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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식론(顯識論)

1. 개요
이 논은 식의 연기를 주제로 하여 3계(界)가 오직 식뿐이라는 것을 설한다. 별칭으로 『현식품(顯識品)』이라고도 한다.
2. 성립과 한역
중국 진(陳)나라 때 진제(眞諦, Paramārtha)가 557년에서 569년 사이에 한역하였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주석서와 이역본은 없다.
4. 구성과 내용
총 1권으로 구성된 이 논은 식의 연기를 주제로 하여 3계(界)가 오직 식뿐이라는 것을 설한다. 『개원록(開元錄)』에 따르면, 이 논서의 내제(內題)는 「현식품(顯識品)」이고, 『무상론(無相論)』에 나오며, 진제(眞諦)의 번역이라고 한다. 원래 『무상론』이라는 논서의 한 품이던 것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독립해 하나의 논서로 취급된 것으로 추정하지만, 『무상론』이 어떤 논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3무성론(三無性論)』, 『전식론(轉識論)』 등도 『무상론』에서 나왔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 두 논과 함께 『무상론』의 일부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식삼십송』의 이역인 『전식론』, 『현양성교론(顯揚聖敎論)』「성무성품(成無性品)」 석문(釋文)의 이역인 『3무성론(無性論)』과 마찬가지로 이 논서도 세친의 저술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 논은 본문, 총석(總釋), 축자석(逐字釋)의 세 부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첫째, 본문의 취지는 “현식이 분별을 일으키고, 분별은 훈습을 일으키고, 훈습은 현식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생사의 윤회가 있다.”라는 게송에 잘 드러난다. 현식이란 본식(本識), 즉 아리야식(阿梨耶識)의 다른 이름으로 과보식(果報識), 종자식(種子識), 9종식이라고도 한다. 이는 모든 것을 드러내는 식 혹은 일체의 것이 드러나 있는 식이라는 의미이다. 분별은 분별식으로 의식(意識)을 가리킨다. 훈습이란 이 두 식 사이에 행해지는 것으로 본식이 분별식을 일으키는 것을 “자가 현행을 일으킨다.”라고 하며, 분별이 훈습을 일으키는 것을 “현행이 종자를 훈습한다.”라고 한다. 또 훈습된 것은 곧 습기이고, 종자라고 부를 수 있기 때문에, 훈습이 현식을 일으키는 것은 “종자가 종자를 만드는 것”에 해당한다. 이처럼 이 한 게송은 아리야식 연기의 강요를 보여 준다. 이러한 일체는 생사의 윤회이다. 그런데 훈습에는 염(染)과 정(淨)이라는 두 가지 방면이 있다. 즉 염오청정분(染汚淸淨分)의 의타성이 염오분으로서만 나타나는 경우가 생사의 윤회이고, 이와 반대로 청정분으로만 나타나는 경우가 전의(轉依)로서 전자는 분별성(分別性), 후자는 진실성(眞實性)이다. 둘째 총석 부분은 9종의 현식, 2종의 분별심, 훈습의 네 가지 방편, 즉 4선근 등을 설한다. 셋째 축자석 부분은 “일체의 3계에 오직 식만이 있을 뿐”이라는 의의를 설명하고 2종의 식, 2종의 훈습을 축자적으로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