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

한글 금강경의 변상도이다. 권수변상은 기원정사에서의 설법도이고 권말에 위태천도(韋䭾天圖)로 경을 수호하고 있다. 화면의 중심에서 약간 오른쪽에서 권속들에 둘러싸인 석가모니가 불탁 앞에서 청법하는 수보리(須菩提)에게 설법하는 장면이다. 협시보살인 문수와 보현보살은 각기 사좌좌와 코끼리좌에 앉아 있으며, 십대제자와 팔부중이 권속으로 참여하고 있다. 금강경변상도의 도상은 대부분 기원설법도이지만 이처럼 협시보살이 사자와 코끼리를 탄 도상은 금구(金溝) 금산사(金山寺) 육경합부(1694년)의 권수변상과 고산(高山) 운문사(雲門寺) 금강경(1746년)에서처럼 17세기말 이후에 등장한다.

이들과 도상은 같으나 밑그림을 다시 그려서 판각한 것이 양주(楊州) 불암사(佛巖寺) 금강경(1796년)이고 19세기 이후에는 이 불암사본의 후쇄본들이 전해지며, 이 강재희 발원본 역시 불암사본의 후쇄본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19세기경에 새로운 밑그림으로 판각한 경전변상도들은 각선이 직선적이고 딱딱하지는 않지만 얼굴표현이나 옷 주름의 각선에서는 긴장감이 부족하고 이완된 면을 보여준다. 융희(隆熙)2년(1908) 동암신사(東菴信士) 강재희(姜在熙)가 오백권의 간행을 시주하였다는 간기에 이어 『금강반야바라밀경찬(金剛般若波羅密經簒)』이 있고, 마지막에 위태천상을 배치하였다.

문화재청 박도화