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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 변상도해제
순치(順治)10년(1653) 전라도 해남 대흥사(大興寺)에서 간행한 법화경 변상도로, 정희왕후 발원본(1470) 계열의 번각본이다. 변상도의 도상은 2매로 이루어진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로 정희왕후(貞熹王后) 발원 묘법연화경(1470년) 변상도 계열의 번각본이다. 화면의 중심인 제1판의 끝에는 수미좌(須彌座)에 앉아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취한 석가불과 그를 향해 질문하고 있는 사리불(舍利弗)이 표현되어 있다. 이를 중심으로 8위(位)의 보살, 범천과 제석천, 십대제자, 사천왕과 팔부중의 일부 및 용왕과 용녀 등의 권속들이 좌우로 나뉘어 배치되어 있어 영취산에서의 법회 장면을 표현하였다.
석가모니불은 꽃무늬가 새겨진 법의를 편단우견(偏袒右肩) 식으로 걸쳤으며, 등 뒤로 보주(寶珠) 형의 거신광(擧身光)이 불신을 장엄하고 있다. 광배 내부는 꽃무늬, 연화덩굴무늬, 연주무늬, 불꽃무늬 등의 문양으로 화려하게 채워져 있다. 광배 위로 화려한 천개(天蓋)가 붓다를 장엄하고 있으며, 그 좌우 하늘에는 붓다가 놓은 광명이 퍼진 가운데 시방제불(十方諸佛)이 구름을 타고 날아오고 있다. 이외의 공간은 온통 구름으로 채워져 있고 화면 끝에는 큼직한 산화(散華) 십여송이가 흩어져 있다.
변상도 하단 끝에 ‘刊相法寬’이라 새겨져 있어 법관이 변상도를 판각하였음을 알 수 있다. 대흥사에서는 1633년에도 법화경을 판각하였는데 이 판본과 동일한 도상이며, 역시 같은 위치에 ‘刊相敬天’이라 각수명을 새겼다. 1653년간 변상도는 1633년 대흥사본을 번각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각선이 직선적으로 변하여 신체 표현이 유연하지 않아 눈은 과장되어 보이고, 전체적으로 침울한 인상으로 보인다. 사천왕이나 팔부중 같은 신중상의 복잡한 복식은 형태가 정확하지 않고, 구름 표현도 도식적이다.
문화재청 박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