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

닫기

대지도론(大智度論)

1. 개요
이 논서는 『대품반야경』의 주석서이다. 용수(龍樹)보살이 저술하였으며, 그 해석이 여러 학설이나 사상, 전설․역사․지리․승가 등에 미칠 정도로 매우 상세하고 방대하여 백과사전적인 성격을 지닌다. 여기에 인용된 경전이나 논서도 다양하여 초기경전이나 그 논서 및 대승경전인 『법화경』․『화엄경』 등에 이르고, 바이셰쉬카 및 기타 인도의 일반 사상도 거론하고 있다. 줄여서 『대론』․『지도론』․『지론』이라고 하며, 별칭으로 『대지도경론』․『대혜도경집요(大慧度經集要)』․『마하반야바라밀경석론(摩訶般若波羅蜜經釋論)』․『마하반야석론』․『석론』이라고도 한다.
2. 성립과 한역
이 책은 일반적으로 용수보살이 지은 것으로 간주되지만, 책머리에 있는 승예(僧叡)의 서문이나 이 논서가 한역으로만 존재하는 점 등 여러 이유를 고려해볼 때 현존하는 내용 전부가 다 용수의 저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후진(後秦)시대에 구마라집(鳩摩羅什)이 402년 여름에 한역을 시작하여 406년 2월에 소요원(逍遙園)에서 완성하였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주석서와 이역본은 없다.
4. 구성과 내용
이 논서는 총 100권으로 구성되었는데, 제1권은 먼저 귀경례와 저술의 취지를 겸하여 7언(言) 4구(句)로 된 6개의 게송을 설한 다음 부처님이 반야바라밀을 설하는 20여 가지의 사연을 밝힌다. 이어서 제1권 후반부에서 제34권까지는 『대품반야경』의 제1 「초품(初品)」을 해석한다. 「초품」의 해석에서 52개의 항목을 설정하고, 연기(緣起), 총설여시아문(總說如是我聞), 바가바(婆伽婆), 주왕사성(住王舍城), 4중(衆), 부처님과 보살, 성문, 우바새(優婆塞), 우바이(優婆夷), 10유(喩), 불토원(佛土願), 방광(方廣), 시방제보살래(十方諸菩薩來), 사리불(舍利佛) 인연(因緣), 공, 반야, 열반, 계상(戒相), 찬제(羼提)바라밀, 비리야(毘梨耶)바라밀, 선(禪)바라밀, 반야바라밀, 37품(品), 3삼매, 8배사(背捨), 9상(相), 8염(念), 10상(想), 11지(智), 10력(力), 4무외(無畏), 18불공법(不共法), 대자(大慈) 대비(大悲) 등과 같이 『대품반야경』에 등장하는 중요한 문구나 불교의 기본적인 개념과 불교 철학의 기본적인 범주들을 설명한다.
제35권에서 제100권까지는 『대품반야경』의 각 품에 대한 설명으로 제2 「보응품(報應品)」에서 제90 「촉루품(囑漏品)」을 해설한 부분이다. 각 품의 해석은 단(段)을 나누어 간략히 설명한다. 「촉루품」의 마지막 해설 속에는 왜 부처님이 보살도 아닌 아난에게 『반야경』을 유포하여 보존시켰는가를 설명하는 대목이 있다. 이 논서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를 주제별로 구분하면, 부처님과 관련된 것이 40여 가지, 보살에 관한 내용이 60여 가지, 대승과 소승의 문제에 관한 것이 30여 가지, 반야와 선정(禪定)에 관한 것이 20여 가지, 열반에 관한 것이 10여 가지에 이른다. 이러한 주제는 주로 대승 보살도를 중심으로 주제가 설정된 것이다. 사상적 경향으로 볼 때, 이 논서는 세계의 실상을 공(空)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부각시켰던 『중론(中論)』이나 『십이문론(十二門論)』과는 달리, 불법에 대한 긍정적 서술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중론』이 반야 사상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반면, 이 논서는 『반야경』의 주석서이면서 그 서술의 정신은 법화경류와 같은 긍정적 불법의 요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대승의 보살 사상이나 6바라밀 등의 종교적 실천을 해명하는 데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용수 이전의 불교 학설의 요지를 알 수 있는 동시에, 대승과 소승의 상호 교류와 사상의 발달을 아는 데 극히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용수는 공성(空性)에 근거한 중도설을 『반야경』으로부터 계승하면서 더 나아가 아함과 불전, 율 등에 걸쳐 정통 불교의 참정신을 탐구하고, 한편으로 법화, 화엄, 보적, 정토 등의 입장을 소화하여 대승의 이념을 기초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