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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바수밀보살소집론(尊婆須蜜菩薩所集論)

1. 개요
이 경의 이름은 바수밀 존자가 저술한 논서라는 뜻이다. 불교 교리의 기본적인 개념들에 대해서 모두 845가지를 거론하여 상세히 논술하고 있다. 약경명은 『바수밀경(婆須蜜經)』ㆍ『바수밀보살소집론(婆須蜜菩薩所集論)』ㆍ『바수밀소집론(婆須蜜所集論)』이고, 별경명은 『존자바수밀소집론(尊者婆須蜜所集論)』이다.
2. 성립과 한역
이 경은 부진(符秦)시대에 승가발징(僧伽跋澄, Saṅghabhũti) 등이 384년 4월에서 8월 사이에 한역하였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주석서와 이역본은 없다.
4. 구성과 내용
이 경은 총 10권으로 구성된다. 바수밀은 인도의 뛰어난 학승이었던 바수미트라(Vasumitra, 世友, 天友, 1∼2세기경)를 가리킨다. 바수밀은 북인도 건타라국(犍陀羅國) 출신으로서, 법구(法救), 묘음(妙音), 각천(覺天) 등과 함께 ‘비바사 4대 논사’로 꼽힌다. 이 경은 크게 14개 부분으로 나누어 서술되고 있다.
각 부분은 건도(犍度), 즉 장(章)으로 구분되어 있다. 제1권~제2권은 취(聚) 건도이다. 취 건도는 7품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3권은 심(心) 건도, 제4권은 삼매(三昧) 건도와 천(天) 건도, 제5권은 4대(大) 건도와 계경(契經) 건도, 제6권은 갱락(更樂) 건도, 제7권은 결사(結使) 건도, 제8권은 행(行) 건도와 지(智) 건도이다. 제9권~제10권에는 네 개의 건도가 있다. 즉 견(見) 건도, 근(根) 건도, 일체유(一切有) 건도, 게(偈) 건도 등이다. 마지막 건도인 게 건도는 4품으로 나뉘어져 있다.
취 건도에서는 122가지에 달하는 문제들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여러 부파의 견해들을 제시하고 있다. 제1 취 건도의 첫째 품에서는 물질적인 형상으로서 색상(色相)과 네 가지 요소 즉 4대(大)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는데, 문답을 통해서 차례로 해석하고 있다. 예컨대 4대와 소조색(所造色)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에 대해서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바수밀의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둘째 품에서는 입(口)과 말하는 행위, 즉 구행(口行)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상(想)과 식(識)은 어떤 차별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그리고 인(因)과 연(緣)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특히 차제연(次第緣)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셋째 품에서는 무교(無敎) 즉 무표색(無表色)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안근(眼根)과 안식(眼識)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시각이 자신의 눈을 직접 보지 못하는 이유를 비롯하여, 귀ㆍ코ㆍ혀ㆍ피부 등이 사물을 보지 못하는 연유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사람들의 인식 능력의 제한성에 대한 부파간의 논의를 알 수 있다. 넷째 품에서는 열네 가지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예컨대 하나의 지혜로써 모든 것을 알 수 있는가, 마음과 그 작용은 마음 그 자체로 생겨나며 다른 것에 의해서 생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을 설명하고 있다. 다섯째 품에서는 4사(事)로써 사람들을 섭수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지, 모든 것은 변하는 것이며 덧없다는 무상법(無常法)이란 무슨 뜻인지 등에 대하여 설명한다. 여섯째 품에서는 부처님이 인색하고 질투심이 강한 브라만에게는 설교한 다음에 그 집의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한 까닭은 무엇인가, 애착과 탐욕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연기(緣起)의 참뜻은 무엇인가 등을 다루고 있다. 일곱째 품에서는 약 60가지에 달하는 문제들을 다룬다.
제2 심 건도에서는 62가지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이 장에서는 마음과 정신, 그 작용에 대한 문제를 담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은 인식 주관으로서 작용하는 동시에 그 인식 대상이 될 수는 없으며, 동일한 순간에 한 사람에게 두 가지의 정신 작용이 생길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 주장도 언급하고 있다. 즉 대중부, 법장부 등의 부파에서는 동일한 정신이 주관으로 작용하면서도 동시에 객관적인 인식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눈으로 색깔을 보고 시각적인 인식을 하는 것을 안식(眼識)이라고 말하며 색식(色識)이라고 하지 않는 것은 인식 대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식 주관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한다. 그 밖에도 관(觀)과 식(識)의 차이 등을 논의하고 있는데, 여러 논제들을 통해서 부파 불교의 논쟁점이 무엇이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제3 삼매 건도에서는 53가지의 논제를 제시하여 삼매와 관련된 문제를 해설하고 있다. 부처님이 말하기를, 여러 비구들은 모여서 경전의 심오한 뜻에 대해서 말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침묵을 지켜야 한다는 말은 두 번째 단계인 제2선(禪)에 들어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비롯하여, 12연기를 생각해야 한다는 설, 4제의 이치를 생각해야 한다는 설, 부정관(不淨觀)을 닦아야 한다는 설 등 여러 견해들을 제시하고 있다.
제4 천 건도에서는 23가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색계천(色界天)의 중생들은 코와 혀를 가지고 있지만 후각과 미각을 모르고, 남근(男根)과 여근(女根)의 구별도 없다는 점을 비롯하여, 33천과 무색계, 광음천(光陰天) 등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제5 사대(四大) 건도에서는 78가지의 논제를 다루고 있다.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 네 가지 요소, 즉 4대의 성질에 대해서 논하고, 4대 요소를 분석하고 있다. 4대의 최소 단위는 극미(極微)라고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제6 계경 건도에서는 57가지의 논제를 다루고 있다. 부처님이 말하기를, 깎아지른 암벽의 굴 속에 거처하면서 수행하는 비구가 가장 뛰어난 불제자라고 했는데, 그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있다. 그리고 아라한에도 여섯 가지의 분류가 있는데, 그에 대한 각 부파의 설은 어떤지 제시하고 있다. 제7 경락 건도에서는 63가지의 주제를 거론하고 있다. 고락을 느끼는 감촉을 경락이라 하는데, 이 장에서는 눈, 귀, 코를 비롯한 감각 기관과 빛깔, 소리, 냄새 등의 감각 대상, 그리고 시각, 청각, 후각 등의 지각 작용이 함께 작용하여 생기는 여러 가지 심리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
제8 결사 건도에서는 64가지의 문제들을 논의하고 있다. 결사란 곧 번뇌를 말한다. 번뇌란 몸과 마음을 속박하여 윤회하는 현상 세계에 매이도록 하며, 중생으로 하여금 업을 짓도록 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결사라고 한다. 이 장에서는 번뇌와 관련된 온갖 문제들을 통해서 불교의 교리와 어긋나는 견해들을 분별한다. 탐욕, 교만, 진에(瞋恚), 사견(邪見) 등의 4전도(顚倒)라든가, 62견(見) 등에 관하여 논의하고, 해태(懈怠)와 수면(睡眠)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제9 행 건도에서는 80가지의 논제를 거론하여, 사람들의 행위와 그 결과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정신병자가 자신의 부모를 죽였다면, 지옥에 떨어지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제10 지 건도에서는 74가지의 논제를 다루고 있다. 지혜를 얻는 데 도움이 되는 일곱 가지의 방법에 대해서 거론하면서, 수행자들은 불도를 잊지 않고, 참된 것과 그릇된 것을 알아야 하며, 참된 이치를 깨닫기 위해서 노력하며, 그것을 체득한 것을 기뻐하며, 몸과 마음이 가볍고 편안하며, 깊은 선정에 들어가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완전한 안정을 획득해야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진지(盡智)와 무생지(無生智), 공삼매(空三昧), 무상(無想) 삼매, 이지(利智)와 무애지(無礙智)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제11 견 건도에서는 29가지의 논제를 통해서 여러 가지의 그릇된 견해를 거론하고 바수밀의 주장을 밝히고 있다. 외도의 견해에 따르면 사람의 목숨과 몸은 동일한 것이라고 하거나, 다른 외도의 경우에는 사람의 마음과 그 작용이 목숨이며, 몸이란 물질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외도들의 이러한 그릇된 견해는 12연기법을 알지 못한 결과임을 밝히고 있다. 그 밖에 인과 관계에 대한 다양한 견해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제12 근 건도에서는 21가지의 논의를 통해서, 출가자들이 번뇌를 없애고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 닦는 수행의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나무의 근본은 뿌리에 있듯이, 인연의 이치를 깨닫는 데에도 근본 이치를 알아야 한다. 따라서 번뇌는 어디서 비롯되며, 계율과 선정, 지혜, 해탈 등은 어떻게 성취되는지, 그 근본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밖에도 5식신(識身), 미지근(未知根), 우근(憂根), 남근(男根), 여근(女根) 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제13 일체유 건도에서는 24가지의 논제를 통해서 모든 것이 실재한다는 유부의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모든 것이 다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 뒤에, 모든 것이 다 존재한다는 견해와 그와 반대로 모든 것이 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고 한다. 그 밖에 유(有)와 유상(有相), 무(無)와 무상(無相), 현재와 현재상(現在相)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제14 게 건도에서는 95송의 게송을 통해서 부처님과 그 덕을 찬탄하고 있다. 이 마지막 장은 4품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품에서는 4제 및 12연기설 등, 불교의 근본 가르침들을 거론하고 부처님의 덕에 예경드리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부파에서 논의되어 온 다양한 문제들을 거의 다 망라하여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논서는 매우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