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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불모출생삼법장반야바라밀다경(佛說佛母出生三法藏般若波羅蜜多經)

1. 개요
깨달음의 모태가 되고 모든 불도의 근본이 되는 반야바라밀다가 경 전체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줄여서 『삼법장경(三法藏經)』이라 한다. 반야바라밀다야말로 중생을 제도하고 깨달음으로 이끄는 유일 최상의 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중생 구제의 공덕과 보살 수행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수많은 반야부 경전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경으로 꼽힌다.
2. 성립과 한역
북송(北宋)시대에 시호(施護, Dānapāla)가 1003년 봄에서 1004년 겨울 사이에 번역하였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이역본으로 『대명도경』ㆍ『대반야바라밀다경』의 제4회 및 5회, 『도행반야경』ㆍ『마하반야바라밀경』ㆍ『마하반야초경』ㆍ『불설불모보덕장반야바라밀경』ㆍ『소품반야바라밀경』이 있다.
4. 구성과 내용
전체 25권, 총 32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 요지제행상품(了知諸行相品)」에서는 경의 성립 배경을 말하고 세상 모든 것이 무상하며 변천하는 이치를 설명하고 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왕사성의 영취봉에 머물러 있을 때였다. 그곳에는 1,250명의 비구들이 함께 있었는데, 부처님은 그 중에서 수보리로 하여금 모든 비구들을 위하여 반야바라밀다 법문(法門)을 말하라고 한다. 수보리는 자신의 말이 곧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것을 선언한 뒤, 반야의 이치를 말한다. 또한 부처님은 대승보살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제2 제석천주품(帝釋天主品)」과 「제3 보탑공덕품(寶塔功德品)」에서는 공(空)의 이치를 설명하고 반야의 지혜가 담긴 경전을 지니고 읽고 외운다면 칠보로 된 사리탑을 세우는 것보다도 더 큰 공덕을 얻게 된다는 과보를 설명한다. 「제4 칭찬공덕품(稱讚功德品)」에서도 제3품과 같이 이 경을 수지 독송하는 공덕을 칭찬하고 있으며, 「제5 정복품(正福品)」에서도 가장 큰 복은 반야바라밀다를 가르치고 있는 이 경전을 지니고 외우며 널리 배포하여 얻는 복이라고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덕 중에서 가장 큰 공덕은 바로 이 경전을 지니는 공덕이며, 더 나아가 6바라밀다 중에서도 반야바라밀다를 닦는 수행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오직 대승보살의 길, 반야 지혜를 얻는 길이야말로 비할 데 없는 큰 복을 얻는다고 거듭 강조한다.
「제6 수희회향품(隨喜廻向品)」에서는 반야 지혜로써 보살이 얻은 공덕을 중생들에게 되돌려 준다면, 그 복덕 또한 매우 크다는 것을 말하며, 「제7 지옥연품(地獄緣品)」에서는 이 경을 믿는 공덕과 반대되는 과보를 말한다. 만약 이 경전을 소홀히 하거나 반야의 가르침을 비방한다면, 결국 지옥의 고통을 면하지 못한다고 한다. 「제8 청정품」에서 말하길, 반야의 이치는 마치 허공과 같아서 항상 거침없으며 깨끗하고 광대하고 심원하다고 한다. 또한 반야의 이치는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소리와 같으며, 반야 지혜만이 깨달음으로 이끌어 준다고 하면서 반야 수행을 강조하고 있다.
「제9 탄승품(歎勝品)」에서는 반야 지혜가 사람들로부터 찬탄의 대상이 되는 까닭을 설명하고 그 탁월한 점에 대해 열거한다. 반야 지혜는 허공과 같이 끝없고 비할 데 없이 뛰어난 진리이며, 그 본성이 공하기에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으며, 분별할 것도 없고, 집착할 것도 없다고 한다. 「제10 찬지품(讚持品)」에서는 이 경을 몸소 지니는 이에 대해서 찬탄하고 그 공덕이 어떠한지 설명해 준다. 만약 이 경에서 가르친 대로 수행한다면 깨달음을 얻겠지만, 보살은 결코 깨달음을 구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보살은 공덕을 받기보다는 중생을 구제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제11 악자장법품(惡者障法品)」에서는 반야의 수행을 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들에 대해서 예를 들어 말하고 나서 그 장애의 까닭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수많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반야의 수행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12 현시세간법품(顯示世間法品)」에서는 부처님이 이 세상에 드러내 나타난 것에 대해서 말한다. 부처님은 이 세상 모든 것이 차별 없이 공한 것이라는 반야의 가르침을 펴기 위해서 온 것이라고 한다. 「제13 부사의품(不思議品)」에서는 중생의 사량 분별을 넘어서서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이치, 그것이 바로 반야의 도리이다. 따라서 부사의한 것이라 말해지는데, 여기서는 반야 지혜를 닦아서 얻는 공덕에 대해서 또 한 번 언급하고 있다.
「제14 비유품」에서는 반야 수행의 공덕을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설사 아무리 많은 공덕을 쌓아도 반야의 지혜를 갖추지 못하면 결국 성문, 연각 등 소승으로 떨어지고 만다고 경고한다. 「제15 현성품(賢聖品)」에서는 보살에 대해서 말한다. 보살은 반야 수행을 할 때, 결코 놀라지 않으며, 두려움도 없고, 의심도 없으며, 모든 것에 구애받지 않고, 집착을 버린다고 한다. 그 까닭은 보살은 이미 확고부동한 반야의 깨달음을 얻은 성인(聖人)이기 때문이다. 「제16 진여품(眞如品)」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참된 것, 즉 진여에 대해서 설명한다. 세상 모든 것은 마치 허공과도 같아서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차별 없이 공할 뿐이라고 역설한다. 여기서 부처님은 궁극적으로 깨달음마저도 공한 것이기에 결국 얻을 수도 없는 것이며, 깨달음이라 분별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천명한다. 이와 같이 진여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대승 반야사상 및 공사상의 극치가 제시된다.
「제17 불퇴전보살상품(不退轉菩薩相品)」에서는 결코 물러섬이 없는 보살의 경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확고부동한 믿음을 얻은 보살은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생 제도의 길을 가며,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을 완전히 끊는다고 한다. 「제18 공성품(空性品)」에서는 공의 본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공이란 마치 고요한 열반과도 같아서, 어떤 모양이 있는 것이 아니며,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또한 결코 더러움에 물들지도 않는 공은 고정적인 어떤 성질도 갖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공의 이치를 터득하여 반야 지혜를 얻는다고 한다. 「제19 심심의품(甚深義品)」에서는 매우 깊고 심오한 이치인 반야 지혜를 얻은 보살은 결코 부처가 되고자 원치 않는다고 한다. 보살은 목숨마저도 기꺼이 내놓을 만큼 집착도 없고, 두려움마저도 없는데, 그 까닭은 바로 반야의 이치를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제20 선교방편품」에서는 보살이 중생을 제도하여 깨달음으로 이끄는 방법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먼저 부처님은 수보리에게 세상 모든 것이 공의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보살이 닦아야 할 선정 수행에 대해서 설명한다. 「제21 변마상품(辯魔相品)」에서는 보살의 길에 들어선 이들이 교만심 등의 삿된 마음을 멀리하고 대승의 길을 끝까지 갈 수 있도록 설법하고 있다. 「제22 선지식품」에서는 보살이 닦아 가는 수행의 길에 도움을 주고 이끌어 주는 친구나 스승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여기서도 6바라밀 중에서 특히 반야바라밀의 길을 강조한다. 「제23 제석천주찬탄품(帝釋天主讚歎品)」에서는 제석천왕이 등장하여 반야바라밀다가 가장 뛰어남을 찬탄하고 있다. 부처님도 제석천왕의 찬탄에 동의하고 나서 반야의 불도는 보기도 어렵고 듣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려우며 깨닫기도 어렵다고 하면서, 반야 불도란 마치 허공과 같다고 한다. 하지만 그처럼 깨닫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반야바라밀을 닦는 공덕은 다른 어떤 수행보다도 더 크다는 것을 말한다.
「제24 증상만품(增上慢品)」에서는 보살이 교만심, 의심, 불신(不信) 등의 그릇된 마음에 물들지 않도록 경계하는 가르침이 주어진다. 「제25 학품(學品)」에서는 보살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배워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설명한다. 보살은 마땅히 자비심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데 힘써야 하며, 온갖 번뇌를 멀리하고 계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제26 환유품(幻喩品)」에서는 보살은 모름지기 세상 모든 것을 헛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결국 보살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수행하는 소승의 길을 멀리하고, 어떠한 공덕이나 과보도 바라지 않고 대승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 모든 것이 공하다는 것은 결국 공덕이나 과보조차도 공한 것이어서 진정으로 보살이 얻고자 애써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제27 견고의품(堅固義品)」에서는 반야바라밀다가 모든 행(行) 중에서 가장 높고 뛰어난 것이며 견고하기 때문에 이를 따르는 보살 또한 그와 같다고 한다. 「제28 산화연품(散華緣品)」은 반야의 가르침을 준 부처님에게 꽃 공양을 올리고, 반야 수행의 길을 갈 것을 다짐하는 내용이다. 여기서는 6만 명에 달하는 비구들이 미래에 성불할 수 있는 인연을 맺게 된다. 「제29 수지품(隨知品)」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법은 본래 오지도 않으며 가지도 않고, 생겨나지도 않고, 결코 얻을 수도 없는 것인데, 바로 반야바라밀다도 그러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제30 상제보살품(常啼菩薩品)」에서는 옛날에 상제보살이 반야의 수행을 할 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를 통해서 상제보살처럼 간절한 정성으로 반야 수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31 법상보살품(法上菩薩品)」은 상제보살을 위해서 법상보살이 반야에 대해서 설법하는 내용이다. 법상보살의 가르침을 듣고 수행에 힘썼던 상제보살은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제32 촉루품(囑累品)」에서 부처님은 아난에게 이 경을 잘 지니도록 부탁한다. 반야바라밀다는 모든 부처의 어머니와 같기 때문에, 반야를 얻고자 한다면 마땅히 이 경전을 읽고 외우며 널리 펴도록 힘써야 한다는 당부의 말로 끝맺고 있다.
시호(施護)의 번역본은 여러 이역본들 가운데서도 산스크리트 원본인 『팔천송반야경』과 내용상 가장 일치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본 경과 가장 유사한 이역본은 지루가참(支婁迦讖)이 번역한 『도행반야경』(K-6)이다. 『도행반야경』과 본 경은 내용상 거의 일치하며 각 품에 따른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컨대 『도행반야경』의 「제3 공덕품」이 본 경에서는 「제3 보탑공덕품」, 「제4 칭찬공덕품」, 「제5 정복품(正福品)」으로 나뉘어 있고, 『도행반야경』의 「제25 누교품(累敎品)」과 「제26 불가진품(不可盡品)」이 본 경에서 「제28 산화연품(散華緣品)」이라는 제목 아래 합쳐져 있는 것 등이 그 차이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