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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여래흥현경(佛說如來興顯經)

1. 개요
이 경전의 범명(梵名)은 Tathāgatotpattisambhavanirdeśa이고, 서장명(西臧名)은 Saṅs rgyas phal po che shes bya ba śin tu rgyas pa chen poḥi mdo이다. 모두 4권이며, 줄여서 『흥현경』이라 하는데, 별칭으로 『흥현여환경』이라고도 한다. 보현보살이 여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시게 된 열 가지 인연과 여래의 평등성ㆍ여래의 수승한 음성ㆍ극락세계 등에 대해 설한다.
2. 성립과 한역
서진(西晋)시대에 축법호(竺法護, Dharmarakṣa)가 291년에 번역하였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이역본으로 『대방광불화엄경』(60권)의 「보왕여래성기품」ㆍ『대방광불화엄경』(80권)의 『여래출현품』이 있다. 주석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4. 구성과 내용
이 경은 전체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경전은 여래가 이 세상에 출현하게 된 인연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대방광불화엄경의 일부와 같은 내용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부처님이 보현보살, 성수(成首) 보살 등을 보처로 하여 대법좌에 앉아 있을 때였다. 성수 보살은 부처님에게 설법을 청하였다. 그때 부처님의 입에서 빛이 나와 시방의 불토(佛土)를 비추고 나서, 보현보살의 얼굴로 빛이 다시 모아졌다. 이로써 보현보살은 뛰어난 위용으로 부처님을 대신하여 성수 보살의 질문에 대해서 답하고 있다. 보현보살은 여래가 이 세상에 나타나기 위해서는 열 가지 인연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로 수많은 사람들을 깨달음으로 이끌어 준 인연, 둘째로 선한 일을 많이 하고 마음을 닦아 수행한 인연, 셋째로 모든 사람들은 위해 자비심을 베풀어 준 인연, 넷째로 부처가 되려는 소원을 품고 쉼없이 수행한 인연, 다섯째로 부처님과 같은 모습을 지니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한 인연, 여섯째로 부처님을 받들어 믿고 수많은 사람들을 제도한 인연, 일곱째로 뛰어난 지혜로써 사람들을 제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연, 여덟째로 착한 일을 많이 한 인연, 아홉째로 여러 가지 수행을 고루 닦은 인연, 열째로 여러 가지 수행을 완성하여 통달한 인연 등이다.
또한 여래는 그 어떤 경우에도 차별함이 없이 평등하게 자신의 몸을 드러낸다는 것을 말한다. 여래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누구든지 그 몸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여래는 마치 허공과도 같아서 온 세상이 모두 여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밖에도 여래는 모든 사람들을 차별 없이 제도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기에, 소승이나 대승을 막론하고 깨달음으로 이끌어 주며 보살이나 지옥 중생조차도 차별하지 않는다. 보현보살은 여래가 지닌 음성의 탁월함도 언급하고 있다. 여래는 모든 중생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뛰어난 음성을 가지고 있으며, 갖가지로 변화하여 자유자재로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낼 수 있는 음성이 바로 여래의 특성이라 한다. 더 나아가 여래가 지닌 수많은 능력과 탁월한 지혜는 인위적인 것이 아니며, 본성적으로 지니고 있는 여래의 자질임을 밝히고 있다. 이는 마치 태양이 어둠을 몰아내며 빛과 열을 주고 초목을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것과도 같아서, 여래가 의도적으로 그러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며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래는 타고난 본성에 따라서 적절한 지혜로써 각기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중생들을 제도하여 깨달음으로 이끌어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번뇌가 소멸한 곳인 극락세계에 대해서 언급하고, 여래를 믿고 받들며 수행한 보살의 공덕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여래에 대한 보현보살의 설명 중에는 여러 가지 예시와 적절한 비유를 들어서 간명한 이해를 꾀하고 있다. 비유와 예화(例話)는 불교 경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구성 양식이지만, 그 낱낱이 모두 상투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을 만큼 신선하고 적절한 짜임새로 맞물려 있다. 불교 경전의 그 탁월한 일면을 이 경에서도 유감없이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