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

닫기

아비담팔건도론(阿毘曇八犍度論)

1. 개요
아비달마 8건도, 즉 잡 건도ㆍ결사 건도ㆍ지 건도ㆍ행 건도ㆍ4대 건도ㆍ근 건도ㆍ정 건도ㆍ견 건도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 논서이다. 줄여서『아비담건도』ㆍ『아비담팔건도』라 하고, 별칭으로 『가전연아비담』ㆍ『발지경팔건도』ㆍ『발지신론』ㆍ『발혜론』ㆍ『아비담경팔건도론』ㆍ『아비담신』ㆍ『팔가란타』ㆍ『팔건도아비담』이라고도 한다.
2. 성립과 한역
본론의 작자는 가전연자(迦旃延子, 신역에서는 迦多衍尼子, kātyayānīputra)이다. 물론『대비바사론』권1에 의하면, 본론의 작자는 궁극적으로는 세존이며, 다만 가전연자가 수지 연설하여 널리 유포하였다고 하지만, 이는 본론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지어진 전승일 것이다. 본론의 원전은 이미 산일되었으나, 그것은 중국에 전래된 이래 전후 두 차례에 걸쳐 번역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첫 번째가 바로 본론인 『아비담팔건도론』 30권으로, 부진(符秦) 건원(建元) 19년(A.D.383년) 승가데바(僧伽提婆, Sanghadeva)와 축불념(竺佛念)이 함께 번역하였다. 두 번째는 당(唐) 현경(顯慶) 5년(A.D.660년) 현장에 의해 번역된『아비달마발지론』20권이 그것이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이역본으로『비바사론』ㆍ『아비달마대비바사론』ㆍ『아비달마발지론』ㆍ『아비담비바사론』이 있다.
4. 구성과 내용
총 30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본론은『아비달마발지론(阿毘達磨發智論』의 다른 번역으로, 모두 8장[章, 犍度, grantha]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아비담팔건도론』이라고 이름한 것이다. 혹 다른 곳에서는『팔건도아비담』, 『팔가란타(八伽蘭他)』,『발지경팔건도(發智經八犍度)』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지하듯이 본론은, 설일체유부 교학의 토대[足]라고 할 만한『집이문족론(集異門足論)』ㆍ『법온족론(法蘊足論)』ㆍ『시설족론(施設足論)』ㆍ『식신족론(識身足論)』ㆍ『계신족론(界身足論)』ㆍ『품류족론(品類足論)』등의 6론이 주로 각기 특정의 개별적인 문제를 분담하여 고찰하고 있는데 반하여, 유부학설 전반을 조직적으로 논술하고 있기 때문에 『발지신론(發智身論)』이라 하여 예부터 이 부파의 대표적인 논서로 존중되어 왔다. 즉 승의의 지혜[智]는 모두 이것으로부터 일어나기[發] 때문에 『발지론』이고, 유부교학의 근간이나 뼈대가 되기 때문에 『신론(身論)』인 것이다. 그래서 『구사론』에서는 이 논을 ‘일체교법의 근본이 되는 논’ 즉 『본론(本論)』이라 하기도 하고, 또는『대법론』,『근본아비달마』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모두 8장으로 구성된 본론의 대체적인 체계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 잡(雜)건도:말 그대로 잡다한 문제를 논의하는 장으로서, 본론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제시하는 서장에 해당한다.
제2 결사(結使)건도:결사란 유정을 생사윤회로 결박지우는 번뇌의 다른 이름으로, 본장에서는 모든 번뇌의 유형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제3 지(智)건도:모든 번뇌의 멸진은 바로 지혜에 의한 것으로, 본장에서는 사제지(四諦智)와 함께 청정하거나 염오한 견(見)ㆍ지(智)ㆍ혜(慧) 일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제4 행(行)건도:행이란 업(業)의 구역어로서, 번뇌를 소멸하는 지혜는 업의 장애가 없는 유정에서 획득되는 것이므로 지건도 다음으로 업을 설하는 것이다. 본장에서는 업의 장애와 함께 유정의 행위 일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제5 사대(四大)건도:사대란 물질적 세계를 구성하는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 등의 근본요소를 말하는 것으로, 이 부파에 의하는 한 가시적인 업[表業]은 사대로 이루어진 구체적 물질[聚色:오근과 오경]의 작용이다. 본장에서는 행건도의 이론적 근거로서 사대에 관해 설하고 있다.
제6 근(根)건도:사대로 이루어진 색[所造色] 가운데 뛰어난 것은 안(眼) 등의 감관[根]을 낳기 때문에 본장에서 이에 대해 설하는 것으로, 여기에서는 소조색이 아닌 색, 이를테면 의근(意根)이나 신(身) 등의 5근, 혹은 3무루근을 포함하는 22근 모두에 대해 설하고 있다.
제7 정(定)건도:근의 청정은 여러 가지 선정을 획득함으로써 가능하다. 따라서 본장에서는 정을 비롯한 모든 법의 획득을 가능하게 하는 유부 특유의 개념인 득(得)의 분별에서 시작하여 모든 정과 모든 법과의 관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제8 견(見)건도:정을 획득하더라도 만약 그것이 올바른 견해에 입각하지 않았다면 이른바 수정주의나 고행주의의 전처를 답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본장에서는 본론의 결론으로서 악취로 나아가 생사윤회하게 하는 여러 악견론을 밝히고, 그것을 단진하여 올바른 지견을 함양하고자 정견에 대해 설하고 있다.
본론은 이처럼 괴로움으로 표상되는 세계생성의 동인(動因)인 번뇌론에서 시작하여 그 소멸의 도인 정견론에 이르기까지 유부교학을 8장에 걸쳐 말하고 있기 때문에 『팔건도론』이며, 그것은 바로 이후 전개될 유부교학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발지신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