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

닫기

중론(中論)

1. 개요
이 논은 부처의 근본 교설인 연기설을 반야경의 사상에 입각해서 무자성(無自性)‧공(空) 등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귀류법(歸謬法) 등의 논법을 예리하게 구사하여 외도와 소승의 사견과 편견을 논파하는 용수(龍樹)의 중송(中頌)에 대한 청목((靑目, Pingalanetra)의 주석서이다.
2. 성립과 한역
청목(靑目)이 논의 제1품에서 전하는 바에 따르면, 부처는 각종 사견(邪見)을 끊고 불법(佛法)을 널리 알리고자 먼저 성문(聲聞)을 위한 가르침으로 12인연을 설하고, 나중에 대승을 위한 가르침으로 다시 불생(不生), 불멸(不滅), 불일(不一), 불이(不異) 등의 인연상(因緣相)을 설했는데, 불멸(佛滅) 후 500년이 되자 사람들이 대승에서 말하는 필경공(畢竟空)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과오를 일으키게 되었으므로, 용수가 그 과오를 바로 잡기 위해서 때문에 『중송』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요진(姚秦)시대 409년에 구마라집(鳩摩羅什, Kumarajiva)이 대사(大寺)에서 한역했으며, 별칭으로 『정관론(正觀論)』ㆍ『중관론(中觀論)』이라고도 한다.
별경명(別經名)은 『정관론(正觀論)』, 『중관론(中觀論)』이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청목의 『중론』 자체에 대한 주석서보다는 그 논의 모본(母本)이라 할 수 있는 용수의 『중송』의 주석서가 다수 있다. 용수 자신의 『근본중론무외소(根本中論無畏疏)』와 『십이문론』을 비롯해, 청목(靑目)의 『중론(中論)』, 무착(無着)의 『순중론의입대반야바라밀경초품법문(順中論義入大般若波羅密經初品法門)』, 안혜(安慧)의 『대승중관석론(大乘中觀釋論)』, 불호(佛護)의 『근본중소(根本中疏)』, 청변(淸辯)의 『반야등론석(般若燈論釋)』, 길장(吉藏)의 『중관론소(中觀論疏)』, 담영(曇影)의 『중론의소(中論義疏)』 등이 있다.
4. 구성과 내용
이 논은 27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445개의 송과 장항석이 들어 있다. 이 가운데 송은 용수의 저술이고, 장항석은 청목(靑目)의 저술이다.
용수의 『중송』은 중도(中道)를 주장하여 공(空)과 가(假)를 파하고 다시 중도에 집착하는 견해도 파하여 팔부중도(八不中道), 즉 무소득(無所得)의 중도를 설한다. 귀경송의 8불게에서 보듯이, 반야경전에 입각한 대승공관(大乘空觀)의 입장에서 원시불교 이래의 연기설(緣起說)에 독자적인 해석을 부여하고 이에 의해 순차적으로 각 장에 걸쳐 부파불교뿐만 아니라 인도 철학사상의 일반까지도 원리적으로 비판했다.
청목은 중송의 뜻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반론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중송에 주석을 가하고 있다. 편의를 위해 품명 뒤에 각 품에 들어 있는 송의 수를 적었다.
『중송』의 핵심사상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첫머리에 있는 귀경게이다. “불생(不生)과 불멸(不滅), 불상(不常)과 부단(不斷), 불일(不一)과 불이(不異), 불래(不來)와 불출(不出)의 인연을 능히 설하여 여러 희론(戱論)을 제거했으니, 여러 가르침 가운데 가장 뛰어난 가르침을 설하신 부처님께 머리 숙여 예배합니다.” 이 8가지의 부정은 곧 있음과 없음에 대한 부정으로 귀결되는데, 그 있음과 없음에 대한 부정은 다시 있음에 대한 부정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있음의 의미를 알면 8가지의 부정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용수의 『중송』은 『반야경』에서 설해진 바와 같은 공관(空觀)이야말로 불법(佛法)의 진정한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확고하게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상사적 의의를 가진다. 또 대승 불교에 이론적 기초를 부여한 최초의 논서로서 대승 불교의 사상에 깊은 영향을 끼쳤는데, 중관 학파는 용수의 『중송』을 중심으로 하여 발생하여 유식 학파와 함께 인도 대승불교의 양대 학파를 형성하였다.
이 논과 더불어 『백론(百論)』ㆍ『십이문론(十二門論)』이 한역됨으로써, 중국에서는 그 3가지 논을 소의로 하는 삼론종(三論宗)이 발생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