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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 변상도해제
강희(康熙)24년(1685) 청송 주왕산(朱王山) 대전사(大典寺)에서 간행한 묘법연화경 변상도이다. 이 도상의 앞선 판본들은 제1판에 위태천(韋䭾天)과 산화(散華), 제2판에는 설법도가 새겨진 것인데 대전사간본은 장황시 순서가 바뀌어졌다. 위태천은 갑옷을 입은 무장형으로 머리 주위에는 불꽃이 두광처럼 둘려져 있고 합장한 팔 위에 보검을 올려놓은 전형적인 도상이다. 경전의 앞에 배치되어 오른쪽을 향하고 있어 경전을 수호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설법도는 화면의 중심에 향로와 화반 등이 올려진 불탁(佛卓)을 앞에 놓고 석가모니불이 대좌에 앉아 오른손을 들고 설법하고 있으며, 주위에 좌우협시보살과 범천과 제석천, 가섭과 아난을 비롯한 십대제자, 사천왕과 팔부중, 그리고 불탁 앞에 질문하는 수보리(須菩提)와 설법을 듣고 있는 재가 청문중들이 모여있는 도상이다. 이 도상은 법화경변상도로서는 독특하게 본존이 약간 빗겨앉아있고 오른손에 꽃을 들고 있다. 꽃을 든 도상은 ’염화시중(拈花示衆)‘ 고사를 상징하는 것이다. ’염화시중‘은 선종의 법화경 이해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선과 교가 다르지 않다는 조선후기 불교신앙의 한 특징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도상으로 해석된다.
이 책의 본문은 성달생계인데 이 계통의 법화경 변상도는 대부분 대자암(大慈庵, 1422년)본과 화암사(花岩寺,1443)본의 변상도에서 보듯이 제1판에는 위태천, 제2판에는 석가삼존을 중심으로한 영산회상도이다. 그러나 이 법화경은 본문은 성달생 계열이지만 변상도는 이처럼 연화수설법도(蓮花手說法圖) 도상으로 변경한 것이다. 그것은 이 도상의 초기 판본인 능인암본(1604)의 판각을 주도한 부휴 선수(浮休善修)와 벽암각성(碧巖覺性)의 선교일치(禪敎一致) 사상이 반영된 것으로 볼수있을 것이다. 또한 본존은 비스듬히 앉은 자세를 취하고, 불탁 앞에 비구와 재가 청문중들이 첨가된 이 변상도는 주로 광흥사 금경경변상도(1530) 같은 금강경변상도에서 흔히 보이는 기원정사 설법도(祇園說法圖) 도상을 법화경변상도에 차용한 것으로 볼수 있을 것이다.
같은 도상으로 능인암본(1604)을 비롯해 청계사 법화경(1622년), 밀양 영정사 법화경(1638), 삼가 몽계사 법화경(1678) 등이 있는데 모두 17세기 들어와서 판각된 도상이어서 시대적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대전사본은 번각본을 다시 번각한 것이어서 능인암본에 비해 존상의 얼굴은 넓적하게 되었고, 각선은 굵고 직선적이어서 전체적으로 유연함이 줄고 경직된 모습으로 보인다. 먹이 고르지 않는 등 인출상태도 좋지 않은 편이다.
문화재청 박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