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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굴마라경(央掘魔羅經)

1. 개요
이 경전은 많은 죄를 지은 앙굴마라가 부처님에게 조복(調伏)하여 선지식(善知識)이 되어서 부처님으로부터 장차 부처가 될 것이라는 수기(授記)를 받는 과정을 설한다. 경의 첫 부분은 부처님이 윤리적인 생활의 필요성을 게송(偈頌)으로 설하고 있으며, 마지막 부분은 여래의 공덕을 쌓는 일이야말로 보람 있는 일임을 중생들에게 명시하고 있다. 청정(淸淨)한 행(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고 있는 경전이다.
2. 성립과 한역
유송(劉宋)시대에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 Guṇabhadra)가 435년에서 443년 사이에 번역하였다. 줄여서 『앙굴경』이라고 한다. 가류다가(迦留陀伽, Kālodaka)가 392년에 번역하였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이 이야기를 주제로 한 한역 경전은 대략 여섯 가지가 있다. 『잡아함경(雜阿含經)』,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 실린 것과 축법호(竺法護)의 『앙굴마경(央掘魔經)』과 법거(法炬) 의 『앙굴계경(佛說鴦掘髻經)』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의 번역본인 『앙굴마라경(央掘魔羅經)』이다. 앞의 다섯은 사실적(史實的)인 표현과 윤리성의 강조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구나발타라 한역본은 그것을 토대로 하여 여래장(如來藏)사상으로까지 현양(顯揚)시킨 대승경전(大乘經典)이다.
이역본으로 『앙굴계경(佛說鴦掘髻經)』ㆍ『앙굴마경(佛說鴦掘摩經)』이 있다.
4. 구성과 내용
이 경전은 전체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 : 부처님이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있을 때였다. 사위성 북쪽에 있는 살나라는 마을에 발다라라는 가난한 브라만 여인이 있었는데, 그 여인은 일체세간현(一切世間現)이라는 이름의 아들을 두었다. 일체세간현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열두 살이 되었는데 용모가 준수하고 총명하였으며 변재가 뛰어났다. 그의 브라만 스승의 이름은 마니발다라라고 하며 파라가사라는 마을에 살았다. 일체세간현이 스승의 집을 찾아 베다의 법을 배우던 어느 날, 스승은 왕의 초청을 받아 일체세간현을 남겨 두고 집을 나섰다. 남편이 없는 틈을 타서 젊고 아름다운 스승의 부인이 일체세간현을 유혹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그에게 자신을 유혹하려 했다는 누명을 씌워 남편에게 알렸다. 스승은 일체세간현에게 악한 짓을 했으므로 천 명의 사람을 죽여 손가락을 잘라 머리에 달고 오면 죄를 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시하였다. 그는 스승의 지시대로 사람을 죽였으므로 앙굴마라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그가 죽인 사람이 천 명에서 한 명이 부족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을 걱정하여 음식을 가지고 온 어머니를 보고 앙굴마라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여 천 명을 채우려고 칼을 빼어 들었다. 그때 부처님은 일체지(一切智)로 이 사실을 알고 앙굴마라에게 갔다. 부처님을 본 앙굴마라가 부처님을 죽이려고 달려갔으나 부처님을 따라잡지 못하자, 그는 부처님에게 제발 자신에게 한 손가락을 바치라고 애원하였다. 부처님이 그에게 나쁜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죽이려 한다고 꾸짖고 자신을 낳아 길러 준 어머니의 은혜는 세상에서 가장 갚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하자, 앙굴마라는 부끄러운 마음에 통곡하며 부처님의 허락을 구해 출가하였다. 이 광경을 본 제석(帝釋)이 앙굴마라에게 천의(天衣)를 주며 법복(法服)을 만들라고 하자, 앙굴마라는 제석을 모기와 같은 작은 벌레라고 힐난하며 신심이 없는 보시는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제2권 : 앞의 내용에 이어서 범천왕(梵天王), 4천왕(天王), 마혜수라, 부처님이 기대고 있던 나무의 귀신, 사리불, 목건련, 아난, 나후라, 아나율, 타사, 만원자(滿願子), 손다라난다, 우파리 등이 차례로 앙굴마라에게 그가 귀의한 것을 찬탄하고 가르침을 베풀지만, 앙굴마라는 그들의 가르침이 모기 같다고 하며 오히려 그들을 가르친다. 그리고 문수사리(文殊師利)가 앙굴마라를 보고 기쁜 마음으로 그에게 공(空)을 닦을 것을 권하자, 앙굴마라는 문수가 항상 공만을 닦아서 공이 아닌 해탈의 법까지도 공하다고 하면서 모기 같은 행(行)만 닦아 진공(眞空)을 모른다고 힐난하였다. 앙굴마라가 문수에게 설하는 법을 들은 부처님은 앙굴마라에게 3귀(歸)와 동진(童眞) 정계(淨戒)를 주었다.
제3권 : 부처님이 앙굴마라에게 1학(學)에 대하여 묻자,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하나의 도(道)란 1승(乘)과 1귀의(歸依)이며 1제(諦)와 1의(依)이고 1계(界)와 1생(生)이며 하나의 모양은 여래를 말하는 것이므로 1승이라고 하고, 오직 구경승(究竟乘)뿐이므로 다른 모든 것은 방편일 뿐이라고 답한다. 앙굴마라가 답하는 것을 들은 부처님은 그에게 기수에 함께 가서 중생들을 제도할 것을 명하고, 많은 대중들과 함께 기수로 돌아와서 사자좌에 올랐다. 이때 시방의 보살들이 앙굴마라를 보고 부처님에 처소에 이르러 연꽃으로 비를 내렸다. 앙굴마라가 부처님에게 무생제(無生際)에 머문다는 것에 대하여 설법을 청하자, 부처님은 그에게 문수사리와 함께 시방의 부처 세계에 가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어떻게 제(際)에 머물면서 사바세계에 머무는가에 대하여 부처들에게 설법을 청하라고 하였다. 앙굴마라와 문수사리는 부처님이 설한 대로 시방의 부처 세계에서 그 뜻을 들었다.
제4권 : 설법을 듣고 돌아온 앙굴마라에게 부처님이 장차 정법을 받들어 지키는 일이 매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설했다. 이어서 부처님은 여래장(如來藏)의 의미를 묻는 문수사리에게, 모든 중생에게 여래장이 있으나 무량한 번뇌에 덮여 있으며, 성문의 도는 8성도(聖道)이고 보살의 도는 여래장에 있다는 뜻이므로, 여래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부지런히 계율을 지키고 범행(梵行)을 닦아야 한다고 설했다. 그때에 파사닉왕이 앙굴마라를 잡기 위하여 부처님의 처소를 찾았다. 부처님은 왕에게 앙굴마라가 이미 조복(調伏)하였으며, 그는 남방에 있는 일체보장엄(一切寶莊嚴) 세계에 있는 일체세간낙견상대정진(一切世間樂見上大精進) 여래인데 보살로서 방편을 보인 것이라고 설하고, 문수사리는 북방에 있는 상희(常喜) 세계의 환희장(歡喜藏) 마니(摩尼) 보적(寶積) 여래임을 알렸다. 이때 앙굴마라의 어머니와 마니발다라의 부인이 각자 게송으로 자신의 몸이 여래가 변한 것이라고 설하고 사라지자, 왕은 기뻐하였다. 끝으로 부처님이 그들 모두가 나의 환술이며 불가사의한 환술을 보인 것은 앙굴마라를 교화함으로써 무량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하자, 왕은 보시를 행하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천신과 용 등은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으며, 설법을 들은 대중들이 모두 보리심을 내며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