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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경(雜阿含經)

1. 개요
팔리어로 상윳타 니카야(Samyuttanikaya)라고 표기된다. 상윳타( Samyutta)는 ‘(주제에 따라) 함께 엮어진 모음집’을 의미한다. 한역에서는 이것을 ‘잡(雜)’으로 옮겼는데, 아주 작은 것들이 모여 있다는 뜻이다. 경명(經名)이 의미하듯 『잡아함경』에는 4아함 중 짧은 경들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 이것은 『잡아함경』이 다른 아함경에 비해 보다 원시적인 형태의 경전이라고 추정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 경전에는 붓다의 초기 교설과 함께 붓다를 비롯한 여러 제자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 있어서 깊은 감명을 준다. 또한 그 교설 중에는 후대에 나타난 대승불교 사상의 기초가 되는 것도 많이 있다.
2. 성립과 한역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 Gunabhadra, A.D. 393~468)가 435년에서 443년 사이에 범어원본을 번역하였다. 『정원록(貞元錄)』에는 구나발타라가 법현(法顯)이 범어원본을 가져 온 것을 양도(楊都)의 와관사(瓦官寺)에서 번역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3. 주석서 및 이역본
『잡아함경』에 대한 부분적인 이역본들로서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을 비롯하여 1권으로 된 『잡아함경』ㆍ『불설칠처삼관경(佛說七處三觀經)』ㆍ『불설오온개공경(佛說五蘊皆空經)』ㆍ『불설성법인경(佛說聖法印經)』ㆍ『불설법인경(佛說法印經)』ㆍ『오음비유경(五陰譬喩經』)ㆍ『불설수말소표경(佛說水沫所漂經)』ㆍ『불설부자수의경(佛說不自守意經)』ㆍ『불설만원자경(佛說滿願子經』) 등 총 19개의 경이 있다. 이들은 모두 합해서 34권에 이른다.
4. 구성과 내용
상좌부 율장의 주석서인 『선견율비바사(善見律毘婆沙, samantapasadika)』에 의하면 상윳타 니카야(Samyuttanikaya)에는 총 7,762개의 경이 들어 있다. 그러나 PTS본으로 현존하는 상윳타 니카야는 전체 5품(品, vagga), 56상응(相應, samyutta), 2,889개의 경(sutta)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비해 한역본에는 총 1,362개의 경이 있으며 간단히 요약된 경들까지 더하면 총 13,000여 개의 경이 존재한다.
한역 『잡아함경』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전반부인 제1경에서 제489경까지는 5온(蘊)ㆍ6입(入)ㆍ12처(處)ㆍ18계(界) 및 4성제(聖諦)와 연기법(緣起法)을 내용으로 하는 설법들이 반복되고 있고, 불교의 핵심 교의인 3법인(法印)이 강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존재와 인식에 관한 내용과 해탈에 열반에 관한 내용이 설법의 주를 이루고 있다.
중반부인 제490경에서 제969경까지는 수행방법인 37도법(道法) 즉 4념처(念處)ㆍ4여의족(如意足)ㆍ4의단(意斷)ㆍ5근(根)ㆍ5력(力)ㆍ7각의(覺意)ㆍ8정도(正道)등 및 기타 수행법이 설해지고 있다. 이외에 선지식에 관한 설법, 인과응보의 실재에 대한 설법들과 몇몇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 및 우바새에 관한 설법이 있고, 아쇼카왕의 이야기 등과 같은 역사적 실화가 포함된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후반부인 제970경에서 제1,362경까지는 10선행이나 10악행 그리고 그 과보에 대한 설법, 3독(毒)에 관한 설법, 성문 4과(果)에 대한 자세한 설법, 비구와 비구니들의 구도(求道)와 항마(降魔)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이외에 귀신 탈을 만들어 부처님을 놀라게 하려는 비구의 장난과 천신ㆍ여우들에 관한 우화들이 있다.
『잡아함경』에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며 교훈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붓다 당시의 승가모습뿐만 아니라 사회적 배경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경의 곳곳에는 붓다를 비롯한 여러 제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도 잘 드러난다. 『잡아함경』에는 여러 경들이 질서 정연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지만 붓다 당시의 사건들이 소박하게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어떤 경전보다 더욱 사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경전과 달리 붓다 당시의 모습을 보다 근접하게 반영한 경전으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