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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엄교분기원통초(釋華嚴敎分記圓通鈔)

1. 개요
이 논은 당나라 법장(法藏)이 지은 『화엄교분기』(『화엄오교장』)를 고려시대에 균여가 주석한 것이다. 줄여서 『화엄원통초(華嚴圓通鈔)』라고 한다.
2. 성립과 한역
고려시대에 균여(均如: 923-973)가 저술하였다. 고려 광종(光宗) 때인 959년과 960년에 개태사(開泰寺)의 교장(敎藏)에 입장되었다. 987년에는 개태사(開泰寺), 1042년에는 광교사(光敎寺)에서 서사되었고 1251년에 판각되었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주석서와 이역본은 없다.
4. 구성과 내용
총 10권으로 구성된 이 논은 당나라 법장(法藏)이 지은 『화엄교분기』(『화엄오교장』)를 고려시대에 균여가 주석한 것으로 화엄종의 기본 교리를 서술한다. 그러나 균여가 주석한 내용은 『화엄교분기』의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이 책은 본래 균여가 설법한 것을 그의 제자들이 기록한 것으로, 고려 후기에 천기(天其)가 방언을 삭제하고 여러 이본(異本)을 대조해 편찬한 것이다. 그 내용은 모두 5문(門)으로 이루어진다. 그 첫째는 법장의 행장에 대한 서술이며, 둘째는 『화엄교분기』를 지은 목적과 그것이 법장의 저술 가운데 차지하는 위치를 밝히는 것이다. 셋째는 『화엄교분기』의 기본적인 내용을 서술하는 것이며, 넷째는 책의 제목을 해설하는 것이다. 마지막 다섯째는『화엄교분기』의 원문을 해석하는 것으로 5문 가운데 중심이 되는 내용이다. 이 부분은 『화엄교분기』의 10문(門), 즉 화엄 사상의 중심적 내용을 열 가지를 해설한 것인데, 이 부분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건립일승(建立一乘)은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하나의 맥락 아래 포섭한다는 의미로, 이 일승이라는 의미는 별교일승(別敎一乘)과 동교일승(同敎一乘) 두 가지가 있다. 여기서는 이 양자의 관계와 차이를 설명한다. 둘째 교의섭익(敎義攝益)은 3승(乘)의 교의를 밝힌 것이다. 즉 동교일승과 3승의 의미는 궁극적인 깨달음으로 이끌기 위한 방편적 성격임을 밝힌다. 셋째 석고금입교(釋古今立敎)에서는 보리류지, 구마라집, 호법, 지연, 혜광, 담연, 혜사, 지의, 법민, 법운, 현장 등 열 명의 교상판석(敎相)判釋)을 논의한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열 명의 해석은 『화엄교분기』에 나타나는 열 명과 다르다. 넷째 분교개종(分敎開宗)은 『화엄종』의 견지에서 불교 교리를 5교 10종으로 구분하고 해석한다. 다섯째 승교개합(乘敎開合)은 이제까지 언급한 승(乘)과 교(敎)를 통합하여 그들의 상호 관계를 밝힌다. 여섯째 교기전후(敎起前後)에서는 3승과 소승에 의한 말교(末敎)와 『화엄경』에 의한 본교(本敎)를 설한다. 이것은 승교개합에서 교(敎)의 상호 관계를 밝힌 것에 반해, 여기서는 그 전후 관계를 말한 것이다. 일곱째 결택기의(決擇其意)에서는 열 가지의 근기에 따라 처음에는 말에 의한 가르침이, 그 이후에는 언어가 불필요한 언어도단의 가르침이 있음을 설한다. 교리 자체는 완전한 것으로서 오직 하나뿐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근기가 다르기 때문에 교리의 선후 관계나 등급이 정해지게 된다. 여덟째 시설이상(施設異相)에서는 별교일승의 교리를 담은 『화엄경』과 지말적인 교리를 설한 다른 경전들의 차이를 밝힌다. 아홉째 소전차별(所詮差別)에서는 1승과 3승, 5교의 차별을 논하는데, 특히 5교를 다시 열 가지의 잣대로 구분한다. 이 10문(門)은 심식(心識), 명불종성(明佛種性), 행위차별(行位差別), 수행시분(修行時分), 수행소의신(修行所依身), 단혹분제(斷惑分齊), 이승회심(二乘廻心), 불과의상(佛果義相), 섭화분제(攝化分齊), 불신개합(佛身開合)이다. 열번째 의리분제(義理分齊)에서는 대승의 교리를 3승(乘) 교리(敎理)와 연기인문육의법(緣起因門六義法), 십현연기무애법문의(十玄緣起無礙法門義), 육상원융의(六相圓融義)의 4문(門)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책의 제10권 말미에는 혁련정(赫蓮廷)이 지은 균여전(均如傳)이 부록으로 실려 있으며, 이 가운데 균여가 지은 향가, 즉 사뇌가(詞腦歌)가 11수 들어 있다. 이는 국어 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