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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식론(成唯識論)

1. 개요
호법(護法) 등 십대논사들이 세친(世親)의 『유식삼십송(唯識三十頌』을 각각 주석한 것을, 현장이 호법의 학설을 중심으로 합유(合糅)한 논서이다.
2. 성립과 한역
659년에 현장(玄奘)에 의해 한역되었다.
3. 주석서 및 이역본
주석서는 중국과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있다. 각각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중국에서 만들어진 주석서
아래의 『성유식론』 주석서는 대부분 현존한다.
(1) 당대唐代
① 기基:『성유식론술기成唯識論述記』 20권, 『성유식론장중추요成唯識論掌中樞要』 4권, 『성유식론요간成唯識論料簡』 2권, 『성유식론별초成唯識論別抄』 10권(內四卷 存)
② 혜소慧沼:『성유식론요의등成唯識論了義燈』 13권
③ 지주智周:『성유식론연비成唯識論演秘』 14권
④ 의충義忠:『성유식론초成唯識論抄』 30권(失), 『성유식론찬요成唯識論纂要』 (失)
⑤ 도읍都邑:『성유식론의온成唯識論義蘊』 5권
⑥ 여리如理:『성유식론소의연成唯識論疏義演』 13권(현재 26권으로 流行)
⑦ 숭준崇峻:『성유식론의익成唯識論義翼』 7권(失)
⑧ 영태靈泰:『성유식론소초成唯識論疏抄』 18권
(2) 명대明代
① 명욱明昱:『성유식론속전成唯識論俗詮』 10권
② 통윤通潤:『성유식론집해成唯識論集解』 10권
③ 왕긍당王肯堂:『성유식론증의成唯識論證義』 10권
④ 광승廣承:『성유식론음의成唯識論音義』 10권
⑤ 대진大眞:『성유식론합향成唯識論合響』 10권
⑥ 대혜大惠:『성유식론자고成唯識論自攷』 10권
⑦ 지욱智旭:『성유식론관심법요成唯識論觀心法要』10권
(3) 청대淸代
① 지소智素:『성유식론음향보유과成唯識論音響補遺科』 2권, 『성유식론음향보유成唯識論音響補遺』 10권
2) 신라승新羅僧에 의한 주석서
현존자료에 의하면 한국에서 『성유식론』에 대한 연구는 거의 신라승新羅僧에 의해 행해졌다. 하지만 그 저술은 대부분 전해지지 않는다.
① 원측圓測:『성유식론소成唯識論疏』 20권, 『성유식론소成唯識論疏』3권
② 도증道證:『성유식론요집成唯識論要集』 14권, 『성유식론강요成唯識論綱要』 13권
③ 승장僧莊:『성유식론결成唯識論決』 3권
④ 신방神昉:『성유식론요집成唯識論要集』 12권
⑤ 원효元曉:『성유식론종요成唯識論宗要』 1권
⑥ 경흥憬興:『성유식론기成唯識論記』 2권, 『성유식론량成唯識論量』 25권
⑦ 태현太賢:『성유식론학기成唯識論學記』 10권 혹은 5권(存)
⑧ 의적義寂:『성유식론미상결成唯識論未詳決』 3권
⑨ 순경順璟:『성유식론요간成唯識論料簡』 1권
4. 구성과 내용
30송 중에서 처음의 24송은 유식의 양상(唯識相)을 밝히고, 다음의 1송은 유식의 성품(唯識性)을, 뒷부분의 5송은 유식교의에서의 수행단계(唯識位)를 밝힌다. 호법과 안혜 등 십대논사들이 세친의 『유식삼십송(唯識三十頌)』을 주석할 때에, 삼십송의 앞부분에 귀경송(歸敬頌)을, 뒷부분에 회향송(廻向頌)을 첨가하여 10권으로 만들었다.
1) 머리말[宗前敬敍分]: 제1권
안혜와 호법 등 십대논사들이 『유식삼십송(唯識三十頌)』을 주석하기에 앞서 먼저 삼보(三寶)에 지극한 예를 올린다. 이후 『성유식론(成唯識論)』을 저술하는 취지를 밝힌다.
2) 능변식의 양상을 간략히 나타냄[略標識相]: 제1권~제2권
외도와 소승의 질문 즉 “유식무경(唯識無境)이라면 어째서 세간과 성스러운 가르침은 자아와 법이 있다고 말하는가”에 대하여 답변하면서 그들의 잘못된 견해를 논파한다. 즉 세간에서는 허망된 생각[妄情]에 따라 자아와 법이 있다고 말하고 성스러운 가르침에서는 시설(施設)이나 견분과 상분의 자체[體]에 의지해서 자아와 법을 가설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아실법(實我實法)이 있어야 가아가법(假我假法)이 성립되는 것인데, 만약 실아실법이 없다면 가아가법은 무엇에 의지하여 성립되는가”라는 비판적인 질문에 대하여, 그것은 식이 전변된 것[識所變], 즉 식의 자체분이 변현된 견분과 상분을 의지처로 하여 가정적으로 건립된 것임을 밝힌다.
이러한 논의를 위해 당시 외도와 소승의 견해를 아래와 같이 분류한다.
① 자아는 그 본체가 상주하고 널리 두루하며 크기가 허공과 같다고 집착함-수론학파(數論學派)나 승론학파(勝論學派) 등.
② 자아는 그 본체가 상주하지만 크기는 일정하지 않다고 집착함-무참외도(無慙外道)인 파쿠다 캇차야나와 니간타 나타풋타.
③ 자아는 본체가 상주하고 지극히 미세해서 하나의 극미(極微)와 같다고 집착함-수주(獸主)나 변출(遍出) 등의 외도.
④ 오온인 자아[卽蘊我]-범부들의 일반적인 견해.
⑤ 오온이 아닌 자아[離蘊我]-수론, 승론 등의 외도들.
⑥ 오온도 오온이 아닌 것도 아닌 자아[非卽非離蘊]-소승의 독자부나 경량부.
이후에 선천적으로 일어나는 아집[俱生起我執]과 후천적으로 분별에 의해 생겨나는 아집[分別起我執]을 복단(伏斷)하는 지위를 밝힌다.
다음은 실체의 법[實法]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열세 종류의 외도들의 법집(法執)을 논파한다. 곧 수론(數論)에서의 스물다섯 가지 원리[二十五諦], 승론(勝論)의 여섯 가지 범주[六句義]를 비롯해서 대자재천을 섬기는 외도 그리고 대범천왕의 시간, 장소, 본제(本際), 자연, 허공, 자아 등이 상주하는 실유(實有)가 만물의 제1원인이라고 집착하는 외도들, 두 부류의 성론(聲論), 순세외도와 승론에서의 극미설의 내용 등을 서술하고 각각 그 주장들의 모순점을 지적하여 논파한다.
소승의 법집을 논파함에 있어서 먼저 색법으로서 장애가 있는 색법[有對色], 장애가 없는 색법[無對色], 표색(表色)과 무표색(無表色)의 비실재성을 논증한다. 그리고 소승의 외경실재론자들이 물질적인 대상은 궁극적인 실체인 극미의 집합으로 이루어진다는 주장을 논파한다.
다음에 불상응행법을 논파하는데, 득(得)과 비득(非得), 명근(命根), 무상정(無想定)과 멸진정(滅盡定), 무상이숙(無想異熟), 유위법의 사상(四相:生,住,異,滅), 명칭[名身], 문구[句身], 글자[文身] 등의 비실재성을 하나하나 논증한다. 또한 설일체유부 등에서 색심(色心)을 떠나서 별도로 무위법의 실체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논파한다.
외도와 소승에서 실유(實有)라고 주장하는 색법, 불상응행법, 무위법은 소취(所取)일 뿐 실체가 아니며, 심왕과 심소법도 역시 능취(能取) 일 뿐 실체가 아님을 밝힌다. 그리고 선천적으로 일어나는 법집과 후천적으로 분별에 의해 생겨나는 법집을 복단(伏斷)하는 지위를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실아실법(實我實法)이 없다면 사아사법(似我似法)도 없어야 한다는 비판에 대하여, 가법(假法)의 근거는 실법(實法)이 아님을 논증하고 바로 식이 전변된 것임을 밝힌다.
3) 초능변식의 양상을 해설함: 제2권~제4권
『유식삼십송』의 제2, 3, 4게송의 뜻을 『성유식론』 제2, 3, 4권에 걸쳐서 설명한다. 이 설명은 팔단십의문(八段十義門)으로 나누어 기술되고 있다. 각 부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자상문(自相門):제8식은 능장(能藏:持種義), 소장(所藏:受熏處), 집장(執藏:我愛所執義)의 세 가지 뜻을 갖추고 있으므로 그것을 아뢰야식이라고 부른다.
(2) 과상문(果相門):과보로서의 체상을 밝힌 것이다. 제8식은 유정이 전생에 지은 선악업의 과보를 받은 총보(總報)의 주체이다.
(3) 인상문:원인으로서의 체상을 밝힌 것이다. 제8식에 유위, 무위, 유루, 무루, 색법과 심법 등 모든 법을 현행시키는 원인이 되는 종자(種子)를 지니고 있다.
(4) 소연문(所緣門):인식대상은 집수(執受) 즉 종자와 신체[有根身] 그리고 자연계[處]이다.
(5) 행상문(行相門):인식활동[行相] 미세하며 그것은 현량(現量)이다. 이 식이 종자와 신체를 유지하는 작용은, 사실 그것들을 인식대상으로 하여 끊임없이 요별함으로써 가능하다. 이 부문에서 사분설(四分說)이 언급된다.
(6) 상응문(相應門):51심소 중에서 촉(觸), 작의(作意), 수(受), 상(想), 사(思)의 오편행심소(五遍行心所)와 상응한다.
(7) 수구문(受俱門):제8식은 오수(五受) 중에서 오직 사수(捨受)와 상응한다. 그것은 인식작용이 그다지 명료하지 않고, 대상에 대하여 거슬림[違]과 수순[順]의 모습을 분별할 수 없으며, 미세하고 한 종류(이숙무기성)로서 상속하면서 전전하기 때문이다.
(8) 삼성문(三性門):이숙성(異熟性)이므로 그 성품이 무부무기성(無覆無記性)이다. 또한 이 식과 상응하는 촉 등 오변행심소도 역시 무부무기성이다.
(9) 인과비유문(因果譬喩門):아득한 옛적부터 한 종류(무부무기)로 상속하여 중단됨이 없다. 항상 인과법에 의해 유전(流轉)하는 것이 폭포수와 같다.
(10) 복단위차문(伏斷位次門):번뇌장의 종자를 영원히 끊은 아라한위(삼승의 無學果位)에서 아뢰야식이라는 명칭을 궁극적으로 버린다.
다음에 교증(敎證)과 이증(理證)으로써 제8식의 존재를 증명한다. 먼저 오교증(五敎證)으로서 『대승아비달마경』, 『해심밀경』, 『입능가경』, 『아함경』 등의 5게송을 인용한다. 다음에 제8식의 존재를 열 가지 바른 논리[十理證]로써 논증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지종증(持種證):종자를 집지(執持)하는 것은 오직 제8식뿐임을 논증한다.
(2) 이숙심증(異熟心證):경전에서 말씀하는 이숙심은 곧 제8식임을 논증한다.
(3) 취생증(趣生證):유정이 오취(五趣)와 사생(四生)에서 윤회하는 것은 제8식이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4) 능집수증(能執受證):신체는 집수(執受)되는 것이고, 제8식은 집수하는 것[能執受]이다. 6전식(轉識)에는 집수의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 만약 제8식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경전에서 신체에 집수가 있다고 말씀하겠는가라고 논증한다.
(5) 수난식증(壽煖識證):경전에서 수명[壽], 체온[煖], 식(識)이 서로 의지함으로써 유정이 상속하면서 머문다고 말씀한다. 여기서 말하는 식(識)이 제8식이 아니라면, 어떤 식이 능히 수명과 체온을 지녀서 생활할 수 있게 하겠는가라고 논증한다.
(6) 생사증(生死證):경전에서 유정이 태어나고 죽을 때는 반드시 산위(散位)와 유심위(有心位)에 머문다고 말씀하는데, 이때의 마음이란 곧 제8식이어야 한다.
(7) 식명색호위연증(識名色互爲緣證):경전에서 명색(名色)과 식(識)의 두 법이 서로 의지해서 불리(不離)한다고 말씀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식이란 곧 제8식이다.
(8) 사식증(四食證):유정의 신명(身命)을 유지시키는 사식(四食) 중에서 식식(識食)의 뜻이 가장 뛰어나다. 그것은 단절되지 않고 삼성(三性)이 바뀌지 않으며 항상 현기(現起)하는 식이어야 하므로 6식 이외에 제8식이 존재한다.
(9) 멸정증(滅定證):멸진정 중에서 수명이 끊어지지 않고 체온이 없어지지 않으며, 출정(出定) 후에도 6식의 작용을 계속하게 하는 것은 그 근본이 되는 제8식이 있기 때문이다.
(10) 염정증(染淨證):경전에서 마음이 오염되거나 청정함으로써 유정이 오염되거나 청정하다고 설하는데, 만약 제8식이 없다면 그 잡염과 청정한 마음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4) 제2능변식의 양상을 해설함: 제4권~제5권
제2 능변식은 말나식(末那識), 사량식(思量識), 제7식 등으로 일컬어진다. 이 식에 관하여 『유식삼십송』의 제5, 6, 7 게송에서 설해진다. 『성유식론』은 그 뜻을 제4, 5권에 걸쳐 팔단십의문(八段十義門)으로 설명한다. 팔단문(八段門)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1) 팔단십의문(八段十義門):이 식은 항상 살피고 사량함[恒審思量]이 다른 식보다 강하므로 특히 말나(末那, manas)식이라고 이름한다. 또한 제6 의식(mano-vijñāna)과 구분하여 말나식, 제7식 또는 다만 의(意)라고 부른다.
(2) 소의문(所依門):제8식을 의지처로 한다.
(3) 소연문(所緣門):제8식의 견분을 인식대상으로 한다.
(4) 체성행상문(體性行相門):식체(識體)는 형체가 없어 알기 어려우므로 식의 작용을 들어서 그 자체[體]를 나타낸다. 제7식은 사량함을 체성과 행상으로 한다. 즉 제8식의 견분을 인식대상으로 해서 그것을 상일주재(常一主宰)하는 실체의 자아[實我]라고 항상 심세(審細)하게 사량집착한다.
(5) 심소상응문(心所相應門):말나식은 아치(我痴), 아견(我見), 아만(我慢), 아애(我愛)의 네 가지 번뇌와 항상 함께 한다. 이 식의 상응심소는 오변행심소, 네 가지 번뇌심소, 여덟 가지 대수번뇌심소, 별경심소 중의 혜(慧) 등 열 가지이다.
(6) 삼성분별문(三性分別門):유부무기성(有覆無記性)이다. 이 식은 항상 아법(我法)을 집착하여 자심(自心)을 은폐하고 무루 성도(聖道)를 장애하기 때문에 유부(有覆)이다. 또한 이 식의 작용이 미세하기 때문에 염오이긴 하지만 악성(惡性)은 아니고 무기성이다.
(7) 계계분별문(界繫分別門):삼계(三界)의 태어나는 곳에 따라 모두 계박된다.
(8) 기멸분위문(起滅分位門):아라한, 멸진정, 출세도에 이르기 이전까지는 이 식이 항상 존속하고, 이 삼위(三位)에 이르면 말나식이 현행하지 않는다.
다음에 제7식의 존재를 경전[敎證]과 바른 논리[理證]로써 증명한다. 먼저 『입능가경』과 『해탈경』의 게송에 의해 증명하는 이교증(二敎證)이 있다.
(1) 불공무명증(不共無明證):만약 제7식이 없다면, 경전에서 불공무명의 항행(恒行)과 불공성(不共性)을 말씀하는 내용이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고 논증한다.
(2) 6식의 이연증[六二緣證]:6식은 반드시 감각기관과 외부대상의 두 가지를 연(緣)으로 하여 인식작용을 일으킨다. 따라서 제6 의식도 인식작용을 일으키려면 그 소의근(所依根)이 될 제 7식이 있어야 한다.
(3) 의명증(意名證):만약 제7식이 없다면, 제6식의 의지처[所依]인 의근이 없게 되므로 의식이라는 명칭도 건립할 수 없다.
(4) 이정차별증(二定差別證):만약 제7식이 없다면, 무상정(無想定)과 멸진정(滅盡定)의 차별이 없을 것이다.
(5) 무상유염증(無想有染證):만약 제7식이 없다면, 무상천에 태어난 유정에게 염오심의 아집이 없을 것이다.
(6) 아불성증(我不成證):만약 제7식이 없다면, 유정이 선ㆍ악ㆍ무기심인 때에 항상 아집을 띠는 일이 없어야 한다.
5) 제3능변식의 양상을 해설함: 제5권~제7권
『유식삼십송』의 제8게송에서 제16게송에 이르는 내용을 칠단구의문(七段九義門)으로 설명한다. 칠단문(七段門)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1) 칠단구의문(七段九義門):제3능변식의 여섯 가지 종류인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 등 요별경식의 종류와 명칭의 근거를 밝힌다.
(2) 자성행상문(自性行相門):여섯 감각기관에 의지하여 각각의 대상을 요별하는 것[了境]을 자성과 행상으로 한다.
(3) 삼성분별문(三性分別門):초능변식과 제2 능변식은 심왕(心王)과 심소(心所)가 성품이 같으나, 6식의 경우 심왕은 삼성(三性)에 통하고 상응심소는 그 삼성이 따로 정해진다. 선심소와 상응할 때는 선성(善性)이고, 번뇌심소와 상응할 때는 악성(惡性)이며, 선도 악도 아닌 심소와 상응할 때는 무기성이므로 삼성에 통한다.
(4) 상응수구문(相應受俱門):의식에는 모든 심소가 상응할 수 있으며, 이때 동시상응은 아니다. 5식에는 변행의 5심소, 요별경의 5심소, 선의 11심소, 번뇌심소 중에서 탐(貪), 진(瞋), 치(痴), 수번뇌심소 가운데 무참(無慙), 무괴(無愧) 및 도거(掉擧) 등의 8대 수번뇌심소가 상응하는데, 동시에 상응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 삼수[苦, 樂, 捨受]와 상응한다. 또한 이 부문에서 51심소 각각의 체성[性用]과 업[業用]을 판별한다.
(5) 소의문(所依門):제8식을 의지처[所依]로 한다. 즉 6식은 모두 제8 근본식에 있는 각자의 종지를 인연의(因緣依)로 하고, 제8 현행식을 증상연의(增上緣依) 중 공의(共依)로 인해서 일어난다.
(6) 구불구전문(俱不俱轉門):6식이 현행할 때 6식이 동시에 함께 일어날[俱起]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가 있다. 제6식은 5식의 전부나 혹은 몇 가지가 생기(生起)할 때에 함께 일어난다. 5식이 일어나려면, 인연의(因緣依), 증상연의(增上緣依), 등무간연의(等無間緣依)의 의지처[所依]와 갖가지 연(緣)이 화합해야 비로소 가능하다. 마치 파도(5식)가 물(근본식)에 의지해서 바람[衆緣]에 따라 일어남이 일정하지 않은 것과 같다.
(7) 기멸분위문(起滅分位門):제 6의식은 오위무심(五位無心:無想天, 無想定, 滅盡定, 睡眼, 기절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현행한다.
6) 식전변(識轉變)의 의미를 밝힘[正辨唯識]: 제7권~제8권
유식무경(唯識無境)으로서 실아실법(實我實法)이 아니라 가아가법(假我假法)인 이유를 설명한다. 삼능변의 8식과 그 상응심소의 자체분에서, 인식주관[能緣]의 작용을 하는 견분(見分)과 인식대상[所緣]의 작용을 하는 상분(相分)을 변현한다. 집착된 실아실법(實我實法)은 식이 전변된 의타기성의 이분(二分) 위에서 가립된 것으로서 이분을 떠나서 따로 그 자체[體]가 없다. 따라서 식이 전변된 유위법이나 식자체성(識自體性)인 무위법이나 가립법(假立法)인 불상응행법이 모두 식(識)을 떠나서 독립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일체유식(一切唯識)이라고 한다.
7) 유식무경설이 바른 논리에 위배된다는 비판에 대하여 해설함: 제7권~제8권
심법과 심소법은 반드시 그 인식대상에 의지해서 일어나는데, 과연 내심(內心)만 있고 외경(外境)이 없다면 심, 심소법이 무엇으로 인해서 일어날 수 있겠는가라는 비판에 대하여 답한다. 제8식 중의 일체유위법 각자의 현행을 일으킬 수 있는 종자를 인(因)으로 하고 현행(現行)을 연(緣)으로 해서 분별을 일으킴을 밝힌다.
다음에 외부대상이 있어야만 유정이 이것을 반연하여 탐욕, 성냄 등의 번뇌를 일으키고 갖가지 업을 지어 생사生死에 상속하게 되는데, 과연 내심(內心)만 있고 외경이 없다면 무엇을 의지해서 유정이 생사에 상속할 수 있겠는가라는 비판에 대하여 답하기를, 그것은 여러 업습기와 이취습기(二取習氣)에 의한 것임을 밝힌다.
8) 삼자성(三自性)과 삼무자성(三無自性): 제8권~제9권
먼저 오직 식(識) 뿐이고 외부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의타기법의 한 가지 자성만 있는 것으로 되어서 세 가지 자성이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므로, 『해심밀경』에서 삼자성(三自性)이 있다고 말씀한 것에 위배된다는 비판에 대하여 답변한다. 즉 경전에 삼자성이 있다고 말씀한 것은, 식(識)을 떠나지 아니하고 삼자성을 말한 것이므로 외부대상이 없어도 삼자성은 성립한다고 밝힌다.
다음에 식을 떠나지 아니하고 삼자성이 있다면, 어째서 세존께서 반야경 등에서 일체법이 모두 자성이 없다고 하여 제법개공설(諸法皆空說)을 세우셨는가라는 비판에 글한 답변으로서, 삼무자성은 삼자성에 의거해서 안립한 것임을 밝힌다. 삼자성과 삼무자성에 대하여 간략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1)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은 가상(假想)된 존재형태, 즉 사유에 의해 마음밖에 추상화(抽象化)된 존재물이다. 두루 분별하여 착각하며 집착하는 것을 주체면에서 능변계(能遍計:제6식, 제7식), 대상면에서 소변계(所遍計)로 나눈다. 경험세계의 사물은 허공의 꽃[空華]처럼 실재성이 없는데도 허망분별[識]에 의해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며, 개념이나 언어로써 파악되고 집착된다. 이거한 변계소집자성에는 자상(自相)이 없으므로 상무자성(相無自性)이다.
(2) 의타기성(依他起性)은 인연소생법(因緣所生法)으로서 유식학적으로 말하면 아뢰야식을 기반으로 하는 여덟 가지 식을 말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지각, 판단, 사유하는 모든 인식작용이 의타기성의 세계이다. 의타기성의 존재성 부정은 생무자성(生無自性)이다. 현재의 심식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업의 습기와 현재의 여러 가지 연(緣)의 세력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3) 원성실성(圓成實性)은 궁극적인 진실, 곧 완성된 진여이다. 변계소집성의 집착을 떠나서 물자체(物自體)를 여실히 직관하는 각자(覺者)의 생활이 원성실성의 세계이다. 그것은 존재적인 측면에서 진여이고, 인식적으로는 무분별지혜이다. 모든 존재 가운데 최고의 가치를 갖는 승의(勝義)이며 무자성이므로 승의무성(勝義無性)이라고 한다.
9) 유식의 참다운 성품을 밝힘[明唯識性]: 제9권
원성실성은 일체법의 승의제(勝義諦)이다. 또한 진실하고 허망되지 않으며 상주하여 생멸변천하지 않으므로 진여(眞如)라고 한다. 일체위(一切位)의 체성(體性)으로서 유식의 참다운 성품[唯識實性]이다.
10) 유식교의에서의 보살의 수행단계[唯識位]를 밝힘: 제9권~제10권
크게 두 분단으로 나누어 해설한다. 먼저 유식성을 깨달아 들어가는 주체인 사람[本性住種姓과 習所成種姓], 경유하는 단계[五位], 깨달아가는 방편을 간략히 밝힌다. 다음에 오위五位의 다섯 가지 분단으로 다시 나누어 자세히 판별한다. 오위의 내용을 간략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1) 자량위(資糧位):순해탈분(順解脫分)이라고도 한다. 보살이 발심한 뒤에 삼현(三賢:十住, 十行, 十迴向位)의 제1 아승지겁 사이에 성불할 자량을 적집함을 말한다. 대승의 가르침을 많이 들어 훈습한 인력(因力), 여러 부처님을 많이 섬긴 선우력(善友力), 결정승해의 작의력(作意力), 여러 선근 즉 복(福)과 지혜를 적집한 자량에 의해 다음 단계에 들어갈 수 있다.
(2) 가행위(加行位):제1 아승지겁의 만심(滿心)에서 네 가지 가행[四善根]을 닦는 단계이다. 4가행위[煖位, 頂位, 忍位, 世第一法位]에서 심사관(尋思觀)과 4여실관지(如實觀智)로써 능취(能取)와 소취(所取)가 공함을 관하여 조복하고 제거[伏除]한다. 견도에 가깝기 때문에 순결택분(順決擇分)이라고도 한다.
(3) 통달위(通達位):가행위의 세제일법위의 다음 찰나부터 무루지(無漏智)가 현전하여 진여(眞如)에 체회(體會)하므로 통달위 또는 견도(見道)라고 한다. 능취의 집착과 소취의 모습을 여의고 이지명합(理智冥合)하여 전혀 소득상(所得相)이 없고 모든 희론을 떠나므로 이때가 되어서야 진실로 유식의 참다운 성품에 안주한다.
(4) 수습위(修習位):견도에서 아직 단멸되지 못한 구생기(俱生起)의 번뇌장과 소지장을 단멸하기 위하여 반복해서 무분별지혜를 닦는 단계이다. 초지(初地)의 주심(住心) 이후부터 제10지의 금강무간도(金剛無間道)의 출심(出心)까지를 말한다. 십지(十地) 중에서 열 가지 뛰어난 수행[十勝行]을 닦고, 열 가지 무거운 장애[十重障]를 끊어서, 열 가지 진여[十眞如]를 증득함으로써 두 가지 전의(轉依:菩提, 涅槃)를 증득한다.
(5) 구경위(究竟位):수습위는 전의(轉依)를 증득하는 단계이고 구경위는 그 증득해진 전의의 결과이다. 대보리[四智圓滿]와 대열반[四種涅槃]을 증득하여, 무루계(無漏界), 부사의(不思議), 선(善), 상(常), 안락(安樂), 해탈신(解脫身), 대모니(大牟尼:寂黙)인 부처님의 경계이다. 여기서 불신(佛身)으로서 자성신(自性身), 수용신(受用身:자수용신, 타수용신) 변화신(變化身)과 그 국토에 관하여 밝힌다.
끝으로 성스러운 가르침[聖敎]과 바른 논리[正理]에 의거해서 능변식의 양상[能變識相:제1송~제24송], 유식의 성품[唯識性:제25송], 유식의 수행단계[唯識位:제26송~제30송]를 밝혀서 세 가지 큰 분단[三大段]으로 유식의 도리를 성립시켰음을 말한다. 그리고 삼십송을 통해 얻은 공덕을 많은 중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속히 고통의 세계를 벗어나서 다 같이 최고의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기를 서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