살이 반야바라밀의 가르침에 수순하여 따라야 함을 가르치는 품으로, 반야바라밀에 수순하면 모든 가르침이 부서지지 않고 허공이 한량없듯이 5음(音)과 4대(大)가 본래 무형(無形)이듯이 발심(發心)과 행원(行願)이 깊고 넓다고 설한다. 따라서 반야바라밀을 수순하면 모든 것을 벗어나 부처를 이룰 수 있으며, 모든 부처님도 반야바라밀을 수순하여 부처를 이루었다고 설한다.
살타파륜보살품 : 살타파륜보살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담무갈보살을 찾아가 허공 같고 걸림 없는 진리를 얻었던 것을 설한다.
〔제10권〕담무갈보살품: 앞의 살타파륜보살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되며 담무갈보살이 살타파륜보살을 위하여 반야바라밀의 진리를 설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살타파륜보살은 담무갈보살에게 부처님의 몸에 대하여 묻자 담무갈보살은 부처님의 몸도 인연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하고 후세에 살타파륜보살은 부처님이 될 것이라고 수기한다.
촉루품: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반야경』을 널리 유포할 것을 당부한다. 이 반야바라밀은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이며 석가모니부처님도 바로 여기에서 나왔으며 이 경을 전하면 무량한 복덕을 얻게 된다고 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