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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1. 개요
이 경은 『법구경(法句經)』을 대본으로 해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법구경』의 송 하나하나가 어떠한 본말(本末)의 인연에 의해서 설해지게 되었는가를 밝히는 여러 비유담(譬喩譚)이 들어 있는 매우 흥미로운 경전이다.
2. 성립과 한역
이 경이 『법구경』을 대본으로 하여 각 송의 비유담을 설한 이유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반인에게 쉽게 이해시켜서 증득하게 하고자 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이 경의 최후 목적은 법구(法句)의 이치 체득에 있으므로 비유담은 그 수단에 불과하지만 인도인의 풍부한 상상력의 소산인 이 작품은 비유문학(譬喩文學)의 백미(白眉)로서 그 작품적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 경은 서진(西晋)시대 290년에서 306년 사이에 법거(法炬)와 법립(法立)이 낙양(洛陽)에서 한역했으며, 줄여서 『법유경(法喩經)』이라 한다. 별칭으로 『법구본말경(法句本末經)』ㆍ『법유법(法喩法)』이라고도 한다.
3. 주석서와 이역본
본 문헌의 주석서와 이역본은 없다.
약경명(略經名)은 『법유경(法喩經)』이고, 별경명(別經名)은 『법구본말경(法句本末經)』, 『법유법(法喩法)』이다.
4. 구성과 내용
이 경은 4권 39장(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제는 『법구경』과 동일하다. 각 장마다 5~6가지의 비유를 들고 있어 모두 68종류에 이른다. 각 장의 배열순서 등의 구성에 있어서도 『법구경』과 거의 일치할 뿐만 아니라, 『법구경』의 송 중 3분의 2를 그대로 옮겨와서 그것들이 설해지게 된 사정이나 인연 부분만을 추가하고 있다.
예컨대, 『법구경』 「애욕품」은 다음과 같은 송으로 시작된다. “나무의 뿌리가 깊고 견고하다면 나무를 베어도 다시 자라나듯이, 애정의 의욕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 반드시 다시 고통을 받는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고서도 나무로 되돌아가듯이 사람들 역시 그와 같이 감옥을 벗어나서 다시 감옥으로 들어간다.” 이에 대해 『법구비유경』에서는 이 송들 앞에 다음과 같은 줄거리의 이야기를 붙이고 있다. 어떤 사람이 처자를 버리고 부처님에게 와서 사문이 되게 해 달라고 예배하였다. 이에 부처님은 그에게 나무 아래 앉아서 도를 닦도록 하였다. 그는 도를 닦은 지 3년이 지나 처음의 의지를 고수하지 못하고, 가정을 버리고 도를 구하기 위해 고생하느니 빨리 돌아가 처자를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였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여 집을 향해 나설 때, 부처님은 사문으로 변신하여 귀가하는 그와 만났다. 사문으로 변신한 부처님은 그에게 쉬어 가자고 말을 걸자, 그는 처자와의 이별로 괴로워하고 후회하고 있는 심정을 토로하였다. 이때 숲에서 벗어나 홀로 떠돌아다니는 늙은 원숭이가 나타났다. 변신한 부처님은 저 원숭이가 왜 숲을 떠나 평지에 나와 사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는 숲속에서는 식구가 많아 음식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기 때문이고, 또 숲속에서는 나무를 오르내리노라고 편히 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 원숭이가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갔다. 부처님이 이 장면을 지적하자, 그는 시끄럽고 번거로운 숲으로 되돌아가는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탓하였다. 이에 변신한 부처님은 당신도 그 원숭이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곧 아내와 집이 감옥 같고 자식과 권속이 질곡 같다고 하여 도를 닦아 생사의 고통을 끊으려 출가했음에도, 이제 집으로 돌아감으로써 질곡에 묶이고 감옥으로 들어가려 한다고 지적했다. 변신한 부처님이 이렇게 말하고서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 광명을 두루 펼치자, 그는 자신의 허물을 뉘우쳤다. 이에 부처님이 하는 말씀이 위의 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