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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화수경(佛說華手經)

1. 개요
부처님께서는 이 경의 맨 끝의 「촉루품(囑累品)」에서 이 경의 이름을 『화수경』 이외에 “섭제선근ㆍ복덕소의(福德所依)ㆍ안위제보살심(安慰諸菩薩心)ㆍ보살소문(菩薩所聞)ㆍ단일체중생의(斷一切衆生疑)”라 부르라고 부촉하셨고, 또 다른 품에서는 “단중생의령중환희보살장경(斷衆生疑令衆歡喜菩薩藏經)”이라고 말씀하셨다.
『대장집기(大藏集記)』 제2에는 『화수경(華首經)』 10권인데, “섭제선근경(攝諸善根經)이라고도 부른다”라고 하였다.
2. 성립과 한역
『수법경중경목록(隋法經衆經目錄)』에 『화수경(華首經)』 10권으로, 후진 홍시(後秦弘始) 연간에 사문(沙門) 구마라집(鳩摩羅什)이 장안(長安)에서 번역하였다고 되어 있고, 『개원석경록(開元釋經錄)』 제4에 『화수경』 13권, 혹은 『화수(華首)』라 하고, 또는 제선근경(諸善根經)ㆍ섭제복덕경(攝諸福德經)이라 이름하여 혹 10권ㆍ11권ㆍ12권으로서 홍시 8년에 번역하였다고 되어 있다.
『대당내전록(大唐內典錄)』 제6과 제9에는 『화수경』 10권을 후진 홍시 연간에 나집이 상안(常安)에서 번역하였다고 되어 있고, 『지원법보감총록(至元法寶勘總錄)』제3에 『화수경』 13권, 또는 섭제선근경이라고도 이름하였는데, 혹 12권, 11권, 135품으로서 요진(姚秦) 삼장(三藏) 구마라집이 번역하였다고 되어 있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알려진 주석서는 없으며, 이역본 또한 전하지 않는다.
4. 구성과 내용
이 경은 전체 10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경의 내용을 보면 부처님께서 큰 비구, 여러 큰 보살들과 여름 안거(安居)를 마치고 나자, 삼천대천세계의 8부(部)가 구름처럼 모이고 아울러 다른 곳의 여러 부처님 회상에서, 일생보처(一生補處)의 보살대중이 각각 꽃을 가지고 와서 석존(釋尊)께 공양을 올렸는데, 부처님께서는 이 “단중생의령중환희보살장경(斷衆生疑令衆歡喜菩薩藏經)”을 설하고 계셨다.
석존께서는 온갖 중생의 깊은 마음을 아시어 법의 바다[法海]에 들게 하시고 여러 보살의 행(行)과 부처님의 나라를 청정하게 하시고 중생을 교화하는 일을 설하시어 바라밀문(波羅蜜門)을 성취하게 하셨는데, 가지가지 인연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열 권 가운데서 앞의 다섯 권은 다른 세계의 보처보살(補處菩薩)이 와서 모이는 광경을 자세히 기록하여 그 말하신 모양의 위곡(委曲)함이 『대반야경(大般若經)』과 자못 비슷한 것이 적지 않다. 뒤의 다섯 권에서는 모든 보살행(菩薩行)의 여러 가지 모양을 6바라밀문(波羅蜜)으로부터 시작하여 온갖 것이 모두 공[一切皆空]이라는 이치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설명하고 있다.
마치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성립의 전제(前提)를 만든 것같이 생각되는 내용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나 용수보살(龍樹菩薩)같은 이는 그가 엮은 대론(大論)가운데서 “『반야(般若)』는 『화수경』ㆍ 『법화경(法華經)』 등의 여러 가지 경전 가운데서 가장 큰 것이 된다」고 말하여 이 『화수경』을 『반야』ㆍ『법화』 두 경과 비교해 보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천태대사(天台大師)같은 이는 얼마나 이 경을 소중히 여기고 받들어 모셨던지 그가 지은 선가 전적(禪家典籍)에서 이 『화수경』을 인용한 데가 많이 있다.
『화수경』 후편 다섯 권의 내용을 좀 더 순서 있게 밝히면 다음과 같다.
이 다섯 권은 「구법품(求法品)」 이하 15품으로 되어 있는데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보살행의 여러 모습을 말씀하신 것으로서, 보살의 발심(發心)은 어떠하다는 것, 이 발심을 도와주면 받는 공덕이 많다는 것, 이와 반대로 보살의 발시, 초심(初心)과 전심(轉心)을 방해하고 헐어 부수[毁壞]면 무변죄(無邊罪), 곧 무량한 죄를 받는다고 갈파(喝破)하셨고, 국왕ㆍ왕자 또는 장자(長者)들이 보살의 법을 구하기 위하여 부처님이나 스님들에게 사사공양(四事供養)을 올리거나, 자신이 또는 남을 권하여 출가하게 하면 그 공덕이 한량이 없다고 찬양하셨다.
이런 법문은 대승 법문이므로 쉬운 듯하되 실상은 어려운 말씀이 많은데, 이런 법문을 설하시는 가운데 이따금 부처님 자신, 또는 다른 보살이나 비구의 전생이야기를 엮어 넣어서 법문을 매우 부드럽고 재미있게 처리하셨다.
열 개 안팎의 설화(說話) 가운데서 「구법품」의 건덕왕(健德王), 「득념품」의 종선근왕(種善根王), 「탄교품」의 장자의 아들 이의(利意)의 낙법왕자(樂法王子), 「불퇴전품」의 방음왕의 법행태자(法行太子), 「위법품」의 낙선장자(樂善長者) 등 6명은 모두 석존 자신의 전신(前身)이었다고 밝히시고, 이 동안의 설법 가운데서 주로 견의(堅意)보살과 문답을 많이 하셨는데, 두세 군데에서 과거세에 견의보살은 자기의 아들이었다고 말씀하셨다.
또 이상한 것 하나는, 세 사람의 이름이 똑 같이 찬택(撰擇)으로서 부처님 회상에서 법문을 들었는데 이야기는 각각 다르다.
한 사람은 거지로서 부처님께서 보살의 발심공덕을 칭찬하심을 듣고 즉석에서 보리심을 발하였는데 석존께서는 이 걸인은 미륵불(彌勒佛) 회상을 거쳐 현겁(賢劫)의 천불을 뵙고 나서, 성불하여 집견실불(集堅實佛)이 된다는 수기를 받았고, 또 한 사람은 7세 동자(童子)로서 이 회상에서 부처님께 출가하겠다고 여쭙고 역시 부처님으로부터 이 앞으로 한량없는 아승지겁을 지나서 대지찬택불(大智撰擇佛)로서 성불한다는 수기를 받았다.
맨 끝의 사람은 거사(居士)인데 부처님께서 욕심의 갈무리[欲藏]는 눈물ㆍ콧물ㆍ피ㆍ고름ㆍ오줌ㆍ똥에 의지하여 있다는 법문을 하시자 거사는 자기 집에 있는 아내 묘색(妙色)의 그 연연하고 아리따운 자태에 애착한지라 부처님께 여쭙기를 “탐욕의 마음은 똥ㆍ오줌에서 일어납니다. 제 아내는 단정하고 얌전하여 아무 냄새도 안 납니다.”라고 하였더니 부처님께서는 거사에게서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떼어버리게 하시고자 곧 여자 하나를 화작(化作)하여 그의 아내와 똑같이 만들어서 그에게 보내어 그의 옷 위에 대변을 누게 하여 회중에서 쫓겨나게 하셨다가 끝내 출가시켜 비구를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