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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 변상도해제
강희(康熙)8년(1669) 경상도 개령 고방사(敲防寺)에서 간행한 법화경의 변상도이다. 정희왕후(貞熹王后) 발원 묘법연화경(1470년) 변상도 계열의 번각본으로 판목 2매에 새겨진 영산회상도이다. 화면의 중심인 제1판의 끝에는 수미좌(須彌座)에 앉아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취한 석가불과 그를 향해 질문하고 있는 사리불(舍利弗)이 표현되어 있다. 이를 중심으로 8위(位)의 보살, 범천과 제석천, 십대제자, 사천왕과 팔부중 등의 권속들이 좌우로 나뉘어 배치되어 있다.
석가모니불은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편단우견(偏袒右肩)으로 대의(大依)를 입었고, 등 뒤로 보주(寶珠) 형의 거신광(擧身光)이 불신을 장엄하고 있다. 광배 내부는 꽃무늬, 연화덩굴무늬, 연주무늬, 불꽃무늬 등의 문양으로 화려하게 채워져 있다. 광배 위로 화려한 천개(天蓋)가 붓다를 장엄하고 있으며, 그 좌우 하늘에는 붓다가 놓은 광명이 퍼진 가운데 시방제불(十方諸佛)이 구름을 타고 날아오고 있다. 이외의 공간은 구름으로 채워져 장엄되어 있고 화면 끝에는 산화(散華)들이 흩어져 있다.
변상도 끝 하단에 ‘變相施主 金貞日’이라고 새겨져 있어 특별히 변상도 판각의 시주자 이름을 새겨 놓았으나 각수의 표기는 없다.
이 변상도의 도상은 15세기 이후 18세기까지 지속적으로 번각되며 이어져 왔다. 본존불을 비롯해 각 존상들은 번각본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각선이 유연하지 않아 얼굴은 각이 지고 눈과 입이 직선화되어 표정이 굳고 침울해 보인다. 특히 본존의 얼굴은 뺨의 너비가 넓어져서 1470년본에 비해 넓적한 형태가 되었다. 각수가 임의로 선을 생략하거나 변형하지 않고 원본을 충실히 새기려 하였으나, 배경의 구름무늬는 상당히 도식화된 양상을 보인다. 이 판본은 전체적으로 산화되어 짙게 변색되어 있고 곳곳에 얼룩도 보인다.
표지는 원래의 것으로 보이는데 좀이 슬어 손상이 심하지만 능화판(菱花板)의 문양은 남아있는 편이다.
문화재청 박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