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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연화경요해(妙法蓮華經要解)

※ 변상도해제
관세음보살보문품(觀世音菩薩普門品)은 묘법연화경 권25이지만 『관음경』으로도 불리우며 독립된 경전으로 간행되기도 한다. 관세음보살보문품에는 대승불교의 보살사상을 가장 잘 대변하는 관세음보살의 성격과 공덕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져 있다.
이 신광사(神光寺) 간행본은 경문을 1절씩 언해(漢諺對譯)하고 변상도를 삽입하여 대중들이 독송하고 이해하기 손쉽게 구성되어 있다. 변상도는 권수화 3매와 본문 전체에 걸쳐 40장면의 삽도로 이루어져 있다. 권수화는 제1판의 앞면에는 경패와 삼전하(三殿下)의 발원패가 나란히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위태천(韋䭾天), 제2~3판에는 영산회상도가 전개되어 있다. 위태천은 갑옷을 입고 새깃털을 꽂은 투구를쓴 무장형 위태천이 합장한 팔 위에 보검을 얹고 경전이 전개되는 오른쪽을 향하고 있다. 영산회상도는 중앙에 항마촉지인을 취한 석가모니불이 수미좌 위에 앉아 청법자에게 설법하고 있고 좌우에 십대제자가 본존을 에워싸고 있다.
본존의 대좌와 광배, 복식(服飾), 청법자의 모습은 간경도감본 변상도의 본존과 기본적으로 같은 도상이다. 그러나 좌우 협시보살이 큼직한 연꽃가지를 들고 있고, 원형의 두광을 지고 본존의 좌우에 앉아 있는 구성은 안심사법화경(1405)변상도에 표현된 보살의 형상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보살, 범천과 제석천, 사천왕과 팔부중 같은 영산회상도 도상에 등장하는 권속들이 표현되어 있다. 이렇듯 조선초기부터 간행되어왔던 기존 법화경 변상도의 도상을 변형하고 조합하여 구성한 도상으로 보인다.
보문품의 내용은 관세음보살의 2가지 특징이 서술되어 있다. 중생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그 음성을 듣고 중생을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복덕을 얻게 해주는 자비의 보살이라고 정의하고, 어려운 상황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예를들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큰 불 속에 들어가서라도 타지 않고, 큰 물에 떠내려 가게 되더라도 얕은 곳에 이르게 되며, 바다에서 폭풍을 만나 배가 떠내려가게 되었을 때도 무사히 벗어나게 되며, 도적을 만나게 되더라도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며, 죄가 있거나 없거나 손발과 몸이 결박되었어도 이들이 다 끊어지고 풀어져 곧 그 결박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등의 예들이 열거되어 있다. 또한 관음보살이 갖는 큰 특징의 하나는 자유자재로 몸을 바꿀 수 있는 신통력을 갖는다는 점이다. 곧 설법을 듣고자 하는 대상에 알맞게 32종으로 몸을 변화하여 나타나 법을 설하고 중생을 제도한다는 것이다. 부처의 몸으로 제도할 자에게는 부처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왕의 몸으로 제도할 자에게는 왕의 모습으로 나타나 설법한다. 또 승려, 소년, 신중의 모습이 적절한 경우에는 각기 그 모습으로 몸을 자유로이 바꾸어 나타난다고 한다.
이 신광사간 관음경은 이러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상황에 대한 변상도를 본문과 함께 새겨놓은 것이다. 비록 경문의 분량은 적지만 대중 친화적인 관음보살사상을 알려주는 여러 종류의 그림이 제시되어 있어 경전 변상도의 좋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뛰어난 화면구성과 적절한 배경의 설정, 동감있는 인물 묘사, 그리고 활달하고 힘있는 판각술 등을 보여주는 생동감 넘치는 변상도 판화이다. 더구나 한문과 언해, 변상도를 갖춘 『관음경』은 현재 이 신광사본 외에는 알려지지 않아 17세기 판본이지만 귀중한 사례이다.
권말에는 육자대명왕진언(六字大明王眞言)과 운수암 필오스님의 서문(時丁丑七月日雲水菴老拙畢(?)悟謹敍), 그리고 시주자를 포함한 간기(康熙三十六年丁丑七月日黃海道海州神光寺開板)가 새겨져 있어 간행 관련 사항을 알려준다.
문화재청 박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