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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무구칭경(說無垢稱經)

1. 개요
현장(玄奘)이 한역한 이 경은 총 6권이며, 경 이름은 ‘유마힐’의 원어인 산스크리트 ‘비말라키르티(vimalakīrti)’를 의역한 것이다. 비말라(vimala)는 ‘깨끗함, 때가 없음’을 뜻하고, 키르티(kīrti)는 ‘이름, 명(名), 또는 칭(稱)’을 뜻한다. 비말라키르티에 대응하는 음역어로는 비마라힐저(毗摩羅詰底), 또는 비마라계리제(鼻磨羅鷄利帝)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대승 경전으로 꼽히는 이 경의 내용은 잘 알려진 대로 반야 사상에 토대하고 있다. 특히 대승 보살의 실천도를 중시하고, 정토 사상을 두드러지게 반영하고 있다. 흔히 ‘불가사의한 해탈의 법문(法門)’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예로부터 가장 많이 읽히고, 또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경전으로도 유명하다. 산스크리트 경명은 Vimalakīrtinirdeśasūtra이고, 티벳어 경명은 Ḥphags pa dri ma med par grags pas bstan pa shes bya ba theg pa chen poḥi mdo이다. 줄여서 『무구칭경』이라 하며, 별칭으로 『유마힐경(維摩詰經)』이라고도 한다.
2. 성립과 한역
당(唐)나라 때 현장(玄奘)이 대자은사(大慈恩寺)에서 650년 3월에 번역을 시작하여 9월에 끝마쳤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주석서로는, 길장(吉藏, 549~623년)이 쓴 유명한 『정명현론(淨名玄論)』이 『유마경』의 주석서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밖에도 규기(窺基, 632~682년)가 쓴 『설무구칭경찬(說無垢稱經讚)』과 『설무구칭경소(說無垢稱經疏)』를 비롯하여 승조(僧肇, 384~414년)가 저술한 『유마힐경주(維摩詰經注)』, 혜원(慧遠, 523~592년)이 남긴 『유마의기(維摩義記)』 등이 있다. 산스크리트 원본에 대한 이역본으로는 지겸(支謙)의 『불설유마힐경(佛說維摩詰經)』과 구마라집(鳩摩羅什)의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 등이 있다. 현재 남아 있는 한역본 『유마경』은 모두 셋인데, 그 구성 내용은 거의 유사하지만 티벳어본과는 약간 차이가 난다. 그 중에서 지겸의 한역본이 가장 짧으며, 현장의 한역본이 가장 길다. 특히 티벳어본의 내용과 가장 유사한 현장본이 산스크리트 원본을 가장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 보고 있다.
4. 구성과 내용
이 경은 전체 6권 14품이며,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1권에는 「서품」과 「현부사의방편선교품(顯不思議方便善巧品)」이, 제2권에는 「성문품」과 「보살품」이, 제3권에는 「문질품(問疾品)」과 「부사의품」이, 제4권에는 「관유정품(觀有情品)」과 「보리분품(菩提分品)」 및 「불이법문품(不二法門品)」, 제5권에는 「향대불품(香臺佛品)」과 「보살행품」, 제6권에는 「관여래품(觀如來品)」과 「법공양품」 및 「촉루품」이 들어 있다. 구마라집 한역본과 현장의 한역본은 모두 3분(分) 14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티베트어 본은 12품으로만 나뉘어 있으나 그 내용은 크게 다른 것이 없다. 전통적으로 경전 내용을 분석하는 방식에서는 서론ㆍ본론ㆍ결론을 각각 서분(序分)ㆍ정종분(正宗分)ㆍ유통분(流通分)으로 나눈다. 이에 따라 전체 내용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서분은 제1 「불국품」부터 제4 「보살품」까지, 정종분은 제5 「문질품」부터 제12 「관여래품」까지, 유통분은 제12 「관여래품」부터 제14 「촉루품」까지이다.
각 품의 내용은 『유마힐소설경』과 『불설유마힐경』의 줄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전체 14품을 통해서 재가자인 유마힐이 출가자인 불제자들을 향해 신랄한 비판을 펼치고 있다. 편협한 소승에서 벗어나 대승 사상을 실제 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 최상의 불도 수행의 길이라는 유마힐의 강변은 대승 불교의 재가주의를 천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재가주의만을 주장하는 것에 그치지는 않는다.
후대에 이르러 화엄종이나 삼론종, 그 밖에도 천태종과 선종에 이르기까지 『유마경』은 각 종파의 중심 경전으로 읽혀 왔고, 수많은 해설서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