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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 변상도해제
옹정(雍正)5년(1727) 산음(山陰) 왕산사(王山寺)에서 간행한 묘법연화경 변상도이다. 2매로 이루어졌는데 제1판에는 위태천(韋䭾天)과 산화(散華), 제2판에는 설법도가 새겨져 있다. 산화는 중앙의 꽃을 중심으로 사방에 입을 배치한 큼직한 형태가 9송이 흩어져 있는 모습이다. 위태천은 갑옷을 입은 무장형으로 머리 주위에는 불꽃이 두광처럼 둘려져 있고 양손으로 합장하고 있으나 팔 위에 보검을 얹어 놓지는 않았다. 경전의 앞에 배치되어 경전을 수호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설법도는 화면의 중심에 향로와 화반 등이 올려진 불탁(佛卓)을 앞에 놓고 석가모니불이 대좌에 앉아 오른손을 들고 설법하고 있으며, 주위에 좌우협시보살과 범천과 제석천, 가섭과 아난을 비롯한 십대제자, 사천왕과 팔부중, 그리고 불탁 앞에 질문하는 수보리(須菩提)와 설법을 듣고 있는 재가 청문중들이 모여있는 도상이다. 그런데 석가모니는 오른손에 연꽃을 들고 있는데, 이 도상은 ’염화시중(拈花示衆)‘ 고사를 상징하는 것이다. 법화경변상도에 ’연화시중‘ 도상을 적용한 것은 선종의 법화경 이해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선과 교가 다르지 않다는 조선후기 불교신앙의 한 특징을 반영한 도상으로 해석된다.
이 책의 본문은 성달생계이지만 변상도는 대자암이나 화암사본에서 볼수 있는 영산회상도가 아니라 이처럼 손에 꽃을 든 연화수설법도(蓮花手說法圖) 도상으로 변경한 것이다. 또한 본존은 비스듬히 앉은 자세를 취하고, 불탁 앞에 비구와 재가 청문중들이 첨가된 이 도상은 주로 광흥사 금경경변상도(1530) 같은 금강경변상도에서 흔히 보이는 기원정사 설법도(祇園說法圖) 도상을 법화경변상도에 차용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변상도 각 판의 난 외에 ’간철매(刊哲梅)‘라 새겨져 있어 철매가 판각하였음을 알려준다. 법화경에서는 주로 17세기부터 이 도상이 보이는데 번각을 거듭함에 따라 이처럼 각 존상들이 모습이 경직되고 화염문, 옷 주름 표현 같은 각선도 딱딱한 경향을 보여준다. 이 책에는 옹정12년 인출하였다는 후쇄기가 있어 1727년 판각한 것을 7년후인 1734년에 다시 인출한 판본임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 박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