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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동성경(大乘同性經)

1. 개요
이 경은 살과 피만 먹는 마귀들의 왕이 부처님을 섬기고 불법을 닦아서 부처가 되는 과정을 보여 주면서 모든 것의 본성은 같다고 하는 대지(大智) 동성(同性)을 설하고 있다. 이 경의 약경명은 『동성경(同性經)』이고, 별경명(別經名)은 『불십지경(佛十地經)』ㆍ『일체불행입지비로자나장설경(一切佛行入智毘盧遮那藏說經)』이다.
2. 성립과 한역
중국 후주(後周)시대에 사나야사(闍那耶舍, Jñānayaśas)가 570년에 장안(長安)의 사천왕사(四天王寺)에서 한역하였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주석서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이역본으로 『증계대승경(證契大乘經)』이 있다.
4. 구성과 내용
이 경은 총 2권으로 구성되어있다. 동성이란 말은 이 불전의 이역본인 『증계대승경』의 증계(證契)에 해당하며, 현관(現觀) 즉 명료한 이해를 가리킨다.
상권의 내용은 부처님이 비비사나에게 대지 동성을 설하는 과정이 먼저 나오고, 부처가 된다는 수기를 받은 비비사나의 과거 인연에 대하여 해룡왕이 질문을 하자 비비사나의 과거를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부처님이 말하고자 하는 취지는 마귀들의 왕도 3보에 귀의하여 정진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량없는 과거에 부처님이 마라야산에 머물 때, 이곳에서 멀지 않은 능가성에 비비사나라는 나찰들의 왕이 살고 있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부처의 주위에 계속 모여든다면 앞으로 무엇을 잡아먹고 살겠는가 하는 생각에 나찰들을 보내어 사람들이 부처님 주위에 모여들지 못하게 방해하였다. 이에 부처님은 신기한 조화로 이 마귀들을 모두 묶어 놓았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절망감에 빠진 나찰들에게 주신왕(呪神王)이 나타나 3보에 귀의할 것을 권했다. 그리하여 불ㆍ법ㆍ승에 귀의한 그들은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고 부처님을 섬기게 되었다. 3보에 귀의한 비비사나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왕사성 마라야산에 머무르시자, 부처님을 찾아와 중생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질문하고 부처님이 이에 답한다. 본래 중생들의 식(識)은 청정하여 끝이 없어 잡을 수 없고 색에 물듦이 없으나 번뇌에 가려져 있다. 이 번뇌는 무명 때문에 생기고 이 무명으로부터 애착이 일어나며, 그것이 업에 옮겨져 결과를 낳게 된다. 즉 난생, 습생, 태생, 화생 중에서 하나의 몸을 받아 태어난다. 그러므로 바르게 관(觀)할 때는 중생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으며, 나도 없고, 너도 없고, 앎의 주체도 없고, 깨달음의 주체도 없다. 바르게 관할 때는 분별할 만한 것이 없다. 즉 모든 것은 화합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실상(實相)이 없다. 중생의 실상을 얻는다고 함은 곧 대지(大智) 동성(同性)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중생의 실상을 얻어도 이 생의 유위(有爲)한 광야를 버리지 말 것을 당부한다.
하권은 보살들이 부처가 되기 위해서 닦는 40단계의 불법에 대하여 설한다. 모든 사람들은 부처가 되기 위해서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성문의 10지(地), 혼자서 불법을 깨닫는 연각의 10지, 보살의 10지와 여래의 10지를 거쳐야 한다. 이 단계들은 마치 냇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과 같이 부처의 경지로 향하게 되는데, 이 경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지이며, 모든 중생들이 구제되는 경지이다. 그러므로 이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이 불전을 믿고 배워야 한다. 이상과 같이 모든 것에 실상이 없고 분별 또한 없기 때문에 그 본성은 동일하다. 그러므로 마귀 또한 귀의하여 정진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불법에 매진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 불전이 능가왕 비비사나를 대승의 가르침 속에서 하나의 인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10권의 『능가경』과 7권의 『능가경』 제1품에서 나바나 능가왕이 설법을 청하는 경우와 동일한 형식이다. 『능가경』의 제1품이 후세에 추가된 것으로 보면, 『대승동성경』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불전이 설해진 곳 또한 마라야산으로 동일하다. 인도 신화에 의하면, 비비사나라는 능가왕과 『능가경』의 나바나는 형제 사이이며, 라마왕이 능가섬을 토벌한 후에, 비비사나를 왕이 되게 하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불전에서 비비사나를 다룬 방법으로 그 형제인 나바나를 『능가경』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대승에서 인도 문학의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알 수 있게 하는 좋은 자료이다. 하권의 보살 10지는 화엄의 10지가 성립된 이후의 것이다. 또한 성문과 연각에 각각 10지가 있다는 점은 매우 특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